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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록삼의 시시콜콜] ‘생계형 적합업종 1호’ 되면 동네서점이 살까?

    [박록삼의 시시콜콜] ‘생계형 적합업종 1호’ 되면 동네서점이 살까?

    2년 전인 2017년 1월 새해 벽두 송인서적 부도 소식이 터져나왔다. 일반인들이야 그 심각성을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얘기지만, 출판계는 발칵 뒤집혔다. 송인서적은 연간 매출 규모 500억~600억원에 이르는 국내 2위 서적도매점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전국 소매서점에 배포하는 역할, 즉 출판사와 동네서점을 연결하는 ‘책 중간도매상’이었다. 700여개 출판사와 거래 관계에 있었고, 2000여 전국 동네서점들과 거래했다. 송인서적의 소매서점 공급 마진이 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화제가 됐다. 부도 금액은 200억원 규모였다. 출판쟁이, 동네서점 사장님들의 시름이 말할 수 없이 깊던 때였다. 20년 전인 1999년 전국에 걸쳐 4595개이던 동네서점은 점점 줄어들다가 2017년 2050개까지 감소했다. 20년 전에 비하면 절반도 남지 않은 셈이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서점에 대한 선호가 앞선데다 알라딘,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이 도서 구입의 주요 루트로 자리잡으며 동네서점의 줄폐업은 필연적 현상이었다. 그저 학교 앞에서 중고생 참고서를 팔며 연명하기 급급할 따름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즉 동네 서점을 ‘생계형 적합 업종 1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들은 향후 5년 동안 새로운 매장을 열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다. 고사(枯死) 위기에 허덕이는 동네서점으로서는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짙은 아쉬움이 곧바로 든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출판계에서는 흔히 출판생태계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 책의 콘텐츠를 만드는 저자, 그 콘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편집인과 발행인, 그 책을 유통시키는 서적도매점, 동네 서점 및 대형서점, 최종적 상품인 책을 사서 읽는 독자와 도서관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 속에서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어느 한 부분을 강화하거나 지원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움을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저자가 아무리 좋은 내용의 글을 써도, 출판사가 시대의 흐름과 가치에 부합되는 기획 방향으로 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제대로 빛을 보기 어렵다. 좋은 책을 만들어냈어도 서점에 제대로 깔리지 못해 독자와 만날 기회가 차단된다면 그 또한 의미가 없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추더라도 독자들이 책을 사거나 보지 않으면 진짜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출판생태계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동네서점만 뚝 떼어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호해준다면 동네서점 사장님들 입장에서 진정한 보호받는 느낌, 뭔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길까. 사실 책을 잃지 않는 문화 또한 도도한 흐름을 어찌해볼 수 없는 듯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0.8권, 2011년 12.8권, 2013년 11.2권이던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독서권수가 2017년 9.5권으로 낮아졌다. 또다른 통계인 연간 독서율은 일반도서(종이책) 기준으로 성인 59.9%다. 어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1권도 종이책을 읽지 않은 셈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정보와 지식을 취득하는 세상이니 누군가의 지적 게으름이나 세상의 부박함을 탓하기도 어렵게 됐다. 다시 송인서적 얘기다. 출판생태계를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모아져 송인서적은 다시 회생절차를 밟았다. 한국출판인회의와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계의 성원이 이어졌고, 온라인서점을 운영하는 인터파크가 인수인으로 나섰고, 결국 그해 말 인터파크가 56%, 채권자인 출판사들이 44% 지분을 보유하기로 하며 다시 살아났다. 정겨우면서도 구태의연한 어음 거래 관행도 많이 근절됐다하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이와 같은 출판계의 생태계 보전에 대한 간절한 자구 노력이 있는 만큼이나 정부의 출판·유통 지원 정책도 좀더 실효성 있게 펼쳐졌으면 좋겠다.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라면 중소벤처기업부 혼자 진행할 것이 아니라 출판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업해서 좀더 실질적이면서 선순환적 구조를 만드는 데 치중되어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인 규제를 받는 대형서점들 역시 출판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하지 않겠나.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과거시험·독서골든벨… 구로의 가을은 읽는다

    과거시험·독서골든벨… 구로의 가을은 읽는다

    독서문화 장려를 통해 지식복지 구현을 적극 추진하는 서울 구로구가 가을을 맞아 책을 즐길 수 있는 이색 행사를 마련한다. 구로구는 오는 11~12일 이틀 동안 구청, 고척근린공원, 오류동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등 곳곳에서 ‘책 축제’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소통·공감·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11일 오전 10시 구청 강당에서 열리는 ‘주민공감 대토론회’로 막을 연다. 구민, 도서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서관 만들기’를 주제로 원탁토론을 한다. 구는 토론회 결과를 향후 도서관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12일 오전 10시에는 고척근린공원에서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한 ‘과거시 경연대회’가 열린다. 전국에서 모인 응시자 100명이 하늘색 도포와 유건을 착용하고 한지와 붓을 이용해 작문 실력을 겨룬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어르신부로 나눠 진행되며 시제는 행사 당일 현장에서 공개된다. 이 밖에도 정여울 작가의 ‘책 읽는 즐거움’ 특강, 도서나눔, 북컬러링 체험, 마임공연, 문학과 음악을 결합한 그룹 ‘밴드 판’의 ‘어른 동화 콘서트’, 어린이와 부모가 한 팀이 돼 참여하는 ‘가족 독서 골든벨’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지역 도서관과 독서동아리의 각종 체험 부스, 지역서점과 출판사 홍보관, 먹거리존 등도 마련된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안철수, 정계복귀 초읽기?…‘마라톤’ 저서 곧 발간

    안철수, 정계복귀 초읽기?…‘마라톤’ 저서 곧 발간

    安, 베를린서 풀코스 완주신당 창당 등 정치재개 해석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대표 출신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조만간 자신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 전 의원의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30일 안 전 의원 지지 모임인 인터넷 카페 ‘미래광장’에 올린 글에서 “안 전 의원이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제목의 저서를 곧 내놓는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독일 출국 후 1년 만에 처음으로 신간을 펴내며 마라톤을 통해 배운 인생과 깨달음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라면서 “자세한 출간 소식은 해당 출판사를 통해 30일 중 공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는 지난 9월 29일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생애 두 번째 풀코스 도전 만에 3시간 46분 14초라는 기록으로 완주했다”면서 “1년 전만 해도 10㎞ 정도의 단축 구간을 운동 삼아 달리던 그가 짧은 시간,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단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독일 양 국민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베를린 하늘 밑에서 꼭 한번 완주해보고 싶다는 평소 그의 소망이 이뤄진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 전 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패배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그해 9월 1년 체류 일정으로 유학을 떠났다. 안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당권파인 손학규 대표와 비당권파인 유승민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분당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신당 창당을 포함한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의 책 출간은 큰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안 전 의원의 이번 출간도 정치적 함의가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안 전 의원 측은 일부 언론 매체에 “독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반추도 하고 비전도 내놓을 것”이라면서 정계복귀 시동에 대해서는 “본인의 존재감도 드러내려는 의도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국문학, 세계적 보편성 확보” 재확인한 K문학의 위력

    “한국문학, 세계적 보편성 확보” 재확인한 K문학의 위력

    “한반도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삶과 세계를 감각해 내는 섬세함이 세계적 수준의 보편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열렬한 관심,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기 등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은 한국 문학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개막일인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장은 “한국문학은 지금이 최대치가 아니라 이제 상승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역원에 따르면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 출간하겠다고 지원 신청을 해 오는 출판사는 5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어났다. 스웨덴에서도 한국 문학은 집중 조명받고 있다. 최근 스웨덴 문예지 ‘10TAL’은 한국문학 특집호를 발간했다. 시인 김혜순, 소설가 배수아·조남주의 작품과 미술작품을 조명했다. 도서전에 앞서 스톡홀름에서 열린 ‘10TAL’ 주최 북토크에 다녀온 김행숙 시인은 “강연 시간보다 질문 시간이 더 길 만큼 스웨덴 독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스웨덴어로 번역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은 총 30종이다. 1977년 김지하 시인의 ‘오적’에서부터 김소월, 이문열, 황석영, 문정희, 김영하, 한강 등의 작품이 나와 있다. 더 많은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번역가 양성이 급선무다. 윤부한 번역원 해외사업본부장은 “스톡홀름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가 2014년 25명이었는데 지금은 신입생만 60명”이라며 “한국 작가와 함께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 등을 통해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번역가로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스릴러 강국’에 뜬 K스릴러… 김언수 “이야기 기근의 시대, ‘현찰적 관점’으로 장편 써야”

    ‘스릴러 강국’에 뜬 K스릴러… 김언수 “이야기 기근의 시대, ‘현찰적 관점’으로 장편 써야”

    ‘스릴러 강국’ 스웨덴에 ‘K스릴러’ 대표 주자 소설가 김언수(47)가 떴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대표작 ‘설계자들’이 출간된 데 이어 그의 작품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4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 측은 ‘콕’ 집어 김언수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도서전 참석차 스웨덴을 방문한 작가는 2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 곳에서 만난 독자들과 자신의 문학관, 한국 문단에 대한 성토까지 거리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놨다. 그의 언변은 거침없이 내달리는 그의 소설을 닮아서, 한 시간 동안 풀어낸 정보량이 ‘설계자들’ 마냥 두꺼웠다. (‘설계자들’은 406쪽에 달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현지 독자들 만나 북 토크를 하고 온 것으로 안다. 반응들이 어땠나. “작년에 예비사절단으로 스웨덴에 온 적이 있다. 오전 9시였는데도 50명쯤 되는 북 토크 자리가 꽉 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알고 보니 9시 30분에 하는 북 토크 주인공이 스웨덴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여서 자리 잡으려고 내 세션에 앉아준 거다.(웃음) 스웨덴 사람들은 (북 토크를) 듣고 있는 표정들이 굉장히 진지하더라. 작은 서점에서 진행한 행사였는데 작년에 했던 모든 문학 행사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숨 쉬는 소리도 안 들릴 정도의 집중도였다. 예테보리도서전을 운영해서 남은 돈으로 이 어마무시한 호텔을 지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20만원 짜리 티켓을 사서 북토크를 듣는, 책에 대한 관심이 어마무시한 나라다.” -스웨덴에서 받은 질문 중 인상 깊었던 질문이 있나. “이 동네에선 정유정 작가라든가 나같은 우리나라 스릴러 작가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너희들은 스릴러를 왜 이렇게 쓰냐’고 하더라. 정해지는 스릴러의 룰이 있고 그걸 안 지키면 혼난단다. 스웨덴 스릴러는 딱딱하고 논리적이다. 한국 문학은 기본적으로 시적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설계자들’의 경우 이들이 말하는 스릴러의 공식도 따르지 않는데, 스웨덴에서 번역 출간되고 미국 메이저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의 자회사 더블데이에 판권이 팔렸다. 그 힘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국력이 세진 결과다. 프랑스 시골에 갔는데 젊은 여성들이 내 책을 사가더라. 방탄소년단의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내 소설을 사가는 거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다. 책이라는 것이 한 나라의 문화를 파는 것인데,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 우리나라 브랜드는 양질의 재료들이 있었는데도 그 동안 안 알려졌다. 어느 발화점 넘어 영화나 한식 같은 것들에서 엄청난 열풍이 불었다. 할리우드와 유럽 영화는 100년 동안 이야기 세계를 지배해왔지만, 이젠 거기에 다들 질렸다. 한국 문학엔 뭐 없는지 예전에 후추 찾듯이 찾고 있는데, 정유정 작가라든가 (내가) 덤으로 끼어 들어가고 있는 거다.” -우리나라 문학은 유난히 장편 소설보다 단편에 집중한다. 김 작가는 정유정 작가 등과 함께 장편 쪽에 힘을 주면서 기존 한국문학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단편은 이야기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단편은 신춘문예 시스템이 만드는 ‘문제’다. 나는 17살부터 신춘문예에 지원했는데 32살에 등단했다. 그 때까지 단편만 쓴 거다. 옥탑방에 들어가서 첫 장편을 썼는데, 태백에 있는 폐교에서 펑펑 울었다. 장편을 하나도 모르고, 장편 쓰는 근육이 없었던 거다. 70매짜리를 쓰는 근육과 1500매를 쓰는 근육은 다르다. 어릴 때는 근육이 잘 붙지만 늙어서는 아니다. 외국은 책을 내야 작가고, 장편 소설 쓰기를 적극 권한다. 전 세계가 이야기 대기근의 시대다. 넷플릭스 판권료는 계속 올라가는데 소설가들은 가난하다. 한국문학이 가진 장점이 있는데 등단하는 친구들한테 단편 말고 장편을 쓰게 한다면 10년쯤 후 우리나라는 어마무시한 나라가 될 것이다. ‘해리포터 1’은 산발적으로 돈을 벌었는데 ‘해리포터 2’는 삼성전자의 1.5배를 벌었다. 이야기 산업의 엄청난 파워다. 우리나라는 이야기 전문가가 없다. 단편으로 시작해서 장편 쓸 때쯤 되면 다 이미 진이 빠져 있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이야기인데 이야기 산업의 체질을 떨어뜨리는 거다. 좌백(무협 소설 작가)과 대학을 같이 다녔는데, 하루에 10시간씩 글을 쓰더라.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문단에서 써주냐’는 거다. 드라마나 영화쪽 사람들은 본인들이 필요하니까 쓰지만, (무협 등 장르소설 작가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나 대우나 논의가 없다. 출판사 사람 만나면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소설 써서 종이 팔겠다고 마음 먹으면 사양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소스를 만들겠다고 하면 미래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종이를 못 버린다.” -허진호 감독이 ‘설계자들’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제작 상황은 어떤가. “국외 판권은 영국의 ‘더 잉크 팩토리’에 팔렸다. 국내에선 2010년에 판권이 팔렸는데 제작에 세 번 실패했다. 허진호 감독에게 가서 판권 기간이 끝날 때까지 하고 있는 중인데, 설계자들은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설이 아닌 거 같다. 맨날 엎어지니까. 문학하는 사람들 만나서 순수, 아우라, 진정성 이런 얘기 하다가 영화 하는 사람들 만나면 현찰 얘기가 나온다. 현찰적, 독자적 관점인 거다. 재미없으면 빼야 한다. 이전에 문학을 할 때 ‘작가는 자기 영혼에 대해 써야한다’는 관념이 있었는데 영화쪽 선배들을 만나보니 촌스러운 개념이었다. 누가 김언수 소설에 관심이 있나. 없다. 김언수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있다. 김언수는 후지지만 김언수의 이야기는 위대할 수 있는 거다. 자기 존재 개인을 증명하는게 아니라 행위와 액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문학은 그런데 여전히 ‘나’, 에고(Ego)를 보여주려고 한다. 멋은 있는데 돈은 안 들어온다. 대한민국 소설가 평균 연봉이 200만원이다. 이야기 대기근의 시대에 왜 소설가가 밥을 굶느냐. 모두가 콘텐츠를 원하는데 우리가 이야기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곳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어떤 얘기를 할 계획인가. “‘영상과 문학’이라는 주제는 미래에도 소설가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나는 소설이 더더욱 입지가 커지고 더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을 한다. 소설은 이야기의 완전체다. 영화 제작에 100억이 든다면 소설은 언어라는 무한한 질료랑 1인 노동자만 있으면 되니까 저렴하다. 헐리우드 대자본이 요구하기 때문에 소설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왕좌의 게임’이나 ‘하우스 오브 카드’ 보면 21세기 셰익스피어는 이런 거구나 싶다. 내가 읽었던 웬만한 소설보다 인간의 내면 우리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영상과 소설은 같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진화해갈 것이라고 생각람자.. 근데 우리는 문학과 영화판이 서로를 무시한다.” -예테보리도서전에 초청된 한국 작가들 라인업, 이런바 ‘순문학’을 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김언수’는 도드라진다. 앞으로 한국 작가들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둘 때, 어떤 것들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제는 아무도 책을 안 본다. 예전에 소설로 독자들이 바로 갔다면 이제는 뮤지컬, 영화 등 치환된 형태로 보는 거다.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21세기가 되면서 필터가 하나 더 생긴 거다. 변화를 약간 인정하자는 거다. 요즘 세대는 책을 안 읽는 둥 멍청해진다는 둥 계몽을 할 게 아니라 할리우드가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독자가 영화를 보다가 작가가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영화는 멍하게 보게 되는 거지, 독자가 영화감독이 되는 선순환이 안 일어난다. 훌륭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선 책을 읽는 훈련을 해야 하고, 상상력의 근육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매우 산업적인 이유 때문에 소설은 부흥할 거라고 본다. -소설을 왜 쓰는가. “소설 쓰는 게 좋다. 이야기의 핵심은 체험이다. 한 인간은 짧은 생에 유한자의 삶을 산다. 그러나 이야기를 만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배우 최민식씨가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마를 연기하고 나서 악마에서 못 빠져 나와 6개월에서 1년 정도 고생했다고 하더라.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설계자들’에서 킬러 얘기가 나오는데 (캐릭터에) 들어가기도 어려운데다 들어가고 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현실이 몽롱해지고 소설 속 세계가 선명해진다. 그 느낌이 아주 좋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다른 삶을 체험하기 위한 것. 이 과정 자체로 재미있다. 돈이 안 돼서 그렇지. -이야기의 영감은 어디서 떠오르나. “영감이 안 떠오른다. 영감을 안 믿는다. 필립 로스는 “아마추어는 영감을 기다린다. 프로는 옷을 입고 일을 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들어가야 하는 이야기를 계속 보고, 잘 안 들어가지면 들어갈 때까지 본다. 예전에는 잘 안 보이는데도 억지로 들어가서 썼다. 그런데 지금은 계속 본다. ‘소설을 쓰지 말고, 살라’고 했는데 그 말을 알아듣는데 10년 걸렸다. 너무 늦게 배워서 내가 낸 책이 몇 권 없다. -다음 작품, ‘빅 아이’는 언제 나오나. “내년에 문학동네에서 만드는 웹진에 연재될 계획이다. ‘빅 아이’는 세상을 보는 큰 눈이라는 의미도 있고, 참치 이름이기도 하다. 1960년대 한국 어부들의 얘기다. 달러를 벌 수 있는 데가 월남전, 파독 간호사와 광부, 원양어선 선원들이었는데 이들 중 선원들이 독일 광부들의 스무배를 벌었다고 한다. 사모아에 가면 비석들이 많은데 그 바다에서 어부들이 1000명쯤 죽었다. 내년 3월에 연재 시작해서 9월에 끝난다.” -글 쓰는 과정에서 영상화를 염두에 두나.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다 염두에 두고 쓴다. 소설은 문학은 원 소스를 갖고 있는 것이고 맨 앞에 가야하는 것이다. ‘해저 2만리’, ‘어린 왕자’, ‘장발장’ 다 훌륭한 이야기다. 소설의 본령은 슬픔의 감정을 노래하는 마음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있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건 노래와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이야기로 삶을 정리하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드라마와 소설을 보는 거다. -최근에 읽은 좋은 작품은? “최근에는 (‘빅 아이’ 때문에) 어구, 미끼 이런 것들만 보고 있다.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좋아한다. 위로 받는 느낌. 나보다 100배 한심한 미국 소설가인데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더라. -웹소설이나 장르문학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필드에 모아놓고 싸우면 승자만 남겠지. 나는 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이 있는게 아니라. 이종격투기처럼 다 모아 싸우는데, 쿵후하는 사람과 복싱하는 사람은 안 붙는, 이런게 우리 콘텐츠 체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학은 혼종 교배를 해서 엉켜있지 않으면 유전적으로 질환이 많이 생긴다. 한 번 붙어봐야 한다. 뭐가 ‘고급한 것’이고 뭐가 후진 것인지.”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 신앙생활에 사용되는 언어 의미·사용 저술

    [책] 신앙생활에 사용되는 언어 의미·사용 저술

    세상을 변화시키는 학문(최용준 지음, 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 책은 교회에서 혹은 신앙생활에 사용되는 언어의 의미와 그것의 잘못된 사용에 집중해서 저술했다. 따라서 성도가 읽으면 가장 유익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성도를 양육하는 목회자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자자는 “이 책은 신학적인 사유를 훈련하는 신학생들은 기독교의 기본 언어의 의미와 그것의 사용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새로운 신학함의 출발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분자 교육이나 특히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교사들이 함께 읽거나 교육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책] 생활 건강 확장법·활용법·치유법·회복법 등을 집대성

    [책] 생활 건강 확장법·활용법·치유법·회복법 등을 집대성

    오감 멀리테라피(장석종 지음, 서교출판사 펴냄) ‘오감 멀티테라피’는 자연치유 학자 장석종 교수가 오감과 영감을 통합한 자연치유학 분야 역저로서 생활 건강 확장법과 활용법, 치유법, 회복법 등을 집대성했다. 입문 30년, 임상 20년의 자연치유 노하우가 담겨져 있고 특별히 에너지테라피를 정립해 근원적 치유를 도모하려는 저자의 열정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 선조들이 행한 자연 의학을 비롯한 동서양의 다양한 자연치유 방책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방대한 자연치유 분야를 오감 멀티테라피 관점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고유 파장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데 특히 이 책에는 고유에너지를 활용하는 다양한 자연치유 방법들이 수록돼 있다. 양자의학적인 채널링과 원격치유, 한 영혼의 온전한 치유를 위한 관계치유, 다양한 에너지치유 정립, 상처와 쓴 뿌리로 인한 감정치유, 보이지 않는 기능적 이상을 조절하는 기능 치유학, 그리고 체질과 푸드테라피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적용법들이 담겨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가을감성 채워 줄 장강명 소설 ‘그믐, 또는…’ 다시 무대 오른다

    가을감성 채워 줄 장강명 소설 ‘그믐, 또는…’ 다시 무대 오른다

    작품성과 예술성이 검증된 연극 한 편이 가을, 서울 남산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극단 ‘동’과 공동 제작한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10월 9일부터 27일까지 공연한다. 제2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장강명의 소설을 각색해 지난해 9월 남산예술센터에서 초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작품은 ‘기억’, ‘시간’, ‘고통’, ‘속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시도한다. 극 중 남자와 여자는 고등학교 시절 연인이었다. 동급생 영훈을 살인한 죄로 교도소에 간 남자는 ‘우주 알 이야기’라는 소설을 써 여자가 일하는 출판사에 보낸다. 여자는 소설의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인 것을 알고 남자를 찾아간다. 한편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남자를 쫓는 영훈의 어머니는 재회한 두 사람의 주변을 맴돌고, 남자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세상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었는지를 깨닫는다. 초연 이후 “추상적인 소설의 내용이 신체행동 연극을 주로 펼치는 극단 ‘동’의 장점과 잘 결합된 수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제5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았다. 또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7’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울어진 원형 무대도 이 작품의 미학적 특징이다. 원형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세계를 표현하는 배우들은 균형이 무너진 채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몸짓을 만든다. 강량원 연출가는 “소설을 읽었다면 책과 연극을 비교하는 재미를, 읽지 않았다면 공연을 통해 작품을 알아 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와글와글 북적북적” 부천서 28일 기업한마당·글쓰기·북 축제

    “와글와글 북적북적” 부천서 28일 기업한마당·글쓰기·북 축제

    오는 28일 경기 부천시청 잔디광장과 중앙공원·상동호수공원 일대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축제가 열린다. 23일 부천시에 따르면 지역내 중소기업과 부천시 대표 경제축제인 ‘제13회 부천기업한마당’, 전국 최고 도서관인 시 도서관이 시민과 책으로 소통하는 ‘제19회 부천 북 페스티벌’, 전국 어린이·청소년이 글쓰기로 문화도시 부천을 알고 즐길 수 있는 ‘제1회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글쓰기 축제’, ‘제10회 부천시 가치같이 페스타’ 가 이번 주말에 펼쳐진다. ●부천 중소기업과 시민 함께하는 부천기업한마당 부천 중앙공원 북쪽에서는 ‘부천기업한마당’이 열린다. 기업 60곳을 비롯해 특성화고 2개교, 금형·조명·로봇·패키징·세라믹 등 5대 특화산업 관련 8개 기관이 참여해 90개 행사부스를 운영한다. 부천에서 생산된 제품을 시중가보다 할인 판매한다. 올해는 개막식 대신 공연으로 장을 시작하고 참여자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또 부천전국버스킹대회 입상자의 버스킹·로봇댄스공연, 캐릭터양초 만들기, LED무드등 만들기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부천기업한마당은 28~29일 이틀간 이어진다. 자세한 사항은 기업지원과(032-625-2761)나 부천상공회의소(032-663-6601)로 문의하면 된다. ●책의 모든 순간 경험 제19회 북페스티벌 시청 잔디광장에서는 ‘부천 북 페스티벌’이 열린다. 책의 다양성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저자 강연회와 북 콘서트, 가족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청 어울마당에서 김수영 작가의 강연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정재찬 교수가 ‘‘그대를 듣는다: 시를 통한 공감과 소통’’ 주제로 강연한다. 오후 4시에는 시청 잔디광장에서 2019년 부천의 책 ‘나는 토토입니다’ 저자 심흥아 작가의 북 콘서트를 진행한다. 시청 잔디광장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원미초등학교 학생들의 국악합주 공연과 부천 청소년 댄스 동아리 공연, 코미디&저글링쇼가 펼쳐진다. 일부에는 한국출판인회 소속 14개 출판사와 지역 서점, 독립서점 등이 참여하는 대표 도서 판매와 진로 체험, 책갈피 만들기 등의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부천 북 페스티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www.bcl.go.kr)에서 확인하거나 상동도서관 독서진흥팀(032-625-4541~4543, 4552)으로 문의하면 된다. ●전국 어린이·청소년 대상 첫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글쓰기축제 부천 중앙공원 남쪽에서 오전 11시부터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 글쓰기 축제’가 열린다. 전국의 어린이·청소년이 글쓰기를 통해 부천의 문화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글쓰기 대회와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총 상금 700만원의 글쓰기 대회는 100명 이상에게 수상의 기쁨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제는 대회당일 현장에서 공지한다. 대회 참석자를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풍성하다. MC 레크리에이션을 시작으로 코미디 서커스 퍼포먼스, 댄스시어터 루트 발레공연 등 어린이·청소년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나만의 손수건·시화엽서 만들기, 캘리그라피·시 창작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준비했다. 글쓰기 축제에 참여를 희망하는 어린이·청소년은 글쓰기 축제 홈페이지(www.부천글쓰기.com)에서 신청하거나, 축제 당일 현장에서 참여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부천시 문화산업전략과(032-625-9387) 또는 주관사인 경인일보(031-231-5511)로 문의하면 된다. ●사회적 가치 같이 나누고 누리는 ‘가치같이 페스타’ 부천 상동호수공원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경험할 수 있는 ‘제10회 부천시 가치같이 페스타’가 열린다. 올해는 사회적경제에 노인통합돌봄사업을 접목시켜 사회적경제 및 정책홍보를 펼치며 공원의 특징을 살려 에코축제도 연다. 시민들이 보다 흥미롭게 사회적경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가치하ZONE, 함께하ZONE, 지구를지켜ZONE, 놀이ZONE, 잠시멈춰ZONE, 찍어ZONE, 맛ZONE 등 6개 구역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및 문화 공연을 준비했다. 특히 시는 28일 개최하는 공원 축제와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연계해 ‘가을 타는 부천시티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전 신청하면 부천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와글와글북적북적’행사와 부천 상동호수공원에서 열리는 ‘가치같이 페스타’뿐만 아니라 박물관과 천문과학관, 아트벙커B39 등을 버스로 투어할 수 있다. 시티투어 예약 등 자세한 사항은 부천문화원(032-656-4306이나 홈페이지 www.bucheonculture.or.kr)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반세기 잊혀진 노들섬, 음악섬으로 다시 태어나다

    반세기 잊혀진 노들섬, 음악섬으로 다시 태어나다

    한강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도시의 외딴섬으로 잊혀 갔던 ‘노들섬’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한강대교를 만드는 과정에 생긴 인공섬인 노들섬은 1970년대 이후 한강 개발 바람이 불면서 여러 사업들이 추진됐으나 무산돼 빈 땅으로 남아 있었다. 서울시는 용산과 노량진을 잇는 한강대교 아래 노들섬이 자연생태 숲과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과정을 거쳐 재탄생했다고 18일 밝혔다. 정식 개장식은 오는 28일 열린다. 핵심시설은 용산 쪽 방향 한강대교 왼쪽에 새롭게 들어선 연면적 9747㎡의 ‘음악 복합문화공간’이다. 기존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도록 3층 이하 건축물을 다양한 높이로 배치했다. 이곳에는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인 ‘라이브하우스’, 서점 겸 도서관인 ‘노들서가’, 음식문화공간, 식물 공방 등이 있다. 라이브하우스는 456석(스탠딩 때 874석) 규모로 콘서트에 최적화한 음향, 조명, 악기시설과 리허설 스튜디오까지 갖췄다. 노들서가는 15개 독립 서점과 출판사가 계절별로 선별한 책을 선보인다. 한강대교 반대편으로는 3000㎡ 규모의 잔디밭 ‘노들마당’이 펼쳐진다. 3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야외공연장과 피크닉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시는 건물을 다 지은 뒤 운영자를 선정하던 기존 방식 대신 운영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선정하고 이에 맞게 설계해 적합한 공간을 조성하는 ‘선 운영구상, 후 공간 설계’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선정된 민간 위탁 운영자인 ‘어반트랜스포머’가 노들섬에서 진행될 프로그램 기획·운영, 시설 관리를 총괄한다. 시민들이 걸어서 찾을 수 있도록 한강대교에 별도의 보행 전용 다리를 신설하는 ‘백년다리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들섬은 시민의 참여와 의견 수렴으로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운영자를 우선 선정해 기획·설계·시설 조성 후 운영 프로그램을 마련한 모범적 사례”라면서 “성장하는 음악인들의 특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부고]

    ●최일(동신대학교 총장) 최건(미국 실리콘밸리 수석연구원)씨 부친상 최용훈(광주케이블 TV 대표이사)씨 장인상 16일 광주 서구 매월동 VIP장례타운, 발인 19일 오전 8시 20분 (062)521-4444 ●김진수(한겨레신문사 출판사진부 기자) 지희(파주 한빛초등학교 교육행정실장)씨 모친상 전명열(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 변전건설부 차장)라승재(씨텍 운영팀 근무)씨 장모상 17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11시 30분 (031)900-0444 ●서영섭(전 경남은행 상무)씨 별세 동수(세원지앤씨 상무)씨 부친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5시 30분 (02)3410-6919
  • [부고]

    ●박종현(복있는 사람 출판사 대표)씨 부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2)2258-5940 ●윤운호(전 국제로터리 3670지구 총재)씨 모친상 15일 전주 예수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63)285-1009 ●이전문(전 밀알장학재단 이사장)씨 별세 경호(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차장)씨 부친상 윤애리(크리스챤 디올 부장)씨 시부상 안지훈(삼성전자 프로) 최성학(우리전력 대표이사)씨 장인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000 ●김용환(전 순천상호신용금고 사장)씨 별세 김훈(동의대 한의대학장) 김웅(법무연수원 교수)씨 부친상 16일 순천성가롤로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61)900-4425 ●최일문(우리은행 전략기획부장)씨 장모상 16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02)2227-7500
  • [부고]

    ●박종현(복있는 사람 출판사 대표)씨 부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2)2258-5940 ●윤운호(전 국제로터리 3670지구 총재)씨 모친상 15일 전주 예수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63)285-1009 ●이전문(전 밀알장학재단 이사장)씨 별세 경호(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차장)씨 부친상 윤애리(크리스챤 디올 부장)씨 시부상 안지훈(삼성전자 프로) 최성학(우리전력 대표이사)씨 장인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000 ●김용환(전 순천상호신용금고 사장)씨 별세 김훈(동의대 한의대학장) 김웅(법무연수원 교수)씨 부친상 16일 순천성가롤로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61)900-4425 ●최일문(우리은행 전략기획부장)씨 장모상 16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02)2227-7500
  • 英존슨 “난 헐크”… EU엔 협상안 제시 못해

    英존슨 “난 헐크”… EU엔 협상안 제시 못해

    융커 EU위원장과 회동선 대안 못 내놔 벨기에 前총리 “트럼프가 봐도 유아적”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음달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자신을 만화 캐릭터 ‘헐크’에 비유했다. 하지만 당장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동에서는 아무런 협상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존슨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회동 전날인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메일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10월 31일에 나갈 것이다. 그렇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 출판사 마블의 슈퍼히어로 만화 주인공 헐크를 들먹이며 브렉시트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배너 박사(헐크의 변신 전 캐릭터)는 족쇄에 묶여 있을지 모르지만 자극을 받으면 그것을 부숴 버린다”면서 “헐크는 화가 날수록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헐크는 단단하게 묶여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항상 벗어난다”며 “우리나라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도 브렉시트를 미루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만화 주인공 배너 박사이자 헐크이고,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이들의 주도로 제정된 ‘노딜 방지법’(10월 중순까지 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EU 탈퇴 시한을 연기하도록 한 법안)은 족쇄로 본 것이다. 이런 비유는 곧바로 조롱으로 되돌아왔다. 유럽의회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했던 기 베르호프스타트(현 유럽의회 의원) 전 벨기에 총리는 트위터에 “트럼프적인 기준에서 보더라도 헐크 비유는 유아적”이라며 “EU가 그런 것에 겁을 먹을 것이라고 보나? 영국인들은 감동했을까?”라고 올렸다. 영화에서 헐크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마크 러펄로 역시 트위터에서 “존슨 총리는 헐크가 모두를 위해서만 싸운다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융커 집행위원장은 16일 존슨 총리와의 회동 뒤 “영국이 여전히 EU 탈퇴 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 안전장치(백스톱)를 대체할 실행 가능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으로 운영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영국의 책임”이라면서 “아직 그런 제안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부고] 박종현씨 부친상, 이경호씨 부친상, 김웅씨 부친상

    ●박종현(복있는 사람 출판사 대표) 씨 부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2-2258-5940 ●이경호(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차장)·이자연·이수연씨 부친상, 윤애리(크리스챤 디올 부장)씨 시부상, 안지훈(삼성전자 프로)·최성학(우리전력 대표이사)씨 장인상, 16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000 ●강양신 씨 남편상, 김훈(동의대 한의대학장)·김민·김웅(법무연수원 교수) 씨 부친상, 16일 오전 8시, 순천성가롤로병원 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8시. 061-900-4425
  • 판 커진 오디오북, 돈 소리가 안 들린다

    판 커진 오디오북, 돈 소리가 안 들린다

    연예인·작가들, 성우로 나서고 100시간 대작 등 시장 뜨거워 종이책보다 높은 제작비 부담 정부·포털 지원 나섰지만… 업계 30% “오디오북 불필요”황금가지 출판사는 지난 7월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가운데 대표작 12편을 골라 오디오북으로 냈다. 출판사 측은 스타급 성우진 53명을 동원하고, 현장감을 살리려고 효과음과 음악까지 입혔다. 전체 러닝타임이 무려 100시간에 이른다. 제작 기간도 1년이 넘고, 제작비가 2억원이나 들었다. 출판사 측은 “네이버에서 투자를 받아 제작했다”면서 “오디오북 시장이 활성화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 말했다.오디오북이 출판물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민식, 이병헌, 이제훈, 한지민 등 배우들이 성우로 나서고, 소설가 김영하와 같은 유명 작가들도 자신의 책을 읽는다. 구글이 2017년 말부터 국내 업체들과 제휴해 오디오북 1만종을 판매 중이며, 교보문고도 지난해 5월부터 오디오북을 내놓기 시작해 현재 25종을 자체 제작·출간했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에서는 오디오북 채널 1000여개가 활동 중이다. 오디오북플랫폼 ‘윌라’를 비롯해 ‘밀리의 서재’와 같은 곳이 회원제 오디오북 서비스도 시작했다. 오디오북 시장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수익을 거뒀다는 곳은 찾기 어렵다. 2017년 5월쯤 오디오북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KTB네트워크가 300억원 규모 오디오콘텐츠 펀드를 조성하면서부터다. 네이버는 오디오북 업체 ‘오디언’을 인수한 뒤 지난해 7월 플랫폼 사이트 ‘오디오클립’을 열었다. 출판사에 오디오북 제작비를 지원하고, 녹음 스튜디오 무료 제공 등 혜택을 제공하며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린다. 오디오북 시장이 들썩이자 정부도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콘텐츠센터에서 오디오북센터를 열었다. 2억여원을 들여 241.61㎡(73평) 규모에 오디오북 녹음실 4개와 편집실 3개, 녹음 및 음향장비를 갖췄다. 출판진흥원 미래산업팀 관계자는 “미국은 전체 출판시장 10% 이상이 오디오북이고,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도 오디오북 비율이 높아진다. 우리도 이런 추세에 맞춰 센터를 열었다”면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꺼리는 중소형 출판사를 위한 여러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오디오북에 관한 출판계의 시각은 다소 냉랭하다. 출판진흥원의 2017년 출판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618개 전자책출판사들은 오디오북 필요성에 대해 보통 40.2%, 불필요(매우 불필요+불필요) 30.9%, 필요하다(매우 필요+필요) 28.9% 순으로 대답한다. 28개 전자책유통사에 오디오북 시장가능성을 물어본 결과, 보통 53.1, 낮음(매우 낮음+낮음) 27.7%, 높음(매우 높음+높음)은 19.3% 순이었다. 오디오북 성장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로는 제작 비용이 꼽힌다. 종이나 전자책보다 제작비가 너무 높다는 뜻이다. 이중호 한국콘텐츠 대표는 “전자책 제작 비용이 권당 20만~30만원 정도지만, 오디오북은 500만~800만원 수준이다. 상당 부분이 내레이터와 성우 비용인데, 유명 성우나 배우에게 400만~500만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네이버나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오디오북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비용과 비교하면 수익이 좀체 나질 않는다”면서 “앞으로 시장이 커질 것은 분명한데, 그게 언제쯤일지 모호한 안개 시장”이라고 말했다. 제작비를 낮춰도 앞으로 수요가 있을지, 여기에 맞춰 다양한 유통 채널이 생겨날지도 관건이다. 이 대표는 “국내 오디오북 시장을 대개 100억대 규모라고 하지만, 아직 제대로 측정한 조사 자체가 없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 30억원 안팎,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은 이보다 훨씬 작을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네이버와 정부가 돕겠다고 나서지만, 출판사로선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앞으로 오디오북 시장도 출판사가 어떻게 나서느냐가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미국 출판시장에서 오디오북 절반 가까이 성적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에로티카’이고, 일본 역시 전자책의 70% 정도가 ‘성인물 만화’다. 한마디로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쓰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이와 달리 처음부터 고급화를 지향하는데, 제작비와 수요를 잘 따지지 않은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하다 시장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채근담 하룻말 3] 박영률 “무더운 여름날 느낀 채근담의 참 맛”

    [채근담 하룻말 3] 박영률 “무더운 여름날 느낀 채근담의 참 맛”

    7일 ‘채근담 하룻말’의 옮긴 이 박영률(62) 커뮤니케이션 북스 대표와 막걸리 마시며 나눈 얘기에 살을 보태 9일 보낸 질문지에 답을 보내왔다. 1편 보러 가기 2편 보러 가기 몸통 없고 행동과 사유, 갈등과 결단의 흔적만 남은 채근담은 쓴 사람, 읽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이 3분의 1씩 감당하는 책 Q. 한문학 전공자가 아닌데 어려움이나 두려움이 만만찮았을 것 같다. A. 채근담을 처음 본 것이 1974년, 고교 시절이었다. 그 뒤로 여러 번 만났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오랜 우리 문화의 한 쪽 정도라 여겼다. 남들도 그러리라 생각했고. 한문도 우리 문장 아닌가? 고교 때부터 배웠고 뒤로도 틈틈이 고전을 들춰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 생활 지혜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이번에 고생 톡톡히 했다.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처음엔 엄청나게 긴장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이 책은 쓴 사람이 삼분지 일, 읽는 사람이 삼분지 일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이 삼분지 일을 감당하는 책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신나게 썼다. Q. 그래도 전공자로부터 공격당할 두려움 같은 게 없는지. A.난 전공자가 아니므로 전공자가 공격할 대상이 되지 못한다. 난 글을 글로 옮긴 것이 아니다. 원문이 묘사하는 삶의 상황, 인간 심리를 오늘의 상황에서 재현한 뒤 현대 생활 언어로 다시 쓴 것이다. ‘채근담 하룻말’에서 홍응명의 ‘채근담’은 뼈와 혈관만 남아있다. 살과 신경망은 내가 붙였다. 그래서 몸통은 사라졌고 행동과 사유, 갈등과 결단의 흔적만 남아 있다. 한문학의 평가는 엄혹하겠지만 대중의 마음 양식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옳고 그름→속도와 양, 언제 얼마나 해야 하는지가 중요한데 의식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세계는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Q. 그런 점을 감수하고도 이 책을 내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좋아서였을 것 같다. 그 점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면. A. 살아가면서 매일 묻는 질문이 있다. 어디까지가 적당한가? 어릴 때는 무엇이 옳은가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이 쉰을 넘고 나서는 옳고 그른 것은 대개 짐작된다. 그러고 나니 다음 도전자가 나타났다. 옳은 쪽으로 가도 결과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는 반성이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속도, 곧 양의 문제였다. 좋은 것도 너무 많아지면 썩는다. 옳은 것도 너무 늦거나 빠르면 사람을 해친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언제, 얼마나 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이 책 183일 자에 이런 글이 있다. “남의 잘못을 나무랄 때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말라. 그가 받아 낼 수 있는 만큼만 하라. 모범으로 사람을 가르칠 때 너무 높은 수준을 보이지 말라. 그가 따라올 수 있는 만큼만 하라.” 간단한 얘기다. 그러나 가르침은 깊다. 인간관계는 반드시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질책이나 모범의 목적이 뭔가? 상대의 변화다.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오히려 주인이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난 이렇게 하지 못했다. 남에게 뭔가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할 때 상대보다 나에게 더 집착한 자신을 본다. 자주 본다. 그랬으니 아무리 좋은 말도, 멋진 행동도 사태를 개선시키지 못했다. 상대가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없는 수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옳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이 책은 곳곳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한다. 글을 놓고 자신의 삶을 비춰 보면 배우는 게 많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 수 있는지를 몰라 답답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Q. 옮긴이의 글을 보면서 가장 알듯 모를 듯한 대목이 ‘본능은 도전하지만 문화는 지킨다. 생명과 생활을 만드는 이 둘의 충돌, 그 현장은 곧 세계가 된 나다’는 것이었다. A. 쉬운 말이다. 우리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문화를 배우며 살다 죽는다. 곧 생명은 본능이고 생활은 문화다. 뇌과학을 빌려 말하면 변연계와 신피질의 관계다. 프로이트가 이 문제를 제기했고 마르쿠제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의 책 ‘에로스와 문명’은 문명사회에서 인간이 문화에 소외되는 현상을 분석한다. 우리는 매일 이 둘의 충돌을 목격한다. 배는 고픈데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사랑하는데 상대가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 본능과 문화는 이렇게 삶을 만들고 제어한다. ‘세계가 된 나’는 주체와 객체의 통일 상태를 말한다. 언제나 다투지만 한 치의 틈도 없이 서로 기대는 관계, 상대를 부정하지만 이미 자기 안에 상대를 품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식이다. 존재는 이미 그런 조건 속에 있지만 의식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세계는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Q. 옮기면서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재미있었던 날은. A. 옮긴이 머리말 쓸 때였다. 내용에 대해 쓸까, 옮김에 대해 쓸까, 내 감상을 쓸까 이리저리 생각했다. 다 중요해서 선택이 어려웠다. 마침 비가 그쳐서 무더운 날이었다. 회사 앞길 건너에 노점이 있다. 아주머니가 옥수수를 쪄 판다. 찜통에선 하루 종일 김이 무럭무럭 올라온다. 파는 이나 사는 이나 온통 땀범벅, 왠 날이 이렇게 덥고 비는 왜 이렇게 자주 오냐고 다들 하늘을 원망했다. 우리 회사 앞에 버려진 화분이 있었다. 옥수수 사 들고 돌아오는데 폐사한 화초에서 새잎이 나고 있었다. 유난히 더운 날씨와 잦은 비가 아니었으면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길 하나 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지옥과 천국의 공존, 삶과 죽음의 교환, 덥다 춥다 떠든 내가 부끄러워졌다. 참으로 채근담다운 날이었다. 책상에 앉자마자 옥수수 씹으면서 머리말을 다 썼다. 시원한 여름날이었다. 일의 선후 따질 때 채근담 돌아보니 마음 가벼워지고 머리 맑아지고 출생과 사망 잊지 않는다면 현재 삶의 잘잘못을 평가하기 쉬워지는데 Q. 원래는 359편이다. 그런데 궈마이 판이 일일일언으로 꾸미려 365편을 채우고 치바이스의 그림을 무심하게 엮어넣었고? A. 명나라 때 처음 책이 나왔고 청나라 때도 많은 판본이 나왔다.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여러 판본이 출판되었다. 지금 우리가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판본도 수십가지다. 편 수는 제각각이다. 궈마이 판은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염두에 두고 365편을 모은 듯 싶다. 치바이스 그림은 그의 화집에서 골라 실은 것이다. 글과 그림이 꼭 맞지는 않지만 꼭 틀리지도 않는다. 삼분지 일은 읽는 사람 몫이다. Q. 책을 옮기는 과정에 옮긴 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온건가? A. 올해 유난히 분주했다. 회사 일뿐만 아니라 출판계 공익근무도 맡아 긴장이 높아졌다. 회사도 사옥 지어 옮긴 지 얼마 안 되어 정리할 것이 적지 않았고 2020년을 목표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도 몇 건 되었다. 목적과 성격이 다른 일 여러 가지가 한번에 닥치면 마음이 예민해진다.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면 머리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이러다 생활 리듬을 잃게 되면 몸까지 망가진다. 대소경중을 따져 과제목록을 짜보지만 헝클어지기 일쑤다. ‘채근담’을 다시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정말 중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 지금 해야 할 일과 미뤄야 할 일, 집중해야 할 일과 바라보아야 할 일을 가려내는 법을 홍응명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정을 확정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채근담을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마음이 가벼워졌고 머리도 맑아졌다. Q. 연령에 따라 채근담 하룻말을 보는 이들의 생각과 접근에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여튼 밀레니얼 세대도 읽을 수 있게 하고, 청년과 중년 시절 채근담을 접해본 이들에게는 조금 다른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싶었을 것 같다. A. 책은 읽어야 살아나는 물건이다. 그래서 읽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한문을 읽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삼황오제의 옛일과 옛 중국의 생활 습관과 유가와 도가, 불가 유명짜들의 행적에 공감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지면 된다고 하겠는가? 그래서는 채근담이 안 된다. 이 책은 밥 먹듯이, 숨 쉬듯이 보는 책이다. 그러자면 오늘의 채근담은 쉽고 분명해야 한다. ‘채근담 하룻말’에 군자, 성현, 도, 천지, 성현과 같은 단어가 보기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말로 바꿨기 때문이다. 생활 언어 수준의 단어를 찾아 바꿔놓았다. 예를 들어 길 도 자는 길, 마음 길, 눈길, 발길로 썼다. 사람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도의 가능성은 여기까지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때 길에서 지나는 사람을 가로막고서는 “도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특정 교리를 설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습기 짝이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보고 이건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도를 신비한 무엇으로 생각하고 기대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넌센스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길을 길 아닌 무엇으로 신비하게 포장했기 때문이다. 누가 이 짓을 한 것인가? 우리 교육 환경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지 않겠나? 채근담은 어려운 이야기를 적어 놓은 고담준론서가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본능을 통제하고 문화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삶의 경험을 반성하고 잊은 다짐을 일깨울 수 있게 돕는 책이다. 예전에 어려운 ‘채근담’을 경험했던 독자라면 ‘채근담 하룻말’에서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Q. 정말로 하루 한 편을 실천한 이가 나타나면 한 턱 쏘아야 하는 것 아닌가. A. (기자가) 오버하는 것 같다. 난 하루 한 편만 읽기를 권했지, 실천하라고 등을 떠민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턱 쏘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쏠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읽은 것과 생각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책 한 줄 읽고 그걸 하루에 한 가지씩 실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계획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직접 해 보시라.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마음이 백지여서 무엇이든 읽는 대로 기록되고 정신이 텅 비어서 생각하는 대로 행동이 이루어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있는가? 없다. 먼저 읽어야 한다. 그러나 눈으로 본다고 다 읽히는 것이 아니다. 읽기 전에 읽을 내용이 절실해야 읽은 것이 마음에 기록된다.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여러 가지로 바쁘고 할 일이 코앞에 첩첩이 기다리고 있으면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글자는 마음에 자리잡지 못한다. 글이 마음에 자리를 잡아도 자신의 생활과 이어지지 못하면 글은 글일 뿐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는 욕망이 간절할 때만 글이 생각과 이어지고 생각은 행동을 끌어간다. 이 과정은 반복되어야 하고 깊어져야 하며 늘 새롭게 고쳐져야 한다. 글 한 줄을 씹어먹기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하루에 한 가지를 실천한단 말인가? 사람이 물건이 아닐진대 그런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저 하루에 한 편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Q. 일전에 술 마시며 “중국은 정치 체제는 공산주의인데 생활 방식은 자본주의다.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채근담 열풍이 일었고, 일본은 이른바 소확행으로 탐닉한 것 같다”고 했는데 우리 읽는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지. A. 채근담은 현실주의 사고방식이다. 돈을 탐내지 말고 권력을 넘보지 말고 남과 경쟁하지 말라고 하는 말은 지극히 현실적인 명제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면 괴롭고 위험하고 외롭기 때문이다. 탐내지 않고 넘보지 않고 다투지 않으면 우리 삶은 안전하고 여유 있고 도타워진다. 본능의 힘과 문화의 멍에가 우리를 다른 쪽으로 끌고 가지만 때때로 정신을 차려 자신의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탈선을 막을 수 있다. 채근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의 출발점과 종착점을 계속 상기시키는 수사법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삶은 피할 수 없는 두 지점의 중간 지점이다. 출생과 사망이라는 기본 조건을 잊지 않는다면 현재 삶의 잘잘못을 평가하기 쉽다. 이 사실만 기억해도 우리 일상은 한결 건강해지지 않을까? Q. 중국 출판사와 계약하며 일본어판 계약을 하지 않은 게 안타깝지는 않은지. A. 한가해지면 책 들고 도쿄에 가 볼 생각이다. 일본어판에 대해 중국 출판사에 물어봤는데 한국 출판사가 일본어 판권 문의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채근담 하룻말’의 편집 방식과 번역 방법을 그대로 살려서 중국어판을 출판할 생각은 없는지 중국 출판사에 물어볼 생각도 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대형서점 입점 때문에 시끄러운 청주

    대형서점 입점 때문에 시끄러운 청주

    대형서점 입점 때문에 청주가 시끄럽다. 시민단체는 입점을 막기위해 1인시위에 나선다. 청주시의회는 해법을 찾기위해 간담회를 갖는다.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서점가는 설상가상 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12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옛 담배공장인 청주연초제조창을 복합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최근 마무리됐다. 총 사업비 1036억원이 투입됐다. ‘문화제조창C’라고 이름 붙여진 이 건물은 부지면적 1만2850㎡, 건축 연면적 5만1515㎡ 규모다. 1층과 2층은 한국공예관이 운영할 아트숍과 식·음료, 의류 등 민간 판매시설로 꾸며졌다. 3층은 전시실이다. 4층에는 수장고, 자료실, 오픈 스튜디오, 공방, 시민공예 아카데미 등이 위치한다. 5층에는 도서관, 서점, 공연장, 시청자 미디어센터, 정보통신기술(ICT) 체험관이 자리잡는다. 운영은 10년간 민간업체인 원더플레이스가 맡는다. 논란은 5층에 ‘북스리브로’라는 시공사 계열 서점 입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최근 반대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16일부터 청주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등 입점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선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북스리브로처럼 대형유통자본이 상생발전을 저해하고 지역에 자리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는 청주지역 서점조합, 지역출판사 등이 성장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구나 북스리브로는 전재국 대표를 비롯한 전씨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라며 “독재자 자손의 살만 찌우는 것은 지역발전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청주시의회는 오는 17일 오후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시의원, 시청 담당부서 공무원, 시민단체, 도서관 관련 시민전문가, 언론인, 지역서점조합 대표, 지역서점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생충북 관계자, 원더플레이스가 참여할 예정이다. 김용규 시의원은 “문화제조창 건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역서점 입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의회 입장”이라며 “월 1300만원인 비싼 임대료 등이 문제인데 서점조합을 위해 조절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서점 상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임준순 청주지역서점조합 대표는 “학생수 감소로 참고서 판매량이 줄면서 전년보다 매출이 20% 하락하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서점이 입점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시가 처음부터 지역서점들과 논의해 사업을 추진했어야 하는 데 애초부터 대형서점 입점을 고려했던 것 같다”며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시가 대형서점 입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점조합은 시에 입점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서점사업자 선정권한은 원더플레이스측에 있다”며 “중간에 서점이 빠져나가 공실이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위탁사업자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원더플레이스가 결정하는 게 맞다”고 했다. 원더플레이스 관계자는 “간담회가 끝나면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입점하는 서점은 문화제조창 내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게 된다. 시는 도서관 근무인력 인건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채근담 하룻말 1] 치바이스의 그림 보고 혀에 올려놓고 음미해보라

    [채근담 하룻말 1] 치바이스의 그림 보고 혀에 올려놓고 음미해보라

    옮긴 이의 글이 명징하다. 제법 긴데 짧게 줄인다. 인터뷰를 앞세우는 것보다 그 글 맛을 여러분이 오롯이 즐기게 하는 게 좋겠다고 여겨서다. [[누군가 멋진 책이 있다고 했다. 치바이스(齊白石)의 그림 삼백육십오 점을 실은 채근담이었다. 과연 그림이 좋았다.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 산과 물, 그리고 민중의 생활을 이야기하는데, 죽은 것은 없었다. 바람이 지나가면 화가의 숨이 들렸다. 한국어로 옮긴 채근담을 보았다. 임동석의 번역은 친절했다. 김원중의 책은 치밀했다. 한용운의 글은 당당했다. 조지훈의 채근담은 정이 있었다. 때가 다르고 땅도 달라서 생활도, 말도 달랐다. 홍응명(洪應明) 시절에는 척하면 알아들었을 말이 지금은 열 번 들어도 낯설기만 했다. 문자를 버리고 뜻을 좇기로 했다. 원문을 작가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한국어를 내 혀로 내놓는 일이라 여겼다. 채근담은 홍응명이 알려진 글을 골라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거나 새롭게 쓰거나 또는 자기 생각을 적어 놓은 책이다. 하여 당대를 지배한 세계관, 곧 유가의 생각, 불가의 생각 그리고 도가의 생각이 모두 담겼다. 세 가지 또는 (홍응명까지) 네 가지 시선에서 글을 이리저리 살펴야 한다. 본능은 욕망을 일으키고 문화는 글자로 못 박는다. 본능은 도전하지만 문화는 지킨다. 생명과 생활을 만드는 이 둘의 충돌, 그 현장은 곧 세계가 된 나다. 그러므로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나를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하루의 삶과 일생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버려야 할 글자, 지워야 할 뜻이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를 머리에 넣고 그 무거운 것을 목에 얹은 채 하루 종일 분망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의 삶, 아는 것은 많은데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는 우리 시대의 삶은 불쌍하지 않은가? 매일 한 구절을 읽고 그 하나를 자신에게 묻고 거울삼아 비춰보고, 그래서 굽은 곳을 펴고 넘친 것을 덜어 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러다가 발은 길을 걷고 사람은 참해지고 하늘과 땅이 정겹고 삶은 살가워지는 자신을 발견하면 더할 나위 없다. 홍응명은 남들이 먹지 않는 나물뿌리를 싸게 사 장아찌를 잘 담가 그것으로 밥을 먹고 손님을 맞는다. 그의 인생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절반의 오름과 절반의 내림을 산다. 그리고 오름과 내림이 바뀔 때 그곳에는 멈춤이 있다. 홍응명은 이곳에 멈춤에 필요한 자기 명령문, 자신을 돌아보는 주문을 써 놓았다. 하루에 한 편씩만 보라고 권하고 싶다. 두 편을 넘으면 달이 해를 만난 듯, 눈이 비를 만난 듯 느낌이 사라진다. 글자는 시간을 모른다. 글자를 따지다 보면 세월이 아쉬워진다. 다만 우리말로 입에 넣기 좋은 자수를 찾으려 노력했으니 혀 위에 올려놓고 재미있게 굴려 보기 바란다. 달면 돌아보고 쓰면 내다보라.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면 씹어 보라. 달지도, 쓰지도 않으면 기뻐하라.]] 옮긴 이의 이름은 박영률(62), 협량한 기자가 만나 본 이들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는 기인이다. 서울 성북동의 예전 나폴레옹 제과점 근처에 원형 감옥 같은 출판사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눈빛이 형형하고, 지금까지 일고여덟 가지 출판 브랜드로 책 6000여 종과 1500여 종의 오디오북을 만들어낸 욕심쟁이다. 홍응명은 명나라 신종 때 사람으로 일찍이 공명을 좇다 말년에 산림에 귀의해 예불로 마음을 씻었다. 그가 모아 펴낸 채근담은 ‘나물뿌리를 씹는 느낌, 별 볼일 없고 거칠고 질기지만 가만히 씹다 보면 차츰 맛이 깊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이야기’라고 훗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았다.치바이스는 1864년 중국 후난성 샹탄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는데 시 서예 그림 전각 못하는 게 없었다. 무심하게 그린 듯한 그림이 사람들을 오묘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엄청난 그림을 엄청나게 빨리 그렸던 것으로도 이름 높다. 파블로 피카소의 유명한 말 “중국에는 치바이스가 있는데 왜 중국인들이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는가“가 전해진다. 마오쩌둥과 연안장정 즈음부터 교류해 둘이 함께 찍힌 사진도 있다 했다. 1957년 하늘로 돌아갔으니 천세를 누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 4년 전 편집국장을 졸라 대학 과 선배인 박 대표를 인터뷰했는데 얼마 전 기자를 불렀다. 좋은 책 냈다고 했다. 펼치니 그러하다. 무심한 듯 그린 수묵화 같은 그림에 몇 글자 박혀 있다. 그의 말마따나 혀 위에 올려놓고 굴리기 좋게 옮겼다. 시와 운이 맞아 떨어져야 쓴 이의 뜻이 읽는 이의 마음에 박히니 하루에 한 편씩만 읽으라는 주문이다. 2편 보러가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돈 되는 혐한…日 출판업계 도 넘는 혐한

    돈 되는 혐한…日 출판업계 도 넘는 혐한

    ‘한반도 지옥’ ‘새빨간 한국’ ‘망상대국’ 대국민 선전구호 같은 원색적 제목들 日대표 출판사까지도 혐한 대열 합류 업계 ‘뭐든지 팔리면 만든다’ 인식 확산 최소한의 책임의식 버리고 판매 혈안 잘 팔리는 책에 혐한서적 끼워팔기도 50대 이상 안정적 독자층이 ‘황금어장’ 한국인 필자 내세워 신빙성 높이기도 뿌리 깊은 한국 차별·우월의식도 작용‘한반도는 왜 항상 지옥이 반복되는 것일까’, ‘새빨간 한국: 김정은에 조종되는 친북정권의 절망적 내막’,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한국’, ‘망상대국 한국을 비웃다’. 일본의 대다수 서점에서는 보편적 상식에 비춰 볼 때 “이런 제목으로, 이런 내용의 책을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혐한서적’들이 자극적인 색깔로 치장한 채 주요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서점이나 편의점 입구 진열대에 꽂혀 있는 주간지, 월간지의 한국과 한국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마치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의 대국민 선전 구호를 방불케 한다. 일본 출판계의 고질적인 혐한 선동이 한일 갈등 국면에 편승해 더욱 볼썽사납게 확대, 심화되고 있다. “출판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책임의식도 던져 버리고 오직 판매량에만 혈안이 돼 벌거벗고 달려드는 형국입니다. 일본의 출판 수준이 이렇게까지 저열하게 떨어진 적은 없었는데, 정말 수치스러울 정도입니다.” 서울 특파원 경력이 있는 40대 일본 신문기자는 9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최근 들어 기존의 우익 성향 출판사뿐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곳까지 혐한 대열에 뛰어들며 전체 독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켄트 길버트라는 일본 거주 미국인 변호사가 2017년 출간해 50만부가량 판매된 ‘유교에 지배된 중국인과 한국인의 비극’은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나왔다. 매출만 아니라 독자 선호도에서도 최상위인 고단샤 같은 곳에서 이런 책들이 나오면 혐한을 몰랐던 사람에게는 ‘믿음’을, 혐한에 경도돼 있는 사람에게는 ‘확신’을 심어 주기 마련이다. 길버트 본인이 쓴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의문이 많은 이 치졸한 내용의 책이 대히트를 기록한 데는 “고단샤에서 나왔으니까 산다”는 독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주간지, 월간지들도 혐한 선동가들을 끌어모아 왜곡되고 날조된 글들을 ‘기사’나 ‘기고’ 형태로 내보내는 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도 주류 출판사들의 합류가 두드러진다. 최근 ‘한국 따위 필요 없다’라는 특집기사를 실어 물의를 빚자 마지못해 사과했던 ‘주간 포스트’도 일본 내 ‘톱5’에 드는 쇼가쿠칸에서 나온 것이었다. 기존 혐한 사업자들의 전략도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법이 한국인 필자들을 내세우는 것이다. ‘한국 사람조차 저렇게 말할 정도’라는 이미지를 통해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려는 속셈이다. 유명한 혐한잡지 ‘하나다’는 최신 10월호에서 ‘한국이라는 병’ 기획특집 아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의 ‘한국 옥중수기: 문재인의 정치범 수용소’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문재인의 반일로 한국은 멸망해 버린다’를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반일’, ‘친북’을 집중 부각시키는 행위다. 이를테면 ‘하나다’ 10월호에 실린 ‘특종: 문재인에 조선노동당 비밀당원 의혹’ 같은 따위의 글들이다.일본에서 ‘혐한’이라는 개념이 미디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이었다. 이후 관련 서적들이 하나둘 출간되고 언론들이 이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 있게 보도를 이어 가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굳어졌다. 2005년 출간돼 순식간에 30만부가 팔린 ‘만화 혐한류’는 혐한서적 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이 만화책은 ‘객관성을 유지할 것’(가장할 것), ‘알기 쉽게 쓸 것’이라는 혐한서적의 2대 원칙을 수립했다는 평까지 받았다. 혐한 경쟁 속에 ‘매한’(韓·어리석음), ‘증한’(憎韓·증오), ‘정한’(征韓·정복), ‘치한’(恥韓·수치), ‘붕한’(崩韓·붕괴) 등 파생어들이 속속 등장했다.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혐한 열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2014년 등장한 ‘한국인에 의한 치한론’은 혐한서적 붐을 재점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신시아 리’라는 자칭 한국인이 쓴 이 책은 예약 주문이 쇄도해 발매도 되기 전에 이미 증판이 결정됐고 나온 지 3주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렸다.출판사들이 혐한 소재에 눈을 돌리는 것은 한번 찍어 내기만 하면 몇 배의 수익을 올려 주는 ‘황금어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된 독자층은 어느 정도의 안정적 기반을 갖고 있는 5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30여년간 한국과 관계를 맺어 온 사와다 가쓰미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은 최근 칼럼에서 “1980년대까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군사정권’이라는 부정적인 것이었는데, 이러한 ‘옛날 한국’의 이미지가 영향을 주는 듯하다”며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작고 약했던 한국이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따라와 주제넘은 말을 한다는 등의 인식이 혐한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혐한서적 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9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일본 출판업계의 불황이다. 생존이 어렵다 보니 ‘뭐든지 팔리기만 하면 만든다’는 풍조가 업계에 확산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주간 포스트’도 한때 동종 1위 잡지였다. 그러나 발행 부수가 급격히 줄면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게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많은 출판사가 서적 제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편집 대행업자라는 영세 사업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 납품할 것을 요구하는 하청 관행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대행업자들은 계속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비판의식, 책임의식은 뒷전으로 한 채 출판사의 무리한 주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유능한 혐한 이야기꾼’을 찾게 된다. 혐한단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의 창설자로 2015년 ‘대혐한시대’를 쓴 사쿠라이 마코토 같은 인물도 이런 식으로 발굴된 경우다.이러한 ‘혐한 하청공장’ 제작 관행은 지난 4월 마이니치신문에 실렸던 전직 혐한서적 편집 대행업체 직원(30)의 고백을 보면 잘 나타난다. 주요 부분을 요약하면 이렇다. “2015년 중견 출판사로부터 ‘일본을 비판하는 세계 각국의 주장’에 대해 책을 써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던 사장과 나는 당시 ‘무슨 일이 됐든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나는 한국·중국의 반일 정서, 미국의 일본 때리기뿐 아니라 일본의 고래잡이를 비판하는 국제환경단체까지 아우르는 집필 기획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대번에 ‘다른 나라는 빼고 한국으로만 가자’고 했다. 그 출판사는 당시 혐한서적들로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혐한서적 제작의 기계가 됐다. 많게는 한 달에 2건씩도 썼다. 일감이 너무 밀려 일주일에 4일을 회사에서 잘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너무나 신바람이 나서 일했다. 출판사 납기일이 빠듯해 취재는 불가능했고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의 일본어판 중에서 일본을 비판한 부분만 뽑아내 집필에 이용했다.” 잘 팔리는 책에 혐한서적을 끼워팔기식으로 억지로 밀어 넣어 서점에 납품하는 일부 출판사의 횡포도 서점들이 혐한서적을 주요 공간에 진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일본 출판계의 혐한 붐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의식과 우월의식 및 한국에 대한 견제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최강대국이 중국으로 바뀐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일본인들의 상실감을 달래고 쾌감을 주려는 목적도 크다. ‘만화 혐한류’로 대박을 낸 다카라지마샤는 ‘보수층과 한국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울분을 달랜다는 것’을 제작의 철칙으로 삼고 있다. 일본 언론에 대한 불만도 이유로 든다. ‘만화 혐한류’의 저자 야마노 샤린은 “혐한류는 한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비판을 터부시하는 일본의 보도 풍조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이라며 일본 미디어의 한국에 ‘과도하게 우호적인 시각’이 동기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논픽션 작가 가토 나오키는 “일본에는 혐한도 있고 혐중 정서도 있지만 과거 식민 지배 등 경험이 있는 한국에 대한 시선이 중국보다 훨씬 더 차별적”이라며 “현재의 혐한 분위기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대량 학살을 낳았던 유언비어의 현대판”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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