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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법의 왕국/스티븐 와츠 교수(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디즈니는 미국인들의 꿈을 읽었다/보통사람들의 희망과 가치 미리 간파/대중조작 통한 성공 비난은 잘못/미 문화와 세계에 미친 영향력 해부 월트 디즈니라는 인물이 20세기의 거목이라고 하는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그러나 현대의 모든 문화가 디즈니화 해버리는데 우려를 갖는 사람들은 물론 그렇게 생각치 않을 수도 있다. 월트 디즈니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사람들은 개인이건 연구단체이건 그가 미친 영향에 대해 말을 시작하기 보다는 이제는 디즈니라는 인물과 디즈니사라는 회사가 이미 현대사회의 산업전선에서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위력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바로 만화가 우리와 함께 살고 있고 돈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들어 만화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시작된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으며 일본은 이미 지난 10여년간을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할리우드 만화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다는 관점에서도 흥미있는 고찰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디즈니를 아무런 문화적인 편견과반향을 생각하지 않고 평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바로 이 점이 미주리대 역사학교수인 스티븐 왓츠가 ‘마법의 왕국(Magic kingdom)’이란 자서전적인 문화역사서에서 시도한 주안점이기도 하다.그는 이책에서 지난 40년전 그가 바로 ‘디즈니’라는 마술에 걸린 한 어린이로 지내면서 보고 느낀 내용을 중심으로 디즈니가 미국사회뿐 아니라 세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하고 있다. 그는 열렬한 디즈니의 추종자는 아니지만 그가 나고 자란 시기의 꽤 오랜시일 전부터를 되집어 보고 있다.그는 그러나 이 회고성 문화역사서를 집필하면서 독자들이 쉽게 잊어버린 진실,즉 디즈니는 냉소적인 대중조작을 통해 성공을 이끌어낸 것이 아니고 바로 보통 미국인들의 희망과 가치에 대한 동경,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이해에서 이룩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저자는 디즈니가 평범한 미국인이 아니라고 평가한다.그는 초자연적인 근면함과 야심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지적한다.그렇다고 디즈니가 작은 마을의 정직한 소년이었다는 것도 아니라는 진단이다.이 점은 디즈니 자신이 종종 말하고 다닌 점이기도 하다는 것.저자는 그의 어린 시절이 자못 복잡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감성 또한 현실적인 것만큼이나 환상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는 것이다.어찌보면 환상이 더 강했는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판단한다.그 당시의 미국문화사조가 한 개인이 거대한 사회속의 일정한 집단내에 속한다고 간주하기 보다는 일정 간격 떨어진 채 문학이나 예술에 심취한 채홀로 있기를 즐기는 풍조가 유행했던 점이 그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다. 디즈니가 캔자스시티에서 만화가로 나선 시기는 2차대전이 끝난 뒤였다.만화가 나오자 큰 인기를 얻었고 그는 곧 할리우드 영화세계로 진출했다.저자는 이것이 미국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돌파구를 놓은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시기 미국은 빅토리아시대에서 현대시기로 넘어가는 분기점이었으며 그리고 대중문화가 시작되면서 레저의 윤리가 싹트고 있었다는 것이다.시기적 상황을 근거로 저자는 디즈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넓은 관점에서 디즈니는 빅토리아시대에서 이제막 싹튼 대중시대로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어준 사람이다.게다가 그 당시 남아 있던 상류사회와 하류사회의 장벽을 무너뜨렸으며 19세기와 20세기를 갈라놓고 있었던 현실주의 예술과 근대주의의 차이를 넘는 가교를 건설해주었다.이 과정에서 그는 예술과 정치,강력한 충동과 이를 완화해주는 방법 등을 부드럽게 섞어 주었다.디즈니는 과거와 현재 모두에 발을 딛고 있었다.그리고 그는 자아만족과 대량소비 등으로 대별되는 새로 도래한 레저시대의 새로운 무리들을 결집시킴으로써 구시대에서 새시대로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미국민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그는 단순히 만화가나 엔터네이너로서가 아니라,그의 말을 인용한다면,‘미국식 생활방식’의 대변자였다.그 역할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것이었으며 그 역할을 그는 훌륭히 해냈던 것이다” 저자는 또 미키 마우스의 검정색으로 대변된 그 당시의 미국은 아주 전형적인 모습이었다고 본다.만화속의 허구의 세계는 사실과 다름이 없었다는 것이다.오히려 만화속의어려운 미국인들의 삶은 훨씬 더 암울하며 그래서 더야심에 가득차 있었다고 분석한다.삶이 어려울수록 더 많은 해학을 요구했다는 의미다.즉,디즈니의 마음속에서는 보통의 미국인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감정이 잘 간직돼 있었다고 저자는 평가했다. 최근 들어서도 ‘라이온 킹’이나 ‘노틀담의 곱추’,‘101마리 달마시앙’ 등 동심의 세계는 물론 노인들에게도 향수심을 가득 심어주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디즈니의 작품기획세계는 미국인의 삶을 잘 대변한 디즈니 초기의 정신에 바탕이 있었기에 이룩됐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흥행기록으로만 계산되고 있는 현재의 디즈니 모습을 저자는 미국민들의 평상심을 근거로 분석,단편적인 디즈니의 전기 차원이나 흥행분석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조명을 해보이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래산업으로 떠오르는 만화산업,이 시기에 한번쯤 디즈니 작품의 내면을 정리할 수 있는 저서라 할 만하다. 원제:The Magic Kingdom.휴톤 머핀 출판사 출판,526쪽,30달러.
  • 머리띠 졸라매기/이갑수 시인·민음사 편집국장(굄돌)

    요즘 신문을 보면 부고란이 따로 없는 것같다.정치·경제·문화·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괴로운 신음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최근 도매상의 연쇄부도로 야기된 출판계 위기 또한 끝모를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작년 말부터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지만 막상현실로 닥치고 보니 암울하기만 하다.종이·인쇄·필름 등 기초자재비의 폭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상황에서 서적 도매상의 마비는 출판인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이 때문에 제작을 해도 책을 뿌릴 데가 없어 창고로 직행해야 할 딱한 형편이다. 벌써 신간종수는 반이하로 줄어들었고 개접휴업인 상태의 출판사도 한두군데가 아니다.무언가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식산업의 대표격인 출판업은 절반이상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이 그대로 실현되고 말 것같다. 책은 단순히 활자만을 편집한 것이 아니다.책은 시대를 편집하고 디자인한다.한 시대를 호흡하는 정신의 총화는 책을 통해 갈무리되어 다음 시대로 전달된다.인간의 육체에 산소가 필요하듯 인간의 영혼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외국에서는 불황기에 오히려 책이 더 잘나간다는 통계가 있다.하지만 우리의 경우 서점에 사람이 많긴 하지만 판매는 이전보다 뚝 떨어졌다는 전언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얼마전 평소 존경하는 소설가 한분과 저녁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지금 우리가 졸라매어야 하는 것은 허리띠도 물론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머리띠”라는 말을 듣고서 퍽 공감했었다.턱없는 과소비는 굳이 IMF시대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삼가고 자제해야 마땅한 일이다.하지만 너무 위축된 소비심리는 오히려 경제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 토종 피아노교본 나왔다/‘개인 및 그룹지도를 위한 피아노 입문’

    ◎테크닉 위주 탈피 우리 전통가락도 실어 피아노 학원 문턱을 넘자마자 처음 배우는 것이 ‘바이엘’첫째줄의 ‘도레도레도’.그날부터 아이들은 피아노가 무슨 재미인지도 모른채 악보 틀리지 않고 읽기에만 눈을 부릅뜬다.그렇게 너나없이 ‘피아노 타이피스트’로 굳어간다. 이화여대 음악연구소가 개원1주년을 맞아 내놓은 ‘개인 및 그룹 지도를 위한 피아노 입문’(도서출판 금호문화 간)은 이렇게 빼앗긴 ‘피아노 치는 재미’를 돌려주기 위한 책.음악학자,음악교육학자,피아니스트 등 30여명이 달라붙어 만들어낸 초급용 대안교재다.음악대학 비전공자들 피아노수업용으로 개발했지만 바이엘 3분의 1쯤 친 초심자 교육용으로도 그만.‘토종’ 피아노 교본이 나온 것은 거의 유례없는 일이다. “베스틴,알프렛도 등 외국 대안교재들은 로열티가 비싸 책값 부담이 만만치 않지요.선율도 켄터키 옛집 등 서구색 일색이고.그래서 ‘옹헤야’ 등 우리 전통 가락을 많이 실어 한국적 정서를 담는데 주력했어요.바이엘,체르니같은 테크닉 위주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피아노에 흥미를 갖게하고 창의력,응용력을 키워주는 ‘즐거운 피아노레슨’이 되도록 꾸몄지요” 12장으로 된 책은 피아노 건반,장조·단조 음계,딸림음과 버금딸림음,3화음과 자리바꿈 순으로 차근차근 전개된다.검은음반부터 가르쳐 조성 변화에 두려움을 없앴고 화성 위주로 접근,반주 및 즉흥연주 응용력을 높였으며 선생님,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협주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합주곡을 많이 실었다.책을 사서 일주일 한시간씩만 차근차근 연습하고 나면 웬만한 반주쯤은 어렵지않게 붙일수 있다고 한다. 음악연구소 팀은 앞으로 초등학교 모든 동요에 붙이는 피아노반주,토종 유아용 초급교재 등도 개발해 나갈 예정.‘…피아노 입문’은 전국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음악연구소를 통해 출판사쪽으로 단체구입하면 20% 할인 해준다.문의 02)758­1202.
  • 보문당 최종 부도

    국내 최대의 서적도매상 (주)보문당(대표이사 이창섭)이 2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국내 서적도매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보문당은 97년 매출액이 500억원 규모에 이르렀으며 그동안 2천여개 출판사,2천7백여개 서점과 거래해 왔다.
  • 국내최대 책도매상 보문당 1차 부도

    국내 최대의 책도매상인 보문당(대표 이창섭)이 1차부도를 냈다. 조흥은행 보문동지점측은 지난달 28일 “보문당이 이날 돌아온 어음 7억여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처리됐으며,2일까지 이 돈을 막지못하면 최종 부도처리 된다”고 밝혔다.보문당은 97년 매출액 5백억원을 기록,전체 서적도매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책도매업체,2천여개 출판사 및 2천700여개 서점과 거래해 왔다.
  • 2만권의 책/이갑수 시인·민음사 편집국장(굄돌)

    이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여러 세간살이 중에서도 책을 옮기는 게 가장 번잡한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실감했을 것이다.요즘에는 포장이사가 등장하여 어느정도 이 수고를 덜어주었지만 직접 책을 정리하고 묶는 작업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라면박스 하나 정도도 결코 녹록한 무게는 아니다. 이사후 가급적 책장 정리는 천천히 하는 게 좋다.책을 그냥 출판사별로 책장에 꽂아서는 안된다.목차만이라도 한번씩은 다 떠들어 보아야 한다.이때 보지 못하면 평생을 같이 동거하여도 다시는 못보기가 쉽다. 더구나 묵은 책갈피에서 자신도 깜빡 잊은 비상금을 발견하는 뜻밖의 행운을 놓칠 수도 있다.노곤해진 몸을 잠시 쉬면서 빼어든 한권의 책에서도 일생을 바꿀 문장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또한 늘 내일로 이사가는 존재들이다.손목에서 째깍거리는 시계바늘 소리는 우리 몸을 조금씩 조금씩 내일로 데리고 간다.새롭게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미래사회는 정보의 힘이 세계를지배한다는 점이다.그리고 그 힘의 요체는 다름아닌 책에서 나온다. 고려말 국가적 위기가 닥쳐오자 팔만대장경을 새김으로써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난을 물리쳤다 한다.지금의 우리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의 입구에 서 있다.8만자의 대장경을 오자 하나 없이 정성들여 새김으로 써어려움을 이겨나갔듯 한자 한자를 읽어내는 진중한 독서도 오늘의 우리가 이 위기를 이겨내는 방법이다. 청와대로 가는 새 대통령의 이삿짐 속에 들어 있는 2만권의 책을 보면서도 나는 이를 확인했다.그 가진 것에 비한다면 오히려 한없이 가벼울 손때 묻은 책을 생각하자 무거운 내 마음도 잠시 가벼워졌다.
  • “미·영·이 3국 특수 요원 공격대비 이라크서 활동”

    【런던 AFP 연합】 이스라엘과 미국·영국 등 3개국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이번 주 이라크내에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영국의 군사문제 관련 전문 출판사인 제인사가 26일 말했다. 제인사는 이날 발간한 군사뉴스 소식지인 ‘포린 리포트’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소식통의 말을 인용,이같이 밝히고 “이들 특수부대원은 아직도 이라크 영내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소설가 이문구씨 중·단편집 ‘만고강산’

    ◎소외된 인간 군상 해학적 필치로 그려 이문구의 문학에는 군말 같은 곁이야기 속에도 깊은 정한이 녹아 있고 무심한 듯 담담한 서술 속에도 정이 깃들여 그늘을 짙게 드리운다.4·19세대 문학의 전반적인 이념화·서구화 경향 속에서도 의연히 전통문학의 맥을 움켜쥐어 오고 있는 작가가 있다면 그가 바로 이문구(57)다.소설가 이문구씨가 지난 72년을 전후로 해 발표한 대표적인 중단편들을 한데 묶은 소설집 ‘만고강산’이 ‘이문구 전집’ 제4권으로 나왔다.솔출판사. 이번에 실린 작품은 ‘추야장’‘해벽’‘이풍헌’‘금모랫빛’‘다가오는 소리’‘임자수록’‘낙양산책’‘만고강산’‘그가 말했듯’‘그럴 수 없음’ 등 10편.대부분 피폐한 농촌을 버리고 무작정 상경,도시 빈민노동자로 전락한 이들의 생활상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들이다.그 대표적인 경우가 ‘만고강산’.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자들이 도시의 무기력한 하급생활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다룬 이른바 ‘상경형’소설이다.또 이번 소설집 가운데 가장 강렬한 사회비판의식을 담고 있는작품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중편 ‘해벽’이다.조용한 어촌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몰락해 가는 마을의 모습을 한 어업조합장의 독백을 통해 그린다.작가는 이미 농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묶어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라는 연작 소설집을 냈다.‘관촌수필’이 1960년대 농촌의 절대적 궁핍을 그리고 있다면,‘우리 동네’는 1970년대의 상대적 궁핍을 문제 삼는다.‘만고강산’은 이 두 작품집과는 주제를 달리 하지만 농촌에서 소외당하고 도시의 중심부에서도 밀려난 1970년대의 산물을 다루고 있음은 분명하다.
  • 2000년의 환상/장 클로드 바로(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21세기로 현명하게 진입하는 길/과기 발전=현대화 등식은 착각/비판정신과 공민의식으로 무장/진정한 신문명 장출위해 노력을 앞으로 2000년이 7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온 세계가 호들갑이다.마치 2000년 이후 새로운 세기에는 원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런던의 빅 밴,파리 에펠탑 등 세계 각지의 명소에서 2000년을 향하는 시계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지도 제법됐다. 너나할 것없이 2000년 맞이 각종 기념행사 준비에 분주하다. 언뜻 보면 2000년의 빛깔은 정말 장미빛이다.그러나 구체적으로 새로운 세기로의 돌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인류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는 막연할 따름이다.모두가 장미빛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개인이나 국가가 세운 나름대로의 장기계획도 궁극적으로는 여기서 출발한다. 이것이 환상일까.‘2000년의 환상’이라는 이 책에서 저자 장 클로드 바로는 이같은 ‘2000년 기념 신드롬’에 메스를 가하고 있다.“당신의 허리띠를 졸라매라.많은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무수한 영화,CD롬과 서적들은 2000년의 전망에 대한 환희를 확신하지 않았다.이는 어떠한 아픔없이 준비된 대차대조표에 불과하다.우리가 기대하는 많은 날들은 에펠탑위의 전등으로 쓰여지고 있을 따름이다”. 즉 새로운 세기에 대한 이같은 현상은 준비없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그러면 앞으로의 세기에 대한 준비는 무엇일까.저자는 역사를 통해 우리가 이 시점에 준비해야 될 부분을 상식선에서 쉽게 풀어나가고자 시도하고 있다.르몽드도 이책에 대해 “읽기가 쉽고 이해가 매우 빨라 ‘지구는 둥글고 하늘은 푸르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저자는 이책에서 2000년에 대한 환상을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2000년은 21세기가 아니다’라는 사실에서부터 비판해나간다.“2000년은 무엇을 정확히 기념하는 것일까.우선 날짜 자체부터 거짓이다.새로운 1천년의 시작은 2001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서기력으로 정확하게 따진다면 2000년은 20세기를 마무리 짓는 시점인 셈이다.그러면 어느누구도 2000년을 기념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이 모든 이들에게 ‘기념할 만큼’새롭게 다가서는 이유를 저자는 ‘새로운 현대화’에서 찾고있다.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2000년대의 진입이 새로운 현대화의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저자는 그러나 현대화를 보다 색다르게 정의하고 있다.이 대목이 저자가 주장하는 2000년의 환상과 가장 관련이 깊은 부분이다. 저자는 현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영원한 의식을 가져다 주는 현대화는 3개의 축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3개의 축은 기술·과학 등 물질적인 진전과 비판정신,그리고 개인의 의식이다.고대의 화려했던 문명이 일과성으로 그친 채 사라지고만 것도 바로 이 축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그리스는 기술·과학의 진전을 무시했고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적 변화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실제 중국과 그리스는 그들의 많은 발명과 발견을 기술개발을 위해 사용한 적이 거의 없었으며 이는 역사적으로확인된다는 것. 비판정신의 경우 중국과 그리스는 물론이고 로마시대와 중세를 비롯한 기독교문명,이슬람문명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개인의 의식은 기원전 5세기경 아테네에서 생겨났으나 거의 전파되지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잉카제국을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러면 이러한 세가지 조건들이 공존한 적은 없었는가.저자는 1453년 터키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고 그리스가 이탈리아를 공격하면서 이 세 조건은 결합하게 됐다고 말한다.이같은 교류로 3개의 축이 만나게 되고 이것이 르네상스를 잉태했다는 것이다.그래서 저자는 르네상스를 현대화의 시작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현대화를 위한 3개의 축은 단지 교육을 위해서만 이어지고 있을 뿐 오늘날에도 집착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이러한 논리에서 보면 세계가 바라는 ‘2000년의 기념,즉 새로운 현대화의 진입’은 환상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국가와 사회는 물론이고 심지어 욕망을 억제할 줄 아는 성직자들도 기술의 발전만을 부르짖고 있다고 저자는 개탄한다. “2000년에 대한 환상의 본질은 현대화가 인간을 바꾸었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현대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그것은 현대사회에 문명의 가치,즉 윤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바라는 현대화,즉 지구의 미래가 어둠 속으로 가는 것을 막는 축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이뤄온 현대화도 스스로 와해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기술적 현대화를 부양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인류가 가장 현명하게 21세기로 진입하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새로운 문명,한마디로 공민정신을 창출하자는 주장이다. 원제 L’illusion De L’an 2000,프랑스 그라세 출판사,180쪽,115프랑.
  • 조국통일 3대헌장이란

    ◎조국통일 3대원칙·고려연방제·민족단결 10대강령 통틀어 지칭 대남담당비서 김용순이 지난 18일 한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통일강령으로 내세운 ‘조국통일 3대헌장’은 조국통일 3대원칙,고려연방공화국 창립방안,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을 통칭해 일컫는 말.지난 96년 11월 김정일이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언급한 뒤 지난해 신년사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8월4일에 발표된 김정일의 ‘노작’에 자세히 기술돼 있다. 이 때 발표된 김정일의 노작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조국통일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내용이며 노동당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됐다.북한측은 이 노작이 통일위업을 실현하는데 해답을 준조국통일의 대강이며 총서라고 선전하고 있다.
  • 앙드레 말로/피에르 드 부아데프르 지음(화제의 책)

    ◎현대 프랑스문화의 거두 말로 전기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현대 프랑스 문화를 일구어낸 작가 앙드레 말로(1901∼1976)에 관한 전기.앙드레 말로는 전 생애에 걸쳐 넓은 의미의 ‘문화’를 체화해낸 인물이었다.정치적 연설이나 강연회에서조차 그는 ‘문화’라는 개념을 항상 우선시했으며,그의 모든 정치적 역정도 예술과 문화를 통해 형성됐다.프랑스의 문학사가인 지은이는 앙드레 말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험보다,혁명보다,운명의 추구보다도 더 끊임없이 말로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것은 예술이다,예술은 그의 지성과 마음의 고향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의 편집장 생활을 비롯해 여러 진보적 잡지에 참여한 말로는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과 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아울러 조국의 암담한 현실에 대해서도 항상 제일선에서 투쟁했다.그러나 결코 죽음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말로는 진정 프랑스 ‘문화’의 역량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는 프랑스대혁명 이후 잊혀졌던 트리아농성의복원을 재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행했으며, 모든 갤러리와 박물관을 개방함으로써 20세기에 걸맞는 문화도시 ‘파리’를 재건했다.문화부 장관으로서 가장 괄목할만한 말로의 업적은 1964년에 실시된 ‘프랑스의 기념비와 예술적 재원의 총람’ 제작작업이었다.이 자료가 그에 의해 완성됨으로써 프랑스 국가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공적인 행동의 기초가 마련됐다. 말로는 부르주아 사회의 천박성에 짓밟힌 예술가의 명예를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브라크와 스위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장례식을 위해 루브르의 정원을 개방한 것은 그가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결단이었다.말로는 진정한 문화관료의 표본을 보여준다.이창실 옮김 한길사 1만3천원
  • 현대를 생각한다/미셸 마페졸리 지음(화제의 책)

    ◎공동체적 삶 강조한 마페졸리 근작 장 보드리야르와 함께 ‘새로운 사회학’의 기수로 불리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의 최근 저서.일상생활이 사회적 삶의 토대라고 주장하는 마페졸리는 이미 70년대 말부터 ‘현재의 정복:일상생활의 사회학을 위하여’같은 저서를 통해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프랑스의 인문사회과학잡지 ‘소시에테’의 편집인인 마페졸리는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 가정출신이다. 그의 이런 배경은 사회적 삶의 바닥에 깔려 있는 감춰진 힘을 규명하는데 좋은 토양이 됐다.한 사회의 동력은 엘리트들이 주장하는 공식적인 교의나 도덕과 상관없이 대중이 지니고 있는 삶의 에너지에 의존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헤겔이 역사에서의 ‘이성의 간지’를 말하는데 반해 마페졸리는 대중의 교활과 간지가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나아가 그는 포스트 모던 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더이상 사회적 관계의 기초가 되지 못하고 일종의 부족주의가 새로운 사회성의 원리로 등장한다고 말한다. 마페졸리는 ‘나’의 한계를 벗어나는 이러한 사회성을 시인 랭보의 ‘나는 남이다’라는 시구를 인용해 극적으로 표현한다. 마페졸리는 현대사회를 개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미지를 탐욕스럽게 소비하는 ‘부족이 지배하는 사회’로 규정한다.또한 평소 서양에서의 개인주의 역사가 300년도 채 안됨을 지적하면서 남과의 ‘함께하기’가 인류역사에 있어서 보다 보편적인 사회성의 스타일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러한 공동체적 이상이 발현되는 스타일에 관한 것이다.마페졸리는 현대는 아폴론적인 것 대신에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분출되는 시대인만큼 사람들간의 사회관계의 양식도 윤리적·이성적 기준에서보다 미학적 관점에서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박재환·이상훈 옮김 문예출판사 9천원.
  • 출판계 IMF 살아남기 진땀

    ◎책 염가판매/헌책 보상교환/재생지 사용 IMF 한파로 인해 서적도매상과 출판사가 잇따라 부도를 내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가운데 출판사들의 자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특히 단행본 전문출판사들의 경우 도서 염가판매전을 마련하거나 대중용 보급판을 발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도서출판 고려원은 지금까지 출간된 책 500여종 12만권을 권당 3천원에 파는 도서 염가판매전을 서울 잠원동 뉴코아백화점에서 3월 5일까지 연다.고려원은 국내최대 단행본 출판사로 지난해 3월 부도처리됐다.부도 이후 고려원은 (주)계몽사의 지원으로 출판활동을 해왔으나 계몽사마저 지난 1월 최종부도처리됨에 따라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또 도서통신판매회사인 한손북클럽에서는 헌 도서를 새 책으로 교환해 주는 1:1보상행사를 3월말까지 실시한다.보상대상은 만화와 잡지를 제외한 모든 도서로,5권이상 10권 이하에 한하며 종류에 관계없이 권당 1천원씩 보상해 주고 있다. IMF 한파와 함께 출판계의 거품빼기도 구체화하고 있다.97년 10월대비 98년 1월의 용지값은 최고 80% 가까이 올랐다.인쇄·제본비 등을 감안하면 도서정가를 현재보다 50%는 인상해야 한다는 게 출판계 인사들의 견해.이에 따라 출판사들은 IMF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재생지를 사용하거나 책 표지의 날개나 띠지를 없애는 등 제작비 절감에 나섰다.도서출판 푸른숲에서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80g 모조지나 100g 모조지 대신 서적지를 사용해 베스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잭 캔필드 등 지음)를 재출간했다.또 김영사도 최근 펴낸 ‘IMF시대 당신의 상식,뒤집어야 살 수 있다’(공병호 지음)에 서적지를 사용해 책의 정가를 크게 낮췄다.그러나 문제는 종이 품귀현상이다.2월 중순이면 재고도 바닥이 나 종이 자체를 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제지업계에 나돌면서 출판계의 불안감도 한층 가중되고 있다.또한 98년 들어 신간 발행종수가 급격히 감소,도매상에서는 신간 입고 물량이 평소의 30%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출판계에서는 IMF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예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출판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폐지 수집과 종이 재활용율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발행부수 세계 최고인 만화와 주간지는 100% 재생용지이고 교과서와 노트 또한 대부분 재생용지를 사용한다.페지수거체계 또한 철저하다.폐지의 질에 따라 분류,회수율이 51.3%에 이르며 재활용율도 53%를 자랑한다.우리 출판업계의 자정노력과 함께 건강한 출판문화를 일궈 갈 국민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 일 하이쿠 시인 바쇼 기행문 ‘오쿠로 가는 작은 길’

    ◎“가고오는 해 또한 나그네 나도 바람결에 이끌려 해변을 정처없이 거닐다가…”/6천리 여행길의 정취·깨우침 노래 일본 에도시대 전기의 하이쿠(배구) 작가 마츠오 바쇼(송미파초·1644∼1694)의 대표적인 기행문 ‘바쇼의 하이쿠 기행1­오쿠로 가는 작은 길’(바다출판사)이 전남대 일문과 김정례 교수의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됐다.하이쿠는 5·7·5의 17음절로 구성된 일본 고유의 정형시.바쇼는 일본의 하이쿠를 대표하는 국민적 시인으로 그의 명성은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20세기에 들어서서는 미국의 이미지즘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스페인어권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노벨상 수상작가인 스페인의 대표적인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바쇼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쿠로 가는 작은 길’의 원제목은 ‘오쿠노 호소미치(오の세도)’.오쿠의 오솔길이란 뜻이다.이것은 일본의 동북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센다이(선대)시 교외에 있는 좁다란 길 이름에서 유래했다.이 책에는 1689년 바쇼가 그의 제자 소라(증량)과 함께 일본 동북지역,즉 오쿠(오)를 여행하면서 느낀 정취를 적은 산문과 하이쿠(배구)가 담겼다.바쇼는 지금의 도쿄 후카가와(심천)에서 호쿠로쿠로(북육로)를 따라 기후현(기부현) 오가키(대탄)에 이르는 6천여리,곧 2천400㎞의 거리를 다섯 달 이상 도보로 여행했다.일본문학에서 여행은 예로부터 많은 문인들이 관심을 가져온 소재다.특히 5·7·5·7·7의 31자로 된 일본의 전통시 와카(화가) 시인의 경우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만엽집’에도 여행을 소재로 한 많은 기려의 와카가 있다.그러나 옛 문인들의 경우 여행 자체를 목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여행을 한 예는 매우 드물었다.대개는 정치 혹은 신앙상의 이유에서이거나 개인적인 이유가 많았다.바쇼가 흠모해 마지 않았던 중국의 두보나 이백,일본의 방랑문인 사이교(서행),소기(종기)도 여행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드물었다.이에 비해 바쇼는 순수하게 여행을 위한 여행,예술적 실천으로서의 여행을 목표로 했다.‘방랑미학의 실천자’ 바쇼에게는 인생이 곧 여행이었으며여행은 곧 인생이었다.‘오쿠로 가는 작은 길’의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은 바쇼의 이러한 여행관을 분명히 보여준다. 표박생활로부터 느끼는 유혹은 바쇼를 끊임없이 객지로 내몰았다. 바쇼의 문학은 무소유를 지향한 걸식행각,은둔과 여행에 인생을 바친 탈속정신,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지한 각 지방의 열렬한 문하생들과의 공감을 모태로 태어났다. 이 책에는 하이쿠의 문예적 특질에 관한 해설이 곁들여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하이쿠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시어인 기고(계어)와 시적 흐름을 안에서 끊는 역할을 하는 기레지(절れ자)가 들어 있다.전통적으로 와카가 정제된 시어로 잔잔한 세계를 지향하는 데 비해,하이쿠는 일상적인 언어로 자극적이고 새로운 세계를 추구한다.다시말해 하이쿠는 민중의 문예인 것이다.고작 5·7·5의 17자로 단절된 상태에서 하이쿠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볼때 하이쿠의 특징은 무엇보다 ‘서술의 부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최단시형인 만큼 하이쿠는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묘사한 것 이상의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선에서 말하는 ‘불언의 언’에 의존한다.어떤 주장이나 논리적 귀결점 따위는 독자에게 맡긴 채 하나의 작품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다.“와카는 번뇌를 읊고 하이쿠는 깨달음을 읊는다”고 한 일본 근대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 다카하마 교시(고빈허자)의 말은 이런 특징을 잘 드러내 준다.프랑스의 평론가 롤랑 바르트는 그의 저서 ‘기호의 제국’에서 하이쿠에 대해 ‘가까이 하기 쉬운 세계’이지만 ‘아무 것도 말하려 하지 않는 이중의 성격을 지닌 문예’라고 말했다.하이쿠의 이런 이중성이야말로 일본문학 나아가 일본문화의 단면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오쿠노 호소미치’는 ‘노자라시 기행(야ざらし기행)’‘오이노 고부미’와 함께 바쇼의 3대 기행문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번에 소개되지 않은 ‘노자라시 기행’과 ‘오이노 고부미’는 오는 7월경 ‘바쇼의 하이쿠기행2’로 묶여져 나올 예정이다.
  • 동네 서점앞을 지나며/이갑수 시인·민음사 편집국장(굄돌)

    아파트단지엔 골목이 없다.옹기종기 모여앉아 꼬마들이 뛰놀아야 할 자리엔 위험한 승용차들만이 즐비하다.하늘 한번 쳐다보고 문득 찾아온 기발한 생각을 낙서하던 담벼락도 사라졌다.사막의 한가운데인가.문패는 없고 아라비아 숫자만이 대문을 대신한다. 아파트엔 마음놓고 혼자 있을 곳이 어디에도 없다.어쩌다 부부싸움을 했어도 마땅히 갈곳이 없다.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낡은 집엔 다락방이나 뒤뜰이 있어,그곳에서 훌쩍거리며 울적한 마음을 달랠 수라도 있었다.한참 그러고 나면 상처난 마음은 좁은 가슴을 지나 먼곳을 여행하고 돌아와 안정되곤 했다. 도시의 아파트는 상상력이 거세된 공간이다.달리 도망갈 곳이 없다.베란다로 나가보지만 아찔한 절벽이다.비도 그냥 헛내린다.빗소리도 들은지 오래다.게으른 주인을 만난 화분의 식물이 더욱 몸을 비튼다.아파트 건물은 한채만이라도 그가 살았던 시골 동네 하나만큼의 가구수와 맞먹고도 남는다.부동산·비디오가게·생고기 전문점·베이커리·약국·24시간 편의점은 그런대로 손님이 들고난다.그휘황한 가게들 사이로 간신히 자리잡은 서점.야윈 얼굴의 주인이 출입문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켜 놓고 있다. 여기 거대한 아파트 숲을 출판사의 한 편집자가 지나고 있다.윗호주머니에는 교정용 빨간 볼펜이 꽂힌 줄도 모른 채 퇴근하는 길이다.손 어딘가에는 빨간 얼룩도 묻어 있을 것이다.그는 오늘 교양서적 한권을 어렵게 출간했다.저자는 전화통화에서 첫 저서를 낸 감격의 흥분을 감추지 않았었다.출판부수는 고작 2천부.주로 참고서와 월간지만이 팔린다는 저 동네서점에서 어떻게 하면 그가 만든 책이 낯선 독자를 만날 수 있을까.가뜩이나 어려워진 요즘상황에서 그는 더욱 애착이 간다. 그 거대한 아파트단지를 쳐다보면서 그는 생각한다.저 많은 번듯한 현관으로 상상력의 곳간인 책이 들어갈 구멍은 왜 이리 좁은가.
  • “출판계 연쇄부도 합동대책 강구”/국무회의 10일

    ◎고 총리 “지식산업 붕괴 막게 자금지원 시급”/입시학원 도심 설립 허용 찬반논란끝 의결 10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출판계의 부도현황과 대책 등을 다뤘다. ○…송태호 문체부 장관은 “IMF 여파로 대형 서적도매상 23개가 도산했고 출판사·서점의 연쇄 도산우려가 있으며 국내유통 시스템이 마비될 위기에 있다”고 범정부 차원의 긴급대책 필요성을 강조.송장관은 “출판금고 어음할인,융자금 지원을 현재 70억원에서 1백억원으로 늘리고 중소기업지원 재원에서 2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융자해 연쇄도산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대책을 보고. 고총리는 “지식정보산업의 붕괴위기는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총리실을 비롯해 재경원·통상산업부·중소기업청이 합동 대책을 수립할 것을 지시. ○…수도권 정비계획법시행령 개정안은 찬반 논란이 있었으나 원안대로 의결.강봉균 정통부 장관은 “입시·고시학원을 도심에 설립할 수 있도록 하면 교통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고총리가 “실효없는 규제를 완화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결론. ▷의결안건◁ △지방공무원임용령(개정안) △지방연구직·지도직공무원임용규정(〃) △지방공무원징계·소청규정(〃) △지방전문직공무원규정(〃) △국가당사자소송법시행령(〃) △국가배상법시행령(〃) △검사정원법시행령(〃) △군인사법시행령(〃)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중소기업진흥·제품구매촉진법시행령(〃) △자연환경보전법시행령(〃) △수도권정비계획법시행령(〃) △총무처소속기관직제(〃) △검찰청사무기구규정(〃) △경찰청소속기관직제(〃) △노동부소속기관직제(〃) △문화체육부소속기관직제(〃) △영예수여안 △일본의 대한민국과 일본국간 어업협정 일방파기에 대한 결의문보고안.
  • 용들의 승리/오동 발레 파리대 교수(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아주의 올바른 문명화 위한 충고/동북아에 치우친 경제력 걸림돌/시베리아 ‘제2캐나다’로 개발을/무모한 서구베끼기 위험성 경고도 【파리=김병헌 특파원】 ‘용들의 승리’는 아시아의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에 출간됐다. 부제는 ‘아시아는 유럽을 앞지를 것인가’.그러나 저자인 오동 발레 파리대학 교수가 아시아의 금융위기에 맞춰 이책을 출간한 것 같지는 않다.저자가 이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시아의 최근 위기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발레교수는 현재의 아시아 즉 ‘용’들의 승리를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아시아 미래의 승리에 대한 요건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그 방식과 논리도 매우 이채롭다.저자는 종교학자이자 법학자다.지정학적 요인을 근거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자 한 것은 아시아의 올바른 문명화에 대한 발전적 제안이다.발전적인 문명화는 종교,문화,사상 등을 망라한 문명화라고 강조한다.현재 금융위기가 이러한 문명화의 퇴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직접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은 관련지어 생각하게 마련이다. 발레교수는 유럽과 아시아를 종교,철학,역사 등 문화인류학적 모든 요소의 대비를 통해 비교,설명한다.아시아와 유럽의 대조적인 위치에서부터 상호간의 모방,종교·문화적 차이,문명의 근원 및 유사점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사건과 현실들을 기반으로 미래의 대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를 당황스럽게 할 것이다.동양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서양에 대해서는 미망에서 깨어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시아의 전설이나 향기도,유럽의 찬란했던 과거나 역사도 아니다. 유럽이 세계 무역무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의 꿈은 시장경제에서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아시아의 꿈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으며 전통도 사라져 간다고 말한다.그러면 아시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그 해법으로 우선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사방 대칭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현재 아시아 경제의 축이 북반구의 일정지역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한국중국 일본 대만 홍콩에 경제력이 지나치게 몰려있는 것이 문명화과정에서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특히 북위 45도 이상은 불모지대라는 점을 강조했다.그는 러시아의 영토인 이 시베리아 땅이 제2의 캐나다로 개발된다면 아시아의 새로운 힘이 될 것이며 여기서 아시아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또 아시아의 인구들이 남쪽 태평양 해안을 따라 집중되어 있는 사실에서도 문명화 오류의 원인을 찾는다.실제 중국 화교의 4분의 3은 중국의 남쪽 해안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그 수도 약 6천만명에 이른다.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다.이 두나라의 교포들은 거리상으론 다소 멀지만 남쪽 해안인 태평양 건너편 미국쪽에 많이 살고 있다.특히 화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 밴쿠버에서 인구 5명중 1명이나 되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저자는 지난 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흑인폭동도 한국인들 때문에 발생했다며 이사건이 좋은 예라고 지적한다.태평양 일변도의 세계화가 올바른 문명화에 가장 필요한 문화의 세계화를 아뤄내지 못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편향된 문화의 세계화가 왜곡된 문명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발레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체성을 잃은 이른바 ‘서구 베끼기 문명화’의 폐해다. 저자는 20세기는 아시아의 르네상스시기라고 말한다.아시아의 르네상스는 현대 개념의 대륙 개방에 따른 것으로 서구와 같은 문명화는 아니라고 덧붙인다.하지만 최근들어 서구화 베끼기가 본격화되면서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아시아 르네상스를 가능케했던 ‘본질을 잃지 않은 문명화’가 퇴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가장 대표적인 국가로 일본을 들었다.일본은 이미 반세기전에 세계의 강자였지만 오늘날은 금융구조의 취약성,부동산 산업의 붕괴,성장속도의 둔화 등 부정적인 의미의 유럽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극동이 또다른 유럽이 되어간다는 경고다. 저자는 “그래도 아시아는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유럽과는 달리 저력이 있어 오히려 낫다고 강조한다.그는 역사적인 일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예컨대 영국이 세계 최초 해상왕국으로 필리핀,대만,싱가포르,인도까지 지배했을 당시 세계 3대항구는 로테르담,런던,앙베였지만 20세기 들어서는 싱가포르,홍콩,카오슝이 이들을 앞질렀다는 것이다.아시아는 계속 거대해지는 반면 유럽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증거중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책에서 한편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역사적인 공유점과 연관점을 찾는데 특히 노력했다.말미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교류가 미약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문화와 사상의 교류가 없이는 아시아속의 유럽,유럽속의 아시아는 단지 허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책은 아시아 문명화의 위기 뿐아니라 유럽의 위기도 양 대륙간의 단절에서 비롯됐다는 뉘앙스를 풍긴다.철저히 미국과 반대입장에 있는 유럽 시각이란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아시아가 미국쪽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원제 La Victoire des drgons,프랑스 아르망 콜랭출판사,135쪽,98프랑.
  • 고지/예르진­스타니슬로 공저(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경제는 정부·시장 주도권 싸움터”/“국가통제 고비용·저효율성 노출/최근 20년새 시장원리 위력/대공황·전쟁 등 위기땐 상황 역전” 【워싱턴=김재영 특파원】 나라 경제의 모든 것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정부는 손을 놓아야 하는가.그래도 국가 경제인 만큼 정부의 지휘와 관여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학술적인 톤이 강한 이런 질문이 ‘IMF 시대’를 맞아 한국에서도 어느 때보다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한국 및 동남아의 금융위기는 기업과 은행이 수지타산의 경제 및 시장 원칙에 따라 돈을 빌리고 빌려주었다기 보다,정부의 힘을 업거나 정부의 눈치를 짐작해 금융거래를 한 ‘벌’이라는 해석이 강하다.문제의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정부의 관여가 지나쳐 시장 원칙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서방 선진국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단 아시아 경제는 정경유착의 부패,관의 권위주의적 개입과 같은 문제가 심하다고 치자.그러면 이런 문제점이 없는 국가에서 정부는 경제를 완전히 시장에 방임하고 있는가.한국 사람들이 자주 들을 수 밖에 없게 된 IMF 개혁 프로그램에는 시장원리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그래서 잘못된 관치경제의 폐해가 없는 선진국에선 시장원리라는 거대한 자동기계에 의해 국가경제 전체가 돌아가고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으려니 싶다.그러나 이는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다니엘 예르진과 조셉 스타니슬로가 공동 저술한 ‘고지’는 ‘근대사회를 개조하고 있는 정부 대시장의 전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이들에 따르면 20세기들어 선진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서 시장과 정부는 경제운용의 주도권을 놓고 간단없는 쟁탈전을 벌여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선진국이라 해서 시장원리의 메커니즘이 지휘권을 완전히 차지했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물론 20세기 후반부터 시장화가 주도적 추세이긴 하지만 선진국 경제에서 조차 현재와 같은 시장의 대 정부 우위는 최근 20여년 사이의 현상이라고 이들은 말한다.21세기를 앞두고 시장이 국가경제 전체를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에 보다 근접한 것은 사실이나 점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고지’는 러시아 레닌의 말이다.1922년 신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시장 기능을 일부 허용하는 데 대한 반발이 생기자 레닌은 경제의 핵심요소는 국가가 통제한다고 발표하고 이때의 경제 핵심요소를 고지로 표현했다.국가경제를 지휘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국가가 장악한다는 것인데 이는 영국 노동당의 정책,인도식 사회주의 경제체제 등을 거쳐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이 용어가 실제 사용되든 되지 않든,이 고지 경제의 목적은 국가경제의 전략적 부문 즉 주요 산업 및 기업에 대해 정부통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이같은 혼합경제는 흔히 개도국의 전유물로만 여기기 쉬우나 이 책의 저자들은 소유권으로서가 아니라 경제 규제로써 정부가 고지를 통제하고 있는 미국도 ‘규제 자본주의’란 형식으로 혼합경제에 속한다고 말한다. 한때 국가통제의 추세는 거스릴 수 없는 대세로 여겨졌었다.미 대공황 이후의 뉴딜정책 기간과 2차대전 직후가 특히 그러했다.70년대 초반에도 선진국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완전히 질식시키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혼합경제는 확장을 계속했다.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임금 및 물가 통제안을 관철시키고자 애썼다.그러나 90년대 이후 정부는 뒤로 물러서고 있다.전세계적인 현상이다.소련과 중국에서 공산주의 경제체제가 실패했을뿐 아니라 서방의 정부들도 통제권과 책임을 벗어던지는 중이다.국가가 떠맡은 일이 너무 방대하고 떠맡을려는 야심 또한 지나쳐,경제의 심판관이 아니라 주장 노릇을 하려는 데서 ‘정부의 실패’가 속출한 것이다. 통제의 비용이 너무 많고 효율성에 대한 환멸이 생겨 정부는 너도나도 민영화에 나서고 있다.정부의 방매가 역사상 최대치에 이른다.옛 소련,동유럽,중국 뿐 아니라 서유럽,아시아,라틴 아메리카,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미국은 연방,주,지역 정부들이 전통적인 활동들을 시장에 넘기고 있으며 지난 60년동안 일상생활의 모든 곳에 영향을 끼치던 규제들을 폐기하고 있다.정부가 종언을 고하기 시작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정부가 벌이는 일들,경제에서 책임지고 있는 사항들은 확실하게 줄어드는 중이다.전 세계로 보아 정부는 예전보다 분명히 덜 계획하고,덜 보유하고,규제를 덜한다.대신 시장의 영역과 경계선이 확장일로를 치닫고 있다. 정부가 국가경제를 지휘하기 좋은 고지로부터 물러나는 현상을 저자들은 20세기와 21세기의 구분선이라고 말한다.저자 중 예르진은 이름있는 경제평론가로서 ‘상:석유,돈,그리고 권력’이란 베스트셀러로 퓰리처 상을 받았으며 스타니슬로는 예르진이 소장으로 있는 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의 사무국장이다.그러나 저자들은 언뜻 명약관화해 보이는 이같은 정부에 대한 시장의 승리가 21세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한다.한 세기전에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30,40년 동안 시장경제 위주의 자유방임주의가 풍미했다가 대공황을 당한 후 정부에 고지를 빼앗겼었다. 21세기에 어느 쪽이 더 우세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은 부족하지만 457쪽에 걸쳐 20세기 시장과 정부간의 주도권 쟁탈 및 후반부의 시장화 추세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고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평이다. 원제:The CommandingHeights.시몬&슈스터 출판사.457쪽. 23.40달러.
  • ‘대학의 의무’등 3권/도널드 케네디 외(미래를 보는 세계의눈)

    ◎위기의 미 대학교육 원인은 뭔가/“교수 종신제·학문 비밀주의 폐단/돈벌이 연구 매달려 본분 망각/도덕·인격 중시 전통교육 회귀를” 【뉴욕=이건영 특파원】 대학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현 시대에 대한 대처능력을 상실,위기를 맞고 있다는 미국 대학교육의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좌표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서적들이 최근 미국 대학자체 출판사에 의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대학의 의무’,‘고등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절반의 진실들’,‘인문학 개발’등이다. 미국의 대학환경이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는 데는 교수의 노령화와 연구개발비의 축소가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또 새로운 첨단기술의 발달은 대학으로 하여금 학생들과 자금을 유치하는 경쟁을 벌이도록 강요하고 있다.이 책들이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도널드 케네디의 저서 ‘대학의 의무’는 미국 대학교육의 미래를 제시한 사실상의 첫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다.80년부터 92년까지 스탠포드대학 총장을 역임한 그는 대학의 책임보다는 대학의 자유를 더많이 주장한다.대학교수들에게 연구실적을 공개하고 잘 가르치며,대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모든 학문적 도전을 뚫고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그의 주장은 지금까지의 관례를 타파,교수들이 현재 무엇을 연구하고 있느냐를 공개하지 않고서는 대학사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그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 스탠포드대는 연구개발비 지원에 대한 회계부실이 지적돼 시끄러웠다.결국 이 문제로 총장직을 물러난 그는 이러한 뼈아픈 경험에서 대학교육자들은 그들이 지금 무슨 항목으로 지원 받는지를 모르고 있으며,연구내용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비판한다.대학학문의 비밀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박사학위 준비자들을 가르치면서 대학의 의무를 실감했다는 저자는 현재의 교수진들은 과거처럼 은퇴연령인 65세가 됐어도 물러나지 않아 젊은사람들이 대학강단에 서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교수의 노령화는 대학으로 하여금 정규직 교수 채용을 줄이고 시간강사수를 늘리게 하며 이는 대학의 책임성 결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학의 현안을 둘러싼 갈등을 대학의‘문화전쟁’으로 부르면서 개별분석을 통해 문화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현재의 대학의 명성과 위상이 교수들의 연구실적만 토대로 한 것이라면 학생들이 고품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교수들이 ‘생명공학’같은 돈벌이 되는 연구계획만을 맡을 때 대학당국은 이를 어느 정도로 제어해야 하는가. 대학당국 자체가 그런 수익 높은 연구계획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연구대학의 미래는 정부와 산업체와의 협력관계에 묶일 수 밖에 없지만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정부와 기업체간의 협력관계 속에서 대학의 역할을 찾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대학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어려운 선택에 있어 역시 대학총장 출신인 ‘대학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절반의 진실들’의 저자 조지 D.오브라이언은보수적인 방법을 제시한다.그는 한세기 전에 대학사회를 지배한 전통적인 대학교육의 체제로 회귀하자는 이색주장을 펴고 있다.학문적 발견과 다양성보다는 도덕적·인격적인 면을 중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많은 미국학생들이 인문학을 소홀히 하면서 학습단위만 큰 첨단기술학문 쪽을 선호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3천600개의 대학중 교양과목을 설치한 대학은 600개에 불과하다.저자는 또 현재의 대학사회가 교수집단이 아닌 관리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면서 교수의 수급 시장기능에 맞지 않는 ‘교수 종신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저자는 특히 대학은 다문화적인 여러가지의 학문연구보다는 각자 전문성과 독자성 제고에 치중함으로써 다양성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문학 개발’의 저자 마사 C.누스바움은 다문화적 학문연구를 지양하자는 오브라이언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철학자이며 고전주의학자인 그는 미국의 전 대학을 순례하면서 대학의 다양성 부족을 목격하고 이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그는 일부 대학은 자신의 독자성을 강조한 나머지 지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인문학 교육의 목적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학과 철학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대학들이 학문의 자유와 개방적 표현의 터전이란 명성을 얻은 것은 튼튼한 재정 때문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적 목적달성을 위한 추진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 만큼 미국의 대학들은 이제 변화하는 사회를 계속 선도하기 위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이 세 학자들의 문제제기는 최근의 미국 대학의 재정난과 관련해볼 때 음미할 점이 상당히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의 의무’:원제 Academic Duty,하버드대학 출판,310쪽,29.95달러.‘고등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절반의 진실들’:원제 All The Essential Half­Truths About Higher Education,시카고대학 출판,243쪽,19.95달러.‘인문학 개발’:원제 Cultivating Humanity,하버드대학 출판,328쪽,26달러.
  • 초심을 갑옷으로 삼고/석지명 청계사 주지(시론)

    ○합당 약속 준수에 쏠리는 눈 여럿이 동업할때 각기 만족하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일이 잘되면 그 모든 성과를 나혼자 차지하지 못하는 것을 원통해하고 잘못되면 동업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 때문이다.한 사람이 가진 갖가지 형태의 자본이 다른 자본·기술·인력 등과 합해서 동업할 경우 우세한 한 쪽이 동업자인 것을 모두 흡수해서 안정을 찾거나 아니면 분열돼서 서로 원망하며 헤어지는 수가 많다. 많은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두 여당이 동업해서 생기는 갖가지 난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눈여겨보고 있다.한나라당은 과거의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동업으로 탄생했고 새 정권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동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수적으로 우세한 과거 신한국당 계열이 힘으로 밀어붙여서 당권을 장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도다.당지도부가 힘을 받기 위해서 경선을 하되 총재는 합당때의 약속을 생각해서 단일후보 형식으로 추대하고 부총재직에만 경합을 벌인다는 것이다.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도 아직은 큰문제가 없다.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여러 사안에 대해서 이견과 갈등이 있겠지만 동업이 위협받을 정도의 불화는 아닌 듯하다.국민들은 아무래도 집권할 여당들의 화합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 동업을 시작할때 우리는 아주 좋은 초심을 갖는다.상대도 좋고 나도 좋고 아울러 나라와 세상이 다 좋은 결합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한다.의견이 다를때 어느 한쪽이 자기 주장에만 집착하거나 어떤 힘을 일방적으로 과시해서 쪽박을 깨려 하지 말고 끝까지 참을성있고 성실하게 대화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이다. 두 여당도 바람직한 초심으로 만났다.큰 제목은 정권교체와 권력분산으로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 땅에서 실현하자는 것이었다.한쪽은 보다 진보적이고 다른 한쪽은 보다 보수적인 두 색깔의 정당이 합심해서 나라 일을 처리하면 양극단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오랜 야당생활 기간에 신세졌거나 같이 고생한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그들을 낙하산식으로 정부 또는 산하기관의 요직에 앉히거나 속칭 가신 또는 그에준하는 이들을 임명직에 중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요정책은 투명한 공론화과정을 거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깜짝쇼나 독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이것이 여당이 말해온 초심의 주요부분이다. ○지키기 쉽지않은 첫 마음 초심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화장실 갈때와 올 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어쩌랴.개구리에게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나무라지만 개구리에게는 다른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쩌랴.그래서 국민들은 저 초심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계속지켜보게 될 것이다. 한데 말이다.저 지키기 어려운 초심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불교에서는 가사 법복을 입고 있으면 신장이 옹호한다고 한다.총알이나 칼날이 뚫지 못할 만큼 옷감이 두꺼워서 잡것이 침범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그 법복을 입고 있으면 동작,말,생각을 조심해야 하기때문에 실수가 없고,따라서 재앙이 달려들지 못한다는 것이다.앞으로 집권할 여당의 지도자들도,저 초심을 항상 생각하고 지킨다면,손에 쥐어진 권력을 시원하게 휘두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이다.부담스러운 초심이 오히려 정권을 튼튼하게 지키는 갑옷이 되고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촉발제가 될것이다. 나라가 망해 갈때,국민들은 금을 장롱속에 감춘다.그러나 우리는 지금 반대로 은행에 내놓고 있다.거국적 금모으기 운동에 아직 대량의 금괴는 나오지 않았지만,적어도 우리는 국민 각자가 개인만을 생각지 않고 전체가 힘을 모아서 나라를 일으키려고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정치지도자들에 거는 기대 빈자와 부자가 있을때,어느 한쪽이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놓기가 쉬울까.양쪽 다 어렵다.한 쪽은 돈이 없고 다른쪽은 앞으로 부자로 남아 있을 수 가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제 부자들도 큰 돈을 경제 살리기에 내놓고 있다.한 대기업 회장과 출판사를 경영하는 야당 의원이 먼저 나섰다.다른 이들도 뒤따를 것이다. 나라를 이끌 어른들이 초심을 지킬때,돌반지를 내오는 가난한 이나 큰 돈을 내놓는 기업가가 다같이 믿고 따르리라.그러나 두 여당이 인사청문회같은 기초적인 일에서부터 실랑이 벌이는 모습을 노출시킨다면 우리는 불안할 수밖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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