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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의 작은 역사/다니엘 푸러 지음

    미시사에 관심있었던 사람이라면 오래된 유럽 도시의 도로와 광장이 왜 돌로 포장됐는지, 하이힐과 향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이나 마차가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길거리에 넘치던 똥 때문이었다. 우아한 프랑스 귀부인의 하루가 똥 오줌 가득한 요강 한 사발을 창 밖에-밑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내다버리는 것으로 시작했다니 말 다 했다. ‘화장실의 작은 역사’(다니엘 푸러 지음, 선우미정 옮김, 들녘 펴냄)는 그동안 이런 저런 책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졌던 유럽의 똥에 관한 얘기를 모아놨다. 드러내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역시 배설은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이다. 읽다 보면 의외로 똥과 관련된 웃기고도 복잡한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대 아테네, 로마에서 배설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상하수도시설을 잘 갖춘 꽤 괜찮은 수세식 화장실이 많았다. 문제는 중세였다. 공중목욕탕과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 ‘더러운’ 풍속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중세인들은 상하수도관을 내팽개쳤다. 그 덕분에 이제 유럽은 풍속이 아니라 똥무더기로 더러워졌다. 어찌나 똥무더기가 넘쳐났던지 심지어는 어전회의를 열던 독일 황제가 똥통에 안 빠지기 위해 창문에 매달려야 하는 사건까지 생겼다. 수십년간 쌓여있던 똥무더기 덕분에 썩은 마룻바닥이 무너진 탓이었다. 물론 고관대작들은 똥통에 빠져 허우적대야만 했다. 황제 거처가 이럴 정도니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덕에 오염된 흙과 물은 각종 질병으로 고스란히 되돌아 왔다. 물, 비누, 휴지, 하수구, 비데 등과 같은 위생관념은 근대에 들어서야 발달하기 시작한다. 워낙 적나라한 얘기다보니 이 책은 꼭 화장실에서만 읽어야 할 것 같다. 분량도 200쪽 정도에다 가격도 8500원이니 적당하다. 저자와 출판사도 그런 생각으로 책을 내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에드워드 윌슨 지음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에드워드 윌슨 지음

    퀴즈 하나. 히틀러를 복제하면 다시 나치당을 호령하는 대중선동가가 됐을까, 아니면 건축사처럼 정교한 그림을 그려냈던 우울한 화가로 생을 마감했을까. 히틀러가 잘 와닿지 않으면 인물을 ‘유영철’로 바꿔 물어도 좋다. 이런 유형의 질문은 유전자결정론을 비난할 때 많이 쓰인다. 유전자결정론은 말 그대로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의지의 박탈을 의미하고 동시에 도덕의 붕괴로 연결된다. 유전자가 결정했다면, 내 행동에 내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반감’은 유전자 연구가 만병통치약을 만들 것처럼 과장하는 일부 바이오벤처사나 제약회사 등의 일방적인 ‘찬사’만큼이나 근거없다. 사려 깊은 유전자결정론자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개그맨 정찬우의 목소리를 빌려 “그때 그때 달라요.”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유전자결정론에 대한 오해 불식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최재천·김길원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는 유전자결정론으로 고초를 겪었던 사회생물학의 권위자 하버드대 석좌교수 에드워드 윌슨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윌슨은 75년 ‘사회생물학’에서 진화의 핵심은 유전자의 보존이라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인물. 윌슨의 주장대로라면 개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유전자결정론vs환경결정론’ 논쟁이 불어닥쳤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번져나갔다.‘흑인은 원래 게으르고 무식하다.’는 식의 인종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악용당하면서 분배·복지 정책을 둘러싼 좌우파 대립까지 불러일으켰던 것.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 ‘덕분에’ 윌슨은 공개 심포지엄 석상에서 마이크를 빼앗기고 물세례를 맞는 모욕을 겪기도 한다.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 일깨워 그러나 윌슨에게 진정한 모욕은 찬반 가릴 것 없이 논쟁 자체가 초점에서 어긋났다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유전자결정론은 어떤 한 개체의 특정한 행태·습성과 유전자간 1대 1 대응관계를 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윌슨에게 유전자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떤 행동이 발달할 가능성이나 성향’을 일컫는다. 굳이 풀자면 ‘원래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는 동어반복이 아니라 ‘무한히 열려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다발’이라는 경외에 가깝다. 이 차이는 윌슨의 연구대상과 시간단위가 ‘나의 어제 오늘 내일’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이기 때문에 생겨난다. 이 때문에 가벼운 에세이집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뱀·개미·상어 등 친숙한 얘기로 가볍게 몸을 풀고 중반부터 인간의 이기적·이타적 성향 등 논쟁적인 주제로 넘어간다.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유전자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려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면 생물의 다양성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는 것. 윌슨 교수의 제자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번역을 맡은 점이 든든하다. 그래도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생물학 용어를 친절하게 해석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日정부 교과서왜곡 책임지고 막아라

    독도 및 역사왜곡과 관련한 일본의 움직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잇단 도발에 이어 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졌다. 일본 극우단체 ‘새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식민통치를 노골적으로 미화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판 교과서를 만들어 문부성에 검정을 요청했다. 단발성 사건이 아니고, 국가적으로 우경화를 추구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준에 이르렀다. 새역모 교과서는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한반도 침략을 합리화하는 기술을 하고 있다. 일본이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조선을 구했다고 강변하며, 독도가 국제법상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싣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일본 문부성의 검정 결과는 다음달 초 나올 예정이지만 올바르게 고쳐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지난 2001년에도 새역모 교과서 파문으로 주일 한국대사가 소환되는 등 한·일 관계가 경색됐었다. 이번에는 독도 문제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나쁘다. 수교 후 40년만에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민간 출판사가 주도하는 교과서 개정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힌다.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도 지방정부의 일로서 철회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성의의 문제라고 본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기준에는 근린 고려조항이 있다. 규정을 떠나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희망하는 일본이 그래선 안된다. 새역모의 교과서 왜곡과 시마네현의 망동은 중앙정부가 나서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 한국 정부는 독도 영유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일본의 자숙이 없으면 주일대사 소환, 문화교류 제한 등 추가조치가 예상된다. 한·일 우정의 해 행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11월 부산 APEC정상회의에 고이즈미 총리가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벌써 커지고 있다. 북핵, 한류 열풍, 경협에 차질을 빚더라도 일본을 혼내야 한다는 한국민의 여론이 비등점을 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 독도관광 허용 검토

    독도관광 허용 검토

    일본 극우단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든 개정판 중학교 공민교과서와 역사교과서가 독도 및 일제 식민지 통치 부분을 개악해 4년 전 ‘우익 교과서’ 파동이 재연될 전망이다. 우리의 사회 교과서격인 공민교과서는 “독도가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왜곡 기술해 영유권 분쟁을 시도했으며, 역사교과서는 “일제 식민지 통치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식민통치에 대해 기존의 합법 주장을 넘어 아예 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11일 국민적 분노가 증폭되면서 일본의 ‘노골적인 도발행위’ 즉각 중단과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범정부대책반을 구성하고 대응 조치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독도 문제 등으로 야기된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아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독도 및 교과서 문제 등 대일(對日) 현안에 대한 대응 방침을 숙의했다. 정부는 특히 독도문제와 관련, 그동안 유지해온 일반 국민의 독도 방문 자제 방침을 재고해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대외적으로 부각시키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시적인 수준의 대응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4년전 교과서 파동으로 최상용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9일간 소환했던 전례로 비추어, 일본 문부성의 검정 결과에 따라 이같은 사례가 반복될 개연성도 높다. 일본 우익계열 출판사인 후소샤(扶桑社)는 지난해 4월 이같은 내용의 교과서를 문부성에 검정 신청했으며 결과는 다음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외교통상부 이규형 대변인은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후소샤 교과서의 검정신청본이 자국 중심주의적 사관에 입각,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인근국의 역사를 폄하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교육개혁시민연대 등 9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역사왜곡 사실을 공개하고 일본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역사교육연대는 “2005년도 새역모의 교과서는 겉으로는 이전보다 표현을 부드럽게 했으나, 그 내용은 개악된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이는 검정 무사 통과와 함께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려는 고도의 전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교과서는 조선인 강제연행, 위안부 문제, 남경대학살 문제를 기록하지 않았으며,‘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칼럼을 별도로 게재하고 독도가 영유권 분쟁 지역이 되고 있다며 사진도 실었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올바른 역사교육 의원모임’도 성명을 내고 “역사교과서 왜곡은 일제 수탈을 은폐하려는 비열한 술수”라며 교과서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지운 구혜영기자 jj@seoul.co.kr
  • [일본 교과서 왜곡 파장] 4월초 검정결과 공개 8월까지 학교별 채택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교과서 검정은 출판사측이 ‘검정신청본’을 제출하면 문부성이 해당 도서가 교과서로 적합한지 여부를 1차적으로 심의한 뒤 ‘교과용도서 검정조사심의회’의 자문을 거쳐 합격여부를 최종 심의한다. 교과용도서 검정조사심의회는 문부성 조사관의 사전 조사결과를 기초로 심사하며 심의회가 수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결정을 보류한 채 출판사에 ‘검정의견’을 보내 수정토록 한다. 이어 각 출판사의 수정본에 대해 문부성이 다시 검정조사심의회의 자문을 받아 합격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문부성은 검정계획을 공고할 때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 기준을 관보에 미리 발표하지만 내용은 개략적이며 실제 지도는 검정과정에서 이뤄진다. 현행 검정기준에서는 특히 인근 아시아 제국간 현대사 취급시 국제이해와 국제협력의 견지에서 배려하라는 근린제국조항이 있다. 교과서 채택권한은 중학교의 경우 국립과 사립은 학교장, 공립은 지역별 교육위원회다. 고등학교는 모두 학교장이 채택권한을 갖고 있다. 이달말이나 4월초 검정결과가 공개되며,5월에는 견본책이 발행된다.6월 교과서 전시회가 열리는 동시에 채택을 위한 교과서조사연구가 시작된다.7월에도 교과서조사연구가 계속된 뒤 같은 달 말 채택이 시작되며 8월 모든 학교의 채택이 종료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후소샤의 왜곡 역사교과서 제작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은 1997년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카쓰 교수와 전기통신대학 니시오 간지 교수,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 등이 중심이 돼 만든 우익단체다. 자유사관에 입각한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다.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때 중심역할을 한 단체로 결성전부터 일본의 독자적 관점에서의 역사기술을 주장했다. 후지오카 등은 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에 의해 진행된 일본의 전후개혁을 ‘자학사관’으로 규정하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등 과거의 일본 역사를 정당화하는데 몰두하며 좌익적 시각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건전한 민족주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밝은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면서 자학사관을 제거한 새로운 교과서를 집필했고, 그것이 일본 민족의 우월성을 왜곡, 강조한 후소샤 교과서다. 새역모는 집권 자민당 내 우익 의원 모임이나 기업, 우익 언론 등 일본내 우파의 지원을 받고 있다. taein@seoul.co.kr
  • 학습만화 전성시대

    지금 어린이 출판시장은 학습만화가 ‘대세’이다. 교과서, 역사적 인물, 고전 등 다양한 읽기 소재들이 만화시리즈로 모양새를 바꾸고 서점가를 장악해가는 추세다. 만화를 동네 만화방에서 취미로 빌려보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 요즘 어린이들에게 만화는 키득키득 웃고 넘기는 단순 흥밋거리가 아니라 학습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교양서’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출판시장의 고질적 불황 속에서도 학습만화 시리즈의 파워는 대단하다. 지난해 최고 베스트셀러의 하나였던 한자학습 만화 ‘마법천자문’시리즈(아울북).2003년 11월 1권이 나온 이후 7권까지 출간됐다. 출간 1년 남짓 새 팔아치운 부수는 모두 230만부. 여전히 한달 평균 25만부 정도는 팔려나간다는 게 출판사측의 얘기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신지원 팀장은 “만화가 갖는 ‘재미’요소에 ‘학습’요소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킨 것이 학부모들에게 지갑을 열게 한 주요배경이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학습만화 시장의 전망을 확인한 이 출판사는 학습요소를 좀더 상향시킨 또 다른 시리즈 ‘한자놀이북’(전10권)을 잇따라 내놓아 짭짤한 재미를 챙겼다. 만화가 교양서의 하나로 떳떳이 ‘대접’받게 한 수훈갑은 지난 2000년 나온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가나출판사).20권 완간을 목표로 현재 18권까지 선보인 시리즈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독자들까지 포섭하며 110만부라는 기록적 판매고를 올렸다. 가나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학습만화의 주요 공략층은 역사나 위인들의 세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초등 3∼4학년생”이라면서 “불경기에도 교육비쪽 지출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에서 단행본 전문 출판사들도 요즘엔 너나없이 만화시장으로 눈돌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시내 대형서점들마다 전에 없던 ‘학습만화’코너가 속속 새로 생겨나는 건 그 방증이다. 시각문화에 익숙한 ‘이미지 세대’의 어린이들에게 만화는 매력적인 장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짝 특수’를 노린 무분별한 만화출판 경쟁에 독자들이 애매하게 피해를 입을 여지가 큰 게 사실이다. 실제로 ‘마법천자문’이 베스트셀러로 뜨자마자 우후죽순 쏟아져나온 유사기획물은 무려 20여종. “특히 역사나 인물을 해석하는 만화들은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고증작업이 선결돼야 하는데, 자질 미달의 작가들이 졸속으로 글을 쓰고 엉터리 그림을 그리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한 기획자는 꼬집었다. 책읽기의 자세를 놓고 고민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아이들에게 만화로 학습교재나 고전을 이해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게 옳은지 의문스럽다.”는 주부 박경(36)씨는 “당장 ‘만화 삼국지’를 먼저 읽혀도 좋을지, 억지로라도 삼국지책을 먼저 읽혀야 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 모든 해답이 출판사의 양식에 달린 문제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소설 속에 핀 소녀의 ‘고구려 혼’

    지난해 2월, 인터넷 카페에 ‘고구려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고구려 우표 만들기 100만명 서명운동을 폈던 여학생이 이번에는 역사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화제다. 여고 1학년이 된 신부연(17·전남 외국어고 프랑스어과)양이 지난 1월 서점가에 선을 보인 팬터지 역사소설 ‘고구려 소녀(2권·명진출판사)’에 실명 그대로 주인공인 신부연이 됐다. 글쓴이는 여성인 강영숙씨다. 줄거리는 이렇다. 중학생인 신양이 고구려 유물 전시회에 갔다가 타임머신과 같은 ‘해인의 구슬’을 통해 고구려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훗날 만주를 호령하는 광개토대왕이 되는 청년 ‘담덕’을 만난다. 이들 둘은 천하를 지배할 힘을 얻기 위해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사신(四神)을 함께 찾아 나선다. 이후 이들 남녀는 시공을 넘나들며 위기에 빠진 고구려를 구한다. 작가가 꿈이라는 신양은 “누가 더 고구려를 잘 알고 더 소중히 생각하는가, 누가 더 고구려를 사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의 가슴속에 잠자던 고구려의 혼이 깨어나 활활 불타오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웃었다. 나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역사소설 왜 뜨나?

    한국소설이 ‘역사’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작가들이 내놓는 신작 가운데는 역사 소재의 작품들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그 자체를 커다란 트렌드라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침체된 문학시장의 활로를 뚫는 기제로 역할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심장한 흐름이라는 게 출판가의 중론이다. ●꾸준히 ‘발언’하는 역사소재 소설들 역사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인기있는 소설 소재였다. 하지만 근년들어 이른바 ‘역사소설’들이 문학시장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사뭇 달라졌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군이 몇몇으로 한정됐던 예전과는 달리 젊은 인기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순신 장군의 내면세계를 새로운 각도로 그려낸 김훈의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 이후만 봐도 그 분위기는 감지된다. 예술을 위해 조국을 등지고 신라로 망명한 우륵의 예술혼을 다룬 김훈의 또 다른 역사소설 ‘현의 노래’에 명기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불러낸 전경린의 ‘황진이’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8권으로 완간된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여성화가 나혜석의 실제 삶에서 모티프를 따온 함정임의 ‘춘하추동’, 신라왕실을 주름잡은 요부 미실의 삶을 그린 김별아의 ‘미실’이 최근작들. 베스트셀러 ‘풍수’의 작가 김종록도 이번주 조선시대 천문학자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전2권)를 내놓았다. 특정인물을 벗어나 역사 자체를 글감으로 잡은 작품들로 눈을 돌리면 사례는 더 많아진다. 장정일이 여성적 시각에서 썼다는 ‘소설 삼국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작품이다. ●한승원도 ‘정약전 주인공’ 곧 출간 출간 ‘예약’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달 말엔 중진작가 한승원이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문이당)을 내놓는다. 정약전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천주교 선교사로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주인공을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정약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복원해낼 것”이라는 게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또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주인공인 김탁환의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황금가지)이 여름에 출간된다. 황금가지는 미 군정기에 암약했던 여간첩 김수임을 그린 김탁환의 또 다른 소설(제목 미정)도 겨울쯤 내놓을 계획이다. 김별아도 내친김에 조선시대가 배경인 역사소설을 잇따라 쓰고 있는 중이다. 역사소설 특히 인물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쓰기의 경향은 크게 두가지 배경에서 출발한다. 먼저 이전의 역사소설들과는 달리 최근엔 개인주의적인 서술방식으로 씌어지고 있는 추세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영웅담에 의존하는 국가주의적 서술태도나 성적 흥미를 추구하는 야사 중심에서 벗어나 요즘 작가들은 개인주의와 페미니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집단 속에서 개인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개별인물을 통해 거꾸로 집단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칼의 노래’,‘황진이’,‘미실’, 장정일의 ‘삼국지’ 등이 모두 그런 유형에 든다. ●일부 작가들 “아이디어 빈곤 극복 대안” 일부 작가들은 아이디어 빈곤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역사소설 장르를 택하기도 한다. 김별아는 “현실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그 속에서 문학적 가치를 짚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고백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 또한 역사소재 소설 쪽으로 쉽게 쏠리는 게 사실. 전경린의 ‘황진이’는 15만부나 팔렸고 ‘미실’도 출간 보름여 만에 4쇄(5만부)를 찍었다. 초쇄 3000부를 소화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국내 소설시장의 현실에서 놀라운 성적이다. 민음사 이수은 문학팀장은 “역사소재 소설은 픽션이면서 동시에 실재의 이미지를 가미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 봐도 불리할 게 없다.”며 “그들의 선전은 하향 문학시장에 대한 경고이자 반동으로 읽혀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법정서 고소인 둔기폭행

    딸이 구속기소된 것에 앙심을 품고 70대 아버지가 고소한 사람을 재판정에서 둔기로 때린 사건이 일어났다. 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523호 법정에서 형사12단독 김동아 판사는 1999년 자신이 일하던 출판사에서 1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조모(34)씨의 재판을 심리하고 있었다. 10분쯤 지났을 때 방청석에 앉아 있던 조씨의 아버지(72)는 갑자기 숨겨온 길이 20㎝의 흉기로 앞 줄에 앉아 있던 윤모(74)씨의 머리를 3차례 가격했다. 윤씨는 조씨가 일하던 출판사 사장으로 조씨를 고소한 사람이다. 머리에 상처를 입은 윤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 조씨는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법원의 방호·보안시스템이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소란이 벌어진 법원종합청사는 법정에 한 사람의 경위만 배치돼 있었다. 법원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지만 조씨는 금속탐지기가 없는 통로로 법정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청사 방호 및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 상반기에 전자식 신분증으로 민원인이 방문하고자 하는 사무실에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는 흉기 소지자의 법정 출입을 막도록 검색대와 CCTV를 청사와 법정까지 확대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논술이 술술]역사란 무엇인가 /E.H.카아

    자연의 변화처럼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과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앞서 역사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은 앞선 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노력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어떤 특정한 역사 상황의 정치, 경제, 문화의 조건 아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과 사회는 역사의 산물로서 그저 떠밀려가기만 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인간은 지금까지 주어진 조건 속에서 늘 자신의 현실을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따라서 인간이 역사적 존재라는 말은 인간이 역사 상황의 수동적인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어떤 특정한 역사의 조건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역사의 조건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역사적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해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알아야만 한다. 역사 조건과 관계 없이 일어나는 사회 현상은 없으며, 또한 역사 밖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로 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좀더 근원적으로 알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도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책을 많이 본다고 해서, 과거의 사실들을 많이 배운다고 해서 역사를 바르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 이전에 올바른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역사 이해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역사’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역사’는 과거의 인간 활동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려 우리 앞에 객관적인 대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인간의 모든 활동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역사적 사실과 정보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선별되고 재구성된 것들일 수밖에 없으며,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나아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언제나 ‘역사’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존재하며, 그 ‘역사들’ 가운데에서 올바른 교훈을 이끌어내려면 역사를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관이란 결국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현재의 문제 인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꼭 읽어 보아야 할 책이 바로 카아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주제로 역사 이해와 관련된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 주제들은 역사학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와 관련된 여러 철학적 쟁점과 주제들을 접근하는 데에도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역사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를 역사가와 역사의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해보자. -역사를 바라보는 데 ‘실증주의’가 지니는 한계는 무엇인가.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라는 영웅사관이 지닌 문제는 무엇일까. -“인간에게 과거 사회를 이해시키고 현재 사회에 대한 그의 지배를 증진시킨다는 것이 역사의 이중적 기능인 것”이라는 카아의 관점에 근거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3∼고3 -관련 교과:국사, 한국근현대사, 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20세기의 사람들(한겨레신문사), 세계사 편력 1∼3(네루·일빛),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유시민·한샘출판사). 역사의 교훈(윌 듀란트 외·범우사), 역사에세이(장수환·동녘), 역사 이야기(정옥자·문이당) -기출논제:2004학년도 경희대 정시 논술,1996학년도 이화여대 정시 인문계 논술,1998학년도 서강대 정시 인문계 논술
  •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4권 출간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읽지는 않는 책, 고전. 굳이 마크 트웨인의 익살이 아니더라도, 읽자고 결심해 책장 앞에만 서면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이 고전이다. 당시에는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상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충격이 가신 책은 따분한 ‘공자왈 맹자왈’에 그치기 쉽다. 이럴 때면 누군가 시간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줬으면 싶다. ●입체적 구성으로 이해 쉽게 도서출판 그린비에서 낸 ‘세계를 뒤흔든 선언’시리즈는 이런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모두 4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미국 ‘독립선언서’(스테파니 드라이버 지음, 안효상 옮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앤드루 커크 지음, 유강은 옮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알렉스 맥길리브레이 지음, 이충호 옮김)을 각각 다루고 있다. 소로와 카슨의 책까지 ‘선언’에 포함된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인 영향력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전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책은 계속 나왔다. 책세상문고는 ‘고전의 세계’로 50여권을 이미 냈고, 살림출판사는 ‘e시대의 절대사상’을 타이틀로 50권의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선언시리즈에 눈길이 가는 것은 입체적인 구성 때문이다. 대개 고전 관련 서적은 ‘원문+해당 전공자의 풀이글’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분량도 많고 다소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에 반해 선언시리즈는 본문을 과감하게 생략한 채 당시 배경과 그 이후의 파장·효과에 집중하고 있다.4권 모두 등장배경과 지은이, 선언 내용, 당대에 끼친 영향, 책이 남긴 유산, 여파, 연구자의 풀이글 순으로 일관되게 편집됐다. 부록으로 선언에 관련된 참고문헌 등이 실린 것은 물론이다. 여기다 각권 모두 170∼180쪽 정도의 문고판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풀이글·자료사진도 충실 그렇다고 내용이 허투는 아니다. 프리랜서나 편집자, 작가가 간결하게 집필하고 충실한 자료 사진과 그림이 뒷받침하고 있다. 문고판치고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여기에다 그린비는 각권의 풀이글을 고병권, 안효상, 홍세화, 박용남 등 이름만 봐도 든든한 이들에게 맡겼다. 원문 자체가 워낙에 유명세를 치렀던 책이라 직접 읽어 보라는 것 외에는 따로 설명할 말이 없다.‘공산당선언’과 ‘독립선언서’의 웅장한 목소리에서 근대의 출현을,‘시민불복종’과 ‘침묵의 봄’의 조근조근한 어투에서는 근대의 성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다만 “세계를 뒤흔들었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는 점은 못내 껄끄럽다.‘월드시리즈’가 세계선수권이 아니라 미국 국내 프로야구 리그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이 껄끄러움을 덜어내려면 우리도 이렇게 산뜻한 책을 얼른 내놓는 방법밖에 없다. 각권 99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훈 ‘칼의 노래’ 독어로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칼의 노래’가 올해 독일어로 번역된다. 지난해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과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각각 영어, 스웨덴어로 번역된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진형준)은 4일 올해 1·4분기 한국문학 번역지원 대상자로 ‘칼의 노래’의 독일어 공동번역을 신청한 하이디 강(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과 안소연(연세대 독문학과 강사)씨 등 모두 8개 언어권 11건을 선정했다. 선정자에게는 1500만원이 지원되며, 번역이 완료되면 해당 언어권의 출판사에서 출판한다. 언어권별 번역지원작과 원작자는 다음과 같다. ▲영어-검은 꽃(김영하)▲프랑스어-부초(한수산)▲독일어-칼의 노래(김훈), 박희진 시선(박희진)▲러시아어-연암집(박지원), 삼국유사(일연)▲몽골어-춘향전(작자미상)▲스웨덴어-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김영하)▲우크라이나어-한국문학단편선(김동인 외)▲중국어-옛우물(오정희)
  •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서울 마포구 공덕동 시장 안에 간판도 없는 서너 평 남짓한 선술집이 있었다. 주로 시장 안의 상인들이 목이 마르면 선 자리에서 막걸리 한 사발이나 혹은 소주 한 병을 신김치나 술국을 안주 삼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곧장 가게로 달려가는 곳이었다. 이 간판 없는 술집의 소중한 값어치를 소위 글쟁이들 중에서도 눈 밝은 어떤 이가 발견하였다. 1980년대 초였는데, 둥근 드럼통을 잘라 만든 술탁 3개가 전부인 그 선술집을 글쟁이들은 멍청이집이라고 불렀고, 술집 아주머니를 일러 멍청이아줌마라고 불렀다. 당시 40대 언저리의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들의 그런 호칭을 전혀 개의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청이집과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판은 물론 신문사 문화부의 문학이나 출판 담당 기자들이며 영화판이나 굿판 같은 딴따라판에서까지 꽤 유명한 집이 되고 말았다. ●간판조차 없었던 선술집 ‘멍청이집’ 글쟁이판에서 가장 먼저 멍청이집을 발견한 것은 당시에 공덕동 시장 가까운 골목에 있는 금성출판사의 주간이자 시인인 강민, 시인인 유제하, 이병희, 성귀영, 지금은 문학동네 발행인으로 있는 강태형, 시조시인 김원각, 작가 이채형 등 소위 ‘금성사단’이었다. 그 뒤로 나를 위시한 시인 이시영이며 윤재철, 윤중호, 김사인, 작가 윤후명, 김민숙, 김상렬에 이어 영화감독 이장호, 장선우 등이 줄을 섰다. 하루 종일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고작 잔술이나 팔던 버릇을 해서 워낙에 안주에 대한 개념이 없던 멍청이아줌마에게, 우리 같은 글쟁이들은 얼핏 상상이 안 되는 특별한 손님이었다. 적어도 글쟁이들이 드나들기 전에는 술국이나 신김치 이외에는 전혀 안주가 필요하지 않던 술집이어서 미리 준비한 안주가 없던 터라, 우리가 안주를 시키면 그때야 부랴부랴 시장에 있는 생선가게로 달려가고는 했는데, 안주감도 꼭 우리가 시키는 데 맞추어, 꽁치며 고등어, 생태, 오징어, 주꾸미, 낙지 등속을 사왔다. 그리고 나중에 계산을 할 때면 약간 더듬거리는 어눌한 말투로 미안한 듯 말했다. “저기, 꽁치나 고등어 같은 것은 탄불에 굽기만 했으니께, 기냥 생선가게에서 산 대루 주기만 하면 되구라우, 오징어하고 쭈꾸미는 양념값 오십원을 따로 보탰구먼이라우. 그렁께 쏘주 네 병에다가 이거저거 모다 합치먼, 오메, 삼천원이 넘는 갚소잉?” 멍청이아줌마의 술값은 으레 자신이 시장에서 사온 생선값에 양념값 얼마를 더하는 식이었고, 이런 계산법에서 바로 멍청이란 호칭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또한 이런 계산법에 서투른 나머지 차라리 멍청이아줌마의 계산에 얼마를 더하는 우리 식의 계산법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0년 당시에는 주꾸미며 낙지 같은 해산물을 양념을 발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먹는 소위 주꾸미양념구이나 낙지양념구이 같은 요리는 시중에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멍청이집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 내가 낙지며 주꾸미를 양념에 발라 구이를 해먹겠다고 하자 멍청이 아줌마는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오메, 우찌께 낙자나 쭈구미 같은 물것을 탄불에다 꾸어 잡순다요? 물것은 기냥 데쳐서 잡사야제, 탄불에 꾸먼 오그라들어 맛이 없을 거인디.” 멍청이 아줌마가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숙수로 나섰는데, 우선 주꾸미를 생물로 한번 굽고 약간 꼬들꼬들해졌을 때 고추장이며 고춧가루에 설탕이며 파 마늘, 간장을 넣어 갠 양념장을 발라 탄불 위에 올려 불을 쏘이자마자 그대로 먹는 식의 주꾸미 양념구이가 만들어졌다. 그러자 다 만들어진 주꾸미양념구이를 한 점 맛본 멍청이아줌마가 큰소리를 냈다. “오메, 쭈꾸미가 우찌께 이런 맛이 다 난다요?” 멍청이아줌마는 주꾸미 한 점과 곁들여 당연히 우리가 따라주는 소주 한 잔도 곁들였는데, 그러다보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우리 자리에 퍼질러 앉아 함께 어울리며 술자리의 흥을 더하기도 하였다. 멍청이집에서는 이런 식으로 주꾸미에서 비롯해서 낙지까지 몇 가지 요리가 더 만들어졌는데, 이를테면 낙지를 살짝 데친 다음에 애호박을 채 썰어서 역시 살짝 데쳐내어 식초와 설탕 고주장, 고춧가루에 마늘이며 파 같은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먹는 낙지회무침 같은 것이었다. ●글쟁이 술꾼들이 안주 개발하기도 멍청이아줌마로서는 파천황의 대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일행이 많아서 모두 대여섯 명이 탁자에 둘러앉아 낙지연탄불구이며 낙지회무침을 위시해서 평소보다 많은 안주를 시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멍청이아줌마가 좌불안석으로 우리 곁은 빙빙 돌더니 더 이상 못 참고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술 잡숫는디, 죄송하제만이라우.” “예,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요?” “그거이, 그거이.....” “말씀하세요.” “오메오메, 시방 술값이 만원이 넘었당께요.” 멍청이아줌마로서는 선술집을 시작한 후로 술값이 만원을 넘은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 마음씨 좋고 정이 넘쳐나던 멍청이아줌마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풍을 맞는 불행한 일을 당해 반신을 못 쓰게 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았고, 아울러 글쟁이들의 흥겨운 공덕동 시절도 시들해져 버렸다. 멍청이아줌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공덕동 시장은 2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주변에 대형 빌딩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대부분이 먹자골목으로 변했다. 지하철 5·6호선이 만나는 공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우선 유명한 최대포집이 나오고, 거기서 비롯하여 마포골뱅이 골목, 마포오향족발이며 궁중족발, 소문난영양족발 같은 족발 골목, 마포할머니빈대떡이며 청학동부침개의 모듬전 골목 등이 이제 막 시장기를 느끼기 시작한 손님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터이다. 바로 마포할머니빈대떡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수건만한 크기의 아크릴 간판에 전주식당(02-711-0238)이라고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주식당은 4000원짜리 가정식백반이 유명한데, 가게방으로는 모자라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노점에 앉아 불편하게 식사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포 일대의 빌딩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 사이에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가게방 모자라 노점서 식사해도 장사진 전주식당의 인기는 무엇보다도 전주출신인 주인 아주머니 김정자씨의 큰 손에 있다. 무슨 반찬이든지 접시에 수북수북 쌓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그이가 가정식백반에 담아내는 반찬은 생굴무침, 조기구이, 고사리나물, 봄똥김치, 묵은김치, 고구마순, 시래기무침, 감자샐러드에 한번 맛보면 손님들이 누구나 빠져드는 청국장의 깊은 맛이 곁들인다. 그러나 전주식당의 참맛을 알려면 아무래도 저녁이 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녁이면 홍어삼합이며 홍어회, 아구찜을 파는데, 여기에서 비로소 주인 되는 이의 큰 손과 맛에다가 넉넉한 인심과 넘치는 정이 제대로 빛을 내는 것이다. 홍어삼합의 경우 커다란 대형 접시가 넘칠 정도로 전라도의 묵은김치며 돼지고기, 홍어가 가득히 나오는데, 네댓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 3만원이고, 서너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은 2만원이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홍어탕은 진한 맛이 일품인데, 두세 번 얼마든지 시켜도 된다. 홍어회며 아구찜도 같은 값인데, 양 또한 넘쳐날 정도인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에 환갑을 지난 김정자씨는 술자리가 어우러지면 어느 새 소주 한 병과 생선찌개를 들고 천연덕스럽게 손님자리에 끼어든다. “옛수, 요건 서비스요오.” 그리고 손님이 술을 권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마시고는 어느 새 술자리를 이끌어 나간다. 이를테면 그이는 천성적인 놀이꾼이자 신명꾼이다. 아니, 그이만이 아니다. 남편되는 칠순의 조과영씨마저도 어쩌다 가게에 들리면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부부가 신명이 오르면 김정자씨가 소리친다. “장사 때레치우고 노래방에나 갑시다아.”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를 나와 용강동길로 접어들면 한화오벨리스크 뒤편이자 마포주차장 건너편 먹자골목 어귀에 주꾸미집(02-719-8393)이 있다. 무슨 옥호도 없이 간판이 그저 주꾸미집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주꾸미집이라는 이름에 대한 주인 되는 이진숙씨의 생각이 뜻밖에 철학적이다. “이름을 뭘로 해야 주꾸미를 가장 잘 나타낼까 고민 많이 했제라우. 근디 주꾸미한테다가 벨 이름을 다 붙에봤자 주꾸미가 살아나덜 안해라우. 그래서 할 수 없이 기냥 주꾸미집이라고 했어라우. 그라고 낭께 주꾸미 파는 집서 주꾸미집처럼 잘 어울리는 이름이 달리 없더랑께요. 아자씨는 생각이 어쩌요?” 주꾸미집은 과연 주꾸미집답게 메뉴가 주꾸미숯불구이에다가 왕새우구이가 다다. 아니, 주꾸미숯불구이를 시키면 따라 나오는 해물된장이 더 있다.1인분에 8000원 하는 주꾸미숯불구이는 그 양이 만만치 않아서, 만일 양이 적은 사람이라면 혼자서 1인분을 다 먹기가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양념한 주꾸미를 석쇠 위에 올려 숯불에 구워내는 식인데, 특이한 것은 무슨 상추나 배추 같은 야채에 싸서 먹는 것이 아니라 생김에 싸먹는다는 것이다. 마늘이며 고추를 곁들여서 주꾸미를 생김에 싸먹는데, 그것들이 입안에서 어울려드는 맛이란 뜻밖으로 환상적이다. 이따금씩 커다란 냉면사발 한 가득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저절로 다시 주꾸미에 손이 간다. ●생김에 싸먹는 주꾸미구이 맛 환상적 저녁 무렵만 되면 손님이 붐비기 시작하는데, 달리 종업원을 두지 않고 주인 내외가 눈코 뜰 사이 없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돈도 많이 버는데 종업원 좀 두지 그러냐는 질문에 바깥주인 되는 문태복씨가 엉뚱하게 메뉴판을 손짓해 보였다. “종업원을 두면 나야 펜하제만, 저걸 감당하지 못항께요.” 무슨 뜻인지, 하고 눈으로 묻자 그이는 뒷말을 이었다. “종업원 한 사람 두면 아메도 저 팔천원이 만원으로 올라갈 꺼이요. 안그러면 양이 적어지던가. 나가 주꾸미집을 하는 한 그짓은 못하겄소. 기냥 몸으로 때워야제.” 주인 내외가 고향인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을 떠나온 것은 1976년이었다. 원래 한 마을의 위아랫집에서 처녀총각으로 살았는데, 어쩌다가 밀밭이며 방앗간을 오가면서 정분이 났다. 결국 마을에 소문이 나는 바람에 처녀총각이 밤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그리하여 서울이며 경기도 일대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인생유전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내외는 부천 오정동, 약대동, 광명시 철산동, 서울의 왕십리 등 무려 25번을 이사한 끝에 마포 도화동에 대지 15평짜리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내외는 그때 하도 돈에 포한이 져서 큰딸 이름을 봉황이라고 지었는데, 한문이 봉우리 봉(峯)에 황금 할 때의 황(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돈에 포한이 진 주인 내외라지만, 표정은 구김살 하나 없이 밝은데, 거기에 대한 안주인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다. “우리 내외가 둘 다 워낙에 놀기롤 좋아헌단 말이요. 아무리 없이 살어도 노는 디라면 빠지지 않고 다니제라우. 글다본께 남들 눈에는 근심걱정 한나도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모양입디다.”
  • 원로작가 송기숙씨 산문집 펴내

    요사이 작가들의 경향으로야 쉬어가기 삼아 써내는 글이 산문집이다. 그런데 ‘녹두장군’‘암태도’의 원로 작가 송기숙(70)씨에겐 그 일이 참 오래도 걸렸다.‘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화남 펴냄)은 20여년 만에 내는 산문모음이다.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니 문단 이력이 올해로 40년. 수십년 곰삭혀온 속엣말들을, 그것도 ‘이쯤해서 산문집 한번 내보자.’는 출판사의 권유에 못이겨 책으로 묶었다. “작가로서, 우리 민족 설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내 나름의 결말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뗀 작가가 힘겹게 꺼낸 얘기의 핵심어는 뜻밖에도 ‘공동체 문화의 복원’. 제목이 암시하듯 마을공동체를 뜻하는 ‘두레’정신을 돌이켜보고 이를 일깨워야 한다는 글들은 사뭇 웅변조를 띠기도 한다.“일제가 식민화 과정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마을공동체인 ‘두레’와 당시 신흥종교로 불렸던 보천교 증산교 등 민족종교였다.”는 그는 “총독부는 농촌수탈의 최대장애가 두레라는 것을 알고 이를 파괴했다.”고 했다. 산문집에서는 박정희 정권이 국가주의 정책이념으로 제정한 ‘국민교육헌장’을 분석하고 일본 군국주의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붉은악마와 국가주의 시비’가 그런 요지다. 항일투쟁에 얽힌 비화를 담은 ‘섬, 섬사람들’ 등의 글들은 소설취재를 위해 역사현장을 더듬으며 체득해온 작가적 성취로 읽힌다. 또 만년 야인으로 살다간 경제학자 박현채,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등과의 숨은 일화도 들어있다. 현재 작가는 대통령직속 광주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을 맡고 있다.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교황의 인간관과 걸어온 길 2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의 회고록 ‘일어나 갑시다!’(성하은 옮김, 성염 주교황청 한국대사 감수, 경세원)가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이 책에는 카롤 보이틸라(교황의 본명)가 1958년 폴란드 크라코프 대주교의 보좌주교로 임명된 이후부터 1978년 첫 폴란드인 교황으로 선임되기까지 20년 동안을 “회상하고 반성한” 내용이 담겼다. 교황이 자신의 사제생활을 회고한 ‘은사와 신비’(1996년)의 후속편 격인 이 책은 일반적인 회고록처럼 사건 중심이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 제목은 성경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 함께 온 제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일어나 가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황은 이 책에서 특히 주교의 역할과 마음자세를 강조한다.“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는 요한복음의 구절을 인용하는 교황은 “주교는 무엇보다 되도록 많은 신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인격 하나하나는 각각 한 권의 책에 해당한다. 나는 늘 이런 확신에 따라 행동했다.”는 교황의 인간관도 전해준다. 교황은 필리핀 교회와 한국 교회의 역동성에 주목한다.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야말로 제3000년기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1958년 크라코프 주교로 서임됐을 당시의 일화가 실려 있다. 교황은 주교가 된 날 폴란드 리나 강을 카누로 여행하던 중 스테판 비신스키 추기경으로부터 당시 교황 비오 12세의 결정을 통보받았다. 추기경을 만나러 바르샤바로 가던 그는 밀가루 부대를 실은 트럭에 몸을 싣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고 회상한다. 교황은 공산당 시잘 폴란드에서 성당 신축 허가를 번복한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는 “성직자의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는 훈계이지만 크라코프 시절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내 성격 때문이었다.”며 자책하기도 한다. 이 회고록은 폴란드를 제외한 세계독점 배포권을 갖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소유의 몬다도리 출판사에 의해 지난해 5월 처음 출간됐다. 회고록 내용은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2∼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경제,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1984(조지 오웰), 동물농장(〃), 걸리버 여행기(스위프트), 모던타임스(영화·찰리 채플린),20세기의 인물들(한겨레출판사) -기출논제:한양대 1999학년도 자연계 모의고사
  • [책꽂이]

    ●내 아내의 모든 것(김연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미성년’ 등을 내놓았던 여성작가 김연경의 새 소설집. 올해로 등단 10년째인 작가는 러시아 유학 중에 써모은 새 작품집에서 진부함과 범속함을 가장해 우리 삶의 지리멸렬한 통속성을 에둘러 까발렸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자의 고통이 환상문법으로 묘사된 표제작 등 9편의 단편이 묶였다.9000원.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신대철 지음, 창비 펴냄) 국민대 국문과 교수인 신대철 시인이 제4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이후 5년 만에 시집을 냈다. 군 복무 시절 최전방에서 북파공작원을 북으로 보냈던 기억을 구체적으로 풀어놓는 등 아픈 체험을 술회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영남대 독문과) 교수는 “그의 시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듯한 극한의 지점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고 평했다.6000원. ●왜 쓰는가?(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어린 시절 열렬히 좋아하던 야구선수를 우연히 만났으나 연필이 없어 사인을 못 받은 게 한이 되어 늘 펜을 지니고 다녔고 그 습관 때문에 작가가 됐다는 폴 오스터. 도회적이고도 감성적인 언어로 미국 문학을 대표한다는 그가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작가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 놓은 자전적 에세이집. 생활 속 경험담 위주여서 부담없이 그의 작품세계에 접근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듯하다.6500원. ●잔혹한 계절, 청춘(다자이 오자무·오에 겐자부로 외 지음, 이유영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오에 겐자부로, 다자이 오사무, 이시하라 신타로, 마루야마 겐지 등 일본 대표작가 10인의 단편 묶음. 청춘을 주제로 한 10편의 단편소설들에 전후 일본 사회의 어두운 내면의식이 투사됐다. 무라카미 류, 사카구치 안고, 후루야마 고마오 등 11명의 성(性)을 주제로 한 단편집 ‘슬픈 집착, 성애’도 함께 나왔다. 각권 9500원.
  • 문학평론가 김병익 ‘비평집’ 펴내

    한눈 팔지 않고 문학하기 난감한 시대. 그렇건만, 문학은 살아남아야만 한다고 조목조목 따져드는 책 한권이 눈길을 붙든다. 문학평론가 김병익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초빙교수가 내놓은 ‘그래도 문학이 있어야 할 이유’(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이 시대 문학의 존재의미를 변론하는 청청한 발언집이다. 문학의 시대적 가치를 웅변하는 지은이의 목청은 갈수록 높아진다. 아닌 게 아니라 책 머리말에다 “사위는 잿불에 불어주는 작고 조심스런 입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어뒀다. 지은이 자신, 국내 중추 문학출판사인 문학과지성사를 만든 주인공. 평론가라는 객관적 시각으로 현대 한국문학의 한 자락을 ‘현장 목격’해온 이답게 책은 명료하면서도 간결한 구성으로 주제어에 접근해 간다. 핵심을 담은 부분은 제1부 7편의 ‘문학 일반에 관한 글’ 모음이다. 각종 문학관련 강좌와 포럼 등에 참석해 흥분을 섞어 풀었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담았다. 표제 글에서는 개인적인 문학관부터 밝혔다.‘피하고 싶은 문학’과 ‘고집하고 싶은 문학’으로 나눈 뒤 “일회적 상품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을 전자,“시간의 때를 타지 않고 문명의 변화라는 파고를 이겨낼 수 있는 인류의 영원한 문화적 자산”을 후자로 각각 정의했다.‘고집하고 싶은 문학’은 다시 ‘진지한 문학’이란 이름으로 치환한 뒤 “(문학만이)인간을 사물화하는 기능주의, 사람을 기계로 전락시키는 속도주의, 인류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획일주의에 대항하는 거의 유일한 휴머니즘으로서의 역할과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소설가는 왜 소설을 쓰는가’‘시는 컴퓨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등 디지털 시대의 문학 운명을 고민하는 글들이 함께 엮였다. 2부는 고은의 ‘만인보’에서부터 김원일의 근작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에 이르는 작품 비평문,3부는 에세이에 가까운 “문학의 변두리글”들로 채워졌다.1만 3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논술이 술술]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지음

    우리가 ‘자본주의’라는 용어에서 떠올리는 것은 보통 ‘인간의 이기적 욕구’와 ‘경쟁’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며,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채우려는 사람들을 ‘자본주의’ 질서에 훌륭하게 적응하는 ‘능력자’로서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방탕한 부자의 행태에도 잠시 눈살을 찌푸릴 뿐, 소비가 자유이자 미덕이라는 그 기본 논리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해 버린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도덕적이든 아니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자본주의적 생존 법칙이자 덕목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버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과 행위들은 근대의 합리적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멀며,‘천민’자본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근대 자본주의는 종교개혁 이후 확산된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에 기반해 발전해 왔으며, 그러한 금욕적 생활과 직업에 대한 의무의식이야말로 합리적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근거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1900년대 초 그 일부가 씌어졌으며,1904년 말에 완성돼 1905년에 발표됐다. 이 책에서 베버는 근대 자본주의의 기원을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신에서 찾고 있다. 서구 근대 자본주의 문화의 본질을 인문주의적 합리주의와 금욕적 합리주의의 결합으로 파악하고, 종교개혁 이후 나타난 금욕적 직업 윤리에 기반한 종교적 이상주의가 그것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베버의 사상은 자칫 탐욕스러운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만이 지배하기 쉬운 자본주의 경제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베버가 드러낸 천민 자본주의와 합리적 자본주의의 구분은 투기와 정경유착, 탈세, 일부 계층의 비도덕적 과소비 풍조 등 여전히 비합리적인 경제 행태가 충분히 극복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개념으로 의미있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금욕적 생활방식과 노동과 직업에 대한 의무 의식의 형성이 자본주의 발전의 기반이었다는 베버의 강조는 노동의 중요성이 경시되고 있는 오늘날, 합리적인 직업 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최근 ‘동아시아론’ 논의와 관련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아시아적 가치’와 ‘유교 자본주의론’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이론적 모태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신흥공업국가들의 급속하고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이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검약과 절제에 기반한 유교 윤리와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유교 자본주의론’은 직접적으로 베버의 논의를 근거로 출발하고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 (www.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천민 자본주의와 합리적 자본주의의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을 설명해 보자. -흔히 후기 산업사회에 들어서서 인간 노동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노동 기피 현상이 확산된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노동’과 관련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써보자. -노동과 직업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유교 윤리와 문화가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라는 제도적 문화적 특징들을 계속 유지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경제, 시민윤리, 사회문화, 경제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청년을 위한 경제학 강의(김수행 편저·한겨레신문사), 빈곤의 세계화(미셸 초스토프스키·당대), 세계화의 덫(한스 피터 마르틴 외·영림카디널), 경제학을 위한 변명(정운영·까치), 경제학 산책(홍기현 외·김영사)국부론1·2(아담 스미스·동아출판사), 이야기 경제 원리(박상률, 곽유리·고려원) -기출논제: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가톨릭대 2004학년도 정시, 경희대 2004학년도 정시, 동국대 2004학년도 정시, 광주교대 2003학년도 정시, 경북대 2001학년도 정시, 연세대 1998학년도 정시(인문계)
  • 클린턴 한국 온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4∼25일 그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원제 MY Life) 출판 기념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초 책이 한국에서 번역출판된 지난해 6월 방한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 때문에 일정이 연기됐다고 초청자인 도서출판 물푸레가 17일 밝혔다. 오는 24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팬사인회를 겸해 열리는 출판기념회에는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등 정·관계와 경제계, 사회문화예술계 인사, 그리고 출판사측이 추천한 일반독자 50여명 등 7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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