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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결한 문체… 탄탄한 구성… 맛있는 단편소설

    간결한 문체… 탄탄한 구성… 맛있는 단편소설

    새해 벽두 중견 작가의 단편소설집이 잇따라 나왔다. 단편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함께, 단편의 한계를 뛰어넘는 탄탄한 서사구조는 출판 상업주의에 기운 장편소설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던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하다. ●서하진, 가족관계 속 숱한 존재양식 표현 등단 16년차 서하진(사진 왼쪽)의 ‘착한 가족’(문학과 지성사 펴냄), 등단 25년을 맞은 이순원(오른쪽)의 ‘첫 눈’(뿔 펴냄)이다. 압축미 넘치는 단일 서사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천착은 단편 소설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거의 모든 정통 단편소설이 그러하듯 두 소설집에 기발한 작법(作法)은 없다. 하지만 소설 문학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문장과 언어의 아름다움과 하나의 주제를 물고 늘어지는 구성의 탄탄함은 소설읽기의 맛을 새롭게 알게 해준다. 서하진은 소설 전편에 걸쳐 가족 관계 속에 있는 존재의 중층성과 소설가로서 자의식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과묵한 시인이자 교수인 아버지(‘아빠의 사생활’), 적당한 부동산 투자와 적당히 팔리는 소설에 능한 작가이자 세 자녀를 둔 주부(‘인터뷰’), 친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한 뒤 이혼에 이르게 한 여인(‘슈거 혹은 솔트’), 감정 표현에 인색하지만 악성 종양을 확인한 뒤 장인·아내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의사 남편(‘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교내 폭력 사건에 연루된 아들을 대하는 어머니이자 남편의 직장 상사를 협박하는 아내이며 치매 걸린 어머니를 연민하는 딸(‘착한 가족’) 등 가족 관계 속에 있는 숱한 존재의 양식이 등장한다. 이순원 역시 마찬가지다. 6년만에 내놓은 단편소설집에서 잔잔한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확인시켜준다. 표제작 ‘첫 눈’은 7편의 소설 중 전략적으로 맨 마지막에 배치됐다. 작가는 맨처음 ‘명 어머니’의 사망에 얽힌 이야기(‘멀리 있는 사람’)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명 어머니’는 토속 신앙에서 아이의 액운을 막고 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대리모다. 고향을 떠나 독일에서 광부 생활을 하는 집안 아저씨와 선산을 지켜내는 아버지를 들어 잊고 있던 향수를 되살려준다.(‘라인 강가에서’). 이미 사회적으로 한창 문제를 일으켰던 베트남 처녀 결혼 중매 얘기(‘미안해요, 호 아저씨’)로 조금 맥빠지게 만드는가 싶더니, ‘거미의 집’으로 늙어서 자식들과 며느리의 짐이 되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감정선을 다시 끌어올린다. ●이순원, 진한 여운 남기는 잔잔한 이야기 이처럼 온갖 이야기를 다 풀어내며 독자를 끌어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더니 맨 끄트머리 ‘첫눈’에서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만남과 헤어짐을 보여주며 그리움과 아픔을 애써 범박하게 읊조린다. 작품 속에서 ‘첫눈’의 의미는 ‘찍으면 발자국 자리도 안 나게, 내렸는지 안 내렸는지도 모르게 왔다 가는 것’이다. 엄연히 존재했지만 진한 여운을 남겼을 뿐인 만남과 이별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별개의 작품으로도 구성의 묘를 이룰 수 있는 단편소설집만의 매력이다. 문학평론가 백지연은 “요즘에는 독자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또 서사를 선호하는 측면에서 단편보다 장편이 대세인 듯하다.”면서 “신인작가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데 단편을 통해 좀더 농축시킨 뒤 장편이 자연스레 나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예지 중심의 작품 발표 환경 속에서는 여전히 단편소설이 우위에 있다. 하지만 정작 출판사는 장편 소설을 원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두 작가의 소설집이 반가운 이유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법원 “역사교과서 수정 가능하다”

    편향성 시비를 빚은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정부의 지시에 따라 출판사가 수정한 것은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 문제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3월 새학기부터 수정된 역사교과서를 배포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이동명)는 8일 금성출판사가 발행하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저자들이 금성출판사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출판계약서 제6조에서 저자들은 출판사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수정 요구가 있을 때 일정 기간 안에 이를 위한 원고와 자료를 넘기겠다.’는 약정을 맺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해당 조항은 수정명령에 따른 수정의무를 저작자나 발행자 일방이 이행하지 않아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저작자와 발행자 모두에게 수정명령에 따를 의무를 부담시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저자들이 교과서 검정 신청 때 ‘교과부 장관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낸 사실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관련, 이번주부터 수정된 내용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인쇄작업에 돌입, 다음달 초까지 전국 각 고등학교에 교과서 배포를 마칠 계획이다. 교과서 인쇄 작업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각 결정이 나와 다행이지만 앞으로 저자들이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면서 “일단 수정된 내용으로 교과서를 배포하는 작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금성 교과서 저자들은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교과부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현갑 오이석기자 eagleduo@seoul.co.kr
  • 학교 시험문제 저작권 보호 추진

    일선 학교 교사들이 출제하는 중간·기말고사 등 학교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 보호 방안이 마련된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학교 시험문제의 저작권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현재 3가지 방안을 놓고 일선 학교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첫번째 방안은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기출문제를 영리행위에 일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 업체와 사설학원, 출판사 등은 그동안 일선 학교의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도용, 배포·판매해 왔다. 두번째 방안은 기출문제에 저작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참고서 문제와 학교 기출문제는 상당히 유사해 저작권을 고수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방안은 저작권을 국가에 양도해 국가가 지정한 저작권 관리단체에서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만들어낸 시험문제를 교육당국이 영리업체에 저작권료를 받고 판매하는 이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교육청은 국립학교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공립학교는 시·도교육감,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에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역사교과서 수정금지 가처분 8일 결정

    새 학기부터 고교생들이 배울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를 두고 정부와 교과서 저자 사이의 분쟁이 8일 결론난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금성출판사가 발행하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저자들이 낸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8일 오전 결론낼 방침이다. 김태웅 서울대 교수 등 저자 5명은 지난달 15일 “저작인격권을 가진 자신들의 동의 없이 정부가 교과서를 수정하지 못하게 해달라.”면서 금성출판사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건을 담당한 민사합의50부(부장 이동명)는 역사교과서가 3월부터 시작되는 새 학기에 학생들에게 배포되려면 1월부터 인쇄가 시작돼야 하는 점을 고려해 집중심리 방침을 세우고 법리검토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사건이 접수된 지 20일 만에 교과서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인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권고에 따른 수정으로 저작인격권상의 동일성 유지권이 침해됐는지 등의 문제를 검토했다. 저작인격권이란 저자가 비록 원고료를 받고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겼더라도 자신의 창작물과 관련해 명예를 훼손하는 왜곡, 삭제 등 행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한편, 교과부는 지난해 12월17일 좌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금성출판사 등 근·현대사 교과서 6종, 206곳을 고쳐 새 학기부터 반영하기로 결정했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빅뱅, 자기개발서 출간 “‘빅뱅책’ 나와요!”

    빅뱅, 자기개발서 출간 “‘빅뱅책’ 나와요!”

    그룹 빅뱅이 ‘자기개발서’를 출간한다.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8일 “이달 말 빅뱅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자기개발서’ 책이 출간된다.”며 “이 책은 ‘세상에 너를 소리쳐!’라는 제목으로, 지난 2년간 빅뱅이 가요계의 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전 과정 및 성공 비결을 담았다.”고 밝혔다. 오는 28일 출판사 쌤앤파커스에서 출간되는 ‘세상에 너를 소리쳐!(부제 : 꿈으로의 질주, 빅뱅 13,140일의 도전)는 ‘가수’라는 공통된 꿈 아래 전력질주 해 온 빅뱅 다섯 멤버들의 자서전 격인 모음집이다. 이 책은 빅뱅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과 최종 멤버로 선발되기 위한 서바이벌 과정을 투명히 드러내고 있으며 아울러 2년만에 국내 정상급 그룹의 위치에 서기까지 이들이 겪어야 했던 좌절과 실패, 그리고 극복법을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책의 구성은 멤버 개인별로 구분돼 크게 5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장에서는 5명의 빅뱅 멤버가 각자의 다른 개성 및 장단점을 어떻게 동화시켜 나가며 팀의 성공적인 동력으로 전환시켜 갔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소속사 측은 “그 동안 빅뱅과 관련해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출간하자는 제의를 받아왔지만 양현석 사장은 빅뱅의 인기에 편승한 일체의 제안을 거절해왔다.”며 “이는 ‘연예인이 쓴 책’하면 으레 떠올리는 자전적 에세이나 여행기, 화보집 등의 형태로 빅뱅이 소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 2008년 9월 ‘빅뱅의 자기개발서’ 책이 출간되기로 결정되면서 멤버들이 직접 각자의 이야기를 틈틈이 기록해 신년 들어 책이 완성됐다.”고 전했다. 한편 빅뱅은 오는 1월 31일, 2월 1일 서울 올림픽 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빅뱅의 단독콘서트 ‘2009 빅쇼(Big Show)’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고산스님 수행 일화 한눈에

    고산스님 수행 일화 한눈에

    한국 불교계의 최고 어른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조계종 전계대화상 고산 스님이 회고록 ‘지리산의 무쇠소’(조계종 출판사간)를 세상에 내놓았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산 스님은 1945년 출가 이후 이판(수행하는 스님)과 사판(행정 소임을 맡은 스님)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살아온 한국불교사의 산증인. 조계사, 은해사, 쌍계사 등 본사 주지를 거쳐 1998년 조계종 총무원장에 선출됐으며 지난해 종정에 버금가는 전계대화상에 추대됐다. 조계종은 1981년부터 단일계단을 만들어 승려들에게 계를 주는 수계 장소와 사람을 지정해 왔는데 전계대화상이란 이가운데 계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지금까지 고암,자운, 석주, 일타, 청하, 범룡, 보성, 성수 스님 등 8명이 이 자리에 올랐고 고산 스님은 9번째 전계대화상인 셈이다. ‘지리산의 무쇠소’는 전계대화상 고산 스님의 모든 행적을 엮은 책.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출가와 만행기, 각종 행정 소임을 맡던 시기, 총무원장 퇴임후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스님의 솔직한 심경으로 풀어진다. 한국불교계의 원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볼 수 있는 수행이력이자 한국불교의 근현대사를 함께 담은 기록인 셈이다. 회고록답게 입을 덜기 위해 사방을 떠돌던 배고픈 수행시절의 일화들이며 불경을 얻기 위해 자존심까지 허물었던 책 속 사연들이 퍽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스님은 책에서 범어사 수행중 쌀이 떨어져 120명의 대중이 굶을 처지가 되자 신도의 도움을 받기 위해 사방으로 떠돌아다닌 기억을 적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전이 흔치 않던 시절 화엄경 한 질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아랫사람에게 사정을 하고 그 때문에 주먹을 휘둘러 승적을 박탈당할 뻔한 일도 소개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고우영 신문 연재만화 ‘한눈에’

    만화가 고우영의 거침없는 펜(pen)선이 살아있는 성인 만화 ‘바니주생전’,‘놀부전’,‘흑두건’ 등이 ‘신(新)고전열전 10권’(애니북스 펴냄)으로 복간됐다.2005년 작고한 고우영이 1976년부터 1988년까지 12년 동안 스포츠 신문에 연재한 것이다. ‘흑두건1·2권’이나 ‘통감투1·2권’은 당쟁으로 민생을 도외시한 암담한 조선시대 최고위 권력층의 부패와 권력투쟁 이야기를 담아,당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서 보면 눈엣가시 같은 내용이었을 성싶다.이처럼 고우영은 단행본 만화와 달리,정부의 사전 검열을 받지 않는 신문 연재물이라는 특성을 한껏 활용해 삼엄한 1970~80년대 독재정부 시절에도 만화가로서의 창조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는 한편 정권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기능마저 수행했다.만화 특유의 해악과 비틀기로 답답한 독자들의 막힌 가슴을 확 뚫어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이번에 나온 단행본들은 인쇄 상태 등이 다소 눈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원본인 만화원고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출판사에서는 당시 연재를 했던 신문의 마이크로 필름을 복사했고,일부는 과거에 나온 단행본에서 발췌했기 때문이다. 10권의 구성은 이렇다.이기적인 놀부와 착한 흥부라는 고전적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놀부전(1988년)’,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숙부 수양대군의 권력투쟁을 담은 ‘통감투 2권(1987년)’,중국을 배경으로 어여쁜 배도를 두고 도둑 바니와 시인 주생이 벌이는 치정극을 담은 ‘바니 주생전(1988년)’,아버지의 유언을 실현하기 위해 물·불·바람을 다스리는 삼형제가 벌이는 판타지 모험극 ‘거북바위’ 2권(미상),당파의 앞잡이로 활동하는 칼잡이의 비애를 담은 ‘흑두건 2권(1986년)’,고구려 건국 이전 부족 사이의 세력다툼을 담은 ‘아라노와 오가녀 2권(1976년)’ 등이다.각 권 8000원(세트 8만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교과서값 더 오른다

    앞으로 교과서 가격 결정에 있어 출판사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이익금도 발행부수만큼 배분하게 된다.하지만 교과서 시장을 놓고 출판사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학교와 출판사간 교과서 선정을 둘러싼 부조리가 생길 개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1일 교과서 발행에 자율경쟁체제의 확대를 골자로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교과서 가격을 국가에서 직접 결정했으나 앞으로는 출판사에 가격 산정에 대한 자율성을 일정 부분 부여한다. 검정 교과서의 경우 교과부 장관이 가격 상한액을 고시하면 그 범위 내에서 출판사가 생산 원가 등을 따져 과목별로 원하는 가격을 제안하고 교과부 장관이 이를 최종 심사하게 된다.교과부는 이번 규정이 개정되면 최소 2~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이르면 2011년 공급 교과서부터 시행할 계획이다.초·중학교는 정부에서 무상으로 교과서를 제공하지만 고등학교 교과서는 수요자가 직접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65만 8000명인 중1 교과서 시장을 두고 수십개 출판사가 경쟁하면서 교과서의 품질저하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책값 산정에 시장 원리를 도입해 좀 더 나은 품질의 교과서를 만들도록 유도하되 도매물가 상승률 이상의 인상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 발행사간 이익금 분배방식도 바뀐다.지금까지는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부조리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발행부수에 관계없이 발행사들이 똑같이 이익금을 균등분배했으나 새해부터는 발행부수만큼 나눠가지는 차등분배방식으로 바뀐다.교과부 관계자는 “이익금 배분 방식 변경은 발행사조합의 자율결정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익금 배분 방식 변경과 교과서 가격 산정 방식에 시장원리가 도입되면서 교과서 선정을 둘러싼 학교와 출판사간 부조리가 생길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개정령안은 이와 함께 교과서 검정 심사를 내실화하기 위해 현재 1차 심사,2차 심사로 돼 있는 심사 절차를 각각 기초조사,본심사로 변경하고 본심사 후 이의신청 절차를 신설했다.현행 1차 심사에서는 검정 신청을 한 도서가 교과용 도서로서 적합한지를,2차 심사에서는 1차 심사에서 수정을 요구한 사항이 이행됐는지를 주로 심사한다.그러나 앞으로 1차 심사를 대체하게 될 기초조사에서는 교과서의 내용,표기,표현 오류 등을 집중적으로 심사하고,본심사에서 기초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과용 도서로서 적합한지를 판단하게 된다.교과서 내용 가운데 편향성 시비가 일 가능성이 있거나 오류가 있는 부분을 미리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문화 살리기’ 전문가 제언]“창의적 콘텐츠 지원…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문화 살리기’ 전문가 제언]“창의적 콘텐츠 지원…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경제위기 속에서 2009년 우리 문화가 살길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문화예술인들은 일단 경제와 문화는 사회 발전의 두 축인 만큼 정부가 눈앞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돌파하겠다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줄여 그 한 축을 허물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한편으로는 국민에게 환영받는 콘텐츠,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경제 위기를 오히려 우리 문화 예술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적극적인 목소리도 많았다. ■ 문화ㆍ예술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분야는 문학이었다.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가 문학이었다는 과거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시조시인인 이근배 예술원 회원은 “우리나라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문화 콘텐츠가 크게 발전했다.”면서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문학을 저비용 고효율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요구했다.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도 “최근 정부는 문화 예산의 축소를 추진하고 있어서,가뜩이나 위축된 문화 산업이나 활동의 행로가 불투명해졌다.”면서 “어느 나라나 문화는 어떤 경제적 가치보다 장기적이고 호환불가능한 고유의 가치라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화 산업에 강력한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거들었다. 공연기획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는 “지금 대학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힘들다.”면서 ‘경기가 어려울수록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그래야 10년 뒤 또다시 경제위기가 온다고 해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고흥식 출판문화협회 상무는 “출판은 모든 콘텐츠의 원형”이라면서 “정부가 영화와 만화,게임을 산업화하고자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하는 것처럼 출판계에도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교섭 북섬 출판사 주간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좋은 책은 독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면서 “더 이상 출판계가 독자를 계몽하기보다는 독자들이 요구하는 재미있는 책들을 출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내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술품 경매회사 인터알리아의 이진숙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더 이상 좁은 국내 시장을 겨냥하지 말고 국제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밀도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국내 추상화단의 대표적인 두 작가인 이우환과 박서보의 그림값이 국제적인 컬렉터들의 선호도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벌어졌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같은 크기의 그림이라도 국제적으로 성가가 높은 이우환 것이 5억원이라면 그렇지 않은 박서보는 1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그는 “같은 차원에서 강형구와 형경택,김동유 작가도 글로벌한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미술인이 됐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내 경매시장에서 거품을 키운 작가의 작품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래식음악평론가 정만섭씨는 “그동안의 대형 연주회는 해외 연주자의 명성에 기대 흥행으로 연결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껑충 뛰어버린 환율로 유명 연주자를 불러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연주자를 찾아내고 기획력을 발휘해 관객을 불러모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경제위기는 오히려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라고 기대했다.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도 “올해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이 줄어든 것은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기획사끼리 경쟁하면서 해외 연주자의 개런티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결과”라면서 “경제 위기는 그동안의 ‘이름잔치’를 청산하고 공연예술계의 밑바탕을 탄탄히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문소영 최여경 박록삼기자 symun@seoul.co.kr ■ 영화 충무로에 2009년에는 해가 뜰까.좀처럼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때,올해 영화계 전망도 밝지 않다.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본 궤도에 오르기 위한 정확한 현실 파악과 방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8년 1~11월 상영작 가운데 서울관객수를 기준으로 한 한국영화의 점유율(한국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은 39%.2006년 같은 기간 61.2 %,2007년 46.8%보다 크게 하락했다. 더불어 같은 기간 한국영화 개봉작 편수는 모두 100편으로,관객 200만명을 넘긴 영화는 10편도 채 되지 않는다.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질적인 면에서도 부진이 뚜렷했다.해외 영화제 진출 소식이 줄어든 것에서 드러난다.베니스 영화제에 10년만에 처음으로 초청작을 내지 못했고,영화 마켓에서도 100만달러 이상에 팔린 한국 영화가 2~3편에 머물 만큼 실적이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침체의 원인으로 좋은 작품이 부족한 것을 꼽는다.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문화콘텐츠연구가 고정민(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박사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화계에 열정과 창의력이 뛰어난 감독·작가가 많았지만,최근 들어 매너리즘에 빠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시장이 정체돼 있는데,영화제작 편수만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수요·공급의 밸런스가 무너졌고,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좋은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제작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관건.이와 관련,현재 7000~8000원인 영화관람료를 물가인상률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관람료는 2001년 1000원을 인상한 뒤로 변화가 없다.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익분배율 조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그는 “현재 수익분배는 극장이 ‘6’을 갖고,나머지 ‘4’를 제작·투자·배급 측이 나눠갖는 방식”이라면서 “제작환경을 실질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익분배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다운로드를 뿌리 뽑는 것도 중요하다.극장 관객수의 가격 탄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 다운로드는 영화산업을 위축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같은 맥락에서 수익채널 다변화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인터넷에서도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료화 비즈니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시기지만 다양한 영화에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투자가 적으면 결국 안전한 상업영화에만 돈이 몰리고,그러면 또다시 뻔한 영화들만 양산될 것이므로 신예 감독과 작가를 발굴하는 데 과감히 나서라고 주문한다. 더불어,드라마에서부터 일고 있는 출연료 상한가 지정,배우들의 개런티 재투자 움직임 등도 제작 거품을 빼는 긍정적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감독 및 배우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2006년 축소된 스크린쿼터의 원상 회복 등도 한국영화살리기에 일조할 수 있는 과제들이라는 지적이다.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불황일수록 저렴한 오락거리를 찾게 되지 않겠느냐.”면서 “2009년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잘만 하면 영화계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올해 100억대 새 주식갑부 12명 탄생

    올해 100억대 새 주식갑부 12명 탄생

    올해 반토막 증시에도 불구하고 100억원대 주식부자가 12명이나 탄생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된 기업 가운데 개인이 최대주주인 34개사의 주식평가액을 집계한 결과,‘비유와 상징’ 양태회 대표가 보유주식이 710억 6000만원(26일 종가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1997년 ‘비유와 상징’을 설립한 양 대표는 사교육 교재시장에 진출한 뒤 논술학원과 온라인 교육 사업에까지 손을 뻗쳤다. 양 대표에 이어 박윤소 대표가 ‘엔케이’ 보유주식 평가액 662억 1000만원으로 2위에 올랐다.현대중공업 출신인 박 대표는 남양금속공업사를 세워 선박용 소화설비 사업에 뛰어들었고,천연가스차량용 가스용기 등 각종 고압가스 용기 생산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3위는 교육업체 ‘청담러닝’의 김영화 대표로,주식평가액은 545억 3000만원에 달했다.1998년 ‘청담어학원’을 세운 뒤 어학교육쪽으로 특화했다.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와 교재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4위부터는 평가액이 100억원대로 급감했다.무협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인 ‘엠게임’ 손승철 회장이 주식 평가액 188억 1000만원을 기록했다.‘삼강엠앤티’ 송무석 대표(167억 6000만원)·‘슈프리마’ 이재원 대표(144억 4000만원)·‘명문제약’ 우석민 공동대표(144억 3000만원)·‘월덱스’ 배종식 대표(130억 6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바마 취임파티를 영향력 행사 창구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내년 1월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맞춰 수도 워싱턴에서 열리는 60여개 파티들에 기업들과 로비스트들의 거액 기부가 쇄도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측이 취임식 행사에 기업이나 로비스트들의 기부금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취임식 전날인 1월19일 오바마 당선인의 지역구인 ‘일리노이주 소사이어티’가 후원해 열리는 파티에 4만달러를 기부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전기 등 공익설비 회사인 엑셀론도 이 파티와 펜실베이니아의 거물급 인사가 주최하는 파티에 모두 8만달러를 후원했다.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위한 로비단체인 ‘핵에너지 연구소’는 1월20일 취임식 당일 워싱턴 시내에서 열리는 파티를 다른 단체와 공동으로 열 방침이다.이들 파티들은 5~6개 주들이 함께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참석자들은 정계 주요 인사들이어서 로비스트들에게는 놓쳐서는 안되는 주요 행사이다.지난해 강화된 의원 윤리법은 정당의 전당대회 기간중에 로비단체들에 의한 개별 의원들을 위한 파티를 금지했지만 취임식 관련 행사에 대해서는 따로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파티도 좋지만 이들 파티들이 로비스트들이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상원 교육위원장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주최하는 파티에 후원금을 내려는 교과서 발행 출판사 및 교육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줄을 서고 있다.앨 고어 전 부통령은 환경단체들과 함께 ‘환경 파티’를 준비중이며,‘하와이주 소사이어티’는 하와이 출신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파티는 이미 티켓이 매진됐다.한편 오바마 당선인은 취임식을 마친 뒤 부인인 미셸과 함께 워싱턴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10곳의 파티장을 돌며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다.취임 파티 10곳 참석은 지난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기록과 같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14곳 참석(1997년)에는 못 미친다.kmkim@seoul.co.kr
  • “20년 뒤에 다시 만나자”

    “20년 뒤에 다시 만나자”

    새롬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기로 한 날, 아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그림책의 삽화들을 준비해갔다. 예쁜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펴고, 글을 써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동시를 쓰는 아이들은 함께 가준 지인 강만수 시인이 봐주기로 했기에 우리는 산문과 운문 모두를 지도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공부방에 들어서자 나를 반겨주는 것은 구수한 음식 냄새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부방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것이 바로 끼니 거르는 아이들을 잘 먹이는 것이었다. 현황표를 보여주면서 하나하나 짚어주는 아이들의 삶은 정말 어린 나이에 견디기 버거운 십자가였다. 그나마 이렇게 지역아동센터에 머물면서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형편이 좋은 거란다. 16만 명 정도의 어린이들을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보는데, 이는 전체 저소득 아동의 20%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 80%의 아이들은 이 땅의 그늘에서 버려지고 보호받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것이었다. “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그랬다. 내가 그날 아이들에게 해줄 일은 꿈을 심어주는 일. 그러나 어떻게 짧은 시간에 그런 일을 한단 말인가. 이러구러 수업은 시작되었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에게 준비해간 그림을 하나씩 보여주며 말문을 틔웠다. “이 그림 보면 뭐가 생각나지? 어디 한번 이야기해볼까?” 처음엔 뻔한 대답을 하던 아이들은 조금씩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누가 되었건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격려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가져간 그림을 다 보여준 뒤 아이들에게 나는 아무 그림이나 하나씩 붙잡고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때 내 눈에 띈 아이가 용득이(가명). 글을 쓰라고 하자마자 나눠준 종이를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채워나갔다. 다른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장난을 치고, 과자를 먹으며 산만해져 있는 동안 녀석은 한 편의 멋진 동화를 완성했다. 나와서 읽어보라고 하니 난생처음 해본다며 쑥스러워했지만 결국 그 긴 글을 다 읽었다. “…호랑이는 아빠 엄마가 없는 아기를 잡아먹지 않고 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얼마 전에 태어난 새끼가 병으로 죽어서 대신 아기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아기는 호랑이의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가 소년이 되자 호랑이는 말했습니다. 너는 호랑이의 새끼가 아니라 사람의 아이다. 그러니 사람들 사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흰 호랑이가 아기를 품에 안고 포근히 잠든 한 장의 그림을 보고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야기 한 편을 빠르고 완벽하게 꾸미는 건 재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용득이는 나중에 작가가 되면 좋겠다.” 내 한마디 말에 고무된 용득이는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내가 차에 탈 때까지 쫓아와 지켜보았다. 총기 있는 눈매의 녀석에게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용득아, 너 문학에 소질 있어. 나중에 꼭 작가가 되어라. 그러면 20년 뒤에 선생님 다시 만날 수 있어.” 말을 마치고 나는 출판사에서 받아 차 안에 두었던 새해 달력을 녀석 손에 쥐어 주었다. 그날의 소득은 용득이의 발굴이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가난의 질곡을 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가 꼭 되지 않아도 성장할 동안 만날 수많은 유혹과 방황과 좌절을 딛고 멋진 어른이 되었으면 싶다. 경기 부천 약대동에 위치하고 있는 ‘새롬지역아동센터’는 열네 평이라는 협소한 공간이 정부 지원기준에 미치지 못해 그간 절반가량의 지원금만 받아오다, 다행히 두 달 전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지금의 자리로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바닥에 보일러를 놓지 못해 서른여덟 명의 아이들은 방석과 온풍기만으로 추운 겨울을 나야 합니다. CJ 도너스캠프는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원하는‘온라인 나눔터’입니다.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등의 선생님들이 올린 교육 제안서들을 후원자가 보고 직접 선택해 기부합니다. www.donorscamp.org . 꿈꾸는 공부방’은 월간 <샘터>와 도너스캠프가 함께하는 지식기부 프로젝트입니다. 매달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명사들이 1일 선생님으로 직접 공부방을 찾아가 아이들과 재능과 경험을 나눌 예정입니다.글 고정욱(소설가, 아동문학가) | 사진 이현정 2008년 12월
  • [메디컬 팁]

    ●당뇨병 심층치료 입원프로그램 개설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센터장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을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관련 교육을 받는 ‘당뇨병 심층치료 입원프로그램’을 최근 개설했다.프로그램은 당뇨병 환자들이 5박6일간 센터 전용 병동에 입원,체지방 측정과 혈압·혈당·간기능·종양표지자·갑상선검사,심장·뇌졸중·눈·신장합병증 정밀검사를 받으며,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이 당뇨병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심층교육 및 생활습관 개선 등을 교육하는 전문 프로그램이다.(02)3410-2138.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협약 체결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종식 교수 등 ‘첨단 뇌영상을 이용한 파킨슨병의 환경 및 유전병인 연구팀’은 최근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와 연구협약을 체결했다.연구팀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팀이 자체 개발한 7.0테슬러 MRI(자기공명영상)와 이 병원 핵의학과 김재승·오승준 교수팀이 상용화한 PET 영상진단기술을 활용,파킨슨병 원인 규명과 조기진단법 개발에 나서게 된다. ●상담사이트 ‘ADHD 24시’ 개설 다국적 제약사 한국릴리는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중 하나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극복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맞춤형 상담사이트 ‘ADHD 24시(www.adhd24.com)´를 개설했다.이 사이트는 ▲부모교실 ▲교사교실 ▲임상 및 치료 ▲교육다운로드 자료실 ▲새 소식 등 5개 분야로 구분,다양한 질환 및 관리정보를 동영상 콘텐츠와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공한다. ●‘베이츠의 포켓 진단학’ 번역 출간 중앙대병원 외과 장인택 교수 등 11명의 교수진은 최근 새 유형의 의사실기시험 기본텍스트인 ‘베이츠의 포켓 진단학’을 번역,출간했다.책은 내년 9월부터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실기시험이 의사 국가고시 선발제도에 정식 도입되는 등 달라진 시험제도에 대비한 맞춤형 기본서로,컬러판 포켓사이즈로 제작됐다.군자출판사.440쪽 2만 5000원. ●국립·지역암센터 업무협력 양해각서 국립암센터와 전남지역 암센터 등 전국 9개 지역암센터는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암 관련 공동연구와 암 전문인력 양성 및 인적교류 활성화 등 상호 업무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이번 양해각서 체결에는 국립암센터와 전남·북지역암센터를 비롯,경남·부산·대전·대구경북·강원·충북·제주지역암센터 등이 참여했다. ●다솜회 바자 수입금 결손 가정 전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여직원 모임인 다솜회는 최근 본사에서 송년 바자회를 열어 수입금 300만원을 서울 중구 회현동 결손가정에 전달했다.군터 라인케 사장은 “이웃에 대한 직원들의 자발적 의지와 사랑이 담긴 성금”이라며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다양한 사회 공헌활동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생활 속 작은 변화, 미래를 바꾼다

    생활 속 작은 변화, 미래를 바꾼다

    세계의 고민은 점점 고갈되는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지속가능하지 않은 생활 양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쏠려 있다.이를 위해 정보를 나누고 유용한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월드체인징´(Worldchanging.com)이다.2003년 ‘세상 바꾸기’를 슬로건으로 출발한 이 웹사이트에는 전세계의 언론인,디자이너,미래학자 등이 참여해 물질,주거,도시,지역사회,비즈니스,정치,지구 등 7개 분야에서 자유롭게 글을 올리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법을 공유한다. 그동안 이곳에 올라온 8500건 남짓한 글 가운데 원론적이지만 꼭 알아야 하는,새롭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모은 것이 ‘월드체인징’(김명남·김병순·김승진·나현영·이한중 옮김,바다출판사 펴냄)이다.60명의 필자가 참여하고,월드체인징의 창시자 알렉스 스테픈이 엮었다. 현재 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사용할 사람의 수로 나눈 ‘생태발자국’은 1인당 1만 9000㎡이다.그러나 실제로는 1인당 평균 2만 2000㎡를 쓰고 있다.파키스탄 사람의 생태발자국은 6100㎡인 반면 미국인은 9만 7000㎡에 이른다.스테픈이 “더 소박하고 모든 지구 자원을 공정하게 나눈다고 해도 몇년내 지구 활용의 한계점을 넘어서게 된다.지속가능한 바탕 위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좋은 제품이란 값비싸고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이 아니다.쓸모 있으면서도 생산 과정에서 노동 착취가 없고,폐기 후 환경 오염 걱정이 없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영리한 소비’가 필요하다.어떤 제품이 있고,어떻게 살 수 있는지 알려주면서 친환경 구호만 외치는 위장환경주의,기업체의 환경·윤리의식 등을 일러주는 악덕기업탐지기 등의 실천방법도 소개한다. 생활 속 지혜도 녹아 있다.페놀,크레졸,알칼리액(양잿물) 등을 이용한 유독성 세제 대신 살균력이 뛰어난 식초,세척 효과가 높은 중탄산나트륨,광택을 내는 올리브와 호두 기름 등을 활용하는 법도 담았다.재생 목재,재활용 카펫,폐유리를 분쇄해 대리석처럼 만든 베트라조 등 친환경 리모델링 제품에 대한 정보도 있다. 이 책이 그리는 도시의 미래상은 떠나고 싶기만한 빡빡한 생활이 아니다.무분별한 도시 개발의 대가로 하늘을 덮은 스모그,더러운 하수,끔찍한 교통정체를 겪기도 한다.그러나 친환경 건축설계,보행자 우선의 환경 조성,옥상정원 같은 녹지 등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캐나다 밴쿠버처럼 만들어준다. 한국 사회의 고민거리인 먹거리와 교육 문제도 이것을 참고서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미국의 요리사인 앨리스 워터스가 고안한 ‘먹을 수 있는 학교 운동장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채소 재배,영양가 있는 먹을거리 교육부터 급식 재료 공수까지 해결할 수 있다.1등만 바라보지도,능력에 따라 골라 교육시키지 않아도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핀란드 교육제도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반추해보는 것은 어떨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국내판 추천사에서 “이 책은 변화의 내용과 단계들에 대한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서이자 안내서”라면서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어떻게 진전되고 해결돼 갈지 큰 배움과 시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제 ‘Worldchanging:A User´s Guide for the 21st Century´,3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육지의 이순신’ 정기룡 잊혀진 영웅을 비추다

    ‘육지의 이순신’ 정기룡 잊혀진 영웅을 비추다

    임진왜란 7년 전쟁사에 60전 60승을 거둔 불패의 장수가 있었다.바다에 이순신이 있었다면,땅에는 그가 있었다.왜군은 최신식 화약무기인 조총으로 무장했으면서도 벌벌 떨며 그가 지키는 도읍은 애써 돌아가야 했고,그가 공격하면 성을 내버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뺐다.하지만 그에 관한 역사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과 ‘매헌실기’뿐이다.임진왜란사는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종전 직후 9단계로 나눠진 109명의 공신 명단에서도 배제됐다.그러다가 임진왜란이 끝난 지 무려 7년이 지난 뒤인 1605년(선조 38년)에야 슬그머니 ‘선무 1등 공신’으로 추서됐다.결국 이순신,권율,원균에 이은,딱 네 명 있는 임진왜란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민간에서는 벌써부터 ‘육지의 이순신’으로 추앙받던 정기룡 장군이다. 그의 생애를 다룬 역사소설 ‘나를 성웅이라 부르라’(박상하 지음·일송북 펴냄)가 나왔다.전쟁이 나던 1592년 당시 서른 한 살 종8품의 젊은 장수는 당파에 속하지 않았고,중앙 정치에 줄을 대지도 않았다.선조도,당쟁에 골몰하던 당사자 어느 누구도 ‘젊은 전쟁영웅’의 출현이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작품 속에서 정기룡 장군은 삼국지의 조자룡을 연상케 한다.조총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앞장서 적진으로 달려가 적을 베어낸다.동료 장수의 실수로 왜군의 포위망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는 빛나는 계략을 발휘,나무 몽둥이 하나로 부하들을 무사히 이끌기도 한다.이는 역사적 사실의 고증에 의한 것. 작가 박상하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빛나는 승리는 널리 알려졌지만 육지에서 거둔 변변한 승리는 권율의 행주산성 승리 정도라는 사실에 의심을 품게 됐다.”면서 “그러다가 조총 앞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은 채 빛나는 연전연승을 이끌어냈던 정기룡 장군을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하는 소설을 쓰는 동안 조선왕조실록을 수도 없이 뒤지며 80군데 남짓에서 관련 기록을 확인했다.주 전적지인 상주를 수없이 오갔고,그의 정기가 서린 속리산 문장대에도 올랐다.그는 “아직도 정기룡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앞으로 역사학계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어야 잃어버린 ‘반쪽의 임진왜란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측은 내년 1월부터 서울과 대구,상주,부산 등에서 ‘정기룡 장군 학술 세미나’를 잇따라 가질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과학책 700권 압축… 쉽게 풀어내

    “사람들은 마치 속고 싶어 안달하는 순한 암소를 닮았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쓴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한 말이다.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공존한다.과학을 모른 채 ‘속고 사는 사람’ 과 과학을 아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세상의 물리적인 이치나 현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왜 일어나는지 알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그러다보니 수많은 사이비 과학자들이 설치며 세상에 엄청난 왜곡과 오류를 뿌려댄다. 과학을 모르면 속는다!그런 삶이 편할 수도 있다.140억년 동안 변함없이 돌아가는 우주의 물리적 현상들을 아는 데는 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시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불과 5년 전에는 ‘속고 사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세상에서 매일 끊임없이 일어나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우주의 질서들에게 철저하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인하공대를 졸업한 뒤 전세계에 섬유를 수출해온 나는 미국 출장 길에 우연히 들른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삶의 대전환기를 맞았다.거기에 놀라운 만남이 있었다.45년전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798cc 투 도어 냉장고만 한 커다란 운석과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유전물질DNA에 대한 시청각 자료다.그로부터 잠든 이성과 지성이 깨어났다. 이후 무지와 무관심의 저편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학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하였다.그리고 300권을 읽었을 즈음,뭔가 쓰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일었다.‘과학에 미치다-Mad for Science’(한올 펴냄)는 그 후로 과학책 600권을 읽은 시점인 2007년 11월에 출판사에 넘겨졌다.그런데 1년 뒤인 지금 책이 나온 것은 나의 욕심 때문이다.100권의 책을 더 읽었고 그 정도의 퇴고에도 충분치 않다고 느꼈다.그러나 내가 완벽무결한 과학자 도킨스는 아니니까 양보한 셈이다.이 책은 과학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읽고 소화한 과학책 700권이 압축돼 있다.그래프나 공식이 없지만 생물학,물리학,천문학 등 과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또한 인내,고통(요통은 필수다) 희열로 점철된 5년의 세월(대개는 주말이다.)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다. 누군가가 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지식을 가져가는 것이다.우리는 140억 광년동안 광대한 우주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지적 생물인지도 모른다.그로써 주어진,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행운을 걸머쥔 ‘인간’으로 태어난 생물학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이 책이 독자들에게 ‘자연사 박물관’이 되길 기대한다.1만 8000원. 안동진 화이스트 상사 대표
  • 근·현대사 교과서 6종 수정

    미군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나 북한에 대한 긍적적인 기술을 객관적 기술로 고치는 등 ‘편향성 시비’가 일었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이 수정·보완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교과서포럼 등이 문제를 제기했던 금성출판사 등 6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206곳을 수정·보완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바뀌는 내용은 교과부가 수정권고한 53건,단순 문구 조정 등 추가로 수정한 내용 51건,집필진이 자체적으로 수정한 내용이 102건이다. 출판사별로는 금성이 73건으로 가장 많다.이어 중앙 40건,두산과 천재교육 각 26건,법문사 25건,대한 16건 순이다. 교과부가 수정을 권고한 내용은 ▲미·소 군정과 관련해 서로 성격이 다른 사료 비교 ▲8·15 광복과 연합군의 승리에 대한 부정적 기술 ▲김일성 정권에 대한 우호적인 기술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 등이다. 교과부는 “청소년의 바람직한 역사 인식 및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통성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교과서에 올바르게 기술할 필요가 있었다.”고 수정·보완 배경을 설명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박정희·이승만 부정적 표현 완화·삭제

    박정희·이승만 부정적 표현 완화·삭제

    1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안을 살펴보면 정부 주문사항이 그대로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금성교과서 저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교과서 파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정안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된 금성 교과서의 경우 73건이 수정·보완됐다.필진 의사대로 수정된 것은 40건이었고 나머지 33건은 필진 의견과 관계없이 발행사가 정부 지시를 받고 수정한 것이었다.사실상 정부의 ‘직권수정’이다. 40건은 신미양요, 병인양요 관련 부분에서 프랑스,미국 함대의 ‘진로’라는 표현을 ‘침입로’로 수정한 것과 북한의 토지개혁을 소개한 322쪽에 ‘분배된 토지의 매매,소작,저당은 금지되었으며 생산된 양곡의 4분의1 정도를 현물세로 납부하였다.’는 대목을 추가한 내용 등이다. 필진 의견과 관계없이 고쳐진 33건을 살펴보면 ‘광복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역사적 순간은 자주 독립을 위한 시련의 출발점이기도 하였다.’(256쪽)는 ‘자주 독립 국가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광복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로 고쳐졌다. 친일파 청산 부진과 관련해서는 ‘친일파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민족정신에 토대를 둔 새로운 나라의 출발은 수포로 돌아갔다.’(266쪽)는 ‘민족 정기를 바로잡기 위한 친일파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끝나고 말았다.’로 수정됐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완화되거나 아예 삭제됐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과정을 설명한 262~263쪽의 내용 가운데 ‘통일 정부가 여의치 않으니 남방만이라도 임시 정부,혹은 위원회를 조직해야 한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한 부분은 삭제됐다.박정희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새마을 운동은 겉으로는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이었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주도하였다.그 결과 박정희 정부의 독재와 유신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였다.’(334쪽)는 문구에서 ‘그 결과’라는 표현을 삭제,인과관계가 다소 느슨하게 보이도록 했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316쪽)는 ‘평화 통일을 위한 여건이 점차 호전되고 있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금성 출판사를 상대로 저자들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법정 다툼은 물론 내년 신학기 수업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검정 교과서로, 교과서 내용에 대한 수정 권한은 기본적으로 저자들에게 있고 수정하려면 저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경찰공제회 수험서 발간 논란

    경찰공무원을 회원으로 한 경찰공제회가 내년부터 수험생을 겨냥한 경찰공무원 시험교재를 발간하기로 하면서 출제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찰공제회·고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찰공제회는 내년 2월부터 기존의 실무용 교재와 별도로 신규 채용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기본서(경찰학 개론,수사론)를 내기로 했다.경찰공제회는 2000년부터 현직 경찰들의 내부 승진시험을 위한 승진용 교재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경찰 외부에서는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경찰청의 현직 경찰관들이 공채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상황에서 경찰청 산하기관이 관련 수험서적을 출간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지금까지 경찰시험 문제 공개도 이뤄지지 않아 공제회 교재의 문제와 시험문제가 상당수 같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시 관련업계 관계자는 “경찰공무원 공채시험 출제위원에는 다른 국가시험과는 달리 현직경찰 외에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때문에 수험생들은 경찰청 산하기관인 공제회에서 내는 내부승진용 교재를 거의 100% 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경찰시험 과목은 경찰학개론,수사론,형법,형사소송법,영어 등 다섯 과목.수험서 가격은 통상 2만~3만원 정도이다.경찰시험 수험생수가 5만~6만명이고 개인당 평균 20권의 책을 사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인쇄·출판 규모는 120억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때문에 학원가는 독점적 형태의 공제회 시험 서적 출간은 경찰 수험서를 내온 출판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시험출제위원에는 교재 발간 위원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다른 국가고시들처럼 문제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고시촌은 괴롭다

    고시촌은 괴롭다

    경기불황의 회오리가 신림동·노량진 수험가를 덮쳤다.고객 감소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이를 버텨내지 못한 신림동 고시식당은 한 달 반만에 5곳이 폐업신고를 냈다.와중에 수험생 대상 식권사기마저 벌어지는 등 인심은 각박해졌다.고시학원은 제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비싼 임대료를 못 버텨 줄줄이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식권 100장 할인판매 뒤 야반도주 “제 돈 어떻게 돌려받죠.경찰서에 신고 좀 해주세요.” 5년째 신림동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수험생 이모(32)씨는 17일 폐업딱지가 붙어있는 한 고시식당 앞에서 기자에게 매달렸다.한때 잘 나가는 고시식당으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S고시식당’은 두 달 전부터 ‘식권 100장 할인판매’를 세 차례 진행한 뒤 지난 12일 갑자기 문을 닫고 주인은 잠적해 버렸다.식당 대문에는 그날로 한국전력에서 공과금과 가스비를 내지 않아 전기와 가스를 끊는다는 고지서가 붙었다.식권을 대량으로 구입했던 수험생들과 식자재를 제공하던 거래업체,식권판매를 대행해 주던 지역업체들은 문 닫힌 식당을 찾아와 발만 동동 굴렀다.최근 들어서만 벌써 서너군데 식당이 이와 비슷한 형태로 문을 닫았다. 고시촌에서 세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대개 한 끼 2500원 정도의 식당 식권 한 달치(100장)를 구입한다.이렇게 대량 구입하면 7만~8만원 정도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하지만 이번 일로 수험생들은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비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180장을 40만원에 구입한 이씨를 비롯,300장 이상 식권을 사둔 수험생도 적지 않았다.고시촌이 발칵 뒤집혔다. 내년 2월 사법시험 1차 준비에 여념이 없는 수험생들은 신고도 못 하고 있다.수험생 최모(29)씨는 “피해자가 수백명”이라며 “시험이 코앞인 데다 다수가 소액 피해자라 신고를 안할 거라는 점을 악용한 것 같다.”고 울상지었다.한 식당 거래업체 사장은 “우리는 250만원을 손해보게 됐지만 2000만~3000만원을 떼인 업체들도 있다.”며 한숨쉬었다.관내 관악경찰서는 ‘티켓 빙자 사기 범죄’라며 피해 신고를 강조했다. ●신림동 고시촌 식당폐업 15% 급증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무엇보다 경기침체가 결정적이라는 게 중론이다.식자재값은 뛰었는데 손님이 격감하다 보니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는 것.관악구청 관계자는 “신림 9동 등 고시촌 식당들이 지난달부터 5군데가 연이어 폐업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올해 고시촌이라 불리는 신림 2·6·9·10동 식당 폐업은 119건으로 지난해보다 15% 이상 급증했다.한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식당들이 값싼 식자재를 쓸 수밖에 없어 음식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식당만 불황을 겪는 게 아니다.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영향으로 사시생들로 북적이던 고시촌의 고시원,원룸 등은 30~40%가 비어있는 상태다.거리 전봇대에는 방을 내놓는다는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서점 매출도 전년 대비 3분의1 이상 떨어졌다.부동산 관계자는 “로스쿨 등으로 수험생들이 지난해보다 많이 빠져나갔다.”면서 “이맘 때쯤이면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상담하는 사람조차 드물다.”고 암담해했다. ●노량진 학원가 공무원 감축 직격탄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학원가엔 강사료 등 직원 월급조차 제때 못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때문에 다달이 월세와 생활비를 학원 아르바이트비로 충당하는 수험생들은 올겨울 나기가 더욱 팍팍해졌다. 특히 공무원 수험생들이 많은 노량진 학원가는 신림동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주가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E고시학원은 4개월째,N고시학원은 두 달째 직원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직사회 감축 기조에 따른 수험생 급감과 매출 하락으로 지난 9월 추석 전후로 한교고시학원과 이그잼은 30% 이상 구조조정을 감행했다.이어 한교 등 일부 학원들은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이사를 했다. 학원 관계자는 “수험가가 불황을 안 탄다는 것은 옛말”이라면서 “책 대금을 대개 어음으로 받는 현 상황에서 학원 소속 대형서점 한 곳만 부도가 나면 출판사 30%가 1년내 연쇄 부도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 사진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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