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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인간·가상현실… 동시대 비평이 포착한 고민들

    비인간·가상현실… 동시대 비평이 포착한 고민들

    소설이나 시도 제대로 읽는 독자가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문학비평까지 읽으라고 권하기가 조금 조심스럽다. 누군가에게 비평은 어려운 이론만 가득한, 따분한 글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들여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세계가 열릴 것이다. 문학을 통과하고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질문과 고민을 진지하게 말하고 있어서다. ●문학동네 비평 문집 ‘크리티컬 포인트’ 출판사 문학동네가 계간 ‘문학동네’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펴낸 비평 앤솔러지(문집) ‘크리티컬 포인트’를 보면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인지 일별할 수 있다. ‘비인간’은 요즘 비평에서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동물을 비롯해 ‘인간이 아닌 것’의 관점에서 세계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는 것이다. 기후 위기 등 인간이 초래한 문제는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는 ‘인류세와 민주주의’라는 글에서 “단일한 집합으로서의 인류라는 것이 프롤레타리아트와 부르주아지, 남성과 여성, 성적 다수자와 소수자, 백인종과 유색인종 같은 적대적 대립자들을 통해서만 실존하고 생성될 수 있다면 단일한 집합으로서의 생명체라는 것은 더욱 다양한 적대와 갈등을 통해서만 공생하고 생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지희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김초엽, 현호정 등의 소설을 통해 비인간 존재의 힘을 역설하는 ‘구멍 뚫린 신체와 세계의 비밀’이라는 글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비인간 존재자의 관점 중에 하나로서 인간의 시선을 놓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는 열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온-오프x쓰기’ 가상현실 속 활자의 힘 출판사 네시오십분에서 낸 ‘온-오프x쓰기’는 7명의 시인·소설가·평론가·문학연구자가 함께 쓴 비평 앤솔러지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미디어의 영역이 확장되는 ‘트랜스미디어’ 시대에 인간과 글쓰기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고민하고 있다. 독립출판제작자 김현경이 쓴 ‘넷플릭스 안 보고 종이책을 읽는다고요?’라는 글은 거의 모든 걸 온라인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 어째서 책이나 신문을 비롯한 활자로 된 글이 힘을 가질 수 있는지 통찰하고 있다. “물성을 가진 콘텐츠로서의 소장성은 두고두고 다시 책을 읽어 볼 수 있고, 밑줄을 긋거나 책을 접는 등의 행위를 가능케 한다. 종이책만이 가진 콘텐츠적 특성, 그러니까 활자를 읽으며 상상하고 사유하는 것에 대한 매력이 클 것이다.”
  • 지금 ‘소년이 온다’… 성북의 아주 특별한 ‘한강 노벨상’ 기념식

    지금 ‘소년이 온다’… 성북의 아주 특별한 ‘한강 노벨상’ 기념식

    ‘소년이 온다’ 편집자 참석해 소회“진 빠진 작가님 안아 주고 싶었죠”‘한 책’ 선정 때 작가 메시지 공개도“많은 이들에 읽혀 완성되는 소설” “‘소년이 온다’ 연재가 끝나고, 처음 만난 한강 선생님의 진이 빠진 모습에 꼭 안아 드리고 싶었죠.” 한국인 최초로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도서관에서는 성북구가 연 특별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의 편집자인 김선영 핀드출판사 대표가 독자들과 만나는 ‘지금, 소년이 온다’였다. 당시 창작과비평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김 대표는 “슬픈 장면에선 여지없이 눈물을 흘리며 원고를 읽었기에 글을 쓰는 선생님의 마음도 짐작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북구는 지난 2010년부터 주민협의체가 토론을 통해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함께 읽는 ‘한 책 읽기’ 운동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소년이 온다’가 선정됐다. 논의 과정에선 “오래된 고름 같은 이 문제를 터뜨려 새살을 돋게 해야 한다”는 한 고등학생 위원의 주장에 팽팽한 격론이 비로소 정리됐다. 성북문화재단 관계자는 “당시 광주, 전남이 아닌 지역에서 ‘소년이 온다’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경우가 많지 않아 주목받았다”며 “성북이 함께 읽은 책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 기쁘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는 단행본 출간 전인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됐다. 김 대표는 연재 과정에 대해 “선생님은 미리 원고를 준비해 꼼꼼한 교정 교열을 거칠 수 있었다”며 “원고만 가지고도 책을 묶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이어 “문법상 고쳐야 하는 표현인데도, 입말을 살려서 고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정도로 선생님은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또 “수상 소식을 접하고 연재 과정에서 매번 댓글을 달아 큰 힘을 주셨던 독자가 생각났다”고 했다. 장내는 50여명의 독자들로 가득했다. 한 참가자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소설”이라며 “잔인한 고통을 직시하는 책을 만들며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고, 김 대표는 “울다가도 최대한 오류를 줄이려는 편집자의 역할에 집중하려 했다”고 답했다. 또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등 소설 속 한 구절을 나눴다. 아울러 성북문화재단은 2016년 당시 한강이 성북구의 한 책 선정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이 소설은 많은 이들에게 읽힘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책”이라고 한 편지도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 반대편에 서 있다” 큰 울림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 반대편에 서 있다” 큰 울림

    1200여명 참석한 연회장서 소감“체온 지닌 언어의 실이 생명 연결여덟 살, 폭우 맞으며 깨달음 얻어”낭독회 끝으로 현지 일정 마무리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은 소설가 한강(54)은 시상식 직후 시청 ‘블루홀’에서 이어진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기서 그는 생명을 연결하는 언어와 언어를 다루는 문학의 의미와 역할을 곱씹었다. 한강은 여덟 살이던 시절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폭우를 맞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연설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며 건너편 건물에 있는 아이를 보고는 깨닫는다. 우리 모두가 ‘나’임을, 그리고 연결돼 있음을.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선 모든 사람,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저처럼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한강은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이 경험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고 고백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은 결국 언어의 실을 따라 다른 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을 만나는 것이며 그 실을 통해 나의 중요한 질문을 매달아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강은 “어릴 적부터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며 “이는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 왔으며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질문”이라고 했다. 이어 “가장 어두운 밤에도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를 일인칭의 시점으로 상상하는,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가 있다”며 “이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것과 반대의 위치에 있다는 결론으로 통한다. 시상식 이후 진행되는 연회는 스웨덴 국왕과 총리가 참석하며 식사와 음악 연주 등을 곁들여 4~5시간 동안 이어지는 행사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앞서 시상식에서 말하지 않았던 소감을 연회 끝에 간단히 밝힌다. 앞선 시상식에는 1500명이, 연회에는 12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자가 지인을 초청할 수 있어 국내 출판사 관계자들도 한강과 함께했다. 한강은 12일 낭독회를 끝으로 노벨 위크의 대장정을 공식 마무리한다.
  • 한강 “질문에 답을 찾기보다… 끝에 다다르면 또 다른 질문으로”

    한강 “질문에 답을 찾기보다… 끝에 다다르면 또 다른 질문으로”

    “끝도 없는 질문이 소설 쓰는 원동력시와 소설 갈라서 생각하기보다는‘시적인 상태’가 소설 쓸때도 찾아와책 속에 모두 있어… 읽는 게 본질적” “인간의 삶이 복잡하니까요. 복잡한 것을 복잡한 대로 쓰고자 하거든요. 확신에 차 있는 인물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내적으로 갈등을 느끼거나 고통을 받거나.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현실 속 우리와 닮았고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54)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 출판사 사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일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 이후 언론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이 자리에서 한강은 국내 미디어와 한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문학 안팎의 이야기를 나눴다. “시도 쓰고 소설도 썼는데, 소설이라는 게 워낙 투여되는 시간이 많아서 소설에 조금 더 집중했었어요. 시는 지금도 이따금 ‘써질 때’ 쓰고 있습니다. 시와 소설을 갈라서 생각하기보다는, 시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아도 ‘시적인 상태’가 소설을 쓸 때에도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소설가인 동시에 시인이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보다 앞서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강렬한 시적 산문”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에게 ‘시적인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었다. 국내에서는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기념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한강은 이에 대해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시다면 책 속에서 찾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제가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본질적인 일”이라며 “그 외에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이날 오전 스톡홀름의 한 도서관에서 스웨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이 행사를 이번 ‘노벨 위크’ 기간 가장 인상적인 경험으로 꼽았다. 한강은 “한 아이가 ‘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 쓴 시가 기억이 난다”면서 “어떤 여자가 식물이 되는 내용인 이 소설을 보고 (그 아이는 시에서) ‘내가 만약 토마토가 된다면 너무 맛이 없을 테니 먹지 말아 달라’고 썼더라. 재밌었다”고 말했다. 한강은 앞선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이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소설을 쓰면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을까. “질문에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는 게 소설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답을 한다는 건 결론을 내리는 것이잖아요. 질문은 아직 진행형의 상태에 있는 것이고요. 그 안에 복잡함이 담겨 있는 거죠. 충돌이 있는 상태를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것, 질문의 끝까지 가보는 것이요. 그 질문의 끝에 다다르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것이겠죠.”
  • [길섶에서] 올해의 단어

    [길섶에서] 올해의 단어

    해마다 이맘때면 영미권의 유서 깊은 사전 출판사들이 발표하는 ‘올해의 단어’나 각 나라 매체가 보도하는 ‘올해의 유행어’에 귀를 쫑긋하게 된다. 그해에 가장 주목할 만한 사회 현상, 대중의 인식 등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다. 미국 메리엄웹스터가 꼽은 올해의 단어는 ‘양극화’(Polarization)다. 대선을 치르며 양극단에 치중하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뇌가 손상되거나 썩는 상태를 뜻하는 ‘브레인 롯’(Brain rot)을 선정했다. 질 낮은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꼬집는 용어다. 그런가 하면 올해의 유행어로 일본은 ‘후테호도’, 중국은 ‘반웨이’(班味)를 꼽았다. ‘후테호도’는 거품 경제 시대를 다룬 코미디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에서 따온 신조어이고 ‘반웨이’는 출근만 하면 피곤해지는 직장인의 상태를 비유한다고 한다. 우리에겐 교수들이 선정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가 올해의 사자성어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 죽음과 애도, 그의 작품처럼… 한강은 언제나 ‘올블랙’

    죽음과 애도, 그의 작품처럼… 한강은 언제나 ‘올블랙’

    국내외 공식 석상서 검은 옷흑과 백, 인간 생사 표현무채색 이미지 ‘흰’ 떠올라 묘한 침묵이 흐르던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구시가지) 한림원 기자회견장.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한강(54)이 수상자 선정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미디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플러부터 양말에 구두까지 한강은 온통 검은빛이 돌았다. 열세 개의 샹들리에가 조명을 내뿜고 있는, 식물을 연상케 하는 금빛 장식이 상아색 벽을 휘감고 있는 회견장의 밝은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조돼 보였다. 스톡홀름에서 한강은 내내 ‘올블랙’ 차림을 고수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공개 진행됐던 노벨박물관 소장품 기증 일정에서도, 지난 7일 한림원에서 진행된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그는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머플러 색깔만 검푸른색에서 검은색, 짙은 회색으로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다. 한강은 8일 그의 책을 번역한 세계 각국 편집자들과의 비공개 ‘채식 오찬’에서도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고 이날 저녁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콘서트에도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은 이날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 국민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유족의 초대로 그가 생전 살던 아파트도 방문했는데 노벨재단이 9일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여기서도 그는 검은색 옷차림이었다. 한강은 앞서도 국내외 거의 모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검은색 옷을 즐겨 입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 두문불출하다가 처음 치른 공식 행사였던 지난 10월 17일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도 이번 노벨문학상 기자회견에서처럼 검은색 재킷 안에 검은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한국 작품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은 뒤 지난해 11월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검은색 정장에 검푸른색 머플러를 두르고 검은색 밴드에 흰색 판으로 된 시계를 찼다. 심지어 2016년 맨부커상 시상식 때도 한강의 원피스와 스타킹은 검은색이었다. 이번 스톡홀름 일정에 동행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강 작가는 평소에도 검은색을 비롯한 무채색 위주의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깔끔하면서도 다소 단조롭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 무채색 이미지를 한강은 작품 안에서 절묘하게 구사하며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스웨덴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로 번역된 소설 ‘흰’이 대표적이다. 한강 본인이 의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무채색을 자주 활용하는 것은 그의 문학적 주제 의식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작 ‘붉은 닻’에서부터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일관적으로 폭력과 고통, 죽음, 애도의 문제를 다뤘다. 윤정화 홍익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논문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흰 색채 이미지와 변이 양상’(2020)에서 “초기 소설에서 푸른색이나 붉은색 등 유색으로 드러났던 죽음은 결국 검은색으로 종합돼 이미지를 더욱 굳건하게 형성한다”면서 “이는 점점 탈색돼 2010년 이후로는 죽음과 삶 두 영역에 흰색이 주된 이미지를 담당한다”고 분석했다. 예로부터 흰색과 검은색은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2016년 한국패션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논문 ‘동·서양 상복에 표현된 색채상징 연구’(김주희·채금석)에서는 “흰색과 검은색은 인간의 생과 사를 표현하는 원초적인 색상으로 동양의 상복에서는 흰색으로, 서양의 상복에서는 검은색으로 나타난다”며 “16세기 이후 검은색 상복은 살아 있는 자, 남아 있는 자를 위한 색으로 변화됐다”고 분석했다. 노벨박물관에는 한강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드레스가 전시됐는데 이 드레스도 흰색과 검은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 부커상 때도 스톡홀름서도…한강은 왜 항상 ‘올블랙’ 고수할까

    부커상 때도 스톡홀름서도…한강은 왜 항상 ‘올블랙’ 고수할까

    묘한 침묵이 흐르던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구시가지) 한림원 기자회견장.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한강(54)이 수상자 선정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미디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플러부터 양말에 구두까지 한강은 온통 검은빛이 돌았다. 열세 개의 샹들리에가 조명을 내뿜고 있는, 식물을 연상케 하는 금빛 장식이 상아색 벽을 휘감고 있는 회견장의 밝은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조돼 보였다. 스톡홀름에서 한강은 내내 ‘올블랙’ 스타일을 고수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미디어에 비공개로 진행됐던 노벨박물관 일정에서도, 7일 한림원에서 진행된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그는 기자회견 때와 같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머플러의 색깔만 검푸른색에서 검은색, 짙은 회색으로 조금씩 달라졌다. 한강은 8일 그의 책을 번역한 세계 각국 편집자들과의 비공개 ‘채식 오찬’에서도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고 이날 저녁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콘서트에도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은 앞서도 국내외 거의 모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검은색 옷을 즐겨 입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 두문불출하다가 처음으로 치른 공식 행사였던 지난 10월 17일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도 이번 노벨문학상 기자회견에서처럼 검은색 재킷 안에 검은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한국 작품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은 뒤 지난해 11월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검은색 정장에 검푸른색 머플러를 두르고 검은색 밴드의 흰색 판으로 된 시계를 찼다. 심지어 2016년 맨부커상 시상식 때도 한강의 원피스와 스타킹은 검은색이었다. 이번 스톡홀름 일정에 동행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강 작가는 평소에도 검은색을 비롯한 무채색 위주의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채색은 검은색, 흰색 등 채도가 없이 명도만 있는 색을 일컫는다. 깔끔하면서도 다소 단조롭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 이 무채색 이미지를 한강은 작품 안에서 절묘하게 구사하며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스웨덴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로 번역된 소설 ‘흰’이 대표적이다. 한강 본인이 이를 의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가 작품에서 무채색 이미지를 즐겨 사용하고 심지어 일상에서도 무채색 복장을 자주 착용하는 것은 그의 문학적 주제 의식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작 ‘붉은 닻’에서부터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일관적으로 폭력과 고통, 죽음, 애도의 문제를 다뤘다. 윤정화 홍익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논문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흰 색채 이미지와 변이 양상’에서 “초기 소설에서 푸른색이나 붉은색 등 유색으로 드러났던 죽음은 결국 검은색으로 종합돼 이미지를 더욱 굳건하게 형성한다”면서 “이는 점점 탈색돼 2010년 이후로는 죽음과 삶 두 영역에 흰색이 주된 이미지를 담당한다”고 분석했다. 예로부터 흰색과 검은색은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한국패션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논문 ‘동·서양 상복에 표현된 색채상징 연구’(김주희·채금석)에서는 “흰색과 검은색은 인간의 생과 사를 표현하는 원초적인 색상으로 동양의 상복에서는 흰색으로, 서양의 상복에서는 검은색으로 나타난다”면서 “16세기 이후 검은색 상복은 살아있는 자, 남아 있는 자를 위한 색으로 변화됐다”고 분석했다.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이번 노벨 위크 주간 노벨박물관에는 스웨덴 베크만스 디자인대 학생들이 한강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드레스가 전시됐는데, 이 드레스도 흰색과 검은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오는 10일 한강은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메달을 받는다. 엄격한 복장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 여성은 발등까지 오는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한강이 평소대로 검은색 옷을 입을지, 아니면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 고통 직시한 한강의 문장… 스톡홀름 물들였다

    고통 직시한 한강의 문장… 스톡홀름 물들였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스웨덴 스톡홀름의 쓸쓸한 겨울밤이 한강의 소설로 채워졌다. 8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시청 맞은편에 설치된 ‘돔 아데톤’ 바로 옆에서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낭독하는 문학의 밤 행사가 열렸다. 추운 날씨에 이슬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모여든 70여명의 사람들이 문학의 흥취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강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의 일부가 각각 한국어와 스웨덴어로 낭독됐다. 한강에 앞서 이탈리아의 그라치아 델레다,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 등 각국을 대표하는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일부가 그들의 모국어와 함께 스웨덴어로도 읽혔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눈의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소설이다. 한강도 이 소설을 쓰기 전 “성근 눈이 내리는 벌판을 걷는 꿈을 꿨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날 한국어로 읽힌 부분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한국어판 309쪽이다. “밀도가 얼마나 낮은 눈인지, 내가 앉는 대로 끝없이 깊게 꺼져 내렸다. 격벽 같은 눈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이 문장이 낭독되는 동안 현장에는 눈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마냥 흩날리고 있었다. 낭독자는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교민 신미성씨였다. 신씨는 행사 뒤 한강의 문학을 향한 스웨덴 현지의 관심과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부터 한강의 작품은 번역될 때마다 서평이 실렸고 스웨덴 평론가 중에서는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예견한 이도 있었다”면서 “현재 시립도서관에는 한강의 책을 빌리려는 대기 인원이 1000명도 넘는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는 비교적 젊은데다 여성 작가가 수상했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워하고 있다”면서 “한국 작가 가운데 박상영, 김영하 등의 소설도 스웨덴에서 인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문장을 배우 안나 시세가 스웨덴어로 낭독했다. 스웨덴어판 ‘작별하지 않는다’ 속 문장은 그 나름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어로 읽었을 때 느껴진 호흡과 운율이 그리 손상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날 한강은 자신의 책을 출간한 국내외 출판사 관계자 10여명과 함께 프랑스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채식주의자’가 대표작인 한강의 메뉴 선택은 야채수프와 비건용 스테이크 등 ‘채식’이었다. 저녁에는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콘서트에 참석해 구스타브 16세 국왕, 실비아 왕비 등과 함께 오페라 살로메의 아리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등을 감상했다. 스톡홀름 콘서트홀은 10일 노벨 주간의 절정인 시상식과 만찬이 개최되는 곳이다.
  • 한강 노벨상 연설문 ‘빛과 실’…“내 모든 질문은 사랑”

    한강 노벨상 연설문 ‘빛과 실’…“내 모든 질문은 사랑”

    8살 때 쓴 시 속의 첫 질문은 ‘사랑’이토록 폭력적이고 아름다운 세계그 모순 더 깊은 곳에도 ‘사랑’ 있어역사 속 학살의 기록 샅샅이 살펴광주라는 시공간, 보통명사·현재형언어의 실로 연결된 모든 분께 감사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째서 폭력과 아름다움이 같은 세계에 공존하는가. 역설로 지탱하는 세계에서 인간의 실존은 결국 고통뿐인가. 좀처럼 해명되지 않는 모순의 해답은 어릴 적 썼던 시에 있었다. 사랑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되돌아가는 일. 한강(54)의 문학은 전부 이것이었다. 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낭독했다. 강연에는 한림원 관계자 및 현지 교민, 국내 출판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연설문 낭독 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첼로 모음곡 5번 C단조’가 연주됐다. 낮고 두터운 첼로의 비장한 선율이 한강이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고통과도 맞물리는 듯했다. 한강은 작품세계 전반을 회고하는 동시에 유년에 썼던 시를 공개하며 자신의 문학을 이루고 있는 내밀한 사건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찬찬히 톺았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한 연설은 내면의 더욱 깊은 곳으로 침잠하더니 이윽고 그 밑에 깔린 인간의 존재에 관한 보편적인 물음으로 이어졌다. 가냘픈 발성이었지만 그 안에는 세계의 모순과 고통을 꿰뚫으려는 문학인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에서 이 시를 찾았다고 밝히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시가 적힌 연월은 1979년 4월. 한강이 여덟 살 아이였을 때다. 한강의 첫 번째 질문은 ‘사랑’이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됐으며 1998년에는 첫 장편 ‘검은 사슴’을 상재했다. 시에서 단편으로, 단편에서 장편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그의 질문은 다소 뒤틀린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분명히 ‘사랑’으로 시작했던 그의 연설문은 이내 고통과 폭력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의 연설문에서 ‘고통’은 열두 번, ‘폭력’은 열 번이나 등장한다. 문학은 질문하는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한강 문학의 원동력이었다.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소설 ‘채식주의자’는 결국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를 묻는 ‘바람이 분다, 가라’로 이어진다. 이는 ‘우리가 정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 나가야 한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가’를 탐구하고 있는 소설 ‘희랍어 시간’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한강의 쓰기는 덜컥 멈춘다. 한강은 이렇게 말했다. “‘희랍어 시간’을 출간한 후 찾아온 2012년의 봄이었다.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삶을,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 제목을 짓고 앞의 20페이지 정도까지 쓰다 멈춘 것은, 그 소설을 쓸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었다.” 질문과 소설이 멈춘 그곳에서 한강은 역사로 눈을 돌렸다. 한강은 광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긴 역사를 두고 자행된 학살의 기록을 샅샅이 살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십 대 시절 일기장을 바꿀 때마다 맨 앞에 적었던 두 문장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의 구성이 달라져야 함을 느낀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그리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채식주의자’와 함께 한강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년이 온다’는 이렇게 탄생한다. 1979년 계엄령과 신군부의 쿠데타 이후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복원하는 ‘소년이 온다’는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한강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한강은 제주 4·3 사건을 재현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다음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기간 두 가지 질문이 또 머릿속을 맴돌았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다. 폭력과 아름다움은 모순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순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기에 한강은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투쟁이 글쓰기를 해 온 동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강은 새롭게 확신하고 있다. 이 모순의 더 깊은 곳엔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고. 그래서 자신의 문학을 가능케 했던 것은 단 하나의 질문, ‘사랑은 어디에 있고 또 무엇인가’였다고. 그리하여 문학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자 서로를 연결하는 ‘실’이다. 한강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한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돼 주었고, 연결돼 줄 모든 분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사랑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돌아가다…한강 노벨상 연설문 ‘빛과 실’

    사랑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돌아가다…한강 노벨상 연설문 ‘빛과 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째서 폭력과 아름다움이 같은 세계에 공존하는가. 역설로 지탱하는 세계에서 인간의 실존은 결국 고통뿐인가. 좀처럼 해명되지 않는 모순의 해답은 어릴 적 썼던 시에 있었다. 사랑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되돌아가는 일. 한강(54)의 문학은 전부 이것이었다. 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낭독했다. 이날 강연에는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 및 스웨덴 현지 교민, 국내 출판사 관계자를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했다. 연설문 낭독 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첼로 모음곡 5번 C단조’ 연주가 진행됐다. 낮고 두터운 첼로의 비장한 선율이 한강이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고통과도 맞물리는 듯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스웨덴어와 영어로 한강의 작품을 낭독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한강은 작품세계 전반을 회고하는 동시에 유년에 썼던 시를 공개하며 자신의 문학을 이루고 있는 내밀한 사건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찬찬히 톺았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한 연설은 내면의 더욱 깊은 곳으로 침잠하더니 이윽고 그 밑에 깔린 인간의 존재에 관한 보편적인 물음으로 이어졌다. 시적이고 유려한 문체에 담긴 연설문을 한강은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가냘픈 발성이었지만 그 안에는 세계의 모순과 고통을 꿰뚫으려는 문학인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랑은 어디에 있으며 또 무엇인가“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에서 이 시를 찾았다고 밝히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시가 적힌 연월은 1979년 4월. 한강이 여덟 살 아이였을 때다. 한강의 첫 번째 질문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또 무엇인가.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됐으며 1998년에는 첫 장편 ‘검은 사슴’을 상재했다. 시에서 단편으로, 단편에서 장편으로 이어지는 장르적 여정에서 그의 질문은 다소 뒤틀린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분명히 ‘사랑’으로 시작했던 그의 연설문은 이내 고통과 폭력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의 연설문에서 ‘고통’은 열두 번, ‘폭력’은 열 번이나 등장한다. 문학은 질문하는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한강의 문학이 계속 쓰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소설 ‘채식주의자’는 결국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를 묻는 ‘바람이 분다, 가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정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 나가야 한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가’를 탐구하고 있는 소설 ‘희랍어 시간’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강의 쓰기는 덜컥 멈춘다. 한강은 이렇게 말했다. “‘희랍어 시간’을 출간한 후 찾아온 2012년의 봄이었다.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삶을,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 제목을 짓고 앞의 20페이지 정도까지 쓰다 멈춘 것은, 그 소설을 쓸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었다.” 소설이 멈춘 곳에서 역사로 눈을 돌리다 질문과 소설이 멈춘 그곳에서 한강은 역사로 눈을 돌렸다. 그의 고향이기도 한 광주에서 있었던 폭력의 실상을 들추기로 한 것이다. 한강은 광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긴 역사를 두고 자행된 학살의 기록을 샅샅이 살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십 대 시절에 일기장을 바꿀 때마다 맨 앞에 적었던 두 문장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의 구성이 달라져야 함을 느낀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그리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앞서 ‘채식주의자’와 함께 한강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년이 온다’는 이렇게 탄생한다. 1979년 계엄령과 신군부의 쿠데타 이후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복원하는 ‘소년이 온다’는 2024년 겨울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한강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모순보다 깊은 사랑…문학은 빛이요 실이다한강은 제주 4·3 사건을 재현한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3년간 한강에게는 두 가지 질문이 또 머릿속에 맴돌았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다. 폭력과 아름다움은 모순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순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기에 한강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투쟁이 글쓰기를 해온 동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강은 새롭게 확신하고 있다. 이 모순의 더 깊은 곳엔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고. 그래서 자신의 문학을 가능케 했던 것은 단 하나의 질문, ‘사랑은 어디에 있고 또 무엇인가’였다고. 그리하여 문학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자 서로를 연결하는 ‘실’이다. 한강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한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돼 주었고, 연결돼 줄 모든 분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출판계 최대 출협 “윤석열은 범죄자, 사고능력 상실 비정상인” 대통령 사퇴 촉구

    출판계 최대 출협 “윤석열은 범죄자, 사고능력 상실 비정상인” 대통령 사퇴 촉구

    800여개 출판사가 모인 국내 최대 출판협의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6일 성명을 내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출협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하는 군대를 국회와 언론 출판,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는 데 동원해 국회의 정치활동을 저지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불법적인 행위를 기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을 획책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한 범죄자임은 물론, 망상과 음모론에 빠져 사고능력을 상실한 비정상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도 역사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라고 믿어 왔다”며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12·3 폭거는 우리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가치와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온 국민으로서 갖는 자부심 모두를 짓밟는 행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협은 “윤석열 대통령은 그 폭거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자연인으로서의 판단 능력과 가치관조차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기호의 서로서로]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출판

    [한기호의 서로서로]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출판

    누구나 텍스트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돼 서로 연결되는 시대이다. 이런 때 텍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텍스트의 맥락을 짚어 주는 ‘콘텍스트’이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하이콘텍스트’다. 올해 하이콘텍스트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그의 작품 ‘소년이 온다’는 수상 직후에만 100만부 이상 팔렸고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등 주요 작품 판매 부수도 곧 100만부를 넘길 태세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서점, 제작업체, 제지업계에도 잠시 숨을 돌리는 호재로 작용했다. 또 한국 출판물 전반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 주요 출판사들은 한국에서의 신작 소설 출간 동향에 대해 잔뜩 주목하고 있다. 성인 독서율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지만,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지원과 지자체 관련 예산은 씨가 마를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런 현실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정책 전환을 불러올 중대한 계기였다. 이를 계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내년에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할 조짐을 보인다. 동네 서점과 작은 도서관의 폐점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고, 공공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의 수서 예산도 더욱 축소된다고 하니 말이다. 매체 간 경쟁이 더욱 가속화하고 경제 상황이나 국제 질서도 출판에 전혀 호의적인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위기를 출판인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선 당장은 팔리는 책을 펴내야만 한다. 지식이 아닌 지혜, 지성을 안겨 주는 책이어야만 한다. 인공지능(AI)에게 질문을 던져도 바로 해답을 알려 주는 시대이다. 지루하거나 철 지난 지식을 단순하게 나열한 책이 독자의 호응을 받기는 어렵다. 한강의 책들이 품귀 상태였을 때도 독자 대부분이 전자책을 구해 읽지 않았다. 그만큼 종이책의 장점은 여전하다. 그러나 종이책은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결핍된 것을 채워 줘야 한다. 이미 세계 주요 출판사들은 종이책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영상이나 음성도 직접 연결하고 있다. 머잖아 종이책으로 저자와 독자가 직접 연결되는 일이 일상이 될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의 출발이 검색에서 시작된 지도 오래다. 챗GPT가 무수한 콘텐츠를 양산하기 시작한 이후 콘텐츠 마케팅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커뮤니티 마케팅이다. 이런 시대에 출판이라는 비즈니스는 완전히 달라져야만 한다. 출판은 창조적 파괴와 이(異) 업종과의 연결을 통해 부가가치를 크게 키워야만 한다. 모두가 글로 연결하는 초연결사회에서 출판은 엄청난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잡지를 플랫폼 삼아 ‘미디어 커머스’에 성공한 경우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건 완벽한 커뮤니티 마케팅의 기회가 아닌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
  • 성북구 “한강과 다시 만나다”…10일 노벨문학상 기념행사

    성북구 “한강과 다시 만나다”…10일 노벨문학상 기념행사

    서울 성북구가 오는 10일 아리랑도서관 세미나실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특별 프로그램 ‘지금, 소년이 온다’를 연다고 5일 밝혔다. 이 행사는 노벨문학상을 실제 수여하는 12월 10일에 진행한다. ‘소년이 온다’의 편집자인 김선영 핀드 출판사 대표와 지역주민들이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한강 작가는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통해 상처 입은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해온 작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가부장제 등 우리나라에 남겨진 폭력에 대해 다뤄 왔다. 이러한 작품관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꼽은 선정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2016년 성북구 한 책으로 선정되었던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편집자와 독자들이 함께 책 속의 담론을 끌어내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해 이야기를 나눈다. 성북구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기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데버라 스미스

    [기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데버라 스미스

    문학의 중요한 역할은 독자에게 생각하는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학 번역과 한국문학 영어번역가의 역할과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뜻깊은 계기가 됐다. 번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번역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 사이에도 필요하다. 한국어 사용자끼리, 심지어 함께 사는 가족 사이에서도 갈등과 소통의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고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의 번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어려움은 번역의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특징 때문에 발생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인정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상대방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이타적인 마음이 번역 안에 공존한다. 한강의 역사적인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당시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긴 데버라 스미스의 번역에 대한 국내 학계의 오역 논쟁과 한국어를 독학한 지 6년밖에 안 된 외국인 번역가에 대한 신랄한 공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스스로 한국어를 배워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을 가능하게 했던 번역가의 대단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고마움보다 마치 죄인 대하듯 가혹해야만 했을까. 한국문학의 영어 번역은 한국어를 전혀 읽지 못하는 해외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스미스가 아니었더라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문학의 영어 번역은 영어권 원어민 독자와 같은 감성으로 영어 번역본을 읽을 수 없는 국내 독자들과 학자들이 평가하고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닐 수 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미국 독자나 학자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의 한국어 번역에 오역 논쟁을 벌이지 않는 건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헤밍웨이 소설을 한국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하는지는 오롯이 한국 독자의 몫이라서 그렇다. 한강 소설 영역본의 소유주가 ‘우리’라는 착각을 내려놓자. 우리는 위대한 한국어로 쓰인 원작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해외의 독자와 출판사들이 한강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깊은 감정과 문학적 가치를 공유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한국문학 작품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스미스의 번역은 충분히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문화 자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강의 소설을 우리보다 해외 독자가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배려가 어쩌면 한국문학에 대한 우리의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다. 노벨문학상 열풍이 곧 지나가 버린 다음에도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번역가들의 헌신과 기여를 계속해서 기억하는 것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이 될 것이다. 이형진 숙명여대 영문과 교수
  • 출판계 “윤석열, 한강 노벨문학상 성취 무색케 만들어”

    출판계 “윤석열, 한강 노벨문학상 성취 무색케 만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요구로 해제한 것에 대해 출판계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성취를 무색케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490여곳의 출판사 협의체인 한국출판인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민주화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헌법에서 정의한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라고 규정했다. 출판인회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따라 출판의 자유가 제한된 일시적으로 제한되었고, 표현의 자유는 억압당했다”면서 이를 두고 ‘악몽 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이번 계엄령 선포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마저 빛 바래게 했다고 지적했다. 출판인회의는 “한강의 문학은 민주사회의 자유로움 속에서 태어난 것이며, 그렇게 태어난 이야기들이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과와 문화적 성취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문화의 높아진 위상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이 순간에, 비상계엄령이라는 시대착오적 조치를 통해 우리의 진보와 문화적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출판이 단순히 책을 만드는 행위가 아닌 진실을 기록하고, 자유를 수호하며, 시대를 앞서 나가는 움직임임을 되새긴다”고 밝힌 출판인회의는 “이 땅의 모든 출판인은 지금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 앞에서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싸울 것이며, 이 땅의 출판이 다시는 침묵을 강요받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시련은 행복을 가로질러 오고 기회는 부지런한 자에게 온다

    [최보기의 책보기] 시련은 행복을 가로질러 오고 기회는 부지런한 자에게 온다

    책도 상품(商品)이다. 책을 낸 출판사와 저자는 당연히 많이 팔려 널리 읽히는 베스트셀러를 희망한다. 서평가는 ‘좋은 책’을 골라 안내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좋은 책의 기준은 관점에 따라 다른데 ‘저자와 내용의 상관관계’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내용이 훌륭할지라도 저자의 알려진 됨됨이가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찬란하나 진정성이 없는 문장보다는 소탈하나 진정성이 넘치는 문장이 독자의 감동을 더 부른다. 대안가정인 아동청소년 시설 ‘그룹홈’을 가꾸는 김양근, 전성옥 부부가 쓴 산문집 『우리는 느리게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내용이 훌륭하고, 문장은 소탈하다.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는, 대중매체를 통해 이미 알려진 저자 부부의 삶 또한 독자의 가슴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며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슬픔이 아니라 기쁨과 감동으로 그렇다. 이런 책이라면 서평가가 소개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메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단비 같은 베스트 셀러가 돼라’는 기원과 함께. 남편인 김양근의 성장 스토리, 28세 청년 김양근과 ‘엄마 같은 연상의 여인’ 34세 전성옥이 만나 결혼을 하고, ‘성씨가 다르고 닮지도 않은 열 명이 넘는 자녀들’을 키우고 가르치기까지, 대가족이 살아가는 ‘우당탕탕 갈록마을’의 일상다반사는 슬픈 웃음과 기쁜 눈물이 뒤섞이는 한 편의 휴먼 드라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열 살의 장남을 데리고 논에 나가 못자리를 가르치며 “아빠가 없어도 잘 할 수 있지?”를 유언처럼 남겼던 젊은 아버지의 깊은 슬픔, 중학교 2학년인 열네 살 장남에게 “엄마가 똑바로 누우면 죽은 거다”는 말을 남겨야 했던 엄마, 밑으로 세 명의 동생들을 책임지며 세상을 헤쳐나가야 했던 장남, 그를 이해하고 구원(?)한 여인… … “한수원(한빛수력원자력본부) 직원들과 직장 후원회 <사랑의 집>, 김용식 목사님” 같은 고마운 사람들 이야기를 읽으며 모처럼 잃고 없었던 휴머니즘을 복구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권한다. 참 좋은 책이다. 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 생일 선물처럼 돌아온 ‘백희나표 마법’

    생일 선물처럼 돌아온 ‘백희나표 마법’

    “맘에 드는 옷을 입으면 힘이 나고 든든합니다. 마치 갑옷처럼요. 옷장은 단순히 옷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품고 나를 보살펴 주는 특별한 존재 같아요.” 백희나(53) 작가가 돌아왔다. 마법 같은 환상이 들어 있는 그림책 ‘해피버쓰데이’를 들고 말이다. 2020년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 작가의 신작은 출간 때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한다. ●‘어제저녁’ 등장인물들 다시 나와 이번 신작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내 최초의 국제아동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가장 먼저 공개<서울신문 11월 28일 보도>돼 화제가 됐다. 신작에서도 ‘장수탕 선녀님’(2012), ‘이상한 엄마’(2016), ‘알사탕’(2017), ‘달 샤베트’(2010) 등에서 보여 줬던 마법 같은 백희나표 환상이 펼쳐진다. 작품은 마음이 무거워져 집에만 머무르는 얼룩말 소녀 제브리나에게 특별한 생일 선물이 도착하면서 전개된다. 하루에 한 벌씩 멋진 새 옷이 걸려 있는 마법의 옷장 덕에 제브리나는 한결 가벼운 날들을 보내게 된다. 신작의 매력은 단순히 핑크빛 판타지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경주마용 눈가리개를 쓰고 지내던 제브리나는 야생성이 강해 쉽게 길들지 않는 얼룩말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지나치게 목표만을 향해 달리다 ‘얼루룩덜루룩탈탈’ 병에 걸린 그에게 옷장은 안식과 같다. 또 하루를 채워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일상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임을 알게 하는 도구다. ●“일상의 작은 변화로 깊은 공감·위로” 이 책의 숨은 재미는 백 작가가 2010년에 선보인 ‘어제저녁’의 등장인물들이 재등장한다는 점이다. 유쾌한 아파트 5층에 살던 얼룩말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뿐 아니라 오리 유모, 은쟁반 찻집 종업원 까망고양이, 8마리 아기 토끼를 혼자서 키우는 흰토끼씨 등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전작에 등장한 인물을 다시 등장시키는 것은 백 작가 그림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알사탕’에 나왔던 개 구슬이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개다’(2019)라든지, 알사탕의 조연이었던 문방구 할아버지가 다시 등장해 알사탕 만드는 비법을 알려 주는 ‘알사탕 제조법’(2024)이 있다. 스토리보울 출판사 관계자는 “제브리나의 이 특별한 이야기는 ‘생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축복하고 스스로를 보살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기게 한다”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며 일상의 작은 변화가 마법 같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 “식사 초대받고 올리브오일 선물하면 무례”…英전문가가 꼽은 ‘안전한 선물’은

    “식사 초대받고 올리브오일 선물하면 무례”…英전문가가 꼽은 ‘안전한 선물’은

    최근 유럽에서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을 때 와인 대신 고급 올리브 오일 등 식료품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하는 가운데 식료품을 선물하는 행동이 무례하게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한 에티켓 전문가를 인용해 지인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와인이 아닌 고급 식료품을 선물할 경우 집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 선물을 신중히 골라야 한다고 보도했다. 잡지 ‘하우스 앤 가든’에 따르면 최근 영국 사람들은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와인, 꽃, 초콜릿 등 ‘전통적인 선물’ 세 가지 대신 고급 식료품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작가 아라벨라 보우즈는 하우스 앤 가든에 기고한 글에서 “세련된 식료품 보관장은 보관장의 소유자가 식료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이런 품목들이 초대 선물로 선택받고 있다. 특히 올리브 오일이 현재 유행하는 품목”이라고 전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가 최근 발표한 올해 식음료 트렌드 보고서도 사람들이 지인의 집을 방문할 때 술 대신 프리미엄 오일, 올리브, 견과류, 꿀, 식초, 고급 소금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유명 에티켓 안내서를 발간하는 250년 역사의 출판사 데브렛의 편집자이자 에티켓 전문가인 리즈 와이즈는 이런 현상을 우려했다. 와이즈는 “좋은 품질의 올리브 오일을 선호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일부 사람들이 왜 이를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한다”면서도 “이는 초대한 사람의 주방에 충분한 물품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올리브 오일이 좋은 선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유일한 때는 지중해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라며 “휴가를 떠나 방문한 이탈리아 농장에서 사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당연히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타임스는 음주 인구가 줄어든 것도 와인 대신 식료품을 선물로 선택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알코올 교육 자선 단체인 드링크어웨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국 성인의 19%가 현재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16%에서 다소 증가했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금주를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최근 연구에서 16~24세의 26%가 술을 마시지 않는 반면 55~64세는 14%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와이즈는 초대 선물로 좋은 와인 한 병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와이즈는 “와인을 가져갔을 때 집 주인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적어도 다른 손님들에게 줄 수 있다”며 “와인이 음식과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집주인은 그날 저녁에 와인 병을 열어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걸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 인간이 지구서 가장 성공한 생물종으로 남은 까닭은

    인간이 지구서 가장 성공한 생물종으로 남은 까닭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왜 세계의 일부 문화는 다른 문화보다 더 빠른 발전을 이룩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총, 균, 쇠로 대표되는 무기와 환경을 그 답으로 제시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막대한 힘을 갖게 됐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통해 그 답을 찾는다. ‘빅 히스토리’로 대표되는 거대 서사는 읽기에는 재미가 있지만 과연 인류의 모든 역사를 지리, 문화, 제도 등 한 가지만으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빅 히스토리 방식의 서사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복잡한 설명을 싫어한다는 특성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이 자연의 모든 현상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대통합 이론을 찾고, 과학자들이 자연현상을 수학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경제심리학, 발달경제학, 데이터 과학을 가르치는 저자 역시 “왜 보츠와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부패가 적고 여러 지표에서 더 성공적일까”와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대신 하나의 시각이 아니라 경제학, 정치학, 생물학, 철학, 심리학, 심지어 수학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사회를 분석한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인간은 에너지, 혁신, 협력, 진화라는 네 가지 삶의 법칙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법칙이야말로 인간을 지구에 등장하게 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물종으로 자리잡게 만든 원리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4대 법칙 중 가장 토대가 되는 것은 에너지인데,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까지 높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핵융합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언제 완성될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혁신-협력-진화 법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집단 지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인류 문명 4대 법칙을 끌어내는 1부는 무난했지만, 이를 적용하는 2부는 좀 당혹스럽다. 이쯤 되면 “삶의 법칙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생각 자체가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읽는 재미는 있지만 용두사미의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 [단독]백희나 신작 부산국제아동도서전서 최초 공개

    [단독]백희나 신작 부산국제아동도서전서 최초 공개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알마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의 신작이 국내 최초 국제아동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최초 공개됐다.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스토리보울 출판사 부스에서는 백 작가의 신작 ‘해피버쓰데이’를 최초 공개했다. 스토리보울은 백 작가가 과거 ‘구름빵’의 저작권 분쟁 사태를 겪은 뒤 차린 독립출판사 이름이다. ‘달샤베트’ 등을 펴냈던 출판사는 폐업했다가 지난해 12월 같은 사명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번 신작에서는 얼룩말 제브리나와 신기한 옷장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운이 없고 자꾸만 마음이 무거웠던 제브리나는 막내 이모가 생일 선물로 보낸 옷장 덕분에 신기한 날들을 보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기한 옷장 덕에 제브리나는 기운을 낸다. 전작 ‘알사탕’, ‘이상한 엄마’, ‘장수탕 선녀님’ 등에서 만났던 마법과 같은 백희나표 환상은 여전하다. 매일같이 제브리나가 만나는 새 의상은 독자에게 인형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날 스토리보울 부스에는 백 작가가 깜짝 방문했다. 백 작가를 알아본 독자들은 사인을 요청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백 작가는 오는 30일 도서전에서 ‘어린이와 판타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이날 막을 올린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다음달 1일까지 나흘간 벡스코에서 열린다. 16개국 193개 출판사와 콘텐츠 기업 등이 참여하며 도서 전시, 강연, 세미나, 워크숍 등 1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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