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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시인 ‘괴물’ 속 원로시인 “술먹고 격려차원…뉘우친다”

    최영미 시인 ‘괴물’ 속 원로시인 “술먹고 격려차원…뉘우친다”

    시 ‘괴물’을 통해 문단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최 시인이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최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한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n’으로 지목된 유명 원로 시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시인은 “구차한 변명”이라면서 “그 문인이 제가 처음 시를 쓸 때 떠올린 분이 맞다면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법이다. 여러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한 것을 목격했고, 저도 피해를 봤다.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다음은 ‘괴물’ 시 전문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ㅡ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
  • 최영미 시인 성추행 폭로...‘괴물’ 누굴까

    최영미 시인 성추행 폭로...‘괴물’ 누굴까

    최근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단 내 성추행 행태를 폭로한 문인들의 과거 작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6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최영미(사진) 시인이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화제가 됐다.이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이 나라를 떠나야지/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괴물을 잡아야 하나”라는 부분을 통해 해당 인물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언급하며 다시금 문단의 성희롱 행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 다만 귀찮다. 저들과 싸우는 게”라며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중략)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조직이 문단”이라고 적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2016년부터 SNS를 통해 공론화되며 꾸준히 거론돼 왔다. 김현 시인이 2016년 9월 계간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처음 공개한 이후 문단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최근 트위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 계정에서는 최 시인의 시 전문과 함께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현재까지 1400여회 리트윗 됐다. 네티즌들은 시인이 시에서 지목하는 인물로 짐작되는 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에서는 또 다른 중견 문인 김모 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 글도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최영미 시인도 #Me too…‘괴물’ 시엔 “노벨상 후보 En선생”

    최영미 시인도 #Me too…‘괴물’ 시엔 “노벨상 후보 En선생”

    검찰내 성희롱 및 성폭력 폭로와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운동이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문단의 성추행을 폭로했다.6일 SNS에는 최영미 시인이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큰 화제를 모았다. 트위터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는 최근 이 시 전문을 올린 뒤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최영미 시인의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어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고 적혀있다. 다음은 ‘괴물’ 시 전문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ㅡ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 최 시인은 “노벨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벨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라고 말했고 네티즌들은 문제 인물로 추정되는 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시인은 “이 시는 문단의 거짓 영웅에 대한 풍자시”라며 말을 아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그저 그런 사람들의 영화 같은 삶

    그저 그런 사람들의 영화 같은 삶

    인생극장/노명우 지음/사계절출판사/448쪽/1만 7800원영웅과 범인(凡人)의 차이 중 하나로 ‘기록의 유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나 정치적 혼란으로 어지러워진 세상을 구한 사람에 대한 칭송은 입에서 입으로, 글에서 글로 널리 전해지는 법이다. 영웅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기 이름을 또렷이 새기는 반면 필부의 지난한 삶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924년 충청남도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한 남자와 1936년 서울 종로구에서 가난한 집 막내로 태어난 한 여자의 삶도 어쩌면 ‘그저 그런’ 인생 중 하나로 묻힐 뻔했다. 역사라는 큰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두 사람의 삶은 아들이자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 교수를 통해 되살아났다. ‘인생극장’이라는 무대에서 퇴장한 뒤 아들에 의해 비로소 자서전이 쓰인 셈이다.저자가 부모의 사적이면서도 내밀한 인생의 심층을 들여다본 이유는 뭘까. 책 첫머리에 놓인 “말 없는 피조물은 의미되면서 구원을 희망할 수 있다”는 발터 베냐민의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흔적 없이 사라진 무명씨들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일은 그들이 공유한 한 시대의 궤적을 살피는 일이다. 책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과 군부독재를 겪고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룬 세대가 겪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개인의 삶으로 엮어 낸다. 다만 세상을 떠난 부모의 개인적인 기록이 많지 않은 터라 저자는 1920~70년대 풍속을 반영한 대중영화를 통해 그 시절을 추적했다.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당시 유행을 따라 만주로 떠났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 만주는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유토피아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1942년에 나온 노래 ‘만주 신랑’의 ‘꿈 하나 잘못 꾸어 헝큰 청춘아 눈물도 웃음 되는 만주러라’라는 가사를 통해 만주를 향할 당시 아버지가 가슴에 얼마나 큰 꿈을 품었을지 짐작해 본다. 의지로 떠난 만주와는 달리 강제징용으로 나고야 일본군 병사로 징집된 아버지의 심정은 징용병이 황군이 되는 과정을 낭만적으로 그린 영화 ‘병정님’(1944)을 통해 느껴본다. 영화는 안심하고 자녀를 군대에 보내라고 부모를 설득하지만 누구도 제국의 질서에 얽매이는 것을 반가워했을 리 없다. 한편 당시 국민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전쟁통에 고아가 된 어머니는 전쟁이 끝날 무렵 아버지와 결혼해 파주 미군 기지 근처에서 미장원을 열고 ‘양공주’의 머리를 말았다. 어머니는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나 ‘또순이’(1963)의 주인공처럼 그 시절 권장되었던 모범적인 어머니상을 그대로 따른 전형적인 한국 여성이었다. 큰소리치면서도 모든 것을 책임지지 못하는 남편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았고 그저 내조에 충실했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자식을 미국에 유학 보내는 것. “애비가 못 배웠으면 자식들이라도 가르쳐야지”라는 영화 ‘수학여행’(1969)의 대사처럼 공부가 출세의 수단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저자의 부모가 정착한 파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1950~70년대 세상물정이다. 달러를 벌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 이곳에서 아버지는 사진관과 미군의 유흥공간인 ‘레인보우 클럽’을 열어 달러를 쓸어 담는다. 미군 부대가 철수한 뒤 양공주라는 ‘달러의 파이프라인’이 사라지자 ‘레인보우 클럽’은 한국 군인과 면회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지개 다방’과 ‘무지개 홀’로 모습을 바꾼다. 개인들의 선택에 따라 변모하는 파주라는 공간은 당시 체면보다 생존이 중요했던 전후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저자는 부모의 자서전을 끝맺으면서 부모가 살았던 시대를 회고하는 일이 과거에 머무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연습이라는 것. “과거는 미래를 보기 위한 연습이다. 과거에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만이 고아가 되어도 서럽지 않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종결되어야 한다. 기억의 정확한 시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432~433쪽)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조시 맥피 편집, 리베카 솔닛 서문, 원영수 옮김, 지음, 서해문집 펴냄) 공산주의에서 민족해방, 자유주의, 무정부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활동과 역사적 순간을 포스터에 담아내는 ‘CPH’(Celebrate People’s History·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 프로젝트 20주년을 기념한 동명의 책으로 158개 포스터에 담긴 저항과 혁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336쪽. 2만 2000원.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반비 펴냄) 재일 조선인 작가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현대법학부 교수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했던 이야기를 묶은 여행 에세이다. 348쪽. 1만 8000원. 주부의 휴가(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유명한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인생의 깨달음을 담았다. 작가는 정답을 얻으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쉬엄쉬엄 되는 대로 살라고 조언한다. 248쪽. 1만 2800원. 사물의 약속(루스 퀴벨 지음, 손성화 옮김, 올댓북스 펴냄)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안락의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전거, 이케아 의자 포엥, 벨벳 재킷, 빈 서랍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물건의 면면으로부터 인문학적인 성찰을 이끌어 낸다. 256쪽. 1만 3800원.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전 3권)(김유진 글, 서현 그림, 창비 펴냄) 재기 발랄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가 서현과 동시를 써 온 김유진 시인이 아이들의 잠자리를 위해 만든 그림책으로 ‘오늘아, 안녕’, ‘이불을 덮기 전에’, ‘밤 기차를 타고’ 3권으로 구성됐다. ?36~40쪽. 각 1만 2000원. 와인 에피소드(윤영지 외 6명 지음, 백산출판사 펴냄) 한국와인협회 임원인 저자들이 와인과 영화·음악의 관계부터 와인 이외의 맥주·위스키 등 다양한 술에 얽힌 뒷이야기를 엮었다. 464쪽. 3만원.
  • [그 책속 이미지] 고주망태로 시 읊는 괴짜시인

    [그 책속 이미지] 고주망태로 시 읊는 괴짜시인

    셰익스피어도 이러지 않았다/찰스 부코스키 지음/황소연 옮김/자음과모음/228쪽/1만 5000원소설가이자 시인인 찰스 부코스키의 1978년 독일 함부르크 시 낭독회장. 그는 한 손에 담배, 다른 한 손엔 와인 병을 든 채 태연스레 자신의 시를 읊는다. 어두컴컴한 낭독회장에서 800명의 관객이 그를 지켜본다. 이날 입장하지 못한 관객 300명이 이미 발걸음을 돌린 터였다. 집중하는 관객들 속에서 고주망태 상태로 시를 읊는 부코스키에게서 자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술과 도박, 섹스와 폭력, 사회의 부조리 등을 가식 없는 문체로 써낸 부코스키는 1920년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평생을 살았다. 쉰 살에 전업 작가가 돼 크게 성공하기까지 잡부,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 집배원 등을 전전하며 살았던 까닭에 ‘빈민가의 계관시인’으로도 불린다. ‘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는 1978년 부코스키가 출판사의 제안으로 연인 린다 리와 다녀온 유럽 여행을 담았다.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여정을 담은 수필과 87장의 생생한 사진, 11편의 시를 수록했다. 그는 ‘책을 팔기 위해’ 유럽을 돌며 인터뷰와 낭송회를 했는데 인기 덕분에 가는 곳마다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늘 술에 취해 일으키는 돌발 행동 탓에 여행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성공한 예술가의 기행(奇行) 가득한 기행(紀行)이 흥미롭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재인 ‘복심’ 양정철 전 비서관 새 책, 출간 2주 만에 1만 8000부 인쇄

    문재인 ‘복심’ 양정철 전 비서관 새 책, 출간 2주 만에 1만 8000부 인쇄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의 새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가 출간 2주 만에 1만 8000부를 찍었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양 전 비서관의 책이 출판계 불황에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디치미디어’ 출판사는 지난 15일 출간된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6쇄, 1만 8000부 찍었다고 2일 밝혔다. 출판사 관계자는 “출간 전 초쇄 5000부와 2,3,4쇄로 1000부씩 3000부를 찍었고 북콘서트 전후로 독자들의 주문이 늘어나면서 5000부씩 두 번을 더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반에는 대형 서점에서 주문이 많지 않았지만, 저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문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출판사 기준으로 1만 8000권이 출고된 것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판매되는 상황”이라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북콘서트에 간 것이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판매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30일 1차 북콘서트에는 임 실장,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서울 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민병두·박영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지난달 30일 북콘서트에서 양 전 비서관은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지방의 한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준비했던 수업 노트에 평소 생각을 덧붙여 쓴 책이라고 소개했다. 민주주의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평등·배려·공존·독립·존중이라는 5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양비’로 불리는 양 전 비서관은 지난해 대선 막전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정부 출범 후 공식 직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뉴질랜드, 일본, 미국 등지를 여행하다 지난달 귀국했다. 출판사는 오는 6일 2차 북콘서트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 예정이다. 양 전 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콘텐츠진흥원 ‘세월호 블랙리스트’ 첫 확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를 가동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인맥인 송성각 전 원장이 2016년 국정농단으로 구속됐지만 그동안 감사원 감사와 특검수사에도 콘진원의 블랙리스트 실행은 밝혀지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는 1일 “콘진원이 2014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사업에서 특정 문화예술인을 심사위원에서 배제했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도 지원 배제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이진희 은행나무출판사 주간,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서철원 소설가,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사)우리 만화연대 등 개인 7명과 단체 1곳이 블랙리스트로 관리됐다. 이들에 대한 배제 지시는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콘진원 단계로 하달됐다. 블랙리스트 등재 사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뿐 아니라 용산참사 시국선언, 영화 ‘26년’ 제작 참여 등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전 공모사업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다 돌연 배제됐고, 블랙리스트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인 2017년에는 본심 심사위원으로 원상복귀됐다. 조사위가 콘진원의 ‘2015 만화콘텐츠 창작기반조성 연재만화 제작지원 심사결과표’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 참사를 그린 만화에는 최저점을 부여했다. 우리만화연대 소속 유승하 만화가의 ‘끈’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밀도있게 그려내 1차 서류 평가에서 전체 77편 중 4위에 올랐다. 하지만 2차 평가에서 66위로 밀려 지원사업에서 최종 배제됐다. 또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만화 ‘광야’와 국가정보원 직원이 등장하는 ‘명태’도 최종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콘진원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나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심사 단계에서부터 블랙리스트를 가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文대통령 지지했다고 세월호 만화 그렸다고 불이익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를 가동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인맥인 송성각 전 원장이 2016년 국정농단으로 구속됐지만 그동안 감사원 감사와 특검수사에도 콘진원의 블랙리스트 실행은 밝혀지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는 1일 “콘진원이 2014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사업에서 특정 문화예술인을 심사위원에서 배제했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도 지원 배제했다”고 1일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이진희 은행나무출판사 주간,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서철원 소설가,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사)우리 만화연대 등 개인 7명과 단체 1곳이 블랙리스트로 관리됐다. 이들에 대한 배제 지시는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콘진원 단계로 하달됐다. 블랙리스트 등재 사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뿐 아니라 용산참사 시국선언, 영화 ‘26년’ 제작 참여 등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전 공모사업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다 돌연 배제됐고, 블랙리스트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인 2017년에는 본심 심사위원으로 원상복귀됐다. 조사위가 콘진원의 ‘2015 만화콘텐츠 창작기반조성 연재만화 제작지원 심사결과표’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 참사를 그린 만화에는 최저점을 부여했다. 우리만화연대 소속 유승하 만화가의 ‘끈’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밀도있게 그려내 1차 서류 평가에서 전체 77편 중 4위에 올랐다. 하지만 2차 평가에서 66위로 밀려 지원사업에서 최종 배제됐다. 또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만화 ‘광야’와 국가정보원 직원이 등장하는 ‘명태’도 최종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콘진원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나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심사 단계에서부터 블랙리스트를 가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양정철, 북콘서트 객석에 앉은 임종석 보고 반가움에 포옹

    양정철, 북콘서트 객석에 앉은 임종석 보고 반가움에 포옹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30일 서울에서 최근 출간한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 북 콘서트를 열었다.양 전 비서관은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연 북 콘서트에서 “제가 국내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기사가 되고 과도한 주목을 받는 것이 되게 당혹스럽다”면서 “2월까지 한국에 있으려고 하는데 출판사가 요청하는 의무방어전이 끝나면 외국 대학에 가서 공부하면서 대통령님과 계속 떨어져 있고 싶다. 청와대나 권력하고도 거리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백의종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에 도움이 되는 길이기도 하고 ‘저는 권력 근처에 갈 일이 없다’, ‘끈 떨어진 놈이다’라고 다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비서관은 자신의 저서에 대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내미는 손이고, 그런 문을 열고자 하는 분들에게 그런 길을 가달라고 하는 노크”라면서 “직접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에게도 책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말에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 힘으로 이 정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을 갖고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지지율이 확 올라갔다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보고 당당하고 신념 있게 뚜벅뚜벅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양 전 비서관은 행사 도중 김종천 대통령 비서실 선임행정관과 함께 객석에 자리한 임 비서실장을 확인하고 무대에서 내려가 인사했다. 임 실장과 양 전 비서관은 반가움에 포옹을 나눴다. 임 실장은 “많이 외로울 텐데 양정철 형이 씩씩하게 잘 견뎌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선거 캠페인 할 때 생각이 워낙 비슷해 ‘척 하면 삼천리, 툭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말을 안 해도 마음이 잘 맞았다”면서 “타지에선 아프면 서러우니 건강을 부탁하고, 몸을 잘 만들어 두세요”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임 실장은 행사장을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양 전 비서관과의 갈등설을 묻는 말에 “한 번도 다툰 일도 없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얘기가 있다. 그런 일 없다. 와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왔다. 들어오면 소주나 한 잔 한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책 읽는 문 대통령 ‘이상한 정상가족’ 작가에 격려편지

    책 읽는 문 대통령 ‘이상한 정상가족’ 작가에 격려편지

    문재인 대통령이 책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고 저자에게 직접 격려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8일 출판사 동아시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이 책의 저자 김희경씨의 주소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이런 사실과 문 대통령이 김 작가에게 보낸 편지 겉봉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소개했다. 한 대표는 “북받치는 감정에 울컥했습니다. 이게 얼마 만인가요. 책 만드는 자존심이 눈물로 살아났습니다. 책을 읽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후에 10년을 견뎌 책 읽는 대통령을 만났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예산을 얼마를 세워서 출판계를 지원해도 세제의 어떤 혜택을 줘도 백약이 무효”라면서 “방법은 단 한가지이며 책 읽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 아동들에게 벌어지는 직·간접적 폭력의 문제를 지적한 책이다. 책을 쓴 김희경씨는 지난 19일자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에 임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영화]

    ■지니어스(EBS1 토요일 밤 10시 55분)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의 심신을 조련하고 사유와 문장을 다듬는 편집자의 역할은 어느 정도인 것일까. 영화 ‘지니어스’는 그 궁금증에 답이 돼 줄 영화다. 1929년 뉴욕의 출판사 스크라이브너스를 이끄는 편집자 맥스 퍼킨스(콜린 퍼스)는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등 대가의 원고를 다룬 유능한 편집자다. 그는 토머스 울프(주드 로)라는 무명 작가의 가능성과 재능을 알아보고 원고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고도 정성 어린 교감을 이뤄 나간다. 서로의 신뢰를 넘어 애증으로 맞부딪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와 그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애썼던 조력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커버넌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저지 보이즈’ 등의 각본을 쓴 존 로건이 15년간 준비해 각색했다. 2016년 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OBS 일요일 밤 10시 10분)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내는 물론 직장, 집 등 모든 것을 상실한 남자 팻(브래들리 쿠퍼)과 남편의 죽음 이후 회사 내 모든 직원들과 관계를 맺고 다니는 여자 티파니(제니퍼 로런스)의 좌충우돌이 시종 실소를 자아낸다. 갑자기 팻의 삶에 끼어든 티파니는 팻에게 아내에게 편지를 전해 줄 테니 댄스대회에 출전하자는 제안을 건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주인공 역을 매혹적으로 열연한 로런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3년 작.
  • [책꽂이]

    [책꽂이]

    한국 경제 진단과 처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송인창 외 5명 지음, 원더박스 펴냄) 기업 이론의 대가 로널드 코스, 혁신의 전도사 조지프 슘페터, 필립스 곡선을 만든 윌리엄 필립스 등 세계 경제학 대가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주목해야 하는 재벌 개혁, 과소비와 저소비, 국가 부채, 재정 위기의 문제점을 살피고 대책을 모색한다. 352쪽. 1만 7000원. 위험한 요리사 메리(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20세기 초 미국 뉴욕시 상류 가정에서 일하면서 솜씨 좋다는 평을 들었던 요리사 메리 맬런이 한순간 ‘장티푸스 메리’라는 오명을 안고 26년간 격리 병동에서 유폐된 삶을 마감해야 했던 사연을 추적한다. 224쪽. 1만 2000원. 클래식 파인만(리처드 파인만·랠프 레이턴 지음, 김희봉·홍승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탄생 100주년이자 사망 30주기를 맞아 그의 자서전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전 2권)와 에세이집 ‘남이야 뭐라하건’을 한데 묶었다. 세 권에 담긴 파인만의 생애를 연대순으로 재편집했다. 824쪽. 1만 6500원. 그림으로 읽는 빅히스토리(김서형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반 고흐가 그린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에서 초승달, 화성, 금성이 같이 나타나는 천체 결집현상을 읽어내고,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에서 나무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신화를 이해하는 등 유명 화가의 작품 속에서 세계의 기원과 변화를 살핀다. 220쪽. 1만 4000원. 우리는 날마다(강화길 외 18명 지음, 걷는사람 펴냄) 공선옥, 이만교, 강화길, 김종광, 김성중 등 중견·신예 소설가 19인이 ‘첫’이라는 테마로 써내려간 초단편 길이의 소설을 한데 모았다. 출판사 걷는사람이 기획한 소설집 시리즈 ‘짧아도 괜찮아’의 두번째 책이다. 248쪽. 1만 2000원.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라나 포루하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펴냄)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면을 지배한 현상을 가리키는 ‘금융화’ 추세가 저성장과 임금 정체, 불평등, 빈부 격차 확대를 조장하고 경제적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친다. 532쪽. 1만 8000원.
  • 승승장구ㆍ제자리걸음… 엇갈린 ‘운명’

    승승장구ㆍ제자리걸음… 엇갈린 ‘운명’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전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예상된 가운데 대통령 관련 서적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자서전을 비롯한 대통령 관련 책들은 일반적으로 출간 직후 큰 인기를 끌다가 사그라지는, 이른바 ‘휘발성’이 강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치 지형과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 등에 따라 책 판매량도 이를 따라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지난해 5월 선거 직후 재발간한 문재인 대통령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북팔)은 판매량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을 압도한다. 24일 출판사 북팔에 따르면, 책은 대선 이후 이번 달까지 8개월 동안 모두 15만부가 팔렸다. 북팔은 앞서 2011년 책을 출간한 가교출판사의 판권이 만료될 무렵인 2016년 12월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와 접촉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권을 샀다. 이어 당선 직후 문 대통령의 화보를 넣은 ‘특별판’ 형태로 책을 출간했다. 가교출판사가 7년 동안 22만권을 판매한 것에 비해 당선 직후 인기에 힘입어 이른바 ‘대박’을 낸 셈이다. 최성민 북팔 출판팀장은 “판권을 구매할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어서 책의 흥행을 예감하기 어려웠다”면서 “당선 직후부터 10~40대 여성 독자층이 주로 구매하고, 20~30대 남성 독자들도 꾸준히 구입한다”고 설명했다.문 대통령 인기를 타고 관련 서적도 판매량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직후 외국으로 떠났던 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책이 이런 사례다. 그가 최근 출간한 ‘세상을 바꾸는 언어’(메디치미디어)는 출간 1주일 만에 교보문고 정치·사회 주간베스트 1위, 전체 국내도서 주간 28위를 차지했다. 특히 양 전 비서관이 언론에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 책 홍보 때문에 입국했다”고 말해 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출판사 측은 “논쟁이 될 만한 책이 아닌데도 한 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간 것은 양 전 비서관 홍보 효과”라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에 비해 두 전직 대통령의 책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2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등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의 판매량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알에이치코리아 측은 “책은 2015년 출간 이후 3년 동안 모두 6만 6000여부가 팔렸다. 초반에만 많이 팔렸고 최근에는 그다지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비리 연루가 좋은 소식이 아니다 보니 책 판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구속된 박 전 대통령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위즈덤하우스)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절판된 상태다. 당시 중고 가격조차 폭락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이 그대로 반영됐다. 출판사 측은 이와 관련, “출간한 지 워낙 오래된 책이고(2007년 5월) 담당 편집자도 바뀌어 정확한 판매량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르면 다음달 말 국내 출간 예정인 ‘화염과 분노’의 흥행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명과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백악관에서 일어난 사건을 폭로한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여러 출판사가 판권을 두고 경쟁했는데, 은행나무 출판사가 번역·출간하게 됐다. 출판사 측은 “책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전 세계의 관심이 많은 만큼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구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흔 청춘’…하루 하루가 더 빛난다

    ‘아흔 청춘’…하루 하루가 더 빛난다

    호텔에 혼자 숙박하기,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 보러 가기, 도쿄 돔 견학하기,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휴가를 앞둔 직장인의 일본 여행 계획이 아니다. 홀로 열차를 타고 도쿄 나들이에 나선 아흔 살 할머니가 꼽은 ‘버킷 리스트’다. 구순의 어르신이 동물원과 놀이공원에서 노는 게 희망사항이라니.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소설 ‘카모메 식당’과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등 소박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무레 요코의 할머니 모모요(1900~1996)라면 가능하다. 신간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은 무레 작가가 호기심 충만한 외할머니의 특별한 일상을 포착한 에세이다. 출판사 이봄은 ‘노년의 삶’을 키워드로 책 출간을 준비하던 중 모모요의 활력 넘치는 삶에 주목해 책을 내게 됐다. 1995년 일본에서 출간된 지 23년이 지난 시점에 국내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소개한 것과 관련해 담당 편집자인 고미영씨는 “한국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는데 모두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뿐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황인 것 같다”면서 “우리보다 앞서 일찍이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이야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모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할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어른이니 세상 모든 일에 관대하고 너그러워야 한다는 통념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또 살 만큼 살았지만 여전히 인생이라는 모험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두부 행상을 하며 7남매를 홀로 키워온 모모요는 큰아들이 결혼하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다. 쉰 살이 넘어 들어간 유산균 음료 공장에서 15년이나 일했던 할머니였다. ‘이제는 쉬시겠지’ 하는 기대와 달리 모모요는 노구를 이끌고 또다시 가구점 공방에 취직한다. 자식들이 사정사정한 끝에 10년 만에 일을 그만두었으니 끈기와 의지는 알아줄 만하다. 모모요는 노년은 ‘은퇴하고 조용히 삶을 마무리하는 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보기 좋게 깬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불어버린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가족들 몰래 줄넘기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는 절로 웃음이 난다. 무레 작가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 마는 자신의 외할머니를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다. “모모요는 기쁨도 즐거움도 솔직하게 표현한다. (중략) 자랑일지 모르지만, 할머니 덕분에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인격자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은 것은 확실히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노인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249~250쪽)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케이팝ㆍ영화처럼… 독일 ‘문학한류 ’를 꿈꾼다

    [해외에서 온 편지] 케이팝ㆍ영화처럼… 독일 ‘문학한류 ’를 꿈꾼다

    지난 3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강영숙 작가 초청 문학대담 행사가 열렸다. 주제가 된 작품은 2006년에 발표된 장편소설 ‘리나’였다. 인간다운 생존을 허락하지 않는 고향을 떠난 16살 여주인공 리나는 낯선 외국에서 난민으로 여전히 고난의 행군을 계속한다. 그녀의 최종적인 목적지라 할 수 있는 P국 역시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독자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음에도 작가는 이 세 공간을 굳이 북한, 중국, 남한으로 명기하지 않았다. 강 작가가 10여 년 전 발표한 이 작품은 오히려 독일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듯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50여명의 현지 청중들이 세계사적인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강영숙 소설가 대담 현지 일간지 이례적 소개 그다음 날 이 행사는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에 작가 사진과 함께 4단 기사로 실렸다. 하루에 1000개 이상 행사가 열리는 이곳에서 한국문학 행사가 신문에 소개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리나’는 지금까지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 출판됐을 뿐, 독일어로 번역되지도 않은 작품이었다. 이는 한국문학이 기본적으로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면 유럽 출판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쉽게도 한국문학의 외국 소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 열풍은 독일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긴 하다. 지난해 9월 가수 지디의 베를린 공연 때는 1만 5000석이 순식간에 매진됐고, 3월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밤에 해변에서 혼자’의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문학 작품은 현지 권위 있는 대형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드물고, 서점에서도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은 유명 서점에 독자적인 코너를 가진 중국 문학이나 일본 문학과 크게 대비된다. # 난민 등 세계인 관심 주제 경쟁력 기대 문학은 작가의 역량 문제를 떠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외국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그럼에도 문학은 중요하다. 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문학번역원에 근무하다 2016년 1월 주독일 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문학 한류 구축에 나름 노력해왔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 저녁문화원에서 ‘한국문학클럽’ 행사를 열고 독일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에 대해 토론하거나 작가를 초청해 독자와의 만남을 해왔다. 한국문학클럽을 2년 동안 운영한 결과 고정 회원도 20여명 생겨났다. 최근에는 베를린 자유대학의 한국학과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 번역가 양성 절실… 소수 언어의 한계 넘어야 지난해에도 우리 문화원 주최로 한국작가 초청 문학행사를 모두 5회 열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 기획으로 시인 3명과 평론가 1명을 초청해 독일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행사를 열기도 했다. 독일 한국문화원은 올해에도 문학 행사를 이어 갈 계획이다. 오는 30일 김혜순 시인 초청 작품 낭독회가 잡혀 있고, 다음달 7일 심보선 시인을 한국문학클럽에 초대할 예정이다. 한국문학은 한국어라는 소수 언어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세계 문학 반열에 오르려면 반드시 번역을 거쳐야 한다. 번역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우수한 번역자는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 [책꽂이]

    [책꽂이]

    한나 아렌트의 생각·중세의 아름다움(각 김선욱·김율 지음, 한길사 펴냄) 출판사 한길사가 짧은 글에 익숙한 독자를 위해 철학, 미술, 종교, 과학, 음악 등 다양한 주제를 압축적으로 소개하는 교양도서 시리즈 ‘마이 리틀 라이브러리’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책. 각각 독일 출신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과 중세미학의 고유한 특징에 대해 개괄적으로 정리했다. 각 188·236쪽. 각 1만 3000원·1만 4000원. 한 길 사람 속·나를 닮은 목소리로(박완서 지음, 문학동네 펴냄) 박완서 작가 7주기를 맞아 1990년대 출간된 산문집 2권을 재편집했다. 각각 작가가 유럽, 아프리카 등을 여행하면서 쓴 글들과 일상에서 느끼는 삶에 대한 통찰, IMF 위기 이후 위축된 젊은이들에게 더 힘든 시기를 겪어본 어른으로서 건넨 위로가 담겼다. 각 376·236쪽. 각 1만 4500원·1만 3500원. 스웨덴 일기(나승위 글, 파피에 펴냄) 2009년 우연한 기회에 가족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주하여 9년째 살고 있는 저자가 운전면허증 취득, 응급실, 성교육, 교육 철학, 여성의 사회 활동, 명절 등 스웨덴 생활기를 통해 세계 최고 복지 국가의 빛과 그림자를 살폈다. 288쪽. 1만 7000원. 별, 빛의 과학(지웅배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망원경, 빛, 중력파, 별과 행성, 우주 탐사 등의 키워드를 통해 천문학의 역사와 미래를 다룬 과학 교양서로, 특히 ‘관측의 과학’으로서의 천문학을 재조명한다. 312쪽. 1만 6000원. 트랜스포머 CEO(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김정환 옮김, 오씨이오 펴냄) 창업 12년 만에 직원 340명에서 1만명 기업으로 성장한 일본 미스미그룹의 이사회 의장인 사에구사 다다시가 일본 내 작은 회사가 매출 2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전략을 소개한다. 480쪽. 1만 7800원. 동계 올림픽 백과(정인수 지음, 기린미디어 펴냄) 다음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역대 동계 올림픽의 역사와 각 경기 종목에 대한 정보를 쉽게 풀어낸 초등학생 대상 백과사전. 272쪽. 1만 6000원.
  • ‘박종철출판사’ 들어보셨나요

    ‘박종철출판사’ 들어보셨나요

    1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에는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다룬 영화 ‘1987’이 한창 상영 중이었다. 영화를 보러 온 이들 가운데 이 건물 7층에 박종철 열사 이름을 딴 ‘박종철출판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고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출판사는 그 관심을 비켜나 29년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박종철출판사는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생이었던 고인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동아리 선후배들이 주축이 돼 1989년 설립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무실을 얻었다가 여러 곳을 거쳐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대표는 박종철 열사 1년 선배였던 김태호씨다. 애초 출판사를 세운 뒤 출판사 이름을 정하지 못했는데, 1987년 사건 이후 출판사 상호 이름도 정해졌다. 김 대표는 “‘종철이의 이름을 한번이라도 더 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출판사 이름으로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 대표 서적으로 1997년 출간한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전 6권)을 들 수 있다. 김 대표는 “출판사를 연 뒤 동독 공산당이 6권짜리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한 연구가 부실해, 우리가 이를 체계적으로 번역해 보급하고자 만들었다”고 했다. 출판사를 대표하는 다른 책으로 1998년 김 대표와 고인의 동기인 최인호씨가 함께 낸 ‘박종철 평전’을 들 수 있다. 고인에 대한 최초 평전은 출판사 소나무가 고인의 2주기를 맞아 낸 ‘그대 온몸 깃발 되어’다. 당시 책은 ‘박종철 기념사업회’ 이름으로 나왔지만, 실제 저자는 김 대표와 최씨다. 1987년 박종철 기념사업회가 세워진 뒤 정치색을 띤 이들이 참여하면서 1990년대 중반 무렵 기념사업회도 유명무실해졌다. 절판 이후 책도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김 대표는 “기념사업회 활동이 미미해 연락할 곳이 사라지자 한동안 매년 1월 기일 때면 각종 추모 행사 문의를 비롯해 언론사의 취재 요청이 출판사로 왔다. 그런 추모 열기에 맞게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펴낸 게 ‘박종철 평전’”이라고 말했다. “이전 책보다 격정적인 감정을 빼고 차분하게 썼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출판사는 2013년 5월부터 월간 ‘좌파’를 내는데, 지난해 6월 제호를 ‘시대’로 바꿨다. 김 대표는 “‘좌파’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추종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바뀌어 버렸다”면서 “우리 사회의 진보 정치와 노동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던 우리 의도와 달라 제호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이후 사회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출판사는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인 휘둘림을 경계한다. 김 대표가 영화 ‘1987’에서 시작한 최근의 갑작스러운 고인 추모 열기를 크게 반기지 않는 이유다. 김 대표는 “2008년 박종철의 형인 박종부씨가 세운 사단법인 박종철 기념사업회 이전의 기념사업회가 일부 정치꾼들에 의해 빛이 바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면서 “출판사는 앞으로 박종철과 관련한 정치적인 흔들림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출판사의 파격 실험

    출판사의 파격 실험

    출간 전 구독 희망자 온라인 모집 월간 정여울 ’ 1년간 발간하기로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출판계의 새로운 실험이 눈에 띈다. 그저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고 독자들이 알아서 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광장에서 긴밀하게 만나고 있다.출판사 천년의상상이 문학평론가이자 작가인 정여울과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선보이는 파격적인 프로젝트 ‘월간 정여울’을 시작했다. “무겁다고 깊이가 있는 것도, 가볍다고 깊이가 바래는 것도 아닐 텐데 마냥 책이란 물성은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의문을 품었다는 천년의상상은 깊이는 간직하되 독자에게 가볍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한 끝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똑똑’, ‘콜록콜록’, ‘어슬렁어슬렁’, ‘덩실덩실’ 등 12개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주제로 다양한 글을 엮는다. 출판사는 출간 전 온라인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1년간 책을 받아 볼 정기구독자를 모집했다. 독자들은 매달 중순쯤 책과 함께 이 책에 참여하는 화가의 그림 인쇄본을 받아 본다.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깊이 있는 내용을 서술한 책과 호흡이 점점 짧아지는 세상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한 작가가 한 달에 한 번 책을 내고 독자들과 꾸준하게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책이라는 미디어의 깊이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책 맨 뒷장에 엽서를 붙여 놓은 것 역시 매달 책에 대한 독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함이다. 출판평론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을 그저 골방에서 하는 게 아니라 광장에서 독자들과 함께 생산하는 소셜한 방식”이라면서 “독자들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책에 대한 팬덤을 형성하는 이 형태는 현재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2년 전부터 온라인 연재와 팟캐스트를 통해 저자와 독자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책 출간 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파워라이터ON’에 해당 책 내용을 매주 한 차례씩 연재하면서 독자들에게 지식을 제공하고, 출간 이후에는 저자가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책에서 다루지 못한 깊이 있는 지식을 청취자들과 나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은 “온라인 연재-책-오디오 3개의 창구를 통해 책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책 한 권을 보다 깊이 있게 읽을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면서 “온라인 연재 당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원고를 일부 수정하기도 하고, 팟캐스트 방송이 끝나면 책거리를 하듯이 공개 방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검사는 착하지만 검찰은 마초 문화 다양성 필요하죠”

    “검사는 착하지만 검찰은 마초 문화 다양성 필요하죠”

    수사권 이양, 檢 본질 고민 필요… 검찰도 보통 조직 같아… 나는 ‘생활형 검사’ 청와대가 최근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돌아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웅(49) 검사가 최근 낸 ‘검사내전’(부키)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그는 정의의 사도나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드라마 속 검사와 달리 자신을 ‘생활형 검사’라고 말한다. 김 검사는 1997년 인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창원지검, 광주지검, 서울남부지검, 법무연수원 등을 거쳤다. 지금은 인천지검 공안부장 검사로 일한다.→검사가 책을 내는 일이 흔하진 않은데. -출판사에서 예전에 냈던 전문직 시리즈를 갱신한다며 원고를 부탁했다. 원고를 보냈더니 책을 따로 내보자고 해 글을 쓰게 됐다. 검사 생활 중 인상적이었던 일들 위주로 썼다. 딱딱한 글만 쓰는 게 검사의 일이라 대중적인 글쓰기는 어려웠지만, 출판사에서 내 글을 재밌어해 열심히 썼다. →책에서 검찰 문화를 강하게 비판한다. -검사는 좋은 사람이지만, 조직 문화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차장검사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술을 마시면서 누가 부하 직원을 더 많이 부르나 이런 내기도 했었다. (김 검사가 당시 차장검사에게서 ‘검사들을 불러오라’는 명령을 받은 뒤 검사들에게 전달만 하고 정작 자신은 가지 않아 잔소리를 들었다. 그때 김 검사는 ‘그럼 제가 술 마실 때 차장님 부르면 나오실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김 검사는 이 때문에 ‘사이코’라는 별명을 얻었다.) 검찰에서도 ‘폭탄주’ 문화가 유명한데, 술을 잘 못 마셔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부장검사가 나만 보면 ‘왜 아직도 사표를 쓰지 않았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조직 문화가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나. -예전에는 사회가 그만큼 혼란했으니까, 사회 안정을 위해 검찰이 나서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마초적인 문화도 용인되고 설치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은 예전보다 사회가 안정됐다. 쉽게 말해 패러다임이 바뀐 거다. 사실 검사라는 사람들,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바른 생활만 해 온 사람들이 대다수다. 다만 ‘난 바르게 살았고, 이 방식으로 성공했으니 이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니 시대에 뒤처지는 거 같다. 일전에 지검장에게 ‘생물의 진화에는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바나나는 노란 바나나 한 품종밖에 없어서 치명적인 병이 생기면 지구상에서 멸종된다 하던데요. 저는 검찰이 바나나와 같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지검장이 그러더라. ‘괜찮아, 너 같은 놈 많으니까’라고(웃음). →수사권 이양 문제를 두고 논란이 많다.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검찰이 그동안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논란이 촉발된 거는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다만 이번 결정은 검찰이 왜 생겨났는지, 검찰의 본질이 무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일한 검사들로선 서운하겠다. -후배 검사들이 종종 이렇게 이야길 한다. ‘우린 거의 매일 밤새우며 사회를 바로잡으려고 일하는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나는 기아 타이거스 팬인데, 어이없이 지면 욕을 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든 말든 상관 안 한다. 검찰에 대해 관심이 있으니까 욕하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검사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 입학하고서 방황을 좀 했다. 1년 내내 친구들과 온종일 농구만 하던 차에 사시에 합격한 친구가 ‘넌 아무리 해도 취직이 안 될 거 같으니 사법시험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4년 공부하고 합격했다. 사시 성적이 좋아 검찰에 가게 됐다. 면접 볼 때 ‘넌 검찰에 왜 왔느냐’고 묻기에 ‘검찰에 갈 성적이 된다 해서 왔습니다’라고 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다.→생활검사로 살아가는 게 목표인가. -초임 검사 시절 실적이 나쁘다고 ‘당청(당시 근무했던 지청)꼴찌’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인사이동을 해야 하는데 부장검사들이 안 받아 주고 날 서로 떠넘기더라. 한 차장검사가 ‘초임이니 그럴 수 있다’며 인기 부서인 조사부에 보내줬다. 사실 그 당시 검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날 믿어 주는 이가 있구나 싶더라. 언젠가 검찰이 말썽만 일으키고 매번 사과만 하기에 너무 억울해 푸념을 늘어놓으러 선배를 찾아갔다. 그 선배가 ‘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 하나’라고 했다. 그 순간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검찰 조직도 사실 일반 회사와 비슷하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걸 알아 달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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