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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마크]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북마크]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수습기자였던 2000년 6월 30일. 유족들의 멘트를 받아 오라는 선배 기자의 지시로 갔던 현장이 씨랜드 참사 1주기 추모식이었습니다. 씨랜드 사건은 한 해 전 경기도 화성의 청소년수련원 씨랜드에서 일어난 불로 5~6세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등 23명이 숨진 참사입니다. 그날 유족들로부터 한마디도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말조차 건네지 못했습니다.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엄마(아빠)가 미안해”라고 절규하는 부모들 속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했을 뿐입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의 뜻을 그때 실감했습니다.그 수습기자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참사들, 인재(人災)와 안전 불감증이라는 토씨 하나 바뀌지 않는 진단, 그리고 개인에게 재난의 고통을 전가하는 국가의 몰염치한 태도조차. 16일은 봄이어서 더 무참했던 세월호 참사 3년입니다. 배는 뭍으로 귀환했지만 우리는 304명의 죽음 뒤에 숨은 괴물의 정체를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출판계는 남겨진 자들의 기록으로 추모를 대신합니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해토), ‘재난을 묻다’(서해문집),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오름) 등 참사 3년을 맞아 출간된 책들은 우리의 상처와 기억이 오롯이 담긴 ‘시대화’(時代畵)입니다. 책으로 복원된 기록 중 ‘44년 전의 세월호’ 남영호 참사가 있습니다. 제주~부산을 오가는 여객선 남영호는 1970년 12월 15일 새벽 침몰해 최소 319명, 최대 337명(정부 기관별 사망자 추정)이 숨진 비극입니다. 침몰 원인은 과적으로 결론 났지만 당시 정부가 사고 발생을 알고도 10시간 넘게 구조에 나서지 않은 사실은 은폐됐습니다. 정부는 분노한 유족들을 불순 세력으로 매도했습니다. 두 비극이 유일하게 다른 점은 기록입니다. 남영호 참사가 제대로 된 공식 기록조차 찾기 어려운 “망각의 완전한 승리”였다면, 세월호는 우리 안에 호명되고 기록되고 환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설가 김훈 선생과의 저녁식사 중 ‘세월호를 소설로 쓰려고 하지 않으셨나’고 물었습니다. 선생은 “세월호 자료도 모으고 팽목항과 동거차도를 기웃거리며 인터뷰도 했지만 그 참담함과 비통함은 글의 한계 너머에 있다”고 답하시더군요. 강유정 문학평론가는 문학잡지 릿터 5호에서 “말을 하든 문장을 쓰든 마침에 당도하기가 어렵고 특히 술어가 잘 떠오르지 않게 된 소설가(황정은)들의 고백을 전하며 “2014년 4월 16일 이후 쓰는 것, 써야 하는 것, 보고 들었던 그 ‘사건적 경험’에 대한 사후적 윤리 감각(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기억이 기록되지 않는 이상 진실에 닿을 수 없다”(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며 펜을 놓지 않는 수많은 무명(無名) 기록자들의 헌신이 고맙습니다. ipsofacto@seoul.co.kr
  • ‘‘욜로족’을 잡아라!’ 방송가는 지금 ‘욜로’ 열풍

    ‘‘욜로족’을 잡아라!’ 방송가는 지금 ‘욜로’ 열풍

    휴양지서 음식 장사 tvN ‘윤식당’ 답답한 현실 벗어나고픈 욕망 충족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1.3% 기록 OtvN ‘숲으로’·올리브 ‘섬총사’ 등 ‘욜로족’ 겨냥 예능 프로 잇따라‘욜로족’을 잡아라! 최근 문화계에 ‘욜로’(YOLO) 열풍이 불고 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올해 트렌드 키워드다. 욜로족들은 한 번뿐인 인생에서 미래를 위해 자신이 꿈꾸는 삶을 미루기보다는 지금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이상과 로망을 실현하며 살기를 원한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복잡하고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쳐 ‘욜로족’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로망을 실현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tvN ‘윤식당’은 ‘욜로족’을 겨냥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은 따뜻한 휴양지인 발리 근처의 한 섬에서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가 한식당을 차리고 관광객들에게 우리 음식을 파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방송 3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인 11.3%를 기록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재방송분도 케이블 프로그램 대박의 기준인 2~3%대 시청률을 보이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윤식당’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달 살아보기’ 콘셉트로 7일간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카메라에 담았다. 답답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일도 하고 휴식도 즐기고 싶은 시청자들의 로망을 제대로 자극했다는 평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현대인들 모두의 로망”, “힐링이 돼서 몇 번씩 다시 보게 된다”는 소감은 물론 음식 자영업자들의 의견, 다음 촬영지 제안 등이 쏟아지고 있다.●‘안분지족의 삶’ 대리 만족 경험 선사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열대지방의 휴양지에서 식당을 열고 낮에서 일하고 밤에는 쉬면서 안분지족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걸 알지만 해외에서 작지만 예쁜 식당을 열어 번 돈으로 살아 보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처음 방송한 O tvN의 ‘주말엔 숲으로’는 아예 ‘욜로, 로망껏 살아보기’를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실제 욜로족을 찾아가 그들의 욜로 라이프를 체험하는 콘셉트다. 1회에는 은행에서 고액 연봉자로 일하다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3년 전 제주도에 정착한 욜로족 김형우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김용만, 주상욱 등 출연자들은 현재 제주도에서 여행 루트를 개발하는 기획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김형우씨의 안내로 숨겨진 명소에서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제주도 전통 낚시인 ‘꼬망낚시’를 즐기며 제주도의 욜로 라이프를 체험했다. 이 프로그램은 은퇴 이후가 아니라 30·40 욜로족을 겨냥한다. 이종형 PD는 “20대 때부터 꿈꿨던 삶을 더이상 늦출 수 없어 결단력 있게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인생 2막을 연 30~40대 ‘신자연인’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자연이 주는 힐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욜로족들의 대표적 로망인 여행 프로그램도 진화하고 있다. KBS ‘배틀 트립’은 특정 주제로 여행을 다녀온 2인 1조 연예인들이 서로 다른 여행 루트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에는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버킷리스트 여행’을 주제로 삼았다. 5월에 방송 예정인 올리브TV의 ‘섬총사’는 섬에서 일주일 동안 살아 보는 모습을 담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강호동, 김희선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출판계 힐링서적으로 ‘욜로 열풍’ 견인 이 같은 욜로 열풍은 출판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욜로 열풍은 자기계발서의 연장선으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업무 기술, 대화 기법 등 물리적인 자기 계발만으로는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서 출판계에서 개인의 삶을 돌보고 집중하는 힐링 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문화계의 욜로 열풍이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욜로 열풍은 현대인들이 기존에 학습된 성공의 궤도에 의문을 품으면서 삶의 다양성과 성공의 기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데 따른 것”이라면서 “대리 만족적 즐거움을 문화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지만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보여 주기식이나 겉핥기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작가도 제목도 모르는데… 책을 사라고?

    작가도 제목도 모르는데… 책을 사라고?

    작가도 제목도 꽁꽁 숨긴 채 도서 예약판매 시장에 등장한 책이 출판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자가 책을 처음 대면할 때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책의 표지. 하지만 이 책은 표지를 종이로 감싸 정체를 감췄다. 그리고 독자에게 당부한다. “5월 16일까지는 (책의 저자, 제목, 표지에 대한) 비밀을 지켜 달라”고.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가 ‘작당’해 내놓은 마음산책X, 북스피어X, 은행나무X다. 세 출판사는 지난 1일 온라인서점 네 곳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제목도 저자도 모르고 책을 사라니, ‘만우절 이벤트냐’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주말 이틀 동안 온라인서점에서 예약 판매로 주문이 들어온 책만 1000여권에 이른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3일 “보통 주말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 판매 비율이 평일보다 3분의1 정도 떨어지는데 주말에만 1000여권 팔릴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며 “책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출판사의 선택을 믿어 달라’고 독자들에게 프로포즈한 게 더 눈길을 끈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출판사에서 이런 시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해외 서점에서는 책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독자에게 ‘믿고 살 것’을 주문하는 이벤트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세 출판사 대표가 아이디어를 얻은 건 지난해 가을 함께 들른 일본 교토의 한 서점에서였다. 매대에 같은 책이 여러 권 쌓여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저는 이 책을 어떻게 추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책 제목을 숨기고 팔기로 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 책 전체를 전면 띠지로 감싸 책에 대한 정보를 가린 문고본, ‘문고X’였다. 일본 사와야 서점 페잔점의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 지난해 7월 21일 처음 선보인 책은 책의 제목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그해 12월 9일까지 650여개 서점으로 퍼져 나가며 일본 전역에서 11만부가 팔려 나갔다. 유럽 각지의 서점에서도 ‘블라인드 데이트 위드 어 북’(책과의 블라인드 데이트)라는 명칭의 이벤트가 널리 진행되고 있다. 책은 포장지에 봉인한 채 소설의 첫 문장만 적어 둔다든지, 키워드만 써 놓는다든지, 출간 국가만 밝혀 놓는 식의 힌트로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세 출판사는 오는 24일까지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판매가 끝나면 25일부터 5월 16일까지는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 깔 예정이다. 이때도 제목과 저자는 철저히 가려진 채 판매된다. 제목과 저자를 공개하는 건 5월 16일 자정. 예약판매로 미리 책을 손에 넣은 독자들은 5월 16일까지 제목을 함구해 달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일본에서는 독자들이 약속한 날까지 비밀을 지켜 줬는데 우리는 어떨지 모르겠다. 각 출판사가 콘텐츠에 자신이 있어 시도한 이벤트라 독자들이 함구해 준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북마크] 책 읽어 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북마크] 책 읽어 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각 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주요 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중 누군가가 5월 ‘장미 대선’에서 국민의 호명을 받을 것입니다. 대선 시즌을 맞아 출판계도 분주합니다. 차기 대통령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 책들이 쏟아지고 지난 29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20개 단체가 대선 후보들에게 거꾸로 ‘독서 공약’을 제안했습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의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발언은 그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윤 회장에게 발언 취지를 물었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지도층은 책을 읽는 걸 고루하고 시대에 뒤처진 이미지로 만들어 왔습니다. 문화강국을 얘기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책의 가치에는 몰이해한 모습을 목격해 왔어요.”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통령의 독서법’에서 역대 대통령 모두가 애독가가 아니었고, 오히려 책과 거리를 둔 대통령이 더 많았다고 지적합니다. 정치부 기자 시절 야당반장·국회팀장을 맡아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을 만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역사서적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대가 아닌 사학과에 진학해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그에게서 한때 꿈꿨던 문학청년의 모습이 어른거리더군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일정이 비면 담배부터 무는 골초였지만 책도 손에서 놓지 않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독서량이 많아 자신의 연설문을 초고부터 직접 씁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책을 읽는 집중력이 강한 다독가입니다. 과학·SF 소설을 즐겨 본다고 들었습니다. 자신만의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젊은 시절 모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판매하는 외판원 생활을 했습니다. 흔히 대통령의 덕목으로 ‘도덕성과 지성’, ‘통찰력’, ‘공직에 대한 명예심’을 꼽습니다. 거기에 더해 분단이라는 안보 환경에 대한 상시적 위기관리,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 낡은 체제와의 결별 등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비범함’이 요구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책을 애정하기를. 대통령은 크고 작은 선택과 결단이 이어지는 고도의 정신노동이자 감정노동자입니다. 책은 그 어떤 참모 못지않게 충실히 대통령을 조력하는 ‘비밀병기’입니다. 권위의 장벽을 허물고 동네서점을 찾아 책을 사며, 초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대통령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안동환 문화부 기자 ipsofacto@seoul.co.kr
  • 투표, 내일을 이끄는 통찰

    투표, 내일을 이끄는 통찰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모리치오 비롤리 지음/김재중 옮김/안티고네/184쪽/1만 1400원대통령 선택의 심리학/김태형 지음/원더박스/320쪽/1만 5000원대통령의 철학/강수돌 지음/이상북스/276쪽/1만 5000원올봄 우리는 절실한 물음 앞에 섰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이다. 시민 스스로가 밝힌 촛불의 물결은 새 시대를 여는 출발선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처투성이로 물 위에 떠오른 세월호처럼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부정과 적폐를 걷어 내야 하는 앞으로는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혼란을 수습하고 불신과 갈등의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에 대한 검증이 더욱 정교해야 할 이유다. ‘어떤 지도자가 우리에게 필요한가’란 질문은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 것이냐’란 미래와 운명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도자를 고르는 눈’을 길러 주는 책들이 출판계에 잇따르는 이유다. 16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마키아벨리의 글과 말에서 투표 강령 20계명을 새겨듣는 책(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에서 오는 5월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심리와 이들을 가려 뽑을 국민들의 현재 집단 심리를 분석한 책(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헬조선’을 갈아엎기 위해 지도자가 어떤 철학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지 살핀 책(대통령의 철학)까지 선택은 다양하다. 근대 정치학의 뿌리를 이루는 ‘군주론’은 시민이 아닌 군주에게 조언하는 책이다. 하지만 국가를 부패와 멸망에서 구하려는 ‘근대적 의미에서 혁명의 정신적 아버지’(한나 아렌트)로 불리는 그의 말과 글은 올바른 리더십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되새기는 데 큰 울림을 지닌다.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이자 스위스 루가노대 정치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모리치오 비롤리는 ‘주권자에게 일러 주는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20계명’을 현대 정치 사례들과 맞물려 설명한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에 상처 입은 국민들이 새겨들어야 할 만한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정치인들은 감정을 가장하고 숨길 수 있는 위장술의 대가다. 비극적 사건에 대한 슬픔, 빈자들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 자신이 느끼지도 않은 감정들을 ‘전시’할 수 있다.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눈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 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외양이나 화술 대신 그가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두 손으로 정직하게 일군 것을 보고 평가하라는 얘기다. 말솜씨를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사악한 의도를 번지르르한 말로 가리는 정치가가 아니라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고 자극하는 힘을 단어로 옮길 지적, 도덕적 깊이를 지닌 정치가를 알아차리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이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 김태형 심리학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리를 꿰뚫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2015년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의존 상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극소수다. 그리고 이들 소수는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입증됐다. 이번에는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유승민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성장 과정과 그간의 언행들을 조망하며 그들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본다. 방점은 변화를 이끌어 낸 ‘광장의 민심’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다. 이에 대한 통찰이 대선의 승리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주권자들은 세월호 참사, 최순실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저열한 민낯을 직시했고 적폐 청산 없이는 무엇도 가능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사회 양극화, 공동체 붕괴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의 표면적 요구가 ‘돈’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 요구는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시대정신에 충실히 응답하는 리더를 국민들은 기다린다. ‘대통령의 철학’은 대한민국을 사람 사는 나라로 바꾸기 위해 아예 ‘새집’을 지어야 한다며 ‘정의로운 대통령’이 지녀야 할 철학과 개혁 방안을 전 분야에 걸쳐 살펴본다. 저자는 헬조선을 빚어낸 ‘재벌·국가 복합체’를 총체적으로 뒤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득권 세력 주변에서 기생한 부역자뿐 아니라 기득권 세력이 제시한 프레임에 갇힌 국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위 전반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블랙리스트는 朴대통령·김기춘·조윤선 합작품”

    ‘좌파성향’ 325건 지원 배제 노태강 前 국장 사직도 강요 친정부 단체엔 68억원 지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문화·예술계 인사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검팀은 또 청와대의 주도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에 압력을 가해 ‘어버이연합’ 등 친정부 성향 단체들을 지원하도록 한 사실도 확인했다. 6일 특검팀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순실(61·구속 기소)씨,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공모해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고 해당 예술가들에 대해 325건의 지원이 배제되도록 했다. 특검팀은 또 박 대통령이 최씨 등과 공모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가 우승하지 못한 승마대회에 대해 “최씨와 상대방 모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던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사직서를 내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을 제작한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넣은 사실 등도 박 대통령이 ‘좌파 성향’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도록 하는 데 관여했다는 정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가 중요한 점”이라면서 “김 전 실장이나 조 전 장관 등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도록 지시한 것은 결국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고 이는 블랙리스트에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연계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세월호 관련 글을 모아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을 발간한 ‘문학동네’가 ‘좌편향’ 출판사로 낙인 찍혀 문학동네 등 문예지에 지원되던 10억원 규모의 정부사업이 폐지됐다. 문학동네는 출판계에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문체부 등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김 전 실장에게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하거나 김상률 전 교문수석에게 노 국장을 면직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주도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한 사실도 밝혀냈다.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을 압박해 자유연합, 엄마부대 봉사단,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에 68억원을 지원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앞서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을 지원했다는 의혹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이라면서 “향후 검찰이 관련 내용에 대한 수사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출판협회장 1095일간의 단상

    출판협회장 1095일간의 단상

    출판의 발견/고영수 지음/청림 출판/624쪽/2만원평생 출판인으로 살아온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이 1095일간 협회장을 하면서 느낀 단상을 담았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출판계가 당면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출판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해법을 제시한다. 출판에 대한 문제 해결은 무엇보다 출판인들이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늘날 출판계의 대화합을 당부한다. 또 미래 출판계를 이끌어 나갈 젊은 출판 경영인과 출판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삶의 지혜를 전하는 동시에 출판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과 자세에 대해 조언한다. 37년간 경험한 출판 인생의 민낯을 과감히 드러내면서 출판인으로서의 굴곡진 삶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자서전 판권료 역대 대통령중 최고 오바마 부부 판권만 678억원

    자서전 판권료 역대 대통령중 최고 오바마 부부 판권만 678억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 8년간의 백악관 생활을 회고하는 새 자서전의 판권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28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가 각각 집필하는 두 권의 자서전의 판권이 6000만 달러(678억 원)가 넘는 가격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판권이 엄청난 만큼 단순한 회고록이 수준을 넘어 민감한 정치 현안과 국제 관계에 대한 뒷이야기와 배경 설명 등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부부는 경매 방식으로 출판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책은 두 사람이 따로 쓰지만, 판권은 공동 소유할 계획이다. 자서전 판권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출판사는 ‘펭귄 랜덤 하우스’라고 사안을 잘 아는 출판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과거 출판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내 아버리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 등도 모두 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오바마의 자서전은 엄청난 판매부수를 세워 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하퍼콜린스’도 의향을 보였으며 ‘시몬 앤드 슈스터’, ‘맥밀런’ 출판사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판권은 이번 예상가보다 훨씬 적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서전 판권료는 퇴임 직후인 2004년 1500만 달러,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는 1000만 달러였던 것으로 각각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50년 출판 외길’ 고 박맹호 민음사 회장 금관문화훈장 추서

    ‘50년 출판 외길’ 고 박맹호 민음사 회장 금관문화훈장 추서

    지난달 22일 84세의 나이로 별세한 ‘출판계의 거목’, 고(故) 박맹호 민음사 출판그룹 회장에게 정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한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훈장(1~5등급) 중에서도 1등급 ‘금관’에 해당하는 훈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0년 동안 출판계에 종사하며 출판 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한 고인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1966년 민음사를 창립한 박 회장은 ‘세계문학전집’ 등 우수한 단행본을 기획하고 신진 작가 발굴에도 앞장섰다. 1970년대에는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총서’ 등을 발행해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문학지와 문학상 제정을 통해 문학제도를 혁신하고 ‘대우학술총서’ 등을 발간해 인문·학술 출판 발전에 기여했다. 공상과학(SF)·판타지 문학 등 전문 영역 출판에도 앞장서 한국 출판의 저변을 넓히고 우리 사회의 교양과 지식을 함양하는 데 공헌했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훈장은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송수근 제1차관이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학진흥정책위 위원장에 신달자 시인

    문학진흥정책위 위원장에 신달자 시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신달자(74·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시인이 선출됐다. 문학진흥정책위는 24일 첫 회의에서 비공개 투표를 거쳐 위원장을 선출했다. 신 위원장은 선출 직후 강형철 숭의여대 교수(62·전 문예진흥원 사무총장)를 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문학진흥정책위는 지난해 8월 시행된 문학진흥법에 따라 정부의 문학진흥 정책에 대한 자문을 담당하기 위해 출범한 기관으로, 문학·언론·출판계 인사 15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임기는 3년이다.
  • 오전 5시 ‘책 주가’ 따라 울고웃는 출판사

    오전 5시 ‘책 주가’ 따라 울고웃는 출판사

    책 사재기로 인한 수치 조작 거의 불가능 도서 정렬 순서·웹 노출·검색순위 결정 출판사 ‘책 주가’따라 마케팅 긴급 처방 알라딘 “초베스트셀러 징조도 예견 가능” 서울의 한 출판사 사장 김모씨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면 컴퓨터부터 켠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와 알라딘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사 책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경쟁사 책들의 판매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특정 숫자’를 주시한다. 또 다른 출판사 사장은 “그날그날의 희로애락이 이 숫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매일 등락하는 기업의 주가처럼 국내에 출간된 모든 책에도 ‘주가’가 있다. 예스24의 도서 ‘판매지수’와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다. 두 인터넷 서점이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이 수치는 매일 바뀐다.지난 10일 자정 방탄소년단의 신작 뮤직비디오 ‘봄날’ 티저가 공개된 후 출판계의 이목은 미국의 SF 판타지 작가 어슐러 르 귄의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쏠렸다. 2014년 12월에 출간된 후 줄곧 1000여 포인트에 머물던 이 책의 예스24 판매지수와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는 뮤비 공개 사나흘 만에 3만 포인트로 급상승했다. 이른바 ‘대박 시그널’이다. 하루 5~6권 남짓 팔리던 르 귄의 단편집은 주말 새 시중 서점에 출고된 책들이 싹쓸이되면서 일주일도 안 돼 7000부가 나갔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르 귄의 소설 속 가상 도시 이름인 ‘오멜라스’가 등장하면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두 인터넷 서점 모두 매일 오전 5시 정각에 자사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계산된 ‘업데이트 수치’를 공개한다. 가령 소설가 김훈의 신작 ‘공터에서’의 경우 지난 20일 예스 24에서는 24만 4908포인트, 알라딘에서는 11만 8500 포인트였다가 23일에는 각각 25만 9194포인트, 11만 7285포인트로 한쪽은 오르고 한쪽은 하락했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출간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웬만한 국내 작가의 신간보다 포인트가 높다. 독자들이 꾸준히 책을 구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수치가 책 판매량은 아니다. 두 서점 관계자들은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통해 수치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영업 기밀이자 각사의 노하우인 셈이다. 알라딘의 경우 특정 책의 어제와 1주일, 보름, 한 달, 3개월, 6개월 등 시기별 판매량에 ‘기간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다. 예스24도 일일 판매량, 주·월·연 단위의 주문건수와 기간 가중치 등을 종합한다. 출판사의 사재기로 인한 수치 조작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특정 책을 100건 주문하는 것과 100명이 100건을 사는 경우의 가중치를 차별하는 식이다. ‘절대 평가’는 불가능하고, ‘상대 평가’만 가능한 이 수치는 그러나 출판사의 책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두 서점이 각자 산정한 포인트를 기준으로 웹에 노출되는 책의 정렬 순서나 검색 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들도 같은 장르나 주제의 책 중 어느 책이 더 많이 선택받고 있는지 포인트 비교만으로 알 수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도서 판매량은 각 출판사들의 영업 비밀이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식의 ‘숫자 전쟁’이 벌어진다. 출판사마다 자사 책의 포인트 정보와 판매량을 토대로 자체 ‘공식’을 만들어 경쟁사 책들의 판매량을 추산한다. 한 단행본 출판사 편집자는 “경쟁 책이 더 팔린다고 판단될 경우 자사 책의 마케팅 활동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노출을 강화하는 식의 긴급 처방을 한다”고 전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출판사마다 꿈꾸는 초베스트셀러 징조도 포인트 등락을 통해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계에서 포인트를 판매량으로 변환하는 공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출판사 자체 집계는 거의 공신력이 없다”며 “사람이 계산할 수 없어 컴퓨터 시스템에 맡길 정도로 산출 공식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모성보호 위반 사업장 연중 고강도 근로감독

    모성보호 위반 사업장 연중 고강도 근로감독

    장시간 야근과 성희롱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게임, 정보기술(IT), 출판업계에 강도 높은 근로감독이 진행된다.고용노동부는 올해 고용 평등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한 스마트 근로감독을 한다고 22일 밝혔다. 대상 사업장은 임신근로자 출산휴가 미부여 사업장, 출산휴가자 수 대비 육아휴직률 30% 미만 사업장, 임신·출산·육아를 사유로 한 부당해고 의심 사업장 등이다. 고용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고용정보원의 건강·고용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모성보호 위반이 의심되는 사업장을 선정하고 집중 감독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는 장시간 근로, 성희롱 사건 등 모성보호와 고용 평등 취약성이 부각된 IT, 출판 업종을 타깃으로 내달부터 연중 수시로 500개 사업장을 근로감독할 계획이다. 넷마블 등 일부 게임업체는 장시간 야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연장근로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판업계는 내부 성희롱·성폭행 행태 고발로 홍역을 치렀다. 고용부는 이들 업계에서 임신·출산휴가·육아휴직을 이유로 차별이나 불이익이 있었는지, 임산부 근로시간을 준수했는지,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 위반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감독한다.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은 임신근로자와 소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모성보호 알리미 서비스’도 확대 시행한다. 임신근로자에게 임신·출산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3회 발송하고 사업주에게도 월 2회 이메일과 팩스를 발송한다. 법 위반 사항이 많거나 일·가정 양립 문화가 취약한 50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는 전문기관의 무료 컨설팅을 해 준다. 김경선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남성 육아휴직, 정시퇴근 등 일·가정 양립 문화가 중소사업장에도 확산할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출판사 권리도 대폭 강화 ‘책 읽는 대한민국’ 만든다

    책의 저자뿐 아니라 출판 과정에서 출판사의 ‘기획·편집·교정·레이아웃·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면권’ 도입이 본격화된다. 또 2018년이 ‘책의 해’로 지정돼 범국민적인 독서 캠페인이 전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발표한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2017~2021) 계획을 통해 출판계 권리 보호 등 출판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전략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저자의 원고뿐 아니라 기획과 편집·디자인 등 도서의 판면에 대한 창의적 작업들이 이뤄지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저자의 권리만 인정할 뿐 판면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출판사가 제작한 책의 판면을 제3자가 복제해 사용해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판면권이 인정되면 대학가의 불법 복제나 스캔을 막을 법적 기반이 마련되고, 원천 콘텐츠인 학술 출판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 뉴질랜드 등 영연방국가와 중국, 대만 등이 판면권을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복사기와 CD, 종이용지 등의 제작자에게 복사·복제에 따른 저작권자의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사적복제보상금제도’와 공공도서관의 무료 대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호하는 ‘공공대출권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계약 실태조사를 실시해 판면 제작에 투입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판면권을 도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도서정가제도 그 혜택이 작가·출판사·유통사·소비자에게 고르게 분배될 수 있게 합리적인 보완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2위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로 드러난 국내 출판산업계의 불합리한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국내 유통되는 모든 도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출판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 중 ‘출판정보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출판유통정보와 국립중앙도서관의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데이터릍 통합하는 가칭 ‘한국출판유통정보센터’를 설립할 방침이다. 독서 인구를 늘리고, 국가 지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고, 민관 합동의 독서 캠페인도 전개한다. 이를 위해 ‘2018년 책의 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책의 날 선포식과 기념행사, 북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와 수도권 지하철을 대상으로 QR코드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지하철 모바일 전자책 서비스를 도입하고, 전국의 공공도서관 수를 작년 기준 1000곳에서 2018년까지 11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체부는 1910년 발표된 소설 ‘오페라의 유령’이 2차 콘텐츠 가공으로 6조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사례와 해리포터가 약 308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예를 들며 출판 콘텐츠의 다중 활용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안을 통해 2016년 현재 3조 9500억원 규모인 국내 출판산업 매출액을 2021년에는 4조 37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책의 위기, 책의 미래/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책의 위기, 책의 미래/안동환 문화부 차장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12권이 넘는 책을 쓴 다작 작가다. 대부분 자서전이거나 자기 계발서인 게 보통의 작가들과 다를 뿐이다. 그는 후보 시절 공공연히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TV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집무실엔 책꽂이가 없었다. 책상 위에는 자신의 얼굴을 표지로 쓴 잡지들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TV 쇼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묻는 질문을 받자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을,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성경의 ‘눈에는 눈’을 꼽았다. 그는 “언제나 옳은 결정을 하기 때문에 수백 페이지의 글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사안의 핵심을 쏙쏙 뽑아 흡수하는 매우 뛰어난 효율적 인간”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레거시’(업적) 지우기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폐기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북칼럼니스트 미치코 가쿠타니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8년을 버틴 힘은 잠들기 전 1시간의 독서”라고 고백할 정도로 애독가였다. 오바마는 재임 기간 중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여름 독서 목록’를 공개했다. 2010년 그가 읽은 조너선 프랜즈의 장편소설 ‘자유’는 100만부 넘게 팔렸다. 전체 도서 판매량도 덩덜아 늘었다. 두 딸 말리아와 사샤를 데리고 동네 서점을 찾는 그의 모습은 미국민의 독서욕을 자극하는 캠페인이었다. 매년 8월 대통령의 휴가철 독서 목록 발표는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백악관의 전통이지만 의무적인 건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독서 리스트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신임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 출판계의 걱정도 커지는 듯하다. 400개 출판사들의 대표 기구인 미 출판협회(AAP)는 지난해 12월 그에게 출판산업의 지적재산권과 저작권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대통령이 책을 읽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도 작가 출신이니 독서의 중요성을 이해할 것이라는 착잡한 심경의 코멘트를 덧붙였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보다 더 비관적인 건 한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조사에서 한 해 동안 1권 이상 도서(교과서·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성인은 65.3%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미국 성인의 독서율은 73%로, 전 해보다 2% 포인트 늘었다. 한국인 3분의1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매주 한 권 이상 읽는 ‘습관적 독서율’은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40.1%) 중 최하위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개별 여가활동 비율 중 독서는 가장 낮은 1.2%였다. 국내 2000여개 출판사, 1200여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국내 2위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사와 서점들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이달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하는 출판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학계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난독증 인구가 늘었다는 연구도 있다. 더 깊이 사유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22일 별세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평생 1만종의 책을 일궈 온 ‘탐서가’인 고인의 말은 그래도 책의 미래를 낙관하게 한다. “‘완성된 인간’은 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ipsofacto@seoul.co.kr
  • [문화마당] 굳세어라 책들아/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굳세어라 책들아/김민정 시인

    해마다 말일이면 고심하여 노래 한 곡을 고른다. 해마다 첫날이면 고심하여 노래 한 곡을 고른다. 해를 보내고 해를 맞으며 내가 고른 내 노래 속에 나를 넣고 3분가량이라도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좀 가져 보자 소소하게 벌여 온 일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난 말일에는 ‘태평가’를, 올해 첫날에는 ‘옹헤야’를 들었던 나였다. 왜 하필 타령이었냐고 누군가 묻기에 일거의 망설임도 없이 그랬다. 가사가 죽이잖아.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 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아아, 사는 게 내내 짜증 더미여서 내가 작년에 ‘태평가’를 즐겨 들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잘도 한다, 옹헤야 그러니까 올해는 잘도 하고 싶어서 ‘옹헤야’를 집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 많던 민요 가사책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문득 그 책자들에 대한 호기심이 이는 것이었다. 기타 치는 동네 오빠네 집에 하도 넘겨 봐서 두툼하게 불어 있던 팝송대백과도, 동아리방마다 책장 간간이 코딱지 같은 게 붙어 있던 민중가요집도 어느 한순간에 애초에 없던 존재들처럼 자취를 감춘 듯했다. 노래지만 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훌훌 읽히던 그 읽음의 순간들을 우린 분명 경험한 게 맞는데 우린 언제 다 잊은 사람이 되었던가. 벽두부터 출판계는 송인이라는 대형 도매상의 부도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나 역시 소규모의 한 출판사를 꾸려 가는 일원으로 원치 않은 손해를 감수하게 되었지만 여기서 뻥 저기서 뻥,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출판인들의 사정이 서로 각기 처참하니 우리가 이러려고 책을 만들었나 하는 유행어를 한숨처럼 남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종이책 시장이 현격히 줄어든 마당이라 더이상 책에 날개가 달릴 거라는 꿈도 꾸지 못하는 마당에서 맞닥뜨린 도산이라는 위축은 막막한 우리의 내일을 더욱 깜깜하게 칠해 버리는 검은 손만 같았다. 자, 그렇다고 한다면 신간은 줄고, 신간을 기획하는 이도 감감무소식이어야 하고, 신간을 기다리는 독자도 나 몰라라 그런 패턴이어야 하고, 이 모든 책을 팔려는 서점들도 자취를 점점 감춰 가는 게 빤한 계산법일진대 어라, 이게 또 그렇지가 않더란 말이다. 책이 안 팔린다 하면서도 나는 새로 나올 책의 교정지를 겹겹이 쌓아 놓은 채 편집에 바쁘고, 그것도 모자라 책을 새로 하자며 필자들을 따라다니느라 호들갑이고, 그 책 나온다더니 언제 나오냐며 회사로 신간 문의를 해 오는 독자들과 목청 터지게 통화도 하고, 동네 서점 주인들과 소소한 이벤트를 모색하며 커피를 마시느라 속이 쓰리니 대체 한국에서 이 ‘책’이라는 물건을 어떤 조화로 읽어 내야 비교적 온당할지 자꾸만 헷갈리는 것이다. 세상 그 어떤 물건이 돈 앞에서 자유로울까마는 돈의 더러운 속성에서 어쩌면 가장 멀리 던져진 것이 책이리라. 그 외따로운 곳곳에서 배곯는 두려움에도 자기만의 건강한 싹을 자유로이 틔우는 것이 유일하게 책이리라. 사고파는 논리만을 따진다면 이 땅의 무수한 활자들이 과감하게 책의 배내옷을 입고 아이처럼 쏟아질 수 있을까. 우리에게 지금껏 책이 존재할 수 있었던 데는 어쩌면 책이 가진 저돌적인 무모함, 책만의 순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분히 해 보게도 되는 요즘이다. 비록 이 착각이 내 발등을 찍는다 한들 책이니까, 책은 도끼보다 덜 아프니까. 번화한 술집 거리를 통과한 다음날 유독 주머니 속에는 반으로 접힌 전단지가 가득이다. 이 종이 한 장 쓰레기통에 내버리기에도 죄책감이 드는 걸 보니 아직은 나 ‘책 할’ 때인가 보다.
  • 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앞서 살아간 일본 언니들의 유쾌한 독설이 국내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책에서 나이의 많고 적음, 결혼과 비혼, 아이 있음과 없음으로 여자 인생의 명암을 가르려는 사회의 잣대를 걷어차고 “자유로워지라”고, “내 멋대로 즐겁게 살라”고 20~40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 ‘맷집 좋은 사회학자’, ‘싸움닭’ 등으로 불리는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가부장적인 사회를 통렬하게 뒤엎는 저작들로 잘 알려진 사카이 준코, 밀리언셀러 그림책 작가인 사노 요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는 이들의 에세이가 활발히 출간되고 있다.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사노 요코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등이 잇달아 나왔다. 2015년에 나온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는 6만부, 뒤이어 나온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는 1만부씩, 최근 출간된 사카이 준코의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한 달 새 7000부가 팔려나가는 등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출판사들이 앞다퉈 책을 펴내는 모습이다.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문학담당 MD는 “일본은 고령화나 중년의 문제, 비혼, 1인 가구의 등장 등이 우리보다 앞서 진행돼 그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한 작가군과 책들이 많다”며 “국내에서는 최근 이런 현상이 이슈화되며 ‘나’에 대해 집중하고, ‘남이 아닌 나’를 위로하는 책들의 출간과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이런 에세이가 없는 걸까. 출판계 관계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에세이들과 결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에세이들은 잘나가는 여성의 성공 스토리나 특정한 태도를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친근한 느낌보다는 방어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우리는 어린 여성들에게 삶의 지혜나 일하는 법, 나이 먹는 법을 일러주는 교조적인 스타일이 많은데 이 작가들은 문체 스타일이 ‘아니면 말고’다. ‘곧 죽을 텐데 우울해서 뭐해’라는 식으로 유쾌하게 삶을 관조하고 이혼이나 암투병 등 드러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도 내보이며 ‘네 멋대로 살아라’, ‘아무도 네게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하니 한국 독자들에겐 신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통으로 잘 알려진 임경선 작가는 “국내 작가들은 자신을 글에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 글이 엄숙하고 특히 생활 에세이는 사양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일본 저자들은 문화적으로도 스스로를 까발리는 데 심리적 저항이 별로 없어 훨씬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 저자들은 냉소와 독설, 자기 비하도 마다하지 않지만 자신의 아픈 속내나 추레한 민낯마저도 과감히 내보인다. 저열한 편견에는 대항하지만 다양한 삶과 취향, 선택은 보듬고 존중한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등을 번역한 이지수 번역가는 “요코나 사카이 준코 등의 글을 보면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통찰력과 위트,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했다. 이런 책들은 올해도 줄지어 나올 예정이다. 사노 요코가 좋고 싫은 취향의 문제를 에세이로 풀어놓은 ‘이것 좋아 저것 싫어’(가제)가 2월 중순에, 중년의 문제를 언급한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 ‘주부의 휴가’와 히라마쓰 요코의 미식 에세이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등이 상반기 중에 출간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진 영원한 출판인

    한국 출판계의 거목인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4세. 1933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을 담은 민음사를 연 ‘출판 1세대’다. 그가 1973년 처음 펴낸 ‘세계시인선’은 원문 번역을 시도하고 최초의 가로쓰기를 도입했다. 고인이 개발한 ‘국판 30절’ 판형은 국내 시집의 표준형으로 자리잡았다. 1974년에는 ‘오늘의 시인 총서’를 펴내 김수영, 김춘수, 고은, 박재삼, 황동규를 소개하며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했다. 1976년 계간 문학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한 데 이어 이듬해 소설가 한수산을 제1회로 수상자로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을 통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상작을 단행본으로 펴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 상은 신인 작가들의 산실로 통하며 이문열, 한수산, 조성기, 최승호 등 우리 문학의 굵직한 인물들을 키워낸 자양분이 됐다. 고인은 문학뿐 아니라 문예이론 사상과 학술 출판에도 관심을 기울여 기초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197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발간했던 ‘이데아 총서’를 통해 발터 베냐민의 문예이론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1983년부터 16년 동안 발간된 ‘대우학술총서’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부터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까지 424권에 달한다. 1994년 자신이 태어난 마을 이름을 딴 비룡소를 만들고 1996년 황금가지, 1997년 사이언스북스 등 자회사를 차례로 설립하며 민음사를 8개의 브랜드를 가진 대형 출판그룹으로 키웠다. 고인은 2005년 1월 아들 근섭씨에게 민음사 대표 자리를 물려주고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인은 한국단행본출판협의회 대표를 역임했고 2005년 45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 등을 치러냈다. 출판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국무총리 표창, 1985년 대통령 표창, 1995년 화관문화훈장, 2006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1년 서울대에 민음 인문학 기금 3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08년에도 서울대에 인문학 강좌 기금으로 2억원을 기부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고인은 한평생 오직 한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져 간’ 영원한 출판인이었다”며 “평생을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출판문화의 개척자였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24일 오전 6시. (02)2072-2020.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난 준비된 후보다…출판의 정치학

    난 준비된 후보다…출판의 정치학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한민국이 묻는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안희정의 함께, 혁명’….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출판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책’은 유년 시절부터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과 정책 비전, 철학을 진중하게 알릴 수 있는 고전적 수단인 동시에 출판기념회와 전국 순회 북콘서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중과 소통하고 인간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과거 출판기념회를 핑계 삼은 ‘책장사’가 판을 쳤지만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책값 이외의 모금을 금지하면서 정치자금 창구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유력 정치인들에게 ‘저서정치’는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불황 칼바람’ 출판계에도 효자 상품 역할 출판사 입장에서도 유력 주자들의 책은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효자 상품이다. 문 전 대표가 지난 17일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초판 5만부, 2쇄 2만부, 3쇄 3만부 등 모두 10만부를 펴냈으며 출간된 지 이틀 만에 3만 5000부가 서점으로 출고됐다. 출판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7000부씩 팔리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012년 7월 출간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하루 만에 1쇄가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누적 판매량은 70만부 정도. 출판사의 한 편집자는 “북콘서트 등이 대선 주자 입장에선 홍보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출판사로서도 책을 많이 팔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자서전과 에세이 형식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 들어 대담집과 정책집 등 형식도 다양해졌다. 문 전 대표도 당초 2012년 대선 당시 펴냈던 ‘문재인의 운명’ 형태의 에세이집을 고려했다가 대담 형식으로 바꿨다.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엮은 사람은 전문가도, 정치인도 아닌 대구·경북(TK) 출신의 문형렬 시인이다. ●김부겸, 가장 먼저 ‘대담 책’ 펴내 문 시인과 문 전 대표의 만남은 출판사인 ‘21세기북스’가 주선했다. 문 시인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영남일보 논설위원도 지냈다. 대담집으로 인연이 닿기 전까지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기획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다른 출판사에서 서울대 조국 교수, 철학자 도올 김용옥 교수와 문 전 대표와의 대담을 제안했는데 문 전 대표 측은 문 시인과의 대담을 선택했다. 첫 만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될 즈음인 지난해 10월 말 홍대 인근 북카페에서 시작됐고, 총 8차례에 걸쳐 인터뷰가 이뤄졌다. 출판사에서는 지난해 9~10월 문 전 대표에게 질의서를 만들어 미리 전달했다. 질의서는 문 시인이 주도하고, 출판사에 근무하는 20대 초반 직원부터 60대 직원까지 궁금한 점을 물어 추가 질문으로 포함했다. 정치 전문가가 아닌 인터뷰어와의 대담 형식을 먼저 도입한 건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다. 김 의원은 원외 시절이던 2015년 11월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씨와의 대담집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를 출간, 화제를 모았다. 김 의원은 재벌 위주의 약탈경제를 해체하고 기회의 불균등과 차별을 해결하는 ‘공존의 경제’에 관한 에세이 형식의 책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201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는 민주당이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0일 출간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는 이 시장이 제시하는 공정국가에 대한 구상을 담았다. 정치, 경제, 복지에 대한 이 시장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이 시장은 2010년에는 지방선거 공약집 형식의 ‘고난을 통해 희망을 만들다’, 2014년 대담 에세이 스토리텔링 형식의 ‘오직 민주주의,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다’ 등 3권의 책을 출간했다. 책을 출판한 ㈜메디치미디어의 편집자는 “이 시장은 평소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데 책에서는 차분하게 본인의 정책 구상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정책 제안서와 자서전 두 권을 냈다. 지난해 10월 출간한 ‘콜라보네이션’은 충남도정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 제안서 격이다. 같은 해 11월 ‘안희정의 함께, 혁명’은 기존에 낸 자서전을 보충한 것이다. ‘안희정의 함께, 혁명’을 편집한 웅진지식하우스의 김지혜 에디터는 “안 지사가 정식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난 뒤 인지도가 올라가면 책 판매 부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안철수의 생각2’ 출판을 한때 고려했으나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의 생각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생각을 정리한 것인데 읽어 보면 그 생각에 바뀐 점이 하나도 없다”며 “정치를 시작한 목적이 변화의 열망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되겠다고 한 것이었고 그런 초심은 똑같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정계 복귀와 동시에 저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를 출판했다. 이 책은 손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전남 강진 토굴에서 생활하는 동안 지은 책이다. 당시 국회에서 2년여 만에 정계 복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었고 이후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열었다. 야권 대선 주자 중 ‘출간왕’은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시민사회 출신인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저자로 등록된 책만 50여권이 넘을 정도다. 박 시장은 다음달 자신의 경제 정책인 ‘위코노믹스’(Weconomics)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책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의 경제 정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철학과 비전을 표명하는 책자 성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與 주자들은 뜸해… 반기문도 “계획 없다” 여권 대선 주자들의 출간 소식은 뜸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자서전을 낼 계획이 없다. 반 전 총장 측은 “그동안 저서를 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낼 계획이 없다. 시기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004년 국회에 입성한 뒤부터 책을 한 권도 내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대필 작가를 통해 책을 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 쓰게 하는 것은 싫고 책을 내기에는 너무 바빴다는 이유에서다. 유 의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살아온 이야기나 정치 경험, 정책, 현안 입장 등을 적어 오고 있는데 대선 때까지 완성해서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새달 첫 에세이집 계획 바른정당에서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다음달 20일 첫 에세이집 ‘가시덤불에서도 꽃은 핀다’(가제)를 출간한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밀한 ‘개인사’를 비롯해 수도 이전, 모병제, 사교육 폐지 등 정책 공약도 소개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 소속 최성 고양시장은 지난 5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18일 ‘나는 왜 대권에 도전하는가’를 출간했다. 국민의당에 입당해 안 전 대표와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17일 ‘큰바위얼굴’과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북콘서트를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북콘서트로 대중 소통·지지자 결집 효과”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주기 용이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만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총론에 해당하는 정책 비전을 보여 줄 수 있다”면서 “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북콘서트를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지속적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모으는 데 유력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후보자에게 관심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제된 입장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바이블(성경)처럼 가지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혼란의 시대 큰 스승 성철 혜안의 일갈

    혼란의 시대 큰 스승 성철 혜안의 일갈

    근현대 한국불교 최고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가야산 호랑이’ 성철(1912~1993) 스님의 일생을 다룬 ‘성철 평전’(모과나무)이 출간돼 화제다. 성철 스님의 법문이나 일대기를 다룬 책은 있었지만 사상과 일생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한 평전이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김대중 평전’을 쓴 저자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 일군 역작. 성철 스님과 관련된 100여권의 문헌을 섭렵하고 전국에 걸친 수행처와 관련 인물들을 찾아가 700쪽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완성했다. 평전의 구성은 우선 수행자로서 성철 스님에 초점을 맞춰 기록했다. 유년기부터 오로지 수행으로 일관한 수행자의 삶, 천하에 이름을 널리 알린 큰스님으로 우뚝 서고도 평생 산중에 머물며 청정비구로 불린 일대기와 가르침을 촘촘히 정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불교의 시대적 아픔을 빼놓지 않아 눈에 띈다. 성철 스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격변기에도 산중 수행승의 자리를 온전히 지키며 한국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선지식이다. 삶은 산중에 있지만 세상살이를 날카롭게 찌르는 혜안의 일갈은 수행정진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만이 혼란한 시대의 대안이라는 가르침으로 여전히 통한다. 불자들의 후원금을 모은 설판(說辦) 방식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출간 과정도 주목된다. 설판이란 법회를 열 때 모두가 십시일반해 비용을 마련하는 전통을 말한다. 위축된 불교 출판계의 상황을 감안해 일종의 후원을 받았고 50일 만에 불자 560명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평전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메시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자기를 바로 보라’, ‘남 모르게 남을 도우라’, ‘ 남을 위해 기도하라’. “새겨볼수록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평범한 듯하지만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하다”는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권력에 취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는 이런 시대에 우리는 남이 아닌 자신의 허물을 탓했던 스님의 위대한 유산을 돌아봐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5년까지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했다. 작년에 갑자기 없어졌는데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직접 지원에서 인프라 같은 간접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작가들에게 직접 지원을 했던 문예창작기금도 대폭 줄였기 때문에 정책 방향은 분명했다. 고료든, 지원금이든 작가에게 직접 가는 돈을 막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갑자기 ‘시장’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창작을 지원하기보다는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최근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사실은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문예지를 지원하지 않으려니 심사로는 뺄 방법이 없어서 사업 자체를 없애려고 했다는 것이다. 작가 지원 사업을 축소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 조사나 청문회에 불려 나온 공직자들이 모두 자기들은 몰랐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윗사람이 시킨 일에 이유를 만들어 주고 예술가들과 출판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무고한가? 나는 그 사람들도 윗사람의 잘못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이 크다고 믿는다. 많은 공직자들은 소위 ‘윗사람’이 시킨 것보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엉뚱한 논리를 개발하고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그 사이에서 생겨난 빈 공간 속에서 ‘윗사람’이 떨어뜨린 콩고물은 알뜰하게 챙겼으리라. 이미 높은 사람들만으로도 구치소가 차고 넘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을 그대로 남겨 둔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가 바뀌어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사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계 관리를 보자면 단순히 이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회성 수준의 일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만든 기구의 원장 자리에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그들이 벌인 치열한 공작은 순진한 출판계 인사들로서는 짐작하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이런 정책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여기저기 입막음용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예산배정’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출판산업에도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이 와중에 정책적 대응과 조정이 시급한 영역이 많았지만 정권의 손발이 되어 블랙리스트와 각종 ‘공작’으로 ‘내몰렸던’ 정부는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 업계와 손을 맞잡는 데 실패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송인서적 부도 사태와 같은 ‘예고된 재앙’에도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 가는 것만 같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모두 감옥에 가는 나라가 어디 제대로 된 나라인가? 선공후사의 정신이 아니라 삐뚤어진 충성심으로 무장해야만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의 종착역은 감옥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적인 뜻이 훌륭한 집단이 정권을 잡아도 그중에는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끼어 있기 마련이고 블랙리스트가 다시 화이트리스트가 되는 것을 거부할 실무자들이 없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최근 탄핵과 정치적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다시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남은 예산을 지원할 테니 지원서를 내라는 은밀한 연락이 돌았다. 물론 많은 출판사들이 거부했다. 작은 이익을 빌미로 큰 잘못을 바로잡지 않은 채 출판사나 저자들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멈추어야 할 것이다. 따라 주는 무리가 없었다면 나라가 엉뚱한 무리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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