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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 여성인물 화폐에… 물 절약… 한옥마을 지키기…“생활개혁” 시민단체 뜬다

    생활 속의 작은 개혁을 꿈꾸는 소규모 시민단체들의 의욕적인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인물을 화폐에!시민연대’와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모임’,‘동화를 읽는 어른 모임’,‘한옥마을 지킴이연대’….화려하고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주변의 작은 문제점들을 찾아내 해결점을 모색해 보는 이들 작은 시민단체는 우리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사회 등대역할 톡톡히 ‘여성인물을 화폐에!시민연대’(http:///cafe.daum.net///womenmoney)는 대학 강의가 시민운동으로 발전된 이색 시민단체. 동덕여대 사회학과 김경애 교수의 ‘여성학 세미나’ 강의 도중 화폐에 여성인물을 넣자는 의견이 나왔고,이것이 단체를 만들게 됐다. 회원은 200여명에 불과하지만 화폐에 여성 위인이 없다는 점에 착안,국내 화폐에 선덕여왕과 유관순,명성황후 등 여성 위인을 넣자는 취지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이들은 조만간 여성 인물을 화폐에 넣자는 내용을 입법청원할 예정이다. 지난 93년 시작돼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www.childbook.or.kr)은 지역의 어린이 문화를 살리기 위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모임.경기 광명시와 시흥·부평시,경북 안동시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국 111개 지역에서 4100명이 가입했다. 이들은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운동과 마을 도서관 살리기 운동 등 어린이 문화환경 개선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일 출범한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모임’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단체이다.이혼율 증가와 출산율 저하,기러기 아빠 등장 등 가정이 점차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을 극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회복하자는 뜻에서 모였다. ●지역현안을 우리 손으로 지역 모임들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일부 자기지역에 불리하거나 불편한 시설의 유치를 반대하는 성격의 단체들도 있지만,대부분 지역 현안을 스스로 해결하자는 쪽이다. ‘중랑천사람들’(www.jr1000.org)과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www.dorimchun.or.kr),‘양재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용인지역보전연대’,‘낙동강공동체’ 등은 지역 환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랑천사람들’은 중랑천에서 발생한 3차례의 물고기 떼죽음 사태를 지켜본 지역주민 1000여명이 지난 2001년 발족시켰으며,도림천 주민모임은 지난 96년 도림천 복개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물절약운동,생태탐사 등으로 발전했다. ‘강진사랑시민회의’와 ‘오산시민연대’,‘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행정을 감시,정책대안을 제시하고 고발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95년 만들어진 ‘관악주민연대’(www.pska21.or.kr)는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서울 관악구의 주민돕기와 저소득층 아동지원,강제철거에 맞서 올바른 재개발을 위한 청원운동 등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에 장묘시설 설치나 소각장,폐기물 처리장 등의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주민 모임도 나타나면서 각종 국책사업이나 시·도 현안사업이 표류하기도 한다. ●문화를 지키는 ‘파수꾼’ 서울의 ‘한옥마을지킴이연대’와 제주지역의 ‘이어도 정보문화센터’,전남 진도의 ‘강강술래 보존회’,‘안동하회 별신굿탈놀이 보존회’,‘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등 지역 문화를 알리고 지키려는 모임도 활발하다. 이 가운데 한옥마을지킴이 연대는 서울 가회동·삼청동 한옥마을 일대 67가구 주민 120여명으로 구성돼 전통한옥마을 보존과 주민자치 활성화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각 지역 보존회들도 지역 특색 전통문화를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강화도 시민연대’(www.ghpn.or.kr)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강화도 남단갯벌을 보존하고 겨울철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지역 지킴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남단갯벌은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도요새 등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1만 5000∼2만 개체의 철새가 관찰되는 살아있는 생태현장이기 때문이다. ‘섬문화연구소’(www.sumsarang.com)는 섬의 역사적·문화적 현상에 대해 연구활동을 펴고 있으며,‘한민족아리랑연합회’(www.arirangsong.com)는 정선·경기·밀양·진도아리랑 등 팔도 아리랑을 보급하고,다양한 문화사업을 전파하고 있다.또 북한을 비롯한 해외동포사회를 대상으로 한 공연 등도 지원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쉬어가기

    “덮어 놓고 낳다가는 거지꼴 못 면한다.”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가족계획 표어다.아파트 분양현장에서도 진풍경이 벌어졌다.불임시술을 받은 가정에 분양 우선권을 주었기 때문이다.“과부는 어쩌란 말이냐.”“늙은이는 아파트에 살지도 말라는 거냐.”는 하소연과 호통이 오갔다.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사회 문제가 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다.케이블TV 히스토리채널이 16일 밤 12시 ‘다시 읽는 역사,호외’에서 그 시절로 돌아간다.
  • [열린세상] 갈등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시절이 수상하다.한꺼번에 분출하는 온갖 갈등과 더불어 태풍 매미의 습격은 우리 사회의 어수선함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하지만 자기 시대를 태평천하로 여긴 시대는 좀처럼 드물다.그럴수록 갈등을 과장할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온갖 시련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때문이다.그 중에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버티고 있는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와야 하는 시련도 포함되어 있었다. 머리가 여섯 개인 스킬라는 절벽 위에서 긴 목을 늘어뜨려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잡아먹었다.카리브디스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바다괴물이었다.오디세우스는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 스킬라가 사는 절벽 쪽으로 붙어서 노를 저어나갔다.운 나쁜 여섯 명이 스킬라에게 희생당한 대신 배에 탄 모든 사람은 무사히 소용돌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안녕을 구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이런 전략은 근대 공리주의의 원형이며,이는 우리 시대에도 ‘건전한’ 상식으로 통한다.공리주의는 다수의 복지를 위해 소수의 ‘우연한’ 희생을 정당화한다.여기서 잠깐 다시 생각해 보자.소수는 정말 ‘운 없는’ 사람들이며 다수는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할 만큼 건전한가? 우리사회에서 ‘소수’로 지목된 계층은 노조,농민,신빈곤층,장애인,성적 소수자들이다.다수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조는 시민들의 발목을 붙잡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장애인 ‘성차별’ 고용금지법안을 거론하는 여성 장애인 역시 극소수의 경쟁력 없는 장애여성들의 소란일 따름이다.신빈곤층은 게으른 자들이고,성적 소수자는 비정상일 따름이다. 다수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그들의 논리에 의하면 여성,농민,노동자,장애인,신용불량자,성적 소수자들은 머리가 여섯 개인 스킬라의 재물이 될 ‘운 나쁜’ 희생자일 뿐이다.공익을 위해서,전체의 안녕을 위해서 제거되어야 할 오디세우스의 희생자들처럼.과연 그러할까? 호주제를 예로 들어보자.인구의 절반인여성들이 반세기가 넘도록 질곡을 호소하면서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그러나 전통수호주의자들에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재혼 여성의 문제일 따름이다.그들에게 호주제 존속만이 가족을 결속시키고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되고 해체되어 완전히 근친상간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라 예단한다. 호주제가 가족을 묶어준다는 것은 환상이다.호주제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도 가족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결혼한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며 기혼여성은 출산을 기피한다.출산율 세계 최하위라는 객관적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던 시대는 지났다.맞벌이로도 생활비와 교육비를 부담하기 빠듯하다.이 위에 여성에게는 양육,가사노동,노인보호 등의 무거운 짐이 포개진다.미래의 여성들은 출산은커녕 결혼마저 거부할지도 모른다. 가족 붕괴는 호주제 폐지 때문이 아니다.일차적 원인은 시장경제의 불안정성에 있다.그런데도 유교적인 윤리는 시장경제의 위기가 초래한 부담을 비시장의 영역인 가정,특히 여성에게 떠넘기는 데 앞장선다.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전통주의자들은 사회 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막아버림으로써 자신들이 수호하려는 가족의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자기모순에 빠져버린 것이다.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공리주의의 모순도 이와 다르지 않다.그러므로 가족해체를,사회적 갈등을 막는 길은 갈등을 봉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갈등을 협상하는 데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임 옥 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공동대표
  • [씨줄날줄] 결혼비용 9088만원

    가뜩이나 과외를 시켜야 하나,학원을 보내야 하나,이참에 이사를 해야 하나,자식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부모들에게 또한번 한숨을 내쉬게 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하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9000만원을 훌쩍 넘는 9088만원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조사대상이 된 신혼부부 중 61.6%가 이 비용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했다니 이 땅의 부모들은 전생에 자식들과 채무관계라도 있었더란 말인지,답답한 노릇이다. 부부가 자식을 낳는 순간,병원 분만비에서부터 그것은 비용 지출로 이어진다.분유값·기저귀값부터 시작하여 가장 기초적인 비용만 계산해도 갓난아이의 한 달 양육비는 35만원을 넘는다.여기에 아이가 클수록 교육비 부담이 늘어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자녀 1인당 평균 양육비는 월 82만 5000원에 이른다고 한다.그 중에도 예체능 교육비,과외비는 국가적 골칫거리가 돼가고 있다.갤럽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가구당 한 달 평균 생활비 167만원 중 36.2%인 60만 5000원을 자식 사교육비에 쏟아붓고 있다.보험회사들이 저축설계를 할 때 계상하는 자녀 1인당 교육비 지출액은 1억원.여기에는 물론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난 돌파를 위해 영어 등에 쏟아 붓는 연간 127만원(잡코리아 조사결과)의 학원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어쨌거나 이렇게 교육비·결혼비 합해 자녀 1인당 대략 2억원을 흔쾌히 부담할 부모가 많다면 그것이 무슨 문제이랴.그러나 실상은 이런 부담이 이땅의 남녀를 짓눌러 결국 출산 기피,결혼 기피라는 국가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1.17명으로 미래의 노동력 부족,사회의 고령화 대책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정부는 뒤늦게 출산장려,양육비 지원책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런 걸로 상황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무엇이 문제인가.이번 조사결과에서 결혼비용 9088만원중 6226만원은 주택자금으로 나타났다.문제는 단순히 출산·양육에 국한된 게 아니란 얘기다.교육·주택 등 기초 생활의 고비용구조,사회적 비용의 개인 전가,의식구조와 문화의 문제 등 해결책은 보다 큰 구조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신연숙 논설위원
  • 편집자에게/ ‘복지시설 확충·출산장려 정책 서둘러야’

    -‘여자 평균수명 80세 넘어섰다’ 기사(대한매일 9월18일자 1면)를 읽고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이다.태어나서 80세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평균치’가 됐다는 얘기다.비단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20년 전과 비교하면 80세까지 살 확률이 20%포인트 상승했다.10년 후에는 남자의 절반이 80세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의료수준이 발달하고 영양공급이 개선된 덕분이다.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큰 이유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무작정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올 7월말 현재 8.3%다.현재로서는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노령인구 증가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조만간 ‘노령화 사회’가 아닌 ‘노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경고가 허튼소리가 아님을,이번 ‘평균수명’ 통계가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 속도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50∼100년에 걸쳐 진입하던 노령사회를 우리는 단기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노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사회복지 및 출산장려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김동회 통계청 인구분석과 서기관
  • 여자수명 80세 넘어섰다/남자보다 7.2년 더 살아 OECD회원국 수준 도달

    여자의 평균 수명이 처음으로 80세를 넘어섰다.남자보다 7.2년을 더 산다.10년쯤 뒤에는 남자도 두 명중 한명은 80세까지 살게 된다.수명이 길어지면서 사회의 노령화가 급진전,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01년 생명표’에 나타난 결과다.생명표란 인구조사를 토대로 사망확률을 계산,성별·연령별 수명을 2년에 한번씩 산출하는 것으로 각종 연금이나 보험료를 산정할 때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한국 남성,선진국 남성보다 빨리 죽어 2001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72.84세,여자 80.01세다.여자의 평균수명이 처음으로 80세를 넘어서면서 남녀 평균수명(76.5세)을 2년 전보다 1.0년 끌어올렸다.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과 비교할 때,한국남성의 평균수명은 선진국 남성(74.4세)보다 1.6년 짧다. 여자는 선진국(80.4세)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남자가 여자보다 ‘짧은 삶’을 사는 주된 이유는,각종 암으로 인한 사망확률과 자살확률이 여자의 거의 2배인 탓이다.암을 정복할 경우 남자는 당초 평균수명보다 4.9년,여자는 2.5년을 더 살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암 치료법 등의 발달로 남녀 평균수명 차이(7.2년)는 10년 전(8.2년)보다 1년 좁혀졌다. ●장수에 드리운 그늘 2001년에 태어난 신생아 10명 가운데 남자는 3.6명(36.2%),여자는 6명(60.4%)이 80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됐다.이같은 확률은 10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인구분석과 김동회 서기관은 “10년 후인 2011년에는 80세까지의 생존확률이 남자 50%,여자 7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평균수명이 길어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출산율(2002년 기준 1.17명)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노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또 노령화사회에 걸맞은 사회 복지가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안미현기자 hyun@
  •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양육권인가

    얼마 전 직장 생활을 고집하며 연년생인 어린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친정에서 지내는 부인에게 남편이 이혼을 요구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결국 법원의 판결은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친정에서 두 아이를 기를 것을 고집하고 친정으로 가버린 부인에게 있다고 보고 아내가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불하도록 하였다.또한 아이들은 시댁과 친정에서 각각 한명씩 키우라는 명령도 덧붙였다.여성단체들은 “육아의 책임을 여성의 책임만으로 판단한 것은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 문제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각각 시댁과 친정에서 떨어져 살아야 할 어린 두 아이들의 처지가 딱하기 그지없다.육아의 책임이나 혼인파탄의 원인을 따지는 것도 필요할지 모르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주도록 하는 것이다.아직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두 아이는 “엄마,아빠,우리는 함께 살고 싶어요.”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부모와 법원 그 누구도 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과연 우리 어른들이 자신들만의 논리로 연년생인 두 형제를 떨어져 살도록 명령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최근 우리 사회에는 출산율이 저조하고 아이들이 귀하다 보니 너무 떠받들고 키워 버릇이 없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들린다.가끔 식당에서 마구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생각에 동감할 수가 있다.하지만 과연 우리 아이들이 그렇듯 귀하게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오히려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어른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대접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주된 흐름으로 보인다.어려서부터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영어,한글 공부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증이 생기기도 하고,어머니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 이곳,저곳에 맡겨지다 보니 분리불안이 심해지기도 한다.부모가 이혼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엄마,아빠 중에 1명과 살아야 하고 심지어 버려지기까지 한다. 선진국의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만 4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할 때 법원이 결정하기 전에 의사에게 보내 엄마,아빠 누구와 더 애착이 형성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양육권을 주고 있다며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당시에는 단순하게 “우리보다 이혼이 더 흔한 사회이니까 합리적으로 양육권을 결정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혼율이 몹시 높아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양육권을 결정할 때 아이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또한 최근 이혼 상황에서 아이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아 많은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하여 병원의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느 사회의 복지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은 “어린이,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반영되는가.”라고 한다.아직 우리 사회는 이들 스피치리스(speechless)군들의 목소리는 많이 무시되고 있다.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무시된다면 그만큼 우리 미래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일이 된다.특히 요즘처럼 가정 파괴가 많아지고 도처에 위험이 가득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점점 암울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 결정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충실하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법원의 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법원의 결정은 절대적인 정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가치에 의해 상대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또한 의료와 법원이 더 밀접하게 협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양육권 결정을 위해 자녀·부모 관계의 질을 평가하는 선진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처럼 언젠가 우리도 법원과 병원 사이에 더 긴밀한 협조체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렇게 우리 사회의 모든 결정이 당사자들의 눈높이에서 입장을 고려한 뒤 이뤄진다면 많은 오해와 분쟁이 줄어들 것이고,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타인에게 이해를 받아본 사람만이 남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기에…. 신 의 진 연세대 의대교수 소아 정신과
  • 권양숙여사, 역대 최은희여기자상 수상자 오찬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5일 임영숙 대한매일 주필,신동식 한국여성언론인연합 대표,장명수 한국일보 이사 등 최은희 여기자상 역대 수상자 20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권 여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출산율 저하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대통령께서 지난해 선거때 ‘아이는 정부가 키워 드리겠다.마음놓고 많이 낳아 달라.’고 하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저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여사는 여성 언론인들에게 ‘양성평등’을 위해 앞장 서줄 것도 당부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내년 추진할 사업은 산더미인데…장관들 “예산 달라” 아우성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2.1% 증가하는 초긴축으로 편성돼 부처의 사업비 삭감이 불가피해지자 장관들이 직접 ‘예산 사수’에 나섰다. 2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은 대놓고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에게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지은희 여성부장관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2007년부터 보육비의 50%를 지원해 주려면 1조 8000억원이 필요한데 현재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지 장관은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3590억원이고 내년 예산은 4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여성부 예산을 매년 50% 이상 증액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허상만 농림부장관은 “올해 추곡수매가가 7% 정도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농민 복지와 생활안정 등 농업부문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정세현 통일부장관은 “남북협력기금이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매년 5000억원가량 배정됐는데 내년 예산에는 3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면서 “현재 6자회담 등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소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예산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국방 예산이 늘어난 조영길 국방부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말을 아꼈지만 휴식시간에 다른 장관들이 “(다른 부처와 달리)국방부는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부러워하자 “국방예산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제 그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며 나름대로의 애로를 호소했다. 행정고시 10회로 박봉흠(13회) 장관보다 선배이면서 옛 경제기획원 출신의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예산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외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이런 ‘부처 이기주의식’ 예산증액 요구가 빗발치자 박봉흠 장관은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장관들의 요구를 들어주기가)어렵다.”며 진땀을 흘렸다. 결국 노 대통령이 나서 “각 부처가 (예산의 증액 요청을 하기에 앞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며 무분별한 증액요구에 대한 자제를 당부하면서 장관들의 집단 요구는 마무리됐다. 조현석기자 hyun68@
  • 세계는 지금 연금개혁중

    세계는 지금 연금제도 개혁이 한창이다.전통적으로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유럽에서부터 아시아의 한국과 싱가포르까지 앞다퉈 국민연금제도에 손을 대고 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구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연금재정이 고갈될 위기에 처하자 연금납입기간 연장,퇴직연령 상향 조정,연금지급액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반면 싱가포르는 자국 경제의 경쟁력 제고차원에서 개혁을 단행,관심을 모은다. ●‘복지 대륙’ 유럽 너도나도 연금 개혁중 ‘유럽=복지 대륙’은 이제 옛말이다.유럽 각국은 낮은 출산율에 의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인구의 노령화 등으로 연금제도 붕괴를 막기 위해 연금제도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연금은 더 오랫동안 내면서 일도 더 오래 하는 대신 연금은 2∼3년 늦춰 받는 것이 대세이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달 24일 연금납입기간을 현재 37.5년에서 오는 2008년에 40년으로,오는 2020년에 42년으로 연장하고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연금 납입기간을 점진적으로통일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앞서 오스트리아 의회도 지난 6월 야당과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퇴직연령을 올리고 연금 지급액을 10%까지 감액하는 등 연금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승인했다. 독일 정부 산하 연금개혁위원회는 지난 28일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오는 2011년부터 20년간 매년 1개월씩 늦춰 67세로 높이는 방안을 건의했다.또 2005년까지 연금인상 한시적 동결,민영 연금 역할 확대,조기퇴직 차단 등을 담은 개혁안을 제시했다.현재 봉급의 19.5%인 보험료율을 2030년까지 22%로 올리고 수령액은 최종 봉급의 48%에서 40%로 낮추도록 했다. ●싱가포르,기업 경쟁력 제고 위해 연금개혁 싱가포르의 연금개혁 배경은 유럽과는 확연히 다르다.중국·인도 등으로 기업투자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핵심이다.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총리는 28일 의회에 출석,“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면서 싱가포르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CPF)의 기업분담 비율을 낮추는 내용의 사회보장제도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의 골자는 근로자 임금의 36%인 현행 국민연금 납부액 가운데 사용자측이 부담하는 비율을 낮추는 것. 현재는 근로자가 20%를 부담하고 나머지 16%는 기업이 부담하고 있으나 오는 10월1일부터는 기업 부담부분을 13%로 낮춰 전체 납부액을 임금의 33%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김균미기자 kmkim@
  • 低 출산 →低 성장

    여성들의 ‘출산파업’이 심화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언뜻 출산과 경제가 무슨 관계인가 싶겠지만,아이가 덜 태어나면 훗날 성장을 떠받칠 일꾼(경제활동인구)자체가 줄게 된다. 일본과 독일 등이 10년 가까이 0∼1% 안팎의 낮은 성장률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중의 하나는 90년대부터 본격화된 저(低) 출산율때문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선진 각국들이 ‘경기 부양책’에 빗대 ‘출산 부양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도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출산부양 경쟁’에 합류했다.재경부 관계자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연간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출산율과 여성 경제활동비율로는 어렵다.”고 말했다.출산율이 떨어지면 생산현장에서 일할 노동인구는 줄고,부양받을 노령인구만 남게 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경제부처 ‘1.17 쇼크’ 1989년 일본 열도는 ‘1.57 쇼크’에 빠졌다.일본 여성의 평균 출산율(임신 가능한 여성이 평생동안 낳는 자녀수)이 1.57명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이 때부터 일본 정부는 부부가 불임을 치료할 경우 나랏돈으로 100만원(10만엔)을 지급하는 등 출산부양책에 착수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한 ‘1.17쇼크’에 감전됐다.통계청 조사결과,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출산율이 1.17명으로 최종 집계됐기 때문이다.독일(1.29명),프랑스(1.90명),미국(2.01명) 등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70년(4.53명)과 비교하면 30여년새 무려 3.5명이 줄었다.같은 기간 일본(0.8명),프랑스(0.5명),미국(0.4명)의 감소세에 비해 너무 급격하다. 통계청은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15∼24세의 젊은 노동력 인구가 2000년 770만명에서 2030년에는 482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출산부양책,예산확보 시급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출산율 저하를 사회문제 정도로만 인식하던 경제부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를 낳으면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6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폭을 현재 연간 50만원에서내년부터 1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자녀 1인당 18만원의 세금 절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세제혜택보다는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재정지원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물론 우리 정부도 최근 출산휴가 동안 지급하는 급여 상한액을 135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올리고,육아휴직 장려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또 갓난아이들을 돌봐 주는 ‘영아 전담시설’을 현행 400개에서 450개로,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여는 ‘시간연장형 보육시설’을 200개에서 300개로 늘려 재정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하지만 이와 관련된 예산이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아 정부 발표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여성계는 최근 일본이 자녀수당을 지급하는 영유아의 나이 기준을 6세에서 9세로 올린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상향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아울러 보육비 소득공제(연간 200만원) 및 비과세 한도(월 10만원)를 현실 수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값싸고 질좋은 공공 놀이방·유치원 등 ‘보육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
  • 40대男 사망률 여성의 3배

    40대 남자의 사망률이 또래 여자보다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인구증가율은 10년 전의 절반에도 못미쳐 ‘성장동력(경제활동인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관련기사 19면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출생·사망 통계결과’에 따르면 남녀 사망율비(여자 사망률에 대한 남자 사망률 비율)는 1.21이었다.남자가 여자보다 사망률이 1.21배 높다는 얘기다.특히 40대 남자는 여자보다 사망률이 3배나 높았다.술·담배를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데다 ‘돈벌이’ 스트레스 등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30대는 2.3배,50대는 2.9배,60대는 2.4배였다. 한 해 동안의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 인구는 24만 8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 6000명 줄었다. 이에 따라 1000명당 기준인 인구 자연증가율은 92년 11.3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지난해에는 5.2명까지 떨어졌다.10년 전의 절반도 안된다. 평균 출산율(임신 가능한 여성이 평생동안 낳는 자녀수)이 1.17명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출산율은 ‘베이비 붐’ 시대였던 1960년 6.0명에서 ▲70년4.53명 ▲83년 2.1명 ▲90년 1.6명으로 40여년새 무려 4.83명이 줄었다.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감소세다.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49만 5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 2000명이나 줄었다. 안미현기자 hyun@
  • 日 경제성적 ‘양호’… 불황 탈출?

    일본이 과연 10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전망치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증시 랠리,내수·기업투자 증가….최근의 경제 성적표만 보면 일본 경제 회생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지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며,불안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경제회복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은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2분기 2.3% 성장,당초 전망치를 크게 앞질러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더욱이 성장의 내용면에서 이전 상황과 다르다.경제 성장의 한 축인 내수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그간 침체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의 견인차는 수출이었다.지난해 일본의 무역흑자는 30% 늘어났으며,특히 대미·대중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내수 증가 ‘청신호’ 외부 여건이 든든한 상황에서 내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은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살아나고 있다.2분기 가계 지출은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올해 1.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기업 지출은 1.3% 늘어났다.지난해 임금·상여금 삭감과 최근의 높은 실업률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괄목할 만한 현상이다.한 전문가는 “임금 상승과 증시 랠리,소비자 신뢰도 회복이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구조조정,경영 합리화가 결실을 본 것이다.기업경제를 관측하는 단칸 조사 결과,제조업 부문 대기업들의 수익은 약 70% 올랐다.불황 탈출을 위한 기업들의 합병,새사업 발굴·진출이 수익개선은 물론 국내 소비심리도 자극하는 효과까지 낳았다. 각종 경제 지표 호조에 일본 증시도 회복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불과 5개월 전만 해도 8000선을 밑돌던 닛케이지수는 상승을 거듭,최근 1만선을 회복했다. ●최대 복병은 금융부실 그러나 한편에선 최근의 상황을 경기 순환상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잘라 말한다.비관론자들은 일본 경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숫자’에 속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본 증시의 랠리는 단순히 미국 증시의 상승세에 기인한 것이다.최근의 내수 증가도 일시적인 요인 때문에 가능했다.주택과 담배와 관련한 세제 개편이 소비심리를 자극했으며,사스 파동으로 해외여행과 수입이 줄어 내수가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성적인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성장의 최대 위협 요소로 거론했다.지난 1분기 일본의 GDP 디플레는 마이너스 3.5%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특히 물가하락세를 막지 못한다면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일본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할 위험이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이에 대해 20일 “일본 금융권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진단하고 부실채권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부실채권의 엄격한 사정과 함께 자기자본 부족에 빠진 주요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의 재투입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해결도 시급하다.경기진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다 보니 재정적자는 GDP의 8% 수준이다.GDP 대비 총부채비율도 150%에 달한다.하루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채권시장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다.재정 건전화를 위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린다면 자칫 소비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도 위험 요소다.일본은 해마다 노동인구가 0.5%씩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일본의 경제회복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영유아 소득공제 확대 추진/정부, 출산장려대책

    정부는 영유아에 대한 소득공제폭을 늘리는 등 출산율 급감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탁아시설 등을 갖춘 기업에는 세제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오는 25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출산장려 대책을 논의,발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노동인구 감소와 성장잠재력 훼손 등으로 이어져 대책 마련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17명이다.1970년 4.53명에서 30년 새 무려 3.36명이 줄었다.일본(1.32명) 미국(2.01명)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출산율이 현저히 낮다. 영유아에 대한 소득공제폭이 확대되면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된다.현재는 가족 구성원 한 사람당 무조건 100만원씩의 소득공제(인적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정부는 또 셋째자녀의 양육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에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들은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출산안정법’ 제정안을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정부는 출산율 대책과 더불어 ▲신용불량자 ▲청년실업 ▲저소득층 지원 ▲부동산가격 안정 대책 등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키로 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열린세상] 갈등보다 심각한 사회이탈

    지난 3월1일에 이어 8월15일에도 서로 대립된 이념과 주장을 대변하는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있었다.한편에서는 미군을 반대하는 집회가,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고,정치지도자들도 이념성향에 따라 갈라져 서로 다른 집회에 참석하였다.이를 두고 우리 사회의 이념적 양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해방 직후의 이념적 대립을 예로 들며 그 파국적 결과를 경고하는 경우도 있다.분명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며,사회통합의 노력은 이루어져야 한다.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어쩌면 보다 더 우려할 일이 있다.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를 포기한 채 등지고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자 허시만에 따르면 시장이나 조직에서 불만이 있을 때 시장의 고객이나 조직의 성원들이 묵묵히 참고 견디는 충성(loyalty)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저항(voice)과 이탈(exit)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고객의 경우 상품에 대해,조직 성원의 경우 조직에 대해 애착이 크거나 저항을 통한 불만의 해결 가능성이 높을 때 이들은 저항을 선택한다.반대로 애착이 낮고 불만의 해결 가능성이 낮다면 이들은 이탈을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전체 사회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투표 혹은 집회나 시위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저항에 해당할 것이다.그렇다면 이탈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살의 증가,출산의 감소,이민 희망자의 증가를 모두 사회로부터 이탈의 징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이탈의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총 자살건수는 1만 3055건으로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이 늘었다.이러한 증가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것이다.자살률 역시 10만명당 27명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대단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사회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살만큼 극단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자살률이 늘어나는 것만 세계적인 것은 아니다.출산율이 떨어지는 것 역시 세계적이다.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자녀수는 1.17명이었다.30년 전의 4명에서,10년 전의 2명을 거쳐,세계에서 가장낮은 현재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속도로 출산이 줄어들었다.아이를 낳아 키우는 물적·심적 비용이 너무나 커서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언론에 등장하는 상황이다.원치 않는 미래로부터의 이탈인 셈이다.사회 유지의 가장 기본적 요건인 성원의 재생산이 위협받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민의 경우 사정은 다소 달라 보인다.90년대 중반 이후 이민자의 수는 다소 줄었고,최근에도 급격한 이민의 증가가 나타나지는 않는다.하지만 이민 대상국들의 엄격한 정책 때문에 이민 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올해 초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젊은층의 절반 이상이 갈 수만 있다면 이민을 가겠다고 응답했다.학력이 높을수록 이민을 가려는 성향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떠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수출 주력 제조업체의 74%가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생산설비의 이전은 일자리의 감소를 의미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여당과야당의 지지율은 20%와 30% 사이에서 각축을 벌인다고 한다.조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40% 내지는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마음 붙일 정당이 없는 셈이다.허시만의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고객의 이탈은 경쟁을 자극해서 보다 나은 상품의 공급을 가져온다고 한다.하지만 사회로부터 성원의 이탈은 돌이킬 수 없는 사회의 공동화라는 결과를 낳는다.애착도 사라지고 변화의 희망도 버린 채 사회를 등지고 벗어나려는 대열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목소리 높인 저항만이 아니라 침묵 속의 이탈에도 시급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한 준 연세대교수 사회학
  • 국민연금 개편안 내용/신규가입자 더 ‘죽을맛’

    정부가 확정한 국민연금 개편안의 핵심 골자는 ‘내는 돈(보험료)은 많아지고,받는 돈(연금)은 줄어드는’ 것이다.연금 가입자인 일반 국민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앉아서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나,복지부는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바뀌나 2010년부터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A씨의 예를 들어보자.이해하기 쉽게 월소득은 200만원이며,40년간 고정된다는 전제에서다.A씨는 현 제도에서는 월 18만원(9만원은 회사부담)의 연금보험료를 내고,40년 뒤 월 120만원의 연금을 타게 된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당장 2010년에 내야 되는 연금보험료가 20만 7600원(보험료율 10.38%)으로 오른다.A씨가 내는 보험료는 그 뒤 5년마다 2만 7600원(1.38%포인트)씩 올라서 2030년에는 31만 8000원(15.9%)이 된다.40년 후 받게 될 연금은 100만원으로 줄어든다.다만 기존가입자의 지금까지의 소득대체율(평균소득대비 연금지급률)은 인정된다.1988년 가입한 B씨를 보자.B씨는 1988∼1998년은 70%,1999∼2003년은 60%,2004∼2007년은55%,2008년부터는 50%의 소득대체율을 적용하는 식이다.결국 이번 제도개편으로 새로 연금에 가입할 젊은 층만 불리해졌다는 얘기도 된다. ●왜 바꿨나 현 제도로 계속 가면 2047년에는 연금이 완전히 바닥나기 때문에 ‘연금액 감소,보험료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연금재정이 어려워진 것은 급속하게 빨라진 고령화 추세와 연관이 깊다.우리나라는 2019년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여기에다 출산율마저 크게 떨어지고 있다.이렇게 되면 연금보험료를 내야 할 젊은이들은 감소하고,연금을 받게 될 노인은 점점 많아져 재정이 빠르게 고갈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위기 원인은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방만한 구조 탓이다.1988년 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보험료율은 3%에 불과한 데 반해 소득대체율은 무려 70%에 달했었다.지금까지의 ‘저부담-고급여' 체제에서 ‘적정부담­적정급여’체제로 대폭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계 등의 반발이 변수노동계가 연금 개편 저지를 하반기 노동투쟁의 타깃으로 잡고 있는 등 입법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표출될 전망이다.민주노총은 최근 자료집을 내고 “정부 개편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노동계 총력 저지 태세를 모색하는 등 벌써부터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번 입법안에 불만을 나타내며 가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입법안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국회 처리과정에서 정부 원안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더욱이 한나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당초 복지부는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5.85%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다 민주당과의 당정협의 과정에서 민주당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한나라당 내에선 민주당의 ‘입김’이 반영된 정부안을 그대로 추인해주긴 어렵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수기자 sskim@
  • 서울 인구 줄고 家口는 늘어/이혼·독신 급증여파… 올 9만여가구 증가

    서울시 인구가 감소 추세이나 가구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이혼·독신자들이 많아지고 핵가족의 가속화,노후 대비를 위한 인근 수도권 신도시로의 전출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특히 14세이하 유소년 인구가 10년 전보다 무려 27% 가까이 줄어 뚜렷한 출산율 저하를 보여주고 있다.15일 서울시가 발표한 ‘2003년 상반기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인구는 1028만 390명으로 지난해 6월 말에 비해 0.33%인 2만 9636명이 줄었다. 서울시 인구는 ▲2000년 1037만 3234명 ▲2001년 1033만 1244명 ▲2002년 1028만 523명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반면 가구 수는 6월말 현재 368만 2939가구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56%인 9만 1905가구나 늘었다.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가구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주원인은 이혼율 증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2000년 2만 5477건이었던 이혼건수는 2001년 2만 8962건,2002년 2만 9351건으로 증가했다.올 상반기에는 1만 8117건을 기록,이같은 추세라면 올 한해 이혼은 3만 6000건을 웃돌 전망이다. 남녀 성비는 40대 이후 남성의 사망률 증가로 여성 100명당 남성은 93년 101.25명,98년 100.50명,6월 말 현재 100.05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또 유년·청장년 인구가 10년 전보다 각각 26.67%,2.66% 줄어든 반면 고령인구는 42.1% 증가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셋째자녀 양육비 국가서 부담 추진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 등 여야 의원 34명은 11일 셋째 자녀의 만18세까지 양육비용 일부나 전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토록 하는 내용의 출산안정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백 의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1.17명으로 급감하고 있다.”면서 “이 추세라면 인구가 2024년부터 감소하면서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하며,출산비용에 대해서도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조세를 감면할 수 있다. 또 출산율 안정사업을 벌이는 단체나 개인에게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보조해 주며 보건복지부장관 아래 출산안정정책심의회를 둬야 한다. 박정경기자 olive@
  • 이 부부가 사는 법 / 최명주·이묘숙씨

    결혼식에서 신랑이 검은 옷을 입는 이유는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웃자고 하는 말이라지만 분명 결혼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가 가득하다.무덤이란 극단적인 표현이 아니라도 결혼하면 대부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그것이 결혼이고,인생이라 생각한다.그리고 때때로 자조적으로 덧붙인다.“결혼생활이란 게 다 그렇지…”“문제없는 부부가 있나?”이 말들은 문제를 축소시킬 뿐 아니라 자기합리화에 딱 맞다.그러나 문제해결은 애당초 포기하는 말들이다.이럴 때 결혼 당시 자신들의 신념과 약속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엿보는 것은 어떨까.최명주(41·이야기 있는 외식공간 기획실장)-이묘숙(41·대학강사)씨 부부는 참 특별나다.남편 최씨는 세가지 결혼약속을 했고,이를 14년째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세 가지 해방’을 약속 최씨의 이씨에 대한 약속은 ‘세가지 해방’,즉 ‘가사로부터 해방,육아로부터 해방과 무지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가사분담을 하겠다는 약속이야 요즘 웬만한 신세대라면 할 수 있겠다.하지만 육아로부터의 해방이라니? 최씨는 출산과 육아로부터 아내를 자유롭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결혼 후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더 공부하자며 ‘무지(無知)로부터의 해방’을 덧붙였다 한다. “흔히 결혼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희생해야 한다고 하지요.남자는 물론 여성의 경우 결혼 결정은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 같습니다.하지만 저희는 평생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약속한 겁니다.” 게다가 최씨가 사춘기 시절부터,“차 한잔을 놓고 밤새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반려자로 맞겠다.”던 꿈까지 실천하면서 산다.지난 주말에는 영화‘싱글즈’를 통해 새로운 삶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을 새웠다. 최씨는 부부간의 대화는 다양한 경험의 공유가 비결이라고 말했다.“영화,연극,뮤지컬 등 삶을 즐겁게 해줄 재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요.‘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즐길까’하면서 정보를 찾고 1주일 열심히 일한 뒤 주말을 확실하게 즐기면,대화의 소재가 샘솟지요.” 아내 이씨는 남편을 ‘일에는 도전적이고,적극적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잘 우는 여린 사람,남성적이면서 동시에 여성적인 양성성이 제대로 조화된 완벽한 사람’이라고 말했다.좀 과장된 칭찬이라는 지적에 웃음을 보였다.“그래서 흔히 ‘닭살 부부’라고들 해요.10년이 넘었는데도 그렇게 사랑이 넘치느냐고 이상하다고 합니다.하지만 결혼생활이 깊을수록 더 사랑이 깊어지고,커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성공이란 과정을 즐기는 것 최씨는 경기 양평군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4년동안 돈을 벌다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졸업했다.“주민등록도 없던 어린 시절부터 생업의 현장에서 뛰어야 했다.그때 나를 지켜준 것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생각이었다.”그뒤 우연히 외식업체에서 일하게 됐고,결혼과 동시에 두사람이 영국의 한 한식당으로 일을 배우러 가게 됐다.“당시만 해도 외식업이 이렇게 성장할 줄도 몰랐고,요식업이란 말로 천시받았죠.우연히 일도 배우고,공부도 할 수 있는 기회라 무모하게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지요.” 영국에서 그래픽디자인도 함께 배우느라 고생했다는 그는 귀국후 외식업체 ‘놀부’의 기획실장으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말레이시아,중국 등을 누비면서 한식을 세계화하는 데 힘썼다.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대그룹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만큼 외식업체 컨설팅에는 손꼽히는 사람이다.그리고 최근 컨설팅업체를 설립,서울 강남 외식업계를 한식으로 새롭게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전 전통한식만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요.외식산업이 지금은 새로운 맛과 퓨전으로 탐색중이라면 결국은 우리 입맛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거든요.세계인들은 특별한 음식으로 한식을 만나기 시작했고요.” 부인 이씨는 고교 졸업후 애니메이션회사를 다니다 결혼과 함께 영국으로 갔고,웨이트리스로 외식산업을 알게 됐다.한식당의 매니저로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으로 돌아와 ‘놀부’의 점장을 맡았고,95년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다.이어 경희대에서 외식산업학 석사과정을 마친뒤 올해 박사과정에 입학했다.올 가을학기부터는 대학에서 외식산업에 대한 강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지적 허영으로 학력을 쌓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공부 역시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겁니다.언제든 입학한 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더이상 욕심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공부했어요.과정을 즐기고,행복감을 느끼면서요.그랬더니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세상의 아이가 모두 예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질문,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최씨는 조심스러워졌다.“저희도 아이를 좋아합니다.그런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는 문제에 천착하다 보니 아이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었던 것 뿐입니다.내 아이를 낳아서 이기적으로 키우기보다는 세상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녀는 “결혼 전에는 흔히 남자들이 아이 안낳겠다고 하잖아요.그러나 결혼하면 종족 보존의 본능인지 달라지고.처음 약속하면서도 아이 문제만은 믿지 않았어요.결혼 5년,10년째에 그리고 제가 40이 되기 전해에 마지막으로 ‘정말 아이를 원하지 않느냐?’고 물었어요.끝내 남편의 생각이 바뀌지않는 것을 보고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아이를 갖지 않은 데는 시어머니도 영향을 끼쳤다.“80이신 시어머니께서 오히려 두사람만 행복하면 된다고 격려해 주시니까요.” 어버이날,중학생인 조카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으면서 묘한 기분이 된다지만 내 아이가 아니라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 갖가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청소년범죄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그에게 저출산율을 들이대며 ‘비난’의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표현할수록 가슴 설렌다 이들에게 생활 속의 사랑표현을 물었다.이들은 집에서 매일 아침 6시,성대하게 거행되는 ‘아침작별 세리머니’를 소개했다.포옹하고,뽀뽀하는 것는 기본.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악수,문이 닫히기 전까지 손을 흔들어주고 차에 오르기 전 베란다에 나와 있는 아내를 향해 ‘바이바이’,비상라이트를 켠 채 아내의 시야를 벗어나는 250m가량을 주행한다.“이 순간을 진하게 느끼기 위해서입니다.‘이 다음∼’은 없거든요.” 최씨는 가정에서는 물론,직장에서도 ‘다음∼’이 아닌 ‘바로 지금,오늘’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산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아직까지 결혼생활은 남성이 주도하는 만큼 남편의 의식이 결혼생활의 행복을 여는 열쇠”라면서 “닭살 부부로 살아보시지요.”라고 권했다. 허남주기자 hhj@
  • 저출산시대 /키우기 힘들고 능력도 달리고… “아이 안낳을래요”

    아이 키우는 어머니들 가운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을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아이를 제대로 키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 시대 젊은 부부들이 이 말에 동의한 것일까,최근 국내 출산율이 세계 최하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여성 1인이 평생 낳은 자녀의 숫자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1.17로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는 대치출산율 2.1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는 인구문제로 고민해온 유럽의 평균 1.45보다 낮다.더욱이 저출산국가의 인구전환은 약 100∼150년간에 걸쳐 완만하게 이뤄졌으나 우리는 30년만의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속이 더 붙을 것임을 경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이 키우기가 날로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 우리 사회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인구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20∼30대는 왜 아기 낳는 일을 주저하는가.저출산의 원인을 알아봤다. ●아이는 귀여워,하지만… “아빠 사랑해?” 사무실에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전화로 3살 난 아들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한영규(36)씨는 요즘 아이가 주는 행복에 푹 빠졌다.그래서 둘째 계획을 물어봤더니 깜짝 놀라듯 말했다.“하나로 충분합니다.너무 예쁘지만 아이 키우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에요.아파트에서 자라는 탓인지 감기가 잦고,또 열은 얼마나 자주 오르는지….우리 부부에게는 아비와 어미의 역할만 있을 뿐 사랑으로 맺어진 두 남녀의 관계는 이제 완전히 없어진 것 같아요.” 퇴근 후 지친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다는 자상한 남편 한씨의 이야기는 핵가족시대 보편적인 육아의 어려움을 담고있다.그러나 어쩌면 이는 약과일지 모른다.주부가 직장을 갖는 경우,그 어려움은 몇 배가 되기 때문이다. 5살과 4살 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는 염혜숙(32)씨는 서슴지 않고 자신을 만성우울증환자라고 했다.“아무 의욕이 없어요.예상치 않은 야근이라도 걸리면 아이 맡아주시는 아주머니댁에 들러 곤히 자고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데려와야 합니다.겨울에도 땀이 흐를 정도로 힘들어서 그런 밤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왜 하필 남편은 꼭 그런 날에는 더 늦는지.몸이 힘들어서 짜증이 나고 부부싸움이 벌어지지요.왜 사는가 싶을 때가 많아요.결혼을 좀 늦게 할 걸 그랬다고 후회할 때도 있어요.친구들은 아직 미혼도 많은데….” ‘아이는 예쁘지만 너무 힘겹다.’는 젊은 부모들의 말은 지난 세대에게는 ‘엄살’로 비난받기 딱 좋다.“겨우 한둘 키우면서….”그러나 대가족에서 아이 키우던 때와 지금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대책없이 낳을 순 없잖아요 젊은 부부들은 단지 ‘육아노동’을 피하기 위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돌 전부터 시작되는 ‘교육’이라 불리는 ‘경쟁’은 부모들에게 보통 월수입의 30∼40%를 쏟아붓게 한다.또 큰 돈이 들어가는 해외연수와 조기유학 등 돈을 필요로 하는 교육환경으로 인해 부모들은 ‘능력이 돼야 아이를 낳겠다.’는 인식을 자연스레 갖게 됐다. 결혼 4년째 김석호(32)씨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쳤다.“정말 결혼하면 당연히,아무 생각없이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 집장만도 해야 하고,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친가나 처가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결국 남의 손에 맡겨서 목돈들여 키워야 하는데 대책없이 아이만 낳을 수 없지요.조금 더 있다 안정되면 낳을 겁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창규박사는 “결혼 후 출산계획을 미루는 사례가 날로 늘고 있다.3∼5년이 지나서 아이를 갖는 부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예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Double Income,No Kids’의 약어로 딩크(DINK)족이라 불리는 젊은 부부들은 아이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아내 단 둘이 생활하는 가족형태를 유지하고 있다.이는 통계로도 잡혀,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부부만으로 이뤄진 가족이 85년 7.8%에서 점차 증가해 2000년에는 14.8%나 되고 있다. ‘딩크카페’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억(33)씨는 결혼 5년째.물론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출산계획은 잡혀있지 않다.“한창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아이를 낳아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현재의 생활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도 “아기를 싫어하거나 이기적으로 즐기기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며 “선진 외국처럼 육아를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힘을 덜어준다면 나도 아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한 뒤 결혼해 4년째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고연희(32)씨는 “주위 사람들이 아기 키우는 행복감을 이야기할 때면 ‘더 늦기 전에 낳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사건,사고가 너무 많아 아이키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엄두를 못 내겠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김경숙(38·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아이를 하나만 낳은 것을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초등학교 4학년 딸애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00만원에 육박한다.우리는 그리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해외연수나 조기유학 등 남들처럼 뒷받침도 제대로 못하면서 둘째까지 있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교육비 시장규모가 무려 7조원을 넘어섰다.대부분의 부모들은 소득의 30∼40%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현실을 거스를 자신은 없다.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말도 나온다. ●결혼,꼭 해야 할까? 미혼여성들은 “언제 결혼하냐?”는 주위의 성화가 괴롭다고들 한다.그러나 실제로 그 성화가 괴로워서 결혼을 서두른다는 미혼여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적령기’란 개념은 이미 미혼여성들 사이에선 없어졌고 결혼연령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초혼연령이 1990년 남자 27.9세,여자 24.9세였던데 비해 2000년에는 29.3세, 26.5세로 남녀 모두 높아졌다. 결혼이란 사회제도에 대해 ‘필수’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64세 이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연구’에 따르면 ‘결혼,안해도 된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43.8%나 됐으며,특히 30,40대 중반여성이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또한 한국여성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여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대부분(83.0%)이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평생 일하겠다.”고 답했다. 29세의 직장인 최선정씨는 “3∼4년 후 결혼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또 아이문제는 “요즘엔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내 주변의 친구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 요인은 결혼연령 상승과 미혼율 증대,기혼여성의 소자녀관 정착뿐 아니라 산업화와 도시화,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자녀양육부담의 증대 등이라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됐다.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는 아직도 출산정책에 명백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h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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