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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메마른 집단지성’ 맞선… 인간들의 ‘얄팍한 개별성’

    AI ‘메마른 집단지성’ 맞선… 인간들의 ‘얄팍한 개별성’

    영화 ‘부산행’(2016)으로 ‘K좀비’의 지평을 열었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좀비와 인공지능(AI)을 연결시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인간성이 박탈된 채 집단으로만 존재하는 ‘군체’(群體·무리)가 인간을 공격할 때 인간은 무엇으로 대항할 수 있을까. 연 감독은 ‘개별성’에 희망을 거는 듯했다. 한 개인이 지닌 사소한 ‘예외’와 거기서 비롯되는 연대가 우리의 마지막 무기라는 것이다. AI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연 감독이 줄곧 보여준 좀비물의 장점이 만난 덕분인지 ‘군체’는 25일 현재 150만 관객을 넘어서며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연 감독은 ‘군체’를 줄곧 AI에 빗댄다. 그는 지난 20일 간담회에서 “AI라는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 힘을 키우면서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진다”면서 “그런 집단지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시대에 가장 인간다운 것은 개별성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대형 쇼핑몰은 여러 사람이 섞인다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를 구현하기에 적당한 공간이다. 생물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과 정보기술(IT)업 종사자 현희(김신록)·경비원 현석(지창욱) 남매, 학생 소은(이담희)과 불량청소년 무리 등 인물 구도는 뻔하지만, 좀비와 구별되는 인간의 개별성을 드러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 흐름을 완성하는 건 메인 빌런 서영철(구교환)이다. 그는 인간이면서도 좀비를 지배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양측의 틈바구니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감염자를 늘리고, 자신의 말마따나 “얄팍한 개별성”을 무너뜨려 발아래 두고는 그것이 ‘진화의 형상’이라고 강변한다. 구교환은 시사회에서 군체 좀비의 성질을 “100명의 서영철”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목숨을 위협받는 개개인과, 단 한 순간의 환각으로 바스러지는 좀비 떼에게서는 초연결 시대 세태가 주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지난 10년간 K좀비는 관객에게 익숙해진 소재다. 연 감독의 영화 ‘부산행’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2019~2020),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군체’는 집단성과 개별성에 관한 연 감독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앞선 작품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연 감독은 “내가 만든 영화 중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진화’한 좀비의 신선함과는 달리 연 감독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답답한 행동을 일삼는 인물들의 갈등 구도 등 기존에 지적받던 문제점을 이번에도 답습했다. AI 집단지성과 인간성을 대비하겠다는 감독의 의도와 맞지 않는 몇몇 인물과 대사도 군더더기처럼 남았다. 연 감독의 전작에 비해선 덜했지만, 뻔한 신파와 속 터지는 인물들은 좀비들의 빠른 움직임이 주는 박진감을 약화한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AI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성찰을 담겠다는 계획에도 불구하고 ‘군체’의 집단지성은 너무나 얄팍하고, ‘인간’의 개별성은 너무나 메말라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 “검은 반도체에 600억 베팅”… 생산적 금융 뜬다[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검은 반도체에 600억 베팅”… 생산적 금융 뜬다[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오늘 건진 김이 미국 과자봉지로 들어간당께.” 지난달 19일 새벽 4시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진항. 새벽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부두에서 김윤식 해남군수협 어란어촌계장이 채취선 ‘현구호’의 밧줄을 풀며 말했다. 비린 바다 냄새와 젖은 밧줄 냄새가 뒤섞인 항구에서는 출항을 준비하는 배들의 엔진 소리가 연신 울렸다. “예전엔 그냥 물김 팔고 끝이었제. 이제는 (김이) 공장 가고, 수출하고, 어촌 키우는 밑천도 되부러.” 배가 항구를 벗어나자 어불도 인근 바다 위로 김발 수백 줄이 보였다. 스티로폼 부표 사이로 110m 안팎 김발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날 바다에 나온 채취선은 모두 11척. 이날은 어란마을의 올해 마지막 물김 채취 날이었다. 채취기가 돌아가면서 굉음과 함께 검은 물김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회전 칼날이 김발을 스치는 순간 바닷물이 한꺼번에 솟구쳤다. “줄 맞아불면 크게 다쳐!” 김 계장이 소리쳤다. 선원들은 장갑 낀 손으로 남은 김을 긁어모아 자루에 눌러 담았다. 물김 한 자루는 약 120㎏. 배 한 척을 채우면 1.5t 안팎이 된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작업 끝에 채취선들은 물김을 가득 싣고 다시 어란진항으로 돌아왔다. 오전 11시. 해남군수협 어란위판장에서는 호각 소리와 함께 마지막 위판(수협 등이 수산물을 대신 판매하는 위탁판매)이 시작됐다. “2026년도산 마지막 위판 시작합니다.” 경매사가 외치자 도매상들이 가격을 불렀다. 이날 최고가는 김자훈 선장의 물김으로 자루당 24만 1500원이었다. 김 선장은 “값이 괜찮게 나오면 고생한 거 싹 잊어부러”라며 웃었다. 예전 같으면 위판장에서 거래가 다 끝났다. 하지만 이제 김 한 자루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위판이 끝난 물김 자루들은 공장으로 향한다. 세척과 건조, 선별을 거쳐 조미김과 김스낵으로 가공된 뒤 해외 마트 진열대로 올라간다. 미국과 중국, 동남아 소비자들이 집어 드는 ‘K김’의 출발점이다. 수협중앙회(수협)가 최근 오리온과 손잡고 K김 사업에 총 600억원을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협과 오리온은 지난해 300억원씩 출자해 합작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했다. 단순히 어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공장과 브랜드·수출망에 투자해 김 산업 자체를 키우겠다는 승부수다. 김은 이제 ‘검은 반도체’로 불린다. 수출이 급증하면서다. 어란지점을 포함한 해남 관내 물김 위판장 6곳의 올해 위판 물량은 48만 7936포대. 전년보다 13.7% 줄었지만 거래 금액은 1046억 3643만원으로 외려 26.3% 늘었다. 물량보다 부가가치가 더 커진 까닭이다. 돈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수산 금융은 어민에게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금융’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수협은 김 공장 설립에 직접 투자하고, Sh수협은행은 신설 법인에 외화 한도를 열어 수출 자금을 지원한다. 완성된 제품은 오리온의 글로벌 유통망을 타고 해외로 팔린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김이 가공·수출을 거쳐 다시 산지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지금까지는 수산물 거래를 위한 자금 공급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가공·브랜드·수출까지 산업 전반으로 금융이 확대되고 있다”며 “K김 사업은 시장을 유지하는 소극적 금융에서 산업을 직접 키우는 적극적 투자 금융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 [단독] 경복궁 이어 덕수궁 결혼식… 일상 들어온 문화유산 공간

    [단독] 경복궁 이어 덕수궁 결혼식… 일상 들어온 문화유산 공간

    고궁박물관 은행나무 쉼터 개방16쌍 모집에 15개국 293쌍 지원내년엔 봄·가을 덕수궁까지 열려유산청 “예산 확대·장소 더 물색” “신청자가 없으면 어찌할지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큰 관심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죠.” 국가유산청의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이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경복궁 권역에서 덕수궁 권역까지 확대된다. 25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올해 가을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 시작되는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이 내년에 덕수궁 권역까지 추가 개방된다. 앞서 지난 4월 유산청은 청년 세대의 혼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궁박물관의 명소인 은행나무 쉼터를 혼례 장소로 무료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신청자를 모집했다. 문화유산 공간을 활용한 특별한 결혼식을 제공함으로써 궁궐을 시민의 일상으로 돌려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고궁박물관 앞의 100여년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 주변은 경복궁과 고궁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휴식 공간이다. 은행나무와 형제처럼 곁을 지키고 서 있는 느티나무, 광화문, 흥례문, 근정전으로 이어지는 검은색 궁궐 기와지붕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 우뚝 솟은 북악산과 인왕산까지 빙 둘러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해마다 가을이면 노랗게 흐드러진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일부러 찾는 공간이다. 결혼식은 하객 100명 내외 규모의 소규모로 진행되며 일반 예식과 전통 혼례 모두 가능하다. 고궁박물관은 해당 사업을 통해 예식 공간과 함께 실내 피로연장 대관과 비품비 100만원을 지원하며, 저소득층,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배려자 2쌍에게는 65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내세웠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처음 선보이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16쌍 모집에 293쌍이 지원하면서 18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을 포함해 15개국에서 지원이 몰려들었다. 이 중에는 경제적 사정으로 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드라마 속 궁에서 하는 결혼식을 동경했던 신부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준비하는 남편부터 소말리아 해역 파병 등 이곳저곳 옮겨가며 근무하느라 장거리 연애를 할 수밖에 없는 해군 장교, 어려서부터 꿈인 배우 활동을 하며 적은 수입에 일반 예식장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커플까지 다양한 사연을 담은 신청서가 몰려들었다. 유산청은 지원 일정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늘리고 지원 대상도 16쌍에서 28쌍으로 늘렸다. 내년부터는 가을만 진행하던 사업을 봄, 가을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추가로 덕수궁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덕수궁 권역에서 결혼식 장소로 고려 중인 곳은 석조전 앞마당이다. 석조전은 덕수궁 내 고풍스러운 전각들 사이에 서 있는 웅장한 서양식 신고전주의 양식의 근대 건축물이다. 구한말 대한제국의 근대화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산청 관계자는 “문화유산 공간인 궁궐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던 과정에서 탄생한 사업”이라며 “폭발적인 인기에 내년 예산을 대폭 늘리고 더 많은 장소를 물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우주 읽고 드론 띄우고 지역 키우고… 현장 품은 금융의 대변신[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우주 읽고 드론 띄우고 지역 키우고… 현장 품은 금융의 대변신[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책상 위 숫자였던 금융이 현장으로 가고 있다. 여의도에서 출발한 돈이 위성의 눈과 뇌가 되고, 부산 앞바다에서 드론을 띄우며, 제주 기업을 키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몰렸던 자금이 기술과 산업, 지역으로 이동하는 ‘생산적 금융’ 실험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인공위성 스타트업에 투자기술·성장성 함께 검토해 적극 지원자본 잠식 해소… 기업 경쟁력 강화25일 서울 여의도 텔레픽스 사무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는 이란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 위성사진이 떠 있었다. 같은 장소를 찍은 ‘이전’과 ‘이후’ 영상이 겹쳐지자 활주로 일부가 검게 변했다. 엔지니어가 화면을 확대했다. “여기 보시면 항공기 최소 4대 이상이 파괴된 걸로 추정됩니다.” 인공지능(AI)이 기체 전면부와 날개 손상, 주변 화재 흔적까지 자동으로 표시했다.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위성 데이터와 AI만으로 피해 규모를 읽어낸 것이다. 텔레픽스는 자체 큐브위성 ‘블루본’과 AI 분석 솔루션 ‘샛챗’을 결합해 분쟁 지역과 산불, 원자재 흐름까지 분석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경북 산불 때는 위성 사진 전후 비교를 통해 의성군 피해 면적을 약 108㎢로 계산했고, 글로벌 항만에 쌓인 원자재 규모도 위성 데이터로 읽어냈다. 은행 입장에서 이런 회사는 ‘익숙한 고객’이 아니었다. 공장 담보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도 부족한 기술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재무제표 대신 기술과 산업 가능성을 먼저 봤다. 우리은행은 투자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우선주로 전환해 텔레픽스의 자본잠식(누적 적자로 자본금이 줄어든 상태)을 해소했다. 이후에는 위성 운영 경험과 데이터 축적 능력, AI 모델 경쟁력을 바탕으로 추가 자금을 공급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담보 부족으로 대출이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미래 기술력을 함께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텔레픽스는 최근 헝가리 정부의 지구관측 위성 프로젝트(HULEO)에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카메라 시스템 공급 계약을 따냈다. IBK기업은행, 드론 기업에 51억 지원투자받은 후 다른 곳과 협업도 가능“자금 마련 어려움 풀고 경영에 집중”지난 22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 비행 공역. 드론 프로펠러 8개가 동시에 굉음을 내자 대형 기체가 순식간에 떠올랐다. 강한 바닷바람에도 드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관제실 모니터에는 비행거리와 고도, 배터리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이곳은 해양드론기술이 운영하는 드론 배송 거점이다. 앱 ‘나라온’으로 주문하면 바다 위 선원들에게 드론이 직접 물건을 배달한다. 관계자는 “선원들이 짜장면과 멀미약도 주문한다”며 “바다 위 편의점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대 50㎏까지 운반 가능하다. 참치 어군 탐지 사업으로 성장한 해양드론기술은 최근 드론 배송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황의철 대표는 “초기에는 자금 조달 부담 때문에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흐름이 바뀐 건 IBK기업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IBK창공’ 참여 이후다. 은행 대출뿐 아니라 IBK벤처투자·IBK캐피탈 등 계열사를 통해 총 5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다른 투자사 협업도 쉬워졌다. 수주 선박은 2년간 12척에서 올해에만 20척이 추가됐고, 필리핀 선사와 6척의 계약도 따냈다. 하나증권, 지역 스타트업 발굴·육성투자처 서울서 지역 현장으로 이동자본시장 연결하는 ‘투자 사다리’생산적 금융은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사무실에는 스타트업 자료가 늘 빼곡히 붙어 있다. 투자 심사역들이 지역 기업 대표들과 연달아 미팅을 이어 가고 있어서다. 하나증권은 올해 부산·제주·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지역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부산에서는 창경센터가 만든 59억원 규모 펀드에 하나증권이 직접 5억원을 넣었다. 대형 증권사가 부산 초기기업 투자에 참여한 첫 사례다. 자금의 80% 이상은 부산 기업에 투자된다. 제주에는 10억원 규모 AI·인공지능전환(AX) 투자 자금이 투입됐다. 핵심은 투자 판단의 중심이 서울에서 지역 현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역 창경센터가 기업을 발굴하면 금융사가 후속 투자와 자본시장 연결까지 맡는다. 지역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과 증시로 이어지는 ‘투자 사다리’가 처음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부산 창경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책 지원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민간 금융사가 직접 내려와 지역 기업을 키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생산적 금융으로 총 43조 8980억원을 공급해 연간 목표액의 54.5%를 달성했다. 정부의 기업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투자와 대출이 동시에 빨라진 영향이다.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총 5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 금융 자금을 산업과 기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 우주 읽고 드론 띄우고 지역 키우고…현장 품은 금융의 대변신[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우주 읽고 드론 띄우고 지역 키우고…현장 품은 금융의 대변신[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담보 대신 기술… 금융이 우주로 갔다 대출 넘어 투자로… 바다 위 드론 키운 생산적 금융지역까지 내려간 돈… 금융권 ‘생산적 금융’ 속도전 책상 위 숫자였던 금융이 현장으로 가고 있다. 여의도에서 출발한 돈이 위성의 눈과 뇌가 되고, 부산 앞바다에서 드론을 띄우며, 제주 기업을 키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몰렸던 자금이 기술과 산업, 지역으로 이동하는 ‘생산적 금융’ 실험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대신 기술’에… 위성 선점한 우리은행 25일 서울 여의도 텔레픽스 사무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는 이란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 위성사진이 떠 있었다. 같은 장소를 찍은 ‘이전’과 ‘이후’ 영상이 겹쳐지자 활주로 일부가 검게 변했다. 엔지니어가 화면을 확대했다. “여기 보시면 항공기 최소 4대 이상이 파괴된 걸로 추정됩니다.” 인공지능(AI)이 기체 전면부와 날개 손상, 주변 화재 흔적까지 자동으로 표시했다.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위성 데이터와 AI만으로 피해 규모를 읽어낸 것이다. 텔레픽스는 자체 큐브위성 ‘블루본’과 AI 분석 솔루션 ‘샛챗’을 결합해 분쟁 지역과 산불, 원자재 흐름까지 분석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경북 산불 때는 위성 사진 전후 비교를 통해 의성군 피해 면적을 약 108㎢로 계산했고, 글로벌 항만에 쌓인 원자재 규모도 위성 데이터로 읽어냈다. 은행 입장에서 이런 회사는 ‘익숙한 고객’이 아니었다. 공장 담보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도 부족한 기술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재무제표 대신 기술과 산업 가능성을 먼저 봤다. 우리은행은 투자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우선주로 전환해 텔레픽스의 자본잠식(누적 적자로 자본금이 줄어든 상태)을 해소했다. 이후에는 위성 운영 경험과 데이터 축적 능력, AI 모델 경쟁력을 바탕으로 추가 자금을 공급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담보 부족으로 대출이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미래 기술력을 함께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텔레픽스는 최근 헝가리 정부의 지구관측 위성 프로젝트(HULEO)에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카메라 시스템 공급 계약을 따냈다. ●대출에서 투자로… 드론 띄운 기업은행 지난 22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 비행 공역. 드론 프로펠러 8개가 동시에 굉음을 내자 대형 기체가 순식간에 떠올랐다. 강한 바닷바람에도 드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관제실 모니터에는 비행거리와 고도, 배터리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이곳은 해양드론기술이 운영하는 드론 배송 거점이다. 앱 ‘나라온’으로 주문하면 바다 위 선원들에게 드론이 직접 물건을 배달한다. 관계자는 “선원들이 짜장면과 멀미약도 주문한다”며 “바다 위 편의점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대 50㎏까지 운반 가능하다. 참치 어군 탐지 사업으로 성장한 해양드론기술은 최근 드론 배송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황의철 대표는 “초기에는 자금 조달 부담 때문에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흐름이 바뀐 건 IBK기업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IBK창공’ 참여 이후다. 은행 대출뿐 아니라 IBK벤처투자·IBK캐피탈 등 계열사를 통해 총 5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다른 투자사 협업도 쉬워졌다. 직원 수는 2023년 11명에서 현재 60명 이상으로 늘었다. 수주 선박은 2년간 12척에서 올해에만 20척이 추가됐고, 필리핀 선사와 6척의 계약도 따냈다. ●“4대 금융 돈 받아보긴 처음”… 하나가 지역에 놓은 ‘투자 사다리’ 생산적 금융은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사무실에는 스타트업 자료가 늘 빼곡히 붙어 있다. 투자 심사역들이 지역 기업 대표들과 연달아 미팅을 이어 가고 있어서다. 하나증권은 올해 부산·제주·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지역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부산에서는 창경센터가 만든 59억원 규모 펀드에 하나증권이 직접 5억원을 넣었다. 대형 증권사가 부산 초기기업 투자에 참여한 첫 사례다. 자금의 80% 이상은 부산 기업에 투자된다. 제주에는 10억원 규모 AI·인공지능전환(AX) 투자 자금이 투입됐다. 핵심은 투자 판단의 중심이 서울에서 지역 현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역 창경센터가 기업을 발굴하면 금융사가 후속 투자와 자본시장 연결까지 맡는다. 지역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과 증시로 이어지는 ‘투자 사다리’가 처음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부산 창경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책 지원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민간 금융사가 직접 내려와 지역 기업을 키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생산적 금융으로 총 43조 8980억원을 공급해 연간 목표액의 54.5%를 달성했다. 정부의 기업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투자와 대출이 동시에 빨라진 영향이다.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총 5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 금융 자금을 산업과 기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 ‘정원오 정책 설계’ 오기형 “G2 서울, 한국 경제 이끄는 견인차 역할” [6·3 인터뷰]

    ‘정원오 정책 설계’ 오기형 “G2 서울, 한국 경제 이끄는 견인차 역할” [6·3 인터뷰]

    오기형(재선·서울 도봉을)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은 ‘소득이 없는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공약과 관련해 “공시지가 상승분만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본부장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재산세는 국세가 아닌 지방세라 조례를 바꾸면 된다”면서 정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협력해 조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청장 후보들로부터 (재산세 감면) 요구가 있었다”면서 “이 제안 자체는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비판하거나 반대할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재산세 감면 대상은 일정 연령 이상이면서 사업·근로소득이 없는 1주택자다. 그는 “60세 전후로 이해한다”며 “소득이 상당 부분 있다면 (제외되는 게) 어쩔 수 없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부동산 세제 기조와 관련해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 이게 가능한 것이냐”며 “세금은 공정과세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세금은 ‘공정성, 효율성, 중립성 측면에서 적절하냐’ 그 지점에서 논의해 가면서 사회적 요구가 있다면 그런 차원에서 대응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500가구 미만 정비 사업 권한, 구청에 이양“기술적으로 막힌 데 풀어 정비 속도 내겠다”공급 부족이 민주당 탓? “그건 좀 심하다”그는 500가구 미만 정비 사업 권한을 구청에 넘기는 것과 관련해선 “좋은 사례가 쌓이면 좀 더 규모를 늘려 넘길 수도 있다”며 “전체 도시 계획에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방어 장치도 충분히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정비 사업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대해선 “우리가 굳이 뒤엎을 이유가 없다”며 “구역 지정 이후 방치된 부분, 기술적으로 막힌 걸 풀어 속도를 내겠다는 게 ‘착착 개발’의 취지”라고 밝혔다. 오 후보가 부동산 공급 부족을 ‘문재인·이재명 정부 탓,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데 대해선 “그건 좀 심하다”며 “그 화살이 본인(오 후보)한테 간다”고 지적했다. 오 본부장은 정 후보가 1호 공약으로 교통 공약 ‘30분 통근도시’를 앞세운 데 대해선 “시민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이제 서울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중심으로 교통망을 재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멈춰 있던 서부선·강북횡단선 등 도시철도 사업 재추진과 관련해 “서부선은 공사비 문제가 합리적으로 조정되면 가능할 걸로 본다”며 “강북횡단선은 서북 지역 대학교와 동북 지역 대학교를 연결하는 노선(일명 유니버시티 라인)으로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고 전했다. 버스 잘못 내리면 15분 이내 같은 버스 환승 활인심야시간대 지하철 노선 따라 운행하는 버스 신설‘세금이 아깝지 않은 정책’(세아정) 중에도 교통 공약이 포함됐다. 버스에서 잘못 내려도 15분 이내 같은 버스를 타면 환승 할인을 해주거나 심야시간대 지하철 노선에 따라 운행하는 ‘서브웨이 팔로어버스’를 도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오 본부장은 “(서브웨이 팔로어버스는) 2호선 지하철이 끊겼을 때 그 노선을 그대로 따라다니는 심야 버스가 있으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심야 버스부터 운행한 뒤 새벽에 출발 시간을 30분 더 앞당기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근 누락’ 사태로 안전 우려가 제기된 GTX-A노선 삼성역 구간과 관련해선 “서울시,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시공사 현대건설 등 전문가들이 모여 안전성 판단과 대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선되면 서울 전역 ‘안전 점검’ 지시“도심 공사 관심수위 더 높여야겠다”경제문화수도로 ‘G2 서울’ 비전 세워 “동북권, 서북권 추가해 5도심 확장”정 후보가 당선되면 즉시 서울 전역 안전 점검을 지시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처음에는 싱크홀 주기적 점검, 상하수도관 적극 교체 등을 언급했는데 GTX 철근 누락이 드러나면서 도심 공사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 수위를 더 높여야겠다는 내부적 공감이 있다”고 전했다. 오 본부장은 ‘G2 서울’ 공약을 “지방과 경쟁하는 서울이 아닌, 스스로 성장하며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서울로 재조정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문화수도’라는 용어를 쓴 것도 이런 콘셉트라고 한다. 그는 또 “서울과 경기·인천을 오가는 생활 인구가 수백만 명”이라며 “주거 문제, 교통 문제를 같이 고민해서 풀어가는 그런 발상이 필요하다. 서울이 먼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인천을 포함한 대서울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키우는 역할도 같이 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도심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교통, 일자리, 주거 등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것도 G2 공약의 핵심이다. 그는 “강남, 명동·종로, 여의도 등 3도심 체계에 동북권(청량리·왕십리 등), 서북권(신촌·홍대 등)을 추가해 5도심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직장과 주거와 즐길 수 있는 곳이 어우러지는 ‘직주락’의 경제 생태계를 그려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검은 반도체에 600억 베팅” 생산적 금융 뜬다[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검은 반도체에 600억 베팅” 생산적 금융 뜬다[생산적 금융 설계도 1회]

    해남 새벽바다서 건진 ‘검은 반도체’물김 위판장 넘어 조미김·김스낵으로수협·오리온 600억 투자로 수출 확대대출 넘어 산업 키우는 생산적 금융으로“오늘 건진 김이 미국 과자봉지로 들어간당께.” 지난달 19일 새벽 4시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진항. 새벽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부두에서 김윤식 해남군수협 어란어촌계장이 채취선 ‘현구호’의 밧줄을 풀며 말했다. 비린 바다 냄새와 젖은 밧줄 냄새가 뒤섞인 항구에서는 출항을 준비하는 배들의 엔진 소리가 연신 울렸다. “예전엔 그냥 물김 팔고 끝이었제. 이제는 (김이) 공장 가고, 수출하고, 어촌 키우는 밑천도 되부러.” 배가 항구를 벗어나자 어불도 인근 바다 위로 김발 수백 줄이 보였다. 스티로폼 부표 사이로 110m 안팎 김발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날 바다에 나온 채취선은 모두 11척. 이날은 어란마을의 올해 마지막 물김 채취 날이었다. 채취기가 돌아가면서 굉음과 함께 검은 물김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회전 칼날이 김발을 스치는 순간 바닷물이 한꺼번에 솟구쳤다. “줄 맞아불면 크게 다쳐!” 김 계장이 소리쳤다. 선원들은 장갑 낀 손으로 남은 김을 긁어모아 자루에 눌러 담았다. 물김 한 자루는 약 120㎏. 배 한 척을 채우면 1.5t 안팎이 된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작업 끝에 채취선들은 물김을 가득 싣고 다시 어란진항으로 돌아왔다. 오전 11시. 해남군수협 어란위판장에서는 호각 소리와 함께 마지막 위판(수협 등이 수산물을 대신 판매하는 위탁판매)이 시작됐다. “2026년도산 마지막 위판 시작합니다.” 경매사가 외치자 도매상들이 가격을 불렀다. 이날 최고가는 김자훈 선장의 물김으로 자루당 24만 1500원이었다. 김 선장은 “값이 괜찮게 나오면 고생한 거 싹 잊어부러”라며 웃었다. 예전 같으면 위판장에서 거래가 다 끝났다. 하지만 이제 김 한 자루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위판이 끝난 물김 자루들은 공장으로 향한다. 세척과 건조, 선별을 거쳐 조미김과 김스낵으로 가공된 뒤 해외 마트 진열대로 올라간다. 미국과 중국, 동남아 소비자들이 집어 드는 ‘K김’의 출발점이다. 수협중앙회(수협)가 최근 오리온과 손잡고 K김 사업에 총 600억원을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협과 오리온은 지난해 300억원씩 출자해 합작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했다. 단순히 어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공장과 브랜드·수출망에 투자해 김 산업 자체를 키우겠다는 승부수다. 김은 이제 ‘검은 반도체’로 불린다. 수출이 급증하면서다. 어란지점을 포함한 해남 관내 물김 위판장 6곳의 올해 위판 물량은 48만 7936포대. 전년보다 13.7% 줄었지만 거래 금액은 1046억 3643만원으로 외려 26.3% 늘었다. 물량보다 부가가치가 더 커진 까닭이다. 돈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수산 금융은 어민에게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금융’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수협은 김 공장 설립에 직접 투자하고, Sh수협은행은 신설 법인에 외화 한도를 열어 수출 자금을 지원한다. 완성된 제품은 오리온의 글로벌 유통망을 타고 해외로 팔린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김이 가공·수출을 거쳐 다시 산지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지금까지는 수산물 거래를 위한 자금 공급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가공·브랜드·수출까지 산업 전반으로 금융이 확대되고 있다”며 “K김 사업은 시장을 유지하는 소극적 금융에서 산업을 직접 키우는 적극적 투자 금융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 인터넷에 ‘혐오 발언’ 쏟아낸 직원, 해고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혐오 발언’ 쏟아낸 직원, 해고할 수 있을까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논란을 계기로 혐오 표현 사용 전적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노동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과거에 혐오를 드러낸 직원이 있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어떤 경우에 해당 직원을 징계할 수 있는지를 노동법 측면에서 짚어봤다. 25일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감봉 등 징벌을 받지 않는다. 노동법 학계와 판례는 ‘사업장 밖’에 해당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혐오 표현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징벌을 위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사생활의 비행이 사업장에 손해를 끼치거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면 판단이 달라진다. 예컨대 A기업의 직원이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을 쏟아냈다는 사실이 밝혀져 A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진다면 징계 및 해고 사유가 된다. 앞서 대법원은 과거 도시개발공사 소속 근로자의 부동산 투기 행위가 공사의 사회적 평가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직원이 근무 중에 사내 메신저나 단체 대화방, 업무 공간에서 특정 성별·지역·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내뱉으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돼 징계받을 수 있다. 다만 입사하기 전에 한 혐오 표현은 ‘직장 내’에 해당하지 않아 적용하기 어렵다.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의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 이력’을 묻는 건 괜찮을까. 채용절차법 제4조의3은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커뮤니티 이력을 물으면 정치 성향을 채용 조건으로 본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박성우 노무사는 “채용 당시 활동 이력을 숨겼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손해 없이 불이익을 주는 것 또한 법적 분쟁의 여지가 있다”며 “구직자가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당한 채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거제야호’ 밈 타고…거제시, 걸그룹 리센느 홍보대사 위촉

    ‘거제야호’ 밈 타고…거제시, 걸그룹 리센느 홍보대사 위촉

    거제시가 걸그룹을 앞세워 도시 홍보에 나섰다. 형식적인 위촉식 대신 ‘숏폼 콘텐츠’로 승부를 건 점이 눈에 띈다. 시는 지난 22일 5인조 걸그룹 리센느(원이·리브·미나미·메이·제나)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2024년 데뷔한 리센느는 감각적인 음악과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빠르게 팬층을 넓히고 있는 신인 그룹이다. 리센느의 대표곡 ‘LOVE ATTACK’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음원 순위에서 역주행했고 대학 축제와 프로야구 응원곡, 숏폼 챌린지 등으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위촉은 방식부터 달랐다. 별도의 행사나 의전 없이, 숏폼 영상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형 위촉’으로 진행됐다.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흐름을 반영해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와 접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영상은 거제시 상징 멘트인 ‘거제야호’로 시작해 주요 관광지를 배경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스토리로 구성됐다. ‘거제야호’는 거제 출신인 리센느 멤버 원이와 일본 국적 멤버 미나미가 갸루(일본에서 유행한 독특한 화장법) 콘셉트를 활용해 진행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나온 멘트가 계기가 돼 퍼진 밈(Meme)이다. 시는 이 밈을 활용해 홍보 콘텐츠를 제작했고 해당 콘텐츠는 리센느 공식 계정과 거제시 공식 계정을 통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공개됐다. 거제시 관계자는 “단순한 일회성 위촉이 아니라, 리센느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협업으로 거제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 [홍기빈의 미래완료] 이란 전쟁 이후의 AI 산업

    [홍기빈의 미래완료] 이란 전쟁 이후의 AI 산업

    시장은 ‘리질리언트’ 즉 회복탄력성이 크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온갖 악재에도 주식시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해 비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급속한 주가 회복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해석들을 자주 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일파만파의 상황 전개, 특히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에서도 그러한 낙관적인 해석이 장기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섣부른 비관론을 펼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상황에서 어떤 조건이 창출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AI 산업이 아직 경제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이룬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AI는 자본재의 성격과 소비재의 성격이 모두 있지만, 두 부문 모두에서 아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구독료 수입은 분명히 늘고 있지만 이것이 현재의 폭증하는 투자를 감당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히 투자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추론 비용도 함께 늘고 있다는 문제이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위해 빅테크 어느 곳도 이 비용을 감당할 만큼 구독료를 인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업들끼리의 거래에서도 수익 전망이 밝지 않다. AI를 구입한 기업들이 단순히 기존 인력을 해고하고 대체하는 용도가 아니라 실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이루어야 하지만,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일을 이루어 내는 기업은 아직 18개 기업 중 1개꼴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AI 빅테크 기업들끼리는 상호 순환 출자 등에 의존하면서 내부의 자금 순환으로 장부를 맞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AI 기업들은 조만간 외부로부터 실제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의 4분기 성장률 전망은 이전의 절반인 0.7%로 떨어졌으며 4월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실업률은 4.4%에 달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환경 전체를 바꾸어 놓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에너지 비용 상승과 금리 상승 압박 두 가지만을 생각해 보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졌고, 금리 상승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장기화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 비용 또한 크게 상승했다. 현재의 AI 산업은 전기와 유동성 두 가지를 한없이 잡아먹으며 연명하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비용 상승과 신용 조달 비용이 모두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벌써 AI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의 위치를 전기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등 대응에 들어갔으며,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서도 대응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모두 비용 상승의 압박을 낳을 것이며, 현재와 같이 미래 수익의 꿈에 의지해 자가발전할 수 있는 상태를 빨리 정리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글이 화제였다. AI는 물론 그것과 결합된 제조업과 소비재들의 등장이 다가오면서 반도체는 이제 특정 산업의 중간재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 문명 전체를 떠받치는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기본적인 물건이 될 것이며, 이는 어쩌면 반도체 산업이 기존 순환 주기를 벗어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규모 이윤을 낳는 기초 인프라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논하면서, 그에 적합한 거시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분명한 설득력과 중요한 적실성을 가진 고민임은 틀림없지만, 이란 전쟁 이후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고려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많은 이들이 이란 전쟁의 조속한 종식과 그 이전의 정상 상태로의 회귀를 기대하고 있다. 전쟁의 끝이 임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가져온 충격은 지구적 경제의 구조를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AI 산업도, 반도체 산업도, 이러한 새로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전망이라면 이제 절반에 불과한 것이 될 수 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탈 스타벅스’와 5·18 정신, 시민의 저항권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탈 스타벅스’와 5·18 정신, 시민의 저항권 [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광고 마케팅은 소비자 생각이 중요분노한 시민들 불매운동 할 수 있어스타벅스, 신뢰 회복 위해 노력해야일각의 터무니없는 주장 용납 안 돼정부·정치권이 나서 ‘응징’하는 모습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맞지 않아시민군, 헌정질서 수호하려고 저항5·18, 정치적 목적에 종속될 수 없어“국가폭력 범죄를 미화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선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응징해야 한다.”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다.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에 대해 아주 직설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재차 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 호응하듯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거들고 나섰다. 자신의 엑스(X)에 “최근 물의를 빚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간 행안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국민 참여 이벤트용 경품으로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스타벅스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긴다면 가차 없이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민주당, 스타벅스 출입 자제령 반스타벅스 운동은 행정부를 넘어 입법부 혹은 정치계 전반으로 번지는 듯한 모양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스타벅스에 출입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매우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6·3 지방선거 민주당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에게 스타벅스 출입 자제령을 내렸다. 사실상 보이콧에 들어간 셈이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헛발질’이 나오기까지 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그는 스타벅스가 지난 2024년 4월 16일에 올린 ‘사이렌 클래식 머그 시리즈’를 문제 삼았다. “신화에서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세이렌을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 이벤트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창립되었으며 그때부터 줄곧 그리스 신화 속 인어인 ‘사이렌’을 로고로 삼아 왔다는 역사적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발언이었다. 심지어 지난 23일 이 대통령이 이 발언을 본인의 엑스에 인용하면서 스타벅스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모든 논의에 앞서 우선 필자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겠다. 나는 스타벅스코리아가 5·18에 공개된 광고 이벤트에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쓴 행위를 옹호하지 않는다. 설령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조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광고 마케팅은 표현하는 사람의 의도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의도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거북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는 한, 기업으로서 스타벅스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방향은 의문스럽다. 개별적인 소비자나 민간단체 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직접 관계자나 유족들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스타벅스를 “응징”해야 한다고 나서는 이 모습은 기괴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지금 정치권이 보이는 모습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계엄군에 맞서 무장하고 목숨을 내건 항쟁을 했던 시민군의 정신과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항권, 가장 중요한 헌법적 권리 일각에서는 5·18은 민주항쟁이 아니라 무장 폭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헌법과 그 정신에 대한 완전한 무지에서 비롯된 말이다. 계엄군에 맞서 총을 들고 싸운 것은 국민의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다. 저항권은 각국의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거나 묵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헌법적 권리다. 가장 중요한 사례를 두 개 꼽아 보자.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20조 4항은 ‘모든 독일인은 헌법적 질서를 폐지하려는 자에 대하여 다른 구제 수단이 없을 경우에는 저항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총기 소지의 자유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수정헌법 제2조 역시 마찬가지다. ‘규율이 잘 서 있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국민이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가짐으로써 민병대를 구성하고, 주나 연방 정부가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하면 맞서 싸울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군이 지키고자 했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전복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넘어선 무언가를 향하는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전남도청을 거점으로 삼아 계엄군과 맞서 항전하던 시민군의 목적의식은 분명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군사정변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자 한 것이다. 시민군은 태극기를 두르고 애국가를 부르며 싸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에 입각해 불법적으로 동원된 군사력에 항전했다는 뜻이다. 역사학계에서 수많은 논문을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시민들의 애국심은 때로는 반공주의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혹시라도 시민군으로 자원하는 인원 중 북한에서 보낸 간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남도청에는 간첩 여부를 조사하는 조사과가 따로 설치되어 있을 지경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와 진영에서 제기하는 ‘5·18 간첩설’은 실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시민군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공산주의 독재국가 북한과 전혀 상관없는 무언가였다. 5·18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그 주권을 박탈하고자 했던 군부에 맞서 저항권을 행사한 사건이다. 둘째, 5·18 정신은 특정 진영의 특수한 정치적 목적에 종속될 수 없다. 8·15 광복 이후 6·25 한국전쟁을 거쳐 확립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역사적 흐름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폭압적인 권력에 맞선 시민의 저항권뿐 아니라 자유로운 선거와 책임정치, 기업 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까지 그 모든 것을 지키고자 한 싸움이 바로 5·18이었던 것이다. ●정부·정치권 과잉 대응 ‘불편’ 다시 한번 강조하자. 스타벅스코리아의 의도가 어찌 되었건 5·18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그것은 실패한 마케팅이다. 대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5·18에 대한 비하와 조롱으로 비칠 수 있는 마케팅 문구가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비자가 그렇게 받아들였고 불매운동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기업 차원에서 감수해야 할 일이다. 분노한 소비자가 스타벅스를 불매하거나 이용을 꺼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타벅스는 당장의 매출 저하와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손상 등 다각도로 그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사안을 정치권에서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도 그리 책임이 크지 않은 누군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응징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과도하다. 스타벅스에 분노하는 다수 국민조차 정부의 과잉 대응에 불편해하는 까닭이다. 이것은 민주국가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 행안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불매 운동을 제안하는 것 또한 사뭇 충격적이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개인이나 기업을 향해 이토록 직접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민주국가를 배경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갓 권력을 잡았던 나치 정권은 1933년 4월 1일 유대인 상점 불매 운동(Judenboykott)을 벌였다. 기시감을 접기 어렵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5·18 특별법을 개정해 이와 같은 사례를 ‘예방’하고 ‘처벌’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 발상이야말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 등 사인(私人)의 문제를 공적 영역에서 법으로 가로막고 처벌하는 영역을 늘리면 늘릴수록 대한민국은 5·18 정신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5·18 정신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며, 자유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김일성 만세’를 인정하는 데 있다.” 자유를 노래한 4·19의 시인 김수영이 한 말이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광고도 마찬가지다. 불매를 하든 계속 스타벅스를 이용하든 그 모든 판단과 결정은 시민의 몫이다. 이 대통령과 정치권은 이 논란에서 손을 떼야 한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한국 언론 공공성 기틀 세운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별세…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서 25일 발인

    한국 언론 공공성 기틀 세운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별세…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서 25일 발인

    한국언론학회장, 초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등을 지내며 한국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 확립에 헌신한 박영상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유족과 한양대 동문회 등에 따르면 박 명예교수는 23일 오전 9시 43분쯤 서울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84세. 박 명예교수는 현장 기자에서 출발해 학계에 투신한 한국 언론학계의 원로다.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가톨릭대 신학부 예과를 거쳐 한양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1968년부터 1975년까지 합동통신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언론 실무를 익혔다. 당시 권력의 언론 통제에 환멸을 느끼던 고인은 학계에 투신하기 위해 미국 미주리대로 유학을 떠나 신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5년 한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접한 권력의 추악함에 환멸을 느껴 유학을 떠났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한 바 있다. 1983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강단에 선 이후 2008년까지 25년 동안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언론계의 질적 성장을 견인했다. 1999년 한국언론학회장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을 지내며 학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했고 언론인의 모임인 관훈클럽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론가에만 머물지 않고 현장과 학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저널리즘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매진했다. 박 명예교수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기초해 2005년 설립된 뉴스통신진흥회의 초대 이사로 참여하며 국가 기간 뉴스통신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뉴스통신사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언론학계의 평가다. 고인은 2012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의 위원장, 2016∼2019년 SBS 시청자위원장도 역임했다. 저서로는 ‘뉴스란 무엇인가’, ‘언론자유의 재개념화를 위한 시론’, ‘언론과 철학’ 등을 남겼다. 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직속 자문기구 저널리즘위원회를 이끌며 ‘현장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현장기자를 위한 진짜 Q&A’ 등도 펴냈다. 유족은 부인 김종숙 씨와 자녀 박은영·주영·경식씨, 며느리 니키 스타마텔로스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10시다. 장지는 인천푸른바다 해양장이다.
  • ‘1박2일’ 하차 유선호, 작심 폭로 “이건 거짓말 버라이어티”

    ‘1박2일’ 하차 유선호, 작심 폭로 “이건 거짓말 버라이어티”

    ‘1박 2일’에서 하차하는 배우 유선호가 제작진에게 불만을 드러낸다. 오는 24일 방송되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에서는 경상남도 남해군에서 펼쳐지는 ‘남해 홀리데이’ 첫번째 이야기가 공개된다. 이날 멤버들은 ‘남해 홀리데이’라는 여행 콘셉트에 걸맞게 오프닝부터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호화로운 자유 여행을 시작한다. 특히 오전 9시부터 5성급 호텔로 향한 김종민, 문세윤, 딘딘은 그동안 ‘1박 2일’에서 누려본 적 없던 사치 여행을 즐긴다. 그러나 제작진이 이야기한 ‘남해 홀리데이’라는 여행 콘셉트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다섯 멤버는 여행 도중 복불복으로 조업에 동원돼 노동을 해야 하는 벌칙을 수행해야 했다. 그중 얘기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최고난도 조업 벌칙이 공개되자 김종민은 “김병만 형이 이거 하다가 울었다니까”라며 항상 얼굴에 띄고 있던 미소마저 잃는다. 남해에서 여유 있게 자유 여행을 즐길 거라 생각했던 ‘1박 2일’ 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막내 유선호 또한 “왜 ‘1박 2일’은 처음부터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어요? 이건 거짓말 버라이어티”라며 제작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녹화 전날 밤 서울에서 출발해 사실상 2박 3일 일정을 소화하게 된 이준이 급기야 촬영 도중 컨디션 난조를 보여 바닥에 드러눕기까지 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오는 24일 일요일 오후 6시 10분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22년 12월부터 3년 6개월간 ‘1박 2일’ 고정 멤버로 활약해온 유선호는 오는 31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한다. 유선호는 ‘1박 2일’에 대해 “전국을 누비며 여행했던, 평생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이라며 “‘1박 2일’에서의 여행은 끝이 났지만, 앞으로도 평생 함께할 든든한 형들을 얻어서 너무 좋고 감사하다. 아무것도 아닌 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 佛아비뇽 가는 리퀴드사운드의 신작…국악위크서 첫선

    佛아비뇽 가는 리퀴드사운드의 신작…국악위크서 첫선

    서울남산국악당이 ‘국악의 날’(6월 5일)을 기념해 ‘국악위크’ 특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통예술 창작단체 리퀴드사운드의 신작 ‘보컬 스페이스(Vocal Space) - 조각눈’을 6일 서울 중구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선보인다. 리퀴드사운드는 2026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은 단체다. 한국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현대무용, 설치미술, 바로크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해온 리퀴드사운드는 이번엔 판소리와 정가를 중심으로 전통 성음(聲音)의 물질성과 공간성을 탐구한다. ‘서사 전달에 가려진 전통 목소리 자체의 음악적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발성법·농음·시김새·아니리·발림 등을 해체하고 재조합한다. 음성의 파편들이 공간 안에서 충돌하고 확장하며 전통 성음의 물리적 감각을 만나는 시도다. 총 3막으로, 1막 ‘조각 공간-소리의 파편’에서 해체된 음성이 공간에 흩어지고, 2막 ‘빈 공간-심연의 침묵’에서 침묵과 여백으로 긴장을 드러내며, 3막 ‘현존 공간-열린 판’에서 분절된 소리가 다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인보 리퀴드사운드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작곡 주준영, 안무 심주영, 무대디자인 이휘순이 참여했다. 소리꾼 신유진·이혜진·구민지와 연주자 최혜원이 출연해 전통 성음의 다층적 질감을 구현한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어 무대 위에 의자와 방석을 배치했다. 공연은 당일 오후 3시·6시 두 차례 열리며, 전석 3만원이다. 예매는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누리집(www.sgtt.kr)에서 가능하다.
  • “교육감 직무평가 꼴찌”…조전혁·한만중, 현직 정근식에 공세

    “교육감 직무평가 꼴찌”…조전혁·한만중, 현직 정근식에 공세

    서울시교육감 선거 첫 TV토론회에서 현직 교육감인 정근식 후보가 집중 공세를 받았다. 보수 진영의 조전혁 후보는 학생인권조례와 민주시민교육, 선거법 위반 의혹 등을 고리로 공격에 나섰고, 같은 진보 진영의 한만중 후보 역시 사교육·특권학교 문제 등을 앞세워 정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22일 개최한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는 8명의 후보 중 세 후보가 참석했다. 이번 토론은 교육활동 보호 방안, 교육격차 해소, 교육재정 배분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가장 거센 공세는 조 후보가 주도했다. 조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전국 교육감 직무수행능력평가에서 거의 매달 꼴찌 수준”이라고 직격했고, 정 후보는 “수도권 교육정책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해 평가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기준으로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조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문제도 파고들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책임 없는 권리만 강조하는 조례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후보는 “서울시의회가 폐지를 추진했지만 결국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후보를 향한 공세는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도 번졌다. 조 후보는 “정 후보가 직무정지 이전 공무원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을 했고, 보좌진을 통해 조직적으로 경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사실이라면 당선무효형 사안”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정 후보는 “학생들이 보고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 계획된 주제를 심하게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급된 내용은 나중에 잘 증명하겠다”고 대응했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한 후보도 “오늘 토론이 그 문제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교육격차 문제를 두고 정 후보를 정면으로 겨눴다. 그는 영유아 국제학교와 사립초 선호 현상을 언급하며 “출발선 평등을 말하면서 사교육 격차를 유발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공교육 불신과 돌봄 문제가 사립초 선호의 원인”이라며 “4세·7세 고시와 조기 영어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는 “사립학교를 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경쟁력 없는 공교육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학교별 학업성취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시민교육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조 후보는 정 후보에게 “이재명 대통령 관련 공소 취소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으며 정치 편향 논란을 제기했다. 이에 정 후보는 “12·3 비상계엄 이후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면서도 “정치적 이슈를 교육 현장에 과도하게 들여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 윤병태 후보, 민주당 지방선거 출정식 “나주 대도약 시대 열겠다”

    윤병태 후보, 민주당 지방선거 출정식 “나주 대도약 시대 열겠다”

    더불어민주당 윤병태 나주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의 막을 올리며 “전남·광주 통합시대의 중심축으로 나주를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혁신도시 완성과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주여건 개선 등을 앞세워 본격적인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21일 오후 빛가람동 한전KDN 사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원팀 출정식’을 열고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출정식에는 신정훈 국회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도·시의원 및 비례대표 후보 전원이 참석해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 정부 성공을 결의했다. 윤 후보는 출정 연설에서 “오늘은 멈출 수 없는 나주 대도약 시대를 향한 역사적 출발점”이라며 “민주당 후보들의 압도적 승리를 통해 유능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특히 전남·광주 통합 논의와 맞물린 나주의 전략적 위상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전남·광주 통합시대를 앞두고 나주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그 중심에는 빛가람 혁신도시가 있으며, 혁신도시는 반드시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공약으로는 농협중앙회를 포함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제시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신정훈 국회의원과 함께 공공기관의 나주 집중 이전을 실현하겠다”며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청과 시의회 청사 유치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윤 후보는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는 클러스터 부지에 공공기관을 유치해 혁신도시 기능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빛가람동의 젊은 인구 구조를 반영한 생활밀착형 공약도 제시했다. 윤 후보는 △대학병원 부설 산모·어린이 종합병원 유치 △어린이 진로체험 테마파크 조성 △어린이용품 복합쇼핑공간 확충 △한국에너지공과대학과 연계한 에너지영재교육원 설립 등을 약속하며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젊은 가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혁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민선 8기 주요 성과로 △1조2000억원 규모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3500억원 규모 국가에너지산단 지정 △국립에너지전문과학관 설립 확정 △영산강 정원 조성 등을 거론하며 “이미 시작된 변화를 끝까지 책임 있게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주 서미애 기자
  • [속보] 코스닥 급등에…이틀 연속 매수 사이드카

    [속보] 코스닥 급등에…이틀 연속 매수 사이드카

    코스닥이 22일 장 초반 4%대 급등하며 오전 9시 33분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매수 사이드카는 지수가 급등했을 때 향후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시장조치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3.46포인트(1.22%) 오른 1119.43으로 출발해 단번에 단숨에 1150선으로 치고 올랐다. 그 뒤 상승 폭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오전 9시 42분 현재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5.33포인트(4.63%) 오른 1157.18을 가리키고 있다.
  • 외인 매도 vs 개인 매수 ‘팽팽’…코스피 보합 출발

    외인 매도 vs 개인 매수 ‘팽팽’…코스피 보합 출발

    전날 급등으로 차익실현 압력 ↑美·이란 협상, 금리 정책 등 혼재환율 1.4원 내린 1503.7원 출발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세와 개인·기관의 순매수세가 엇갈리며 코스피가 장 초반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오전 9시 19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1포인트(0.01%) 오른 7816.40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0%대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장 중 7792.65까지 밀렸다가 7886.64로 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이 8000억원대 순매도하는 반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7000억원대, 800억원대 순매수 중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혼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1.59%), SK하이닉스(-0.72%), 삼성전자우(-0.85%), 현대차(-3.30%) 등 전날 강세를 주도했던 종목이 소폭 떨어졌다. 반면 SK스퀘어(0.42%), LG에너지솔루션(3.24%), 삼성전기(2.91%), 두산에너빌리티(4.61%), 삼성생명(0.99%), HD현대중공업(0.45%) 등은 강보합이었다. 이날 코스피가 이렇다 할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것은 간밤 미국 증시가 강세 마감했지만, 전날 급등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고 미국·이란 간 협상 뉴스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전일 역대급 폭등을 또 한 차례 연출해 최근 급락분을 상당 부분 만회한 상태”라며 “미·이란 협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정책 등 외생 변수 뉴스 플로우가 빈번하게 바뀌고 있어 변동성 확대는 당분간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밤 미국 증시는 장 초반 약세를 보였다가 장중 반도체주 위주로 반등에 성공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0.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0.17%, 나스닥 지수 0.09% 등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원 내린 1504.7원으로 출발했다.
  • 대한민국 1호 파크골프 실업팀 창단…천류 TEAM K-TIGER

    대한민국 1호 파크골프 실업팀 창단…천류 TEAM K-TIGER

    파크골프 열풍이 거센 가운데 대한민국 1호 파크골프 실업팀이 출범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중소기업인 천류는 자회사 소속인 파크골프 전문선수단 TEAM K-TIGER를 창단했다고 22일 밝혔다. TEAM K-TIGER 창단 선수는 올해 밀양시장기 우승 등 화려한 파크골프 입상 경력을 지난 파크골프 전국 랭킹 1위인 이한웅 선수단장과 강호상·이학용·차화영 등 전국 상위 랭커 선수 13명으로 구성됐다. TEAM K-TIGER는 체계적인 훈련과 경기력 향상을 통해 파크골프의 스포츠 정신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강봉열 천류 대표는 “TEAM K-TIGER 창단은 단순한 선수단 출범이 아니라, 한국식 파크골프 문화를 만들어가는 첫 출발점”이라며 “TEAM K-TIGER가 파크골프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주역이 되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천류는 낚시 및 레저 전문기업으로 36년간 낚싯대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탄소섬유 제조 기술 등을 바탕으로 탈착식 파크골프채 및 관련 장치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듈형 파크골프채 양산에 들어갔다. 천류는 향후 파크골프의 가족 스포츠화를 위해 유소년팀도 창단할 계획이다.
  • [열린세상] 책의 운명, 대형 서점의 미래

    [열린세상] 책의 운명, 대형 서점의 미래

    “광화문에 교보문고가 없다면….”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온 김에 안부 전화했다는 지인의 말머리였다. 남쪽 주 출입구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를 보며 서울의 가장 비싼 땅에 서점을 세운 철학과 반세기 가까이 변함없이 서점을 운영하며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 온 모회사 교보생명이 지향하는 인문 정신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조회 수 수백만이 넘는 ‘매년 적자 나도 절대 문 안 닫는 전설의 서점 교보문고’와 같은 제목의 콘텐츠가 많다. 또한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창립자 대산 신용호 선생의 부친과 형이 독립운동을 한 민족 기업이라는 점과 대산 선생이 유년기에 병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대신 열흘에 책 1권씩 읽는 ‘천일 독서’로 학업을 이루었다는 일화도 함께 회자된다. 실제로 교보문고는 개점 이래 출판과 지식산업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왔고 지식사회 또한 ‘교보문고이니까’라며 당연시해 왔다. 교보문고를 열 때 대산 선생이 당부했다는 초등학생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한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더라도 그냥 둘 것, 빼 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앉아서 노트에 책을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간혹 책을 훔쳐 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조용히 타이를 것 등 다섯 가지 운영 지침은 화젯거리를 넘어서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 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를 일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며 책의 종말이 거론될 정도로 출판계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종이책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정보 전달은 디지털의 몫으로 넘기고 사유의 깊이를 더해 주거나 예술적 감성을 담은 소장품의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책을 찾고 사는 곳이라는 서점의 전통적인 개념도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전환이 이루어지면 서점과 출판사의 구분이 없어지고 둘 중 하나는 사라지거나 한몸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주요 4대 서점(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영풍문고)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2조 1682억원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교보문고 매출이 0.7% 증가하고 약 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지만,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투자가 있었던 데다 지난 3년간 적자가 122억~360억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위기감이 커진다. 여기에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세계 최저 수준의 국민 독서 실태를 겹쳐 놓으면 위기감은 절망감으로 바뀐다. 이 위기감은 “교보문고는 적자 나도 된다. 교보생명에서 벌어 지원하면 된다”는 미담 구조에 지식산업계가 안주한 데서 비롯된 것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자 나도 괜찮은 기업은 없다. 그것도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더욱 그렇다. 교보문고보다 훨씬 늦은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일찍이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가게’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지식재산권(IP) 기업이자 정보기술(IT) 인프라와 AI 혁신을 주도하는 세계 최고의 빅테크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일본의 쓰타야 서점도 디지털과 인터넷이 줄 수 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기획, 제안하는 회사’로 거듭나며 전 세계 서점들의 롤 모델이 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이은 대규모 증자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지속하거나 간신히 이익을 내기만 해도 괜찮다는 미담 구조는 새로 쓰여야 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만이 미담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며 공적 역할도 확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IP 중심으로의 혁신적인 사업 구조 전환과 새로운 가치 창출만이 책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서점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곽효환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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