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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포럼] 노사 기본틀 다시 짜라

    ‘공정한 규칙 제정자’에 충실을 재계, 친노동정책 수정 요구 노사문제 전문가인 K씨는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인한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지켜보면서 10년 전 ‘무노동 무임금’ 혼란을 떠올렸다고 한다.당시 이인제 노동장관은 ‘무노동 무임금’이 법 해석상 잘못됐다며 ‘무노동 부분임금’이라는 잣대를 들고 나왔다.그러자 노동계는 “파업을 해도 임금은 보장된다.”는 논리로 노조원들을 독려하면서 이를 무기로 사용자측을 압박했다.이 전 장관이 노동장관에서 물러나면서 ‘무노동 부분임금’은 용도폐기됐지만 다시 ‘무노동 무임금’으로 돌아오기까지 기업들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 노사 힘의 균형을 통해 사회통합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던 참여정부가 두산중공업과 철도노조 파업사태,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 등을 겪으면서 심각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재계와 보수층에서는 잘못된 친노동 정책이 빚은 참사라며 정부 정책 기조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인구 2000만 이상 30개 경제권 가운데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이 최하위라는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보고서 내용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미국 재계도 한국의 노사문제가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우리 정부에 강도높은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참여정부의 노사정책 기조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세에 대해 대응논리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물류대란 사태가 확산되자 정부내에서는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부재’라는 국정 운용체계의 허점이 거론되기도 했다.그러나 재계 등에서는 친노동이라는 새 정부의 바뀐 국정 코드에 따른 혼란이 최우선적으로 지적됐다.관련부처들이 코드에 어떻게 맞출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단계까지 확산됐다는 것이다.일부 관료들도 참여정부가 내세운 ‘대화와 타협’에 코드를 맞추려다 보니 과거처럼 법과 원칙을 앞세울 수 없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정부는 뒤늦게 법과 원칙 고수라는 옛 잣대를 들고 나왔으나 한번 터진 봇물은 쉽게 잡히지 않을 기세다.민주노총은 물류대란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던 지난 11일 법외단체인 교수노조를 포함한 공공부문 5곳의 노조연대 결성식에서 사회복지예산 20% 확충(현재 15% 내외)과 공공부문 노동3권 보장 등을 정부측과 공동교섭하자고 요구했다.주무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정부측 교섭단의 단장은 국무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와는 별도로 법외단체인 ‘전국 공무원노조’는 전교조 수준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기로 방침이 정해진 가운데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22∼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법임에도 ‘실체 인정’이라는 화물연대 집단행동 처리과정이 낳은 결과다.말하자면 단체를 결성해 세(勢)만 얻는다면,새 정부가 보호하려는 ‘사회적 약자’로 포장할 수만 있다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 제정자’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섞어찌개’식 해법을 구사할 것이 아니라 노동법 사안이냐,개별법 사안이냐 경계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그것이 진정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길이다.화물연대 사태 때처럼 법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노동계 역시 정부와 사용자를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과거처럼 역풍이 몰아치면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원칙에 따라 노사 기본틀을 다시 짜는 것밖에 없다. 우 득 정 논설위원 djwootk@
  • [씨줄날줄] 크로퍼드 목장 외교

    부시 미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이 국제외교의 상징물로 떠오르고 있다.외국정상이 이곳으로 초대받으면 최상의 외교적 예우와 신뢰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을 정도다.이는 보통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오랜 생활문화에서 기인한다.크로퍼드 목장은 부시 대통령에겐 ‘집’인 셈이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된 외국 정상의 면면을 보면 크로퍼드 목장이 지닌 외교적 위상을 실감나게 한다.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등이 이미 다녀갔다.이라크전을 전후해 국제정치적인 함의는 더욱 뚜렷해진다.이라크전을 지지한 스페인의 아스나르 총리가 지난 2월에,2000여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했던 호주 하워드 총리가 지난 2일 초대됐다.오는 23일 미국을 방문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도 목장 손님이다. 모두 국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이라크전을 지지한 나라의 정상들로,이미 한차례 이상 부시대통령과 회담을 한 바 있다.그래서 크로퍼드 목장이 ‘서부의 백악관’으로 불린다. 크로퍼드 목장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지난 2001년 미국의 대선때이다.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이곳에서 애완견 바니와 산책을 하는 등 한달 가까이 휴가를 보내 이내 국민들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섰다. 국가정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생애 처음 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받지 못했다.회담의 의전 등급도 실무방문(Working Visit)이다.예전 군사독재시절 같으면 생각할 수 없는 의전절차다. 노 대통령도 방미에 앞서 언론사 논설위원들과 오찬에서 “목장으로 초대받았으면 좋았겠지만,부시 대통령의 일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털어놨다.약간은 서운한 속내를 감추려 들지 않았다.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한·미간 북핵 조율은 겨우 출발선상에 서 있기 때문이다. 양승현 논설위원
  • 차세대 성장산업 선정하기도 전에… ‘골병’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가 반도체·휴대전화 등의 뒤를 이어 우리 경제를 견인할 차세대 성장산업에 대한 주도권 쟁탈을 위해 불꽃튀는 3파전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성장동력(엔진)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과 새 정부의 출범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부처의 위상은 물론,10년간 수십조원대로 추산되는 연구개발(R&D)비를 선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개 부처는 사업의 대상과 목표는 서로 비슷한데도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의 추진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이 때문에 새 정부의 국책사업은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과거 벤처육성 과정에서 빚어졌던 정책 혼선과 예산 낭비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같은 내용을 제각각 보고 과기부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반도체와 테라(Tera·단위로 10의 12승)급 나노소자를 결합한 테라비트 반도체 ▲자동차와 연료전지를 결합한 차세대 자동차 ▲생체이식용 인공장기 ▲항암제 등 신약디자인 ▲질병진단용 바이오칩 ▲지능형 분산 컴퓨터 등의 6개 분야가 ‘포스트 반도체-초일류 기술국가 프로젝트’라고 보고했다. 반면 산자부는 지난 16일 초저공해 자동차,3차원 복합가공머신,통신용 플라스틱 광섬유,이동형 디지털TV 등을 예로들어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라고 보고했다.앞서 정통부도 지난달 28일 지능형 로봇,포스트PC,디지털 TV 등 9대 전략품목을 예로들어 ‘IT(정보기술) 신(新)성장산업 발굴전략’이라고 보고했다. 성장산업을 추진하는 주체도 제각각이다.과기부는 기존의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12개 관련부처가 참여한 ‘미래전략 기술기획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산자부는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 의장을 맡고,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차세대 성장산업 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보고했다.정통부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 필요도 없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기존의 ‘정보화전략회의’에서 총괄 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3개 부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나머지 두 곳의 기구는 언뜻 그럴듯해 보여도 사실상 자신들이 각각 주도하는 기구”라고입을 모았다. ●기술이냐 산업이냐. 차세대 성장산업에 대한 논란은 ‘개발기술’을 중시하는 과기부와 ‘산업적 연계성’을 강조하는 산자부간 논리싸움에서 본격적으로 비롯됐다.과기부는 “향후 국가경쟁력을 책임지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국가 R&D를 맡고 있는 과기부가 주도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몇년간 연구개발을 하다보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생산물과 전혀 다른 것이 나올 수도 있다.”며 생산품에만 집착하는 산자부를 꼬집었다.또 “국가 R&D 비용(올해 5조 3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전용할 수도 있어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산자부는 “한개의 프로젝트에 수조원대가 걸린 국가산업인데,개발을 추진하다 상품개발에 실패하면 그때가서 누가 산업계를 책임질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즉 “기술은 제품으로 체화(體化)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아울러 “성장동력 산업은 새로운 전략산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조선 등과 같이 경쟁력이 입증된 주력산업의 기술력을 한층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또 다른 축”이라고 설명한다.지식서비스 산업도 미래산업이라는 주장도 덧붙인다. 정통부는 논리싸움에선 한발짝 물러선 느낌이다.하지만 “기존 휴대전화와 인터넷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통부의 노하우를 되살리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여기에다 국가 성장산업을 추진하는 것은 장관의 평소 소신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문제점과 협의 가능성 대통령 보고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기구 구성 등을 추진한 곳은 과기부다.10개 관계부처와 민간 대표가 참여한 미래전략기술기획단을 발족하기로 하고 지난 11일까지 각 부처에 기획위원을 추천해 줄 것을 의뢰했다.그러나 28일 현재 산자부와 정통부 등 두 부처만 추천하지 않았다.정통부는 “내부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며 명쾌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이에 비해 산자부는 “3개부처 장관 회동 등을 통해 재정리가 필요한 만큼 기획단에 직원을 파견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노골적으로 버티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3개 부처가 힘겨루기를 하는 꼴이 자칫 국민들에게 벤처 악몽을 되살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즉 몇해전 벤처업체 한 곳에 벤처육성자금,중소기업육성자금,과학기술진흥기금 등이 한꺼번에 지원돼 국민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우려다.산자부 관계자는 “목표가 같은 만큼 수조원대의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선 범국가 차원의 조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과학기술 분야에 참여했던 한 교수도 “음성인식 디지털TV의 경우 수신기는 산자부,음성기술표준화는 정통부,인공지능은 과기부 등으로 분야를 나누는 등 공정하고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 청와대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여성으로 살기 엄마로 살아가기] 2부 좋은 엄마 콤플렉스

    희생과 봉사만으론 좋은엄마 될수 없어 아이들에 매달린건 ‘스스로 친 덫' 깨달아 여성으로 사는 큰 기쁨 가운데 하나가 어머니가 되는 것이라면,여성으로 사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 역시 ‘아이키우기’다.요즘은 부모 노릇도 배워야 하는 시대다.부모의 역할에 대해 교육받은 어머니 넷이 ‘좋은 엄마 되기’의 어려움과 교육 후 달라진 자녀교육,가정의 모습 등에 대해 백현정씨의 사회로 이야기를 나눴다. ●백현정 원래 어떤 어머니셨던지부터 얘기할까요? ●고경숙 나는 제도권 교육에 갑갑해하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잘못하다가 애 다 버린다.’는 생각만으로 충고하고,야단치는 옛날식 엄마였어요.공부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만으로 그 ‘때’를 지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했지요. ●김영아 대학원을 졸업한 후 결혼했고 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지만 나는 아이 키우고,집안에만 있었어요.우선 남편이 먼저 학위를 밟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생각에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야말로 가치있는 엄마의일이라고 저 자신을 세뇌시켰죠.그러나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의 나 자신과 엄마의 역할은 늘 부딪혔고 ‘내가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 자신을 혼돈에 빠뜨렸어요.좋은 엄마가 되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조정옥 남편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대충 넘어갔어요.‘나 하나 조용하면 그만’이란 생각이었고,그런 인내로 인해 나는 꽤 괜찮은 아내이고 엄마라는 생각을 했었어요.그런데 문제는 얌전하고 착하기만 한 딸에 대해서 담임교사가 ‘아이 표정이 너무 어둡다.가정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해서 좋은 엄마의 역할에 대해 알고 싶었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팽혜숙 결혼전 교사생활을 했는데, 결혼과함께 남편의 권유로 그만뒀어요. 그때는 나도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생활이 20년이 되니 답답해졌어요.아이들도 법대와 의대로 진학을 하고 나니 ‘내 할일 다했다.’는 생각에 제 목소리를 내고 싶어졌기도 했고요.그러던 차에 부모교육을 받게 됐는데 제가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희생한다는 생각이 있는 한 ‘완전한 행복’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백 하기는 저는 부모교육을 하는 입장이면서도 집에서는 때때로 비교육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어요.그러면 아들이 오히려 ‘엄마가 소리쳤지?’라고 제 잘못을 일러줘 번쩍 정신을 들게 하지요.부모노릇은 정말 어려워요.참,부모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요? ●조 역설적인 표현인데요,억지로 참지 않게 됐어요.나 자신을 알게 되니까 구태여 교양으로 화를 억누르고,꾸미지 않게 됐어요.남편에게도 해묵은 감정까지 토해내고 솔직해지니까 스트레스가 풀렸고 마음이 편해져 부부 사이도 좋아졌어요.아이에게도 그전처럼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오히려 서로 편안해졌어요.딸애가 “엄마,그전에는 화가 나면 이를 악물고 말해서 미웠다.”고 말했어요.물론 아이도 표정이 밝아졌고,아이다워졌어요. ●고 그전에 우리 딸도 “엄마,차라리 화를 내!”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소리지르거나 야단치는 게 나쁘다는 생각만 했지 화를 꾹꾹 눌러 참는 것이나쁘다는 생각은 안 했지요.부모교육을 받고난 후 아이에게 오빠와 비교만 했던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어요.그러자 “엄마가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하신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선뜻 나를 이해해주고,“그래도 좋은 엄마”라고 인정해줬어요.검정고시 준비하는 딸애를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는 당당함도 생겼어요. ●팽 단지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고,공유하는 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됐다는 사실입니다.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행복하고,부부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백 실제로는 좀 ‘나쁜 엄마’가 되신 것 아니세요? ●김 물론 겉으로는 가족들의 생활이 좀 불편해졌지요.그러나 그동안 내가 좋은 엄마 되려는 욕심에 가족들에게 가족공동체로서의 역할분담을 맡기지 않고,힘들어도 나 혼자 일하면서 가족들에게 결국 가족됨의 행복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지요.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가족들을 무기력하게 하면서 스스로 좋은 아내,좋은 엄마라고 오해했지요. ●팽 맞아요.좋은 엄마란 가족들이 귀가할 때에 반드시 집에서 기다렸다가 따끈한 밥 해먹이고,시중드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바로 좋은 엄마가 되는 출발선에 선 셈이라고 봐요.희생과 봉사만으로는 좋은 엄마는 못되는 것 같습니다. ●조 집안 일에 매달려 살았던 것이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내 스스로 친 덫이었음을 깨달았어요.바깥 일 때문에 집안 일에 좀 소홀해지니까 오히려 남편이 아이들과 시간을 갖고,제가 못해주는 부분을 해주기도 해요.집안일을 ‘내 책임’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니까 억눌렸던 화가 봄눈 녹듯 사라졌어요. ●백 좋은 엄마가 되려는 욕심을 버리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역설적인 것 같지만,건강한 사람이 좋은 부모가 된다는 진리와 궤를 같이 합니다.물론 서로 감정을 공유하려는 노력은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정리 허남주기자 hhj@ ◆자리 함께 한 어머니들 ●사회 백현정 (31·동서심리상담연구소 상담실장) 25개월된 아들. ●팽혜숙 (45·경기 부천시 원미구) 대학 2,4학년 두 아들.20년 경력의 전업주부,현재가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에서 공부중. ●고경숙 (45·경기 성남시 분당구) 재수생 아들,검정고시 준비중인 딸. ●김영아 (37·서울 송파구 문정동)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 형제.10년만에 공부시작,현재 숙명여대 박사과정 중. ●조정옥 (36·인천시 계양구 용종동) 초등학교 1,3학년 남매.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글쓰기 지도.
  • [씨줄날줄] 겁쟁이 게임

    게임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두대의 경주용 자동차가 양쪽 출발선에서 마주보고 전속력으로 질주를 시작한다.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고,남은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이기려면 죽음을 향해 돌진해야 한다.그래서 ‘죽음의 경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경기의 결과는 세가지다.첫째는 내가 먼저 핸들을 꺾는 경우다.겁쟁이로 낙인 찍혀 주위의 비웃음을 사겠지만 그래도 목숨은 건질 수 있다.다음으로 상대방이 먼저 핸들을 꺾어준 경우다.목숨도 건지고 겁쟁이라는 비난도 면할 수 있다.마지막은 둘다 핸들을 꺾지 않아 죽음을 맞는 경우다.두번째가 최상의 결과이지만 자칫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위험한 선택이다. 이 ‘죽음의 경주’에서 항상 승자가 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두가지 비결이 있었다.우선 자신의 자동차에서 구동축과 핸들의 연결부위를 잘라냈다.그는 이제 핸들을 꺾어도 그 동작이 바퀴에 전달되지 않는다.스스로 물러설 여지를 없앤 것이다.전투에서 강을 등지고 진을 치는 ‘배수의 진’이나 ‘벼랑끝 전술’과 유사한 전략이다.국가간의 협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협상학의 용어로는 ‘퇴로의 차단’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퇴로의 차단’이 현실에서 항상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죽음의 경주’에서 매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두번째 비결이 그 핵심이다.그는 경주가 시작되기 직전에 상대 경주자에게 자신의 자동차를 보여주고 핸들을 직접 작동해보도록 했다.이쪽은 퇴로가 끊겼으므로(핸들을 꺾을 수 없으므로) 상대방이 퇴로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핵개발을 둘러싸고 북·미간에 팽팽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북한은 이번에도 퇴로를 끊어버리는 예의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겁쟁이 게임’이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까.위험부담이 너무 커 보인다. 염주영 논설위원 yeomjs@
  • 다시 본 손기정옹 베를린마라톤/ 시상식 일본국가 흐르자 식민지 설움에 눈물이…

    1936년 8월9일 오후 3시 베를린올림픽 주경기장.조선청년 손기정은 가슴에 일장기를 단 채 27개국 56명의 선수 속에 끼어 출발선에 섰다.또 다른 조선청년 남승룡도 손기정 옆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그 순간 초조한 손기정의 눈 앞에 여러 모습들이 어른거렸다.그리운 어머니,고국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동무들 …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고 손기정은 대열에 섞여 서서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초반 손기정은 서두르지 않았다.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한걸음 한걸음 페이스를 유지했다. 뒤에서 달리던 손기정이 선두그룹으로 나선 것은 6㎞ 지점.32년 LA올림픽 우승자 카를로스 자바라(아르헨티나)를 선두로 포르투갈의 디아스,영국의 하퍼에 이어 네번째였다.손기정은 다른 선수들을 곁눈질하며 여러 작전을 생각했다.한참을 달리던 손기정은 1차 승부를 걸었다.속력을 서서히 내기 시작한 손기정은 21㎞ 반환점을 앞두고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반환점을 돌자 체력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였다.머리에서 쏟아내리는 땀을 연신 손으로 닦았지만 숨이 차오르는것이 느껴졌다.손기정은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앞에는 선두 자바라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달리고 있었다.순간 손기정은 자바라를 잡아야겠다는 강한 의욕이 발동했다.마음을 다잡자 혼미한 정신이 맑아졌다. 선두 자바라를 따라잡은 것은 29㎞지점.이 때부터 손기정의 외로운 질주가 시작됐다.오버페이스한 자바라는 결국 32㎞ 지점에서 쓰러졌다.함께 출전한 일본의 기대주 시오아쿠도 경기를 포기한 상태였다.손기정은 낯선 베를린 시가지를 힘차게 뚫고 지나갔다. 마지막 고비인 비스마르크 언덕.갑자기 손기정에게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찾아왔다.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손기정의 눈빛은 오히려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올림픽 참가를 위해 그동안 치러낸 인고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또 일제 치하에서 참담한 생활을 이어가는 조국의 그리운 얼굴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일본 외교관의 모욕적 말도 손기정에게 오기를 불러일으켰다.베를린에 도착한 뒤 일본대사관 직원이 “어째서 조선인이 두 명씩이나 있는가.”라며 비웃던 생각이 났다. 손기정은 길가에 놓인 찬물을 머리에 부었다.한결 정신이 맑아졌다.이를 악물고 뛰었다.땀으로 흐려진 시야에 불현듯 고향에 있는 어머니의 얼굴이 나타났다.그리고 어머니 얼굴 너머로 저 멀리 주경기장의 모습이 들어왔다.손기정은 혼신의 힘을 다해 막판 스퍼트를 시작했다.드디어 주경기장.손기정은 10만 관중의 기립박수와 함성 속에 주경기장에 들어섰다.그리고 남은 힘을 다해 트랙을 한바퀴 돈 뒤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2시간29분19초.마의 30분벽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감격은 오래 가지 않았다.‘반자이(만세)’를 외치는 일본 관중들의 함성이 들렸고,시상대에서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울려 퍼졌기 때문.식민지 조선의 청년 손기정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삼켰다.그리고 베를린으로 떠나기 전 양정고보 환송식에서 친구들이 한 말을 떠올렸다.“일본 대표이기 전에 조선 청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준석기자 pjs@
  • 北 “美 적대 포기땐 대화”,김영남 첫 언급…장관급회담 ‘核합의문’이견

    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1일 “미국이 북한에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의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제8차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과 단독 면담을 갖고 정 장관의 북한핵에 대한 문제제기에 “북측도 최근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봉조(李鳳朝) 남측 대변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핵개발 프로그램시인 파문 엿새 만에 처음으로 나온 북측의 공식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변인은 “양측은 이번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그러나 2차 전체회의와 실무대표 접촉에서 핵 파문에 대한 북측의 해명과 제네바 핵합의 준수 등 구체적인 사안을 공동보도문에 명시할 것을 제안하는 남측 요구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고수,난항을 겪었다.북측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합의문 명시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2차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 외에도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구축 문제를 다뤄야할 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반면 북측은 조속한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공사 실시,당국 차원의 개성공단 건설,제주 인근 공해 통과문제를 포함한남북 해운협정 체결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 평양방송은 이날 제네바 기본합의문은 북한과 미국이 세계에 선포한 공동의 약속임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해 제네바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방송은 “미국은 합의문이 채택된 지 8년이 되는 오늘까지 아직까지 출발선에서 맴돌고 있다.”면서 “지금 조(북)·미 기본합의문은 그 핵심 사항인 경수로 제공이 대폭 늦어짐으로써 파기되느냐 마느냐하는 심각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평양 공동취재단·박록삼기자 youngtan@
  • 책/ 데이팅 게임,체리 루이스 지음-왜 지구의 나이는 46억년이 됐을까

    역사는 승자의 이름만 기억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46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버릇대로,이를 밝혀낸 주인공은 미국의 지질학자 패터슨이라고 과학사는 기록해 왔다. 그러나 그 이름에 가린 얼굴이 있다.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스.창조론에 묶여 옴쭉달싹 못하던 지구의 나이를,한평생 암석연구로 수십억년이나 늘려놓은 주인공이다.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패터슨이 오죽했으면 영광을 홈스에게 바친다고 고백했을까. 여성 지질학자 체리 루이스가 쓴 ‘데이팅 게임’(조숙경 옮김,바다출판사펴냄)은 ‘홈스 재평가’를 조용히 제언한다.그렇다고 인물평전에 그친 책은 아니다.복잡한 수식을 잔뜩 늘어놓은 과학서는 더더구나 아니고.홈스의 일대기를 틀거리로 삼되 익히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로 씨줄날줄을 촘촘히 엮은 과학교양서다. 책을 읽기 전,독자들도 생뚱맞은 물음표 하나를 찍어보자.지구 나이가 왜,언제부터 46억년이 됐을까. 책은 1900년 열살짜리 소년 홈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열렬한 감리교도 부모의 외아들인 홈스는 ‘신의 말씀’에 불경한 의문을 품었다.창조의 날짜가 ‘BC 4004’라고 찍힌 성경 속 대목에서였다.‘왜 딱 맞아떨어지는 숫자가 아닐까.마지막 숫자는 하필이면 ‘4’일까….’ 어떠한 위대한 발견도 출발선에서의 모양새는 허술하고 미미한 법.그가 일생을 지구 나이 밝히기에 바친 계기도 그랬다.1907년 런던의 왕립과학칼리지에 입학한 홈스는 자연스럽게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그 무렵은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켈빈 경을 주축으로 50년 넘게 이어온 지구나이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때였다.지구 나이가 2000만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켈빈의 해묵은 이론은 방사능 현상을 토대로 새로 구축한 젊은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산산조각나고 있었다.물리학도로서 첫발을 뗀 홈스에게 그 논쟁이 연구의 추동이 된 건 말할 것도 없다. 그의 계산법은 시쳇말로 ‘아날로그’방식이었다.우라늄·납을 이용한 고전적 방법에 일찍이 흥미를 가진 그는 질량 분광기,마찬트 계산기가 나오기 전부터 몇달씩이나 걸려 암석의 나이를 계산하는 ‘우직한’ 연구법을 고수했다.14억 6000만년이던 지구의 나이가 나중엔 33억 5000만년까지 불어났다.거기엔 절친한 친구이자 수학자인 밥 로슨의 도움도 컸다. 세계대전 중이라고 지구나이에 관한 논쟁이 끊일 리 없었다.그 한쪽에 그도 늘 있었다.나이 서른을 바라보던 1917년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조교로 일하던 때.동위원소가 발견되는 와중에 그의 고집스러운 연구는 또 한번 큼직한 성과를 끌어냈다.납과 납의 동위원소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힘입어 가장 오래된 모잠비크 산 암석의 나이를 15억년으로 판별하는 데 성공했다.지구 나이가 암석에 앞서는 건 자명한 이치.지구가 적어도 16억년 전에는 생겼다는 결론을 발표했다.그러나 새 학설을 둘러싼 시비는 끊이지 않았고 그 틈바구니에서 그는 늘 외로웠다. 책의 미덕은 홈스의 일대기와 동시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에도 있다.지난 한세기 동안 지구 나이가 꾸준히 수십억년이나 불어난 사연의 갈피갈피에 과학사의 익숙한 후일담들이 끼어들었다.책이 과학교양서로 손색없는 건 그 덕분이다.신학자들의 창조론,켈빈의 지구냉각설,라이엘의 암석을 통한 지층분석,퀴리부부의 방사능 원소 발견을 거쳐 우라늄·납 동위원소법으로 퇴적암의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까지. 오래된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내밀한 즐거움도 준다.평생을 한가지 화두를 붙들고 산 홈스의 결혼생활,일기,편지글 등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과학교양서의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만든다. 인간은 어째서 그토록 지구의 나이를 궁금해했을까.평생 암석의 나이를 따진 남자의 이야기는 왜 무게를 가질까.간단하다.만물의 순서를 따져 인간의 좌표를 매기는 건,인간의 존재의미를 뿌리부터 되훑는 기초작업이기 때문이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
  • [오늘의 눈] 과학영재고 출발 전부터 삐걱

    첫걸음도 떼지 않은 과학영재교육이 학교명칭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다.부산과학고를 ‘과학영재학교’로 전환키로 했으나 기존 ‘부산과학고’ 재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당분간 기존 교명을 유지키로 했다고 학교측은 설명하고 있다. 얼핏 이 문제는 기존 재학생과 내년도 신입생,학부모간 교명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춰지지만,실제로는 ‘협약에 의한 과학영재학교’라는 애매한 제도에서 비롯됐으며,근원적으로는 부처간 ‘밥그릇’ 싸움의 양상을 띠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당초 독립적인 형태의 영재학교를 신설하거나,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학교를 설립하는 방안,기존 과학고를 과학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했다.그러나 학교 신설은 예산상 어렵다는 예산당국의 검토와 학교설립 인허가권을 가진 교육부의 반대로,결국 협력모델인 세번째안이 채택됐다.이에 따라 과기부와 부산시교육청이 협약을 맺었고 영재학교 전환대상으로 지정된 부산과학고는 지난달 2003년도 신입생 144명을 선발했다. 그러나 과기부와 교육당국간협력 약속은 구두선일뿐 교육과정 등 모든 사항은 여전히 ‘초·중등교육법’의 적용대상이다.학교명칭을 정하는 학칙을 변경하려 해도 부산시교육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게다가 교육당국은 영재교육이 평등교육 원칙에 배치될 뿐 아니라 교명을 과학영재학교로 바꿀 경우 고유의 교육영역을 과기부로 넘겨주는 결과가 된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어제와 오늘 고시바 마사토 도쿄대 명예교수와 다나카 고이치 시마즈제작소 분석계측사업부 연구소 주임이 올해의 노벨물리학상 과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잇따라 선정돼 3년연속 기초과학분야에서 노벨수상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언제까지 이웃의 경사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과학 영재들을 조기에 발굴,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이제부터라도 부처 이기주의란 장벽을 허물고 막 출발선에 선 과학영재교육이 정상궤도로 진입하도록 힘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함혜리 공공정책팀 부장급 lotus@
  • 정치권 합종연횡/ 權, 한노총과 후보단일화 ‘온힘’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선 후보가 최근 한국노총과의 후보 단일화에 매진하는 모습이다.사회당·녹색당을 비롯한 제3 정당과의 연대는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아 보인다.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개혁적 국민정당’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3일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후보 개인의 개혁성향이나 진보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그가 속한 정치집단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라도 노 후보와의 연대는 있을 수 없다.”면서 “노 후보 역시 신자유주의의 충실한 계승자이므로 노선을 같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이른바 ‘유시민 그룹’에 대해서는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노 후보의 친위그룹이며,두 집단간의 연대는 정치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신 한국노총과의 연대에는 공을 들이고 있다.예정대로 한국노총이 오는 10일 창당준비위를 띄운다면,그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민노당의 한 당직자는 “한국노총 내부의 일부 친(親)한나라 세력이 독자창당에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일단 독자창당이 이뤄지면 대선에서의 공조 파트너는 민노당이 될 여지가 대단히 많다.”고 내다봤다. 현재 권 후보의 지지율은 3% 남짓인 것으로 알려진다.당에서는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지지계층이 겹치면서 2%포인트 이상 빠진 수치”라고 밝히고 있다.“제3의 선택을 원하는 유권자층이 정 의원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그러나 “정 의원이 별다른 신선함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빼앗긴 지지율을 금방 되찾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이번 대선에서 민노당의 1차 목표는 진보진영 결집의 출발선으로 여기는 100만표 획득에 있다.기성 정당들도 민노당측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편이다. 따라서 “대선의미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진보정당의 존재를 어떻게 유권자에게 확실히 각인시켜 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하느냐.”에 두고 있는 민노당의 당면 과제는 한노총과의 연대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지운기자 jj@
  • 5개언론사 여론조사 분석/ 후보 지지율 고착화 조짐

    추석 이후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일정한 수준에서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한동안 추세가 굳어질 듯하자 대선후보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SBS 등 5개 언론사가 지난 23일 이후 파악한 민심(民心)의 향배는 5자 대결의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을 31.6∼34.7%,무소속 정몽준(鄭夢準) 후보를 27.1∼31.4%,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14.4∼21.8%로 묶어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와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도 각각 2%와 1% 안팎을 오르내렸다. 통합신당 후보로서 정몽준 후보가 이회창 후보와 양자 대결을 한다면 정몽준 후보가 근소한 차로 앞서지만 노 후보가 나서면 대체로 뒤지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영남에선 단연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데 반해 호남에선 민주당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의 지지도가 높아 눈길을 끌었다. 추석 이전부터의 추이를 따지면 이회창·권영길·이한동 후보는 거의 변화가 없고 정몽준 후보는 약간 상승세인 반면 노 후보는 소폭 하락세인데,모두 큰 의미를 두기어렵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고착화에 대한 고민은 선두를 달리는 이회창 후보에게도 크다.‘고정 지지층’은 안정돼 가는 분위기지만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회심의 카드가 마땅치 않고 각종 변수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5자 대결에서 정몽준 후보를 리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오차범위 이내라 안심할 수 없다.특히 정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가 적당한 지지율을 확보해주는 편이 이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후보는 정책여당의 국민경선 후보로서 위상이 흔들릴 정도로 지지율이 떨어져 민주당 내분의 원인이 되고 있다.TV토론과 인터넷 선거운동을 통한 제2의 ‘노풍(盧風)’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으나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민주당 안에서도 나온다. 정몽준 의원도 가혹한 정치적 검증을 아직 받지 못한 처지에서 거북이걸음같은 상승세를 그저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공식 출마선언 등 단기적으로 지지율이 높아질 조건인데도 5자 대결에서 여전히 이후보를 앞지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지율 분포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고정 지지층의 두께를 반영하기보다는 아직도 상당한 가변성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남은 대선기간 중 국민에게 ‘새로운 감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재의 수치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하는 출발선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김형준(金亨俊·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부소장은 “여러가지 변수가 남았지만,대선이 임박할수록 각 후보가 TV토론과 정당조직의 대(對)국민접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대선의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사설]국민의 정부 남은 6개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끌어온 ‘국민의 정부’ 임기가 이제 6개월 남았다.외환위기로 나라살림이 거덜난 상황에서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느라 당선축하연조차 없이 허겁지겁 출발선을 떠났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오동잎이 지는 가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권력무상이 이토록 절절한데도,차기를 노리는 후보군의 쟁투로 나라가 어지럽다.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놓고,정치권이 벌이는 사생결단식 대치가 2개월 가까이 계속돼 그 후유증마저 우려될 지경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6개월,청와대는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더라도 정치 관여의 유혹을 떨쳐버리고,공정한 대통령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이는 김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생각해서가 아니라,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은 정치권의 대결이 민생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 때문이다.앞으로 정치권의 대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돈해 나가야 하고,임기 내에 못다한 국정 과제들을 흔쾌히 차기 정권에 맡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우선 다음달 시작되는 부산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진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대선 관리와 함께 정권이양 작업도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6개월은 대충대충 보내기엔 너무 귀중한 시간이다.뒷날 역사에 평가를 맡기는 마음으로 사심없이 차기정부를 위해 정리할 것은 정리해주는 매듭이 필요하다.대통령의 두아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더 이상 피할 것도,그렇다고 욕심낼 것도 없지 않은가. 차기 정권을 노리는 대선 후보군도 ‘실패한 대통령’을 딛고 일어서는 과거 비난식 전략보다는,차별화된 정책대안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실패한 정권’의 확대 재생산은 국가와 국민,차기 정권담당자 스스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새로운 국가경영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다가서길 바란다.
  • [이경형 칼럼] 다시 광복절을 생각한다

    광복 57주년,대한민국 수립 54주년의 아침이다.광복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진정한 광복은 아직도 먼 것 같다.선열들의 광복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그 원인 가운데 대부분은 우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고,우리 안에 있다.이것이 큰 문제이며,반드시 극복해내야 한다. 지난 세기는 일제 식민통치에서 해방되어 미군정을 거쳐 건국을 이뤘지만 동족상잔으로 엄청난 분단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독재정권과 냉전의 유산으로 고통도 받았다.이제 우리는 21세기 새로운 민족 진운(進運)을 개척하려는 출발선에 서있다.그런데 현 상황은 어떤가. 오늘 서울에서는 8·15 남북 민족통일대회가 남남 갈등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다.행사를 주최하는 진보단체들과 ‘행사 반대’를 천명한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들이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 서로 감시의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어제는 9개월만에 서울에서 열린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박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이달부터 있을 각종 후속 회담이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기대되지만,과거처럼 면피용 이벤트식 후속회담만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라 안 사정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두고 정치권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싸고 정략적인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은 차기 정권이 담당해야 할 국가적 의제에 관해 논쟁을 할 때다.아니면 적어도 대통령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하거나,차기 정권이 결정되기 전에 부패의 소지를 없애고 권력의 집중을 막는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어느 한 구석에도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니 답답하다.8·8 재보선 이후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은 병역비리 의혹방어에 매달려 있고,민주당은 신당 창당을 싸고 ‘친노(親盧)반노(反盧)’하며 4분5열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임기말의 현 정부는 행정부처를 장악하기도 힘들어 하고,공직기강 해이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문제만이라도 어느 정도 마무리지어 차기 정부에 물려주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워할 뿐이다. 나라가 어지러운 것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가.과거 식민지 망령의 일본도 아니고,해방 후 군정을 했던 미국도 아니다.남한과 늘 대치해온 북한 때문도 물론 아니다.그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다.그것도 이 나라를 움직여 온지도층에 있다. 불과 한달반전 월드컵 당시 서울 시청 앞을 비롯한 전국의 거리와 광장에 넘친 함성이 보여준 비전과 자긍심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태극기 물결과‘대∼한민국’을 외치는 감흥의 체온도 느껴지지 않는다.그렇다면 ‘붉은악마’들의 에너지는 소멸된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이 나라 지도층의 무능과 도덕성 결핍,역사관의 부재가 그 에너지의 불을 꺼뜨려 버렸기 때문이다.지도층 중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 실종,권력 쟁취에만 혈안이 되고있는 한심한 안목이 그 에너지를 식게한 것이다. 우리 내부의 문제는 또 있다.역사의 정직성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다. 아직도 학계에서는 진정한 친일청산을외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반향은 미미하다.친일의 청산도 후손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찾아 내일의 거울로 삼자는 것이다.“과거에 눈을 감으면 현재의 장님이 된다.”(바이츠제커 독일 전 대통령)는 말은 깊이 새겨야 할 충고다. 광복절 아침, 우리 사회를 이끌고,나라를 경영하겠다는 지도층 인사들은 선열들 앞에서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내일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이경형 논설위원실장 khlee@
  • 한나라·민주 재보선 ‘과반싸움’/ 매직넘버 9대5 마지노선

    정국이 연말 대선의 분수령인 ‘8·8재보선’을 넘기 시작했다.이번 재보선은 본격적인 대선전의 개막을 알리는 출발선으로,향후 대선정국의 지형 및판도와 직결된다.특히 민주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거취와 민주당의 신당 움직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보선의 승패 = 재보선이 실시되는 13곳 가운데 몇군데를 이겨야 승리로 볼수 있을까.이는 관점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다. 재보선 이전 한나라당은 6곳,민주당은 7곳을 차지했었다.이 가운데 양측 텃밭인 영호남을 제외하면 수도권 7곳과 제주 1곳 등 8곳 가운데 한나라당은 3곳,민주당은 5곳을 확보했었다.단순계산으로는 이 ‘중립지역’의 절반인 ‘4곳’이 승패의 기준점이 된다.어느 당이든 수도권 4곳을 포함,7곳 이상을 차지하면 ‘승리’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6·13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압승과 재보선 초반 실시된 여론조사를 감안하면 승패의 기준이 달라진다.한나라당이 수도권을 비롯해 11곳을 휩쓸고,민주당은 호남 2곳을 건지는데 그칠것이라던 선거초반의 전망이 승패의 또다른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를 종합할 때 정치권에서는 대략 한나라당이 9곳 이상을 차지할 경우 압승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특히 이 ‘9석’은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매직넘버’다.137석을 확보,전체의석(273석 중故 金泰鎬 의원 궐석)의 과반수를 점함으로써,지방정부에 이어 국회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호남 2곳을 비롯해 5곳 이상을 차지한다면 한나라당이 나머지 7∼8곳을 이겨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의 ‘선전’이 더욱 빛을 띠게 될 전망이다. 선거 막판 3∼4곳이 ‘경합지역’으로 떠오른 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양측의 싸움은 한나라당이 7곳,민주당이 2곳 정도를 각각 ‘기본승수’로 놓고 나머지 4곳 정도에 전체 승패를 걸고 다투는 형국인 셈이다. ■재보선과 향후 정국 = 민주당은 이미 신당을 ‘예약’해 놓고 있다.재보선결과가 어떻든 이 흐름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문제는 이 신당과 이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의 모양새다.민주당이 수도권 3석 이상 등 5석 이상을 확보하고,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확보를 저지하는 선전을 벌인다면 노무현 후보는 자신이 주도하는 창당에 보다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 이른다면 민주당은 ‘탈(脫)DJ·탈 노무현’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정몽준(鄭夢準) 이한동(李漢東) 박근혜(朴槿惠) 등이 거명되는 대안론의 급부상과 함께 친노·반노진영의 분열-민주당 와해-제3신당 태동의 소용돌이로 빨려들 공산이 높다. 한나라당은 일단 9석 확보가 향후 정국운영의 관건이다.과반수 의석을 확보,국회를 장악할 경우 연말 대선정국을 한층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힘을 얻게 된다.권력형비리나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정국을 주도해 나갈 기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
  • [사설] 北 변화 행동으로 보여야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발빠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대내적으로는 배급제 폐지와 인센티브제 도입 등 경제개혁적 요소를 채택하고 있고,대외적으로는 한·미·일과의 관계개선을 꾀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특히 서해교전에 대한 유감 표명에 이어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을 적극 수용할 뜻을 밝히고,북·일 외무장관회담에 나서는 등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도 전방위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한층 관심을 끈다.북한의 과거 대외전술을 고려할 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어디까지가 계산된 노림수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실제 대외관계에 있어 아직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없다.외교가 국제정치의 수사학임을 감안할 때 태도 변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이제 겨우 출발선상에 섰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는 백남순 북한외상의 자세는 북의 진의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백 외상은 현지에서 일본과 중국,유럽연합(EU),호주 외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무엇보다 북·일회담은 북한이 앞서 요도호 납치범들의 일본 송환 방침을 밝힌 터여서 회담성과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다.여기에 남북,북·미간에도 비공식 대화도 이뤄질 것이라는 게 현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만약 이 자리에서 북측의 유화책이 식량난 등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한시적인 태도변화로 드러날 경우,북한은 또다시 고립무원의 궁색한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지난 1994년 핵협상 이후 북한외교 특유의 벼랑끝 전술과 과대포장형 외교행태를 익히 파악하고 있다.대화에 응하는 것이 무슨 특혜를 주는 것인 양,착각해서는 누구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하기 위한 개혁과 개방 노력을 진심으로 보여 실리를 챙기는 외교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북한의 ‘통 큰’외교와 대담한 태도변화를 기대한다.
  • 월드컵/꿈은 계속된다/한국, 전차군단 獨에 아쉬운 패배

    정말 잘 싸웠다.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판이었다.바닥난 체력을 추스른 한국 축구가 ‘전차군단’독일을 맞아 온몸을 던지는 투혼을 불살랐지만 끝내 눈물을 뿌렸다. 세계축구를 주름잡아온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하며 결승행을 눈앞에 두고 있던 한국은 25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준결승전에서 후반 30분 미하엘 발라크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빼앗겨 0-1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54년 스위스대회에 참가한 이후 48년만의 첫 승에 이어 16강·8강·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은 내친 김에 결승에 진출하려던 꿈을 아쉽게 접어야만 했다. 한국은 오는 29일 오후 8시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터키의 준결승전 패자와 3·4위전을 갖는다. 브라질과 터키는 26일 오후 8시30분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독일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일본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에 진출해 지난 90년 이후 12년만에,7번째 정상 도전에 나선다. 독일은 이번에 우승컵을 안을 경우브라질이 갖고 있는 통산 최다우승(4회)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2000여 관중과 서울 250만명 등 전국 397곳 650만명의 길거리 응원을 등에 업으며 한국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체력적인 부담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16강전과 준준결승을 연거푸 연장 승부로 치르고 스페인전 뒤 불과 이틀의 휴식시간을 가진 한국 대표팀에 정상적인 체력을 기대하는 것이 애당초 무리였다. 한국은 전반 8분과 17분 이천수와 박지성 등이 좋은 찬스를 얻었지만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으로 허공에 날렸다. 한국의 골키퍼 이운재 역시 여러 차례 독일의 좋은 기회를 선방해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후반 30분 오른쪽을 파고든 올리버 노이빌레의 센터링이 수비수 뒤로 어물어물 흐르는 틈을 타 달려오던 발라크에게 오른발 슛을 허용,이운재가 한번 쳐냈으나 다시 발라크의 왼발에 걸려 그만 골네트에 빨려들고 말았다. 후반 26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이천수가 드리블해 수비보다 수적 우위와 좋은 위치를 점한 공격수가 여럿 있었으나 이천수가 돌파를 고집하는 바람에 프리킥을 얻는 데 그쳐 황금같은 기회를 허공에 날려 아쉬움을 남겼다. 동구의 강호 폴란드를 완파하며 출발선을 박차고 나선 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뿜어내며 4강까지 질주해 온 ‘폭주기관차’ 한국의 엔진이 종착역 요코하마를 눈앞에 두고 박동을 멈추고 만 것이다. 송한수 김재천기자 onekor@
  • 北·美 대화재개 ‘첫단추’, 프리처드 새달 방북 안팎

    북·미간 대화재개를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잭 프리처드 미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대사의 평양 방문이 6월 초로 확정되면서 북·미 양측은 18개월간의 대치 종식을 위한 지루한샅바싸움을 끝내고 본격적 대화의 장으로 들어서게 됐다. 북·미 양측은 이번 대화재개를 위한 출발선 앞에서 매우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특히 미국은 이번 대표단에핵사찰과 관련한 인사를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사리 시작된 북한과의 첫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북한도 지난 4월27일 박길연(朴吉淵) 뉴욕 대표부 대사를 통해 프리처드 대사를 공식 초청한 이후 뉴욕 실무접촉에서 최근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를 무산시키는 등 대남 정책과는 상반된 입장이다.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두 축을 한꺼번에 돌리지 않는 북한의관행적인 모습이 이번에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미대화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와 관련,미 행정부가 최근 한반도의 안정이 대(對)중동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요긴하다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선임연구원인 셀리그 해리슨은 최근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기대하기보다는 양국이 동시에 양보하는 방향으로나가야 할 것”이라고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특히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고 비무장지대주변에 배치된 북한군의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등 당근을 제시하고 관계정상화 및 주한미군 재배치 또는 철수 가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이 지난 99년 5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의 방북과 같은 선상에서 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자칫 이번 대화가 미 행정부내 강경론자들에게 “봐라.북한은 역시 ‘대화할수 없는 상대’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북한이 어느정도 대화에 진지하게 나설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대한포럼] 노동계 빅뱅오나

    노동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3노총’태동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연맹이 서울지하철 노조 등에 내린 징계가 울고 싶던 아기 뺨을 때린 격이 됐다. 공공연맹은‘발전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1일 ‘월드컵 무파업’을 선언했던 서울지하철 노조 등이 연맹 규약을 위반했다며 ‘정권(停權) 3개월’조치를 취했다. 서울지하철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무파업 선언을 사실상 주도했던 배일도(裵一道·52) 노조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가진 제3노총이 출범돼야 한다고 새 노총을 공언하고 나섰다. 들리는 얘기대로라면 새 노총은 노동계의 판도와 함께 풍향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제3노총에는 서울의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해 전국 자치단체의 26개 공기업, 여기에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주택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이 망라된다고 한다. 조합원 수가 50만명을 웃돌아 민주노총의 59만 5000여명에 버금가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교원과 공무원 노조가 가세한다면 조합원은 100만명을 넘어 선다. 95만 6000여명의 한국노총도 능가한다.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의 ‘공공 노총’으로 국가경제에 영향력이나 국민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노동계의 무게 중심을 좌우하기에 충분하다. 이념이나 정책 또한 기존 노총과 판이해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출발선은 물론 시야가 다르다. 노조활동에서 물리적인 대결주의를 지양(止揚)한다고 한다. 무파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근로자의 권익이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과 함께 공기업 특유의 공공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설명이다. 노조가 파업만 하는 게 아니라 월드컵과 같은 국가 대사에서는 자발적인 서비스 극대화운동을 펴거나 갖가지 봉사활동에 솔선한다는 것이다. 투쟁 일변도의 네거티브 노선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포지티브 활동도 비중있게 펴겠다고 다짐한다. 이같은 좌표 설정의 x축과 y축은 노조 활동의 다양화와 분권화다. 정보화 사회에서 노조원 계층이 분화된 만큼 노조활동도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 파업에 연대하기로 했던 전교조 결정과 관련,발전 산업과 학교 수업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또 지방화 시대의 특수한 여건이나 상황도 노조활동 방식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급 기관의 일방적인 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관료화 현상으로 지방화 시대와 걸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공기업의 성격이나 규모 등을 고려해 노동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국적 조직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모태는 지하철 공사를 비롯한 도시철도공사,시설관리공단,도시개발공사,농수산물공사,강남병원 등 서울시 6개 공기업 노조 협의체인 서울모델이다. 벌써 지난해 8월 한국통신,한국전력 등 정부 투자기관 그리고 지방 공기업 노조 대표들과 함께 ‘공공부문 노동발전 방향 모색 토론’을 가졌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분당의 주택공사 노조에 마련한 ‘전국 공공부문 노동조합 대표자 사무실’을 새로운 노총의 산실 삼아 단위노조 간의 이견이나 입장 등을 조율해 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노총의 출범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민주노총 소속의 전국교직원노조나 한국교총과 같은 교원 노조가 제3노총 대열에 참여할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여기에 법외(法外) 노조로 출범한 이후진통을 겪고 있는 공무원 노조 태도 또한 아직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교원과 공무원 노조를 제외한 공기업 노조로 출범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영향력은 크게 줄어 든다. 또 저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른 공기업의 입장을 아우르는 작업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노동계에선 벌써부터 새 노총을 주도하는 배 위원장을 겨냥해 지도력 운운하며 날을 세운다. 제3노총의 태동은 시작됐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러나 새로운 움직임만으로 노동계는 부산해지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조짐일 것이다. 한국 노동계의 빅뱅이 정녕 오는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대한포럼] 車특검팀 계속 굴러가야

    오는 25일로 법정 활동기간이 끝나는 차정일 특별검사팀의 향후 진로를 놓고 정치권이 드디어 정면대결에 들어갔다.한나라당은 차 특검팀의 활동 시한을 90일까지 연장하는 한편 수사 범위를 ‘이용호 게이트’에 직결된 것 말고도 부수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12일 국회에 제출했다. 반면 민주당은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개정안을 반대하기로당론을 정했다.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싸움 가운데 어리석은짓이 한둘이 아니지만, 차 특검팀의 활동기간을 연장하자는 데 반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딱하기만 하다.그 정도로민심의 흐름에 어둡다는 말인가. 현재 차 특검팀에 남은 과제를 한번 정리해 보자.이수동전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이용호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사실이 드러난 것이 그에 대한 특검팀 수사의 출발선이다. 그 사건은 갈수록 새끼를 쳐 해군참모총장 승진을 비롯해각계 인사에 개입한 흔적,‘언론개혁 문건’‘정권재창출문건’이 그의 집에서 발견된 데 따른 국정 농단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지난해 11월 그에게 검찰의 수사 상황을 통보해 준 ‘검찰 고위간부’ 문제 등 그를 둘러싼 중첩 비리 의혹은 ‘이용호 게이트’와 상관없이 이미 ‘이수동 게이트’가 돼 버린 실정이다. 그뿐이 아니다.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절친한 친구라는 김성환씨가 차명계좌에서 빼낸 돈 1억원이 상당 부분이수동씨와 아태재단 관계자들에게 흘러간 사실이 확인됐고,지금은 김씨의 또 다른 차명계좌에서 7억∼8억원에 이르는 돈이 새로 발견돼 ‘김성환 게이트’ 또는 ‘아태재단 게이트’의 가능성까지도 운위되고 있다. 따라서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추가로 수사하고 마무리지어야 할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이용호 게이트’는 물론이고 ‘이형택 게이트’‘이수동 게이트’에서 드러난갖가지 비리,아태재단에 쏠린 의혹들을 하나하나 파헤쳐야하며 그 사건들 사이에서 연관성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허용된 시간은 14일 현재 열이틀뿐이다.차 특검팀이 열이틀 동안 그 방대한 수사를 종결하리라고 믿는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따라서 관련법을 개정하지않는한 특검팀은 서둘러 수사를 종결해야 하며 국민 마음에는각종 의혹이 여전히 남게 될 터이다. 일부에서는 특검팀이 법정 시한 내에 수사를 끝내더라도검찰이 후속 수사에 나서면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검찰이 듣기엔 섭섭하겠으나,검찰이 각종 게이트 수사를 완성할 만한 위상은 아직 아니라고 판단한다. 검찰이 이명재 총장 체제로 출범하며 개혁의 몸짓을 보였지만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할 수 없는 상태다.게다가 검찰은 사건 수사에서 일정부분 피의자로 남아 있다.검찰 스스로 감찰본부를 만들어 각종 게이트에 얽힌 내부 문제를 감찰하는 사이에도 한 ‘고위 간부’는 이수동씨에 대한 내사 사실을 그에게 전화통보한 것이 대표적인사례다.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자유의지로 후속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또 제대로 수사를 종결하더라도 국민이 그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줄줄이 드러난 의혹들을 명쾌하게 파헤치려면 방법은 단 하나 차정일 특별검사팀이그 일을 계속 맡는 것이다.한나라당은 개정안에서 특검팀의 활동기간을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끔 제안했다는데 오히려 그 기간을 더욱 넉넉히 주어야 한다.더불어특검팀의 권한·구성도 더욱 확충시킬 필요가 있다.특검팀의 출발은 ‘이용호 게이트’에 국한된 것이지만 지금 다뤄야 할 범주는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에게는 특검 활동기간 및 권한을 늘리는 데 반대하기에 앞서 국민 여론을 귀담아 들으라고 권한다.갖가지 의혹 가운데 상당 부분이 특검팀 수사가 진전됨에 따라 이미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수사를 분명하게 마무리지으라는 국민 요구를 야당의 정략으로만 돌린다면 이는 국민을모독하는 어리석음일 따름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분필과 칠판] 학부모가 된다는 것 걱정만 할것인가

    내 딸이 학교에 간다.새해 첫날부터 딸 아이가 들은 수많은 덕담들은 한결같이 학교 들어가면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그래도 실감나지 않더니 취학통지서를 들고 초등학교예비소집에 다녀오니 이제야 슬슬 내가 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병원에 가서 홍역 예방 접종 확인서를 떼고,공부방을 꾸며주고,입학식에 입고 갈 옷을 한 벌 사고,책가방에 신발주머니에 학용품을 사고,이만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 것만 같은데 맘이 무겁다.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왜 이렇게 겁나고 두려운 것일까. 3월 4일이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다.‘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공부 못한다고 혼내?’하면서 걱정하던 딸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입학식에 가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우리 학교도 그 날 입학식이 있기 때문이다.부모가 불참한 딸의 입학식. 생각만으로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하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3월 한달은 학교 적응기간으로 일찍 귀가시킨다.방과후에돌봐줄 사람을 구하든지 아니면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새로운 곳에적응한다고 힘들텐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떠돌이처럼 여기저기 쉴 새없이 다녀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등학교는 부모가 해야할 것이 아주 많다.이미 초등학생 숙제는 엄마 숙제라고 할 정도로 분에 넘치며 아이가 학교 임원이나 되면 부모는 끊임없이 학교에 불려 간다.오죽하면 선배 교사는 뒷바라지할 능력이 안 되면 임원은 절대 시키지 말라고 당부했을까. 예비소집이 있던 날 교실이 너무 비좁아서 정원을 물어보니 40명이 넘는다고 했다.‘교사 혼자 그 많은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그 열악한 환경속에서 적응이 안되어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교사도 모르게방치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새내기 학부모들의 마음은 다 이럴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걱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도 이제 학부모다.교육의 주체다.내 딸이 다니는 학교가건강한 교육의 장인가를 감시,관리할 의무와 책임을 가진 학부모인 것이다.우리가 내 자식의 이익만을 따질 때 치맛바람의 장본인으로 전락하겠지만,크고 바른 교육을 생각할 때 당당한 교육의 주체가 될 것이다.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은 학부모들의 손에 달렸다.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간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되어야한다.취학은 ‘행복 끝 불행 시작’도 아니고,낙오하면 안되는 치열한 경쟁의 출발선도 아니다.학교는 배움이 있어서아름다운 곳이며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안그런가?▲장미정 구미 형남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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