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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금수강산’

    입만 열면 ‘자왈(子曰)’을 들먹이는 숭문(崇文) 전통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동식물 이름을 잘 모른다. 옛 사람들의 글을보면 “기화요초(琪花瑤草) 만발한 중에 이름 모를 산새들이 난비(亂飛)하니 예가 바로 선경(仙境)이로구나”식이다. 잡가에 가까운 우리민요 ‘새타령’은 또 어떤가.“새가,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로 시작되다가 엉뚱하게도 “새 중에는 봉황새요, 만수문전(滿水門前)에 풍년새”로 이어진다. 현대교육을 받았다는 필자 또한 한때 한반도에 살았거나 지금도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올빼미와 부엉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말똥가리는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으며,스라소니와살쾡이를 분간하지 못한다.어찌 필자뿐이겠는가.야생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지식이나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한국은 야생동물 종(種)수로볼 때 세계 최빈국이라고 한다. 세계자원연구소·유엔환경계획·세계은행이 최근 공동으로 내놓은‘세계자원보고서 2000~2001년’에 따르면 한국은 국토 1㎢당 야생동물 수가 95종에 그쳐 조사 대상 155개국 평균치 231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로 보면 155개국 중 131위다.포유류는 23종으로 1위인 싱가포르(213)의 9분의 1,조류는 53종으로 에콰도르(460)의 8분의 1,파충류는12종으로 싱가포르(350)의 29분의 1,양서류는 7종으로 콜럼비아(143)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경제난으로 사람도 살기가 팍팍한 판에 무슨 새타령 짐승타령이냐고 할지 모르나,자연이 사라지면 결국 인류도 절멸하고 만다. 환경부는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동식물 서식환경이 악화되면서 전체포유류의 17%,조류의 15%,식물의 1.5%가 멸종 위기에 있다고 보고,내년부터 멸종 위기 야생동식물 43종과 보호 야생동식물 151종에 대한종별 서식지 조사에 들어간다. 밀렵꾼들의 발호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단속체계와 함께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야생동식물 보호에는당국뿐 아니라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 지역은 백두산 호랑이(Panthera tigris coreensis)가 출몰하고 있으므로 입산을 금한다’는 경고판까지는 몰라도 노루나 사슴,고라니 쯤은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금수강산(禽獸江山)’을 바라는 것은 한낱 꿈은 아닐 것이다. 장윤환 논설고문 yhc@
  • kdaily.com 뉴스/ ‘컴퓨터 바이러스’ 남의 일 아니다

    이제 ‘컴퓨터 바이러스’는 남의 일이 아니다.안철수연구소(www.ahnlab.com)가 만든 ‘바이러스 캘린더’를 보면 10월 한달중 바이러스가 출몰하는 날이 무려 10일이다.올 상반기 국내에서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는 총 346종으로 99년 같은 기간보다 2.7배가 늘어났다.하루 2종꼴로 신종바이러스가 제작된 셈이다. 최근 ‘펀러브’(Win32.Fun Love.4099)와 ‘크리츠’(Win32.Kriz.4050)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안철수연구소 황유경대리에 의하면 지난달 이들 바이러스 감염으로 접수된 피해사례만도각각 1,606건과 1,582건에 이른다고 한다.이 두 바이러스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기업,게임방 등에 급속하게 퍼져 네트워크 설정을 느리게 하고 유저의 정보를 러시아로 유출시키는 등의 피해를 주었다. 지난 18일에는 다시 악성 해킹프로그램 ‘서브세븐’주의보가 발령됐다.하루라도 바이러스 감염에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컴퓨터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컴퓨터 바이러스도 더욱 기승이지만,반면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더욱 쉬워지고 다양해지고 있다.이메일을 받아보기만 하는 것으로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며, 초보자에게 손쉽게바이러스 취약지점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에브리존’(www.everyzone.com)과 ‘마이폴더넷’(www.myfolder.net)은 자사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매주 한번씩 바이러스 검사메일을 보내준다.메일을 실행하면 백신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깔릴 뿐아니라 백신 업그레이드까지 공짜로 된다.이용자가 드라이브를 지정해 검색 버튼만 누르면 모든 진단과 치료는 3분안에 끝난다.회원가입은 무료.또한 ‘에브리존’에서는 바이러스 백신이 담긴 동영상 카드를 보낼 수도 있다. 한편 안철수연구소에서는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바이러스 취약지점분석 서비스 ‘브이몬’(Vmon,Virus Monitor의 약어)을 개발,지난 6일부터 서비스하고 있다.시스템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물론 사용자의 컴퓨팅 사용 습관을 점검해 바이러스 침투 위험성을 분석하여바이러스 피해 가능성과 대책 방향을 알기 쉽게 제시해준다.안철수연구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10월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효순 기자 hsjeon@
  • 佛서 세계 最古 달력 발견

    라스코 동굴벽화의 일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달력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영국 BBC가 16일 보도했다.BBC는 1만5,000년전 크로마뇽인들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라스코 벽화 가운데 몇점이 달력의 기능을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뮌헨대학 미카엘 라펜글뤼크 박사의 말을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발굴 지점은 속칭 ‘황소(bull)의 방’에서 외부로 향하는 통로의암벽 상단.사슴으로 추정되는 동물문양 아래 13개 점과 네모 하나가일렬로 찍혀 있는 것과,갈퀴를 드리운 갈색 말이 27개의 점을 거느리고 있는 벽화가 달력으로 판별됐다. 라펜글뤼크 박사는 “13개의 점과 하나의 네모는 달의 반(half)공전주기를,27개의 점은 달의 온(full)공전주기를 나타낸다.점 13개는 달이 하늘에 보이는 날 수,네모 하나는 사라져버리는 날을 각각 의미하며 27개의 점은 달의 공전주기 27일을 표상한다”고 말했다.그는 “원시인들이 달의 출몰을 예측하기 위해 달력을 고안해낸 것”으로 풀이했다.프랑스 도르도뉴에서 1940년 우연히 발굴된 라스코 동굴벽화는 유럽 선사시대 유적들중 예술성·사료성 양면에서 최고로 평가돼왔다. 손정숙기자 jssohn@
  • 프랑스만화가 몰려온다

    ‘잉칼’을 내놓은 교보문고는 아예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내기로 했다.이세욱씨가 번역한 프랑수아 부크의 ‘제롬 무슈로의 모험’를 이미 내놓았고 ‘마술사의 아내’,프랑수아 스퀴텐의 ‘기울어진아이’,데이브 맥킨의 ‘흑난(베트맨의 후속 시리즈)’ 등이 연이어나올 참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B&B출판사 또한 색다른 분위기의 프랑스 성인만화 2편을 내놓았다.이슬레르와 발락의 ‘쌍브르’와 원작소설에다 기발한 상상력을 덧입힌 ‘피터팬’을 현지에서 만화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이재형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제롬 무슈로의 모험] 고삐풀린 상상력이 한껏 풀어헤쳐진다.호피무늬 정장에 만년필을 코에 꽂고 다니는 보험 외판원 제롬.평범한 가장이지만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가정을 지켜내려는 그를 보고 아내는 ‘벵골 호랑이’라고 치켜세운다. 제롬에겐 ‘뜻밖의 일’이 괴물이다.그 괴물은 벽을 뚫고 출몰하는상어로,이 세상 온갖 아름다운 빛깔을 삼켜버리는 체크무늬 먹구름으로 나타난다. [쌍브르] 혁명 기운이 감도는 19세기초 지방귀족 쌍브르와 붉은 눈의 매혹적인 소녀 쥴리(아마도 만화 사상 가장 낭만적인 여주인공 캐릭터)의 사랑을 통해 사랑,저주,살인,광기,열정,그리고 혁명 등을 파노라마로 펼쳐보인다.색채미가 뛰어나고 충격적인 소재들을 담아 시선을 끈다.정사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한 점도. [피터팬] 바로크 화풍을 만화에 도입한 개성파,레지스 르와젤의 작품으로 주인공 피터팬을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속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이채롭다.런던 빈민가에서 술주정뱅이 어머니와 살고 있는 가난한 이야기꾼 피터가 팅커벨의 도움으로 모험에 뛰어든다.프랑스에서만 50만부 이상 팔렸고 세계 최고권위의 국제 앙굴렘 만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임병선기자
  • 국방 중기계획 내용을 보면

    2일 내년도 신규착수사업 편성내역과 2001∼2005년 국방중기계획을발표한 국방부는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른 남북 화해무드와 관계없이 군의 기본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적정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미래위협 대비 핵심전력 사업에는우선적으로 예산을 배분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주요 신규사업=20개 사업에 착수하며 예산규모는 전력투자비 5조2,137억원 가운데 3,350억원(6.4%)으로 90년 이후 최대 규모다.육군의 전천후 공격헬기 2개 대대(36대) 창설을 위한 AH-X사업과 전방군단 책임지역에 대한 공중감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인정찰기(UAV)확보사업을 벌인다.특히 동북아해상에 출몰하는 모든 전투기에대한 탐지 및 공격이 가능한 7,000t 규모의 이지스급 구축함(KDX-Ⅲ)을 도입키로 하고 기본설계 착수금으로 58억원을 책정했다.현재 이지스급 구축함 1대를 구입하는 데는 1조1,500억원의 엄청난 예산이 든다.국방부는 내년 처음으로 설계착수금을 책정한 뒤 실전배치되는 2008년 이전까지 매년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연차배정할 방침이다. 공군의 미래 핵심전력으로 운용할 차기전투기(F-X)사업에 1,075억원,노후한 나이키미사일 도태에 따른 차기 유도무기(SAM-X) 확보사업에 200억원을 배정했다. 이밖에 ▲전술목표에 대한 실시간 영상정보 획득을 위한 전자광학영상장비(EO-X) 확보사업(151억원) ▲전차포술 모의훈련장비,조함 및 항해훈련장비,심해잠수훈련장비 확보사업(79억원) ▲신형 MTS,이동형 레이더,교환망시스템,공군 VHF무전기,육·해·공군 UHF무전기,VH-X 등 8개 사업(537억원) ▲기타 특수전 부대용 소음기관단총 및 개인화기 주야 조준경과 해군 서해합동작전 지휘소 등 3개 사업(67억원)에도 예산이 각각 배정됐다. ◆주요 계속사업=4,000t급 차세대 구축함(KDX-Ⅱ) 1·2차 사업에 모두 2,603억원을 투입하고 1,800t급 차기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데 935억원을 책정해 입체해상작전을 위한 기반을 닦기로 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KF-16전투기사업 및 천마·공대공 유도탄,공중급유기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한다. 모두 40대(대당 미화 7,000만∼8,000만달러)를 도입하는 F-X사업의경우 연말까지 4개 기종을 시험평가한 뒤 내년 4월 최종 기종결정을할 예정이다.또 당초 2005년 착수키로 했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사업을 2002년도로 앞당기고 공중급유기 도입사업도 2005년에 조기착수키로 방침을 변경했다.대구경다연장(MLRS) 및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도입에 1,424억원이 투입되며 C4(지휘·통제·통신·컴퓨터)전술통신체계 개발·구축비용 1,238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배정했다. 노주석기자 joo@
  • 여기는 시드니

    ◆한국 남자 양궁선수들을 무너뜨린 것은 예측불허의 시드니 바람이었다.20일 개인 16강전에서 발지니나 치렘필로프(러시아)에게 져 8강 진출에 실패한 장용호(예천군청)는 ‘바람에 무너졌다’고 자평했다.박광래 국제심판은 “오교문도 화살이 대부분 과녁 오른쪽으로 몰리는 등 바람 측정을 잘못했다”고 한마디. ◆양궁 경기장에 올림픽 공식언어가 아닌 한국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카메라 기자들이 붉은색 포토라인을 넘는다면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통보,아이디 카드를 박탈하겠다’는 경고였다. 이는 전날 여자 개인전을 취재하던 국내 방송사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마이크를 빼앗기는 등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 ◆남자 유도 90㎏급 우승후보로 꼽히던 일본의 요시다 히데히코가 경기도중 팔뚝이 부러져 금메달 꿈을 접었다.99세계선수권대회와 바르셀로나올림픽 챔피언인 요시다는 20일 브라질의 카를로스 호노라토와의 3회전에서 43초만에 오른쪽 팔뚝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난 남자역도 56㎏급 은메달리스트이반 이바노프(불가리아)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메달을 박탈당하는불명예를 기록.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 “이바노프가 도핑테스트에서 이뇨제 양성 반응을 보여 메달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이에 따라 지난 16일 경기에서 동메달을 땄던 중국의 우웬시옹이은메달리스트로 올라섰다. ◆육상선수 3명도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됐다.라미네 디아크 국제육상연맹(IAAF)회장은 20일 “우크라이나 포환던지기 선수인 알렉산더 바가치와 1,600m 릴레이 주자인 케냐의 시몬 켐보이,올림픽 5,000m 금메달리스트인 독일의 디에터 바우만 등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발표. ◆올림픽 요트 경기가 열리는 시드니항구 남쪽에 고래떼가 자주 출몰해 주최측을 긴장시키고 있다.고래떼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시드니항입구를 넘나들면서 대서양 장거리여행을 준비해 왔다. 브루스 폴센 시드니항 관제센터 팀장은 “18일 오전에도 고래가 항구 남쪽에서출몰했다는 보고가 접수됐다”며 “고래가 항구로 들어올경우 요트경기는 물론 올림픽운영에 필요한 물자수송에 지장을 받는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대한광장]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인간과 인간사회를 보는 대표적인 관점으로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다.이것은 인간의 본질을 선하게 보느냐 악하게 보느냐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인간관을 반영한다.성악설을 대표하는 사상가인 영국의 홉스는 자연상태의 인간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로 정리했다.여기서 국가에 대한 홉스의 처방이 나온다.홉스는 공포와 무법천지의 자연상태를 해결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제도적 방법을 고민한 끝에 사회계약에 근거,권력을 독점하게 되는 ‘국가’라는 괴물을만든 다음 이 괴물에게 모든 권한을 양도함으로써 행복을 보장받는방법을 고안했다.홉스는 이 괴물을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불렀다.무절제하고 폭력적인 인간들이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에 의한식민지적 지배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행복을 추구했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다.우리 사회는 지난 10여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민주적 발전을이루었다.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생활의 불가분의 일부가 됐다.그러나민주화의 진전이 시민적 성숙이나 사회의 질적 발전을 동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오히려 그 반대현상이 급격하게 부각되면서 홉스가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우리 사회에 재연되는 것이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집단과 약사집단의 대결은 국가나 정부의 역할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의사들의 장기폐업에 대해서도 아무런제동장치가 없다.과거 한의사와 약사들도 유사한 대결을 벌인 바 있다.결국 의사·약사·한의사들이 관련 단체와 학생들까지 총동원해두 차례 충돌했던 셈인데 대결의 일차적 원인은 개인적·집단적 ‘이익’과 관련된 것이다.이런 점에서 쓰레기소각장 설치 등 환경문제로발생하는 ‘님비현상’은 오히려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현정부 출범 후 계속된 여당과 야당의 미묘한 대결상태는 우리 정치를 3류 이하의 수준으로 타락시키고 국회의 위상을 휴지 조각처럼 구겨버렸다.그러나 누구도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이런 정도라면 차라리 정치를 없애 버리고 정치광장인 국회를 ‘시민광장’으로만들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재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무지한 발상이 오히려즐겁다.지난 총선에서 활약했던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이 ‘국회봉쇄’로 발전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정부나 정당 안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정권 초기의고급옷 로비 사건이나 최근의 한빛은행 대출사건을 둘러싼 혼선은 권력의 순수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당내 갈등을 처리하는 지도부의 치졸한 방식도 국민들을 실망시킨다.특히 여당은 정치 초년생들이 불과 몇달 사이에 누차 ‘집단행동’을 감행할만큼 지도력도 없고 원칙도 없다. 갈등이 극한상태로 발전하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니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니 하는 표현이 유행한다.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했던 현상이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현 상황에서 반복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그러나 갈등의 확산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갈등의 성격이 매우이기적이라는 것과 이기적 갈등을 조정할 사회적 기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정부나 국회나 정당이 갈등의 조절기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그러나 자기 내부문제도 처리하지 못하고 작동불능 상태에 빠진 이들에게 어떻게 조절기능을 기대하겠는가. 이 때문에 갈등은 더욱 집단화되고 더욱 이기적인 것으로 변질되는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마치 1차대전 직후 독일 바르마르공화국의민주주의가 사회적 갈등의 증폭과 권위적 조절기능 부재로 인해 히틀러의 파시즘에 권력을 양도했던 것처럼. 근대국가 형성 과정이 그랬던 것처럼 사회가 스스로 자율적 조절기능을 형성하지 못하면 타율적 압력에 의해 지배될 수밖에 없다.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근대의 산물이지만 시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출몰하는 괴물이다.고귀한 희생을 통해 획득한 민주주의가 자유방임과만인의 투쟁상태로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권위있는 사회적 조절기제가 구축돼야 한다.이 일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지만 정부만의문제는 아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 시드니 소식 D-5/ “일부종목 선수 90% 금지약물 사용”

    ■일부 올림픽 종목의 선수들 90% 가 금지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백악관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일부 국가에서는 애국심과 명예를 의식해 이같은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와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감시 부재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IOC측은 “우리가 약물과의 전쟁에서 이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향후 2년간 2,500만달러를 투입해 모든 종류의 약물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는 기술과 감시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트라이애슬론 수영경기를 치르게 될 시드니항에 상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떠돌자 주최측이 적극 진화에 나섰다. 경기진행의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한센은 9일 “경기장 주변에 전류장치를 설치해 상어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고 말했다. 시드니항에서 가장 최근 발생한 상어떼의 공격은 2년전에 있었고 마지막으로 상어에 의해 인명피해를 낸 것은 1963년 이었다. ■시드니로 향하던 유람선 승객중에 폐렴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에비상이 걸렸다. 뉴사우스웨일즈 보건당국은 시드니로 입항하던 프린세스호 승객 가운데 폐렴증세를 보인 환자가 발생해 보호수용하는 등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시드니 보건당국은 이 유람선이 10일 시드니에 도착하는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선수 가운데 140명에 대한 무작위 도핑테스트를실시한 결과 전원 음성반응이 나와 IOC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IOC는 그러나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4월부터 1,811명의 선수들에대해 실시한 검사결과 10명이 양성반응을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헝가리육상 400m의 주디트 세케레스와 단거리선수 가보도보스의 선수자격을 2년간 박탈하기로 했고 체코 역도선수 지네크바큐라에게 대회참가 불허를 통보했다.
  • 야생조수 급증 수확기 농작물 피해 우려

    멧돼지 등 야생조수가 크게 늘고 있어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피해가우려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은 최근 경남 서북부지역의 야생 조수 서식밀도를 조사한 결과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멧돼지를 비롯,상당수 유해 조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멧돼지의 경우 임야 100㏊당 6.7마리로 지난해말 4.3마리에 비해 56%가 늘었고,토끼도 5.8마리에서 7.5마리로 29%로 증가했다.까치와 꿩은 100㏊당 각각 50마리와 60마리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포획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계속 번식,개체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예상된다. 이처럼 야생 조수의 서식밀도가 증가하는 것은 최근 산림이 무성해진 데다 밀렵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야생조수의 자연번식이왕성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야생 조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수렵 허가를 내주고,현재 일출부터 일몰까지인 총기사용 허가시간도 야생 조수의 활동시간인 야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창원이정규기자 jeong@
  • 강원 산불지역 민가 비상

    강원도 영동 산불발생 인근 민가지역에 야생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떼지어출몰하면서 농작물 피해는 물론 광견병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8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대형 산불로 서식지와 먹이사슬이 파괴된 너구리와 산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떼지어 남하,산불 피해가 없었던 양양·고성군 일대 민가지역에 출몰하고 있다. 산짐승들은 애써 지은 농작물을 파헤치는가 하면 광견병 등 가축질병 발생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에는 산돼지들이 양양군 현북면 일대에떼로 나타나 모내기를 한 논 4,000여평을 파헤쳐 놓았다.앞서 26일에는 한관광객이 고성군 간성읍 진부령 근처에서 개에 물려 광견병 치료를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양양군 등 영동지역 시·군들은 긴급 방역반을 편성,산과 인접한 마을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방역활동을 펴고 광견병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산불로 인한 2차 피해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대형 산불로 생태계가 파괴된 지역의 야생동물들이 대거 남하하면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광견병을 퍼뜨리는 너구리 등이 먹이를 찾아 민가가 출몰하고 있는 만큼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양양·고성 조한종기자 bell21@
  • [데스크 시각] 說이 없는 경제를 위하여

    우리나라만큼 ‘경제위기설’이 자주 등장하는 나라도 드물다.일본이 장기호황을 누렸던 지난 80년대에 언론들은 줄기차게 ‘일본경제 위기설’을 제기했다.‘가공(架空)의 위기’를 등장시켜 경제주체들이 미리 대비하도록 경고함으로써 위기를 예방하고 호황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다.가장 큰 차이는 집단적 불안심리가 가득차 있을 때,즉 상황이 어려울 때 위기론이 등장한다는 점이다.그 결과 위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은 경제주체들을 더 큰 불안 속으로 몰아넣곤 한다.일본에서와는 달리 위기설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많은 희생을 치르게 했다. 그런 사례는 수두룩하다.한해에 서너차례씩 굵직굵직한 위기설에 시달리는것이 보통이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등장한 것만 따져보자.지난해 7월 무렵부터 ‘대우관련 위기설’이 표출되더니 10월초 “대우계열사간 자금지원을 차단하겠다”고 한 이헌재(李憲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발언이 있자 ‘11월금융대란설’로 확대포장됐다. 그런 다음 올초에는‘2·8 금융대란설’로 간판을 바꿔달았다.곧이어 ‘현대위기설’이 등장했고 지금은 ‘제2 경제위기설’이 유포되는 중이다.조만간 ‘7월 금융대란설’이 고개를 내밀 조짐이고 ‘내년 1월 대란설’이 준비단계(?)에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 경제에는 이처럼 온갖 ‘설’(說)들이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가 사라지곤 한다.그때마다 경제가 한바탕 요동을 쳤다.내년에도 ‘위기설’이 몇개더 나올 것이다.그런데도 매번 시장이 깜빡 속아 넘어가는 것은 ‘설’마다그럴 듯한 소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찾아내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면 하나의 ‘위기설’이 생성된다.예컨대 대우와 현대의 위기설은 모두 특정기업의 자금난을 소재로 삼았다.각각 지난해 11월과 올 2월8일을 D-데이로잡았던 금융대란설은 대우채권의 환매(자금인출) 허용시기에 착안한 것이다.대우채권의 환매가 부분 또는 전면 허용되는 시점에 환매요구가 집중되면서금융기관이 연쇄도산할 것이라는 내용을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제2 경제위기설은단기외채비중 확대,원유가 폭등과 미국증시의 폭락,동남아 금융불안 등 국내외의 다양한 소재들을 테마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밖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7월 대란설은 채권시가평가제를,내년 1월대란설은 예금 부분보장제 도입과 금융기관 예금보험료율 차등화를 각각 주테마로 삼을 것이라고 한다. 일단 ‘설’이 만들어지면 시장에 급속도로 전파되다가 정해진 시한이 지나면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생존기간은 한두달 정도다.현재 유포중인 ‘제2 경제위기설’처럼 특별히 정해진 시한이 없는 것도 있다.이런 유형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잠복했다가 다시 출몰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각종 위기설이 경제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주가·금리·환율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3대 가격변수의 폭락 또는 폭등을 야기하는 경제불안의 주범이다.시장을 마비시키는 ‘암적 존재’다.경제주체들이경제실상을 바로 알고 대처하지 못하게 만든다. 시장경제를 꽃피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을 마비시키는 ‘설’들을 추방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결요건이다.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도 정보의 유통체계가 막혀있는 경우가 허다하다.실물시장은 물론 금융·증권·외환 등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차별없이 제때 제공돼야 한다.특히 시장에 불안하게비칠 수 있는 정보일수록 더욱 그렇다.이 점이 바로 정부정책이 투명성과 공개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염주영 경제팀장
  • [외언내언] 도시 사막화

    ‘사막화'라는 말이 일반화된 것은 70년대 들어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구녹화계획'을 선언한 때부터.현재 지표의 3분의 1이 건조 또는 반건조지역으로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사막화는 가속도가 붙어 해마다 한반도의 배가 넘는 60만㎢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사막화는 도시를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번지는 특성이 있으며 매년 1,700여만명이 주거지역에서 쫓겨나고 있다. 고대 인류문화의 발상지는 오늘날 대부분 황량한 사막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전에는 녹지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바빌론·레바논·이집트·에티오피아는 한때 삼림이 울창하고 갖가지 동물들이 살며 강물이 넘실대던 땅이었다.위성탐사 결과 사하라사막 모래밑엔 큰 강줄기의 흔적과 숲의 잔해가 숨겨져 있는 것이 밝혀졌으며 피라미드 거석유적은 목재가 있어 운반·축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막화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으면서도 최근들어 문제가 되는 것은 벌목·지하수 남용·인구증가·산업화등 인위적 요인으로 확산속도가 빨라지고있기 때문이다.최대 사막화지역은 사하라사막에서 시작,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중앙아시아에 이어지는 곳으로 많은 나라들이 기아에 허덕이며 주민들은 물을 찾아 고향을 떠난다. 사막화가 인구밀집지역을 옥죄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된다.도시사막화의 대표적인 경우가 베이징과 멕시코시티.베이징시는 나무를 심어 녹지를 확보하는 그린벨트계획으로,멕시코시는 지하수 이용 제한조치로사막화를 막기 위한 힘든 전쟁을 하고 있다.원래 이들 도시들도 자연환경이수려한 지역서 시작해 세계적인 수도가 됐다.베이징은 원래 숲지역에서,멕시코시는 습지에서 시작해 형성된 도시여서 물이 풍부했던 도시임을 알수 있다.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은 어떠한가.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기 전까지만해도 인왕산·북한산엔 나무가 울창해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얘기가 전해올정도였다.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울창한 숲은 사라지고 고층빌딩·아스팔트 포장등으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서울도 사막화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실시한 도시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전체면적 6만768㏊중58%가 개발이 완료되고 도시화지역의 80%가 물이 땅으로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不透水)포장지역이어서 식생의 복원력과 생명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토양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녹지와 하천·나대지를 개활지로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하천을 복개하고 산자락을 개발하며 길을 포장하는 것만이 개발은 아니다.뒤늦기 전에 자연과 시민이 함께 숨쉬는 생명력있는 도시가 되도록 노력을 기울일 때다. 이기백 논설위
  • [총선 엿보기] 후보들 얼굴알리기

    총선전이 본격화되면서 얼굴 알리기에 나선 후보들의 아이디어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 신인일수록,무소속 후보일수록 독특한 홍보전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 마스코트.전국 어디서나 애용되고 있다.유권자에게 친근감을 주고 후보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만점이다.인천 계양의 민주당 송영길(宋永吉)후보,대선 유성의 자민련 이창섭(李昌燮)후보 등이 마스코트로 재미를 보고 있다.대구 북갑의 민국당 김석순(金石淳)후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캐릭터 마스크를 쓴 운동원들이 유세 장소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출몰,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홍길동 전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유권자가 아닌 어린이의 관심을 끄는 ‘고단수’ 선거전도 새로운 현상이다.어린이의 입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전법이다.강원도 강릉의 민국당 심재엽(沈在曄)후보는 선거용 피켓에 만화영화 ‘포켓 몬스터’의 주인공인 피카츄와 퓨린 인형을 담았다.대구 수성을의 무소속 남칠우(南七祐)후보는 선거구내에 100여㎡나 되는 돔형 천막사무실을 설치,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했고거리 유세때는 매일 장미 수백 송이를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상주의 민주당 김탁(金鐸)후보는 ‘세대 교체’ 등의 문구가 적힌 퍼즐을유권자에게 나눠주고 있다.퍼즐이 든 봉투에는 ‘1시간내에 퍼즐을 못 맞추면 전화하세요’라는 문구와 지구당 전화번호를 적어 자연스레 유권자들의전화를 유도하고 있다. 대구 남구의 민주당 조현국(趙顯國)후보는 태극기,풍선,꽃 등을 설치한 유세차를 제작,수시로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대구 중구의 무소속 이광수(異光洙)후보는 ‘독도는 우리땅,신라장군 이사부’라는 간판을 내걸어 독도를 지킨신라장군 이사부(異斯夫)의 후손임을 알리고 있다. 통을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거나 길거리를 청소하며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는 후보에서부터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테크노 댄스부대까지 등장했다. 신문과 TV를 통해 전파되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다른 지역에서 금방 모방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지운기자 jj@
  • 亞13국, 해적정보센터 설립 합의

    [싱가포르 AFP 연합] 한국, 일본 등 아시아 13개국은 8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해안경비 당국자회의를 열고 공해상에 출몰하는 무장해적들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해적정보교환센터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의 제안에 따라일본해상보안청이 주관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해적행위가 발생할 때 통신 및 정보교환이 매우 중요해 정보교환을 위한 연락장소를 설치키로 했으며,서로간의 협력증진 방안들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고위관리는 최근 해적행위가 “놀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해당국가로부터 정보를 얻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 배가 일단납치되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각국의 해적 및 해상 무장강도 단속팀들의 연락처가 회담 후 참석자들에게 배포됐다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적행위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98년에 비해약 40%가 증가했으며,91년에 비해서는 거의 3배나 증가했다. 해적행위의 3분의2는 아시아에서 일어났으며,인도네시아 인근 해역의 해적출몰 횟수가 전체 203건중 113건으로 가장 많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담은 4월말 도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지역 해안경비 책임자회의에 앞서 열렸다.
  • [집중취재/조선족 밀입국] 실태와 대책

    중국 조선족들에게 우리나라는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가.밀입국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사기를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고도 ‘코리안 드림’을 향한 그들의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한탕심리에 이끌린 허황된 꿈,비참한 현실 탈출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족 밀입국의 실태와 대책 등을 짚어본다. ■밀입국 현황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96∼99년에 적발된밀입국자 수는 3,920명.97년 1,480명을 정점으로 98년 991명,99년 647명으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이 가운데 중국 조선족이 2,964명으로 75.6%,그 다음은 중국 한족(936명,24%)이다. 이와함께 지난해 비자기한을 넘겨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은 13만5,300명.이는 국내 전체 외국인 38만101명의 36%에 해당되고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 수는 6만8,700여명이다.이들은 친인척 방문 등으로 들어왔다가 ‘돈’을벌기위해 눌러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외국인 인권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산업연수생을 포함해 국내 외국인 취업자 30여만명 가운데 15만여명이 밀입국자나 불법체류자로 추산된다”고 밝히고 있다. ■밀입국자들의 실상 지난해 5월 경북 포항의 모 식당에서 일하다 불법체류자로 잡힌 조선족 조모씨(35·여)가 조사를 받던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 여자보호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최근에는 서울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 9개월동안 일해오던 조선족 백모씨(51)가 떨어져 숨졌다. 이처럼 밀입국자들에 대한 감시망도 어수룩하지 않고,일자리 여건도 좋을리 만무하다.이들이 종사하는 직장은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3D업종이다.더욱 큰 문제는 공장이 영세한 탓으로 고용주들이 임금을 떼먹기 일쑤라는 것이다.또 ‘경찰신고’를 빌미로 상습체불에다 구타까지 하는 악덕 업주도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밀입국자들이 받는 돈은 월 평균 60만∼70만원.중국에서 교사가 한달에 900위안(11만여원)을 번다고 볼 때 6∼7개월치에 해당되는 목돈이다.그러나 이는 계산상 그럴 뿐 이핑계 저핑계로 고용주가 덜줘도 항의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게 이들의 처지다. 현재 밀입국자를 고용할 경우 고용기간에 따라 범칙금 500만원부터 5년이하 징역을 감수해야 한다.또 밀입국자들 틈에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이 섞여 있어 대공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밀입국 경로 주로 서·남해 해안선으로 들어온다.중국과 가까운 데다 섬이 많아 레이더 감시망의 사각지대가 많고 고기잡이 배로 위장하기 쉽다.대개공해상에서 고기잡이 배로 위장한 국내 어선에 옮겨탄 뒤 어선과 함께 묻혀연안항으로 들어온다. 지난달 28일 전남 목포항에 입항한 여객선에서 밀입국하려던 조선족 1명이숨진 채 발견됐다.비좁은 공간에서 48명이 뒤엉켜 오랜시간 배를 탄 탓에 질식해 숨졌다.해경관계자는 “목포나 고흥·완도 등은 해안선이 길고 섬이 많은데다 부산쪽으로 연결되는 통로라는 점 때문에 밀입국자들의 공략대상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알선책 목포해경 관계자는 “국내 밀입국 알선조직이 100개는 넘을것으로 본다”며 “7∼8명으로 이뤄진 알선책이 점조직 형태여서 검거하기가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밀입국 수요가 늘어나면서 알선료도 지난해 1인당 5만∼6만위안(한화 700만∼800만원)선으로 올랐다.조선족 10명이 한국땅에 들어오면 5명의 돈은 중국모집책에게,나머지는 국내 알선책에게 건네진다. ■송환방법과 대책 단순 밀입국자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신병이 넘겨진다.서울과 여수에 있는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한 뒤 여권과 여비를 줘서 내보낸다.다시는 국내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공항 등에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선족 밀입국자들의 입국을 봉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조선족들에게 국내 실상을 그대로 알려 허황된 꿈을 갖지 않도록 하는 일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조선족 밀입국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일각에서는 조선족 국내취업을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지금과 같이 불법체류중인 조선족들이 큰 고통을 겪고 범죄조직만 이롭게 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이들을 수용해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3D업종에 활용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에도 산업연수생제도등 조선족들이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그 숫자가 미미한데다 조건이 까다로워 조선족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 *金吉照 해경 국제과장 인터뷰 “IMF이후 한동안 감소추세에 있던 중국 조선족들의 해상을 통한 밀입국이다시 늘고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해양경찰청 김길조(金吉照)국제과장은 “국내경기 회복에 맞춰 99년 후반기부터 밀입국이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상 밀입국의 일반 현황은 한·중 알선책이 공모해 조선족을 중국어선으로 공해상까지 데려온 뒤 우리 어선에 환승하는 수법이 주종을 이룬다.전에는 10∼30t급 소형 목선을 이용했는데 요즘은 중형으로 바뀌었고,척당 밀입자수도 20∼30명에서 50∼80명으로 늘어나는 등 수법이 대범해지고 있다. ■단속은 어떤 식으로 하나 밀입국 첩보가 입수되면 예상항로에 경비정을 증가배치하고 선박 입항시 100% 검문검색을 한다.해군 및 어업지도선과 합동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취약시간대에 함정 및 헬기를 이용해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과의 협조는 지난 98년12월 중국 공안부와 해상범죄 공조협력에 관한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수사협조가 잘 된다.밀입국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출몰하면 중국 공안부가 즉각 우리측에 통보하고 자체 예방활동을강화한다.지난달 14일에는 중국 단동항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던 조선족 111명을 검거한 바 있다.이는 중국 공안당국이 직접 밀입국자들을 검거한 최초 사례다. ■밀입국을 단속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육지와는 달리 바다에는 통로가 없기때문에 밀입국 선박을 단속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특히 해상경비는 막대한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나 인력동원에는 한계가 있다.따라서 어민들의 신고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신고정신을 높이기 위해 각 항·포구에서 어선 출항시 전단을 배포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hjkim@ *목숨건 '코리안 드림' 허상 지난달 28일 여객선 냉동창고 안에 숨어 전남 목포항으로 밀입국하던 중국조선족 황모씨(38)가 질식사로 숨진 사고는 중국 조선족내에서번져가고 있는 ‘코리안 드림’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이후 조그만 목선에 목숨을 걸고 ‘기대의 땅’한국을 찾는 조선족들의 발길이 서·남해안 전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해도중 중간에 폭풍을 만나 목숨을 잃거나 목적지가 아닌 곳으로 표류하는 일도 있지만 이들의 모험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조선족들이 몰려사는 중국 길림·흑룡강·요녕성 등 동북3성에는 밀입국을 추진중인 사람수가 21만명에 달한다는 설도 나돈다.이 가운데는 농어민뿐 아니라 교사·회사원 등 인텔리계층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밀입국 열풍’이 조선족 사회에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에만 가면 한 밑천 잡는다는 허황된 기대감 때문이다.한국에서 2∼3년간 일을 하면 중국에서 평생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거액을 만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 바람에 전답을 팔고 빚을 내 700만∼800만원의 비싼 알선비용을 대면서까지 밀항선에 몸을 싣는다. 이들은 하나같이 밀입국하거나 불법체류하다 적발되면 ‘내가 돈을 못벌어가면 식구들이 다 죽는다’고 눈물로 호소해 조사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그러면 밀입국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잔뜩 벌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돌아갈까.해양경찰청은 해상감시체계가 수년전부터 대폭 강화됐기 때문에 공해상을 통해 밀입국하는 경우 대부분 적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설사 밀입국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들에게는 고난의 연속이다. 우선 취업이 쉬운 식당이나 공장 등에서 일을 하지만 임금을 제대로 못받거나 국내 근로자보다 20∼30%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이를 항의하면 업주가불법체류자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경인지방노동청에는 지난해 조선족 임금체불 사례가 10여건 접수됐다.그러나 조선족들은 불법체류 사실을 우려해 고발을 꺼리기 때문에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강종묵(姜宗默)근로감독관은 “조선족들이 고발을 해올 경우 불법체류는 문제삼지 않고 내국인과 똑같이 처리해주고 있지만그 수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조선족이 같은 조선족 또는 내국인에게 사기를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조선족 사기 피해자가 1만7,000여명에 이르고 피해액이 5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조선족들이 몰려사는 서울 대림·가리봉동 일대에서 조선족을상대로 위장결혼,주민등록증 위조 등을 일삼아온 ‘흑사회’로 불리는 조선족 일당 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꾼들은 주로 중국현지 송출업체와 짜고 허위비자를 발급해주고 돈을 가로챈다.사기당한 동포들이 중국인 채권자들에게 테러를 당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중국 하얼빈에 거주하던 마모씨(40·여)는 지난 98년 말 빚쟁이들에게 쫓겨 친정에 피신했다가 채권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기도 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 풍성한 극장가…뭘 볼까 즐거운 고민

    올해는 설연휴 극장가가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한국영화로 임권택감독의 ‘춘향뎐’과 이창동감독의 ‘박하사탕’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처음 시도되는 레슬링영화 ‘반칙왕’(감독 김지운)이 4일 개봉된다.외국영화로는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할리우드 영화 ‘슬리피 할로우’‘13번째 전사’‘바이센테니얼 맨’‘비치’등이 현재 상영중이다. ‘춘향뎐’은 영화가에서는 스스럼없이 ‘국민영화’라 부를 정도로 기대를모으는 화제작.영화의 줄거리보다 구성지게 흐르는 ‘국창’조상현의 남도소리 가락이 흥을 돋우는 판소리영화다.조상현의 춘향가는 옛 명창들의 특징적인 대목을 고루 담을 뿐 아니라 조(調)의 성음이 분명하고,리듬을 구사하거나 목청을 꾸미는 기교가 뛰어난 것이 특징.영화는 이 판소리 가락에 춘향과몽룡의 풀향기같은 사랑을 실어 전한다. 새해 첫날 개봉해 장기상영중인 ‘박하사탕’은 서울관객만 23만명을 동원하는 등 롱런을 예고한다.오는 5월 열리는 제53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부문에도 출품할 예정.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가,순수했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 영화에 얼마나 ‘순수파’관객들이 호응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지운감독의 두번째 작품 ‘반칙왕’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소시민의 애환을 그렸다.특수카메라를 동원해 초저속 촬영한 시합장면이 지금은시들해진 프로레슬링에의 향수를 자극한다.데뷔작 ‘조용한 가족’을 통해나름의 작가정신을 인정받은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만만찮은 블랙유머를 구사한다.“세상의 반칙과 링위의 반칙중 어느 것이 더 조작적이고 폭력적인가”감독은 사각의 링이라는 공간을 빌려 세상의 반칙에 태클을 건다.소심한은행원이자 반칙 레슬러로 나오는 주인공 송강호.그의 우수어린 코믹연기가가슴 한켠을 시리게 한다.우리는 모두 동정없는 세상의 헤드록(목조이기)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반칙왕인지도 모른다.‘춘향뎐’‘박하사탕’‘반칙왕’세 영화가 ‘설 대목=한국영화 강세’라는 극장가의 오랜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화는 세상의 어머니를 매개로 희생과 관용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과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바이센테니얼 맨’(크리스 콜럼버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여기에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호러영화 ‘슬리피 할로우’,존 맥티어넌 감독의‘13번째 전사’,대니 보일 감독의 ‘비치’(감독 대니 보일)가 가세해 흥행대결을 벌인다.이 세 작품은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슬리피 할로우’는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을,‘13번째 전사’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시체를 먹는 자들’,‘비치’는 알렉스 갤런드의 동명소설을 각각 토대로 삼았다. ‘슬리피 할로우…’는 잘린 목을 찾기 위해 산간마을을 연쇄살인의 소굴로만들어가는 호스맨(horseman)을 쫓는 수사관 크레인(조니 뎁)의 이야기.도입부의 할로윈 호박 마스크를 한 허수아비는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상케 한다.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잔인해 편안하게 볼 수만은 없는 영화다. ‘13번째 전사’는 식인괴물이 출몰하는중앙아시아로 쫓겨난 음유시인 아메드(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악몽같은 모험을 그린 액션활극.맥티어넌 감독 특유의 영웅적 제스처가 좀 부담스럽지만 볼거리만큼은 풍성하다.‘비치’에서는 여행을 통해 삶을 배워가는 배낭족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만날 수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시베리아 대탐방](5)국제화된 문화·예술도시 페름

    [페름 이도운특파원] 페름은 우랄 산맥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시베리아의대표적인 문화 도시다. 크고 작은 대학과 중앙광장의 오페라극장,남쪽 언덕의 박물관,까마 강변의쇼핑센터….페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상징물들이다. 특히 국립발레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나는 대부분 이 대학 출신이라고 한다.현재 한국 유학생은 없다고 대학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해 10월 30일 국립 페름대학을 방문했다.이곳에도 막 인터넷 바람이 불고 있었다.그러나 아직까지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구입할만한 경제적 여유는 없다.그래서 만든 것이 인터넷실. 페름대 본관 2층의 강의실 두개를 터서 만든 인터넷실이 마련돼 있다.인터넷실에 설치된 컴퓨터는 IBM 데스크탑 50여개.학생들은 일주일에 네 시간씩이용할 수 있다.날마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학생의 대열이 인터넷실 입구에서 복도를 지나 계단까지 이어진다. 인터넷실의 책임자인 알렉세이 페를로프는 “이용료는 따로 없다”고 말하고 “하지만 전화 모뎀을 이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늦다”고 설명했다.인터넷실에 컴퓨터를 제공한 인물은 미국의 조지 소로스라고 한다. 이날 밤 찾은 오페라 극장은 도시의 문화수준을 나타내줬다.입장료가 25루블,1달러에 해당한다.하지만 취재진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100루블을 지불해야 했다. 오페라의 수준은 모스크바에서 본 볼쇼이 오페라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중세 러시아 시대 몽골군과 전쟁을 벌이러 나간 ‘이고르’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오페라의 관객 가운데 절반은 10대였다.그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와함께 오페라나 음악회를 즐기며 예술적 감각을 키워나간다.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정신적으론 풍요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찾아간 페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표현양식의 그림을 만날수 있었다. 안경 낀 여자가 새침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모습을 사진처럼 담은 전신초상화와 머리깎는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을 세세하게 묘사한 그림은 ‘인물을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하는 느낌을 줬다. 페름은 또 시베리아에서는 드물게 국제화된 도시다.16만4,000㎢의 면적에 300만명이 사는 페름 주에 미국,독일 등 외국과 합작해서 만든 기업이 360개나 된다. 10월29일 오전 페름 주의 국제경제국장인 조토프 스테파노비치의 사무실을방문했을 때 예상치 못한 광경이 벌어졌다.책상 위에 태극기와 러시아 기(旗)를 나란히 세워 놓은 것이다. 알고보니 페름시는 지난해 대구광역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한다.그 때 구한 것이겠지만 한국에서 온 기자와 만나는 자리에 태극기를 놓을 정도로 그들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고 있었다. 스테파노비치 국장은 석유 채굴과 석유화학,첨단기계 설비 제작,발전 등이주요산업이라고 소개했다. 석유 생산량은 1년에 1,000만t이며 석탄과 금,구리 등 광물도 매장량이 풍부하다.파타시움이란 이름의 비료가 화학공장에서 생산되며,로켓과 비행기부품도 만든다고 스테파노비치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전자와 통신 분야에서 한국기업과 협력하기를 원한다”면서 “모스크바를 거치지 말고 이곳으로 직접 오라”고 말했다.전자 분야의 협력,그리고 모스크바를통하지 않은 직접 투자 혹은 합작사업.그것이 시베리아의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바라는 한국과의 협력 형태였다. 까마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페름시와 그 주변에는 2,000개가 넘는 호수가흩어져 있다.호수마다 경관이 매우 뛰어나다. 호수 주변의 숲속에는 호랑이와 곰도 산다고 한다. 페름주에서도 그 경관을 이용해 관광사업을 하려 하지만 자금과 노하우가없어 아직 일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외국의 대형여행사와 손잡고 일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현재 시에 인접한 호숫가는 시민들의 주말 휴양지인 러시아식 주말 농장인 다차가 차지하고 있다. 페름은 UFO(미확인 비행물체)가 출몰한 지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페름시에서 동쪽으로 150㎞ 떨어진 곳에 말룝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1983년 4월소수민족인 한티족이 사는 이 마을 상공에서 환한 빛이 내려오는 것을 바추린이라는 남자가 목격했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시계가 2시간 30분이나 시간을 뒤로 돌리는 등의 이상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이런 사실이 알려져 그날 이후 미국과 폴란드 등 각국으로부터 과학자와 탐험가들이 찾아왔다.페름에서는 교사인 니콜라이 수보틴이 홈페이지(http://ufo.psu.ru)를 만들어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수보틴은“지난 80년대까지는 정부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90년대 이후경제난으로 지원이 끊겨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를 하는 미국이 이곳에 대해 더 많은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awn@ *페름대학생들 “인터넷·디스코가 우리 관심사” “인터넷과 디스코 테크” 예카테린부르그의 우랄공대 화학과 3학년생인 세리나 슈로바(19)는 요즘 대학생들의 관심사를 이렇게 두가지로 요약했다. 슈로바는 “러시아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전체의 3%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너무 비싼 게 문제”라고 말했다.우체국에서 140루블을 내고인터넷 카드를 사면 하루 1시간씩 15일 정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슈로바는 요즘 친구들과 자주 가는 디스코 테크가 ‘에크란’과 ‘인젤리옹’,‘엘도라도’라고 일러줬다. 이 가운데 엘도라도에가보았다.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호숫가에 세워진 2층짜리 카지노 건물의 윗층에 디스코 클럽이 있었다.200평 정도 되는 크기였다.무대 시설이나 조명은 ‘코파카바나’같은 80년대 서울 종로의 디스코 테크를 연상케 했다.1인당 30루블(1,3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면 맥주나 오렌지 쥬스 등의 음료를 제공 받는다.러시아의 대학생과 젊은이들은 보드카를 많이 마시지 않는다.맥주를 들고 다니며 음료처럼 마시는 광경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탤런트 전지현이 전자제품 광고에서 춤을 출 때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테크노 음악이었다.러시아 젊은이들은 키카크고 덩치가 좋다.그래서 그들의 춤을 추는 몸짓은 크고 화려해보인다.땀을뻘뻘흘리며 춤에 몰입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세계 공통인 것 같았다. 엘도라도를 나와 외국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시내 중심부의 ‘말라히트’나이트 클럽을 들렀다.값만 비쌀뿐이지 그곳에서는 엘도라도와 같은 환희와 열기는 찾을 수 없었다. 국립 페름대 본관 2층의 언어학과 강의실.한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어문학과 학생은 대부분 여학생들이다. 수업을 기다리던 3학년 마샤 마리아 빌라비예바는 영어에 관심이 많다.그녀는 “대학을 졸업하면 번역이나 통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빌라비예바의 학우들도 영어와 남자친구,여행이 주요 관심사라면서 졸업한뒤 외국인 회사에 취직하기를 희망했다. 러시아의 여대생들은 대부분 미인이다. 비싼 옷이나 화장품은 없지만나름대로 멋을 잘 낸다. 국립우랄대에 다니는 한 학생은 “여대생의 반은 열심히 공부하고,반은 열심히 멋을 내서 돈 많은 노브리 로시스키(러시아의 신흥 부유층)와 결혼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 대학가에서는 “여성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립우랄대학의 한 여성학 교수는 강의시간에 “러시아 남자의 반은 감옥에 들어있고,나머지 반은 알콜중독자”라면서 “남자가 없으니 여자가 나서 러시아를 살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국인 유학생 정영아(국제관계학부)·고향아(역사학부)씨는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17세가 되면 대학에 입학한다.그 전에 6,7세에 학교에 들어가 11학년의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다.20세 전후가 대부분 결혼을 한다.대학생 부부가 많다.학비와 생활비는 직접 벌지 않고 부모가 대준다.그래서러시아의 서민층 부모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 [대한광장] 신문화운동 희망과 방향

    애써 낙관적 전망을 가지려 해도 우리의 현실은 부정적 징후로 가득하다.현실은 언제나 복잡하게 들끓고 있다고 하지만,오늘의 복잡성은 세기말적 기류에 휩싸이면서 개인적·국가적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민주화라는 신기루가 세계화라는 허울좋은 목소리에 감싸이는 순간 우리는 IMF라는 경제적 파탄을 경험했고,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내세웠지만 사회경제적 개혁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같지 않다. 정치를 하는지 파당적 정쟁만을 일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정계는 물론,기업을 경영하는 것인지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재계,그리고각종 이권에 개입한 부정과 비리의 대상자들 거의 모두가 왜 나만이냐고 당당하게 억울함을 항변하는 사회현실을 바라볼 때 과연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국가적 목표를 갖고 있는지 의아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지역주의와 이권주의가 이처럼 팽배한 적은 없을 것이다.일부에서는 그만큼 민주화가 된 것이 아니냐고 야유적으로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답답한 상황에서 필자는우연한 만남을 통해 작은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김포공항의 계단을 오르다가 한 사람이 갑자기 반갑게 인사했다. 낯선 얼굴에 어리둥절하다 물으니 20년 전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나를 만났다는 것이다.당황감을 떨쳐버리고자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그는 목회를 하고 있으며 현재는 가파도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우연이라 생각하고지나치려 했지만 호기심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의 말로는 주민 400여명 정도가 어업에 종사하고 교인들은 불과 수십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한동안 방황하다가 선교에 뜻을 두고 진로를 정한 다음 중국 연변지역에서 조선족을 상대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가파도에 가 있다는 것이다.그러면,다음은 어떻게할 것이냐고 했더니 하나님이 사역하시는 대로 가야할 곳이 정해지면 그곳으로 가 선교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한 가지 더 물어보았다.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하니,자기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왜냐고 하니 고아를 입양시켜 키운다는것이다.이야기를 들으면서,무엇인가부끄러움과 더불어 어떤 신선한 울림이 전해왔다.그가 바로 마라도의 유명세에 가리워진 가파도교회의 홍윤표 목사였다.그에 의하면 어떤 독지가가 교회건물을 지어주고 선교활동을 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이 아직 한국사회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새로운 충격이었다.그리고 어떻게라도 시간을 만들어서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선선한 초대를받고 작지만 이런 일들이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한국사회는 아직도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어찌 그것이 선교활동 뿐이겠는가.언제나 그러하지만 표면에 나타난 것만 보는 사람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우리가 처한 현실은 누구도 주류라고 할 수 없는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고,그 격한 소용돌이에 튕겨져 떠올랐다 사라지는 출몰현상의주변에 방관자처럼 살고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다. 새로운 세기가 오고 있다고 하지만,중구난방의이 혼란 속에서 새로움을 주도적으로 맞이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 것 같지는 않다.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작은 것을 실천하는 민간주도의 신문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져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과 혼돈을 여과시킬 뿐만 아니라창조적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이라 믿는다. 앞에서 예거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새로운 시대의 신문화를 주도할 주인공들은 그들의 사회활동의 근본동인을 자발성,지속성,실천적 헌신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타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형식적 운동이나 한 두번 하다가 중단하는 단발성 운동은 물론이고 자기희생이 따르지 않는 신문화운동은 사회적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한순간에 맥없이 부서져내렸던 것은 새 시대를 조망하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다.이 교훈을 살린다면 우리는 20세기에 경험했던 역사적 파란곡절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고,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21세기는 우리에게 또다시 끔찍한 세기가 될 것이다.우리 모두가 자기는 맞고 남들은 다 틀린다고 자기주장의 정당성만 강변하는 어리석음을 벗어버려야 한다.남의이야기에 귀기울이고,작은 일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이 더 귀하고 현명한 일이 아닐까.실천하는 작은 힘들이 하나로 뭉쳐질 때 우리는 분명 강하고 큰역동성을 갖게 될 것이다. [崔東鎬 고려대교수·국문학]
  • 외국영화 한글제목 멋대로 달기

    외국영화에 우리말 제목을 붙일 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직역을 하는 것이다.영화가 의도하는 본래의 뜻이 바로 원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직역을 해서는 의미가 전달될 수 없거나 우리말로 옮기기 곤란할 때에 한해 최소한의 의역을 해야 한다.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 나을때도 많다.요컨대 외국영화에 우리말 이름을 붙이는 데도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블루 스트리크(Blue Streak·사진 위)’가 ‘경찰서를 털어라’란 제목으로 버스광고가 나가면서 작은 소동이 발생,쓴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영화 배급사인 콜롬비아 트라이스타 코리아에 따르면 이 ‘도발적인’ 제목 때문에 경찰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다는것.‘블루 스트리크’는 공사중인 건물에 훔친 보석을 숨겨놓은 채 체포된주인공이 보석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기상천외의 액션을 그린 영화다.‘블루 스트리크’는 구어로 ‘번개처럼 빠르고 활기가 넘치는 것’을 뜻하지만 이 영화에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주인공의 민첩한 행동을 가리킨다.이와 관련,영화사측은 “영화 내용에 맞고 호기심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지은제목”이라고 ‘선의’를 강조하지만 얄팍한 상혼에서 나온 제목이란 지적을면키 어렵다. 최근 개봉된 외화중에는 원래 제목을 소리나는 대로 옮겨놓지도 못한 영화들도 적지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라이브 플래쉬(Live Flesh, 라이브 플레쉬·사진 아래)’‘더 헌팅(The Haunting, 더 혼팅)’등이 대표적인 예다.‘라이브 플래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선한 육체’란 제목으로이미 소개됐던 작품이어서 관객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더 헌팅’ 또한 유령이 출몰한다는 건지 사냥을 한다는 건지 어리둥절하게 한다.또 수전 서랜든 주연의 ‘라버 러버’는 ‘어슬리 포제션(Earthly Possession)’이란 제목이 따로 있다.어려운 제목을 순화하겠다면서 왜 굳이 영어 제목을다시 붙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도둑과 연인’ 쯤으로 했으면 한결 쉽고 로맨틱한 영화 분위도 살렸을 법한 데….영화수입사들은 꾀를 내도 ‘죽을꾀’만내는가 보다. [김종면기자]
  • [해양한국 장보고에서 21세기까지](18)해상왕 장보고

    ‘生年未祇奉 久承高風 伏增欽仰(생년미기봉 구승고풍 복증흠앙:평소에 받들어 모시지 못했으나,오랫동안 고결한 풍모를 들었습니다.엎드려 우러러 흠모함이 더해 갑니다)’. 840년 2월 17일.당에서 천신만고 끝에 신라배로 귀국한 일본의 승려인 옌닌(圓仁)이 장보고에게 보낸 글의 일부이다.존경과 감동의 마음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다.그가 쓴 ‘입당구법순례행기’덕분에 그나마 신라의 해양사,장보고의 활동,그리고 그의 동아시아적 위상을 알 수 있게 됐다. 장보고는 단순한 군인이나 상인,더욱이 야심찬 정치가는 아니었다.그는 변화된 동아지중해의 본질을 꿰뚫고 신질서의 핵심으로 뛰어든 인물이었다.장보고 선단의 활동범위는 매우 넓었고,바다와 육지에 걸쳐있었다.신라와 당,일본은 물론 간접적으로 발해와 동남아국가들,아라비아에까지 이어져 있었다.대운하의 주변에 포진한 신라방들과 연계하면서 산동반도의 여러 지역들,청도만입구의 연운,그리고 절강성 영파와 주산군도 등 황해의 서안,한반도의서해안,남해안,제주도,일본 규슈의 하카다,우사(宇佐)지역(金文經설)를 거점으로 황해와 동해북부를 제외한 동아지중해의 해상권을 장악하였다. 이 광범위한 활동의 중심지는 남부해안에 828년 설치한 청해진(완도)이었다.청해진은 한중일을 연결하는 항로가 경유하는 중요한 항구도시였다.동아시아의 해적을 퇴치하는 해군력을 키우고,선단이 대기하는 군사도시이었다.때문에 완도나 장도(將島)외에 주변 섬들에 소규모의 군항을 만들고,방어체제를 구축해 공수를 유기적으로 엮은 나폴리같은 대규모 해양요새였다.또 국제교역을 국내산업과 연결시키는 수륙교통의 요지로써 배후에 생산과 소비,운송을 담당한 강진 해남 등이 있는 해양폴리스였다. 장보고는 이 도시에서 사무역과 공무역과 산업을 관장하는 한편 해적의 퇴치,신라내정의 참여 등 사업을 벌였으며,곳곳에 황해 연안 포진한 신라방들을 관리하며 연결시켰다.때문에 라이샤워는 장보고를 해외조계지(colony)를지배한 총독(commissioner)으로 평가했다. 그로 하여금 경이적인 활동과 역사적인 역할을 하게한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해양활동 능력이었다.신라인들은 항해술이 매우 뛰어났다.옌닌의 책에 따르면 신라배들은 산동반도에서 신라땅까지 바람이 좋을 때는 2∼3일이면 닿을 수 있다고 하였다.847년 옌닌이 귀국할 때 탄 배는 음력 9월 2일 정오 적산포의 모야도를 출발해 황해를 건너 다음날 아침 육지를보았다.직횡단거리가 200㎞ 정도가 된다. 신라인인 절강의 대항해가 장우신(張友信:조영록 설)은 명주를 출발해 3일만에 일본의 서부까지 항해하였다.동중국해의 북부를 사단으로 항해하는 고난도의 원양 항해이다.신라배에는 ‘암해자’,즉 뱃길을 숙지한 항해사와 풍부한 경험의 선원들이 다양한 항해도구를 사용했다.9세기초 일본열도에는 신라인이 자주 오고,신라배가 해안에 출몰하여 불안을 조성하였다.장보고의 사후에는 신라인들이 일본해안에서 들끓었다.이런 사실은 신라인의 항해술이뛰어났음을 알려준다. 장보고의 선단은 다양한 항로로 바다를 누볐다.황해중부 횡단항로는 산동반도의 적산 등주와 밀주 등 여러 지역에서 출발해 횡단하다가 백령도 등 황해도 연안의 섬들을바라보면서 서해근해를 남하해 청해진에 도착한 뒤 각각의 목적지를 향해 출항한다.가장 안전하고 많이 사용하던 항로이다. 두번째는 동중국해 사단항로이다.절강성의 명주(영파)나 그 아래를 출발하여 동중국해를 근해항해로 북상한 다음에 상해만 부근에서 황해남부를 사선으로 항해,제주도 해역에 진입한다.한라산은 원양항해시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는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이어 청해진으로 들어가거나 남해(사천:서영교설)나 동해(울산)부근으로 항해한다.또는 일본 서부의 고토(五島)열도로 항해한다. 세번째로는 절강에서 일본열도로 항해하는 또하나의 항로는 동중국해 사단항로이다.당시 이 항로들은 계절풍을 이용했는데,특히 동중국해 사단항로는당나라를 출발할 때는 봄에서 초여름까지는 남풍을 활용하고,다시 당으로 돌아갈 때는 북풍계열을 활용해야 한다. 신라인의 조선술은 매우 뛰어났다.신라는 752년에 일본의 나라 동대사에서대불의 개안식을 하였는데,이때 축하겸 사절 700명을 7척의 배에 태워보냈다.1척에 약 100명이 탄 것이다.839년 일본조정은 장보고가 교역하던 태재부에 우수한 신라배를 만들라는 명령을 내린다.이 무렵 태재부에는 6척의 신라배가 있었다.일본은 가야 백제 신라 등으로부터 조선술을 배워 왔으며,당과 교류할 때는 사신,승려,상인들이 신라배를 타거나 신라선원을 고용하였다. 양주의 신라상인 왕청(王淸)은 일본무역으로 부자가 되었는데,일본에 다녀오기도 하였다.839년에 당에서 귀국하던 일본사신은 신라배 9척을 고용하여무사히 귀국한 일도 있었다.신라인들은 당나라 대운하주변과 항구에서 조선업을 하였다.847년에는 옌닌이 타고온 신라배가 현재 비파호 근처 히에이산의 명덕원(明德院)에 그림으로 남아있다.쌍돛대에 활대가 9개인 사각돛은 물레를 이용하여 움직이고,닻이 8개 이상이었고,누각이 있다.그런데 당나라에가는 일본사신선들은 길이 20여m,폭은 7m 전후로,백 수십톤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대선들이 수십척씩 그물같이 뻗은 항로를 이용해 황금의 바다에서 사람과 각종의 진귀한 물건을 실어 날랐던 것이다.장보고는 해양을 매개로 ‘동아지중해 환류(環流)시스템’을 완성시킨 전무후무한 사람이었다.그러나장보고의 죽음과 함께 이 시스템은 붕괴되어버렸고,바다는 배반의 공간이 되었으며,신라의 해양시대는 종언을 고하였다.그러나 한반도에서는 일부가 해상호족으로 기사회생하여 후삼국시대와 고려라는 새질서의 주인이 되고자 꿈틀거리고 있었다. 21세기 신질서속에서 분단한국은 중국와 일본에 비해 열세이다.우리가 생존할 길은 장보고를 모델로 신 해양질서의 본질을 인식하고,해양력을 강화시켜동아지중해의 중핵조정역할을 추진하는 것이다. [尹明喆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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