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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탈출 - 해외여행 / 필리핀 ‘팍상한’과 ‘타가이타이’

    |마닐라 글·사진 손정숙 특파원|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40여년전 쯤으로 필름을 거꾸로 돌린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무너져가는 수상가옥들,도시에 전혀 일체감을 보태주지 않는 형형색색의 조악한 대중교통편들,그 틈바구니를 무심코 활보하는 웃통벗은 사내들. 마닐라 변두리의 까맣고 앙상한 사람들에게는 도시의 역사가 읽힌다.500여년의 스페인 통치,다시 숨돌릴 틈 없이 미국,일본의 식민지배….제 것을 가져본 역사가 짧은 이 땅의 얼굴들과 가게들은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상품진열대마다 미제 캔디와 캐릭터상품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필리핀의 태양만은 일급이다.적도에 한발을 걸친 필리핀은 남태평양위로 7000여개의 보석같은 섬들을 쏟아놓았다.섬들마다 가족들과 연인들을 겨냥한 리조트들이 성업중이다. 국내 여행사들의 필리핀 관광상품들은 크게 두가지다.리조트들이 만개한 섬에서의 휴양여행이 하나.세부-막탄,보라카이,엘니도 등은 가족들과 신혼부부들을 손짓하는 대표적 휴양지로 자리잡았다. 또하나가 마닐라 근교관광지 기행.통상 팍상한폭포-타가이타이 화산 등을 묶어낸 3,4박짜리 상품들이다.리조트 체류에다가 마닐라근교 관광까지 곁들인 ‘두마리 토끼잡이’ 상품도 보인다. 토박이들의 사는 모양새를 구경하려면 쉬러 온 외국인들로 넘쳐나는 리조트는 지루하다.물론 팍상한이며 타가이타이 역시 판에 박힌 관광상품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노동하는 원주민들의 살냄새가 묻어난다. #1.물의 세례,‘팍상한’ 마닐라 중심가 호텔에서 나와 남동쪽으로 두시간여를 달린다.제법 그럴싸한 마천루들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한참동안 꾀죄죄한 슬레이트 지붕 행렬,그리곤 이곳 지주들이 소유했다는 끝이 없는 평원들을 바라보며 잠깐 졸다보면 어느새 팍상한 입구다. 수영장에 온것도 아닌데 계곡으로 접어드는 길목엔 남녀 탈의실과 샤워실이 오종종하게 붙어있다.홀딱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여행가이드의 말을 한귀로 흘려버린 관광객들이라면 새삼 긴장하게 된다. 겁먹은데 견주면 시작은 싱겁다.바나나모양의 길쭉한 통나무배에 몸을 싣는 뱃놀이다.적도의 태양아래반들반들 그을린 검은 원주민 사공 두사람이 손님 둘을 맞아들인다.이렇게 넷이 한배를 타고 40여분간 물의 계곡을 거슬러오른다. 수영을 못해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위 ‘맥주병’이라도 안심할 수 있다.바닥이 빤히 들여다뵈는 수심은 깊어야 어른 허벅지께.폭좁은 계곡은 딱 맞게 아늑하다.우거진 수풀 사이로 새들이 출몰하고 햇살 한줄기가 비스듬히 비춰들어 오수를 재촉할 즈음,갑자기 마음이 가시방석이 된다.바위가 이리저리 돌출한 급한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자 사공 두명이 강으로 첨벙 뛰어내려 아예 배를 밀고 끈다.코스를 통틀어 그런 ‘고난의 계곡’이 네댓차례 거듭되고 나면 바위틈을 디뎌가며 사느라 유난히 문드러진 사공의 엄지발가락이 눈에 밟힌다. 봉건시대,사람이 사람을 부리는 시스템이 신분제도였다면 현대의 그것은 돈이다.사공은 자기 직업에 종사하고 우린 그 노동을 사기 위해 돈을 내지 않느냐는 논리로 불편한 마음을 달랜다.그래서 때로는 강 중턱의 꼬치집에서 음료수 따위를 사달라는 그들의 가련한 요구를 “그건 다 상술이며 우린 그들에게 충분한 팁을 주고 있으니 넘어가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떠올리며 뿌리치기도 한다. 상류에 닿았다.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나룻배엔 한무리의 사람들이 벌써 잔뜩 올라타 있다.사공의 재촉에 사람들 틈바구니를 파고들며 주저앉는 순간,아차,선뜻한 뭔가가 아랫도리를 온통 적신다.나룻배를 반쯤 잠군 물이 어느새 허릿께까지 차올라 있다.사공들이 10m쯤 앞에서 떨어져내리는 폭포를 향해 노를 저어가면 나룻배위로는 벌써부터 비명이 난무한다.이윽고 비닐 우비위로 폭포줄기가 가차없이,아프도록 떨어져내린다.물의 세례.이 먼곳까지 날아와 이 무슨 고생이냐 싶은 한편으로 마음 한쪽이 개운해진다.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계곡을 되내려오는 길은 뭔가에 정화(淨化)된 듯하다.침례교도들의 마음을 알것도 같다. #2. 모래바람을 뚫고,‘타가이타이’ 역시 마닐라에서 1시간 30여분를 달려가야 하는 타가이타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타알화산’을 품고 있다.활동 한지 500년이 지나지 않아 지질학자들 분류기준으로는 아직도 활화산인 곳.살아있는 불덩이는 겹겹이 ‘천연요새’로 둘러싸여 있다. 일단 화산의 분화구 격인 ‘타알호’를 건너야 한다.모터보트를 타고 40여분간 질주,화산땅의 발치에 도달한다.뭍에 오르기 무섭게 밀짚모자를 든 아이들이 부옇게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든다.“원달러,원달러.”학교갈 나이도 안된 조그만 계집아이들이 모자며 먼지가리개용 스카프 따위를 팔고 있다.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집요한 눈빛들이 일렁이던 측은한 마음을 한순간에 질겁하게 한다. 한무리의 강매단을 뚫고 나와도 목적지인 산 정상까지는 한 고비가 더 남았다.하나 둘 도열한 말 등에 올라타고 해발 700여m 등성이를 올라가야 한다.길은 말그대로 모래바람과의 사투.밀짚모자를 있는대로 눌러써도,스카프를 꽁꽁 동여매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수없는 모래 알갱이들이 입속에서 지금지금 씹힌다.눈동자를 사정없이 할퀴어온다. 드디어 정상.눈아래로는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작은 용암호.그 가운데로 타알화산이 그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지금이라도 저 분화구가 활동을 시작해맹렬하게 용암들을 뿜어낸다면?그런 생각에 사로잡힐 새도 없이 한쪽에서 판을 벌인 장사아치들이 코코넛 주스 한통을 건넨다.코코넛 한가운데 꽂힌 빨대를 빨아들이자 달싸하고도 미지근한 액체가 목젖을 적신다.오는길에 들이마신 먼지들이 한꺼번에 씻겨져 내려간다.다 마신 코코넛을 반으로 잘라 과육을 파먹으면 숙취해소에 그만이라지만 설탕섞어 거품낸 계란 흰자같은 그 맛이 비위에 안 맞을수도 있겠다.짧은 관광을 마치고 말을 타고 되돌아내려오는 길,벙어리같던 마부들이 어쩐일로 입을 뗀다.화두는 역시 ‘팁’을 달라는 거다. #3. 낙수 수상스포츠·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해변리조트 ‘푸에르토 아즐’,삼림욕과 온천욕을 한데서 해결하는 ‘히든 밸리’ 등도 마닐라 근교 명소로 손꼽힌다.마닐라 안에서만도 리잘공원,마닐라베이 등은 여행사마다 필수로 집어넣는 관광코스다. 이처럼 볼거리가 풍성한데도 마닐라는 3급 관광지 취급을 못면하고 있는 듯하다.차라리 남태평양의 리조트들은 변함없이 인기다. 우선은 가이드라도 딸리지 않고는 신변보장이 안되는 마닐라의 열악한 치안 탓.또하나는 오랜 식민 지배로 인한 전통의 공백이 마닐라 대기에서 은은한 문화의 발효향을 앗아가 버린게 아닌가 싶다.미 군용지프를 개조한 교통 수단인 지프니가 온통 길을 뒤덮고 싸구려 생 미구엘 맥주가 정갈한 마실거리를 대체하는 곳.리조트의 저녁밤을 장식하는 원주민들의 민속춤에서조차 화려하게 치장한 미제 분가루 냄새가 난다. 마닐라에서 진짜배기는 막노동판과 향락업소,관광지에서 함부로 몸을 굴리는 이곳 노동자들의 땀냄새,그리고 태양뿐인 것 같다.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마닐라는 매력적이다.네온불빛 명멸하는 밤거리 사이로 생존에의 진한 욕망에 정면으로 대거리하는 사람들의 원시적 몸부림을 읽을 수만 있다면. jssohn@ 마닐라행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하루 세 차례 뜬다.오전 8시, 9시(금요일제외), 오후 8시20분.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필리핀 항공편이다.소요시간은 대략 4시간 내외.마닐라 공항을 벗어나면 길에 널린 게 지프니다.이곳 사람들에게는 버스값 정도의 값싼 대중교통수단이지만타갈로그어를 쓰지 않는 관광객들에겐 예사로 바가지를 씌우니 꼭 흥정을 한 뒤 승차할 것. 치안부재 상태인 마닐라 근교 등을 배낭여행하는 용감한 집단은 미국인들뿐이란게 정설.이곳은 어쩔수 없이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에 의존하게 된다.마닐라 근교는 50여만원대,샹그릴라 등 최고급 리조트는 70여만원대부터 숙식포함 상품이 나와있다.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으니 옵션 포함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질 것.
  • WHO “전세계 사스 종식”

    세계보건기구(WHO)가 5일(현지시간) 마지막 사스 감염지역이던 타이완을 감염지역 명단에서 제외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8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사스사태가 사실상 종식됐다. WHO는 이날 “사스감염지역 명단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타이완을 감염지역에서 해제한다.”고 선언하면서 “지난 6월15일 이후 20일간 타이완에서 새로운 사스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WHO는 또 전세계적으로 사스가 통제되고 있다면서 인간을 통해 전염되는 사스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세계 모든 곳에서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그러나 WHO는 전세계가 사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보건당국은 내년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할렘 브룬틀란 WHO 사무총장은 “여전히 200명 가량의 사스 환자들이 병원에 남아 있다.”면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뿐만 아니라 가을,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중국광둥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는 중국 전역은 물론,홍콩,베트남,싱가포르 등으로 옮겨 갔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캐나다까지 확산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타이완에서만 674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그 중 84명이 사망했으며 전세계적으로는 최소 8445명이 감염됐고 813명이 목숨을 잃었다. WHO는 그동안 사스 잠복기를 10일로 보고 잠복기의 2배인 20일간 새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스 감염지역에서 해제해 왔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도박사이트 전문사기단 기승

    현금이 오가는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에서 일반 네티즌을 노리는 전문 사기도박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네티즌들이 게임 도중 사기를 당하더라도 도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소연할 수 없다는 맹점을 악용하고 있다.또 도박사이트들도 기술적으로 사기도박을 막을 방법이 없어 ‘대박’을 노린 네티즌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도박이 합법화된 코스타리카 산호세에 서버를 두고 한글 도박서비스를 제공하는 B사는 최근 회원들에게 “서로 짜고 치는 담합포커에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늘고 있으니 비슷한 피해를 당한 회원들은 알려 달라.”고 공고했다.사기도박단은 국내외 도박사이트를 돌며 ‘세븐포커’와 ‘블랙잭’,‘고스톱’ 등의 게임에 동시접속해 사기도박으로 돈을 딴 뒤 사라지는 ‘치고 빠지기’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2,3명이 모여 화면에 나타나는 패를 서로 보여주면서 게임을 진행한다.유리한 카드를 밀어주거나 판돈을 올려 주고 빠져 나가기도 한다.최근엔 한 사람이 여러장의 타인 신용카드로 서로 다른 아이디를 만들어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는 ‘1인 사기꾼’도 출몰하고 있다. 코스타리카에 본사를 둔 D도박사이트에서 한국인 상담을 하는 정모씨는 “같은 시간대에 수백판의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면서 “최근 피해사례가 늘면서 모든 게임을 녹화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이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고스톱 게임에서도 꾸준히 피해 사례가 나오는 점으로 미뤄 전문 사기도박단에 한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박사이트측은 기껏해야 신고된 사기도박자의 사이트 이용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그나마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으면 모니터링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도박이 불법이고 위험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국내 이용자수는 꾸준히 늘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의 증가 역시 자업자득”이라면서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큰돈을 잃더라도 구제받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본사기자 ‘연평호’ 동승기 / 꽃게어선 조업지도 긴장의 하루

    “동진 2호,귀소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불러 주세요.” 서해 연평도 남서쪽 6마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 ‘연평 518호’ 선장 변진익(57)씨가 무전기 마이크에 대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북위)37도 28,(동경)125도 37,(뱃머리 방향)270도에 (속도)15노트입니다.” 연평호 왼쪽 20m 지점에서 조업중이던 동진 2호의 답신이었다. 변 선장은 곧바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지금 조업구역 바깥으로 조금 나왔으니 배 방향을 180도 틀어 안쪽으로 들어간 다음 조업하십시오.” ●“조업구역 벗어났습니다.” 연평호는 인천 옹진군 연평면 소속 어업지도선.연평어민의 조업구역 이탈을 막는 등 해상에서 조업을 지도한다.급할 때는 연평도 주민의 119구조대나 비상교통수단으로 이용된다. 현충일 연휴에도 ‘꽃게철’을 놓치지 않으려는 연평도내 50여척의 어선이 매일 조업구역에 몰려 들었다.변 선장은 35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7일 오전에도 긴장된 표정으로 3명의 선원들과 하루를 시작했다.변 선장은 “꽃게잡이가 한창인 지난달 말부터 북한이나 중국 어선이 자주 나타나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연평호는 이날 오전 8시쯤 연평도 남쪽 1마일 지점 조업구역 맨 윗머리에 도착했다.이어 조업구역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벗어나 남하를 시작했다.우리 꽃게잡이 어선이 조업구역을 이탈하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섬 응급환자 긴급수송도 연평호는 연평도와 소연평도에서 위급한 환자가 발생하는 등 ‘긴급 상황’에도 대처하고 있다.변변한 수술 시설이 없는 이 곳에서 뭍으로 환자를 실어 나르는 ‘수상 앰뷸런스’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연평호는 휴일이 없다.뭍에서 자녀 결혼식을 치러야 하는데 기상악화로 여객선이 끊어져 발을 동동 구르는 주민도 연평호의 비상 승객이 된다. ●긴급 무전,“중국 어선 출몰” “중국 어선이 지금 연평도 남서쪽 9마일 해상 조업구역 근처에 나타남.즉시 조치 바람” 중국 어선의 출몰을 알리는 긴급 무전이 연평호 기관실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점심 반주로 마신 소주 몇 잔으로 아직 붉은 기운이 감돌던 변 선장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이놈들 또 나타났군.얼마나 해 먹겠다고 이렇게 난리인지,쯧쯧….” 해가 저무는 오후 6시,어선들의 안전 귀항을 확인한 연평호는 서둘러 뱃머리를 돌렸다. 연평도 이두걸 김효섭기자 douzirl@
  • 이런책 어때요 / 콘돌리자 라이스

    안토니아 펠릭스 지음 오영숙 등 옮김 / 일송-북 펴냄 콘돌리자 라이스는 1954년 KKK단이 수시로 출몰하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태어났다.흑인으로서 보낸 어린 시절은 ‘상실과 박탈의 시기’였다고 하지만,그는 신처럼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어머니는 그의 양말 레이스에까지 다림질을 해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으며,목사인 아버지는 그에게 “한계 속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가르쳤다.그는 마침내 미국 역사상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됐다.헌신적이고 강인하며 독실한 신앙심을 지닌 ‘전사공주(warrior princess)’의 매력을 한껏 전한다.1만 2000원.
  • 특별기고/ ‘48체제’ 닫히고 ‘02체제’ 열렸다

    냉전의 빙하 속에 갇혀 있었던 애국 에너지가 청아한 애국가 선창소리,자원입대를 위해 미국에서 달려온 국민대표를 포함한 이색적인 국민대표들과 함께 입장한 제16대 대통령과 함께 폭발하였다.쌀쌀하지만 결코 맵지 않은 봄바람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을 가득 메워 한반도 자연의 대표단 역할을 당당하게 수행하고 있다.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장인 국회의사당은 당면한 위기에 대한 긴장감을 압도하는 희망과 비전으로 가득 찼다.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사의 서두를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과 폭력과 침체로 떨어지는 갈림길에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으로 열었다.당면한 북핵 위기,무한경쟁의 세계로의 개방 압력,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겹쳐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냉엄한 현실을 확인하는 출발이 오히려 믿음직스럽다. 갈림길에서의 올바른 선택은 지식과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험하지만 보람 있는 길을 택하려는 에너지가 동반되어야 한다.평화와 번영이라는 길로 나아가기위해서는 국민참여가 절대적인 것이다.참여에는 물론 고통분담이 따른다.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와 더불어 살기를 통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자고 취임사에서 밝히고 있다. 냉전과 남북분단 단정 수립으로 출발한 1948년의 ‘48체제’가 공과 과의 자기 사명을 다한 채 막을 내리고 ‘02체제’가 들어선 것이다.냉전시대는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았고 존엄을 말하기에는 생존이 너무 급했다.애국심은 독점되었고 모든 사람은 한두 명의 주인공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였다.애국 에너지를 감금한 상태에서 제2의 개항,제2의 강화도 흑선이 출몰한 상태나 마찬가지인 글로벌리제이션의 파고를 이길 수는 없었다.남들은 국민국가를 새로운 애국 에너지로 다지고 있었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쿨 브리타니아를 호소했으며 프랑스는 르몽드라는 신문을 중심으로 문화적 예외를 강조하면서 자본만의 세계화를 막는 지성과 지혜의 방패를 마련하고 있었다.민주화가 무조건의 탈 규제와 시장 만능주의로 오해되고 오랜 민주화투쟁을 통해 탄생한 정권이 부패의 회전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냉전의 철벽은 요지부동으로 보였다.민주화와 공동체 애국심은 냉소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았다. ‘02체제’는 언 땅 밑에서 준비되고 있었다.집에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민주주의를 위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마른 자리를 버리고 어둡고 험한 길을 택하는 사람들은 줄을 이었다.민주화운동의 긴 장정이 왜곡되고 좌절되고 더 나아가 남들의 냉소거리가 될 때도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우직해서가 아니다.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이 땅을 버리고 이민을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생존만을 위해 인간됨을 포기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현실에 지치고 실망하였지만 그들은 그들이 만든 공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고 혼자가 아니라는 확인만으로 그들의 감금된 에너지는 폭발하였다.그것은 초여름 붉은악마의 함성으로,한겨울 촛불 시위로,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행진과 토론으로 이어졌다.2002년은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져 제 스스로 ‘02체제’의 꽃봉오리를 피운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은 ‘02체제’의 꽃봉오리 중의 하나이다. 우리 앞에 놓인 개혁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일 각오를 해야만 ‘02체제’의 꽃봉오리를 활짝 피워 아름다운 사람 꽃이 피어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각오와 결의,긴장이 함께한 출발이었다. 이 정 옥 대구 가톨릭대 교수 위클리솔 편집위원장
  • [우리고장이 원조]땅끝마을

    한반도 최남단은 어디일까.백두산 천지에서 용틀임한 한반도 정기는 백두대간을 타고 힘차게 내뻗어 노령산맥 줄기가 다하는 곳에 똬리를 틀었다.민선이후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상품 개발과 성과를 단체장 치적으로 내세우면서 ‘땅끝논쟁’에 불이 붙었다.전남 해남의 ‘원조 땅끝론’에 완도군이 ‘신 땅끝론’으로 맞받아치고 있다.뭔가 각오를 다지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제 ‘땅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자 출발점이 되고 있다.연말과 새해벽두면 국토순례단이 찾는 단골 출발점이자 수학여행단과 단체관광객이 몰려와 셔터를 눌러대는 물좋은 관광상품이다. ★해남 갈두마을 대한민국 전도를 펼쳐보라.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갈두(땅끝)마을은 보다시피 육지의 맨끝에 놓여 있다.각종 문헌에도 한반도의 땅끝으로 공인돼 있다.흔히 땅끝마을로 불리는 곳이 갈두마을이다.순 우리말로 칡머리라는 뜻이다.원님이 마을 진상품인 칡을 보고 이름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땅끝마을 끝에 있는 86년에 세워진 땅끝탑이 위도상으로 북위 34도17분21초로 기록돼 있다.한반도 뭍에서 이보다 더 낮은 위도는 없다.땅끝마을에서 12대째 사는 이장 김유복(55)씨는 “주민들이 국립지리원에 요청해 토말이란 한자말 대신 94년부터 순우리말인 땅끝으로 공인받았다.”고 말했다. 땅끝이 알려지게 된 것은 80년대 초반.윤선도 유적지인 완도 보길도를 찾는 사람이 급증함에 따라 땅끝마을이 뱃길(1시간)로 가는 최단항로로 개발되면서부터다. 땅끝에 가면 땅끝을 알리는 기념물이 3개나 버티고 있다.땅끝마을 바닷가에 서있는 땅끝탑(높이 10m)과 갈두산 사자봉 전망대 아래쪽에 땅끝비(1.2m)가 있다.삼각형의 땅끝탑에는 ‘우리나라 맨 끝의 땅,갈두리 사자봉 땅끝에서 서서 길손이여….’라고 새겨져 있다.사자봉 아래쪽에 묘비석처럼 생긴 땅끝비에는 ‘태초에 땅이 생성되었고 인류가 발생하였으니….’라는 시를 우록 김봉호선생이 남겼다. 군은 사자봉에 있던 기존 땅끝 전망대를 헐어내고 지난해 33억원을 들여 전망대를 새로 세웠다.남북통일을 염원하고 21세기 세계로 뻗어가는 대륙의 출발점을 지향,‘동방의 횃불’을 형상화한조형물이다.지하 1층 지상 9층에 높이 39.5m로 전망탑과 소망 새기기 판 115개가 부착돼 있다. 해남군은 86년 송호리에 460억원을 들여 2006년까지 20년 계획으로 ‘땅끝 관광지’를 만들고 있다.조금 떨어진 통호리 9만 8000㎡에는 100억원으로 2004년까지 조각공원을 조성중이다.기반공사를 마치고 올부터 장승 30점,조각작품 20점,미술관 1동을 설치한다. 해남군 공보계 조충범(50·6급)씨는 “지난해 땅끝에서 마련한 해맞이에 관광객 1만 5000명이 몰려와 소원을 빌었고 지난 한해동안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128만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황도훈 해남 문화원장 1861년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에서 한반도 남쪽의 끝을 ‘갈두’로 표기했고 현재도 이 지명이 남아 있다.‘갈두’를 ‘토말’로 하다가 지금은 ‘땅끝’으로 부른다. 여기서 한양까지 1000리,한양에서 함북 온성부까지 2000리로 잡아 한반도를 3000리로 보았다. 또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만국경위도에서 남쪽 기점을 해남현으로 잡았다.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도 “3000리 금수강산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해남 땅끝에서 함북 온성까지로 잡아 3000리 금수강산이며,대륙에서 내려온 우리민족이 이곳에서 발을 멈추고 한겨레를 이루었다.”고 적었다. 반도의 끝이란 모름지기 대륙에 이어진 곳이라야지 바다를 건너서 땅끝이 있다면 제주도를 한반도의 땅끝으로 봐야 한다. 한마디로 완도가 땅끝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억지다.또 국민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다.다리가 연결된 섬이 육지라면 그런 육지는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완도 넉구지 지난해 광주와 전남 도심 곳곳에 내걸린 ‘신 땅끝 완도에서 해넘이와 해맞이를’이라는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완도에서는 ‘원조 땅끝론’ 시대는 가고 ‘신 땅끝론’ 시대가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주민들은 “시시각각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바다가 육지가 되고,있던 섬도 사라진다.완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완도읍 중도리 고갯마루인 넉구지는 북위 34도16분59초다.해남 땅끝보다 1분이상이 적으니까 말하자면 직선거리로 따져도 1850m나 아래쪽에 있는 셈이다. 2대째 고향을 지키는 중도리 이장 최광채(48)씨는 “70년대까지 넉구지에 5∼6가구 사람이 살았으나 간첩이 출몰한 이후 지금은 군부대 초소만 있다.”며 “2∼3년전부터 신 땅끝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68년 섬과 뭍을 잇는 완도대교가 놓이면서 완도는 도서촉진법상 육지로 분류되고 있고 지도상으로도 맨아래쪽이다. 이 때문에 완도군은 정부로부터 도서개발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97년 개정된 도서개발촉진법 시행령 제1항에 ‘도서(섬)는 만조시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하지만 2항에서 방파제나 교량으로 육지와 연결된 때부터 10년이 지난 섬은 더 이상 해상의 섬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공박하고 있다. 완도군은 넉구지에서 3㎞ 떨어진 정주산 일대 5만 6000여㎡에 60억원을 들여 전망대와 진입도로,주차장,산책로,조각공원을 조성한다.다음달 공사에 들어가 내년까지 마무리한다. 전망대는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전망대 바닥 부분을 50.7m로 높여 총 높이는 57.7m로 한다.1층에는 특산품 판매장과 휴게실·식당·전시장 등을 갖추고 2층에는 망원경을 갖춘 전망실로 꾸민다. 완도군 경제정책팀 김승조(40·7급)씨는 “완도(청해진)는 장보고 대사의 찬란한 해양문화를 꽃피운 역사유적지가 산재하며 이를 신 땅끝 관광지와 연계해 해양역사의 체험 및 휴양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해남·완도 남기창기자 kcnam@kdaily.com ★김희문 완도문화원장 연륙이 된 뒤 완도는 지도상에서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주민들은 해남 땅끝보다 아래쪽에 있으므로 당연히 완도가 새로운 땅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위도상으로 볼 때 ‘넉구지’는 왕두산 끝자락이다.한때는 넉구지를 산의 이름을 따 왕머리라고도 불렀다.그 옛날 바다를 항해하던 배들이 뭍이 가장 가까운 이곳 넉구지에 배를 대고 올라왔다는 기록이 있다. 1605년 가리포진(현 군청자리)의 방어를 책임진 최광 첨사가 완도 앞바다에서 왜구를 전멸했다.이후 한 많은 왜구의 시신이 밀려서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가 되면 떠올라이들의 넋이 운다고 해서 넉구진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도 있다. 지난해 군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신 땅끝인 이곳을 널리 알리고 관광상품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아무튼 완도대교 개통 이후 이제 완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옛날 사고방식대로 해남만이 땅끝이라는 고집은 접어야 한다.
  • ‘개구리소년 타살’ 안팎/ 두개골 수십곳 흉기자국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이 끔찍한 타살로 결론나면서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어떻게 살해됐나. 경북대 법의학팀에 따르면 소년들은 머리가 흉기와 둔기에 의해 난타되는 등 끔찍하게 살해됐다.우철원군의 두개골에는 좌우 옆머리에 직경 2∼3㎝ 가량의 구멍을 비롯해 직사각형 모양의 찍힌 자국(가로 2㎜,세로 3∼5㎜)이 10여개 나 있는 등 모두 25군데 가량의 상처가 발견됐다.김종식군 또한 오른쪽 이마를 비롯해 직사각형 모양의 흉기 자국이 두개골 이곳저곳에 있었으며,왼쪽 팔목이 부러진 것은 범인의 공격을 막으려다 생긴 일로 법의학팀은 판단했다.김영규군 유골에는 흉기에 의한 상처가 오른쪽 옆머리에 2∼3개 나 있었다.상의와 바지가 벗겨져 묶인 것은 범인이 김군의 눈을 가리고 몸을 결박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 수사 방향은. 조선호 수사본부장은 “법의학팀이 정신 또는 성격 이상자가 예리한 드라이브 등 흉기로 이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중점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그는 “소년들의 실종 당시 와룡산에 고라니 사냥꾼들이 출몰했다는 주민들의 진술에 따라 성서지역의 공기총 소지자 120여명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유족들 “끝까지 규명을”. 개구리소년 가족들은 법의학팀의 ‘타살’ 발표에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종 당시부터 타살에 대한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던 유족들은 “이번 발표로 경찰이 시종일관 주장한 자연사나 동사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규군의 아버지 김현도(56)씨는 “법의학팀의 발표로 아이들이 타살된 것으로 밝혀진 만큼 경찰이 부모나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골에서 사인을 발견하지 못한 조호연·박찬인군의 유족들은 “우리 아들도 친구들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같이 타살됐을 게 분명하다.”며 “더 조사해 반드시 사인을 밝혀달라.”고 오열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
  • 이런책 어때요 300자 서평/ 경계인의 사색 - ‘타자’와의 차이 인정하는 통일

    독일 뮌스터대 교수인 저자가 제시하는 통일에의 실천철학.이른바 ‘준법서약서’에 묶여 35년간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저자는 ‘경계인’이라는 용어를 빌려 메시지를 전한다.경계인이란 단어는 원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국경지방에 출몰하던 마적을 뜻하는 말.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원주민과 백인 이주민 사이를 넘나들며 두 세계를 소통시키던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border rider’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런 의미로 굳어졌다.일방적 흡수,지배의 방식이 아닌 ‘타자’와의 차이를 인정하는 통일방식의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짚어본다.9000원. ▶ 송두율 지음 / 한겨레신문사 펴냄
  • 北·日정상회담/ 의미/54년반목 딛고 관계정상화 ‘첫발’

    [도쿄 황성기특파원] 북한과 일본 두 정상의 평양 회담은 회담 그 자체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북한 정권 수립 54년만에 이뤄진 첫 정상끼리의 만남을 통해 음지에 있던 비정상적 양국 관계를 양지의 정상적 관계로 끌어올린 획기적 계기를 만든것이다. 두 정상의 허심탄회한 2차례 2시간30분여에 걸친 회담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졌던 국교정상화 교섭이 재개되게 된 것은 물론 연내 수교까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결실이다.그럼으로써 북한은 자신을 ‘악의축’으로 규정한 미국에 대해 ‘안전판’을 만듦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를 일정 기간 안정화시킨 점도 평가할 수 있다. 양국이 수교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한 것은 양측에 있어서 최대 현안이었던 일본인 납치(일본)와 과거 청산(북한) 문제에 대해 서로 신뢰할 만한 얘기가 오갔기 때문이다. 북측은 납치문제와 관련,일본 정부가 납치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는 8건 11명의 생사 여부를 전격 공개했다.당초 11명 가운데 유럽에서 납치된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 등 일부 납치 피해자의 안부만 확인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예상 밖의 ‘통 큰’선물을 제시함으로써 일본측에 ‘성의’를 보였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회담에서 납치를 ‘인도상의 문제’로 다뤄 이들의 귀국에 이르기까지 적극 해결할 뜻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달함으로써 일본측이 수교협상을 재개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들이 충격적인 납치 피해자의 생사 확인 결과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향후 여론동향에 달려 있으나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이 납치를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유감표명,사과까지 함으로써 생존자의 귀국과 사망자의 사망원인 규명 등 수교협상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북측도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식민지배에 관한 사죄의 뜻을 전달받고 북한이 종전의 전후 배상 및 보상 주장을 철회하는 대신 경제협력을 실시하겠다고 확약을 받음으로써 대화의 실마리가 풀린 것으로 보인다.경제협력의 규모에 관한 구체적인 액수가 제시됐는지는 불분명하나 북측이 납득하고 수용할 만한 선에서 일본측이 설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담에서 언제까지 수교를 이룬다는 목표치는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그러나 납치문제와 경제협력에 관한 실무 협상이 끝나는 시점이 국교 수립의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10월 협상을 속개,빠르면 연내에도 수교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을 만큼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측이 관심을 갖는 핵·미사일 문제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도 거론됐으나 이문제는 북측에 의해 북·미간의 문제임이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일본 영해에 북한 선적으로 보이는 괴선박 출몰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측이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북측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일의 현안 외에 또 하나의 관심사의 하나로 떠올랐던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총리의 중개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이즈미 총리는 동북아지역 안정과 평화에서의 일본 역할을 강조하며 협력을 다짐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한편 고이즈미총리는 지역신뢰 조성을 위해 남북한과 미·일·중·러를 포함하는 6자회담 개최를 제의해 김위원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으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에까지는 논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marry01@
  • [녹색공간] ‘노아 홍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노아 홍수’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유사종교의 종말론이 아니라 독일의 기상학자 모이프 라티프가 한 말이다.미국의 기상 전문가 로버트 디킨슨(조지아 대학)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디킨슨 교수는 “화석연료 소비를 현격히 줄이더라도 앞으로 100년간 지구온난화는 지속될 것이며 그로 인해 금세기중 지구 온도가 섭씨 1.4∼4.7도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요하네스버그,지구정상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와 관련있는 기후변화 조짐들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그 근거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빈발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상을 들었다. 이 경고들은 호사가들의 예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나타난 현실이다.강릉을 비롯한 전국의 태풍 루사의 피해는 무얼 말하는가.200명이 넘는 인명과 5조원의 재산을 앗아간 태풍 피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천의 직선화가 문제라는 둥 산의 절개각도가 획일적이라는 둥 다양한 지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문제의 곁가지에 불과하다.강릉지방에 8월31일 하루에 내린 897.50㎜의 비는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강우량이다.8월 말 김해지방의 500㎜, 8월 초 경기도 양평 일대에 내린 평균 273㎜의 호우도 마찬가지다.석달 동안 내릴 비가 일주일 새에 쏟아졌다니 그야말로 천재지변인 것이다. 왜 이런 재앙이 오는가.기상청은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 동안 기후변화를 그 이전 30년과 비교할 때 연 평균 기온이 0.1도가량 높아졌고 여름철 열대야 현상이 많아진 것이 그 예다.강수량도 전체 평균은 8㎜가 늘었지만 최다강수량이 갱신된 곳이 24곳이나 되고 시기적으로도 8월에 집중돼 국지성 집중호우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기상이변은 지구적 현상이다.세계기상기구(WMO) 발표에 의하면 올해 전세계 홍수 피해는 80개국에서 사망 3000여명,이재민 1700여만명,재산피해는 물경 300억달러(36조원)에 이른다.과학자들은 이를 태평양 동부 해역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데서 오는 엘니뇨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예측가능한 재해(災害)는 천재(天災)가 아니다.그런데 올 여름 지구촌의 폭우는 게릴라처럼 출몰했다.700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 북서부 산시(陜西)성,서부 사막지대의 폭우는 상습 침수지역인 양쯔강 유역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600여명이 사망한 인도의 물난리,100년 만의 폭우로 20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냈다는 유럽의 경우도 때와 장소,그리고 강우량 면에서 예측불허의 재앙이었다. 기상학자들 발표에 의하면 20세기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섭씨 0.7도 높아졌다.과학자들이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에 제출한 보고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양은 2050년이면 산업혁명 이전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그렇게 되면 북극과 남극의 얼음 60%가 녹는다는데 남극의 얼음만 다 녹아도 지구의 해수면이 60m 상승한다고 한다. 노아 시대에 40주야로 내린 홍수는 ‘땅에 가득한 인간들의 강포’가 자초한 형벌이었다.그렇다면 오늘의 인류는 어떤가.인간의 탐욕은 자연 질서를 흔들어 놓았다.지구의 평균기온을 높이고 삼림을 벌거숭이로 만들었다. 우리는 지금 그 업보를 받고 있으며 여기서 크게 각성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지구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한 말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 日 “北, 괴선박 다시 보내지 말라”, 北·日정상회담때 요청키로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 정부는 5일 평양 북·일 정상회담 때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의 일본 근해 활동중지와 재발 방지를 요청할 방침이다.이같은 방침은 4일 일본 공해상에서 북한 선적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전전,전후의 현안 가운데 괴선박도 포함된다.”며 “일본으로서는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4일 노토(能登)반도 400㎞ 동해 공해상에서 발견된 괴선박이 지금까지 출몰한 북한 공작선과 유사하며,미군으로부터 북한 청진항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괴선박 정보를 일본 정부가 넘겨받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금까지 일본 근해에 나타난 괴선박은 일본이나 중국 선박을 위장했으나 이번은 배 이름이 김책이라는 한글로 적혀 있었으며 북한 선적임을 알리는 깃발을 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보안청과 방위청은 괴선박이 일본의 항공식별권역을 벗어남에 따라 이날 낮 12시30분을 기해 추적을 중지했다. 괴선박은 일본 P3C 초계기의 레이더에서 사라졌으나 서쪽으로 진행하면서 한반도 연안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가 수집한 정보와 정황으로 미뤄볼 때 괴선박은 북한 청진항에서 출발한 공작선으로 추정된다.먼저 미군은 며칠 전 청진항에서 출발한 공작선과 관련된 정보를 일본측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정보를 토대로 방위청은 괴선박 추적에 들어가 괴선박에서 발신한 전파를 분석한 결과,북공작선이 사용하는 전파와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동중국해에서 일본 해상보안청과 교전 끝에 침몰한 괴선박과 모양도 흡사했다.초계기는 4일 오후 4시5분쯤 괴선박을 찾아냈다.현재로는 북한이 17일의 북·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작선을 출항시킨 것은 “일본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해 내려보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북한과의 대화에 어느 정도의 성의를 갖고 있는지를 괴선박에 대한 일본당국의 대응 수위를 보고 파악하고 싶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그래서 일본 해역으로 보내지 않고 해역 바깥에서 일본의 대응을 살폈다는 것이다. marry01@
  • 韓·日공해 괴선박 추적

    (도쿄 황성기특파원) 4일 오후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앞바다에 괴선박이 출현해 자위대의 대잠 초계기 P3C와 해상보안청 소속 초계정 15척이 출동,추적중이다. 아주마 미나 해상보안청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15분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400㎞ 떨어진 한국과 일본사이 공해상에서 정체 불명의 선박을 발견한 뒤 해상보안청 소속 초계정들이 즉각 출동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괴선박 출현 첩보를 입수한 자위대도 대잠 초계기를 출동시켰다. 괴선박은 그동안 일본 해상에 출몰했던 북한 선박과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한반도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rry01@
  • 北·日 정상회담/ 조총련 대변신/北비밀공작 지원 ‘학습조’ 해산

    [도쿄 황성기특파원] 북한의 외교대표부 역할을 해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다. 한국행 자유화,고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철거,조총련비밀조직인 ‘학습조’ 해체는 57년 조총련 역사에 획을 긋는 가장 큰 변화의 상징이다.남북관계 해빙,오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방북에 의한 북·일 관계 개선 조짐 등 국제정세의 변화,조총련 사회의 탈이데올로기가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변신의 직접적 이유는 김정일위원장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달 9∼17일 평양을 다녀 온 조총련의 허종만(許宗萬) 책임부의장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본의 실정에 맞는 조총련 조직의 운영”을 골자로 하는 3년 전의 ‘4월 말씀’을 조총련 상층부가 제대로 따르지 않고 흐지부지해왔기 때문이다. ◇김정일 직접 지시- 김 위원장의 ‘지도’를 받고 돌아 온 조총련의 실질적리더 허 부의장은 곧바로 중앙과 지방조직에 ‘환골탈태’를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상징적인 것이 재일 조선인의 한국행 전면 해금 방침이다. 지금까지 재일 조선인의 한국 여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왔다.조총련 동포의 고향방문단이나 지난 6월의 월드컵 대회 때 한국팀 응원차 온 재일 조선인을 제외하면 북한 국적의 동포가 한국을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한 재일 조선인은 “과거 일부 재일 조선인이 조총련 조직의 미행까지 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앙의 허가없이 한국에 가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면서 “몰래 갔다올 수 있지만 들키면 곤란한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 전면 해금의 현실적인 이유로는 관광이나 사업,유학 등의 이유로 한국에 가고 싶어하는 재일 조선인이 급증,이미 거센 물살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한국에 수학여행을 간 군마(群馬)의 학생들도 조총련의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강행하는 등 고향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동포 1,2세는 물론 젊은층에서도 한국행을 원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있다.한국행을 자유화한다는 것은 이미 개방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평양 당국의 인식을 방증하기도 한다. 조총련의 변신은 ‘민족 교육’을 주축으로 한 조선학교에서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내리기로 한 점에서도 드러나고 있다.조총련의 한 소식통은 “초상화 철거는 이미 4년 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실행되지못했다.”면서 “초상화가 내려지면 민단계 재일 한국인의 입학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미 조선학교에서는 ‘수령님’의 혁명전통을 가르치는 ‘연구실’을 없애고 ‘다목적 교실’ 등의 이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몇해 전부터 조선학교의 교과서 내용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초상화 철수에 따라 조선학교에서의 이른바 사상 교육 등의 ‘정치교양’까지 없어질지도 주목해 볼 만한 일이다.교사월급도 제대로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조선학교가 ‘장군님’의 초상화를 내려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학생을 늘려보겠다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에 화해 메시지- 총련 내부의 비밀조직으로 알려진 ‘학습조’의 해산도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학습조는 조총련과 총련 산하단체에 조직돼있는 대일 공작조직으로 일본 공안의 추적을 받아 왔다.한때 5000명에 이르다 현재 2000명선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학습조의 해체는 북·일 정상회담과 관계개선을 앞둔 적극적인 대일 메시지로 여겨지고 있다. 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변화도 앞으로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70년대 조총련의 융성과 함께 한때 발행부수 30만부를 자랑하던 조선신보는 현재 8만부로 줄어든 것은 물론 기자 숫자 감소,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있다. 당초 재일 조선인 동포들의 권익과 생활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선신보는 조선노동당의 대변지로 변해 김정일 위원장조차 “조선신보를 읽으면 노동신문을 보는 것 같다.일본을 알 수 있도록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련의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지도를 따른다면 제대로 모습을 갖춘 주식회사로 민영화해 동포들의생활에 밀착한 소식을 전달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rry01@ ■조총련 앞날은/ 北·日 수교땐 위상 ‘곤두박질' (도쿄 황성기특파원) 만약 앞으로 북한과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하게 되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은 어떻게 될까.일본과의 수교관계가 없는 북한은 지금까지 조총련을 실질적인 외교대표부로 활용하고 있다. 조총련은 북한 외교부의 위임을 받아 북한 국적의 재일 조선인들에게 여권을 발급해주거나 북한 여행을 원하는 일본인 등 외국인들에게 비자를 발행해 주는 대사관의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국교가 수립되면 정식으로 설치되는 대사관에 ‘본국’으로부터 파견된 외교관이 상주하게 돼 조총련이 수행하고 있는 ‘과외의 일’은 필요 없어지게 된다.1945년 10월15일 결성된 조총련은 북한의 융성과 함께 1970년대 전성기를 맞아 60만 재일동포의 3분의 2를 점하는 세력을 자랑했으나 이후 쇠퇴의 길을 거듭해 현재 10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조총련은 중앙본부 아래 지방본부,지부,분회 등거미줄 같은 조직을 두고 있으며 산하에 조선인상공연합회,조선청년동맹 등산하단체와 조선신보사,구월서방,금강산 가극단 등 사업체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와 더불어 조총련의 경제적 기반이었던 재일조선인 상공인들의 침체가 동반되면서 조직 이탈,재정난이 겹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특히 일본 내에서는 괴선박 출몰,대포동 미사일 발사,일본인납치 등 갖가지 북한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 국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꾸거나 귀화하는 조총련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한재일 조선인은 “조총련이 동포의 생활권리를 지키는 본래의 목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 새비디오/피어닷컴

    ◆ 피어닷컴=2002년 뉴욕.눈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시체가 속출한다.경찰은 이상 바이러스의 출몰로 생각하고 검시를 하지만 아무런 바이러스도 찾지 못한다.다만 피해자들이 죽기 전에 동일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것만을 알아낸다. 한편,사람을 납치해 죽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인터넷 방송의 개설자를 추적하던 마이크 형사는 두 사건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영화는 인터넷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아 현대인의 무분별한 관음증과 선정성을 공격한 다소 교훈적인 공포영화.“오래 살고 싶으면 바르게 살아라.”라는 식이다.그러나 교훈적인 주제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넘쳐나 보는 이의 심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글래디에이터’‘아마겟돈’‘스폰’ 등의 특수효과 팀이 특수효과를 맡고 ‘헌티드 힐’의 윌리엄 말론이 감독했다.18세 이상 관람가. 이송하기자 songha@
  • 멸종위기 산양 설땅은 없나, 경북 울진군 또 사체 발견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된 산양(사진)이 경북 울진군 서면 계곡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지난 13일 청년생태학교를 개최한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십이령 찬물내기 계곡에서 올무에 걸려 심하게 부패한 산양을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산양은 가죽과 뼈,약간의 내장만 있을 뿐 사체의 대부분이 썩어 죽은 지 5∼6개월이 지났으며 뿔의 형태로 볼 때 3∼4년 된 암컷으로 추정된다고 녹색연합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김타균 실장은 “사체가 발견된 부근에서 라면봉지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산양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적 여건을 잘 아는 밀렵꾼들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울진∼삼척 지역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산양이 발견된 것은 2000년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금강산에서 설악산·오대산·태백산·울진의 불영계곡등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산양은 암벽이나 가파른 바위 주변에서 생활하며 국내에는 600∼700여 마리가 서식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양은 동북아시아 일대에만 분포해 국제적으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의 보호종으로 등재된 상태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울진∼삼척 지역에 대해 정밀조사와 보전대책을 요청했으나 환경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해 산양을 계속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하며 “환경부는 산양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보존대책을 마련하고 서식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공사의 송전탑 건설계획 등도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진상기자 jsr@
  • 새 영화/ 새달 9일 개봉 ‘싸인’, 현대인 불안을 스릴러 포장

    ‘식스 센스’의 기막힌 반전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M.나이트 샤말란감독.초자연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종교에 귀의하게 됐나 보다.신작‘싸인’(Sign·새달 9일 개봉)은 중세식 예정설로 현대의 가치를 뒤흔드는 시대착오적인 작품이다.뭐,포교가 목적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종교적인 믿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지막만 아니면 웬만큼 볼만하다.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과 이를 가리는 불안한 남자의 얼굴로 시작하는 영화.첫 장면처럼 영화는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를 스릴러로 포장한다. ‘왜 나한테만 불행이 덮칠까.’라며 자기만의 벽을 쌓는 주인공의 모습은,가치를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은유한다. 특히 유령이 출몰할 듯한 어둠침침한 분위기와 서서히 조여드는 공포를 잡아내는 감독 특유의 연출은,현대사회의 소외를 묘사하는 데 적격이다.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골마을.아내의 사고로 신부복을 벗은 그레이엄(멜 깁슨)은 어느날 옥수수 농장에서 ‘미스터리 서클’을 발견한다.누군가의 장난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고도 정교한사인.그리고 TV를 통해 그 사인이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언론은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연일 생중계하고,이를 부인하던 그레이엄도 서서히 이를 믿게 된다. “당신은 계속 노려보고 메릴(호아퀸 피닉스)에게는 크게 휘두르라고 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죽은 아내,물이 오염됐다며 마시지는 않고 물이 담긴 컵만 방안에 늘어놓는 딸의 괴벽 등 영화는 계속 ‘미스터리’한 징조의 씨앗을 흩뿌린다.한편 외계인의 습격이 현실로 나타나고,그레이엄의 집에도 침입한다.해결의 열쇠는 그동안 불행과 파멸의 징조로 보이던 것에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전작과 달리 유머가 가미돼 있다.그레이엄이 침입자를 겁주려고 집을 뱅뱅 돌며 떠드는 장면이나,외계인이 머리 속을 읽지 못하도록 온가족이 은박지 모자를 만들어 쓰는 장면 등 곳곳에 공포를 이완하는 장치로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신의 계획된 뜻이니 믿음을 잃지 말라는 식의 결말은 단순도식에 불과하다.세기말의 종말론이 사그라든 21세기에 이같은 결론이 무슨 위안을 줄지 의문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서해교전/ 근본원인-南 북방한계선·北 경계선 해석 차이 해상 무력충돌의 ‘씨앗’

    남북한 사이에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인 북방한계선(NLL)과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의 차이가 서해에서 무력 충돌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의 방송들이 6·29 서해교전 직후 “남조선이 해상경계선을 넘어 먼저 도발했다.”고 억측 보도한 데에는 그들 나름의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우리 어선들이 연평도 주변 NLL을 넘어 이번 사태가 비롯됐다는 일부의 관측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으나,정부 차원에서 무력충돌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LL과 해상경계선=연평도 북단 3㎞ 지점에 어업통제선이 지나간다.어민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 통제선 바깥쪽 어장에서 조업할 수 없다.어업통제선북쪽 2.7㎞에 월선(越線)을 경고하는 어로저지선(적색선)이 있다.저지선 북쪽 8.1㎞ 지점을 지나는 선이 지난 53년 유엔군사령부가 정한 NLL이다. 반면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은 우도를 중심으로 서남쪽 45도로 이어지는 직선이다.이번에 교전이 발생한 곳은 적색선을 3㎞ 가까이지난 연평도 서북쪽 지점이다.해군 2함대 소속 고속정과 북측의 경비정은 NLL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으나,북측은 NLL 우리측 안쪽까지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적색선 주변에서 우리 어선들이 불법조업을 하면 가끔씩 북측 경비정이 출몰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연평도 주민의 어로 실태=최근들어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56척 가운데 상당수가 통제선 안쪽 어장을 벗어나 적색선 주변에서 어로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연평도 해안경찰대가 파악한 바로는 교전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과 28일에 각각 30여척씩 이곳에서 불법조업을 했다는 것이다.그 곳에는 해군 고속정의 순찰을 방해하기 위한 버려진 어망이 수없이 떠다닌다.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북한 경비정이 그 해역에 출몰한 것이 이때다.그러나 27일 새벽 조업통제권을 지닌 해병 6여단이 주민들의 요구에 못이겨 적색선 주변의 조업을 허락했다는 어민들의 증언은 해군측의 해명과 다른 만큼 3일 현지에 파견된 합참전비태세검열단의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어민들은 이른바 ‘손때가 덜 묻은 어장’을 찾아 자꾸 북쪽으로 진출하고 해군 고속정은 이를 막느라 자주 숨바꼭질을 하는 처지다.따라서 저지선과 NLL 사이 8.1㎞ 해역은 북한 경비정,남한 고속정과 함께 우리 어선들이 가끔 뒤엉키는 곳이다.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정부가 서해 5개도 해역의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 남북한간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한국해양대 김영구(金榮球) 교수는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주요 해로 공동지정 문제가 비교적 쉬운 문제해결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측은 장관급회담에서 동해 원산항 주변 해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것을 먼저 제안한 일도 있는 만큼 합리적인 평화유지 방안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측 북의 도발증거 확보 리언 라포트 유엔군사령관은 지난 1일 국방부를 방문,“대북 감시·정찰 활동을 크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합참과 해군은 미군이 한반도 상공을 맴도는 첨보위성과 U-2 정찰기의 첩보 수집을통해 북한 경비정의 선제공격 장면이나 피해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및 영상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정보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측은 99년 서해교전 당시에는 북측 함정들이 피해 규모를 해군기지와 평양 등에 보고하는 내용을 감청하는 데 성공,사상자 수를 정확히 파악한 바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선택 6.13/ “밥 사라, 돈 달라” 선거브로커 활개

    ●현장1= 구청장 선거에 나선 대전의 A후보 선거사무실.“정말 죄송합니다.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자금이 부족해서요.”“우리가 얼마나 뛰고 있는지 알긴 아는거요.”. A후보의 선거사무국장 Y씨는 50대 남자에게 통사정을 한다.반대로 이 사내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수증을 들이민다. 사정은 이렇다.낮 12시쯤 이 남자가 A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나 ×××를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인데 ○○○에 와서 밥좀 사라.’는 일방적인 전화였다.상대를 모르는 Y국장은 ‘돈이 바닥났다.’며 점잖게 거절했다.그러자 이 남자가 오후에 찾아와 30만원짜리 영수증을 내밀며 “A후보측이 바빠서 못온 거니까 밥값을 달라.”며 금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장2= 광주시장에 도전한 B후보 캠프.40대 남자로부터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왔다.그 남자는 캠프 관계자에게 “많은 표를 몰아줄 수 있다.”며 “만나서 얘기하자.”고 접근했다.캠프측은 인근 다방에서 그를 만났다.그는 “내가 지난 선거에서 모 후보를 당선시켰다.”며 “보험회사·자동차 세일즈맨·다단계회사 판매원 등을 통해 2000여표 정도는 몰아줄 수 있다.”며 활동비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후보 캠프측은 “솔직히 표를 몰아준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그 사람의 신뢰성이 의심돼 요구를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횡행하는 선거 브로커= 선거 브로커들이 선거판을 망치고 있다.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집단표’를 빙자해 후보자들에게 접근,금품 및 향응을 요구하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박빙 또는 혼전양상이 전개되는 곳에서는 선거 브로커들의 한탕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려 표를 빌미로 후보자들을 은근히 협박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출몰하는 선거 브로커는 크게 보면 ‘향응 요구형’과 ‘금품 요구형’으로 나뉜다. ‘몇명이 식당에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와서 밥을 사라.’‘○○○부동산인데 후보를 지지하고 있으니 담배와 음료수를 보내 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행태가 향응 요구형의 일반적인 케이스다.서울 강북지역에서 구청장에 출마한 모후보측의 L모 보좌관은 “선거초반만 해도 뜸했는데 요즘은 심심치 않게 밥을 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금품 요구형은 주로 후보자들에게 접근,구체적인 ‘표 수’까지 제시하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까지 현금을 요구한다.꾼들은 선거 막판 우열을 판가름할 수 없는 승부처에 나타나 흥정한다.원하는 대로 흥정이 안되거나 거절하면 상대 후보를 돕겠다며 은근히 겁을 준다.부산 선거판의 모 후보측 관계자는 “하루에도 5∼6명씩 돈을 요구하는 ‘꾼’들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털어놓았다. 후보자 홈페이지를 해킹해 성인물 동영상으로 뒤덮어 버리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하는 사례마저 생겨난다.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들은 선거 브로커들의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고발해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 후보자 사무실에서 브로커를 고발해 오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선거 브로커들이 건전한 선거문화를 방해하는 독소로 등장한 만큼 이같은 행위를뿌리뽑기 위해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용규·최치봉기자 ykchoi@
  • [대한광장] 헌법 비웃는 ‘연좌제’ 유령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13조 3항) 모반이나 반역 혐의자에게 삼족을 멸하던 왕조시대에 비하면 실로 눈부신 인권의식의 성장이 아닐 수없다.연좌제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일까?세습제 왕조시대의 한 장면이 아닐까? ‘단종애사'의 사육신에 얽힌 일화중에 심금을 울리는 대목은 성삼문이 형장으로 끌려 가면서 어린 딸에게 한 말이다.‘너는 괜찮다.너는 딸이니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라던. 왕조의 몰락과 함께 사라진 연좌제는 군국주의 일본이 식민통치 강화를 위해 소생시켰다.아무 법적 근거없이 독립사상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휘두른 이 피묻은 칼날은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인해 고난받아야 했던 숱한 원혼과 짓붉은 상흔을 남겼다. 그래서 동족 학살과 단군 이래의 천문학적 부정축재로 역사에 오명을 남긴 전두환 정권조차도 그 비이성과 반인륜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폐지를 결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연좌제가다시 유령처럼 출몰하고 있다. 한밤중에 햄릿에게 몰래 나타나 원한을 애소하던 힘 없는 유령이 아니다.밤비 내리는 음습한 묘지 어드메쯤서 배회해야 할 유령이 나타난 곳은 어디인가.초국적 자본이 지구촌을 휘젓는 세계화의 중심부에 서 있는 21세기 한국의,인터넷 환경이 종이매체의 권위를 붕괴시키고 있는 기술정보 강국의 대선 후보자를 향한 검증 과정이라는 환한 대낮의 광장이다.그것도 민주인권 국가를 소망하는 노벨평화상수상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곳이다. 필자는 인권위에서 차별행위 조사와 구제라는 소임을 맡고 있다. 이 서슬 푸른 연좌제마저도 철저하게 차별적으로 적용됐음을 역사는 기록으로 말하고 있다.박정희 전 대통령은 본인이 젊은 한때 남로당 군사책이었고,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장인으로 대구 10·1폭동에 연루돼 사망한 박상희는 그의 형이었다.인근에서 그는 두루 존경받았던 인품으로 전해지고 있다.뿐만 아니라 5공 실세였던 허화평씨는 남파된 동생 때문에 군복을 벗을 뻔했다가 전두환씨의 부하사랑으로 구사일생했다.오랫동안 공화당의 곳간 열쇠를 관리한 김성곤씨 부부는 인민위원회 활동가 출신이다. 반면 권력과 먼거리에 있는 문인들은 피울음을 삼켜야 했다.이문열·김성동·이문구·김원일 등은 작가로 입신해야 했다.이뿐인가.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확인되지 않은 좌익 경력으로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꿈을 접어야 했던가.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남편의 행위 또는 ‘머릿속 생각'으로 고난을 감내했던가. 혈연관계로 인한 책임을 묻는 ‘연좌(緣坐)'든,사제간 또는 친구와 같은 비혈연적 관계의 연대책임을 묻는 ‘연좌(連坐)'든 간에 이는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최고가치로 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정면으로 반한다.연좌제는봉건왕조와 군국주의가 체제수호를 위해 제한적으로 쓰다가 버린 낡은 유물이다. 굳이 말하자면 장인 사위관계는 혈연도 아닌 관계이다.설령 혈연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시비선악을 떠나 민족사의아픔이 가로놓인 문제를 두고 손쉽게 경쟁자를 비방하는근거로 들이대는 일만은 제발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한다.일거수 일투족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공론의 장,특히 그 파급력이 폭풍과도 같은 대선후보 검증과정에서벌어지는 연좌제 공방은 깨어 있는 국민을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필자의 친구중에 방송가에서 성공해 이름이 꽤 알려진 이가 있는데 그가 지난해 어느 밤에 불쑥 집에 찾아 왔다.취기가 완연한 얼굴에 눈이 젖어 있었다.북에 어쩌면 살아있을지 모르는 팔순 아버지를 적십자사에 상봉신청하고 오는 길이었다.나는 그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줄로 알고있었다.남편의 월북을 감지하고 평생 홀로 살아온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장래를 염려한 나머지 일찍이 사망신고한까닭으로 그는 입사시에 큰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다.그날 밤,그는 말했다.‘내 가슴에 박힌 못을 누가 알겠노?' △ 유시춘 국가인권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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