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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오원춘에 당한 경찰서 또 신고 무시라니…

    지난 4월 20대 여성이 112 신고를 했지만 경찰의 잘못된 대응으로 살인마 오원춘에게 잔인하게 희생된 게 생생한데, 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원춘 살인 사건’ 관할이었던 수원 중부경찰서의 파출소에서 이번에는 가정폭력에 시달린 30대 여성의 112 신고에 부적절하게 대응했다. 지난 17일 새벽 수원시 지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A씨는 동거남인 최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최씨가 잠깐 자리를 피운 사이에 A씨가 주소를 알려주면서 도움을 요청했고, 경기경찰청 112 신고센터는 중부경찰서로 지령을 내려보냈다. 중부경찰서는 관할인 동부파출소에 출동명령을 내렸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제대로 된 신고접수와 출동명령 체계가 이뤄졌지만 동부파출소의 인력 부족에 따라 맡게 된 행궁파출소의 경찰관들은 이상한 대응을 했다. 이들은 112 신고 발신지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최씨가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대답하자 오인신고로 생각하고 출동하지 않았다. 삼척동자도 아닌 경찰관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신고한 여성의 집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한가하게 확인하려 했고, 또 가해자로 알려진 사람이 당연하게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자 출동하지 않았으니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다. 기본도 모르는 경찰관들 탓에 A씨는 이틀 동안 감금된 채 폭행당했고, 갈비뼈까지 부러졌다고 한다. A씨는 납치 살해범 오원춘이 살고 있던 곳에서 7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경찰은 ‘오원춘 사건’ 이후 112 신고 체계 개선을 다짐했지만 말뿐이었다는 게 확실히 드러난 셈이다. ‘오원춘 사건’ 이후 경찰청장이 물러나고, 경기지방경찰청장이 바뀌고, 중부경찰서장 등이 직위해제됐지만 변한 것은 없다. 경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제대로 바뀔 수 있도록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는 등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건물 착공서 완공까지 ‘안전교육이수제’ 도입

    동대문구는 관내 건설재해 예방과 대응을 위해 ‘현장 중심의 건설안전 통합 시스템’을 가동하는 건축물안전관리 종합계획을 18일 발표했다. 또한 구는 건설재해에 대한 상시적인 교육과 관리를 위해 전국 최초로 건축과 민원안내실에 안전교육관 ‘살리재’를 설치해 건축주 및 시공자, 감리자 등 건축관계자를 대상으로 착공 때부터 안전의식을 고취하도록 ‘안전교육이수제’를 실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10만 명당 안전사고 사망자 67.5명으로 OECD 25개국 중 24위로 심각하다. 구는 건설현장의 재해예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오는 29일 오후 3시 구청 기획상항실에서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재해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인력·장비·시스템 등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꾀할 예정이다. 협약을 통해 공단에서는 공사금액 3억원 미만의 관내 소규모 건설현장에 ‘무상기술지원사업’을 실시하고 건설현장 80여곳에 ‘찾아가는 안전교육 버스’를 운영해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현장 중심의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안전교육시설을 갖춘 버스를 건설현장에 직접 출동시켜 근로자들에게 교육함으로써 원거리 안전교육장을 찾아가는 근로자들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기존 건축물의 안전점검에 대해서는 건축·구조·소방·전기 등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안전점검반을 편성해 연 2회 일시 점검을 실시해 종래의 빈번한 건축물 출입을 지양하고 건축주 등 수요자 중심의 건축행정을 펼쳐나간다. 더불어 옹벽, 상가 등 부실 징후가 있는 소규모 생활기반 시설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시설물 무상안전점검 기동반’을 꾸려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40대女 “성추행 당하는 중” 신고하더니 결국엔…

    40대女 “성추행 당하는 중” 신고하더니 결국엔…

    만취한 40대 여자가 경찰에 허위신고를 했다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는 한편 금전적인 배상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11일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김모(46·여)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4시 30분쯤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오늘 처음 만난 모르는 사람이 계속해서 성추행을 한다.”고 112센터에 신고한 뒤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자기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서 마치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전화가 끊긴 것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울주서는 곧바로 경찰관 20여명을 출동시켜 4시간 동안 신고자를 찾아 헤맸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신고에 사용됐던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했고, 가입자의 집을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전화번호 주인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술에 취해 있는 김씨였다. 김씨는 내연남의 전 아내가 자기에게 자주 전화를 하는 등 괴롭힌다는 이유로 겁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거짓으로 신고를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술에서 깬 김씨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커질줄 몰랐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경찰은 허위신고에 따른 불필요한 출동과 수색으로 치안력이 낭비되고, 경찰이 허탈감에 빠지는 것은 물론 정작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방치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김씨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경찰은 앞으로 112로 허위신고를 하면 최대 6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상습 허위신고나 중대한 허위신고 등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형사입건과 함께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운다. 경찰은 11일 발표한 ‘경찰 쇄신안 및 하반기 역점 추진 방향’을 통해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살인 사건 등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112 신고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12를 긴급 범죄신고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찰 관련 일반 민원전화 콜센터인 182를 신설, 운영하기로 했다. 허위 신고와 관련, 기존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죄질이 나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현장 행정] 성북구, 기관·시민단체 61곳과 자살예방 활동 협약

    [현장 행정] 성북구, 기관·시민단체 61곳과 자살예방 활동 협약

    성북구와 관내 61개 기관·시민단체 인사들이 4일 구청에 모여 손에 촛불을 들었다. 성북구는 이들과 생명존중·자살예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자살위기대응체계 확립과 자살고위험군 발굴, 정보 공유에 나서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을 위해 힘을 합하기로 약속하는 자리였다. 참여 단체들은 세 유형으로 나눠 자살예방활동을 벌인다. 먼저 위기대응기관(성북경찰서, 종암경찰서, 성북소방서)은 신속한 출동체계를 갖춰 자살위기상황에 대처한다. 보건의료기관(성북구의사회, 성북구치과의사회, 성북구한의사회, 성북구약사회, 고려대부속안암병원, 성북중앙병원)은 자살시도자의 정보를 공유해 사후관리에 협력한다. 기관과 단체는 자살위험군 발굴 등 생명존중사업에 동참하고 자살위기자를 위한 마음돌보미 자원봉사활동을 벌인다. 또 숭인초, 월곡중, 용문고, 고대부고, 한성여고 등은 생명존중교육을 선도적으로 수행할 교육기관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지역복지관, 실버복지센터, 보훈회관, 건강가정지원센터, 지역자활센터 등 복지기관(시설)과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복지위원협의회, 대한노인회 성북구지회 등 각종 유관단체들도 성북구와 협약을 맺고 지역의 자살위기자 돌봄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구는 생명안전도시 성북, 자살 없는 성북 구현을 위해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협력체계 구축 ▲생명존중인식개선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범시민운동 전개 ▲자살 고위험군 발굴 조사 및 사후관리 등의 내용으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사업 종합실천 계획을 수립했다. 앞서 구는 지난 3월 구립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김영배 구청장은 “우리 구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한 명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가 바로 사회의 격을 가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년 안에 자살률 꼴찌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경찰 - 소방간부 후보생 사건·사고대응 교차교육

    소방과 경찰의 미래 세대들이 긴밀한 상호 교차 교육을 받는다. 61기 경찰간부후보생 60명은 29일 충남 천안 중앙소방학교를 찾아 1박 2일의 산악교육훈련과정을 시작했다. ●경찰, 산악 인명구조 이론과 실습 경찰간부후보생들은 일단 소방 PT체조 1~12번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후 로프를 묶는 법부터 시작해서 산악구조장비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등 산악구조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실제 훈련도 진행했다. 30일에는 산악 구조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접근하는 법, 들것을 이용해 수직으로 구조하는 훈련 등을 이론과 실습을 통해 훈련받을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소방간부후보생들이 경찰교육원을 찾는다. 일주일 동안 형사소송절차, 사고현장 조사기법 등을 경찰로부터 배우게 된다. 화재 사고 현장이 곧 범죄 현장이 될 수 있는 만큼 소방관에게도 출동 직후 사고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날카로운 시각 및 현장 조사가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소방관, 사고현장 조사 기법 교육 이에 앞서 물놀이철이 시작하는 오는 7월 9일부터는 2주일 동안 경찰간부후보생 60명과 18기 소방간부후보생 20명이 한자리에 모여 수난 구조 통합 훈련을 받는다. 저수지와 바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고 상황을 가정하는 실제 훈련에 미래의 소방간부와 경찰간부가 함께 투입된다. 소방간부후보생과 경찰간부후보생이 통합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유해운 소방학교장은 “소방관이나 경찰관이나 사건·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최초 대응자이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인 만큼 유기적 협조 체계 속에서 초기 구조·조사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경찰 쪽과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채워가는 상호 교차교육 프로그램을 정례화해서 국민들에게 더욱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봄 산불 1960년 이후 최소…올 102건 발생 45㏊ 태워

    올봄 산불피해가 산림청 개청 및 1960년 산불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종료된 15일 현재 산불 피해는 102건, 45㏊로 나타났다. 예년 평균 343건의 산불이 발생해 1127㏊의 산림이 사라진 것과 비교하면 건수는 30%, 피해 면적은 4%에 불과하다. 특히 피해면적이 1㏊ 미만인 산불이 전체 88%를 차지했고 대형 산불과 동시다발 등 재난성 산불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봄철 산불조심기간 시작 전까지만 해도 대형 산불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산불이 집중되는 3~4월에 핵 안보정상회의와 총선이 실시돼 산불 대응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윤달까지 겹쳐 산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많은 해였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가 줄어든 것은 산불 진화 노하우 축적과 과학적 대응 시스템 효과라고 분석했다. 신고 단말기를 확대 보급하고 헬기 가동률을 90% 이상 유지, 산불감시인력을 적재적소에 운영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우정사업본부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대응도 효과를 나타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진화헬기가 산불현장에 30분 이내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 등 과학적인 진화 체계 구축과 국민들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소중한 자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특파원 칼럼] “엄마도 죽으면 어떻게 해요?” /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엄마도 죽으면 어떻게 해요?” /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경찰서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경찰관 하이메 페드론(40)이 전화를 받은 건 지난달 6일 새벽 2시 20분이었다. 근처 월마트에서 한 취객이 난동을 피우고 있다는 신고였다. 페드론은 지체 없이 뛰쳐나가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페드론은 달아나려는 취객 브랜든 대니얼(24)을 덮쳤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갑자기 대니얼이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페드론의 목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곧이어 도착한 동료 경찰들이 응급처치에 나섰지만, 페드론은 2시 45분 절명했다. 그는 어린 두 딸(10살, 6살)의 아빠였다. 뉴햄프셔주 그린랜드의 경찰서장 마이클 멀로니(48)가 마약 단속 현장에 출동한 것은 지난달 12일 저녁 6시였다. 그는 다른 경찰 6명과 함께 마약 밀매 거점으로 포착된 한 주택 앞에 다다랐다. 앞장선 사람은 은퇴가 8일밖에 남지 않은 멀로니였다. 그가 주택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안에서 총탄이 날아왔고, 멀로니는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현장을 진압한 뒤 확인해 보니 멀로니는 머리에 총을 맞고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는 두 명의 자녀를 둔 26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이었다. 위와 같은 사건들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단숨에 신문과 인터넷을 도배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런 사건은 지역 언론에만 잠깐 보도될 뿐 중앙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다. 총기 사건이 잦은 미국에서 경찰관 피살 사건은 큰 뉴스가 못 되기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범죄자에 의해 살해된 경찰관은 72명이나 된다. 직업적 환경이 이렇게 척박한 때문인지 미국 영화에서 경찰은 영웅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그런데 알고 지내는 미국인들에게 “경찰이란 직업이 정말 인기가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3D 업종’인 탓이다. 미국인들이 경찰을 지극히 존경하는 것 같지도 않다. 경찰 중에 마약밀매, 성폭행 등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뚜렷이 다른 건, 경찰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경찰이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고단함만큼은 인정한다는 점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에 집에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미국 경찰의 운명이다. 대문 밖이 황천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연설 때마다 ‘국군 장병들’이라는 말 대신 ‘제복을 입은 우리 요원들’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군인뿐 아니라 경찰도 목숨을 내놓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에 차를 운전하고 가다 후미진 도로에서 차량 단속에 나서는 경찰들을 보면 경찰이 피살당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이런 미국 경찰의 눈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다급하게 신고 전화하는 여성에게 “아는 사람이냐.”는 태평스러운 질문을 한다거나, 폭력배가 대로변에서 싸운다는 신고를 받고도 상황이 다 끝난 뒤에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 한국 경찰의 행태는 코믹 영화의 한 장면 같을 것이다. 한국 경찰은 이런 헛발질을 할 때마다 112 신고 체계 정비와 같은 제도 개선책을 운운한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를 고쳐도 헛발질이 여전한 것은 문제의 핵심이 정신자세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이 매뉴얼이 잘돼 있어 완벽하다는 인식은 오산이다. 매뉴얼은 현실을 100% 망라할 수 없다. 페드론과 멀로니는 핑계만 잘 댔다면 매뉴얼 안에서도 얼마든지 현장을 피하거나 뒤로 빠질 수 있었다.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찰은 오히려 몸을 사리지 않지만, 목숨 잃을 일이 희박한 경찰은 행여 다칠까 몸을 아끼고, 승진에나 정신을 팔고, 야근이 끝나면 설렁탕을 먹으러 갈까 김치찌개를 먹으러 갈까를 고민하는 법이다. 페드론의 부인 에이미도 경찰이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두 딸은 그녀에게 자꾸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엄마도 일하다 죽으면 어떻게 해요?” carlos@seoul.co.kr
  • 112에 긴급신고하면 동시에 위치추적 가능

    “112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당하고 있어요!” “정확한 위치 알고 계세요? 건물이나 눈에 띄는 표지판 있나요?”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이요.” 112긴급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즉각 ‘119센터 3자통화 시스템’을 연결한다. 통화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은 119위치추적 요원이 즉석에서 신고자의 소재를 확인한다. 동시에 112신고센터는 인근에 있던 현장 순찰차에 구체적인 위치를 알리고, 출동 명령을 내린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과 구급 요원들이 주변을 수색해 신고자를 구조한다. 앞으로 경찰-소방 간 업무공조로 긴급사건 신고자의 즉각적인 위치 확인이 가능해진다. 서울경찰청은 19일 112신고센터의 현장출동시스템(IDS)과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종합방재센터의 119전산정보시스템 간 핫라인을 개설하는 ‘긴급신고 다자간 통화 업무공조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위급상황에 처한 신고자가 자신의 위치를 모를 경우 경찰은 119와 신고자 ‘삼자통화’를 통해 즉시 소재파악을 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업무협약이 출동시간을 앞당겨 범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앞서 시스템 보완이 이뤄졌더라면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때문에 수원 살인사건에서도 위치를 바로 알지 못해 탐문 등 신속한 초기대응이 늦어져 피해자 구조에 실패했다. 시민들은 “지금이라도 시스템이 보완돼서 다행이지만, 살릴 수 있는 생명을 결국 허술한 법체계와 시스템, 부실한 초동대처 때문에 잃은 것 같아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해외 긴급구조체계는

    미국이나 일본의 112 신고 시스템은 철저히 신고자 중심이다. 신고 즉시 경찰과 소방서, 응급실 등에 동시 연결돼 신속하게 위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소방·경찰 통합 긴급 신고전화인 911은 신고자가 911로 전화하면 신고자의 목소리는 경찰, 소방, 응급실에 중계된다. 대응은 일사불란하다. 미국의 911 신고는 신고와 동시에 신고자의 위치를 자동 전송받는다.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도 유연하다. 예컨대 신고 뒤 신고자가 침묵할 경우 “경찰이 필요하면 1번, 구급차가 필요하면 2번을 눌러 달라.”고 조용히 신고를 접수한다. 위협이나 공포 등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 ‘선조치’하기 위해서다. 수원 살인사건 때처럼 반복해 ‘주소 좀 다시 불러 주세요.’라는 식의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모든 상황 대처에 대한 원칙은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다. 일본도 미국과 비슷하다. 신고자가 ‘110’ 긴급번호를 눌러 신고하는 즉시 중앙 경찰, 지역 경찰, 신고자가 위치한 지역 순찰차 등 3곳으로 동시에 신고가 접수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자동차 위치추적 시스템을 통해 현장 상황은 관할 경찰서나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전해진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기준으로 일본 경찰의 출동시간(신고 후 현장 도착 시간)은 전국 평균 7분 2초로 집계됐다. 일본은 또 전화 강제연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고자가 위급한 상황에 몰려 신고를 채 마치지 못하고 끊더라도 전화 연결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 있도록 한 덕분에 신고 접수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 차이도 없지 않다. 선진국은 신고량이 우리나라에 비해 적어 실제 긴급 출동이 필요할 때 대처가 용이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유는 유료화에 있다. 미국은 911이 기본적으로 유료 서비스다. 문을 열어 달라는 등의 민원을 위해 911을 이용하면 수천 달러짜리 비용청구서가 날아올 것을 각오해야 한다. 사소한 일 때문에 911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경기청장, 사건발생 6일만에 ‘녹취록’ 보고받아

    경기청장, 사건발생 6일만에 ‘녹취록’ 보고받아

    지난 1일 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 사건과 관련, 경찰이 관할 경찰서장을 비롯해 모두 10명의 경찰을 문책하기로 했다. 경기 남부권에서 통합 운영하던 112신고센터는 4대 권역별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112신고센터에 우수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이 7분 36초나 되는 녹취록을 사건이 발생한 지 6일 만에 보고받는 등 조직적인 은폐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 청장은 8일 감찰 조사 결과 발표에서 “사건 처리 경위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고 접수와 지령 지휘, 현장 출동, 수색 활동 등에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휘·감독에 소홀한 감독자 5명과 신고 접수·지령을 미흡하게 처리한 경기경찰청 소속 112신고센터 관련자 5명 등 모두 10명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문책 대상자는 수원중부경찰서장과 112신고센터를 총괄한 경기경찰청 생활안전과장 등 모두 10명이다. 문책 수위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감찰 조사 결과 112 신고 접수 요령부터 잘못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시 신고자의 위치와 주소를 반복해서 질문했다. 범행 장소가 ‘집 안’이라는 결정적인 내용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등 사안이 급박함에도 순찰차들이 들을 수 있도록 신고 내용을 함께 듣는 것을 의미하는 ‘외부 공청’을 실시하지 않았다. 외부 공청을 실시했을 경우 범행 지역 지리에 밝은 경찰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5명의 경찰이 탐문수색을 벌였다는 당초 경찰 발표에 대해서는 단계별 경력 투입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최종 인원만 답변하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112신고센터에 대해서는 상황실의 책임감과 112 지령 요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112신고센터 및 상황실 근무체계 개선 방안’(표 참고)을 수립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외국인 범죄 예방과 단속 유관 기관과의 네트워크 조성, 체류 외국인 인권 보장 등을 포괄하는 종합 치안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에도 조직적인 은폐 의혹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서 청장이 7분 36초나 되는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을 7일 오전에야 보고받았다는 점은 경찰 보고 체계에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신고 녹취록을 1분 20초에 불과한 것처럼 밝혔고 이어 112지령센터에는 4분이라고 하는 등 혼선을 빚었으며 이후 7분가량으로 정정했다. 이를 두고 전체 녹취록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발견했거나 고의적인 보고 누락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7분가량의 녹취록을 언제 보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범인 우씨의 통화 내역 등을 조회해 다른 범죄 피해가 있었는지와 국내에 입국해 거주하던 곳 주변에서 발생한 실종 및 강력 미제 사건과의 관련성을 수사하기로 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천안함 2주기] 해군전력 얼마나 증강됐나

    해군은 올해 ‘대양해군’이라는 용어를 부활시켰다. 천안함 폭침 당시 “자국 연안도 못 지키면서 대양해군을 꿈꾸느냐.”는 비판과 조롱에 시달리기도 했던 해군은 지난 2년 연안 방어를 위해 변화와 혁신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해군이 그동안 역점을 둔 분야는 크게 장비 개선과 교육훈련이다. 해군은 우리 함정의 대잠수함전 능력을 높이기 위해 호위함이나 초계함의 노후한 음향탐지장비(소나)를 집중 정비하고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보강했다. 특히 호위함 등에 탑재된 어뢰음향대항체계는 공격해 오는 어뢰를 조기에 탐지, 기만기를 투하해 어뢰를 교란시키는 시스템이다. 해군 관계자는 “천안함과 같은 2함대 소속 초계함 9척에 이를 24발씩 장착했으며 기존 어뢰보다 더 넓은 주파수의 어뢰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군은 또 해상 최일선에 전진배치된 고속정 전력도 보강했다. 전방해역에 출동하는 고속정 10척에는 휴대용 대공유도탄인 미스트랄을 탑재했다. 해군이 고속정에 미스트랄을 탑재한 것은 처음이다. 고속정에는 40㎜ 함포가 있지만 고속으로 전진하는 공기부양정을 격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해군 관계자는 “올해부터 불시 해상 기동훈련, 불시 대잠수함전 훈련 등을 신설하는 등 훈련을 개선해 실제 교전상황에서 조건반사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군은 수상함이나 잠수함을 대상으로 음향탐지사의 전투기량을 향상시키는 경연대회를 연 2회 실시한다. 또한 이들의 청음실습교육을 주당 16시간에서 56시간으로 늘리는 등 잠수함 식별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저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모두 탐지하기는 어렵다. 천안함 같은 초계함이 음향탐지장비를 가동하면 수심 30m 해역에서 약 2㎞ 전후 거리의 잠수함을 탐지할 확률은 약 70% 수준이다. 현재 30여척 운용하고 있는 초계함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앤디(D&D)포커스’ 편집장은 “서해는 잠수함 작전을 하기도 어렵고 잠수함으로부터 방어하기도 어려운 곳”이라고 지적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군의 전력보완은 대부분 육군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며 “해군 예산의 대폭 증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한류, 모두가 주인 되자] 亞 넘어 세계로… ‘K팝 한류’ 태풍 될까 미풍 그칠까

    [한류, 모두가 주인 되자] 亞 넘어 세계로… ‘K팝 한류’ 태풍 될까 미풍 그칠까

    SM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 동영상 조회수가 6억건을 돌파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주력인 원더걸스의 신곡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의 동영상 조회건수도 120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SM이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소속 가수를 총출동시켜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연 공연에는 1만 5000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관객의 70%가 비(非)아시아계였다. ‘K팝 한류’가 대세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류의 주역이 드라마였다면, 지금은 K팝이 바통을 이어받은 양상. 하지만 K팝 한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콘텐츠가 아이돌 위주의 댄스음악에 국한된 데다 일부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가 결합한 이벤트를 답습하기 때문이다. K팝 한류의 실체를 짚어봤다. 지난해가 한류의 ‘영토 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12년은 한류의 내실을 차분히 다지는 세계화 프로젝트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은 한류의 세계화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던 가요계 관계자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K팝의 실체를 어느 정도 확인하고 성공 가능성을 느끼게 해준 한 해였다. 이러한 성과는 객관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동안 일본 및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던 K팝 한류가 유럽을 넘어 남미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룹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합동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그룹 JYJ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독일 베를린에서 공연을 가졌고, 12월 비스트·포미닛·지나 등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남미로 K팝 무대를 확장했다. 이처럼 지난해는 K팝의 외형적 성장에 공을 들였다면, 새해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요계 숙원’ 미국시장 본격 공략 신년 벽두부터 SM, JYP 등 K팝 열풍을 주도했던 국내 대형 기획사들의 눈은 미국 시장에 고정돼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걸그룹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1~2월 미국 시장에 동시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 소녀시대는 지난달 20일 미국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인 인터스코프 레코즈를 통해 ‘더 보이즈’ 맥시 싱글 음원을 공개한 데 이어 오는 17일 미주·유럽 지역에서 스페셜 앨범을 내는 등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노바디’로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76위에 오르기도 했던 원더걸스도 1~2월 중에 미국에서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지난 2년간 미국 시장을 밑바닥부터 개척하다시피 한 원더걸스는 자신들의 미국 도전기를 그린 드라마 ‘원더걸스 앳 디 아폴로’에 직접 출연하는 등 독특한 홍보 전략을 세웠다. 국내에서 히트한 ‘비 마이 베이비’는 이 드라마의 주제가이기도 하다. 한국 가수들의 미국 진출은 일종의 ‘숙원 사업’ 같은 과제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 보아 등을 통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던 JYP와 SM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어떻게 접목시킬지도 주목된다. ●대기업-중소 기획사 제휴 늘어 그렇다고 한류가 미국 시장과 대형 기획사 위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새해에는 대기업이 중소 규모 기획사들과 손잡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CJ E&M은 K팝 글로벌 콘서트 브랜드 ‘엠-라이브’(M-Live)를 올해부터 본격 가동한다. 이를 위해 CJ E&M은 지난해 11월 국내 6개 기획사와 함께 출정식을 가졌다. 댄스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힙합과 밴드 음악, 솔로 등 그동안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었던 가수들이 미지의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K팝의 다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서인영과 나인뮤지스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공연을 통해 중동에 진출했으며, 12월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 리쌍 등 힙합 가수들도 미국 LA에서 레이블쇼를 열었다. 아이돌 밴드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올해 상반기 프랑스와 영국에 진출하며, 다이나믹 듀오도 미국 현지 힙합 아티스트와 연계해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K팝 최대 시장 중 하나로 인식되는 중국 진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일본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걸그룹 시크릿의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내 기획사들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국토가 넓어 홍보 기간이 오래 걸리고 현지 채널도 많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K팝이 내실을 다지고 세계화를 다지기 위해서는 기획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관계 당국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씨줄날줄] 119 상황실/박대출 논설위원

    일전에 한강공원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 어린이가 자전거에 부딪혔다. 달려가 보니 둘 다 쓰러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젊은이는 머리에 피가 흘렀다. 어린이는 다리를 다쳤다. 119에 전화를 걸었다. 3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다들 현장에 출동했다고 한다. 답답해도 도리가 없다. 기다릴 수밖에. 긴급 출동이 어려운 게 119의 현실이다. 119는 만능해결사다. 신고전화는 불이 난다. 고양이를 구해달라, 집 자물쇠를 따달라, 별의별 요청이 쏟아진다. 허위·장난·오인 전화만 해도 엄청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2만 6938건에 이른다. 올 10월 현재로는 2만 6040건이다. 이러니 긴급 재난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지난 9월 고육책을 내놨다. 사소한 일은 출동하지 않기로 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논란이 거세다. ‘지사님’을 못 알아본 상황실 직원이 인사 조치됐다. 행정적 근거는 있다. 119 신고전화를 받는 규정이다. 상황관리 표준대응 매뉴얼이다. 전화를 받으면 소속과 신분을 먼저 밝혀야 한다. 해당 직원은 그 규정을 어겼다. 하지만 119는 긴급 전화다. 대개 “119 상황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혹은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먼저 묻는다. 긴급 요청에 신속 대응하려다 보니 생긴 일상이다. 이번 논란은 규정과 일상의 괴리로 귀결된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리다.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패러디가 난무한다. 경기도청 홈페이지는 마비됐다. 형식 논란에 빠졌다. 인사 조치가 적절하냐 부적절하냐가 대부분이다. 진전된 논의가 아쉽다. 두 가지 측면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권위의 문제다. 도지사와 상황실 직원 간에 ‘벽’이 존재했다. ‘높은 분’이든 ‘아랫것’이든 자존심은 있다. 높은 분은 자신을 못 알아보니 기분 좋을리가 없다. ‘아랫것’은 자신을 닦달하는 상대가 마뜩잖을 게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쌓이기 십상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둘째, 소통의 문제다. 김 지사는 직원이 누구냐에만 매달렸다. 직원은 무슨 일이냐에만 집중했다. 김 지사는 암환자 이송체계 등을 묻기 위해 전화했다. ‘무슨 일’만 얘기했으면 자연히 풀린다. 직원은 ‘누구냐’를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러면 대화가 진전된다. 진짜 지사인지를 알게 된다. 둘 다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 그쯤 되면 감정이 좌뇌의 언어기능을 자극한다. 듣는 뇌는 작동이 안 되고, 말하는 뇌만 작동한다. 각자의 얘기만 할 뿐이다. 불통(不通)의 요체다. 이번 논란의 교훈이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비상발전기 전면 점검 은행들 정전대책 강화

    다음 달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에너지 과소비 사례를 신고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12월 시·도 행정부시장·부지사 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사용 제한 위반 업소 단속을 지원하려고 주민 참여형 감시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시민감시단과 일반 주민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 앱으로 에너지 과소비 건물을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신고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행안부는 이달 안에 자치단체별 모바일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에너지 과소비 신고 전용 번호를 부여하는 한편 생활 불편 스마트폰 신고 서비스에 에너지 과소비 분야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각 지자체는 주부 모니터단 등으로 에너지 과소비 시민감시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맹형규 장관은 “중대형 건물 난방 온도 제한과 전력 소비 집중 시간 상가 네온사인 소등, 청사 난방 온도 적정 유지 등 현장에서 에너지 절약 대책이 잘 실천되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겨울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은행권도 정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갑작스레 전기 공급이 끊기면 은행 입출금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 9월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영업점 400여곳의 마감이 지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동입출금기(ATM) 가동이 중단되고 창구 업무 처리가 늦어져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각 은행은 정전 사태를 예방하려고 관련 시설 등을 정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비상 발전 차량 2대를 확보했다. 비상 차량은 무정전시스템(UPS)이 없는 영업점에 긴급 출동해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이달 들어 각 지점의 낡은 UPS 100여개를 신제품으로 교체했다. 국민은행도 모든 영업점에 설치된 UPS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다. 한국은행도 10월 업무 시간 중 수십 분간 전력 공급을 모두 중단하고 UPS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모의훈련을 했다. 박성국·오달란기자 psk@seoul.co.kr
  • 北 포격에 K9 자주포 응징 → KF16 전투기 미사일로 초토화

    北 포격에 K9 자주포 응징 → KF16 전투기 미사일로 초토화

    #시나리오1# 0월 0일 오후 1시. 해병 연평부대가 K9 등 공용화기로 연평도 남동쪽 해상 사격 구역을 향해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도중, 오후 2시 33분 북한군이 개머리지역에서 연평도 지역으로 122㎜ 방사포 수십 발을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해 왔다. #시나리오 2# 연평도 포격 도발이 시작된 직후 북한군 특수부대인 해상저격여단을 태운 공기부양정이 백령도를 기습 점령하기 위해 고속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주년을 맞아 북한의 재도발과 백령도 기습 점령 시도 상황을 이처럼 가정하고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모두 참가하는 합동 기동훈련을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합동 기동훈련은 오후 2시 34분 북한군이 연평도 북쪽 12㎞ 거리의 개머리 지역에서 쏜 122㎜ 방사포탄 수십 발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같은 시간 북한군 해상저격여단이 고암포 기지에서 공기부양정으로 기동하는 상황에서부터 훈련이 시작된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와 같은 시간대에 훈련을 진행함으로써 뼈아픈 상처를 다시는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도발 원점뿐 아니라 후방 지원세력에 대한 응징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의한 1차 대응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 동원 등 연평도 사태 이후 개편된 작전 체계가 적용된다. 1차 대응은 ‘선(先)조치-후(後)보고’ 원칙에 따라 연평도 사태 이후 3배가량 증강된 연평도 K9 자주포의 반격으로 시작된다. 신형 대포병탐지레이더인 ‘아서’와 음향탐지장비인 ‘할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된 북한군의 도발 원점이 반격 목표가 된다. 또 백령도에서는 새로 증강된 AH1S 코브라 헬기가 긴급 출동해 토 미사일을 발사하며 북한군의 공기부양정을 침몰시키고 저지한다. 곧바로 위기조치반이 소집된 합참에선 정승조 합참의장이 육·해·공군 및 해병 합동 전력의 투입 준비 및 경계태세 강화를 전군에 지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초계 비행 중이던 KF16 전투기가 연평도 인근 상공으로 이동하는 한편 후방의 F15K 전투기는 사거리 278㎞의 지상공격용 미사일인 AGM84H(슬램ER)를 장착하고 출격한다. 백령도 남방 해역에서 초계 중이던 호위함(2300t급)이 북한군의 공기부양정 침투 지역으로 이동하고 서해상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한국형 구축함 KDX1(3800t급)도 유도탄과 함포사격을 할 수 있는 전투 대기 태세에 들어가게 된다. 육군은 수도군단 산하 K9 자주포 부대를 전개하고 적의 추가 도발과 기습 침투에 대비한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북한군의 첫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진 지 5분 만인 오후 2시 39분, 반격에 나선 K9 자주포탄은 북한의 개머리 포 진지를 무력화시킨다. 북한군이 무도 해안포기지에서 2차 포격을 감행하자 정승조 합참의장은 KF16과 F15K 전투기에 미사일 발사 명령을 하달한다. 전투기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지역에서 도발 원점인 무도 갱도 속에 숨은 해안포들을 향해 직격탄을 발사해 무력화시킨 데 이어 슬램ER 미사일을 발사해 적 후방 지휘소와 지원세력까지 초토화시킨다. 이 미사일은 NLL 이남에서 발사하면 평양의 노동당사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또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공군을 포함한 합동전력으로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까지도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친자식보다 U- 케어가 낫죠”

    [독거노인 사랑잇기] “친자식보다 U- 케어가 낫죠”

    “목숨을 잃을 뻔한 혼자 사는 노인을 구해 주거나 어르신들이 친딸처럼 반갑게 맞아 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경북 문경시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보미센터에서 올해로 2년째 돌보미로 활동 중인 변숙희(53·문경시 점촌3동)씨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응급구호 체계인 ‘U-케어 시스템’은 친자식보다 나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문경시의 ‘U-케어 시스템’은 지역 내 혼자 사는 65세 이상 어르신 가구와 119, 독거노인 응급 안전돌보미 센터 간 호출 장치를 설치해 365일, 24시간 동안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통해 상황을 알리고 안전돌보미 등이 긴급 출동한다. 시는 이 서비스를 통해 돌보미 29명과 혼자 사는 노인 1700명을 연결시켰다. 변씨는 “‘U-케어 시스템’을 통해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살면서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 61명을 직접 돌보고 있다.”면서 “매일 어르신 8~10가구씩을 번갈아 방문해 각종 불편사항을 해결해 주고 말벗되어 주기 등을 하며, 다른 가구와는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씨의 일과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 가구들이 시도 때도 없이 그를 찾기 때문이다. 변씨는 “홀몸으로 외롭고 힘들게 생활하시는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매월 보수로 60만원을 받지만 필수품인인 차량 기름값으로 20만원을 대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별로 없다. 처우가 다소나마 개선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문경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안전장치 제거서 사격 다섯단계로… 인질극땐 바로 발포

    안전장치 제거서 사격 다섯단계로… 인질극땐 바로 발포

    경찰이 추진 중인 ‘권총사용 매뉴얼’의 가장 큰 특징은 상황별로 단계를 나눠 총기사용 정도와 유의사항 등을 규정해 놨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 경찰관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사용단계에 맞춰 현장 사례를 세부적인 예시로 들었다. 기존 매뉴얼은 ‘현행법상 총기사용 요건 및 유의사항’과 관련 판례에 대한 설명 수준에만 그쳤을 뿐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때문에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왔다. 새로 제작 중인 매뉴얼은 크게 ‘안전장치 제거-권총 꺼냄-경고사격-경고 후 사격-경고 없이 실제사격’ 등 다섯가지 상황으로 구분된다. ①‘안전장치 제거’ 상황은 두 가지다. 피의자 등이 흉기를 소지하고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짓거나 범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경찰이 출동할 때다. 또 경찰관 또는 시민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해당된다. 예컨대 경찰이 총기·칼 등을 휴대한 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거나 조직폭력배가 흉기를 소지한 채 모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갈 때다. 불심검문이나 범인 체포 및 수색 상황 시 흉기 소지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에도 경찰이 미리 안전장치를 풀 수 있게 했다. ②‘권총을 꺼낼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피의자가 흉기를 들거나 자동차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저항할 때다. 경찰장구를 빼앗기 위해 극렬히 공격해 올 때도 마찬가지다. 두 명 이상이 함께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관이나 시민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수배차량이 순찰차에 충돌하며 도주하려 하거나 추격 중 범인이 저항할 때도 권총을 뺄 수 있다. ③‘경고사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은 경찰관이 권총을 꺼낸 상태에서 피의자 등에게 3회 이상 ‘행위중지 및 권총사격’을 경고했지만 불응하는 등 제지가 불가능할 때다. 경찰관이 권총을 꺼낸 상태에서 피의자 등이 도주할 때도 경고사격을 할 수 있다. 범인을 도주시키려는 자에게 경고를 했는데도 흉기를 쓰며 오히려 저항하고 거듭 경고를 해도 듣지 않을 때도 해당된다. ④‘경고 후 실제 권총을 쏠 수 있는 조항’은 두 가지다. 피의자 등을 향해 권총을 쏘지 않으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를 방위하거나 범인의 체포 및 도주방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경고사격까지 했는데도 도주를 중지하지 않을 때도 포함된다. ⑤‘경고나 경고사격 없이 바로 발포할 수 있는 경우’는 인질을 붙잡고 있을 때처럼 경고나 경고사격이 더 큰 위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거나 간첩 및 테러사건에 있어서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는 새 매뉴얼에 대해 “허용되는 총기사용과 허용되지 않는 총기 사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진전된 안”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이례적으로 광견 등 동물에 마취총이 여의치 않을 때 권총을 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점도 없지 않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피의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반복 훈련으로 경찰관의 위기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훈련과 교육이 먼저라는 얘기다. ‘손실보상 제도’ 의 도입 필요성도 나왔다. 표 교수는 “대상자에게 발생한 피해가 커 국가가 그 치료나 유족 피해보상 등을 해줘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해당 경찰관의 총기사용을 불법행위로 규정해야 배상이 가능하다.”면서 “이럴 때 형사책임은 무죄이나, 민사재판에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결과에 따라 경찰관이 징계책임을 져야 하고 배상액에 대한 구상의 위험까지 상존하므로 경찰관들이 총기사용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당사자가 아닌 국가가 손실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 마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권침해 우려와 실효성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도주 피의자에게 발포가 가능한 조항의 경우 ‘흉악범일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경찰관에게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오판을 낳을 수 있고, 총기 남용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3회 이상 경고 시 권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적절한 발포 시기를 놓치게 해 총기사용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매뉴얼을 비롯해 현장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는 실무교육과 사격훈련, 지원책 마련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김진아기자 white@seoul.co.kr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지난 1992년 9월 어느 날, 미국 버지니아주 헨리카운티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마을 외곽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에서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로니 민터 형사는 버려진 소파 아래서 침대 시트로 온몸이 싸여 있는 버지니아 비치의 선원 출신 제리 맥랜던(당시 35)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에 취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맥랜던이 사망한 뒤 계좌에서 돈을 빼낸 룸메이트 데이비드 데사조와 그의 약혼녀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사건 발생 6년 뒤 법곤충학 전문가인 테네시대학 인류학 연구소(별칭 보디 팜·Body Farm)의 윌리엄 베스 박사가 나섰다. 박사는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을 뒤덮고 있던 구더기와 파리 등 곤충에 주목했다. 베스 박사는 맥랜던이 실종됐던 9월의 날씨를 분석해 시신이 부패하는 속도와 곤충 번식속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맥랜던의 사망일자는 9월 21일 또는 22일로 추정됐다. 경찰은 22일 당일 맥랜던의 방에서 싸웠던 데사조와 약혼녀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원은 데사조에게 1급 살인, 약혼녀에게 2급 살인형을 선고했다. 맥랜던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실마리는 시신에 있던 구더기들이었다.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이 사망시간과 당시 상황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는 법곤충학 전문가가 현장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법곤충학을 현장 감식에 활용할 전문가는커녕 법곤충학을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도 전무하다. 갈수록 지능화·다각화되는 범죄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과학수사 수준은 법곤충학과 같은 생소한 분야는 물론 기본적인 현장보존과 발굴 등 증거분석에 있어서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법의학자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현장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눈앞에 있는 증거조차 놓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했던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에서는 최초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피해자의 혈흔 등 중요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백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백씨가 경찰관의 동행 없이 사건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증거를 찾아낸 뒤에야 백씨에 대한 구속이 이뤄졌다. 과학수사는 전문인력과 첨단 장비의 결합물이다. 문제는 아직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과학수사는 1955년 세워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인력과 교육 시스템 등 미흡한 점이 적잖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흩어져 있는 사건 자료의 관리부실, 전담 인력 부족, 체계적인 조사 시스템 미비 탓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과학수사요원 인력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근무하는 32명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방청과 250여개 일선경찰서에서 뛰는 과학수사요원들은 1100여명으로 한 경찰서에 평균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뿐만 아니라 현장감식이 필요한 모든 사건에 출동하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계장은 “현장 감식을 하다 보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붓을 들고 지문을 찾는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낮에는 2~3인 1조로 움직이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야간에 발생한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요원 1명만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증거와 시신의 상태가 중요한 증거가 되는 변사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의료기관 의사 등이 현장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2~3일이 지나서야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경찰청은 올해 안으로 법의학자를 변사현장에 배치하는 ‘현장검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부족 문제로 도입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자가 23명밖에 없어 밀려드는 시신을 부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경찰 소속 검시관도 56명에 불과하다. 인력 못지않게 과학수사요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도 낙후돼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는 과학수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수한 요원만이 증거물을 다룰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과학수사 분야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현장사진전문가, 지문분석전문가, 총기분석가, 문서분석가 등을 따로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학수사요원을 뽑는 별도의 전형이 없이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선발하고 있다. 뽑힌 과학수사요원들은 4주간의 기본 과정과 현장감식, 화재감식, 현장촬영기법 등에 대한 1~2주간의 전문교육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경찰청에서는 외부전문가와 내부 과학수사요원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전문교육 과정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예산문제로 쉽지 않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총 1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까지 6개가 구성됐다.”면서 “예산의 한계 때문에 추가 구성문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 전문교육 등의 부족으로 국내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장 시신 발굴과 미세증거물 분석, 혈흔형태 분석, 일부 DB 분야가 많이 뒤떨어져 있다. 미국의 경우 시신이 묻혀 있는 현장이 발견되면 발굴 전문가가 출동해 시신과 증거물을 발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체계적인 발굴이 힘들다. 또 선진국에서 1900년대 초에 시작된 미세증거물과 혈흔형태 분석도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됐다. DB분야에서는 지문DB 이외에 많은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자국이나 카펫 섬유 등에 대한 DB도 턱없이 적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다른 나라보다 출발점이 늦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눈 앞의 증거 놓치게 만드는 과학수사 허점

    지난 1992년 9월 어느 날, 미국 버지니아주 헨리카운티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마을 외곽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에서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로니 민터 형사는 버려진 소파 아래서 침대 시트로 온몸이 싸여 있는 버지니아 비치의 선원 출신 제리 맥랜던(당시 35)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에 취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맥랜던이 사망한 뒤 계좌에서 돈을 빼낸 룸메이트 데이비드 데사조와 그의 약혼녀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사건 발생 6년 뒤 법곤충학 전문가인 테네시대학 인류학 연구소(별칭 보디 팜·Body Farm)의 윌리엄 베스 박사가 나섰다. 박사는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을 뒤덮고 있던 구더기와 파리 등 곤충에 주목했다. 베스 박사는 맥랜던이 실종됐던 9월의 날씨를 분석해 시신이 부패하는 속도와 곤충 번식속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맥랜던의 사망일자는 9월 21일 또는 22일로 추정됐다. 경찰은 22일 당일 맥랜던의 방에서 싸웠던 데사조와 약혼녀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원은 데사조에게 1급 살인, 약혼녀에게 2급 살인형을 선고했다.  맥랜던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실마리는 시신에 있던 구더기들이었다.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이 사망시간과 당시 상황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는 법곤충학 전문가가 현장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법곤충학을 현장 감식에 활용할 전문가는커녕 법곤충학을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도 전무하다.  갈수록 지능화·다각화되는 범죄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과학수사 수준은 법곤충학과 같은 생소한 분야는 물론 기본적인 현장보존과 발굴 등 증거분석에 있어서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법의학자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현장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눈앞에 있는 증거조차 놓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했던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에서는 최초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피해자의 혈흔 등 중요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백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백씨가 경찰관의 동행 없이 사건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증거를 찾아낸 뒤에야 백씨에 대한 구속이 이뤄졌다.  과학수사는 전문인력과 첨단 장비의 결합물이다. 문제는 아직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과학수사는 1955년 세워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인력과 교육 시스템 등 미흡한 점이 적잖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흩어져 있는 사건 자료의 관리부실, 전담 인력 부족, 체계적인 조사 시스템 미비 탓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과학수사요원 인력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근무하는 32명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방청과 250여개 일선경찰서에서 뛰는 과학수사요원들은 1100여명으로 한 경찰서에 평균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뿐만 아니라 현장감식이 필요한 모든 사건에 출동하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계장은 “현장 감식을 하다 보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붓을 들고 지문을 찾는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낮에는 2~3인 1조로 움직이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야간에 발생한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요원 1명만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증거와 시신의 상태가 중요한 증거가 되는 변사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의료기관 의사 등이 현장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2~3일이 지나서야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경찰청은 올해 안으로 법의학자를 변사현장에 배치하는 ‘현장검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부족 문제로 도입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자가 23명밖에 없어 밀려드는 시신을 부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경찰 소속 검시관도 56명에 불과하다.  인력 못지않게 과학수사요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도 낙후돼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는 과학수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수한 요원만이 증거물을 다룰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과학수사 분야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현장사진전문가, 지문분석전문가, 총기분석가, 문서분석가 등을 따로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학수사요원을 뽑는 별도의 전형이 없이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선발하고 있다. 뽑힌 과학수사요원들은 4주간의 기본 과정과 현장감식, 화재감식, 현장촬영기법 등에 대한 1~2주간의 전문교육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경찰청에서는 외부전문가와 내부 과학수사요원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전문교육 과정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예산문제로 쉽지 않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총 1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까지 6개가 구성됐다.”면서 “예산의 한계 때문에 추가 구성문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 전문교육 등의 부족으로 국내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장 시신 발굴과 미세증거물 분석, 혈흔형태 분석, 일부 DB 분야가 많이 뒤떨어져 있다. 미국의 경우 시신이 묻혀 있는 현장이 발견되면 발굴 전문가가 출동해 시신과 증거물을 발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체계적인 발굴이 힘들다. 또 선진국에서 1900년대 초에 시작된 미세증거물과 혈흔형태 분석도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됐다. DB분야에서는 지문DB 이외에 많은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자국이나 카펫 섬유 등에 대한 DB도 턱없이 적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다른 나라보다 출발점이 늦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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