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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첫차는 ‘술국열차’

    봄날의 첫차는 ‘술국열차’

    강남역 토요일 새벽 취객 북적 역무원 폭행 사건도 크게 늘어 출근 시간 음주운전 84% 증가 “밤새 회식” “스트레스 풀 곳 없어”지난 13일(목요일) 오전 5시 4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첫차(잠실 방향 5시 45분)를 기다리던 직장인 사이에 밤새 술을 마신 젊은 취객들이 끼어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스크린도어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주변을 청소하던 한 환경미화원은 “날씨만 풀리면 밤새 술을 퍼마신 취객이 급증한다”며 “쓰레기가 늘어나는 건 그렇다 치고 토사물을 치우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토요일) 오전 5시 22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은 ‘불금’을 보낸 취객 300여명으로 가득찼다. 몸을 가누지 못해 계단에 주저앉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첫차에 올라타자 마치 평일 출근 시간과 같이 전동차 안이 혼잡해졌다. 한 취객은 “정말 술 마시기 싫었는데 새벽 4시 30분까지 업무상 마셨다. 직장의 음주 문화는 신입사원 때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술자리에서 잘 버티느냐가 중요한 업무 능력”이라고 말했다.봄이 오면서 날씨가 풀리자 유흥가에는 ‘밤새’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찰들은 봄을 ‘술꾼들의 계절’이라 불렀다. 4월은 1년 가운데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가장 많다. 취객들로 인한 시비나 사건·사고도 급증한다. 17일 건대입구역 유흥가를 순찰하던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유원재 경사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음날 첫차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는 취객이 늘면서 특히 새벽 5시쯤 시비가 붙는 사건이 증가한다”며 “경찰 입장에선 밤부터 아침까지 적어도 10시간은 취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음주운전 건수는 1902건으로 연중 가장 높았다. 밤새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오전 6~8시)을 하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수도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886건에서 4월에는 1632건으로 84.2%나 급증했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분기별 취객 신고 건수를 봐도 4~6월이 81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봄철이 되면 무엇보다 역무원들에 대한 취객들의 폭행 사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객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지난 15일 새벽 강남역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회식을 하는데 강요는 안 하지만 불참 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결국 밤새 술을 마시게 된다”고 토로했다. 학원강사 김모(33)씨는 “우리나라에는 스트레스를 풀 문화가 없다. 술뿐이다. 무엇보다 사회 문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새벽 건대입구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던 이모(27)씨는 “어젯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대학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를 익힌 것 같다”며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술자리가 밤새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문건희(40)씨는 “날만 따뜻해지면 한밤에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학생이 많다”며 “이런 학생들을 상대하려 운동을 배우는 주변 상인이 많고 나도 3년 전부터 킥복싱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형법에서도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경우 감형을 하는데, 그만큼 사회가 음주에 관대하다는 의미”라며 “과도한 음주를 권하는 기성 사회가 우선 ‘싫다’고 말하는 이들을 받아들여야 음주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대선 D-21] 沈 “文·安 개혁 정책, 의지와 방향 잃었다”

    [대선 D-21] 沈 “文·安 개혁 정책, 의지와 방향 잃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7일 노동 현장 행보를 이어 가며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삼은 ‘노동 대통령’의 면모를 부각시켰다.심 후보는 이날 0시 경기 고양 지축철도차량기지를 방문해 심야근무 청소·정비 노동자를 격려한 후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또한 노동 개악을 만든 장본인”이라며 “문재인 후보는 (노동 정책에서) 잘못된 것이 다 새누리당 정부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지만, 잔업을 포함한 주 52시간 노동시간은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진 지침”이라고 비판했다. 또 “법정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는 공약을 내일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당장 어려우니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려 한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정보기술(IT)업계 근로자들이 많은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대선 출정식을 갖고 “안철수 후보는 개혁의 방향을 잃었다. 공공보육의 원칙도 표를 위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문 후보는 개혁 의지가 약하다. 재벌개혁 의지도 희미하고 노동 문제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 후보는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산업 노사공동포럼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대선 D-21] 安, 호남서 “드림팀 만들 것”

    [대선 D-21] 安, 호남서 “드림팀 만들 것”

    최대 지지기반서 安風 재현 의지 “4차 산업혁명 대비 필요” 강조도 文측 겨냥 “갈가리 찢긴 계파정당”“계파 패권주의 세력에게 또다시 나라를 맡길 수 없습니다. 선거를 위해서 호남을 이용하는 후보는 절대 안 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17일 전북 전주를 찾아 전북대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녹색 점퍼를 입고 유세차량에 오른 안 후보는 “저는 혁신의 전쟁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자신이 있다. 그것이 김대중 정신이고 호남 정신 아니냐”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정부 드림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저 안철수, 국민과 함께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봄비로 우산을 쓴 시민들과 함께 대선 슬로건인 ‘국민이 이긴다’를 삼창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박지원 대표와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비롯해 호남에 지역구를 둔 최경환·김광수·이용주·유성엽 의원 등이 총집결해 힘을 보탰다. 안 후보는 이후 광주로 이동해 광산구 자동차부품산업단지와 광주 양동시장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대구 유세에서 ‘국회의원이 마흔 명도 안 되는 미니정당, 급조된 정당이 위기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고 통합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한 데 대해 “갈가리 찢긴 계파정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맞받았다. 안 후보가 첫 지역 유세로 호남을 찾은 까닭은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안풍’(안철수바람)을 재현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동안 호남민심이 당선 가능성 높은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연 확대도 중요하지만 호남 지지 없이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광주, 주승용 원내대표는 전남, 정동영 의원은 전북 등 중량급 인사들이 호남을 권역별로 맡아 기선제압에 총력을 쏟았다. 앞서 안 후보는 이날 0시 인천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았다. 안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침에는 ‘촛불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출근길 회사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동서를 관통하는 1박2일 유세의 이틀째인 18일에는 국립대전현충원과 카이스트 등을 방문한 뒤 대구로 이동한다. 한편 안 후보는 보좌진을 통해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안 후보 캠프는 또한 난임진료비 지원금을 2배로 인상하고,임신부에게 발급되는 ‘국민행복카드’ 지원금을 현행 50만원에서 70만원(단태아 기준)으로 인상하는 임신·출산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유치원 공약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여성·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잡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서울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전주·광주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봄날의 첫차는 ‘술국열차’

    지난 13일(목요일) 오전 5시 4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첫차(잠실 방향 5시 45분)를 기다리던 직장인 사이에 밤새 술을 마신 젊은 취객들이 끼어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스크린도어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주변을 청소하던 한 환경미화원은 “날씨만 풀리면 밤새 술을 퍼마신 취객이 급증한다”며 “쓰레기가 늘어나는 건 그렇다 치고 토사물을 치우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토요일) 오전 5시 22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은 ‘불금’을 보낸 취객 300여명으로 가득찼다. 몸을 가누지 못해 계단에 주저앉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첫차에 올라타자 마치 평일 출근 시간과 같이 전동차 안이 혼잡해졌다. 한 취객은 “정말 술 마시기 싫었는데 새벽 4시 30분까지 업무상 마셨다. 직장의 음주 문화는 신입사원 때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술자리에서 잘 버티느냐가 중요한 업무 능력”이라고 말했다. 봄이 오면서 날씨가 풀리자 유흥가에는 ‘밤새’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찰들은 봄을 ‘술꾼들의 계절’이라 불렀다. 4월은 1년 가운데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가장 많다. 취객들로 인한 시비나 사건·사고도 급증한다. 17일 건대입구역 유흥가를 순찰하던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유원재 경사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음날 첫차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는 취객이 늘면서 특히 새벽 5시쯤 시비가 붙는 사건이 증가한다”며 “경찰 입장에선 밤부터 아침까지 적어도 10시간은 취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음주운전 건수는 1902건으로 연중 가장 높았다. 밤새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오전 6~8시)을 하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수도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886건에서 4월에는 1632건으로 84.2%나 급증했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분기별 취객 신고 건수를 봐도 4~6월이 81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봄철이 되면 무엇보다 역무원들에 대한 취객들의 폭행 사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객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지난 15일 새벽 강남역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회식을 하는데 강요는 안 하지만 불참 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결국 밤새 술을 마시게 된다”고 토로했다. 학원강사 김모(33)씨는 “우리나라에는 스트레스를 풀 문화가 없다. 술뿐이다. 무엇보다 사회 문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새벽 건대입구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던 이모(27)씨는 “어젯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대학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를 익힌 것 같다”며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술자리가 밤새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문건희(40)씨는 “날만 따뜻해지면 한밤에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학생이 많다”며 “이런 학생들을 상대하려 운동을 배우는 주변 상인이 많고 나도 3년 전부터 킥복싱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형법에서도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경우 감형을 하는데, 그만큼 사회가 음주에 관대하다는 의미”라며 “과도한 음주를 권하는 기성 사회가 우선 ‘싫다’고 말하는 이들을 받아들여야 음주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승수 전주시장 “초등 자녀 둔 공무원 눈치 출근하지 마라”

    김승수 전주시장 “초등 자녀 둔 공무원 눈치 출근하지 마라”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 둔 공무원들에게 정상 근무시간인 9시까지만 출근하라고 주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시장은 17일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공무원들은 눈치 보지 말고 정상근무시간인 9시까지만 출근하라”고 주문했다.김 시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초등학생들은 커다란 변화와 환경 속에서 항상 두려움과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1·2학년 자녀들을 둔 공무원들이 아침 식사를 함께하고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오전 9시까지 출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는 새로운 학교 환경에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해당 자녀와 직원들에게 안정된 육아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전주시는 김 시장의 지시에 따라 1·2학년을 둔 직원에게는 오전 9시 출근을 강력히 권고하는 한편 탄력적인 출퇴근이 가능한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기로 했다. 김 시장은 “학부모 직원들이 자녀들의 육아와 함께 가장 힘든 점은 주변 사람 눈치”라면서 “육아 문제는 가족과 사회가 분담하고는 있지만, 중앙·지방정부와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안정된 육아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청 직원 1900여명 가운데 초등 1·2학년 자녀를 둔 공무원은 정원의 10%(190여명)에 해당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국민주권선대위 대선체제 돌입

    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국민주권선대위 대선체제 돌입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김포시 갑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위원장 김두관 국회의원)는 17일 오전 7시 김포시 고촌읍 신곡사거리에서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날 첫 선거운동에는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 겸 자치분권균형발전위원장인 김두관 의원(김포시갑 선대위원장), 조승현 경기도의원(김포시갑 선대본부장), 정왕룡·피광성·노수은 시의원을 비롯해 당원·시민들이 함께해 문재인 후보 당선과 정권교체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선대위는 지난 대선에서 김포지역이 열세지역으로 17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22일간의 선거운동기간 ‘문재인 후보가 준비된 후보, 검증된 후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든든한 대통령 후보’임을 적극 알리고, 김포에서부터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국민이 촛불로 만들어 낸 촛불 대선”이라면서 “국민이 주인이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안정적인 개혁을 이룰 준비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운영 경험과 당대표 경험이 있고 안정된 119석의 원내 제1당을 기반으로 한 가장 준비된 후보이자 촛불민심을 받들어 개혁을 완수할 가장 정의로운 후보가 문재인 후보”라고 강조했다. 선대위는 이날 고촌읍 신곡사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원마트 사거리, 감정동 홈플러스, 장기동 우남퍼스트빌 사거리 등 유세를 갖고 오후 6시 신곡사거리에서 퇴근 인사를 할 예정이다. 앞서 선대위는 김 선거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조승현 선대본부장, 정왕룡 전략기획실장, 피광성 조직상황실장, 노수은 유세본부장을 비롯해 여성·노인· 청년위원회 등 광범위한 선대위 조직 구성을 마쳤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서울포토] 출근하던 시민을 ‘와락’…안철수 후보, 19대 대선 선거운동일 첫날

    [서울포토] 출근하던 시민을 ‘와락’…안철수 후보, 19대 대선 선거운동일 첫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선거운동일 첫날인 17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하며 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살림 내다 파는 할매, 그 쓸쓸한 복수극

    살림 내다 파는 할매, 그 쓸쓸한 복수극

    연극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는 제목만큼 재기발랄하다. 평범하지만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맛깔나는 대사는 시종일관 관객을 웃겼다가 다시 울린다. 막이 내릴 때쯤 절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펄떡이는 작품을 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홀대하는 자식에 맞서는 노인 이야기 시를 전공하고 소설로 등단한 극작가 윤미현(37)의 이번 연극은 국립극단 ‘젊은 극작가전’의 첫 작품으로 지난해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 ‘작가의 방’을 통해 탄생했다. 2012년 데뷔한 윤 작가는 그간 풍자와 역설의 언어로 현시대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은 광주리를 이고 장사를 하면서 힘들게 자식들을 키운 ‘광주리 할머니’가 자신을 홀대하는 자식들에게 나름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림살이를 내다 팔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작품의 시작은 ‘내가 노인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작가의 고민이었다. “대학 시절 글 쓰는 사람으로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허무감이 들더라고요. 그때 늙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젊다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던 터라 빨리 늙으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노인들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탐구가 시작됐다. 대학 시절 방학이 되면 그녀는 장충단공원, 파고다공원 등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출근하듯 방문했다. ●소외받는 노인들의 정서·현실 다뤄 “파고다공원에서 빨간색 대야에다가 여러 가지 물건을 담아 이고 온 한 할머니가 보자기를 펴놓고 본인 저고리까지 파시더라고요. 제가 곁에서 지켜보니 절대 안 팔려요. 문득 그 할머니의 삶이 궁금해져서 나름대로 추적하고 상상하게 됐죠.” 이야기는 단순히 소외받는 노인들의 쓸쓸한 단면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대학원을 중도에 포기하고 취업을 못 한 채 방에만 틀어박혀 사는 ‘미미’와 퇴직 후 집에서 매일 막장 드라마만 보는 ‘미미 아빠’는 각각 오늘날 30대와 50대가 처한 쓸쓸한 현실을 대변한다. 적나라한 현실이 무대 위에 그대로 드러나지만 극이 마냥 우울하지 않은 건 윤 작가 특유의 말맛이 묻어나는 대사 덕분이다. “현실이 더 막장이지? 그니깐 드라마는 얼마나 부드러운 양송이스프 같은 거야”, “이 생활은 총살에 가까운 탄압인 거지. 이 판국에 총 한 자루씩 갖고 싶은 노인이 한두 명이 아닐 거다”와 같은 대사는 함축적인 언어로 현실을 간명하게 전달한다. ●“언어 템포 살린 음악적 희곡 쓰고 싶어” “단어 하나도 그냥 쓰면 안 돼요. 작가가 쓰는 건 글말이지만 관객들에게는 소리로 전달되잖아요. 시를 오래 쓰면서 생긴 가치관이기도 한데 언어의 템포를 살리지 못한 작품은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언어의 리듬감을 통해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한 곡의 음악과 같은 희곡을 쓰고 싶습니다.” 공연은 오는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 3만원. 1644-200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檢, 오늘 박 前대통령 기소… 국정농단 수사 마무리

    정식 재판, 대선 이후 될 듯 …우병우, 불구속 기소 방침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17일 박근혜(65·구속)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6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국정 농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함께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다섯 차례 구치소 방문 조사를 벌여 가며 혐의 입증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공무상 비밀누설·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13가지에 달한다. 기소를 앞둔 16일에는 휴일임에도 수사팀이 대부분 출근해 공소장 작성을 마무리하고, 막바지 법리검토도 했다. 박 전 대통령 기소의 최대 쟁점은 뇌물수수액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298억원(약속한 금액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만을 우선 적용했다. 그러나 보강 수사 결과 SK, 롯데가 대가성이 의심되는 돈을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건네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뇌물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SK(30억원)와 롯데(70억원)의 추가 지원금이 모두 뇌물공여로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100억원 늘어난다. 검찰 안팎에서는 SK와 달리 실제 추가 지원에 나섰다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돈을 돌려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별도의 수사 결과 발표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된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뜻이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20일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 기소할 때에는 수사를 총괄한 이영렬 지검장이 직접 나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정식 재판은 공판준비기일 등을 감안했을 때 오는 5월 9일 대선 이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文 대구·安 인천항 VTS서 스타트… 통합 vs 국민안전 상징

    5·9 대선 후보들이 17일부터 22일간의 선거 유세에 나선다. 대선 포스터와 슬로건을 모두 완성한 5대 정당 후보들은 ‘각양각색’의 상징성 있는 첫 행보로 공식 유세 스타트를 끊었다.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통합’,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서민’, 3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안전’, 4번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안보’, 5번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에 각각 방점을 찍었다. 문 후보는 17일 0시에 현장 행보를 하지 않고 출마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이어 대구에서 출발해 대전을 찍고 서울로 올라오는 첫 유세 일정을 세웠다. 당 지도부는 광주에서 첫 선거 운동을 시작한다. 문 후보와 당 지도부는 대전에서 만나 중앙선대위 공식 발대식을 개최한 뒤 서울 광화문으로 이동해 집중 유세를 펼치는 것으로 첫날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른바 영남·호남·충청·서울을 ‘역 Y(와이)자형’으로 하루에 훑는 유세 방식이다. 통합, 지방분권, 적폐청산 등 문 후보가 그동안 강조해 온 3가지 키워드가 첫 유세 일정에 모두 담긴 셈이다. 문 후보 측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대구·경북(TK)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아 전국적 지지를 받는 최초의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TK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 후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 후보는 대선 슬로건을 ‘나라를 나라답게’로 정했다. ‘이게 나라냐’로 압축되는 촛불 민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 문 후보는 대선 비용 마련을 위해 19일부터 ‘문재인 펀드’를 출시한다. 홍 후보는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0시 일정 없이 아침 일찍 서울 송파 가락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첫걸음을 뗀다. 대신 이철우 총괄선대본부장과 김선동 상황실장이 0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선거운동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대선 슬로건을 ‘당당한 서민 대통령’으로 정한 홍 후보는 남은 22일 동안 기동력 있는 서민 행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홍 후보는 충남 아산 현충사를 먼저 방문해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300척의 왜군을 물리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공을 기릴 예정이다. 이어 대전 중앙시장으로 이동해 충청 민심 잡기에 나선 뒤 대선 출정식을 열었던 대구로 다시 내려가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에서 텃밭 표심을 다진다. 이날 하루에만 시장을 4곳 방문하는 셈이다. 안 후보는 0시 인천항 새항교통관제센터(VTS)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안 후보 측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안 후보는 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유세전에 나선다. 전북의 중심인 전주와 전남의 중심인 광주에서 ‘녹색(국민의당 상징색) 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이어 국민의당 창당대회가 개최된 대전을 방문해 시민들 속에서 지지를 호소한다. 손 수석대변인은 “호남발 녹색바람이 전국을 뒤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국민이 이긴다’를 이번 대선 공식 슬로건으로 정했다. 안 후보의 승리가 곧 국민의 승리라는 의미가 담겼다. 유 후보는 0시 첫 일정으로 ‘서울종합방재센터’를 방문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소방대원들을 만났다. 이어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겸한 첫 유세를 하며 ‘대선상륙작전’을 시도한다. 유 후보는 안보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맥아더 장군이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전세를 뒤집고 서울을 수복했듯이 이번 선거에서 대역전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의미로 이곳을 첫 출발지로 택했다. 이어 경기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수원 남문시장, 성남 모란시장, 판교 테크노밸리,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까지 수도권을 횡으로 훑을 예정이다. 심 후보는 이날 0시에 경기 고양시의 서울메트로 지축차량기지를 방문해 중고령 여성 청소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정비 노동자들을 만나 자신의 슬로건인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만난 뒤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해 임금 착취, 과로 노동자 급사 등 노동 문제 해결의 적임자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법원, ‘겸직금지 위반’ 황상민 前 연세대 교수 해임 정당

    겸직금지 의무 위반으로 해임된 황상민(55)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황 전 교수가 “해임을 취소해 달라”며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청구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1월 연세대는 황 전 교수가 2004년 설립한 회사의 연구이사로 재직하면서 연구비를 받아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그를 해임했다. 이후 황 전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학교의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는 회사의 예산과 결산을 보고 받고, 소속 연구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며 “이 회사는 황 전 교수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목적보다는 영리활동을 위해 설립·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전 교수가 급여나 배당을 받지는 않았지만, 회사 자금으로 실제 근무하지 않은 부인과 여동생의 급여, 해외 유학 중인 자녀의 학자금 등을 지급했다”며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점을 고려하면 비위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황 전 교수가 성실의무를 위반(직무태만)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가 월요일 외에는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연구소에 출근했기 때문”이라며 “인사 규정에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더라도 겸직이 금지된 업무에 종사하느라 출근하지 못했다면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에서 황 교수는 겸직금지 규정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그 의무 위반이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인형뽑기 싹쓸이, 절도 아닌 기술…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다”

    “인형뽑기 싹쓸이, 절도 아닌 기술…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다”

    인형뽑기방에서 약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인형 싹쓸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절도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인형뽑기방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이모(29)씨 등 20대 남성 2명의 일명 ‘인형 싹쓸이’ 사건과 관련해 이들을 형사 처분하기 어렵다고 결론짓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 2월 5일 대전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다음 날 출근한 인형뽑기방 주인이 기계가 텅 빈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이씨 등을 ‘절도 혐의’로 수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경찰은 당시 이들의 행동이 처벌 대상인지, 처벌 대상이라면 절도인지, 사기인지, 영업 방해인지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돈 내고 뽑은 것을 어떻게 절도라고 볼 수 있느냐”면서 형사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30번을 시도해야 1번 뽑을 수 있는 인형뽑기 기계’라는 설명에 “누가 조작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경찰은 대학 법학과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대전지방경찰청 법률자문단’ 자문을 통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률자문단은 이들의 뽑기 실력이 ‘개인 기술’이라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인형을 싹쓸이한 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집게 힘을 세게 만든 것은 오작동을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집게를 정확한 위치에 놔서 집게가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들 만의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씨 등이 매번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경찰이 절도로 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1만원당 12번 시도해 3~8번 성공했다. 조이스틱 조작 방식으로 인형이 뽑힐 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때로는 인형이 뽑히고 때로는 뽑히지 않는’ 소위 ‘확률게임’으로서 인형뽑기 게임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이를 “(조이스틱 조작과 인형뽑기 성공 사이에) 확률이 개입돼 절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해당 인형뽑기방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 여부도 조사한 결과, 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형 뽑기가 유행하면서 발생한 신종 사건이다 보니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전문가 자문을 받아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모든 것을 잃는다”…대선 2등 잔혹사

    “모든 것을 잃는다”…대선 2등 잔혹사

    1등만이 모든 것을 다 갖는 냉혹한 승자 독식의 승부, 대통령 선거. 대한민국은 막강한 권력에 취해 이를 사유화한 박근혜 전 대통령, 지금은 그저 ‘수인번호 503번’이 된 사람 탓에 이 냉혹한 승부를 예정보다 이른 오는 5월 9일 또 치르게 됐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눈앞에 두고 눈물을 삼켜야 했던 2등들은 다시 1등에 오르기 위해 5~10여 년 간 표심 다지기 나서거나, 중앙 정치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기도 했다.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지난 5차례 대선에서 2등에 머물렀던 정치인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 정계 은퇴와 출국…민주화 거목 김대중1992년 12월 18일 제14대 대선. 13대 대통령 노태우의 퇴장과 함께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중대한 선거였다. 대선은 영남 지역을 정치 기반으로 둔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둔 김대중 민주당 후보 양강 구도로 치러졌다. 두 정치인 모두 과거 군부정권에 맞서 선봉에서 싸운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었다.유권자 2942만 2658명 81.9%가 투표에 참여한 결과 대한민국 최고 권좌는 42.0%를 득표한 김영삼 후보에게 돌아갔다. 김영삼 후보와는 190만여 표 차이(34.0%)로 낙선한 김대중 후보는 선거 결과에 승복, 대선 이튿날 정계 은퇴 성명을 발표하고 1993년 1월 영국으로 떠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던 그는 아시아·태평양 민주지도자회의(아태재단)를 설립하며 한국 정계 복귀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 뒤 1995년 7월 국내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옛 민주당 탈당 의원들과 함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해외와 국내 정치의 외곽을 떠돌던 김대중은 1997년 제15대 대선에도 다시 도전, 당시 대통령으로 유력했던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39만여 표 차로 간신히 누르고 그토록 갈망하던 대통령에 당선됐다. 15대 대선은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회창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흐름이었으나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에 밀린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가 국민신당을 창당해 출마하면서 결국 일부 보수층이 분열, 김대중 후보 당선에 기여한 결과만 낳았다. ● 삽질하고 햄버거 먹고…대법관 출신 ‘대쪽’ 이회창1993년 12월 대법관 출신 이회창이 김영삼 정부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현실 정치에 등장했다. 그는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판결을 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대쪽 판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후 총리 사임 뒤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회창은 1996년 다시 김영삼 대통령의 영입으로 신한국당에 입당, 1997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 밀려 2위에 그쳤다.15대 대선에서 낙선한 이회창은 당을 이끌며 다음 대선을 준비했다. 2002년 16대 대선 유세에서는 기존 ‘대쪽 판사’의 강직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서민과 함께하는 친근한 대통령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출근 시간대 만원 지하철에 올라 유권자들을 만나고, 패스트푸드점과 포장마차 대화 등 서민 행보에도 주력했다. 하지만 그의 친서민 행보는 진짜 서민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 족구하고 분식 먹으며 분투했지만…초라한 패배 정동영2007년 12월 17대 대선은 10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전국 63.0%라는 대선 역대 최저 투표율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48.7%)됐다. 2등은 득표율 26.1%에 그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다. 이 후보와 표 차이는 무려 530만 표가 넘었다. 문화방송 기자와 메인 뉴스 앵커를 거치며 전국적 인지도가 높았던 정동영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정치활동을 시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까지 지냈지만 대선 후보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권 경쟁자 중에서는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경제 성장 747 공약(연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 등 굵직한 대선 이슈를 선점하며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정동영 후보는 ‘안보 대통령’, ‘일자리 창출 경제 대통령’ 등 이미지 강화에 나섰지만 민심의 흐름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대선 이듬해 4월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도 서울 동작구에 출마한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 제2의 노무현을 꿈꿨지만…재수에 나선 문재인2008년 2월 노무현 대통령 퇴임과 이듬해 5월 노 대통령 서거로 국내 정치권에서 이른바 ‘친노’ 정치 계보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제도 정치권에서 비켜 서 있던 문재인 참여정부 비서실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는 정치권과는 거리를 뒀었지만, 2012년 제18대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명박 보수정권에 반감을 가진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출마 요구가 이어지자 2012년 4월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 후보는 총선 출마를 앞두고 출간한 저서 ‘운명’에서 “당신(노무현)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작하지 못하게 됐다”며 정치 입문 배경을 밝힌 바 있다.2012년 12월 대선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 양강 구도로 진행됐다.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무소속 안철수 현 국민의당 전 대표도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으나 문 후보로 단일화하면서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박정희 향수’와 유권자의 보수성은 강했고,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 끝에 박 후보가 51.6% 득표로 48.0% 득표에 그친 문 후보를 눌렀다. ● 사상 초유 대통령 궐위 대선, 누가 울 게 될 것인가?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민간인이 됐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지금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미결수로 전락했다. 이 탓에 애초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제19대 대선은 오는 5월 9일로 당겨 치러진다.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경쟁 중인 가운데 지난 13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가 44.8%, 안 후보가 36.5% 지지율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쳤던 두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는 최대 라이벌이 된 것이다.대선 시계는 점차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2017년 5월 9일, 이번에는 누가 2등 자리에서 눈물을 삼키게 될까.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윤식당’ 정유미, 사랑스러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모든 동물과 교감’

    ‘윤식당’ 정유미, 사랑스러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모든 동물과 교감’

    ‘윤식당’ 정유미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에서는 정유미가 식당으로 출근하는 길에 보이는 동물들과 교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유미는 길에 서 있던 소를 보고는 가까이 다가가 “배가 빵빵한 게 아기를 밴 것 같다”, “너 눈 진짜 크다”, “이리 와 봐”라며 말을 걸었다. 소의 큰 덩치에도 놀라지 않으며 다가가는 정유미의 모습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연상케 했다. 앞서 이틀 전 만난 염소에게도 정유미는 서슴없이 다가가 등을 쓸어주며 스킨십을 하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tvN ‘윤식당’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공현의 공론장] 헌법해석은 결국 국민 몫

    [이공현의 공론장] 헌법해석은 결국 국민 몫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됐다.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에 대통령직에서 추방하는 첫 사건이 펼쳐진 것이다. 당장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선출되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이 파면하고,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만든 법을 무효로 할 수 있는지 반문이 들려온다. 국민주권과 대표제의 이념에 비추어 헌법재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기관의 권한을 정하는 국가의 최고법이다. 국가라는 공동체 구성원인 국민이 참여해 만들고, 국민투표로 개정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국가권력이 더 상위의 근본법에 의해 행사돼야 한다는 사상은 오랜 전통을 가진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803년 마버리 사건에서 헌법은 최고법이고 헌법에 위반되는 국가작용은 효력이 없다고 선언했다.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위헌이면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제도가 일반화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독일에서 국민이 선출한 나치 정권이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 다수가 지지한 권력이 폭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독일 국민은 국가작용이 아무렇게나 행사되지 못하도록 국민이 만든 헌법에 얽매어 놓아야 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권력자가 자기의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사회에서는 정치적 평화와 사회적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 공동체 구성원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은 한마디로 국가권력이 자의로 행사된 경우에는 헌법질서에 위반되어 예외 없이 무효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설사 그 권력행사가 다수의 지지를 받고, 행사 결과가 사회 전체에 이롭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회가 만든 법을 위헌이라고 하면 국회가 반발하고,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무효라고 하면 정부가 펄쩍 뛰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결정을 내리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재판관들이 마음대로 헌법을 해석한다고 여론이 들끓기도 한다. 미국처럼 일반법원에서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국가로는 법체계를 같이하는 캐나다, 호주, 인도와 일본이 있다. 별도로 독립된 헌법재판소를 설치하는 추세는 20세기 후반 독재와 권위주의로 표상되는 구체제가 새로운 민주주의체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확산됐다. 헌법재판소가 독일에서 활성화되자 유럽의 다수 국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많은 국가가 헌법재판소를 두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를 따로 두는 이유는 아무래도 헌법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도록 해 헌법에서 정한 국가 법질서를 충실히 지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헌헌법 이래 헌법위원회나 일반법원이 헌법재판을 담당했으나 그 기능과 역할은 미미한 형편이었다. 법령이 위헌으로 결정된 사건은 4건에 불과했다. 우리 헌정사를 보면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탄생하기 전에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부당한 국가작용에 대한 통제는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실제 헌법재판에서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대로 찾아내야 한다는 풀기 어려운 숙제에 봉착하게 된다. 즉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 평등과 정의를 헌법해석을 통해 실현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석 달 만에 탄핵결정이 나왔다. 그동안 헌법재판관들은 자나 깨나 대통령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또한 그 위반이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 골똘히 생각했을 것이다. 결정선고일 아침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헤어롤을 머리에 달고 출근했다. 미국 AP통신은 재판업무에 헌신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헌법재판에서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든 궁극적으로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결론은 언제라도 정치과정을 통해 배제되고 만다. 이러한 생각이 헌법재판관들의 뇌리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기에 일어난 일이다. 결국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 스스로 헌법재판소의 헌법해석이 우리 시대와 사회에 타당한 것인지 판단하게 된다.
  • ‘해피투게더’ 류수영, 박하선과 달달 신혼 공개 “지구 멸망해도 괜찮다”

    ‘해피투게더’ 류수영, 박하선과 달달 신혼 공개 “지구 멸망해도 괜찮다”

    ‘해피투게더’에서 류수영이 박하선과의 달달한 신혼 생활을 전했다. 13일 방송된 KBS2TV ‘해피투게더3’는 ‘시청률의 제왕’ 특집으로 이유리, 류수영, 민진웅, 이영은, 김동준, 최정원이 출연했다. 이날 류수영은 박하선과의 신혼생활을 공개했다. 류수영은 “결혼하니까 빨리 퇴근하고 싶다”며 행복함을 드러냈다. 결혼해서 좋은 점을 물으니 류수영은 박하선이 출근할 때 현관에서 뽀뽀해주는 게 좋다고 답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류수영은 결혼의 가장 좋은 점으로 “둘만의 우주가 생긴 것”을 언급했다. 류수영은 “여행을 가도 그곳이 집이 될 수 있고 운석이 충돌해도 지구가 깨진다 해도 괜찮다”며 역대급 사랑꾼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또 류수영은 아내와의 특별한 추억을 위해 셀프 웨딩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류수영은 “카메라를 직접 사서 박하선과 오키나와에 가 셀프 웨딩 촬영을 했다”며 “이때 한 꽃집에 가 꽃다발을 주문했는데 주인이 사정이 어려운 부부인 줄 알고 꽃다발을 선물해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이 공개됐고 유재석은 “두 분 다 연기를 하는 배우라 시선이 좋다”고 말했다. 류수영은 “돈 주고 하는 게 맞다. 되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해피투게더’ MC 조세호는 박하선의 SNS에서 류수영의 사진을 보고 부러웠다고 말했다. 류수영이 박하선이 사준 잠옷을 입고 벽을 직접 고쳐주는 사진이었다. 유재석은 박하선이 쓴 “올림 혼나려나 뭐 회식 가셨으니까”라는 코멘트를 읽었고 이를 들은 출연진들은 부러움을 쏟아냈다. 사진=KBS2TV ‘해피투게더’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도겸의 부하에 살해된 조숭…‘호의’ 베푼 도겸도 처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도겸의 부하에 살해된 조숭…‘호의’ 베푼 도겸도 처벌?

    동탁이 죽자 황건적이 다시 날뛰기 시작한다. 조조는 황건적을 소탕하고 연주를 장악해 100만 대군을 거느린다. 그리곤 효도를 하고자 아버지 조숭을 연주로 모시기로 한다. 서주 태수 도겸은 세력이 커진 조조에게 잘 보이고 싶다. 연주로 향하는 조숭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고 부하인 장개로 하여금 조숭을 호위케 한다. 장개는 본래 황건적이었으나 도겸에게 토벌당해 어쩔 수 없이 부하가 되었다. 장개는 조숭의 재물을 보고 도적으로서의 본능이 다시 깨어난다. 결국 조숭 일행을 모두 죽이고, 재물을 빼앗아 달아난다. 조조는 조숭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오열하며 ‘보수설한(報讐雪恨·원수를 갚고 한을 씻는다)이라는 글귀를 내걸고 도겸을 치러 가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츠데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도겸은 조조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조숭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도겸의 의도와 달리 조숭 일행은 도겸이 딸려 보낸 장개에게 살해당한다. 도겸이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조숭은 죽지 않았을 터. 조조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출병한다. 도겸이 좋은 뜻으로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도겸의 목을 치는 칼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 소통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권리와 의무를 따지며 법적인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그런데 때론 호의가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마치 도겸의 경우처럼. 그렇다면 과연 도겸은 법적으로 책임이 있을까? ●환경·운수 등 ‘양벌규정’ 적용도 형사책임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것이다. 자신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도겸이 장개와 공모하거나 장개의 행위를 방조한 사실이 없는 이상 장개의 살인죄에 대해 도겸은 책임이 없다. 자신이 한 행위가 아니라도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양벌규정(兩罰規定)이 그것이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이 그 법인이나 개인의 업무에 관해 잘못하면 행위자 이외에 법인이나 개인까지 처벌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법인이나 개인이 행위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였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타인의 잘못으로 처벌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범죄는 모두 개인의 범죄였다. 그런데 근로자를 다수 고용하는 형태가 생김에 따라 회사나 사용자에게도 형사책임을 지울 필요가 생겼다. 그에 따라 행위자 이외에 법인이나 사용자에게 형사책임을 지우기 위해 양벌규정을 만들었다. 그래서 양벌규정은 상해, 사기와 같은 전통적인 범죄가 아닌 환경, 운수 등을 규율하는 특별법에만 있다. 도겸이 장개를 호위무사로 딸려 보내면서 어떻게 주의, 감독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장개의 살인죄에 대해 도겸이 책임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살인죄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겸이 형사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서 민사적인 책임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被傭者)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호의에 의한 것이지만, 도겸은 부하인 장개로 하여금 조숭을 호위하게 했다. 그것은 도겸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겸의 판단이다. 장개 스스로 조숭을 호위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다. 장개는 도겸의 명령을 받아 조숭 호위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장개는 황건적 출신이다. 본래 도적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항복한 처지다 보니, 도겸의 대우에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본적으로 재물을 보면 눈이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다. 도겸은 호위 책임자를 정할 때 이런 점을 잘 고려해서 정했어야 한다. 결국 도겸은 장개의 행위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도겸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잘해 보려고 조숭을 대접하고 호위까지 붙여 주었는데, 조조에게 원한만 산 꼴이 됐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데 있어 도겸의 이런 호의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걸까. 사람의 호의가 잘못된 결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우가 호의동승(好意同乘)이다. 예를 들면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를 발견하고 태워주는 경우다. 그런데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를 내 동승자가 부상을 입었다면 배상해주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손님에게 치료비 등 모든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한다. 운전자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의동승의 경우에는 운전자와 동승자 사이에 운송계약상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줄여줘 선의의 운전자를 보호하고 있다. 동승자가 적극적으로 동승을 요구했는지, 운전자와 동승자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운전자의 책임을 어느 정도 감경해주는 것이다. ●음주운전 車 동승자, 민사 배상도 제한 호의동승과 비슷한 유형으로 음주운전자의 차에 동승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동승자에게도 음주운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 방조란 말과 행동을 가리지 않고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술 마신 사람에게 ‘멀쩡해 보이니 운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음주운전방조로 총 94명이 처벌됐다. 그중 5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89건은 벌금형으로 처벌되었다. 운전자가 술 취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타거나 방치한 것만으로 처벌된 사례도 4건에 이르렀다. 만약 사고로 인해 동승자가 부상을 입었다면 손해배상은 어떻게 될까?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운전자의 책임은 더욱 제한될 것이다. 조조는 도겸에게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 다만 도겸이 조조와 친해지고자 무상으로 호의를 베풀었다. 도겸이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면, 조숭은 안전하게 연주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조조는 아버지에게 효를 다해 중국에서 제일가는 효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도겸에게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한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도겸은 오직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법원도 이러한 경우 만약 잘못되더라도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법률을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한다. 법에도 눈물이 있는 것이다.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용어클릭] ■양벌규정(兩罰規定):어떤 행위를 한 사람 이외에 그를 고용한 사람이나 법인까지 함께 처벌하는 규정 ■피용자(被傭者):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
  • 평양 르포④/다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 본 북한

    ■첫날 서울과 평양의 직선거리는 200㎞가 채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전주와 비슷한 거리인데, 육로와 항로가 닫힌 현재 평양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중국을 경유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취재를 위해 평양을 향할 때도 이 길을 따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었다. 지난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한 뒤 3일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연결편이 마땅치 않아 중국에서 하루 체류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 북한 땅을 밟기까지 30시간 가까이 걸렸다. 남미 대륙의 어느 도시를 향한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건 태평양보다 넓은 분단의 벽 때문이었다. 50여 명의 한국 여자축구 선수단과 기자단을 태운 비행기가 3일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처음 반긴 건 2012년 새로 지어진 공항 청사였다.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공항 상단 가운데 줄에는 ‘평양’이라는 간판만 걸려있었고, 한국의 중소도시에 자리한 여느 공항처럼 아담한 규모에 익숙한 영어 간판까지 평양이라는 글자와 몇 대 보이지 않던 고려항공의 항공기 간판만 없었다면 북한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국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는 순안국제공항의 제2터미널로 통하는 통로가 중국에서부터 타고 온 항공기와 연결됐다. 짐칸의 짐을 내려 조금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서 심호흡을 했다. 처음 본 북한 주민은 통로 입구에 서있던 여성 보안원이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의미 없는 시선을 주고 받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 가볍게 묵례한 뒤 걸음을 재촉했다. 검역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곳에선 역시 아무 말이 없던 보안원이 보였고, 혹시나 트집 잡힐 일은 없을까 신고서를 여러 번 살펴보아야 했다. 입국 심사를 하는 곳에 섰을 땐 이미 우리 여자 대표팀 선수들과 중국 승객 등이 줄지어 있었다. 낯선 ‘위생실’이란 글자는 이곳이 북한임을 깨닫게 했다. 북한군이 입는 황토색 복장을 입은 보안원이 말을 건 것도 그때였다. “축구 때문에 오셨죠.” 조금 강한 억양이지만, 보안원의 얼굴엔 미소가 작게 보였고 “네. 안녕하세요”하고 말하는 내 목소리에 스스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오시는 거겠죠.” 역시 북한식 말투로 묻는 입국 심사대의 관계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여권 사이에 꽂혀 있던 북한 입국 비자에 도장을 찍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본 입국 심사대의 공항 관계자들과 같은 사무적인 태도였지만, 생소한 광경을 처음 목격한 그런 호기심이 느껴졌다. 방북 전 받은 교육에선 ‘노트북을 키고 여러 내용을 뒤져 본 뒤 트집을 잡을 수 있으니, 웬만한 내용은 모두 삭제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모든 자료를 지워뒀다. ’혹시 문제가 생겨 다시 돌아가라 해도 어쨌든 평양 땅은 한 번 밟아봤구나‘하고 생각하며 엑스레이 기기에 짐을 넣었다. ’이건 뭡니까‘하고 가방을 열어보며 하나하나 꼼꼼히 물어보는 보안원은 중년의 한국인과 닮았다. ”이건 감기약이고, 이건 간식으로 가져온 과자에요.“하고 답하자 고개를 자연스레 끄덕였다. 황토색 제복과 왼쪽 가슴에 달린 김일성 부자의 휘장이 없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 나라 말을 하는 이의 검사를 받고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일은 무척 생소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미리 나온 영상·사진 선배들이 이미 자리를 잡아놓은 상태였다. 주위엔 생소한 듯 표정을 지은 북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일부 정장을 입은 이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온 우리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바쁘게 공항을 빠져나간 선수들과 인터뷰를 한 뒤 잠시 여유가 생기자 북한 관계자들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민화협 참사 아무개입니다“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소위 연락관이라고 불리는 북한 관계자들이 취재는 물론 사소한 행동하나까지 통제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이미 방북 교육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민화협의 ’민족화해협의회‘의 약자로 민간단체의 외양을 하고 있고, 한국에는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8년 민족화해법국민협의회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단체와 인연을 맺으며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교류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회담이나 민간 교류 시에 한국 인사들을 안내하고, 관련 내용을 협상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한다. 민화협 관계자들만 연락관을 맡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온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기에 특별히 배치된 것으로, 이들은 대부분 통일전선부나 보위부 등 대남 활동을 하는 조직의 관계자들이 민화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화협 북한 관계자들은 민화협 사람들은 기자단이 북한에 머물며 가장 자주 대화를 나눈 북한 주민이다. 매일 아침 식사를 마치면 선수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통일부 관계자들과 일정을 결정해 기자단에 알려주는 식으로 일과가 시작됐다. 오후 무렵 훈련이나 경기 일정에 맞춰 호텔 1층에 모인 뒤 버스를 타고 떠나는 게 보통이다.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조금 일찍 호텔을 떠나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 건 없다. 북한 관계자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에 큰 호기심을 보였다. 특히 한국의 대선과 세월호 사건, 최순실 사태 등에 대한 질문은 평양에 도착한 첫 날부터 계속 이어졌다. 이들은 보통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6시 30분쯤 퇴근하곤 하는데, 한국의 뉴스를 보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했다. 물론 다른 업무가 많아 지는 날이면 야근을 해야한다는 건 한국과 같았다. 북한 관계자들에게 ’회사가 광화문 쪽에 있다‘고 하자 ”전 선생도 광화문에 나가보셨습니까“하고 물었다. 최근 계속된 촛불시위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지난 선거에선 누구를 뽑았습니까“, ”이번에 누구를 뽑겠습니까“하는 간단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어 ”안철수 선생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선생을 많이 따라잡은 것 같던데요”,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수치스런운 일이 있었는데, 그럼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박근혜가 세월호 때 주사를 맞은 게 사실입니까” 하는 식으로 자세한 질문도 쏟아냈다. ’체육부 기자라 잘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기자 선생들이 모를 수 있습니까“ 하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평양 평양은 극장 같은 곳이다. 영화가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진실이 아니듯, 평양은 북한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기자단이 볼 수 있는 곳은 북한 관계자들의 의도가 반영된 곳으로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선전 문구와 높이 솟은 빌딩, 신식으로 꾸며진 거리 등이었다. 호텔 역시 외국인들이 묵는 호텔이었기에 평양의 일상을 전부 볼 수는 없었다. 북한이 의도대로 짜여 진 모습이 극장에 걸린 영화처럼 상영되었다. 하지만 이런 스크린은 단지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을 가리기 위한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한국 선수단이 묵은 숙소는 양각도국제호텔로 해외에서 온 여행객 등 외국인이 묵는 곳이다. 대동강 가운데 있는 양각도에 세워진 47층 높이의 고층 빌딩이다. 사실 평양에는 이 정도 규모의 빌딩은 적지 않은데, 105류경호텔로 불리는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은 아직 완공되진 않았지만, 곧 모두 지어져 호텔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평양 모든 곳에서 건축물은 류경호텔과 양각도호텔, 주체사상탑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동강 변을 따라 자리한 과학자거리에는 ’인재중시 과학중시‘라는 구호가 적힌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다. 호텔로 오던 길가의 건물엔 초록빛 핑크빛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창문마다 꽃 등 식물이 심긴 화분이 놓여있었다. 도로는 깨끗했고, 차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중국의 작은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인민복 등 평상복을 입은 시민들이 평범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북한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하늘에선 손바닥 크기 만하게 보이던 북한의 도시들은 큰 도로를 따라 초록색과 핑크빛 고층 건물이 보였고, 그 뒤로 잿빛 건물들이 하늘에서도 위태롭게 보일 만큼 듬성 듬성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로 변의 화려한 건물은 큰 길가와 거리를 둔 다수의 건물과 흑백사진처럼 대조를 이뤘다. 평양에서 머문 일주일 동안 흑과 백 같은 대조는 항상 눈에 띄었다. 가깝게는 호텔 방의 창문으로 보이는 방향의 평양 도시와, 방이 배치되지 않은 반대쪽의 도시 모습은 서로 달랐다. 한쪽은 고층 빌딩이 대동강을 따라 늘어섰고, 다른 한쪽은 둔탁한 소리가 울릴 것 같은 시멘트 건물의 앙상한 모습이 주를 이뤘다. 평양 길거리는 서울과 비교해 무채색에 가깝다. 화려한 광고판 위로 각종 영상과 사진이 컴퓨터 그래픽과 어우러져 표현되는 서울의 거리와 달리, 평양에선 상업광고판을 찾아볼 수 없다. 기자단이 평양에 머무는 동안 본 광고판은 김일성경기장 내부 그라운드 주위에 배치된 것들 뿐이었다. 버스 정류장, 건물 외벽, 지하철역 주변에도 광고판은 없었다. 대신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문구로 가득했고,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의외였던 것은 김정은에 대한 찬양 문구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아직 평양에서조차 안정적인 기반을 닦지 못한 단면으로 보인다. 한국 기자단은 평양에서 주로 경기장-호텔만 오갔는데, 외부로 향할 땐 북한 관계자들이 버스 기사에게 어떤 길로 갈지를 정확히 일러준 뒤에야 버스가 출발한다. 양각도국제호텔과 김일성경기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구글 지도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평양역을 거쳐 승리역을 지나 만수대를 통과하는 코스로, 15분이 걸린다. 하지만 기자단을 태운 버스는 과학자거리를 지나 여명거리를 통과해 북쪽으로 길게 돌아 영생탑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로 향했다. 30분 정도 소요된 이 코스를 벗어난 적이 없기에 기자단은 ”걸어다녀도 외워서 가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북한 관계자들이 이런 코스를 택한 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와 ’보여주기 싫은 것은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반면 평야에 도착한 3일과 떠난 8일은 순안국제공항을 향하는 길은 한국의 1960년대 시골 풍경과 흡사했다. 도로에는 나물을 뜯는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눈에 띄었고, 페인트 칠이 낡아 곳곳에 금 간 흔적을 드러낸 건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도로는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버스가 흔들리기 일쑤였다. 북한 관계자들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곳‘이었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평양에 사는 이들은 짐작하건대 대체로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와의 연결이 철저히 차단되었기에 그들이 비교할 수 있는 건 북한의 다른 도시들 뿐이니 말이다. 북한의 TV 채널은 오직 제한적으로 방영되는 한 개의 채널이 전부였다. 외국인이 묵는 호텔방 안에선 알자지라 등 외부 방송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오가는 호텔의 로비와 식당에선 오직 조선중앙TV가 흐를 뿐이다. 조선중앙TV는 평일엔 오후 3시부터 방송을 시작해 김부자 삼대에 대한 철 지난 다큐멘터리나, 북한 체재를 찬양하는 노래가 주를 이뤘다. 이처럼 평양의 시민들은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한의 식량난 등 열악한 사정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았다. 평양에 주로 모여 사는 북한 로동당 수뇌부들은 주민들의 목숨을 건 보위를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누릴 테다. 이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평양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생활 북한 사람들은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자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평양에서 만난 이들은 학창시절 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얻은 직업을 계속해서 했다. 기자단이 손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식당의 봉사원(종업원)들도 그랬다. 평양에서 식사를 하거나 호텔에 묵을 때 만나게 되는 봉사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장철구평양상업대학 출신이다. 지난해 장철구평양상업종합대학으로 이름을 바꾼 이 학교는 봉사학부, 료리학부, 호텔경영학부 등의 전공으로 나뉘며 이곳을 졸업한 이들은 학창시절 배운 내용에 맡게 일을 하게 된다. 호텔이나 공항 식당에서 만난 이들에게 ”평양상업대학 나오셨나요“하고 물으면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요리사들에겐 ”평양상업대학 료리학부 나오셨죠“하고 물으면 역시 ”그렇다“고 말한다. 5일 평양의 유명 음식점인 옥류관에서 만난 봉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옥류관의 대표적인 요리인 평양냉면에 곁들인 음식으로 나온 녹두전은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봉사원에게 비결을 묻자 ”30년 동안 녹두전만 만든 료리사의 손맛“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경기장 앞에 자리 잡은 개선문에는 35년 동안 가이드를 맡은 중년 여성이 있었다. 이 중년 여성은 1982년 김일성의 70번째 생일에 맞춰 건립된 이 개선문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와, 숫자의 의미를 능수능란하게 설명했고, 아치 위로 적힌 김일성에 대한 노래를 편안히 불렀다. 직업 선택 뿐만 아니라 내가 살 곳을 정하는 일도 개인의 뜻대로 할 수는 없다. 북한 관계자와 버스에서 대화를 할 때면 ’남측 어디에 사냐‘, ’결혼은 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미혼인 기자는 ”요즘은 결혼하기 힘들어서 남측은 조금 늦게 결혼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왜 힘드냐‘는 대답이 돌아오면 ”집값이 비싸서“라는 평범한 대답을 던졌다. ”혼자 살고 있는데 월세로 사는 것도 조금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기자의 말에 북한 관계자는 ”그 집은 나라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북한은 이론적으론 사유재산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토지와 부동산은 국가가 소유한다. 고층 아파트나 저층 주택이나 나라에서 배정한 대로 살아야 한다. 북한 정권이 살 곳을 배정해주면, 주민들은 일부 사용료를 지불하는 식으로 살아간다. 방이 몇 칸인지, 가족은 몇 명인지 등을 기준으로 배정된다고 북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낮은 곳 말고 저 높은 아파트에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고 북한 관계자에 물었을 때 ”그런 건 없다“고 간단히 답했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사고방식이 일상생활 곳곳에도 적용되는 셈. 결국 북한에서는 개인의 삶 자체보다는 ’나라와 당‘으로 대표되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삶을 결정하는 셈이다. ■인터넷 기자단이 북한을 방문해서 가장 놀란 건 카카오톡을 비롯한 페이스북, 구글, 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접속이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물론 무선인터넷(와이파이)가 잡히는 건 아니었고, 랜선을 통한 광대역 연결 방식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다. 평양에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선 아이디를 따로 발급 받아야 한다. 기자단이 머문 양각도호텔의 아이디는 ’yang‘으로 시작해 두 자리 숫자로 끝난다. 랜선을 컴퓨터에 연결해도 아이디를 치지 않으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상한 점은 김일성경기장에서도 호텔에서 발급 받은 아이디로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인데, 랜선이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든 이 아이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은 물론 컴퓨터 활용도 역시 극히 제한적인 북한의 환경상 인터넷 접속 아이디를 통제하는 것 만으로도 시민들의 외부 접촉을 쉽게 차단할 수 있는 셈. 인터넷 자체를 막아놓았기보다는 극소수에게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기자들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휴대폰을 맡기고 평양에 왔기 때문에 전화가 가능한지, 스마트폰을 통한 로밍이나 인터넷이 가능할 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호텔과 경기장을 오가며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휴대폰 보급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볼 수 있다. 기자단을 ’일대일‘ 마크한 북한 관계자들도 핸드폰을 갖고 있었고,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하며 익숙하게 통화했다. ’인터넷은 되는 거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 관계자들은 ”물론 되지“하고 아무렇지 않게 답하곤 했다. 실제 평양에 머무는 중국 특파원에 따르면, 유심 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던 오래된 핸드폰을 평양에 지니고 갔는데, 공항 검문요원은 별다른 검사 없이 한 두 번 보고는 그대로 돌려줬다. 검문요원에게 ’이 전화를 쓸 수 있냐‘고 묻자 ”카드만 사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심 카드 구입은 연락관으로 통칭되는 북한 관계자들이 허락해야 가능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기. 유일하게 접속이 어려웠던 건 한국의 사이트에 접속할 때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는 접속이 가능하지만, 메인 화면 이후로는 진행이 되질 않는다. 북한에서 기사를 써 한국에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송하곤 했지만, 실제 어떻게 보도되었고 포털 사이트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접속이 자유롭지 못한 북한의 웹사이트를 살펴 보았으나 이내 포기했다. 생각보다 찾을 수 있던 웹사이트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나, 구국전선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남 선전 사이트는 모두 확인이 가능했지만, 찾아 볼 수 있는 표본 자체가 적었다. 대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서 ’록화보도‘라는 제목으로 북측 선전 영상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북한 시민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인터넷 매체와 자료들은 해외 체류 중인 북측 주민이나 남측 언론 등 제한적인 대상만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평양 공동취재단
  • ‘안철수 지하철 연출’ 청년, 입 열었다…“연출 아닌 우연”

    ‘안철수 지하철 연출’ 청년, 입 열었다…“연출 아닌 우연”

    ‘안철수 지하철 행보 연출 논란’의 주인공 심모(22)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해명했다. 심씨는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일단 저로 인해 큰 피해를 보신 안 후보와 국민의당 분들게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는 책을 읽고 저자를 찾아가는 일을 많이 해왔다”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안 후보를 만나러 가기 전날 버스에서 우연히 앞자리 사람이 ‘내일 안 후보가 이른 아침에 지하철 행보를 한다’는 통화내용을 들었다”며 “한 번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심씨는 ‘안철수 집’을 검색하면 수락산의 모 아파트가 나와 수락산역을 찾아갔고, 첫차 시간부터 7시까지만 수락산역에서 기다리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5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기다린 끝에 안 후보를 만나 옆자리에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심씨는 “지하철 안철수 연출 사건은 연출이 아닌 그저 우연의 사건이었고, 저는 섭외된 사람이 아닐뿐더러 저는 안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고, 그저 사람에 관심 많고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며 옆에 앉았던 청년으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을 선물한 청년인 심씨가 전날인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 안철수 후보를 만날 것 같다. 질문 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것이 뒤 늦게 알려지면서 ‘연출설’이 불거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채꽃 품은 무채색 도시

    유채꽃 품은 무채색 도시

    하노이는 고도다. 베트남의 고대 왕조들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거쳐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하노이의 역사는 곧 베트남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덕에 고풍스러운 건물과 낡은 건물이 어우러져 있다. 보다 정확히는 낡은 건물 주변에 옛 건물들이 묻혀 있는 형국이다. 겉은 무채색이지만 세월과 가난의 때를 벗겨 내면 화려한 속 빛깔을 드러낸다. 그게 하노이다. ‘하노이’는 ‘강 안의 땅’이라는 뜻이다. 홍강(Red River)을 비롯한 크고 작은 강과 지류들이 하노이를 감싸며 흐르고 있다. 하노이를 돌다 보면 탕롱(Thang Long)이란 이름과 곧잘 마주하게 된다. 탕롱은 18세기까지 하노이를 일컫는 명칭이었다. 1010년 리 왕조를 세운 리타이토가 홍강에서 뱃놀이를 즐길 때 금빛의 용이 하늘로 올랐고, 이후 용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에서 탕롱(昇龍)이라 이름 짓고 도읍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옛 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추억의 환기다. 현지 가이드는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 볼 것을 권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지나는 너른 거리와 발품 팔아 돌아보는 골목은 전혀 다른 서정과 풍경을 담고 있다고 했다.롱비엔 시장으로 먼저 간다. 하노이의 본질적인 풍경과 마주하기 위해서다. 롱비엔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롱비엔 철교다. 가난과 세월 탓에 붉게 녹슬었지만, 거대한 규모와 우아한 자태만큼은 단연 압권이다. 일부에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철교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정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1899~1902년 프랑스의 건축가 손에 세워진 만큼 프랑스 식민 시대의 상징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리 길이는 2.3㎞ 정도. 하노이 중심부를 흐르는 홍강 위에 세워져 있다. 애초 자동차도 통행하던 다리였는데 월남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부서져 지금은 기차와 보행자, 오토바이 등만 오간다. 철교 아래는 롱비엔 시장이다. 베트남 최대 과일시장이다. 다른 품목도 팔지만 과일이 가장 많다. 시장은 새벽녘에 문을 연다. 출근 시간쯤이면 벌써 파장 분위기다. 악다구니와 거친 몸짓이 오가는 우리 시장과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저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바삐 오간다. 논(베트남 전통 모자)을 쓰고 어깨가 휘어지도록 누이 반 항 롱(물지게 비슷한 들것)을 진 이도 있다. 그 이미지가 더없이 강렬하다.롱비엔 시장에서 도로를 건너면 구시가 초입이다. 도로 위엔 육교가 세워져 있다. 육교 아래로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뒤엉켜 아침을 연다. 육교는 베트남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이른바 꽃자전거가 지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과장 좀 보태 한 집 건너 꽃집이고, 시장에서 좌판을 편 과일장수와 꽃장수 숫자가 같을 정도다. 꽃장수들은 멀리 서호 옆의 꽝안 꽃시장에서 신선한 꽃을 산 뒤 저마다의 공간으로 가져와 판다. 이들이 꽝안시장에서 산 꽃을 자전거 뒤에 매달고 지나는 길목이 바로 이 육교 일대다. 새벽녘 육교에 서 있으면 꽃을 가득 실은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이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삶의 무게를 싣고 지나는 이들의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강렬하다. 육교 너머는 꾸어오꽌쭈옹이다. 서울의 동대문처럼 하노이에도 성 안과 밖을 가르는 성문이 있다. 우리와 달리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그중 하나가 하노이성 동쪽을 지키던 꾸어오꽌쭈옹이다. 오가는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성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옛 성문을 지나면 무채색의 비좁고 어두운 길이 이어진다. 낡고 때 묻은 건물들은 음울한 풍경이 담긴 회화를 보는 듯하다. 골목을 나서면 동쑤언 시장이다. 베트남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시장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먹는 건어물, 과일 등과 의류 등 온갖 생필품을 판다.동쑤언 시장 옆은 하노이 구시가다. 많은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노이 구시가는 서울 종로의 육의전처럼 베트남 조정에 바칠 공물을 제작하고 판매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한다. 거리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달랐고, 지금도 명칭과 특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 예컨대 항박 거리는 귀금속 상점, 항가이 거리는 비단 가게, 항찌에우는 돗자리 점포가 몰려 있는 식이다. 이런 상가 거리가 36개가 이어져 있다고 해서 ‘36거리’라고도 불린다. 하노이는 호수의 도시로 불린다. 300여개에 이른다는 크고 작은 호수가 밀집돼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건 구시가를 둘러싼 호안끼엠호(還劒湖)다. 이른바 ‘되돌려 준 칼의 호수’라 불리는 곳. 15세기 레 왕조를 세운 레 로이가 호수의 거북에게 받은 검으로 명나라를 물리친 뒤 다시 되돌려 줬다는 전설에서 이 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호수 위쪽에 놓인 붉은색 나무다리를 건너면 응옥썬 사원이 나온다. 베트남의 전쟁 영웅, 학자, 의술의 신 등을 함께 모신 사당이다. 호수 북쪽으로는 수상 인형극장과 구시가지, 박물관, 대성당 등의 주요 명소가, 남쪽으로는 숙소와 음식점,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여행자 거리가 이어진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차량 통행이 금지돼 한결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밤엔 맥주거리를 찾는다. 최근 국내 한 TV에 소개되면서 한국인 방문객이 부쩍 늘고 있다는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시가 인근에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하노이 외곽의 흥옌을 찾는 것도 좋겠다. 베트남 전통 어구인 대나무 통발로 이름난 도시다. 작은 골목길을 기웃대다 보면 쭈글쭈글한 손길로 통발을 만드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글·사진 하노이·흥옌(베트남)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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