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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출구협상 개시?

    리비아 사태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한채 5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리비아 정부 관리들이 처음으로 만나 서로의 의중을 탐색했다. 1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16일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국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만이 사태 진전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메시지를 리비아에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미 국무부의 고위관리가 밝혔다. 외신들은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회담은 리비아 사태 해결을 위한 ‘제3의 옵션’을 모색하는 성격이라기보다 미국이 자국의 의중을 카다피 정부에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지난 몇주 동안 카다피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계속 미국 관리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그들은 카다피 퇴진에 대한 워싱턴의 입장이 다른 서방국에 비해 덜 확고하고 미국이 ‘카다피를 포함한 리비아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미국이 아주 이례적으로 양국 관리들이 참여하는 회담을 카다피 정부에 제의했고, 이 자리에서 1969년부터 집권해온 카다피가 이제는 퇴진해야 할 때라는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미 국무부 관리도 “이번 회담은 ‘협상’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정부의 대변인 이브라힘 무사는 트리폴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의 미래는 리비아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만 보장되면, 우리는 어떤 대화와 평화계획도 지지한다.”고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반군은 18일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750㎞ 떨어진 석유도시 브레가를 다시 탈환했다고 주장했다. 또 트리폴리 남쪽 100㎞ 지점인 쿠알리슈도 반군에 의해 장악돼 트리폴리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TREKKING-바람과 숲 그리고 길, 부산 금정산성길·대관령 바우길

    TREKKING-바람과 숲 그리고 길, 부산 금정산성길·대관령 바우길

    길을 걷는 일은 백지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펜 하나 수첩 하나를 봇짐 지듯 메고 나서서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기만 하며 되었기 때문이다. 부산 금정산성길 풍경에 취해 걸었네 푹 패인 산정(해발 45m)에 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부산 금정산에 위치한 산성마을은 죽전竹田, 중리中里, 공해의 3개 자연부락이 모인 곳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할 일이 많지 않았다. 누룩을 빚고 염소를 치며 살았다. 능선을 따라 산성이 세워지고(1706년), 허물어지고(일제시대), 다시 세워졌던(70년대 이후 복원) 300년 세월 동안 그 풍경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 예전에 병사들이 지켰던 그 성벽을 이제 등산객들이 돌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18km로 복원된 금정산성(사적 215호)은 부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행코스가 됐다. 코스는 선택하기 나름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남북에서 시작해도 되고, 산성버스를 타고 동문에서 올라가도 된다. 최고봉인 고당봉(801.5m)까지 올라가지 못하겠으면 북문을 통과해 범어사 길로 내려오면 된다. 쾌적한 한나절 산행코스다. 동·서·남·북의 성문을 기점으로 성곽을 도는 사람들은 ‘만리장성이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능선을 따라 실뱀처럼 휘어진 성벽이 몸통을 흔들고 서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8,2km2)의 산성이다. 기슭을 훑고 올라온 바람에 휘청거리다 겨우 중심을 잡고 나니 저 앞에 원효봉(687m), 의상봉이 부주의함을 꾸짖는다. 한걸음 물러서서 부산 동래구의 단단한 도시 풍경을 내려다본다. 저기서 여기만큼, 잠시라도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사람들은 산을 찾는 것이 아닐까. 나비바위와 부채바위에 매달린 클라이머들의 행렬처럼 시간이 느려졌으면 좋겠다. 어떤 루트를 선택하든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유명한 산성막걸리다. 기자의 경우는 막걸리를 이유로 산행을 결정했을 정도다. 박정희 대통령이 특히 편애하여 대한민국 민속주 1호로 지정했다는 산성막걸리는 막걸리 애호가 사이에서 전설의 막걸리다. 일본식 누룩인 ‘입국粒麴이 아닌, 발로 꾹꾹 디뎌 만든 전통 누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누룩은 별다른 생계 수단이 없었던 산성마을의 삶을 유지시켜 준 생명끈이기도 했다. 누룩과 멥쌀, 물만을 사용해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내는 산성막걸리는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과연 일품이었다. 막걸리와 함께 먹는 파전이나 도토리묵이야 기본이고 산성마을에서 꼭 먹어 봐야 하는 요리는 ‘염소불고기’라고 했다. 생소한데다가 값도 만만치 않았지만 산성마을에 있는 거의 모든 식당의 메뉴가 입을 모아 염소불고기를 외치고 있었다. 쇠고기와 양고기 사이, 어디쯤 되는 쫄깃한 불고기를 안주 삼으니 막걸리 한 통은 줄줄 새는 듯 사라졌다. 그날, 금정산성길을 걸으며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던 것이 술에 취한 것인지, 풍경에 취한 것인지, 아직도 헛갈린다. 1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대한민국 토속주 1호 금정산성막걸리 2 전국의 염소 가격을 좌우한다는 산성마을의 염소 불고기 3 오르막 능선 길에 오르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4 금정산성의 동문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 clip 부산 금정산성길 부산시 금정구 금성동 소재. 주요명소로 신라 고찰인 국청사와 정수암, 미륵사 등이 있고 이 밖에도 고당봉을 중심으로 금샘, 장군봉과 상계봉, 원효봉, 의상봉, 마애여래입상, 은동굴, 병풍암, 부채부위 등의 명소가 있다. http://sanseong.invil.org 추천코스 동문까지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동문→3망루→4망루→의상봉(무명암)→원효봉→북문→범어사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반대로 범어사로 올라가 능선을 타고 계속 걷다가 동문을 지나 케이블카(왕복 6,000원)로 하산하는 방법도 많이 선택한다. 찾아가기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하차. 3번 출구로 나와서 203번 산성버스 탑승(배차 간격 20분). 산행시에는 ‘동문’이나 ‘북문’에서 하차. 식사를 위해서는 ‘중리’나 ‘죽전마을(종점)’에서 하차. 유용한 정보 산성 보호를 위해 성벽 위에는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바람막이를 준비하면 유용하다. 성벽의 남사면에는 아랫마을로 내려오는 샛길이 여럿 있지만 인적이 드물고 길이 험한 편이므로 초행길에는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낫다. 추천 먹거리 30년 전통의 염소불고기를 파는 곳이 무려 120여 개나 된다. 염소는 산악지형에 잘 적응하는 동물로,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방목해 키운 염소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맛의 비밀이라고 한다. 불고기는 1인분에 3만원. 흑염소탕과 전골로도 판매한다. 강릉 바우길 비단 흙길 따라 두둥실 자고 나면 새로운 길이 생긴다고 할 정도로, 걷기가 대세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길의 패자부활전’, ‘산의 패자부활전’이라고 했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산과 길들이 새로운 명찰을 찾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바우길도 그런 곳이다. 바우는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다. 강원도 사람들을 부르는 말인 ‘감자바우’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그 단어다. 그렇다고 길이 모두 바위투성이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길의 70%가 금강소나무가 드리우는 시원한 그늘 속을 통과할 정도로 쾌적하고 아름다운 길의 연속이다 . 대관령 옛길(바우길 2구간, 16km)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비단 위를 걷는 듯, 길이 폭신해서 피곤한 줄을 모를 정도였다. 솔솔 피어나는 촉촉한 흙냄새, 솔향을 품은 바람, 그리고 깨끗한 물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갖춘 길이다. 대관령 옛길은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걸은 길이다. ‘관동별곡’을 쓴 송강 정철도 이 길을 넘었고, 김홍도가 길의 중턱에서 대관령 그림을 그렸다. 이런 옛 사람들의 흔적이야 이야기로만 전해지지만 아직 살아있는 역사도 있다. 예를 들어 2구간 초입에 자리한 국사성황당은 천년의 축제라고 불리는 강릉 단오제가 시작되는 곳이다. 단오의 주인인 국사성황신이 타로 내려온 나무, 즉 신목神木이 행차하던 길이 바로 대관령 옛길이었다. 그리고 조선시대까지는 서울과 영동을 잇는 유일한 고갯길이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몰라도 ‘잘생긴 길’은 그 자체로 매력을 발산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참나무 숲은 통과하고 나면 14만 주의 금강 소나무가 등장한다. 옛주막터 아래에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평상에 앉아 먹는 산채 비빔밥 맛이 또 기막히다. 강원도 바우길은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탐사대’를 조직하고 수년간 헤매 다닌 결과물이다.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3구간, 11.6km), 헌화로 산책길(9구간, 12.8km) 등 설화와 전설이 얽힌 길도 있고, 굴산사 가는 길(6구간, 19km), 주문진 가는 길(12구간, 12km) 등 오래된 여정을 복원한 것도 있다. 오래된 것들에 어찌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을까. 바우길 탐사단장이자 이사장은 맡고 있는 소설가 이순원씨가 홈페이지에 풀어낸 각 코스에 대한 설명은 ‘읽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1 바우길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주말이 되면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 바우길은 흙길, 마을길, 계곡 길, 숲 길의 릴레이다 3 오래된 나무들의 숨결은 더 깊고 상쾌하다 4 평범한 가정집 대문에 내걸린 메뉴판 5 대관령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 T clip 강원도 대관령 바우길 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150km 이상을 잇는 13개의 구간뿐 아니라 대관령 바우길(총 3구간), 울트라 바우길(3박4일 동안 72km을 걷는 코스)까지 있어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바우길 사이트에서 상세한 지도와 화장실과 식수 위치까지 알려주는 문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www.baugil.org 추천코스 2구간 대관령 옛길(16km, 소요시간 5~6시간), 대관령하행휴게소→풍해조림지→국사성황당→반정→옛길주막→어흘리→보광리유스호스텔 찾아가기 서울(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횡계에서 하차한 후 2구간 출발점인 대관령휴게소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택시를 타면 된다. 횡계 개인택시 033-335-6263, 335-5960, 택시요금 약 7,000~8,000원 유용한 정보 (사)바우길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바우길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 실전 정보는 물론 같은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박에 2만5,000원(저녁, 아침식사 2끼 포함) 주소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403번지 문의 033-645-0990 강릉지역 콜택시 번호도 하나쯤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강릉콜 080-080-1177 백두대간 바우길! 제2회 머렐로드 트레킹 바우길 걷기는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merrell에서 개최하고 있는 ‘머렐로드 트레킹’의 두 번째 행사였다. 동행한 머렐의 김태원 대표이사는 “힘들고 어려운 전문산행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보통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성능과 디자인이 우수한 트레킹화로 유명한 머렐은 미국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서는 아웃도어 의류를 처음으로 론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에는 DMZ에서 행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5월28일 진행된 바우길 걷기 행사에는 100여 명이 참석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www.merrellkorea.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철도 전선 절도범 공개 수배합니다”

    “철도 전선 절도범 공개 수배합니다”

    코레일이 14일 전선 절도범과의 전쟁에 나섰다. 최근 구리값이 상승하면서 선로변에 설치된 전선류 도난 사건이 급증해 열차 안전운행에 지장이 우려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전선 도난은 17건에 24.79㎞(약 2억 6000만원)에 달했다. ●구리값 상승에 7개월간 2억대 25㎞ 도난 지난달 13일 중앙선 운길산~원덕 구간 북한강 교량 등에서 통신, 조명선 등 3.74㎞가 사라졌다. 경부고속철도 신경주~울산 구간에서는 지진감지용 선로 2.194㎞가 도난당했다. 코레일은 전선류 도난이 최근 개통한 구간 및 차량 통행이 적고 도로에 인접한 지역에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터널 입·출구에 설치된 울타리망과 교량의 양 끝단에 설치된 설비도 주요 대상이다. ●코레일 “안전 운행 심각한 위협” 도난이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심야시간대 이뤄져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지는 않았지만 통신·접지·지진감지·조명선 등 안전 설비라서 안전 운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시공에 따른 부담도 크다. 우선 복구비용이 피해금액의 2배 이상 소요되는 데다 품질 문제는 물론 인력 낭비가 심각하다. 코레일은 도난 예방을 위해 전기설비에 경보시스템을 설치하고 CCTV를 확대하는 한편 야간 순회점검을 강화했다. 또 선로변 인근 지역 주민과 고물상 등에 전단지를 배포, 신고자에 대해서는 피해 금액 등을 고려해 포상금 및 KTX 이용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철도 전선류 등 시설물 절도범은 철도안전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고개드는 탈레반 요동치는 아프간

    ‘대통령의 이복동생’이자 ‘탈레반의 숙적’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의 아메드 왈리 카르자이(50) 칸다하르 주의회 의장이 암살당하면서 아프간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탈레반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자 미국 등 철군을 앞둔 서방국은 또 한번 고민에 빠지게 됐다. ●카르자이 피살전 아홉 번 암살 모면 칸다하르 주 경찰은 12일(현지시간) 아메드의 죽음을 확인하면서 그의 가족을 오랫동안 지켰던 경호 책임자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탈레반은 암살의 배후를 자처했다. 아메드는 형인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미군 등을 도와 칸다하르 주 탈레반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 때문에 반군의 표적이 돼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탈레반)은 지금껏 나를 9차례나 죽이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프간 반군의 최대 거점인 칸다하르에서 탈레반 축출 작업을 주도한 아메드가 사망하자 아프간이 다시 대혼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아메드의 사망이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에 맞서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타격을 주고 지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아메드의 암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지역 상점들은 급히 문을 닫았으며 주민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아프간 군과 경찰도 아메드의 장례식이 진행된 13일 칸다하르 주요 도로를 봉쇄하며 추가 테러에 대비했다. 이번 사건이 이달부터 철군을 시작하려던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의 출구전략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방 탈레반 축출작전 혼란에 빠져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탈레반 제거 작전’의 파트너였던 아메드의 죽음을 애도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가장 강력한 어조로 이번 피살 사건을 규탄한다.”면서 “미국은 아프간 당국의 사건 진상규명과 배후 색출에 함께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부 측은 이번 사건이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지시한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군 결정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숨진 아메드는 칸다하르 지역에서 돈세탁과 아편거래 등 각종 범죄에 연루돼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시카고에서 아프간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2040년 노동인력 부족현상 본격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노동인력 부족 현상이 30년 뒤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태어나는 아기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가 2040년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노동 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용하 보건사회연구원장은 12일 ‘베이비붐 세대의 규모, 노동시장 충격, 세대 간 이전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주로 1955~1964년생을 지칭하지만, 넓게 보면 1965~1974년생을 후기 베이비붐 세대로 볼 수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165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쓰나미처럼 움직이며 이들의 자녀세대까지 우리나라 인구 특징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올해 취업자 수는 382만명이지만 2020년이 되면 31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7만명가량이 줄어드는 것.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2040년에는 모든 베이비붐 세대가 외부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노인 세대로 접어들게 된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그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1977~1997년생)가 뒤따라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노동력의 감소가 시작돼도 당장 충격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서히 진행된 노동력 감소 충격파는 전·후기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204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강타할 전망이다. 김 원장은 “인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 25~3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적극적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노년기로 접어드는 2040년에는 정부의 복지재정 압박이 극대화된다.”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가 시작되는 2020년 이전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지출구조 슬림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서방 출구모색 다각화 속 지지부진 중동사태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아랍권의 교착 사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은 돈줄을 틀어막으며 파키스탄 등 사이가 틀어진 대테러전 파트너를 압박하고 있고 리비아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는 카다피 정권과의 대화를 통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시리아 등 일부 아랍 국가에서는 정정 불안 속에 반정부 시위와 강경 진압이 되풀이되고 있다. 내전 양상으로 번진 북아프리카·중동 국가들의 무력 충돌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본격적으로 ‘협상 카드’를 빼들기 시작했다. 리비아 군사작전의 선봉에 섰던 프랑스는 100일 넘는 공습에 지친 듯 협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찾고 있고 미국도 6개월째로 접어든 예멘 사태를 끝내려고 ‘독재자 설득 작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알제리 신문인 ‘엘 카바르’의 11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프랑스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특사를 보냈다.”면서 “프랑스 측은 우리 리비아 정부가 자신들과 (휴전을) 합의한다면 반군 측에 ‘전쟁을 중단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알이슬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카다피 축출’을 목표로 줄곧 공습에만 매달려 온 프랑스 측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프랑스 측은 카다피 정부와의 직접 대화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향후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제라르 롱게 국방장관도 10일(현지시간) 현지 TV에 출연해 “카다피군과 리비아 반군이 서로 대화하고 (전쟁 중인 리비아) 군인들이 막사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포격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카다피군과 반군) 양측이 정치적 타협을 위해 테이블에 둘러앉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1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과 회동했다. 브레넌 일행은 국민적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살레 대통령에게 “걸프 국가들이 마련한 권력 이양 중재 방안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 정부는 대테러 작전의 동맹국인 예멘이 6개월째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6)페미니즘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6)페미니즘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

    1910년 영국 런던.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이었던 로저 프라이가 기획한 프랑스 현대미술작가전이 그래프턴 갤러리에서 열렸다. 제목은 ‘마네와 후기 인상주의’. 세잔, 반 고흐, 고갱, 피카소 등 지금은 거장이라 추앙받는 이들의 작품을 두고 당시 영국인들은 ‘포르노’ ‘미친 사람들의 작품’이라며 경멸했다.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고전주의 회화와 달리, 주체와 대상의 경계 없이 자신의 눈과 마음을 관통해 들어오는 세계를 표현해낸 이들의 작품은, 중심과 보편을 거부하는 ‘반(反) 전통적 선언’이었다. 버지니아 울프(1882~1941)에게 이 전시는 낯선 감각적 충격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1월 25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버지니아 스티븐. 정치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19세기 영국 지성사의 중요한 인물이었고, 어머니 줄리아는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 울프는 어린 시절부터 가끔씩 우울증을 앓거나 정신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울프의 이런 병증을 개인적인 가정사나 의붓오빠들에게 당한 성추행의 충격 탓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의 기록을 보건대, 그녀의 병증은 개인적인 트라우마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었다.“이 일은 몸의 어떤 부분에 대한 감정이, 그 부분은 만져서는 안 된다는, 그 부분이 만져지게끔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감정이 본능적임을 보여준다. 이 일은 버지니아 스티븐이 1882년 1월 25일 태어난 것이 아니라 수천년 전에 태어났다는 점을, 그리고 과거의 수천명 선조에 의해 획득된 본능과 바로 처음부터 만났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녀가 느낀 수치심과 두려움은 ‘과거의 수천명 선조’의 몸에서 몸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온 것이다. 즉, 그녀의 병증은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역사로부터 온 것이다. 울프의 무의식에 내재된 수천의 조상들과 전통은 망령처럼 그녀의 삶을 통제했다. 그런 울프에게 돌파구가 된 것은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이었다. ●문학으로 광기를 돌파하다 가족이 새롭게 거처를 마련한 블룸즈버리에서 울프는 지적 네트워크와 접속한다. 울프의 언니 바네사와 오빠 토비를 비롯해 E.M. 포스터, 로저 프라이, 클라이브 벨 등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엘리트들이 참여한 블룸즈버리 그룹에서 울프는 모더니즘적 자양분을 섭취한다. 그들은 문학, 평론, 미술, 경제학 등을 가로지르며 19세기의 숨막히는 빅토리아적 관습에 저항했다. 울프는 세잔이 그림을 통해 한 일을 자신은 문학으로 하겠노라고 결심한다. 울프에게 문학은 낡은 세계와 결별하고, 과거의 자기로부터 떠나는 것을 의미했다. 1915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의 제목 ‘출항’은 이런 울프의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울프는 문학을 통해 자신의 시대를, 그 시대가 낳은 광기를 돌파해 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출항’까지는 9년이라는 힘든 시간을 통과해야 했다. 기존의 영토를 떠나 새로운 흐름에 자신을 던지는 일은 그토록 지난(至難)한 일이었으리라. ●‘댈러웨이 부인’, 또 다른 탄생의 기록 1925년 버지니아 울프의 첫 출세작 ‘댈러웨이 부인’이 출간된다. 중산층 부인 클라리사의 하루를 담은 이야기, 특별한 인과도 없고, 정해진 인칭도 없으며, 성격 묘사나 교훈도 없이 기억과 의식, 감각만으로 이루어진 이 낯선 소설에 대해 많은 독자들은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소설의 원제는 ‘시간들’이다. 울프에게 시간은 “빛이 발산되는 후광, 의식이 생기기 시작해서부터 사라질 때까지 우리를 감싸는 반투명의 봉투”이다. 균질하게 흐르는 객관적 시간은 없다.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시간이 다르고, 한 사람에게도 동시에 여러 겹의 시간이 작동한다. 울프에게 시간은 경험하는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지 인간의 경험 이전에 미리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들’ 속에서 우리의 기억은 끊임없이 유동하고, 의식과 무의식은 서로에게 스며든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들’ 속에서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클라리사는 매순간 자신을 관통해 들어오는 자극을 “끔찍하도록 민감하게” 느끼면서 복수의 시간들을 통과한다. “그녀가 집에 있는 나무들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클라리사와 셉티머스의 관계다. 셉티머스 역시 클라리사처럼 세계를 민감하게 느끼지만 그는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전하는 비밀의 암호는 혐오와 증오와 절망”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민감함이 세상 속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그의 자아가 세상 앞에서 빗장을 닫아거는 순간, 그의 탈출구는 죽음밖에 없었다. 반면 클라리사는 매순간 세상을 향해 자신을 열며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동시에 경험함으로써 죽음의 충동을 극복해 나갔다. 셉티머스와 클라리사, 그들은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글을 써 나갔던 울프의 분신들이다. 문학은 광기의 기록이 아니라, 광기를 넘어서려는 분투의 기록이라는 것. 어렵게 ‘출항’한 울프는 그렇게 흐름 위에서 자신의 광기를 직시하며 나아갔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여성작가로서 명성을 얻는 듯했던 울프. 그러나 모더니즘 문학의 영토 안에서 그녀는 새로운 벽에 부딪히게 된다. 모더니즘 역시 남성들의 영토였고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 그 안에서 여성은 여전히 성적 매력과 미모를 과시하며 남자를 유혹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페미나(Femina)상을 받은 ‘등대로’(1927)는 울프의 페미니즘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흔히 이 작품의 등장인물인 램지 부인은 대지의 어머니로서 여성성을, 램지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성성을, 릴리 브리스코는 이 둘을 조화하는 인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남성-여성의 이분법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공허하다. 울프는 ‘조화’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兩性)을 구분하는 전제들 자체를 의문시한다. 소설에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릴리의 선처럼, 울프는 양성을 가로지르는 제3의 선을 그리며 남성-여성의 영토에서 탈주한다. 그리고 “인생이란 양성 모두에게 힘들고, 어렵고, 영원한 투쟁”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자기만의 방’(1929)이다. ‘자기만의 방’은 울프가 쓴 ‘여성문학사’다. 영국 역사 속에서 여성 예술가는 죽거나 미칠 수밖에 없었다. 자기만의 방이 없었고, 잘난 여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프는 여성이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기를 권할 때, 나는 여러분이 리얼리티에 직면하여 활기 넘치는 삶을 영위하라고 조언하는 겁니다.” 울프의 두 발은 현실 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유머와 활력을 잃지 않았다. 그것만이 ‘여성 작가’가 아닌 ‘작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었다. 울프는 여성의 상황을 남성들이나 시대에 대한 증오로 돌리지 않고, 그 지반을 가볍게 활공한 선배 작가의 삶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울프가 주목한 것은 “미움 없이, 쓰라림 없이, 두려움 없이, 항의 없이, 설교 없이 글을 쓴” 제인 오스틴이었다. 남성에 대한 적대감이 여성을 구원해줄 수는 없다. 여성이 작가로 살아가려면 담담하게 세상의 적대감과 대면하면서 자신의 영토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순수한 가부장제 사회의 한가운데서 그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보는 대로의 사물을 움츠러들지 않고 굳건히 고수”한 제인 오스틴에게서, 울프는 남성-여성의 경계를 훌쩍 넘어선 “천재적 성실성”을 보았다. 역사 속의 여성작가들을 경유한 울프는 이제 “여성으로서, 그러나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잊어 버린 여성으로서 글을 썼으며 그리하여 그녀가 쓴 페이지들은 성이 그 자체를 의식하지 않을 때에만 도래하는 진기한 성적 특성으로 가득차” 있게 된다. 여성의 눈도 남성의 눈도 아닌, 모든 ‘시간들’을 살아가는 모든 ‘성(性)들’의 눈을 갖고, 버지니아 울프는 세계를 감각하고, 기록한다. 더없이 성실하게. 그렇게 버지니아 울프는 페미니즘의 영토를 끊임없이 탈주하는, 모든 실험적 페미니즘들의 이름이 되었다. 최태람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더반 PT의 여신’ 나승연이 사라졌다.

    ‘더반 PT의 여신’ 나승연이 사라졌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낸 두 미녀가 홀연 사라졌다.  평창유치위원회 대표단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가운데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이끈 김연아와 나승연 대변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연아는 이날 평창대표단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나온 이후 홀연 사라졌다. 실제 김연아는 흰색 티셔츠에 블랙진을 입고 공항 검색대를 지나는 모습이 TV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하지만 입국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표단 한 관계자는 “김연아가 심한 감기와 몸살 등으로 방콕을 거칠 때부터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다.”면서 “워낙 몸이 안 좋아 환영식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조용히 다른 출구를 이용해 귀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지난 4월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스위스와 토고, 남아공 등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간 것이 몸에 무리를 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나승연 대변인은 아예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나 대변인은 마무리 활동을 위해 박용성 대한체육회회장과 함께 더반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승연 대변인은 9일 폐막하는 총회에 참석하는 IOC 위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평창 대표단의 실무 미팅에 참가하고 나서 10일 귀국할 계획이다.  인터넷 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물 가득 찬 백록담 언제 본적 있나요?

    물 가득 찬 백록담 언제 본적 있나요?

    “물이 가득 찬 백록담의 비경을 보셨나요.?”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다시 뒤덮은 8일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찼는지를 물어보는 전화다. 한라산 등산로 입구 가운데 하나인 관음사 야영장은 백록담 만수위의 ‘장관’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과 사진작가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찬 풍경은 한라산 비경 중의 비경이다. 1년에 물이 가득 찬 신비스러운 풍경을 드러내는 건 고작 5~6일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잦은 비와 안개 등 정상의 변화무쌍한 기상 때문에 화구호(화산의 분출구가 막혀 물이 괸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산지질의 백록담은 물을 오래 가두지 못해 평소 물이 가득 찬 만수위의 장관을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장맛비가 줄기차게 퍼부은 이날도 이른 새벽부터 어김없이 산행객들이 줄을 이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아마추어 사진가 김모(56)씨는 “백두산 천지에 물이 가득 찬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백록담의 만수위”라며 “그동안 여름 장마철에만 10여 차례 한라산에 올랐지만 안개 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물 가득한 백록담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라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물이 가득 찰 경우 여름 장마철 백록담의 깊이는 4m 정도. 분화구 둘레가 1720m, 깊이는 108m다. 동서 길이는 600m, 남북 길이는 400m로 면적은 21만 230㎡에 이른다. 담수면적은 평균 1만 1460㎡로, 최대 만수시 2만 912㎡에 달해 구름이 끼면 낀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실, 백록담의 물 깊이는 옛 문헌에 잘 나타나 있다. 1601년 안무어사로 제주에 온 김상헌은 ‘남사록’에서 ‘얕은 곳은 종아리가 빠지고 깊은 곳은 무릎까지 빠진다.’고 적었다. 8년뒤 김치 판관이 부임해 ‘깊이가 한길(2m)남짓’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1841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원조는 ‘탐라록’에서 ‘백록담의 깊이를 헤아리면 한 장(장은 10척의 길이로 약 3m)’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 1873년 제주에 귀양왔던 면암 최익현은 ‘유한라산기’에서 ‘얕은 곳은 무릎까지, 깊은 곳은 허리까지 찼다.’고 적었다. 요즘 백록담은 장마와 태풍 메아리가 뿌린 600㎜의 폭우로 3m 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700㎜ 이상의 비가 한라산 정상부에 2~3일 계속되면 백록담은 만수위에 이를 것으로 관리사무소 측은 내다보고 있다. 2005년 제주대와 부산대 난대림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한라산 백록담 담수 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 방안’이란 연구를 통해 백록담 담수 면적과 수위 높이가 줄어들고, 바닥을 드러내는 원인으로 투수 속도가 빠른 화산암반 퇴적층(토사층)을 첫 손에 꼽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몰려드는 등산객들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강성보 소장은 “1960년대 이후 등반객이 크게 늘면서 답압에 의한 사면의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백록담 물그릇에 토사가 많이 쌓이는 탓에 담수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처럼 연간 100만명 정도의 등산객은 별 무리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전 예약제와 등산객 총량제 등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글로벌위기 예측 ‘시장의 비밀’에 담다

    글로벌위기 예측 ‘시장의 비밀’에 담다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과 진행 과정, 결과까지 정확하게 예측한 한국의 경제학자가 한 권의 책으로 이 모든 것을 담아 눈길을 끈다. ‘케인스에 도전한 천재 관료’로 불렸던 배선영 한국수출입은행 감사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경제이론을 담아 ‘시장의 비밀’을 출간했다. 배 감사는 이 책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과 위기가 대공황으로 확대되지 않았던 이유, 한국경제가 위기 과정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까닭 등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1929년의 대공황처럼 진행될 것이며, 세계 경제는 암울한 침체 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반박했던 근거들을 내놓은 것이다. 배 감사는 “금융시장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 경제에는 ‘금융버블의 메커니즘’이 내재한다.”면서 “이 같은 전제를 갖고 금융 버블의 재팽창과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에 출구전략을 선제적으로 펼친다면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된 그의 정확한 예측이 ‘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론대로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또 한국의 바람직한 환율 정책과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유로화 체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수출주도의 경제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정도까지의 고환율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고환율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자신이 제시하는 보완책과 함께 쓴다면 인플레이션 없는 고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경제의 악재로 떠오른 남유럽발(發) 재정 위기의 원인과 관련해 유로화 체제는 수출경쟁력이 높은 독일에 환율 혜택을 주고, 경쟁력이 낮은 그리스의 경우 외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감사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에 행정고시·외무고시에 합격했다. 17년간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대통령 경제비서실 등에서 경제 관료로 근무했다. 1998년에는 케인스의 화폐이론을 반박하는 내용의 방대한 저서를 출간해 케인스에 도전한 천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평창의 힘’… 국민소득 3만弗 보인다

    ‘평창의 힘’… 국민소득 3만弗 보인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2018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에 대한 희망찬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적 이익과 고용 유발 효과와 더불어 3만 달러 진입에 필수적인 국가브랜드 가치의 신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적자 올림픽’을 경계하고, 동계스포츠를 생활스포츠로 육성해 지속적인 경제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강원도가 산업연구원에 의뢰한 ‘평창동계올림픽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이미 시작됐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올림픽 추진 과정에서 1조 5629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1만 1066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었다.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조 46억원, 4조 1954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2만 911명, 2만 9300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대회가 열리는 2018년에는 6조 5929억원의 경제적 효과, 7만 337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측된다. 총 20조여원의 경제효과와 23만여명의 고용창출효과가 기대되는 셈이다. ‘3만 달러의 조건’이라 불리는 국가브랜드 가치는 상상할 수 없는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된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02년 월드컵 이후 겨울연가가 수출되고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박지성이 해외에 진출한 현상들이 지금의 K팝 열풍, 기업 수출 호조세 등으로 연결된 것”이라면서 “평창올림픽을 통해 3만 달러 시대에 필요한 무형의 브랜드 인프라가 구축되고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없는 성장, 고물가와 중소기업의 경기 침체 등으로 고통받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탈출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가적 축제의 경우 경제적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음에도 물가를 크게 부추기지 않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가도 들썩인다. 대표적인 ‘평창 수혜주’는 강원랜드다. 카지노 시설의 증설 허가나 강원랜드가 보유한 호텔, 골프, 스키장 및 리조트 등의 입장객이 증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대관령 목장 부지 300만여㎡를 보유한 삼양식품도 목장 부지를 레저시설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평창 수혜주로 분류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대회 운영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쌍용정보통신과 동계스포츠 이벤트 확대 기대감을 받은 IB스포츠까지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이나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같이 적자 올림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88올림픽 잠실운동장의 상황을 고려해 경기장 등 부대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잉투자를 경계해 일본, 캐나다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동계스포츠가 선진국형 스포츠라는 점에서 생활스포츠로 육성해 꾸준한 경제유발효과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잠룡들의 미래는

    잠룡들의 미래는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홍준표 체제’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입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과속주의보’가 내려지고,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은 외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김문수(가운데) 경기지사와 정몽준( 오른쪽) 전 대표는 미로 속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가깝다. 우선 이번 전대에서 ‘파워’를 재확인한 박근혜 전 대표는 정치 활동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당내 현안에 대해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서 있었으나, 새 지도부와 동일시되는 상황에서 일보 전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잠재적 위험요인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이다. 4·27 재·보궐 선거 완패 이후 위기론이 퍼지면서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른바 ‘총대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전사를 자처한 홍 대표의 등장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미래권력’ 등으로 불리며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졌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대선 본선 경쟁력도 여전히 갖춰 나가야 할 부분으로 평가받는다. ●吳, 최고위원 3명 ‘우군’ 확보 오 시장은 이번 전대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를 물밑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지분이나 발언권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데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홍 대표를 비롯해 원희룡·나경원 최고위원 등 3명이 경선 과정에서 오 시장의 손을 들어준 것.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이 비판의 목소리를 무작정 키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당이 전면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투표 결과에 따라 당에 치명적인 생채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한 의원은 “주민투표 결과가 내년 총선·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이 부담을 나눠 갖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당이 오 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사라졌으며, 결국 오 시장 스스로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金·鄭, 당청 갈등땐 목소리 낼 듯 반면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운신의 폭이 제약을 받게 됐다. 사실상 친이명박계는 흩어지고, 친이재오계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김 지사와 정 전 대표의 지지 기반과 활동 공간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14 전대에서 친이계가 최고위원 5자리 중 4자리를 ‘독식’한 이후 친박계와 소장파의 활동 공간이 극도로 위축됐던 당시와 판박이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청 관계 등이 갈등 구도로 바뀔 경우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출구’ 막힌 최저임금위

    ‘출구’ 막힌 최저임금위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말 법정시한을 넘긴 데 이어 노사 양측이 동반사퇴한 파행이 5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위원회를 방문했지만 정원 27명의 과반수 정족수에 못 미치는 12명 앞에서 위원회 정상화를 당부하는 데 그쳤다. 노사 중 한쪽만 참가해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반쪽 위원회’라는 별칭도 붙었다. 노·사·정 및 정치권 모두 과다한 사회적 비용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만 누구도 책임지고 해법을 내놓지는 못한다. 노사가 불을 켜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지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매년 치킨게임 되풀이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에 5일 한국노총·민주노총 및 민주노동당이 ‘최저임금 파행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한국노총 소속 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9명이 집단 사퇴했고, 4일 오후 최저임금위원장 직권으로 열린 위원회도 의사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퇴장한 사용자 측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포퓰리즘’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임금인상률이 5인 이상 기업의 경우 4.2%인데 공익위원안은 인상률이 6~6.9%에 이른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이고 공익위원안은 260~300원 오른 4580~4620원이다. 반면 노동계는 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으로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맞선다. 문제는 매년 최저임금 전쟁을 되풀이하면서도 해법은 없다는 점이다. 경영계는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는 정부나 공익위원이, 노동계는 정치적 논리를 중시하는 국회가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안을 내놓기도 하지만 서로의 안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 노사의 정치적 싸움에 우리도 특별한 묘수는 없다.”면서 “정치권 역시 의원입법안을 안 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평균임금 정하고 세부 조정해야 최저임금의 국제적 수준마저도 논란이 팽팽하다. 노동계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하위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상여금이나 숙식비를 포함하지 않는 기본급인 데다가 5인 이상 사업장만 계산하기 때문에 1인 이상 사업장을 계산하는 OECD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을 한다. 이를 보정하면 6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싸움에 매몰되면 해법은 없기 때문에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자고 말한다. 27명의 위원을 15명 선으로 줄이거나 90일로 정해진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간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황덕순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노사가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중위임금이나 평균임금의 일정 수준을 최저임금의 목표점으로 대타협한 후 매년 세부적인 조정만 하는 방식으로 거듭되는 파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태국 정권교체… 도망자 탁신 “적당한 때 귀국”

    태국 정권교체… 도망자 탁신 “적당한 때 귀국”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망명길에 오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이 3일(현지시간)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잉락 친나왓은 정권 교체와 함께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됐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도 조만간 입국, 정치 일선에 복귀해 사실상 막후 정치를 펼칠 전망이다. 그러나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태국 군부 내 일부 세력의 반발로 제2의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레드셔츠’(탁신 지지 세력)와 ‘옐로셔츠’(탁신 반대 세력)로 대표되는 태국 내 계층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태국 정국은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 9만 800여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태국 국회의원 총선 결과 선출직 의원 375명과 비례대표 의원 125명 등 전체 500개 의석 가운데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이 과반 의석을 웃도는 263석을 차지한 것으로 태국 선관위 잠정 집계 결과 드러났다. 반면 민주당은 161석을 얻는 데 그쳤다. 푸어타이당은 이날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군소정당과의 연대 없이 독자적으로 정부를 꾸릴 수 있게 됐다. 잉락은 출구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총선 승리가 확실시되자 취재진에게 “이 결과를 나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시민들이 나에게 기회를 줬고 나는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차치와 총리도 총선 패배를 인정하며 잉락의 승리를 축하했다. 투표 직후 실시된 출구조사에서 푸어타이당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두바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는 잉락에게 전화를 걸어 총선 승리를 축하했다. 탁신 전 총리는 “민심은 화해를 원했다. 푸어타이당은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귀국을 희망하지만 태국 사회에 소요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서둘러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축출 이후 영국으로 망명한 뒤 주로 두바이에 머물러 왔다. 탁신의 ‘클론’(복제 인간)으로 불리는 잉락은 오빠의 후광에 더해 수려한 외모와 빼어난 말솜씨, 똑똑한 이미지와 다듬어진 매너 등 인간적 매력을 앞세워 표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탁신의 전통적 지지층인 도시 빈민과 농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왕실과 군부, 엘리트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집권 민주당은 부패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선고된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공약으로 내건 푸어타이당을 비판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정치 신인’의 거센 바람몰이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투표율이 75%에 이른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태국의 이번 조기 총선은 경찰 18만 3000명이 투입돼 삼엄한 경계를 펼친 덕에 큰 불상사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최남단 나라티왓주에서 총선 투표함을 수송하던 트럭이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기 공격을 받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한편 ‘푸어타이당이 승리하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프라윗 옹수완 태국 국방장관은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군을 정치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며 쿠데타설을 일축했다. 푸어타이당의 압도적 승리 속에 총선이 큰 충돌 없이 끝났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전문가들은 태국 내 빈부계층 간, 정치세력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정정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푸어타이당이 현재 30%인 법인세를 2년 뒤 20%로 낮추고 학교에 입학하는 80만명의 학생에게 태블릿PC를 주기로 하는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낸 탓에 이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무보직 고위 외교관 ‘나 떨고 있니’

    외교통상부의 인사·조직 쇄신을 위해 마련된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이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보직을 받지 못하고 본부에 대기 중인 고위 외무공무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개정안 가운데 외무고위공무원단 소속의 경우 무보직 기간이 연속 1년 6개월이 지나면 직권면직되는 제도가 다시 도입됐기 때문이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외무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2007년 11월 고위공무원단 참여를 계기로 폐지됐던 무보직 직권면직제도가 부활했다. 외교부는 이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직위에 따라 무보직 기간이 1년 또는 1년 6개월이 지난 고위 외교관들을 당연 퇴직시켰으나 고위공무원단에 참여한 후에는 일반고위공무원단 기준에 따라 무보직 기간이 총 2년이 넘어야 직권면직시키는 제도를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보직이 없는 고위공무원단 소속 외교관들이 이 제도를 악용, 최장 2년까지 고액 연봉을 받으며 자리를 지켜 ‘철밥통’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보직이 없는 고위 외교관은 40명에 이른다. 이들 중 10여명은 명예퇴직 또는 고용휴직, 의원면직 절차를 밟고 있으나 나머지 30여명은 무보직으로 외교안보연구원 등에 머물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무보직이 된 지 6개월 또는 1년이 지났으며, 일부는 1년 6개월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0여명 가운데 10여명은 외교부가 자체적으로 별도로 임무를 부여해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행정안전부가 인정한 공식 직제가 아니기 때문에 무보직으로 분류된다. 최근 임무를 부여받은 한 고위 외교관은 “대사급 직책이지만 정식 직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퇴출되지 않으려면 서둘러 보직을 받아야 해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아프간 호텔서 탈레반 자폭… 민간인 12명 사망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28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민간인과 경찰 12명, 테러범 9명 등 총 21명이 숨졌다. 평화 협상을 위해 탈레반과 접촉하고 있는 미국의 대(對) 아프간전 출구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테러가 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제안보지원군과 아프간 경찰들은 현장으로 긴급 출동, 테러범들과 교전을 벌였다. 시디크 시디키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4시간 동안 교전을 벌인 뒤 테러범을 모두 소탕, 작전을 종결했다.”면서 “민간인 9명은 대부분 호텔 직원이며 경찰 2명도 교전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터키항공의 파일럿으로 알려진 스페인 남성 1명도 호텔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스페인 마드리드 시당국이 밝혔다. 탈레반은 그러나 50명의 외국인과 아프간인이 죽거나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테러를 감행한 이유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평화 협상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평화 협정 논의를 위해 호텔을 방문한 미국과 아프간, 파키스탄 관계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테러 공격에 앞서 마크 그로스먼 미 국무부 아프간·파키스탄 특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카불에서 협의를 가졌지만 다행히 이를 끝내고 아프간을 떠난 상태였다. AFP통신은 아프간 내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카불 시내에 있는 인터콘티넨털 호텔은 서방 외교관들과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면서 “테러범들의 공격 당시 호텔에는 60∼70명의 투숙객이 머무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즉각 탈레반의 공격을 비난하고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이번 테러로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탈레반을 접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레반에 의해 테러가 발생한 정황으로 볼 때, 미국이 과연 제대로 된 탈레반 대표자와 접촉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이건희 대놓고 비난한 ‘월급쟁이 홍보맨’ 결국

    이건희 대놓고 비난한 ‘월급쟁이 홍보맨’ 결국

    CJ가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그동안 감정 대립 양상을 보였던 삼성과 CJ가 어떤 화해 제스처로 ‘출구 전략’을 모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28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화에 나섰다. 지난 23일 삼성SDS가 대한통운 인수 본 입찰을 5일 남겨 두고 돌연 인수전에 뛰어들자 CJ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겨냥해 “인수·합병(M&A)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비도덕적인 행태”라며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SDS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이미 대한통운의 물류 정보기술(IT) 부문을 맡고 있는 데다 최근 ‘첼로’라는 IT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해 이를 납품하기 위한 비즈니스적 판단”이라면서 “삼성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하더라도 계열사 간 엄정하고 강한 내부 차단 벽이 있어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안이 삼촌인 이건희 회장과 장조카인 이재현 CJ 회장 간 구원(舊怨)에 따른 ‘2차 전쟁’으로 비치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CJ도 이날 그룹 홍보실장을 신동휘 부사장에서 권인태 전략지원팀 부사장으로 즉각 교체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휴전 제의’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신 부사장은 1987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20년 넘게 홍보실에서 근무한 그룹 내 최고 ‘홍보통’이다. CJ가 대한통운 인수를 둘러싸고 삼성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신 부사장이 강경론을 주도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오전부터 대한통운 인수 후보로 CJ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상황에서 더 이상 삼성을 자극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신 부사장 교체라는 ‘화해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신 부사장이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양사가 최악의 국면을 피해 갈등을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은 전날 이건희 회장과 이재현 회장 사이의 전화 통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당시 이건희 회장이 이재현 회장에게 전화를 해 이번 사태가 집안싸움으로 비치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이재현 회장 또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두 회사 모두 어느 정도의 내상(內傷)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CJ는 대한통운 인수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재현 회장의 리더십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당초 예상보다 5000억원 가까이 인수 가격이 늘어나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도 그동안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오다 본 입찰 직전에 입장을 바꿔 무리하게 인수전에 참여해 집안싸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삼성증권 주관사 문제로 기업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는 등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 때문에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화해에 나서더라도 과거의 협력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껏 기업 M&A에 있어서 삼성이 나서면 CJ가 빠지고, CJ가 나서면 삼성이 빠지는 등 두 기업은 그룹 최고위층 간 조율을 통해 한 몸처럼 움직여 왔다.”면서 “하지만 대한통운 인수를 계기로 이러한 규칙이 깨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양사의 협력 관계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박상숙·류지영기자 alex@seoul.co.kr
  • 갈수록 교묘해지는 중동 테러수법

    이라크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상습적 테러 위협에 시달려 온 중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신종 테러 공격에 또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테러범으로 돌변하는가 하면 한가로이 주변을 지나던 자전거가 폭발하는 등 일상을 위협하는 새로운 수법 앞에서 시민들은 잔뜩 겁에 질렸다. 탈레반 등 이 지역 테러 조직은 무력 시위를 통해 “세력이 위축됐어도 여전히 힘이 남아 있다.”고 호언한다. 아프간 출구 전략 및 파키스탄과의 공조 회복 등을 꾀하는 미국은 새로운 골칫거리 앞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26일(현지시간) 휠체어를 이용한 자폭 테러가 발생해 경찰관 2명 등 3명이 숨졌다. 휠체어를 탄 테러범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타르미야의 경찰서를 찾아가 “테러로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 증명서가 필요하다.”며 민원인처럼 행세하다 범행을 저질렀다. 카심 칼리파 타르미야 시의회 의장은 “범인이 실제로 장애인인지, 아니면 보안요원의 시선을 돌리려고 휠체어를 탔는지 불명확하다.”면서 “휠체어를 탔기 때문에 경찰이 몸수색을 철저히 하지 않았고 무방비 상태로 경찰서 대기실에 들여 보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드즈주의 한 시장에서는 지난 24일 자전거를 이용한 폭탄테러가 발생, 경찰 1명 등 모두 6명이 죽고 22명이 다쳤다. 수법뿐 아니라 테러범들의 신분도 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아프간 접경지역인 와지리스탄에서는 지난 25일 부부로 이뤄진 테러팀이 이 지역 경찰서를 자폭 공격해 경찰 7명 등 모두 8명이 숨졌다. 이 부부는 부르카(전신을 덮는 이슬람 전통 의상) 안에 소총과 수류탄, 폭탄 조끼 등을 숨긴 채 경찰에 항의할 것이 있는 것처럼 속여 경찰서 내부로 진입했다. 이후 경찰서 직원을 붙잡고 몇 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자폭했다. BBC방송은 파키스탄에서 부부가 자살 폭탄테러를 벌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탈레반 측은 이번 공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공격은 지난달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따른 복수다. 우리는 기존과 다른 (공격) 전략을 쓸 것”이라고 협박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2일 빈라덴이 미국 특수부대에 사살되자 보복을 공언하고는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대에서 잇단 테러를 벌여 왔다. 그런가 하면 아프간에서는 지난 25일 여덟 살된 여자 아이가 폭발물이 든 줄 모르고 반군이 건네준 가방을 든 채 경찰서 인근으로 이동하다가 폭발해 숨지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재벌 총수 국회 나와라” vs “못 간다”… 정·재계 전면전

    “재벌 총수 국회 나와라” vs “못 간다”… 정·재계 전면전

    ■ “세금·임금 더” 정책 꺼낸 정치권 ‘세금으로 조이고, 임금 부담 늘리고’ 여야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친(親)서민 정책 기조를 강화하며 재계를 겨냥한 압박수위를 높여 갔다.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와 환경노동위가 각각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공청회, 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를 예고하며 경제단체장들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출석을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정부가 동반성장위를 중심으로 도입하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에 유통·서비스업종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대기업 산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확대되는 데 맞서 중소 유통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당 정책위는 대기업들의 MRO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MRO를 편법적인 ‘부(富)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하는 걸 막기 위해 세법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위는 대기업과 MRO 간 납품가가 시장가와 확연히 차이나는 경우, 실적 부풀리기로 주가가 뛴 경우 등 구체적 사례를 파악해 과세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집단내 비상장 계열사와 다른 계열사 간 수익에 대해선 법인세를 중과세하는 방안, 공공기관의 물품 구매 때 중소 MRO업체를 이용토록 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대기업이 오너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와의 거래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정부 쪽에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당정은 오는 30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최저임금제 ‘10% 인상안’으로 재계를 압박했다. 29일로 예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을 앞두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5410원 인상안’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손학규 대표도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재 최저임금은 4320원으로 평균임금의 32%밖에 안 된다. 50%까지 높이는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개별 의원들의 재계를 향한 비난도 이어졌다. 김영환 국회 지경위원장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29일 공청회에 불참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대화하지 않겠다는 자세”라며 출석을 거듭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재벌기업의 ‘지네발’식 확장에 대해 총수가 아닌 실무진이 답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경위는 경제단체장들이 불참할 경우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시켜 출석을 강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反 반값등록금 보고서’ 낸 전경련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공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수장의 입’이 아닌 조직의 ‘브레인’을 통한 이론전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소모적인 감정 대응은 자제하는 대신 논리 싸움으로 정치권과 맞붙는 동시에 여론을 좀 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돌려 보자는 뜻에서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반값 등록금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경연은 최근 정치권과의 분쟁에서 총대를 메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 기관이다. 한경연은 ‘반값 등록금의 문제점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반값 등록금은 소득 재분배와 수익자 부담 원칙 등 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동시에 학력 인플레를 심화시키면서 대졸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등록금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부유한 가정에까지 혜택을 주고, 국민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기에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도 대졸자의 비용을 대신 내는 등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또 “반값 등록금은 부실 대학 정리 지연,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 왜곡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등록금을 낮추려면 부실 대학 정리 등 대학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위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날 한경연은 보고서에 대해 전경련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했다. 보고서 브리핑은 1년여 만에 처음 이뤄진 일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최근 정치권과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브리핑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자체의 이론 대응도 쏟아진다. 전경련은 지난해 한국 설비 투자가 전년 대비 21.3%(명목기준) 증가해 비교가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3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결국 ‘MB정권의 저환율정책 등에 따른 과실을 독점한 대기업이 투자에 인색하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재반박한 셈이다. 이어 전경련은 29일 ‘금융위기 기간 대기업의 고용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다. 15개 대기업 그룹의 고용 증가율이 전체 임금 근로자 증가율의 6.4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의 37%는 대기업 투자의 결과”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전경련이 정치권과의 갈등에서 ‘출구전략’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28일 예정됐던 한경연의 감세 관련 보고서와 브리핑이 이날 오후 갑자기 취소됐기 때문이다. 정치권과의 확전이 더 이상 실익이 없는 만큼 법인세 인하 환원 등에 대한 재계 의견을 내비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씨줄날줄] 여론조사/곽태헌 논설위원

    현대적 의미의 여론조사는 미국에서 발달했다. 대통령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모의투표가 시초였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지(誌)의 여론조사가 특히 유명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1916년부터 전화와 자동차 등록명부를 이용, 많은 모의투표 용지를 보낸 뒤 이를 회수해 결과를 예측했다. 하지만 1936년 대통령선거 때 결과와는 정반대의 예측결과를 발표해 오점을 남겼다. 당시 갤럽 등 신흥 여론조사 기관은 비례할당법에 의한 소수 표본조사를 도입해 정확한 예측결과를 내놓았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가 사용했던 많은 표본이 중요한 게 아니라, 표본의 선택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를 계기로 여론조사 기법은 보다 발달하게 됐다. 요즘에는 연령, 지역, 소득, 성별 등에 따른 정교한 여론조사가 일반화됐지만 치밀하게 한다고 해도 결과는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면 여론조사 결과가 엉터리였다는 게 드러나고 있지만 여론조사의 원조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흑인인 토머스 브래들리는 사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는 앞섰으나 실제 결과는 딴판이었다. 백인 유권자 중 일부가 백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 인종적 편견을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거짓 응답을 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회적 문제, 정책, 쟁점 등에 관한 입장을 알기 위해서도 여론조사를 자주 이용한다. 의미 있는 것도 많지만, 하나마나한 것도 적지 않다. 표본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고, 설문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정교하게 해도 어려운 게 여론조사인데, 애초 표본이나 설문에 문제가 있다면 신뢰가 높을 수 없다. 정부 쪽이든, 정부에 비판적인 쪽이든 마찬가지다. 그제 한 신문은 “국가재정을 투입해 대학등록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74.5%라고 보도했다. 공짜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돈이 많아 ‘돈병철’로 불렸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캐디에게 넉넉한 팁을 주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골프장에 떨어진 깨끗한 골프 티를 주울 때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돈 많은 재벌도 공짜는 마다하지 않는다. “국가재정을 투입해 등록금을 낮추면 매년 가구당 평균 50만원씩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결과는 어떨까. 군 입대를 앞둔 남학생에게 “군대 가는 것을 찬성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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