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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단순히 특정 국가 하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핵심 변수이자 삶의 화두가 됐다. 이제 미국을 빼고는 한국의 평화도, 경제도, 문화도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토플대란과 영어몰입교육은 교육·문화의 미국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쇠고기 수입조치 논란은 ‘경제의 미국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다양한 제도와 가치가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재편성과 (정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토대로 세계 각 지역에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그 결과 수용 지역에서 자발적이거나 강요에 의해 그런 것을 베끼고 따라잡는 현상과 과정.” 최근 출간된 ‘아메리카나이제이션―해방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화’(김덕호·원용진 엮음, 푸른역사 펴냄)가 정의하는 ‘미국화’(Americanization)의 개념이다. 책은 미국이 한국사회에서 절대적 지위를 점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분석한다. 책을 집필한 한국아메리카학회 연구자들은 우리가 친미와 반미의 이항대립 구도에 갇혀 미국의 실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모두 8편의 논문은 ‘우리 안의 미국화’ 양상을 정치, 언론, 종교, 학문, 대중문화 등 다방면에서 분석한다. 유선영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대한제국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 시기 미국화’)은 식민지 조선인들이 식민 지배국이 일본이었음에도 미국을 구원자이자 근대성의 시혜자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한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 대중문화, 미국과 함께 혹은 따로’)는 대중문화 전반에 드러나는 미국화 흔적을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수용, 포섭, 저항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진구 호남신학대 초빙교수(‘해방 이후 남한 개신교의 미국화’)는 한국의 미국화에 개신교가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살핀다. 최성희 경희대 영미어학부 교수는 한국전쟁 직후 미국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을 관람한 남녀의 입장차에 주목한다.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들은 여주인공의 ‘자유부인’적 캐릭터에 열광한 반면, 남성들은 여성관객들의 반응을 미국의 소비주의 및 물질주의와 동일시하며 비판했다. 성별에 따라 미국을 수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IGSE 최고령 입학 김재범 전 우루과이 대사

    IGSE 최고령 입학 김재범 전 우루과이 대사

    “영어가 유한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 끝이 어디인지, 내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인지 알고 싶어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죠.” 김재범(58) 전 우루과이 대사는 교수이면서 동시에 학생인 특이한 신분이다. 대사직에서 물러난 뒤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외교특임교수로 일했고, 지금은 국세공무원 교육원 초빙교수다. 또 지난해에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에 역대 ‘최연장자’로 입학한 학생이기도 하다. 뒤늦게 영어공부에 뛰어들었지만 그는 ‘난다 긴다.’하는 외교관들 중에서도 영어실력만큼은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국외국어대 재학 시절 스페인어를 전공했지만, 영어에 워낙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2학년 때인 1970년에는 영어통역관광가이드 자격증도 땄다. 외교부에 들어가서는 국무총리 영어통역으로 이름을 날렸다. “남덕우·유창순·김상협·이한기·김정렬·진의종 전 국무총리 등 제가 영어통역을 맡았던 분만 8,9명에 달합니다. 처음에는 영어연설 원고를 주로 썼는데 나중에는 영어통역을 맡게 됐죠. 남덕우·유창순 두 분은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영어가 유창했던 것으로 기억 납니다.” 80년대 들어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의 영어통역을 3년 동안 맡았다. 지금도 모 영자신문에 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영어와의 오랜 연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가 추천하는 ‘영어 잘하는 비법’ 가운데 하나는 ‘폐품활용론’이다.“중·고교때 배운 영어만 제대로 써도 말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폐품활용하듯 옛날에 배운 걸 하나씩 끄집어내는 거죠. 문제는 문법, 어휘, 작문, 독해 등등을 모두 따로따로 가르치고, 말할 때는 그걸 ‘네가 알아서 한꺼번에 묶어서 하라.’고 하니 안 되는 겁니다. 머릿속으로 어렵게 문장을 만들어 얘기를 하려고 하면 그땐 이미 상황이 지나가 버리고….” 또 한 가지는 ‘영어를 즐기라.’는 것이다.“우리말을 습득하는 데 4년 이상 걸린다는데, 외국어는 두 배 이상 걸리니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8년 이상은 잡는 게 당연하겠죠. 영어도 공부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힘든 고행길이겠지만, 모국어를 습득하듯 느긋하게 하나씩 주워 담는다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골프를 즐기면 예상 외로 잘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는 조만간 ‘협상영어’에 관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말 그대로 외국 바이어가 입국해서 공항, 호텔, 협상장, 식당 등 거쳐갈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나올 만한 대화를 ‘협상의 상황’에 초점을 맞춰 만든 책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이 책에 나오는 대화내용만 외워서 가면 큰 어려움은 피할 수 있게 만들 생각이다. 큰 얼개는 짜뒀지만 ‘학생신분’이라 집필을 마무리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영어전문가’가 손주를 넷이나 둔 황혼에 ‘늦깎이학생’으로 변신한 것은 박남식 IGSE 현 총장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박 총장님은 지방대(전남대)를 나와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뽑혀갔을 만큼 영어실력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었죠. 지난 73년 외교부에 갓 들어가 연수를 받을 때 영어반 강사였던 그 분의 탁월한 강의에 매료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30년이 훨씬 지났지만 박 총장님을 사사한다는 기분으로 다시 학생이 됐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 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수도승’같은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주말도 없이 하루 13∼14시간을 영어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도 드물다.20∼30대가 대부분인 동료학생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물론 부인은 그가 건강을 해칠까 봐 “당장 때려치우라.”고 성화다. 하지만 그는 몸은 힘들지만 ‘즐기듯’ 공부하고 있는 만큼 중도에 그만둘 생각은 결코 없다고 단언한다. 김 전 대사는 “앞으로는 영어실력 격차에 따른 ‘잉글리시 디바이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면서 “석사를 마친 이후에는 외국대학의 박사학위 취득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해리포터’ 롤링 잇는 스타작가 탄생

    ‘해리포터’ 롤링 잇는 스타작가 탄생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해리 포터 시리즈의 J K 롤링을 잇는 또 한명의 스타 작가가 탄생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주인공은 미국 전업주부 출신의 소설가 스테프니 메이어(34).10대 소녀와 뱀파이어의 사랑을 그린 ‘트와일라잇’은 현재 3편까지 나왔고 오는 8월 4편이 출간된다. 예약주문을 받고 있는 4편은 벌써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명단 8위에 올라 있다. 트와일라잇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메이어의 책은 지금까지 모두 530만부가 팔렸고, 최근 1년새에만 400만부가 팔렸다. 특히 지난해 해리포터 마지막 편이 출간된 직후 발표된 3편은 해리포터를 제치고 각종 베스트셀러 명단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라고 타임은 전했다. 모르몬교도로 세 아들의 엄마인 메이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소설가가 됐다.2003년 6월1일 젊은 여성이 뱀파이어인 잘생긴 남성과 사랑에 빠진 꿈을 꾸었다. 꿈이 너무나 생생해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는 못배겨 석 달 만에 밤을 새워가며 500페이지 첫 책을 완성했다. 갓난 아이를 왼손으로 안고 얼르면서 오른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렸다. 이 같은 설정들이 해리포터의 롤링을 연상케 한다. 타임이 꼽은 롤링과 메이어의 공통점은 현재를 배경으로 판타지를 그린다는 것이다. 롤링은 마법사를 통해, 메이어는 뱀파이어를 각각 통해서다. 또 이들의 팬들은 소설만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속 주인공들처럼 생활한다. 마법사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고, 팬클럽을 결성하듯, 뱀파이어 복장을 하거나 붉은 색 컬러렌즈를 끼고 모이는 메이어 팬클럽에는 20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입돼 있다. 팬사인회가 열리면 수천명의 팬들이 줄을 서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메이어의 소설들은 롤링의 해리포터와 달리 줄거리가 복잡하게 꼬여있지 않고 단선적이다. 해리포터가 영국식 절제미가 있다면 메이어의 소설에는 감정의 표현이 풍부하다. 트와일라잇은 오는 12월 영화로 제작돼 개봉된다. 현재까지는 해리포터가 간 길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킬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kmkim@seoul.co.kr
  • 비루한 인물들의 애면글면한 삶

    구수한 입담꾼 손홍규(33)가 두번째 소설집 ‘봉섭이 가라사대’(창비 펴냄)를 내놓았다.2005년 첫 소설집 ‘사람의 신화’를 낸 지 3년,2006년 장편 ‘귀신의 시대’를 출간한 지 2년 만이다. 10편의 단편이 묶인 이번 소설집은 신화적 모티프를 활용한 전작 ‘사람의 신화’에 비해 한층 현실감이 더해졌다. 전작의 신화적 요소를 조금 덜어낸 공간엔 부조리한 현실에 부대끼는 비루한 인물 군상의 애환이 들어섰다. “신화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경계를 모색하려고 했습니다.” 작가는 이런 맥락에서 가장 충실하게 표현된 ‘봉섭이 가라사대’와 ‘이무기 사냥꾼’이 특히 애착이 간다며 현실 사회에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서로가 믿어줌으로써 가슴을 열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제 한국전쟁이라는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한국전쟁의 의미를 파악해 우리 삶에 투영시키고 싶다는 그는 “원고지 3000장 규모의 장편을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국은 작가로서 나를 발견해준 첫 나라”

    “한국은 작가로서 나를 발견해준 첫 나라”

    ‘개미’‘뇌’‘파피용’ 등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국내에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7)가 6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한국은 작가로서 나를 발견해준 첫번째 나라이며, 내가 프랑스에서 알려진 것은 한국에서 알려진 이후”라면서 “한국은 나한테 친구같은 존재이고,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 가는 나라”라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9년 작업 끝에 ‘신´ 3부작 완간 한국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한국 독자들은 프랑스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아 편안함으로 인해 나태해진 프랑스인들보다 과학, 기술, 미래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덕분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9년간의 작업 끝에 ‘우리는 신’‘신들의 숨결’‘신들의 미스터리’ 등 ‘신’ 3부작을 완간해 지난해 프랑스 현지에서 출간했다.“‘우리는 신’은 ‘개미’보다 3배나 더 팔려 지금까지의 내 작품 가운데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우주에 관한 이야기로, 모든 동·식물과 인물들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해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큰 프로젝트였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불안감 넘어서려 글 쓰기 시작” 그를 작가로 만든 원동력은 ‘불안증’이었다.“불안감을 넘어서기 위한 치료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주위반응이 좋아 책을 냈다.”며 “작가가 되지 않았더라도 글을 계속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도 오전 8시30분부터 12시까지 카페에서 글을 쓴다는 그는 글을 쓰기 전엔 항상 신문을 읽는다고 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곧 “세계에서 일어나는 별로 좋지 않은 일들에 대한 대응”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월드사이언스포럼’ 세미나 참석차 내한한 그는 26일 오후 4시 교보문고 사인회,27일 종로 KT아트홀 ‘해피 베르베르 데이 콘서트’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나쁜 기업/한스 바이어·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나쁜 기업/한스 바이어·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친환경’‘친소비자’를 내세운 글로벌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는 결국 노동력 착취, 인권탄압, 독재정권과의 협력, 환경파괴 등의 진실을 감추는 포장지” 깔끔한 기업 이미지로 ‘자동’연결되는 갈색 조개 마크. 다국적 석유회사 셸의 로고이다. 기업정보에 밝은 꽤 많은 석유 소비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셸이 서아프리카 지역의 사회사업에 거액을 기부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세상사람들은 까맣게 모를 것이다. 셸이 나이지리아를 사업거점으로 삼으면서 현지 수천 가구의 생계를 위협하고 40억 유로(1992년 현재)에 맞먹는 환경훼손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부도덕한 세계 기업들 실명으로 고발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식을 앞장서 떠벌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린 이면을 들춘 책이 ‘나쁜 기업’(한스 바이어·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프로메테우스 펴냄)이다. 독일 르포 작가인 글쓴이들이 부도덕한 세계 기업들을 실명을 들어 고발하는 수위는 기대치 이상이다. 다양한 근거자료와 통계수치를 개정판(2003년)을 내면서까지 보충한 덕분에 철저히 객관성이 담보된 기업비판서가 됐다. 서두에 등장한 셸은 콘체른(독점력을 발휘하는 거대 기업집단)의 파렴치한 기업행태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1995년 셸은 석유시추 시설인 브렌트 스파를 북해에 수장 폐기하려 한 적이 있었다. 환경단체를 위시한 수백만 명의 시위대는 당시 그 안건이 철회될 때까지 셸 주유소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 와중에 나이지리아의 유명 저항운동가의 살인사건에 셸이 연루됐고, 기업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셸이 6000만 유로를 나이지리아 자선활동에 밀어넣은 건 그 즈음부터였다. 기업광고 예산에 비하면 푼돈이었으나, 이미지 개선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셸의 자선활동은 일제히 전세계 미디어를 탔다. 해마다 나이지리아 남부 빈민학교와 보건시설에 6000만 유로를 기부하는 ‘도덕’기업으로 인식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는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생산여건을 개선하는 데는 지갑을 열지 않는 콘체른들을 책은 집중 성토한다.“대부분 거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란 선전용 개그에 불과하다.”는 원색적 비난이 전제된다.“‘친환경’‘친소비자’를 내세운 글로벌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는 결국 노동력 착취, 인권탄압, 독재정권과의 협력, 환경파괴 등의 진실을 감추는 포장지”라는 주장이다. 독일에서 출간된 즉시 몇몇 기업의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로 책의 고발의식은 신랄하다. 아예 세계 악덕기업의 순위를 매겼다. 저자들이 지목한 파렴치 기업 ‘톱3’는 아스피린을 만드는 세계적 제약회사 바이엘, 석유회사 엑손 모빌, 바비인형 제조사인 마텔.“바비인형은 중국인 여성근로자들에 대한 비양심적 노동착취로 이뤄낸 결과물”이라고 폭로한다. 책에 따르면, 특히 바이엘은 이윤을 위해 한 나라의 내전까지도 악용하는 부도덕 기업의 전형이다. 자매회사인 슈타르크가 이동전화의 주요 부품으로 각광받는 금속 ‘콜탄’으로 막대한 이익을 손에 넣은 이면을 낱낱이 까발렸다. 콜탄의 세계적 주산지는 콩고. 무기자금을 마련하려는 콩고 반군과의 불법 음성거래를 통해 콜탄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저자들은 광물 바이어로 위장해 취재했다. 바이엘이 위험천만한 콜탄 광산에서 어린 아이들의 노동착취를 묵인했음은 물론이다. ●바이엘·엑슨 모빌·마텔 세계파렴치기업 톱3 인간을 ‘원료’로 취급하는 기업 현장은 세계 곳곳에 널려 있었다. 거의 예외없는 서구 제약회사들이 최대한 빨리 신약의 효력을 확인하기 위해 미개발 국가들의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는 고발은 섬뜩하다. 세금과 규제가 엄하지 않은 나라를 찾아 의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환자를 ‘실험용 모르모트’로 동원하는 게 상례화됐다는 것. 저자들은 제약회사 관계자로 위장해 이메일로 병원장의 반응을 떠보는 위험한 작업을 감행했다. 삼성도 이들의 감시망을 피해 가진 못했다. 멕시코 하청업체에서 임신부를 채용하지 않기 위해 불법 임신테스트를 했다는 사실 등을 공개했다. 책은 지구촌 경제를 움직이는 50여개 거대기업들을 고발대상으로 삼았다. 신자유주의의 달콤한 우산 너머로 진실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자고 촉구한다. 부도덕 거대기업에 항의서한을 보낼 수 있는 주소와 담당자까지 특별부록으로 실었다.1만 6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아르마니 패션제국/레나타 몰로 지음

    1980년대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는 부유층 여성만 상대하는 남창에 관한 이야기다. 상류층 여성을 만나면서 시시각각 매력적이고 이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변신이 눈부시다. 당시 주인공을 맡은 리처드 기어가 바꿔 입고 나왔던 정장은 곧바로 패션리더들의 화두로 등장했다. 은근하면서 우아하고 기품있는 스타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떠오르는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잭 니콜슨,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구매했다.1975년 문을 연 패션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불과 5년여 만에 세계 최고의 명품브랜드 반열로 오르는 순간이었다.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74). 세계 37개국 290여개 매장에서 연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패션왕국의 제왕이다.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레나타 몰로가 쓴 그의 전기 ‘라이프스타일 창조자 아르마니 패션제국(이승수 옮김, 문학수첩 펴냄)이 출간됐다. 저자는 아르마니의 친구 등 주변 인물들을 공략해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베일 속에 가려진 그의 실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길지 않은 역사의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남성과 여성을 섞는,‘성 융합’이었다.1970년대 화려하게 멋을 낸 여성복 트렌드에 도전한 아르마니는 중성적인 우아함을 갖춘 실용적인 패션으로 승부했다. 또한 딱딱한 이미지의 남성복 트렌드에 맞서 회색과 베이지색을 합친 ‘그레이지’ 색상으로 은은함과 실용성을 강조한 패션으로 남성복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변신시켰다. “조명, 사진작가, 관객들이 모두 앉아 있습니다. 패션쇼가 시작돼야 하는데 의상들이 없는 겁니다. 이것이 내가 자주 꾸는 악몽입니다.” 아르마니의 고백은 완벽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의 이미지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1만 2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 버리면 나라가 타락”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 버리면 나라가 타락”

    81세의 노학자 머리 위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소정(小丁)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빗방울을 피해 한 그루 느티나무 아래 섰다.“35년 전 명상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어 심은 나무”라고 했다. 느티나무를 심었을 즈음, 그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생애 첫 번째 해직을 당했다. 여린 느티나무 묘목이 튼튼한 나무로 자라는 동안, 그도 험한 세월을 거치며 한국 사회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최근 그가 자신의 삶과 학문역정을 담은 회고록 ‘겁 많은 자의 용기’(삼인 펴냄)를 출간했다. 회고록은 옹골찬 나이테를 갖기까지 그가 헤쳐온 시대와의 분투기다.23일 서울 쌍문동 그의 자택은 물기 머금은 잎새들로 푸르렀다. ●벌벌 떨면서도 해야 할 말은 하고만 사람 이 교수는 스스로를 ‘겁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시험지만 보면 떨었다.”고 했고, 교수가 돼서도 “회의 때면 떨면서 발언했다.”고 했다. 그는 벌벌 떨면서도 해야 할 말을 하고 맡아야 할 역할을 마다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1970∼80년대 함석헌, 문익환, 김대중 등과 민주화운동을 선두에서 이끌었고 미국 행정학이 휩쓸던 60년대에 1세대 행정학자로서 한국적 행정학의 기초를 닦았다.17번 잡혀가 3번에 걸쳐 5년간의 옥살이를 했고,3번의 해직으로 9년 8개월간 강단에서 내쫓겼다.59년 고려대 최초의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해 73년까지 거의 모든 전공과목을 도맡아 가르쳤고,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던 주류 ‘발전행정학’을 거부하고 ‘일하는 조직’과 ‘개인을 존중하는 조직’을 탐구하는 비주류 행정학을 택했다. 그는 “민주화운동가와 행정학자란 각기 다른 두 역할이 상하간, 경쟁적 정당간 협력을 통해 사회의 가장 비참한 노동자와 농민을 보살피는 ‘협력형 통치’란 학문적 화두를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회고록의 부제는 ‘지켜야 할 최소에 관한 이야기’다. 이 교수는 ‘정도를 넘어선 최대’가 아닌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를 고집하는 최소주의자다. 그는 “지켜야 할 최소를 지킨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지킨다는 뜻”이라고 말한다.“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을 버리는 일은 자신을 타락게 하고, 공무원이 지켜야 할 최소를 버리는 것은 나라를 타락게 한다.”는 지적이다. 어렸을 땐 장남으로서 동생을 때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최소였다면,3·1민주구국선언(1976)으로 투옥됐던 추운 겨울날엔 몸 녹일 수 있는 더운 물 한 모금이 최소였다. 최소를 지키는 자세는 그에게 정당성 없는 현실정치에 부딪히게 하는 동력이자 행정학 이론을 성찰케 하는 거울로 작용해 왔다. 그 자신 ‘행정의 최소조건 5부작’(‘북한 행정권력의 변질요인에 관한 연구’‘자전적 행정학’‘논어·맹자와 행정학’‘인간·종교·국가’‘협력형 통치’)이라 부르는 연구 결실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교수는 “통치자의 자의적인 지배로 사회가 왜곡될 때 이를 바로잡고 올바른 상태로 관리해나가는 것이 행정학의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행정학 교육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며 조직이 아닌 인간 위주의 행정학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켜야 할 최소에 관한 이야기’ 이번 회고록 집필은 이 교수가 생애 마지막 책으로 계획한 ‘새 문명에서의 공직자’(‘새 문명’)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이다.‘새 문명’은 그 자신 살아온 일생의 삶을 반추해 행정학과 통합시키는 작업으로, 책을 쓰기 위해선 회고록 집필이 필수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가 보기에 새 문명에서 공직자가 지향해야 할 바 역시 ‘최소’다.“새 문명에서는 최소자가 최대로 돋보여야 하고, 공직자는 전체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서 최소자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 정부 정책과 이를 실행하는 공직자들을 향한 쓴소리도 ‘최소’의 관점에서 날이 서 있다. 이 교수는 “영어몰입교육을 둘러싼 현 정부의 우왕좌왕과 최근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아이들을 일류대에 많이 보내는 걸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면서 “경쟁, 일자리, 돈을 우선에 놓는 경제제일주의 행정은 결코 올바른 행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자란 행정의 미시 현상”이라면서 “사람이 하는 것이 행정이며 행정의 최종 생산물도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회고록 말미에서 “나는 93세까지 살 작정”이라고 공언했다. 처음 구속됐을 때가 46세였으니, 꼭 그만큼의 삶을 살고 한 해 더 살면 93세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년, 그동안 그는 세 가지 질문을 놓고 끊임없이 자문할 생각이다.‘너는 왜 마지막을 중요시하는가?’‘너는 어떠한 죽음을 가장 의미 있는 죽음으로 보는가?’‘너는 왜 책을 쓰다가 죽고 싶은가?’ 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뉴라이트측의 역사인식 비판

    뉴라이트측의 역사인식 비판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이 주축이 된 교과서포럼(공동대표 박효종, 이영훈, 차상철)이 지난 3월 펴낸 ‘한국 근·현대사’(기파랑 펴냄)는 학계 안팎으로 태풍의 눈이 됐다. ‘대안교과서’를 자처한 이 책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근대화를 이뤄냈다는 주장을 내세워 ‘일본판 후소샤 교과서’라 불릴 만큼 논란을 일으켰다. 이승만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을 치적 중심으로 기술해 거센 비판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를 반박하는 기획강좌가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열린다.5월14일∼6월18일 열리는 강좌의 주제는 ‘대한민국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학술대회 형태는 아니지만 ‘한국근현대사’ 출간 이후 각 분야별 학자들이 책의 논점에 대해 조직적으로 정면 대응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좌에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허수열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병천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 6명의 학자가 참여한다. 참여사회연구소 측은 “올해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인데, 잘못된 역사 인식을 지닌 사회에는 새로운 60년에 대한 미래도 없다고 판단했다.”며 “뉴라이트 측이 교과서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형태를 취한 만큼, 잘못된 역사인식에 경각심을 갖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형성해나가겠다는 취지에서 강좌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첫 순서로는 한홍구 교수의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가 마련된다. 여기서는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긍정하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의 역사인식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정용욱 교수는 ‘해방 전후사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통해 해방 전후사가 분단 혹은 건국의 역사인지를 묻는 기존의 이분법적 인식에 반대, 균형잡힌 역사 인식을 모색한다. 허수열 교수는 ‘식민지경제의 근대화’를 뒷받침하는 통계의 허실을 가린다. 이병천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의 주체가 과연 누구였으며, 박정희식 경제성장이 한국경제에 남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본다. 한홍구 교수는 “‘한국근현대사’에서는 양민학살, 일본 위안부는 한줄로 처리하고 이승만에 대해서는 몇 페이지에 걸쳐 써놓았는데 공이 있다 해도 과는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봉 교수는 “우리나라는 남북한 모두 위로부터의 폭력에 의해 건국된 나라인데 현재는 국가가 공공성 대신 돈 버는 일에 집착하고 있다.”며 “이런 내부적인 위기에 경고음을 내는 게 학계의 사명”이라고 말했다.(02)723-5051.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대사많은 멜로영화 받아쓰기 교재로 ‘굿’

    대사많은 멜로영화 받아쓰기 교재로 ‘굿’

    “사연이 있는 영어를 구사하라.” 국내 토종 영어의 달인인 LSG 스카이셰프의 김인철(41) 영업팀장이 추천하는 ‘영어 말하기’ 비법이다. 영어 공부하는 데 거창하게 무슨 사연씩이나 등장하나. 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얘기다. 외국사람과 만나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인데 실력이 달려서 못하는 표현이 있었다면, 외워서라도 자기 것을 만들어놓고 다음번엔 꼭 써먹으라는 충고다. 그는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꽤나 알려진 유명 ‘영어강사’다. 아시아나항공에 다니던 시절 회사 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냈던 생활영어 메모들을 묶어서 ‘영어 왕따 이모대리 기살리기’라는 영어책도 펴냈다. 당시 김 팀장 스스로 그런 식으로 영어실력을 다졌다. 김 대리 사이트에 연재됐던 그의 영어강좌는 2만여명의 회원이 가입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문강사 뺨치는 영어실력을 갖췄지만 그는 지금껏 영어학원 한번 다녀본 적 없다. 해외연수도 가 본 적이 없는 순수 국내 토종파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카투사를 갔다 오면서 독학으로 영어를 꾸준히 공부해왔을 뿐이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계열사로 아시아나항공 등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지금의 회사에서도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이 자주 있고, 출장 갈 일이 워낙 많아 영어는 필수다. “군대 졸병 때 하루는 야외훈련을 나갔는데 미군 중대장이 ‘어드밴스 파리’ 어쩌고 저쩌고 그러는 거예요.‘아, 훈련 끝나고 파티를 가는가 보다.’하고 내심 기대가 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선발대(An Advance Party)’를 말하는 거였더군요.” 군대에서 처음 두세 달은 말문이 안 트여 고생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속어(slang)는 물론 욕까지 따로 배우는 오기로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가 효과를 봤다고 권하는 영어 말하기 비법의 첫번째는 무엇일까. “하루에 3∼5개 정도 자기만의 영어표현을 수첩에 번호를 매겨가며 적어나가는 겁니다. 영어책에 나온 것도 좋고, 영자신문도 좋지만 무조건 베껴서는 안 되고 자신만의 표현으로 소화된 것들이어야 합니다. 하루도 빼먹어서는 안 되고…. 적어놓은 표현들은 무조건 외워야 되고…. 세 개씩 한 달을 하면 100개 가까운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는데,100개라면 100마디는 영어로 할 수 있다는 얘기죠.” 두번째로 듣기와 말하기는 함께 공부하라고 김 팀장은 강조한다.“영화도 좋은 교재가 됩니다. 치고 받고 싸우기만 하고 대사는 별로 없는 액션영화보다는 멜로영화가 훨씬 도움이 되죠. 웬만큼 실력이 쌓이면 영화를 보면서 받아쓰기를 해보고, 나중에 스크립트와 비교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구어적인 표현이나 속어도 많이 알아두면 대화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도 외국사람이 ‘골때리네.’라고 한국말로 하면 ‘저 친구 우리말 좀 하네.’라고 생각하잖아요.” 사적인 메모를 영어로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회화를 하거나 영작을 할 때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쉬운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틀려도 좋다.’는 두둑한 배짱을 갖는 것은 기본이다. 김 팀장은 “앞으로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나눠주고 싶다.”면서 “조만간 비즈니스 영어에 관한 책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007 괴담과 베이징올림픽

    007 괴담과 베이징올림픽

    영국 비밀첩보부의 살인면허소지자 007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작가 이언 플레밍 탄생 100주년이 5월로 다가왔다. 또한 이달은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본격 007 영화 <닥터 노>가 미국서 개봉된 지 45주년이 되는 달이다. 티베트 폭동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8월에는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열릴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옛 소련·동구권을 붕괴시켰다는 주장이 있다. 생중계된 한국의 발전상에 자극받아 민중이 “공산주의 때문에 서유럽은 몰라도 한국보다 더 못살게 됐다”는 분노를 느꼈다는 것이다. 주요 언론이 다룬 이 말이 실감나는 것은 바로 그 때 나 자신 해외를 누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올림픽 직후 경제 시찰단원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예컨대 산동성장과 요령성장이 베푸는 만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식사를 같이한 중국의 지식인들 입에서 한국에 대한 찬사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었다. 나는 이후 비즈니스로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구소련 권에 수십 차례 왕래를 하였으며 아예 1995년부터 5년간 이들 나라에 주재하면서 합작투자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CEO를 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우크라이나 키에브에 대우지역본사 사장으로 한창 근무할 때에는 러시아계 마피아가 나를 습격할지 모르니 주의하라는 우리 대사관 정보담당 서기관의 주의를 받고 있었다. 마침 남아공에 주재하는 권 사장이 괴한이 쏜 흉탄에 맞아 목숨을 잃자 키에브 신문에 누군가가 이 기사를 크게 실었다. 나를 위협한 셈이었다. 나는 출퇴근길을 번갈아 바꿔가며 움직였고 항상 가스총을 호신용으로 차에 두고 다녔다. 대우자동차가 합작 투자한 ‘아우토자즈’사가 한국 승용차를 조립해 팔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 중고차수입 마피아들이 수입이 크게 줄면서 판매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들은 러시아 킬러들의 원정 지원을 받아 얼마든지 보복하는 일을 꾸밀 수 있는 입장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나는 우크라이나의 쿠츠마 대통령 산하 경제개발전략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소련 시절 핵무기미사일제조 공장장 출신이었다. 나의 사업 파트너 중에는 소련 KGB출신도 몇몇 있었다. 당시 소련권의 기업가를 포함한 지식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흥미 있는 부분이 있었다. 소련의 붕괴에 007영화 시리즈가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는 한탄이었다. 왜냐하면 소련인들도 소련이라는 국가조직과 소련 첩보원을 악당시 하는 그 영화들을 비디오로 즐겼다는 것이다. 007시리즈는 속속 영화화되어 전 세계에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다녔다. 그 원천인 제임스본드를 처음 등장시킨 소설 《카지노 로얄》을 출간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하여 작가가 숨을 거두고 나서 2년 뒤인 1966년까지 1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해마다 한 권씩 007 시리즈를 소설로 출간하는 왕성한 작가활동을 하였다. 신문기자 경력은 있다 하지만 2차 대전 때 영국 해군 정보부장의 부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소설가로 변신, 약 10년간 혼자서 14권의 방대하고 복잡한 007 추리소설들과 다른 3권의 책을 줄기차게 출판해냈다는 데 그의 괴력이 있다. 그 후에 자료를 보니 적어도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1965)는 작가가 사망한 후 다른 이가 써서 완성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1962년의 <닥터 노>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007영화 시리즈가 벌어들인 총 극장수입은 현재 시세로 111억 달러로서 한화로 치면 10조 원이 넘는다. 그밖에 비디오게임과 DVD, 유사소설의 홍수로 엄청난 부대수입을 올렸다. 007유사소설도 쏟아져 나와 그 수가 50편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007의 저주, ‘그가 찍으면 죽는다’ 제임스 본드의 적은 누구인가.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가 블로펠드라는 악당이다. 그는 스펙터라는 NGO(민간기구)의 책임자로서 테러와 살인, 복수, 고문 등을 자행한다. 독일인과 그리스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인물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에서 경제학, 철학, 공학을 전공한 인텔리로서 세계 슈퍼 파워를 이간질하여 야심을 성취하려 한다. 그는 6권의 본드 시리즈에 등장한다. 또 다른 악당이 닥터 노(노 박사)이다. 중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처음엔 공산 치하의 중국대륙 범죄조직 ‘통(堂)’의 재무부장이었다가 나중에 스펙터 테러조직의 간부가 된다. 소련의 정보부(KGB)나 소련 방첩부대인 스머시(SMERSH)와 협조하면서 영미의 정보조직에 대항하여 서방세계를 괴롭힌다. 소련 스머시의 멤버들도 직접 등장한다. 위장 간첩 골드핑거, 살인 여간첩 로자 클렙 대령, 부두교 교주를 겸한 악당 미스터 빅, 전쟁광 코스코브 장군, 남미의 마약조직 두목 산체즈, 매춘과 도박으로 007과 대결하는 르 시프르 등이다. 소련 KGB출신으로는 건당 백만 달러씩 받는 살인마 파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지진으로 붕괴시키려는 맥스 조린, 석유재벌의 상속녀와 미묘한 사랑에 빠지는 살인마 레너드 등. 제3의 부류로는 영국을 배신하고 소련으로 넘어간 알렉스, 중국과 영미의 전쟁을 유발하려는 언론 마피아 엘리엇 카버, 미소 간의 핵전쟁을 유도하려는 스트롬버그,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미사일을 런던으로 겨냥하려는 휴고 드랙스, 마약 딜러이며 소련의 이중간첩인 CIA요원 크리스타토스, 소련의 전쟁광 올로브 장군과 짜고 서유럽에서 핵폭탄을 폭발시키려는 아프간 출신 카말 칸, 아프간의 아편 밀수에 관여하는 친 소련 무기상 브래드 휘타커, 석유 파이프라인 폭파 음모의 여주인공 엘렉트라, 특수 무기로 휴전선을 무력화시키고 남한을 정복하려는 북한군 문 대령 등이다. 모두 광범위한 국제적 배경을 가진 첩보전의 악역들인데 그들은 소련은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 등 유라시아 대륙의 여러 나라와 도시, 동남아, 서인도의 자메이카, 이슬람 국가들, 나아가 북한 등을 거점으로 한다. 007영화 16편이 파상적으로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할 즈음 그 주술(呪術)이 통했음인가, 1990년 소련은 급기야 붕괴된다. 007의 무대로 아프간 소재가 뜨는가 하자 이번엔 아프간의 탈레반정권이 축출된다. 2008년 3월 6일 소련 KGB출신으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며 악명을 날리던 세계 최대의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41세)가 태국에서 체포되었다. 이제 크게 보아 007의 주적(主敵)은 테러 NGO의 잔당이 일부 남아 있으나 대상국가로는 북한이 남은 셈이다. 과연 북한은 ‘007의 저주’를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북한인들이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바깥세상을 어느 정도로 보고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올림픽 개막과 때맞춰 007 시리즈 제22탄인 <퀀텀 오브 솔러스>가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결국 모스크바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11년 만에, 서울올림픽 이후 3년 만에 소련은 15개 공화국으로 해체되었다. 이제 남은 건 중국이 그 숱한 내분을 이겨내며 민주화로 가느냐, 이념고수에 머무느냐, 그것이 가장 궁금한 일이 되고 있다.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월간 <삶과꿈> 2008년 5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로라 부시 방송진행자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62) 여사가 NBC 아침 방송 ‘투데이’의 진행자로 변신한다. NBC는 17일 “로라 여사가 오는 22일 오전 9시부터 방송을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로라 여사는 이 시간대 주시청자인 여성들의 관심사를 소재로 다양한 인터뷰 등을 할 예정이다. 특히 22일은 민주당의 펜실베이니아주 경선이 치러지는 날이라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로라 여사는 이날 ‘투데이’를 진행하기에 앞서 딸 제나와 함께 최근 출간한 어린이 서적 ‘이걸 전부 읽어봅시다(Read All About It!)’에 대해서도 얘기한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엄마가 성형한 이유는…” 美서 책 출간

    “엄마가 성형한 이유는…” 美서 책 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성형외과 의사가 미국의 어머니 날(5월 11일)을 앞두고 ‘나의 아름다운 엄마’(My Beautiful Mommy)라는 아동서적을 출간했다. 이 책은 엄마가 성형수술을 왜 했는지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살즈하우더 박사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다.”면서 “이 책은 뱃살 제거, 유방확대, 코 성형수술을 한 엄마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캐릭터는 아이에게 “잘 봐라, 엄마가 나이를 먹으면 몸이 불어나고 더 이상 옷이 맞지 않게 된다. 의사가 몸을 바로 잡아주고 더 멋지게 보이게 해줄 거다.”라고 설명한다. 살즈하우더 박사는 “부모들은 보통 성형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성형을 했다는 한 어머니는 “난 내 아들에게 성형을 하게 하고 싶지 않다. 수술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 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수술은 나를 더 멋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명 리 미주 통신원 starlee07@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역사적으로 살펴본 일본 우경화 실체

    역사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주장, 북한 선제 공격론….1990년대부터 급부상한 일본사회 우경화의 단면들이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펴낸 ‘일본 우익의 어제와 오늘’(허동현 등 지음)은 일본 우익의 역사적 뿌리와 실체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책은 ‘우익의 출현과 시대적 흐름’ ‘우익의 주요 인물·단체·사상’ ‘우익과 보수정치의 상호작용’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 정치세력으로서의 ‘우익’이란 용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익이란 용어가 정착된 것은 1930년대 들어서다. 일본의 역사시계를 군국주의 시절로 되돌리려는 우익. 그것은 보수정치 세력, 무엇보다 천황제와 밀접히 연계돼 있다. 패전 이전 일본의 군국주의가 여성용 브래지어라면, 일본의 우익은 그 속에 든 찌그려뜨려도 원형으로 돌아가는 형상기억합금, 천황은 호크라는 말이 있다. 침략의 과거사를 성찰하지 않고 영광의 기억에 머물려는 일본의 우경화 현상은 그만큼 집요하다는 얘기다. 숙명여대 박진우 교수는 “아키히토 이후 일본의 평화주의·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천황상과 황실상이 정착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익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여전히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천황제가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전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현재 일본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우익활동 관여자는 약 12만명, 우익단체는 1700개에 이른다. 그러나 호남대 일본어학과 김태기 교수는 “일본 국민의 우경화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한다. 일본 국민의 우경화는 폐쇄적인 일본 민족주의의 지향이라기보다는 경기 불안, 사회적 정체성의 혼란,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반감 등 현실도피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에 의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도 비중있게 다룬다. 경희대 허동현 교수는 일본 역사 왜곡을 비판하며 우리도 국사교과서를 반성적·비판적 입장에서 성찰할 것을 주문한다.“타자와의 공존을 지향한다면 저항적 민족주의에서 기인하는 배타성과 우월의식 같은 우리 안의 ‘특수’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의 전체상을 역사적으로 살핀 이 책은 각주를 달지 않는 등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쓰여졌다는 데 미덕이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장편 ‘귀족’ 출간 앞둔 마광수

    장편 ‘귀족’ 출간 앞둔 마광수

    “힘든 일을 여러번 치른 탓에 이제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됩니다. 요즘 시중에 나가보면 내 것보다 야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 데도, 오로지 내 작품만 보면 불령한 눈초리로 자꾸 검열을 하려고 들어요.”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57·연세대 국문과 교수)씨. 장편 ‘귀족’의 출간을 앞두고 문화비평집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에이원북스)를 먼저 펴냈다. 비평집은 1980년대 후반에서부터 최근까지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과 미공개 비평 등을 한데 묶은 것. 곧 출간될 ‘귀족’은 변변찮은 대학에 다니지만 준수한 외모의 남자 대학생과 30대 여성의 섹스 이야기. 등록금을 벌기 위해 웨이터 등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결국 호스트바로 흘러들어 몸을 파는 3류대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나나 그녀나 모두 몸을 파는 똑같은 신세인 데도, 그녀는 부자에게 몸을 팔아 돈을 많이 받으니 ‘귀족’이고 나는 몸 파는 여자에게 또 몸을 파는 처지이니 ‘천골’로 여기는 것이지요.”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요즘 대학생들의 삶의 정황을 살폈다는 마 교수는 “‘귀족’의 원고가 이미 출판사에 넘어가 있다.”고 귀띔한다. 마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숱한 곡경(曲境)을 치러야 했다.1989년 수필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펴내 강의권이 박탈됐고 1992년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가 출간되자 외설이라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재임용 탈락 위기와 이에 따른 정서불안증, 제자의 시 표절로 인한 폐강…. 이런 파란곡절을 겪다 보니 그의 가슴 속에는 불만의 응어리가 칭칭 똬리를 틀고 있다.“‘즐거운 사라’가 나올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소득은 높아졌지만 문화의 민주화는 한참 멀었습니다. 내가 책을 펴내려면 자기 검열, 출판사 검열, 서점 검열, 간행물윤리위원회 검열, 검찰 검열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게 무슨 민주화가 된 나라입니까.” 마 교수는 여전히 의기소침해 있다.“내 책에는 이미 ‘주홍글씨’가 박혀 있어요. 출판사는 출판하기를 꺼리고, 설사 출판사를 찾더라도 검열을 거쳐야 하고….” 그는 ‘즐거운 사라’와 같은 작품을 쓰고 싶지만 검열에 걸리는 탓에 “안 걸리면서 야한 작품을 쓸 수 없을까 하고 목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소설·평론·수필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마 교수는 시를 쓰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시는 짧으니까 아무래도 함축적이어서 가장 예술다운 예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고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우리 문단에는 ‘문학은 교양을 줘야 한다.’는 계몽주의적 사고가 팽배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학 신성주의’에 빠져 너무 어려운 글들만 판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소설은 논문이 아닌 만큼 재미있고 쉬우며 리듬감이 있는 게 잘 쓴 글입니다.” 소설 ‘해저 2만리’의 작가 줄 베르느와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애드거 앨런 포를 좋아한다는 그는 “‘귀족’이 나온 뒤에는 또 다른 장편소설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제 시집이나 소설이 야한지 야하지 않은지는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나 욕하세요.”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책꽂이]

    ●내가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베르트랑 베르줄리 지음, 심민화 옮김, 개마고원 펴냄) ‘웰빙’과 ‘행복’이 절대가치가 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그러나 제품소비가 마치 ‘행복’인 것처럼 떠벌리는 소비사회의 유혹에 빠져 현대인은 ‘유사 행복’의 투망에 갇힌 채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책은 행복을 향한 우리시대의 열광을 ‘쾌락 필사주의’라 규정하며,‘내’가 행복해져야 하는 이유를 존재 자체의 소명으로 발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1만원.●다윈의 동화(데이비드 스토브 지음, 신재일 옮김, 영림카디널 펴냄) 자연선택 이론으로 대변되는 다윈주의가 현대의 과학적 도그마 가운데 가장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 아닐 것이라고 막연히 의구심을 품어본 적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찰스 다윈으로 대표되는 19세기 고전 진화론자에서부터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도킨슨 같은 오늘날의 신다윈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1만 8000원.●청춘을 산에 걸고(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김성연 옮김, 마운틴북스 펴냄) 스물아홉살에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을 등정했던 일본의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1941∼1984). 메이지대 산악부 시절부터 5대륙 등정 이후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동계 완등한 1971년까지의 10년을 생전에 고인이 생생히 기록했다. 책은 1994년 포켓북 형태로 국내 출간된 적 있으나 이후 절판됐다.1만 1000원.●눈과 마음(모리스 메를로-퐁티 지음, 김정아 옮김, 마음산책 펴냄) 현상학자 후설의 저작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인물로 평가받는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퐁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961년에 완성한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회화에 대한 전반적 성찰을 담았다. 세잔, 고흐, 자코메티, 렘브란트, 루오의 그림 등 회화작품을 철학적으로 읽어낸 미학에세이.1만 2000원.●네트워크 이코노미(이덕희 지음, 동아시아 펴냄) 강단에 안주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모델이나 만들어내는 경제학자들은 동화 속 요정들인가? 이런 비판에 동감한 저자가 “네트워크 시대에는 경제를 지배하는 원리가 다르다.”는 주장을 펴는 경제해설서. 세계가 신경망처럼 복잡하게 얽힌 이른바 ‘네트워크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 거래, 유통, 정보의 흐름 등 급속히 재편되는 경제사회의 질서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만 8000원.●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사상(P 새뮤얼슨·W 바넷 엮음, 함정호·진태홍 옮김, 지식산업사 펴냄) 레온티에프, 루커스, 솔로, 프리드먼, 새뮤얼슨 등 노벨상 수상자 8명을 비롯해 P 볼커,S 피셔 등 2명의 중앙은행 총재 등을 인터뷰한 글 18편을 모았다. 현대 경제사상 발전에 선구적으로 공헌한 저명학자들의 사상과 경험을 경제학 전반으로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다.3만 2000원.
  • 세계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가?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은 명지대·LG연암문고와 함께 추진하는 서양고서 국역출판사업의 일환으로 ‘그들이 본 우리’(Korea Heritage Books·살림출판사) 시리즈 1차분 세 권을 15일 첫 출간한다. ‘그들이 본 우리’ 시리즈에는 명지대·LG연암문고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만여점의 한국 관련 고서와 문서, 사진 가운데 엄선한 91종이 실린다. 번역원 측은 “이 가운데는 지금껏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자료와 유일본 등 희귀본이 적지 않다.”며 “동북아 지역 인문사회과학과 한국학 전반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될 도서는 ‘임진난의 기록-루이스 프로이스가 본 임진왜란’‘백두산으로 가는 길-영국군 장교의 백두산 등정기’‘조선의 소녀 옥분이-선교사 구타펠이 만난 아름다운 영혼들’등 세 권.‘임진난의 기록’은 16세기 임진왜란을 직접 목격한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의 서간문이다. 프로이스 신부는 당시 유일하게 제3국인으로 임진왜란을 목격한 주인공. 그는 임진왜란의 발발양상, 구체적인 한반도 침략과 평화협상 과정 등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내륙에서는 패배의 연속이지만 바다에서는 불을 뿜는 전함(거북선)으로 조선 수군이 우세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영국군 대위인 카벤디시와 굴드 아담스의 백두산 등정기다.1891년 백두산을 오른 이들은 서울, 원산, 갑산, 보천의 모습과 기온, 고도, 각 지역의 가구 등을 상세히 적었다. 당시 대표적인 민속화가인 김준근의 풍속화도 여러 점 실려 있다.‘조선의 소녀 옥분이’는 미국 감리교 여성선교사 미너바 구타펠이 쓴 9개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이 중 4편은 실화로 조선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이 사업은 세계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이자 우리를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출간 의의를 밝혔다. 번역원 측은 “현재 연간 평균 예산은 1억 5000만원으로, 매년 10종씩 10년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나 예산이 늘어나면 앞으로 5년내에 완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사진 무단도용 논란

    최근 출간돼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 펴냄)가 이번엔 사진 무단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는 “책을 쓴 교과서포럼이 위원회가 강제동원 피해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사진을 아무런 통보 없이 무단 도용했다.”고 8일 밝혔다. 위원회는 교과서의 판매중지와 전량회수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7일 기파랑 출판사에 보내는 한편,10일까지 처리결과를 회신해줄 것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출판사가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낼 방침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대한민국, 우주를 품다] 귀환우주인 ‘별’이 된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 박건형특파원·서울 박상숙기자|1961년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첫발을 내디딘 이래 지금까지 우주 비행은 단 474명에게만 허락됐다.우주인은 1년이 넘는 혹독한 훈련과 공부를 견뎌야 한다. 실제로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와 미국 존슨센터에는 10년 넘게 훈련만 받고, 우주행을 기다리는 예비 우주인들이 수십명이나 된다. 전 세계에 중계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 폭발사고에서 볼 수 있듯, 우주에 대한 열망은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는 ‘위험한 도전’으로도 여겨진다. 이소연씨가 타고 간 소유스 우주선 역시 20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차례 사고를 일으켜 수많은 우주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우주를 다녀온 우주인은 지구를 밖에서 바라봤다는, 그 진기한 경험만으로 엄청난 유명세를 치른다. 우주인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별을 쐈다’는 의미. 특히 최초 또는 유일의 우주인이 받는 대접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최초의 우주인인 양리웨이. 평범한 공군 조종사였던 그는 2003년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선저우 5호를 타고 21시간20분간 우주를 여행한 뒤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의 동상이 고향에 세워지고 교과서에 이름이 올랐으며, 그의 이름을 이용해 사업을 하려는 대기업들의 러브콜에 몸살을 앓았다. 또한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닐 암스트롱의 초청으로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를 방문하는 영광도 누렸다. 지난해 소유스 안에서 지구를 봤던 말레이시아 최초 우주인 세이크 무자파르 수코르는 정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현재 강연과 TV 출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국 최초이자 유일의 우주인 헬렌 샤먼은 왕실 명예기사와 대학교수가 됐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 우주인 클로디 에뉴레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고, 아시아 최초의 여성 우주인으로 기록된 일본의 무카이 지아키는 우주를 향한 그녀의 도전이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자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최소 수십년간 ‘최초, 유일’ 우주인으로서 명성을 누리게 될 이소연씨의 삶 또한 극적인 변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우주에서의 첫 경험’은 그녀의 몸값을 높일 전망이다. 다른 우주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TV 출연, 강연, 자서전 출간 등 숨가쁜 나날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또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그녀는 광고 모델로도 적격이어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들이 많을 듯하다. 그녀의 고향인 광주 서구 주민들은 공원에 ‘이소연 목련나무’를 심었으며, 정치권에서는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이소연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벌써부터 ‘이소연’이란 이름 석자는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kitsch@seoul.co.kr
  • 교과서, 재생용지로 만들면?

    “재생용지로 만든 교과서로 공부하게 해 주세요.”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재생용지로 교과서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은 교과서를 만드는 종이만큼 나무를 베지 않아도 돼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또 재생용지 교과서 자체가 환경교육의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 특수학교, 초·중·고등학교 국정교과서는 1억 1000만부 정도로, 이 중 검인정 교과서용으로 쓰인 종이만 해도 2만 4372t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 교과서는 모두 100% 천연펄프로만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사용한 종이 사용량은 총 860만t으로 국민 1인당 180㎏에 달한다.30년생 나무로 환산할 경우 1억 4600만 그루가 잘려 나갔다. 국민 한 사람이 3그루씩을 베어낸 셈이다. 만약 국정교과서를 재생용지로 제작한다면 연간 30년생 원목 110만그루를 살리는 효과가 나타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만 1000t 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해리포터’시리즈 7권 한국판 ‘해리포터와 죽음의 친구들’의 경우 100만부 정도가 재생용지로 출판되면서 30년생 나무 10만그루를 살리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국정 교과서 제작시 재생용지 사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였다. 녹색연합은 2009년 발행될 국정 교과서를 지구를 살리는 재생종이로 출판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촉구할 계획이다. 김희정 간사는 “재생종이 교과서는 숲과 기후를 보호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를 줄여 학습조건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재생용지 교과서 자체가 학생들에게 지속가능한 사회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환경교재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재생종이 교과서를 제작하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 인쇄감이 떨어지고 교과서에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재생종이는 오히려 일반 종이보다 가격이 비싸 경쟁력이 떨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예전엔 일부 교과서에 대해 재생용지를 쓰기도 했지만 인쇄감이 떨어지고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와 곧바로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리포터를 번역·출간한 문학수첩 조성환 상무는 “아직까지는 재생종이가 일반 종이보다 비싸 가격 메리트가 적고, 용지 수급도 원활치 않아 책을 출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책 읽기가 불편했다는 독자들의 항의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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