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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연휴 서점가 승자는 초등생 파워 앞세운 ‘흔한남매 17’

    추석 연휴 서점가 승자는 초등생 파워 앞세운 ‘흔한남매 17’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 둘째 주 서점가의 승자는 ‘초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등학생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만화 ‘흔한남매 17’로 확인됐다. 교보문고가 20일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9월 11~17일)를 보면 ‘흔한남매 17’은 출간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흔한남매 17권은 수수께끼 악몽에 갇힌 흔한남매의 좌충우돌을 그리며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다양한 스핀오프(파생작)를 내는 흔한남매 시리즈는 베스트셀러 20위 내에 여러 권이 포진했다. 새로 출간된 ‘흔한남매 흔한 게임 1’도 전주보다 5계단 상승한 11위를 기록했고, ‘흔한남매 과학 탐험대 11’도 4계단 오른 19위를 차지했다. 흔한남매의 선전으로 지난주 10위권 내에 있던 책들은 모두 한 단계씩 떨어졌다. 배우 차인표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2위, 정유정의 ‘영원한 천국’은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추석 연휴가 끼어 있다 보니 다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차인표, 정유정 소설 이외에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양귀자 ‘모순’, 백희성 ‘빛이 이끄는 곳으로’ 등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6권이나 포함됐다. 또 애플 TV ‘파친코 시즌2’ 방영에 맞춰 나온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도 지난주보다 18계단 상승한 26위를 차지했다.
  • 캔버스 속 직사각형 내면 향한 창, 작품

    캔버스 속 직사각형 내면 향한 창, 작품

    캔버스를 가득 채운 직사각형의 색면추상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창조한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 어떤 암시도 없이 그저 빨강, 노랑, 파랑, 검정 등 색색의 물감이 부드럽게 덧칠된 그의 그림 앞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고 당황하지만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다. ●그림으로 내면 탐색하게 한 로스코 작품을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그림이 내 안의 특정한 감정을 건드렸을 때 본능적으로 고이는 눈물. 관객이 그림과 완벽하게 교감하는 순간에 펼쳐지는 마법이다. 로스코는 이처럼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감정과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그림은 관객이 스스로 내면을 탐색하도록 이끄는 매개체이자 안내자였다. “그림은 동반자적 관계에 의해 살아나고, 섬세한 관찰자의 시선에 의해 확장되고 활력을 얻는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죽는다”고 로스코는 말했다. ●아들이 본 거장의 생애와 작품 해설 위대한 예술가이기 이전에 철학자, 사색가였던 로스코의 면모를 밀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로스코의 아들이 아버지의 생애와 작품에 관해 쓴 해설서다.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전시와 강연, 출판을 통해 아버지의 유산과 업적을 잇고 있다. 책은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읜 저자가 수십 년 동안 그림을 통해 마크 로스코라는 위대한 화가를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여정의 기록이자 성실한 탐구의 결과물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열 살 때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로스코는 1920~30년대엔 사실주의 화가였고, 1940년대 중반까지는 신화적 소재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 그림에 몰두했다. 하지만 풍경, 인물, 추상적 형태가 자신의 관심사인 인간의 보편적 감정과 경험을 전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색면추상으로 전환했다. ●“감정의 핵심에 닿고자 한 열망 담겨” 저자는 “(로스코의 그림은) 밖을 내다보는 창문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보는 창문이며 다른 어떤 곳보다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라며 “인간 경험의 본질을 다루고 감정의 핵심적인 부분에 닿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초기 구상화부터 가장 단순한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에 녹아 있다”고 해석한다. ●1930~40년대 원고 엮어 사후에 출간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은 로스코의 사상과 예술관에 좀더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통로다. 로스코가 색면추상화로 명성을 떨치기 전인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 사이에 쓴 원고를 사후 수십 년이 지나 아들 크리스토퍼가 정리해서 책으로 묶었다. 예술가로서의 고민, 조형성과 아름다움에 관한 비판적 인식, 공간과 신화 등에 대한 사유 등 로스코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출판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로스코는 1970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원고는 1988년에 뒤늦게 발견됐다. 하지만 유족의 망설임으로 책은 2006년에서야 출간됐고, 지난해 개정판이 나왔다.
  • [씨줄날줄] 폭염 우울증

    [씨줄날줄] 폭염 우울증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었다. 추석 연휴 내내 계속된 폭염은 ‘9월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추석 당일 광주의 낮 기온은 35.7도로 1939년 이래 가장 높았다. 열대야 기록도 새로 쓰였다. 춘천에서는 지난 18일 열대야가 발생했는데 58년 만의 ‘9월 열대야’였다. 지난해 출간된 ‘폭염 살인’의 저자 제프 구델은 그해 역대급 폭염을 예견하며 “2023년은 앞으로의 인류가 경험할 가장 ‘시원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견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폭염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2021년 영국 의학저널(The Lancet)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만명 정도가 폭염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5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로 이슬람 성지순례(하지) 기간에만 1300명 이상 사망했다. 인도 역시 5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6월까지 1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염은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폭염은 폭력성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WEF)은 ‘폭염과 정신건강’ 보고서에서 “주변 온도가 섭씨 1~2도만 올라도 폭력 범죄가 3~5%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가정폭력이 6.3% 이상 증가했다. 2021년 캐나다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 중 8%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도 폭염이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 거주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 증상 호소 응답률이 13% 더 많았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최근 폭염·한파 등 기후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폭염으로 우울증까지 생기는 마당에 철저한 대비책을 세웠으면 한다.
  • 더이상 ‘물’로 보면 안 돼…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더이상 ‘물’로 보면 안 돼…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지구 표면의 70 %, 인체의 60 ~70%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물’이다. 한때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처럼 물은 흔해 빠진 것의 대명사였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물을 둘러싼 문제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물이 다이아몬드만큼 귀해지는 세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경제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이 최근 출간한 ‘플래닛 아쿠아’의 주장과 결을 같이하고 있지만 서술 방식은 차이가 있다. 저자 피터 글릭은 세계적인 물 연구자로 역사적 측면에서 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는 인더스 계곡,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양쯔강 등 인류 초기 문명이 형성됐을 때부터 과학·산업 혁명기를 거쳐 물을 펑펑 써대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대까지 인류 역사를 세 시대로 나눠 물이 역사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본다. 첫 번째 물의 시대에는 농업의 보급으로 인류는 정착 생활을 하면서 초보적 댐과 수로를 건설하고 관개 시설을 개발했다. 두 번째 물의 시대에는 거대한 규모의 댐을 건설해 홍수를 막고 물을 저장하고 전기를 생산해 사용했다. 수천㎞에 이르는 수로를 건설하고, 폐수를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면서 비로소 현대 문명이 구축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구의 수자원이 영원할 것처럼 물을 사용하고 통제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런 시대는 과거의 일이 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현재는 세 번째 물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이며, 이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암울한 미래로 빠져들지,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세상으로 전환될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수자원이 부족한 세 번째 물의 시대에는 회수돼 재처리된 물이 소중한 자산이고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물 공급원”이라고 강조한다. 세 번째 물의 시대를 제대로 맞을 수 있는 기술은 모두 준비됐다. 문제는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을 두고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결단과 행동이 늦을수록 인류에게 남는 것은 파멸일 뿐임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 어린이·셀럽·문인들까지… “뭉크 덕에 행복했어요”

    어린이·셀럽·문인들까지… “뭉크 덕에 행복했어요”

    각계각층 관람객들 발길 이어져이병률 시집 표지가 된 ‘두 사람…’포스터 등 기념품도 대부분 품절20만 번째 관람객 “‘나’ 찾을 힘 얻어” “뭉크전 덕분에 아주 행복했어요.” ‘유럽 밖 최대 규모 뭉크 회고전’, ‘뉴진스도 본 전시’, ‘N차 관람 유행’ 등 수많은 화제를 몰고 온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은 마지막 날인 19일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는 이날 전시 시작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까지 뭉크전을 다녀간 총 관람객 수는 20만 5875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시 중 총 관람객 20만명을 넘어선 전시는 뭉크전을 포함해 단 2건뿐이다. 20만 번째 관람객에게는 도록 등 20만원 상당의 선물이 제공됐다. 행운의 주인공은 서울에 사는 장경아(34)씨였다. 애니메이션 관련 업계에 종사하다가 잠시 쉬고 있다는 장씨는 “판화를 많이 그렸던 뭉크가 재료나 주제, 표현에서 자기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진 예술가였다는 걸 이번 전시를 통해 배웠다”며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나도 ‘나만의 것’을 찾아 나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는 게 미덕인 한국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의 중요함을 알려 준 것 같다”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자신만의 ‘예술가적 면모’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 전시였다”고 했다. 뭉크 관련 다양한 기념품을 만날 수 있는 아트숍의 제품 대부분은 일찌감치 동났다. 작품 ‘달빛 속 사이프러스’(1892)가 담긴 포스터는 지난 8일, ‘절규’(1895)가 담긴 엽서는 추석 명절 시작 전인 지난 14일 재고가 소진됐다. 전시 도록은 모두 6500여부가 판매됐다. 올해는 뭉크의 조국이기도 한 노르웨이와 한국이 수교 65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지난 5월 22일 개막식에 이어 전시장을 자주 찾아 고국의 국민화가 뭉크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에 작품 9점을 대여한 노르웨이 오슬로 뭉크미술관의 토네 한센 관장은 지난 3일 이번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한가람미술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또 많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인기 걸그룹 뉴진스, 배우이자 화가 박신양, 아트테이너 권지안(솔비), 배우 김영민, 김찬용 도슨트, 정우철 도슨트, 소설가 김이설, 극작가 오세혁 등이 전시를 찾았다. 충남예고, 덕원예고 등 예술계 꿈나무를 비롯해 여주 장애인복지관, 과천 장애인복지관, 노인 미술사 모임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단체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전시를 보러 온 어린이 관람객이 많았다. 전시를 관람한 한혜수(12)양은 “뭉크는 그 어떤 화가보다도 슬프고 우울한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아냈던 작가 같다”며 “같은 주제의 그림에 채색을 다르게 해 또 다른 분위기를 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뭉크전을 다녀간 전문가들은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준 전시였다고 평했다. 김찬용 도슨트는 “뭉크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1,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데다 스페인 독감에 걸려 죽다 살아나는 등 늘 죽음의 곁에 있던 사람”이라며 “우울이나 고독, 공허 혹은 방황으로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막연히 ‘잘될 거야’라는 위로보다 자신의 경험으로 빚어낸 뭉크의 작품이 진정성 있는 공감이 됐다”고 했다. 뭉크전은 한국의 동시대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불어넣었다. 출판사 ‘달’ 대표인 이병률 시인은 이번 전시에서 뭉크의 그림 ‘두 사람, 외로운 이들’(1899)을 보고 감명받아 지난 7월 출간한 시집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의 표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전 세계 기도와 관련된 시를 모아 시집을 엮었던 이문재 시인도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책 표지에 실린 그림을 처음 보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에게 사랑받은 140점의 뭉크 작품은 상태 확인을 거친 후 전 세계 23개 소장처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 “결혼 못 해서 명절이 불행” 직장인 5배 수입 올린다는 미혼 유튜버의 ‘악플 응수’

    “결혼 못 해서 명절이 불행” 직장인 5배 수입 올린다는 미혼 유튜버의 ‘악플 응수’

    신아로미, ‘이 여자 결혼 못 해’ 악플에“명절에 갈 시댁 없어 슬퍼” 비꼬면서홀로 조지아 여행 만끽하는 일상 공유 1인 가구 일상과 여행 등이 주요 콘텐츠인 유튜버 신아로미(37·구독자 20만명)가 “결혼 못 하면 명절에 이렇게 된다”며 악성 댓글(악플)에 응수했다. 신아로미는 지난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숏폼(짧은 영상)을 통해 “불행하고 비참함 주의”라며 추석 연휴에 홀로 조지아를 여행하고 있는 모습을 공유했다. 신아로미는 자신의 저서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에 대해 “전체 분야 책 판매 1위 찍고 뉴욕 출판 에이전시와 책 수출 계약했다”고 다시 한번 자랑하면서 “그 후 한 달 넘게 홀로 조지아 여행 중”이라고 근황을 알렸다. 이어 “명절에 갈 시댁도 없고 슬퍼서 이부자리 정리하고 멍 때리다가 남편·애 밥도 못 차려줘서 슬프게 내 밥만 차려 먹었다. 심심해서 트래킹 갔다”며 여행 중 혼자만의 일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 정말 불행하다. 나처럼 불행하기 싫다면 결혼 꼭 해”라고 강조했다. 신아로미의 이 같은 발언은 혼자서도 잘 사는 일상을 공유하는 영상을 올릴 때마다 달리는 악플을 비꼬면서 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영상에서 한 네티즌이 자신을 향해 ‘이 여자는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 같은데’라고 외모를 비하하는 악플을 쓴 것을 공유했다. 신아로미의 구독자들은 “저도 결혼 못 해서 혼자 맥주 마시면서 축구 보고 오전 11시 넘어서 일어나서 쓸쓸하게 밥 먹고 카페에서 책 읽고 있다. 결혼한 사람들은 다들 남편 집 가서 전 부치고 애들 자랑하고 그러던데 나는 혼자 취미생활 하고 있고 너무 불쌍하다”, “저도 결혼 못 해서 추석 껴서 10일 동안 해외여행 갔다 왔다” 등 댓글을 달며 악플러를 비꼬는 신아로미에 동조했다. 신아로미는 지난 4월 올린 숏폼에서도 “안녕.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불쌍한 여자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혼자 사는 이야기에 대한 책이라서 소리소문없이 내 책 사라질 것 같았는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 되고 북토크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소개 역시 ‘아직 진정한 사랑은 못 해본 듯. 불쌍’이라는 한 네티즌의 악플을 받아치며 혼자여도 행복한 자신의 삶을 강조한 것이다. 신아로미는 “저는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결혼하고 그냥 살래? 불쌍한 사람 소리 들으면서 베스트셀러 작가 1위 해볼래?’ 그러면 고민 없이 지금 삶을 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악플러들을 향해 “악플 계속 쓰시라. 그러면서 기분 나아진다면 다행이다. 전 사람들이 뭐라 하든 잘 지내고 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신아로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면서 외신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신아로미는 지난 7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결혼하지 않은 게 내 인생의 가장 큰 성과”라며 “좋은 아내, 어머니가 되는 것을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어떤 사람들은 여성이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재앙이라고 한다”면서 “아이를 가지지 않아서 생기는 단점이 내게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FP는 “신아로미는 한국에서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요소인 서울 아파트, 고소득 직업, 배우자를 찾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신아로미는 “오히려 서울에서의 삶은 비참했다”며 “유튜브 영상으로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일할 때보다 5배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고,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을 산다”고 했다.
  • [단독] 문학은 분명히 세상을 바꾼다…사랑이 그 시작

    [단독] 문학은 분명히 세상을 바꾼다…사랑이 그 시작

    연대 의미 상실, 독선으로 변해이데올로기 아닌 인류에 집중가치 있는 예술, 정신을 드높여K팝 즐겨 듣고 김치 직접 담가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리는 튀르키예 문학의 거장 소설가 쥴퓌 리바넬리(78)는 원래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열리던 지난 7일 한국에서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국 직전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머리를 다치면서 방한 일정이 취소됐다. 한국에서 작가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앞서 사전 질문지를 보냈던 서울신문은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작가가 한국에 오지 못하게 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쉬워하던 차, 그가 튀르키예에서 답변을 보내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18일 전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설 ‘세레나데’ 등의 작품이 한국 독자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감사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지역의 차이를 뛰어넘는 ‘인간의 드라마’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제는 모두가 믿지 않는 아주 ‘오래 지속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신의 작품에는 여성 주인공이 많이 등장한다. “이슬람을 비롯한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여성들이 억압받는 걸 지켜봤다. 인간을 출산하고 기르고 돌보며 문명이 유지되게끔 하는 그들은 아주 오랜 기간 읽고 쓰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기회를 박탈당했다. 내가 여성의 권리를 온 힘으로 지지하는 이유다.” -2002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등 정치 활동도 했었다. 예술과 정치는 어떤 관계인가. “정치를 향한 열망은 없었다. 거의 끌려들어 갔다. 잠시 국회의원을 했지만 정치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정치는 어떤 예술가와도 맞지 않는 일이다. 정치인은 정확한 때에 정확한 말을 해야 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숨길 줄도 알아야 한다. 예술가는 반대다. 그들의 내면에 있는 것이라면 어떤 모순조차도 예술을 통해 전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렇다. 정치라는 ‘지저분한 게임’ 속에서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좌파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붕괴한 지 오래고 세계적으로 극우가 득세하는데. “사회주의는 이상적인 사고방식이었지만 자본주의가 부추긴 경쟁과 야망의 논리 안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단극화된’ 세계에서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연대의 의미를 상실한 우리는 점점 독선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나는 요즘 스스로 특정한 이데올로기가 아닌 ‘인류’에 집중하는 작가라고 여기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은. “나의 장인어른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 한국은 무척 가깝다고 느끼는 나라다. 한국의 역사와 문학, 영화를 보며 감탄한다. K팝도 즐겨 듣는다. 한국의 음식도 무척 좋아하는데 집에서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과거 유엔에서 만났던 반기문 전 총장에게 내 책을 선물한 적도 있다. 과거 튀르키예에는 많은 대중음악 잡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유일하게 K팝 잡지만 출간되고 있다. 블랙핑크, 모모랜드 등이 인기가 많다.” -문학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다. 변화는 마음에서 시작돼 행동으로 이어질 거다. 가치 있는 예술은 인간의 정신을 드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나는 여기에 헌신하고 있다. 내 노래 가사 중 이런 구절이 있다.(리바넬리는 튀르키예에서 작가뿐 아니라 가수,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한다.) ‘아름다움은 세상을 구하고 모든 건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말을 믿는다.”
  • [문화적 어린이]당신의 인권 감수성을 깨우는 8권의 그림책…바나나는 어떻게 ‘더 일찍’ 올 수 있었을까

    [문화적 어린이]당신의 인권 감수성을 깨우는 8권의 그림책…바나나는 어떻게 ‘더 일찍’ 올 수 있었을까

    ‘바나나가 일찍 도착하려면 택배 기사는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택배 기사가 새벽에 출발하려면 더 일찍 문을 연 주유소에 가야 한다. 주유소가 일찍 문을 열려면 주유소 직원은 더 일찍 지하철을 타야 한다.’ (그림책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일부) ‘사람들은 분홍 점에게 예쁘면 예쁠수록 좋다고 했어요. 파랑 점에게는 아주 못생기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했어요. 사람들의 말에 누가 더 마음이 불편할까요?’ (그림책 ‘두 점 이야기’ 일부) 차별과 불평등, 이주노동, 성역할, 폭력의 감수성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룬 8권의 그림책이 찾아온다. 이른바 ‘민주인권그림책’이라 불리는 시리즈는 지난 5월 출간된 정진호 작가의 그림책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부터 오는 10월 출간 예정인 서현, 소복이, 한성민 작가의 ‘멋진 민주 단어 그림책’까지 이어진다. 시리즈의 시작은 올 하반기 서울 용산에 개관을 앞둔 민주화운동기념관의 전시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과거 국가 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인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을 탄압하고 고문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보존, 전시와 교육 시설을 마련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시리즈의 기획과 저작 지원을 맡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그림책으로 다뤄 온 권윤덕 그림책 작가에게 프로젝트의 감독을 부탁했다. 권 감독은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영철 전시 총감독이 앞으로 기념관에 특히 가족, 학생 등 단체관람 등이 많을 텐데 민주주의와 인권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 장르로 그림책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민주인권을 너무 작게 규정하지 말고 생각과 표현을 마음껏 자유롭게 펼쳐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참여 작가는 권 감독을 필두로 그림책 연구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함께 결정했다. 권 감독은 “민주인권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있거나 그런 작업을 해온 작가를 선정했다”며 “진행 과정 역시 민주적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되는 작가’도 선정 기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계절출판사와 협업으로 출간하는 시리즈는 모두 8권이다. 이중 5권이 이미 출간됐고 나머지 3권은 다음달 출간된다. 앞서 출간된 그림책을 살펴보면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일상 속에서 공감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아냈다. 먼저 정진호 작가의 그림책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문장들은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 작가는 최근 사계절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8146버스가 출발 시간을 15분 앞당긴다는 기사와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버스가 3시 50분에 출발하려면 버스 기사는 몇 시에 집에서 나와야 하는 걸까, 또 그 버스를 정비하는 사람은, 그 정비소는? 이렇게 생각에 꼬리를 물었던 게 이 책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장재은 작가는 ‘타오 씨 이야기’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 작가는 대구 성서공단을 직접 취재하며 일터의 풍경을 낱낱이 그렸다. 복잡한 기계와 날카로운 부품 조각이 널브러진 공장 내부, 미등록 외국인 단속 기간의 한산한 시장. 생생한 묘사와 더불어 칸의 흐름을 예민하게 연출해 인물의 생활 감정을 담아냈다. 권정민 작가는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를 통해 무엇이든 비교하고 수치화하게 만드는 ‘측정’의 본질에 주목해 독특한 형식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림책에서 측정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고양이는 기초, 심화, 종합 단계에 맞춰 측정을 수행한다. 그림책을 읽을수록 고양이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에 유일하게 해외 작가로 협업한 요안나 올레흐, 에드가르 봉크는 ‘두 점 이야기’를 통해 아주 오랫동안 묵은 성역할의 그릇된 인식을 짚어낸다. 이명애 작가의 ‘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는 우리 안에 숨어 있던 폭력성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구에 빗대어 그려 낸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을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마련한다. 다음달 3권의 민주인권그림책이 독자들을 찾아온다. 조원희 작가의 ‘호두와 사람’을 비롯해 3명의 작가가 함께한 ‘건축물의 기억’(오소리, 최경식, 홍지혜 작가), ‘멋진 민주 단어 그림책’(서현, 소복이, 한성민 작가)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권 감독은 “3명의 작가가 함께 하나의 그림책을 만드는 것은 정말 새로운 시도”라며 “(앞으로 나올 책들을 통해)6~7살 어린이들이 ‘엄마 나 연대할래’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도록, 아주 어릴 때부터 민주인권과 관련된 좋은 단어들을 품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화적 어린이’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문화(공연, 전시, 어린이책)에 대해 소개하고 나누는 자리입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 김혜순 “시인은 죽어가는 모든 존재를 책임지는 사람”

    김혜순 “시인은 죽어가는 모든 존재를 책임지는 사람”

    “나는 나의 죽음 이후에도 나로 있을 수 있는가.” 강렬한 ‘죽음의 감각’으로 세계를 매혹한 시인 김혜순(69)이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광주비엔날레가 한창인 지난 12일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한편에서 시와 죽음에 관한 깊고 진지한 대담이 열렸다. ‘이 입을 통해 말하는 자 누구인가?’가 대담의 제목이다. 시집 ‘죽음의 자서전’의 내년 초 독일어 출간을 앞두고 마련된 자리다. 김혜순은 시집을 독일어로 옮기는 번역가 박술(38)과 마주 앉았다. “죽음 이후에 나는 단수(單數)가 아닌 복수(複數)적인 존재로, 형용사나 부사의 형태로 있을 것이다. 유령의 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빼곡한 죽음이 나를 점령하고 있다고 느낀다.” ‘죽음의 자서전’에는 총 49편의 시가 엮였다. ‘49’라는 단어는 퍽 의미심장하다. 49일은 육체의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구천을 헤매는 시간이다. 한 여성이 출근길에 맞는 죽음을 형상화한 첫 번째 시 ‘출근’은 시인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쓰러졌는데, 영혼이 쑥 떠올라 쓰러진 시인의 몸을 봤다고 한다. 이른바 ‘유체이탈’이다. 그 이후 이어지는 시들은 왜인지 여럿이지만 하나인 것처럼 읽힌다. 김혜순은 시인의 말에 “이 시집을 한 편의 시로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죽음이 시 속에 접경하면 사물성을 잃는다. 언어와 사물이 뜬 사이에 죽음이 횡행한다. 세계로부터 ‘쫓겨난’ 경험을 가진 시인은 수동적인 의미의 죽음, 죽임에 저항하는 존재다.” 시인은 죽음이라는 주제에 천착한다. ‘죽음의 자서전’ 이후에 나왔던 시집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까지 세 시집을 시인은 ‘죽음의 트릴로지’라고도 일컬었다. ‘날개 환상통’의 영어판은 올해 초 미국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김혜순이 구축한 강렬한 죽음의 세계가 서구에도 가닿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시 페스티벌에서 김혜순 시인이 낭독한 연설문 ‘혀 없는 모국어’를 두고 현지 언론은 “독일 문학 세기의 명연설로 꼽히는 파울 첼란의 ‘자오선’(1960년 뷔히너상 수상연설)에 비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어는 일부러 쓰지 않는다. ‘탈존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없음의 화자’를 출몰시키는, 나의 죽음을 포함한 우리의 죽음을 과연 몇 인칭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죽음 이후에 나는 단독자로 사는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의 자서전’의 화자는 인칭이 없다. 굳이 생각하면 6인칭이나 7인칭쯤 될까.” 그러나 김혜순의 시를 독일어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박술은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하나는 한국어에 숱한 의태어와 의성어를 어찌 번역할 것인지, 그리고 주어가 없어도 말이 되는 한국어 문장을 주어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독일어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다. 김혜순이 모국어인 한국어로 쓴 시는 독일어로 ‘오롯이’ 번역될 수 있는가. 그 시를 한국어로 낭독할 때 그리고 독일어로 낭독할 때 둘은 서로 같은 시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시의 번역은 가능한 일인가. 두 사람의 대담에 붙은 제목은 퍽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아님’이라는 제목의 시는 상당히 독창적이다. “아님께서 아님을 아니하시고 아님에 아니하고 아니하시니 … ” 이런 문장이 계속되는데, 시인은 물론 번역가도 이걸 리듬을 살려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낭독에 성공하자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혜순이 정의한 시인과 시가 오래도록 머리에 남는다. “시인은 죽어가는 모든 존재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시를 쓰는 건 요리와도 같다. 요리가 저의 바깥에 있는 생물을 죽여서 조리하는 것이듯, 시도 살아있는 것을 가져다 언어의 세계로 투척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반려 요괴(김영주 지음, 밤코 그림, 위즈덤하우스) “잠이 든 작은 요괴를 바라보며 주희는 깨달았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 없이 그저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건 제법 행복하다는 걸 말이다.” 내성적인 어린이가 반려 요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어린이로 성장해 나간다. ‘반려’의 의미를 깨닫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동화이자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 주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발견하게 되는 동화이기도 하다. 100% 어린이 독자의 선택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으로 속편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116쪽. 1만 4000원.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김이강 지음, 현대문학) “증거가 있다면 너와 나, 서로일 뿐이겠지. 우주라는 말은 누가 발명했을까. 이렇게 생긴 글자를 우주라고 읽을 수 있다.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우주가 존재하는 일은 사실이라 읽지 않고 실존이라 읽는대. 모두 오래전 흔적이라서 그래.” 도시 산책자가 보고 느낀 풍경을 간결한 언어로 빚어낸 시 17편과 느슨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 에세이 1편이 담겨 있다. 시인에게 ‘걸음’은 시의 근간을 이루는 특별한 행위이며 ‘걷는다’는 행위는 자연스레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으로 연결되는데 시인은 여기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새로운 시적 장소를 만들어 낸다. ‘숯의 화가’ 이배 작가의 표지 작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80쪽. 1만 2000원. 소설 보다:가을 2024(권희진·이미상·정기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나는 뭔가를 맞았던 것 같은데 그게 비였는지 눈이었는지 모르겠다. 비가 올 정도로 따뜻하지는 않았고 눈이 올 정도로 춥지는 않아서 물과 결정, 그 중간의 어떤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때는 가장 가까웠으나 영영 멀어진 인물들과 나누었던 대화나 추억을 회상하는 주인공을 따라 걸어간다. ‘나’와 ‘태수 형’은 따져 보면 이야기의 주제나 관심 대상도 다르고 자신이 형에 대해 아는 건 사소한 것들뿐이다. 관계에서 오는 오해와 이해를 거듭하며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청춘의 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하고 엮어서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 책이다. 156쪽. 5500원.
  • 풋유어핸즈 ‘합장’…세상 ‘힙한’ 부처님[마음의 쉼자리]

    풋유어핸즈 ‘합장’…세상 ‘힙한’ 부처님[마음의 쉼자리]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사라질 때가 되면 사라진다.” 주석 스님이 최근 출간한 책 ‘그대가 오늘의 중심입니다’(담앤북스)의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새로운 글은 아니다. 붓다께서 이미 오래전에 남긴 말씀이다. 불가에서 근본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연기법(緣起法)도 여기서 나왔다. 이 말씀이 새롭게 와닿은 건 주석 스님과의 예기치 않은 조우 때문이다. 주석 스님은 얼마 전 서울에서 자신의 시집 출간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경남 함양 대운사의 주지이자 몇 권의 책을 낸 소문난 글쟁이 스님이다. 여기에 하나 더. 부산 쿠무다 문화재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쿠무다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쿠무다 명상문화센터는 언제고 꼭 한 번 방문할 곳이었다. 그 공간을 일으키고 운영하는 이가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니 이쯤 되면 결코 가벼운 인연은 아닌 듯싶다. 쿠무다는 지하 2층, 지상 8층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송정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요지에 터를 잡았다. 각 층마다 카페, 명상센터, 공연장, 체력단련장, 숙소 등을 갖췄다. 그야말로 ‘올 인클루시브’ 포교당이다. 건물 옥상엔 하늘 법당이 있다. ‘기승전법당’이다. 쿠무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하얀 연꽃’이라는 뜻이다. 뿌리는 진흙 속에 뻗쳐 있어도 꽃잎은 티끌 하나 없는, 연꽃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처음 조성된 건 2013년이다. 주석 스님이 도심 포교와 문화 전법을 표방하며 설립했다. 그러니까 요즘 불교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문화 포교의 ‘원조’인 셈이다. 쿠무다의 전신은 2층짜리 북카페다. 당시만 해도 송정은 부산의 외곽이었다. 사람들이 해운대와 달맞이 고개는 즐겨 찾아도 그 너머의 송정 바다까지 발걸음하는 이는 드물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쿠무다는 승승장구했다. 2021년 말에는 송정 해변의 요지에 번듯한 건물도 세웠다. 그게 쿠무다이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섰다가 문을 닫는 게 카페와 치킨집인 현실에서, 8년 만에 8층짜리 건물주가 됐으니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게다가 송정 앞바다는 서핑의 성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젊은이+서핑=핫플’이란 공식대로, 쿠무다는 종교색 짙은 건물이면서도 송정의 ‘핫플’이 됐다. 쿠무다가 불교 포교당이긴 하지만 불자만 오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불교에 무지한 장삼이사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자유자재의 도량’이다. 1층의 ‘세상 속 부처’ 등 조각상, 묘법연화경이 새겨진 벽면 등 볼거리도 꽤 있다. 묘법연화경은 흔히 법화경이라 불리는 경전이다. 법화경으로 벽면을 장엄한 이유를 주석 스님은 “쿠무다에서 하는 모든 수행과 정진은 법화경에서 말씀하시는 일승(一乘)의 세계로 가려는 방편”이라고 표현했다. 완전한 행복을 찾아가는 첫걸음이 되겠다는 뜻이다. 쿠무다의 핵심 공간은 옥상의 ‘하늘 법당’이다. 세상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는 해수관음보살상이 객을 맞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그럴싸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이가 천주교인이라는 것도 놀랍다. 옥상까지는 한 층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8층까지만 오가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에 한 층을 더 걸어 오르는 게 영 마뜩잖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이렇게 의미를 부여해 보자.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고 말이다.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등관작루’(관작루에 올라)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누각을 한 층만 더 오르면 1000리 끝까지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 글씨가 담긴 액자를 선물하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문구가 됐다. 옥상에서 맞는 송정 바다가 아름답다. 이 장면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쿠무다를 찾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사족 하나. 주석 스님은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자 출신이다. 자신의 글이 서울신문에 실리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서울신문 지면 한 부분을 장식한 셈이 됐다. 이쯤 되면 연기법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 뼈에 사무친 기억과 경험…피와 눈물에 젖은 시[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뼈에 사무친 기억과 경험…피와 눈물에 젖은 시[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세상의 온갖 끔찍한 것들이 시인의 뼈에 사무친다. 깊이 아로새겨진 상처 위에 시가 적힌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에는 얼마간의 피와 눈물이 맺혀 있는 듯하다. 2014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던 시를 그러모아 출판한 시집 ‘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국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35)를 지난 9일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데일리워드는 시인 외에도 모델,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험과 기억을 나눈다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과거에 묻힌 진실을 다시 들추고 그것을 적절히 담아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건 우리에게 자유를 안겨 주거든요.” 한국어로 번역된 데일리워드의 책은 시집 ‘뼈’와 자서전 ‘테러블’두 권이다. 둘 다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특히 ‘뼈’는 끔찍한 경험이 어떻게 아름다운 시로 적힐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 준 시집이다. 시인은 기억과 경험에 의존해 시를 직조한다. 표제작인 시 ‘뼈’의 도입부는 독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긴다. “‘울지 마./좀 있으면 너도 좋아할걸’이라고 말한/‘하나’로부터.//…//‘하지만 네 느낌이 너무 좋아서/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라는 ‘넷’.” 폭력 이후의 시공간에서 시인은 담담하게 자기 안에 박힌 고통의 조각을 꺼내어 보인다.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어요. 제가 특별한 것 같지만 독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죠. ‘솔직함’은 타인에게 영감을 줍니다. 솔직하게 쓰인 글을 읽는 독자는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자기의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을 겁니다.” 데일리워드는 종이책을 무대로 활약했던 과거 작가들과 결을 달리한다. 이미지와 짧은 글 중심의 소셜미디어(SNS)인 인스타그램에 시를 발표했고 팔로어들과 문학적 교감을 나눴다. 물론 지금은 종이책으로도 작품이 출간돼 있지만 여전히 인스타그램은 그에게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런 지점에서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공유하면서 가볍게 소비하는 한국의 젊은 세대와도 공명한다. “인스타그램은 엘리트주의에 갇혔던 시라는 장르를 대중화시켰습니다. 더 많은 젊은이가 시에 접근할 수 있게 됐죠. 그들은 단순히 시를 소비하는 걸 넘어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 영국의 한 소도시에서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데일리워드는 독실한 예수재림교 신자인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일찍이 퀴어 정체성을 밝히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팝가수 비욘세의 비주얼 앨범인 ‘블랙 이즈 킹’(Black is King)의 각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잠깐 활동했던 그의 시에는 줄루어로 된 문장도 등장한다. 이토록 멀고도 낯선 곳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시가 우리에게 뼈저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다루고 있죠.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예술은 어디서나 모두에게 깊은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시인으로서 저의 역할은 이런 보편성을 계승하는 동시에 제가 좋아하는 것을 토대로 단어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겠죠. 저의 시가 새로운 미학과 감각으로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제 글을 본 많은 이가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면서 점점 관습에 도전하고 그것을 파괴하는 문학을 만들어 내길 바랍니다.”
  • 한강, 황동규, 신경숙…가을, 잊었던 문예지의 세계로

    한강, 황동규, 신경숙…가을, 잊었던 문예지의 세계로

    현대문학,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출판물만이 문학의 웅숭깊은 세계를 담아낼 수 있던 시절 한국의 지성인들은 죄다 문예지에서 소통했다. 이제 그런 시대는 가고 매 계절 잡지를 기다리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한국문학의 뜨거운 현재가 펼쳐지고 있다. 마침 9월, 계간지는 가을호가 쏟아지는 시기다. 올 연휴에는 문예지의 세계에서 잠시 숨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계간 ‘문학과사회’(문학과지성사) 가을호(147호)에는 한국인 최초 부커상에 빛나는 소설가 한강(54)의 시가 2편 수록됐다. 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가 널리 알려지면서 ‘소설가 한강’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사실 한강은 소설보다 시로 먼저 등단했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단편 ‘붉은 닻’에 앞서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 ‘서울의 겨울’ 등을 발표했다.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서점에 가면 늘 매대에 누워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현대시의 거목 정현종, ‘울프노트’ 등의 시집으로 독창적인 시 세계를 보여준 정한아, 올해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박세미 등의 시가 눈길을 끈다. 이번호에서 돋보이는 기획은 소설가 최인훈의 ‘화두’ 출간 3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서강대에서 열렸던 기념 콜로키움을 오롯이 담아낸 것이다.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 연남경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임지현 서강대 석좌교수, 정일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가 오늘날 최인훈의 문학이 갖는 의미를 깊이 있는 시각에서 짚어냈다. 계간 ‘창작과비평’(창비) 가을호(205호)에는 젊은 시인들이 여럿 이름을 올렸다. 올해 첫 시집을 낸 한재범, 마윤지를 비롯해 최근 ‘기억 몸짓’으로 평단에서 주목받는 안태운과 인상적인 첫 시집 ‘소공포’의 배시은이 각각 시를 실었다. 그러나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신경숙이다. 논란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2021년 ‘아버지에게 갔었어’로 돌아온 신경숙은 이번호에 ‘밤의 다섯번째 모서리’라는 제목의 단편을 실었다. 이 밖에도 나희덕 시인이 올해 세상을 떠난 신경림 시인을 추모하는 평론을 실어 그의 문학세계를 새삼 조명했다. 월간 ‘현대문학’(현대문학) 9월호에는 ‘즐거운 편지’ 황동규 시인의 새 시 ‘들꽃 향기’가 실렸다. 노시인은 지난 6월 출간했던 ‘봄비를 맞다’가 “물리적으로 마지막 시집일 것 같다”는 말을 한 적 있으나, 샘솟는 시심(詩心)은 어쩌지 못한 모양이다. 이 밖에도 황인숙 시인의 ‘맨 앞’, 이혜미 시인의 ‘비와 세계의 실금’, 김상혁 시인의 ‘일인 가구’ 등의 시와 함께 이주혜 소설가의 ‘맘껏 슬픈 사람’도 눈에 띈다. 이주혜는 ‘문학과사회’ 가을호에도 ‘괄호 밖은 안녕’을 실은 바 있다. 계간 ‘문학동네’(문학동네) 가을호(120호)에는 올해 가장 ‘뜨거운’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소설가 김기태를 집중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지난 5월 출간된 김기태의 소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유튜브에서 추천한 뒤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었다. 얼마 전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는 소설가 정영수와 함께 스웨덴의 소설가 프레드릭 바크만과의 대담에도 참여하며 소설과 문학 그리고 농담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외에도 권여선의 소설 ‘헛꽃’, 이희주의 소설 ‘최애의 아이’, 이장욱의 시 ‘완전히 동일한 두 개의 잎사귀’ 등이 실렸다. 계간 ‘자음과모음’(자음과모음) 가을호에는 김홍, 천선란 등의 소설과 김이강, 유계영, 이민하, 김연덕 등의 시가 눈길을 끈다.
  • 치밀한 협상가·대왕고래 해결사… 에너지·원전 정책 이끈다[2024 차세대 공직리더 과장열전]

    치밀한 협상가·대왕고래 해결사… 에너지·원전 정책 이끈다[2024 차세대 공직리더 과장열전]

    이경수 에너지정책과장추진력 탁월한 ‘산업부의 칸트’ 문양택 전력산업정책과장까다로운 난제 깔끔히 교통정리 김재은 자원안보정책과장패션 감각도 갖춘 멀티플레이어김영만 통상정책총괄과장협상 과정부터 결과까지 꼼꼼히박정미 FTA정책기획과장미·중·일·러 4대 강국 통상 경력정상용 무역정책과장물류대란 지휘… 유머 감각도 갖춰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라인은 여름과 겨울, 세종에서 가장 분주하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과 청정수소, 원자력 발전 수출, 해외 자원 개발 등을 책임진다. 에너지정책실을 1급 대변인 출신 최남호 2차관(행시 38회)이 통솔한다. 통상교섭본부(차관급)는 1998년 외교통상부에 설치됐다가 2013년 산업부로 넘어온 뒤 현재 3차관실로 불릴 만큼 몸집을 키웠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역할을 키워 가고 있는 통상교섭실과 무역투자실, 차관보실을 통상 협상 전문가이자 교수 출신인 정인교 본부장이 지휘한다. 이경수 에너지정책과장 고시 동기(기시 36회·행시 44회) 사이에서 ‘산업부의 칸트’라고 불릴 정도로 일 처리가 꼼꼼하고 루틴을 중시한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추진력이 탁월하다. 원전부터 석유, 자원 개발, 재생에너지 정책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산업, 연구개발(R&D), 통상에도 전문성을 갖췄다. 주캐나다 대사관과 대통령실 파견 근무를 했다. 에너지 안보 확보와 무탄소에너지(CFE) 대전환을 위한 글로벌 작업반 출범을 추진 중이다. 문양택 전력산업정책과장 얽히고설킨 갈등을 깔끔히 교통 정리하는 해결사이자 자타공인 에이스이다. 전력산업과 서기관 시절에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중재했다. 현재 전력피크에 대응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온화한 인상, 매너 있는 말투와 달리 논쟁적인 이슈를 피하지 않고 치밀한 논리로 상대를 설득해 낸다. 최근엔 짬을 못 내지만 스타크래프트 게임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후문이다. 남명우 재생에너지정책과장 새벽 운동을 끝내고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일을 찾아서 하는 ‘에너자이저’다. 시야가 넓고 핵심을 꿰뚫는다. 산업과 에너지 분야를 섭렵한 하이브리드형 인재란 평가다. 인사팀장과 방문규 장관 비서실장 등을 거쳤다. 올 들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 등 굵직한 정책을 연이어 발표해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김범수 수소경제정책과장 세심하고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과원들을 적재적소에 쓰는 용병술이 뛰어난 ‘산업부의 히딩크’다. 산업과 에너지, 무역통상, 기획조정실 등을 거쳐 업무 이해도가 남다르다. 청정수소에 대한 법적 기준과 인증 체계를 담은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을 주도했다. 또 한일 수소협력 대화의 물꼬를 트고,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하는 등 수소 공조를 넓히는 데 일조했다. 김재은 자원안보정책과장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맡아 올해 세종청사 ‘13동’에서도 가장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책임감이 강하고 한번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인다. 산업과 에너지, 지역균형발전 업무 경험을 가진 멀티플레이어다. 전기통신제품안전과장 시절 일부 제품의 KC마크 표시 면제 등을 담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개정을 주도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었다. 평상시에도 옷을 멋들어지게 입는 편이다. 문상민 원전산업정책과장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2017~19년)과 산업부 장관실(2016~17년·주형환 장관) 등을 거쳐 시야가 넓고, 반도체·자동차과 등 핵심 과를 거친 ‘전략통’이다. 현안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소통이 원활해 현안이 생길 때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구원 투수’다. 반도체와 자동차과 등을 거치며 주력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뒷받침했다.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인 원전 정책을 총괄한다. ‘잘 놀아야 일도 열심히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고 직원들과의 네트워킹에도 진심이다. 김영만 통상정책총괄과장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지치지 않는 협의로 합의를 도출하고 성과를 끌어낸다. 결과는 물론 과정까지 놓치지 않는 ‘치밀한 협상가’다. 무역안보정책과장 때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대응했고, 자유무역협정(FTA)상품과장 때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관세 철폐 협상을 타결시켰다. 홍보실에도 몸을 담아 기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윤선영 신통상전략과장 통상 분야의 미래 먹거리인 공급망·디지털·기후에너지 등 새로운 이슈를 책임진다. 평소엔 차분하고 신중하나 임무가 생기면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끝까지 해낸다. ‘만렙 친화력’으로 관계기관, 언론, 학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정보력과 판단력이 뛰어나 ‘인사이트 퀸’으로도 불린다. FTA이행과장 때 13개의 FTA를 총괄했다. 지난해 말 신설된 신통상전략지원관실의 첫 번째 정책과장을 맡아 조직·예산·업무 등 운영 전반을 챙기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정근용 통상협력총괄과장 탁월한 친화력으로 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후배들이 가장 따른다. 업무 추진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정리하고 필요한 업무에 집중한다. 광물자원팀장 시절 핵심 광물 확보에 초점을 맞췄던 경험을 토대로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에서 경제외교 부문 실무를 총괄했다. ‘K실크로드’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 박정미 FTA정책기획과장 주러시아상무관, 동북아통상과장 등 미·중·일·러 4대 강국에 걸친 통상 경력을 지녔다. 특히 2007년 한미 FTA 체결 당시 최대 쟁점이던 자동차 분야 협상 실무를 맡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개발학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몽골, 조지아, 탄자니아 등 신흥국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엔 대통령실 파견 근무를 하며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산업전략을 맡아 실물경제와 연계한 통상전략 기획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박근오 FTA협상총괄과장 에콰도르와의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한·걸프협력이사회(GCC) FTA, 한·아랍에미리트(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등 지난해 굵직한 협정들이 그를 거쳤다.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로 국내 자동차·배터리업계의 긴장이 높아졌을 때 미 행정부와 만나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정부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매주 10㎞ 달리기를 하고 아직까지도 매년 수능 수학 문제를 풀어 본다. ‘천재과’다. 김호철 통상법무기획과장 외교통상부 시절부터 한미 FTA,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굵직한 협상을 도맡았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 서울대 법학 박사 등 법무 분야 전문성도 갖췄다. 지금도 짬을 내 논문을 쓰는 학구파다. 올해에도 ‘산업의 디지털 전환, 글로벌 지정학과 통상협상 신의제 검토’로 제17회 심당학술상을 받았다. 2014년 WTO과장 때 20년 동안 미뤄졌던 쌀 관세화를 유예기간 만료 직전 이뤄 냈다. 2019년 주영 대사관 근무 시절 히드로공항 출입국 절차 간소화를 달성해 적극행정상을 받았다. 정상용 무역정책과장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어났던 2022년 유통물류과장으로 물류대란 대응의 최전선을 맡았다.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를 끈질기게 설득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등 유통 규제 개선에 물꼬를 튼 것도 그다. 새벽에 가장 먼저 출근해 청사의 환경미화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성실함과 소탈함이 강점이다. 유머도 출중해 김종주 산업공급망정책과장과 함께 산업부의 ‘개그맨 투톱’으로 통한다. 이민영 투자정책과장 규제 개혁, FTA 등을 담당하고 UN 무역개발회의에 파견되는 등 국내법과 국제 통상에 능한 글로벌 무역 전문가다. 외국인 투자자의 말에 숨어 있는 ‘한 끗 차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도 퇴근한 뒤 외국어 공부를 한다. 외국인 투자 촉진 시책을 만들었다. 어린이날 부원의 자녀를 위해 직접 포장한 선물을 나눠 줄 만큼 섬세하고 따뜻한 리더다. 김정예 무역안보정책과장 2022년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시절 산업부의 4대 산업규제 혁신방향을 수립하는 등 산업부의 규제 개혁 ‘호민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업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중복 위해성 심사 해소, 천연가스 배관망 운영 정보 공개 등 이전까지 규제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숨은 규제들을 발굴했다. 밀양 송전탑 태스크포스(TF)에서 여야 및 이해관계자의 가교 역할을 맡는 등 소통에 강점을 보였다. 김진수 무역위원회 무역구제정책과장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 통상과 환경, 산업 분야의 주요 업무를 거쳤고, 신남방통상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이차전지산업 활성화 계획의 초안을 구상하는 등 굵직한 과제도 무리 없이 수행했다. 러시아와 미얀마에서 근무했다. 2021년 주미얀마 대사관 시절 쿠데타를 겪은 경험을 엮어 ‘상무관과 함께하는 미얀마 경제 여행’으로 출간했다.
  • 버지니아 울프·페소아·플라스… 세계적 문호 ‘민낯’을 보다

    버지니아 울프·페소아·플라스… 세계적 문호 ‘민낯’을 보다

    시와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나 주인공은 반드시 작가의 분신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작가에 의해 창조된 문학이라는 세계는 완성되는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에세이는 조금 다르다. 화자나 서술자라는 ‘가면’을 벗고 작가의 현전을 오롯이 드러낸다. 최근 세계적 문호들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편지, 일기, 칼럼 등을 새롭게 엮은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여성들은 경험의 자유를 가져야만 합니다. 여성들은 두려움 없이 남자들과 달라야 하고 자신의 차이를 터놓고 표현해야만 합니다.”(버지니아 울프, 1920년 10월 16일 ‘뉴 스테이츠먼’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페미니즘 문학의 대모로 불리는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썼던 편지를 엮은 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북다)에 실린 한 문장이다. ‘등대로’, ‘자기만의 방’ 등의 작품으로 문학사에서 여성의 자리를 마련코자 했던 작가는 생전 “편지가 없다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서신 일부는 번역된 바 있지만 언니 바네사 벨, 남편 레너드 울프, 동료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 등과 주고받은 편지를 국내에 소개하는 건 이 책이 처음이다. “한번도 표현된 적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페르난두 페소아, ‘한번도 표현된 적 없는 것을 표현하는 일’) 요즘 말로 ‘부캐’라고 할 수 있을까. 생전 수많은 이명(異名)으로 활동했던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의 에세이 ‘이명의 탄생’(미행)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한국 독자들에게 ‘불안의 책’으로 잘 알려진 페소아가 자신의 문학세계를 어떻게 구축했는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페소아의 비평가적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등 당대 유럽 문학 거장들을 호명하는 페소아의 다채로운 문학관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과거 출간됐던 책들도 새 옷을 입고 독자와 새롭게 만난다. ‘고백파’라는 장르를 개척했으며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문예출판사)가 국내 출간 20주년을 맞아 최근 리커버 에디션으로 나왔다.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며 자유롭고 괴팍한 삶을 살면서도 여러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던 미국 시인 찰스 부코스키(1920~1994)의 칼럼집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도 2020년 출간 후 개정판으로 찾아왔다.
  • “지구 기온 1도 오를 때마다 고향 떠나는 신유목민 10억명”

    “지구 기온 1도 오를 때마다 고향 떠나는 신유목민 10억명”

    “전 세계 에너지 시장 측면에서 보더라도 2019년부터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들어가는 비용은 급격히 떨어지고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 그 덕분에 천연가스, 화력, 원자력 발전에 비해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전환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은 무척 안타깝다.” ‘엔트로피’와 ‘노동의 종말’, ‘공감의 시대’, ‘회복력 시대’ 등으로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상가로 꼽히는 제러미 리프킨(79)이 신간 ‘플래닛 아쿠아’(민음사)를 들고 독자를 찾았다. 그는 이번 책에서 생명의 근원인 ‘물’에 주목했다. 리프킨은 신간의 전 세계 동시 발간을 기념해 지난 9일 오후 8시부터 3시간 가까이 줌(zoom)으로 원격 기자간담회를 열고 까다로운 질문에도 유머를 섞어 가며 진지하게 답변했다. 리프킨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 위기는 화석연료 사용을 중심으로 한 ‘산업 수자원 인프라’의 위기로 진단했다. 인류가 6000년 동안 쌓아 온 수자원 인프라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산업혁명 이후 형성된 거대 도시들은 홍수와 가뭄,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기상 이변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신유목 시대’와 ‘임시 사회’라는 개념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프킨은 “세계 인구 상당수가 기후 위험 지역을 벗어나 살기 좋은 기후를 찾아 떠나는 신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4년 동안 전 세계 2100만명이 기상 이변으로 이주했고, 25년 뒤인 2050년이 되면 47억명이 물 부족 위험에 노출된다. 리프킨은 적도에 인접한 중동, 북아프리카, 중남미를 기준으로 난민이 속출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기후 난민 수만 12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10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먼 미래나 SF 속 이야기가 아니라고 리프킨은 지적했다.
  • 제러미 리프킨 “한국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나라”

    제러미 리프킨 “한국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나라”

    “전 세계 에너지 시장 측면에서 보더라도 2019년부터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들어가는 비용은 급격히 떨어지고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 그 덕분에 천연가스, 화력, 원자력 발전에 비해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과 아울러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은 무척 안타깝다.” ‘엔트로피’와 ‘노동의 종말’, ‘공감의 시대’, ‘회복력 시대’ 등으로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상가로 꼽히는 제러미 리프킨이 신간 ‘플래닛 아쿠아’(민음사)를 들고 독자를 찾았다. 이번 책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생태 위기를 집약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인 ‘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모든 생명이 번성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리프킨은 신간의 전 세계 동시 발간을 기념해 9일 오후 8시부터 3시간 가까이 줌(zoom)으로 원격 기자간담회를 열고 까다로운 질문에도 유머를 섞어가며 진지하게 답변했다. 리프킨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 위기는 화석연료 사용을 중심으로 한 ‘산업 수자원 인프라’의 위기로 진단했다. 농업혁명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6000년 역사는 풍성한 수확과 잉여 생산 확보를 위한 수자원의 통제로 가능했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때문에 이제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개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리프킨은 강조했다. 이는 자본주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특히 리프킨은 산업혁명 이후 형성된 거대 도시들은 홍수와 가뭄,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신유목 시대’와 ‘임시 사회’라는 개념을 일상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프킨은 “인구통계학 연구들에 따르면 앞으로 45년 동안 미국인 12명 중 1명꼴로 가뭄, 폭염, 대형 화재에 취약한 남부를 벗어나 서부 산간지대와 북서부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며 “세계 상당수가 기후 위험 지역을 벗어나 살기 좋은 기후를 찾아 떠나는 신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경사회와 함께 구축된 ‘긴 정주 생활, 짧은 이동 생활’이라는 특징이 ‘짧은 정주 생활, 긴 이주 생활’로 바뀐다는 것이다. 신유목 시대는 성장보다 분배, 생산성에서 재생성, 효율성에서 적응성, 금융자본에서 생태 자본, 경제 중심의 GDP에서 삶의 질 지표로, 수직적 경제에서 수평적 경제로 전환이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리프킨은 전망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 시대의 생존을 위해서는 중앙집중화보다는 분산화, 세계화보다는 지역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신유목 시대와 임시 사회라는 개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도시 집중화 현상도 완화하게 될 것이다. 도시는 중앙집권적 개념인데 우리 삶의 모든 분야가 분산화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고민하는 도시 집중화 현상도 곧 바뀌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 ‘67세’ 인순이, 최근 고등학교 졸업…최종학력 바뀌었다

    ‘67세’ 인순이, 최근 고등학교 졸업…최종학력 바뀌었다

    가수 인순이(67)가 고등학교 졸업학력을 얻었다. 9일 인순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달라진 것 찾기”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에는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인순이의 프로필이 담겼다. 기존 인순이의 프로필에는 최종 학력이 ‘청산중학교 졸업’으로 돼 있었는데, 현재는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로 바뀌었다. 인순이 측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인순이는 지난 8월 초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응시해 8월 30일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인순이의 합격 소식에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축하드려요. 멋져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팬들도 “인순이님의 도전 정신과 열정이 너무 멋지다”며 응원했다. 인순이는 1957년 흑인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인순이는 어려운 형편 탓에 연천 청산중학교 졸업 후 생계 활동을 해야 했다. 1978년 3인조 걸그룹 ‘희자매’로 데뷔한 인순이는 1981년부터 솔로 가수로 활동했다. ‘떠나야 할 그 사람’ ‘밤이면 밤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거위의 꿈’ 등의 히트곡을 냈다. 올해 67세인 인순이는 여성그룹 ‘골든걸스’로 활동하고,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걷는 등 끊임없는 도전을 해왔다. 지난 3월에는 그림책 ‘안녕, 해나’와 ‘어떤 여행’을 출간하기도 했다.
  • “난 성소수자 이야기 쓰는 ‘실패한’ 작가…이 책이 그들에게 자유를 준다면 성공”

    “난 성소수자 이야기 쓰는 ‘실패한’ 작가…이 책이 그들에게 자유를 준다면 성공”

    ‘2등 시민’ 게이 남자·이성애 여자 서로의 고통 보듬는 감정 그려내“성소수자 밝혔을 때 협박 받기도슬픔의 힘으로 진정한 자유 찾길” 대만 소설가 천쓰홍(48)의 장편 ‘귀신들의 땅’이 지난겨울 국내에 소개됐을 때 작가의 이름을 아는 독자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대만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거머쥔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한국과 대만의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가족, 사랑, 눈물.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흡인력 있는 문체로 그린 그의 소설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민음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출간 이후 지금껏 1만 5000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천쓰홍의 최근작 ‘67번째 천산갑’이 얼마 전 한국어로 옮겨졌다. ‘귀신들의 땅’이 번역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신작 출간과 더불어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천쓰홍은 9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귀신들의 땅’이 한국어로 출간된 뒤 받았던 여러 독자의 피드백 중에서 특히 저와 같은 성소수자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대만의 작은 농촌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소설에 담긴 고통이 한국에 있는 내가 느낀 것과 같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귀신들의 땅’은 천쓰홍 자신의 이야기다.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소설을 쓰는 성소수자’인 ‘톈홍’은 작가의 분신이다. 일찍이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밝힌 작가는 2019년 이 작품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된 대만에서조차 성소수자들이 겪어야 하는 억압은 여전한 듯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성소수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67번째 천산갑’은 게이 남성과 헤테로(이성애자) 여성의 이야기다.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에도 비슷한 관계가 나온다.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한국과 대만의 상황에선 상당히 특이한 관계다. 여성과 성소수자 모두 ‘2등 시민’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슬픔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눈물과 슬픔의 힘을 믿는다.” 게이 남성과 헤테로 여성은 영원히 평행선을 걷는다. 둘 다 남성을 사랑하기에 불같은 마주침은 없지만 그래서 서로의 고통을 섬세하게 보듬을 수 있다. 최근 중화권에서는 이성애자 여성의 게이 남성 친구를 뜻하는 ‘게이미’(gay蜜)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고 한다. 중국어에서 ‘미’(蜜)는 허물없이 다정한 친구를 의미한다. 관능적인 사랑이 싹틀 수 없는 남녀의 사이, 천쓰홍은 거기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그는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실패’라는 단어로 유쾌하게 자조했다. “‘귀신들의 땅’이 대만의 과거라면 ‘67번째 천산갑’은 지금의 대만이다. 자유롭지 못한 인물을 통해 자유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나는 ‘실패한’ 작가이고, 실패한 인물의 이야기를 실패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다만 그들이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돌연 사라졌던 친강 전 中외교부장, 국영 출판사 한직으로 강등당했다

    돌연 사라졌던 친강 전 中외교부장, 국영 출판사 한직으로 강등당했다

    ‘중국 최단명 외교부장’ 오명을 쓰고 지난해 7월 실각한 친강(58) 전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중국 외교부 산하 출판사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속 승진을 했다가 돌연 자취를 감추면서 부정부패에 연루돼 투옥됐거나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이 이어졌다. 그의 잠적이 ‘강등’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의 복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관리 두 명의 발언을 인용해 “친강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올해 봄부터 중국 외교부 소속 세계지식출판사의 낮은 직급 자리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이 출판사의 직원들은 친강이 이곳에 적을 두고 있다는 걸 모르는 상태라고 WP는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세계지식출판사는 국제정치·외교 서적과 주간지 ‘세계지식’을 출간하고 있다. 중국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던 친강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아 56세 때인 2022년 말 외교부장에 전격 발탁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국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러다 같은 해 6월 25일 돌연 자취를 감췄다. 중국 당국은 별다른 설명 없이 7월에는 외교부장직을, 10월에는 국무위원직을 각각 박탈했다. 다만 그의 공산당원 자격은 손대지 않았다. 친강이 강등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부정부패나 기밀 유출 등 법적 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해설이 붙는다. 자연스레 그의 낙마 당시 불거진 홍콩 봉황TV 진행자 푸샤오톈과의 불륜설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선궈팡(72)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도 2005년 갑자기 세계지식출판사 편집인으로 자리를 옮긴 선례가 있는데, 당시에도 홍콩 여기자와의 불륜설이 돌았다. 아울러 그의 공직 경력이 사실상 끝났지만 공산당에서 제명된 것은 아니기에 미약하나마 복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당에서 여전히 그를 ‘동지’로 부르며 예우하는 만큼 베이징 최고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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