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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신화에 인생 담은 만화 ‘신과 함께’ 완간

    한국 전통 신화와 3년간 동고동락하던 만화가 주호민(31)의 ‘신과 함께 3부-신화편’(왼쪽·애니북스 펴냄) 단행본이 마침내 나왔다. 2010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 ‘신과 함께’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였다. 직장인 대상 만화도 아니었는데 30, 40대 남녀 네티즌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부 저승편(전 3권)은 물론 2부 이승편(전 2권), 3부 신화편(전 3권)까지 고루 사랑받았다. 그 인기를 타고 2010년 1월에 내놓은 1부 저승편은 단행본만 각 권 2만 5000부씩 모두 7만 5000부가 팔렸고 이듬해 나온 이승편도 1만권씩 2만권이 팔렸다. 권당 가격은 1만원이 넘는다. 올해 각종 문학상과 상금을 휩쓴 소설가 정영문이 내놓은 소설 10권을 합쳐도 1만권이 채 팔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화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1부 저승편이 가장 강한 인상을 주었다. 망자가 저승으로 가면서 이승에서 지은 죗값에 따라 벌을 받는 장면이 7단계로 나와 있다. 작가는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은 1단계를 넘지 못하고 걸려 넘어질 것이다. 자신이 죄를 짓는지도 모르는 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게 됐다. 단순한 권선징악인데 감동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는 것이 독자들의 고백이다. 2부 이승편은 ‘용산 참사’를 배경으로 해 재개발과 강제 이주의 문제점을 가택신을 중심으로 그렸다. 가택신은 집터를 지키는 성주신, 부엌을 가꾸는 조왕신, 화장실을 점령한 측신, 된장·고추장·간장 맛을 관장하는 철융신 등 이제는 낯설어진 전통신들이다. 재개발 지역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를 보호하고 자신의 터를 지키려는 신들의 악전고투가 눈물겹다. 우리 가택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며 고속성장의 뒤안길을 돌아보게 했다. 3부 신화편은 일종의 프리퀄(전편들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1, 2부의 신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경기, 제주 신화 등을 참고해 일부는 각색하고 일부는 창작했다. 이를테면 대별소별전에서 대별왕이 하늘의 태양을 파괴하는 내용은 모든 백성이 참여하는 것으로 각색했다. 작가는 “영웅보다는 개인의 참여가 중요하고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참정권 등을 강조하기 위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주호민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인생을 살아봐야 공감할 수 있는 만화를 앞으로도 그리겠다.”고 했다. ‘성인만화가’ 선언이다. 저승편은 영화 ‘광해’를 제작한 리얼라이즈 픽처스에서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내년에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고우영 ‘십팔사략’ 컬러판 출간 만화가 고우영(1938~2005)이 그린 ‘십팔사략’(오른쪽·전 10권)이 컬러판으로 새로 나왔다. 중국의 역사를 만화로 축약한 것인데 1990년대 초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언어 표현이 돋보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삼성, 이회장 취임 25주년 ‘조용히’

    삼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추진하던 여러 행사를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오는 12월 1일)을 맞아 연말 시행을 검토하던 이른바 ‘사원 징계기록 삭제’ 조치를 무기한 연기했다. 임직원들의 경징계 기록들을 삭제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겠다는 취지의 이 계획은 지난 7월 언론에 소개된 뒤 시행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재계의 관심을 모아 왔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시행할 경우) 예상보다 대상자가 적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쯤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12월 1일)을 전후해 발간을 추진하던 이 회장 헌정서적 기획<서울신문 6월 21일자 18면>도 철회됐다. 삼성은 이 회장의 그간 성과를 정리하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룹 관련 비화 등을 담은 헌정서적 출간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취임 25주년을 기념하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백지화했다. 삼성은 올해 초부터 이 회장 취임 25주년을 보다 의미 있게 기념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다양한 아이디어를 의욕적으로 발굴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일부 사내 행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회성 행사가 폐기되거나 내년으로 연기됐다. 삼성 측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양극화·경제민주화 등의 이슈로 재계에 대한 눈총이 따가운 상황에서 이런 행사들이 자칫 ‘자화자찬’ 분위기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고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도 “최근 일련의 조치들이 외부적 요인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100세시대 노인 행복하게”

    “100세시대 노인 행복하게”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19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담은 ‘은퇴 없는 삶’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김 의장은 급속한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로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성공회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받은 뒤 한성대에서 노인복지 관련 논문으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의장은 “100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수명 연장은 희망과 행복이 아닌 절망과 불행이 될 수 있다.”면서 “이 책이 우리 사회가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의 삶의 질을 고민하는 보다 품격 있는 사회로 전환될 수 있는 작은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메디컬 팁]

    2015년 세계수면학회 한국 유치 대한수면학회는 2015년 3월에 열리는 세계수면학회를 한국에 유치했다. 세계수면학회는 수면의학과 관련한 세계 의사들의 학술 모임으로, 2년 주기로 열린다. 2015년 대회 조직위원장은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맡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치매센터 개소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정진엽) ‘중앙치매센터’가 21일 개소식과 함께 활동을 시작한다. 이를 기념해 ‘국가치매관리 선진화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분당서울대병원을 중앙치매센터로 지정했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은 “국가 치매관리 사업의 중추인 중앙치매센터를 통해 교육 및 연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 치매 정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화이자, 서울대병원 등과 임상 협력 한국화이자제약(대표 이동수)은 최근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4개 병원과 임상시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들 병원은 화이자의 임상시험 협력 및 지원을 위한 ‘INSPIRE프로그램’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 이동수 화이자 대표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국내 임상시험의 저변을 확대하고 신약개발 인프라 구축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용 로봇 제어시스템 우수 평가 서울김포공항 우리들병원(병원장 최건)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올 하반기 보건산업 IP인큐베이팅 기술사업화 지원 사업’ 심사에서 ‘수술용 로봇 제어시스템 및 제어방법’으로 우수기술(B등급) 평가를 받았다. B등급은 장래의 환경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우수한 기술에 주어진다. 이에 따라 이 병원의 로봇 제어 시스템은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의학 필드매뉴얼 출간 대한스포츠의학회(회장 조우신)는 스포츠 현장에서의 응급처치와 부상 치료, 재활법 등을 다룬 ‘스포츠의학 필드매뉴얼’ 1·2권(영창출판사)을 출간했다. 학회 소속 전문의 38명이 응급대응, 종목별 주요 부상부위와 치료, 운동 중에 겪는 질환 등을 중심으로 집필해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하는 주치의나 트레이너는 물론 선수들의 지침서가 되도록 했다. 전권 2권 7만 5000원.
  • ‘살아있는 바비인형’女 공식화보 최초 공개

    ‘살아있는 바비인형’女 공식화보 최초 공개

    ‘살아있는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미녀 모델 발레리아 루키야노바(Valeria Lukyanova)가 최초로 공식 화보를 발간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일간지 허핑톤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모델로 활동중인 루키아노바가 바비인형을 연상케 하는 몸매와 외모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뒤 최초로 전문 매거진과 화보촬영을 진행했다. 화장부터 옷차림새까지 이미 모든 생활이 ‘바비인형화(化)’ 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왔다. 이번에 공식 화보촬영에 함께 나선 V매거진은 전 세계에서 각국버전으로 출간되는 글로벌 패션잡지이며, 루비야노바는 전문 포토그래퍼, 메이크업아티스트, 의상디자이너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뉴욕 도심을 오고가며 생애 첫 화보를 완성했다. 전문 화보를 통해 바비인형을 쏙 빼닮은 몸매와 외모를 한껏 더 뽐낸 그녀는 V매거진과 한 인터뷰에서 “몇몇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직접 올린 사진들이 조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지만, 나는 이러한 의견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내가 진짜 바비인형처럼 보인다는 증거인 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을 사로잡인 ‘살아있는 바비인형’ 루키야노바의 최초 공식 화보 및 인터뷰는 V매거진.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출생·결혼·죽음 다뤄… 신화·판타지 혼재

    출생·결혼·죽음 다뤄… 신화·판타지 혼재

    소설가 이인화는 최근 소설가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규정했다. 하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쓴 제임스 조이스(1882~1941)와 같이 의식의 흐름을 핍진하게 따라가는 작가다. 다른 하나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DH 로렌스(1885~1930)처럼 외부의 풍부한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이야기꾼 스타일의 작가다. 이인화는 소설이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매체가 전환되는 상황에서 스토리텔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작가 조이스의 책은 일단 집어들 수는 있지만 끝까지 읽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가 조이스의 말년 작품인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고려대출판부)를 2002년 세계 네 번째로 번역해 내놓은 지 10년 만에 개역작(550쪽)과 이 작품에 주석을 단 1100쪽짜리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주해집’(왼쪽)을 내놨다. 주해집은 작품의 두배 분량으로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피네간의 경야’를 탐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북이다. 조이스는 ‘피네간의 경야’를 17년간 집필했고 1939년에 출간했다. 영어를 비롯해 65개 국어의 어휘 6만 4000개로 구성한 난해한 작품이다. 조이스가 만든 신조어와 혼성어가 난무하고 신화와 판타지가 뒤섞여 있다. 이론 물리학자인 머리 겔만은 자신이 발견한 우주의 기본 미립자를 ‘쿼크’(quark)로 명명했는데 이것은 피네간의 경야 12장 ‘신부선(新婦船)과 갈매기’에서 갈매기가 외치는 무의미한 조롱의 울음소리에서 따온 것이다. 경야(wake)는 죽은 사람을 조문하는 기간과 기상, 부활의 순간을 동시에 의미한다. 책 내용은 아일랜드 민요인 ‘피네간의 경야’에서 따왔다. 술을 사랑하는 벽돌 운반공 피네간은 사다리에서 추락해 죽는다. 경야를 하러 온 조문객들이 그의 얼굴에 위스키를 엎지르자 피네간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문객들과 향락을 즐긴다는 것이다. 고려대출판부는 “‘율리시스’가 깨어 있는 시간을 서술한 ‘낮의 책’이라면 ‘피네간의 경야’는 잠자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다룬 ‘밤의 책’”이라고 설명했다. 1938년 3월 21일 월요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위커라는 한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인간의 출생, 결혼, 죽음, 부활을 다룬다. 이어위커는 더블린 피닉스공원에서 두 소녀가 옷을 벗는 모습을 훔쳐보다가 나신이 된 것이 현장에서 발각된 일로 늘 괴로워했다.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패러디한 문구가 불쑥불쑥 나오고 정신분석학 이론이 녹아든 글이 들어 있다. 불교, 유교, 이슬람교의 어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주해집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원고 한쪽당 많게는 40개의 주석을 달았다. 553쪽부터 626쪽까지 해설을 먼저 읽고 마음의 각오를 다진 뒤 난해한 원문을 읽는 것도 권할 만하다. 김 교수는 “우리는 왜 거의 희망이 없는 듯한 난해한 작품을 읽고 타인에게 읽도록 권고하느냐?”고 반문한 뒤 “탐색 자체가 흥분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민요에서 인간의 죽음과 부활을 따온 만큼 ‘보통 사람’들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혁신’의 경제학자 슘페터도 궁금해했다…그래서, 혁신이 뭔데?

    ‘혁신’의 경제학자 슘페터도 궁금해했다…그래서, 혁신이 뭔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의 일생을 다룬 ‘혁신의 예언자’(토머스 매크로 지음, 김형근·전석헌 옮김, 글항아리 펴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1942년 내놓은 슘페터의 말년 대작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 문제다. 이 책은 흔히 슘페터와 마르크스주의의 대결로 꼽힌다. 마르크스주의가 폭력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말했다면, 슘페터는 폭력 혁명보다 고도의 관료화와 비판적 사회여론에 따른 점진적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내세웠다고 해석된다. 역사의 무대에서 자본주의는 마침내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배역이 아니라, 악전고투 끝에 문득 자신의 얼굴이 사회주의로 이미 바뀌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배역이라는 것이다. 가령 1947년 슘페터는 바실리 레온티예프의 사회 아래 폴 스위지와 자본주의 미래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이 논쟁을 지켜본 폴 새뮤얼슨은 이렇게 정리해 뒀다. 스위지가 마르크스 이론에 따라 “자본주의라는 환자가 암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슘페터는 “자본주의라는 환자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인정”했지만 “그 병은 암이 아니라 노이로제”라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혐오로 가득 찬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환자는 사실상 삶의 의지를 잃었다.”는 주장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유의 해석은 슘페터 특유의 아이러니한 어투와 풍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사회주의에 대한 미묘한 환상이 있던 시절 슘페터가 ‘걸리버 여행기’의 조너선 스위프트처럼 아주 세련된 풍자 기법을 구사했다고 본다. 슘페터가 책이나 이런저런 주장에서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상 엄청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음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뒤에는 “이걸 정말 할 수 있기는 한 거냐?”라는 반문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예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읽은 사람 가운데 한 비평가는 슘페터를 사회주의자라고 결론 내렸을 정도다. 그리고 분명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이들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그들은 책을 자본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이라고 여겼을 것이다.”라고까지 해 뒀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좌파의 오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 같은 용어들이다. 슘페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이 구호를 말 그대로 조금 ‘색다르게’ 활용한다. 시기와 질투로 범벅된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 종북 좌파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슘페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는 게 못마땅한 이들은 이미 ‘경제도 어려운데 돈 벌어다 주는 사람 기 좀 그만 죽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 입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대선 공약 따위는 잊으라.’고 속삭이기 시작할 것이다.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 정신’은 정말 그런 것이던가. 슘페터가 대기업을 옹호한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은 그들이 벌어들인 이윤으로 기본적인 총액을 부담할 수 있고, 외부 금융시장으로의 접근이 더 쉽기 때문에 은행 대출은 덜 중요하게 된다.”고 했다. 선단식 경영을 했기에 모험적 분야에 엄청난 자본 출혈을 감당하면서 진출할 수 있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재벌옹호론이 떠오를 법하다. 또 케인스가 대공황의 해법으로 총수요를 강조한 데 비하자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분명 기업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정작 슘페터는 자신의 보수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냉소를 보냈다. “나는 내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내 입장이나 생각이 과연 정말로 타당한 것인지 다시 의문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무슨 차이인가. 그가 말하는 기업가는 ‘4227개 기업이 인수합병을 거쳐 257개의 대기업으로 재편’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그 시절의 기업가다. 그래서 슘페터는 “19세기 중반 사회를 이끌던 부유한 가문 대부분이 3세대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경제는 세습 계급을 적대시하는 능력주의로 진입”했고 “기업가 정신은 계급의 표시가 아니라 기능”이 됐으며 따라서 “거대한 회사의 기업가들은 가족이 더 이상 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대신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게 기대게 된다.”고 해 뒀다. 그래서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잘 발휘한 인물들로 구성된 상류층의 상황을 ‘호텔 로비’에 비유했다. 자신이 거둔 성공에 자부심 넘치는, 잘 차려입은 교양 넘치는 신사숙녀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그곳의 화려함이 아니라 드나드는 사람이 늘 바뀐다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니까 ‘창조적 파괴’라 하면 다들 창조를 쳐다보지만 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파괴이고, 그 파괴의 대상은 다름 아닌 기득권층인 것이다. 마지막은 저자의 이런 관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대목이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2007년 출간된 이 책은 2007~2008년 미국에서 이런저런 출판상을 휩쓸었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상 받은 이유가 느껴진다. 슘페터처럼 학계의 중심에서 역사적 급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주변 인물들 얘기만도 무궁무진하다. 대가를 다루는 책들은 대개 중심을 한두 번쯤 잃고 다른 얘기에 빠졌다가 비틀대며 본론으로 되돌아 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법이 없다. 슘페터와 주변 인물들의 일기와 편지, 연방수사국(FBI)의 슘페터 내사자료 등 1차 사료에 충실하면서도 문체는 간결하고 이야기 전개 속도는 빠르다. 저자는 중부유럽(오스트리아) 귀족 스타일의 수려하고 장황한 문체 때문에 슘페터가 실력에 비해 영미권에서 비교적 덜 주목받았다고 지적하는데, 그런 지적을 할 만한 솜씨를 보여 준다. 670여쪽의 본문이 술술 넘어갈 뿐만 아니라 각주까지 읽는 맛이 쏠쏠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토록 박수받는 것은 정말 이런 이유뿐일까.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출간됐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나가는 내내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이라 쓰고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이라 읽으려는 저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 책이 서 있는 정확한 맥락은 어디쯤일까. 판단은 독자 몫이다. 4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대구의 귀환/노주석 논설위원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차갑고 깊은 바다에 사는 어종으로 북대서양과 북태평양이 주서식지이다. 큰 놈은 길이 2m에 무게가 90㎏까지 나가는데 뼈가 작고 살이 많다. 살맛이 비리지 않고 담백하며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 비타민A와 D가 풍부하다. 알은 알젓을 담고, 창자는 창난젓, 간은 간유의 원료로 쓰이니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다. 우리나라에는 동해대구와 황해대구가 나는데 동해산은 최대 1m까지 자라고, 황해산은 40㎝로 작은 편이다. 조선시대에는 부산 근해 ‘가덕대구’를 진상품으로 올렸다. 서구의 역사에서 대구는 평범한 먹거리가 아니다. 인간의 역사를 바꾼 ‘생선의 제왕’이라고 칭해진다. 1997년에 출간된 미국작가 마크 쿨란스키의 ‘세계역사를 바꾼 물고기-대구이야기’를 보면 8세기 바이킹의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구가 세계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알 수 있다. 바이킹은 대구어장을 찾아나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북미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장기 항해가 불가피한 신대륙과 신항로 개척의 배경에는 ‘말린 대구’와 ‘염장 대구’라는 상하지 않는 비축식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구가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을 있게 했고, 미국 독립전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 벌어진 3차례의 ‘대구전쟁’을 계기로 근대 해양법의 바탕이 정해졌다. 대구의 황금어장인 근해 어장을 유럽각국의 남획으로부터 지키고자 아이슬란드는 1958년부터 1976년까지 영해를 12해리, 50해리, 200해리로 점차 확대했고, 이를 불인정한 영국과 상호 함포 사격은 물론 선체 충돌 등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에서 진행되는 남북한 어선 간 ‘꽃게전쟁’의 확대판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약소국인 아이슬란드의 ‘3전 3승’은 오늘날 국제 해양법에서 200해리 경제수역의 일반화를 가져왔다. 대구 철이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말이 있듯이 첫눈이 내리고 나면 대구가 맛있어진다고 한다. 한때 ‘겨울철 국민 생선’이라고 불리던 명태를 누르고 대구가 대표 생선으로 등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10여년 전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고, 이를 대체하던 일본 홋카이도산 생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처지가 되면서 서해안에서 잡히는 대구가 겨울철 식탁의 진객이 됐다. 토종대구의 귀환이 입맛을 돋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해님달님·아기장수·우렁각시·선녀와 나무꾼… 설화에 깃든 삶의 지혜와 교훈

    해님달님·아기장수·우렁각시·선녀와 나무꾼… 설화에 깃든 삶의 지혜와 교훈

    옛날에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했다. 그러나 이야기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있으니 신동흔(51) 건국대 국문과 교수다. 구비문학과 설화를 연구하는 그는 ‘세계민담전집 1’과 ‘살아있는 우리 신화’, ‘이야기와 문학적 삶’ 등을 쓰고, 최근 ‘옛이야기의 힘’(우리교육 펴냄)을 내놓았다. 그에게 옛날이야기는 “아기장수 설화를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바꾸지 않는다.”라고 선언할 만큼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는 거칠고 보잘것없는 이야기가 수천년에 걸쳐 내려올 때에는 그 바탕에 ‘진짜 삶’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벗기면 옛날이야기의 속살이 드러난단다. 진짜 그런가, 한번 들어보자. 그림형제의 동화가 무섭다고들 하는데, 한국의 ‘해님달님’도 만만치 않은 호러물이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떡장사를 하는 한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은 떡을 모두 호랑이에게 넘기고 종국에는 자신도 호랑이에게 잡아먹힌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는 아예 어머니로 변장해 해님과 달님도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신 교수는 “엄마가 호랑이로 변한 것이 아닐까요?”라고 물어본다. 힘들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가 그날따라 심화가 부쩍 일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몸을 맡기고 자식 주려고 남긴 떡을 하나하나 먹다가 어느 순간 “에잇, 자식새끼들이 다 뭐라고”라며 무서운 호랑이로 변신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 교수는 “외간 남자한테 마음을 빼앗긴 엄마, 경제적 어려움에 내가 죽어야지 하는 엄마, 증오로 분노의 몽둥이를 쳐든 엄마가 현실에도 존재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니 “엄마 왔다, 문 열어.”라는 분위기는 당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엄마가 엄마이면서 엄마가 아닌 현실에 맞닥뜨린 아이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그는 “동화 속에서 해님 달님은 엄마에게서 독립해 스스로 몸을 간수하며 성장을 해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신한 해와 달은 호랑이가 된 엄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넓은 세상, 생명의 근원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서 오누이가 해님과 달님으로 분리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색깔로 존재해야 한단다. 그럼 수수밭에 떨어진 호랑이는 뭔가.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이란다. 꿈보다 해몽 같은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살짝 맛보기 하나 더. 어느 처녀가 혼례하는 날, 신랑이 덜컥 죽었다. 상식적으로 처녀는 머리 풀고 상복을 입은 뒤 열녀가 돼야 할 텐데, 이 신부 말하길 “길 가는 아무 남자나 불러다 혼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한다. 막무가내로 우기는 신부를 말리지 못하고 거지 신랑을 데려와 혼례를 치렀다. 그 뒤 신부는 아들 둘을 낳았는데, 이 아들 둘이 북벌을 준비하던 장수가 된단다. 처녀 귀신이 되지 않고 자기 삶을 개척한 젊은 여성의 당찬 자세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과부 재가 금지는 갑오개혁(1895년) 때서야 폐지됐다. 선녀와 나무꾼은 ‘잡은 물고기에 미끼를 던지지 않는다.’는 남자들에게 방심하면 애 셋을 낳은 아내에게 버림받는다는 진리를 보여준다고 한다. 남자들이 꿈에 그리는 ‘우렁각시’ 설화는 남녀 사이의 신뢰를 파괴하면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우렁각시가 아직 부부가 될 인연이 아니니 기다리라고 하지만, 사내는 예쁜 여자를 빼앗길까 하는 두려움에 서둘러 색시로 삼는데, 이때 사내가 우렁각시에게 자격미달임을 설명한단다. 옛날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사투리와 고어를 그대로 살린 ‘옛날’ 이야기 자체도 즐길 수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중소출판사 내모는 인터넷서점 횡포 막아야

    대형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는 ‘뒷돈의 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는 그제 출판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신간을 ‘기대 신간’(예스 24), ‘급상승 베스트’(인터파크), ‘리뷰 많은 책’(교보문고), ‘화제의 책’(알라딘)이라고 광고하는 꼼수를 부린 교보문고 등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1주일에 최대 250만원의 광고비를 받고 마치 읽을 만한 신간을 엄선한 것처럼 독자들을 현혹시켰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도서유통구조가 파괴되면서 출판생태계가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다. 등록 출판사의 92%인 3만 3003개가 책을 출간하지 않은 개점휴업 출판사이고, 불과 2.17%의 대형 출판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출판사들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몇몇 대형 서점으로부터 정가의 60~70%에 책을 공급하도록 강요받는다고 한다. 소형서점도 1995년 5449개에서 올 10월 현재 1723개만 남았고 68%가 문을 닫았다. 대부분 인터넷 서점들은 19%에 이르는 신간 할인율을 내세워 기존 유통구조를 뒤흔들었다. 이들의 도서유통시장 점유율은 36.8%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도 11번가, G마켓, 옥션 등 복합쇼핑몰의 파격 할인 공세에 견디지 못해 무리수를 뒀다.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공공재이다. 또 출판업은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기본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출판계는 불황의 늪에 빠진 영세 출판사와 몰락하는 동네 책방을 살리기 위해 완전 도서정가제 보장과 출판진흥기금 5000억원 조성,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 3000억원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책을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값이 다른 현행 할인제도가 영세 출판사와 동네 책방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출판계의 주장에 동의한다. 같은 책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완전한 도서정가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비영어권 16개 나라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것이 본보기다. 신간도서 할인 제한과 사은품·마일리지 제공 등 변칙할인을 차단하는 보완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좋은 책을 원하는 책 소비자, 즉 양질의 독자들을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 “장르 4개 섞어 독자에 새로운 소설 시도”

    “장르 4개 섞어 독자에 새로운 소설 시도”

    “가상현실에서만 표현되는 ‘게임 폐인’들의 영웅적 행위가 현실 세계에서도 구현될 날을 기다린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46·이화여대 교수)가 펴낸 새 장편소설 ‘지옥설계도’는 그가 지난 8년 동안 최소 하루 3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헤비유저로 살면서 느꼈던 것을 소설의 형식으로 쓸어담은 것이다. 그는 오른쪽 집게손가락을 1초에 16번 움직이다가 이 손가락과 연결된 팔꿈치 관절이 파열돼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온라인 게임을 함께 하던 대원 32명이 온몸에 화살을 맞으며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살리려고 노력할 때는 그들의 전우애와 형제애로 인해 컴퓨터 앞에서 눈물을 철철 흘리기도 했단다. 13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새 소설 출판 간담회는 소설 자체보다 게임과 가상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또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이인화가 직접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인화는 “PC가 이미 올드미디어가 돼 버릴 만큼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소설을 읽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독자가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을 피해가고자 애썼다.”고 했다. 그는 “JK 롤링은 해리포터를 쓰기 전에 국가가 2년 동안 생활비를 지원했다. 반면 한국의 소설가나 시나리오 작가들은 그런 혜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 예술인복지법이 통과되긴 했다. 그래서 정보기술(IT) 강국답게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을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205개의 스토리 모티브와 3만 4000개의 모티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스토리 헬퍼는 작가에게 그가 쓰려는 스토리의 얼개를 넣으면 기존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등장했던 스토리와 얼마나 유사성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지도 보여 준다. 최근 영화 ‘광해’가 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고 있는데 스토리 헬퍼로 돌려보면 약 75%가 비슷하지만, 영화 ‘아바타’가 영화 ‘늑대와 춤을’과 87%나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아주 양반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모티브나 스토리 전개의 유사성이 문제가 아니라 작가가 햄릿과 같은 불멸의 창조적인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게임업체가 게임을 만들어 놓으면 1개월 만에 게임에 스토리를 입혀야 하는 열악한 작업환경의 게임 시나리오 작가나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이 스토리 헬퍼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소설로 돌아가면 ‘지옥설계도’는 보통보다 10배 이상의 지능을 가진 강화인간과 범국가적 조직을 배후로 둔 살인사건의 추적 과정을 그린다. 스릴러와 추리, 판타지, SF 등 네 가지 장르를 섞어 독자들이 그동안 읽어 보지 못했을 ‘완전히 새로운 전개’를 시도했다고 했다. 이인화는 “이전까지 19편의 소설을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썼는데, 이번에는 아주 희열을 느끼면서 썼다.”고 했다. 작가는 세계 곳곳의 ‘동생’들과 게임을 하면서 “우리만 잘살고 우리만 대통령 잘 뽑으면 되는 게 아니라 지구의 아픔이 나의 아픔임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소설에 이어 이 소설을 확장한 게임은 내년 1월 출시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부처님의 생생한 가르침 만난다

    부처님의 생생한 가르침 만난다

    부처님이 생전에 설파한 가르침에 가장 가깝다는 초기 불전(佛典) ‘니까야’가 국내 스님들의 원력으로 완역됐다. 전체 4부로 구성된 ‘니까야’ 중 번역되지 않았던 2부 ‘맛지마 니까야’가 네 권으로 번역 출간된 것. 지난 2002년 팔리어 경전 번역을 위해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 스님)이 생겨난 지 10년 만이다. 이번 니까야 완역은 대림 스님과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의 각고 끝에 얻어진 성과. 각묵 스님은 1979년 화엄사로 출가해 선방에서 참선 중 인도로 유학해 푸나대 산스크리트어과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비구니 대림 스님은 1983년 세등선원으로 출가, 인도 푸나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 공부했다. 두 사람은 인도에서 의기투합, 2002년 초기불전연구원을 만들어 ‘팔리어 삼장’ 완역 작업을 벌여왔다. 그동안 ‘디가 니까야’(2006년·각묵 스님 번역), ‘앙굿따라 니까야’(2007년·대림 스님), ‘상윳따 니까야’(2009년·각묵 스님)를 한글로 완역해 놓았다. ‘팔리어 삼장’은 경장(니까야), 율장(위나야 삐따까), 논장(아비 담마 삐따까)을 합쳐 말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 서민들의 언어인 팔리어로 설법한 것을 제자들이 합송(合誦)하다가 구전된 가르침을 기록한 것들이다. 이 가운데 니까야는 중국에서 한자로 번역된 ‘잠아함경’ ‘중아함경’ 같은 아함경류에 해당하며 특히 ‘맛지마 니까야’는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중간 정도의 길이에 해당하는 경전 152개를 담고 있는 경전 모음집. 스님과 일반인의 수행에 요긴한 가르침이 많이 들어 있다. 이번 ‘맛지마 니까야’는 대림 스님이 팔리어의 로마어 표기판을 바탕으로 5년 동안 번역에 매달려와 완성한 것. 총 2900여쪽 3200개에 이르는 방대한 주해를 달았다. 두 스님들은 4부 ‘니까야’ 말고도 율장인 ‘위나야 삐따까’, 논장인 ‘아비담마 삐따까’ 번역을 비롯해 ‘팔리-한글 술어사전’, ‘팔리-한글 대사전’, ‘팔리 고유명사 대사전’ 등도 연차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대림 스님과 각묵 스님은 “‘4부 니까야’의 완역으로 이제 한국 불교도 왜곡된 부처님 뜻과 어려운 한자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뉴스 WHO] 외도에 날개 꺾인 ‘전쟁영웅’ 출신 정보수장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진두지휘해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아 온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불륜으로 사임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59) CIA 국장은 9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제 백악관을 방문해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하겠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밝혔고, 오늘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37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외도를 저지르면서 극도의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면서 “이런 행동은 남편으로서는 물론 조직의 지도자로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어찌 됐든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수십년간 미국을 위해 훌륭하게 봉사했다.”고 평가했다. 퍼트레이어스의 내연녀는 방사선 전문의 남편과 두 아들을 둔 전기작가 폴라 브로드웰(39)이다.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스캔들이 밝혀진 과정은 첩보영화를 뺨친다.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브로드웰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재학 중이던 2006년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모임에서 퍼트레이어스를 처음 만났다. 당시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이었던 퍼트레이어스는 이 모임에서 연설을 했다. 브로드웰은 2010년 7월∼2011년 7월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었던 퍼트레이어스의 전기를 쓰기 위해 아프간에 머물렀다. CNN은 “퍼트레이어스가 집무실 책상 밑에서 브로드웰과 정사를 벌였다는 정보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올 초 출간된 ‘퍼트레이어스 장군의 교육’이라는 자서전을 공동 집필했다. 두 사람의 불륜은 CIA와 ‘경쟁관계’에 있는 연방수사국(FBI)이 밝혀냈다. FBI에 따르면 4~5개월 전 퍼트레이어스와 가까운 한 여성이 “누군가 이메일로 나를 협박한다.”며 FBI에 신고했다. FBI는 문제의 이메일을 추적한 결과 그것이 브로드웰이 보낸 것임을 알아냈고 브로드웰의 이메일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퍼트레이어스와 불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주고받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브로드웰은 퍼트레이어스가 이 여성과 또 다른 불륜을 저지른다고 의심해 협박성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부터 FBI는 미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 국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내사에 들어갔고 2주 전 퍼트레이어스와 면담해 ‘자백’을 받아냈다. 클래퍼는 미 대선 당일인 지난 6일 오후 5시에서야 FBI로부터 보고를 받고 퍼트레이어스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이어 7일에 관련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했다. 그러나 FBI가 DNI는 물론 대통령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수개월간 내사를 진행한 것과 대선이 끝난 직후 갑자기 사임 발표가 나온 것 등을 놓고 일각에서는 의혹이 제기된다. CIA로 내사 정보가 흘러 들어갈까 봐 DNI에는 비밀로 했더라도 대통령에게는 미리 보고하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이다. 백악관에서는 이 사건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대선 이후로 사임 발표를 미뤘다는 것이다. 특히 퍼트레이어스가 한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설이 나왔다는 점에서 표적 수사 의혹을 받을 우려도 감안했을 수 있다. FBI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신고를 한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살고 있는 브로드웰은 고교시절 졸업생 대표를 맡을 정도로 똑똑하고 운동도 잘했으며, ‘파티의 여왕’으로 뽑힐 만큼 인기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자녀 교육에 바쁜 ‘사커맘’이라 부르기도 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메디컬 팁] 서울대 암연구소 ‘건강지침서’ 출간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장, 박상철 가천의과학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 등 명망 있는 전문의들이 건강지침서 ‘오래 살고 싶으신가요?’(연합북스)를 출간했다. 연합뉴스와 서울대 암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이 책은 건강을 위한 바른 습관을 질병별로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다. 저자들은 오는 21일 오후 5시 서울대 암연구소 강당에서 출판기념회와 사인회도 갖는다. 308쪽. 1만 2000원.
  • ‘여성들의 19금 필독 야설’ 때문에 이혼한 부부

    ‘여성들의 19금 필독 야설’ 때문에 이혼한 부부

    ‘여성들의 19금 필독서’로 불리며 영국과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한 편 때문에 이혼한 부부의 사연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E.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는 지난 해 5월 출간돼 1년 새 영어권 국가에서만 3100만 부가 팔렸으며, 특히 지난 3월 출간된 미국 내에서만 21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남자 주인공과 사랑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여자 주인공,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상세히 그린 이 책은 탄탄한 구성 뿐 아니라 여성의 욕망을 다룬 다소 엽기적인 성행위 묘사가 포함돼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전자책, 인터넷 등으로 독자들이 먼저 접하면서 ‘여성의 19금 필독서’, ‘여성을 위한 포르노’ 등으로 알려지며 일찌감치 유명해졌고, 곧 정식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자극적인 베스트셀러 때문에 이혼한 부부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영국의 41세 커리어우먼과 그녀의 남편이다. 이 주부는 연소득이 40만 파운드에 달할 만큼 고소득자로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했지만 남편과의 관계에 지루함을 느끼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소설을 읽었다. 그 뒤 남편에게 소설에 등장하는 엽기적인 잠자리 행위를 요구했지만 남편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이혼소송을 낸 것. 영국 고등법원은 아내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편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며 아내의 이혼신청을 받아들였다. 소송을 제기한 주부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인해 불거진 최초의 이혼 사례”라고 설명한 뒤 “현재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성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구조조정 전문가 이성규 대표 수필집 ‘소년은 철들지… ’ 출간

    구조조정 전문가 이성규 대표 수필집 ‘소년은 철들지… ’ 출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1960년) 시대를 살아 가난을 온몸으로 겪었다. 20대에 민주화의 한복판에 있었고, 30~40대에는 어렵게 다져온 경기 호황이 얼마나 허무하게 급전직하 하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했다. 이런 세대니까 남보다 조금 빨리 철들었고, 더 무거운 짐도 말없이 지고 살아갈 수 있었다. 곧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때다. 동시에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위로가 필요한 시기다. 최근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아비요 펴냄)라는 수필집을 펴낸 이성규(53)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대표. ‘구조조정 전문가’ ‘이헌재 사단’ 등의 수식어로 더 유명한 이 대표는 8일 “경제위기 등을 헤쳐오며 지친 또래 세대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서 “철 모르던 유년의 기억과 같이 놀던 동네친구들의 추억은 살면서 때로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 회생 전문가가 ‘마음 회생법’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랑바리나바랑 부다라까다라마끼부랑야~.’ 10초 안에 3번 외면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손오공의 주문이다. 40년쯤 전 TV에서 자주 접한 이 주문을 아직도 외우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이 대표는 “깔깔거리며 따라하던 손오공 주문에서 마음이 짠해지는 건 같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이들에게 오랫동안 잊었던 ‘꿈’이 바로 위안이 되는 이유다. 회충약, 채변봉투, 불주사, 잡지 ‘새소년’과 반공영화, 조개탄. 이 대표는 읊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그득해지는, 이미 사라진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불러낸다. 집에서는 가장으로, 회사에서는 상사로 ‘센 척’ 해왔던 베이비부머들. “고통이 돼버린 부담을 내려놓는 방법은 자신이 나이를 먹었을 뿐, 아직 철들지 않은 소년이라는 사실을 각성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외환위기 때 이헌재 당시 금융위원장을 도와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했던 이 대표는 이후 국민은행·하나은행 부행장 등을 지냈다. 2009년 부실채권을 다루는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가 설립되면서 초대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도 별명이 ‘미스터 워크아웃’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아버지·어머니~ 아! 그립습니다

    올겨울에도 만만치 않은 ‘한파’(寒波)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모님을 그리는 따스하고 애잔한 목소리가 담긴 시집 3권이 출간됐다. 2004년 등단한 박연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문학동네 펴냄)는 울림의 진폭이 남다르다.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얼굴이 간지럽다/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반항도 안 하고/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처제, 하고 불렀다….’(뱀이 된 아버지)처럼 섣부른 추측이 망설여질 만큼 한편 한편의 시는 담담하게 흐르지만 감출 수 없는 진한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를 오랜동안 병구완 한 시인의 독특한 인생 역정에서 나온 것이다. 2008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상웅 시인의 ‘거인을 보았다’(창비 펴냄)의 ‘거인’ 역시 부모님이다. 평생 오른손으로만 일하다가 팔을 굽히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멀쩡한 왼손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각목을 절구에 찧어서 질긴 실을 뽑아내듯 딱딱하고 팍팍한 어머니의 삶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묻어난다. ‘옷을 만들어 시집을 왔다는/어머니의 말, 각목으로 알아듣고는/나는 옹이가 빠져 구멍이 난 저고리를/생각했다, 그땐 각목이 귀했을지도 몰라./옆집 창고에서 빌려왔을지도 몰라.’(각목) 등단 30주년을 맞은 고운기 시인의 ‘구름의 이동속도’(문예중앙 펴냄)에선 무심하면서도 아픈 삶의 인연들이 모두 드러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부터 만나고 헤어진 여성들에 대한 단상까지…. 하지만 바람결에 흔들리는 단소 소리처럼 애틋하게 읽히는 건 역시 부모님에 대한 흔적이다. ‘저물 무렵/중환자실로 엄마가 오고 언니가 오고 동생이 오고/이모와 이모부가 오고/약속하지 않았는데도 모인 식구들을 한번 둘러보더니/조용히 눈을 감았단다…집에서 치른 그의 아버지의 장례식.’(다시 여자 K)에선 만나고 헤어진 한 여성의 얘기를 통해 자신의 추억으로 남의 슬픔을 대신해 울어 주고 위로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생계형 좀도둑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장 발장’이다.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소설 속 인물인데도, 혹독한 겨울에 누이와 누이의 일곱 어린 자녀를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혀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실존인물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불사조처럼 활활 타오른다. 달나라로 인간을 쏘아 보내는 첨단의 시대에도 처절한 빈곤과 배고픔, 법의 냉혹함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년 전 세계적으로 혹독한 경제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암울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때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레 미제라블’을 천천히 완독해 보면 어떨까 싶다.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으로 레 미제라블 5권을 내놓았다. 한 권당 500쪽이 넘으니 전 권을 다 읽으려면 2500쪽이 넘어 한 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게다가 어린이용 축약본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레 미제라블을 다양한 버전으로 읽고, 봤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책을 추진력 있게 읽어내려 갈 수도 없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내 맛보기를 시작하면, 프랑스의 정치인이자 대문호인 위고의 입담과 생생하게 그려놓은 인물의 성격 묘사, 인간의 구질구질하고 추악한 내면과 그런 악마적 본질 속에서 끊임없이 내면의 성스러움을 찾아가려는 인간적 몸부림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위고는 프랑스 혁명기에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낸 회기의 국민의회 의원이었으나, 그 뒤로 은둔한 늙은 혁명가 G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웅변한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나는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일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킨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요…(중략).”(1권 77쪽) 이 발언은 위고가 책이 나오기 직전인 1862년 1월 1일 오트빌 하우스에서 쓴 메모와 거의 같다. 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는 메모의 끝에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고 했다. 생계형 매춘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슴없이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혁명가 G의 성찰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스스로 혁명가적인 뜨거운 삶을 살았던 위고는 계몽가로서 빈곤 해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독자들이 머리를 맞대기를 바랐을 것이다. 소설가는 순수하게 소설만 쓰고, 시인은 순수하게 시만 써야지 정치에 참여하면 곤란하다는 식의 한국적 편견은 차라리 벗어던지는 것이 레 미제라블 앞에선 더 환영받을 일이다. 빵 하나를 훔치고 5년 형을 받은 장 발장은 복역 3년 만에 자신의 누이와 일곱 조카의 생사가 궁금해 탈옥을 거듭 감행하게 되고, 탈옥 시도로 14년을 더 감옥살이해야 했다. 그는 19년을 감옥에 있으며 “자신의 증오심으로 사회를 처벌했다. 그는 자기가 겪는 운명을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고, 아마 언젠가는 서슴지 않고 그 책임을 물으리라 생각했다. (중략) 그는 자기가 받은 징벌은 사실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불공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했다.(1권 164쪽)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날카롭게 벼려 놓은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묻지 마 범죄’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개인의 불만과 고통이 레 미제라블에는 이처럼 숱하게 들어 있다. 이런 항변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주장들이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능력있는 자요. 당신의 그 ‘서로 사랑하라.’와 같은 말은 바보 같은 소리요.”(1권 111쪽)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공존하기보다 홀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류의 사람들이 내는 강퍅한 내면의 목소리들이다. 그러나 위고는 “진실한 가치와 성공의 허울뿐인 유사성이 사람들을 속이”고 “오늘날 거의 공인된 철학이 하인의 신분으로 성공의 집에 들어와 성공의 사환복을 입고 그 응접실에서 시중을 든다. (중략) ‘영달’은 곧 ‘능력’이라고 추측된다.”(1권 100쪽)라고 분석했다. 코제트의 불쌍한 어머니이자 창녀인 아름다운 팡틴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가 ‘시커먼 행복’을 추구하며 천박하게 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해지기도 한다. 위고는 1831년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소설가의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정치 시를 발표해 참여시인으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1845년 상원의원에 선출됐고, 1848년 2월 혁명으로 왕당파에서 공화주의자로 변신해 나중에 황제에 오르는 나폴레옹 3세와 대립했다. 그래서 나폴레옹 3세가 즉위하자 1851년부터 20년 동안 프랑스를 떠나 망명을 해야 했는데, 이때 아내와 자식을 잃었다. 레 미제라블은 망명 중이던 1862년 3월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위고는 1870년 파리로 귀환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레 미제라블에서 위고는 정치철학의 변화를 미리엘 주교를 통해, 정치인은 어떻게 살아야 훌륭한 삶인가에 대한 내면적 갈등을 마들렌 시장으로 변신한 장 발장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은 늘 온다. 진실을 택할 것인지, 위선을 택할 것인지 마들렌 시장의 고민을 역지사지해 볼 수 있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내 머리에 햇살 냄새(유은실 글, 이현주 그림, 비룡소 펴냄) 국내 아동문학 문단에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단편집. 누가 무슨 말만 하면 그 말을 되받으며 맨날 “나도!”를 내뱉는 지수 이야기를 담은 ‘도를 좋아하는 아이’, 보배 같지 않은 갓난쟁이 동생을 보배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민이 이야기인 ‘백일의 떡’ 등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단편 4편이 실려 있다. 8500원. ●산의 합창(이원수 글, 이상규 그림, 현북스 펴냄) 아동문학 작가인 이원수의 동화를 선별해 실었다. 작가는 1981년 숨질 때까지 ‘고향의 봄’ 등 수백 편의 동요와 동시, 동화를 썼다. 대중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장편 ‘산의 합창’과 ‘꿈과 신문팔이’ ‘코스모스 핀 영혜원’ ‘식당 사람들’ 등의 작품이 실렸다. 읽는 이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준다. 1만 1000원. ●레이의 소방서 시리즈4(심수진 글, 김진겸 그림, 연두세상 펴냄) 소방차를 소재로 한 창작 그림 동화 네 번째 이야기. 누구보다 씩씩한 여자 특수 소방차 ‘헤이즐’이 화재로 집과 엄마를 잃어버린 아기 돼지 남매를 만나 뜨거운 불길 속에서 펼치는 활약이 담겼다. 우정과 용기를 일깨우는 동화로,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출간돼 영어, 일어, 중국어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1만 3000원.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필립 C 스테드 글, 이예원 옮김, 에린 E 스테드 그림, 열린책들 펴냄) 뉴욕타임스의 어린이 그림책 부문 3주 연속 베스트셀러. 우정과 인내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겨울잠 잘 시기를 앞둔 곰 한 마리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겨울 준비를 도와주느라 덩달아 바빠진다는 내용. 1만 800원.
  • 다 좋아질 거라 말하지 마요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워요

    다 좋아질 거라 말하지 마요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워요

    “난 절박해서 말하는 거거든. 너희들은 소중하지 않다고. 그런데 애들은 그냥 웃고 말아. 난 답답해서 그러는 건데.” 머금었던 맥주 한 모금을 뿜을 뻔했습니다. 이상한 선생님 아닙니다. 실력으로 꽤 인기 높은 여고 수학 선생님의 푸념입니다. 대학만 졸업하면 곧장 전문직 여성이 될 것이라 ‘착각’하는 게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라 했습니다. 멘토, 힐링, 참 인기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소중한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진정한 너만의 무언가를 찾도록 해라, 참 화려한 말들의 성찬입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공허하게 여겨질 때면 몇 년 전에 들었던 ‘너희는 소중하지 않아.’라던 저 수학 선생님의 일갈이 떠오릅니다. 따스한 위로의 말을 시니컬하게 비웃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수평적 대화를 내세우는 멘토나 힐링을 볼 때면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위르겐 하버마스에 대한 비판이 떠오릅니다. 하버마스는 근대 이성의 수호성인답게 의사소통이론이란 걸 만들었습니다. 이성적으로 대화해서 잘 풀자는 거지요. 비판도 거셉니다. “대화? 좋긴 좋은데 왜 의사진행봉은 당신이 잡고 있는데?”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직원들 고충을 직접 듣겠다고 할 때 정말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사단장님이 힘드냐고 묻는데 힘들어 죽겠다고 대답하는 병사는 바보입니다. 서로가 너무 잘 아는 이런 게임 같은 상황이 소통이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까닭은 겉으로만 동등한 척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위선적이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버마스는 근대 이성을 전 세계에 퍼뜨린 사람이 유럽인이니 어떻게 해서든 고쳐 써야 한다고 선언한 사람입니다. 의사소통이론을 두고 순진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서구 문명에 대한 하버마스의 절박한 책임감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힐링도 그렇습니다. 멘토들이 내세우는 말은 대부분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입니다. 그 선의와 진정성은 존중받아야겠지요. 다만 형식적인 동등성에 그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송태욱 옮김, 사계절 펴냄) 출간을 계기로 조금 다른 방향에서 힐링을 말하는 책을 꼽아 봤습니다. 빅토르 프랑클의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박현용 옮김, 책세상 펴냄), 윌리엄 어빈의 ‘직언’(박여진 옮김, 토네이도 펴냄)까지 모두 3권입니다. 이들은 따뜻한 낙관보다 차가운 비관 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소중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고 외치기보다 ‘우리는 소중하지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각자의 색깔도 제각각이어서 매력적입니다. 강상중은 문학에서, 프랑클은 심리학에서, 어빈은 철학에서 답을 찾습니다. 구체적으로 강상중은 나쓰메 소세키, 프랑클은 자신이 정립한 심리학 로고테라피, 어빈은 로마시대 스토아철학을 거론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한 꼭지씩만 뽑아 볼까요. 재일교포로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고 3·11 대지진으로 2만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고 오랫동안 신경증을 앓던 아들을 마침내 먼저 떠나보낸 강상중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 자살에 실패한 사람 등 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대의 병리로 취급하지 않고, 자기 실현에 실패한 평범한 무리로 보지 않고,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이라며 잘라 버리지 않고, 그들을 닥치는 대로 자기다움의 탐구로 내모는 현실을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달아날 수 있었으나 부모를 버릴 수 없어 오스트리아에 남았고, 사랑을 버릴 수 없어 나치 당국의 허락 아래 결혼하는 마지막 유대인 커플이 됐고, 결국 여동생과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을 수용소에서 잃어버렸으나 그 경험을 로고테라피로 승화시킨 프랑클은 이렇게 말합니다. “심리 치료 속의 심리주의와 싸우면서 아픈 것이 절대로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다. 나는 요즈음 이것을 로고이론이라 부르곤 한다. 로고테라피는 모든 것을 병리학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주장과 맞서 싸울 것을 선포한다.” 둘에 비하면 어빈은 굉장히 소박합니다. 행복하고 싶어 한때 선불교에 심취했으나 “너무나 분석적”인 성격 탓에 스토아철학으로 옮겨 갑니다. 대표적인 스토아철학자는 세네카지요. 아시다시피 네로 황제의 스승으로 최고의 명예를 누리다 광폭해진 네로에게 내쳐져 자진하라는 명령을 받고 손목을 긋는데 그게 안 되니 발목 등 다른 곳을 긋고, 그래도 안 되니 증기탕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입니다. 울부짖는 주변 사람들에게 평온한 얼굴로 “스토이즘을 잊지 말라.”고만 말했습니다. 그런 세네카는 자신의 목표에 대해 “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악덕을 줄여 나가고 실수를 책망하는 삶을 사는 것이며 그렇게만 해도 충분히 발전하는 것”이라 해 뒀습니다. 이런 접근들이 와 닿는 이유는 이들이 섣불리, 그러니까 지식, 지위, 경험을 발판으로 미래를, 희망을, 내일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 미래의 찬란한 삶보다는 오늘 하루하루를 잘 버텨 내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것이 삶의 참된 의미라고 조용히 일러 줍니다. 반짝거리는 힐링의 말씀들에 비해 훨씬 더 민주적이고 그 덕에 한층 더 윤리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들은 한결같이 종교보다 인간 이성을 앞세우는데도 함부로 행복과 영생을 얘기하는 종교인들보다 훨씬 더 짙은 종교 냄새를 풍깁니다. “이성과 영성은 양립 가능하다.”는 강상중, “삶의 최종적인 의미는 우리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프랑클, “(스토이즘은) 내세관이 없을 뿐 종교와 다를 바 없다.”던 어빈의 얼굴은 하루하루 버텨 내는 우리의 얼굴과 닮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쯤이면 형식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동등해졌다고 해도 될까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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