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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히티의 섬들’ 글로벌 캠페인... 왕복 항공권 경품

    ‘타히티의 섬들’ 글로벌 캠페인... 왕복 항공권 경품

    타히티 관광청은 “타히티의 섬들(The Islands of Tahiti)”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독특한 타히티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캠페인을 펼친다. 글로벌 캠페인의 핵심은 새로운 슬로건 “마나가 품은 곳(Embraced by Mana)”이다. “마나(Mana)”는 모든 생물을 연결하는 생명의 힘과 정신을 뜻하는 타히티의 단어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타히티 관광청은 총 118개의 타히티의 섬들 중 7개의 섬(타히티 섬, 모레아 섬, 보라보라 섬, 타하 섬 외 3개)을 소개하는 온라인 캠페인 웹사이트를 개설해 각 섬들이 지닌 매력들을 한국인들에게 알린다. 6월 27일부터 7월 26일까지 한 달 동안 캠페인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경품은 에어타히티누이의 왕복항공권(나리타-타히티-나리타)과 해피바스의 타히티의 티아레향 바디워시 등이 있다.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타히티의 섬들은 아름다운 백사장, 눈부신 크리스탈 라군, 코랄빛 산호섬에서부터 화산 봉우리에 이르는 다채로운 풍경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 각각의 섬들은 수중 방갈로를 갖춘 고급 리조트부터, 가족펜션, 크루즈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제공한다. 도쿄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타히티 파페에테 파아아 국제공항까지 11시간의 비행시간이 소요되며, 에어타히티누이 항공이 주 2회 운행하고 있다. 타히티 관광청은 해당 온라인 캠페인 외에도 오는 7월 한국어판 가이드북 출간 및 타히티 관광청 한국 공식 홈페이지 오픈 예정이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詩 르네상스 이끈 지기 그들이 토한 병든 시대

    詩 르네상스 이끈 지기 그들이 토한 병든 시대

    1980년대 ‘시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시인들이 나란히 새 시집을 냈다. 1979년 등단해 1980년대 스타 시인으로 군림한 최승자(64), 1980년에 데뷔해 단단한 서사를 품은 장시를 장기로 부려온 김정환(62) 시인이다. 이들은 문학으로 곁을 함께하면서 1980년대 출판사 홍성사에서도 같이 일한 오랜 지기다. 두 시인은 죽음의 이미지, 세계·문명에 대한 비애가 두드러지는 새 시집으로 ‘병든 시대에 대한 울화’를 드러냈다. 정신분열증으로 투병 생활을 이어 온 최승자 시인은 5년 만에 여덟 번째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문학과지성사)를 냈다. 첫 시집의 첫 시에서부터 스스로를 ‘천년 전에 죽은 시체’라 일컬었던 시인은 과거 독하고 예리한 언어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부정 혹은 비극의 시학’으로 이름났던 청춘을 지나 이제 그는 부운몽(浮雲夢) 같은 삶과 죽음을 굽어본다. ‘살았능가 살았능가/벽을 두드리는 소리/대답하라는 소리/살았능가 죽었능가/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벽을 두드리는 소리만/대답하라는 소리만/살았능가 살았능가//삶은 무지근한 잠/오늘도 하늘의 시계는/흘러가지 않고 있네’(살았능가 살았능가) ‘내 존재의 빈 감방/푸른 하늘이 떠 있지 않나요/갇혀진 감방이 아니에요/바람으로 구름으로 통하는 감방이에요/그런데도 감방은 감방이로군요’(내 존재의 빈 감방) ‘세계 전체가 한 병동’(나의 생존 증명서는)이라는 최승자의 인식은 ‘세계가 늙고 세계의 언어가 늙는다’(보유(補遺): 발굴 바벨탑 토대)는 김정환의 비관과 맥이 닿아 있다. 김정환 시인은 “시를 쓴 지난 3년간 인간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감각하게 한 일들이 많았다”며 “‘사는 게 사는 건가’, ‘살아 있는 게 맞는가’ 등 시인이란 자들이 남들보다 더 전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질문들을 곱씹은 결과”라고 했다. 새 시집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문학동네) 얘기다. 시집에는 ‘한 권의 시집이 한 편의 시로 여겨질’(김민정 시인) 만큼 한 호흡으로 써내려간 장시들이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시인은 세월호 참사를 압축한 장시 ‘물 지옥 무지개’의 참혹한 서사와 ‘우리가 당분간 유지할 것은 연민의 각도’(각도)라는 일갈은 ‘타인에 대한 감각’을 강조한다. ‘무지개 뜨지 않았다. 비가 내렸고 평소가 돌아왔다. 그래야겠지… 그런데 평소가 가장 음란한 포르노 같고, 가장 냄새나는 추문 같다.(중략) 무지개 떴다. 무지개 떴다. 여기가 물 지옥. 퉁퉁 불은 무지개 떴다.’(물 지옥 무지개) ‘우리가 사라지는 것도 모르고 사라질 수 있다./우리가 사라진 것도 모르고 사라질 수 있다./그건 차라리 낫겠지. 그때 사라지지도 못한/사람들 생각하면 생이, 잔존하는 생명이/끔찍 그 자체일 수 있다. 원전 노후,/그것은 괴물이 스스로 그러기 전에 자신을 폐해달라는 말.’(원전 노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세계 27개 벽이 건네는 이야기 들어봐요

    [이주의 어린이 책] 세계 27개 벽이 건네는 이야기 들어봐요

    세계의 벽/마기 번스 나이트 지음/이충호 옮김/앤 시블리 오브라이언 그림/다림/72쪽/1만 3000원 우리 함께 벽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봐요. 나와 다른 세계, 낯선 이야기에도 마음을 열게 될 거예요. 세계 곳곳 스물일곱 개의 벽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로 인류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를 폭넓게 아우르며 풀어낸 책이다. 인류의 조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벽을 세워서라도 멈추고자 했던 분쟁은 왜 생기게 됐는지 등 벽에 얽힌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중국의 만리장성부터 오스트레일리아 곳곳에 있는 원주민의 암각화, 하드리아누스 방벽 등 세계 각국의 벽들과 사람들에 대한 풍부한 그림이 이해를 돕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벽들은 단절된 세계를 가로질러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고,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아이들에게 되새겨 준다. 특히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마치 세계 여행 하듯 지식을 쌓고 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새록새록 발견해 나가는 재미도 있다. 책 말미에는 세계 지도를 싣고 각 벽의 위치를 나라별로 소개하는 정보도 담았다.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한국 출간에 맞춰 새로운 벽 이야기를 하나 더 품었다. 바로 마지막 장인 ‘리본 걸린 철조망, 한국’ 편이다. 남북을 가르는 철조망에 색색의 리본이 걸려 있는, 바로 분단의 상징이 된 장소인 임진각의 풍경을 담았다. 1960년 한국에 와 어린 시절을 보낸 그림작가 오브라이언은 이화여대 교환학생으로 미술을 전공했고 홍길동전의 영문본인 ‘홍길동의 전설-한국의 로빈 후드’를 펴내기도 했다. 초등 중·저학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10년만에 개정된 신토익... 인강 출석 열심히 하면 강의·교재 무료

    해커스는 10년 만에 개정된 신토익에 대응해 최신 신토익 인강과 교재를 모두 ‘0원’에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해커스인강 ‘신토익 0원 프리패스’는 2016 신토익 영역별·레벨별 전 강좌를 무제한으로 수강하고, 출석을 꾸준히 하면 수강료 100%를 환급 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제세공과금 제외). 목표점수 달성 시에는 수강료 환급뿐만 아니라 추가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어 수강생들의 학습 의지를 고취시킨다. 수강생 전원에게는 ‘해커스 신토익 교재’와 ‘토익스피킹 인강 무료 수강권(30일)’을 증정한다. 이에 따라 ‘700점 목표반’ 수강생은 ‘해커스 신토익 입문서 리딩·리스닝 2종(특별판/비매품)’을, ‘850점 목표반’ 수강생은 ‘해커스 신토익 기본서 리딩·리스닝·보카 3종(특별판/비매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특히 ‘해커스 토익 리딩(2016 신토익)’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외국어 베스트셀러 1위(2016.03.22 인터넷 일간베스트 기준/ 출간일 2016.03.21)에, ‘해커스 토익 스타트 리딩’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외국어 베스트셀러 1위(2016.03.16 인터넷 일간베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는 ▲6월 26일(일) ▲7월 9일(토) ▲7월 31(일) ▲8월 13일(토) ▲8월 28일(일) 총 5차례의 신토익 시험일정이 이어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삶의 책꽂이’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삶의 책꽂이’

    그의 방은 책의 숲이기도 했고, 서화의 숲이기도 했다. 또는 사진의 숲이기도 했다. 파주출판도시의 한길사 건물 3층에 자리한 그곳에는 김언호(71) 대표가 40년 동안 출판인으로서 가꿔 온 철학과 여정이 속속들이 배어 있었다. 벽 한쪽에는 그가 지금까지 써 온 서예 작품들이 1m 정도 높이로 쌓여 훈훈한 묵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가 물었다. “기자분도 책 많이 보시지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살짝 고갯짓만 하고 말았다. -전국이 비상계엄의 장막에 갇혀 있던 1980년 2월 중순 어느 날, 나는 서울시청 건물에 차려진 계엄사령부를 내 발로 찾아갔다. 총을 둘러멘 군인들을 지나 2층 신문·서적 검열실로 올라가는 내 손에는 ‘판금(판매금지)도서’ 3권이 들려 있었다. “이 책들 제대로 읽어보기는 하셨습니까?” 검열실 담당자들에게 물었다. 다행히 검열의 실무 작업은 군인들이 아닌, 시청 직원들이 하고 있었다. 다소 용기가 났다. “민주주의 국가사회를 건설하려면 이만 한 수준의 논의는 허용돼야 합니다.” 검열실 뒤에는 소령, 중령 계급장을 단 장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시청 직원들은 나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언호 대표님 말씀에 공감은 가지만, 판금된 책에 아무런 수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가 ‘검열필(畢)’ 처리를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필자들을 설득해 약간씩 내용을 수정했다. 얼마 후 책 3권의 맨 앞 장에 붉은색 검열필 도장이 찍혔다. 그 세 권의 책은 리영희 선생의 ‘우상과 이성’,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 그리고 ‘해방전후사의 인식’(제1권)이었다. 그때 그 책들이 복권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한길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불을 밝힌 보석과 같은 책들을 세상에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군홧발과 총칼로 들어선 신군부의 계엄 통치하에서 박현채, 리영희 선생의 책과 민주주의 운동의 교과서로 통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은 평생을 검소하고 성실한 농군으로 사셨다. 6·25가 한창이던 1952년 초등학교에 들어가 중학교까지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나왔는데, 동네에서는 책이란 걸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수준에서는 수련장이나 영어단어장 정도가 전부였다. 당시 독서에 대한 욕구의 빈 공간을 채워 준 건 부산에서 사범학교에 다니던 큰형이 집에 올 때마다 가져온 잡지 ‘사상계’였다. 중학생이 쉽게 이해할 만한 글들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뭐가 됐든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형은 ‘사상계’ 안에서도 함석헌 선생의 글을 자주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1961년 부산상고에 입학했는데, 그해 5·16 정변이 났다. 우리 학교가 있던 서면에도 탱크와 군인들이 진주했다. 얼마 후 나온 사상계 7월호에 함석헌 선생의 글이 실렸다. ‘(박정희 님은) 단지 손에 든 칼만을 믿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민중은 무력만으로 얻지 못합니다.’ 선생의 글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통쾌함 그 자체였다. -사상과 시국에 관심을 가지면서 언론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 중앙대 신문학과 64학번으로 입학했다. 2학년 때인 1965년 4월 한·일 기본조약 협정이 체결됐다. 전국이 반대 시위로 물결쳤다. 나도 그 속에 있었다. 어느 날 흑석동 캠퍼스 교문을 나와 한강대교 쪽으로 진출하며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체포돼 선후배들과 함께 영등포경찰서에 끌려갔다. 우리 1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 그중에서 나를 포함한 3명의 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몇 숟가락 안 되는 꽁보리밥에 허여멀건 국물.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늘 배가 고팠다. 태어나서 배고픔이란 걸 처음 느꼈다. 사형 집행도 보았다. 옆 방에 있던 2명이 교수대에 매달리던 그날 저녁 구치소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당시 우리 같은 대학생들은 교도소 내에서 꽤 예우를 받았다. 절도, 사기, 폭력 등 화려한 전과 기록의 잡범들과도 형, 동생처럼 친해져 많은 얘기를 나눴다. “범죄를 저지를 조건이 없어야 범죄가 안 일어날 것 아닌가. 이들이 대책 없이 그냥 사회로 나갔다간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오게 된다.” 이 부분은 나중에 사회부 기자가 된 후 내 취재의 주된 관심사였고, 실제로 나는 이에 대한 기획기사를 많이 썼다. 서울구치소 생활 두 달 만인 6월 중순 형의 도움으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1975년 3월 나는 해직기자가 됐다.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송건호 당시 편집국장 등과 함께 동아일보에서 강제 해직을 당했다. 1968년 입사하고 햇수로 8년 만이었다. 1년 정도 다른 직장을 거쳐 197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길사를 차렸다. 은평구 불광동의 언덕배기 집 거실이 우리 회사였다. -“왜 멀쩡한 기자는 때려치우고 사서 고생을 하니.” 한길사를 차리고 몇 달 후인 1977년 봄, 결국 고향의 어머니에게 손을 벌리고 말았다. 책을 내려면 종잣돈이 있어야 했지만, 신문사에서 해직된 뒤 경제적인 궁핍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주신 30만원으로 그해 9월부터 ‘오늘의 사상신서’ 시리즈를 냈다. 동아일보 선배인 송건호 선생의 ‘ 한국민족주의의 탐구’를 첫 권으로 해서 고은 선생의 ‘역사와 더불어 비애와 더불어’, 리영희 선생의 ‘우상과 이성’ 등 3권을 차례로 펴냈다. 그러나 이 책들은 발간과 동시에 ‘불온서적’으로 몰려 판매금지를 당했다. 리영희 선생은 출간 직후인 11월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갔다. 나의 아내 박관순(현 한길사 부사장)도 연행됐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아내가 회사의 대표로 등록돼 있었던 탓이었다. 아내는 얼마 후 풀려났지만, 리영희 선생은 2년간 옥고를 치르고 1980년에야 만기 출소했다. -이후로도 발간하는 족족 ‘판금’의 딱지가 붙었다. 1978년 4월에 나온 ‘민족경제론’이 그랬고 1979년 10월 16일 펴낸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그랬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나오고 10일 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0·26이 터졌는데, 그로부터 이틀 뒤인 10월 28일 문화공보부 출판 담당 과장이 나를 불렀다. 그의 책상 위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펼쳐져 있었다. “친일행위를 좀 했다는 게 뭐 대수냐. 그걸 지금 들춰내서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냐”고 엄포를 놨다. 그는 “구속이 당연하지만 이번만 봐 준다”며 그 책의 재고를 전량 문공부로 보내라고 윽박질렀다. 그때 용달차에 500여권을 실어 보냈는데, 그 책들의 ‘생사’는 지금도 알 길이 없다. -1980년 2월에 복권된 3권의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 ‘해전사’로 통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1989년까지 총 6권이 나오는데,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경이로운 40만권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책을 기획한 것은 1979년 봄이었다. “우리가 외세(미국·소련)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이 됐다고 하지만 이유가 단지 그것뿐일까?” 나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었다. 책의 기획안을 송건호 선생에게 맨 처음 보여 드렸다. 무릎을 탁 치더니 “나도 한 편을 쓰고 싶다”고 하셨다. 결국 송건호 선생이 쓰신 첫 번째 장 ‘해방의 민족사적 인식’이 사실상 책의 총론이 됐다. -어두운 시대에 사회과학 서적을 내면서 회사와 나에 대한 위협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요리조리 잘 피했다는 생각이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든다. 1981년 8월이었다. 당시 문공부 과장으로부터 “조심하라”는 경고 전화가 걸려오더니 얼마 후 ‘3개월 영업정지’ 조치가 떨어졌다. 3개월이 지나서도 정지가 안 풀리면 등록이 취소되는 수순이었는데, 정부로서는 그걸 노린 조치였다.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책들을 낸다는 이유로 출판사를 폐쇄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당시 서울대 정치학교 교수로 있던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 등이 구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었다. 그런 도움들 속에 영업정지 처분은 일주일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나는 허문도 정무수석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나 ‘올바른 출판인의 길’에 대해 일장 훈시를 들어야 했다. -1988년 작곡가 윤이상 선생을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고 돌아온 뒤에는 1년 반에 걸쳐 출국금지를 당했다. 윤이상 선생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자요 민족문화론자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이데올로기란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민족은 저 푸른 창공처럼 푸르른 것이다.’ 세계가 연구하고 연주하는 음악가인데 그가 왜 자기 조국에서는 나래를 펼 수 없었던 것인지 현대사의 비극이었다. -1995년부터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 ‘로마인 이야기’를 펴내 2007년 15권을 완간했는데, 이 책이 400만권 정도 팔렸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도 350만권 이상 나갔다. 판권이 바뀌기 전까지 우리가 찍었던 ‘태백산맥’도 약 400만부가 판매됐다. 내가 27권짜리 ‘한국사’를 비롯해 경제성에 약점이 있는 각종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출간할 수 있도록 해준 ‘효자’들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낼 때에는 상업성이 떨어진다며 주변의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이탈리아 로마로 저자를 직접 만나러 가 번역 판권을 확보했다. -보편적인 인문주의와 인문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출판 인프라 구축 운동 차원에서 1996년 ‘한길 그레이트북스’ 출간을 시작해 다음달이면 150번째 책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세계의 서점들을 찾아다니는 기행을 신문에 연재했다. 글은 물론이고 그 안에 들어가는 사진들도 모두 내가 찍었다. 그 연재물을 다듬고 보완해서 얼마 전 ‘세계서점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냈다. 종이책의 미학과 존엄을 보여 주기 위한 기획이었다. 8만원이나 하는 고가임에도 책을 그리워하고 책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독자들 덕에 두 번째 판을 찍었다. -나는 진보와 보수는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는 서로 대화를 할 수가 있다. 출판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 원칙을 적용한다. 책이 정직한가, 정확한가, 최선을 다한 성과물인가가 중요할 뿐 보수인지 진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과감하게 일을 벌이는 편이다. 우리 파주출판도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90년대 초반 위원회를 가동하고 2010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예술마을 ‘헤이리’ 프로그램도 이끌었다. 지금 내가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종로서적의 부활이다. 1907년 문을 연 그곳이 2002년에 문을 닫았는데, 그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짧게 살았던 곳도 떠들썩하게 기념관으로 보존하면서 현대사에서 우리의 정신적 지주였던 그곳이 사라지는 걸 우리는 두 눈 뜨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서점은 공공적 플랫폼으로 인식해야 한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는 단순히 종이와 잉크로 구성된 물건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삶에 연관되는 것이 책이다. 당장 책을 읽지 않는다고 오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10년, 20년 동안 책을 안 읽으면 바보가 된다.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정의로운 사회, 도덕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 사회는 책을 읽고 건전한 토론을 해야 만들어진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자기주장만 한다. 현재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책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관용이 부족한 사회를 만든다. 나만 옳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김언호씨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동아일보에서 강제 해직된 뒤 1976년 한길사를 설립,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40년간 3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한 권의 책은 한 시대와 사회의 사상을 담아 내는 아름다운 그릇’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오늘의 사상신서’,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 현대사의 굽이굽이를 장식한 다양한 책들을 기획하고 펴냈다. 한국출판인회의 창설과 파주출판도시, 예술마을 헤이리 건설을 주도했다. ▲1945년 경남 밀양 출생 ▲밀양 대사초, 동명중, 부산상고, 중앙대 신문학과, 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동아일보 기자(1968~1975), 헤이리 이사회 이사장,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동아시아출판인회의 회장, 파주북소리(책축제) 조직위원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책의 탄생 Ⅰ·Ⅱ’(1997), ‘헤이리, 꿈꾸는 풍경’(2008),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2014), ‘세계서점기행’(2016) 등 저술 ■한길사를 대표하는 책(가나다順) ▲‘로마인 이야기’(오른쪽·전15권) ▲‘리영희 저작집’(전12권) ▲‘송건호 전집’(전20권) ▲‘오늘의 사상신서’(전172권)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전22권) ▲‘한국사’(전27권)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전100권) ▲‘한길 그레이트북스’ (7월 초 150권째 발간 예정) ▲‘한길역사강좌·한길역사기행’ ▲ ‘함석헌 전집’(전20권) 및 ‘함석헌 저작집’(전30권) ▲‘해방전후사의 인식’(왼쪽·전6권) ▲‘혼불’(전10권)
  • “박정희에게 재혼 권했더니 ‘근혜 때문에…’”

    “박정희에게 재혼 권했더니 ‘근혜 때문에…’”

    지난 5월 타계한 우암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육영수 여사 사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재혼을 권했던 사실이 21일 출간된 ‘어느 노정객과의 시간여행’(기파랑)을 통해 알려졌다. 이 책은 안병훈 기파랑 대표가 우암과 수차례 대담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우암의 정치역정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정치 비화를 소개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앞두고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인 세지마 류조와 당시 정권 2인자였던 김종필(JP)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인물이 우암이었다. 세지마와 친분이 있는 학교 선배가 우암에게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한 데 따른 것이다. JP와 세지마는 당시 서울 충무로에 있던 대원호텔에서 만남을 갖는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65년 6월 한·일 국교 정상화로 이어진 단초가 됐다. 세지마는 육영수 여사 서거 후 우암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혼을 당부했다는 뒷이야기도 나온다. 세지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만주군으로 참전했던 박 전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 우암은 청와대로 들어가 세지마의 말을 박 대통령에게 전했으나 박 대통령은 잠시 침묵하다 “근혜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다고 한다. 우암은 정치인이지만 1970년 창간한 월간 ‘샘터’의 발행인을 맡기도 했는데 그에 얽힌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샘터 창간 무렵 한국일보 장기영 사주가 “잡지는 돈 없이는 안 됩니다. 전부 벗겨야 됩니다. 요새 벗지 않으면 안 봅니다”라고 조언하자 우암이 “벗기는 건 왕초가 벗기시고 나는 입히렵니다”라고 화답한다. 우암은 ‘지식을 입히고 정신적 자양을 주겠다’는 의미였다고 회고했다. ‘입히는 잡지’를 만든 덕에 샘터는 당대 큰 인기를 누렸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김영란법 상관없는 서울 맛집, 책에 다 담았죠”

    “김영란법 상관없는 서울 맛집, 책에 다 담았죠”

    “김영란법과의 동거는 필연적 대세입니다. 공무원 후배들이 떳떳하게 한 끼 식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한 끼 식사의 행복’(한국방송출판)을 정식 출간했다. 원래는 공무원 후배들과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1200부를 비매품으로 찍었다. 너도나도 달라는 바람에 금세 동나자 아예 정식 출간하자는 출판사 제안을 받아들였다. 책에 소개된 식당 91곳은 냉면, 칼국수, 설렁탕, 해장국 등 한 끼에 1만원이 넘지 않는 맛집이다. 그래서인지 책값도 5000원이다. 1인분에 1만 5000원인 여의도 생태탕집 등 ‘비싼’ 맛집이 이례적으로 끼어 있기도 하다. 김 전 위원장은 “가격 때문에 소개를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공무원 시절부터 맛있는 집 찾아다니기로 유명했던 김 전 위원장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곧 시행될 ‘김영란법’ 때문이다. 오는 9월 이 법이 시행되면 공무원 등은 3만원짜리 이상 하는 식사를 대접받을 수 없다. 김 전 위원장은 “김영란법 영향을 받는 공무원 후배와 지인들이 떳떳하고 기분 좋게 한 끼를 할 수 있는 서울 시내 식당을 알리고 싶었다”면서 “(법 시행으로 내수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가야 할 방향이며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싼 음식점에서 한 번 먹는 것보다 저렴한 곳에서 여러 사람과 같이 먹고, 10만원짜리 명절 선물을 5만원으로 나눠 두 사람에게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韓日문학 가교 역할 30년… 번역은 내 인생·내 종교”

    “韓日문학 가교 역할 30년… 번역은 내 인생·내 종교”

    억대 연봉도 마다하고 번역한 책 200여권 “돈 벌기는커녕 사비 써도 우리 詩 알려 보람… 집짓기 같은 번역, 계속 설레면서 할 겁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온 게 벌써 30년이 됐네요. 돈을 벌기는커녕 사비를 쓰면서까지 우리 시를 일본에 알려 왔는데 후회는 전혀 없어요. 제 인생이자 종교였던 문학의 길을 따라온 것만도 행복합니다.” 한국과 일본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해 온 한성례(61) 번역가 겸 시인의 번역 인생이 30년을 맞았다. 그는 한·일 시인 70인의 시를 모은 시선집 ‘생의 인사말’(황금알)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최근 펴냈다. 당초 광복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이었던 지난해 펴내려던 책이 뒤늦게 열매를 맺었다. 번역 인생 30년의 선물이 너무 소박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안도현 시인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며 수줍게 웃었다. 고교 때 문예반장을 지내며 시에 빠져든 그는 1985년 세종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던 해에 처음 한·일 문학 번역에 발을 내디뎠다. 지금까지 양국에 번역 출간한 책은 200여권에 이른다. “전후 세대 문인 가운데 일본 문학 전공자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고 알 수 없는 사명감에 휩싸였어요. 한·일 문학, 그중에서도 우리 시를 번역해 일본에 알려 ‘양국 간 무지개 다리를 놓으리라’ 결심했죠.” 사실 그는 1990년대 후반 억대 연봉을 받을 정도로 잘나가는 엔지니어였다. 1975년 고교 졸업 후 당시 한국통신에 입사한 그는 1999년 문학 번역에 헌신하려고 ‘신의 직장’을 과감히 내치고 나왔다. “지금 수입은 당시의 반 토막이 났지만 일본 문단에서 한국을 ‘시의 나라’라 부르며 우리 시를 상찬해 주는 것만 해도 큰 보람과 환희를 느껴요. 국내 문학의 해외 출간을 지원하는 대산문화재단도, 한국문학번역원도 없던 시절인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 문예지에 우리 시를 알려 왔죠. 처음엔 실어 줄 계간지를 찾는 것도 힘들었는데 요즘엔 매년 계절마다 일본 전역의 10여개 계간지에 우리 시인들을 소개할 정도로 꽃을 피웠어요.” 일본 문예지에 끈기 있게 우리 시를 소개해 온 그의 노력은 일본 출판사가 우리 시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시집을 출간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만 해도 그는 고은, 곽효환, 김경주 시인 등의 책을 번역해 일본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시를 향한 각별한 애정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번 시선집에서도 그는 고은, 정호승부터 김경주, 김이듬, 김선우까지 세대와 경향, 인지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인과 작품을 아울러 소개했다. “번역과 집필은 집짓기와 같아요. 못 하나라도 잘못 박으면 집이 무너지죠. 특히 번역은 남의 집을 제대로 지어 주는 일이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우리만의 정서, 우리만 쓰는 단어에 부딪힐 때마다 각주를 달지 말지, 어떻게 달아야 할지 고민이 얼마나 컸나 몰라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밤새워 번역에 매달릴 거예요. 제 번역으로 서로 만나 교감할 한·일 양국의 시들에 가슴 설레면서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1959년 옛 벤허 vs 2016년 새 벤허

    1959년 옛 벤허 vs 2016년 새 벤허

    다시 만난 명작… 디지털리마스터링 버전 새달 7일 재개봉기술 만난 명작… 47년 만의 리메이크작 9월 국내 상영 반세기를 사이에 둔 옛 ‘벤허’와 새 ‘벤허’를 차례차례 만나는 기회가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찰턴 헤스턴과 스티븐 보이드의 명연기, 스펙터클 그 자체인 대전차 경주 장면, 로저 미클로시의 웅장한 음악으로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은 ‘벤허’(1959)가 70㎜ 디지털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음달 7일 재개봉하는 데 이어 47년 만에 리메이크된 ‘벤허’(2016)가 오는 9월 스크린에 걸린다. 영화는 1880년 출간돼 당시 성경 못지않게 팔려 나갔다는 남북전쟁의 영웅 루 월리스의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가 원작이다. 1세기 초 로마 제국 시절, 예루살렘의 유대인 귀족인 유다 벤허가 형제나 다름없던 로마인 메살라의 배신으로 노예로 전락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복수를 하고 종교적으로 구원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편 영화로는 1925년 처음 만들어졌는데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만든 1959년작이 가장 유명하다. 제작 기간만 10년에 출연진이 10만명에 달하는 이 작품은 196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와일러 감독은 시상식에서 “오, 신이시여. 정녕 이 작품을 제가 만들었습니까”라는 유명한 소감을 남겼다. 국내에는 1962년 대한극장에서 처음 상영된 뒤 재개봉 단골손님이 됐다. 북미에서 8월 19일 개봉하는 새 ‘벤허’는 ‘원티드’(2008), ‘링컨: 뱀파이어 헌터’(2012) 등 스타일리시한 액션물로 이름 높은 옛 소련(현 카자흐스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만 5000명이 4개월간 연습하고 석 달간 수작업을 거쳐 촬영한 1959년작의 대전차 경주 장면이 진일보한 현대 영화 기술을 거쳐 어떻게 재현될지 관심을 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2016)에서 위컴 역으로 나오는 잭 휴스턴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말타의 매’(1941) ‘백경’(1956) 등을 만들었던 존 휴스턴 감독의 손자다. 아버지도 배우 겸 영화감독이고 고모가 앤젤리카 휴스턴이다. 메살라 역은 토비 캠벨이 맡았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에서 악당 유인원 역을,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에서 오크 종족 듀로탄 족장 역을 맡아 모션 캡처 연기를 선보였다. 1959년작보다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예수 역은 브라질 배우 로드리고 산토로에게 돌아갔다. 영화 ‘300’(2007)에서 페르시아 황제 역을 맡았던 배우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탈리아 요리에 숨은 얘기들

    이탈리아 요리에 숨은 얘기들

    맛의 천재/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윤병언 옮김/책세상/576쪽/2만 3000원 점심부터 3~4개의 요리에 와인, 커피까지 곁들여 제대로 식사를 하는 이탈리아인들은 세계적인 탐식가(貪食家)로 꼽힌다. 미국인들은 소득의 8%를 먹는 데 쓰지만 이탈리아인들은 28%를 쓸 정도다. 오늘날 피자, 스파게티, 마카로니, 모차렐라, 발사믹 식초, 카르파초, 티라미수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돋는 요리들 자체가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맛의 천재’는 이탈리아 언론인인 저자가 수많은 문헌을 꼼꼼하게 뒤지고 방대한 취재를 통해 중세부터 현대까지 이탈리아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미시적으로 풀어낸 ‘식탁 위의 인문학’이다. 요리에 관한 생생한 묘사는 당장 이탈리아 식당으로 뛰어가고 싶을 정도로 식욕을 자극한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인 피자를 보자. 화덕에서 굽는 오늘날의 나폴리식 피자는 1570년 교황 피우스 5세의 요리사 바르톨로메오 스카피가 출간한 요리책을 통해 역사의 무대에 처음 등장한다. 이 요리책에는 ‘여러 가지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둥근 빵, 즉 나폴리 사람들이 피자라고 부르는 것을 요리하기 위해서는’이라는 문장이 있다. 사실 스카피가 말한 피자도 오늘날 피자집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음식은 아니었다. 책에 나온 피자는 반죽에 각종 과일과 견과류를 집어넣었고 도의 두께도 두꺼워 케이크에 더 가까운 모양이었다. 저자가 전하는 이탈리아 음식 변천사는 그 역사만큼이나 변덕스럽다. 국수인 스파게티의 초창기 이름은 ‘베르미첼리’, 우리말로 ‘지렁이’라는, 혐오감이 드는 표현을 붙였다. 18세기 3시간이나 됐던 스파게티 면 삶는 시간은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 1시간 30분으로 줄었다가 1940년대에 이르러 20분으로 단축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 탄생하게 된 배경 설명도 재미있다. 빵에 발라 먹는 초콜릿 잼인 누텔라는 덩어리 형태로 판매하던 헤이즐넛 초콜릿이 무더위에 녹아 버린 것이 시초가 됐다. 이탈리아인들이 날것으로 즐겨 먹던 샐러드에 대해 중세 유럽인들은 “가축들의 주식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책에는 수백 년 전의 샐러드 레시피도 나온다. 수많은 이탈리아 탐식가 가운데는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 198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노트 한 권이 발견됐다. 작성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다빈치. 노트는 요리 레시피와 식사 예절, 주방 도구 관련 그림이 그려진 126쪽짜리 요리책이었다. 젊었을 때 다빈치는 ‘세 마리 달팽이’라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조 요리사로 생계를 이어 나갔다. 어느 날 그 식당에서 독살 사건이 벌어져 주방의 모든 요리사들이 사망한다. 보조에서 주방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다빈치는 파격적인 요리를 선보이다 손님들의 항의에 해고된다. 다빈치의 요리 열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훗날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친구 산드로 보티첼리를 꼬드겨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두꺼비’라는 긴 이름의 식당을 연다. 비너스의 발 밑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조개를 그린 보티첼리가 메뉴판을 디자인하고 간판에 직접 그림도 그렸지만 식당은 쫄딱 망하고 만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한 박찬일 셰프는 추천 글에서 “송중기와 강동원이 같이 라면가게를 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요리에 관한 역사책이지만, 그래서 요리에 죽고 사는 이탈리아인을 이해하는 책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7] 우유, 먹을수록 좋다 vs 먹어서 좋을게 없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7] 우유, 먹을수록 좋다 vs 먹어서 좋을게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유와 함께 하는 세상이 됐다. 한 사람의 생애,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줄곧 함께 하는 것은 부모형제도 아니고, 밥도 아니다. 우유뿐이다. 밥과 숭늉의 자리, 젖의 자리, 간식과 놀이의 자리에 우유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유의 지배력이 ‘결정적’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장기지속적인 ‘계몽’과 ‘설득’이 압도적인 영향을 끼쳤다.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명백한 허위 사실’에서 시작해 분유와 이유식 등 엄밀하게 말해 ‘인간을 위한 식품’이라기보다는 ‘기업을 위한 식품’이 모유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고를 쏟아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민낯이 아니라 화장으로 가려진 우유의 가면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털어 감당하는 우윳값에 천문학적인 광고비가 덤터기로 얹어진다는 사실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서민들이 주머니를 털어 우유 회사, 분유회사와 유제품 회사의 광고를 대신 해 준 셈이다. 하기야 ‘돈이 돈을 먹고,승자가 모든 전리품을 독식하는’ 왜곡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거의 모든 상품이 이렇게 과장과 기만의 광고 전략을 구사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우유만이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것과 관련한 우유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더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고, 더 가혹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쌀보다 우유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우유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생활을 장악하고 있는 식품은 없다. 정확한 통계가 없고, 단순하게 비교할 기준이 애매할 뿐 이미 쌀과 밀가루의 영향력을 넘어섰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삼시세끼’가 된 빵과 커피류는 물론 거의 모든 가공식품류와 과자류, 젊은 세대들이 매일 입에 달고 사는 감자칩과 감자튀김, 파스타도 우유와 버무려지고, 햄이나 소시지 같은 돼지고기 가공품, 햄버거, 사탕, 탄산수, 맥주에도 우유가 섞이거나 락토오스가 들어간다. 단순하게 밥과 떡, 일부 면류와 가공식품류에 들어가는 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활용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유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까. 어림으로라도 다 아는 문제일 테니 간단하게 개략만 하겠다. 현재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우유의 좋을 점을 살펴봤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어 성장을 촉진하고, 치아의 발육을 돕는다. △혈압을 내려 뇌졸중이나 혈관질환을 막아준다. △두뇌를 발육시켜 머리를 좋게 한다. △피부노화를 방지한다. △꾸준히 장기 복용하면 장수 효과가 크다. △위암을 예방한다. △소화기능을 촉진한다. 맞는 말도 있고, 황당한 내용도 있다. ●우유의 빛과 그림자 우유 속에 단백질과 칼슘이 많으며 활용 가지가 높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마빈 해리스는 “척추동물 중에서 포유류 진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젖을 먹음으로써 최상의 칼슘 공급원을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우유가 사람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100g 기준으로 모유에는 1.1g이 들어있는 단백질이 가공 전의 우유에는 3.5g이나 들어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사람과 소는 소화 기능과 소화력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제쳐 두더라도 소와 사람은 생애 주기가 다르고, 당연히 성장 속도도 다르다. 그런데 소의 성장주기를 유지하도록 구성된 우유를 사람에게 먹이면 결과가 어떨 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단백질의 유형도 따져볼 문제이다.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유청단백질과 소화 흡수가 어려운 카제인단백질의 함량이 모유는 6대 4 정도이나 우유는 2대 8 정도나 된다. 아무리 먹어도 소화 흡수에 문제가 있다면 헛물만 켜는 일이다. 혈압을 내려준다는 점도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 우유속의 트립토판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정상 혈압을 유지하도록 돕는 기능을 하는데, 우유 100g에 이런 트립토판이 40∼50mg 가량 들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트립토판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이다. 두뇌의 물리적 발육은 충분한 단백질 섭취 등 포괄적인 영양의 문제이니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두뇌 발육이 단순한 뇌의 용적 확대가 아니라 포괄적인 뇌 기능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는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뇌의 경우 최소한의 발육 기준만 충족시킨다면 우유 섭취와 뇌 기능의 인과성은 다른 식품과 비교해 별다른 특이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우유를 많이 마신 1950년대 미국인이 우유를 거의 모르고 살았던 당시의 우리보다 머리가 좋았던 것이 아니듯이. 몇몇 메타분석을 통해 우유가 위암을 예방해 준다는 주장과 가설이 제시됐지만, 일부 의학자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우유를 즐겨 마시는 서구와 우유를 즐기지 않았던 한국에서의 위암 발생률 차이를 우유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비약이며, 오히려 양 권역의 대장암 발생률에 주목한다면 우유는 권장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우유를 모르고 살았던 시절에는 한국에서 위암은 흔한 반면 대장암은 희귀암에 속했으나 이후 우유와 빵 중심의 서구형 식생활이 확산되면서부터 대장암 유병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우유에 포함된 지방이나 엄청난 양의 항생제, 그리고 성장촉진을 위해 투여하는 각종 호르몬 제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정보가 세상에 나와 있지만, 그런 우유에 모성의 정서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건강한 모유는 아기가 필요로 할 때에만 만들어진다. 가임 여성이라도 출산한 임산부가 아니면 아무 때나 젖을 생산하지 않는다. 인체가 가진 신비로운 현상이지만, 우유를 생산하는 소도 이런 점에서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원래 소는 젖을 먹여야 할 송아지가 곁에 없으면 체내에서 우유를 만들지 않는다. 소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장 드니 비뉴에 따르면, 어린 송아지가 어미 소 곁에 머무르며 이따끔 주둥이로 어미소의 유방을 툭툭 건드리는 것은 어미의 모성을 자극해 체내에서 우유를 생산하게 중요한 행동이다. 장 드니 비뉴는 “모든 전통적인 암소들은 새끼 송아지를 핥아야 젖이 나오며, 이는 어미의 혀와 새끼의 털이 접촉하면서 활성화되는 반사작용”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소들이 이런 특성과 무관하게 우유를 생산하도록 품종이 개발된 것들이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지금 마시는 우유는 암소가 송아지를 낳고 기르기 위해 생산한 모성의 산물이 아니라 연령만 되면 언제든지 우유를 생산하도록 품종이 개량된 소가 생산하는 ‘공산품’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도 마시고 싶다 필자는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마시지 못한다. 마시면 어떤 형태로든 탈이 나고 만다.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급식으로 공급한 끓인 탈지면 이후 우유와는 친해질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를 하고 난 뒤 친구가 건넨 팩우유를 들이켰다가 난리가 났던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런 체질 덕분에 그 맛있다는 카페라떼 등 라떼류와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라멜 마키아또 등 우유를 섞은 커피는 아예 마실 엄두를 내지 못한다. 허구헌 날 마시는 게 아메리카노이다. 그래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우유를 마셔대고, 그러고도 탈이 나기는커녕 더 없느냐는 듯 입맛을 다셔대는 작은 딸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필자의 체격은 보통 수준이다. 키 172cm에 체중이 61∼62kg이니 체질량지수(BMI)가 20∼21쯤 된다. 덩치가 압도적인 요즘 사람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냘픈 편이지만, 운동을 즐기는 덕분에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한 때는 체중을 3∼4kg쯤 늘려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술은 술대로 즐기는 데다 떡볶이 라면 순대 등 간식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운동도 뼈빠지게 했다. 그래서 얻은 게 고작 체중 1kg 정도였는데, 그나마 오래 가지 못했다. 그래서 우유를 생각했다. 비단 체중 문제만이 아니라 먹어서 나쁠 일이야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휴일날 집에서 바나나우유, 딸기우유부터 마셨다. 달달한 게 맛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종일 속이 부글거렸고, 가스가 찼다. 결국 내린 결론은 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먹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필자가 유제품을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요즘도 매일 아침에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바나나나 블루베리, 볶은 아마가루를 섞어서 반 홉쯤 먹고 출근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치즈를 얹거나 버터 바른 빵도 먹고, 우유가 든 과자류나 아이스크림도 잘 먹는다. 물론 우유와 달리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 그러니 우유에 대해 맹목적인 적대감을 가질 일도 없다. 우유를 직접 먹지는 않지만 소비에는 일조를 하며 산다. 그러지 않을 방도가 없는 세상이니 도리가 없다. 필자는 우유가 ‘나쁜 식품’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거나 건강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식품이라고도 믿지 않는다.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칼슘이 성장기나 노화기의 사람들에게 좋은 보충제 역할을 해줄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우유를 먹어서 탈이 없는 사람의 얘기다.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제를 가지지 않았거나 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자주 우유를 마시다보면 효소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지만 적응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러니 우유를 마실 수 있으면 마시되 그럴 수 없다면 기꺼이 포기하고 살아도 된다는 뜻이다. 단백질이나 칼슘 등 우유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은 육류와 콩 건어물 해조류 등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요즘 생산되는 우유는 옛적 왕가에서 타락죽을 끓일 때 사용하던, 소의 모성이 담긴 건강한 우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도 그 때의 소가 아니고, 소가 우유를 생산한 조건도 너무나 다르다. 소에게 투여한 성장촉진제가 인체의 호르몬 체계를 어떻게 교란할지도 겁나고, 항생제가 내 몸에 2차 축적되는 일도 두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의들 중에는 특히 아이들에게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는 일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대병원 소아과 이근 교수는 “갓 나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건 아주 나쁜 선택”이라고 단언한다. 모유 수유 전도사이기도 한 그는 “아무리 홍보를 하고, 광고를 해도 모유를 우유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난 의사라 잘 안다. 병을 달고 사는 애들 모두 분유 먹고 자란 애들이다. 감기, 아토피피부염, 정서장애 등등 셀 수도 없다. 국민건강도 문제지만 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계산도 안 되고 있다. 또 소젖 먹고 자란 애들, 엄마젖 먹인 애들보다 IQ가 10쯤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소젖 먹인지 40년 만에 국민지능 많이 낮아졌지 않나. 애들 안경 쓰는 것, 왕따 현상도 따지고 보면 분유 먹고 자란 세대의 특성이 나타난 것이다. 걔들은 따뜻한 사랑이나 깊은 배려를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근 교수가 필자에게 들려준 이 말은 울림이 컸다. 그가 지적한 분유는 우유를 가공한 것이고, 유아기를 벗어나면 거의 먹을 일이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우유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맹신론에서 몇 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우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먹어서 나쁠 게 없다. 그러니 먹을 수 있으면 먹는 게 낫다.’는 것과 ‘먹어서 좋을 게 없다. 그러므로 애써 먹지 않아도 잃을 게 별로 없다.’는 전제는 확실히 다르다. 필자는 전자 쪽이지만, 요즘 부쩍 자주 듣게 되는 후자 쪽 주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언론학 석좌교수인 마이클 폴란이 출간한 푸드룰(Food Rules)은 우유를 비롯한 모든 식품에 대한 평가를 간명한 법칙으로 정리해 눈길을 끈다. 마이클 폴란이 제시한 법칙 중에는 재미있는 항목들이 많다. ‘증조할머니가 음식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어떤 식품도 먹지 않는다.’는 그는 이름에 ‘저칼로리’라든가 ‘저지방’, ‘무지방’이라는 신조어가 붙은 식품을 피하라고 권한다. 그런 식품을 먹어서 얻을 것이라고 믿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살 찌는 사람, 병 드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음식을 피한다.’는 룰도 내놨다. 그냥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말한다. 그 뿐이 아니라 ‘공장에서 만든 음식’, ‘자동차 창문으로 전달되는 식품’도 그의 경계 목록에 들어있다. 끝으로 마이클 폴란은 중국의 속담을 거론하면서 자신이 정한 먹거리와 식품의 룰을 정리한다. ‘네 다리(포유류)로 서 있는 것보다 두 다리(가금류)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고, 그보다는 다리 하나(채소와 과일)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다.’ 그럼 우유는 어떤가. jeshim@seoul.co.kr
  • 고흐의 스케치북이 발견됐다…화집으로 공개하기로

    고흐의 스케치북이 발견됐다…화집으로 공개하기로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등 주옥같은 명작을 남긴 네덜란드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스케치북이 새로 발견돼 거기에 그려 있던 그림들을 화집으로 11월 출판하기로 했다고 프랑스 출판사 쇠이유(Seuil)가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출판사 관계자 베르나르 꼬망은 “이 스케치북(의 존재)은 소유자나 출판사 만이 알고 있었다”며 “놀랍고도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 화집의 제목은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안개’(Vincent Van Gogh, Le Brouillard d’ Arles)로, 1888~1889년에 살았던 프랑스 아를​​(Arles)에서 따온 것이다. 쇠이유의 발표에 따르면, 화집은 우선 프랑스와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출판사는 스케치북의 출처와 예정 판매 가격 등은 밝히지 않고, 11월 중순 화집 발매 직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기자 회견까지 더는 자세한 사항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꼬망에 따르면, 스케치북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은 1년여 전으로 그 중 10개 이상의 드로잉이 포함돼 있으며, 전문가들에 의해 진품으로 확인됐다. 한편 대표적인 후기 인상파 화가인 고흐는 비극적인 권총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자화상, 초상화, 풍경화 등 총 2000여점의 작품을 남기며 미술계에는 불멸의 족적을 남겼다. 사진=빈센트 반 고흐 초상화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톡! 톡! talk 공무원] ‘커피 시인’ 윤보영 복지부 오송생명과학단지 지원총괄팀장

    [톡! 톡! talk 공무원] ‘커피 시인’ 윤보영 복지부 오송생명과학단지 지원총괄팀장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시에서 달콤 쌉싸름한 커피향이 난다. 그윽한 커피향과 그리움이 단 두 문장에 담겼다. 윤보영 보건복지부 오송생명과학단지 지원센터 지원총괄팀장의 시 ‘커피’다. 그는 ‘공무원’ 윤보영보다 ‘커피 시인’으로 더 잘 알려졌다. 복지부 내에서도 윤 팀장이 ‘윤보영 시인’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200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지금까지 12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7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SNS 스타’이기도 하다. SNS에 시를 올리고 독자와 소통한다. ‘12월의 선물’과 ‘가슴에 내리는 비’, 이 두 편의 시는 1000만명이 조회했다. “사람들이 매일 제 새로운 시를 읽고 행복해해요.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저 역시 행복하고요. 지난 15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서 만난 윤 시인은 시 ‘커피’를 직접 낭송해 주며 이렇게 말했다.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시를 낭송할 땐 천생 시인의 표정이다. 커피 시인이란 별명을 얻게 된 건 2013년부터 커피에 대한 시만 1300여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SNS에 커피 관련 시를 한 편씩 올리겠다고 독자들과 약속했는데, 아침저녁으로 시를 쓰다 보니 어느새 1300여편이 됐다. 커피를 좋아해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했다. 윤 시인의 시는 90% 이상이 짧다. 시는 어려울 필요가 없으며 독자들이 읽었을 때 ‘아, 맞아 나도 이런 적 있어’라고 공감할 수 있어야 좋은 시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 낭송회를 하며 독자들과도 자주 만난다. “한 독자가 암 수술을 앞두고 있었는데 딸이 제 ‘네잎클로버’라는 시를 들려주고선 ‘엄마는 우리 희망이야’라고 말했대요. 수술을 받으며 그 시를 생각했고 잘 견뎌 암을 극복했다며 제게 편지를 보내온 적도 있어요.” 한글을 몰랐던 70대 독자가 그의 시 낭송을 듣고선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며 한글을 배운 일도 있었다. 이 독자는 1년 만에 한글을 다 배우고 곧 자신의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윤 시인은 복지부 공무원을 하다 시인이 됐다. 2000년 친형에게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시를 선물했는데, 형이 시를 읽고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누구나 시인으로 살 수 있도록 감성 자극이 필요한 이들과 치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가능한 한 많이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송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소주·만화 등 단어 살려… 원작 정신 충실”

    “소주·만화 등 단어 살려… 원작 정신 충실”

    해외서 한강 작품 치밀한 구조 등 주목 최고의 번역도 작품 좋아야 유의미 영국인들 한국 소설 관심 크게 늘어 “저의 ‘채식주의자’ 번역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성은 번역가가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추구하는 가치이죠. 전 ‘채식주의자’에 쓰인 소주, 만화 등을 코리안 보드카, 코리안 망가 등으로 번역하자는 의견에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소주는 ‘Soju’로, 만화는 ‘Manhwa’ 등 한국의 일상적 단어들을 원문대로 썼어요. 스시라는 일본 단어를 영국인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더 많은 한국 문학이 소개될수록 한국식 표현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해 지난달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는 15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초청 한국 문학 세계화 포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한강 작품의 치밀한 구조와 강렬한 이미지, 시적인 문장에 주목하며 뛰어난 작가로 인정한 것이 정말 기쁘다”면서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다른 작품을 읽을 날을 고대하고 있으며, 한국 소설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는 연작 소설이라는 개념이 없는 영국에는 매우 신선한 시도였고, 애뜻함과 공포의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잘 통제된 문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스미스는 “항상 원작의 정신에 충실하려고 하며 가능한 한 훼손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언어 선택에 충실하려고 한다. 나 역시 다른 번역가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부실한 번역은 우수한 작품을 훼손할 수 있지만,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번역이라도 보잘것없는 작품을 명작으로 포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문학의 노벨상 수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한국에서 노벨상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obsessed)이 약간 당황스럽다”며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고 독자가 잘 감상하고 즐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에겐 충분한 보상이 된다. 상은 그저 상일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까지 번역 출간된 작품이 많지 않은데 이제 번역이 늘고 있어 앞으로 많이 알려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사,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집에서 홀로 한국 문학 번역 작업을 했다. 스미스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안도현의 ‘연어’도 번역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배수아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 ‘올빼미의 없음’도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또 올해 ‘미국 문학 번역가 협회’의 연례회의에 배수아 작가와 함께 참석해 미국 뉴욕 등지에서 낭독 행사를 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표지갈이’ 교수 일부 저작권법 무죄 논란

    저작권법 위반혐의 4명 무죄 판단 10명 1000만~1500만원 벌금 남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책인 것처럼 출간한 이른바 ‘표지갈이’ 사건으로 기소된 대학교수 79명 가운데 10명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4명에겐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의정부지법 형사1단독 정선민 판사는 15일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또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유모(56) 교수 등 10명에게 벌금 1000만∼1500만원을 선고했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가 둘 다 유죄로 인정된 조모(53) 교수는 벌금 1500만원을, 두 개 혐의 중 하나만 유죄로 인정된 교수 9명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변모(56) 교수 등 4명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와 권모(57) 교수 등 2명의 업무방해 또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저작권법에서의 ‘공표’는 저작물을 최초로 공개하거나 발행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며 “이미 발행됐던 서적의 저자를 허위로 표시해 발행한 행위는 공표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발행된 책이라도 개정돼 재발행됐으면 공표에 해당해 유죄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업무방해나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관련, “피고인들이 표지갈이를 한 책을 교원업적 자료로 제출해 교원평가가 이뤄진 경우는 유죄,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무죄”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표지갈이에 가담한 대학교수 179명과 출판사 임직원 5명 등 184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또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 79명은 정식 재판에 넘겨졌고 나머지 105명은 벌금 300만∼10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법원은 이 사건을 형사1∼6단독과 9단독 등 7개 재판부에 배당했다. 이 가운데 형사1단독이 맡은 10명에 대한 판결이 이날 먼저 나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공룡, 암흑물질이 삼켰다”

    “공룡, 암흑물질이 삼켰다”

    “소행성을 지구로 끌어당겨 충돌 공룡 등 지구생명체 멸종의 원인” “우리와 상관없는 은하계와 우주의 암흑물질을 왜 연구하냐고요? 6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지구와 소행성 충돌을 야기한 게 암흑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은하를 둘러싼 암흑물질이 소행성을 지구로 끌어당겼다면, 인류 생존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겠죠.”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리사 랜들(54)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공룡의 갑작스러운 멸종을 설명하면서 암흑물질을 꺼내 들었다. 전체 우주의 26%를 채우고 있는 암흑물질은 전하도 없고 빛과도 상호작용하지 않는 미지의 물질이다. 이것은 우주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와 상호작용을 통해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암흑물질과 공룡’의 한국어판에 이런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공룡의 멸종을 포함해 5차례나 있었던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이 모두 암흑물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암흑물질로 인한 공룡멸종 시나리오는 우주에서 암흑물질의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입니다. 공룡 이야기를 앞세운 것은 우리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은하계나 우주의 구성물질들이 실제로는 인류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아직 발견되지도 않고 어떻게 활용될지도 모르는 연구를 왜 하느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랜들 교수는 유전자 검사나 불치병 치료에 이용하는 유전자 본체(DNA)를 들어 에둘러 답했다. 그는 “70여년 전 왓슨과 크릭은 순수한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연구를 시작했을 뿐 그것을 갖고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다”라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고 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자연과학 연구를 멈춰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우주의 거대한 수수께끼와 인류의 진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숨겨진 우주’,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같은 대중 과학서로도 익숙한 랜들 교수는 글쓰기에 대해 “여기저기 흩어진 아이디어를 일관된 구조로 꿰는 작업은 퍼즐을 풀어가는 느낌”이라면서 “대중이 재미있게 읽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랜들 교수는 17일까지 고려대에서 열리는 ‘새로운 물리학 한국연구소’(NPKI) 주최 학술대회에 참석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국내 최대 책잔치 보러 오세요

    국내 최대 책잔치인 ‘2016 서울국제도서전’이 15일부터 19일까지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책으로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20개국 346개 출판사가 참가해 인문사회, 과학, 문학, 예술, 아동 등 다양한 도서를 선보인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인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개정판을 최근 출간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가 패널로 초대되고, 신달자 시인이 홍보대사로 참가한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책과 디자인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출판문화 행사를 준비했다”며 “저자와의 대화를 비롯해 출판 관련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컬로퀴엄 등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올해 도서전은 주빈국이 없는 대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컬처 포커스’,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선정됐다. 프랑스문화원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의 하나로 앙투안 로랑, 세바스티앙 팔레티, 앙투안 세페르스 등 소설, 수필, 요리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를 한국에 알린다. 이탈리아는 아동 도서와 일러스트레이션 책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이와 함께 훈민정음 반포 570주년을 맞아 ‘1446년 한글, 문화를 꽃피우다’ 특별전과 ‘구텐베르크’ 특별전이 마련된다. 또 이문열, 윤대녕, 정유정 등 소설가와 신병주, 명로진 등 인기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준비된다. 외국 작가로는 노르웨이 니트 디자이너인 아르네와 카를로스, 이스라엘 출신 예술가인 하노흐 피벤, 오스트리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페트라 하르틀리프가 도서전을 찾는다. 아울러 제3회 디지털북페어코리아 행사도 함께 열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책은 얼어붙은 마음 깨는 ‘도끼’… 하루 두 쪽만 음미해도 많이 남아”

    “책은 얼어붙은 마음 깨는 ‘도끼’… 하루 두 쪽만 음미해도 많이 남아”

    카피라이터 박웅현(55)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CCO)가 2011년 ‘책은 도끼다’ 출간 5년 만에 후속작 ‘다시, 책은 도끼다’(북하우스)로 돌아왔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제목에 썼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다른 제목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책은 ‘도끼’라는 의미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말. 지난 10일 서울 강남 가로수길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웅현은 “지난 20년 동안 책을 읽을 때마다 필사하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메모들”이라며 서랍에 고이 모셔진 메모장들을 보따리 풀듯 기자 앞에 펼쳐 놓았다. 수십권이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곽재구의 ‘길귀신의 노래’, 김사언의 ‘시를 어루만지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등을 읽을 때마다 ‘전기 충격을 맞은 듯 감정이입’돼 써 내려간 메모들이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 그가 남긴 카피들과 그가 직접 쓴 메모들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응축돼 있다는 점에서 쏙 빼닮았다. 이번 책도 전작 못지않게 ‘박웅현스럽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문서 강독회 강연을 엮은 책 ‘여덟 단어’(2013년)와 ‘책은 도끼다’는 각각 100쇄를 넘기며 30만부 이상 팔렸다. “전작이 책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 삶의 태도를 관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책은 책을 읽는 법, 저만의 ‘독법’과 ‘해석하는 법’을 말하고 있어요.” 그의 독법은 봄바람을 만끽하듯 천천히 읽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심사(深思·깊이 생각하기)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의 메모 1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내가 책을 대하는 태도다. 똑같은 문장도 3만명이 읽으면 3만개의 해석이 나와야 한다. 스마트폰 같은 개떼들이 쫓아오니까 어디로 뛰는지도 모르고 뛰는 게 현실이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온갖 정보만 쌓고 있는 건 용량이 무한정한 ‘알파고’와 싸우자는 미련한 짓이다. 스마트폰을 끄고, 접속을 멈추고, TV 앞에 앉지 말고 가만히 있어 보자. 인풋도 아니고 아웃풋도 아니고 노풋(no-put) 상태로 있는 거다. 읽고, 느끼고, 행하자. 그래야 내가 담쟁이의 도종환이 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며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낀 김훈이 될 수도 있다.” #그의 메모 2 욕망의 최대치와 나의 비루한 현실을 비교하며 애써 불행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이것저것 정신없이 살면 답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나. 앞으로 40~50년 동안 힘이 될 만한 것을 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건 스펙이 아니다. 스펙으로 취업되는 게 불행의 시작 아닐까. 나도 신입사원 면접을 한다. 나 같은 경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책을 읽어 봤고, 어떤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켜 왔는지를 주로 본다. 영화, 음악, 책, 트렌드를 질문해 보면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있다. 흥행하는 영화만 보는 친구와 생전 들어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영화를 본 친구가 있다면 난 무조건 후자다. 무엇을 하든 자신만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의 메모 3 세상사에 시선이 따뜻한 사람이 시인이다. 시를 안 써도 시인이다 “카피와 시(詩)는 태생이 다르다. 카피는 마케팅이 핵심이다. 근데 왜 시인의 감성과 비슷하냐면 카피에는 ‘시적인 압축미’가 들어가 있다. 카피가 마치 시처럼 읽히는 이유다. 김사언은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 마치 전기를 투입하지 않으면 음반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남프랑스에 대해 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자. 햇볕이 찬란하고, 키 큰 나무가 있고, 바람이 불면 그 나뭇잎들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상상하게 된다.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본다. 그리고 한 줄, 한 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시를 4D영화처럼 읽게 되면 시를 안 써도 시인이다.” #그의 메모 4 나이가 한 살 더 든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것 “빨리 이 책을 끝내야지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나는 책을 읽을 때 이게 내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읽는다. 천천히 음미하듯 읽다 보면 하루 종일 2페이지를 읽어도 남는 게 많다. 내 인생의 8할은 책과 ‘촉수’(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였다. 책에 감정이입하는 훈련, 메모하고 필사하는 훈련을 몸에 익히면 같은 문장을 적어도 3번은 읽게 된다. 내 머릿속에 문장이 들어오게 되는 심사와 시습(時習·배운 대로 익히기)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함석헌사상 깊이 읽기’ 시리즈 3권 15일 출간

    ‘함석헌사상 깊이 읽기’ 시리즈 3권 15일 출간

    20세기 대표적인 사상가인 함석헌(1901∼1989) 선생의 사유를 풀어 쓴 ‘함석헌사상 깊이 읽기’ 시리즈가 15일 출간된다. 함석헌학회장인 김영호 인하대 명예교수가 함석헌 선생의 저술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해설한 이 책은 ‘사상의 형성과 전개’, ‘생각과 실천’, ‘생명 평화 같이 살기’ 등 시기와 주제별로 묶어 한길사에서 펴낸다. 3권을 합해 2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한길사는 출간을 기념해 14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다시 함석헌을 생각하는 밤’ 행사를 열고 저자 강연과 독자 낭독을 진행한다. 함석헌 선생은 기독교에 뿌리를 두면서도 한국 전통사상과 동서양 철학을 넘나들며 사람을 ‘씨알’에 빗대 역사·사회적 주체성을 강조한 ‘씨알사상’을 발전시켰다. 씨알사상을 처음 주창한 사람은 그의 스승인 다석 류영모(1890∼1981) 선생이다. 한길사는 “이번 행사는 불의에 항거한 비판적 지식인이자 극한 상황에서 사상과 지혜를 날카롭게 닦은 선각자의 사상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책이란 우리 안에 꽁꽁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

    “책이란 우리 안에 꽁꽁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

     카피라이터 박웅현(55)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CCO)가 2011년 ‘책은 도끼다’ 출간 5년 만에 후속작 ‘다시, 책은 도끼다’(북하우스)로 돌아왔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제목에 썼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다른 제목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책은 ‘도끼’라는 의미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말.  지난 10일 서울 강남 가로수길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웅현은 “지난 20년 동안 책을 읽을 때마다 필사하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메모들”이라며 서랍에 고이 모셔진 메모장들을 보따리 풀듯 기자 앞에 펼쳐 놓았다. 수십권이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곽재구의 ‘길귀신의 노래’, 김사언의 ‘시를 어루만지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의 ‘섬’, 괴테의 ‘파우스트’,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 등을 읽을 때마다 ‘전기 충격을 맞은 듯 감정이입’돼 써 내려간 메모들이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 그가 남긴 카피들과 그가 직접 쓴 메모들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응축돼 있다는 점에서 쏙 빼닮았다. 이번 책도 전작 못지않게 ‘박웅현스럽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문서 강독회 강연을 엮은 책 ‘여덟 단어’(2013년)와 ‘책은 도끼다’는 각각 100쇄를 넘기며 30만부 이상 팔렸다.  “전작이 책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 삶의 태도를 관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책은 책을 읽는 법, 저만의 ‘독법’과 ‘해석하는 법’을 말하고 있어요.” 그의 독법은 봄바람을 만끽하듯 천천히 읽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심사(深思·깊이 생각하기)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의 메모 1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내가 책을 대하는 태도다. 똑같은 문장도 3만명이 읽으면 3만개의 해석이 나와야 한다. 스마트폰 같은 개떼들이 쫓아오니까 어디로 뛰는지도 모르고 뛰는 게 현실이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온갖 정보만 쌓고 있는 건 용량이 무한정한 ‘알파고’와 싸우자는 미련한 짓이다. 스마트폰을 끄고, 접속을 멈추고, TV 앞에 앉지 말고 가만히 있어 보자. 인풋도 아니고 아웃풋도 아니고 노풋(no-put) 상태로 있는 거다. 읽고, 느끼고, 행하자. 그래야 내가 담쟁이의 도종환이 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며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낀 김훈이 될 수도 있다.”    #그의 메모 2 욕망의 최대치와 나의 비루한 현실을 비교하며 애써 불행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이것저것 정신없이 살면 답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나. 앞으로 40~50년 동안 힘이 될 만한 것을 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건 스펙이 아니다. 스펙으로 취업되는 게 불행의 시작 아닐까. 나도 신입사원 면접을 한다. 나 같은 경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책을 읽어 봤고, 어떤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켜 왔는지를 주로 본다. 영화, 음악, 책, 트렌드를 질문해 보면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있다. 흥행하는 영화만 보는 친구와 생전 들어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영화를 본 친구가 있다면 난 무조건 후자다. 무엇을 하든 자신만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의 메모 3 세상사에 시선이 따뜻한 사람이 시인이다. 시를 안 써도 시인이다  “카피와 시(詩)는 태생이 다르다. 카피는 마케팅이 핵심이다. 근데 왜 시인의 감성과 비슷하냐면 카피에는 ‘시적인 압축미’가 들어가 있다. 카피가 마치 시처럼 읽히는 이유다. 김사언은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 마치 전기를 투입하지 않으면 음반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남프랑스에 대해 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자. 햇볕이 찬란하고, 키 큰 나무가 있고, 바람이 불면 그 나뭇잎들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상상하게 된다.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본다. 그리고 한 줄, 한 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시를 4D영화처럼 읽게 되면 시를 안 써도 시인이다.”    #그의 메모 4 나이가 한 살 더 든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것  “빨리 이 책을 끝내야지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나는 책을 읽을 때 이게 내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읽는다. 천천히 음미하듯 읽다 보면 하루 종일 2페이지를 읽어도 남는 게 많다. 내 인생의 8할은 책과 ‘촉수’(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였다. 책에 감정이입하는 훈련, 메모하고 필사하는 훈련을 몸에 익히면 같은 문장을 적어도 3번은 읽게 된다. 내 머릿속에 문장이 들어오게 되는 심사와 시습(時習·배운 대로 익히기)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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