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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강왕’ 故박태준 평전 완결판 출간

    ‘철강왕’ 故박태준 평전 완결판 출간

    생애 마지막 7년간 기록 더해 성장 열정·사회 공헌 의지 보여 고 박태준(1927~2011년) 포스코 명예회장의 5주기를 맞이해 ‘박태준 평전-세계 최고의 철강인’ 완결판이 8일 출간됐다. 박 명예회장이 희수를 맞이했던 2004년 12월에 처음 나왔던 ‘박태준 평전’에는 일제강점기 유년시절부터 포항제철 성공신화, 정치입문과 은퇴 과정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12년이 지나 발간된 개정증보판에는 평전 출간 이후 2011년 박 명예회장이 타계하기까지 7년 동안의 어록과 활동 내용이 더해졌다. 이번에 더해진 생애 마지막 7년의 기록에서도 박 명예회장의 한국의 성장을 향한 열정과 사회공헌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저자 이대환 작가는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박 명예회장이 제시한 동북아시아 비전 관련 발언을 백미로 꼽았다. 당시 박 명예회장은 일본을 향해 “때늦은 용기로 주변국 신뢰를 얻으라”고 주문했고, 한국에는 “때맞은 용기를 내 시대를 재조명하고 미래를 구상하라”고 조언했다. 과학인재 육성·지원 중요성을 오랫동안 역설해온 박 명예회장은 2008년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듬해 자신의 구상을 ‘청암사이언스펠로십’으로 구체화 시켰다. 이 펠로십은 해외가 아닌 국내 대학·연구소에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를 선발해 국내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박태준의 마지막 계절’이란 소제목이 붙은 박 명예회장의 타계 직전 모습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옛 직원들과의 만남 장면으로 묘사됐다. 건강이 악화됐던 2011년 9월 포항 행사장에 들어선 박 명예회장은 참석자 전원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고, 19년 만에 만난 직원들과 “정말 보고 싶었다”고 손을 맞잡았고 결국 울었다. 타계 1년 전이던 2010년 베트남 국립하노이대 강연에서 박 명예회장이 남긴 강연의 울림은 여전히 크다. 호찌민의 청렴함, 베트남의 자신감을 일류국가 완성을 위한 좌표로 제시하던 그는 한국 청년들에게 “평화통일과 일류국가 완성이란 운명이 주어졌다”는 당부를 남겼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전여옥 “세월호 참사날 혼밥·머리손질, 朴대통령이라면 가능”

    전여옥 “세월호 참사날 혼밥·머리손질, 朴대통령이라면 가능”

    박근혜 대통령과의 불화 등으로 정계를 떠났던 전여옥(57)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박 대통령이라면 세월호 참사 당일 혼밥, 머리손질 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8일 채널A ‘뉴스특급’에 출연해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매우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선거 권력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마음 속에는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집에 내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박 대통령이 외부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 손질을 하고 관저에서 점심·저녁을 ‘혼밥’(혼자서 밥을 먹는 일)한 일에 대해 “박 대통령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박 대통령은 공감 능력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세월호 참사가 있었을 때 국민이 바랐던 것은 ‘내가 가슴이 아픈데···’. 자식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공감을 원했다. (중략) 같이 가슴 아파하길 국민이 바라는데 공감 능력이 없어서 아마 점심도 드시고 머리도 손질하고 저녁도 드셨을 것이다. 어찌보면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전 전 의원은 또 “보통 사람들은 문제가 터지면 질끈 머리를 동여매고 나왔겠지만 (박 대통령이 한) 올림머리는 이미지 정치다. 육영수 여사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그것이) 박 대통령의 자산이 됐다. (중략) 그게 박근혜 정치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포기를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전횡에 대해서는 “문고리 3인방과 대통령 사이에도 공간이 있었다”면서 “의논하지도 않고, 그분들은 오직 대통령이 지시를 하면 수행하는 말 없는, 말 그대로의 심부름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렇게 불명확하고 어둠 속에 갇히고 그런 분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은 최근 박근헤 정부를 비판한 책 ‘오만과 무능 - 굿바이, 朴의 나라’를 출간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여옥 “朴, 최태민 얘기만 나오면 발칵..둘은 세상이 이해못할 관계”

    전여옥 “朴, 최태민 얘기만 나오면 발칵..둘은 세상이 이해못할 관계”

    박근혜 대통령과 불화 등으로 정계를 떠났던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책 ‘오만과 무능 - 굿바이, 朴의 나라’를 출간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던 시절 대변인을 지낸 전 전 의원은 이 책에서 박 대통령을 ‘오만과 무능의 아이콘’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이 젊었을 때 부모를 잃고 외롭게 살았다는 사실 때문에 국민은 박 대통령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했고, 박 대통령은 이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행태는 아이돌을 향한 청소년의 팬심과 비슷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거나 진실을 밝히지 않아도 단지 ‘박근혜’라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시대는 박정희 시대의 복사판”이었다며 소통이 불가능한 권위적인 ‘박의 패러다임’ 속에서 대한민국은 침몰해왔다고 주장했다. 전 전 의원은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최태민 이야기만 나오면 이성을 잃었다고 회고하면서 “최태민 씨가 박 대통령이 갖고 있던 ‘강렬한 권력 욕망’이라는 과녁을 정확히 맞혔고, 두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태민 일가라는 유령 집단은 ‘박의 나라’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특권층으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었다”고 지적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들의 꼭두각시였다”고 결론내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이비드 보위부터 카스트로까지…올 해 세상 떠난 해외 인사들

    데이비드 보위부터 카스트로까지…올 해 세상 떠난 해외 인사들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 해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많은 해외명사들이 숨을 거둔 해이기도 하다. 정치, 문학, 예술, 학술, 스포츠계에 길이 남을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떠난 이들의 생애를 돌아봤다. 1. 데이비드 보위(1947.1.8 ~ 2016.1.10) 본명 데이비드 로버트 존스. 1947년 영국 남부 브릭스톤에서 태어나 1963년부터 가수, 작곡가 겸 배우로 활동했다. 50년 넘게 혁신적 예술가로 추앙됐으며 70년대의 작품들로 특히 인정받았다. 특유의 독창적 음악세계와 무대연출은 세계 대중음악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생전에 1억 4000만 장의 앨범을 판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말년에 세간에 알리지 않은 채 간암으로 투병했으며 1월 10일 마지막 앨범인 ‘블랙스타’가 출시된 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2. 알란 릭먼(1946.2.21 ~ 2016.1.14) 영국의 배우. 활동 초기엔 왕립연극학교를 나와 로열셰익스피어극단에서 고전극과 현대극을 연기했다. 영화 활동으로는 ‘다이 하드’(1988)의 악역 ‘한스 그루버’로 유명세에 올랐고, 노년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역으로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6년 영화 ‘라스푸틴’에서 러시아의 괴승 라스푸틴을 연기해 골든글로브 상을 받았다. 2015년 4월, 19세 때부터 50년간 교제해왔던 영국 노동당 당원인 리마 호튼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으나 이듬해 1월 췌장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3. 위르켄 힌츠페터(1937.7.6 ~ 2016.1.25)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1963년 처음 공영방송 영상 기자로 경력을 시작해 1967년 베트남 전쟁을 취재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목숨을 걸고 당시 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취재, 광주의 비극을 외부 세계에 알리면서‘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게 된다. 같은 해 9월엔 김대중 전 대통령 사형 판결에 항의하며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며 1986년에는 서울 광화문 시위 현장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폭력으로 목과 척추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일시적으로 생명이 위독해지면서 “국립 5·18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1월 25일 독일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둔 이후 생전 밝힌 뜻에 따라 광주 망월동 묘지에 안장됐다. 4. 움베르토 에코 (1932.1.5 ~ 2016.2.19)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철학자, 역사학자이자 미학자이다. 1956년 논문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적 문제’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문학비평계와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래 현대미학과 문학비평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학계 총아로 떠올랐다. 1968년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와 ‘기호학 이론’등 저서로 세계적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기호학·철학·미학·역사학 등 여러 학술 분야에 더불어 9개 국어에 능통한 천재로 알려져 있으며 제임스 조이스 학회 명예 이사, 예일대 방문교수, 볼로냐 대학 교수, 이탈리아 인문학 연구소 소장 등 여러 직위를 역임했다. 또 케임브리지 하버드 등 세계 명문에서도 강의했다. 출판계에서 일하던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해 1980년 최초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한 이래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등 작품을 출간하며 소설가로서도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오랜 암 투병 끝에 올해 2월 19일 자택에서 별세했다. 5. 앨빈 토플러 (1928.10.3 ~ 2016.6.27)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의미하는 ‘제3의 물결’을 예견한 미국의 미래학자겸 작가. 젊은 시절 생산직 노동자, 백악관 출입기자, 포춘지 노동관계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경영·첨단기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사를 넓혀 관련 저술을 시작했다. 뉴욕대학교·마이애미대학교 등 5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코넬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IBM등 대형 기업들의 의뢰로 첨단기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했으며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 정부 및 비영리민간단체,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프로젝트와 강연을 진행했다. 본인과 같이 작가 겸 미래학자인 하이디 토플러와 결혼해 연구와 저술활동을 함께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6월 27일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 6. 무하마드 알리 (1942.1.17.~2016.6.3.)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명언을 남긴 복싱계의 전설. 12세였던 1954년에 아마추어 복서 활동을 시작해 1960년 로마 올림픽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약 20년 간 활약하며 총 19회에 걸쳐 챔피언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으며 통산전적 55승 5패를 기록했다. 베트남 전쟁 징병을 거부했다가 챔피언 자리를 박탈당하고 기소됐으나 오랜 법정싸움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때문에 3년 5개월의 경력 공백이 발생했지만 곧 재기에 성공, 1981년까지 선수로 활동했다. 권투뿐만 아니라 흑인민권운동가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노년에는 파킨슨병을 앓았으며 6월 3일 합병증인 호흡기 질환으로 영면에 들었다. 7. 피델 카스트로 (1926.8.13 ~ 2016.11.25) 쿠바 해방을 이끈 혁명가인 동시에 쿠바를 장기간 지배한 독재자. 스페인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1945년 아바나대에 입학하며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1947년 쿠바인민사회주의당에 입당하며 사회주의자가 됐다. 195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풀헨시오 바티스타 정부에 저항,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다가 수감되면서 혁명가로서의 이름을 처음 널리 알렸다. 2년 뒤 사면돼 멕시코로 망명해 체 게바라 등 중남미 해방운동가를 흡수한 뒤 1956년부터 쿠바에서 전쟁을 재개한 끝에 1959년 수도 아바나에 입성, 내각 책임제의 국무총리로 취임하면서 혁명에 성공한다. 혁명으로 군부정권을 타도했으나 정작 본인도 쿠바를 장기간 독재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1965년에는 쿠바를 일당 사회주의국가로 만들고 스스로 쿠바 공산당 제1서기에 올랐으며 1976년에는 각료 회의 의장 및 국가평의회 의장, 쿠바군 최고 사령관 등을 겸직하며 독재 체제를 강화했다. 2006년에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 권력을 이양하고 2011년 정계에서 공식 은퇴했으며 지난달 25일에 사망이 공식 발표됐다. 카스트로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무상교육·무상의료 등 복지정책을 실시해 국민적 지지를 얻고 소련 해체 이후 중남미의 사회주의 노선을 이끌면서 사회주의의 대부로 높이 평가 받은 바 있으나 강력한 언론탄압과 반대파 숙청을 자행한 독재자라는 비난 역시 면할 수 없었다. 카스트로 사망 소식을 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카스트로라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주변의 세상과 인물들에 남긴 거대한 족적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은 역사의 몫일 것”이라는 말로 고인을 기렸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사람 중심’ 역사 ‘변화무쌍’ 역사

    ‘사람 중심’ 역사 ‘변화무쌍’ 역사

    최초 역사가 헤로도토스 가감 없이 들은 대로 기록 인간 행적 탐구해 기억될 유산으로 만든 첫 공로자 국내 전공 학자 첫 번역… 7년간 원고 4300장 작업 ‘인간 운명은 변한다’는 사유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 “그들은 자신들이 쓰러진 바로 그 자리에 묻혔다.” 인류사 최초의 역사가인 그리스인 헤로도토스(BC 484년 추정~BC 425년 추정)는 저서 ‘역사’(희랍어 제목은 ‘히스토리아이’)에서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의 300만 대군과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스파르타 용사 300명의 최후를 이렇게 기록했다. 헤로도토스는 크세르크세스가 전투를 바라보다 왕좌에서 세 번이나 벌떡 일어났다는 생생한 묘사를 더한다. 그의 ‘역사’는 시공을 초월해 영화 ‘300’(2006)의 원작이 됐다. 국내에 번역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지금까지 두 권뿐이었다. 여기에 고대 그리스사 전공 학자인 김봉철(59) 아주대 사학과 교수가 한 권을 더했다. 국내에서는 전공 학자가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한 첫 책으로 기록된다. 중세 시대 그리스어 필사본을 복원한 가장 대표적 판본인 독일 슈타인 텍스트를 원전으로 했다. 2009년 초벌 번역을 시작한 후 방대한 역주 작업을 거쳐 출간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200자 원고지로 4300장 분량이다. 김 교수는 7일 “헤로도토스의 서술이 갖는 ‘역사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급적 의역을 하지 않았다”며 “그의 문장과 자구 하나하나를 독자에게 충실하게 전달하겠다는 게 번역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고대 그리스사 전공자는 희소하다. 이는 그동안 전공자들이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번역할 인적·물적 토대가 부족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헤로도토스의 인간사에 대한 사유는 현대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역사를 인간의 기록으로 만들려고 했던 헤로도토스의 꿈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는 저서 곳곳에서 ‘인간의 운명은 확정적이거나 불변의 것이 아니며 변화무쌍하다’고 강조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인간 중심’의 시각은 헤로도토스가 처음으로 신(神)이나 반신(半神)적 영웅의 신화적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인간들의 실제 사건을 기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는 기원전 558년부터 기원전 479년까지 약 80년의 기록. 그는 동서양 문명의 ‘최초의 충돌’인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을 다뤘다. 인류의 역사라는 학문의 원형을 헤로도토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헤로도토스가 ‘역사’를 저술한 목적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일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고 이것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했다”며 “헤로도토스는 과거 인간들의 위대한 행적을 탐구하고 밝혀내 기억될 유산으로 만든 최초의 공로자”라고 말한다. 헤로도토스 역시 특정 구전 내용에 대해서는 허황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감 없이 들은 대로’ 기록한다. 네우리스인들이 일 년에 한 번 며칠 동안 이리로 변한다거나 외눈박이 인간들의 존재, 염소 발을 가진 인간들이 6달 동안 잠만 잔다는 얘기 등의 기록에는 “나는 그들의 이런 말을 믿지 않지만”, “나는 이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등 자료의 신빙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확실히 밝힌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후세 역사가인 투키디데스나 키케로가 헤로도토스의 역사 서술의 신뢰성을 비판하는 논점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들은 대로 기록한 내용들이 종교와 신화, 풍습, 지리, 동식물 등 미지의 고대 세계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의 보물 창고가 됐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플린 美안보보좌관 내정자, 아들 음모론 때문에 망신살

    플린 美안보보좌관 내정자, 아들 음모론 때문에 망신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내정한 마이클 플린(57)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온라인 상으로 음모론을 퍼나른 아들 때문에 망신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플린 내정자의 아들 마이클 주니어를 인수위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폴리티코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클 주니어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인수위에 참여해 왔다.  마이클 주니어가 대선 운동 때부터 트위터 등 인터넷 상으로 정치 음모론을 계속 공유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지난 주말 논란이 된 ‘피자 게이트’ 음모론이 확대되는 데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한 남성이 워싱턴 D.C.의 피자 레스토랑을 습격해 총격을 가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이 음식점 뒷방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음모론을 곧이 곧대로 믿고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플린 부자는 선거 과정부터 클린턴에 대한 근거없는 음모론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플린 내정자는 지난 11월 8일 대선을 며칠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클린턴이 돈세탁과 아동 성범죄에 연루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이슨 밀러 트럼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마이클 주니어는 아버지를 도와 인수위 출범 초기 몇몇 행정 업무와 일정 관리를 맡았다”며 “더 이상 인수인계 작업에 연관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마이클 주니어가 퇴출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플린 내정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플린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서 앞으로 트럼프의 핵심 안보 고문을 맡는다.  플린은 외교문제에 대해 초강경파로 정평이 나있고 본인 또한 음모론의 신봉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출간한 저서 ‘전투의 현장’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이슬람 급진 세력과 동맹을 맺고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KIMS 정의승 이사장, ‘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자책 출간

    KIMS 정의승 이사장, ‘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자책 출간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의 연구보고서인‘ 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2025(Asia-Pacific Rebalance 2025 : Capabilities, Presence, and Partnerships)’ 전자책을 출간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다룬 연구보고서는 미국 의회와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연구한 결과를 지난 2016년 1월 20일에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에 한국해양전략연구소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 판권 협의를 거쳐 국내에서 처음 번역하여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전자책의 주요 내용은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의 안보정세, 미국과 역내 국가들의 국방정책 및 군사태세, 향후 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이다. 괌을 전략적 허브로 삼은 전략핵잠수함과 사드(THAAD) 포대의 추가·신규 배치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인 재균형 전략과 군사태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기회와 도전의 바다가 될 북극해를 둘러 싼 각국의 이해와 접근전략 등도 포함되어 있어 국내 독자들의 전략적 시각을 넓히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의 연이은 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에 주변국의 시선이 쏠려 있는 지금, 연구보고서 발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의승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사장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여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바, 이 연구보고서는 독자들에게 전략적 비전과 동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자책에 관한 내용은 KIMS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커스 토익교재, 교보문고 2016 인터넷 베스트셀러 1위 감사이벤트 진행

    해커스 토익교재, 교보문고 2016 인터넷 베스트셀러 1위 감사이벤트 진행

    해커스는 최근 자사의 토익교재가 교보문고 2016 인터넷 베스트셀러에서 토익 분야 1위에 올랐다며 이에 따른 감사이벤트로 ‘1위 해커스 베스트셀러 브랜드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에서 진행중인 이번 이벤트는 토익/토익스피킹·오픽/토플 등 어학시험부터 공무원/금융/취업 등 해커스에서 출간한 모든 교재를 대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어학 및 다양한 스펙을 쌓으려는 수험생들은 ‘해커스 신토익 핵심 공략 자료집(PDF)’을 받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자료집은 토익시험 직전 꼭 보고 들어가야 할 필독서로, 신토익 경향을 반영한 출제 예상문제와 실제 시험에 출제된 단어/예문 300개가 수록되어 있다. 해커스 관계자는 6일 “교보서점 토익 분야 순위권에 든 30권의 토익교재 중 26권이 해커스 교재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11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도 달성했다”고 전했다. ‘해커스 신토익 리딩’은 지난 3월 출간 직후 교보문고 외국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해커스 신토익 실전 1000제 1 Reading 문제집’ 역시 지난 4월 출간 즉시 교보문고 외국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바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메이저리거’ 이대호 “2017년 소속팀, 나도 궁금해”

    ‘메이저리거’ 이대호 “2017년 소속팀, 나도 궁금해”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가 ”동갑내기 친구들이 동시에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건 다시 없을 기회“라고 벅찬 기분을 이야기하자 이대호(34·전 시애틀 매리너스)가 ”나 때문에 다시 없을 기회라고 말하는 것인가“라며 한 마디를 던졌다. 아직 새 소속팀을 정하지 못했지만 이대호는 여유가 넘쳤다. 이대호의 호탕한 답에 팬들도 웃었다. 이대호는 3일 서울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추신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함께 ‘야구야 고맙다’ 출판 사인회를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동시에 활약한 동갑내기 3명은 책을 공동 출간했다. 2017년에도 세 명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추신수와 오승환은 내년에도 텍사스와 세인트루이스에서 뛴다. 시애틀과 1년 계약을 한 이대호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새 둥지를 찾고 있다. 이대호는 ”내 행선지는 나도 궁금하다“고 웃으며 ”분명한 건 연락을 주는 구단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락을 주는 구단’이 속한 리그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이대호의 이름은 미국과 일본, 한국 언론에 동시에 오르내린다. 한미일 3개 리그에서 이대호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이대호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승격을 보장하지 않았지만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개막 로스터(25명)에 포함됐다. 우타 1루수로 역할이 제한돼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전반기에는 타율 0.288, 12홈런, 37타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후반기 성적은 타율 0.200, 2홈런, 12타점으로 뚝 떨어졌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으로 마친 뒤 ”전반기 부상 신호가 왔을 때 조금 쉬었다면 한결 나은 몸 상태로 후반기를 치를 수 있었을 텐데…. 당장 뛰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 후반기에 고전했다“고 곱씹었다. 10월 31일 귀국 인터뷰에서는 이대호는 ”처음에는 대타로 나가는 것도 재밌었다. 나중에는 자존심이 상하더라“며 ”내가 경기를 못 뛰는 게 억울하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출전 기회’를 계약 조건 중 하나로 꼽았다. 한 달 동안 이대호는 휴식을 취하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과 조용히 협상했다. 모든 리그에서 관심을 보이지만, 이대호의 거취를 가장 궁금해하는 이들은 한국 팬이다. 이대호는 ”조금 기다려주시면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한국 팬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치매 앓는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법

    치매 앓는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법

    페코로스, 어머니가 주신 선물/오카노 유이치/양윤옥 옮김/라이팅하우스/216쪽/1만 2500원 ‘한나절 행방이 묘연했던 어머니가 녹초가 되어 현관에 앉아 있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와 비슷하다. 어딘가 먼곳에서 허덕허덕 돌아온 것처럼 어머니는 잠들었다. 언제든 그렇게…돌아오실 줄 알았다. 끝내 돌아오시지 않는 때가 딱 한 번 찾아온다. 어머니는 8월 24일 오후 2시 20분, 91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노쇠.’ 40대 대머리 아들이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와의 일상을 가슴 뭉클하게 그린 페코로스 시리즈의 완결판이 출간됐다. ‘페코로스,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다. 노모가 세상을 뜬 뒤 주간 아사히에 연재했던 최신작 62편과 미수록작 88편을 묶었다. 앞서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와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에서 그랬던 것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인 치매를, 저자는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낙천적으로 만화 컷 속에 담아낸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저자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는 시간을 ‘선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페코로스는 ‘작은 양파’라는 뜻으로 대머리를 빗댄 저자의 별명. 전쟁과 재해, 가난과 가정폭력 등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면서도 “살아야지, 어떡허든 살아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노모는 치매에 걸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어떤 때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아주던 시절을 오가며 아름답고 소소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오래전 곁을 떠난 남편을 만나기도 한다. 스무살 때 고향을 떠났다가 마흔 넘어 이혼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저자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며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다. 처음엔 지역 정보지에 볼품없이 연재됐고, 자비를 들여 단행본을 출간할 정도였던 이 만화가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은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노노(老老) 간병 시대를 앞둔 우리 현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저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병 피로에 빠지면 부모와 본인이 함께 무너진다”며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와 거리를 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권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논쟁적 과학자가 풀어놓은 지적 모험과 삶

    논쟁적 과학자가 풀어놓은 지적 모험과 삶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2/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남 옮김/김영사/1권 396쪽 1만 9500원·2권 616쪽 2만 4500원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겸 과학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 시대에 가장 논쟁적이면서 영향력 있고, 게다가 대중적 인기까지 누리고 있는 과학자다. 2016년은 75세를 맞은 그에게 아주 각별한 해였다. 대중과학서에 한 획을 그은 그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 40주년, 창조론자들을 광분하게 만든 책 ‘눈먼 시계공’이 30주년, 자연선택이 어떻게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가 20주년, 가장 대담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만들어진 신’이 10주년을 맞았다. 영국에서 2013년과 2015년 출간된 회고록을 번역한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전 2권)은 그의 과학적 모험과 화려한 지적 인생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편은 도킨스의 가계도에서 시작해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생물학계에 일대 지진을 일으킨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의 인생 전반부를 담았다. 개성 있는 조상들과 매력적인 부모, 삼촌과 외가 쪽의 이야기, 아프리카 케냐에서 보낸 목가적인 유년기를 눈앞에 보이듯이 생생하게 그려 낸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니코 틴베르헌 등 몇몇 전설적인 스승들과 경험한 튜터제도(개인 지도)가 자신을 지적으로 일깨웠다고 말한다. 옥스퍼드 펠로이자 강사로 경력을 쌓던 그가 예기치 못한 변화를 맞은 것은 1973년이다. 심각한 파업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연구를 잠시 멈춰야 했고, 그 시기에 책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집단선택’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다. ‘나의 과학인생’이라는 부제를 단 2권에서 그는 자신의 화려한 지적 인생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지식인계의 스타에서 일약 유명인사에 다름없는 사상가로 도약하게 된 열 번째 책 ‘만들어진 신’의 출간과 내용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더글러스 애덤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필리 풀먼 등 그가 사귄 대단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실험실로부터 문화, 종교, 과학의 교차점으로 관심을 돌린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부터 그의 저서들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들려준다.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글에 익숙한 독자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회고록은 다정하고 인간적인 내음이 풍긴다. 불쑥불쑥 전문 용어와 개념에 대한 설명이 문어발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깊은 재치와 박식함, 시적이지만 정확성을 잃지 않는 문장들은 책을 놓기 힘들게 만든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한강 ‘채식주의자’ NYT 올해 최고의 책 10권에 선정

    한강 ‘채식주의자’ NYT 올해 최고의 책 10권에 선정

    지난 5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16년 최고의 책 10권’에 이름을 올렸다. NYT는 1일(현지시간) 올해의 책 10권을 발표하면서 “평범해 보이는 주부가 악몽을 꾼 뒤 채식주의자가 되는 이야기”라며 “주부의 자기희생은 갈수록 가혹하고 비현실적으로 변한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품격 있는 번역이 한국어 원문을 날카롭고 생생한 영문으로 바꿨으며, 잔인한 세상에서 진정한 결백이 가능한지를 들여다본 한강의 예리한 탐구를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도 높게 평가했다.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올 1월에는 미국 호가드 출판사에서 ‘더 베저테리언’(The Vegetarian)이란 영문명으로 출간되며 영미권 주요 언론으로부터 잇단 호평을 받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서사 드라마 ‘사일런스’…마틴 스콜세지 감독, 교황과 만나다!

    대서사 드라마 ‘사일런스’…마틴 스콜세지 감독, 교황과 만나다!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사일런스’의 국내 개봉 소식과 함께 스콜세지 감독이 교황과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 현지시간으로 30일 오전,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스콜세지 감독이 바티칸에서 만나 환담했다고 밝혔다. 스콜세지 감독은 ‘사일런스’ 개봉을 앞두고 로마에서 공부를 하거나 활동하는 예수회 수사 300여명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기 위해 바티칸을 찾았다. 영화 ‘사일런스’는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이던 17세기 일본에서 실종된 스승을 찾아 나선 2명의 예수회 수사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 드라마다. 앤드류 가필드, 리암 니슨,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가 배출한 사상 첫 교황으로 젊은 시절 일본에 선교사로 파견되는 소망을 품었으나 건강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세기 일본에서 예수회 선교사들이 당하는 핍박과 박해를 그린 이 ‘사일런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 스콜세지 감독과 만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스콜세지 감독은 18세기 일본 화가가 그린 성모마리아 그림을 포함해 그림 2점을 교황에게 선물했고 교황은 묵주로 답례했다. 작가 엔도 슈사쿠가 1966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올해 전미비평가협회 각색상을 수상했고,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또 2017년 아카데미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사일런스’는 2017년 2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영상=Paramount Pictures 유튜브 채널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제주 해녀들의 삶 담은 사진집 ‘잠녀’(潛女) 출간

    제주 해녀들의 삶 담은 사진집 ‘잠녀’(潛女) 출간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가운데 제주 해녀들의 삶을 담은 사진집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 해녀 문화는 다음달 2일까지 에티오피아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제11차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사진가 박정근씨는 2012년부터 4년 간 바다와 상생하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집 ‘잠녀(潛女·열화당)’를 발간했다. 박정근씨는 열화당 사옥 1층 갤러리로터스에서 다음달 12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잠녀 사진전’도 연다. 박정근씨는 1978년 충북 음성 출생으로, 그동안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간 군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 온 사진가로 유명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무신론자 스티븐 호킹을 만나다

    프란치스코 교황, 무신론자 스티븐 호킹을 만나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종교계와 과학계를 대표하는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국출신의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를 만나 그의 어깨의 손을 올려 축복하며 따뜻한 환영인사를 했다. 교황이 호킹 박사와 만나게 된 것은 이날 교황청 과학원 주최로 열리고 있는 정기 학술대회에 나란히 참석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호킹박사는 '빅뱅이론'으로 우주의 기원을 해석한 물리학자다. 특히 지난 2010년 출간된 그의 저서인 '위대한 설계'에서 빅뱅은 신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생긴 자연현상이라고 주장하며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에 종교계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자명한 일. 특히나 이는 종교와 과학 사이에 내려온 해묵은 갈등의 역사가 다시 표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 2014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과학원 회의에서 의미있는 연설을 했다. 교황은 "우리가 세상의 기원으로 여기는 빅뱅이론도 신성한 창조자로서 하느님의 개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진화는 원천적으로 진화할 존재의 창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곧 빅뱅이론은 맞지만 이것이 하느님의 개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호킹 박사가 1986년 이후 교황청 과학원 회원이라는 사실로 과거에도 그는 이번처럼 3명의 교황을 만난 바 있다. 그가 속한 교황청 과학원은 17세기 갈릴레이도 회원으로 참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연구단체로 세계 최고의 과학자 80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다시보는 ‘박근혜 일기’…“간신의 말만 듣는 임금은 나라를 망친다”

    다시보는 ‘박근혜 일기’…“간신의 말만 듣는 임금은 나라를 망친다”

    2012년 박근혜연구회에서 출간한 책 『박근혜 일기』의 내용이 회자되고 있다. 이 책에는 박 대통령이 22세부터 60세까지 쓴 일기와 ‘싸이월드’ 다이어리 글이 수록돼 있다. 이 책은 “일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혼자 보기 위한 글이기에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그 사람의 속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현 시국 ‘최순실 게이트’로 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이 된 박 대통령에게 귀감이 될 만한 글귀가 다수 보인다. “능력, 권력, 재산 모든 것에 앞서 진실한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정말 못 느끼는 것일까?” -1981년 7월 20일 “아첨을 잘하고 간사한 사람에게 사람들은 얼마나 속기 쉬운가. 권력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정말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 달콤한 얘기들은 결국 독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퍼져 멸망을 가져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1989년 11월 3일 “역사책이 주는 한결같은 교훈.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임금의 마음이 결단난다. 임금 마음에 망조가 들면 제일 먼저 교만해진다. 그리되면 자연히 충신, 간신의 말을 구별 못한다” -1991년 2월 20일 “간신의 말만 듣는 임금은 머지않아 자신과 나라를 망치고 만다. 그러나 충신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이고 그 말을 옳게 여기는 임금은 자신과 국가를 이끌고 흥하게 한다” -1991년 8월 29일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9일 작성된 기사입니다.
  • <새영화> 핵전쟁 이후 생존자들의 기록…‘최후의 Z’ 예고편

    <새영화> 핵전쟁 이후 생존자들의 기록…‘최후의 Z’ 예고편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 수상작가 로버트 C. 오브라이언의 SF 스릴러 소설을 영화화한 ‘최후의 Z’ 예고편이 공개됐다. ‘최후의 Z’의 동명 원작 소설은 로버트 오브라이언의 이색적인 SF 스릴러로 1973년 그가 죽은 후, 그의 작품 노트를 바탕으로 아내와 딸이 완성해 이듬해 출간한 작품이다. 원작 ‘최후의 Z’는 끔찍한 핵전쟁 후 방사능에 피폭된 지구를 그린 작품이다. 40여 년 전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었던 핵전쟁과 방사능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지금, 우리에게 의미있는 두려움과 경각심, 깊은 울림을 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화된 ‘최후의 Z’는 핵전쟁 후 폐허가 된 지구에 홀로 사는 생존자 ‘앤 버든’에게 어느 날 또 다른 생존자 흑인 남자 ‘존’과 백인 청년 ‘케일럽’이 나타나면서 겪게 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물) 드라마다. 원작이 가진 매력을 그대로 살려 멸망한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냈다. 신선한 설정은 물론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은 배우 마고 로비와 치웨텔 에지오프, 크리스 파인이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공개된 예고편은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으로 시작해 방독면을 쓴 주인공의 모습이 이어지며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한다. 또한 앤, 존, 케일럽까지 세 명의 생존자들이 만나게 되는 장면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한편,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한편, 핵전쟁 이후 생존한 세 사람의 치열한 생존 심리를 그린 ‘최후의 Z’는 오는 12월 2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세 관람가. 98분. 사진 영상=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그때 그 시절 ‘도깨비감투’ ‘폭탄아’ 복간

    그때 그 시절 ‘도깨비감투’ ‘폭탄아’ 복간

    197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명랑 만화 ‘도깨비감투’가 복간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한국만화걸작선 시리즈의 23번째 작품으로 신문수(77) 화백의 ‘도깨비감투’를 복간했다. 신 화백은 ‘꺼벙이’의 길창덕, ‘맹꽁이 서당’의 윤승운, ‘심술통’의 이정문 화백과 함께 명랑만화의 전성시대를 이끈 만화가다. 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도깨비감투’는 주인공 혁이가 집 천장에서 귀신, 도깨비 수염과 머리털을 뽑아 만든 감투를 발견하며 겪는 모험을 그렸다. 1974년 5월부터 1975년 12월까지 어린이 월간 잡지 ‘어깨동무’의 별책부록으로 20권에 걸쳐 발간되었던 것을 모두 4권으로 새롭게 묶었다. 1965년 정식 데뷔한 신 화백은 ‘어깨동무’를 최고 인기 잡지로 견인한 ‘도깨비감투’에 이어 1979년부터 ‘소년중앙’에 연재한 ‘로봇 찌빠’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명실상부한 최고 명랑 만화가 반열에 올랐다. 1960년대 중반 큰 사랑을 받았던 박기정(79) 화백의 ‘폭탄아’도 이번에 함께 복간됐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비밀 독립단체 요원을 아버지로 둔 탄아, 탄실이 남매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1964년 8월부터 약 2년에 걸쳐 출간된 단행본 60권 가운데 1부 20권을 3권으로 묶어 새롭게 냈다. 만화영상진흥원은 2001년 고(故) 김종래 화백의 ‘마음의 왕관’을 시작으로 1950~80년대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절판되거나 자료 부족 등으로 아쉽게 잊혀지고 있는 걸작 만화들을 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야구선수의 타율이나 방어율과 비슷한 지표가 광고인들에게도 있다. 기업들이 어느 광고 대행사에 자사 광고를 맡길지를 정하는 경쟁입찰에서 얼마만큼의 수주를 해내느냐가 그것이다. 통상 2할5푼(4회 입찰해 1회 수주) 정도가 광고업계의 평균인데 박웅현 대표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10건의 입찰에 참여해서 9건을 수주한 해도 있었다. 그에게 광고를 맡기면 다른 곳보다 확실한 결과를 낸다는 것을 광고주들이 두루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17년을 보낸 뒤 글로벌 광고회사 TBWA코리아로 옮겨 2014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를 맡고 있다. 광고만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를 책, 다큐멘터리, 공연 등 다양한 틀에 접목 해보는 실험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도끼다’와 ‘여덟 단어’가 요즘 출판계에서 보기 드물게 각각 ‘100쇄’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해졌다. ▲1961년 경기 동두천 출생 ▲돈암초, 용호중, 배재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뉴욕대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제일기획(1987년), TBWA코리아 제작 전문임원(2004년) ▲칸국제광고제 심사위원,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다시, 책은 도끼다’ 등 저술 그에게 명함 뒷면은 하얀 도화지다. 줄이 쳐져 있지 않은 작은 공책이다. 그때그때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일들을 글자나 그림으로 새겨 넣는다. ‘진심이 짓는다’와 같은 광고 카피가 그곳을 채운 적도 있었고, ‘돈키호테’의 이미지가 거기를 다녀간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망치’란 두 글자가 빨간색 해머와 함께 그려져 있다. 2014년부터 젊은이들의 꿈과 창의력을 키워 주기 위해 진행해 온 강연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세상을 두드리는 작은 망치질’의 의미를 소리 높여 말해 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박웅현(55)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1993년 가을 어느 날. 우리는 오디션 경연장에 선 가수 지망생 같은 심정으로 앞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제일모직 의류 브랜드 ‘빈폴’의 TV CF 최종 시안 발표를 조금 전에 막 끝낸 참이었다. 우리 앞의 그들은 우리에게 CF 제작을 의뢰한 제일모직 간부들이었다. 몇 달을 고민한 결과를 쏟아낸 우리는 그들이 ‘OK’ 사인을 내주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당시 제일모직은 커져 가는 고급 캐주얼 시장에 자체 브랜드 ‘빈폴’을 내놓았지만 ‘폴로’, ‘라코스테’ 같은 외국 회사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라는 메인 카피를 배우 한석규의 목소리에 담아낸 영상이 끝났지만, 그들은 한참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얼마 후 한 임원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와서 뭐가 어쨌다는거요?” 아, 우리가 만용을 부린 걸까. 사실 광고주들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요구했던 카피가 있긴 했다. 브랜드의 슬로건이 ‘도심 속의 자연주의’이니 그 표현을 그대로 광고에도 살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카피로는 소비자들에게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을 게 뻔했다. 나는 ‘라코스테’의 악어나 ‘폴로’의 말(馬)과 같은 ‘빈폴’의 자전거에 주목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잖아요.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에 붙은 상징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차가운 반응 속에 시안 발표 자리가 파하려는데, 한 임원이 불쑥 제안을 했다. “40~50대인 우리들이 빈폴의 주요 타깃 고객층은 아니잖아요. 20, 30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봅시다.” 잠시 후 제일모직의 젊은 여직원들이 불려왔고, 상황은 그걸로 끝이었다. 빈폴은 우리가 제작한 CF를 기점으로 소비자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광고를 잘 만들어서 브랜드가 떴다고 말해 주는 광고주는 없다. 자신들이 브랜드 콘셉트를 잘 잡고 제품을 잘 만들어서 그렇다고 말할 뿐이다. 반대로 제품이 뜨지 않으면 광고주들은 “광고를 못 만들었기 때문”이라 탓을 돌린다. 그것은 우리 직업의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1975년 중2 때부터 나의 방대한 양의 책 읽기가 시작됐다. 이유는 수업 때문이었다. 당시 선생님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같은 작품들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는 숙제를 많이 내주셨는데, 나는 독후감 낭독에 단골로 호명이 됐다. 그때 나 같은 친구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내가 좀더 잘써야지’, ‘내가 더 많이 읽어야지’ 같은 일종의 경쟁심리 같은 게 생겼다. ‘호밀밭의 파수꾼’(샐린저), ‘개선문’(레마르크), ‘폭풍의 언덕’(브론테), ‘수레바퀴 아래서’(헤세), ‘인간의 굴레’(몸) 같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배재고에 들어가서는 학교신문을 만드는 데 빠져 살았다. 누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언제나 ‘칼럼니스트’였다. 결국 재수까지 해서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고, 여기에서도 꿈을 이루겠다며 1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학보사에 발을 들였다. 대학 때에는 한국문학에 심취했다. 이문열, 황석영, 이외수, 김원일, 이청준, 오정희 등을 찾아 도서관에서 살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책읽기는 내가 기자가 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문학과 철학, 역사를 두루 섭렵하는 것을 기자가 되기 위한 소양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사법시험 준비 수준의 언론사 공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피터팬 신드롬’이니 ‘레임덕’이니 하는 시사용어를 모르면 기자가 될 수 없다는 건 내게 난센스였다. 상식책을 덮어버린 그날, 나는 친구들 보란 듯이 도서관에 가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펼쳐들었다. 친구들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그들에게 독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게 상식이냐, 이게 상식이지.” -대학을 졸업한 1987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학교 다닐때 상상도 하지 않았던 광고회사(제일기획)에 들어갔다. ‘뉴스 콘텐츠’ 대신에 ‘광고 콘텐츠’를 생업으로 택한 것이었다. 내 또래에 나만큼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없고 사고의 깊이가 나만 한 사람도 별로 없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나에겐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요즘 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다독(多讀) 때문이었을까, 광고인으로서 나는 너무 사변적이었다. 81학번으로 군사정권 치하에 학교를 다녔고, 대학 학보사 기자로서 현실을 비판해 왔으며, 학과 선배들과 사회과학의 벽을 깨는 훈련을 받아 온 나는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야, 박웅현, 향수 파는데 무슨 논리가 그렇게 장황하냐.” 선배들은 나와 함께 일하기를 싫어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주는 배움과 성장의 섭리는 나에게도 아주 예외는 아니었다. 입사 4년 정도가 지난 1992년. 당시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오영곤(현재 서울광고기획 부사장) 국장이 우연히 내 카피를 보게 됐다. “야, 이거 누가 썼냐. 광고의 맥을 아주 잘 짚었네. 특히 논리가 뛰어나다.” 그는 이후에도 나를 여러 번 칭찬해 주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논리적인 게 나의 발목을 잡았는데, 그래서 나는 이 바닥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외려 그것 때문에 칭찬을 받게 되다니….’ 자신감은 성과로 이어졌다. 얼마 후 나는 ‘성깔 있는 두부’라는 풀무원 제품 카피를 써서 사내 입지를 확연히 넓힐 수 있었다. 선배들이 “같은 팀이 돼서 일해 보자”며 손짓을 해 왔다. -1995년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 카피로 나온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시리즈는 ‘빈폴’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삼성의 ‘세계 일류’ 캠페인이었는데, 신문광고를 통해 ‘(닐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두 번째로 도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일등했을 때 2등이 누구였는지 아느냐’와 같이 1등을 강조하는 광고였다. -어떤 광고에 가장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는데, 우리 사회에 담론을 던졌다는 측면에서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KTF) 같은 것들이 의미 있었다고 본다. ‘진심이 짓는다’(대림 e편한세상)는 아파트 광고의 프레임을 바꾸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지은 책들이 이렇게 잘 팔릴 줄은 나는 물론이고 출판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11년에 출간된 ‘책은 도끼다’가 5년이 흐른 지금도 인기가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책은 도끼다’가 107쇄, ‘다시 책은 도끼다’가 26쇄를 찍었고 ‘여덟단어’는 119쇄까지 갔다. 100쇄 도서가 많지 않은 요즘 한 사람의 책 2권이 동시에 100쇄를 넘어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들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책에 대해 말한 기존의 도서들이 “이 책들을 통해 내가 뭘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식이라면, 내 책은 그냥 ‘책으로 접근하는 다리’ 정도의 역할만 해준게 외려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책을 잡아도 잘 읽히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사실 나도 똑같다. 눈으로 받아들인 활자의 내용이 머리에 와닿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안 읽는 게 답이다. 잘못하면 보석 같은 페이지를 다 놓칠 수 있다. 어떤 책이 눈에 안 들어오면 다른 책을 읽어 보고 그것도 안 읽히면 놓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이 물리적 시간만 확보된다고 텍스트에 빠져드는 게 아니다. 심리적인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책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존중이다. 같은 책이어도 10대 때 읽은 것과 50대에 읽은 것이 다를 수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중국·일본 기행 ‘천상의 두 나라’가 나에겐 딱 그랬다. 40대 중반쯤에 그 책을 읽었는데 카잔차키스의 다른 책들과 달리 그다지 재미있게 읽히지 않아서 서가에 꽂아 두고 있었다. 2~3년 후 서가를 뒤적이다 우연히 책이 손에 잡혀서 펼쳐봤는데 완전히 달랐다. 물리적인 상태의 책은 전과 지금이 같겠지만, ‘나’라는 유기체와의 관계에서 본 그 책은 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좋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책이 될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권장도서’, ‘고전 100선’ 같은 것들을 믿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다. 그건 바깥에서 부여한 권위일 뿐이다. 나라는 유기체와 불꽃이 튀겨야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낸 책들이 잘 팔리면서 마치 ‘인문학의 전도사’ 같은 평가를 받게 됐는데 사실 부담스럽다. 나는 광고를 만들어서 먹고사는 사람이다.(인터뷰를 하는 3시간여 동안 그의 휴대전화에는 업무와 관련한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앞으로 책으로 다뤄 보고 싶은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사유’나 ‘사색’을 고르겠다. 작은 불 하나 켜 놓고 눈감고 20~30분 동안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내 위치도 한번 돌아보고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중요하다. ‘인풋’도 ‘아웃풋’도 없는 ‘노풋’의 시대가 와야 한다.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강박이 있다. 그 결과 지식과 정보의 소화불량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장지현 첫 시집 출간, 시 50여 편과 일러스트 작품 25편 함께 담아

    장지현 첫 시집 출간, 시 50여 편과 일러스트 작품 25편 함께 담아

    일상적으로 짧은 문자적 텍스트를 공유하고, SNS를 통해 짧은 문장과 한 장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현대인들은 이미 시와 늘 가까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고 압축적인 문장, 수많은 의미를 담아내는 한 장의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익숙한 현대인들의 취향을 관통한 장지현 시인의 첫 시집 ‘다시’가 출간됐다. 푸른사상을 통해 펴낸 신간도서 ‘다시(푸른시인성6)’에는 시집 이름이기도 한 ‘다시’를 비롯해 맑고 순수한 세계를 개성적인 표현과 언어로 포착한 50여 편의 작품과 시에 어울리는 일러스트 25점이 함께 실려 있다. 한정판으로 출간된 초판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캐릭터 누비와 이비 엽서 두 장도 함께 포함돼 있다. 시인이 직접 그린 귀엽고 천진난만한 일러스트와 함께 시의 매력인 짧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형식에 위트와 유머도 담고 있어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시집 한 권에서 누릴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시를 접하고, 그에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푸른사상은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길이가 짧은데, 이는 장황하게 말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을 전하는 어린아이의 화법을 닮아 있다. 순수한 세계를 짧은 형식으로 구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아이와 같이 깨끗하고 순진한 마음에서 우러난 다정한 기다림과 포용, 바라봄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장지현 시인은 2003년에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2006년 ‘오늘의 동시문학’으로 동시 시인이 됐다. 이어 올해 2016년에는 시 부문에서 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에 당선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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