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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것도 없을 때 걷기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을 때 걷기밖에 없었다

    “‘어떻게 주어진 시간 안에 가성비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첫 책(‘하정우, 느낌있다’)을 낸 뒤 지난 7년간의 화두였어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걷기에 대해서 깊이 빠져들게 됐고, 이 책까지 나오게 됐습니다.”‘작가’ 하정우가 말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 종내는 ‘걷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배우 하정우가 에세이를 냈다. ‘트리플 천만 배우’의 명성답게 지난 23일 출간된 책은 이날까지 4쇄를 찍을 만큼 ‘핫’하다. 언제 그럴 시간이 있나 싶지만 하정우는 자타공인 ‘걷기 마니아’다. 무명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그는 하루 3만보씩 걷고, 많게는 하루 10만보까지도 걸어 봤단다. 그에게 걷기는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는 “감정 컨트롤 하는 게 제일 어려운데 심지어 그걸 이용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럴 때는 그냥 걷는 양을 늘리거나 강도 높은 러닝을 한다”고 했다. 연기를 보여 줄 사람도, 오를 수 있는 한 뼘의 무대도 없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는 한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이 걷기의 매력이다. 그는 책에서 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마음을 달랜 걷기 노하우와 아지트,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를 털어놓는다. 영화 속 찰진 ‘먹방’으로도 자주 회자되는 그는 스스로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족히 150㎏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 잘 먹고 많이 걷는다. 그가 말하는 실용적인 걷기 노하우 몇 가지. “남자분들은 사타구니용 파우더 꼭 챙기시고요. 패션 운동화 말고 에어가 충분한 워킹화·러닝화 신으세요.” 책에는 “감독은 하지 말고 그냥 배우만 하세요!” 같은 신랄한 댓글에 대처하는 그만의 자세도 나온다. “누군가 그렇게 말할 때 예전에는 상처받았지만, 앞으로는 상처받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내가 배우로서는 대중에게 꽤 친숙하고 그럭저럭 잘해 왔다는 뜻 아닌가.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지만, 언젠가는 감독 하정우가 배우 하정우에게 그 빚을 갚을 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229쪽) 이 또한 걸으며 얻은 깨달음이리라. 2011년 첫 책을 냈던 작가 하정우는 이렇게 생각했다. “5년마다 한 번씩 삶을 정리해 나가면서 할아버지 될 때까지 작업도 같이 해나간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가르침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처음 계획했던 5년보다는 시간이 지체됐지만, 배우로 감독으로 화가로 걷는 사람으로 그 어떤 여정도 멈추지 않을 ‘인간 하정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 불교, 사찰의 상속자만 되려 한다”

    “한국 불교, 사찰의 상속자만 되려 한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의 선(禪)에 지나치게 치중해 부처님 본래 말씀을 등한시합니다. 스님들이 불법(佛法) 연구가 아닌 다른 영역에 더 신경을 쓰니 대중으로부터 외면과 불신을 당하게 됩니다.” 최근 초기불교 핵심 경전인 ‘위방가’를 국내 최초로 완역해 세상에 내놓은 각묵(61·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스님. 스님은 “부처님 제자인 출가자들이라면 응당 부처님의 법을 먼저 연구하고 가르침을 전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거듭 강조했다. 각묵 스님은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고 7년여 선방을 전전하다가 인도로 떠난 학승. 선방 생활을 하던 중 문득 ‘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인도의 불교 명문인 푸네대학교에서 10년간 산스크리트어와 그 방언인 팔리어, 프라크리트어를 공부하고 돌아와 초기경전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경장 5부 가운데 첫 번째인 ‘디가 니까야’를 불교계 최초로 2006년 번역했으며 2009년 ‘상윳따 니까야’를 6권으로 번역해 출간한 바 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대림 스님을 비롯해 산스크리트어, 팔리어를 공부한 20여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초기경전인 65권의 경율론 3장 저서 중 20권을 번역해 놓았다. “인도에서 유학하면서 한국불교에 힌두적 요소가 적지않음을 알게 됐어요. 종정 스님을 비롯한 이른바 큰스님들의 법어에도 그런 경향이 짙어요.” “실존 인물인 부처님이 남긴 가르침을 등한시한 채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믿는 게 말이 되느냐”는 각묵 스님. 그가 이번 번역 출간한 두 권짜리 1200쪽 분량의 ‘위방가’는 불법(佛法)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논장에 속하는 일곱 가지 논서, 즉 칠론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법의 분석’이라는 뜻 그대로 초기불교의 교학(이론)과 수행의 18가지 핵심 주제를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나와 세상, 진리, 이 세 가지에 관한 이론과 수행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해를 자세하게 달았다. “책에 담긴 내용은 일반 불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긴 하지만 승가가 해야 할 근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전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귀띔했다. “온전하고 올바른 깨달음은 이론과 실천이 함께 있어야 체득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에서 보여지듯 선(禪)은 강조하면서 정작 부처님 본래의 가르침을 무시하면 흔들릴 수 있어요. 제대로 된 깨달음에선 멀어지게 되는 셈이지요.” 스님들이 불법을 등한시하니 불교의 본질이 흔들린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꼬집는다. “지금 한국의 많은 출가자들은 법의 상속자가 아니라 사찰과 재물의 상속자가 먼저 되려고 해요.” “초기불전은 부처님 말씀이 가장 생생하고 온전히 기록된 만큼 승가의 근본이 모두 담겨 있다”는 각묵 스님. 지금 한국 불교계에서 승속을 떠나 남방불교와 초기불전 연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2600년을 이어 온 승가의 근본이 온전히 담긴 초기경전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뜻에서 팔리어 사전을 펴낼 계획이다. 초기경전 상당수가 팔리어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초기불전 번역작업을 하면서 무리해 뇌수술과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스님은 인터뷰 말미에도 이런 말을 남겼다. “막무가내로 무작정 수행하면서 깨달음을 얻으려는 지금의 수행 풍토에선 부처님 가르침이라는 기본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칼의 노래’·‘엄마를 부탁해’ 이어… ‘82년생 김지영’ 100만부 돌파

    ‘칼의 노래’·‘엄마를 부탁해’ 이어… ‘82년생 김지영’ 100만부 돌파

    조남주 작가가 쓴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누적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다. 2016년 10월 출간 된 이래 2년 여만이다. 책을 출간한 민음사는 이에 대해 “2007년 김훈의 ‘칼의 노래´, 2009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이후, 침체된 문학 출판계를 둘러싸고 위기론이 대두되었던 2010년대 한국문학의 새로운 분기점이라 할 만하다”고 평했다. 민음사는 100만부 돌파의 가장 큰 동력을 폭넓은 독자층이라고 분석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전형을 묘사한 ‘82년생 김지영’은 1980년대생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최근 도서관 정보나루에 따르면 3개월 기준 20∼50대 여성 독자들의 대출 목록 1위는 모두 ‘82년생 김지영’이다. 대출량 기준으로는 30대 여성이 1위, 40대 여성이 2위, 이어서 20대 여성, 40대 남성, 50대 여성 순이다. 30∼40대 남성 독자 대출 목록에서도 ‘82년생 김지영’은 상위권을 차지한다. 지난 2년 간 ‘82년생 김지영’은 크고 작은 페미니즘 이슈를 몰고 다니며 꾸준히 성장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과 독박 육아 문제, 직장 내 몰카, 안전 이별 이슈, 미투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공론화 될 때 마다 소설에 대한 관심도 재점화됐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대출 추이 통계에 따르면 가장 급격한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5월 고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 책을 선물한 직후와 올 2월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한 이후다. 100만부 돌파를 기념해 민음사는 ‘82년생 김지영’ 코멘터리 에디션을 선보였다. 코멘터리 에디션에는 소설 본문과 더불어 ‘82년생 김지영’에 관한 평론 5편과 작가 인터뷰가 수록됐다. 소설 집필 배경, 소설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이 소설로 인해 촉발된 문학계 논쟁 등 100만부 돌파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폈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은 세계로 뻗어가는 중이다. 현재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16개국 수출이 확정됐다. 이미 출간한 책에 대한 현지 반응도 뜨겁다. 올해 5월 출간된 대만판은 이곳 최대 전자책 사이트 ‘리드무’에서 전자책 부문 1위에 올랐고, 일본판 역시 출간되기 전부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어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나 번역가인 사이토 마리코 번역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 출판사 치쿠마 쇼보에서 출간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性, 독서실 안의 세 여자 ‘보통의 성애’를 묻다

    性, 독서실 안의 세 여자 ‘보통의 성애’를 묻다

    끊임없이 ‘보통’의 의미를 되물어 온 작가가 있다. 18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통 인간’인 척 사회의 규격에 자신을 구겨 넣는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 ‘편의점 인간’으로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39)다. 작가가 천착한 또 한 갈래의 소재는 ‘성애’다. 지난해 국내 출간된 ‘소멸세계’에선 인공수정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교미’를 통해 태어난 주인공을 통해 섹스의 의미를 물었다. 이제 작가는 둘을 합쳐 본격적으로 묻는다. 과연 ‘보통의 성애’란 무엇인가.최근 번역 출간된 작가의 2011년작 ‘멀리 갈 수 있는 배’(살림)에는 ‘섹슈얼리티’라는 이름의 바다를 표류하는 세 여자가 등장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알바생 리호는 남자와의 섹스가 괴롭다. ‘어쩌면 나는 남자가 아닐까’, ‘성별 없는 섹스를 할 수 없을까’ 하며 가슴을 가리는 상의(속옷)을 구입하지만 정체성 찾기에 별 도움은 안 된다. 한편 밤에도 자외선 걱정을 하며 선크림을 바르는 레스토랑 손님 츠바키는 ‘여성성’이라는 이름의 교과서, 그 자체다. 그리고 자신을 별의 한 조각이라 여기는 ‘우주적 세계관’의 소유자, 츠바키의 친구 치카코가 있다.‘멀리 갈 수 있는 배’는 츠바키 같은 여성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은 이상적인 여성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압박에 괴로워하며 자랐다”고 토로했다. “유소년기부터 ‘성애’에 대해, 그 즐거움과 괴로움이라는 양면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소설은 그런 괴로움의 한 걸음 밖에 있는 자유로운 세계와, 이름을 붙이지 않는 성별과 성애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서 쓰게 된 작품입니다.” 리호나 츠바키는 주변에서 종종 발견되는, 어찌 보면 흔한 캐릭터다. 그렇다면 치카코는? 그는 생리혈을 ‘자기 안에서 나온 붉은색의 진흙물’로 여기는, 인간이 아닌 물체로서 모든 것을 감각하는 인물이다. 작가는 처음에는 리호 시점으로만 쓰다가, 점점 치카코의 존재가 커져버려 그녀를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한다. “저는 치카코가 살고 있는 세계가 또 하나의 진실이라고 느낍니다. 같은 세계에 살고 있어도 리호하고는 전혀 다른 별에서 전혀 다른 광경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주 감각을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는 여성을 통해 세계는 한 종류가 아니라 저마다의 뇌(생각)가 저마다의 광경 속에서 살아가며 그 안에서 진실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실제 20여년 몸담았던 편의점을 소재로 소설을 썼던 무라타 사야카. 이번에는 독서실이다. 편의점 알바는 이제 그만두었다는 작가는 대신에 독서실에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독서실은 연령과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곳에 모여 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공부를 하는 신기한 공간이었다”며 “만약 말을 걸어 본다면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 있을지 상상해 봤다”고 말했다. ‘멀리 갈 수 있는 배’도 독서실이라는 공간이 모티브가 됐다. “독서실을 배로 보고 어딘가 멀리 노를 저어 갈 수 있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책에 ‘아무도 타지 않는 노아의 방주’라는 부분이 나옵니다만, 비록 아무도 타고 싶어 하지 않더라도 저 멀리에 있는 세계와 연결해 주는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습니다.” 기묘하게 뒤틀린 세계를 통해 우리네 현실을 극명하게 뒤집어 보이는 작가. 그리하여 ‘일본 문단에서 가장 파격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 그에게 ‘보통’이란 무엇일까. “저는 ‘보통’이라는 말만큼 무서운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사회적으로는 ‘괜찮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좀더 자신의 몸과 자신의 정신 세계를 믿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리호에게 치카코가 꾸준히 말하고자 했던 지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괜찮아. 다른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돼.”(168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트럼프, 국제유가 하락에 “생큐 트럼프” 자축

    트럼프, 국제유가 하락에 “생큐 트럼프” 자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유가의 하락과 관련해 본인을 3인칭으로 지칭하며 자찬해 눈길을 끌었다.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생큐, T 대통령”이라고 올렸다. 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니셜이다. 그는 이어 “유가 하락은 대규모 감세와 같은 것이며, 우리 경제에 좋은 소식이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듣고 있나”라고 덧붙여 특유의 뒤끝을 드러냈다. 이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펴고 있는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동안 저유가·저금리 기조를 강조하며 연준의 잇단 금리 인상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코리 루언다우스키와 데이비드 보시가 ‘트럼프의 적들: 딥 스테이트는 어떻게 대통령직을 훼손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27일 발간한다고 보도했다. ‘딥 스테이트’란 국가 정책과 정치를 왜곡하기 위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득권 세력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 책의 사본을 입수한 WP에 따르면 루언다우스키 등은 백악관과 의회, 법무부와 정보기관 내부의 많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적이며, 이들이 대통령의 정책 의제를 방해하고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고 작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방 정부의 깊은 곳에는 클린턴·오바마 도당의 누군가처럼 트럼프에 대한 깊은 증오를 품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펴낸 이 책은 지난 9월 출간된 WP 부편집인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대한 반격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中 국가장학금 수혜자 단 0.2%(연 5만 명)…누가 받을까?

    中 국가장학금 수혜자 단 0.2%(연 5만 명)…누가 받을까?

    매년 이 시기 중국 교육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 장학금 수혜자를 발표한다. 올해 공개된 국가장학금 수혜자 수는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교육부를 대상으로 장학금 신청서를 제출한 전국 2000여 대학, 2700만 명 가운데 불과 0.2%만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에게는 대학 학비, 기숙사 비용 및 생활비 명목의 8000위안 등이 제공된다. 단 석·박사 연구생 출신의 선발자에 대해서는 연구비 명목의 추가 장학금이 지원된다. 올해 선발된 전국 2000여 곳의 대학, 5만 명의 장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장학생이 선발된 대학은 베이징 대학교로 알려졌다. 베이징대 재학 중인 국가장학생의 수는 올해 기준 학사 208명, 석사 318명, 박사 301명 등으로 장학금 최대 수혜 대학으로 꼽힌 것이다. 베이징대학 측은 올해 선발된 베이징 대학교 재학생 출신의 국가 장학생 827명 가운데 남학생의 비율은 54%로 여학생(46%)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장학금 수혜자의 연령은 24세(13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23세 109명, 26세 95명, 25세 94명 순으로 나타났다. 단, 30세 이상의 만학도 가운데 장학 혜택을 받은 학생의 수는 20명에 불과했다. 특히 장학생 선발 시 높은 점수를 받은 성적 외 활동 경력에는 학생위원 출신자와 학생회 활동 경험자 등의 가장 많았으며, 학생 당 간부 출신 경력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중국 전역에 소재한 각 대학 출신 신청자 가운데 매년 0.2% 수준의 소수만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학생 선발 기준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소속 장학생 선발 위원회에서는 매년 5월 접수한 신청자를 기준으로 10월 서류 심사에 통과한 1차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후 학습 성적과 사회 활동 경력 등을 기준으로 2차 종합 평가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때 1차로 선발된 예비 장학생의 경우 반드시 전체 신청자의 성적 기준 상위 10% 이내일 것이 요구된다. 단 상위 30% 이내의 성적 우수자 가운데 △SCI △EI △ISTP △SSCI 등 국제적 수준의 과학 기술, 사회과학 분야 저널에 논문이 수록, 소개된 이들에 대해서는 학업 성적과 무관하게 장학생 선발시 유리한 가점을 제공해오고 있다. 한편 올해 국가 장학생으로 선발된 베이징대 역사학과 17학번 장란톈(张蓝天, 2001년 출생)양은 “올해 우리 대학 출신의 국가 장학생 가운데 최연소 학생으로 선발됐다”면서 “평소 학생회 활동 참여와 아르바이트 경험 등을 담은 학업 계획서가 장학생으로 선발되는데 큰 몫을 담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학금 수혜자 중국언어문학과 14학번 박사생 왕위(王玉)양은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출간하는 책 몇 권을 통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것 같다”면서 “또, 지난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교내 인터넷 문학 동아리 편집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다른 학생들과의 차별성을 갖는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구순 시인의 서른여덟 번째 시집… “밥 먹듯 시를 썼다”

    구순 시인의 서른여덟 번째 시집… “밥 먹듯 시를 썼다”

    “시 쓰는 ○○○입니다~” 시인들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서울신문 이슬기 기자라든지, 하는 식으로 회사 이름이나 직업을 말할 것 없이 자기 이름 앞에 ‘시를 쓴다’는 말만 해주면 되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회사를 그만 뒀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1955년 첫 시집을 낸 이래, 아니 그보다 더 전부터 시를 써왔을 구순의 시인. 수 없이 많은 날들에 자기 이름 앞에 ‘시 쓰는’을 붙였을 시인이 신작 시집을 냈다. 제목은 ‘무연고’(작가정신). 1955년 핸드메이드로 만든 시집 ‘산토끼’를 낸 이래 서른여덟 번째 시집이다. ‘나이 90이 되니 알 것 같다/살아서 행복하다는 것과 살아서 고맙다는 것을/그러고 보니 이제 철이 드나 보다/이런 결말에 결론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중략)/첫째 건강해야 한다는 것과/둘째 90이 되어도 제 밥그릇은 제 손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과/셋째 밥 먹듯 시를 써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그리고 제정신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 머리말에 시인은 이렇게 썼다. 밥을 먹듯 시를 쓰며 살아왔다는 고백이다. 시집에서는 시인의 삶에의 긍정과 함께 죽음에 대한 사유도 엿볼 수 있다. “방학동 뒷산 공동묘지에/이런 현수막이 걸려있다/‘묘지 사용료를 성실히 납부합시다/체납된 묘는 무연고 처리됩니다’//무연고 처리/죽어서 서러운/무연고 처리/무연고 묘비 앞에 앉았기 민망해/내가 슬그머니 일어선다” 표제작 ‘무연고’에서는 사용료를 내는 것은 산 자의 몫인데도, 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연고 처리’된 망자의 한을 읊는다. ‘새벽 세 시’, ‘황금찬 선생님’ 등의 시에서는 먼저 세상을 떠나간 아내와 문우들에 대한 그리움도 절절히 묻어난다. 우리나라 섬 3000여 개 가운데 1000여 곳을 다녀왔다는 시인은 평생을 바다와 섬으로 향했다. 1978년에 펴낸 대표작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바다와 섬과 사랑을 노래한 국내 시의 백미로 꼽히며 40년 이상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섬을 떠돌며 시를 써온 시인은 자신의 시를 ‘발로 쓴 시’라고 말한다. 출판사 작가정신은 ‘무연고’와 함께 시인이 그동안 펴낸 시집과 시선집, 산문집 등의 서문을 모은 서문집 ‘시와 살다’를 펴냈다. 또 1997년 출간된 첫 산문집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를 다듬고 그동안 책으로 묶이지 않은 산문 원고를 더해 개정증보판으로 출간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금주 서점가 핫템] 여전한 김난도… ‘신성’ 미셸 오바마

    [금주 서점가 핫템] 여전한 김난도… ‘신성’ 미셸 오바마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가 4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23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11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 2019’가 4주째 1위를 달렸으며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의 ‘골든아워1’이 그 뒤를 이었다. 3위는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해결을 돕는 조언들에 20~30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 ‘비커밍’의 약진도 눈에 띈다.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출간과 함께 종합 13위에 진입했다. 여성 독자의 비율이 68.3%이며, 특히 30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남성 독자들 중에서는 40대 이상의 구매가 많았다. 인디밴드 보컬 출신 이석원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지난주 출간과 함께 종합 5위에 올랐지만, 이번 주엔 두 계단 떨어진 7위를 기록했다. 대신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5위권에 복귀했고, 연기자 김수미 씨가 쓴 요리책 ‘수미네 반찬’은 9위를 유지했다. 1.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미래의창) 2. 골든아워.1(이국종·흐름출판) 3.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메이븐 펴냄) 4.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북플라자) 5.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흔) 6. 모든 순간이 너였다(한정 스페셜 에디션·하태완·위즈덤하우스) 7.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석원·달) 8.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9. 수미네 반찬(김수미·성안당) 10. 언어의 온도(100쇄 기념 에디션·이기주·말글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1주일 만에 140만부… 잘나가는 미셸 오바마 자서전

    1주일 만에 140만부… 잘나가는 미셸 오바마 자서전

    버락 오바마(57)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54)의 자서전 ‘비커밍’이 출간 1주일 만에 북미 지역에서 14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는 지난 9월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세운 첫 주 판매량 110만부를 넘었고, 역대 퍼스트레이디가 낸 책 중에서도 판매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지난 13일(현지시간) 비커밍을 출간한 크라운 출판사는 21일 AP통신에 “출간 첫날 72만 5000부가 팔린 후 현재까지 전자책을 합쳐 140만부를 넘어 올해 발간된 책 중에서는 첫주 판매량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은 그 이전 백악관 안주인들이 출간한 책 중에서도 발군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 2003년 출간한 ‘살아있는 역사’도 첫 주 판매량은 60만부에 그쳤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격정어린 비판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미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데 대해 “그 사실을 모르고 싶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여성 혐오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을까”라고 썼다. 하지만 미셸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일부분에 한정했고, 오히려 흑인 여성으로서의 고충과 미래 세대에 대한 조언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내가 오바마의 아내로 인지될수록 내 다른 면은 남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됐다”고 진솔하게 고백했다. 이어 “흑인 사회에는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잘해야 절반이라도 인정받는다는 금언이 있다”면서 이 모든 고충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로 ‘품위’를 꼽았다. WP는 “이 책은 시카고의 노동자 가정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남편과의 연애담, 불임 치료 경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고충까지 미셸의 도전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귤과 오렌지 그리고 레몬의 색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귤과 오렌지 그리고 레몬의 색

    지금까지 내가 그려왔던 식물 그림 중에는 펜에 잉크를 찍어 그린 흑백 그림이 많다. 식물세밀화란 당연히 채색 그림이겠거니 상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흑백 그림으로 주로 발전해왔고, 현재 이토록 과학기술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신종이나 미기록종을 발표할 때 학자들은 여전히 채색이 아닌 흑백의 선 그림으로 식물의 형태를 기록하고 이야기한다. 물론 대중에게 식물을 알리기 위한 교육과 전시 목적에서의 식물 그림은 대중이 식물을 이해하기 쉽고 주목하기 좋은 채색 그림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다.역사적으로 식물세밀화가 흑백 그림으로 발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식물의 색은 기후나 토양 조건 등 환경, 시기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색상환을 다 기록하지 못하고 특정 색을 선택해 칠한다면 그 색만이 정답이라 여겨질 수 있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도감의 삽화로 주로 발전해 인쇄술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옛날엔 여러 색을 인쇄할 수 없거나 인쇄 과정에서 다른 색으로 바뀌는 일도 있어서 그 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틀린 정보를 제공할 바에 아예 색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물 그림 기록물의 대부분이 흑백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색을 넣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경우도 있다. 독일의 의사이자 화학자였던 쾰러는 1887년 두 권으로 된 약초 도감을 출간했고, 책의 모든 식물 삽화는 풀 컬러로 제작되었다. 몇 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이 도감의 초판본을 보았고, 내게 도감을 보여준 식물학자는 이 책이 다색 석판의 방법으로 인쇄되었다고 말했다. 다색 석판이란 이름 그대로 색을 다양하게 넣을 수 있어 기존 판화보다 대량 인쇄가 수월한 방법이다. 이 인쇄술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세기 말 당시 유럽 출판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나에게는 꽤 낯선 19세기 독일의 약용식물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다 레몬 그림 앞에서 나는 다색 석판의 능력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해온 가장 이상적인 레몬 고유의 색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가 오래돼 색이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속 식물은 특유의 연둣빛이 살짝 섞인 연노란색 껍질 색으로서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나는 식물이 가진 고유의 색을 잘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아예 색을 배제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기록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더구나 귤과 오렌지, 레몬, 자몽, 라임, 유자처럼 두꺼운 껍질에 신맛의 과육을 가진 운향과 귤속 식물들은 이들 고유의 색이 오렌지색, 귤색, 레몬색 등 식물 이름 그 자체로 불릴 정도로 색에 민감하게 발전해왔다. 이들은 성숙기가 필요한 과일이고, 성숙도에 따라 색과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도 연구자들은 귤속 과실의 성숙과 착색, 맛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노란색을 띠는 건 껍질에 함유된 바이오플라보노이드에 의한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각각 뚜렷한 색 차이를 가진다. 라임은 초록에 가까운 연두색, 레몬은 연둣빛을 띠는 옅은 노란색, 귤은 그보다 짙은 노란색, 오렌지는 주황색, 그리고 자몽은 붉은빛이 도는 주황색. 이런 차이는 주로 붉은색에 관여하는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함량에 의해 결정된다. 이 함량은 성숙기 온도와 빛에 영향을 받아 늘 높은 기후대에서 자라는 자몽과 오렌지는 더 붉은빛을 띠게 된다. 레몬의 경우 안토시아닌이 꽃과 꽃눈에 색소 침착을 자극하지만 과실에는 작용하지 않아 과실이 더 붉은색으로 변하지 않고 옅은 노란색으로 유지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는 다양한 귤속 식물들이 재배된다. 온주밀감부터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그리고 하귤까지. 작년 나는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품종들을 그렸고, 품종에 따라 껍질의 색과 질감이 뚜렷이 차이가 나는 점이 흥미로웠다.현재 이들 주 재배지는 제주도지만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중남부, 더 나아가서는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는 더 다양한 색과 형태의 감귤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즈음이면 그림 기록 기술도 발전해 펜, 물감이 아닌 컴퓨터와 마우스만으로 이들을 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식물이 가진 자연스러운 선을 컴퓨터가 재현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 귤속 식물을 기록할 때만큼은 나는 선화가 아닌 각각의 다채로운 색을 살린 채색 그림으로 기록할 것이란 거다.
  • 故허수경 시인을 추억하며… 22년 만에 다시 나온 ‘모래도시’

    故허수경 시인을 추억하며… 22년 만에 다시 나온 ‘모래도시’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재출간도“외국 사람만 사는 하늘 아래에 외국 사람만 걷는 거리에 외국어로만 사용해야 하는 자리에 다시 가서 살지는 말아 주길.”(이병률 시인 추도사 중) 일찍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했던 고 허수경(1964~2018) 시인. 지난달 3일 세상을 떠난 시인의 49재에 맞춰 소설과 산문집이 재출간됐다. 각각 22년, 13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는 ‘모래도시’(문학동네)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난다)다. ‘모래도시’는 시인의 첫 장편소설이다. 마치 시인처럼 고향과 가족을 떠나 독일의 한 대학에서 만난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인은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1992년 돌연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대에서 고대근동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설 속에는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 간 ‘나’, 천체망원경으로만 보이는 머나먼 곳을 꿈꾸는 ‘슈테판’, 내전 중인 레바논을 떠나 기원전의 사람들이 동경했던 이상향 딜문을 지금 여기서 그리는 ‘파델’이 등장한다. 셋 다 비슷한 듯 다른 시인의 분신들이다.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는 2005년 첫 출간 당시 제목이 ‘모래도시를 찾아서’였다. 오리엔트의 폐허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 발굴 과정에 참여했던 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시인은 책에서 전 인류의 역사를 막론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 불멸을 탐한 인간 욕망의 부질없음을 탓한다. “모래먼지 속 모래먼지가 될 제 운명을 예견이나 한 듯, 발굴터에서 써 나간 이 아픈 기록들은 시인의 유서로도 읽히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출판사 측 설명이다. 지난 20일 경기 고양 북한산 중흥사에서 열린 시인의 49재에는 동료 문인들과 독자 50여명이 참석했다. 김민정 시인은 송사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삶과 죽음이 섞인 바둑돌처럼 뒤섞인 채 흔들리다 가는 게 삶인가. 그걸 언니가 알려 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함성호 시인이 스무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김지하 시인을 ‘지하형’이라 불렀던 시인을 추억하며 “뻔뻔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할 땐 간간이 웃음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어지는 함 시인의 말엔 모두들 조용해졌다. “나는 왠지 당신이 뮌스터에 있어서 좋았다. 아파도 모르는 곳에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위로할 수 없는 곳에 있어서 좋았다. 너무 먼 곳이었으니까.” 먼 곳에서 더욱 먼 곳으로 떠난 이의 넋을 다들 한 마음 한 뜻으로 달랬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류도감 ‘성남의 새’ 환경부 우수도서에 선정

    경기 성남시는 조류도감 ‘성남의 새’가 환경부가 뽑는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환경교육 우수자 시상식 및 북 콘서트’에서 성남시는 환경부 장관이 주는 우수환경도서 선정증을 받았다 우수환경도서는 모두 100권이 선정돼 현장에 전시됐다. 지자체 중에서는 성남시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성남의 새’는 1985년부터 2016년까지 학술조사 기록과 환경영향평가서, 신문 기사, 남한산성 생태연구회, 성남시 자연환경 모니터 등을 통해 관찰된 조류 224종을 텃새, 여름 철새, 겨울 철새로 나눠 수록했다. A4 크기의 500쪽 분량이며, 비매품으로 2000부를 출간했다. 시는 전국 도서관, 지자체 등 1404곳에 배부했다. 에코성남 홈페이지(www.eco.seongnam.go.kr)를 통해 전자책(e-book)으로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성남의 새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성남에서 확인된 조류를 수록한 소중한 책”이라며 “자연의 소중함과 지역 생태환경 보호에 관한 인식을 확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사법농단 부른 ‘법조 권력’ 어디서 왔나

    사법농단 부른 ‘법조 권력’ 어디서 왔나

    해방일 시험 응시만으로 권력집단화 ‘이법회’ 명단 밝혀내… 학술적 가치도‘사법농단’으로 나라가 들끓고 있다. 문제의 출발은 어디일까. 법조계 뿌리를 파헤친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신간 ‘법률가들’(창비)이 그 해답을 줄 듯하다. 책은 1945년 해방부터 1961년 5·16 군사정변까지 판사 596명, 검사 505명, 변호사 1904명 등 3000여명 법률가를 살피고, 그들과 연관된 사건들을 중심으로 법조계 뿌리를 추적했다. 김 교수는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출판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출신에 따라 모두 4개 군으로 분류하고, 어떤 특성을 보였는지 따졌다”고 설명했다. 1법률가군은 해방 후 한국 법조계의 최상층부를 형성한 사람들이다.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에 합격하고 일제강점기에 판·검사를 지낸 김영재, 조평재 같은 이들이다. 2법률가군은 조선변호사시험 출신으로 이덕우, 김홍섭 등이 있다. 3법률가군은 서기 겸 통역생 출신으로 해방 직후 판·검사에 임용된 오제도, 이홍규 같은 이들이다. 해방 직후 잠시 존속했던 사법요원양성소 출신의 유태흥, 홍남순 같은 이들은 4법률가군으로 분류했다. 검사 출신인 김 교수는 평소 존경하던 고 김홍섭 판사의 자서전 출판 제안을 받아 일을 시작했다. 김 판사의 이력을 조사하던 그는 ‘그 시대에도 훌륭한 판검사가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고, 법조계 전반의 뿌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의 기획 방향도 달라졌다. 법조계의 굵직한 사건들도 따졌다. 조선공산당 등 좌익세력을 일거에 불법화한 1946년 5월 조선정 판사 ‘위조지폐’ 사건, 1948년 정부수립을 전후해 벌어진 ‘법조프락치 사건’ 등이 등장한다. 또 한국전쟁 이후 월북한 법조인은 누군지, 월남 법조인들은 또 어떤 일을 당했는지 살폈다. 출신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3그룹군의 ‘공안검사’ 오제도는 어떻게 사건을 엮었는지 등도 수록했다. 무엇보다 해방 당일 시험에 응시했다던 기록만으로 법조계에 몸담고, 이후 그 권력을 유지하려 애썼던 ‘이법회’ 명단을 밝혀낸 일은 학술적으로도 가치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 왜 존경할 만한 법관이 없었는지 뿌리를 찾아보니 알게 됐다”며 “법조계 역시 지금의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 그 기반이 상당히 빈약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농단과 관련, “1990년대 후반 법조비리 사태로 법조계가 다소 정화됐던 것처럼, 이번을 계기로 사법정의가 바로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공감 못하는 정부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공감 못하는 정부

    별도 예산 책정 없이 혜화역 시위 분석 연구기간 한달·300만원짜리 헐값 추진 화장실 관리부서가 발주해 적절성 논란 행안부 “스터디 차원… 정책 반영 안 해”‘혜화역 시위’의 원인을 찾겠다며 정부가 추진한 연구 용역이 졸속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을 불법 촬영한 여성에 대한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인원 24만 7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혜화역 시위는 미투 운동과 함께 올해 성평등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부처 장관들과 경찰청장이 여성들의 주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현장을 찾거나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집회이기도 하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이 부처 생활공간정책과가 발주한 ‘2018년 혜화역 시위에 대한 해석’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가 지난 7일 공개됐다. 6월 9일 ‘혜화역 2차 시위’ 직후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실·국장급 회의에서 “여성 시위의 원인을 분석해 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김 장관은 당시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려 했으나 남성은 시위 참여가 불가능해 대신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하지만 연구용역 보고서는 발주 단계부터 출간되기까지 곳곳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계획에 없던 용역 의뢰다 보니 예산 확보부터 어려웠다. 이에 행안부는 긴급현안조사를 위한 예산 500만원 가운데 300만원을 투입했다. 중요 현안에 대한 연구 용역비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금액이 적다 보니 발주 계약도 쉽지 않았다. 당초 계획보다 2개월이 지난 9월에야 서강대와 수의계약을 간신히 맺었다. 연구 기간은 딱 한 달로 책정됐고,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소속 박사가 집필하기로 했다. 특히 연구 발주처가 적절하지 않았다. 담당 부서는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행안부의 생활공간정책과였다.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관련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혜화역 시위의 본질이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한 편파수사·편파판결에 대한 항의라는 점을 고려했다면 수사·사법 당국에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연구 기간이 짧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중간보고 절차가 생략됐다. 전문가들은 여성 시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심도 있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내용 상당수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성들에게 익숙한 소재인 ‘몰카 범죄’가 결집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위 현장을 수차례 찾았던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보고서는 ‘몰카’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시위 참가자들의 주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고, 참가자를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속성에서만 원인을 찾으려 할 뿐 여성혐오놀이,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디지털 재화로 삼아 신산업화하는 구조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이 보고서야말로 남성 카르텔을 은폐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여성 시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스터디 차원에서 발주한 것”이라면서 “당장 정책에 반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단독]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도 블랙리스트에…세월호 기고글 ‘미운털’

    [단독]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도 블랙리스트에…세월호 기고글 ‘미운털’

    저서 ‘미스 함무라비’,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으로 알려진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글을 기고한 이후 양승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양승태 사법부가 작성한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1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에는 음주운전, 성비위, 폭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관들뿐만 아니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진보 성향을 띈 법관들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20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해당 문건에는 문 부장판사의 이름도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한 언론사에 기고한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세월호 사태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문 부장판사는 기고글에서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며 “어느 나라의 법률가든 이런 경우 혹시나 모를 후속 비극의 방지를 최우선적 목표로 보고 예외적인 절차적 배려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출간된 ‘판사유감’을 통해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현직 법관의 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하던 양승태 사법부는 문 부장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시켰다. 다만 2015년 문 부장판사는 인사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불이익을 받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옥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것을 비판한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실제로 명단에 오른 직후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이 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조작 사건 1심 판결을 두고 판사 내부망 ‘코트넷’에 사자성어 ‘지록위마’를 언급하며 비판한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명단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출신이자 진보 성향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회원인 김예영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2014년 법원장 등이 주도하는 사무분담지침규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은 전날인 19일에 이어 이날도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민주 잠룡들 잰걸음… 블룸버그 모교에 2조원, 미셸은 출판회서 트럼프 저격

    민주 잠룡들 잰걸음… 블룸버그 모교에 2조원, 미셸은 출판회서 트럼프 저격

    블룸버그, 존스홉킨스대에 역대급 기부 자서전 낸 미셸도 북 투어로 존재감 과시“대통령은 자신 아닌 나라 전체 위해야”2020년 차기 대권을 향한 미국 민주당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18일(현지시간)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18억 달러(약 2조 374억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역대 기부액 중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내가 칼리지 재정지원에 18억 달러를 기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어 자격을 갖춘 학생이라면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기부금은 전액 저소득층과 중산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 재정지원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내년 가을부터 존스홉킨스대 입학생들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학업 능력만으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나는 운이 좋았다. 회계사였던 아버지의 연 수입은 6000달러를 넘기지 못해 사정이 여의치 않았지만 학자금 대출 등을 통해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존스홉킨스 졸업장은 내게 (졸업장이 없었다면 닫혀 있었을) 문을 열어 주었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 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02년부터 뉴욕시장을 3차례나 연임한 정치인이자, 1981년 미디어 기업 블룸버그 통신을 창업한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자산은 463억 달러에 이른다.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원으로 등록한 블룸버그는 내년 2월까지 2020년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4일 전 세계 31개 언어로 자서전 ‘비커밍’을 출간한 미셸 오바마는 이날 워싱턴DC 북 투어에 모인 청중들을 향해 “내가 (트럼프 행정부를) 악담하라고 그(버락 오바마)에게 바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그는 ‘대통령은 자신의 자아·자존심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는 것과 그걸 어떻게 말할지에 매우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자서전에서 “공직 출마 의향이 없다”고 거듭 밝힌 미셸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하면서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존재감을 키웠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병자호란 이후 무너진 국가 권위 회복하려던 ‘조선의 주자’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병자호란 이후 무너진 국가 권위 회복하려던 ‘조선의 주자’

    “우리나라는 작고 힘이 약하여 비록 큰일을 할 수는 없으나 항상 ‘억울함과 애통함을 품은 채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심정’을 그대들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천지가 만물을 낸 것이나 성인이 만사에 응하는 것은 오직 ‘올곧음(直)’일 뿐이었고, 공자와 맹자 이래로 전해온 것도 오직 올곧음뿐이었다. 주자가 임종시에 문인들에게 고했던 말씀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니, 제군들은 기억하도록 하라.” -윤봉구가 지은 송시열 묘지(墓誌)송시열이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훈계한 내용이다.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주자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것, 그 가르침은 바로 타협하지 않는 ‘올곧음’이라는 것이다. 송시열의 일생의 좌우명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위기의 시대에 어젠다를 제시하다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1607~1689년)은 효종, 현종, 숙종 3대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이자 학자이다. 병자호란 때 나라의 치욕을 목도한 이후 송시열은 벼슬할 생각을 접고 산림에 은거해 학문에 몰두했다가 효종 때에 올린 ‘기축봉사’와 ‘정유봉사’를 통해 이후 나라가 지향해야 할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암은 여기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학문적 성과를 드러낸다. 그 내용은 세제를 바로잡고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할 것, 궁궐과 신하들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 궁중의 사치를 금하고 검약을 실천할 것, 내수사를 혁파할 것, 왕이 학문에 힘쓸 것, 속오군이나 대동법 등 정책을 일관성 있게 시행할 것, 공자-주자로 이어지는 학통을 확립할 것, 북벌을 위해 내정을 개혁할 것 등이다. 구체적인 정책뿐 아니라 병자호란 이후 무너진 국가의 기강을 다시 세우고자 북벌을 제시하고 주자학을 이념화해 사상을 단속함으로써 기존의 권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 것이다. 병자호란은 임진왜란 때보다 지배층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전 국토가 유린당한 사태는 왜란 때보다 덜했다. 그러나 왕이 직접 항복했다는 치욕과 정신적 지주인 명나라의 멸망으로 사대부 층에서는 기존의 가치와 권위가 흔들리는 혼돈을 겪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무엇을 제안해야 할 것인가. 주자를 깊이 연구해왔던 송시열은 오랑캐의 위협 하에 있는 당시 조선의 상황이 주자가 처했던 남송시대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리하여 대외적인 문제뿐 아니라 국내 정치, 학문 등 모든 방면에 걸쳐 주자의 권위와 의리를 내세워 주장하게 된 것이다. #이적을 물리치려면 내치부터 닦아야 ‘송시열’ 하면 ‘북벌론’을 떠올린다. 그는 병자호란으로 땅에 떨어진 나라의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중화를 존숭하고 이적을 물리쳐야 한다(존왕양이·尊王攘夷)’라는 명분을 시대의 사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송시열의 북벌론에 관해서는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많이 한다. 한편으로 ‘효종은 진심이었으나 송시열은 명분만 동조했을 뿐 실제 결행 의지는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송자대전’을 보면 송시열의 처지에서 북벌은 언제나 내치의 수행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정사를 잘 수행하여 이적을 물리친다는 것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공자가 ‘춘추’를 지어 ‘대일통(大一統)’의 의리를 천하 후세에 밝히셨으니, 혈기를 지닌 자라면 중국을 존숭해야 하고 이적을 추악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중략)…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 오랑캐는 군부의 큰 원수이니 맹세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라고 마음을 굳게 정하여 원한을 잊지 말고 원통함을 품고서 공손한 언사 속에 분노를 더욱 깊이 감추고 예물을 바치는 중에 와신상담하는 마음을 더욱 절실히 가지십시오.” -‘기축봉사’ 효종: 내가 밤낮으로 애써 생각하는 것은 오직 병력을 기르는 일이오, 경이 전에 말하기를 ‘병력을 기르는 일과 백성을 기르는 길은 반드시 서로 방해가 된다’ 하였는데, 어떻게 하면 서로 방해가 되지 않겠소? 송시열: 그것은 신의 말이 아니라 바로 주자의 말씀입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재력에 관계되는 것을 일절 함부로 쓰지 말고 모두 군수(軍需)로 돌리면 군수가 점차 넉넉해질 것입니다. 효종: 주자의 말씀은 과연 하나하나 모두 행할 수 있는 것이오? 송시열: 옛 성인의 말씀에는 간혹 시대와 형편이 달라 시행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주자의 말씀은 시대와 형편이 지금과 매우 가깝고 또 주자가 만났던 시대상도 오늘날과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신은 그 말씀을 하나하나 모두 행할 수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대설화’ 명나라를 존숭한다는 것은 단지 사대의 의리나 임진왜란 때 구원해준 의리 때문만이 아니다. 명나라는 중화라는 문명의 상징, 정주학이라는 도학의 근원지로 사대부층에는 정신적으로도 부모의 나라였다. 따라서 북벌론은 당시의 급격한 상실감을 메우고 자존심을 부지해주기 위한 하나의 치유책으로 일정한 역할이 있었다고 보인다. 즉 송시열에게 북벌은 실행 가능성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흩어진 민심을 단속하고 내치를 다지며 국가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동력이었다. #주자를 믿고 이단을 물리치라 송시열: 윤휴의 죄 중에는 무슨 일이 가장 큰가? 권상하: 역모죄가 가장 큽니다. 송시열: 그대의 궁리공부(窮理工夫)가 깊지 못하구나. 권상하: 그렇다면 주자를 모욕한 것이 가장 큰 죄입니까? 송시열: 그렇다. 사람치고 성현을 모욕한다면 무슨 일인들 하지 못하겠느냐? -권상하가 기록한 어록 송시열은 주자의 사상이 조선을 이끌어줄 대안이라 여겼다. 그 자신도 주자학에 조예가 깊어 수십 권의 관련 저서를 남겼다. 이러한 주자학에 대한 신념과 타협을 모르는 강직하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주자와 대치되는 학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과 배척을 가했다. 청나라의 현실적 패권을 인정하고자 했던 허적은 역모로 숙청됐다. 경전에 대해 주자의 해석과 다른 해석을 하고 우암의 예설에 반론을 제기했던 윤휴에게는 ‘사문난적’의 이름이 더해졌다. 역모보다 주자를 모욕하는 것이 더 큰 죄라고 여겼기 때문에 역적의 누명은 후에 신원되더라도 사문난적이란 오명은 벗어날 수 없었다. 심지어 역적을 편드는 무리가 역적보다 더 나쁘다는 논리로 윤선거나 윤증과 불화하여 서인 내에 노론과 소론이 갈라지는 계기가 됐다. 송시열은 숙종 15년(1689년) 사약을 받고 죽었다. 그에 대한 평가도 당파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다. 노론이 편찬한 ‘숙종실록’의 송시열 졸기에서는 “송시열이 윤휴와 윤증을 배척할 때에 비록 송시열을 존중하는 자라도 혹 너무 지나치다고 하였으나 그 끝에 가서는 마침내 모두 송시열의 말과 같았으므로 세상에서 모두 그 선견지명에 탄복하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소론이 편찬한 ‘숙종보궐실록’의 송시열 졸기에서는 “한마디 말이 회덕(懷德·송시열)에서 나오면 사람들이 감히 어기지 못하였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과 거슬리는 바가 있으면 비록 평생을 복종해 섬긴 자라도 곧 불화하였으니, 의논하는 자가 깊이 이를 근심하였다”라며 그 실상을 보여준다. 숙종 때 당파 간 교체가 있었지만, 영조 이후로 노론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면서 송시열은 동방의 주자라는 칭송을 받고 ‘대로(大老)’라 불린다. 그리고 그의 노선은 이후 200여년간 노론의 의리가 되었다. 김성애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송자대전’은 왕명으로 편찬·간행… 성에 ‘子’ 붙인 제명 전무후무 문집은 숙종 43년(1717년)과 정조 11년(1787년), 1927년 모두 세 차례 간행됐다. 숙종 때는 활자본으로, 정조 때는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두 번 모두 국가의 지원 하에 왕명으로 편찬하고 간행했다. 특히 정조 때 236권 102책이란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간행한 ‘송자대전(宋子大全)’은 성에 ‘자(子)’를 붙인 제명부터 유례없는 전무후무한 것이다. 문집의 제목은 대개 저자의 호나 시호, 관직명을 붙여 ‘00문집’, ‘00유고’ 등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숙종 때 발간한 ‘우암선생문집’이 그렇다. ‘우암선생’과 ‘송자’라는 명칭은 우암의 공식적인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이후 우암의 저서와 행적을 정리하고 편찬하는 작업은 끊임없이 이루어져 습유, 속습유, 부록 등을 모두 합치면 261권 113책이란 거질이 된다. 원문은 현재 한국고전종합DB에서 서비스한다. 또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1980년대 ‘송자대전’ 주요 작품을 뽑아 번역해 ‘국역송자대전’을 출간했는데, 현재 완역 중이다.
  • 한강 ‘채식주의자’ 스페인 산 클레멘테 문학상 수상

    한강 ‘채식주의자’ 스페인 산 클레멘테 문학상 수상

    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가 스페인에서 ‘산 클레멘테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출판사 창비가 19일 전했다. 공식 명칭이 ‘아르세비스포 후안 데 산 클레멘테 문학상’인 이 상은, 심사위원들이 고등학생으로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 문학상은 스페인의 순례길로 유명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지역의 로살리아 데 카스트로 고등학교 교장과 2명의 수학교사의 주도로 1993년 제정됐다. 심사위원단으로 이 학교와 추첨으로 정해진 다른 네 학교 학생들 30명이 참여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여타 문학상처럼 문학계에서 권위 있는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평가다. 스페인에서는 이 상이 순수한 독자들이자 미래의 문학 향유층인 학생들의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의미 있는 수상으로 보고 있다. 역대 수상자로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타리크 알리, 안토니오 타부키, 주제 사라마구, 폴 오스터,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있다. 수상자들 대부분 이 상의 순수하고 특별한 의미를 기려 현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여해 청소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상금은 3000유로(약 386만원)이며, 시상식은 내년 3월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에서 열린다. ‘채식주의자’의 스페인어판(La vegetariana)은 지난해 3월 출판됐다. 현지에서 “작가의 독보적인 목소리와 시선은 그가 위대한 예술가임을 확인시켜준다”, “번역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소설의 리듬을 잘 살려준다” 등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해 스페인 신문들이 선정한 ‘가장 많이 읽고 가장 많이 추천한 10편의 작품’에 뽑히기도 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5월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여러 언어로 번역돼 해외에서 출간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포르노 소설 썼다가 강간범보다 더한 10년형 선고받아

    포르노 소설 썼다가 강간범보다 더한 10년형 선고받아

    중국 법원이 금지된 사랑을 묘사한 동성연애 소설을 써서 판매한 작가에게 강간범보다 더 심한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9일 안후이성에 사는 한 여성 작가가 ‘궁잔’(攻占)이란 제목의 동성연애소설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10년형을 선고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톈이’라는 필명을 가진 류모 작가는 지난해 궁잔을 출간한 뒤 중국 공안으로부터 소환 명령을 받았다. 공안은 이 책에 남성 간 동성연애 행위를 묘사하고 있으며, 폭력적이고 학대적인 변태 성행위가 담겼다고 밝혔다. 소설의 기본 줄거리는 교사와 학생 간의 금지된 사랑이다. 이 소설은 출간된 뒤 몇 달 만에 온라인으로 수천 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류 씨의 판결문에는 그가 동성연애와 관련한 출판물을 7000편 이상 출간했으며, 이를 통해 15만 위안(약 2400만원)의 불법적인 수익을 올렸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류 씨에게 10년형을 판결했다. 중국에서 성행위를 묘사한 포르노그라피는 불법이지만 강간범도 고작 3~10년형을 처벌받는 것이 현실이다. 류 씨의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 네티즌은 “그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1년형도 많은 형량으로 보이는 데 10년형이 내려진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사법당국을 비판했다. 최근 윈난성에서는 4살 짜리 여아를 납치해서 강간한 범인에게 5년형이 선고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어 8년형으로 형량을 높인 사례가 있다. 2009년 베이징에서는 아내를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한 남성에게 고작 6년 6개월 형만 선고됐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우리 주변의 고대 이집트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우리 주변의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 문명은 학문의 영역 밖에서도 항상 인기가 높다. 이집트 유물을 소장한 세계 각지의 박물관들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고,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파라오, 오벨리스크 등과 같은 고대 이집트의 유산들은 계속해서 많은 대중 매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집트 마니아’라는 개념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뜨거운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서구 사회에서는 이집트학이라는 학문의 발전 과정과 그 궤적을 함께해 온 것인데, 다음의 두 가지 상황은 특히 그 대중적 관심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나폴레옹은 1798년에서 1801년 사이에 프랑스혁명 전쟁의 일환으로 이집트로 원정을 떠났다. 그는 160여명에 이르는 학자들을 원정군과 동행하게끔 했고, 그 덕분에 학자들은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는 상태에서 당시 기준에서는 최고로 엄정한 방식으로 이집트 곳곳을 조사할 수 있었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온 학자들은 조사한 내용을 1809년에서 1829년에 걸쳐 총 5권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출간하는데, 그것이 ‘이집트지(誌)’(Description de l’Egypte)다. 아름다운 삽화가 가득한 이 문헌은 연구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됐던 것뿐만이 아니라 연구자가 아닌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집트지’의 출간이 서구 지식인들의 이집트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면, 그보다 약 120년 후에 이루어진 한 발굴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저변을 조금 더 넓혔다고 할 수 있다.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도굴되지 않은 왕묘를 하나 발견했다.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유물들이 가득 찬 도굴되지 않은 왕묘의 발굴은 그때까지 유래가 없던 일이었던지라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이 발굴 소식을 연일 특보로 보도했다. 더욱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발굴팀으로 파견된 전문 사진사 해리 버튼의 사진 덕분에 유럽과 북미의 시민들은 발굴 소식을 생생한 이미지와 함께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투탕카멘의 저주’와 같은 괴담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괴담들조차도 오히려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대 이집트에 관한 학문적 전통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도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상당히 뜨겁다. 그 실례로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이집트 보물전’은 총관람객 숫자가 30만명이 넘었을 정도로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테마파크나 워터파크에서도 고대 이집트를 테마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형물들은 대부분 고증을 거치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이미지만 가져와서 만들어진 것이다. 예컨대 여신 이시스나 하토르에게 사용되는 암소 뿔과 태양으로 이루어진 머리 장식을 남성 모습의 조형물이 쓰고 있는 식이다. 조형물에 사용된 모티브들이 과거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한 맥락을 갖고 사용되던 진짜 역사적 산물임을 감안할 때 사실성이 떨어지는 이런 재현이 갖는 의미는 제한적일뿐더러 어떤 대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학문적 성취는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에서 이런 고증이 생략된 재현은 조금 아쉽다. 그런 측면에서 2017년에 출시된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고대 이집트 문화가 성공적으로 재현된 대중문화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게임의 제작 과정에는 전문 이집트학자가 직접 참여해 게임의 다양한 측면을 꼼꼼하게 고증했다. 언젠가는 엄정한 고증을 토대로 재현된 고대 이집트를 한국에서도 만나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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