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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지성사 새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 출간

    문학과지성사 새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 출간

    문학과지성사의 새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가 출간됐다. 첫 출간분은 고 김현(1942~1990) 문학평론가의 ‘사라짐, 맺힘’, 김혜순(65) 시인의 ‘여자짐승아시아하기’, 김소연(52)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이광호(56) 문학평론가의 ‘너는 우연한 고양이’ 네 권이다. ‘에크리’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쓰다’라는 뜻이다.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구현한다는 취지다. 문학과지성사의 창립자이기도 한 고 김현 평론가는 문학 비평을 넘어 일상의 언어로 영화·음악·여행 등을 기술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은 ‘페미니즘이 시와 만났을 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김소연 시인은 사랑을 명사가 아닌 동사형으로 이해하며 사랑의 유동성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시도를 이어 가며,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이광호 평론가는 고양이의 매혹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문지 에크리’는 이제니·나희덕·진은영·이장욱 시인과 소설가 정영문·한유주·정지돈 등의 산문집으로 이어진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 설민석의 삼국지, 출간하자마자 3위

    [베스트셀러] 설민석의 삼국지, 출간하자마자 3위

    역사 강사 설민석의 신간이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26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7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 셀러 순위에서 ‘설민석의 삼국지’는 3위를 기록했다. 김영하 소설가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는 14주째 1위, 이어 2위는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1’, 4위는 유튜브 콘텐츠만화 ‘흔한 남매’다. ‘설민석의 삼국지’는 특히 40대 여성 독자의 구매가 35.4%로 가장 높아 눈에 띈다. 40대 독자가 51.5%로 전체 연령대의 반 이상을 차지해 개인 독서 뿐 아니라 방학을 맞아 자녀 교육용으로 함꼐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버 추천 책들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승승 장구다. 인기 유튜버 ‘라이프해커 자청’을 통해서 화제가 된 책 ‘정리하는 뇌’는 종합 14위로 상승했고, 그가 추천사를 쓴 ‘클루지’도 9계단 상승한 34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 여행의 이유(바캉스 에디션·김영하·문학동네) 2. 유럽 도시 기행. 1(유시민·생각의길) 3. 설민석의 삼국지. 1(설민석·세계사) 4. 흔한남매. 1(흔한남매·아이세움) 5. 죽음. 1(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6. 천년의 질문. 1(조정래·해냄) 7.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샐리 티스데일·비잉) 8.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북캉스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9.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데이비드 조·해커스어학연구소) 10.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비즈니스북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회색 도시의 희망 삶과 삶 잇는 ‘사랑방’

    회색 도시의 희망 삶과 삶 잇는 ‘사랑방’

    제3의 장소/레이 올든버그 지음/김보영 옮김/풀빛/464쪽/2만 6000원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빅터 그루엔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넓은 집과 오스트리아 빈의 작은 집을 오가며 산다. 그루엔은 LA에서 집 밖에 나가길 주저한다. 한 번 나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장시간 운전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에서의 생활은 다르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콘서트홀과 오페라극장 등 공연장이 있고, 다양한 식당과 카페, 가게도 많다. 빈에서는 길을 걷다가 혹은 카페에서 친구를 종종 만나 즉석에서 어울린다. LA에 있는 집이 빈의 집보다 훨씬 넓지만, 즐거움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가정·일터 밖 교류위한 공공장소 가정이나 일터는 우리가 살아가는 주된 공간이다. 그러나 이 두 곳만 오가며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과 일터 밖에서도 교류 활동을 추구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이를 ‘비공식적 공공생활’이라 이름 짓고, 이런 공간을 책의 제목인 ‘제3의 장소’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제3의 장소는 가정과 일터 밖에서 다른 사람과 즐겁게 어울리려고 자발적으로, 격식 없이 자주 찾는 공공장소를 가리킨다. ‘제1의 장소’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정이다. ‘제2의 장소’는 일터로, 생계수단을 제공하고 물질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며 시간을 구조화하도록 돕는다. ●여러 계층 사람들 모여 공론 형성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제3의 장소가 굳이 필요한가?” 그러나 앞서 본 그루엔의 사례처럼, 제3의 장소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3개의 장소가 마치 삼각대의 발처럼 서로 받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삶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세계 각국의 제3의 장소를 살펴보고, 그 역사를 따졌다. 그리고 이 장소가 단순한 신체적인 휴식과 재미만 주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제3의 장소는 주로 ‘중립지대’에 존재하며, 이곳에 드나드는 이들을 수평화하는 데 기여한다. 직장과 달리 사람들이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으며, 외관보다는 드나드는 이들에 의해 분위기가 좌우된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은 ‘대화’다. 그리고 이런 효과들이 얽히면서 때론 사회 변화에도 이바지한다. ●도시계획으로 사라져 삶 황폐화 영국 사교 클럽의 전신이자, 지금의 카페의 모태이기도 한 커피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1652년 영국 런던 콘힐에 첫 커피하우스를 연 뒤 여러 곳이 생겨나며 인기를 끌었다. 초기에는 단골의 구성이 민주적이었다. 소매치기, 사기꾼, 건달은 물론 시민, 변호사, 재판관이 함께 어울렸다. 이들은 왕과 귀족을 비판하면서 이른바 ‘공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책은 1989년 초판 출간 이후 도시사회학의 중요한 저작으로 자리잡았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1999년 개정판으로 국내 번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거주민의 삶과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당시 미국의 도시계획에 따라 제3의 장소가 급격히 줄며 삶을 황폐하게 한다고 경고했다. 제3의 장소를 복원하면 공동체를 되살릴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고, 지방은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제3의 장소가 급격히 줄어든 우리 상황과 비슷하다. 특히나 일자리 감소로 제2의 장소까지 부족한 우리로선 이 책을 다시 꺼낼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제3의 장소 복원 땐 공동체 회복 효과 저자는 제3의 장소를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운 만남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휴식이나 여가가 소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집에서 좀더 편하게 쉬기 위해 집 꾸미기에 돈을 쓰고, 쉬는 날이면 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는 이유와도 연결해 볼 수 있겠다. 쉽게 말해, 제3의 장소가 줄면 쉬거나 뭔가를 즐기는 데에 돈을 더 많이 쓴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으로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여가가 늘어난 우리로선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제3의 장소를 건전하게 복원해야 할 필요성을 30년 지난 책에서 다시 찾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美서 한글 종합문예지 ‘한솔문학’ 창간

    미국 중남부 지역에서 한글 종합문예지 ‘한솔문학’이 창간됐다. ‘타향과 본향(本鄕)을 잇는 징검다리’를 표방한 한솔문학은 국내외 문인들이 함께하는 정통 문예지를 지향하고 있다. 발행인인 소설가 손용상씨는 25일 “미주 지역에 문예지들이 다양하게 있지만 협회나 동인들의 ‘동인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많아 아쉬웠다”면서 “(한솔문학으로) 미주 문학인들을 더욱 튼튼하게 정립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문학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창간을 위해 국내외 문인들에게 자문했고, 연 2회 출간할 예정이다. 현재 댈러스에 거주하는 손 작가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1973년 ‘방생’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박진성 시인 “황병승 사망, 명백한 사회적 타살”[전문]

    박진성 시인 “황병승 사망, 명백한 사회적 타살”[전문]

    시인 박진성(42)이 시인 황병승(49)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박진성 시인은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황병승 시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황병승 형이 죽었다. 죽은 지 보름 만에 가족들이 발견했다고 한다”며 “황병승 시인은 몇몇 무고한 사람들에 의해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후 황폐하게, 혼자 고독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자 무고의 희생자”라며 “문단이라는 거대 이해 집단이 황병승 시인을 죽인 공범들”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성 시인은 “두 명의 학생이 12년 전 있었던, 일방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대자보로 폭로했다.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 의혹은 진실이 되어버렸다”면서 “황병승 형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무고를 입증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세간의 관심은 빠르게 무관심으로 변해갔고 모든 고통은 온전히 황병승이라는 개인에게 남겨졌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한 시인을 죽이고, 한 시민을 죽인 것”이라며 “생업을 잃고, 동료를 잃고, 문학을 잃고 그렇게 황병승 형은 죽어갔다. 가슴이 찢어진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짓을 한 것이냐”고 애통해했다. 앞서 황병승 시인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혼자 살던 황병승 시인의 시신은 그의 부모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을 수습해 원당 연세병원으로 옮겼으며 황병승 시인이 사망한 지 보름 정도 된 것으로 추정했다. 유족에 따르면 황병승 시인은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앓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황병승 시인은 서울예술대학교 강사로 재직하던 2004년, 여제자를 상대로 성추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문예창작과 학생들은 12년이 지난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서울예대 안전합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황씨가 제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황병승 시인은 “저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숙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황병승 시인의 빈소는 그의 본가가 있는 경기도 양주의 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이하 박진성 시인 글 전문> 황병승 시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황병승 형이 죽었습니다. 죽은 지 보름 만에 가족들이 발견했다는 뉴스입니다. 정말 슬프고 또 끔찍한 일입니다. 생물학적 사인은 더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이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2016년 10월, 트위터를 중심으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몇몇 시인과 소설가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었습니다. ​ 병승 형의 모교인 서울예술대학교에 황병승 형이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대자보가 게재되었고 병승 형은 실명과 사진이 그대로 노출된 채 매스컴에 보도되었습니다. ​ 병승 형에게 확인 전화를 했습니다. 12년 전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을 두 명의 서울예술대학교 학생이 대자보에 붙인 사건입니다. 2016년의 일이니까 2004년에 있었던 일을, 그것도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대자보를 통해 두 명의 학생이 학교에 붙였고 그 ‘의혹’은 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 그 후로 병승 형과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고 마포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 1970년 생 황병승 형은 30대 초반에 데뷔해서 특별한 직업 없이 전업 시인으로 살던 사람입니다. 성폭력 의혹 제기 이후, 모든 문학 전문 문예지에서 청탁을 하지 않았고 또한 어떠한 출판사에서도 시집 출간 제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생계 수단이었던 시 창작 강좌도 모두 끊겼습니다. ​ 소송을 하라고 제가 몇 차례 권유를 했었는데 12년 전에 있었던 일의 진위 여부를 다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황병승이라는 시인은 ‘성폭력 의혹 제기’(강단에서의 성희롱 의혹)만으로 모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었고 생업이 끊겼고 지인들과의 연락도 끊겼습니다. ​ 이것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병승 형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자신의 무고를 입증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세간의 관심은 빠르게 무관심으로 변해갔고 모든 고통은 온전히 황병승이라는 개인에게 남겨졌습니다. ​ 우리가 죽인 겁니다. 우리가, 한 시인을 죽인 거고 한 시민을 죽인 겁니다. 12년 전, 자신이 하지도 않았던 발언이 문제가 되어 하루 아침에 생업을 잃고 동료를 잃고 문학을 잃고 그렇게 황병승 형은 죽어 간 것입니다. ​ 병승 형과의 통화 내용을 남겨둡니다. “10년 동안 만났던 애들도 전화를 안 하더라고...” ​ 엎드려 울면서 한 시인의 외로운 목소리를 듣습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160주년… 제대로 번역한 다윈 ‘종의 기원’

    160주년… 제대로 번역한 다윈 ‘종의 기원’

    찰스 다윈(1809~1882)이 1859년 낸 ‘종의 기원’ 초판 번역본이 출간됐다. 한국 진화생물학계 학자들과 함께 다윈 선집 ‘드디어 다윈’ 시리즈를 추진한 사이언스북스는 23일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진화학자가 제대로 번역한 ‘종의 기원’의 우리말 정본”이라고 소개했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낸 뒤 1872년까지 모두 6번에 걸쳐 개정했다. 국내엔 6판 번역본이 대다수다. 이번 번역본은 다윈 사상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원래 모습을 복원하고자 노력했다. 번역은 진화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종의 기원’은 당시 길게 쓰는 일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대 분위기 탓에 한 문장이 한 페이지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국내에 번역될 때도 이를 임의대로 처리하면서 제대로 된 초판 번역본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책은 원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정확하고 쉽게 파악하도록 했다. 예컨대 초판엔 ‘진화’(evolution)라는 단어가 없이 ‘변화를 동반한 계승’(descent with modification)을 사용했다. 다윈이 ‘진화’라는 단어를 ‘진보’가 아닌 ‘전개’로 읽히기를 원한 점을 따져, 번역본은 이를 ‘전개’라는 표현으로 바로잡았다. 또 ‘생존 경쟁’을 ‘생존 투쟁’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번 책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등을 중심으로 2005년 만든 다윈 포럼에서 종의 기원 160주년을 맞아 기획했다. 출판사는 내년까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다윈의 사도들’ 등 시리즈 후속을 잇달아 출간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혐한’ 책 냈던 전직 주한 일본대사, 문 대통령 비난 책 출간

    ‘혐한’ 책 냈던 전직 주한 일본대사, 문 대통령 비난 책 출간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신간 출판‘문재인이라는 재액’…대통령 탄핵까지 거론2년 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 출간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책을 일본에서 출간했다. 무토 전 대사는 2017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韓国人に生まれなくてよかった)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문 대통령과 ‘촛불혁명’을 비판했다. 2년여 만에 다시 문 대통령을 겨냥한 내놓은 256쪽 분량의 책 제목은 ‘문재인이라는 재액’(文在寅という災厄)이다. 이 책 제목은 한국의 인터넷 공간에서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누리꾼들이 쓰는 표현인 ‘문재앙’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재팬은 23일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는 책을 냈던 저자가 문재인 정권 탄생으로부터 2년을 거치면서 심화한 한국의 비참한 상황과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관계의 장래를 전망한다”고 내용을 소개했다.또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어렵게 마련한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징용공(일본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부르는 말. 강제라는 의미를 담지 않고 있다) 재판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유도하는 등 지금까지 한일관계를 뿌리부터 뒤집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를 들고 나와 반일 자세를 극대화하는 이 혁명가가 권좌에 있는 한 양국 관계의 복원은 바랄 것이 없다”면서 “한일 양국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최악의 대통령을 어떻게 퇴장시키면 좋을까”라면서 ‘탄핵’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일본인은 그 동향에서 눈을 떼지 말고 단호한 자세로 맞서야 한다”면서 이 책을 “한국 분석의 결정판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보내는 영혼의 메시지”라고 치켜세웠다.22일부터 일본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가 시작된 이 책은 판매시작 하루 만인 23일 오후 아마존재팬 외교·국제관계 서적 판매 부문 4위에 올랐다. 무토 전 대사는 2005~2007년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를 거쳐 2010~2012년 주한 일본대사를 지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설계한다”… 1939 청년 정책추진단 ‘버터 나이프 크루’ 출범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설계한다”… 1939 청년 정책추진단 ‘버터 나이프 크루’ 출범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공유하고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청년단’이 출범했다. 성평등과 다양성 관점에서 정책을 점검하는 청년 정책추진단 ‘버터 나이프 크루’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청년 정책추진단 ‘버터 나이프 크루’는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연남장에서 열린 출범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정책추진단으로 선정된 청년 100여명은 이날 출범식에서 지원동기와 포부, 향후 계획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버터 나이프 크루’라는 이름도 이날 현장에서 청년들의 투표에 따라 결정됐다. 지난 2월 출간된 김하나·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위즈덤하우스)에 나온 ‘행복은, 빠다(버터)야!!’라는 문장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저자를 ‘확실히 행복하게 하는’ 버터처럼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변화를 청년들 스스로 모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앞으로 ‘버터 나이프 크루’는 일, 치안과 안전, 주거 등 각 분과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삶과 대안’을 주제로 청년 정책을 들여다보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활동을 펼친다. 약 5개월간 정책 점검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를 관계 부처에 전하고, 오는 12월에는 최종보고회를 가진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전문가와 관계 부처 담당자, 지역 활동가 등과 연계한 분과별 회의도 마련될 예정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청년들은 치열한 삶 속에서도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청년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자신의 생각을 발언하고 의제화하면서 스스로 삶과 사회를 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씨줄날줄] 마블리의 마블/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마블리의 마블/전경하 논설위원

    배우 마동석(48)이 한국 출신 남자 배우로는 처음으로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 주연급으로 출연한다. ‘마블리’ 마동석이 ‘마블(Marvel) 리(Lee)’가 된 셈이다. 마블 시리즈가 국내에 견고한 팬층을 갖고 있는 영화라는 점이 더 반갑다. 2020년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이터널스’는 초능력과 불사의 몸을 가진 종족(이터널스)이 악당인 데비안츠 종족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여기서 마동석은 길가메시를 맡는다. 그동안의 마블 영화처럼 여러 명의 주연이 나오는데 이터널스의 주연은 10명이다. 앤젤리나 졸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등이 나오는데 마동석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영화 발표장에 이들과 함께 선 모습을 본 것도 인상적이었다. 마블 스튜디오에 따르면 길가메시는 ‘잊혀진 자’다. 키 2m에 몸무게 120㎏, 검은 머리에 파란 눈 등의 체격 조건을 갖췄다. 길가메시는 다른 이터널스와 달리 인간사에 개입하다가 수백년간 감금됐으나 악당들이 지구를 파괴하려는 의도에 맞서 감금에서 풀려나 지구를 구한다. 키 178㎝에 몸무게 100㎏인 체격 조건, 2017년 명예경찰 위촉과 올 2월 모범납세자 표창 등 마동석의 이미지와 닮긴 했다. 길가메시는 실존했던 왕의 이름이기도 하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로 평가받는 ‘길가메시의 서사시’에서 등장하는 길가메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메르 문명의 도시국가 우르크를 통치한 왕이었다. 마블 영화의 원작자인 잭 커비가 1976년 만화를 그릴 때까지 길가메시는 신화 속 인물이었다. 그동안 반인반신(半人半神)으로 신화에만 등장했지만 2003년 현재 이라크 지역에 위치한 바빌로니아의 유물이 발견되면서 실존 인물로 확인됐다. 신화에서는 친구의 죽음으로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고 영원한 생명을 찾아 광야를 방황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죽음을 극복하려는 과학계의 연구를 ‘길가메시 프로젝트’라고도 부른다. 1970년대 만화가 열혈 팬층을 보유한 영화로 재탄생하는 것은 컴퓨터그래픽의 발전 덕분이다. 1954년부터 2년에 걸쳐 출간된 ‘반지의 제왕’이 2001년부터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반지의 제왕’은 영화의 고전이 됐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영화 시리즈는 시리즈4에 해당하는 8편이 2022년까지 개봉된다. 지구가 아닌 우주를,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종족을 다루는 판타지 문학을 그려 내는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외국 영화가 반갑지만, 한국에서 그런 상상력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우리의 교육이 상상력을 엉뚱한 짓으로 치부하면서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 ‘우상’ 요시다 정한론 가슴에 품고…아베의 21세기판 침탈 야욕

    ‘우상’ 요시다 정한론 가슴에 품고…아베의 21세기판 침탈 야욕

    1910년 8월 29일 밤 서울 남산 기슭 통감관저. 한일병합조약 체결을 자축하는 연회가 열렸다. 첫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경복궁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 어줍잖은 하이쿠(일본의 단형시) 한 줄이 흘러나왔다. “고바야카와 다타카케, 가토 기요마사, 고니시 유키나가가 살아 있었다면 과연 오늘 저녁 저 달을 어떻게 보았을까.” 1592년 조선을 정복하려다 실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장수들이었다. 전임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심복이 하이쿠를 이어받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땅속에서 깨워 보이리라, 조선 산 높이 오르는 일본 국기를.” 데라우치는 도요토미와 그 장수들 그리고 이토에게 ‘조선 병탄’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의 역사는 한 번도 끊이지 않았다. 기록된 것만 조선조까지 무려 1000회 이상이다. 663년 4만여 명 이상을 동원해 신라와 전투를 벌였고, 760년에는 발해에 신라 침공을 유혹하기도 했다. 고려 실록엔 600여건의 왜구 침략 기사가 실려 있고, 조선왕조실록엔 312건이 올라 있다. 침탈의 주력은 일본의 서남단 지금의 야마구치현(옛 지명 조슈번)이거나 구마모토, 가고시마현(옛 지명 사쓰마번)이었다. 이 중에서도 조슈번은 특별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물론 1, 2대 조선 총독이 모두 조슈번 출신이었다. 조슈번은 외지고 작았지만, 특유의 공격성으로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유신에 성공했다. 유신 이후 총리만 무려 8명이나 배출해 하나의 벌(閥)족을 이뤘다. 두 번째로 많은 도쿄는 4명뿐이다. 한국에서 대통령 12명 중 5명을 배출하고, 정부 수립 후 70년 가운데 40여년을 집권한 ‘TK’(대구·경북)와 비슷하다. 군벌이 주력이었다는 점도 같다. 다만 조슈번 벌은, 무작정 권력만 추구한 ‘TK 벌’과 달리 나름의 이념과 책략이 있었다. 그 스승은 요시다 쇼인. 지난 17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우호적으로 인용했다가 망신을 당한 인물이다. 지금도 야마구치현에선 그에게 ‘선생님’이란 경칭을 쓰지 않으면 바로 외면당한다. 그가 제시하고 가르친 책략이 바로 정한론(征韓論·조선정복론)과 ‘일본 굴기’다. 조슈번에는 사이코데이(채향정)라는 130년 전통의 요정이 있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메이지유신 이후 100여년간 일본 요정 정치의 꽃이었다. 거기엔 박정희 군사정권 실세들을 불러들여 한일협정을 성사시킨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별실도 있다. 채향정의 대연회장인 오히로마에는 좌우 벽을 따라 묵서가 20여점 걸려 있다. 기도 다카요시,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모토, 이노우에 가오루, 미우라 고로 등 ‘정한’(征韓)의 주역과 현대의 기시 노부스케와 그의 동생 사토 그리고 아베 신조 등이 그 필자다. 아베의 묵서 내용은 “적연부동”(寂然不動).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불과 1년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은 아베 신조는 자신의 지역구(시모노세키)에 머물며 채향정을 드나들었다. 숭배하는 인물의 신조가 빼곡하니, 권토중래를 꿈꾸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아베가 묵서를 가져온 것은 2009년 9월. 다시 출사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마음은 조용하고 편안하고,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곧 도쿄로 올라간다. 아베는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두 번째로 총리가 된다. 그때 내건 슬로건이 ‘강한 일본’, 현재 한일 관계를 흔드는 책략이다. 아베는 총리가 되고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1차 집권 때 참배하지 않은 것을 두고 ‘통한의 극치’라고 했다. 이어 평화헌법 개정 추진과 전쟁 가능한 국가 만들기, 역사 왜곡, 도덕 교과서 부활 그리고 지금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침탈이 뒤따랐다. 그런 아베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요시다 쇼인이다. 그는 외조부 기시로부터 요시다 쇼인과 그의 수제자 다카스기 신사쿠의 이야기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성장했다고 자랑처럼 말하곤 했다. 아베 할머니의 할아버지(외고조부)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 오시마 요시사마다. 1894년 일본군 8000명을 이끌고 경복궁을 점령한 자다. 이토와 오시마가 조선 정벌에 앞장섰다면, 기시는 일제의 괴뢰 만주국 창설의 주역이었다. 기시는 A급 전범으로 체포됐지만, 재판도 받지 않고 3년 만에 출소해 ‘쇼와의 요괴’로 불리며 일본 정계를 주물렀다. 아베의 할아버지 아베 칸은 조슈번 향리에서 ‘현세의 요시다 선생’이라고 불렸다. 아베의 이름 신조(晉三) 가운데 ‘신’, 아버지 이름 신타로 가운데 ‘신’은 요시다의 수제자 신사쿠에서 따왔다. 요시다의 ‘지성’(至誠)은 아베의 정치적 신념이 됐다. 아베는 “지성이면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없다”는 그의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2006년 8월 자민당 총재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했던 “사무라이 된 자, 그 뜻(志)을 세워야 그 뜻한 바, 기(氣) 또한 따른다”는 말도 요시다의 말이다. 새로 출간된 도덕 교과서엔 요시다의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2013년 8월 총리가 된 뒤 현역으로는 처음으로 요시다 묘소를 참배했다. 무릎을 꿇고는 이렇게 다짐했다. “올바른 판단을 하겠다.” 요시다는 1830년 조슈번의 하급무사 집안에서 태어나, ‘존왕양이’를 위한 과격한 행동으로 수감된다. 금고 상태에서 송하촌숙(쇼카손주쿠)이라는 학당을 만들어 인근의 젊은이들을 가르쳤다. 그때 지은 ‘유수록’엔 그 내용이 잘 담겨 있다. ‘왕조가 바뀌는 중국과 달리 황손이 만세일계를 이루는 일본이 우월하다.’ ‘신성이 있은 연후에 창생이 있다.’ ‘조선의 나라들은 덴노(일왕)의 속국이었으나 국체(덴노 중심체제)의 쇠퇴와 함께 교만해졌다.’ 요시다의 몽상적 역사 인식은 이런 결론에 이른다. “국체가 손상된 도쿠가와 막부 시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정벌이 신성의 도에 부합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신공황후(3한을 정벌했다는 신화 속 인물)나 히데요시야말로 황도를 밝게 하고 국위를 신장한 것으로서, ‘신주의 광휘’다.” 요시다가 수감됐을 때 미국와 프랑스가 함포를 앞세워 개항을 압박했고, 막부는 이에 굴복했다. 요시다는 ‘국난 극복’의 책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疆域(강역)을 소중히 하고 조약을 엄히 지켜 二虜(이로·미국과 러시아)를 제어하고, …쉬운 조선을 취(取)하고, 만주를 꺾고, 지나(支那)를 누르고, 인도에 臨(임)함으로써 진취(進取)의 세를 펴고, 이로써 退守(퇴수)의 기반을 굳히고, 신공과 히데요시의 나라가 달성하지 못한 바를 이룩해야 한다.” 그 세례를 받은 자들의 면면은 이렇다. 다가스키 신사쿠는 자타가 인정하는 수제자로 막부 타도의 1등공신이다. 이토는 그를 “동하면 우레 같고, 발하면 풍우 같았다”고 평가했다. 기도 다카요시는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와 함께 메이지유신의 3걸. 조슈 군벌의 수장으로 ‘일본 육군의 교황’이었던 야마가타 아리모토는 청일전쟁 때 조선군 사령관이었다. 아베의 외고조부 오시마는 청일전쟁 전날 경복궁을 점령해 조선을 청일전쟁의 교두보로 만들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총리대신을 2차례 역임하고, 조선에 을사늑약을 강제한 뒤 초대 통감이 됐다. 이노우에 가오루는 운요호사건을 일으켜 조선에 불평등조약을 강제한 뒤 주한 공사를 역임했으며, 그의 후임 미우라 고로는 부임하고 불과 한 달 뒤 명성황후 살해를 지휘했다. 가쓰라 다로는 미국으로부터 조선의 병탄을 묵계받은 가쓰라·태프트 조약의 주역이었으며, 다나카 기이치는 총리 시절 중국 침략을 기획했고, 데라우치와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1, 2대 조선 총독이었다.요시다는 1858년 막부의 2인자 마노베의 암살계획을 추진하다가 체포돼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편지를 보낸다. “민초들을 산처럼 일으켜 체제를 바꾸라.” 이른바 ‘초망굴기’(草莽起)다. 유신을 주도하고, 힘을 길러 조선부터 인도차이나까지 집어삼킨 뒤 미국과 맞붙고, …제자들은 그 길을 갔다. 아베의 ‘강한 국가’도 그 연장이다. (평화헌법) 체제를 뒤엎어, 쉬운 나라부터 취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경제적 침략을 앞세워 우리 정부를 친일 정권으로 바꾸려는 것은 1894년 외고조부 오시마가 군대를 앞세워 했던 짓과 다르지 않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미당의 첫 시집 ‘화사집’ 초판본 한정판 1억에 팔려

    미당의 첫 시집 ‘화사집’ 초판본 한정판 1억에 팔려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첫 시집 ‘화사집’(花蛇集·1941) 초판본 한정판이 경매에서 1억원에 팔렸다. 21일 화봉문고에 따르면 전날 서울 종로구 인사고전문화중심 갤러리에서 열린 제56회 화봉현장경매에 ‘화사집’ 한정판 100부 중 13번째 책이 나왔다. ‘자화상’ 등 시 24편이 수록된 이 책은 겉표지를 삼베로 꾸미고 책등 서명을 붉은 자수로 처리했다. 속표지에는 김영준이 그린 그림이 있다. 책은 경매 시작가 1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화봉문고 측은 “유사한 책이 국립중앙도서관에 있고, 동일 판본을 소장한 개인이 한두 명 있다는데 정확하지는 않다”며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서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선 김소월(1902∼1934)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시작가 7000만원으로 나왔지만 유찰됐다. 1925년 12월 매문사가 출간한 ‘진달래꽃’ 초판본은 총판매소가 중앙서림과 한성도서주식회사 두 곳이다. 경매에 나온 책은 중앙서림 총판본으로, 표지를 현대에 수리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마블 히어로 된 마블리

    마블 히어로 된 마블리

    배우 마동석(영어 이름 돈 리)이 마블 새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4’ 영화 라인업을 발표했다. 페이즈4는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올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영화를 가리키는 페이즈 1~3 후속 영화를 가리킨다. 마동석은 2020년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이터널스’에서 주연 ‘길가메시’를 맡는다. 이터널스는 초능력과 불사의 몸을 가진 ‘이터널’ 종족이 빌런인 데비안츠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1976년 출간한 잭 커비의 만화가 원작이다. 중국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메가폰을 잡으며, 앤젤리나 졸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개성공단 폐쇄는 제2의 분단… 통일 불씨 살아나길”

    “개성공단 폐쇄는 제2의 분단… 통일 불씨 살아나길”

    개성공단 배경 남남북녀의 사랑 이야기 통일 염원 세계에 알리려 영어로 집필“3년 전 개성공단 폐쇄는 ‘제2의 분단´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은 통일을 향한 작은 희망입니다.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남남북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통해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문 소설 ‘Beyond the Division’(분단, 그 너머·오스틴 매콜리 출판)을 펴낸 허만형(62)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개성공단 문이 하루빨리 열리고 통일의 불씨가 살아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 머물면서 소설을 완성했다”며 “우리 민족의 통일 염원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어로 소설을 썼다”고 했다. ‘연금 전문가’인 그는 1995년 컴퓨터·통신 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의 변화된 인간상을 담은 소설 ‘사이버베아트리체’를 출간한 이후, 우리 역사의 숨겨진 신화를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해 재현한 ‘기호의 비밀’(2000), 북한 해킹부대가 청와대를 향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이야기를 담은 ‘유니피아’(2004) 등 3권의 장편소설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은 논문보다 다양한 표현을 통해 생각을 나타낼 수 있고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것은 허 교수가 2006년 개성을 처음 방문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경을 넘어 개성 시내에 들어갔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분단 60여년 만에 남북이 엄청나게 다르게 변한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개성 시내에는 차도 안 다니고 사람도 별로 없고 상점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눈물이 났다. 국경 너머 남쪽은 개나리와 철쭉이 활짝 피었는데, 개성은 황량한 사막 같았다.” 소설은 남자 주인공 필승이 개성공단에서 북한 여성 안내원 설순을 만나 사랑을 키웠으나 공단 폐쇄로 헤어지게 되면서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필승은 설순을 만나기 위해 중국 국경 도시를 통해 북한으로 밀입국을 시도하지만 북한 당국에 붙잡히면서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된다. 허 교수는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된 개성공단은 대북 유엔 제재대상이 아니라 남북통일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소설처럼 남남북녀의 ‘금지된 사랑’이 ‘축복받는 사랑’이 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일 없슈 없당께~읎어부러’ 지역 출판사가 사라진다

    ‘일 없슈 없당께~읎어부러’ 지역 출판사가 사라진다

    경남 지역 한 출판사 대표는 최근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의 책을 주로 발간했지만, 매출이 줄면서 작가 구하기도, 출간도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수주를 받아 홍보 책자를 만드는 일 정도가 그나마 수익을 낸다. 이 출판사 대표는 “‘남해의봄날’이나 ‘산지니’ 등 일부를 제외하고 지역 출판사들은 근근이 먹고산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지역 출판사들의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언제 출판업이 호황이었던 적이 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수도권이 아닌 경우 ‘지역’이라는 태생적 한계, 인구감소가 더해져 ‘삼중고’를 겪는다. 지역 콘텐츠 출판은 꿈도 못 꾼다는 말이 많다. 최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낸 ‘지역출판문화산업 육성 및 진흥 방안 연구’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지역 출판사 지원 조례는 제주도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17개 시도 지역출판문화산업 관련 조례를 ‘출판’, ‘서점’, ‘독서문화진흥’으로 나눠 조사했다. 지역서점을 위한 조례는 대전, 세종, 강원, 충북, 경남을 제외한 시도에서 모두 25개였다.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조례는 세종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두고 있어, 총 98개다.보고서는 또, 서울과 파주 등 수도권에 밀집한 출판 산업 구조도 문제로 짚었다. 2017년 기준 수도권 출판사 수는 전체의 79.2%로, 이들에 매출액 20조 7553억원 중 87%가 집중된다. 서점조합을 통해 지역 내 서점에 책을 배포하지만, 물류창고가 파주 등지에 있다 보니 배송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충북 청주 지역 출판사 ‘직지’ 이성우 대표는 “지역에서 책을 내는 방식은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한 비매품, 작가들의 자비출판 등이 중심적 비중을 차지한다”며 “발주받아 제작해 주고 제작비를 받는 구조인데, 발주자의 눈에 맞추다 보니 질도 떨어지고, 서점유통 목적의 기획출판은 꿈도 꾸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역 출판에 관한 지원책이 전무한 실정인 데다가, 전체 출판 예산마저 줄어들면서 지역 출판사 고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책임연구자인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지역 출판사의 불황은 지역 서점뿐 아니라 독서문화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출판업 불황과 함께 정부 관련 예산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출판 분야는 전체 9개 분야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한다. 2017년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 113조 2165억원 가운데 출판업이 18.3%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콘텐츠 산업 평균 성장률이 전년 대비 6.7%에 이르지만, 0.1% 감소했다. 콘텐츠 산업 8개 분야가 5년 동안 성장세를 이어 가지만, 출판만 유일하게 줄어드는 형국이다. 게다가 정부 예산도 하락세다. 2018년 293억원, 2019년 234억원으로 예산규모가 작아졌다. 정부 예산이 미흡한 가운데, 지역 출판사 일부가 자생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대구 ‘학이사’는 지역출판물 서평대회를 열면서 관심을 끈다. 전주 ‘홍지서림’은 전주지역 1인 출판사 발간 도서를 소개하는 코너를 운영한다. 그러나 이런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주로 서점과 독서진흥 쪽에 치우치고, 지역 출판사가 기획, 제작한 지역 출판물과 출판사 지원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일본 돗토리현, 독일 출판사 ‘스칼라’ 등을 사례로 적극적인 지원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돗토리현은 지역 내 도서관 자료구매 소비 규정을 두고 지역출판물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 ‘스칼라’는 출판사 간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 한편 스타트업 육성센터 운영 등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최 교수는 “지역별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지역출판 거점기구를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색 다르게 보나요 색다르게 보나요

    색 다르게 보나요 색다르게 보나요

    낙인찍힌 몸/염운옥 지음/돌베개/448쪽/2만원인종 토크/이제오마 올루오 지음/노지양 옮김/책과함께/320쪽/1만 5000원인류의 역사를 보자면 몸으로 인한 차별과 배제, 심지어는 학대가 숱하다. 이른바 인종 차별이다. 그 차별의 악순환은 끊을 수 없는 것일까. 최근 나란히 출간된 ‘낙인찍힌 몸’과 ‘인종 토크’는 바로 타고난 몸 때문에 받는 차별과 배제를 정색하고 짚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낙인찍힌 몸’이 인종주의의 역사를 훑어 차별의 수난과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짚었다면, ‘인종 토크’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내야 했던 고난의 체험을 자전적 에세이로 풀어낸 사회비평서로 읽힌다. ‘인류는 호모사피엔스 단일 종이며 아프리카 동부에서 기원해 지구 구석구석으로 이주했다.’ 상식으로 굳어진 이 가설에 기댄다면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은 있을 수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인종차별 금지’의 구호가 범람하는 지금도 세상에는 차별과 배제가 요란하다. 도대체 인종주의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낙인찍힌 몸’에 따르면 근대 이전 유럽에서 ‘인종’은 가축의 혈통이나 품종을 가리켰지만 16세기경부터 유럽 각국에서 인간에 적용됐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인종주의라는 악마는 서양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바탕이며 백인 우월주의 신화를 창출했다”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그 편 가르기와 지배 유지 수단으로서 인종주의 연원을 1492년에 일어난 두 사건에서 찾는다. 바로 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한 것과 기독교도가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면서 벌였던 재정복 전쟁인 레콩키스타의 완성, 즉 그라나다 함락이다.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각축이 유럽과 구분한 비유럽 세계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그라나다 함락 이후 개종한 유대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그들은 우리와 핏줄이 다르다’는 생각을 낳았다고 한다. 피가 다르기에 개종해도 동화될 수 없다는 논리의 정착인 셈이다. 그 뿌리 깊은 유대인 배제와 학대는 20세기 중반 나치의 과학주의에 바탕한 인종주의와 맞물리면서 그 유명한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저자는 유대인과 무슬림의 ‘낙인찍힌 몸’은 종교적 소수자에서 인종적 소수자로 전환한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19세기 후반 반유대주의가 유대인을 인종으로 발명했던 것처럼 이슬람 혐오도 무슬림 인종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이다. “유대 인종의 발명과 낙인찍기가 박해와 학살로 귀결되었던 역사를 알고 있기에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사이의 유사성은 불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종주의 피해자로 여겨졌던 한국인들도 지금 가해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있다.‘낙인찍힌 몸’에서 흑인은 인은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미국에서 흑인 차별의 뿌리 깊은 역사는 ‘한 방울 법칙’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이라는 이 법칙은,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인종 분류법이다. 책 ‘인종 토크’는 흑인 여성 저널리스트 겸 활동가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낙인찍힌 몸’의 실상과 대안을 함께 제시해 주목된다. 백인 어머니와의 갈등, 학창시절 자신의 몸에 쏟아지는 눈총, 직장 생활 속 차별 대우와 무시는 매일 반복된다. 차를 세워주지 않는 우버 운전자들, 구인광고를 붙여놓았다가 자신이 들어가면 갑자기 직원을 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회사,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바짝 붙어 졸졸 따라다니는 점원…. 어느 순간부터 그 차별과 비하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그 체험적 인종 문제를 17개의 카테고리로 추려 문답 형식으로 책을 썼다. 지방선거에 참여하기, 노동조합에 목소리 내기, 유색인 소유기업 지지, 다양한 인종의 정부 대표 뽑기.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대안 지침까지 제시한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골목만 돌면 항상 맞닥뜨리는 이 인종주의를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아야 한다. 인종주의를 우리를 쫓아다니는 무시무시한 괴물 정도로만 취급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도망 다닐 수밖에 없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홍익대 성열홍 교수, ‘체험 마케팅’ 출간

    홍익대 성열홍 교수, ‘체험 마케팅’ 출간

    성열홍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장이 최근 ‘체험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성열홍 교수는 “대부분의 전통마케팅이 고객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고 구매 후에 발생하는 고객의 소비 경험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구매의 프로세스를 마케팅 지식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에 비해 체험 마케팅에서는 구매 후 소비 과정이 브랜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고객의 만족과 브랜드 충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들”이라고 간주한다. 또한 성 교수는 “요즘과 같이 네트워크 기반의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소비의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창조적인 자극을 받으며 미적 감성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한편 성 교수는 뉴욕의 케이블TV, NBC TV에서 방송 경험을 축적하고 제일기획, 삼성영상사업단, 중앙일보에서 뉴미디어를 담당했다. 2003년부터 CJ그룹 상무로 그룹의 디지털 미디어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총괄했다. 2011년에는 경기도 콘텐츠진흥원장을 지내며 문화콘텐츠밸리 조성 등 관련 산업의 육성과 발전에 힘썼다. 주요저서로는 ‘신화와 브랜드 모티프’(2018), ‘스토리 브랜딩’(2015), ‘딥씽킹’(2014), ‘미디어기업을 넘어 콘텐츠기업으로’(2010), ‘미디어 소비자 광고의 변화’(2003), ‘케이블 TV사업의 실제’(1993) 등이 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문화마당] 언어장벽 넘은 한국문학, 더 높이 날려면/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언어장벽 넘은 한국문학, 더 높이 날려면/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강 이펙트’일까. 한국 소설이 언어의 장벽을 결국 넘어섰다. 해외 출판계에서 연이어 문학 편집자들을 들뜨게 할 만한 소식이 들려오는 중이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뒤 그 후광 효과로 한국 소설이 해외 출판인들의 주목을 받고, 출판돼 독자들 호응을 얻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11년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엄마를 부탁해’가 돌출적 사건이라면, ‘채식주의자’는 하나의 흐름을 충분히 이룩한 느낌이다. 해외 출간 종수가 꾸준한 것이 우선 반갑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자료에 따르면 해외 출판된 한국문학 작품은 2014년 144종, 2015년 160종, 2016년 133종, 2017년 152종, 2018년 121종이다. 번역 언어도 늘어 10여년 전만 해도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이 다수였으나, 현재는 그리스어, 리투아니아어, 불가리아어, 아랍어, 조지아어, 태국어, 힌두어 등 38개 언어로 확장됐다. 전 세계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읽는 셈이다. 무엇보다 한국문학에 좀처럼 문을 열지 않던 난공불락의 두 성벽이 낮아진 게 반갑다. 뉴욕과 도쿄,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문학 시장의 편집자들이 한국문학을 노리고 빠르게 움직인다.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이 지역적으로 확대되는 동시에 시장 스스로 움직이는 2단계로 접어든 느낌이다. 번역 및 출판 지원 심사를 하다 보면 국가 지원에 의존하는 소규모 출판사들이 많았던 예전과 달리 각국 주요 출판사들의 지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작가·편집자·에이전트 등의 노력과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의 지원이 시너지를 내면서 한국문학이 문학적 평가와 시장의 관심을 둘 다 확보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는 증거다. 국내 작품 중 영어권에서 먼저 호응을 얻은 것은 김언수, 정유정, 김보영 등이 쓴 장르(성)소설들이다.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장르소설의 명가인 더블데이에서 6자리 숫자 계약금을 받았고 뉴욕타임스에서 2019년 ‘올겨울 읽어야 할 스릴러 6종’ 중 하나로 추천됐다. 김보영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빅 파이브’ 중 하나인 하퍼콜린스와 계약을 맺고 한국 과학소설(SF) 사상 처음 미국 주요 시장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일본 쪽 움직임도 흥미롭다. 현해탄을 건넌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열풍에 한국 여성소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입도선매를 빚고 있다.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정세랑의 ‘옥상에서 만나요’,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 등이 줄줄이 계약돼 출판을 앞두고 있다. 한국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이나 영미 독자들도 화제성이 강하고 이야기 짜임이 좋은 장편(장르)소설을 즐긴다. 해외 편집자들을 만나면 이런 스타일 소설에 대한 요청이 많았는데, 단편 중심 문예지 문학이 다수인 한국문학의 특성상 작품 추천이 아주 어려웠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장편 중심으로 체질개선이 꾸준히 시도됐고, 이제야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은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작가들 의식도 확연히 달라져 좋은 장편이 늘어날 가능성을 높였다. 방향이 섰을 때 정책이 엔진을 달려면 ‘웹진 문장’ 등 국가 운영 문학플랫폼에서 단편과 별도로 장편소설 연재를 획기적으로 늘리면 어떨까 싶다. 한국문학의 번역과 출판이 더 활발해지려면 설립 20년이 다가오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역할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문학 작품 소개, 문학 번역어 사전 개발, 해외 출판 및 번역 자금 지원, 해외 교류 및 각종 문학행사 개발, 언어권별 번역가 및 에이전트 양성 등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불이 붙었을 때 장작을 더 많이 넣으면 좋겠다.
  • “이위종의 후손이라 자랑스러워… 역사 잊지 말아주길”

    “이위종의 후손이라 자랑스러워… 역사 잊지 말아주길”

    “이범진의 고손, 이위종의 증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어머니 류드밀라 예피모바(82)와 함께 한국을 찾은 독립운동가 이위종의 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49)가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신간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김영사) 출간기념회에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책은 재야 사학자 이승우씨가 쓴 구한말 외교관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위종 열사 일대기다. 이위종은 1905년 러시아 여성 엘리자베타 놀켄과 결혼하고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일제 침략 행위를 알렸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3명 가운데 한 명으로, 당시 23살이었다. 자료가 남은 게 거의 없어 “이위종이 헤이그 특사 이후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정도로만 알려졌다. 역사학자이기도 한 피스쿨로바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위종에 관해 “헤이그에서 일본이 한국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고 있다고 알렸고,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영웅적 면모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민족은 자신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위종의 이야기는 중요하다”며 “많은 한국인이 계속해서 내 증조할아버지 이위종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예피모바는 “선조의 고향이라 서울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손들이 앞으로 행복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책을 쓴 이씨는 “명문 사대부 집안 출신으로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버린 이위종에 관한 궁금증으로 시작해 4년 동안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신간은 이위종이 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담았다. 다만 자료가 충실하지 않아 30% 정도는 이씨가 창작해 살을 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6년간 영업 활동한 ‘영업족보’ 공개… 경험·노하우 공유하고파”

    “26년간 영업 활동한 ‘영업족보’ 공개… 경험·노하우 공유하고파”

    대학 졸업 후 스물넷, 영업의 ‘영’자도 모르면서 치기 50, 용기 50으로 인천프뢰벨에서 영업을 시작한 김진향 작가. “출근 첫날부터 후회하면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면 언젠가는 무엇인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라는 트랙을 열심히 완주했다”고 한다. 하루를 모아 한 달, 한 달을 모아 일 년, 일 년을 모아 26년이 되어 지금은 인천프뢰벨의 대표를 하고 있다. 입사 초기 가정방문 영업에 자신이 없어 온종일 아파트 단지와 동네를 배회한 일, 입사 3개월만에 12만원 짜리 첫 계약을 하고는 혹시나 해약할까 봐 재빨리 도망 나왔던 일, 혼자 식당에도 가지 못하고 공중화장실에서 김밥을 먹었던 소심한 아가씨에서 적극적인 영업전사가 되는 과정, 영업에서의 시행착오를 내공으로 승화하는 노하우, 관리자로 성장하면서 겪는 갈등과 경영노하우의 축적 등을 소상하게 소개하며 성공스토리를 완성해 가고 있다. 특히,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로 고객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관리가 아닌 ‘인적관계망’으로 발전시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자신을 소개한다. 김진향 작가는 자신의 26년 영업을 통해 ‘영업족보’라 할 만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영업을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분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발상의 전환과 방법 그리고 길을 제시한다. 이는 26년전 자신처럼 새로이 영업에 뛰어드는 미래의 영업 챔피언들에게 자신의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깨달은 깊은 경영철학을 100% 제공하고자 하는 애민(愛民)사상. 즉,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단순하게 살라고 권하고 경영을 말하는 전문가들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경영의 시작이자 끝이라 한다. “내가 26년간 지켜본 바로는 영업은 절대 말을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좋아하고 상품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경험담이다. 소속감과 정체성을 기본으로 자신이 팔아야 할 상품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숙지를 통한 정신무장은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들과 같은 비장감마저 든다. 이는 우리에게 삶 속에서 얼마나 기본에 충실하게 살아가며 근원적 대답을 구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화두 던짐이기도 하다. 영업이 인생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또한 영업에 승용차는 기본이라 생각하는 많은 이에게 “무슨 차가 없어 영업을 못 해! 마음이 문제지”라고 말하는 선배의 말을 전하며 작가의 깊은 깨달음의 경지를 엿 볼 수 있다.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작가는 “내가 영업 일을 하면서 마음 깊이 깨달은 것은 바로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복잡하고 이기적인 사회에 감로수와 같은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것을 영업을 통해 배웠음을 말하는 그를 통해 인생과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내공을 살펴볼 수 있음은 책을 통해 배우는 덤이다. 은사이신 윤성이 현 동국대학교 총장은 “영업사원으로서 26년간의 치열함이 겹겹이 책 속에 녹아있다. ‘치열함’은 삶의 의미와 크기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일 수 있기에 어떤 분야의 영업인지에 관계없이 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열정을 경험한다는 의미에서 꼭 한번 접해볼 만한 책이다”고 일독을 권한다. 작가는 이제 지사 대표라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와 사원이 함께 이익이 되는 방식이 무엇이고 본사와 지사와의 경영윤리에 입각한 상생협력 방안과 관련한 후속 이야기를 출간할 예정이다. 허윤정 객원기자
  • “훈민정음 창제 도운 신미스님 일대기 집대성”

    “훈민정음 창제 도운 신미스님 일대기 집대성”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어엎는 화제의 책이 있다.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이다. 개봉 예정 영화 ‘나랏말싸미’의 원안이라 주장하기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에 의해 훈민정음이 창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혜각존자 신미스님이란다. 그는 나옹, 무학으로 이어지는 여말선초의 불교 선맥을 잇는 함허의 제자이고 산스크리트어의 대가였으며 훈민정음 창제에 직접 참여한 1등 공신이란다. 15년 세월, 연구와 집필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으로 세상에 출현한 박해진 작가. 저자는 “훈민정음은 철저하게 백성과 뜻을 함께하는 바른 소리이자 모든 싸움을 화해로 이끄는 화쟁(和錚)이고 민초들이 주인 되어 온 세상이 평등해지는 ‘아롬’의 혁명”이란다. 작가와 신미와의 동행(同行)으로 새롭게 펼쳐지는 대하드라마의 역사 현장에 우리는 함께한다. 편집자 주-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훈민정음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그렇게 배웠다. “세종과 집현전 학자의 창제가 아니라 신미가 훈민정음 창제에 깊이 관여했음을 이 책을 통해 소상하게 밝혔다. 신미가 나고, 출가하고, 정진했던 곳을 15년간 순례하며 그의 행적을 따라 ‘조선왕조실록’ 속의 신미 관련 기록을 빠짐없이 확인했다. 집현전 학자들의 문집도 확인하며 숨은그림찾기를 거듭했다. 훈민정음은 신미가 쌓아 올린 9층 목탑이다.” -신미스님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2001년 겨울, 덕수궁 중화전 해체 현장에서 함께 손과 발을 섞던 김덕문 박사(현 국립문화재연구소 실장)가 “속리산 법주사 대웅보전이 아프다. 해체하기 전 옛 장인이 남긴 모습을 기록해 달라.”며 부탁했다. 며칠 뒤 법주사에 내려갔다. 주지스님께 인사를 올렸다. “글쟁이가 카메라를 들고 와? 부처님 집 잘 기록하게.”라며 요사채 한 칸을 내주었다. 대웅보전의 안팎을 드나들었다. 마지막 날, 법당의 노보살이 언 몸 녹이라고 차 한 잔 건네며 말했다. “훈민정음 창제에 큰 공을 세운 스님이 복천암에 머물렀는데….” 천둥, 번개가 내 머리를 치고 들었다. 금시초문이었다.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마음 한 켠에 소설을 써야겠다는 숨겨두었던 꿈의 첫 장면이 등 뒤로 눈송이가 되어 파고들었다. 파릇파릇한 첫사랑, 첫눈이었다. 대웅보전의 대들보와 기둥, 마지막으로 남은 주춧돌을 찍으며 한순간도 노보살의 이야기를 놓지 않았다. 새벽 예불을 끝내고 복천암으로 올라갔다. 복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신미의 길을 떠올렸다. 길은 휘어지고, 이어졌다. ‘세종실록’을 따라갔다. ‘뭐야, 훈민정음과 신미는?’이라고 날마다 물었다. 답은 한길이었다. ‘찾아봐, 거듭. 자랑질하지 말고….”-신미스님은 누구인가. “신미(1403∼1480)는 전설이 아니라 역사 속의 인물이다. 몰락한 유학자 집안의 자제로 불가에 입적하여 무학의 법맥을 이은 함허당(1376∼1433)의 제자로 세종을 도와 훈민정음을 창제한 스님이다. 신미가 없었다면 한글도 없었다.” -신미 연구는 어떻게 했나. “시로 등단했지만, 서랍 한쪽에 소설을 쓰겠다는 바람을 쟁여 두고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신미의 자료를 끝까지 찾아나선 끝에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을 썼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신미가 만들고, 번역한 책을 남김없이 구해 읽었다. 신미는 내가 옆길로 빠질 때마다 미혹의 길을 끊었다. 전국의 헌 책방을 순례했다. 관련 책을 찾아내면 끝까지 읽었고, 읽고 나면 다음 책이 기다렸다는 듯 내게로 왔다. 신미의 행장을 정리한 비문(碑文)은 남아 있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과 ‘한국문집총간’ 영인본을 사서 일일이 신미 관련 기사의 원문을 입력하며 다시 번역하고, 거듭 읽었다. 15세기에 간행된 학자들의 개인문집을 남김없이 뒤졌다. 재인용은 없다. 신미가 머물렀던 절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정리된 초고는 15000매, 사진은 수만여 장이다. 1374개의 주를 달았다. 실증적 자료조사의 결과물이다. 흩어진 기록을 짜 맞추어 읽으며 신미는 분명 역사라고 확신했다. 소설은 미완성으로 두고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행간을 메꿔 나가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을 간행했다.”-복천암, 해인사, 송광사, 현등사를 자주 찾았다고 들었다. “속리산 복천암,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가평 현등사는 훈민정음과 뗄 수 없는 절이다. 법주사에 머무는 5년 동안 새벽예불이 끝나면 복천암의 신미와 학조의 부도를 찾아 인사를 올렸다. 현등사는 세종이 승하하고 난 뒤 문종이 ‘의금부 군사들은 신미가 주석하는 절에는 침범하지 말라’는 명을 내린 기사를 실록에서 읽고 찾아간 절이다. 그곳에서 함허당의 부도를 만났다. 신미가 출가 초기에 스승을 모시고 불사를 한 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절을 10년 넘게 들고 나며 신미와 수양과 효령대군 등 왕실과의 관계를 찾아냈다.” -집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신미 평전과 소설을 쓰기 위해 연구와 병행해서 현지 답사를 이어갔다. 신미의 일대기를 검증할 연구는 단편적이었다. 자료를 거듭 읽고, 찾았지만 앞과 뒤를 이어가기에는 빈 곳이 많았다. 신미와 훈민정음의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 등과 전국의 고서점을 찾아다녔다. ‘조선왕조실록’ 영인본부터 함허당이 쓴 ‘금강경오가해설의’ 등 관련 책 2000권을 아낌없이 사서 읽었고, 관련 논문 1000편도 주제별로 분류해서 읽었다. 가난한 살림에 책값과 현장 답사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만든 원고를 들고 형난옥 대표를 찾았을 때는 그는 좀더 규모있는 출판사가 출판해야 할 원고라고 했다. 형대표는 원고를 심청이 젖동냥하듯 다른 출판사에 소개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출판에 응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벼랑 끝을 휘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형대표에게 무턱대고 책만 출간해주면 세종대왕 동상 앞에 좌판을 펼치고 팔겠다며 깡을 부렸고, 형대표가 손수 전 과정을 편집하여 출간될 수 있었다.” -집필과정에서 가장 보람찬 일은. “신미의 전 생애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고, 책의 출간은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해주었다.” -집필하며 깨달은 것은. “통(通)이다. 간절하면, 사무치게, 알아 뚫린다. 소용돌이치더라도 꼭 할 일은 하고 가야 한다.” -훈민정음은 한마디로 무엇인가. “훈민정음은 위와 아래가 없는 보편성, 모든 싸움을 화해로 이끄는 화쟁(和錚)이었다. 백성의 알지 못하는 절대고독과 불통의 벽을 허문 혁명의 도구다. ‘무소유의 오래된 미래’다. 훈민정음은 ‘앎’이다. 알면 남에게 기대지 않고,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간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통해 뭘 하고자 했는가. “백성이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소통만이 나라의 평안을 이끄는 지름길이다. 조선의 새로운 문자 훈민정음은 기득권이 가진 묵살과 배신의 벽을 허무는 장도리이고, 얽매임 없이 함께 꿈꿀 수 있는 불꽃의 바다다. 편민(便民·백성을 편하게 함) 정신의 실천이다.” -저자에게 신미는 어떤 분인가. “동행(同行)이다. 텅 빈 길에는 위, 아래가 없다. 걷는 자만이 주인이다. 주인은 훔치지 않고 흉내 내지 않는다. 세종은 제국을 꿈꾼 조선의 유일한 왕이다. 신미는 제왕의 곁에 온 또 다른 부처였다. 조선을 화엄의 바다로 당겨가려는 강렬하고 간절한 서원(誓願)이 둘을 함께 하게 했다. 누구보다 부지런했고, 집중했고, 고통을 감내했다. 새로 만든 문자 훈민정음은 ‘제국의 선언’이다. 신미는 백성이 주인 되는 제국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훈민정음과 세종, 신미를 위한 향후 계획은. “집현전 학자와 기득권 세력들이 백성이 깨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쌍수를 들고 막는 바람에 만들지 못했던 책들을 이 시대의 언어로 다시 써서 나녹과 출간해 갈 계획이다. ‘아롬’은 언제나 리더, ‘모롬’은 언제나 머슴이다. 민초들이 주인 되어 온 세상이 평등해지는 ‘아롬’의 혁명을 해나갈 것이다. -영화 ‘나랏말싸미’에 대해 출판사와 함께 법원에 영화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는데. “영화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을 원안으로 한다는 약속이 있어 자문에도 응했다.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15년간 치열한 취재, 연구와 장인정신으로 출판한 크레딧을 인정해 달라는 것뿐이다. 당연한 요구다. 왜 그것을 가로채려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사에 인간적 배신감과 모멸감, 환멸을 느낀다.” 김병식 객원기자 kb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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