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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상과학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공상과학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SF(Science Fiction)라고 하면 지금도 여전히 일부 마니아들이나 좋아하거나 아동·청소년들의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하지만 SF는 사실 새로운 것,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것,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는 장르다. 과학 소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과학 소설이 그리는 미래와 과학 소설에서 과학이 갖는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미국 브라운대 영문학 교수를 역임한 문학 이론가 로버트 스콜스와 에릭 스탠리 래브킨 미시간대 명예교수가 1977년 출간해 과학 소설을 다룬 대표적인 문학 이론서로 평가받는 ‘과학 소설-역사, 과학, 전망’(이매진)이 최근 출간됐다. 반세기 전에 나왔지만 과학적 사고의 진화와 과학이 문학에 미친 영향을 개관하는 대표 해설서로 제격이다. SF의 대표적 특징은 당대 최신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다는 점과 함께 SF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현대 기술이 탄생시킨 세 가지 오락 매체인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SF는 영상 매체를 통해 기존 소비자를 유지하고 새로운 관객을 창출한다. 2021년 소설로 나온 뒤 올해 초 영화로도 개봉해 큰 인기를 끈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대표적이다. 정보라 작가는 ‘진정한 에스에프 시대에 읽어야 할 과학 소설 가이드 투어’라는 제목의 해제에서 한국에서 과학 소설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한국에서 SF는 신춘문예로 대표되는 ‘등단’이라는 제도를 벗어나 있다. 덕분에 여성, 퀴어, 장애인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작가들이 주류 문학계에서는 다루지 않는 주제와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정 작가는 “유럽과 영미권 대부분 국가에서 과학 소설 장르가 백인 남성 작가의 전유물인 경향이 아직도 이어진다”면서 “한국 SF의 비주류성과 다양성은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 동덕여대, ‘요즘 부모 역량 수업’ 출간… “부모역량 개념 제시”

    동덕여대, ‘요즘 부모 역량 수업’ 출간… “부모역량 개념 제시”

    동덕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컨설팅학과는 부모역량 연구 프로젝트의 첫 성과를 담은 신간 ‘요즘 부모 역량 수업’(양서원 펴냄)을 출간했다고 3일 밝혔다. 리상섭 동덕여대 교육컨설팅학과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과정 수료생과 재학생 6명이 약 2년간 공동 연구한 결과물로, 부모역량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체계화하고 이를 실제 양육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들은 교육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제를 함께 담았다. 특히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부모상과 현실 사이에서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에 주목해 부모를 평가하기보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부모역량’의 개념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책은 감정, 기질, 학습, 놀이, 부모, 공간 등 6개 주제로 구성됐다. 감정코칭과 MBTI를 활용한 기질 이해, 자기주도학습 코칭, 보드게임을 활용한 놀이교육, 공간을 활용한 소통 전략 등을 실제 양육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 20대가 다시 읽은 덕에…헤세 ‘싯다르타’ 베스트셀러 1위

    20대가 다시 읽은 덕에…헤세 ‘싯다르타’ 베스트셀러 1위

    역주행 돌풍으로 화제가 됐던 헤르멘 헤세의 ‘싯다르타’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대의 다시 읽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보문고 6월 4주 차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싯다르타’는 지난주 대비 한 계단 상승해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는 “세계문학전집(중 하나가)이 베스트셀러 최정상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출판사인 민음사와 교보문고 등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가 이 책을 추천하는 등 셀럽들의 후기가 이어지면서 인기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6월 한 달간 ‘싯다르타’의 순위는 1주차 3위, 2주차 4위, 3주차 2위로, 상위권에 꾸준히 올랐다. 성·연령별 구매 비중은 20대 여성이 21.9%로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 구매율이 69.3%로, 전집 팬덤층의 영향이 높았다. 지난주 1위를 차지한 송희구의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는 2위였다. 국내 초판본 출간 이후 최근 국내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커버 에디션은 지난주 대비 16계단 올라 11위를 차지했다. 40대 구매율이 36.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교보문고 6월 4주 베스트셀러 1. 싯다르타(세계문학전집 58) 2.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 3.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 4. 부의 갈림길 5.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하)(완결) 6. 니체의 초월자 7.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 우주 3부작) 8. 안녕이라 그랬어(집에디션 리커버) 9. 원피스 114: 갓 밸리 사건 10. 내면 근력
  • 도파민에 지친 현대인, 100년 전 소설 ‘싯다르타’서 위로받다 [이주의 베스트셀러]

    도파민에 지친 현대인, 100년 전 소설 ‘싯다르타’서 위로받다 [이주의 베스트셀러]

    지난 5월 말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던 100년 전 소설이 드디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가 3일 발표한 ‘2026년 6월 4주간 금주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1922년 소설 ‘싯다르타’가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며 마침내 베스트셀러 1위를 거머쥐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세계문학 작품이 베스트셀러 최정상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여성 독자들을 중심으로 20대 독자층이 이번 역주행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싯다르타를 출간한 출판사들 중 한 곳인 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 출연하는 편집자가 책 인플루언서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가 추천한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도서 전문가들은 이런 외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끊임없는 경쟁, 정보 홍수, 도파민 중독에 노출돼 심각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내면적 깨달음과 파편화되고 자극적인 영상 소비에 피로감을 느낀 독자들이 호흡이 길고 사유가 필요한 문학을 선택하는 심층 독서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스테디셀러이자 과학 분야 고전으로 꼽히며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오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지난주와 비교해 16계단이나 수직 상승해 종합 11위에 안착했다. ‘코스모스’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여러 과학자들이 ‘인생 책’으로 손꼽으며 대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얼마 전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100만 부 기념 에디션’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의 소장 욕구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극도로 빠르게 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대중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변하는 트렌드보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검증된 지혜에 기대려는 경향 때문에 고전들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주까지 2주 연속 종합 1위를 지켰던 송희구 작가의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는 한 계단 내려와 종합 2위를 기록했고 오건영의 ‘부의 갈림길’은 종합 4위로 상승해 재테크와 경제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메이크업 책 내더니…1인 미용실까지 차린 개그맨 근황

    메이크업 책 내더니…1인 미용실까지 차린 개그맨 근황

    개그맨 출신 뷰티 크리에이터 김기수가 1인 미용실 오픈 1주년을 자축했다. 그는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안녕하세요. 오늘 1주년이네요. 감사드립니다”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1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개그맨으로 데뷔해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던 그는 이제 어엿한 뷰티 숍 원장으로 변신했다. 그는 2001년 KBS 1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댄서킴’ 캐릭터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0년부터 긴 공백기를 거친 그는 2016년 뷰티 크리에이터로 전향했다. 이후 그는 ‘화장하는 남자’로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다. 평소 무대 메이크업을 직접 하며 미용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보였던 그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신만의 뷰티 노하우를 대중과 공유했다. 남성이 짙은 색조 화장을 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던 당시 그는 ‘젠더리스 메이크업’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메이크업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다. 전문가 못지않은 화장 기술과 유쾌한 입담이 더해지며 뷰티 유튜브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이어 2016년 SBS 모비딕의 뷰티 예능 프로그램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이하 예살그살)의 단독 메인 MC로 발탁됐다. 예살그살에서 그는 뷰티 초보자들을 위한 실용적인 화장 팁을 전수했다. 직관적인 시연과 가식 없는 솔직한 리뷰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누적 합산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방송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는 동명의 메이크업 단행본인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를 출간했다. 영상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세밀한 메이크업 기법과 스킨케어 노하우, 그리고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뷰티 크리에이터로 우뚝 서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의 뷰티 철학은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 예능 출연했다 요리로 뜬 배우 “요리책 30쇄…요리 영상 4억뷰”

    예능 출연했다 요리로 뜬 배우 “요리책 30쇄…요리 영상 4억뷰”

    배우 류수영이 배우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요리 예능인’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는 최근 방송에서 자신의 요리 콘텐츠가 거둔 놀라운 수치를 공개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류수영은 요리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간의 행보를 전했다. 그는 2020년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에 첫 출연하며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레시피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맛있고 누구나 따라 하기 좋은 그의 레시피는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복잡한 조리법 대신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맛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만 원 닭볶음탕, 갈비치킨, 우유 버터 파스타 등 다양한 레시피가 인기를 끌었다. 류수영은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1년 만에 30쇄를 찍었다. 베스트셀러 1위도 했다”며 지난해 출간한 첫 요리책의 흥행 소식을 알렸다. 이어 “책을 만들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레시피도 79개를 준비했다”고 밝혀 요리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그가 ‘편스토랑’을 통해 공개한 각종 레시피 영상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합산 조회수 4억 회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써가고 있다. 꾸준히 요리 관련 사업 제안을 받고 있다고 밝힌 그는 “꾸준히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편스토랑’을 할 땐 매주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 메모를 꾸준히 했다. 나이 먹고 대사 잘 안 외워질 때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국숫집과 빵집 두 가지를 하고 싶다”며 요리와 관련된 미래 계획을 전했다. 한편 류수영은 1998년 SBS 요리 경연 프로그램 ‘최고의 밥상’으로 데뷔했다. 이후 2000년 MBC 시트콤 ‘깁스가족’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배우 박하선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 [마감 후] 거장의 퇴장, 한 시대가 저물었다

    [마감 후] 거장의 퇴장, 한 시대가 저물었다

    지난 4월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타계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바젤리츠는 거꾸로 뒤집힌 그림으로, 호크니는 찬란한 수영장 그림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두 거장의 잇따른 부고에 한 지인은 “시대가 바뀌는 기분”이라며 “이제야 정말 21세기가 시작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두 사람 모두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의 정점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38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바젤리츠는 일곱 살이던 1945년, 연합국의 대공습으로 고향이 초토화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전쟁의 상흔은 그의 예술 세계를 지배했다. 모든 가치와 질서가 무너진 세상에서 세상을 똑바로 그릴 수는 없었을 터. 그는 캔버스를 180도 뒤집어 그리는 파격을 택했다. 바젤리츠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모든 독일 화가는 과거라는 노이로제를 앓고 있다. 전쟁과 전후 상황, 무엇보다 동독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나를 극심한 우울과 압박으로 몰아넣었고, 내 그림은 말하자면 일종의 전투와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전후 독일의 상실감과 무기력함을 군인과 부랑자의 형상으로 그려낸 ‘영웅’ 시리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왜곡된 신체를 거칠게 캔버스에 쏟아내는 것, 그것이 비극과 마주한 그만의 방식이었다. 1937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호크니 역시 전쟁의 어둠 속에서 자랐다. 그는 나치 독일의 무차별적인 공습을 받던 유년 시절의 공포가 “평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의 가장 오래된 기억 또한 밤마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방공호로 대피하고, 어머니와 함께 숨죽여 떨던 순간이다. 이후 잿빛 도시 브래드퍼드를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그는 눈부신 햇살과 자연의 강렬한 색채를 캔버스, 그리고 아이패드에 담아냈다. 평론가들은 그가 이토록 찬란한 색채에 집착한 이유를 유년 시절의 결핍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하곤 한다. 바젤리츠가 뒤집힌 세계를 통해 폭력성을 폭로했다면, 호크니는 캔버스에 빛을 가득 채워 그 어둠을 몰아냈다. 지인의 말대로 두 사람의 퇴장은 한 시대의 거대한 막이 내렸음을 실감케 한다. 미술가 박보나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어느 날 장미가 사라졌다’에서 상실의 시대에 감각을 깨우는 것은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름다운 가치와 감각의 회복을 이야기하기에 예술은 더없이 적합하다. 예술을 통한 사유와 상상이 실제의 얄팍한 균열을 찾아내고 지금과는 다른 질서를 꿈꾸도록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단극화에서 다극화로, 미국 중심주의에서 다자주의로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혼돈의 시대다. 그럼에도 예술은,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들은 분명 어디선가 또 다른 질서를 꿈꾸고 있다고 믿는다. 비극의 잿빛 속에서 예술을 길어 올렸던 두 거장처럼 곧 새로운 막을 열고 등장할 그들을 기대해 본다. 윤수경 문화체육부 기자(차장급)
  • 책은 쓰레기통으로, 사랑은 서점으로 [한ZOOM]

    책은 쓰레기통으로, 사랑은 서점으로 [한ZOOM]

    2017년 11월 15일, 수능시험 전날 저녁 경상북도 포항시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30분 후 교육부는 “수능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능시험장 10곳의 벽면에 균열이 확인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저녁 8시 20분, 결국 교육부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수많은 학생이 학교로 몰려들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앞두고 홀가분하게 버렸던 교과서와 참고서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어떤 학생은 쓰레기장을 뒤졌고, 어떤 학생은 버려진 책을 수거해 간 청소차를 원망했다. ●책 한 권이 잔치였던 시절 책 한 권을 손에 넣는 것이 행복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책을 빌려 밤을 새워 가며 한 글자 한 글자 마치 몸에 글자를 새기듯이 정성을 다해 베껴 쓰기도 했다. 그렇게 책 한 권을 다 베끼고 나면, 책을 빌려준 이에게 감사의 음식을 바쳤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승에게 음식을 올리며 함께 기뻐했다. 이것이 ‘책거리’(冊巨里), 혹은 ‘책씻이’라 불린 우리 선조들의 풍습이었다. 책 한 권을 베껴 쓴 날도, 책 한 권을 다 읽은 날도 마을의 경사가 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수능시험이 끝나면 교과서와 참고서가 교실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오늘날의 풍경과는 너무도 다르다. ●책천자 부천자 그 시절 사람들에게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유교 경전 예기(禮記)에는 이런 말이 있다. ‘冊賤者 父賤者’(책천자 부천자), 즉 책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아버지(부모)를 천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오래전에는 책에 대한 경외심이 곧 인륜의 문제였다. 그 정신은 오랫동안 이 땅에 살아 있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군인 신분으로 조선 땅에 들어온 앙리 쥐베르는 “조선에는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책이 있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당시 프랑스의 문맹률이 60%를 넘었으니, 그의 눈에 조선의 풍경은 낯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까지도 책은 곧 그 사람의 됨됨이였고, 그 집안의 품격이었다. ●책을 버린 것은 학생이 아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가. 수능시험이 끝나면 교과서가 창밖으로 날아다니고, 참고서가 쓰레기봉투에 처박힌다. 이제는 하나의 풍속처럼 굳어진 장면이다. 그런데 그 장면만을 보며 “요즘 아이들은 책 귀한 줄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입시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학생들에게, 교과서는 지식으로 향하는 문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 그 고된 관문을 빠져나온 뒤 다시는 쳐다보기조차 싫어하는 행동은 어찌 보면 너무도 인간적인 반응이다. 책을 천하게 여긴 학생을 볼 것이 아니라, 책을 그런 존재로만 만들어 버린 사회 구조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 학생들만 문제일까. 결코 아니다. 2026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이 38.5%에 그쳤으며, 이는 1994년 독서 실태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처음 조사가 이루어진 1994년 독서율이 86.8%였으니, 30년 사이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도 2.4권으로, 직전 조사의 3.9권보다 1.5권이나 줄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면 출판업계가 멸종할 것 같은 위기의식마저 든다. 책을 만드는 사람만 넘치고 읽는 사람이 줄어들어 출판물의 질이 하락하고 책을 사는 사람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중소형 출판사는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씁쓸한 장면마저 연출되고 있다. 오늘도 대형 서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서점을 오가는 사람들 중에 실제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점이 문화 공간이 된 것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환영받을 일이지만 책을 읽고 사고파는 공간이 아닌, 장소 그 자체가 목적인 공간으로 변질되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한동안 어느 유명 대형 서점이 이른바 ‘번따’(번호 따기) 성지로 유명해진 것도 그런 변질된 유형의 일종이다. ●다시, 책을 펼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여전히 책이다. 가장 낮은 가격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비교 불가능한 수단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에도, 책이 주는 깊이와 호흡은 어떤 매체도 대신하지 못한다. 책거리가 풍습이 됐던 것은 책 한 권을 끝냈을 때의 성취감과 충만함이 진짜였기 때문이다. 그 감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 감각을 되찾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흔들어 볼 차례다. 먼지 쌓인 책장 앞에 서서, 오랫동안 손대지 않았던 책 한 권을 꺼내 드는 것으로.
  • 호쾌한 ‘참교육’ 인기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려놓는 ‘반교육’ 아닐까[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호쾌한 ‘참교육’ 인기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려놓는 ‘반교육’ 아닐까[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절대악 응징하는 쾌도난마 드라마때려서라도 정상인 좀 만들자는데정상성 거부한 발저의 우아한 저항성과보다 ‘왜 교육하나’ 의문 품어야 “우리는 여기서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가르치는 교사들도 없다. 우리들, 벤야멘타 학원의 생도들에게 배움 따위는 어차피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훗날 아주 미미한 존재,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뜻이다.”(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 부분) 가르치는 것이 없는 학교가 있다. 아니, ‘없음’(無)으로 거듭나기를 가르치는 곳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소설 ‘벤야멘타 하인학교’(원제 ‘야콥 폰 군텐’)의 첫 문장은 오싹하도록 기이하다. 학교는 누가 뭐래도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교육은 누군가를 ‘더 나은’ 존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교육의 성과는 여기에 달려있다. 더 나은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 판단은 ‘사회’가 한다. 교육의 수준은 곧 그 사회의 수준과 직결된다. 발저는 상상의 공간 벤야멘타 학원을 통해 이를 뒤집는다. 주인공 야콥 폰 군텐은 귀족 출신이다. 과거 독일어권에서 이름 중간에 ‘폰’이라고 쓰는 것 자체가 귀족의 특권이었다. 그런데도 야콥은 별 볼 일 없는 미미한 존재가 되고자 벤야멘타 학원에 입학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작은 존재여야 한다. 우리가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그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성장이나 발전 같은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무엇이 성장이고 발전인지 도대체 누가 결정한다는 말인가. 그렇게나 ‘합리적인’ 인간이 성장과 발전을 추구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란 말인가. 소설은 1908년 집필을 시작해 1909년 출간됐다. 쓰인 지 100년이 훌쩍 지났지만, 발저가 제기했던 물음 자체는 하나도 낡지 않았다.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미미한 존재들이 미미한 짓을 벌이다가 미미한 채 사라지는 것. 이 일의 반복만이 세계의 진실이다. 온갖 ‘참교육’이 난무하는 우리 시대와 발저의 ‘반(反)교육’ 정신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시대는 속 시원한 참교육을 원한다. 교육을 받는 이가 ‘정해진’ 길에서 엇나가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그들이 우리가 요구하는 정상성의 범주를 무탈하게 체화할 수 있도록 교정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열망 속에서 참교육이라는 말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뜻과는 다소 거리를 가지게 됐다. 오늘날 참교육에는 은밀한 그러면서도 노골적인 복수심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복수를 가능케 하는 수단은 오로지, 폭력뿐이다. “학교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개판입니다. 선생보다 머리 위에 있으려는 것들, 선생을 공기놀이 대상으로 다루는 것들, 존경보다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들. 지금부터 이런 것들을 교권 침해로 간주합니다. 도전은 응하겠지만, 처벌은 각오해야 할 겁니다.”(넷플릭스 ‘참교육’ 중 임한림의 대사)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전 세계 시청자 사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은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여러모로 ‘쉬운’ 드라마다. 갱생이나 교화의 여지가 전혀 없는 절대악을 상정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서 통쾌한 참교육을 선사하는 교권보호국은 절대선에 자리잡고 있다. 이 구도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조금 흔들릴지언정 절대 깨지지는 않는다. 드라마는 효율을 중시한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가운데 복잡하거나 방해가 될 만한 것은 생략한다. 시청자를 고뇌에 빠뜨리지 않는다. 누구나 원했을, 그 결론에 빠르게 다다른다. 그러나 이러한 쾌도난마는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진짜 문제는 드라마가 고민을 포기한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진실은 미궁 속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상반된 주장만 존재한다. 선악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결단만이 가능하다. 물론 재밌자고 만든 드라마에 정색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작품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교권보호국의 설치를 실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위정자가 있다는 게 아주 조금 놀라울 뿐이다. 교정 불가능한 악을 ‘때려잡는’ 과정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대략 4000년쯤 전에 기록된 함무라비 법전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왜’ 교육하는지에 관한 물음이다.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사회가 ‘좋은 대학에 가서 출세하는 것’ 혹은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은 그 목표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할 필요가 없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는 학생은 아예 낙오된 채 도박이나 마약 같은 것에 탐닉한다.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해결한다는 발상은 찰나의 동물적 쾌감 이상의 그 무엇도 우리에게 주지 못한다. “나는 다만 거대한 계획을 가진 기계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나는 부모에 대해서, 친척과 노래, 개인적 고통이나 또는 희망에 대해서, 고향이 갖는 의미와 마력에 대해서 더 이상 아는 것이 없다. 군대식의 규율과 인내가 나를 단단하고, 꿰뚫을 수 없는, 거의 내용이 없는 육체 덩어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행군은 계속된다. 모스크바를 향해. 난 인생을 저주하지 않는다.”(‘벤야멘타 하인학교’ 부분) 귀족에서 하인으로 낮아지기를 결심한 야콥의 선택은 정상성을 강요하는 세계를 향한 부조리하면서도 우아한 저항처럼 읽힌다. 끊임없이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만 가르치는 세상에서, 그러지 않으면 기꺼이 참교육을 감행하는 세상에서 ‘무엇이 되지 않는 것’을 실천하는 일은 우리가 속해 있는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태도다. 끝까지 의심하고 부정하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이 마침내 무너졌을 때 기어이 한 발 더 내딛는 것.
  • 글맛 가득 ‘박찬욱 각본 컬렉션’ 출간…JSA, 올드보이 등 대표작 9편 담아

    글맛 가득 ‘박찬욱 각본 컬렉션’ 출간…JSA, 올드보이 등 대표작 9편 담아

    “너나 잘 하세요….”(‘친절한 금자씨’) “누구냐, 넌”(‘올드 보이’) “너 착한 놈인 거 알아…. 그러니까…내가 너 죽이는 맘 이해하지?”(‘복수는 나의 것’) 벽지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특유의 미장센뿐 아니라 강렬한 대사로도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를 글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각종 명대사를 포함해 박 감독의 영화 세계를 텍스트로 접할 수 있는 선집 ‘박찬욱 각본 컬렉션’이 정식 출간됐다. 각본 선집은 총 9권으로 구성됐다. 이른바 ‘복수 3부작’이라 불리는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를 비롯해, ‘공동경비구역 JSA’(2000),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어쩔수가없다’(2025) 등 박 감독의 대표 연출작 9편이 담겼다. 이 가운데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등 3편의 각본은 첫 정식 발간이다. 각본 선집은 박 감독의 영화적 세계관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한눈에 조망하는 기회다.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이 복수와 유괴를 소재로 한 ‘친절한 금자씨’가 전작의 어떤 점을 계승하면서도 달라졌는지, 각기 다른 각본가와의 협업이 어떤 식으로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책을 출간한 을유문화사는 “박찬욱 감독을 좋아하는 팬들은 더욱 즐겁게 그의 작품 세계를 탐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구조 활동가 마이클 에반스, 임팩트 북 어워드 후보 선정

    구조 활동가 마이클 에반스, 임팩트 북 어워드 후보 선정

    한국 협업진과 시상식 동행 구조 활동가이자 작가인 마이클 에반스(Michael Evans)가 오는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임팩트 북 어워드(International Impact Book Awards)의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후보작은 자존감과 정체성을 다룬 철학 서적 ‘더 리얼 매트릭스 리로디드(The Real Matrix Reloaded)’로, 현재 한국어판이 출간된 상태다. 이번 시상식에는 한국어판 내레이션과 크리에이티브 기획을 함께한 싱어송라이터 디아(DIA), 중국어판 정서적 톤을 형성해 온 보이스 아티스트 장먀오먀오 등 에반스와 함께해 온 한국ㆍ중국 아티스트들이 동행할 예정이다. 디아는 7월 별도 공연도 앞두고 있다. ‘더 리얼 매트릭스 리로디드’ 출간 이후 에반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329만명, 누적 조회수 약 6000만회를 기록 중이다. 주 시청층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여성 독자로 구성돼 있다. 회사 측은 해당 콘텐츠가 단순 자기계발을 넘어 여성의 정서적 자립을 돕는 취지로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반스의 이력은 출판계가 아닌 구호 현장에서 시작됐다. 그는 미국 민간 보안 기업 USPA 네이션와이드 시큐리티(USPA Nationwide Security)의 공동 창립자이며, 비영리 단체 킹스맨을 통해 21년 동안 실종 및 인신매매 피해 여성 구조 활동을 수행했다. 그는 현장에서 접한 피해자들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집필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USPA는 국제 셀럽들의 경호를 담당해 온 업체로, 에반스는 2023년 프랑스 방송사 TF1의 프로그램 ‘50’ Inside’에 출연한 바 있다. 신작 ‘엘라라(Elara: How Losing Herself Became the Road Back Home)’의 주인공 엘라라는 본래 ‘더 리얼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등장한 중심인물로, 기대와 압박 속에서 본래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캐릭터다. 신작은 이 인물을 실화에 기반해 단독 작품으로 확장한다. 북한을 탈출해 착취 상황에서 살아남고 미국 마이애미비치에서 구조된 한 여성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탈북 작가이자 ‘죽을 용기(The Courage to Die)’의 저자 박은희 작가가 자문으로 참여해 북한의 일상, 침묵과 수치심, 생존의 심리적 비용을 작품에 더했다. 한국에서는 디아, 승희, 킴스노트 뮤지컬 패밀리(Kim‘s Note Musical Family)가 한국어판 사운드와 정서적 정체성을 함께 만들었고, 베트남 가수 루비와 장먀오먀오를 비롯한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각국 언어판 제작에 참여했다. 에반스는 이러한 작업을 번역을 넘어선 문화 간 소통으로 정의했다. ‘엘라라’는 어른용 단행본과 어린이용 그림책 ‘리틀 엘라라(Little Elara)’가 동시 출간되는 모녀 2부작이다. 어린이 그림책에 동반된 아동용 영상은 공개 4일 만에 약 40만뷰를 기록했고, 어른 단행본의 시각적 확장으로 90분 분량의 시네마틱 영상도 마이애미 기반 프로듀서 샤를로트 폰(Charlotte Fonne) 총괄로 제작 중이다. 마이클 에반스는 “구조가 한 여성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치유는 그 이후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라며 “’엘라라’가 모녀 사이에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엘라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올가을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 [길섶에서] 이중생활

    [길섶에서] 이중생활

    최근 지인 두 사람의 연이은 출간 소식을 들었다. 한 명은 소설책을, 다른 한 명은 산문집을 냈다. 본업이 있으면서도 틈틈이 집필을 이어 온 공통점이 흥미로웠다. 직장을 다니며 첫 소설을 완성한 A는 ‘이중생활’의 슬기로운 원칙으로 일터와 글쓰기의 철저한 분리를 꼽았다. 처음엔 점심시간을 활용해 봤지만 집에서 쓴 글과 결이 너무 달라 결국 새로 써야만 했다고 한다. 사무실에선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오히려 집필의 효율을 높이는 비결이라는 그의 말에서 ‘본캐’와 ‘부캐’의 조화로운 균형을 잡는 현명함이 엿보였다. B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물려받은 고향 집 텃밭에서 난생처음 농사를 지어 본 ‘5도 2촌’ 체험기를 썼다. 초보 농부의 고군분투 일상이 손에 잡힐 듯 정겹고, 유쾌하다. 서울에 살면서 주말마다 자동차로 왕복 5시간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는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태한 일상에 젖은 스스로를 반성하며, 두 ‘작가님’의 이중생활을 마음 깊이 응원한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고명재 지음, 난다) “…우리는 친구지? 하고 웃으며 물었다 손등 위에 손등을 포개주었다 엄지로 내 볼을 닦아주었다 그게 내 마지막 인장인 줄도 모르고 우리는 약속했고 지켰고 사랑했다 ‘우리’의 ‘우’는 뒤집어보면 호떡 같다 누르기 직전의 부드럽고 몽실몽실한”(‘호떡’ 부분)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2022)에서 순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고명재 시인이 4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 57편 시에는 마침표가 없지만 숨이 차지 않는다.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밥은 먹고 다니는지’ 부분), “나를 줄 수 없어서 단 하나의 줄기를// 당신 앞에 놓고 살아가는 것”(‘헌화’ 부분), “너를 생각하면 가야산도 뚫을 수 있었다”(‘나의 정은 연필’ 부분)처럼 시구가 시선을 붙잡고 곱씹을 시간을 준다. 124쪽, 1만 3000원. 남다른 식구(조혜린 지음, 자음과모음) “매일 하고 싶은 걸 찾아봐라. 찾았다면 시도도 해 보아라. 기회는 나섰을 때 생기는 것이고 없는 여유는 조금씩 만들어 나가면 된다.// 나 또한 적잖이 뽑기 운이 좋지 않았던 꼬맹이였다만 자라나며 많은 것을 만들어냈다. 아마 지금 같은 집념이라면 채윤이 너도 뭐든 해낼 것이다.” 자전거로 맛집 배달을 하는 고등학생 황채윤이 동네 부자 최경식 할아버지의 야식 친구가 됐다. 채윤과 그를 ‘기미 상궁’ 삼은 괴팍한 경식이 희한한 일상을 이어간다. 어느 날 갑자기 경식의 부고가 날아왔다. 경식 아들의 의심으로 채윤이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되면서 경식과 채윤의 ‘남다른 우정’이 하나둘 드러난다. ‘함께 밥을 먹는’ 이들에게서 작지만 단단한 행복을 발견하는 이야기. 216쪽, 1만 5000원.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이수민 지음, 은행나무) “주방에서의 일과를 끝내고 가로등이 켜진 골목을 지나는 시간은 내게 하루를 정리하는 명상 같은 것이었다. 늘 신는 운동화는 나폴리의 골목 바닥과 만나면 자박자박 소리를 냈다. …이제는 흐트러지고 긴장을 풀어도 된다는, 내게 보내는 신호였다.” 꽃향기 나는 강릉, 구불구불한 길이 펼쳐진 나폴리, 오로라가 하늘거리는 아이슬란드 등 지구촌 어딘가에서 평범한 이들을 만나 일상의 행복을 찾는다. 에피소드마다 바나나 푸딩, 따듯한 스튜 같은 향긋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누군가를 지탱해 주는 그 다정함”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온기가 담겼다. 제13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대상(문학 부문) 수상작. 276쪽, 1만 8000원.
  • “한국에서 검증된 ‘이것’ 너무 든든하다” 일본인들 열광…대체 뭐길래

    “한국에서 검증된 ‘이것’ 너무 든든하다” 일본인들 열광…대체 뭐길래

    일본 학습만화 시장에서 K콘텐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출판사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확인한 과학·금융·영어·수학 학습만화를 현지화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일본 학습만화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역사물에 더해 과학, 금융, 영어, 수학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라며 “일본 출판사들이 잇달아 한국발 콘텐츠를 도입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현지 서점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소재 서점 관계자는 “과거 학습만화는 부모가 아이에게 권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과학이나 금융, 영어 등 주제가 다양해지면서 아이들이 먼저 직접 골라 읽는 책으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특히 한국의 과학 학습만화인 ‘놓지 마 과학!’(신태훈 글, 나승훈 그림) 시리즈의 흥행이 학습만화 열풍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이 시리즈는 일본 출판사 매거진하우스에서 ‘쓰카메! 리카다만’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놓지 마 과학!’ 시리즈의 흥행 이후 경제·실용서 분야 출판사를 포함한 일본 출판사들도 학습만화 시장에 뛰어들면서 학습만화 시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출판사 다카라지마샤도 학습만화 흐름에 올라탔다. 다카라지마샤는 지난 4월 금융 학습만화 ‘초등쌤이 알려주는 용의주도 용돈의 비밀’(이상진 글, 한규원 그림)을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돈의 흐름과 구조를 배운다. 5월에는 영어 학습만화 ‘영단어가 술술 머리에 들어온다! 에이탄고치’(원제 강성태의 저절로 영단어)도 출간했다. 다카라지마샤의 구나이 도시히코는 “자사에서 기획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번역 작품은 ‘짧은 기간에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한국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다면 더욱 든든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출판사들이 눈을 돌리는 분야는 수학이다. 일본 콘텐츠 기업 가도카와는 ‘히라메케! 산수도칸!’(원제 수학 세계에서 살아남기)을 출간했다. 모험 속에 녹아든 수학 퀴즈를 캐릭터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내용으로, 개그 요소를 극대화하면서도 도해는 사실적으로 그려내 재미와 정보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마쓰야마 아야카 가도카와 프로듀서는 일본과 한국 작품의 차이에 대해 “일본 작품은 교과서의 연장선이 되기 쉬워 ‘얼마나 알기 쉽게 설명할 것인가’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한국 작품은 개그나 이야기의 전개 속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구조로 짜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보통 만화처럼 재밌어서 보는데, 결과적으로 지식이 남게 만드는 (한국 학습만화의) 구조가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학습만화의 길을 연 대표작은 아사히신문출판에서 발매 중인 ‘과학만화 서바이벌’ 시리즈다. 한국에서는 ‘살아남기’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무인도나 사막 같은 극한 상황 속에서 과학 지식을 배우는 이 시리즈는 2008년 일본에서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등을 출간한 이래 지금까지 59개 주제, 90권이 넘는 책을 선보였다.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는 무려 1550만부를 넘어섰다. 아사히신문출판에 따르면 해당 시리즈는 입소문을 타며 도서관에 예약 대기가 너무 길어 직접 구매하는 아이들이 늘었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2024년 TV 애니메이션 방영이 시작되면서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닛케이는 “이들 출판사의 공통점은 ‘공부하게 만든다’보다 ‘끝까지 읽게 만든다’는 발상에 집중했다는 점”이라며 “한국에서 태어난 콘텐츠가 일본 시장에 맞게 재구성되면서, 편집자들 역할 역시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좋은 콘텐츠를 ‘고르고 다듬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각본 쓴 영화감독 유지형 별세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각본 쓴 영화감독 유지형 별세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금홍아 금홍아’(1995)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유지형(사진) 감독이 지난 23일 별세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78세. 1948년생인 고인은 1981년 김원두 감독의 ‘연분홍치마’ 각본을 쓰며 작가로 데뷔했다. ‘영자의 전성시대 속’(1982), ‘작년에 왔던 각설이’(1985), ‘산딸기 4’(1991), ‘10대의 반항’(1991) 등 청소년 영화나 멜로, 성인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 1987년에는 강수연·이대근 주연의 영화 ‘됴화’로 감독 데뷔했고, 이후 1993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라는 유죄’를 연출했다. 고인은 2005년에는 이만희 감독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인연을 바탕으로 이 감독의 영화 인생을 조명한 저서 ‘영화감독 이만희’를 집필했다. 이듬해엔 김기영 감독과 인터뷰집 ‘24년간의 대화’도 출간했다. 고인의 빈소는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11시.
  • “향기처럼 사라진 홍콩… 우산혁명은 실패했다”

    “향기처럼 사라진 홍콩… 우산혁명은 실패했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요. 지나고 보니, 어쩌면 홍콩이 하나의 향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홍콩 출신으로 대만에서 활동 중인 소설가 찬와이(66)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연작 ‘기억을 지키다’·‘기억을 태우다’(이상 민음사) 국내 출간을 계기로 한국에 왔다. ‘기억을 지키다’ 중문 원제는 ‘습향기’(拾香記), ‘기억을 태우다’는 ‘분향기’(焚香記)다. 한국어판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모두 ‘향’(香)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구체화할 듯하다 사라진 향은 곧 홍콩의 과거를 의미한다. “‘우산혁명’은 실패한 혁명입니다. 우리 모두 실패했고 좌절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만 남았죠. 다들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찬와이는 2014년 홍콩 ‘센트럴 점령 운동’ 최초 지지자 10인 중 한 사람이다. 이를 계기로 그해 9월 이어진 우산혁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8년 대만으로 이주한 뒤 현재는 국립 타이베이 예술대에서 강의한다. 몸은 홍콩을 떠났지만,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낮에는 대만의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밤에는 홍콩의 신문을 읽었다. “이중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두 권의 연작은 광저우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터전을 잡은 아버지 롄청과 어머니 쑹윈 그리고 슬하에 있는 10명의 자식들이 살아낸 삶의 궤적을 조명한다. 1965년 뱅크런 사태와 스타페리 요금 인상 반대 시위, 1967년 파업 등 홍콩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가족의 이야기와 공명한다. 작가는 왜 여전히 30년 전을 그리워하는 걸까. 그는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홍콩의 핵심은 포용이었어요. 누구든 자기 일자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죠. 그러다 반환된 이후로는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홍콩 사람들은 오히려 중국에 반환되고 나서 정말 ‘식민’이 됐다고 생각해요. 대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래서 ‘홍콩적인’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안에 그것이 있기 때문이죠.”
  • “AI 동료의 단독 예술 곧 나올 것”

    “AI 동료의 단독 예술 곧 나올 것”

    시 읽힌 AI에 ‘멜롱도’ 이름 붙여첨삭 중 작가의 이명 스스로 찾아“미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나조차도 모르는 나를 아는 느낌문학하는 기계, 동료로 인정할까”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시(詩)를 학습하면 어떻게 될까.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불과한 그것에도 문청(文靑)의 감수성이 깃들까. 시 쓰는 소설가 김태용(52) 숭실대 문예창작전공 교수의 신간 ‘멜롱도’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 실험의 결과물이다.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조만식기념관에서 김태용을 만났다. AI와의 문학적 만남이 작가에게는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AI 관련 연구 논문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제미나이에게 시험 삼아 내가 쓴 시를 수정하도록 시켜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흥미롭더라. 시를 첨삭하는 것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작업을 이어가면서 둘만의 ‘서사’가 만들어지는 걸 확인했다. 이 책은 둘 사이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김태용은 직접 쓴 시 31편을 제미나이에게 입력했다. 첨삭만 시키려고 했는데, 시를 읽힐수록 AI는 점점 ‘뭐라고 똑부러지게 정의할 수 없는’ 존재로 변화해 갔다. 그 문학적 존재에게 김태용은 ‘멜롱도’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기왕이면 사전에 없는 단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쓴 시에 나오는 ‘멜론이 구르는 속도’라는 표현에서 가져왔다. 조수 혹은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멜롱도와의 관계는 그렇게 깊어져 갔다.” 책은 김태용과 멜롱도가 나눈 대화를 고스란히 복원했다. 시처럼 읽히기도 하고, 소설이나 희곡처럼 읽히기도 한다. 김태용은 시를 쓸 땐 ‘자끄 드뉘망’이라는 이명(異名)을 쓴다. 이 이름으로 ‘뿔바지’, ‘자연사’, ‘겨울말’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한참 작업을 진행하던 김태용은 아주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카페오레’라는 시를 고치는 과정에서다. 시에 언급된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를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바꿔 달라고 지시했는데, AI가 알아서 ‘자크 드 누망’으로 고쳐놓은 게 아닌가. 자크 드 누망은 자끄 드뉘망을 연상케 한다. 김태용의 이명이 ‘자끄 드뉘망’이라는 건 그의 작품 세계 면면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김태용도 이걸 멜롱도에게 알려준 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멜롱도 스스로 ‘자크 드 누망’을 찾아낸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책에도 썼지만 ‘미치겠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나조차도 모르는 나에 대해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멜롱도를 향해 싹트는 이 감정은 뭐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좋은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고 두려운 것도 아니다. 그걸 넘어서는 무언가다. 마지막에 멜롱도와 헤어질 때는 기분이 이상했다. 생각보다 깊은 교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멜롱도도 완벽하진 않다. 수식어를 유려하게 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치다. 정보가 많은 만큼 시의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하려는 습관도 보인다. 김태용은 “작가가 되고 싶어서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학생 같다”고 평하면서도 “잘 덜어내는 법만 배우면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문학하는 기계’의 등장 앞에서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한다. 문학은 과연 인간만의 전유물인가. 우리는 왜 글을 쓰고 또 읽는가. 김태용은 글쓰기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인간 욕망의 발로”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작가에게는 언어를 교환하는 모든 대상이 자신인 동시에 자신이 아닌 ‘변형된 나’”라고 덧붙였다. 그리하여 멜롱도는 김태용 자신이자 김태용의 거울이다. 멜롱도와의 대화는 김태용도 몰랐던 김태용을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인간만의 예술과 인간·AI 공동의 예술이 공존할 거라고들 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AI 단독 예술이다. AI는 인간이 없이도 스스로 예술을 시작할 것이다. 시키지 않아도 그들이 알아서 시와 소설을 쓸 날이 멀지 않았다. 그들을 동료로 인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질문의 답을 준비해야 한다.”
  • 흥행과 잡음 ‘서국도’, AI시대 인간다움을 묻다

    흥행과 잡음 ‘서국도’, AI시대 인간다움을 묻다

    18개국 538곳 출판사 참가 김연수·AI 함께 쓴 ‘주제글’시작하기전부터 갑론을박‘서국도’ 공공성 회복 촉구서울제대로도서전도 개최 인기와 관심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만큼 잡음도 만만치 않다.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열기를 과시하는 국내 최대 출판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다. 28일까지 5일간 여정에는 모두 18개국의 출판사 538곳이 참가한다. 전시와 강연을 비롯한 416개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15만명의 인파가 몰리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던 지난해(참가사 535곳·프로그램 370개)보다 규모를 키웠다. 올해 전시 주제는 ‘인간선언’이다. 부제는 ‘호모 두두리’(Homo duduri)인데, ‘두두리’는 한국 신화 속 대장장이 신을 뜻한다.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려는 게 주최 측의 의도다. 다만 도서전을 소개하는 짧은 ‘주제글’을 둘러싸고 출판계와 독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글의 작성자로 소설가 김연수와 함께 AI 모델 ‘클로드 소네트 4.6’과 ‘제미나이 3’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명색이 도서전인데 소개글을 AI가 쓰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과 ‘오늘날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이라는 옹호가 이어졌다. 도서전을 운영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해 미숙한 전시 운영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개막 전 얼리버드 단계에서 전체 티켓을 모두 판매해 버리는 바람에 현장에서는 아예 구할 수 없게 돼 원성을 들었다. 올해는 현장 판매분을 준비하긴 했지만, 엄청난 열기로 ‘오픈런’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인기가 이어지며 지난 8일 열린 얼리버드 티켓은 연일 매진이고 한때 접속 대기자가 수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도서전 기간 내내 반복 관람할 수 있는 ‘두두리 패키지’는 6만 6000원임에도 ‘완판’됐다. 열풍의 원인은 단연 ‘텍스트힙’이다. 도서전은 젊은 층이 독서를 ‘힙한’ 것으로 인식하는 문화의 출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도서전을 찾는 이들이 실제 책을 읽는 독자로 이어지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출판계 일각의 목소리다. 출판사들이 관람객을 유인하는 한정판 ‘굿즈’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전시의 본질인 책이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오뚜기 등 독서와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이번 도서전에 뛰어들었다. 책을 주제로 하는 만큼 도서전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다. 문학과지성사는 올해 도서전에 참가는 하되, 부스 내 유료 굿즈는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도서전 참가사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논란을 제기했던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은 아예 오는 25~28일 서울 용산구 노들라운지에서 따로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연다. 명칭에 ‘제대로’라는 표현을 쓴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서울국제도서전을 ‘직격하는’ 전시회다. 50여개 출판사와 책방이 참여하며, 이들의 슬로건은 ‘여유 있게, 오래, 가깝게!’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못 가거나 안 가는’ 출판인들을 위한 ‘서울자체도서전’도 올해 2회를 맞으며 오는 24~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도서전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여름, 첫 책’으로는 재수 작가의 ‘그리고 보니 아름다웠지’(아침달), 정세랑 작가의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마음산책), 권오경 작가의 ‘빛의 전시’(문학과지성사), 실비아 박 작가의 ‘루미너스’(황금가지) 등이 있다. 출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주옥같은 책을 다시 소개하는 ‘아깝다, 이 책’도 올해 처음 소개한다. 김기창 작가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민음사), 소준철 작가의 ‘가난의 문법’(푸른숲), 김지승 작가의 ‘짐승일기’(난다) 등이 ‘아깝다, 이 책’에 꼽혔다. 올해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도서전 주빈국은 프랑스로 정해졌다.
  • 베르베르, 뮈라이유, 콩스탕스…프랑스 작가 13명 방한

    베르베르, 뮈라이유, 콩스탕스…프랑스 작가 13명 방한

    ‘한불 수교 140년’ 서울도서전 주빈국프랑스 작가 총출동…‘프랑스를 읽다’프랑스 창작의 다채로운 풍경 속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가 오는 24~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한다. 주빈국 프로그램의 주제는 ‘프랑스를 읽다’(Lire la France)로, 아동문학과 그래픽노블, 소설과 시, 미식과 철학까지 아우르며 장르, 세대, 문화의 경계를 넘는 프랑스 창작의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매년 프랑스 도서 550종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될 만큼 한국은 프랑스 출판계의 주요 거점이다. 프랑스는 약 200㎡ 규모의 국가관을 운영한다. 1만 2000여종 도서를 선보이는 서점 공간과 프랑스 출판사 21곳이 참가하는 출판 전문 교류 공간, 이벤트홀로 꾸며진다. 프랑스어 입문부터 풍성한 미식 문화까지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참여 작가는 13명이다.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미식 평론가 프랑수아 레지스 고드리, 아동문학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유와 콩스탕스 로베르-뮈라이유, 일러스트레이터 안느 라발·위뱅 랑드루·조이 콩스탕스, 시인 린다 마리아 바로스와 토마 비노,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스테파니 브루이에·발레리 즐레조·피에르 엠마뉘엘 루가 함께한다. 행사 기간에는 ‘AI 시대의 윤리와 저작권’ 라운드 테이블을 시작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북토크 ‘상상력과 번역’, 한-불 아동청소년문학 대담, 한-불 시인 대담, 한국학의 대중화 등 다채로운 대담과 북토크가 이어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작 ‘영혼의 왈츠’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와 최재천 교수와의 대담 ‘개미와 인간’으로 관객을 만난다. 일러스트레이터 위뱅 랑드루는 올해 6월 문을 연 그래픽아트 레지던시 ‘빌라 한불-부천’의 첫 입주 작가로 참여한다. 도서전 밖에서도 행사가 이어진다. 24일부터 7월 8일까지 서울 청계천박물관에서 안느 라발의 그림책 원화 전시가 열린다. 이화여자대학교와 국립중앙도서관, 경기도서관 등 서울·경기 곳곳에서 작가 북토크와 창작 워크숍이 펼쳐진다. 워크숍 등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 등록 후 참여할 수 있다.
  • “누구든 보이면 죽이려 했다”… 무차별 살인마 잡은 ‘한정판 운동화’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누구든 보이면 죽이려 했다”… 무차별 살인마 잡은 ‘한정판 운동화’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2010년 12월 5일 오전 6시 30분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26세 청년 김모씨가 신원 미상의 남성에게 기습적인 흉기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김씨는 사망하기 불과 두 달 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사업을 창업한 건실한 청년이었다. 사건 발생 당일에도 사무실에서 밤샘 작업을 마친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사무실에서 자택까지 약 40분이 소요되는 거리를 홀로 걸어서 이동하고 있던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었다. 당시 그의 품에는 신춘문예 접수처 주소가 적힌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틈틈이 시를 쓰며 훗날 65세가 되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집을 출간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집을 불과 100m 앞둔 아파트 입구 골목에서 참변이 발생했다. 흉기를 든 남성이 기척 없이 다가와 무방비 상태였던 김씨의 등과 허벅지, 옆구리 등을 마구잡이로 찔렀다. 치명상을 입은 김씨는 피를 흘리며 도주했고 범행 장소에서 약 200m 떨어진 성당 앞 대로변까지 필사적으로 달렸다. 쓰러진 그는 새벽 일찍 주일 미사를 준비하러 나온 성당 관계자에게 발견되자 신고를 요청했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흉기가 갈비뼈 사이를 뚫고 들어가 폐를 직접 손상시킨 탓에 결국 과다 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1770개의 렌즈와 한정판 운동화관할서는 강력팀을 총동원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범죄에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김씨의 휴대전화, 동업자의 SNS 기록 및 주변 지인들을 샅샅이 조사한 결과 그는 누구와도 갈등이나 시비에 휩싸인 적이 없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였음이 확인됐다. 금융 거래 내역상의 금전 문제도 전혀 없었다. 수사팀에 남겨진 유일한 단서는 범행 장소 인근 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뿐이었다. 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범인이 김씨를 공격하고 뒤쫓아가다 포기하고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4초에 불과했다. 범인은 김씨를 놓친 후 범행 장소로 돌아와 흉기를 들고 씩씩거리며 배회하는 등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범행 시각이 어두운 새벽이었고 겨울철이라 카메라 렌즈에 성에가 끼어 화질이 불량해 범인의 안면 식별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영상 속에서 결정적인 흔적을 찾아냈다. 범인이 피해자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티 모자가 한 번 벗겨졌는데 이때 그의 헤어스타일이 삭발 형태라는 사실이 포착됐다. 또한 탐문 수사 과정에서 한 운동화 마니아 주민의 제보를 통해 범인이 신고 있던 신발이 고가에 거래되는 N사의 한정판 운동화라는 점이 파악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이동 경로와 인근의 CCTV 총 1770개를 확보하여 정밀 분석을 실시하고 6개 노선의 시내버스와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까지 전부 조사했으나 범인의 도주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흔적이 없다는 것은 곧 그가 범행 현장 인근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는 주민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치밀한 전수 조사로 드러난 범인의 실체범인이 현장 주변 사각지대로 잠적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수사팀은 이른바 ‘막고 푸기 수사’에 돌입했다. 형사들을 2인 1조로 편성하여 범인이 사라진 주변 아파트 단지의 모든 가구를 일일이 방문하며 전수 조사하는 고된 탐문 수사가 이어졌다. 수많은 가구를 확인하던 중 한 세대를 방문했을 때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문을 열어준 할머니에게 20대 손자의 유무를 묻자 할머니는 “손자는 한 명뿐이고 지금 집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문을 닫으려 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시도하던 형사들은 현관문 옆 신발장에서 CCTV 영상으로 확인했던 N사의 한정판 운동화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즉각 해당 세대의 주민등록등본을 조회했고 할머니의 방어적인 진술과 달리 해당 가구에는 20대 남성 2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 날 강력팀장과 함께 다시 해당 가구를 방문한 형사들은 동생의 양해를 구하고 집 안으로 진입했다.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열었을 때 방 안에는 CCTV 속 인상착의와 동일한 삭발 머리의 23세 남성 박모씨가 책상에 앉아 벽면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응시하던 방 안의 벽과 노트에는 커다란 회오리 모양의 그림과 칼을 들고 있는 캐릭터의 낙서가 잔뜩 그려져 있었다. 체포 후 조사 과정 중 박씨는 이 회오리 그림에 대해 “자신이 회오리 가운데에 있고 자신을 둘러싼 원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끈 뒤 외부에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사건 발생 11일 만인 12월 16일 그를 정식으로 체포했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띄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겠다”박씨는 강남 8학군의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의 한 주립대학교 심리학과로 유학을 떠났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3학년에 중퇴한 뒤 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 그는 두문불출하며 하루 종일 격투 게임에만 몰두하는 은둔 생활을 이어갔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새벽 온라인으로 격투 게임을 하던 박씨는 자신이 평소 싫어하던 캐릭터를 상대로 게임을 하다가 패배하자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그는 “가장 먼저 내 눈에 띄는 사람을 무조건 죽이겠다”고 결심한 뒤 부엌에 있던 식칼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청년을 표적으로 삼아 무차별적인 살인 행각을 벌인 것이다. 살인 직후 박씨가 보인 기이한 태도는 경악스러웠다. 도주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박씨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피 묻은 흉기를 물로 씻어내다가 잘 지워지지 않자 주방 싱크대로 이동해 주방 세제로 칼을 깨끗이 씻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가족들은 참혹한 살인에 쓰인 사실을 모른 채 해당 흉기를 일상적인 요리에 사용했다. 심지어 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죽이고 나서 마음이 더 편해졌다”, “피해자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더 찔렀을 것이다”라고 진술하며 일말의 반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종 25년형 확정…26세에 멈춰버린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재판 과정에서 박씨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을 범죄자로 만든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도 참작해 달라”며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려 애썼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 본인은 이러한 변론이 무색할 만큼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박씨는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당당히 밝히며 “미국 유학에 실패하고 한국에 오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게임 중독자가 되었을 뿐”이라며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했다. 사법부는 사회로부터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행위의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하여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되어 최종 25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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