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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퓰리처상 수상자가 꾹꾹 눌러쓴 362편 영화 평론, 4권의 책으로

    퓰리처상 수상자가 꾹꾹 눌러쓴 362편 영화 평론, 4권의 책으로

    “양로원을 방문했을 때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배정된 층의 복도를 걸어 본 적이 있다. 어떤 분들은 불안해하는 듯 보였다. 어떤 분들은 화가 나 있었다. 어떤 분들은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그분들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도무지 알 길이 없는 나는 불안해하거나 화를 내는 분들이 자신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하는지 궁금했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는 동안 소극적으로 앉아만 있던 환자들이 떠올랐다. 기억이 깨끗하게 지워져 버린 그들은 늘 순간순간에만 존재하고, 그들은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그들에게는 그 순간이야말로 전부이기 때문이다.” 딱딱한 비평이 아닌 에세이 스타일로 쓴 영화 비평이 공감을 자아낸다. 그저 영화를 설명하고, 칭찬하거나 나쁘다고만 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글 한 편 한 편에 저자의 성찰이 고스란히 녹았다. 영화를 사랑한 진정한 이야기꾼,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영화 평론가로 알려진 로저 에버트의 전작과 유작을 담은 4권짜리 영화 비평 모음집 ‘위대한 영화’(을유문화사)가 출간됐다. 1942년생인 로저 에버트는 20대 중반 때인 1967년부터 ‘시카고 선 타임스’에서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30대 초반이었던 1975년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한다. 영화 평론가가 퓰리처상을 받은 경우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그해부터 동료 평론가 진 시스켈과 함께 TV에 출연해 수년간 영화 평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른바 ‘스타 평론가’로 자리매김한다. 이어 영화사의 걸작을 재조명하는 리뷰를 시작한다. 1997년부터 격주로 나온 리뷰들은 미국의 수많은 영화팬들로부터 호응을 얻는다. ‘위대한 영화’는 이를 묶은 책이다. 100편을 묶은 1권이 2002년 나왔고, 이어 2005년, 2010년까지 3권이 나왔다. 로저 에버트가 숨을 거둔 후 2016년에 유작을 모은 게 4권이다. 4권의 책에 담긴 362편의 글은 20세기 영화사를 고스란히 돌아본다. 1권에서는 말론 브랜도의 열연이 눈부신 ‘대부’(1972),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력을 볼 수 있는 ‘이티’(1982), ‘쉰들러 리스트’(1993), 그리고 ‘스타워즈’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담겼다. 2권은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인 ‘국가의 탄생’부터 과도한 폭력성으로 비난을 받은 ‘스카페이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1988)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3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다. 감독의 대표작인 ‘화니와 알렉산더’(1982)를 비롯해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겨울 빛’, ‘침묵’ 등 ‘베리만 3부작’ 전체를 다룬다. 이밖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철학적인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1940)까지 챙겼다. 1~3권에는 각각 100편의 글이, 마지막 4권에는 62편만 실렸다. 저자가 집필하다 숨을 거뒀고, 유족이 4권의 분량을 100편으로 억지로 맞추는 데 반대해 결국 62편으로 마무리했다. 4권에는 일본 영화를 비중 있게 다룬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36년 작품 ‘외아들’과 다키타 요지로의 ‘굿바이’(2008)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봐야 할 8편을 담았다. 특히,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1958)는 저자가 숨지기 한 달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발표한 글로, 4권의 마지막에 실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자신이 과거에 쓴 리뷰에 관한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고, 학생들과 영화를 분석하면서 나온 흥미로운 의견을 두루 소개하기도 한다. 감독이나 배우들과 나눈 이야기들도 간간이 수록했다. 영화 한 편으로 장르 전체를 파헤치거나 인물이나 캐릭터를 주제로 해 영화 전반을 두루 살피는 부분도 눈여겨보자. 깊이 있는 성찰을 수려한 문체로 자아낸 비평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 거주 미국인 ‘직지환수 운동’ 책으로 발간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환수 운동 6년을 책으로 펴냈다. 리처드 패닝턴 직지환수추진위원회 대표는 다음달 1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직지와 한 NGO(비정부기구)의 외로운 투쟁’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그는 서울의 모 로펌에 근무한다. 리처드는 직지 환수 운동 기록과 함께 영국 옥스퍼드대 ‘실크로드와 새로운 역사’을 비롯한 책과 논문, 기사 등을 인용해 직지의 세계사적 의미도 책에 담았다. 그는 “직지 환수 운동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고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2013년 한국사 관련 책을 읽다가 직지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한국인 지인 몇 명과 직지환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직지 원본 환수 운동에 나섰다. 강남 지하철역 등에서 운동을 벌여 8000여명의 서명도 받았다. 이 직지는 초대 및 3대 조선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1880년 말~1890년대 초 사이 한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지금까지 세계 유일의 원본으로 알려졌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낯선 이웃(이재호 지음, 이데아 펴냄) 지난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예멘 난민을 포함, 총 12개국에서 온갖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들의 이야기. 난민 기획 기사로 제21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들의 범죄율이 높거나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며 한국인들이 난민에게서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신분 상승과 이주의 욕망을 보아 이들을 혐오했다고 말한다. 328쪽. 1만 7000원.병원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경영 이야기(김종혁 외 5인 지음, 김영사 펴냄) 대형 병원의 의사, 보직자, 혁신 책임자, 병원 컨설턴트가 우리나라 대형 병원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병원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접어든 시대에 조직 운영, 전략 기획, 성과 관리, 인사 업무, 병원 문화에 기초해 대형 병원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솔루션을 내놓는다. 228쪽. 1만 3800원.습지주의자(김산하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가 쓴 습지를 무대로 한 픽션.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로 불리는 저자는 ‘노는 땅’으로 폄하되는 습지라는 공간을 서식지이자 상상력의 원천으로서 조명한다. 312쪽. 1만 9500원.늦저녁의 버스킹(김종해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삶과 존재에 대한 경험적 통찰을 선보여 온 원로 시인의 12번째 신작 시집. 인간의 죽음과 이별에 대해 깊이 명상하는 시인은 풀잎과 민들레, 식탁위의 밥,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 같은 소박한 시어들에 기대 ‘영원의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168쪽. 1만 2000원.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밝은세상 펴냄) 한국에서 16번째로 출간되는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야생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지중해의 진주, 보몽섬에서 유칼립투스나무에 못 박혀 죽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최근 스릴러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는 ‘페이지터너’로서의 기욤 뮈소를 느낄 수 있는 책. 340쪽. 1만 4800원.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금수현·금난새 지음, 다산책방 펴냄) 지휘자 금난새가 아버지와 함께 써내려 간 에세이집. 작곡가이자 성악가였던 아버지 금수현(1919~1992)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들 금난새가 직접 추려 다듬은 아버지의 글 75편에 아버지와 음악, 자신의 삶을 회고한 글 25편을 더해 총 100편의 에세이를 실었다. 272쪽. 1만 6000원.
  • 여성 혐오에 던지는 날카로운 ‘책’&‘창’ 각자가 품을 강인한 언어와 재료

    여성 혐오에 던지는 날카로운 ‘책’&‘창’ 각자가 품을 강인한 언어와 재료

    정해진 원칙이나 규칙 같은 건 없다. 거창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페미니즘 책만을 출간한다’는 하나의 약속만 있을 뿐이다.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두 달 뒤 문을 연 ‘봄알람’은 여성 혐오에 함께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여성들이 만든 출판사다.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은 ‘현실에 즉각적으로 개입해 여성의 삶을 바꾸어낼 수 있는 시도를 하자’는 신조 아래 지난 3년간 여성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책으로 펴내고 있다.봄알람의 시작은 필연적인 우연에서 비롯됐다. 강남역 살인 사건 직후 혐오와 막말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대화 매뉴얼을 책자 형태로 만들고 싶었던 이민경 작가는 온라인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했다. 이 작가의 취지에 공감한 우유니게 디자이너와 이두루 편집자, 정혜윤 마케터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고 집필과 디자인, 편집을 동시에 진행했다. 합작의 결과물은 봄알람의 시작을 알리는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이하 입트페)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판매한 이 책은 자신을 ‘강남역 세대’라고 지칭하는 20~30대 여성과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입문하게 된 10대들에게 두루 읽히며 예상 밖의 화제를 모았다. 여성들의 연대 의지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확인한 네 사람은 직후 출판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이들이 펴낸 책은 총 11권이다. 역사에서 지워진 수많은 여성의 계보를 따라가는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외롭지 않은 페미니즘’(2016)을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의미를 분석한 ‘메갈리아의 반란’(2016),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 자세히 짚은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2017), 유럽 5개국 낙태권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유럽낙태여행’(2018) 등 주제도 다양하다. 봄알람은 지난 7월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3인 체제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의 존재 의미를 되돌아봤다는 봄알람은 로고에도 변화를 줬다. 여성 혐오에 지친 여성들을 위로하는 책을 펴낸다는 의미의 폭신폭신한 쿠션 이미지는 좀더 뽀족한 이미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을 만들어 각자 품에 품은 창이 돼 줄 강인한 언어이자 재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여성과 연대하는 출판사’ 봄알람의 운영진 우유니게 디자이너, 이두루 편집자, 이민경 작가를 만나 봄알람의 지난 3년을 돌아봤다.[시작&진화] -‘봄알람’(Baume a l’ame)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우유니게 “프랑스어로 ‘마음의 연고’, ‘영혼의 안식’이라는 뜻이에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던 당시에 저를 포함해 많은 여성들이 상처받고 지쳐 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또 위로가 되고 싶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이름을 택하게 됐습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알람’이라는 의미의 한국말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각자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인식하게 된 개인적인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이민경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화는 2012년 무렵부터였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이 페미니즘 운동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같은 위기에 놓여 있는 여성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연대감이 저를 추동한 감정이었습니다.” 이두루 “‘남초’ 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은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남자들은 왜 저럴까’로 바뀌었어요. (남녀 사이에) 인간으로서의 어른스러움 같은 됨됨이의 격차가 갈수록 심하게 벌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나가니까 그게 더 심해지더라고요. 남자들은 좋은 대우를 받고 상대적으로 태평하게 사는 반면 여자들은 늘 실력 있고 사려 깊은 동시에 겸손하면서 ‘남자들한테 잘하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이런 차이의 원인을 초봉이나 승진 차별 같은 것과 엮어서 성차별이라는 구조의 문제로 호명하게 됐습니다. 성차별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후 메갈리아가 나오면서 점점 각성의 언어를 얻게 됐어요.” 우유니게 “저도 메갈리아가 생겼을 때 제 삶에 많은 지각변동이 있었어요. 소위 ‘미러링’이라고 불리는, 성별을 반전시킨 언어들을 보며 뒤통수를 맞은 듯 인식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가부장제와 성적 대상화, 차별 범죄 등에 대해 보다 세세하게 감지하기 시작했어요.” [‘입트페’&호신술] 봄알람이 지속적으로 페미니즘 책을 출판하는 동력이 된 건 첫 책 ‘입트페’다. 책은 여성들이 성차별을 주제로 한 각종 대화에서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시원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성차별 회화 실전 대응 매뉴얼’이다. 쏟아지는 온갖 막말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호신술’이 필요했던 여성들은 이 책에 크게 응답했다. 3주 동안 텀블벅을 통해 후원받은 금액만 4400여만원이다. 당초 목표액으로 정한 200만원의 22배에 달한다. 2016년 7월 출간 이후 43쇄를 찍었고 누적 판매 부수 6만 3000부를 넘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며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한국의 대표 페미니즘 도서로 조명받고 있다. -첫 책 ‘입트페’의 인기가 대단했죠. 이두루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생존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잖아요. 여성들은 당장 너무 괴로운데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오히려 ‘이게 왜 여성 혐오 범죄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니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래서 평소에 책을 찾아보지 않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은 것 같아요.” 이민경 “그때 여성들의 집단적인 열망과 열정이 있었던 거죠. 저희도 그 열망의 일부였고요.” -일본에서는 어떤 계기로 이 책이 출간됐나요. 이두루 “일본 출판사 타바북스 사장님이 한국에 독립서점들이 잘 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러 왔는데 어떤 독립서점에서 저희 책 ‘입트페’를 보신 거예요. 근데 다음 독립서점에 갔는데도 또 있더래요. 계속 눈에 걸리니까 어떤 책인지 알아보고 재밌다 싶어 사가셨는데 그 이후에 저희에게 판권을 사겠다고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이민경 “‘82년생 김지영’과 ‘입트페’ 두 책이 일본에서 페미니즘에 입문하는 데 읽기 좋은 도서로 분류된대요. 최근에 제가 일본에서 북토크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일본인들에게 듣기로 일본에서도 대중적 페미니즘이 시작되려는 분위기래요. 보통 한국을 참조 집단으로 삼는다고 하더라고요.”[현실&이슈] 구성원들의 표현에 따르면 봄알람은 “현실에 즉각적으로 접속하는 편”이다. 연간 계획을 세워두고 그 흐름에 따르기보다는 시의성 있는 기획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번 현재와 미래를 빠르게 반영한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봄알람은 조직을 개편한 이후 첫 책으로 호주의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레나트 클라인이 쓴 ‘대리모 같은 소리(원제 ‘대리모:인권 침해’)’를 번역·출간했다. 국내에서 대리모 이슈를 다룬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책들을 많이 선보이는데 기획은 어떻게 하나요. 이민경 “‘입트페’를 예로 들면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아드레날린 같은 게 있었잖아요. 그게 뭔가를 떠오르게 했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비전 같은 것도 보였던 것 같아요. 이런 게 막 끓어오를 때 담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책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두루 “유민석 작가가 쓴 ‘메갈리아의 반란’은 시의적이기도 했지만 메갈리아는 기록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출간할 가치가 있다’는 점만 팀원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출간으로 이어지는 편이죠. 결재를 받기 위한 구조가 많지도 않고 사장이 저희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으니까요.” 우유니게 “사실 저희에게 필요한 내용이 엄청 많아요. 다 필요한 주제이고 아직 안 나온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저희끼리 ‘이거 어때, 해볼까’ 하면 보통 필요한 이야기거든요.” -최근 출간한 ‘대리모 같은 소리’는 어떤 점에서 현재 주목해야 하는 책인가요. 이민경 “저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번역을 많이 했어요. 여성의 몸 사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임신과 출산 문제예요. 사실 한국 이성애 불임 부부들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대리모를 많이 쓰거든요. 서울의 한 대형병원만 해도 대리모를 생명을 낳게 해 주고 불임을 해결해 주고 부부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언어로 잘 포장하고 있더라고요. 부각이 안 됐을 뿐이지 대리모 이슈가 한국 사회에 이미 도착한 거죠. 여성들이 교양으로 학습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사유를 넓히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입니다.” [출판사&활동가] 봄알람은 출판사이지만 책을 매개로 여성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활동가 집단’이기도 하다. 하나의 정치체로서 출판이라는 형식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들과의 연대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성주의 단체 ‘페미당당’과 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에 안전한 임신중단 약물을 보내주는 웹사이트로,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츠가 만든 ‘위민 온 웹’ 등과 함께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 시위에 참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페미니즘 책을 꾸준히 내는 건 세상에 한 권의 책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보입니다. 이두루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언어와 지식이 편집을 거친 형태로 많이 나오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말과 앎이 현재의 명백한 성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많은 면에서 여성은 ‘2등 시민’이고 소수자인 엄연한 현실을 계속 얘기하면서 깨우치지 않으면 여성들도 불평등을 끊임없이 기본값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 사회를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쭉 해야 돼요. ‘남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책은 안 내냐’는 질문도 받곤 하는데 현재로서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유니게 “‘여성 인권 즉 내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게 저의 기본 태세에요. 책을 펴내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봄알람의 책들이 다루는 이슈들이 더 가시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 입에 올려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와중에 연계된 활동이나 연대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출판사이면서 활동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희망] -장기적인 관점에서 봄알람이 지향하는 바가 있나요. 이두루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희 책이 읽혔으면 해서요. 또 고정 독자층을 늘려 가고 싶어요. ‘입트페’ 나왔을 때처럼 뜨겁고 격렬한 반응이 아니더라도 저희가 내는 책을 보면서 저희 콘텐츠에 신뢰를 가지고 ‘봄알람 책 괜찮다’고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유니게 “2017년에 출간한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는 사실 주목을 많이 못 받았어요. 출간 당시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아서 의아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여성의 임금 문제나 노동 문제, 고용 차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가 낸 책이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민경 “저는 봄알람에서 기획과 집필을 맡고 있잖아요. 근데 아이디어가 있어야 기획도 잘할 수 있거든요. 기획은 무언가를 포착해야 하는데 포착력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더라고요. (세상에 대한) 개방성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제 목표예요. 세상에 대한 흥미도 잃지 않고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펭수 다이어리 판매 속도, ‘文대통령 타임지’ 넘었다

    펭수 다이어리 판매 속도, ‘文대통령 타임지’ 넘었다

    EBS의 펭귄 캐릭터이자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주인공 펭수의 에세이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 국내 대형 인터넷서점들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펭수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펭수 다이어리는 예스24에서 3시간 만에 판매량 1만부를 돌파해, 1분당 56권이 팔렸다. 이는 1분당 42권이 팔렸던 2017년에 출간된 문재인 대통령이 표지에 실렸던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을 뛰어넘는 수치다. 인터파크에서는 판매 6시간 만에 6500부가 판매됐다. 알라딘에서는 10분 만에 1000부가 판매됐다. 주된 구매층은 평균 연령 32세의 ‘2030’ 여성이다. 박하영 알라딘 도서팀장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판매된 단행본은 역대 처음”이라고 전했다.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펭수의 에세이 다이어리로 펭수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감동적인 멘트, 자작곡 등을 담았다. 정식 출간은 새달 19일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박진영 전 국가균형발전위 대변인 출판기념회 성황

    박진영 전 국가균형발전위 대변인 출판기념회 성황

    박진영 문재인대통령 직속 전 국가균형발전위 대변인의 ‘혁신의 법칙’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23일 운양동 아트빌리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김두관·한정애·정봉주 의원과 정하영 시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박 대변인은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포시 을 지역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원혜영 의원, 박남춘 인천시장, 엄마손 칼국수 서재현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김해영 최고위원, 김진표 의원, 김부겸 의원, 박범계 의원, 송영길 의원, 이개호 의원, 안민석 의원, 최재성 의원, 이원욱 의원,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동형 작가 등이 영상축사와 축전을 보냈다. 박 전 대변인의 폭넓은 중앙정치 인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색적으로 홍순봉 전국시각장애인협회장이 참석했고 점자책까지 출간해 평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마음을 표시내기도 했다. 박 전 대변인은 다음달 2일 국회에서 공공기관 이전 토론회와 부산, 광주에서는 출판기념회와 특강할 계획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가는 곳마다 야유…트럼프 가족들 잇딴 수모

    가는 곳마다 야유…트럼프 가족들 잇딴 수모

    아들에 이어 이번에는 부인이 야유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이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지역에 갔다가 야유를 받았다고 AP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청소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사회자가 멜라니아 여사를 소개하자마자 장내에선 환호와 야유가 섞어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마약 오남용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선 자리였지만, 객석에서는 환호보다 ‘우~’ 하는 야유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반응에도 멜라니아 여사는 “행복한 추수감사절을 보내십시오. 신이 여러분과 가족, 미국을 축복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마무리 인사와 함께 연단에서 내려왔다. 이같은 객석의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티모어에 대해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다.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 미국 최악의 지역”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쓴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고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비난하면서 이같은 글을 남겼다. 커밍스 의원이 흑인이고, 볼티모어가 흑인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인종차별 논란을 낳기도 했다. 트럼프 가족이 가는 곳마다 야유를 받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달 중순 자신의 신간 ‘분노폭발’의 출간을 알리는 북콘서트를 열었다가 야유를 받고 쫓겨나듯이 단상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전직 폭스뉴스 진행자 킴벌리 길포일은 한 청중이 주니어에게 질문하기를 원하자 이를 무시하고 되레 무례하게 굴어 물의를 빚었다. 이에 이 청중이 ‘USA’를 ‘Q&A’로 바꿔 외치기 시작하는 등 장내가 소란해지면서 결국 행사까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장과 이달 초 뉴욕의 종합격투기 경기장을 찾았다가 관객들로부터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팬이 찍은 文 사진, 비판 서적에 무단사용…“1000만원 배상하라”

    팬이 찍은 文 사진, 비판 서적에 무단사용…“1000만원 배상하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 표지에 문 대통령의 팬이 찍은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저자가 저작 재산권과 저작 인격권 침해로 10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정완 부장판사)는 사진작가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B씨가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300만원,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를 700만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를 책정하면서 “A씨는 문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문 대통령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자 이 사진을 촬영하고 블로그 등에 게재했는데, 그 의도와 반대로 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서적의 표지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사진이 실린 책의 판매·배포 등 금지도 명했다. B씨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출간된 책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문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는데,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의 사진이 문제가 됐다. 이 사진은 문 대통령의 팬인 A씨가 2015년 한 토크콘서트에서 찍은 사진을 ‘캐리커처’ 형식으로 변환한 것이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진이 책에 사용됨에 따라 A씨의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이 모두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책에 사용된 사진은 원래 사진을 캐리커처 형태로 변환한 것이긴 하지만, 두 사진 속 문 대통령의 모습에 색감이나 음영 정도를 제외하면 변화가 없으므로 원래 사진을 복제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같은 이유로 창작성이 없으므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김초엽·한정현 작가 ‘오늘의 작가상’

    김초엽·한정현 작가 ‘오늘의 작가상’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김초엽(왼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한정현(오른쪽)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스위밍꿀)가 선정됐다.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은 출판인, 서점인, 언론인, 작가,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1차 추천인단 50인이 한 해 동안 출간된 첫 소설 단행본 230여권을 대상으로 2종씩 추천하고, 많은 추천을 받은 5종 가운데 심사위원 4명이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과학적 가설로 인물들의 자기 성찰 과정을 그린 독특한 시도를 했다.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한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는 연애 서사와 역사적 에피소드를 병렬로 삽입해 시선을 확장시켰다. 수상 작가에게는 각각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다음달 12일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종교계 “3·1운동 민족대표는 33인 아닌 50인이었다”

    종교계 “3·1운동 민족대표는 33인 아닌 50인이었다”

    ‘불교, 천도교, 기독교 세 종교가 단일한 목적하에 연합한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 흔히 1919년 일제에 항거한 3·1운동을 놓고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각 종교의 입장과 이해에 치우친 과정과 역사의 해석 탓에 3·1운동 정신은 제대로 빛을 발하지도, 계승되지도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이다. 그런 상황에서 불교, 천도교, 기독교가 머리를 맞대 3·1운동의 모든 것을 다시 점검하고 평가한 공동자료집이 출간돼 종교계 안팎의 눈길을 끈다. 3개 종교의 역사학자들이 3년여의 공동 작업 끝에 낸 자료집은 8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1~2권이 당시 언론에 보도된 3·1운동을 소개하고 있다면 3~7권은 3·1운동에 참여한 민족대표에 얽힌 자료를 세밀하게 담고 있고 마지막 8권은 민족대표들의 묘소와 생가 등 유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자료로 엮었다. 자료집의 가장 큰 특징은 3·1운동의 시작과 과정을 어느 한 종교에 치우치지 않은 시선으로 집대성했다는 점이다. 자료집은 우선 3·1운동이 종교계의 주도로 시작된 항거였음을 못 박고 있다. 1910년 일제가 강제합병을 한 이후 정치단체와 사회단체 모두를 폐지시켜 사실상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단체는 종교단체와 교육단체뿐이었다. 그러므로 “종교단체와 교육단체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보다 전반적인 지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은 3·1운동을 계획하면서 먼저 민중의 신망을 가진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박영효, 윤치호, 한규설, 김윤식, 윤용구, 송병준 같은 인물들과 교섭해 동참하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채 결국 종교단체와 학생들의 연합으로 3·1운동을 일으켰다.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족대표가 50인이었음을 밝혀낸 점이다. 지금까지 3·1운동 민족대표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자료집을 보면 3·1운동이 전개되기까지 더 많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3·1운동과 관련해 출판법, 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총 48명이다. 여기에 독립선언서에 서명은 했지만 중국 상하이로 이주해 해외 독립운동을 벌인 김병조와 옥중 순국한 양한묵까지 더하면 3·1운동 민족대표는 50인이다. 불교계의 참여와 관련한 해석도 색다르다. 민족대표 중 불교계는 용성 스님과 만해 스님 두 명뿐 대다수가 천도교 외 기독교 인사였지만 불교계가 참여하면서 종교 운동이 아닌 민족운동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자료집에는 범어사와 해인사, 통도사, 동화사, 마곡사 등 사찰 스님과 신도 대중들이 주도한 만세 운동 등 불교계의 활동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법현 스님은 “이번 자료집이 민간에서 만든 최초의 종합 집대성 자료라는 의미에 더해 불교도 정확히 제 몫을 했음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자료집에 따르면 민족대표의 유적지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57곳)이었고 다음은 충청권(26곳)이었다. 이에 비해 제주도 지역엔 1910년 말 안악사건에 연루되어 유배된 남강 이승훈 선생의 유적지만 남아 있어 비교된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는 이와 관련해 “제주도에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유적지와 3·1운동 1년 전 일었던 항일운동 발생지가 있다”며 “이들 유적지는 3·1운동 이전의 유적지이지만 기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우리는 급변하는 동북아의 생명 환경 속에서 안전과 안락보다는 위기와 도전을 선택하며 책임적 신앙인으로 응답할 것을 요청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번 출판된 공동자료집은 이 시대를 향한 우리들의 책임 있는 응답의 준거요, 지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오늘의 작가상에 김초엽·한정현… 젊은 여성 작가 공동 수상

    오늘의 작가상에 김초엽·한정현… 젊은 여성 작가 공동 수상

    오늘의 작가상에 김초엽·한정현 작가가 공동 선정됐다. 민음사는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김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한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스위밍꿀)를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오늘의 작가상은 출판인, 서점인, 언론인, 작가,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1차 추천인단 50인이 한 해 동안 출간된 첫 소설 단행본 230여권을 대상으로 추천작을 각 2종씩 선정했다. 이렇게 선정된 5종에 한해 심사위원 4명이 참가하는 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작이 결정되었다.김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흥미로운 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자기 성찰 과정을 그려낸 독특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한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는 연애 서사라는 플롯에 역사적 에피소드를 병렬적으로 삽입해 시선을 확장시킨 시도가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김 작가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 작가는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으로 등단했다. 수상 작가에게는 각각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새달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번역의 멸종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번역의 멸종

    8년간 해오던 번역 강좌를 그만두기로 했다. 갈수록 번역가 지망생이 줄다 보니 매번 수강생 모집 때문에 고민하는 담당자한테 미안도 하고, 벌이도 안 되고, 원하는 사람도 없는 일에 매달리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번역계를 위해 쓸 만한 인재를 길러 낸다”는 나름의 명분도 그야말로 ‘명분’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그간 실력 있는 수강생들을 출판사에 소개해 출판 번역을 하도록 도와주었건만 한두 권 출간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거나 원래의 직업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번역가의 꿈을 좇아 오랜 세월 고생을 하고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생계의 벽을 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평론가 표정훈은 페이스북에 “번역이 곧 문화이자 문명”이라고 적었다. “번역서가 왜 중요하고 더 많이 제대로 번역되어야 하는가 새삼 굳이 몇 가지 생각해 보면. 지식의 수용과 심화, 언어의 지평과 가능성 확장, 세계 인식의 범위 확대, 인간 이해의 다양성 확충, 지식, 언어, 세계, 인간. 바꿔 말하면 번역가들은 이러한 일에 헌신하고 있다. 문명/문화는 곧 번역이고, 번역이 곧 문명/문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번역가들이 출판 번역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부와 명예까지는 아니어도 명분은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르네상스(Renaissance)는 ‘재생’(rebirth)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다. 지적ㆍ문화적 체계가 쇠퇴했던 중세기에 고전시대의 텍스트와 철학을 “다시 살린다”는 뜻이지만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번역’이었다. 번역은 모든 문화ㆍ문명의 통로이자 출발점이다. 얼마 전 채용정보 포털회사에서 직장인을 상대로 ‘향후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 톱 10’이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자랑스럽게도(?) 번역가가 당당히 1위에 올랐다(무려 31%). 이유는?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발전이 눈부셔서.” 말미에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문학 번역의 경우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발을 뺐지만 번역가를 이미 ‘멸종 위기 직업군’으로 낙인을 찍은 후였다. 사실 번역가들에게 AI 번역기는 경쟁 상대가 아니다. AI 번역이 인간의 언어 능력을 대신한다는 상상 자체로도 여전히 비현실적이지만 AI가 대업을 떠안기 전에 번역가가 멸종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AI를 향한 환상은 번역가를 10년 이내에 멸종할 직업군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는 전문 직업으로서의 번역 자체에 사형 선고를 내린 격이다. 10년 내에 사라질 직업을 누가 선택한다는 말인가.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미 번역가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까지 번역을 꺼린다는 데 있다. 이따금 번역가들에게 작업 의뢰를 할라치면 A는 중학교 기간제 영어 교사로 취직을 하고, B는 출판사에 입사하고, C는 영어 과외를 하느라 번역할 시간이 없었다. 번역이 곧 “문명이자 문화”라지만 거창한 명분은 멀고 당장의 먹거리는 코앞이다. 번역의 멸종은 이미 진행형이다. 지난주 외주노동자 복지를 위한 설문조사에 응한 적이 있다. 그중 “번역가에게 실업수당을 지불하려면 번역이 노동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기껏 몇십만 원 수준이지만 실현된다면 일감이 떨어진 번역가의 경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담당자는 그렇게 설명했다. 내가 보기엔 번역가의 현주소가 딱 여기다. 정부 예산의 천덕꾸러기. 번역의 쇠퇴가 오히려 AI 번역의 도래를 막고 문화의 공백을 부르리라는 그간의 하소연은 어디에도 없고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외주노동자의 신분만 남은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입이 모든 걸 결정한다. 이런 신분으로 ‘문화 전달자’로서의 명분을 외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노릇이다. 미래를 보지 못하고 멸종 위기 직업을 선택한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표정훈 작가의 말마따나 “번역이 없으면 문화도 문명도 없다.” 그것마저 AI 번역기가 제 기능을 다할 때까지 기다릴 참인가?
  • [동정] 전남과학대 김정훈 교수, 일본서 강연

    △ 전남과학대 김정훈 교수가 오는 29일 일본 도교의 나카노 예능소극장에서 마쓰다 도키코 사후 15주년 기념 강연을 한다. 마쓰다 도키코는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조선인을 일본인과 등등한 시점에서 묘사하고 동아시아 서민연대를 강조한 양심적 작가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번 15주년 기념행사에 맞춰 마쓰다 도키코의 사진집도 번역·출간한다.
  • [어린이 책] 60년간 읽혀온 ‘빵학년’ 수학책

    [어린이 책] 60년간 읽혀온 ‘빵학년’ 수학책

    옛날 옛적, 어느 왕이 왕비의 생일을 맞아 왕비에게 딱 맞는 침대를 선물로 주려고 했다. 길이를 잴 수 있는 측정 도구가 없는 이 나라에서, 고민하던 왕은 왕비를 바닥에 누워보라고 한 후 그 주위를 조심스레 걸어 다니며 너비와 길이를 쟀다. 너비는 발 3개, 길이는 발 6개. 이 소식을 들은 목수는 자신의 발로 길이를 재서 발 3개의 너비, 발 6개 길이의 침대를 만들었다. 이렇게 완성된 침대는 왕비에게 딱 맞았을까? 어른들이야 그 답을 뻔히 알지만, 아이들에게 물으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림책 ‘발 하나는 얼마나 클까요?’는 도서출판 이음에서 펴낸 취학 전 아동들을 위한 수학 그림동화 시리즈 ‘빵(0)학년 수학’ 중 하나다. ‘발 하나는 얼마나 클까요?’는 1962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왕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손과 발을 단위 삼아 여러 가지 사물의 길이를 재고, 자로 잴 때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목수는 안타깝게도 발이 작아, 그가 만든 침대는 왕비에게 턱없이 작았다. 감옥에 갇히는 천신만고 끝에, 결국 왕의 발을 본떠 만든 조각상으로 정확하게 치수를 재 왕비에게 맞는 침대를 만들게 된다. 너의 발과 나의 발 길이가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도량형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 함께 출간된 시리즈 ‘고양이 칠교놀이’, ‘샹그릴라로 떠나요’, ‘열 명의 아이들이 침대에 있어요’는 각각 네덜란드와 스위스, 독일에서 사랑받아온 어린이 수학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스릴러 킹 스티븐 킹, 미스터리 뺀 상냥한 소설

    스릴러 킹 스티븐 킹, 미스터리 뺀 상냥한 소설

    고도에서/스티븐 킹 지음/진서희 옮김/황금가지/204쪽/1만 2000원아내와 이혼하고, 고양이 ‘빌’과 함께 사는 스콧 캐리는 어느 날 자신의 몸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형은 전혀 변한 게 없지만, 기이하게도 몸에 무엇을 걸치든 몸무게의 합은 일관되게 줄어드는 것. 은퇴한 의사이자 절친한 친구인 ‘닥터 밥’에게 이 사실을 의논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미국에서 지난해 출간된 경장편 ‘고도에서’는 ‘스릴러 킹’ 스티븐 킹의 전에 없이 상냥한 작품이다. 평범한 일상을 극한의 공포로 만드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온 스티븐 킹이다. 그러나 1999년 여름, 목숨을 잃을 뻔한 대형 교통 사고 후 그의 작품 경향은 조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러 소설을 쓰면서도 보다 인간애가 두드러지는, 휴머니즘적 결말을 취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의 소설 중에서 ‘고도에서’가 갖는 위치는 독자적이다.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의 요소는 한 톨도 없다. ‘나는 전설이다’로 잘 알려진 SF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1956)를 오마주해, 점차 몸무게가 줄어드는 남자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언젠가는 몸무게가 ‘0’에 수렴하리라는 예측 속, 스콧의 인생에 난입한 것은 뜻밖에 이웃의 레즈비언 부부, 디어드리 매콤과 미시 도널드슨이다. 스콧은 자신의 집 마당에 용변을 보는 그들의 개를 포착한 사진을 건네고, 앞으로는 치워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지만 뜻밖의 날 선 반응을 만나 놀라게 된다. 뒤이어 스콧은 왜 그들 부부가 그렇게 곤두설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을 향한 마을 전체의 공격적인 시선과 하나하나 마주하게 된다. 부모들은 할로윈에도 아이들에게 그들 부부네 집은 가지 말라고 하며, 사람들은 동네 식당에서 공공연히 부부를 비아냥거린다. ‘이 동네 전체가 레즈비언을 부결했다. 선거 투표에서 부결한 것만 뜻하는 게 아니다. 이 마을의 표어가 ‘남들 모르게 못 하겠으면 나가라.’ 인가 싶다.’(104쪽) 그들 부부의 공격성은 사람들 시선에 대한 반작용인 것이다. 여기서 돋보이는 것이 하루하루 몸무게가 바닥나 사라질 날을 앞두고 있는 스콧의 처신이다. 그 와중에도 스콧은 인생을 만끽하기로 했고,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도리라고 여겼다. 그를 지탱해주는 것은 전 부인인 노라가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 배워 온 어느 격언 ‘과거는 역사이고 미래는 불가사의다’이다. 그가 불가사의한 미래를 역사적인 과거로 만드는 방법은 가슴 뭉클하다. 디어드리가 출전하는 지역 마라톤 대회에 같이 나간 스콧은 자신의 줄어든 몸무게를 적극 활용해 디어드리를 우승자로 만든다. 그 덕에 회생 불가이던 이들 부부의 레스토랑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스콧은 자신의 소망대로 부부를 집에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한다. 책 그대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눈에 그려지는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킹의 전작들 ‘샤이닝’,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이 그랬듯. 더군다나 ‘고도에서’는 공포, 스릴러가 빠진 킹의 소설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사족이지만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스콧의 살뜰함 한 가지, 채식을 하는 디어드리 부부에게 식사 초대 전 하는 말이다. “둘 다 글루텐 프리인가요? 유당불내증은요? 당신이나 미시, 도널드슨씨가 못 먹는 걸 요리하면 곤란하니까 알려줘야죠.”(145쪽)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처지에 이 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세상을 살아 봄 직한 곳으로 만드는 ‘고도에서’의 마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씨줄날줄] 역사 다큐 ‘백년전쟁’/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역사 다큐 ‘백년전쟁’/전경하 논설위원

    ‘친일인명사전’ 편찬으로 유명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원래 명칭은 반(反)민족문제연구소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9월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반민특위는 친일파의 공격으로 겨우 1년여 뒤인 1949년 해체됐고, 반민특위 판결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수록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940년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2년 뒤 일본 육사 본과 3학년으로 편입, 1944년 일본군 육군 소위로 임관됐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당시 법원에 게재금지·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에 혈서로 지원했다는 1939년도 신문 기사도 제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12년 11월 박 전 대통령을 다른 각도에서 재비판했다. ‘한강의 기적’이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반공 정책 덕분이라는 것이다. 수출주도형 전환의 근거로 1978년 미 의회에 보고된 프레이저 보고서 및 비밀 해제된 미 기밀보고서 등을 인용해 역사 다큐로 제작했다.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누가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는가’라는 제목이었다. 이 다큐는 2013년 1월 시민방송 RTV를 통해 방송되면서 그해 출범한 박근혜 정권의 역사 논쟁에 불을 댕겼다. 결국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함께 그해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객관성, 공정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 2014년 1심, 2015년 2심에서도 유죄가 유지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어제 방송 내용의 공정성 등을 심의할 때 매체별, 지역별, 프로그램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방통심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백년전쟁은 공적 인물과 공적 관심사를 반영해 시청자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라면서 “사자의 명예 존중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역사적 논쟁은 피할 수 없으며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 된다고도 했다. 친일 논란은 아직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14일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다. 광복 72년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이런 상황 탓에 일본이 한국에 뻣뻣한 태도를 보이나 싶어 떨떠름하다. lark3@seoul.co.kr
  • [아하! 우주] 화성도 ‘기후변화’ 겪었을까?…추적 방법 찾았다

    [아하! 우주] 화성도 ‘기후변화’ 겪었을까?…추적 방법 찾았다

    우주 화성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극단적 기후변화’를 겪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날이 머지않았다. 영국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교 연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인사이트호’에 장착된 지열측정용 기기를 통해 화성의 기후변화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호의 핵심장비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열측정용 ‘HP3’는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이 개발한 것으로, 화성 표면에서 약 5m 깊이까지 피고 들어가 화성 땅의 온도를 측정한다. 연구진은 HP3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해당 데이터를 통해 화성 지열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면, 화성의 형성과 진화과정 뿐만 아니라 이미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를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HP3는 화성 지하로 파고 들어가 내부의 온도와 열 흐름을 기록할 것이다. 열 흐름은 화성의 깊은 내부에 대해 알려주고, 형성 및 진화 모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화성 지하에 저장돼있는 열을 HP3가 감지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P3가 화성의 기후변화를 감지해 낼 수 있다면, 다른 행성에서도 유사한 측정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것이 화성의 기온 변화뿐만 아니라 토양의 기압이나 열전도도의 변화 등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화성의 지열 변화는 화성의 과거 기후를 재구성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유사한 환경을 가진 지구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HP3는 화성 표면의 모래가 5m 깊이까지 땅을 팔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마찰력을 제공하지 못해 약 30㎝밖에 파지 못한 채 주변만 헤집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더욱 정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사이트호의 HP3를 통해 화성의 기후변화를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전문 출판사 엘제비어가 출간하는 학술지이자, 피어리뷰(동료심사) 저널인 행성 및 우주과학(Planetary and Space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문화마당] 부모님의 가심비, 가인이어라!/이은선 소설가

    [문화마당] 부모님의 가심비, 가인이어라!/이은선 소설가

    “송가인이 나오냐? 아빠는 오케이!” 가족 대화의 난장이 펼쳐진 채팅방, 아빠의 답변에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안 갈겨, 절대!”를 반복하던 엄마의 톡이 “그럼 한 장만 끊어!”로 바뀌었고, 콘서트 표를 예매하려던 사위는 매우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내친김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표가 생각보다 안 비싸다”, “VIP는 이미 매진이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대동강에 한이 흐르고, 영동에는 부르스를 추는 사람이 넘쳐났다는 뜬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곡이라고도 했다. 안 간다고 할 때와는 전혀 딴판인 말을 들으며 나는 순식간에 엄마 아빠의 옛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단칸방에 살면서 월부로 전축을 들여놓고 음악을 듣던 때의 이야기였다. 엄마는 내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 ‘내 이야기를 쓰면 소설책 열 권은 나온다’며 꼭 시댁 험담과 아빠에 대한 불만, 옆집 누가 바람나서 도망갔고 또 누가 보증 섰다 잘못됐는지 상세하게 전해 주며 결론을 맺었다. 정작 소설가는 난데, 엄마가 내 자랑을 할 적마다 에피소드들을 덧붙여 준 덕에 나는 나도 모르는 내 어린 시절도 갖게 됐다. 아빠는 딸이 작가가 된 기념으로 친목계원들에게 밥을 사러 다니며 2차로는 꼭 노래방을 갔다가 마이크를 남에게 넘기지 않아서 계원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소설은 길어서 어렵고 수상 소감만 읽어도 다 된다”던 엄마의 내 시상식 평가 이후로 십 년. 나는 이제 소설집 두 권을 출간한 작가가 됐고 우리 가족 총수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전한 것이 있다면 엄마의 속내와는 다른 표현법, 그리고 여전히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과 한 이야기를 또 한다는 사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부모님이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대신 시간과 마음을 즐기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기쁘고도 뜨끔했다. 부모님의 시선이 삶의 애잔한 가성비에서 마음이 즐거운 가심비로 옮겨간 것만 알았지 진즉 문화생활을 하시게끔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한창일 때에도 ‘옛날 노래 듣는 부모님’만 생각했을 뿐, 이 정도로 열광하고 계실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는 노래를 들으며 이미 당신들이 지나온 예전의 그 어느 때로 돌아가 있던 것이다. 나는 옛날 노래를 새롭게 불러 주는 그 멋진 가수들이 새삼스럽게 고마웠다. 자식들 최고의 효도는 나훈아 콘서트 표 예매라는데, 남편과 합세해 그 치열한 티케팅 열기에 동참할 다짐을 했다. 기꺼이 엄마 아빠가 지나온 시간 속으로 같이 들어갈 준비 자세다. 월부 전축을 들여놓은 단칸방에서 노래를 듣는 새댁인 엄마와 탄광차를 모느라 온몸이 시커멓던 아빠의 젊은 날이 ‘영동 부르스’ 속에, ‘한 많은 대동강’과 ‘단장의 미아리 고개’ 위에 다시 서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새댁과 새신랑이 어떤 맛이 조금 부족한 찌개를 수줍게 떠먹으며 부르던 그 노래 같은 이야기들이라니. 그것만큼은 엄마가 아무리 많이 되풀이해 내게 들려주더라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맞장구쳐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번 연말은 수원 월드컵경기장 밖에서 콘서트를 보고 나오는 부모님을 마중하며 맞이할 것이다. 한껏 상기된 표정의 부모님이 차에 올라 “송가인이 노래 좀 다시 틀어 봐라”고 하실 그 밤이 무사히 우리를 환영해 주었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와 한 잔의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고, 졸리다고 떼쓰는 손자를 가운데 눕히고도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부르는 한 자락의 노래 속으로 기꺼이 다 함께 건배. 콘서트에 반드시 앙코르가 따라오듯이, 내가 써 나갈 소설과 부모님의 옛날에도 보너스 트랙이 있다면 바로 이번 연말 콘서트 같은 날이 아닐까. 가인이어라!
  • 백온유 ‘날개가…’ 창비청소년문학상

    백온유 ‘날개가…’ 창비청소년문학상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에 백온유(26) 작가의 장편소설 ‘날개가 피어나는 일’이 선정됐다. 청소년 대상 도서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제10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으로는 이고은(37) 작가의 ‘생명 과학 뉴스데스크’가 뽑혔다. 상금은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이다. 수상작들은 내년에 창비에서 출간되며, 시상식은 내년 2월 중 열릴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해리포터 20년… 덕후가 번역한 개정판 출간

    해리포터 20년… 덕후가 번역한 개정판 출간

    한국 출간 20주년을 맞아 ‘해리 포터’가 새 옷을 갈아입었다. ‘해리 포터 키즈’에 의해 다시 번역되고, 일러스트 에디션도 펴냈다. 문학수첩은 최근 ‘해리 포터’ 시리즈의 개정판으로 1권 ‘마법사의 돌’, 2권 ‘비밀의 방’, 3권 ‘아즈카반의 죄수’, 4권 ‘불의 잔’을 출간했다. 5권 ‘불사조 기사단’, 6권 ‘혼혈 왕자’, 7권 ‘죽음의 성물’은 조만간 출간 예정이다.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1997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00개국 이상 80개의 언어로 번역돼 5억부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1999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출간을 필두로 지금까지 약 1500만부가 판매됐으며, 8편의 영화로 재창조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개정판의 번역은 중학생 때부터 해리 포터를 읽고 자란 ‘해리 포터 키즈’ 강동혁(33) 번역가가 맡아 눈길을 끈다. 강씨는 포털사이트에 ‘호그와트 마법학교’라는 팬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던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해리 포터에 심취한 강씨는 서울대에서 영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출간된 책들은 롤링의 연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번역됐다. 따라서 롤링이 펼쳐 나가는 판타지 세계의 규모나 그 속에 어떠한 소설적 장치를 심어 놓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번역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완간 이후 새롭게 번역한 개정판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의 개연성이나 완결성을 고려해 번역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기존의 해리 포터는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어휘를 조절해야 했지만, 새 번역본에서는 롤링 특유의 은유적인 표현도 그대로 담아냈다. 문학수첩은 해리 포터 시리즈 일러스트 에디션도 펴냈다. 첫 시리즈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 수상자인 짐 케이가 삽화를 그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일러스트 판이다. 영화 속 주인공 이미지와의 차별화를 위해 그는 자신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해리, 론, 헤르미온느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어린이들을 별도로 캐스팅해 그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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