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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축복도 죄가 되나요

    [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축복도 죄가 되나요

    1992년, 그러니까 28년 전 이맘때쯤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개신교 감리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가 이 교단 신학교인 감리교신학대 학장을 지낸 신학자 변선환(1927~1995) 목사를 출교(黜敎) 조치한 일이다.`교회 바깥에서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변 목사의 다원주의 발언이 화근(?)이었다. 신학의 토착화를 외치며 다원주의를 펼쳤으니, 성경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근본주의의 개신교단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이단 신학자로 낙인찍힌 것이다. 출교는 목회자와 신자의 자격을 박탈당한 채 교회에서 영원히 거세되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극형이다. 출교 3년 후 연구실에서 세상을 떠난 변 목사는 지금도 종교 간 화합과 다원주의를 말할 때 회자된다. 타 종교를 존중하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적그리스도’ 취급을 받고 종교재판에 회부됐던 변 목사 사후 한국 종교계에선 화합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변 목사가 초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그 첨병이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협의체인 KCRP는 해마다 종교 간 화합주간 행사를 연다. 신자들이 성당이며 절집, 교당, 예배당 같은 이웃 종교 시설을 교차 방문해 서로 종교를 알아가도록 주선도 한다. 그 앎과 이해의 모토는 바로 `다름도 아름답다´이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화해와 일치에 나선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신앙직제협의회)도 특별한 사례다. 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정교회가 참여한 이 협의회는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 시위로 가끔씩 골치를 앓지만 일치기도회며 신학 대화모임을 잇고 있다. 2017년에는 교황청과 루터교세계연맹이 함께 작성한 `갈등에서 사귐으로´를 신구교 신학자들이 공동 번역 출간해 세계 기독교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보수 개신교 안쪽은 변화가 없어 보인다. 부쩍 늘어가는 종교 간 화합과 화해의 몸짓과는 달리 성경과 예배당에 몰두하는 배타의 신행과 고집스런 독단이 활개 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최근 감리교단에서 한 목회자를 놓고 `출교´를 다시 들먹인다. 지난해 8월 31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담임목사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재판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교회법인 `교리와 장정´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이 교리와 장정에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가 범과(잘못을 저지름)에 해당한다. 재판에 지면 이 목사는 출교의 중징계를 당할 수 있다니 28년 전 변 목사의 종교재판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지인의 요청으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목사는 `축복도 죄가 되느냐´며 교단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2016년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 사건에 개신교 신자 대신 사과하고 복구 기금을 모금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는 해고됐다가 법원 승소와 재단 이사회의 복직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측 방해에 막혀 출근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 측은 손 교수가 불교 법회에서 `예수님은 육바라밀(6가지 수행덕목)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한 것을 문제 삼는다. 손 교수 발언은 예수의 신성과 삼위일체를 부정한 것으로 정통 교리를 따르지 않는 이단행위라는 입장이다. 손 교수 복직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각 종교 전문가들이 종교 간 대화 모임을 만드는 추세와는 사뭇 다르다. 세상이 어수선해서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사목방문해 그곳 이슬람교 최고지도자와 함께 서명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선언´이 부쩍 자주 회자된다. 평화에 대한 약속을 구속력 있는 문서로 남겼다는 의미를 지닌 그 선언엔 이런 문구를 새겼다. `도덕 가치들과 올바른 종교 가르침들을 지켜나갈 때 급진주의와 맹목적인 극단주의에 대응할 수 있다.´ 우리네 종교는 왜 자꾸 거꾸로 갈까.
  • 김연수 작가 “‘듣는 연재’는 책읽기 경험… 종이책 독자들 돌아왔으면”

    김연수 작가 “‘듣는 연재’는 책읽기 경험… 종이책 독자들 돌아왔으면”

    어떤 새로운 제안을 받으면 이리저리 재고 따지며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쾌하게 “그거 재미있겠네요”라고 답하는 이도 있다. 소설가 김연수(50)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인 듯하다. 1994년 등단한 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일탈’의 흔적을 간간이 찾을 수 있다. 영화 감독 홍상수의 2008년 작품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바람둥이 영화감독 역할로 출연해 연기자로 데뷔를 했다. 2012년에는 ‘가끔은 널 볼 수 있는 것 같아’ 공연을 통해 용산역 대합실에서 행인들을 관찰하며 즉흥적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 예술을 보여줬다. 대학 진학을 할 때는 천문학과를 희망한 ‘이과생’이었지만 결국 영문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생 때 이미 등단했으면서도 졸업 후에는 잡지사 기자도 거쳤다. 김 작가는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통해 “내게는 처음 하는 일은 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늘 고민이다. 그 선입견은 삶의 신조가 돼 버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 ‘태블릿 PC’와 ‘스마트워치’로 무장을 하고 나타난 김 작가의 모습은 골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원고지에 글자를 끄적이는 것으로 대표되는 뭇 소설가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김 작가의 ‘그거 재미있겠네요’ 습관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요즘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을 네이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목소리’로 연재하고 있다. 김 작가가 몸과 마음에서 직조한 소설을 자신의 목소리와 리듬, 호흡으로 오롯이 읽어내는 ‘오디오북’은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총 20회 연재됐다. 종이책으로는 7월 1일에 나온다. 책이 나온 뒤에도 20개로 쪼개진 오디오북은 무료로 공개되다가 3개월 뒤에 유료로 전환된다.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이야 이전에도 많았지만 집필 작가가 직접 녹음하고 종이책이 나오기 한 달 전에 이를 무료로 연재하는 것은 국내 첫 시도이자 실험이다. “처음에 네이버에서 제안했을 때는 사람들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지 시간 내서 소설을 듣겠느냐 생각했어요.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러다가 책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금세 마음을 달리 먹게 됐다. “읽어주는 재미가 되게 각별한 게 있거든요. 책을 쓸 때 어떤 독자들이 이것을 읽게 될지 상상을 하는데 이번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장면을 그려봤어요. 그렇게도 읽게 되는구나 생각을 해보니 더 흥미진진해졌습니다.” 김 작가는 “만약에 영상으로 바꾸거나 드라마처럼 목소리를 연기를 해야 한다면 (본래 소설과는 느낌이) 바뀐다고 보는데 작가가 직접 무미건조하게 오디오북을 읽어주는 것은 책에서 문장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오디오북을 통해서도) 읽기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힘줘 말했다. 소설 집필과 오디오 녹음은 이미 지난 5월에 모두 마쳤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관계자는 “보통 성우들도 20분짜리 녹음이면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그 3배가 될 정도로 많이 틀리는데 김 작가는 1.5~2배 정도밖에 시간이 안 걸려 스태프들도 모두 놀랐다”며 ‘아마추어 성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김 작가는 “동료 작가들이 ‘너의 목소리를 누가 듣겠느냐. 사투리(경북 김천 출신)는 어쩔 거냐’고 우려했다”고 웃음 지으며 “처음에는 내가 읽어야만 하는가 생각을 했지만 역시 내가 쓴 글이니깐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잘 알겠더라. 주변에서도 생각보다 잘 읽고 잘 들린다는 평가를 건넨다”고 했다. 이번에 출간하는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백석 시인의 북한에서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1987년 납·월북 작가의 해금 조치 이후인 대학생 때 백석의 작품을 처음 접한 뒤 탐닉해왔다. 이후 백석이 북한에서 살다가 숙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나중에 그에 대한 소설을 쓰겠노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2010년대 들어 자료가 풀리면서 국문학 연구자들이 북학 문학 연구를 활발하게 하면서 백석 시인의 삶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체감해볼 수 있었다. “모든 정보를 다 끌어모아서 시인에게 알려진 개인사의 징검다리를 잇고 그 사이의 빈 곳을 메꿔야 했죠. 처음에는 ‘북한 정권 밑에서 순수시를 쓴 사람이 과연 어떻게 했을까’에서 시작했는데 백석 시인이 (북한 정권에 의해) 삼수로 쫓겨났을 때쯤의 나이가 되니까 알게 됐습니다. 이분도 선택의 강요를 받은 것이고 저도 어떤 경우에는 선택의 강요를 받겠지요. 원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어른의 용기’인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인생이 저에게 질문을 던지더라구요. ‘인생은 선택인데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 삼수로 쫓겨나 무명의 시인으로 죽은 것은 완전한 실패지만 만약 이분이 찬양시를 썼다고 하면 지금 남아 있는 시는 빛이 다 바래게 됐을 겁니다. 나중에 가면 이 실패가 성공이 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요.” 여가 시간에 책을 잡기보단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이들이 많아진 ‘영상의 시대’지만 김 작가는 이번 ‘듣는 연재’가 잠시 책을 잊었던 이들이 돌아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는 “처음부터 오디오북을 한다고 정한 뒤 글을 썼기에 신경을 쓰기는 했다. 연재 초반에는 이야기 속도가 빨리 진행되게 했다. 독자들이 초반에 듣다가 지겹다고 이탈하면 그다음 이야기를 못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 쓰는 스타일을 바꾸지는 않았다. “과한 욕망일 수 있지만 독자들이 소설을 최소 두 번을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종이책만 두세 번 읽기는 어려운데 오디오북으로 한 번 듣고 책이 나온 뒤 또 읽으면 굉장히 깊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거든요.” 김 작가의 색다른 도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어떨까. 그는 “테크놀로지 쪽에서는 종이책이 대중성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문학계에서는 기존 분야가 침해를 당했다며 서로의 접합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는 움트는 희망의 싹을 품고 있다. 그는 “일단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다. 오디오북에서도 종이책을 읽던 경험을 똑같이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 이것이 다시 종이책을 읽는 일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김 작가의 ‘듣는 연재’가 끝나면 이후 김금희, 임경선 작가로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작가가 “잘하지 못하더라도 재밌으니깐 이것저것 해왔는데 이건 한 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오디오클립 관계자가 이를 놓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번 더, 한 번 더!”. 김 작가와 네이버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으로 기억될지 문학계와 정보기술(IT) 업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조기숙 “文, ‘日처럼 집값 폭락하니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 했다”

    조기숙 “文, ‘日처럼 집값 폭락하니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 했다”

    참여정부 전 靑홍보수석 文부동산대책 비판“文정부 공직자, 1가구 1주택인 줄 알았더니 다주택자 많아 충격”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을 지적하며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집값이 폭락하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문 대통령의 전언을 전하며 정작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들은 다주택자들이 많이 충격이었으며 “대통령이 팔으라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고 꼬집었다. “씨 마른 전세,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 올라” “文대통령 부동산 인식 정확한지 점검 필요”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슬기로운 전세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요즘 전세가 씨가 말랐다.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올라간다”면서 “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최근까지 21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조 교수는 “지난해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최측근 인사는)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나겠다 싶었다”면서 “그분은 제 이야기를 듣더니 ‘대통령의 협상’에 쓴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분을 따로 달라고 했고, 책 나오기 전에 프린트해서 대통령께 전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그걸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에 딱 하나 받아들이셨다. 분양가 상한제”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5월 저서 ‘대통령의 협상 : 노무현과 문재인, 무엇으로 마음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 교수는 “제가 제안한 모든 대책이 함께 가야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잡는데 효력을 발휘하지, 이것만 해서는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지금 같은 전세대란을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 이유”라고 지적했다.“대통령·국토 장관이 팔래도 팔지 않는文정부 공직자 강심장에 또 한번 놀라”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을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 투기 근절 등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딴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이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 저의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누굴 원망하겠나”라면서 “공직자는 저처럼 1가구 1주택일 줄 알았는데 제겐 신선한(?) 충격”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었던 문 대통령은 해당 기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흑석동 재개발 건물을 사 투기 의혹에 휩싸여 사퇴하는 등 ‘내로남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조 교수는 “참여정부 때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정부 공직자는 다주택자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다”면서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 운동권 세력도 과거의 보수정당처럼 ‘신이 내린 정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라고 일침을 놓았다.김현미, 靑 다주택자 집 안 팔자 “아쉽다” 경실련 “文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 52% 상승”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6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지난 3년간 21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청와대 참모들이 여전히 다주택자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아쉽다”며 유감을 표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당시 “수도권 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1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이른 시일 내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유예기간 6개월이 지난 현재 노 실장조차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충북 청주시 아파트 등 2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중 김조원 민정수석(서울 강남·송파), 이호승 경제수석(경기 성남),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서울 마포·경기 과천),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서울 강남·세종) 등도 다주택자로 알려져 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서울 아파트 값이 52% 올랐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지적에 대해 “경실련이 발표한 통계는 매매되는 아파트 중위가격으로 나온 것인데, 신축·고가 아파트 위주의 통계이기 때문에 전체 통계로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우리 개신교는 왜 아직… “축복도 죄가 되나요?”

    우리 개신교는 왜 아직… “축복도 죄가 되나요?”

    1992년, 그러니까 28년 전 이맘때쯤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개신교 감리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가 이 교단 신학교인 감리교신학대 학장을 지낸 신학자 변선환(1927~1995) 목사를 출교(黜敎) 조치한 일이다. `교회 바깥에서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변 목사의 다원주의 발언이 화근(?)이었다. 신학의 토착화를 외치며 다원주의를 펼쳤으니, 성경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근본주의의 개신교단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이단 신학자로 낙인찍힌 것이다. 출교는 목회자와 신자의 자격을 박탈당한 채 교회에서 영원히 거세되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극형이다. 출교 3년 후 연구실에서 세상을 떠난 변 목사는 지금도 종교 간 화합과 다원주의를 말할 때 회자된다. 타 종교를 존중하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적그리스도’ 취급을 받고 종교재판에 회부됐던 변 목사 사후 한국 종교계에선 화합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변 목사가 초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그 첨병이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협의체인 KCRP는 해마다 종교 간 화합주간 행사를 연다. 신자들이 성당이며 절집, 교당, 예배당 같은 이웃 종교 시설을 교차 방문해 서로 종교를 알아가도록 주선도 한다. 그 앎과 이해의 모토는 바로 `다름도 아름답다’이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화해와 일치에 나선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신앙직제협의회)도 특별한 사례다. 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정교회가 참여한 이 협의회는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 시위로 가끔씩 골치를 앓지만 일치기도회며 신학 대화모임을 잇고 있다. 2017년에는 교황청과 루터교세계연맹이 함께 작성한 `갈등에서 사귐으로’를 신구교 신학자들이 공동 번역 출간해 세계 기독교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보수 개신교 안쪽은 변화가 없어 보인다. 부쩍 늘어가는 종교 간 화합과 화해의 몸짓과는 달리 성경과 예배당에 몰두하는 배타의 신행과 고집스런 독단이 활개 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최근 감리교단에서 한 목회자를 놓고 `출교’를 다시 들먹인다. 지난해 8월 31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담임목사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재판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교회법인 `교리와 장정‘’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이 교리와 장정에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가 범과(잘못을 저지름)에 해당한다. 재판에 지면 이 목사는 출교의 중징계를 당할 수 있다니 28년 전 변 목사의 종교재판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지인의 요청으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목사는 `축복도 죄가 되느냐’며 교단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2016년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 사건에 개신교 신자 대신 사과하고 복구 기금을 모금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는 해고됐다가 법원 승소와 재단 이사회의 복직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측 방해에 막혀 출근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 측은 손 교수가 불교 법회에서 `예수님은 육바라밀(6가지 수행덕목)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한 것을 문제 삼는다. 손 교수 발언은 예수의 신성과 삼위일체를 부정한 것으로 정통 교리를 따르지 않는 이단행위라는 입장이다. 손 교수 복직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각 종교 전문가들이 종교 간 대화 모임을 만드는 추세와는 사뭇 다르다. 세상이 어수선해서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사목방문해 그곳 이슬람교 최고지도자와 함께 서명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선언’이 부쩍 자주 회자된다. 평화에 대한 약속을 구속력 있는 문서로 남겼다는 의미를 지닌 그 선언엔 이런 문구를 새겼다. `도덕 가치들과 올바른 종교 가르침들을 지켜나갈 때 급진주의와 맹목적인 극단주의에 대응할 수 있다.’ 우리네 종교는 왜 자꾸 거꾸로 갈까.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영어의 가장 흔한 욕 F***의 유래 얼마나 알고 계세요

    영어의 가장 흔한 욕 F***의 유래 얼마나 알고 계세요

    유월의 마지막 휴일인데 아침부터 상소리를 늘어놓아 송구하다. 애들은 저리 가셨으면 한다. 영국 BBC의 동영상 사이트 릴은 가끔 뜨악한 소재를 늘어놓곤 하는데 이달 초 영어 가운데 가장 상스럽게 쓰이는 단어, 함부로 네 글자 모두를 쓰지도 못하는 ‘F***’의 유래와 용례를 상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도 ‘근처에 자녀들이 있으면 다음에 시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전편찬자(Lexicographer)이며 어원 학자(etymologist) 겸 방송인인 수지 덴트가 동영상을 만들어 우리는 2분 50초로 요약된 시간 여행을 쫓아가면 된다. 언어학자들에게 영어 가운데 가장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 단어가 으뜸으로 꼽힌다. 문장 가운데 어느 위치에 들어가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명사로도, 형용사로도, 동사로도, 강조어로도, 일상의 이중 꾸밈 말로도(예를 들어 abso-****ing-lutely) 쓰인다. 심지어 현대 들어선 문법에 어긋나게 사용되는 일도 용인된다. 예를 들어 a **** off hat나 **** me shoes 같은 것들이다. 아무 데나, 아무렇게나 써도 다 말이 되고 이해가 된다. 우리네 전라도 말 ‘거시기’, ‘머시기’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부풀려 말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3세기 무렵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멸하거나 모욕적인 표현이라기보다 부적합한 단어로 인식됐다. 그랬는데 종교적 의미가 더해지면서 금기시됐다. 이 단어의 유래에 대해 널리 알려진 속설은 ‘Fornicaton Under Command of the King’의 머릿글자를 조합했다는 것이다. 국왕 명령 아래 저지르는 음행(淫行)이 된다.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마녀사냥을 일삼던 국왕이 모든 이에게 자신의 악행을 앞으로 나서 고백하라고 강요하자 문에 이 머릿글자 조합을 새긴 판을 내걸어 집안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건드리지 말라고 알렸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속설보다 라틴어로 싸우다를 의미하는 푸나레(Fugnare)가 여러 차례 변형됐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또 처음에는 성적인 표현이 아니라 누군가를 친다는 뜻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아주 오랜 옛날에는 사람 성(姓)으로도 쓰였다. 예를 들어 Mr ****beggar라고 불리는 가문도 있었다. 13세기에는 그저 과격한 시민이란 뜻으로 쓰였다. 같은 시기 새 황조롱이가 wynd****er 로도 불렸는데 이때도 날갯짓으로 바람을 친다는 뜻이었다. 그랬던 것이 17세기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식으로 확장됐다. 그러면서 검열 대상이 됐다. 해서 글자 대신 대시, 별 표, 샤프(우물 정) 등 약물기호 등으로 대신했다. 1960년대 DH 로렌스의 책 ‘채털리 부인의 연인(또는 사랑)’을 출간하려는 펭귄 북스를 저지하기 위해 검찰이 기소했으나 무죄가 선고되면서 600년 이상 된 이 단어는 세상의 온갖 경멸적이거나 상스러운 단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됐다. 수지 덴트는 2011년 옥스퍼드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 ‘쥐어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 이듬해 ‘도처에 난장판(omnishambles)’를 선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기념주화 50펜스 짜리를 발행했을 때 한 영어 문장 가운데 셋 이상의 항목을 열거할 때, 마지막 항목 앞에 붙는 ‘그리고’(and)나 ‘또는’(or) 앞에 쉼표(,)를 붙이는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의 문법 형식을 좇아 주화를 다시 인쇄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법학자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주화에 적힌 문장의 ‘평화, 번영 그리고 모든 나라들과의 우정(Peace, Prosperity and Friendship with all nations)’ 가운데 ‘번영’(Prosperity)과 ‘그리고(and)’ 사이에 옥스퍼드 쉼표가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영상 보러 가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단독]백희나, ‘구름빵’ 저작권 소송서 최종 패소

    [단독]백희나, ‘구름빵’ 저작권 소송서 최종 패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림책 ‘구름빵’을 쓴 백희나(49)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5일 백 작가가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한솔교육은 2004년 백 작가가 쓴 동화 구름빵을 출간한 곳이고, 한솔수북은 2013년 한솔교육의 출판사업 부문이 분할된 회사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는 한솔교육과 계약을 맺고 구름빵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심리불속행이랑 법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백 작가는 2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심리조차 안 할 거란 생각은 안했기 때문에 처참한 상황”이라며 “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작가의 권리가 이거 밖에 안 되는 구나 라는 것을 안팎으로 확인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조은희 한솔수북 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재판부에서 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며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솔수북 측은 2심 승소 이후 “백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하고 소송이 끝나면 ‘구름빵’의 수익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2003년 백 작가는 출판사 한솔교육과 저작권양도계약을 통해 ‘구름빵’을 출간했고, 출판사로부터 추가 지급분까지 1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구름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백 작가는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지만 1·2심 모두 패소,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그 사이 백 작가는 지난 3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 10주 1위 ‘더 해빙’, 상반기 최고 인기 도서

    [베스트셀러] 10주 1위 ‘더 해빙’, 상반기 최고 인기 도서

    부와 행운의 비밀을 파헤친 ‘더 해빙’이 10주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올 상반기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지킨 책으로 등극했다. 26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6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더 해빙’이 1위에 올랐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와 ‘돈의 속성’이 나란히 전주보다 한 계단씩 상승해 2, 3위를 차지했다. 김훈의 신작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종합 10위로 전주 대비 14계단 뛰어올랐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한 후 책으로 출간, 애독자층의 기대감을 높였다. 경제경영 분야 도서의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부동산, 주식 등의 재테크서와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 투자 전쟁’ 등 코로나 시대의 경영전략 등을 다룬 도서가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파타고니아의 성공 신화와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을 풀이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 출간되자마자 14위에 진입했다. ‘파워 셀러’ 유홍준의 신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3’은 발매 첫 주 44위를 기록했다. ◇ 교보문고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1. 더 해빙 (이서윤, 홍주연·수오서재) 2.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놀) 3.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 4. 기억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5.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위즈덤하우스) 6.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제이슨 솅커·미디어숲) 7. 코로나 투자 전쟁 (정채진·페이지2북스) 8. 룬샷 (사피 바칼·흐름출판) 9.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 (강화길 등 7명·문학동네) 10.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파람북)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구 ‘자신감 시험’서 실패… 코로나 극복한 한국, 국제 지위 향상”

    “서구 ‘자신감 시험’서 실패… 코로나 극복한 한국, 국제 지위 향상”

    전염병은 어느 나라나 전쟁 다음으로 대처하기 힘든 도전이다. 그것은 한 국가의 통치, 사회적 결속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나라의 자신감을 시험한다. 해설자들은 대부분 치사율과 전파율 등의 의료 지표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결국 중요한 지표는 경제적 탄력성, 거버넌스, 사회적 결속력뿐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언급했던 이들 지표가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한 국가의 위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재 코로나 대유행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서구 국가가 이들에 대한 시험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실패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내가 사는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세 가지 모두를 실패했다. 물론 나는 지금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비서구 국가 정부들도 자국 국민에게 피할 수도 있었을 끔찍하고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기도 했고, 그 반면에 서구에서도 일부 국가는 대유행병에 비교적 잘 대처해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서구다.●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한 국가의 위치 결정 서구의 실패는 이들 국가가 택한 접근법이 대부분의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취한 것보다 더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서구 나라들이 채택한 조치는 아주 다양했다. 독일은 봉쇄 조치를 단행함과 동시에 확진 검사와 동선 추적 같은 한국 모델에 신속하게 접근해 잘 대처한 결과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사망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도 이런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반면 스웨덴은 훨씬 더 자유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했고 봉쇄나 심지어 광범위한 접촉자 추적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비해 사망률이 높지만, 폐쇄 조치를 취한 일부 국가(영국 등)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다. 이들 국가 가운데 어느 나라가 대유행병의 질곡에서 더 신속하게 빠져나올 것인가. 이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사망자 수에만 전적으로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은 자국이 택한 접근 방법에 힘입어 비교적 빨리 봉쇄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나라 경제도 특별히 심각한 고통을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웨덴 경제는 대유행병의 악영향을 훨씬 덜 받았으며, 이 나라의 개방 조치로 인해 현재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고 있다. 스웨덴은 과거에 사회문제, 특히 이민과 관련된 심각한 불안으로 고통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일부 극우단체가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에도 이 불안이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는 자유주의적 접근 방법에 의해 심각하게 불붙지 않았다. 반면 독일은 사회 불안을 심각하게 겪었다. 5월 첫 2주 동안 베를린 거리에서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속한 사람들이 봉쇄 조치에 항의하면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러한 소요는 봉쇄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이민이나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다른 문제들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내가 말하려는 요지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어떤 특정한 접근법이 다른 것보다 낫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특히 사회의 단층선이 이미 노출된 상황에서 전염병의 타격을 받을 경우 그동안 억눌렸던 강력한 사회적 긴장을 폭발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830년대 콜레라가 처음 유럽을 엄습했을 때, 이 질병이 퍼진 여러 나라에서 사회 불안과 소요가 있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러시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격리돼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모스크바에서 폭력적인 소요를 일으켰다. 이들 폭동은 무자비하게 진압당했다. 파리에서 콜레라는 군주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시기에 내습해 1832년 오를레앙파의 반군주제 봉기를 촉발했다. 1832년 영국도 정확하게 말해 갈등이 없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러시아와 프랑스에 비해 사회 분열이 덜했고 콜레라와 관련된 불안도 심하지 않았다. 실제로 일어난 시위는 주로 해부용으로 시체를 가져갔다고 의심받는 의사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번 코로나19는 또한 많은 서구 국가들이 이런저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시기에 엄습했으며, 그에 따라 몇 년간 쌓여 온 불만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됐다. 봉쇄 기간 내내 서구 여러 나라가 극심한 불안을 겪었다.●억눌리고 쌓였던 불만 수면위로 떠올라 유럽에서 최악의 국가는 그리스와 프랑스였다. 그리스에서는 이 봉쇄로 심각한 경제 상황과 대량 이민에 대한 우려가 악화돼 아테네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정부 건물과 풍요의 상징물이 그 표적 대상이었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다른 쪽 끝에는 이민 문제 및 유럽연합(EU)의 무기력한 조치와 관련해 극우 민족주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로 EU는 코로나에 강타당한 국가들을 돕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유행병의 가장 큰 희생자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교외 및 기타 도시들에 거주하는 노동계급, 특히 주로 소수인종의 변동성이 주된 문제였다. 이들 주민사회는 오랫동안 소외돼 왔고 국민통합의 호소를 인상 깊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시 근교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이동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분노를 표명하고, 강압적인 치안 유지에 맞서 심각한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은 자기들에 대한 감시를 훼방하고 ‘정상으로의 복귀’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송수신 안테나와 CCTV 카메라를 부수고, 이와 동시에 인터넷 케이블을 절단했다. 이는 서구 여러 나라에서 극좌와 극우 모두에 공통된 행위이며, 많은 사람이 느끼는 소외감의 정도를 보여 준다. 최근 몇 주 동안 이 문제들은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흑인의 죽음 문제로 촉발된 일련의 시위에 의해 일시적으로 가려지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 이러한 문제들은 코로나19와 직접 관련은 없다. 그러나 대유행병에 따른 문제들은 인종주의 문제와 서로 교차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흑인과 일부 소수민족이 코로나19로부터 불균등하게 고통을 받아 감염 확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다. 그 이유는 복잡하지만 구조적 불평등과 연관돼 있다. 코로나19와 반인종주의 시위는 또한 치안 문제와 서로 교차되고 있다. (흑인과 소수인종에게 피해의 정도가 높은) 봉쇄 조치가 차별적으로 취해진다고 보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기존의 관심사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봉쇄 조치도 차별로 인식해 인종문제로 증폭 이러한 긴장감의 밑바탕에 깔린 불평등은 일부 서구 국가들에서 특히 극심한 대유행병에 이어진 경제 충격의 결과에 따라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전염병 발생 이후 4260만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청구 건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일자리 감소 규모는 미국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다. 이러한 감소는 대부분 빈곤층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집단인 미숙련 노동자층에서 발생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대유행병에 대처한 봉쇄 조치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유행병 시기 직장 유지 계획 때문에 그 충격이 완전히 와닿지 않는다.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 일부는 복직할 수 있지만 다른 일부는 갈 곳이 없어질 것이다. 기존 일자리에 대한 정부 지원은 오는 10월에 끝날 예정이어서 그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이 계획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봉쇄 기간의 세수 손실이야말로 영국이 미래의 충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4월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사상 최저였고, 국내총생산(GDP)은 20% 이상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주요 국가 중에서 영국이 가장 극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中러 평판 타격… 美 국제적 신뢰 추락 이 모든 문제들은 형편없는 정치적 리더십에 의해 야기되거나 악화됐다. 미국과 영국은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보다 대중매체 이미지와 여론에 대한 우려로 인해 무대책과 과잉반응 사이를 오가는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다. 그 결과 유행병 창궐기 두 나라 정부의 지지율은 급속하게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실제로 봉쇄 기간에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봉쇄 상태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정부는 최근의 사회 불안을 포함한 여러 이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영국 정부의 입장은 불분명하고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 무수한 사람들의 지지로부터 멀어졌다. 미국의 심각한 상황은 이미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적으로 신뢰를 많이 잃었다. 가장 중요한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그 평판에 타격을 입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에 비해 덜 심각할 것이다. 적어도 대유행의 첫 단계에서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대만, 한국, 싱가포르 같은 더 작은 나라들뿐이다. 이들 나라는 그 실제 무게를 훨씬 상회하는 과학 혁신, 기술 시스템, 국제 보건 등의 분야에서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게 됐다. 물론 더 힘 있는 강대국들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고, 또 더 큰 권력을 행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나라들의 권위와 국제적인 지위는 향상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강타당하고 말았다. 이들 나라의 많은 사람이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느 문명에서나 가장 위험한 질병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 글은 마크 해리슨 옥스퍼드대 교수가 써온 글을 이영석 광주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명예교수는 해리슨 교수의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를 번역했습니다. ■마크 해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로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푸른역사 간행)의 저자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방안들에 대해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 오탁번 시인 “공초 선생처럼 올곧은 시인의 길 걷겠다”

    오탁번 시인 “공초 선생처럼 올곧은 시인의 길 걷겠다”

    “공초 선생의 시는 시적 수사나 기교의 차원을 단숨에 돌파해 절대적인 차원에 자리잡고 있는 매우 특별한 문학적 구조이자 장치입니다. 그의 시의식은 태초의 새벽 텅 빈 시공처럼 빅뱅 전야의 적막이며 무한대로 팽창해 가는 우주의 신비로운 전율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공초문학상의 스물여덟 번째 주인공인 오탁번(77) 시인은 특유의 넉살과 재치로 수상 소감을 읊었다.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8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오 시인은 “오상순 선생은 우리 시단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았고 서거 57주년을 맞는 오늘날까지도 변함없는 숭모를 받고 계신다”며 “올곧은 시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는 선생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선생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게 돼 크나큰 영광”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 시인은 지난해 출간한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수록된 시 ‘하루해’로 올해 공초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원로회원인 김남조 시인, 공초숭모회장인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유자효·김지헌·이두의 시인, 유성호 문학평론가 등 60여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장인 이근배 회장은 “올해는 공초 선생이 참여했던 동인지 ‘폐허’ 창간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공초문학상을 제정할 때 구상 선생이 운영 회칙을 만들며 ‘인품도 보라’고 하셨는데 수상자 면면이 한국 시단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시인들”이라고 평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오 시인은 순수 우리말을 빼어난 시로 조탁하고 당대의 삶에 해학과 풍자, 유머를 가미해 우리 문단을 풍성하게 한 분”이라며 “뛰어난 시적 성취와 함께 후학을 가르치며 빼어난 문인들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참석한 김남조 시인은 축사에서 “구도자이자 도인, 초인이었던 공초 선생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28년간 기려 온 서울신문사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등단한 지 20년이 넘는 시인이 최근 1년 이내에 발간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초문학상은 한국 신시의 선구자인 공초 오상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1993년 이후 매년 신경림, 정현종, 천양희, 신달자, 정호승, 도종환, 유안진, 나태주 등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책] 인공지능 세상 ‘인간다움’이란

    [어린이 책] 인공지능 세상 ‘인간다움’이란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더니 아예 문명의 주인 자리를 꿰찬 기계인간. 인간은 하루아침에 모든 걸 빼앗기고 황무지로 추방당한다. 자동차도, 항생제도, 전기도 없는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다시 처음부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 해도 기계인간을 따라잡기 어려워 보인다. ‘써드’는 과학 교양화에 힘써 온 도서출판 동아시아의 어린이 브랜드 ‘동아시아사이언스’의 첫 책으로 출간됐다. 창비청소년문학상, 한낙원과학소설상 등을 수상한 최영희 작가의 어린이 SF 소설 ‘써드’는 디스토피아적 인공지능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로봇에게 허락받은 곳에서 마을을 이루며 사는 인간들. 어느 날 숲에서 마을 주민 압둘라가 죽은 채 발견된다. 도시에서 온 로봇 조사관 리처드와 인간 소녀 요릿이 한 팀이 돼 숲을 조사하기 시작한다.‘써드’는 끊임없이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던진다. 기계인간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인간도 자신의 마음의 자리를 알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마음은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의 일종일 뿐. 그렇다면 전기신호로 움직이는 기계인간의 마음을 마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써드’가 포착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이다. 필요한 데이터만 접근하고 수집하는 로봇과 달리, 인간들은 오랜 시간 간접적으로 수많은 책의 이야기를 접하고 전승해 왔다. 마을의 할아버지가 온전치 않은 기억으로 전한 이야기의 빈틈을 메꾸는 건 아이들의 몫이며, 그것이 아이들 상상력의 원천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70년간 외면한 한국군 위안부 300여명…“아픈 과거사 직면할 때”

    70년간 외면한 한국군 위안부 300여명…“아픈 과거사 직면할 때”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군 위안부라는 또 다른 아픈 과거사로 이어졌다. 일본군 장교 출신의 한국군 장교들은 동족과 싸워야 하는 군인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고스란히 심었다. 일본 우익에서는 한국군 위안부를 두고 피장파장의 오류로 왜곡시키기도 한다. 1996년부터 한국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 교수는 이를 반박한다. 그는 “우리 정부가 한구군 위안부라는 아픈 과거사에 대해 진상조사하고 사과할 때”라며 “자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도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1951년 5, 6월부터 전선이 지금의 휴전선 부근으로 교착되며 지난한 장기전이 시작됐다. 이에 한국군은 전선에서 조금 남쪽으로 떨어진 지역에 공식적으로 ‘특수 위안대’를 만들었다. 군의 공식 문서에 확인된 곳만 서울, 강원 강릉, 춘천, 원주, 속초에 이른다. 때로는 최전선에서 교대휴식하는 병사들에게 여성들을 출동시켰고, 섬에 있는 부대에는 따로 위안부를 배치했다. 당시 서울은 행정 복구가 덜 된 데다가 일제시대부터 있던 군부대 시설에 떨어져 있었기에, 서울에서 군 위안부는 민간인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그러나 군이 마을을 빼앗아 주둔하던 속초는 달랐다. 속초 주민들과 주둔하던 미군 폴 팬처는 “시청 인근에 있던 군 위안부 앞에 육군이 줄지어 서 있는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이들은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낮에는 밥과 빨래 등 일을 노예처럼 하고, 밤에는 성착취를 당했다”고 증언한다. 위안부는 일반 병사들이 ‘총알받이’를 한다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제5 보급품’이었다. 고위 장교들은 북에서 데려온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포로를 ‘첩’으로 삼았는데, 병사들이 이를 좋게 볼리도 없었다. 납치된 이북 여성이나 북한군이 점령할 당시 부역했다는 죄목으로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됐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장교들은 일반 병사에게 너희들도 북에서 여성들을 데려와 같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했다”고 해석한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채명신 장군의 회고록 ‘사선을 넘고 넘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당시 우리 육군은 사기 진작을 위해 60여명을 1개 중대로 하는 위안부대 3, 4개를 운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예비부대로 빠지기만 하면 사단 요청에 의해 모든 부대는 위안부대를 이용할 수 있었다. 5연대도 예비대로 빠지기도 전부터 장병들의 화제는 모두 위안부대 건이었다.……우리 연대는 위안부대는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워 공을 세운 순서대로 티켓을 나눠줬고, 훈장을 받았다면 우선권을 줬다.” 한국군 위안부에 대한 육군과 장교들의 기록 한국군 위안부의 규모는 군 공식 기록을 통해 추산할 수 있다. 1956년 육군본부가 후방 지원 업무를 발전시키기 위해 ‘후방전사(인사편)’를 펴내면서 특수 위안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서울 1개 소대와 강릉 3개 소대(총 79명)라는 기록과 서울 3개 소대와 강릉 1개 소대(총 89명)를 적은 표를 종합하면, 서울 3개 소대와 강릉 3개 소대에 약 128명의 한국군 위안부가 있었다. 김 교수는 “여기에 춘천, 원주, 속초 등의 위안부와 1953년 서울에 추가로 설치된 4개 소대를 합하면, 전국 위안부는 약 300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또한 ‘후방전사’의 ‘특수위안대 실적 통계표’에 따르면 서울과 강릉의 4대 소대에서 위안부 89명이 1952년 한 해에만 20만명이 넘는 군인을 ‘위안’했다. 단순 계산하면 위안부 한 명이 하루 평균 6명 이상의 군인에게 성착취를 당한 것이다. 소대별로 들여다보면 서울 제2소대(중구 초동 105번지)가 그해 8월 1명의 위안부가 상대한 군인수가 한달 평균 269.6명(하루 8.7명)으로 가장 많았다. 1952년 4월과 8월 강릉 제1소대(강릉 성덕면 노암리)에서도 30명의 위안부가 1명당 한달 평균 266.7명(하루 8.6명)을 ‘위안’했다. 1954년 3월에야 특수 위안대는 없어졌다. 김 교수는 “이들은 직업 여성이 아니라 대부분 납치된 여성”이라고 주장한다. 목격자들이 “치장하지 않은 매우 어린 여성으로 보였다”고 증언하고, 한 북파 공작원은 김 교수에게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 여성을 납치해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고 리영희 교수도 1988년 첫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 ‘역정’에서 “낙산사 주변 방공호에서 사병들의 동물적 욕구를 해소케 하는 은전을 베풀었는데, 병사 한명이 자기 고향에서 흘러온 아가씨를 만나 눈물에 젖었다”고 적었다. 복수의 증언자의 소개로 김 교수는 한국군 위안부로 추정되는 여성들을 찾았다. 이들은 “나는 자식들을 키웠을 뿐”이라며 낯선 연구자에게 울음만 토해냈다. 다만 당시 의대생이던 정씨는 국군에게 부역자로 몰려 위안부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피난을 가지 못한 학생들과 인민군을 치료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씨는 “○○여대다. ○○여중생이다 하면 모두 빨갱이로 몰려 총살을 당했다. 국군들은 우리를 인민군에게 버림받은 찌꺼기로 여겼다. 친구 3명과 나는 부대 장교 4명에게 배정됐지만 한 군인(남편)의 부탁으로 빠져나왔다. (헤어진 친구 3명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긴다. 못 다한 얘기는 가슴에 묻은 채 관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원류가 조선시대 기생제?” 한국군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특별 위안대의 설치·운영 책임자는 육군본부 후생감(휼병감)이다. 위안대가 만들어진 1951년 무렵 부임한 장석윤 후생감은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10여년을 일본군, 만주국군에서 복무했다.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된 그의 뒤를 이은 김병길 후병감도 태평양 전쟁 당시 학도병 출신이었다. 김희오 장군은 회고록 ‘인간의 향기’에서 “우리 중대에도 주간 8시간 제한으로 6명의 위안부가 배정됐다. 이는 과거 일본군대 종군 경험이 있는 일부 연대 간부들이 부하 사기 앙양을 위한 발상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의 원류는 조선시대 기생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정면 반박한다. 조선시대에는 군 위안부가 없었고 일제시기부터 생겨났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조선시대 전통적 기생은 예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일본이 강화도 조약을 맺고 제물포(인천) 등지를 조차하면서 예인이 지워진 기생이 등장하고 러일전쟁 때 확산됐다. 김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없었다면 한국군 위안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역사 왜곡도 경계한다.장군들의 회고록에는 위안부에 대한 반성이나 문제의식을 찾기 쉽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1990년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공론화가 한국군 위안부의 ‘불편함’을 일깨웠다. 김 교수는 “상급 장교들은 ‘자신을 왜 일본군 취급을 하느냐’며 위안부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 북한 여성을 납치한 군인은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는 일본인과 달리 정이 통한다’고 변명했다. 또 다른 군인은 ‘위안소를 이용하면 빨리 죽는다는 소문이 돌아 나는 이야기만 나눴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고 리영희 교수는 “사실 내가 강릉 부대에 있을 때 위안부를 만났다. 그때는 내가 인권 의식이 부족해서 전쟁 체험담으로 기록을 했는데, 부끄럽다”고만 할 뿐 말을 아꼈다. 군 당국은 한국군 위안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교수가 2002년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외압도 이어졌다. 당시 재직하던 학교를 통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조용히 연구하라’고 전했다. 지금도 군은 한국군 위안부에 대해 함구하며 외면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한국군 위안부 관련 진상조사는 한 적이 없다”면서도 “후방전사 인사편에는 특수 위안대 관련 일부 내용이 기술돼 있으나 지금까지 기술된 내용 외에 구체적인 사료나 자료가 없어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관련 희생자 위령사업 등에 대해 현재 별도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본군 경력이 있는 일부 한국군 간부들이 위안부를 설치·운영했다’는 “학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육군에서 언급할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아픈 과거사 진상조사해야…일본에도 더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김 교수는 공개되지 않은 군 자료 가운데 진상의 실마리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본다. ‘후방전사’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일본군 위안부처럼 한국군 위안부가 일주일 2회 군의관에게 성병 등을 검진받도록 했다. 기초 신상과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는 단서가 기록됐을 것으로 본다. 발굴 작업은 김 교수의 은퇴 이후 연구 목표이기도 하다.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여러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했지만 군 위안부는 다뤄지지 못했다. 전쟁 중 만연했던 성범죄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국민보도연맹 사건, 여순 사건 등 직권조사한 사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피해자나 유가족이 신청한 사건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이 만들어지기 전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성폭력 사건과 한국군 위안부를 다루자고 제안했지만,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김 교수는 지난 5월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연말쯤 꾸려질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주호영, ‘볼턴 회고록’ 의혹에 “문 대통령이 설명해야”

    주호영, ‘볼턴 회고록’ 의혹에 “문 대통령이 설명해야”

    “청와대의 성실한 답변 없으면 국회 차원 조사 불가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과 인터뷰 등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및 한미 외교 막후에 일어난 비화를 폭로한 것과 관련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의혹에 대해) 성실히 답변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25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기반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도, 참으로 의아스럽고 실망스러운 행태들이 (볼턴) 회고록에 나오고 있다”면서 “‘분식평화’, ‘남북 위장 평화쇼’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대로 설명하고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청와대에서 성실한 답변이 없다면 국민을 대표해 국회 차원에서라도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젊은 사람이 목숨을 희생했는데, 과연 국군통수권자이고 헌법상 국가를 보위할 책임이 있는 문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며 “국민의 전체적 의사에 기반한 안보정책을 추진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볼턴 회고록을 통해 공개된 우리 정부의 국민 기만을 비판하면서 진실을 요구했더니, 도리어 우리 당을 향해 ‘토착 분단세력’이라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성남시-광복회 ‘독립운동가 33명 웹툰’ 출판물로 만든다

    독립운동가 33명 웹툰을 33권의 만화 전집으로 만난다. 경기 성남시와 광복회는 25일 ‘민족정기와 독립정신 선양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광복회는 성남시 산하 성남문화재단이 제작해 다음 웹툰에 무료 연재(165만뷰) 중인 ‘독립운동가 33명 웹툰’가운데 1차 완성본인 33편의 웹툰 작품을 출판물로 제작한다. 광복회,성남시,성남문화재단이 출판 원고 제작,디자인,편집 등에 협업을 추진하며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이전에 전집 1000 세트를 전국 서점에 배포할 계획이다. 시는 SNS,다음 웹툰 등을 통해 홍보를 지원하고 성남지역 14개 공공도서관에 전집을 비치할 예정이다. 앞서 성남문화재단은 지난해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로 김구·신채호·김원봉 등 33명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해 웹툰을 제작했다. 성남 출신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인 남상목·이명하·한백봉 등도 포함했다. ‘타짜’·‘식객’의 허영만,‘바람의 나라’의 김진,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풀’의 김금숙,용산 참사 등 사회적 문제를 만화로 그려 온 김성희 등이 작가진으로 참여했으며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유적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독립운동역사와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공무원, 사회단체, 시민교육 프로그램도 협력 운영한다. ‘100인 독립운동가 웹툰 제작 프로젝트’의 2차 웹툰 플랫폼 연재 시작은 오는 8월 15일 광복절로 예정돼 있다. 안창호, 김하락, 방정환, 부춘화 선생 등 새롭게 선정한 독립운동가 33명을 만날 수 있다. 내년에는 남북공동 합작 추진 예정인 ‘안중근 의사’ 편을 포함한 34명의 독립운동가를 웹툰으로 제작해 단계별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올바른 역사교육 위해 6·25 역사서 1000만부 나눠준 부영

    올바른 역사교육 위해 6·25 역사서 1000만부 나눠준 부영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부영그룹과 6·25의 ‘남다른 인연’이 재조명받고 있다. 부영은 각국 젊은 세대들이 6·25전쟁 역사의 실상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재까지 역사서 1000만부 이상을 무료로 나눠 줬다. 또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유엔참전국 기념비 마련 때에도 힘을 보탰다. 6·25전쟁 당시 목숨 바쳐 우리를 도와준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2015년 부영은 2.7m 높이의 국가별 상징작품에 승리의 상징 월계관과 참전사항, 참전 부대 마크, 참전 규모 및 전투 기록, 참전 용사에게 바치는 글 등을 담아 기념관 측에 기증했다. 전후세대에 올바른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마음에서 출간과 기념비 지원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중근 부영 회장의 편저서 ‘6·25전쟁 1129일’은 학교·전쟁기념관·공공기관 등에 현재까지 1000만부 이상 무상보급됐다. 영문판도 제작해 110개국에 약 25만권을 배포했다. 이 책은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무방비 상태의 남한에 전면 남침을 개시한 시점부터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까지 1129일의 날씨, 전황, 국내외 정치상황 등을 일지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특히 지도, 통계 도표, 미공개 자료를 포함해 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사진 200여장을 수록한 데다 날짜별, 일지 형태로 집필한 우정체(宇庭體) 기술 방식으로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사실만을 담았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서 발간을 위해 이 회장이 사재를 들여 2013년 우정문고를 설립해 이 책을 발간했다. 이 회장은 우정문고를 통해 ‘광복 1775일’, ‘미명 36년 12,768일’, ‘여명 135년 48,701일’, ‘우정체로 쓴 조선개국 385년’ 등의 책들도 직접 편저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공초 선생은 시를 손끝으로 잘 써서, 시적 기교가 좋아서 시인이 된 게 아니에요. 무한대의 자유로운 시의식과 무소유의 세계관을 자신의 삶의 방식과 혼연일체 육화시켜나간 분이에요. 내 나이가 선생과 비슷해지다 보니, 한발 물러서고 여유가 생기면서 ‘선생의 문학 정신과 근접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희수를 넘긴 시인은 먼저 간 선생의 나이를 넘겨서야 그 뜻을 안다. 제28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한 오탁번(77) 시인의 말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시인은 등단 이래 54년 간 오롯이 문학을 살아낸 인물이다. 그는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후 시·소설이 차례로 당선된 신춘문예 3관왕이며,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한국 문학을 연구하며 후학들을 가르쳐왔다. 2008년부터 2년 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고, 시 전문 계간지 ‘시안’(詩眼)을 창간해 15년을 이끌었다. 수상작 ‘하루해’는 그의 자평에 따르면 ‘싱거운 시’다. 그도 그럴 것이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그의 열 번째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담긴 시편들 중 ‘하루해’는 가장 얌전하다. ‘싱거운 시’는 그가 정년 퇴임 후 내려 간 고향 충북 제천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풍경에서 나왔다. “수채화 그리듯, 보이는 그대로 그린” 풍경이다. 또한 ‘하루해’는 시인이 생각하는 예술혼이 그대로 담긴 시편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때 이중섭은 제주도 내려 가서 애들이 발가벗고 멱 감는 걸 그렸어요. ‘무찌르자 공산당’ 같은 구호가 없어도, 사람들은 그걸 보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절대 빈곤, 고독을 느끼죠. 그런게 ‘예술’이에요.” ‘벼 익는 논배미마다 지는 해가 더딘’ 가을 농촌 정경을 그린 ‘하루해’를 두고 이병초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문명과 거리를 둔 가을의 갈피를 순정하게 보여줌으로써 돈과 속도에 쫓기는 오늘을 고요히 성찰하도록 한다.’ 시집 ‘알요강’에 담긴 시인의 시를 보다 보면 유독 갸웃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누군가는 오타인 줄 알았다던 ‘닁큼’ 같은 단어들. ‘닁큼’은 ‘머뭇거리지 않고 가볍게 빨리’라는 뜻을 지닌 부사 ‘냉큼’의 큰 말로 순 우리말이다. 손자의 ‘알요강’(어린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작은 요강)을 사러 간 늙은 할아버지의 동작이 ‘냉큼’ 마냥 빠를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모국어의 빛나는 점, 좋은 점을 발굴해서 독자들한테 알리는 게 시인의 임무예요. 땅에서 금 캐고, 석탄 캐는 게 광부의 일이듯이.” 백석, 정지용의 시처럼 가장 좋은 시는 번역될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오래된 생각이다. 시인이 처음 문학을 접하게 된 것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학원’이라는 잡지를 만나서다. 1952년 전쟁통에 창간된 학생잡지 ‘학원’은 이청준, 김원일, 황동규 등 수많은 학원세대를 낳았다. 한겨울, 방 안에서 잉크가 얼 정도로 가난해서 추웠던 시절, 가진 건 문학밖에 없었다고 그는 추억했다. “글을 안 쓰고 있으면 배 속에서 기생충이 꼼지락 대는 것만 같아요. 내가 우주 속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것이 문학입니다.” 시와 소설 등 문학으로서의 도구를 여러 개 지녔던 그는 “시는 나를 힐링하는 것이라면, 소설은 노동에 가깝다”고 말했다. 시인은 2018년에 소설 전집을, 지난해 열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내년까지 부지런히 쓰면 열 한 번째 시집과 함께 2003년에 냈던 시 전집의 두 번째 버전을 낼 수 있을 것 같단다. 오랜 소망은 시와 소설이 합쳐진 듯한, 환상문학에 기반한 자전적인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이다. “달나라 여행, 해저 탐험처럼 문학으로 썼던 거짓말 같은 일들이 다 현실로 이뤄졌잖아요. 문학이 상상하면 현실로 빚어지지요.” 시인의 오랜 상상도, 현실로 빚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오탁번 시인은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1964년 고려대 영문과 입학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입학 ▲1976년 수도여자사범대학 조교수 ▲1983년 고려대 국문과 박사 졸업 ▲1983~2008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1987년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94년 동서문학상 수상 ▲1997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2008년 고려대 교수 정년 퇴임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2010년 김삿갓문학상 수상, 은관문화훈장 수훈 ▲현 고려대 명예교수·원서문학관 관장
  • ‘Queen’ 창간 30주년 기념 7월호 발간...소파 등 특별 프레젠트 풍성

    ‘Queen’ 창간 30주년 기념 7월호 발간...소파 등 특별 프레젠트 풍성

    여성지 퀸(Queen·전재성 대표)이 창간 30주년을 기념한 특별호를 24일 발간했다.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호로 출간된 퀸 7월호는 우선 ‘리더스 메디유 아미노 마스크, 고농축 피죤 섬유유연제’ 중 1종을 랜덤으로 전 독자에게 증정 선물로 준비해 눈길을 끈다. 가구대통령 ‘소파’와 집에서 명화감상 ‘뮤렐 디지털 캔버스’ 등 창간 30주년 기념 특별 프레젠트도 풍성하다. 이번 7월호는 지난 8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퀸 창간 30주년 기념 행사’를 특집으로 꾸몄다. 신낙균 민주평통 여성 부의장, 이배용 이화여자대학교 전 총장,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축사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영상축사, 정동만 미래통합당 의원 건배사 등이 퀸 창간 30주년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인사를 담았다. 또한 퀸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리더 30인’ 대상 시상식도 7월호에 상세히 실렸다. 위 심사위원장을 맡은 변도윤 전 여성부장관에게 듣는 리더의 품격, 대한민국 여성 리더 30인의 시상식 스케치와 수상소감도 공개했다. 정치 이슈로는 ‘32년의 질긴 악연, 이해찬-김종인 킹 메이커 진검승부 시작하다’ 특집 기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생활 기사로 살림의 여왕, 이정현의 ‘집밥 요리에도 품격이 있다’, 뇌박사 김영훈 교수의 ‘모든 아이들에겐 영재의 잠재력이 있다’ 인터뷰도 관심을 끈다. 퀸 창간 30주년 기념호 표지 모델은 30년 전 창간호 표지를 장식한 서정희 씨가 30년 만에 원조 퀸으로 귀환해 퀸 30주년 특별호에 의미를 더했다. 한편, 퀸 창간 30주년 기념호는 새로운 판형과 편집으로 변화를 선보이며 새 세대를 시작하는 여성지 퀸의 의지를 담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회고록 장사’ 비판…볼턴 “백악관 생활은 드라마 아니다”

    ‘회고록 장사’ 비판…볼턴 “백악관 생활은 드라마 아니다”

    대선 출마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맞서지 않은 것이 실수였을지 모른다면서도 백악관 생활은 드라마가 아니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회고록 출간에 맞춰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본인 면전에 말하지 않은 걸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수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할 일이 많았다”고 답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내 일에 집중하려고 했다. 외부에서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쉽다. 그리고 아마 실수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한 것은 나라와 백악관을 정책의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고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듣고 싶지 않은 비판을 쳐내는 데 매우 능하고 백악관에서 일하는 건 ‘웨스트윙’ 같지 않다. 대통령과 극적으로 대립하는 일은 없다”라고도 했다. 웨스트윙은 1999~2006년까지 방송된 미국 드라마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서관을 드라마 제목으로 내세워 백악관의 속살을 다루며 인기를 끌었다.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은 이날 공식 출간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 주요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가 지난해 탄핵국면에 의회 증언을 하지 않고 이제야 ‘회고록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전혀 아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WP는 회고록 출간 의도를 두고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탄핵 과정서는 증언 안해” 지적도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생활 초반의 가장 충격적 사건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있었던 2018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나토를 탈퇴할 뻔했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대통령을 말리느라 고생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왜 의회 증언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당시 당파적으로 움직이는 걸 지켜보면서 거기에 뛰어드는 게 실수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직에서 내려오게 하는 게 목표였다면 그들(민주당)은 180도 잘못된 방식으로 했다”고 비난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씨줄날줄] 네오콘, 볼턴의 굴절/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네오콘, 볼턴의 굴절/오일만 논설위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이 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급한 자질과 미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 실패를 주장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의 주요 대외정책 과정의 내밀한 일화들이 담겨 있어 화제를 모았다. 미 백악관 인사는 “고도의 기밀 정보를 방대한 책 전체에 흩뿌려 놓아 징역형의 위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회고록엔 우리의 운명과 직결된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을 담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였다. 문제는 진실과 팩트(사실)가 생명인 회고록 곳곳에서 주관적이고 자의적 왜곡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한반도 관련 110곳을 포함, 모두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하는 법적 절차를 개시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사진찍기용’으로 비하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조롱했다. 남북한 모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추진했던 회담을 정신병자의 발상으로 낙인찍은 것은 외교적 관례와 신뢰를 저버리는 무례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비핵화 협상 당시 볼턴과 긴밀하게 대화를 했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랭킹 1위가 됐다고 하니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이란 자리를 악용한 ‘책장사’라는 비판이 현지에서 터져나올 법하다. 볼턴이란 인물은 미 공화당의 신보수주의자 네오콘의 간판 격인 인물로 ‘힘이 곧 정의’라고 믿는 전형적인 매파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회고록에 이런 시각이 담겨 있다.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서 무기장사에 나서는 군산복합체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거대한 군산복합체의 먹이사슬 속에 있는 관료”라는 의미다. 조지 W 부시 정권(2001~2008년) 1기 권력을 장악한 이들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명확한 물증도 없이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을 증폭시켜 2차 북핵위기를 일으킨 역사가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리비아식 해법을 강요해 ‘노딜´을 주도했다. 북한 전문가 마이크 치노이는 자신의 저서 ‘북핵 롤러코스터’에서 “북한의 대미 관계 개선 의지를 네오콘들이 일방적으로 무시했고 북핵 위기를 고의적으로 증폭시켰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교훈은 하나 더 있다. 회고록에는 적어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보여 준 트럼트 대통령의 즉흥성, 미국 외교의 난맥상, 미 관료들의 무책임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이란 절박한 목표를 이뤄야 하는 우리로선 볼턴 회고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oilman@seoul.co.kr
  • [책 속 한줄] 당신도 나도 나비가 될 수 있다

    [책 속 한줄] 당신도 나도 나비가 될 수 있다

    “제기랄, 꼭대기에 아무것도 없쟎아!” “바보야, 조용히 해! 저 밑에 있는 친구들이 듣쟎아. 그들이 올라오고 싶어하는 곳에 우리가 와 있는 거야.” 이렇게 높이 올라왔는데, 아무것도 없다니! 다시 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읍니다. “저기 좀 봐-이런 기둥이 또 있쟎아. 저쪽에도 또-아니, 온통 기둥 아냐!” 줄무늬애벌레는 실망과 더불어 분노를 느꼈읍니다.(85~86쪽, 1981년 출간 당시 맞춤법에 따름) ‘꽃들에게 희망을’(거암) 중 위로 오르려는 애벌레들이 거대한 기둥을 이룬 장면이다. 기둥 꼭대기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애벌레들은 기를 쓰고 오른다. ‘더 나은 삶’은 남을 밟고 선다고 이룰 수 없다. 그렇게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다 해도 남는 건 분노와 환멸뿐이다. 당신 속엔 이미 고치가 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누구라도, 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나비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보내는 저자의 메시지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존 볼턴 맹비난하는 회고록 나온다

    존 볼턴 맹비난하는 회고록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민낯을 폭로하는 회고록을 출간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맞서 그를 맹비난하는 내용의 회고록이 출판된다. 22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9월 회고록을 출판한다. 이날 트위터에 공개된 일부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이 권력에 도취해 있었고, 자기 뜻대로 안 되자 미국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책에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이 다른 백악관 당국자들과 크게 다툰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영국 주재 미국대사관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영국 당국의 의전 규정에 따라 볼턴 전 보좌관에게만 경호차량이 배정됐는데, 그가 다른 참모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혼자 출발했다는 내용이다. 교통통제가 가능한 경호차량과 함께 이동하면 정체를 피할 수 있었던 다른 참모들은 결국 교통 정체 속에서 목적지로 이동해야 했다. 대사관저 도착 후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개XX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샌더스 전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볼턴이 스스로 다른 참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고 다른 규칙을 따라도 된다고 생각한 게 수개월 간 쌓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은 자리에서 나가버리자 일부 참모들은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과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이 일화를 두고 “볼턴이 스스로 다른 참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고 다른 규칙을 따라도 된다고 생각한 게 수개월 간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볼턴은 자주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되는 의제를 밀어붙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2017년 중반부터 2019년 6월 말까지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샌더스 전 대변인은 2022년 아칸소 주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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