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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 시즌’ 꽃놀이 대신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문학은

    ‘벚꽃 시즌’ 꽃놀이 대신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문학은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씨가 무르익었지만, 코로나19 위협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꽃놀이 가기는 망설여진다. 청소년들이 집에서 독서를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함양하기에 좋은 계절이나, 학부모로서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지 고민이다.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교육 현장의 교사, 사서,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발간한 ‘2021 추천도서목록’을 통해 추천한 청소년 문학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중학생에겐 청소년 소설집, 과학·역사 소설 등 추천 중학생들을 위한 문학으로는 ‘격리된 아이’,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녹두밭의 은하수’, ‘번개 소녀의 계산 실수’ 등이 있다. ‘격리된 아이’(김소연·윤혜숙·정명섭 지음, 우리학교 펴냄)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기획 소설집으로 청소년 관점에서 쓴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바이러스 확산세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어른과 부딪히는 불합리한 대우와 억울함 등의 심리를 담았다.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김성일 지음, 돌배게 펴냄)는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과학소설로 태양계가 기업들의 경제 식민지가 된 시대를 배경으로 다뤘다. 여우, 알렉스, 슈잉 세 인물의 시점에서 우주여행, 미래 기술 등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크다. ‘녹두밭의 은하수’(안오일 지음, 다른 펴냄)는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동학혁명이 배경인 소설이다. 동학군과 토벌군의 대치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우리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한다. ‘번개 소녀의 계산 실수’(스테이시 매카널티 지음, 강나은 옮김, 씨드북 펴냄)는 번개를 맞고 생긴 후천적 서번트증후군으로 수학 천재가 된 루시가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겪는 이야기다. 수학 천재 이야기지만 전혀 수학적이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등학생에겐 수준 높은 전기·에세이도 추천 고등학생을 위한 문학 도서로는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 워커입니다’ ‘너의 플레이리스트’,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등이 있다.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코닐리아 매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윌북 펴냄)는 영화로 개봉됐던 작은 아씨들의 원작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전기다. 1933년 출간된 책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번역됐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지만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건 아니었다는 이가 고전으로 회자하는 작품 작가가 되는 과정은 대리 만족과 통쾌함을 준다. ‘나는 아동 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 워커입니다’(안도 사토시 지음, 강물결 옮김, 다봄 펴냄)는 아동삼당소 직원인 저자가 겪는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아동 보호 및 학대 방지에 관한 이론이나 실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너의 플레이리스트’(마이클 루벤스 지음, 장혜진 옮김, 봄볕 펴냄)는 몰래 사라진 아빠, 자식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아빠, 죽도록 두들겨 패는 아빠 등 아빠가 아닌 아빠를 가져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무대에서 노래하지 못한 오스틴이 선망하던 뮤지션 셰인 테일러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유쾌하고도 슬프다.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이지아 지음, 스윙테일 펴냄)은 환상적 우주 공간과 미래 지구의 모습, 인공지능을 다룬 소설이다. 버려졌던 우주선 티스테가 어레스 박사에게 발견돼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중고생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가족, 전쟁의 상흔 이야기 등도 주목할 만 중고등학생 모두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문학 도서는 ‘곰의 부탁’, ‘구름사냥꾼의 노래’ , ‘귤의 맛’,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등이 있다. ‘곰의 부탁’(진형민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성장의 경계에 선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삶의 이야기 7편이 실려 있다. 친구의 성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나,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고 피자집 알바에서 배달 대행 알바로 갈아탔다가 낭패를 본 종민이 이야기들이 뭉클하다. ‘구름사냥꾼의 노래’ (알렉스 쉬어러 지음, 윤여림 옮김, 미래인 펴냄)는 미래에 지구의 핵이 폭발해 땅이 흩어져 섬이 돼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크리스찬이 구름사냥꾼이자 전학생인 제닌을 만나며 겪는 모험을 담았다.‘귤의 맛’(조남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82년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쓴 청소년 소설로 중학생 4명이 타임캡슐을 묻으며 한 약속을 전후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이혼한 부모와 어려운 가정 형편 등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아이들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제니 재거펠드 지음, 김아영 옮김, 리듬문고 펴냄)는 엄마의 이혼으로 외할머니댁으로 이사한 12살 시게가 전학을 앞두고 인생을 바꾸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다. 외톨이 소년 시게가 인스타그램 스타인 유노를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묘사했다. ‘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문영숙 지음, 서울셀렉션 펴냄)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열여섯 살 나이로 북한 인민군에 징집돼 끔찍한 경험을 하다 남한에 남게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소설이다. 고향, 가족,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전문가 인터뷰집 발간’ 김제동 “정성껏 차린 음식 같아…유재석·이효리 고마워”

    ‘전문가 인터뷰집 발간’ 김제동 “정성껏 차린 음식 같아…유재석·이효리 고마워”

    “이 책은 정성껏 차린 음식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책과 함께 어떻게 하실지는 여러분 판단이니까 ‘잘 읽어주세요’가 아닌 ‘읽어봐 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방송인 김제동(47)이 각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김제동은 26일 유튜브 공원생활을 통해 출간 기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고 재밌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이분들과 이야기해보면 답이 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가지고 갔다”고 책을 소개했다.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은 김제동이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전문가 7인을 만나 나눈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대중문화평론가 김창남 교수와의 대담을 담고 있다. 그는 “살면서 한 번쯤 가졌던 질문이지만 부끄러워서 못 물어보는 것들, 제가 여러분 대신해서 그 역할을 다했다”면서도 “제가 실제로 무식하다. 김상욱 선생님은 설명하다가 학을 떼시더라”고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전문가 7명 중 만나기 전 가장 설레던 사람으로 심채경 박사를 꼽은 그는 “우주를 보면 땅을 딛고 살아가는 고민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렷한 정치적 색채를 지닌 방송인답게 정치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주장도 내놨다. “기본 소득을 헌법의 기본권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투표권이 있는 것만큼이나 경제적 주권이 있어야 자기가 사는 세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천사를 써준 유재석, 이효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도 전했다. 그는 “내가 뭘 하면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지만, 조금씩 시끄럽다. 내가 뭔가를 하면 그 자체가 다른 의미로 읽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분들까지 포함해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그 과정에서 늘 시끄러워서, 추천사 써준 효리씨에세 시끄럽게 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갈까 봐 늘 미안하고 고민될 때가 있다”며 (이효리에게) 전화해서 ‘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 했더니 ‘여기 촌이라 잘 안들려’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해도 위안이 되는 사이가 있고, 그런 말 한마디 속에서 살아갈 힘이 되는 사이가 있지 않나”며 “여러분에게 이 책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제동의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을 비판한 리뷰 글이 삭제돼 ‘검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선거 앞두고...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 출간과 동시에 10위

    선거 앞두고...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 출간과 동시에 10위

    유튜브 구독자 207만명, 누적 조회 수 14억 회를 넘어서는 인기 크리에이터 ‘흔한 남매’의 코믹북 ‘흔한 남매 7’이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친여 성향 유튜버가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을 비판한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출간과 동시에 종합 10위를 차지했다. 26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3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흔한 남매 7’은 전주에 출간하자마자 1위에 오른 기세를 이어갔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2위)과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3위)이 뒤를 잇는 등 톱10 가운데 1~7위는 변동이 없었다. 일본의 만화가 아쿠타미 게게의 ‘주술회전. 13: 시부야 사변(벽력)’과 시민단체 ‘파란장미시민행동’ 최인호 대표의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각각 출간과 동시에 9위와 10위에 진입했다. 특히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는 2017년부터 유튜브 채널 ‘최인호TV’를 운영하는 최인호씨의 책이다. 저자 최씨는 서문에서 “나는 김어준 파쇼의 종식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또 책 소갯글에서도 “김어준은 ‘한 사람의 방송인’에 머무는 존재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상당수 시민이 완장을 차고 부대를 만들어 동료 시민들을 겁박하고 세뇌하는 ‘파쇼적’ 현상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며 “그 광풍 뒤에 ‘김어준’의 실루엣이 어른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 최씨는 ‘최인호TV’에서도 김씨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 왔으며, 검찰개혁에도 우호적으로 알려졌다. 친여 성향 유튜버임에도 대표적 친여 방송인으로 평가받는 김어준씨에 대해선 비판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교보문고 3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흔한 남매 7 (흔한 남매·아이세움) 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 3.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염승환·메이트북스) 4. 나의 첫 투자 수업 1 (김정환·트러스트북스) 5.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6. 아몬드 (손원평·창비) 7.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리더스북) 8. 마지막 몰입: 나를 넘어서는 힘 (짐 퀵·비즈니스북스) 9. 주술회전. 13: 시부야 사변(벽력) (아쿠타미 게게·서울미디어코믹스) 10.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 (최인호·이맛돌)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휴지조각이 돼 버린 홍콩 민주주의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휴지조각이 돼 버린 홍콩 민주주의

    홍콩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야심찬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실험은 끝내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7월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이어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들의 애국심 심사, 홍콩 선거구제 개편, 홍콩 학교에 중국 홍보책 세트 배포 등 일련의 작업을 통해 홍콩의 민주주의 체제를 완전히 지워버린 것이다. 홍콩 교육부는 일선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회람을 통해 한 세트에 48권으로 구성된 중국어 그림책 시리즈 ‘내 집은 중국에 있어’ 배포 계획을 지난 22일 밝혔다. 이 그림책 시리즈는 중국 정부가 홍콩 학생들의 애국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만든 중국 홍보용 책자다. 교육부는 회람에서 “이 책 시리즈는 중국 역사와 문화 교육을 향상하는 보조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홍콩 자유언론(HKFP)이 23일 보도했다. 케빈 융(楊潤雄) 홍콩 교육부 장관은 중국 관영 통신사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고 모든 홍콩인은 이 나라의 시민”이라며 “모든 홍콩인은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린 홍콩인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 교재를 활용해 헌법과 기본법, 홍콩보안법과 같은 중요한 가치를 제고해 왔다”고 덧붙였다. 중국 광둥(廣東)성 정부 소유한 출판사가 2016년 펴낸 이 책은 중국 도시와 축제, 호수와 바다, 소수민족, 산과 강, 길 등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영어와 러시아어, 라오스어로 출간됐고 현재 스페인어 버전이 제작되고 있다. HKFP는 “일각에서는 중국 본토 관리들이 애국심 육성을 강조하면서 홍콩 교육 현장이 점점 정치화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들에 대해 ‘애국심’을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입법 의원들에 대한 애국심 의무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홍콩 정부가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적했다. SCMP는 이 결의안에서 중국 정부가 규정한 애국심은 1984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정한 ‘중국에 대한 존경, 중국의 홍콩에 대한 통치권 회복 지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지 않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정치평론가 소니 로는 “야당 의원들에게는 협조하거나 아니면 입법회에서 쫓겨나는 것 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우리는 입법회가 향후 친중국 의원들로만 채워지는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는 즉각 현실화됐다. 홍콩 정부는 이날 오후 곧바로 관보를 통해 중국 전국인대 상무위의 결정에 따라 입법회 의원 앨빈 융(楊岳橋)과 궉카키(郭家麒), 데니스 궉(郭榮?), 케네스 렁(梁繼昌) 등 4명에 대해 의원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네 의원이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고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보를 해쳤다는 이유로 자격이 박탈됐다고 홍콩 정부는 그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선관위는 해당 후보가 홍콩 헌법인 ‘기본법’을 지지하고 홍콩 정부에 충성하는지 등을 심사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홍콩 선관위는 이에 앞서 16명의 민주파 후보들에게 ‘충성 질의서’를 보내 이들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미 관리와 의원들에게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것 등을 빌미로 의원직 자격을 박탈해버린 것이다.이도 모자라 중국은 홍콩 선거제도 개편했다. 지난 11일 폐막한 중국 전국인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에 입법의원 지명권을 부여하고, 출마자의 ‘애국심’을 평가하기 위한 공직 후보자 자격 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홍콩 선거제도 완비에 관한 전국인대 결정’을 통과시켰다. 전국인대에서 찬성 2895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완벽하게’ 의결된 선거제 개편안은 ▲공직 선거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 심의위원회 설치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에서 1500명으로 확대 ▲입법회 의원 70명에서 90명으로 확대하는 것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이런 만큼 이번 홍콩 선거제 개편안의 초점은 공직 선거 출마 자격을 정부 당국이 심사하고, 행정장관 선거인단에 시민이 선출하는 몫을 줄이는 것에 맞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인단에서는 기존 구의원 몫 117석에 대한 언급이 누락되는 바람에 시민들이 선출한 몫이 선거인단에서 빠진 것이다. 홍콩 정가에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부분은 그만큼 축소되고 중국의 직접 통제는 강화된 셈이다. 홍콩인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 선출직 입법회 의원들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입법회 의원 중 절반인 35명은 홍콩 시민이 직접 선거로 뽑고 나머지는 직능 단체 간접 선거로 선출한다. 하지만 개편안에서 입법회 의원은 선출직, 직능대표 선거, 선거인단 선거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뽑는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각각 몇석씩 배분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는 친중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선거인단도 입법회 의원 일부를 선출하도록 했다. 직접 선거로 뽑는 의원 비율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중 성향인 홍콩 야권이 입법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더라도 홍콩 의회를 좌우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홍콩 언론들은 홍콩 선출직 의원수가 현재의 35석에서 20석으로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점쳤다.때문에 홍콩 선거제 개편의 최종 목표는 내년 3월로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일체의 잡음없이 치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친중 후보가 행정장관 선거에서 무난히 압승을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것이다. 즉 행정장관 선거인단에서 반대파가 설 자리가 없도록 선거인단 수와 구성을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이에 홍콩 야권은 선거제 개편으로 친중 인사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면 일국양제에 종말을 고하고 홍콩의 민주주의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4인 초과 집합금지 명령과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물리적으로 표출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해 7월 이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100여 명이 체포된 데 이어 당국이 공직 선거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선거제 개편이 이뤄지면서 홍콩 범민주진영은 손발이 묶이는 상황에 부닥쳤다. SCMP는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과 제2야당인 공민당을 비롯해 범민주진영이 중국의 잇따른 조치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지난달 28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공민당 소속 정치인 5명을 포함해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이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이 무더기 기소되면서 홍콩 야권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고 야권에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후보군 자체가 심각하게 쪼그라들었다. 특히 기소된 47명 중 앨빈 융 전 주석을 포함해 4명의 공민당원이 법원에서 보석 심리 도중 공민당 탈퇴를 선언했다. 공민당 소속 레티샤 웡(黃文萱) 구의회 의원은 “당 해체 논의가 있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킨헤이(羅健熙) 민주당 주석의 일과에는 범민주진영 47명이 기소된 이후 구치소를 방문해 구속된 동지들을 만나는 일정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로 주석은 “매일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나는 내 발언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만, 어느 날 당국이 내 발언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우려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조안나 게인즈 두 번째 그림책 “엄마의 모국어로 옮겨져 큰 영광”

    조안나 게인즈 두 번째 그림책 “엄마의 모국어로 옮겨져 큰 영광”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책이 어머니의 모국어로 번역돼 나오면 어떤 감회에 젖어들까? 어릴 적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놀림을 받거나 왕따를 당해 어깨가 축 처져 집에 돌아오면 굳세게 응원해주던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따듯하게 건넨 격려의 말은 그대로 책 제목이 됐다. 조안나 게인즈(42)는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미국 작가다. 아버지는 백인, 어머니는 완벽한 한국인이었다고 했다. 텍사스주의 소도시 웨이코에서 다섯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엄마이며 디자이너이자 잡지 편집장이기도 하다. 남편 칩과 함께 리모델링 및 디자인 회사인 ‘매그놀리아(Magnolia)’를 운영하는데 낡고 오래된 집을 고쳐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픽서 어퍼(Fixer Upper) 웰컴 홈’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처음 쓴 ‘우리 가족은 정원사입니다’가 지난해 국내에 번역돼 출간됐는데 최근 두 번째 그림책 ‘세상에 필요한 건 너의 모습 그대로’(영어 제목은 ‘The World Needs Who You Were Made to Be’)가 우리말로 나왔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게인즈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한글 번역본과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 두 장을 올려 팔로어들에게 자랑했다고 잡지 피플이 24일 전했다. “내 책의 언어들이 어머니의 모국어로 번역돼 있는 것을 보게 돼 정말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어린 소녀였을 때 엄마와 함께 외출하면 종종 어떤 이의 불편한 시선이나 깔보는 평가가 얼마나 그녀의 충일한 얘기와 아름다운 문화를 경시하려고 했는지 기억한다. 우리는 말과 행동이 지닌 힘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세상에는 우리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우리가 갖고 있는 놀랍고 아름다운 차이들도 모두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이런 얘기들을 충분히 나누면 그것은 진실이 돼 울려서 가장 굳어진 마음까지 부드럽게 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요즘 미국에서 극성을 부리는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증오범죄나 공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중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인의 피가 자신에 내재하고 있으며 한국인의 후손임이 자랑스럽다고 당당히 밝혔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일이 평생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올리비아 먼, 제이미 청, 애슐리 박 등 유명인들이 당당히 인종혐오에 맞서자고 외치는데 사실 게인즈의 선례를 좇은 것이기도 하다. 그는 저자 서문을 통해 “여러분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선물을 세상에 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하세요”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2020 뉴욕타임즈 어린이그림책 베스트셀러 1위에 선정됐고 2021 아마존의 미국초등교사 추천 도서로 뽑혔다. 한글판에는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교재 ‘다름으로 만드는 같이’도 덤으로 주어진단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글로벌 In&Out] 일상의 ‘슬기로운 덕질’/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글로벌 In&Out] 일상의 ‘슬기로운 덕질’/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너는 덕질을 해서 교수가 되겠구나.” 아주 친한 한국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교수는 아니지만, 고국에서 대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로 취직하게 된 것도 ‘덕질’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년 전의 나는 한국 대중가요, 이른바 케이팝을 좋아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 문학에 빠지게 되어 지금의 진로를 택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문학을 더 깊이 배우고 나중에 대학에서 한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취직하고 박사과정을 하면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졌으나 ‘덕질’은 여전히 삶의 일부이며 나에게 그 나름대로의 쾌락과 즐거움을 주는 요소이다. 그렇다면 나의 ‘덕질’ 생활은 어떻게 슬기로운 것이 되었을까. 학창 시절 밤새워 ‘덕질’을 하다 늦잠을 자게 되어 피곤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물론 이것은 ‘덕질’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으나 반대로 영상을 보면 한국어 듣기 연습도 되고 한국어 어휘를 자발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한국어 듣기 실력이 좋아졌고 한국어 말하기 실력도 늘어날 수 있었다.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한 예능을 한없이 챙겨 봄으로써 꿩 먹고 알 먹듯이 나름의 재미를 얻으면서 한국어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덕질’은 여전히 내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한국어 실력이 많이 서툴고 부족하기 때문에 ‘덕질’을 하면서 실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덕질’을 하면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도 동시에 접하게 되고 배우게 되었다.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 단지 배우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거기에 담겨진 가치와 문화 양상도 같이 알게 되었다. 더구나 한국인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되었다. 이는 한국 생활을 하면서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슬기로운 ‘덕질’ 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맞다고 본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는 물론이고 지금 ‘덕질’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가령 좋아하는 배우가 저서를 출간했을 때 그 책을 완독했고 언어 실력을 동시에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 배우가 좋아하는 책을 추천하면 그 책을 읽게 되었고 거기에 들어 있는 정보를 얻고 지식을 넓힐 수 있었다. 혹은 어떤 배우가 자연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될 때, “아, 나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해 등산도 하고 자연과 관련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덕질’ 덕분에 원래 독서를 좋아하는 나도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평소에 운동을 싫어했으나 등산이나 산책을 함으로써 더욱 건강한 삶을 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게다가 ‘덕질’을 할 때는 혼자서 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예전에 고국에서 수업하면서 학생들과 어떤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문학 수업을 했을 때 어떤 영화를 같이 보았는데 거기에 출연한 배우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그 영화의 후기와 배우에게 줄 편지를 작성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 왔을 때 그 편지를 스크랩북에 붙여 아는 분을 통해 그 배우에게 전달했다. 그 배우가 편지를 직접 읽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했을 때 학생들 또한 매우 기뻐했다. 그때는 나의 사심을 담아 수업을 했으나 학생들의 쓰기 실력이 발전해 일석이조였다. 그래서 나와 타인에게 ‘덕질’이 이렇게 좋은 일이란 걸 깨달았다. 자신에게 보람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슬기로운 덕질’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 한류 전파로 인해 ‘덕질’하는 전 세계에 있는 팬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즐거움을 느끼면서 좋은 영향을 얻을 수 있는 ‘덕질’의 힘이라는 말이다.
  • “내 머릿속의 모든 것 글로 남기고 떠날 것”

    “내 머릿속의 모든 것 글로 남기고 떠날 것”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불안한 것이죠. 하지만 ‘어제 내가 세상을 떠났으면 오늘 내가 하는 것을 못하게 됐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겁니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몰랐던 것을 배우는 존재거든요.” ‘한국 지성사의 산증인’ 이어령(87) 전 문화부 장관은 끝자락까지 지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본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라면서 “건강이 다할 때까지 머릿속에 들어간 모든 것을 마지막 한 자까지 글로 남기고 떠나려 한다”는 말엔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으로서의 책임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이 전 장관은 서울신문을 포함한 언론사 논설위원과 문학 평론가·대학교수 등을 두루 거쳤고 행정가로서도 활약했다. 2017년 암 선고를 받은 뒤 치료를 마다한 채 기력을 다해 집필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9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를 추모하는 에세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열림원) 개정판을 출간했다.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는 이 전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엔 민아 생전에 서로 못다 한 말들이 남아 이 책을 썼다”면서 “민아의 10주기가 가까워지면서 그가 남긴 사랑의 자취를 돌아보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과 슬픔을 참았던 것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의미에서 다시 책을 냈다”고 밝혔다. “내가 딸의 10주기인 내년까지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해 출간 일정을 앞당겼다”고 덧붙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일했던 이민아 목사는 첫아이를 먼저 하늘로 보낸 아픔을 겪은 뒤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위암 판정을 받고 영면에 든 때가 2012년 3월이다. 책은 이 과정을 따라가는 각각 단편 에세이와 편지를 엮어 동시대 부모 마음을 애틋하게 대변한다.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며 서재 앞을 서성이던 딸을 안아 주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책 제목에 녹아들었다. 이 전 장관은 2015년 4월에 낸 책의 초판 서문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친다”고 썼다. 이번 개정판 서문은 깊은 슬픔을 달래지 못한 그때에서 벗어나 감내하고 기꺼이 표출하는 느낌이랄까. “네가 돌아왔구나. 널 잃고 황량했던 내 가슴에 꽃으로 새로 돌아왔구나. 민아야 이제 눈치 볼 것 없이 엉엉 울어도 된다.” 그는 “슬픔보다 새로 발견한 죽음의 문제, 그리고 그동안 오랫동안 생각했던 딸과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초판에 실렸으나 이번 개정판에서 빠지게 된 시들은 저자가 새로 쓴 시들과 함께 내년에 시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은 “딸이 ‘시험이 싫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인터뷰한 것을 뒤늦게 알고 가슴이 아팠다”고 떠올렸다. “아이가 외로웠는데 물질적 환경이 나아지면 행복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 죽음을 앞뒀을 때 죽음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겁니다.” 이 전 장관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개인을 비행기로 보면 가족은 사회로 나가고 들어오는 일종의 활주로와 같아요. 긴 활주로는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속도를 늦춰 줄 때까지 받아 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거죠.” 무신론자였던 이 전 장관은 독실한 신자 민아의 영향으로 기독교에 귀의했다. 그는 “종교를 믿는 순간 가정이 회복되고 사랑이 회복되고 용서하게 된다”면서 “기독교에선 사랑보다 용서가 더 큰데, 증오와 갈등으로 뒤덮인 지금은 온 사회가 용서할 만큼 마음이 너그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우리가 어려울 때 신이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신은 오는 게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라며 “신이 있느냐를 묻기 전에 내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남을 용서할 수 있다면 신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 현대사에서 문화적으로 전환점이 됐던 순간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꼽았다. 그는 “AI 혁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알파고의 추억’이라는 책을 집필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인터뷰] 이어령 “내 모든 것 글로 남기고 떠날 것...죽음은 끝 아냐”

    [인터뷰] 이어령 “내 모든 것 글로 남기고 떠날 것...죽음은 끝 아냐”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불안한 것이죠. 하지만 ‘어제 내가 세상을 떠났으면 오늘 내가 하는 것을 못하게 됐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겁니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몰랐던 것을 배우는 존재거든요.” ‘한국 지성사의 산증인’ 이어령(87) 전 문화부 장관은 끝자락까지 지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본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라면서 “건강이 다할 때까지 머릿속에 들어간 모든 것을 마지막 한 자까지 글로 남기고 떠나려 한다”는 말엔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으로서 책임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이 전 장관은 서울신문을 포함한 언론사 논설위원과 문학 평론가, 대학 교수 등을 두루 거쳤고 행정가로서도 활약했다. 2017년 암 선고를 받은 뒤 치료를 마다한 채 마지막 기력까지 다해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9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 고 이민아 목사를 추모하는 에세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열림원) 개정판을 출간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는 이 전 장관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엔 민아 생전에 서로 못다 한 말들이 남아 이 책을 썼다”면서 “민아의 10주기가 가까워지면서 그가 남긴 사랑의 자취를 돌아보며 그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과 슬픔을 참았던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시키는 의미에서 책을 다시 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자신도 딸의 10주기인 내년까지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해 출간 일정을 (9주기로) 앞당겼다”고 덧붙였다.이 전 장관의 딸 고 이민아 목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일했다. 첫 아이를 먼저 세상에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뒤 기독교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위암 판정을 받고 영면에 든 때가 2012년 3월이다. 책은 이 과정을 따라가는 각각의 단편 에세이와 편지를 엮어 동시대 부모 마음을 애틋하게 대변한다.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며 서재 앞을 서성이던 딸을 안아주지 못한 일은 고스란히 저자의 아픔으로 남았고, 저자는 “네가 태어난 순간 나도 아버지가 됐다”고 고백한다. 이 전 장관은 2015년 4월에 낸 책의 초판 서문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친다”고 썼다. 이번 개정판 서문은 깊은 슬픔을 달래지 못한 그때에서 벗어나 감내하고 기꺼이 표출하는 느낌이랄까. “네가 돌아왔구나. 널 잃고 황량했던 내 가슴에 꽃으로 새로 돌아왔구나. 민아야 이제 눈치 볼 것 없이 엉엉 울어도 된다.” 그는 “슬픔보다 새로 발견한 죽음의 문제, 그리고 그동안 오랫동안 생각했던 딸과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며 “단순히 딸을 잃은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개인의 체험이 집단의 보편적 체험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썼다”고 했다. 초판에 실렸으나 이번 개정판에서 빠지게 된 시들은 저자가 새로 쓴 시들과 함께 내년에 시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이 전 장관은 “딸이 ‘시험이 싫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인터뷰한 것을 뒤늦게 알고 가슴이 아팠다”고 떠올렸다. “아이가 외로웠는데 물질적 환경이 나아지면 행복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 죽음을 앞뒀을 때 죽음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겁니다.” 이 전 장관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개인을 비행기로 보면 가족은 사회로 나가고 들어오는 일종의 활주로와 같아요. 긴 활주로는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속도를 늦춰줄 때까지 받아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거죠.” 그러다 이 사회의 큰어른으로서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가족이 붕괴하는 상황을 보고 있다”는 걱정도 덧댔다. 무신론자였던 이 전 장관은 독실한 신자 민아의 영향으로 기독교에 귀의했다. 그는 “종교를 믿는 순간 가정이 회복되고 사랑이 회복되고 용서하게 된다”면서 “기독교에선 사랑보다 용서가 더 큰데, 증오와 갈등으로 뒤덮인 지금은 온 사회가 용서할 만큼 마음이 너그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우리가 어려울 때 신이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신은 오는 게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라며 “신이 있느냐를 묻기 전에 내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남을 용서할 수 있다면 신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 현대사에서 문화적으로 전환점이 됐던 순간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꼽았다. 그는 “AI 혁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알파고의 추억’이라는 책을 집필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홍콩은 중국시민, 애국심 고취” 홍콩, 모든 학교에 中홍보 책 배포

    “홍콩은 중국시민, 애국심 고취” 홍콩, 모든 학교에 中홍보 책 배포

    교육부, 학교에 ‘내 집은 중국에 있어’ 배포“어린 홍콩인 애국심 고취 위해 교재 활용”中 세계화 전략에 영어·스페인어로도 번역홍콩 교사노조 “교재 활용 압박 느낄 것”‘강제송환법’·‘국가보안법’ 투쟁 1년도 안돼중국 본토로 범죄인을 강제 송환하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홍콩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극렬한 반중 시위가 벌어진지 1년도 안 돼 홍콩 학생들의 중국에 대한 애국심 고취를 위해 모든 학교에 중국 본토에서 발간한 중국 홍보 책 세트가 배포된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23일 보도했다. HKFP는 전날 홍콩 교육부가 일선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회람에서 한 세트에 48권으로 구성된 중국어 그림책 ‘내 집은 중국에 있어’ 배포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회람에서 “이 책 시리즈는 중국 역사와 문화 교육을 향상하는 보조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홍콩 교육부 장관 “홍콩은 중국 일부분”“모든 홍콩인은 중국 시민, 中 사랑해야” “홍콩 국가보안법 가치 향상” 앞서 케빈 융 홍콩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중국 관영통신 중국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소개했다. 그는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며 모든 홍콩인은 이 나라의 시민”이라면서 “모든 홍콩인은 나라를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어린 홍콩인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 교재를 활용해 헌법과 기본법,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같은 중요한 가치를 향상해왔다”고 덧붙였다. HKFP는 2016년 첫선을 보인 해당 책은 중국 광둥성 정부가 소유한 출판사가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책은 중국 도시와 축제, 호수와 바다, 소수민족, 산과 강, 길 등을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영어, 러시아어, 라오스어로 출간됐고 현재 스페인어 버전이 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中 본토 관리에 홍콩 교육 현장 정치화” HKFP는 “일각에서는 중국 본토 관리들이 애국심 육성을 강조하면서 홍콩 교육 현장이 점점 정치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교사노조 측은 “이 책을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데 문제는 없다”면서도 “교육 당국이 이처럼 명확한 입장 아래 책을 배포하면 학교에서는 해당 책을 교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야만적이고 위험한 이집트 페미니스트 엘사다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야만적이고 위험한 이집트 페미니스트 엘사다위

    “사람들이 날 보고 야만적이고 위험한 여자라고 말해요. 난 진실을 말하거든. 그리고 진실이란 야만적이고 위험하거든.” 이집트의 페미니스트 나왈 엘사다위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는데 21일(현지시간) 노환 때문에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이집트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고인의 페이스북은 “나왈 엘사디위, 안녕”이라고만 밝혔다. 의사이며 페미니스트이며 작가였다. 소설, 에세이, 자서전에 자신의 주장을 담았고 수다에 열정적으로 끼어들었다. 무서울 정도로 솔직했고 여성의 정치적, 성적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 지칠 줄 모르고 헌신했다. 위험 수위를 넘나든 발언 때문에 논란도 일으켰고 살해 위협에다 수감된 일도 적지 않았다. 친구이며 통역이던 옴니아 아민은 지난해 BBC 인터뷰를 통해 “타고난 싸움꾼”이라면서 “그녀와 같은 사람은 보기 드물다”고 했다. 1931년 카이로 외곽 마을에서 아홉 자녀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그는 13세에 첫 소설을 낼 정도로 조숙했다. 아버지는 여유롭지 않은 정부 관리였고, 어머니는 부자 집안 출신이었다. 가족은 10세의 그를 시집 보내려 했는데 어머니에게 대들어 단념시켰다. 아버지는 그에게 교육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느날 할머니가 “사내 하나는 적어도 딸아이 열다섯 만큼의 가치가 있어. 딸들은 쓸모없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돌아봤다. 아민 박사는 “그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입밖에 냈다. 뒤를 돌아보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6세 때 여성 할례하는 곳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세세하게 적어 고발했다. 그의 책 ‘이브의 숨겨진 얼굴’을 보면 할례를 받으며 욕실 바닥에 딩굴며 괴로워하는데 옆에서 어머니가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해서 그는 평생에 걸쳐 할례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이집트에서 할례가 금지된 것은 2008년이었는데 그는 끔찍한 일이 그렇게 오래 지속된 점을 개탄했다. 1955년 카이로대학 의대를 졸업한 뒤 정신과 전문의가 됐다. 이집트 정부 공중보건 책임자에 임명됐지만 1972년 넌픽션 ‘여인들과 성’을 출간하자 경질됐다. 몇년 전에 창간했던 잡지 ‘헬스’도 1973년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목소리를 높였고 집필을 이어갔다. 1975년 감옥에서 만난 여자 사형수들을 소재로 한 소설 ‘우먼 앳 포인트 제로’를 발간했다. 2년 뒤 내놓은 ‘이브의 숨겨진 얼굴’은 마을 의사로 일하며 목격한 성 유린이나 명예살인, 성매매 실태를 고발했다. 남자들은 광분했는데 비평가들은 아랍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어처구니없는 비평을 해댔다. 1981년 9월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에 반대하는 인사 명단에 포함돼 3개월 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 화장실 휴지에 눈썹펜으로 적어 회고록 원고를 만들었다. 눈썹펜은 성매매를 하다 수감된 이들이 밀반입한 것들이었다. 아민은 “그는 진실을 말한다면 규칙이나 규제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다트가 암살되자 풀려났는데 검열과 출판 금지는 풀리지 않았다. 근본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거나 법정에 불려가는 일이 몇년 이어지자 결국 미국으로 망명했다. 물론 그곳에서도 종교, 식민주의, 서구의 위선을 까발리고 무슬림 베일(가리개)을 반대하고 화장과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자고 해 동료 페미니스트들과도 불화를 겪었다. 제이납 바다위 BBC 앵커가 2018년 만나 세상을 보는 눈이 너그러워진 것 같다고 떠보자 엘사다위는 “아니, 난 더 직설적이어야 해. 더 공격적이어야 해. 왜냐하면 세상이 더 공격적이게 되거든. 해서 사람들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해. 난 화가 났기 때문에 더 크게 얘기해야 해”라고 말했다.그의 책은 4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국제적인 명성도 누렸다. 런던에서 출판 에이전시로 일한 카디자 세사이는 “사람들이 모두 그의 정치관에 동조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지요. 하지만 날 가장 고무시키는 것은 그녀의 저작, 그녀가 이룬 것들과 여성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일들”이라면서 “특히나 아프리카 여성이나 유색인종이라면 그의 활동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여러 대학의 명예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타임이 선정한 ‘올해 100명의 여성’에 들었고 커버 스토리로 다뤄졌다. 하지만 고인은 한 가지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했다. 아민 박사는 “정작 조국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못 받아 그것이 유일한 꿈이자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일시 귀국했으나 논란이 뜨거웠다. 2004년 대선에 출마했고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저항한 ‘아랍의 봄’ 봉기 때 카이로 타히르 광장에 서기도 했다. 세사이는 세대를 넘어 젊은이들이 고인을 롤모델로 삼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엘사다위는 누군가의 영웅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녀라면 ‘스스로의 영웅이 되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윤석열, 사퇴 전 ‘美 모겐소 검사장’ 전기 배포... “거악 척결 강조”

    윤석열, 사퇴 전 ‘美 모겐소 검사장’ 전기 배포... “거악 척결 강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전 일선 검사들에게 미국 뉴욕 맨해튼 검찰의 전설인 고(故) 로버트 모겐소 전기를 배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사퇴 전 대검찰청을 통해 전국 검사들에게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라는 제목의 책을 배포하라 지시했다. 지난 12일부터 총 2300부가 전국 검찰청에 배포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채널A 사건 관련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지난해 7월, 윤 전 총장의 지시로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실이 전국 검찰청 배포용으로 제작했다. 이후 윤 총장 징계 국면과 법-검 갈등 악화 등으로 출간이 미뤄졌지만, 윤 총장은 사퇴 약 일주일 전 참모들에게 책을 계획대로 배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직접 쓴 발간사에 “모겐소는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외치면서 거악 척결을 강조했다”며 “무모하다고 비춰질 수 있는 그의 법 집행 의지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역사회와 시장경제에서 법치주의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적었다. 뉴욕 맨해튼 검찰의 전설로 유명한 모겐소는 1960년대 케네디 행정부 시절 맨해튼 연방검사로 임명됐다. 이후 1974년 지역 시민들의 투표로 맨해튼 지방검사장이 된 후 아홉 차례 연임에 성공해 35년간 검사장을 역임했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강한 반대의견을 피력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모겐소 검사장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모겐소 검사장이 미국 갑부들의 탈세와 내부거래 등을 엄단하며 미국 자본주의 시장의 투명화에 기여했다고 짚으며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강조했다. 또한 대검이 지난달 낸 ‘주요 각국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 자료에서도 모겐소 검사장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모겐소 검사장이 재임 기간 공직부패범죄, 중대경제범죄, 조직범죄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찰 직접수사를 촉구했으며, 특히 중대범죄에는 검사들이 수사의 처음부터 재판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수직적 기소를 도입,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회고록에서 폭로한 놀라운 일들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회고록에서 폭로한 놀라운 일들

    1992년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관능미를 뽐냈고 세월이 한참 흘러도 여전히 완숙미를 뽐내는 샤론 스톤(63)이 함께 출연한 남자 배우와 동침하라는 제작자의 압력을 받은 일이 있다고 오는 30일(이하 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에서 폭로했다. 잡지 베니티 페어가 단독 입수한 스톤의 회고록 ‘두 번 사는 일의 아름다움(The Beauty of Living Twice)’ 발췌본에 따르면 깜짝 놀랄 내용들이 적지 않다고 인터넷 매체 데드라인이 20일 전했다. 전직 매니저로부터 “‘f 워드’를 할 수 없으니 아무도 영화에 기용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들은 일이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감독이 연기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며 자신을 무릎 위에 앉히려고 했는데 거절했더니 그래서 연기에 생동감이 살지 않는다고 불평을 해댔다는 내용도있다.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자신이나 여배우들은 마음속의 얘기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앞서 ‘원초적 본능’ 가운데 다리를 꼬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속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던 사실은 국내 언론에도 소개됐는데 이 회고록에 훨씬 심각한 폭로가 담겨 있었던 셈이다. 발췌본 가운데 한 대목이다. “그(제작자)는 내게 왜 공연한 배우와 ‘f 워드’를 해야 하는지 설명했는데 스크린에 더 화학적으로 녹여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바 가드너(1922~1990년)와 스크린에 녹아들기 위해 사랑한다는 얘기인데 얼마나 선정적인 얘기인가! 에바 가드너와 한방에 앉아 그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날 얼어붙게 만들었다.” 물론 그녀는 동료 배우들과 부적절한 화학적 결합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난 그저 공연한 배우들이 재능 있고, 어떤 장면을 전달할 수 있고, 대사를 외울 수 있어 고용됐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들이 그에게 ‘f 워드’하게 하고 날 그런 상황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느끼지도 않았다. 이건 연기하는 내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톤은 제작자와 배우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 감독과 마이클 더글러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어려운” 배우로 간주됐고 이런 일들이 오랜 배우 경력에 따라다녔다고 했다. 스톤은 이 작품 이전 ‘토탈 리콜’(1990년)에 자신이 맡은 캐서린 트래멜 배역을 따내기 위해 믿기 힘들 만큼 싸워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날 시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기어이 배역을 따냈고 몇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뒤 더글러스와는 “친구”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제작진으로부터 편집을 마친 ‘원초적 본능’을 보러 오란 얘기를 듣고 시사회에 참석했다가 낯뜨거운 경험을 했다. 다리를 꼬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누구나 감독과 단둘만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할텐데, 가보니 에이전트와 변호사까지 방에 가득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영화와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 낯뜨거운 장면을 처음 봤는데 한참 뒤에 ‘모두 팬티를 벗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못 봤다. 흰 것이 빛에 반사됐는데 그래서 우리는 네가 팬티를 걸친 것을 알았어’라고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 시사가 끝나자 스톤은 영사실에 찾아가 버호벤의 뺨을 때린 뒤 차에 가 변호사 마티 싱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싱거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상영되지 않게 하겠다고 조언했으며 스톤이 바라던 대로 X 관람 등급을 받게 했다. 그 뒤 버호벤과 얘기를 나눴는데 역시나 그는 스톤이 영화 배급에 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여배우 이전에 난 여성이다. 그러면 난 어떤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역시나 버호벤은 스톤의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그녀가 어떤 장면들인지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베스트셀러]또? ‘흔한남매 7‘ 출간하자마자 1위

    [베스트셀러]또? ‘흔한남매 7‘ 출간하자마자 1위

    유튜브 구독자가 207만여명에 이르는 인기 크리에이터 ‘흔한남매’의 만화책 ‘흔한남매 7’이 출간하자마자 1위에 올랐다. 전체 시리즈 가운데 1위만 벌써 네번째다. 앞서 2019~2020년 시리즈 중 2, 3, 4편이 차례로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는 3월 둘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를 19일 발표했다. ‘흔한남매 7’이 1위를 차지한 것과 함께 관련 서적도 순위권에 들었다. 흔한남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아동서 ‘흔한남매 불꽃 튀는 우리말 1’은 전주보다 2계단 상승한 11위에 올랐다. ‘흔한남매 별난 방탈출 1’은 전주보다 16계단 하락했지만 여전히 50위에 올랐다. 교보문고는 “인기 유튜브 콘텐츠 책들이 상위권으로 진입해 어린이 독자의 파워를 느낄 수 있으며, 콘텐츠로 인해 독서 욕구를 자극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한 계단 내려앉아 2위를 차지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에서 감독을 지낸 아르센 벵거의 ‘아르센 벵거 자서전’이 출간과 동시에 14위에 진입했다. 표절 파문 이후 6년 만에 신작 장편을 출간한 소설가 신경숙의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전주보다 11계단 오른 31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교보문고 3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흔한남매 7(아이세움) 2.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3.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메이트북스) 4. 나의 첫 투자 수업 1(트러스트북스) 5.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 6. 아몬드(창비) 7. 2030 축의 전환(리더스북) 8.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해커스어학연구소) 9. 마지막 몰입: 나를 넘어서는 힘(비즈니스북스) 10.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세계사)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파블로아트컴퍼니, 신간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펴내..

    파블로아트컴퍼니, 신간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펴내..

    파블로아트컴퍼니(대표 김승아)가 지난 16일 신간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를 교육계열사인 아이스크림미디어와 함께 출간했다.기존에 한빛미디어에서 출간되었던 ‘인터렉티브 디벨로퍼’에서는 지난 10년간 그를 성장하게 했던 아이디어 그리고 그 특별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는 그 후 5년의 삶을 추가로 담았다.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에는 디자이너라는 특정 직업을 떠나 고졸이라는 학력에 유학 경험도 없었던 저자가 어떻게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담고 있다. 김승아 파블로아트컴퍼니 대표는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인 학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자인 김종민은 현재 파블로아트컴퍼니의 디자인 고문이면서 책디자이너 겸 개발자다. 주요 작업으로는 CMISCM, DESK Project, Form Follows Function 등이 있다. 부산의 한 웹에이전시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에서 현재까지 시니어 UX 엔지니어(Senior UX Engineer)로 일하고 있으며 Red Dot Design Award·iF Design Award·W3 Award·The FWA·Webby Award·One Show Award·Tokyo TDC· Cannes Lion Award 등을 수상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문화마당]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한국 출판 ‘죽비’ 되길/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한국 출판 ‘죽비’ 되길/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놀랐다. 창간과 관련해 입말이 돌았을 때 동료 편집자, 출판인 다수가 회의적이었다. 여기엔 소문만 무성하고 출간까지 이어지지 못한 몇몇 논의 탓에 생긴 체념도 있고, 창간 후 몇 해 넘기지 못하고 폐간을 거듭했던 여러 실패 경험에서 나온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북튜버와 책스타그램과 클럽하우스 열풍에, 온라인 서점과 포털 블로그에 책 소개가 넘쳐나는 시대에 작품도 아니고 서평을 종이 잡지로 챙겨 읽을 정도로 열정적 독자 팬덤이 존재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출판 기획자들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작년 말 창간 준비호에 이어 지난주 창간호를 냄으로써 ‘반시대적 용기’를 보여 준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진은 전혀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편집장 홍성욱 교수는 묻는다.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큼 좋은 서평이 있었는가?” 한국 서평 문화의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질문이다. 한국의 책 소개 지면은 대부분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책을 소개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고”, “학술지 서평은 판에 박힌 칭찬 일색으로 ‘주례사 비평’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질 낮은 서평들이 아니라 “책의 내용과 주장에 정곡을 찌르는 비평을 통해 독서의 재미와 깊이를 더해 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만한 서평이 가득해 “독서의 방향을 잡아 줄” 잡지가 존재한다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 열광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에 대한 독자들 반응은 대단했다.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을 971%나 초과 달성했다. 홍 교수는 피터 싱어의 서평을 좋은 예로 든다. ‘동물, 인간, 도덕’(1971)은 동물에게도 기본권이 있다는 동물권 개념을 담은 책으로 공장식 축산의 잔인함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학술서란 이유로 이 책이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자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이라는 서평을 ‘뉴욕리뷰오브북스’에 게재한다. 서평이 게재된 후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면서 책과 서평은 동물해방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중요한 주장과 해석을 담았지만 널리 주목받지 못한 책을 발굴해서 제대로 평가”하고, “과장과 허풍이 심한 책에 대한 비판의 칼”을 들이밀면서 나쁜 화제작의 거품을 빼는 일로도 세상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구미에서는 ‘뉴욕리뷰오브북스’, ‘타임문학판’, ‘런던리뷰오브북스’ 같은 고급 서평지가 그 일을 해 왔다. 이웃 중국에서도 ‘독서’가 개혁개방 시기 지성계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서평지의 등불이 꺼진 지 오래다. 1987년부터 2008년까지 발행된 ‘출판저널’이 폐간된 후 한국에서 고급 서평지는 사실상 존재를 감추었다.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가 비슷한 역할의 잡지로 남았을 뿐 2012년 창간한 ‘프레시안북스’는 세 해를 넘기지 못했고, 버티던 책 소개 잡지들마저 온라인 등쌀에 광고가 떨어지면서 차례로 문을 닫았다. 어린이·청소년 도서 쪽에 ‘학교도서관저널’이 전문 서평지로 남았을 뿐이다. 2015년부터 예스24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채널예스’가 있으나 대중적 책 소개와 저자 인터뷰를 주로 한다. ‘출판저널’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이기웅 열화당 사장은 말했다. “공정성이 생명인 서평지가 상업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서평지가 될 수 없다.” 신간 안내가 서평으로 둔갑할 때 출판문화는 약해진다. 오랜만에 나온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한국 출판의 힘찬 풀무이자 뼈아픈 죽비로서 오랫동안 함께했으면 좋겠다.
  • 선관위에 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 신고한 與지지자들

    선관위에 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 신고한 與지지자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3주 앞둔 17일 공식 석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조치와 사과를 요구하자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법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지지자는 공무원 신분인 피해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A씨는 “사실을 왜곡하고 저에게 상처를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이날 오후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A씨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특정 정당을 선거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불법선거운동, 공무원 특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낙선 운동을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이 아니라 당 차원의 사과를 받은 후 용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인 만큼 선거법 위반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A씨도 현행법을 의식한 듯 “제 신분상 선거 기간에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의 기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의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이 많다는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을 최근 출간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한 책이라고 들었다”며 “분별력 있는 분들이 제대로 그 책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박원순 지지자, 선거법 위반으로 성추행 피해자 신고

    박원순 지지자, 선거법 위반으로 성추행 피해자 신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3주 앞둔 17일 공식석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조치와 사과를 요구하자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지지자는 공무원 신분인 피해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A씨는 “사실을 왜곡하고 저에게 상처를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이날 오후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A씨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특정 정당을 선거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불법 선거운동, 공무원 특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시 선관위는 신고 여부 및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 위반 여부는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 빈도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선거운동으로 보려면 특정 후보자와 정당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A씨는 현행법을 의식한 듯 이날 회견 중 “제 신분상 선거 기간에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회견에 참석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공공기관에서 일어난 성폭력으로 시작된 선거인데 성폭력이 정치적 쟁점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도, 애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공무원 신분이고 낙선을 암시하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의 손병관 기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의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이 많다는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을 최근 출간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한 책이라고 들었다”며 “분별력 있는 분들이 제대로 그 책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한 사람 일상 무너뜨려”…배다해 스토커 1심 징역 2년 선고

    “한 사람 일상 무너뜨려”…배다해 스토커 1심 징역 2년 선고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배다해 씨를 스토킹하고 수백 개의 악플을 단 20대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단독 노유경 부장판사는 17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년간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피고인의 범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며 “한 사람의 인격과 일상을 무너뜨리는 스토킹은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명인인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등 무력감 속에 지냈다.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A씨는 판결 직후 재판장을 향해 “네이버 클라우드 때문에 이러는 건가. 공소 사실도 못 들었다. 경찰에서 전화 왔을 때 댓글 이야기는 없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다가 교도관들에 의해 법정에서 끌려 나갔다. A씨는 최근 2년 동안 인터넷 아이디 24개를 이용해 배씨에 대한 악성 댓글을 게시하고 서울과 지역 공연장에 찾아가 접촉을 시도하며 소란을 피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배씨 공연장에 진입하려다가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하자 고성을 지르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를 키우는 배씨에게 햄스터를 선물하고 싶다고 연락했다가 답을 받지 못하자 고양이가 햄스터를 잡아먹는 만화를 그려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의 책 출간을 이유로 배씨에게 돈을 요구한 정황도 확인됐다. 그는 조사는 받는 와중에도 배씨에게 ‘벌금형으로 끝날 것이다’, ‘합의금 1000만원이면 되겠느냐’는 등 조롱성 SNS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50] 이명찬 “한일 갑을관계 시정돼야 혐한도 대립도 해소될 것”

    [2000자 인터뷰 50] 이명찬 “한일 갑을관계 시정돼야 혐한도 대립도 해소될 것”

    일본의 혐한 목도하고 충격받아 책 집필 코로나19 日 아날로그 체질 만천하에 드러내 戰前 체제 온존한 노인 정치가 일본 발전 막아 각 분야의 한일 역전에 분노한 일본 우익들 한국 공격 역사문제 대립 또한 한일역전에서 비롯해 한일역전이 더 진전돼야 양국관계도 풀릴 것2000년대 초반 삼성이 소니를 제치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피겨스케이트 김연아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우승했다. 2017년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고, 같은 해 근로자 임금은 근속 5년차부터 한국(월 362만원)이 일본(343만원)을 넘어섰다. 곳곳에서 한국이 일본에 역전하는 일들이 일상화된 가운데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개 부분 수상을 하면서 문화예술 부문에서 역전의 정점을 찍었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이런 한일 역전 현상이 지금의 한일 대립의 근간에 있다고 설파한다. 이 위원으로부터 각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일 역전 현상과 양국 관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이명찬 위원은 1960년생으로 고려대에서 학사·석사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국제정치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 동북아 역사재단에서 퇴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Q. 지난 1월 중순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서울셀렉션·2만2000원)이란 책을 펴냈다. 책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A. 2019년 1월부터 10월 초까지 일본에 방문연구원으로 생활하면서 그 때까지 가지고 있던 일본의 인상과는 너무나 다른 일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데 이 충격이 출간 동력이었다. 첫째, 90년대 초부터 10년 가까이 생활했던 유학 시절의 일본은 한국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회였다. 2019년의 일본은 사회 곳곳에 한국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차 넘치고 있었다. 그런데 보수 언론이나 지상파 방송에서 보이는 한국에 대한 관심 대부분이 혐한에 가까운 것이라 충격적이었다. 다만 지상파 방송을 거의 보지 않는 10~20대 젊은이들은 한류에 폭 빠져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는 비율이 일본 내각부 2019년 6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57% 이상이었다. 둘째, 작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아베 정권을 지켜보면서 아날로그 시스템의 비효율성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 비효율성이 디지털에 취약한 장노년정치의 리더십 부재에 기인하는 것인데 그 근본 원인이 전전(戰前)의 일본을 군국주의로 몰아갔던 그 체제의 온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전에 뿌리를 둔 구체제는 아날로그에 기반한 것으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환을 거부하는 속성을 가진다. 반면 디지털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한국 사회의 코로나19 대응은 일본을 압도했다. 셋째,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되살아났다는 평가와는 달리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비롯된 경제적 타격은 ‘잃어버린 30년’간 허덕이던 일본 경제를 가속적인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노출된 일본의 암울한 민낯을 보면서 한일 간 힘의 역전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일 역전이 가지는 의미는 한일관계에서의 갑을 관계를 뒤집어 놓을 동력이 된다. 한일 역사 문제의 장기적 고착은 막강한 힘을 가진 일본과 허약한 한국이 갑을 관계로 맺어진 역학관계의 결과물인 셈이다. 한일역전은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문제에 내재한 갑을 관계를 새롭게 추동할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출판 목적이다.Q. 지금의 일본을 어떻게 보는가. A. 패전을 종전이라 칭함으로써 패전의 책임자를 단죄하고 청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전전 체제가 온존하고 있다. 봉건제의 잔존을 연상시키는 다수의 자민당 세습 의원, 대대로 물려받아 온 국회의원을 가업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민의를 대변하기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한다. 자민당의 노인 정치 특성을 나타내는 다선 세습의원으로 구성된 이 구체제는 지난 1년 비효율성이 만천하에 폭로됐다. 세계 경제는 디지털 시스템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아날로그로 점철된 일본의 구체제는 일본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임은 불 보듯 명확하다. 일본의 자민당 노인 정치가 디지털 사회로의 탈바꿈을 이끌 것 같지 않다. Q. 한국과 일본의 역전이 일어난 시기는 언제인가. 그리고 그런 역전은 현재 어디까지 진행돼 있다고 보는가. A. 한국과 일본의 역전은 여러 분야별로 각각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미 시작된 분야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분야로 구분할 수 있겠다. 한류로 대변되는 문화 대부분은 이미 역전이 이루어졌다. ‘아베 정치’로 상징되는 자민당 정치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 분야에서도 민주화를 향해 줄기차게 나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역전이 됐다고 봐야 한다. 일본의 특기였던 경제는 ‘잃어버린 30년’ 동안 침체가 이어져 한국 대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의 대부분 영역에서 역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장인 정신이 힘을 발휘하여 유일하게 일본의 강점으로 남아 있던 소재, 부품, 장비 영역에서도 한국이 정부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힘을 합하여 역전을 향해 매진하고 있다. 수출규제에서 보여준 것 같은 일본의 갑질이 다시는 통하지 않는 한국이 갑의 위치로 역전이 될 시점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일 것이다. Q. 한 때 아시아를 제패하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며 4위 독일과는 적지 않은 국내총생산(GDP) 차이를 보이는 게 일본이다. 한일역전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건 일본이 정체하거나 퇴행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아베 정치’로 상징되는 자민당 세습정치의 비민주성, 비효율성이 그 이유다.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경제시스템의 비효율성은 아날로그 사회인 일본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과도한 정부 부채(약 270%), 고령화 사회, 일본 사회에 내재한 거품경제의 후유증, 제4차 산업이 미래를 결정지을 격변의 국제사회에서 변화를 싫어하는 초보수 사회. 이에 더하여 역사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않아 빈번하게 일어나는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인한 과도한 국력 소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비효율성의 결정물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정치’가 초래한 이 외교적 우책은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을 격발시켜 지방 관광산업을 초토화시켰고, 한국의 선진적인 코로나 대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Q. 한일 간 대립이 2011년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부작위 위헌 판결 이후 근 10년간 지속되고 있다. 한일 대립의 배경에 한일역전이 있다고 보는가. A. 자민당 ‘아베 정치’의 구성원들은 아직도 한국을 과거 피식민지 취급을 한다. 억누르면 한국이 굽히고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는데 시대착오적이다. ‘아베 정치’를 지지하는 우익들은 피식민지 국가였던 한국이 일본을 능가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다. 한국이 더 크기 전에 주저앉혀야 하겠다는 심뽀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일 간 힘의 아노미 상황이 현재 혼란의 근본 원인이다. Q. 일본 우익들이 ‘일본은 언제나 옳고 우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데. A. 이런 생각을 가진 우익들이 혐한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한일 역사에서 나쁜 짓을 한 일이 없으며 한국이 일본에 감히 대드느냐고 생각한다. 이런 우익들을 핵심 지지 세력으로 삼는 아베 정권이 한국과 역사 문제 해결을 하려 했으니 풀리겠는가. 한국 보수 언론들은 정부 대일 외교력을 비판하는데, 무지의 소산이다. 일본의 우익들은 한국과 역사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 Q.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미일 연대를 위해 한일관계를 중재할 움직임을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한일에 끼어들어 2015년 12월 위안부합의가 나왔다.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한일관계의 복원은 필요하지만 자칫 2015년의 재판이 될 수 있는데. A. 2015년과 2021년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일역전 현상은 상당히 진전되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통해 한국이 그때의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Q. 지금의 한일 대립은 역사문제에 기인한다. 2018년의 강제동원 판결, 2021년 1월의 위안부 판결에 대한 한일의 정치적 접근 없이는 대립을 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일제피해자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가, 일본은 일제피해자가 요구하는 가해 사실 인정과 사죄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얻을 수 있는가인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A.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의 정치적 타결은 자민당의 ‘아베 정치’가 지속되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민당의 노인 정치 세력은 해결 의도도 능력도 없다. 머지않아 자민당의 ‘아베 정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 세력이 붕괴되고 새롭게 나타날 정치 세력은 한국과 척지고는 일본의 국익 손실이 막대하다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한국 주장에 접근하는 결단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한일역전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양국 관계를 푸는 해법에 대한 컨센서스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Q. 일본의 혐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한일이 역사적 화해를 이룬다면 혐한은 소멸할까. A. 혐한은 역사문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며, 혐한은 한일역전으로 인해 심해졌다. 인과관계를 생각해 보면 역사문제가 혐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한일역전을 완성하면 혐한은 급속도로 소멸할 것이며 그 결과 역사문제는 한국의 주장이 많이 반영되는 선에서 결착될 것이다. 이 사실을 확실히 인식한다면 자민당의 ‘아베 정치’(노인 정치)가 활개치는 상황에서는 역사문제는 우리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적 타협은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며 해서도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의 국력을 빠르게 증진시키는 길만이 한일 역사문제를 피해자인 우리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해결할 유일한 길이다. 늦어도 10년 이내에 그날이 오지 않을까.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진실 담은 사진 한 장, 역사를 바꾸는 병따개”

    “진실 담은 사진 한 장, 역사를 바꾸는 병따개”

    난민 사진으로 한국 국적 첫 퓰리처상책 통해 역사적 사진 이후의 변화 짚어“사진 잘 찍는 법? 좋은 이야기 담겨야많이 찍는 것보다 자르고 고르는 미학”“무언가가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 진실을 담은 사진은 사람들의 감정적인 동의를 이끌어 내고, 이걸 틔우는 병따개 역할을 하면서 역사를 바꿉니다.” 최루탄에 피격당한 이한열 열사의 사진 한 장은 1987년 한국의 민주화를 불렀다. 어떤 사진은 국가 간 전쟁을 종식하기도 하고, 다른 사진은 인종 갈등에 관한 고민을 이끌어 냈다. 김경훈 로이터통신 사진기자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진들을 가리켜 ‘역사의 병따개’라고 했다. 그는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시공사)에서 이런 사진들을 이야기한다. 베트남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준 에디 애덤스의 ‘길거리 즉결 처형’(1968), 수단의 기아 참상을 고발한 캐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1993), 천안문 사태에 당당히 맞선 남자를 통해 독재를 고발한 ‘탱크맨’(1989) 등 사진의 당시 상황과 이후 사회 변화를 짚었다. 전쟁, 언론, 기아, 가짜뉴스 등 함께 생각해 볼 문제들도 제안한다.책의 첫 사진은 2019년 그에게 세계적 권위를 가진 퓰리처상을 안겨 준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난민’(2018)을 실었다. 한국 국적 사진기자로는 첫 수상이었다. 멕시코 쪽 미국 국경에서 미국 국경 수비대가 쏜 최루탄을 피해 아이들을 끌고 도망치는 가족을 포착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경을 넘으려는 난민들을 “폭력적인 갱들”이라고 했지만, 사진은 트럼프의 거짓말을 통렬하게 고발했다. 그는 “변화를 원하는 적절한 시점에 나온 적절한 사진이어서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책에는 또 스마트폰 대중화로 달라진 사진의 생산·소비 환경에 대한 생각도 담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생산하고) 보면서(소비하면서)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고민한다”면서 “좋은 사진은 좋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는 걸 알려 주고,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라면서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의 마지막 사진이 전몽각 전 성균관대 부총장의 사진집 ‘윤미네 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딸 윤미가 태어나고 결혼하기까지를 아버지가 찍은 사진집이다. 조금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는 “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성장, 나아가 한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를 잘 표현했기 때문”에 골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많이 찍는 데 집착하지 말고, 내가 보여 줄 사진, 간직할 사진을 잘 골라내야 한다”며 “사진은 자르고 고르는 미학”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명함 직책을 ‘비주얼 저널리스트’로 바꾸고 뉴스 동영상을 찍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사진기자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저는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체가 하나 더 생긴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어쨌든 핵심은 이야기이니까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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