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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과 교감하니 심신이 맑아져요

    “남편이 퇴직 후에 우울증을 앓더니 꽃 키우기에 푹 빠졌어요.” 서울 이촌동에 사는 이모(58)씨는 남편뿐 아니라 아이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 본인에게 온 우울증도 꽃을 키우면서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개 난 잎을 하나하나를 닦아내면서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을 기억한다. 퇴직 전에는 할 일도 참 없다고 핀잔을 주던 남편도 3년 전 은퇴를 한 후에 함께 난을 돌보게 되었다. 이후 남편은 집을 비울 때면 난 걱정을 먼저 할 정도로 꽃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꽃이 피어 은은한 향이 집안에 퍼질 때면 꽃만큼 관심과 노력의 대가를 정직하게 돌려주는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원예치료의 효과’라고 부른다. 원예치료는 통상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적인 상태의 향상을 위해 식물과 정원가꾸기 활동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이미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원예치료를 병원, 재활시설, 직업훈련원, 교도소, 요양시설 등에서 치료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원예치료의 특징은 ‘생명’이다. 사람들은 식물을 키우면서 책임감, 희망, 모성애나 부성애 등을 경험하게 된다.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시키며 분노를 누그러뜨린다. 원예치료는 미국과 유럽에서 1940~1950년대 상이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처음 이용됐다. 이후 정신질환자, 죄수, 마약중독자 등 사회적으로 적응이 힘든 이들의 정신상태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들이 정립됐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처음 공식 조직이 설립됐고, 1999년부터 고려대·건국대·단국대·호남대·배재대 등 10여개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원예치료과정이 개설됐다. 장애인 관련기관, 병원, 교육기관 등 100여곳에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원예치료협회와 한국원예치료연구센터는 대학원 석사과정이나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 수료자 중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발급한다. 최근에는 원예치료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노인들은 꽃을 키우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는 회상치료를 통해 치매나 기억력 감퇴 현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근육 회복과 협응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습장애가 있는 어린이에게 책임감과 자제력, 집중력 등을 키워 주는 효과도 있다. 미국에서 원예치료를 목적별로 분류한 결과 치료목적이 35%로 가장 많았다. 훈련과 사회적응이 각각 18%, 교육 10%, 기타 19% 등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원예치료는 다른 치료에 비해 결과를 내는 데 비교적 간단하고 기술 투입이 적은 처치법”이라면서 “우리가 생명을 존중하고 식물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을 배운다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의 큰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가오싱젠·오크리… 대문호들 한자리에

    달아날 수가 없다. 대한민국 서울, 혹은 원주, 부산 어느 한구석에 웅크린 채 혼자 글 쓰고 있더라도 세계 문학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세계적인 대문호들이 한국문학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국에 모였다. 한국문학 또한 세계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출신 소설가 겸 극작가이자 연출가 가오싱젠(高行健·71),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70), 영국 계관시인 앤드루 모션, 아프리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벤 오크리 등 세계적인 작가 14명을 비롯해 김우창, 유종호, 박범신, 이문열, 구효서, 정과리, 공지영, 은희경 등 국내 작가 32명이 참가하는 제3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컨벤션홀에서 시작됐다.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은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의 큰 주제 속에서 ▲문학과 세계화 ▲다매체, 세계시장, 글쓰기 ▲이데올로기와 문학 ▲다문화시대의 자아와 타자 ▲지구환경과 인간 등 다섯 개 주제로 나눠 국내외 작가들이 발제와 토론, 질의 응답 시간을 갖는다. 김우창 서울국제문학포럼 조직위원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여러 나라의 작가들을 초청해 세계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더불어 작가 상호 간 교류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25일 앤드루 모션, 앙투완 콩파뇽(프랑스), 26일 요코 다와다(일본), 잉고 슐체(독일) 등의 기자회견이 열린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인순이 등 100명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인순이 등 100명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서울 구로아트밸리 등 전국에서 시작된 ‘2011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주간’ 개막행사에서 가수 인순이 등 100명을 올해 문화 예술 명예 교사로 위촉했다. 위촉된 예술인들은 올해 어린이와 지역민, 군 장병 등을 대상으로 450회에 걸친 강연, 공연 등 재능 나눔 활동을 펼친다. 문화부의 문화 예술 명예 교사 사업은 2009년 정명훈, 조수미 등 17명의 예술인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사진작가 배병우, 지휘자 금난새 등 기존 명예 교사 외에 가수 김창완과 디자이너 이상봉, 연극연출가 손진책 등을 새로 영입해 모두 100명을 명예 교사로 위촉했다. 올해부터 참여하는 가수 인순이는 다문화 아동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가수 김창완은 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밴드 연주 등으로 재능을 나누게 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홈페이지(www.arte.or.kr/specialday)에서 명예 교사의 재능 나눔 일정을 확인하고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조국 교수 서재엔 무슨 책 꽂혀 있을까

    조국 교수 서재엔 무슨 책 꽂혀 있을까

    서재에서 음악을 잔잔히 들으며 보고 싶은 책을 읽는 모습은 누구나 갈망하는 풍경이 아닐까. 5월의 꽃향기가 스며들지 않더라도 한 잔의 커피를 곁들이면 글 읽는 냄새는 더욱 짙어지리라. 그런데 ‘서재’라는 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컴퓨터다, 스마트폰이다, 뭐다 하면서 책이 점점 더 소외돼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재라는 단어도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서재에 대한 낭만’을 우선 갈구했을 터인데 말이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지식인의 서재’(한정원 지음, 행성:B잎새 펴냄)라는 책은 다소 의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책은 머리말에서 “책이 소외되고 사라져 가는 시대에, 그대가 품었던 가장 고결한 꿈, ‘나만의 서재’에 대한 은밀한 로망과 그 지적 욕망을 흔들어 깨우고 싶었다.”고 하면서 우리 시대 지식인의 서재를 찾아 나선 까닭을 밝히고 있다. 하여 이 책은 법학자 조국, 자연과학자 최재천, 솟대예술가 이안수, 섬진강 시인 김용택,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북디자이너 정병규, 사진작가 배병우, 블로거 정치인 김진애,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건축가 승효상, 출판 문화인 김성룡, 영화감독 장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 등 15인의 서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서재 철학’을 심도 있게 다룬다. 예를 들어 김용택 시인의 경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같고, 밥 먹는 것과 같고 바람 같고 햇살 같다. 서재에 있으면 전 세계를, 우주를 돌다니는 것이다.”라고 시인답게 표현한다. 아울러 ‘생각의 나무’ ‘학고재’ 등 여러 권의 도서를 읽을 책으로 추천한다. 14년차 방송작가인 저자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은 서재에서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달고 1년여 동안 발품을 팔아 이번에 책으로 펴내게 됐다고 말한다. 인생의 고비마다 그들을 잡아 주고, 열정을 키워 주고,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갖게 해준 ‘그들을 만든 그들의 책’ 목록과 인생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와 ‘그들에게 권하는 책’도 보너스로 만나볼 수 있다. 1만 7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다음 달 3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9세기 독일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성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불안, 이를 억압하려는 성인들의 권위의식의 대립을 그려냈다. 3만~4만원. (02)744-4334. ●연극 ‘겨울 선인장’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혜화동 키작은 소나무 극장. 영화, 연극, TV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의 작품이다. 소외받고 상처받는 4명의 동성애자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2만원. (02)765-8880.
  • 세그웨이 탄 미남 장교의 ‘서정적 청혼가’

    세그웨이 탄 미남 장교의 ‘서정적 청혼가’

    원작은 19세기 이탈리아 시골이 배경인 오페라다. 그런데 공연 도중 하늘을 나는 투명한 우주선 모형에서 돌팔이 약장수가 내린다. 마을에 주둔한 미남 장교는 말 대신 세그웨이(segway·전기모터로 구동되는 1인용 탈것)를 타고 멋지게 무대로 등장한다. 뚝딱 하는 동안 새 오페라를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났던 도니체티(1797~1848)가 단 2주 만에 완성했다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해석으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이탈리아 시골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코미디의 무대는 광활한 우주로 옮겨졌다. 지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시도로 무대장치들에 또 한번 변화를 줬다. 처음엔 우주를 무대로 한 오페라가 낯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묘약’을 써서라도 사랑하는 여인 아디나의 마음을 얻고 싶어하는 시골청년 네모리노와 그에게 싸구려 포도주를 ‘묘약’으로 속여 파는 약장수 둘카마라, 네모리노와 미남 장교 벨코레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디나 등 주요 캐릭터들이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도 곧잘 어울린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이용숙 오페라평론가는 “시대와 장소를 그대로 살린 평범한 무대로는 식상한 느낌을 주기 쉽기 때문에 이 작품은 연출가에게 쉬운 도전이 아니다.”면서 “이번 공연에서 시공간을 일부러 모호하게 만든 것은 특정 배경에 묶을 필요가 없는 진정한 사랑을 찾으라는 현재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은 다르지만, 아리아의 감동은 여전하다. ‘사랑의 묘약’의 간판 아리아는 전설적인 테너 엔리코 카루소(1873~1921)의 목소리로 귀에 익은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바순의 서글픈 선율에 실린 절절한 아리아가 로맨틱코미디에 삽입되는 게 생뚱맞다는 이유로 초연 당시 대본가인 펠치체로마니가 뜯어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도니체티는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가장 인기 있는 아리아가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2009년 공연 당시 네모리노 역을 맡아 여심을 사로잡았던 테너 조정기가 또다시 주역을 꿰찼다. 신인급이었던 조정기(32)는 어느새 독일 퀼른 오페라극장의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상대역 아디나에는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소프라노 이현(38)이 맡았다. 한국 오페라의 차세대 주역인 이들의 호흡은 금·일요일에 만나 볼 수 있다. 1만~15만원. (02)580-130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프간 PRT 자문단장 박정동 교수에게 듣는다

    아프간 PRT 자문단장 박정동 교수에게 듣는다

    30년에 걸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 아프가니스탄. 한국이 이 나라를 일으키기 위한 중장기 부흥재건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아프간 지방재건팀(PRT)을 뒤따라 들어간 자문단그룹 단장인 박정동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말하자면 아프간 재건의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의 총 책임자이다. 그는 “수시로 포탄이 떨어지고 바로 옆에서도 지뢰가 터지는 곳”이라면서도 “부흥재건 계획이 성공하는 모습을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서 눈을 반짝였다. 3주간 휴가를 맞아 일시 귀국한 박 교수를 지난 11일 만나 아프간 재건의 꿈에 대해 들어봤다.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나. -전공이 후진국의 개발경제학이다. 2001년 당시 재정경제부의 요청으로 캄보디아 훈센 총리실에 경제자문관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원래 작년부터 안식년인데 외교통상부에서 1년만 맡아달라고 해서 갔다. 식구들은 “군인도 외교관도 아니면서 꼭 아프간에 가야 하느냐.”고 반발이 많았다(웃음). →아프간 재건계획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국의 경제기획원 같은 정부기관이 경제개발정책 계획과 공공투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재건계획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농촌개발 ▲인적자원 개발 ▲도시경제 개발 등 크게 세개의 축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아프간은 국민의 70%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가다. 기본적으로 새마을 운동의 방식으로 정신개혁이 일어나야 하고, 거기서 생기는 유휴인력을 마산 수출가공지역 같은 도시로 보내는 것이다. 이들이 섬유·신발 업종에 취업해서 수출 경제를 끌고 가게 된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인적자원개발도 필요하다. 정신교육뿐 아니라 농고·공고·상고를 통해 기술교육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계획과 많이 닮았다. -실제로 60년전 폐허의 한국 상황과 아프간이 너무 흡사하다. 우리는 3년 전쟁이지만 아프간은 30년 전쟁을 치렀다. 세계 어떤 경제개발 모델보다 한국의 경험이 가장 적합하다. 우리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가 됐으니 국제사회에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아프간에서도 새마을 운동이 잘될까. -어떤 식의 인센티브를 주느냐에 따라 다르다. 우리가 그랬듯이 마을 간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도록 하면 된다. 다리 하나를 짓더라도 현지 주민들이 소액이나마 돈을 내도록 해서 스스로 참여의식을 높이고 보상성과가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100% 해외 원조는 실패한다. →이 모델이 잘되면 다른 후진국으로도 전파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는 박정희식 경제성장 모델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지만 1960~70년대 경제개발 모델은 굉장히 유익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에서 후진국에 개별적으로 농장이나 학교, 병원 등을 짓는 단기성 지원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민·군이 함께 들어가 개발 전략을 짠 것은 처음이다. →아프간 정부가 거는 기대가 크겠다. -파라완주의 경제국장, 국회의원 등 25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강의를 했다. 한국의 지난 60년동안의 발전상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눈물을 펑펑 흘렸다. 자신들의 상황이 60년전 한국과 똑같다면서 “우리도 한국처럼 되고 싶다. 이렇게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아프간 파병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많은데. -우리는 한·미동맹 테두리에서 자라왔다. 중국 속담에 “우물물을 마실 때는 우물 판 사람을 기억하라.”고 했다. 미국과 유엔의 도움으로 경제대국이 됐는데 이제는 돌려줄 때다. 경제규모에 비해 해외원조가 가장 인색한 나라가 한국이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은 한국 뿐이다. 우리는 베풀 만한 재료를 가지고 있다. →왜 한국이 재건 계획을 세우게 됐나. -미군은 10년간 아프간에 주둔하면서도 전문인력이 없고 전쟁만 하느라 중장기 계획을 짜지 못했다. 성공적으로 압축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제개발 전문가가 계획을 짜달라고 부탁해 왔다. 처음에는 국유기업이 개발 초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이 성공한 모델이라고 설명하니 더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돈이다. 아프간도 한국도 여력이 없다. 결국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가 돼 국제사회에 호소해서 건설비용을 충당해야 할 것이다. →오사마 빈라덴도 사망했고 지역 정세가 많이 불안할 것 같다. -귀국하기 전날에도 막사 주변을 순찰하던 미군 병사 2명이 지뢰가 터져서 다리가 잘려 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내가 묵고 있는 막사 담벼락이었다. 평소에도 부대 밖을 한 발짝이라도 나갈 때는 군인 동승하에 전차를 타고 나간다. 영외활동을 할 때는 20㎏짜리 방탄조끼를 입는다. 당분간은 매우 위험할 것 같다. →미군이 아프간 병력을 축소할 계획인데. -빈라덴이 없는 상황에서는 탈레반도 미국과 싸울 이유가 없다. 미국 정부와 화해를 모색할 것이고 아프간 정부도 화해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다. 미군의 전투병력이 빠지면 주한미군의 형태가 될 것이다. 아프간에 평화의 시기가 돌아오면 아프간도 본격적인 개발의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민·군 협력체제가 전개되면 한국 PRT의 역할이 보다 커질 것이다. →빈라덴 사망 이후 아프간 민심은 어떤가. -미국에 의해 아랍계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 반미감정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의 명분이 없어졌으니까 전쟁이 끝나는 시점이 빨리 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어둡다.’라는 표현이 지금의 아프간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말인 것 같다.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개발모델링을 완료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세련된 모델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박정희 스쿨’(가칭)을 만드는 게 꿈이다. 후진국의 지도자를 불러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교육하고 싶다. 미국의 케네디스쿨처럼 왜 안 되나. 한국에서는 이 자산 가치에 코웃음을 치지만 소중한 자산이다. →아프간 모델을 통일 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북한은 바로 현재 상황을 타개해 줄 수 있는 한국이라는 스폰서가 있다.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만 가능하다. 한국도 북한인력의 저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노릴 것이다. 인센티브 제도만 잘 갖춰진다면 새마을 운동도 성공할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프간에 더 체류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1차적인 계획을 짠 것이고 실행과정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이 계획이 휴지통으로 갈 건지 조금씩이라도 땀흘리는 농부, 공인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빠르면 1년안에 소규모 프로젝트라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은 욕심 때문에 근무를 연장할 지 고민하고 있다. 식구들이 알면 큰일인데…(웃음).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프로필 ▲51세 ▲도쿄대 경제학 박사 ▲베이징대 연구교수 ▲하버드대 방문교수 ▲캄보디아왕국 경제자문관 ▲대통령자문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 전문위원 ▲국회 한중포럼 자문위원
  • ‘박칼린 사단’ 뮤지컬 시장 점령

    ‘박칼린 사단’ 뮤지컬 시장 점령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에서 합창 미션에 참가했던 ‘박칼린 사단’이 잇따라 뮤지컬에 ‘발탁’돼 눈길을 끈다. 먼저 ‘박마에’로 불리며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 박칼린은 오는 11월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의 여주인공 ‘다이아나’ 역으로 20년 만에 음악감독이 아닌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다. ‘넬라 판타지아’ 솔로 부분을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던 배다해와 선우도 주연 배우로 낙점됐다. 배다해는 ‘셜록 홈즈’, 선우는 ‘원효’에 각각 캐스팅됐다. ‘셜록 홈즈’는 같은 제목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으로 오는 8월 5일 서울 대학로 이다 무대에 오른다. 연세대 성악과를 나와 그룹 바닐라루시 멤버로도 활동했던 배다해는 “오랫동안 꿈꿔 왔던 어린 시절의 꿈 하나가 이뤄졌다.”며 주역 발탁 소감을 털어놓았다. ‘원효’는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뮤지컬로 이문열 작가가 무대를 감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시작해 6월 12일까지 서울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이 끝나자마자 선우는 ‘내 마음의 풍금’ 무대로 달려간다. 1999년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내 마음의’는 7월 16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2008년 뮤지컬 초연 당시 배우로 무대에 섰던 오만석이 연출가로 나서 더욱 시선이 쏠린다. ‘박칼린 사단’의 핵심 멤버로 불리는 최재림은 다음 달 3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오르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출연한다. 2009년 여름 초연돼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남우주연상, 앙상블상 등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그룹 오로라 출신의 은설은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뉴 씨저스 패밀리’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와우맨’ 최성원은 ‘김종욱 찾기’(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1관, 무기공연)에 출연 중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문희준 “뮤지컬이 여자 꾀는 것보다 어렵더라”

    문희준 “뮤지컬이 여자 꾀는 것보다 어렵더라”

    원조 아이돌 그룹 H.O.T의 리더였던 문희준. 왕년엔 10대들의 우상이었다. 5년간의 H.O.T 생활 이후 솔로 앨범도 냈고 군대도 다녀왔다. 이번에는 뮤지컬 배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3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무대에 오른 ‘오디션’에서 최고의 뮤지션을 꿈꾸는 밴드 복스팝의 리더 ‘최준철’ 역을 맡은 것. 지난 3월 ‘오디션’ 11차 공연을 본 뒤 오디션에 자원, 공연에 합류하게 됐다. 6일 아트원시어터에서 문희준(33)을 만났다. →‘오디션’ 오디션에 직접 참가 의사를 밝혔다던데. -출연 요청은 공연기획사 측에서 먼저 해왔다. 수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대사를 잘 외우지 못하는 부담감에 망설여졌다. 나는 내가 만든 노래 가사도 잘 못 외운다(웃음). 그래서 고사했는데 공연이나 한번 본 뒤 결정하라고 하더라. 작품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출가 집으로 찾아가 오디션을 봤다. →복스팝 리더 최준철과 H.O.T 리더 문희준이 닮은 것 같다. -‘내가 리더잖아’라는 대사가 있다. 연습할 때 괜히 슬펐다. 화를 내야 하는 장면인데 순간, (멤버였던) 토니(토니 안) 생각도 나고 재원이(이재원) 생각도 나고…. →뮤지컬 도전은 처음인데 어려운 점은. -여자 꾀는 것보다 뮤지컬이 더 어려운 것 같다(웃음). 뮤지컬은 노래와 춤, 연기 모두 소화해 내야 한다. 게다가 ‘오디션’은 연주도 해야 한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5개 정도 하고 있는 까닭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잠 자는 시간을 줄여 연습했다. (오디션 통과하고) 3주 만에 무대에 서야 했던지라 정말 열심히 했다. →첫 공연은 어땠나. -원래 떠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SM(H.O.T를 키운 기획사) 오디션 때 떤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 떨었다. 관객들이 열띤 반응을 보여주는데 갑자기 멍해졌다. 하마터면 “조용히 해주세요” 할 뻔했다. 하하. →신화 김동완도 ‘헤드윅’ 무대에 오른다. -그런가? 전혀 몰랐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뮤지컬 작품이 있나. -다른 공연에 욕심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깊은 감정을 끌어내는 훈련을 좀 더 해야 한다. 가수라고 해서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이번에 하면서 느낀 건데 연기도 참 재미 있는 것 같다. 늘 어렵다고만 느꼈는데 내 자신과 배역이 비슷해져 가는, 희열 같은 걸 처음 느꼈다. 공연은 7월 24일까지다. 4만~5만원.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④ 이·취임사에 나타난 장·차관 리더십

    [테마로 본 공직사회] ④ 이·취임사에 나타난 장·차관 리더십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나 기관장들의 취임사에는 재임기간 조직을 이끌고 갈 기본방침과 포부가 담겨있다. 대부분 취임사에는 새로운 목표설정과 조직의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많다. 반면 이임사는 재임기간 소회를 다양한 유형으로 표출한다. 특히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물러날 경우, 알 듯 말 듯 애매한 말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눈길 끄는 이·취임사를 통해 고위 공직자나 기관장들의 당시 심경과 공직관을 되짚어 봤다. 1988년 2월부터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가 되면서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0개월~1년에 불과하다. 차관 역시 큰 차이가 없다. 개인적인 결함이나 능력이 부족한 측면도 있겠지만, 정책실패에 따른 문책과 정략적인 이유에서 교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역대 장관들의 취임사에는 당시의 사회 문제나 실패한 정책을 만회하기 위한 의지를 밝히는 내용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길이 멀면 허공도 짐” 詩서 따와 ‘5·6 개각’으로 2년 3개월여 만에 퇴임하게 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시 구절을 인용해 경제적 위기상황을 표현했다. 윤 장관은 2009년 2월 취임사에서 “길이 멀면 허공도 짐(시인 조정의 표현)이라는 말에 공감한 적이 있다. 하루하루가 힘겹게 넘어가는 요즘 경제상황은 그만큼 어렵다.”고 토로했다. 당시 실물 경제 위축이 시작되던 시기였던 만큼 시장의 신뢰회복과 소통을 강조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 회복을 위해 위기 극복에 동참할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윤 장관은 평소에도 고사성어나 고전 속에 나오는 명언을 즐겨 인용해 왔다. 취임 후 직원들에게 일자리 나누기를 ‘부뚜막의 절미통’(節米桶·어려웠던 시절 쌀을 절약하려고 밥을 지을 때마다 한 숟가락씩 덜어내 조금씩 담아 모으던 통)에 비유하며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토적성산’(土積成山: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으로 비유했다. 당시 이용걸(현 국방부 차관) 재정부 2차관도 취임사에서 ‘천류불식’(川流不息:흐르는 강물은 쉬지 않는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흐르는 물처럼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 정부 들어 3대째 행정안전부 수장이 된 맹형규 장관은 지난해 4월 15일 취임사에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경제성장률이 5% 내외로 전망되고 있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무엇보다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용 없는 경제성장으로 취약계층과 차상위 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부각시켰다. 이후 희망근로 프로젝트와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개각으로 물러나게 되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내각을 지켜온 ‘장수 장관’들은 직원들과의 동질성을 강조한 취임사로 기억된다. 두 사람 모두에게 부처 직원들은 ‘친정 식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정 장관에게 국토부는 교통부와 건교부 시절부터 줄곧 몸 담았던 곳이고, 이 장관도 국민의 정부 때 차관으로 환경부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다. 정종환 장관은 취임사에서 “30여년 간 공직자로서 젊음과 열정을 바쳤던 이곳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고 얼굴 하나하나가 무척 반갑다. 마치 오랜 기간 출가했던 딸이 친정집에 다시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하다.”며 한 식구임을 강조했다. 취임사 끝도 “우리 모두 한 가족이라 생각하고 희망을 나누며 뜻을 모아 최선을 다하자.”는 말로 마무리했다. 이만의 장관도 취임사에서 “헤어진 지 5년 만에 다시 환경가족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 첫 번째 환경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큰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직원들에게 친숙함을 드러냈다. ●“손자병법 전략은 風林火山” 풀어  2008년 2월 당시 김석동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의 이임사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28년간의 공직생활을 접으면서 이임사에 남긴 ‘5가지 자기 반성’에 대한 회한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섭공호룡(葉公好龍)’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 미래과제에 적절히 맞서지 못한 심경을 토로했다. 용을 좋아한다던 섭공이 막상 실제 용을 보고는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 너무 달라 기절해 버렸듯, 고령화·저출산 문제나 기후변화 등 미래과제에 대한 실체와 위험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을 반성한 말이다.  한편 김 차관은 3년여 ‘칩거생활’ 끝에 올해 초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금융위원장 취임사에서 “손자병법의 전략은 풍림화산(風林火山) 네 글자로 압축된다.”면서 “금융위원회가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진중하게 대내외 환경변화에 선제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화되길 기대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학철지부(涸轍之鮒: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의 붕어)’를 인용, 서민금융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곤궁에 빠진 물고기에는 강물이 아니라, 물 한 바가지가 더 절실한 것처럼 서민금융 역시 응급처방이 절실함을 강조한 말이다.  참여정부 때 강금실 법무장관 이임사도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헌정사상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자 검찰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던 그는 이임사에서 “개혁은 서로 믿고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인간다움을 실현하기 위해 가로막고 있는 오해와 불신을 녹이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또한 “어느 순간에는 정치의 중심에 서서 진짜 해야할 일을 소중히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장관직에 회의가 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해야할 일 못해 장관직 회의” 비쳐 2008년 12월 우형식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이 이임사에서 밝힌 내용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기도 했다. 우 차관은 교과부에서 28년간 재직했고, 교과부 1급 공무원의 일괄사표에 앞서 사의표명 후 물러나는 자리였다. 그는 서산대사의 시로 송별사를 짧게 대신하겠다며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이라는 시를 읊었다.  해석해 보면 “눈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국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뜻이다. 당시 이임사에 담긴 의미를 놓고 해당부처에선 “눈밭을 함부로 밟고 더럽히면 뒤따르는 사람이 길을 잃게 되는 것처럼 정부의 정책 추진도 신중해야 한다는 뜻에서 한 말 아니겠느냐.”고 긍정적인 해석을 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권 입맛에 맞춘 교육정책이 급전환되는 것을 놓고 쓴소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식성상에서 리더들의 발언은 파급효과가 큰 만큼, 무책임한 발언 등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길성 한국행정DB센터 소장은 “과거 장·차관이나 기관장들의 이·취임사를 보면 당시의 사회상이나 정책, 리더로서 의지와 회한 등이 잘 나타나 있다.”면서 “사자성어 등 고전 속의 명언 한두 마디씩은 인용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훌륭한 리더는 화려한 이·취임사보다 재임기간 만들어낸 성과물로 평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아닉 마시스 “늦깎이 성공비결? 트라바유와 파시옹”

    아닉 마시스 “늦깎이 성공비결? 트라바유와 파시옹”

    프랑스 작곡가 프란시스 풀랑(1899~1963)의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195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오페라계에 충격을 던졌다. 지금껏 오페라가 사랑에 관한 아리아를 내세웠던 것과 달리 ‘카르멜회’는 자아 성찰적인 대화를 담은 노래로 종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공포정치의 공기가 무겁게 드리운 1794년 7월 카르멜회 수녀들의 처형을 소재로 했다. 둔탁한 단두대의 칼날이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떨어지면 수녀들도 한 명씩 쓰러지는 기괴하고 인상적인 피날레가 백미다. ‘카르멜회’가 5~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국보급 오페라이지만 한국 공연은 처음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나섰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 2008년 로렌스 올리비에 상(영국극장협회가 주최하는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 수상자인 프랑스 연출가 스타니슬라스 노르디의 솜씨를 우선 눈여겨봐야 한다. 또 다른 포인트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순교와 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번민하는 여주인공 블랑슈 역의 프랑스 소프라노 아닉 마시스(51)다. 지난달 18일 입국해 연습에 한창인 그녀를 서초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초반 분위기는 어색했다. 그녀가 약속한 사진 촬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는 편하게 얼굴을 내놓기에 부담스러운 시간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답이 서너 차례 오가자 그녀는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빠르지만 논리적이고 정돈된 답이 돌아왔다. 마시스는 “언제나 새로운 문화와 도시를 체험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 “입국 이후 하루 9시간씩 일(연습)만 해서 서울을 느껴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공연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28살 때 파리의 프란시스 플랑 음악원에 들어가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았다. 그녀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흥미로웠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면서 “스물여덟이라는 나이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성악을 반대한 탓에 진로를 교사로 수정했지만 결국에는 원래의 물줄기로 돌아왔다는 고백이다. 1990년인가 1991년(그녀의 기억이 확실치 않았다), 모차르트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가운데 여주인공 시녀인 블론트켄 역으로 데뷔했다.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1997년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출연하면서였다. 정략결혼을 한 루치아가 신랑을 칼로 찌르고서 피묻은 잠옷 차림으로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는 이후 마시스의 상징이 됐다. 늦깎이의 성공 비결이 궁금했다. 통역을 통해 질문을 듣더니 그녀는 “트라바유(travail·일), 트라바유, 트라바유… 파시옹(passion·열정), 파시옹, 파시옹…”이라며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우문현답이다. 마시스는 “남들보다 늦어 처음에는 이해도 못 하고 당황했지만, 열정이 있었기에 닥치는 대로 해치워 따라잡았다.”면서 “호기심과 음악에 대한 사랑, 사람들과의 만남이 오늘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다. 시간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마시스는 2005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황금기러기상(La Siola d‘Oro)을 받았다. 1983년 세기의 소프라노 리나 팔리우기(1907~1980)를 기념하려고 만든 상이다. 2년마다 최고의 여성 성악가가 상을 받는다. 조수미(1993년), 엘리자베스 비달(프랑스·2000년), 조안 서덜랜드(호주·2007년)도 이 상을 받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에게도 ‘카르멜회’의 블랑슈는 첫 경험이다. 그녀는 “귀족 출신으로 수도원에 들어간 블랑슈는 끊임없이 삶의 의미에 대해 자문한다.”면서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진실들을 직시하느냐 피하느냐는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라 더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과는 다른 음색과 스타일로 블랑슈를 연기할 것”이라면서 “제대로 해낸다면 (수없이 해냈던) ‘라 트라비아타’까지도 완전히 다르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무대경력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녀는 5·7일 무대에 선다. 6·8일은 독일 슈베린극장의 주역으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박현주가 맡는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일요일 5시. 1만~15만원. (02)586-5282.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지금&여기] 2011년 봄날 ‘메멘토 모리’/박록삼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2011년 봄날 ‘메멘토 모리’/박록삼 문화부 기자

    늘 그렇다. 봄은 잔인하다. 1960년 4월의 봄이 그랬고, 1980년 서울·광주 등 도처의 봄이 그랬다. 1991년 봄날도 마찬가지였다. 모란이 지듯 자고 일어나면 젊은이들이 제 목숨을 바닥에 뚝뚝 내려놓았다. 많은 서러운 죽음이 있었고, 잔혹한 죽임이 있었다. 쉬 지워내기 어려울 만치 혹독했다. 시대의 봄날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그러했다. 최근 자서전 ‘스님은 사춘기’를 펴낸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도 여섯살에 여읜 어머니와 네살 터울 동생의 군대 사고사 기억이 공교롭게도 모두 어느 봄날의 것임을 고백한다. 올해 봄도 어느 시절의 봄날 못지않게 잔인하다. 모든 장애와 우려, 반발을 무릅쓰고 속도전을 펼치는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가고 있다. 지난 18일 금강6공구에서 ‘굴착기사 김씨’가 25t 덤프트럭에 깔려 숨졌다. 저녁 7시 야간작업 중이었다. 이틀 앞서서는 낙단보 공사현장에서 인부 하씨와 김씨가 콘크리트가 무너져 숨졌다. 역시 전날 야간공사 때 부은 콘크리트가 채 마르지 않은 곳에서 일하다 빚어진 사고였다. 4대강과 함께 묻혀 버린 19명 중 11명이 올해 봄날을 전후해서 떠났다. 삼성전자에서 하루 10~15시간씩 일하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젊은이는 회사 측의 사과 한마디를 받으려고 지난 15일까지 무려 97일 동안 냉동고에 누워 있어야 했다. 우리의 봄날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 카이스트 학생 4명, 교수 1명의 죽음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시 명진 스님의 책 얘기다. 그는 돌이켜보니 죽음의 기억이야말로 자신의 출가와 공부, 수행을 지탱시켜준 힘이자 불보살(佛菩薩)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소중한 가르침이다. 방사능이 한반도로 오네 마네 하며 막연한 공포가 감도는 올해 봄날에도 키 낮은 제비꽃은 보랏빛 움을 틔웠고, 연분홍 앵두꽃, 벚꽃은 속절없이 제 멋을 뽐내며 난분분히 휘날리고 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겸손한 생명을 틔우기 위해서는. youngtan@seoul.co.kr
  • [공무원 변신은 무죄]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연극 ‘택시 택시’ 시민배우 되다

    [공무원 변신은 무죄]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연극 ‘택시 택시’ 시민배우 되다

    김태동 : 망타운으로 갑시다. 택시기사 : 은평뉴타운은 아는데 망타운이라니요? 김태동 : 주민들에게 돈 많이 번다고 속여서 도장 찍게 만들고, 그 뒤로 입 싹 닦고 돈 더 내라고 하고, 돈 못 내면 쫓겨나고 패가망신하니…. 어찌 뉴타운이냐. 망타운이지.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공간 아울’에서 공연하는 창작연극 ‘택시 택시’(TAXI, TAXI)’에 처음 출연해 하는 대사다. 항공 점퍼를 입은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엉터리 소리를 버럭 질러대자 객석에 앉아 있던 김 교수가 더는 참지 못하고, 무대로 뛰어올라가 승객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승객이 돼 입바른 소리를 해댄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1998년)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2002~2006년)을 지낸 보수적인 경제학자가 연극배우로 탄생하는 순간. 서울 도심재개발·재건축에 대해 그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비판적인 시각을 ‘대사를 치면서’ 시원하게 드러냈다. 그는 현재 은평 뉴타운에 살고 있다. 19일 2차 출연을 앞두고 오전에 김 교수를 서울 동숭동에서 만났다. 개혁적인 강성 학자라는 평판이 많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은발의 그는 학자 자체로 보였다. 연극 출연은 이 연극의 원작자이자 연출자인 김상수씨와의 인연 덕분이다. 지난 4월 연극을 보러 갔다가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의 사망과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과 같은 21세기 한국의 ‘불편한 진실’을 비판하고 고발한 ‘시민연극’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배우를 아주 존경하게 됐다. 두 시간 연극에서 제가 출연하는 게 중간인데, 15일 첫날 출연할 때는 내가 나갈 대목 때문에 긴장해서 앞부분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객석으로 되돌아오니 그때부터 연극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그가 무대에 서는 시간은 2분 30초에 불과하지만, 팽팽한 긴장을 이완시키고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타이밍에 놓여 있다는 것이 김상수 연출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연극에 출연하면서 뒤늦었지만, 경제는 문화와 같이 발전한다는 깨달음을 가졌다. 정치와 경제도 같이 발전해야 하지만, 경제와 문화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현재 한국의 밤문화나 골프문화, 오락 중심의 TV 문화 등은 우리의 경제가 계층 간에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미술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씨나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씨에게 열광하는 것은 경제가 문화와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때 김 교수의 장래희망은 ‘시인’이었고, 사회의 첫 직함은 거창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다. “삶에 치여서 꿈을 놓쳤지만, 경제학 동료에게는 ‘경제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정년이다. 맥주 반 잔에 시를 짓는 그를 따분하거나 어려운 경제학자가 아니라 시민연극의 배우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공연은 5월1일까지 계속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초기불경 ‘니까야’ 4부 세계 첫 완역

    부처님이 직접 한 말씀을 고스란히 담은 경전인 파알리어 경장 중 가장 긴 말씀들을 엮은 ‘디가니까야’가 한글로 완역됐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2년 6개월간의 작업 끝에 세상에 내놓은 역저. 원고지 1만매 분량, 신국판 1560쪽에 무려 2931개의 주석을 단, 방대한 복원 번역본이다. ‘디가니까야’는 장아함경으로 알려진 초기불교 경전. 초기경전은 보통 출가자 생활규범을 담은 율과, 붓다의 가르침을 담은 경, 경의 해석과 설명을 모은 논의 삼장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디가니까야’는 다섯 부분의 경 가운데 길이가 긴 말씀을 모아 ‘길게 설하신 경’으로 널리 통한다. 한국 불교계에선 2006년 각묵 스님의 3권짜리 한역본에 이어 두 번째 한역본을 맞게 된 셈이다. 전 회장은 이번 ‘디가니까야’ 한역에 따라 ‘쌍윳따니까야’(2002년), ‘맛지마니까야’(2003년), ‘앙굿따라니까야’(2008년)를 포함해 4부 니까야를 세계 최초로 모두 완역한 인물로 기록됐다. ‘디가니까야’는 부처님 열반 직후 제자들이 모여 부처님 생전의 말씀을 모은 이른바 1차결집 이래 전승돼 온 대표 초기경전. 한역본 대승경전과 달리 부처님 말씀의 가감 없는 진수를 그대로 알 수 있는 경전으로 인정받는다. 우주와 인간, 삶과 역사, 윤회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고 무엇보다 바른 마음챙김(正念)을 진정한 도의 핵심으로 가르치며 마음과 지혜의 해탈을 완성한 부처님의 아라한 경지를 볼 수 있는 언어들이 돋보인다. 이번 ‘디가니까야’는 붓다고사의 정통주석서 수망갈라빌리시니에 바탕해 풀어낸 설법 모음집이란 게 특징. 다른 경들에서 소개됐던 잘못된 견해 62가지를 정교하게 분석한 것을 비롯해 고행주의자의 삶, 신통의 기적, 과거칠불의 사회적 지위·이름·주요제자 생애까지 상세히 묘사해 놓았다. 불교의 핵심인 연기와 1에서 10까지 불교의 법수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돋보인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완전한 열반의 큰 경’. 부처님이 마지막 생애에 한 일과 말씀, 사건들이 놀랄 만큼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그야말로 “모든 형성된 것들은 부서지고 마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마지막 유훈의 형성과정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가섭이 부처님의 법을 이어받았다고 흔히 알려진 삼처전심 중 ‘곽시쌍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비롯해 일반 통설의 허구를 파헤친 점이 흥미롭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부고] 대학로 소극장 연출가 1세 이용우씨

    대학로 소극장에서 활동한 연출가 1세대인 이용우씨가 병환으로 지난 16일 별세했다. 63세. 고인은 지난해 12월 암 진단을 받고 4개월 가까이 병마와 싸우다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1984년 극단 ‘까망’을 세우고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각색, 장기 공연을 이끌었던 고인은 4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1991년에는 대학로에 100석 규모의 ‘까망 소극장’을 설립, 2008년까지 대표로 활동하며 창작극 활성화에 앞장섰다. 2000~2006년에는 소공연장연합회(현 한국소극장협회) 초대 상임이사로 일하며 대학로 소극장 운동을 주도했다. 장례는 소극장협회장으로 치러질 계획이다. 유족으로는 까망 소극장 대표인 부인 유연숙(57)씨와 큰딸 란아(32·배우), 작은딸 한아(29·애니메이션 작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8일 오후 1시. (02)2072-202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구제역 후폭풍 위기의 축산농] “소·돼지도 전략상품… 자급률 지켜내야”

    [구제역 후폭풍 위기의 축산농] “소·돼지도 전략상품… 자급률 지켜내야”

    사실상 종식됐다던 구제역이 17일 경북 영천에서 재발했다. 종식됐다고 해서 축산 농가의 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었다. 한국인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돼지의 사육 마릿수는 구제역 발생 전인 지난해 12월 988만 마리에서 지난 3월 703만 마리로 줄었다. 양돈 농가는 22% 감소했다. 농민들은 보상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한 데다 값이 뛰어오른 종돈마저 달려 아우성이다. 소는 구제역 피해를 덜 본 편이다. 구제역 이전 292만 마리에서 지난 3월 288만 마리가 됐다. 하지만 한우는 지난해 1월 시작된 구제역 여파가 2년째 이어지면서 소비가 줄어 가격이 20% 이상 떨어졌다. 양돈 농가와는 또 다른 탄식과 비명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값이 내려간 한우와 그 절반 정도 가격인 수입산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어 좋을 수 있다. 돼지도 마찬가지. 출하량 부족으로 국산 돼지고기값이 올랐지만 값싼 유럽, 미국, 칠레산 돼지고기를 대체재로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수입산 소·돼지고기를 언제나 국산의 절반 혹은 3분의2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2008년 세계적인 곡물 파동 때 식량 대국의 수출 제한으로 지구촌이 우왕좌왕한 기억이 새롭다. 구제역 파동으로 국산 돼지고기 공급이 달리면서 삼겹살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해 미국, 유럽산 돼지고기를 수입했다. 돼지고기 수출국은 한국의 약점에 냉혹하게 반응했다. 급등하는 국산 돼지고기 가격을 잡기 위해 11만t을 들여왔는데 무관세분만큼 수출가를 올려 버린 것이다. 식량 자급의 중요성이 드러난 대목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국회에 식량·식품의 자급 계획을 보고했다가 자급률을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질책을 들었다. 그러나 그 뒤 수정 계획을 보고했다는 얘기는 없다. 소, 돼지의 경우 수요 및 생산 전망, 가격 변동, 질병 및 환경 부하(분뇨 처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급 목표를 세워야 한다. 구제역 종식과 함께 기본계획을 밝혀 연도별 적정 마릿수 목표치를 명확히 제시했어야 하지만 아직도 입안 중이라는 소리뿐이다. 식량 안보 면에서 소, 돼지의 중요성을 쌀에 견줘 너무 낮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 농가의 소, 돼지 공급 능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전략 상품이 될 위험성이 있어 정부는 눈을 부릅뜨고 적정한 자급률을 지켜 내야 한다. 정부의 뚜렷한 축산 목표 제시와 더불어 필요한 것이 구제역 창궐을 불러온 열악한 사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노경상 한국축산경제연구원장은 “축산은 누구나 아무렇게나 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내놓은 ‘3·24 축산업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축산업 허가제이다. 기존 등록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시설 기준을 확보한 대규모 농가부터 우선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100㎡당 소 20마리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양돈 선진국인 네덜란드, 덴마크의 어미 돼지 1마리는 25마리의 새끼를 생산한다. 한국은 15마리 안팎에 불과하다. 똑같이 새끼를 낳아도 열악한 환경 탓에 죽는 돼지가 많다. 그래서 축산 선진화를 위해선 규모화를 추진하고 영세농을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팀장은 “구제역 파동을 계기로 축산업의 방향성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면서 “산업 정책적인 면에서 볼 때 소규모 영세농의 경우 정부가 퇴출 프로그램을 갖고 업종 전환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제역 이후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그 피해는 축산 종사자 100만명은 물론, 소비자인 국민에게도 전가되는 만큼 농가와 정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최여경·이경주기자 kid@seoul.co.kr
  • [구제역 후폭풍 위기의 축산농] 자급률 떨어지면 무슨 일이

    소나 돼지의 국내 생산 기반이 극도로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돼지 1000만 마리, 한우 250만 마리를 모두 수입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구제역으로 33%가 살처분된 돼지의 공급 여력이 계속 떨어지면 풍부한 국내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가들이 줄을 설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덴마크 등 양돈 선진국은 물론 미국, 칠레산도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할 것이다. 소도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업자들에게 휘둘리며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값에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은 국산의 반값이나 3분의2 가격에 외국산을 구매할 수 있지만 자급률이 계속 떨어질수록 수출국들이 시장 통제력을 키우며 가격을 쥐락펴락할 것은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전략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쌀 등 곡물보다 광범위한 국가에서 생산되고, 국가끼리 카르텔이 형성되지 않는 한 국내 축산물 시장은 수입산에 휘둘릴 위험이 적다고 얘기한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축하파티도 했는데” 49억원 복권 알고 보니…

    “축하파티도 했는데” 49억원 복권 알고 보니…

    미국의 중년부부가 복권에 당첨된 줄 알고 자축파티까지 열었다가 신문사의 실수로 당첨번호를 잘못 알았던 사실을 알게 돼 크게 실망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 사는 짐과 도로시 스프래그 부부는 행복한 꿈에서 갓 깨어난 느낌이다. 무려 450만 달러(한화 49억원)의 대박복권에 당첨된 줄 알았지만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당첨번호를 잘못 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부부는 지난 7일 오전 8시(현지시간) 지역발행 일간지 푸에블로 칩텐 신문(Pueblo Chieftain newspaper)를 읽다가 신문에 실린 복권 당첨번호가 이전에 사뒀던 복권의 번호 6개와 정확히 일치하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스프래그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호화로운 저택에서 안락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부부는 출가한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첨사실을 알렸다. 소박하지만 둘만의 축하파티도 열었으며, “검소하고 정직하게 우리에게 하늘이 선물을 줬다.”고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 신문에는 당첨번호가 잘못됐다는 정정기사가 실려 있었다. 백만장자의 꿈이 물거품처럼 사라지자 부부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복권당첨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지만 부부는 덕분에 미국 방송사에 출연하는 등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부부는 “그나마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애써 웃으면서 “언젠가는 복권에 당첨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twitter.com/newsluv) 
  • 1만 1172명이 한글사랑 새긴다

    “어릴 적 가정형편 때문에 한글을 제대로 깨치지 못해 아이들을 출가시킨 뒤 노인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초등학생이 된 설렘으로 한글을 배우는 중인데 손자 손녀들에게 할머니의 한글사랑을 보여 주고 싶어요.” 서울시가 한글글자마당 조성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공모에 대구 서구 중리동에 사는 팔순 할머니가 쓴 사연이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공원의 ‘한글 글자 마당’ 조성에 참여할 국민 1만 1172명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글자 마당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글 초성(19자), 중성(21자), 종성(28자)으로 조합 가능한 1만 1172자를 1만 1172명의 국민이 한 자씩 쓰고 돌에 새기는 사업이다. 시는 범국민적으로 동참하게끔 지역에 편중됨 없이, 다양한 계층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시 홈페이지와 우편접수, 관계기관의 추천으로 선정했다. 참여자는 내국인 1만 657명(95.4%), 재외동포 369명(3.3%), 다문화가정 구성원 66명(0.6%), 국내 거주 외국인 55명(0.5%), 새터민 25명(0.2%)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시 홈페이지에서 배정받은 글자를 써 사진을 찍거나 스캔해 보내면 된다. 참여자가 직접 쓴 글씨는 글자의 배치·형태 등 디자인 작업을 거쳐 10×10㎝의 돌에 새겨 7월쯤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공원 내 QR 코드를 스마트폰 등으로 찍으면 참가자별 글자와 사연도 확인할 수 있다. 전영석 균형발전추진과장은 “한글 글자마당은 참여자의 소중한 글씨와 사연이 담긴 곳으로, 한글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글자를 새긴 돌을 한글마당 바닥에 깔 것인지, 비스듬히 세울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법인화 이끌고 ‘지젤 신드롬’ 터뜨린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법인화 이끌고 ‘지젤 신드롬’ 터뜨린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서울대 법인화로 사회가 시끄럽다. 지난해에는 국립 공연단체 법인화로 문화계가 시끌시끌했다. 이를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른 사람이 있다. 최태지(52) 국립발레단장이다. 2000년 법인 전환 결정으로 국립발레단이 진통을 겪을 당시, 그는 단장이었다. 그 후로 11년. 그는 ‘국립 철밥통’을 깬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2월 정기공연 ‘지젤’로 국립발레단 창단 이래 사상 처음 전회·전석 매진 기록을 세워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이도 그다. 변화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최 단장을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세상, 한국말에 서툰 그녀를 비웃다 오타니 야스에.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인 최 단장의 일본 이름이다. 그녀의 말투에는 아직도 일본어 억양이 강하게 배어 있다. “지금도 제 말이 서툰데 10년 전에는 오죽했겠어요. 발레단이 법인으로 바뀌고 예산을 따내기 위해 당시 서초동에 있던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브리핑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서툴다 보니 비웃음도 많이 샀어요. 자존심을 버렸죠. 제가 주저앉으면 우리 단원들이 무대에서 맘껏 공연할 수 없었으니까요.” ‘열번 찾아가면 (요구 예산) 한개는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공무원들을 붙잡고 늘어졌다. 국립발레단 활동 계획과 자구 노력을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도 많았지만 이를 꽉 깨물었다. 혼자 힘에 부치면 국립발레단 무용수들도 데리고 갔다. 법인 전환 이후 단원들도 다잡았다. “여러분이 무대를 찾은 관객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월급이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최고의 자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그에 따른 합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몰아세운 것 같기도 하다며 웃는 최 단장은 “어려운 현실이었지만 도망갈 순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정말 무서웠단다. “1996년에 단장으로 취임해 법인화 이전과 이후, 그리고 법인화 추진 당시 과정을 모두 겪은 사람이잖아요. 법인화 순간에는 솔직히 많이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했고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젤’ 성공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관객을 감동시키니 월급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발레 대중화 노력에 “슈퍼 상품이냐” 항의도 그래도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듬성듬성 비어 있는 객석 때문이었다. “공무원들 쫓아다니며 열심히 예산 따내 죽어라 연습해서 작품을 무대에 올려도 채워지지 않는 객석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는 최 단장. 그래서 그는 단장이 되자마자 맨 먼저 공연 횟수를 늘렸다. 한달에 한번씩 소극장 발레도 무료로 선보였다. 객석이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소극장 발레는 1997년부터 3년간 계속됐다. “당시만 해도 발레는 우아한 예술, 고급스러운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한 극장장은 제게 ‘발레가 무슨 슈퍼마켓 상품인 줄 아느냐’며 큰소리로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예술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는 게 변치 않는 제 생각이에요.” TV 개그 프로그램 ‘발레리NO(노)’ 등 최근 우리 사회에 부는 ‘발레 신드롬’에 격세지감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최 단장은 “국립발레단의 지젤 공연도 그 열풍에 한몫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발레 대중화의 주역’이라는 주위의 찬사에는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한국발레 간판 김지영·김주원 키워내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에서 발레리나 하면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외에 그다지 알려진 이가 없었다. 법인화 시험대를 성공적으로 넘긴 최 단장이 “다이아몬드가 될 만한 재목 발굴”에 열중하는 이유다. 한국 발레의 간판 김지영·김주원(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은 그 ‘산물’이다. “가능성이 엿보이는 재목들을 여러 공연에 데뷔시키는 등 기회를 줬습니다. 외국에서 공연을 가져올 때도 무조건 유명한 작품이 아닌, 단원들이 성장할 여지가 있는 작품 위주로 골랐죠. 힘든 경쟁 속에 강한 정신력으로 살아남은 친구들이 지영이와 주원이에요.” 최 단장은 ‘지젤’ 때도 이은원이라는 20살의 다이아몬드를 발굴해 냈다. 프랑스 연출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예에게 주인공 지젤 역을 맡긴 것. 이은원은 최 단장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무대에서 증명해 냈다. 프랑스 연출가도 “최태지는 도사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비싼 레슨 이해 못해… 발레학교 설립 시급” “발레에 영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라면서 무용수에 적합하지 않은 체형으로 몸매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립 발레학교를 서둘러 설립해야 합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게 값비싼 개인 레슨이었어요. 콩쿠르와 입시 위주의 한국 발레 교육은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립 발레학교를 서둘러 설립해야한다는 게 최 단장의 지론이다. 오는 10월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을 들고 이탈리아 무대에 도전하는 최 단장은 “세계와 당당하게 맞서려면 어려서부터 전문 무용수를 훈련시키는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왕자 호동’은 오는 22일 국내 무대(예술의전당)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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