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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부 못할 작품의 매력, 대체 난 무슨 짓 한 건가”

    “거부 못할 작품의 매력, 대체 난 무슨 짓 한 건가”

    순수한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사랑을 갈구하다가 뱀파이어로 변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2010년 초연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소재와 구성이 독특했고, ‘콘서트형 록 뮤지컬’답게 100분 정도 되는 공연시간 동안 강렬한 비트의 음악 22곡이 이어졌다. 입소문이 퍼져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고, 공연기간을 연장했다. 공연은 단 한 사람이 이끌어간다.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멀티맨이 하나 있지만, 모노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무시무시한 배역’을 뮤지컬 경력이라고는 고작 한 작품밖에 없던 배우가 맡았다. 원래는 더블캐스팅이었는데 공연을 2주 앞두고 성대 이상을 느낀 배우가 하차했다. 부랴부랴 다른 배우를 섭외했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바로 무대에 투입할 수 없었다. 개막 후 2주 정도 한 회도 쉬지 않고 공연했다. 배우는 연습을 하면서, 공연 내내 끊임없이 되뇌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어떻게 했나 싶다. 그래도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배우는 그래서 다시 공연하기로 했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또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초연에 이어 재공연에서도 프로페서V가 된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허규(35)의 얘기다. 그는 검은색 셔츠에 바지, 가죽재킷을 입고 페도라를 쓴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 카페에 나타났다. 밝은 갈색 곱슬머리와 뽀얀 얼굴, 여린 몸매가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캐릭터 같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돌변한다. 힘이 넘치는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그래서 ‘마마, 돈 크라이’에서 순수청년이 기괴한 매력을 뿜는 프로페서V로 옮겨 가는 역할이 그렇게 잘 어울렸던 건가 싶다. “지금까지 활동을 끌어온 발판은 이 한마디였을지도 몰라요. ‘네가 필요해’. 장점이자 단점이죠. 이 말에 선뜻 몸을 움직이고, 제안을 받아들이거든요.” 뮤지컬 ‘오디션’(2009) 무대에 올랐던 것도 ‘노래 잘하고 기타 잘 치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였다. ‘마마, 돈 크라이’ 초연에서도 같은 이유로 손을 내밀기에 덜컥 잡았다고 했다. 당시 김운기 연출가와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이렇다.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노래만 잘하면 돼.”(김 연출) “춤이 안 되거든요.”(허규) “콘서트에서 하듯 흔들면 되지.”(김 연출) “저 연기도 못 해요.”(허규) “콘서트에서 노래 중간에 말하는 것처럼만 하면 되거든.”(김 연출) 그런데 웬걸. 무대에서 내내 혼자였다. 대본 두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됐고, 전곡을 혼자 소화했다. 연습기간 40여일, 공연 기간 50여일을 거치면서 주변 사람들도 ‘강철성대’로 인정하던 목에 물혹이 생겼다. 그래도 그때 그 무대에서 공연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관객이 나만을 집중해서 봐주는 데에 희열을 느꼈죠. 대학 밴드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 10개월 동안 공연 준비를 하고 단 30분 무대에 오른 뒤에 무대 세트를 정리하면서 굉장한 공허감이 밀려왔거든요. 그 공허를 채워 주는 만족감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마마, 돈 크라이’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밴드 브릭의 멤버로서, 또 영화 ‘국가대표’와 ‘R2B: 리턴투베이스’ OST에 참여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광화문연가’, ‘파라다이스 티켓’ 등 뮤지컬 경력도 차곡차곡 쌓았다. 자신감이 붙을 법도 한데, 다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연 때와 많이 달라졌어요. 프로페서V가 소화할 곡은 한 곡 줄었지만, 뱀파이어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부르는 노래가 5곡 추가돼 관객이 만나는 음악은 더 풍성해졌죠. 하지만 매혹적인 뱀파이어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는 더 커진 거예요. 게다가 뱀파이어(고영빈·장현덕)가 늘씬하고,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그는 하고 싶은 작품으로 ‘모차르트 오페라 락’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꼽는다. 록이라는 음악이 있어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아직 세우지 못했어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가수로서 확실한 색깔을 구축할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죠.”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마마, 돈 크라이 9일~5월 26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김운기 연출, 극·작사 이희준, 작곡 박정아. 5만원. 1577-3363.
  • 경계, 넘어야 예술이지

    경계, 넘어야 예술이지

    우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 발전에 대한 노력도 없이 예술가랍시고 잰 척하는 모습이 그렇게 싫었다. 국악계의 줄서기에 치가 떨렸다. 어떻게 우리 음악을 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연구 모임을 시작했다. 2006년, 아쟁 연주가 신현식(34)은 그렇게 친구들을 만났다. 추구할 음악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틀거리를 만들어 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 20대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해 프로젝트 국악그룹이 탄생했다. 신현식을 비롯해 하세라(가야금), 김진혁·김지혜(타악), 이봉근(소리), 정송희(피아노, 작·편곡)가 모인 ‘앙상블 시나위’다. 그게 2007년. 음악학원을 빌려 수업이 없는 새벽 시간에 연습을 하고, 근근이 음악을 만들며 공연하기를 2년. 눈여겨보던 공연기획자를 만나 음반을 내고 초청 무대도 조금씩 늘었다. 2011년 5월에는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충무아트홀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공연을 올리면서 지난해에는 KBS국악대상에서 연주(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앙상블 시나위의 목표는 확고하다. “이 시대의 전통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음악이라는 양식을 바탕으로 지금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새로운 전통을 쌓아 가야 한다. 우리 것을 지키면서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우리 음악의 현재와 변화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신현식) 연극, 무용, 재즈, 클래식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뻥 뚫리는’ 공연을 만들어 왔다. 2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여는 ‘시간 속으로-판소리, 통섭의 가능성’은 연극과 판소리 눈대목을 섞었다. 이미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선보여 융합의 효과를 검증받았다. “우리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내용을 익히 알고 있는 판소리로 감동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랐어요.”(이봉근) 바람은 객석으로 확실히 전달됐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심청가’의 눈대목에서는 배우 고수희가 심청을 애틋하게 표현하고 이봉근이 절절하게 받아치면서 객석에 나직한 흐느낌이 퍼졌다. 월북 작가 박기동이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부용산’을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과 앙상블 시나위의 새 음반 ‘시간 속으로’에 담긴 ‘하루 종일’을 엮어 선보이자 그립고도 짠한 마음이 밀려들어 왔다. 가야금과 피아노의 경쾌함과 아쟁의 묵직함, 장구와 북 등 타악의 박자감에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 고수희와 김주완의 연기가 덧대어져 공연 내내 희로애락이 휘몰아쳤다. 이번 공연은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와 함께 하는 다섯 번째 작업이다. 2011년 앙상블 시나위 공연을 본 박 연출가가 신현식에게 “한번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제안했고 그해 8월 연극 ‘햄릿 업데이트’에 참여했다. 9월 김덕수 한예종 교수와 소리꾼 오정해가 합세해 ‘전통에서 길을 찾다’를 선보였고 이후 김시습과 단종, 세조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구성한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년 2월), 현대무용·발레·씻김굿 등을 접목한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년 3월)를 연달아 올렸다.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시도는 앙상블 시나위에게 존재의 이유이자 음악의 지향점이다. 지난해 10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연한 ‘영혼을 위한 카덴차’에서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결합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일본 아오모리 예술원의 국제교류기금 지원을 받아 한국과 중국, 일본 7개 도시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이 공연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매년 1~2월 전남 화순에서 충전 겸 음악 작업을 아우르는 ‘산공부’를 한다는 앙상블 시나위는 공연을 위해 지난 27일 서울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기자를 만났으니 피곤할 법도 한데 멤버들에게 생기가 돈다. 이 기간에 3집 음반에 들어갈 곡 일부를 준비했고 멤버들의 장기 계획까지 마무리했단다. 연습실에 들어가더니 주섬주섬 악기를 펼쳐놓고 또 연습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즐거운 배움터이고 모든 것을 쏟아내는 삶”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서 20~30대 젊은 세대의 전통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원리금 상환 부담 커졌다”

    “원리금 상환 부담 커졌다”

    지난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가구가 전년보다 늘어나 전체 가구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부채 가구의 60%가량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복지 부가조사’에 따르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가구는 전체 가구의 57.1%다. 전년 54.0%보다 3.1% 포인트 증가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전국 도시 가구 2119개를 대상으로 했다. 이 가운데 빚이 있는 1210가구에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에 대해 묻자 58.9%가 “어려움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응답은 62.3%다. 원리금 상환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연체 경험이 없을수록 더 힘들어했다. 지난해 연체는 안 했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웠다고 답한 가구는 40.9%였다. 앞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가구는 54.4%다. 소비와 집 크기를 줄이는 등 연체하지 않기 위해 한 노력이 임계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체 경험이 있지만 앞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응답은 7.9%로 어려웠다는 가구(18.0%)보다 적어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은행에 신규 대출 또는 만기 연장을 신청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0%였다. 이 가운데 23.0%는 대출 신청액 중 일부만 받았고, 2.4%는 아예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은행에서 만족할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한 가구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45.4%)이나 지인(25.5%)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대출 금리가 더 높은 곳으로 내몰린 것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예술, 새 트렌드와 만나다

    예술, 새 트렌드와 만나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새달 1일부터 24일까지 ‘나트(NArT) 예술가 초청공연’(이하 나트)을 연다. 새로운 예술 경향(New Arts Trend)의 줄임 말인 나트는 서울문화재단이 신진 예술가들을 발굴·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예술의전당과 손을 잡았다. 나트 취지에 공감한 예술의전당은 개관 25주년을 기념한 ‘페스티벌 25’의 하나로 이 프로그램을 선정해 유망 예술인들에게 무대 경험을 지원한다. 나트를 여는 연극 ‘영호와 리차드’(1~5일)는 탄탄한 구성과 감각적인 언어로 경쟁과 개인주의,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이진경 연출가가 2010년에 낭독공연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 작품으로 선보이는 연극 ‘멕베드’(20~24일)에서 이곤 연출가는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 언어를 활용해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 인물들이 갖는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을 끄집어낸다. 무용 공연으로는 ‘중력’(8~9일)과 ‘폼·프롬’(Form·From, 15~16일)이 있다. ‘중력’에서 이재영 안무가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게 작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구속이 되는 물리학의 개념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폼·프롬’의 노경애 안무가는 하나의 본질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을 재현, 변형, 왜곡 등의 과정으로 드러낸다. 창작연희 ‘도로시 난장 굿’(10일)은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씻김굿, 별신굿, 봉산탈춤, 소고 등을 대입한 독특한 공연이다. 한국의 무속음악을 연구한 양보나가 작곡과 예술감독을 맡았다. ‘초벌비 버전1 턴 온’(12일)에서는 전통창작타악그룹 ‘유소’의 타악 연주자 홍성현이 동해안 무속 장단을 바탕으로 바람, 비, 달, 파도 등 자연을 연주한다. 지정석은 3만원(연극)·2만원(무용·전통)이고, 비지정석은 모두 1만 5000원이다. (02)580-13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낡은 책장속 1세대 女극작가, 후배들이 끄집어내다

    낡은 책장속 1세대 女극작가, 후배들이 끄집어내다

    “유치진과 차범석, 오혜령과 박현숙. 앞에 적힌 두 명과 뒤에 있는 두 명은 성별과 활동 시기를 떠나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하나씩 있다. 한국 연극계의 1세대 극작가라는 점은 같지만, 앞의 두 명은 잘 알려진 반면 뒤의 둘은 그렇지 않다. 국내 대학에 연극영화과가 50개가 넘지만 이들에 대해 배우는 곳은 거의 없다. 이게 우리나라 여성 연극계의 현실이다.”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는 한국여성연극협회(회장 이승옥)가 1세대 여성 극작가들을 찾고, 후배 여성 연출가들을 불러모아 ‘제1회 여성극작가전’(13일~3월 31일)을 준비한 이유다. “1950~60년대는 여성들의 사회적 입지가 좁고 희생을 강요당하던 때다. 그런 시대의 고민을 안고 치열하게 사회 문제를 논하면서 현대연극의 기틀을 다졌던 그분들을 아는 이는, 심지어 연극계에서도 많지 않다. 여성 연극인의 시작을 되짚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창작연극을 발굴해 내자는 취지로 여성극작가전을 열기로 했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알과핵소극장에서 만난 이승옥(70) 회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여성극작가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극작가전에는 여성연극협회가 연극계에 업적을 남긴 여성 연극인에게 수여하는 올빛상 희곡 부문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고(故) 강성희(1921~2009), 박현숙(87), 전옥주(74), 오혜령(72), 강추자(70), 김숙현(69), 최명희(68) 등 우리나라 현대극이 뿌리내린 1960년대부터 활발하게 극작 활동을 했던 1세대 여성 극작가 7명이다. 이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현재 연극계에서 활약하는 40대 중견 여성연출가 박은희(남동문화예술회관 관장), 류근혜(상명대 연극학과 교수), 송미숙(극단 실험극장 연출가), 노승희(극단 희즈 대표), 백은아(극단 거울 대표), 문삼화(공상집단 뚱딴지 대표), 임선빈(극단 아미 대표) 등이 각각 헌정작을 만들었다. 극본을 단순히 무대 위에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을 바꾸거나 현대에 접목시키고, 둘 이상을 엮어 새로운 감각을 덧댔다. 개막작은 일제강점기를 거친 청춘 남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박현숙 작가의 ‘그때 그 사람들’(2009, 17일까지)이다. 연출을 맡은 문삼화 대표는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감당해 낸 박현숙 작가의 고민이 지금 누군가의 낡은 책장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직접 무대에 꺼내 올린다는 게 뜻깊다”고 말했다. 불안감도 적지 않다. 대선배의 작품을 쪼개고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한다는 건 부담이다. 이 회장은 “연출의 상상력은 연극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면서 힘을 보탰다. 오혜령 작가의 ‘일어나 비추어라’(1980, 20~24일)는 송미숙 연출가와 만났다. 오 작가가 자신의 암 투병기를 녹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작품이다. 공연에서는 오 작가의 50년지기 대학 선배인 배우 오현경(77)이 열연한다. 노승희 연출가는 고 강성희 작가의 단막극 ‘백합향’(1975)과 ‘날아가는 새’(1991)를 교차시켜 ‘꽃 속에 살고 죽고’(27일~3월 3일)를 선보인다. 세대는 다르지만 닮은꼴인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시대와 무대, 고통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한다. 대화 단절과 소통 부재의 고독을 다룬 강추자 작가의 ‘당신의 왕국‘(1978, 3월 6~10일), 급격한 산업화와 개발독재의 폐단을 상징적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린 전옥주 작가의 ‘아가야 청산 가자’(19 74, 3월 13~17일)는 각각 백은아 연출가, 임선빈 연출가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성공한 엄마와 폐쇄적 딸을 둘러싼 모녀 3대의 이야기를 담은 김숙현 작가의 ‘앉은 사람 선 사람’(1986, 박은희 연출, 3월 20~24일),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신여성 나혜석을 조명한 최명희 작가의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2012, 류근혜 연출, 3월 27~31일)도 무대에 오른다. 2만원. (02)762-081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제조업 유치·최저임금 20% 인상”… 오바마 2기 ‘경제 올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2기 국정 핵심 키워드는 역시 ‘경제 살리기’였다. ‘재정 절벽’ 위기 직전에서 봉합된 예산안 논란과 중산층의 부족한 일자리 창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2기 임기 첫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겠다”며 중산층을 일으키는 것이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위기 이후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고 있고 임금과 수입도 오르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괜찮은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 성장이 우리를 이끄는 북극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을 새 일자리와 제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드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순위”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 임금 20% 이상 인상, 도로·교량 건설 500억 달러(약 54조 4000억원) 투자, 건설 고용 프로그램 150억 달러 투입 등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또 수출 확대를 위해 유럽연합(EU)과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 아시아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 협상에 나서겠다며 “대서양 연안의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은 미국에 일자리 수백만개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대 현안인 예산 감축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의회가 시퀘스터(연방 정부 예산의 자동 감축)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라며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산 감축이 안보 위협은 물론 교육, 에너지, 의료 연구 등을 황폐화시키고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새 정책들을 어떻게 재정적으로 뒷받침할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더 큰 정부와 더 많은 지출만 제시했을 뿐”이라며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자신이 내놓은 고강도 총기 규제 대책을 의회가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고 압박했으며 불법 체류자 양성화를 위한 이민 관련 법령도 수개월 내에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의회가 기후 변화와 관련해 배출가스 저감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대통령 행정 명령으로 이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교 현안으로는 북한 및 이란 핵과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 문제, 대테러 현황 등을 거론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6만 6000명의 병력을 2014년까지 철군시키기에 앞서 내년 2월까지 절반이 넘는 3만 4000명을 귀환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0여분간 진행된 국정연설에서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105번의 박수를 받았다. 상당수 의원들은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가슴에 녹색 리본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씨줄날줄] 성직자의 정년/서동철 논설위원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선언이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선종(善終)에 이르기까지 직무를 수행하는 오랜 전통을 가진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부터가 역사적 사건이다. 무엇보다 ‘신(神)의 대리자’를 떠나 나이의 한계를 인정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감동을 준다. ‘교황의 가르침은 항상 옳다’고 공표했을 만큼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가톨릭의 역사는 곧 서구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존재가 정신과 육체가 쇠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물러나기까지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교황은 물론 추기경도 종신토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추기경도 80세가 넘으면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의 회합을 뜻하는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한다. 올해 82세가 된 정진석 추기경은 새로운 교황을 뽑는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주교와 주교, 각 본당의 사제를 비롯해 가톨릭의 각종 직분은 75세 안팎에서 물러나는 것이 전통이다.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76세이던 1998년 30년 동안 봉직한 서울대교구장 자리에서 은퇴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 자리를 지난해 물려준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한다. 기독교는 많은 교단이 70세를 담임목사의 정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럼에도 교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진보적 교회의 경우 목사 정년을 65세로 줄인 곳도 있다. 반면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담임목사의 정년을 75세로 높이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미국의 보수 교단 가운데는 목사의 은퇴를 65세로 정한 곳도 있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65세 이후 교회에서 목사의 연금을 부담하지 않는 방법으로 은퇴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는 교단 차원의 정년은 없다. 다만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종정과 총무원장의 임기를 두고 있다. 종단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종정에게는 65세 이상의 나이에 출가한 지 40년이 넘어야 하는 조건을 달아놓았다. 5년 임기에 중임도 가능하다. 종단의 행정총책이라고 할 수 있는 총무원장은 4년 임기에 역시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원불교는 법사의 정년이 68세이다. 교단의 최고지도자인 종법사는 임기 6년에 두 차례 더 연임이 가능하다. 지금 가톨릭교회 내부에서는 “후계 교황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의 한계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네딕토 16세의 결단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다른 종교에도 돌아볼 기회를 주고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하이브리드車 시장에 전운 감돈다

    하이브리드車 시장에 전운 감돈다

    올해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연간 100만대 판매 돌파로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핵심기술 특허 만료로 중국 등 후발업체의 시장 진출뿐 아니라 폭스바겐 등의 저가형 모델 출시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989년 11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를 양산하면서 지난 30여년간 이 분야를 선도해 왔던 토요타 자동차의 핵심 특허시효가 올해부터 차례로 만료되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인 엔진에 전기 모터를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차량이다. 엔진은 본래 기능을 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차량 배터리에 모았다가 모터를 돌린다. 따라서 연료 소모가 적고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도 적게 나오는 친환경차다.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서 하이브리드차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는 이런 장점에도 일본과 미국 이외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휘발유 엔진에 모터를 조합하는 기술이 어려운 데다 일본의 토요타가 수천 가지 특허로 높은 진입장벽을 쌓았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특허 만료로 하이브리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후발 자동차업체가 앞다퉈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중국 업체들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정책적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권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토요타에 하이브리드차와 관련된 기술 이전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출시 첫해인 2011년 7193대에서 2012년 2배 이상 증가한 1만 6710대가 팔렸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 역시 5279대에서 지난해 1만 901대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100만대를 넘어섰고, 누적판매량은 500만대 돌파했다. 경영학에서는 100만대 판매를 시장이 폭발하는 ‘티핑 포인트’로 본다. 하이브리드 차량 분야에서 현대·기아차도 앞으로 더 혹독한 경쟁을 해야 할 처지다. 토요타는 이미 북미시장에서 저가 하이브리드 모델 아쿠아를 선보여 할인 경쟁의 신호탄을 쐈으며, 폭스바겐도 부품 명가 보쉬와 함께 핵심부품 표준화를 통한 대량 생산과 가격 인하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등 후발업체도 가세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핵심 기술특허가 만료되면서 중국과 인도 등 후발업체들이 저가형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현대·기아차도 친환경차 부문의 연구개발을 늘리는 등 철저한 대비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중소 자영업자들의 ‘발’ 다마스·라보 사라진다

    중소 자영업자들의 ‘발’ 다마스·라보 사라진다

    동네 자영업자 등이 선호하던 다마스(왼쪽)와 라보(오른쪽)의 생산이 중단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9일 “내년부터 다마스와 라보 등에 배출가스 자가진단장치(OBD-2) 장착이 법규로 의무화되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탓에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대우차와 지엠대우, 한국지엠을 거치는 동안에도 이들 모델을 어렵게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연극 데뷔 50주년 맞는 이 시대의 어머니 손숙

    [김문이 만난사람] 연극 데뷔 50주년 맞는 이 시대의 어머니 손숙

    한 시대의 어머니였다.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한 채 참으로 모진 ‘여자의 일생’을 살았다. 글 공부는 근처에도 못 갔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억지 결혼을 했다. 남편의 바람기와 혹독한 시집살이, 게다가 자식의 죽음까지 가슴이 찢어지듯 처절하게 감내해야만 했다. 어머니는 손녀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배우고 죽은 남편을 따라 저승으로 가면서 유리창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그렇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눈물로 겪은 어머니였다. 연극 ‘어머니’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연극은 1999년 2월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공연되고 있다. 그래서 연극 ‘어머니’ 하면 우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초연 당시 어머니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받았고 그해 5월 러시아 타캉가극장에 초청돼 ‘마마’라는 환호 속에 기립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공연 때 한국 기업가한테 격려금을 받았다는 구설수로 32일 만에 환경부 장관직을 그만두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 손숙(69)이다. 흔히 배우들은 타인의 삶을 산다고 한다.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주로 맡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대에서 살아온 지 50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손씨는 다음 달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하용부, 윤정섭, 김미숙, 김철영 등과 함께 오른다. 이 연극이 끝나면 오는 4월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 극단 산울림에서 치매 노인을 다룬 신작 ‘나의 황홀한 실종기’에 출연한다. 또 7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손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공연한다. 10월쯤에는 극단 신시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손씨는 연극 공연에 항상 남다른 의욕을 보이지만 올해만큼은 더욱 바쁘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아 지난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카페에서 잠시 만났다. 단발머리에 편한 티셔츠 차림, 그리고 소탈한 웃음이 인상적이다. 50주년을 맞는 소감부터 물었더니 “글쎄 바쁘게 살다 보니 인생의 반은 다른 인생으로 산 것 같다”고 웃으면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연극으로 견딜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서게 됐다. 고스란히 내 인생만 살았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관객들의 박수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특히 ‘어머니’는 연극 인생 중 자신에게 각별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어머니’ 덕분에 자신의 고향인 밀양에서 매년 연극제가 열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10여년 동안 늘 밀양연극제 폐막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이를 보려는 지역 주민들이 객석을 꽉꽉 채운다. 자연스럽게 고향 시절 얘기가 먼저 나왔다. “밀양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6·25가 발발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대신 육군병원으로 바뀌었지요. 그러는 바람에 입학식만 본교에서 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강변 솔나무나 들판 돌멩이 위에 칠판 올려놓고 공부하고 겨울에는 창고를 빌려서 공부했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전쟁과 가난이라는 환경 속에서 우유 가루와 학용품 등 구호물자를 실은 미군 트럭이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는 말 그대로 춥고 배고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것이 큰 축복으로 남는다고 술회한다. 또한 밀려오는 피란민들을 보면서 전쟁의 참상이 어떠한지 생생하게 목격하게 됐다. 중학교는 부산에서 다녔다. 그러다가 부산여중에 입학한 지 6개월 만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무작정 서울로 왔다. 잠시 어머니를 회고한다. “어머니는 교육열이 대단했습니다. ‘여자도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여자의 일생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요. 어머니는 16살에 결혼했지만 아버지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버리고 시집살이를 혼자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던 어머니는 자식들이라도 배워야 한다며 저와 동생을 데리고 서울로 오게 됐습니다.” 서울로 온 손씨는 돈암동에 살면서 시골 아이 취급을 받아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다. 하지만 풍문여고에 진학하면서 문학소녀의 꿈을 키워 나갔다. 글짓기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받기도 했다. 문예반장을 맡아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황석영·조해일 등 여러 학생들과 문학의 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손숙 학생은 작가가 되려고 했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와 폴 발레리 등에 심취했다. 종로2가에 있는 음악홀에서 국내외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얘기하는 것이 공부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 매년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신춘문예’에도 몇 차례 도전할 만큼 작가 지망에 대한 열의를 가졌다. 그는 살아오면서 ‘울며 웃으며 함께 살기’, ‘손숙이 만난 사람’, ‘섬마을 소년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책을 썼는데 이 또한 그의 문학적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그 문학소녀는 고3 어느 날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접하게 됐다. 이해랑 선생이 연출하고 황정순·장민호·여운계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 이 작품은 문학소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다. 갑자기 찾아온 연극의 전율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 고려대 사학과 재학생이던 그는 1963년 개교 60주년 기념 연극 ‘삼각모자’(스페인 작가 알라르콘 이 아리사의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꿈에 그리던 남산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랐다. 남자 주인공은 당시 고대극회 선배인 김성옥(77·목포시립극단 예술감독)씨가 맡았다. 이런 인연으로 사랑이 시작돼 2년 뒤 결혼하게 된다. 1968년에는 극단 동인극장에 들어가 유진 오닐의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에서 주인공 엘렉트라 역을 맡아 직업 배우로 연극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극단 산울림 창단(1969년)에 참여해 평생 스승으로 모시는 임영웅(77) 연출가와 인연을 맺었다. 또한 2년 뒤에는 국립극단에 들어가 이해랑(1989년 작고) 선생을 만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연극 인생을 회고하면서 “산울림과 국립극단에서 청춘을 다 바쳤다”고 말했다. 잊지 못할 작품으로는 산울림 시절의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 ‘홍당무’, ‘바다의 침묵’ 등을, 국립극단 시절의 ‘파우스트’, ‘간계와 사랑’, ‘천사여 고향을 보라’ 등을 꼽았다. 그는 “15년 동안 지낸 국립극단 시절에는 훌륭한 스승과 선배들을 만나 나름대로 좋은 면도 있었으나 여러 가지 제약과 작품의 한계도 많았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맞지 않아 자꾸 반발했더니 미운털이 박히고 나중에는 싸움닭이 되더라”며 웃었다. 다시 현재 진행형인 ‘어머니’로 화제를 돌렸다. 환경부 장관과 맞바꾼 연극이기 때문이다. 하여 당시 상황을 물었다. “러시아 공연 1주일 전에 장관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체결된 국가 간 약속을 도저히 취소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공연을 강행했지요. 평생 잊지 못할 무대였습니다. 관객들이 15분 동안 ‘마마’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무대에 올라온 기업인들로부터 액수도 모른 채 격려금을 받았지요. 단원들에게 나눠 주고 지방 공연을 하지 못해 위약금으로 썼는데 그게 뇌물이라고 하더군요. 장관직 사퇴 후 너무 억울해서 열흘 동안 잠도 못 자고 울었습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국 그랜드캐니언으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얼마 후 귀국한 그는 임영웅 선생한테 위로의 전화를 받고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오게 된다. 돌이켜 보면 ‘어머니’로 시련을 겪었지만 오히려 ‘어머니’로 빨리 제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TV드라마로 넘어갈 때에도 오로지 연극무대를 지켰다. 하지만 먹고살기는 여전히 빡빡했다. 게다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후 많은 빚을 졌다. 때마침 라디오 진행 섭외가 들어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989년부터 MBC ‘여성시대’를 진행하게 됐다. 이때 다양한 청취자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성과 환경문제 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칼럼과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뱉어 냈다. “연극은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현장 예술입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호흡하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또 스크린이나 TV드라마와 달리 관객으로부터 치유받을 때도 많지요. 연극이 열악한 환경이긴 하지만 그걸 다 초월해 연극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극 인생을 다시 회고하면서 ‘담배 피는 여자’, ‘그 여자’, ‘셜리 발렌타인’ 등 모노드라마를 잊지 못한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선 지금 자신의 인생 모노드라마를 잠시 떠올리는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 모노드라마는 어떻게 이어 나갈까.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극을 하지 않겠느냐. 연극을 할 때마다 늘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일이 매우 즐겁다”고 말하고, 웃으면서 그런 관객을 위해 연습하러 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연극인 손숙은 194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부산여중 시절 서울로 왔다. 풍문여중과 풍문여고를 졸업했다. 고려대 사학과 1학년 때 개교 60주년 기념 연극 ‘삼각모자’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1969년 극단 산울림 창단 멤버로 참여했고 1971년 국립극단에 입단, 고 이해랑 선생 등 당대 최고의 연출가들과 작품을 함께 했다. 1989년 MBC ‘여성시대’를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1999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았고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이 밖에 ‘아름다운 가게’ 공동대표(2002) 등 여러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화산’(1975), ‘객사’(1979), ‘어머니’(1999)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세 차례 수상했다. 이 밖에 대한민국연극제 여우주연상(1986), 이해랑연극상(1997), 은관문화훈장(2012)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울며 웃으며 함께 살기’, ‘손숙이 만난 사람’, ‘여성수첩’, ‘섬마을 소년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있다.
  • [경제 브리핑] 3월부터 대출가산금리 비교공시

    오는 3월 20일부터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금리가 낮은 은행을 찾기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함께 준비한 비교공시 시스템이다. 은행별 대출 가산금리 비교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공시 대상은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일시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3개와 운전자금 신용대출, 운전자금 물적담보대출, 보증서 담보대출 등 중소기업대출 3개다.
  •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 연임·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에 설도윤씨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 연임·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에 설도윤씨

    서울연극협회와 한국뮤지컬협회가 21일 나란히 정기총회를 열고 새 수장을 선출했다. 서울연극협회는 제4대 회장으로 박장렬(왼쪽·48) 현 회장을 선출했다. 연극연출가이자 연극동인 ‘혜화동 1번지’ 3기 출신인 박 회장은 연극집단 반 대표, 100연극공동체 위원장,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의 신임 이사장엔 설도윤(오른쪽·54) 설앤컴퍼니 대표가 뽑혔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올 예능 힐링 바람 더 세게, 더 따뜻하게

    올 예능 힐링 바람 더 세게, 더 따뜻하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세 명의 40대 남자가 강원도 산골에 모여 삶의 어려움을 털어놓고(SBS ‘땡큐’), 아이들은 연예인·아나운서·운동선수 아빠와 함께 산골 오지에 들어가 1박2일을 보내며(MBC ‘아빠 어디가’), 유명 개그맨들은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한다(KBS ‘인간의 조건’). 새해 벽두부터 TV 예능프로그램에 ‘힐링’ 바람이 거세다. 떠들썩한 신변잡기식 수다 대신 스튜디오를 벗어난 한적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진솔한 대화와 체험은 빠듯한 삶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을 오롯이 치유하고 있다. 20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문명의 이기를 끊고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며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끄는 이 같은 힐링프로그램들은 올해 방송가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SBS의 ‘힐링캠프’가 주도한 힐링 분위기는 올해 초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인 ‘땡큐’의 방영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땡큐는 야구선수 박찬호, 배우 차인표, 종교인 혜민 스님 등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40대 남성 세 명의 삶을 통해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중장년층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원도 산골의 한 펜션에서 박찬호는 은퇴 이후의 ‘멘붕’을 솔직히 털어놨고, 혜민 스님은 출가 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연민을 소개했다. 이들 세 남자의 진정성이 묻어난 대화는 한강다리 중 자살률 1위라는 마포대교 난간에 글귀로 담겨 ‘생명 살리기’ 캠페인에 활용되고 있다. 예능 부진의 늪에 빠진 MBC도 가족 간 힐링을 들고 나왔다. MBC가 ‘나는 가수다2’의 후속으로 선보인 ‘아빠 어디가’에는 성동일, 김성주, 송종국 등 유명인 아빠와 자녀들이 1박2일간 산골 오지에서 보내는 체험이 다큐 형식으로 담겼다. 아이들은 푸세식 화장실과 코를 찌르는 메주냄새, 부뚜막 밥짓기에 당황하지만 이내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감싸안는다. 아빠들은 아이와 교감하는 법에 서툴렀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잔잔한 웃음을 안긴다. KBS 역시 ‘인간의 조건’이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대열에 동참했다. 모든 모바일·전자기기의 사용을 줄이고 삶의 여유를 되찾자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과 연관된 프로그램에는 김준현, 김준호, 양상국, 허경환 등 유명 개그맨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의 이용을 금지당한 채 일주일간 일상을 보냈다. 볼펜으로 전화번호를 직접 기록하고, 공중전화로 상대방의 안부를 물으며, TV 보기 대신 책읽기에 몰두한다. 출연자들은 결국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들의 고백과 폭로, 신변잡기식 수다로 채워지던 토크쇼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MBC ‘무릎팍도사’는 강호동 복귀 1년 만에 방송이 재개됐지만 시청률 6%대로 동시간대 꼴찌라는 굴욕을 당했다. KBS ‘승승장구’와 MBC ‘놀러와’는 아예 문을 닫았고 SBS ‘강심장’은 진행자를 바꿔 다음달 시즌2로 재편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초빙교수제’ 교육용? 취업용?… 일부 공직자 퇴임후 낙하산 악용

    ‘초빙교수제’ 교육용? 취업용?… 일부 공직자 퇴임후 낙하산 악용

    최근 서울대에서 때아닌 초빙교수 논란이 일었다.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의 사회대 초빙교수 임용 소식에 학생들이 황 전 사장의 임용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삼성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방기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탄압한 황 전 사장을 사회학과 초빙교수로 임용하는 것은 반노동, 반사회적 경영의식이 서울대 교육기조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라면서 “황 전 사장의 임용을 철회하라”며 대학과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대학의 초빙교수는 6453명(추정치)이다. 황 전 사장처럼 기업 CEO 출신부터 세계적인 석학, 퇴직한 공무원, 연예인까지 각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초빙교수란 이름을 달고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본래 초빙교수제는 실무 전문가를 영입해 학생들에게 현장감 넘치는 강의를 제공하거나 전임 교원으로 영입이 어려운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연구 등을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초빙교수제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추천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임용이 이뤄지는 탓에 실력보다는 인맥이 우선시될 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용 과정의 투명성도 문제로 꼽힌다. 임용 이후에도 여전히 외부 활동에 무게를 둔 채 강단에 오르는 탓에 수업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자리로 전용되는 일도 많다. 초빙교수나 객원교수란 이름으로 대학이나 연구소에 오는 인물 중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의 이름 석자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연구재단의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지원사업’은 이들의 대표적인 창구다. 2008~2012년 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초빙교수로 임명된 인물 가운데 공기업·공공기관 출신은 최근 5년간 170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행정부 고위 공무원 출신도 150명에 이른다. 이 밖에 국회의원이나 국회 사무처 전문위원 등 입법부 출신은 5년간 12명, 산업체 출신은 21명 등이었다. 이들이 해당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교육이나 연구현장에서 활용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검증된 인사인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박원순 시장의 인사 태풍으로 퇴직한 서울시 1급 공무원 다섯 명 가운데 네명이 별다른 검증 없이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로 자리를 옮겨 가면서 낙하산 임용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중에는 행정부시장과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재직 당시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파문을 일으킨 이인근 전 본부장도 있었다. 시립대에 초빙된 이들은 일주일에 단 한 차례 강의하고 매달 최대 600만원의 강의료를 받았다. 시립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요직이나 공기업 고위급 임원을 초빙교수로 임용하는 배경에는 이들의 인맥을 활용해 학교 감사부터 홍보, 사업권 확보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면서 “전임 교수를 임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저렴하게 교원 확보율을 채울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초빙교수가 되려는 수요는 넘쳐난다. 한국 사회에서 교수라는 직함들이 갖는 사회적 위상과 상징성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서울의 한 사립대 초빙교수로 일했다는 기업인 A씨는 “돈보다는 교수라는 타이틀이 줄 수 있는 명예와 학생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보람이 더 크고 소중하다. 다시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학교로 달려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고위직 인사인 B씨 역시 틈만 나면 대학교수로 근무하는 동창들에게 추천을 부탁한다. B씨는 “대한민국에서 교수라고 하면 주변에서 보는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보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왕년에 한자리했던 사람일수록 은퇴 후 교수란 타이틀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들은 초빙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학교와 교수들은 초빙교수제가 본래 취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준호 서울대 기획부처장은 “초빙교수 제도는 실무 경험자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에 기반한 지식을 보완해 줌으로써 균형 있는 교육을 전달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전 사장 임용을 두고 서울대 일각에서 산업 현장과 정책에 이해가 높은 외부 전문가를 대기업 출신이라고 반대하는 것이 어깃장을 놓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세계적인 석학 초빙은 학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까지 고무시킨다. 최근 초빙교수냐 방문교수냐를 두고 잡음이 일었던 함돈희(39)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 교수의 서울대 초빙교수 임용 소식에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학생들이 술렁였던 것도 유명한 과학자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외국인 초빙교수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부원장은 “외국인 초빙교수가 오면 한국 교수들이 갖지 못한 인적 네트워크가 새롭게 활성화되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인력수급과 장기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김 부원장은 “매년 계약이 이뤄지는 초빙교수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외국 초빙교수가 ‘부모님이 연로하시다’, ‘본국에서 승진했다’는 이유 등으로 돌아가겠다고 의사 표명을 하면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고 문제점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초빙교수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4학년 김모(24)씨는 “예체능 분야이다 보니 유명 연출가·배우들이 초빙교수로 많이 오는데 잠시 머물다 가는 형식이다 보니 책임감도 떨어지고 유대관계도 없다”면서 “때문에 학생들은 대외에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 이벤트 인사라고 여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수업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숙명여대 2학년 강모(21)씨는 “초빙 교수가 네트워크 보안 쪽 실무자였는데 매번 외부 일정 때문에 수업에 지각을 하고 휴강도 많이 해 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컸다”면서 “수업의 질이 너무 떨어져서 몇몇 수강생은 학교 측에 항의 메일을 넣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임용 첫 단계부터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경희대 관계자는 “막상 초빙교사를 임용하지만 객관적인 평가 체계가 없는 상태”라면서 “보통 1년에서 3년, 연임은 1~2회로 제한된 곳이 많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일부 교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임용단계에서부터 초빙교수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초빙교수 세칙을 정해 놓으면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상 초빙교수는 사회 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봐도 무관하다”면서도 “하지만 그 지식을 학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등 교수법도 검증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종교계 수장들 올 한 해 운영 계획과 과제를 말하다

    종교계 수장들 올 한 해 운영 계획과 과제를 말하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종교계는 여느 사회단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한 해 종단 운영과 신행에 대한 기본 방향과 실천 방안을 마련해 공표한다. 성직자는 물론이고 신자들도 종단 차원의 운영 계획과 신행 방향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올해도 종단별로 특수성을 감안한 당면 과제 해결, 수습에 대한 천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차례로 기자들과 만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의 간담회 내용을 요약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종단 선거제도·승려 복지 등 쇄신안 곧 집행 “대승불교의 시대적 면목을 바로 갖추고 국민과 함께 수행할 것입니다.” 자승 총무원장은 제33대 집행부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해인 만큼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사회 활동 강화와 종단 쇄신에 주력할 뜻을 먼저 밝혔다. 그래서 ‘세상과 함께하며 희망을 만들겠다’는 서원을 소개했다. “이웃과 아픔을 함께하며 사회적 평등과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추진 과제로는 ▲실직 가장, 장애인, 청소년, 다문화 가정을 위한 특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강화 ▲노동자 심리 치유센터 설치 및 운영 ▲아프리카 케냐에 학교 개설 ▲전통 사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활용 방안 연구 등을 내놨다. 특히 “이번 설에는 용산 참사와 쌍용차 관련 구속자들이 특별사면돼 가족, 동료와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새 정부에 대해 “사회적 평등과 정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대책을 세워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종단 내부의 문제와 관련해선 1차 쇄신 과제를 집행, 점검하는 한편 승가 청규와 선거제도, 종단제도, 법계직무제도, 호법제도, 승려 복지에 관한 쇄신안을 곧 완성해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종단쇄신위원회가 준비 중인 2차 쇄신안이 완성되면 종도들의 의견을 모아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사찰 재정 공개, 사찰 운영위원회 활성화 등도 중요한 사업이다. 승려 도박 파문 이후 주목됐던 거취와 관련해선 “아직 임기가 10개월 남았기 때문에 거취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종무 행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영주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교회 덩치 키우다 오만…공공성 회복이 우선 “우리의 목소리가 다른 진보 시민사회단체와 다를 바 없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종교단체답게 ‘이렇게 하라’는 명령조 대신 ‘우리가 먼저 이렇게 살겠다’는 자기 고백을 앞세워 나가겠습니다.” 김영주 NCCK 총무는 사회 현안에 대한 발 빠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기 반성을 토대로 보다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뻔한 구호보다 교회가 먼저 실천한 후 사회에 권고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한국 교회가 덩치를 키우다 보니 오만해지고 긴장감이 없어졌다”는 김 총무는 올해를 ‘교회의 공공성 회복 원년의 해’로 정했다며 반성해야 할 ‘10대 과제’를 소개했다. ▲목회자 납세 ▲교단 금권선거 ▲교회 재정 투명성 ▲목회자 대물림 ▲교회 간 균형 발전 ▲해외 선교 ▲교회 간 연대 ▲교회의 지역화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교회가 성장을 위한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목회자 세습과 관련해선 “기독교 정신은 이 세상 모든 것을 하나님이 내게 잠시 맡긴 것으로 여기는 ‘청지기 정신’인 만큼 ‘목회자 대물림’은 비성서적”이라고 비난했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해 시민단체와 차별화되는 내용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해 정부 예산 분석을 토대로 정한 핵발전소 확대, 환경 파괴 등의 의제 15개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두고,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꾸준히 분석해 사회 전반의 정책 등을 면밀히 짚어 보는 작업을 해 나갈 방침입니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봉사활동 결집과 인재 양성 등 내실 다질 것 “원불교 성업 100주년 행사를 차질 없이 치르고 도약의 새 100년을 알차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은 우선 3년 후인 2016년 원불교 성업 100주년을 가장 신경 쓰면서 그와 병행해 원불교 교단의 내적인 성숙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17일 다짐했다. ‘100년 성업봉찬으로 결복교운 열어 가자’는 교정 표어를 소개한 남 교정원장은 그 슬로건을 위한 으뜸 교정 방침으로 소통과 화합, 공의와 합력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화두인 소통과 화합은 원불교 안에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교역자뿐만 아니라 모든 교도가 합심해 화합과 공의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그간의 원불교 교역자 생활을 되돌아본 결과 대사회 봉사와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절감했다. 교정원장은 그동안 흩어졌던 대사회 봉사, 특히 해외 봉사 활동을 결집해 주도할 세계봉공재단을 하반기 중 창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와 더불어 다문화 가정과 북한 교화, 종교 간 다양한 협력 운동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은 가장 주력해야 할 부분이다. 예비 교역자 교육 시스템을 손질하고 출가 교무들의 재교육이며 재가 전문 인력 발굴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중 1년간의 단기 교육을 거친 신도(만 60세 이하)에게 6~12년간의 교화 업무를 담당할 자격을 주는 기간제 전무출신제도도 시행한다. “모든 삶과 현실은 모두 나 자신이 스스로 씨앗을 뿌린 결과라는 ‘인과보응’ 진리에 눈떴으면 합니다. 모든 국민이 남의 탓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을 바로 보자는 운동을 펼쳤으면 합니다.”
  • 오페라 무대 도전하세요

    오페라 무대 도전하세요

    노래 좀 하는 사람들, 애타게 무대를 원했던 성악 전공자들의 눈이 번쩍 뜨일 소식. 우리나라 양대 공연장이 자체 제작하는 오페라 출연진을 모집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 활약할 합창단원을 선발한다.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아이다’는 오는 4월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찾는 합창단원은 합창 활동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의 서울시민으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부문 총 50명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4일 오후 5시까지 서류 접수를 하고 30일에 오디션을 진행한다. 합격자는 2월 7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음악과 연기 지도를 받고 최종 리허설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www.sejongp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399-1783. 예술의전당은 자코모 푸치니의 ‘투란도트’ 출연진을 찾는다.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관한 CJ토월극장에서 8월에 올리는 ‘투란도트’에는 오페라 연출가 장영아와 지휘자 지중배가 참여한다. 오디션 배역은 투란도트(소프라노), 칼라프(테너), 알투움(테너), 티무르(베이스), 류(소프라노), 핑 수상(바리톤), 팡 대신(테너) 등 주요 역할. 응시 자격은 음악대학 성악과 대학원 재학 이상으로 21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오디션은 29~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한다. 원서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02)580-1522.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무대서 만나는 영국의 명품 연극

    무대서 만나는 영국의 명품 연극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은 한국연극의 대중화, 국제 연극계와 소통을 주제로, 올해 작품 10편을 선보인다. 독자 제작공연 5편, 기획 초청공연 4편, 해외 초청공연 1편이다. 영국의 예술세계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흐름이 눈에 띈다. 올해 한·영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영국 연극 5편을 준비했다. 새달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데이비드 해어의 ‘에이미’(최용훈 연출)가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다. 영국 연극계를 이끄는 극작가로 꼽히는 해어는 이 작품에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경제·문화·사회적 변화, 신구세대의 충돌을 담아냈다. 199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올린 초연에서는 주디 덴치가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는 2010년 초연 배우인 윤소정·백수련과 정승길이 출연한다. 3월 중순에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멕베스’(15~17일)를 올린다. 일본의 연출가 겸 배우인 노무라 만사이가 원작에 일본 전통극을 접목해 신선하게 접근했다. 등장인물 5명으로 멕베스 부부의 비극을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어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러브, 러브, 러브’(마이크 바틀렛 작, 이상우 연출)를 공연한다. 1967년에 만나 결혼한 부부의 삶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열정과 꿈, 현실을 끄집어낸다. 2011년 영국연극상 최고작품상을 받고, 바틀렛은 영국에서 떠오르는 작가 대열에 들어섰다. 비틀스의 대표곡 ‘올 유 니드 이스 러브’ 등 영국 대표 팝송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널드 웨스커의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8월 9일~9월 1일)와 리 홀 원작의 ‘광부화가들’(이상우 연출, 9월 11일~10월 14일)은 하반기에 준비돼 있다. ‘딸에게’는 자신이 더 소중했던 멜라니가 갑작스럽게 임신한 딸에게 전하는 독백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등 한국과 영국 스태프가 합작할 예정이라 주목된다. 1992년 국내 초연 때 연기한 배우 윤석화의 출연이 유력하다. 올해 명동예술극장은 제작·기획 공연 비율을 높였다. 명작소설을 희곡화해 우수 희곡을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한국적으로 번안한 ‘라오지앙후 최막심’(양정웅 연출, 5월 1~27일)을 선택했다. 10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올리고, 7월과 12월에는 각각 여름과 겨울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여름 레퍼토리에는 신체극의 교과서로 통하는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첵’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휴먼코메디’가 준비돼 있다. 겨울 레퍼토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무덤에서 큰 부자 무슨 소용있겠는가…죽기 전에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무덤에서 큰 부자 무슨 소용있겠는가…죽기 전에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명상 수행가 아잔 브라흐마(62) 스님이 한국에 왔다. 10일 개막해 16일까지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에서 열리는 ‘세계명상힐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스님은 ‘선정체험과 실체 깨침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고대 불교명상을 과학적 명상체계로 복원한 자신의 집중수행을 즉문즉설과 실참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캠프 개막에 앞서 10일 조계사에서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명상을 하나. -(앞의 찻잔을 들어 보이며)이 잔을 1분을 넘겨 5분가량 들고 있으면 팔이 저려 오고 고뇌에 빠지게 된다. 30초만 내려놓았다가 다시 든다면 훨씬 쉽게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명상을 하는 이유이다. 명상은 마음의 고요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알게 해 준다.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를 그만두고 출가한 이유는. -출가 전 모든 종교를 탐색해 보았다. 일종의 시장조사를 먼저 한 셈이다. 불교가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처음 명상을 배웠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명한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 가운데 불교신자가 많다. 대학시절 존경했던 교수들과 지금도 교류하고 있다. →불교신자 물리학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주 세계는 여러 번의 빅뱅이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은 가장 최근 것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이 우주현상을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도 출신인 불교도의 입장에서 굳이 불교와 과학을 분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불교 명상에 편승한 힐링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2500년 불교의 역사는 마음 탐색이 핵심을 이룬다. 마음 작용이 어떻게 용서와 평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구 의학계는 지금 불교와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몸의 건강에 마음 건강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성과도 숱하다. 한국사회의 힐링 열풍도 그런 맥락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아잔 스님의 명상과 한국불교 간화선의 수행법은 어떻게 맞닿아 있나. -다른 종류의 명상이라고 해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이든 기아차이든 목적지에 가 닿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명상의 방편에 상관없이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중요하다. 명상 자체를 떠나 평화롭고 친절하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이 안고 사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요즘 사람들은 빨리빨리 서두를 줄만 알았지, 가만히 고요하게 머물지 못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갈수록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오래 살 수 있다. 무덤에서 큰 부자로 있다는 게 무슨 소용 있나. 죽기 전에 편하게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더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경험하고도 초기의 선정으로 돌아간 이유는 뭔가. -수행자들을 해탈의 경지로 데려다 주는 일종의 운송수단이라고 봐야 한다. 부처님 자신도 초선에서 경험한 환희심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제자들이 그 초선의 환희심을 궁극의 깨달음으로 연결하도록 이끈 방편이 아닐까 한다. →명상센터나 스승을 만나지 않고도 일상에서 명상 수행을 할 수 있나. -요리를 배울 때 일단 요리법을 먼저 배운다면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명상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된다면 굳이 스승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양 사람들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 나쁜 악업을 많이 쌓았다. 그 악업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했으면 한다. 한국의 문화와 정서는 아름답다. 굳이 서구문화를 좇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아잔 브라흐마 스님은 1951년 영국 런던 태생.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중 불교에 심취했으며 태국에서 아잔차의 제자로 출가했다. 호주 보디니야나 수행센터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명상수행법을 전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명상 에세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저자이며 근간으로 ‘성난 물소 놓아주기’, ‘놓아버리기’, 명상안내 요약집 ‘멈춤의 여행’을 내놓았다.
  • 유준상, 옥주현 등 ★총출동 뮤지컬 ‘레베카’ 베일 벗다

    유준상, 옥주현 등 ★총출동 뮤지컬 ‘레베카’ 베일 벗다

    2013년 새해 첫 포문을 여는 뮤지컬 ‘레베카(REBECCA)’ 한국 초연이 오는 12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옥주현 등 초호화 캐스팅이 눈길을 사로잡고, 로맨틱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은 작품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엘리자벳’, ‘모차르트!’, ‘마리 앙뚜아네뜨’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 중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레베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초연된 ‘레베카’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3년 동안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일본, 러시아, 헝가리 등을 거쳐 현재 독일, 스위스, 루마니아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사고로 죽은 전 부인 레베카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I)’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이 로맨스와 서스펜스가 결합된 스토리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 등 유럽 뮤지컬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연출해 호평을 받고 있는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을 비롯한 최고의 스태프들과 오랜 기간에 걸쳐 이를 재구성했다. 영국의 맨덜리 대 저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웅장한 대형 세트 위에 나레이터인 ‘나(I)’의 기억 상자를 오브제로 활용했고, 의상은 1930년대 우아한 영국 상류사회 패션 스타일에 모노톤의 흑백 영화처럼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담아 표현하여 한국스타일의 ‘레베카’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거대한 저택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는 강렬한 마지막 장면은 실제 불과 입체적인 효과를 담은 영상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명장면으로 기대할만하다. 막심 드 윈터 역에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이, 댄버스 부인 역에 옥주현, 신영숙이, ‘나(I)’ 역에는 김보경, 임혜영이 출연하고 선우재덕이 특별 출연한다. 한편 오는 12일 성대한 막을 올리는 ‘레베카’는 3월 3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 티켓 예매 사이트 및 LG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8일 TV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스페인과 일본은 대단히 유사한 경제위기 진행 과정을 밟고 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 경제가 붕괴된 이후 20년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은행의 대출 경쟁과 정부 정책의 대응 실패 등이 원인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스페인의 경제 위기와 유사한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살펴본다. ■TV소설 삼생이(KBS2 오전 9시) 사기진(유태웅)은 6·25 전쟁 통에 서울에서 3대째 한의사를 지낸 명망 있는 유의가문의 후손 봉무룡(독고영재)과 헤어져 조씨(반효정)와 함께 아기 둘을 데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그러던 중 오랜 병을 앓던 조씨가 죽고 전쟁이 끝나자 사기진은 봉한의원으로 돌아오고, 봉무룡과 자신의 딸을 바꿔치기 한다. ■일일연속극 오자룡이 간다(MBC 밤 7시 15분) 마리(유주희)와 아이의 존재를 들킬까 불안해진 기자(이휘향)는 진주(서현진)를 용하다는 한의원에 데리고 간다. 한편 자룡네 포장마차 앞에 새로운 브랜드 떡볶이 집이 생기자 자룡(장우)과 재룡(류담)은 기가 죽는다. 이를 본 공주(오연서)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다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또래 아이들이 유치원을 갈 때 매일 병원을 가야 하는 아이가 있다. 바로 임신 30주 만에 1.3㎏으로 태어난 동락이가 주인공이다. 동락이는 미숙아들이 가지고 있는 합병증을 다 앓고 있다. 그중 간질의 한 종류인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으로 인해 발달이 늦어 매일 힘겨운 치료를 받고 있다. ■장수 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충남 천안시 아흔을 넘긴 이필연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를 똑 닮은 3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누구보다 고운 아내 김태업 할머니부터 마음 착한 첫째 아들과 며느리, 듬직한 손자까지. 만면에는 미소가, 입에서는 노래가 떠나지 않는 이필연 할아버의 즐거운 인생을 들여다본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김지순씨는 힘들던 시절 밥 사먹는 돈이 아까워 하루 한 끼만 먹으며 12살 때부터 엄마를 따라 홍어 장사를 배웠다. 시간이 흘러 일흔이 넘은 나이가 된 데다, 네 자식 잘 키워 출가까지 시켰으니 이제 쉬어도 되건만 여전히 홍어밖에 모르는 천생 장사꾼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홍어만을 바라보는 김지순씨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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