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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재벌가의 혼외자/김성수 논설위원

    ‘시앗’은 남편의 첩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남편이 첩을 얻게 되면 ‘시앗 보다’라는 표현을 쓴다. ‘시앗 싸움에 요강 장수’라는 말도 있다. 본처와 첩이 싸우다 요강이 깨지면 제3자인 요강 장수만 득을 본다는 뜻이다. 어부지리라는 소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축첩(蓄妾)은 최고위층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돈만 있다면 상당수 남성들이 두 집 살림을 했다. 가정불화의 원인이었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축첩축출을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다. ‘축첩 공무원 모두 해면(解免·물러나게 함)키로, 이미 1385명 적발’…. 1961년 6월 초 한 조간신문 기사 제목이 당시 사회상을 보여 준다. 이중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부정을 범하게 된다는 점을 들어 축첩 공무원을 쫓아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과 권력, 명예를 쥔 남성들은 부인 외의 여성을 탐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까지…. 불륜은 필연적으로 ‘혼외 자녀’를 낳았다. 미국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은 10여명의 사생아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은 혼외 딸을 20년이나 넘게 숨겼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정일권 전 국무총리, 소설가 이외수씨도 혼외자 문제로 친자 확인 소송에 휘말렸다. 재계 로열패밀리를 둘러싼 혼외 자녀 스캔들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자주 터진다. 창업 1세대인 재벌 총수들과 주로 관련된 얘기다. 지금은 사라진 ‘요정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연예인 A가 B회장의 아이를 낳았다’라는 ‘카더라통신’이 툭하면 돈다. 루머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는 사실로 확인된다. 실제로 전직 여배우 C씨는 2004년 자기 아들이 삼성가 고(故) 이맹희씨의 아들이라는 걸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2년 뒤 “친아들이 맞다”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삼성가(家) 상속 소송에서는 이병철 회장이 일본인 여성과 낳은 혼외자 이태휘씨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코오롱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의 혼외 아들인 이모씨도 상속 소송을 제기해 법정 분쟁을 벌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제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마음에 위로가 되는 여인’을 만났으며 혼외로 여섯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부인 노소영씨와는 이혼하겠다고 했다. 재벌 총수가 공개 이혼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지 넉 달 만에 처음 한 일이 불륜 공개냐는 뒷말도 나온다. 올해 2월 간통죄가 폐지돼서 처벌을 안 받게 됐으니 고백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 회장은 기업 경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장은 ‘수신제가’가 더 급해 보인다. 협의 이혼이 되지 않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소송전도 치러야 한다. ‘금지된 사랑’의 대가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단독] “지역 주민들 직접 나서 토지 가치 공유하고 함께 소득 나눠야”

    상권 활성화와 문화·예술적 자원 개발 등으로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소위 ‘뜨는 동네’마다 과거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몸살이 심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해법을 찾고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는 ‘제1회 도시정책포럼-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은 가능한가’가 개최됐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신현방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지리환경학과 교수,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박사, 라도삼 서울연구원 박사, 임준홍 충남연구원 박사,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임영희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이 발제와 토론에 참여했다. # “돈 때문에 쫓겨날 걱정이 없게 됐으니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상가를 임차해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22일 성동구청 및 건물주들과 ‘성수동 지역상권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을 가졌다. 건물주들은 임대기간 동안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고, 임차인들은 쾌적한 영업환경과 거리환경을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상생해야 발전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 경리단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이모씨는 24일 갈 곳이 없어 막막해했다. 그는 “원래 홍대 앞에 있다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들어서며 영업이 안 돼 여기로 옮겼는데 이젠 또 어디로 가야 하냐”며 말끝을 흐렸다. 동네가 뜨며 수입에 비해 임대료가 감당하기 어렵게 높아져 이리저리 떠돌게 된 것. 이씨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니 하는 용어는 잘 모르지만, 이것이 장사꾼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은 가능한가’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도시재생의 해법으로는 ▲토지 가치의 공유 ▲마을의 문화적 재생과 소득 순환 ▲지역주민 결속을 통한 정책 및 법 개정 등이 제시됐다.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박사는 토지의 관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분석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세입자가 쫓겨나는 현상, 즉 ‘축출’이라고 정의했다. 조 박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부동산 문제의 확대·재생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좋은 입지의 토지일수록 높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어서 토지 가치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토지임대제 ▲토지협동조합 ▲마을협약 등 세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공공토지임대제는 사용자가 정부 소유 토지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사유 토지재산권 영역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토지협동조합은 민간 토지를 지역자산으로 바꾸고서 지분에 따라 토지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마을협약은 주민 스스로 재산권을 제한해 구성원의 공간사용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조 박사는 “마포구 서교동의 토지임대부 주택과 은평구 구름정원사람들 협동조합주택 등이 그 예”라면서 “세 모델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토지 가치를 공유하면 ‘상생도시’를 형성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라도삼 박사는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과 통영 동피랑마을 등을 예로 들며 문화적 특성이 살아 있는 도시재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 박사는 “도시재생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면서 “공동체의 힘을 키워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마을협동조합 등을 통해 도시재생 수익을 지역사회에 순환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라 박사는 “도시재생의 핵심은 공간적인 변화보다 지역의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데 있다”면서 “지역사회 공동체가 다같이 소득을 나누고 관리하는 형태가 되면 젠트리피케이션도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방 런던정치경제대 지리환경학과 교수는 ‘지역주민의 결속력’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해결의 첫 단추로 꼽았다. 핵심은 임대료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세입자보다도 지역 원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주체라는 점이다. 신 교수는 “영국 등 우리보다 먼저 이런 문제를 겪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결국 시간을 확보하고 문제를 해결한 주체가 지역주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똘똘 뭉쳐 정부와 기업, 자본가와 싸우며 오랫동안 그 지역을 지켰다”면서 “2~3년 지나면 떠날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주민들이 지역 공간을 지키려고 직접 나서고 관련 공공정책 입안 및 상위법 개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지역을 관리하는 거점 시설을 설치해 그 운영 주도권을 주민과 사회단체에 주는 방식도 긍정적”이라고 제시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安 “스티브 잡스도 애플 쫓겨나다음은 잡스 몫”

    安 “스티브 잡스도 애플 쫓겨나다음은 잡스 몫”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자신을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에 비유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14일 탈당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티브 잡스가 애플 창업주였는데 존 스컬리 대표에게 쫓겨났다. 그 다음은 스티브 잡스 몫인 거죠. 그 다음 결과들은”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해 회사를 성공 가도에 올렸으나 1985년 자신이 영입한 CEO 존 스컬리에 의해 축출됐고, 이후 경영난을 겪던 애플에 복귀해 아이팟·아이폰을 대성공시키며 애플을 세계 최대 IT업체로 성공시켰다. 안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출마 여부에 대해 “어제 (탈당을) 발표하고 나서 처음 방문하는 곳이 저희 지역 어르신”이라며 “변경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탈당 당시 언급한 정치 세력화 계획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치를 바꾸기 위한 모든 일을 할 생각”이라며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우선 국민 말씀부터 듣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또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하며 약속했던 새로운 정치, 즉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정치, 국민 삶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한번 더 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우선 여러분들을 만나뵙고 말씀을 듣겠다”면서 “내일(15일)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부산을 가서 (사람들을) 만나뵙고, 목요일(17일) 정도에는 광주에 가서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내 의원들의 탈당 선언에 대해서는 “그 의원들과 이야기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는 “우선은 일반 국민 말씀을 들으러 여러 지역으로 다니겠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부산 방문 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만남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은 제가 약속한 일정을 중심으로 만나뵙고 말씀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미를 가진 모임은 아니었다”며 “공정 성장론과 동반 성장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 등에 도와달라는 제안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국민 말씀을 듣는 게 우선순위”라고 재차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혁신전당대회 제안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는 진성준 의원의 라디오 발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러시아는 시리아서 IS 전력만 키워줘” “터키 격추, 20세기였으면 당장 전쟁감”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인종 청소를 하고 있다.”(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 “터키가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하면서 러시아에 개전 명분을 줬지만 러시아가 참았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터키가 지난달 24일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하면서 불거진 러시아와 터키 지도부 간의 설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격추 책임을 두고 입씨름을 벌여 오던 양측은 상대국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지원한다고 비난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다우토을루 총리는 9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가진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와 맞서는 투르크멘족과 수니파를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지역에서 축출하기 위해 인종 청소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축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우토을루 총리는 “러시아 공습 가운데 90%는 온건한 시리아 반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결국 IS의 전력만 강화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지도부도 터키에 맞불을 놓았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같은 날 한 러시아 방송에서 “(군용기 격추는) 터키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러시아에 개전 명분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당장 전쟁이 시작됐을 것”이라며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최악이기에 러시아는 터키에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이날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S가 터키 영토에서 무기를 거래하고 대원을 모집해 훈련시키고 있으며, 터키는 IS 대신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다”며 터키와 IS의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억지 부부’로 살 바엔… 늘어나는 혼인 파탄주의

    8년째 투병하는 아내를 돌보지 않은 남편이 낸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법원은 “장기간 별거생활과 투병생활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지난 9월 대법원 판결 이후 이를 적용해 이혼을 허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 민유숙)는 남편 A(54)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1심과 달리 이혼을 허용한다고 9일 밝혔다. 18년 전 결혼한 두 사람은 친정과의 관계와 남편의 음주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2008년 아내 B(52)씨가 중국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부터는 별거생활을 했다. A씨는 아내를 간병하거나 병원비를 부담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B씨는 친정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생활해야 했다. B씨는 뇌 손상으로 현재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2013년 요양병원에 있는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보호자로서 아내의 투병을 돌본 흔적이 전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지난달 6일 ‘혼인 생활 파탄의 책임이 이혼 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지 않았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이혼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는 장기간 별거 생활과 투병생활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됐고 B씨의 형제 자매가 의사, 약사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아 축출 이혼의 염려가 없다”며 “혼인 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녀를 계속 부양해온 점과 친정 가족의 지나친 간섭이 부부의 관계 악화 원인이 된 점도 지적했다. 가족을 외국에 남겨두고 한국에 돌아와 무속인이 된 부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는 부인 C(49)씨가 남편 D(51)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이혼하라는 취지로 서울가정법원 합의부에 파기 환송했다. D씨 부부는 1998년 남미 엘살바도르로 이민을 갔으나 2004년 아내 혼자 귀국해 무속인이 됐다. C씨는 혼자 살다 2012년 이혼소송을 냈다. 아내는 남편의 불륜 정황을 주장했지만 1·2심은 “남편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 났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인이 가정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지 못한 남편의 책임도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갈등 원인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가정환경을 조성하는 등 혼인생활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남편에게도 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부인의 책임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이후 관련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상대방과 자녀에게 보호와 배려를 한 경우 ▲시간이 흘러 상대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 등이 약화돼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이슬람국가(IS), 리비아서 마술사 2명 ‘참수’

    이슬람국가(IS), 리비아서 마술사 2명 ‘참수’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마술사 2명을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있다.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영국언론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벌어진 마술사 참수 모습을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정확한 일시는 알려지지 않은 이 영상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남성 마술사 두 명이 IS 대원들에게 끌려나오는 장면과 함께 시작한다. 이어 커다란 칼을 든 IS대원은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백여 명의 시민들 앞에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이들을 참수했다. IS가 마술사들에게 극형을 내리는 이유는 있다. 한 인권활동가는 “IS는 마술을 환각과 거짓의 행위로 반 이슬람적인 행동으로 간주한다” 면서 “이는 속임수를 금지하는 코란(이슬람 경전)을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도 IS는 시리아 라카시 거리에서 어린이에게 마술을 보여주며 생계를 이어가던 남자를 같은 이유로 참수한 바 있다. 영국언론은 특히 이번 참수가 벌어진 지역이 트리폴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파리테러 이후 국제사회의 공습이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에 집중한 사이 IS가 리비아 수도에 거점을 확보했다는 증거이기 때문. 현재 리비아는 카다피 축출 이후 다수의 군벌세력이 난립하고 있어 IS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 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리비아 내 IS 대원은 2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러 ‘IS와 알아사드’ 딜레마

    美-러 ‘IS와 알아사드’ 딜레마

    ‘공공의 적’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데 국제사회가 큰 틀에서 합의했으나 공동 전선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한 국제 공조 외교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AFP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IS 거점인 시리아 락까를 겨냥해 지휘부와 창고, 무기고 등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맹폭에도 불구하고 IS가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자행하면서 국제사회의 IS 격퇴 전략은 한계를 드러낸 상태다. IS에 대한 ‘융단폭격’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IS 격퇴를 위해선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데 미국이나 러시아도 인식을 같이한다. 다만 적잖은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자국 군대를 대신해 지상군으로 누구를 보낼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권좌 유지 문제와 얽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알아사드 정권 축출이 목표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을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시리아 내전과 난민 사태를 불러왔다. 반면 러시아에게 알아사드 정권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러시아는 지중해 연안의 타르투스 해군기지 등 여러 군사시설을 시리아 내에 보유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알아사드 정권의 지상군을 재무장시켜 IS와 싸우게 하자는 생각을 여러 차례 강조했을 따름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을 만난 올랑드 대통령은 “(미래에) 알아사드를 위한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IS 격퇴를 위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시리아 온건 반군을 무장시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특수부대 요원 50명이 최근 시리아에 도착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러시아機 격추 터키 편드는 美… 反IS 전선 균열

    러시아機 격추 터키 편드는 美… 反IS 전선 균열

    터키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면서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국제 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극단적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향해 총공세를 퍼붓던 반(反)IS 전선에도 금이 갔다.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존속에 이견을 보이던 미국과 러시아의 반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군은 성명에서 F16s 전투기가 남부 하타이주 야일라다 지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수호이(Su)24 전투기에 5분 동안 10차례 경고했으나 응답이 없어 공격했다고 밝혔다. 유엔 주재 터키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서한을 보내 러시아 전투기 2대가 터키 영공을 1.15~1.36마일(약 1.8~2.2㎞), 17초 동안 침범했다고 밝혔다. 터키가 가입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이 러시아 전투기를 공격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나토 동맹국인 미국과 프랑스 등이 IS 공습에 참여했지만, 나토 차원의 군사행동은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터키의 러시아 공격으로 나토가 중동 사태에 원치 않게 개입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도 “터키가 시리아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조종사 2명이 비상 탈출했지만 1명은 자유시리아군(FSA) 소속인 투르크멘 반군이 사살했고, 1명은 시리아군이 구조했다. 구출 작전을 하던 러시아 헬기도 반군의 공격을 받았고, 러시아 해병대 1명이 사망했다. 러시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등 뒤에서 급습한 격”이라며 터키를 비난했다. 이어 “전투기가 터키에 위협을 주지 않았으며, 국경에서 4㎞ 떨어진 시리아 영토에서 격추됐다”면서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라타키아에 정박 중인 순양함 모스크바함이 위협이 되는 어떤 목표물이든 파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로 예정된 터키 방문을 취소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터키와 러시아의 외교 분쟁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터키로 대변되는 나토 동맹, 나아가 미국 연합국과 러시아·이란·시리아 양 진영의 갈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요청으로 열린 나토 특별회의 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국인 터키를 지지한다면서도 사태가 확산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나토 동맹국인 미국도 터키 편을 들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터키는 영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에 책임을 돌렸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 해법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미 연합국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며 알아사드 정권을 퇴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IS를 격퇴한다는 명목으로 공습을 시작했지만 IS 점령지보다는 반군 장악지역인 북서부를 주로 공습했다. 러시아와 이란 정상은 전날 양자 회담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축출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건 발생 후 시리아 정부는 “시리아 영토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라며 터키를 비난했다. 터키와 러시아는 비난 수위를 높이는 한편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5일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조만간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동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알렉산드르 오를로프 주프랑스 러시아대사는 유럽1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터키, 프랑스, 미국 등과 연합해 IS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테러 위협에도 테러 소굴로… 교황, 아프리카 모스크 찾는다

    테러 위협에도 테러 소굴로… 교황, 아프리카 모스크 찾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강행한다. 교황이 방문하는 케냐,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앙아)은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600~300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이슬람 모스크(사원)를 방문해 무슬림 지도자와 종교 간 화해와 평화를 기원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순방이 역대 교황 중 첫 전시지역 방문이며, 동시에 교황 취임 이후 첫 아프리카 방문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의 마지막 방문지인 중앙아에선 2013년 이슬람계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기독교 정권을 축출하면서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민병대를 만들어 맞서면서 양측의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교황은 기독교 난민 캠프와 이슬람 모스크를 잇따라 방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앞서 아프리카를 방문한 교황은 1969년 우간다를 방문한 바오로 6세와 재임 기간 동안 아프리카 42개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 등 2명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프리카 방문을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불거진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바티칸의 교황 측근들은 이미 프랑스 정보기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번 아프리카 방문이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는 오는 29일 중앙아의 수도 방기에서 아프리카를 위해 진행되는 ‘자비의 희년’ 미사 때 광장에서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의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프랑스 정보기관의 경고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교황의 방문지마다 인근 카메룬과 콩고, 수단 등에서 수십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몰려오면서 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정예군을 파견한 프랑스 국방장관조차 “프랑스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이 교황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 상태다. 위험은 도처에 널려 있다. 첫 방문지 케냐에선 알케에다와 연계된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알샤바브는 지난 4월 케냐 북동부 가리사대학을 공격해 148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13년에는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무차별 살상을 자행해 67명의 희생자를 냈다. 교황은 나이로비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미사를 집전하고 종교지도자와 회동할 예정이다. 테러방지법을 시행 중인 우간다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3월 알샤바브 조직원 기소를 추진하던 검사가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우간다는 알샤바브 소탕을 위해 근거지인 소말리아에 6000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있어 늘 테러위협에 시달린다. 교황은 이곳에서 19세기 말 종교탄압 당시 순교한 성인 22위의 시성 50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한다. 마지막 방문지인 중앙아는 테러로 들끓는 도가니다. 군대와 경찰 어느 쪽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 이미 1만명 가까운 민간인이 사망하고 1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교황은 난민 캠프와 이슬람 모스크 방문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주변 나이지리아에는 보코하람, 말리에는 안사르디네 등 무시무시한 조직들도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아프리카 순방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방문의 3대 과제로 난민 위기 해소, 종교 갈등 치유, 동성애자 권리 회복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파리 테러 이후 고조된 긴장감 속에서 이뤄지는 이번 방문이 전 세계에 테러에 대한 경각심과 종교적 갈등의 치유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IS 격퇴 어떻게? 입장 엇갈리는 미국-러시아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 국가(IS)를 향한 서방의 공분이 커지고 있지만, 시리아 내 IS 격퇴의 방법을 둘러싸고 국가 간 이견이 여전하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옹호하는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을 지지하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입장이 엇갈려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수뇌부가 23일(현지시간) 번갈아 중동 지역을 찾아 외교전을 벌였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인사들과 접촉했다. 수니파 아랍국인 사우디 등은 아사드 대통령에 반대하는 측면에서 서방과 입장이 같다. 케리 장관은 셰이크 모하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을 만난 뒤 “미국이 극단주의 세력 소탕을 위해 군사·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 테헤란을 찾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회동했다.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은 같은 종파인 아사드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 등에 따르면 여객기 100대를 포함해 210억 달러 규모의 대 이란 수출 계약을 타결짓는 게 푸틴 대통령이 8년 만에 이란을 찾은 목적이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분쟁 종식을 위해 모든 종교, 인종, 정치 집단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도 “누구도 외부에서 시리아 국민에게 국가 통치 형태나 구체적 지도자에 대해 강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려는 서방의 의도에 반기를 드러낸 셈이다.  한편 이날 시리아 내 IS 거점을 프랑스가 타격한데 이어 러시아도 순항 미사일을 이용한 공격에 나섰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아르빌과 술라이마니야 국제공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48시간 동안 이라크 바그다드 중앙정부 요청에 따라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한다고 밝혔는데, 러시아 미사일 궤도 안에 든 여객기가 격추될 가능성 때문이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자생적 테러리스트·서방 공격 본격화… IS테러의 진화

    프랑스 파리 테러로 최소 132명을 숨지게 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용의자 다수가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적자로 드러났다. 14년 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9·11 테러 용의자 다수가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 미국 국적자는 없었던 점과 대비된다. 테러 대상이 된 국가의 학교를 다녔던 극단주의자, 즉 ‘토종 테러리스트’가 출현한 것은 기존의 테러 대응 방식이 시효를 다했음을 보여준다. 각국이 공항 검색을 강화하고 테러 공습에 참여하지만 ‘테러 공포’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 됐다.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키는 ‘유목형 테러’ 앞에서 경계 대상이 ‘이방인’이었다면 같은 학교와 슈퍼마켓을 공유하던 청년이 돌변해 일으키는 ‘정주형 테러’ 앞에선 ‘이웃’ 모두가 경계 대상이 되는 신뢰의 위기가 닥쳤다. 더욱이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 국면에서 ‘제국 대 악의 축’이란 전선이 뚜렷했다면 이제는 ‘제국 내부 모순’이 테러 자양분을 제공하게 됐다. 11·13 파리 테러 용의자인 오마르 이스마일 모스테파이(29)가 프랑스 학교에서 교육받은 알제리계로 2013~14년 시리아에서 테러 훈련을 받은 점에 비춰 보면 모스테파이의 극단주의가 알제리계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에서 배태됐는지, 시리아 내전 이후 정치 지형 속에서 이식받은 것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외부 영향에 취약한 10~20대가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파리 테러는 IS가 본격적으로 서방 테러에 나섰다는 증좌다. 뉴욕타임스(NYT)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거점 지역에서의 전투보다 세계 곳곳에서의 테러에 전력을 집중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15일 분석,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의 러시아 여객기 폭발 테러, 지난 1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의 자살 폭탄 테러에 이어 파리 테러를 잇따라 벌이며 IS가 서방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얘기다. 3번의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399명으로, IS가 2주 만에 시리아에 가 본 적도 없는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증폭시켰다. 불과 2주일 만에 서방에 ‘테러 공포’를 확실히 심었듯이 IS는 이미 중동 지역에서 알카에다와 다른 전략, 다른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2004년쯤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였던 IS는 이라크 후세인 정권에서 군과 정보기관에 속해 있다 이라크전쟁 뒤 미군에 의해 축출당한 군부 세력을 영입한 2010년 이후부터 세를 크게 키웠다. 테러단체로 지목됐던 알카에다와 다르게 IS는 정통 이슬람 국가를 자처했다. 내전 중인 시리아로 진출해 락까를 점령한 IS는 다시 이라크로 눈을 돌려 제2도시인 모술을 점령했다. IS는 집단 학살, 인질 살해, 성노예화, 고대 유물 파괴 등을 자행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들을 정통 무슬림 국가로 홍보했다. 미국 정보당국 등은 IS를 추종하는 트위터 계정이 5만여개, 계정별 팔로어가 평균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선 IS 추종자임을 밝힌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 시도가 여러 차례 적발됐다. 서방 정보기관은 외로운 늑대가 양산되는 현상을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쯤으로 치부했지만 실상 IS는 지난해부터 외로운 늑대를 전략적으로 양성했다. 반테러 분석가 할린 감비르에 따르면 ▲이라크·시리아 전선 구축 ▲중동 지역 테러 집단과의 연계 ▲서방 외로운 늑대 양성이 IS의 3대 전략에 포함됐다. IS 본거지인 시리아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사실상 실패한 국가로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민주화를 주창했던 이들에게 폭격을 가해 반군으로 만들었고, IS에 대항하지 못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퇴위시키자는 미국 등 서방과 그를 그대로 권좌에 두고 재무장시키자는 러시아가 맞서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IS 궤멸을 위한 지상군 투입을 꺼리는 가운데 서방 정보기관의 오래된 예언이 맞아떨어진 대목도 있다. 중동 지역 정세가 안정되지 않는 한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가 궤멸돼도 또 다른 테러 세력이 등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9·11 테러 이후 14년 만의 11·13 테러로 증명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투표 인증 ‘보라색 손가락’ 수치의 민주화 새 상징으로

    투표 인증 ‘보라색 손가락’ 수치의 민주화 새 상징으로

    미얀마의 넬슨 만델라, 포로가 된 공작새, 철의 난초….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을 듯하다. 비장했던 예전 상징에 비해 한결 산뜻해진 ‘보랏빛 손가락’이 그것. ●‘3일간 유지’ 잉크로 중복 투표 방지 10일 NLD 압승 결과를 낸 총선에서 보라색 손가락은 투표를 마쳤다는 ‘인증’ 역할을 했다.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손가락을 3~4일 동안 지워지지 않는 보라색 잉크에 담그는데,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1962년 도입한 방식이다. 인도 국립과학연구소에서 만든 잉크는 페인트업체 마이소르가 제조한다. ●아프간선 투표 뒤 손가락 잘리기도 보라색 잉크를 활용하는 나라들은 인도처럼 유권자 수가 8억명에 이를 정도로 많거나, 보통·직접 선거가 처음 시도되는 곳들이다. 과거 이라크에서도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직접선거로 치른 2005년 총선에서 이 방식을 도입했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2명이 무장단체 탈레반에게 투표 뒤 잉크를 묻힌 손가락을 잘리는 테러를 당한 반면, ‘잉크 지우는 법’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 당국이 고민에 빠진 일도 있다. ●촌부 같은 수치 모습에 한층 더 인기 보통·직접 선거의 가치를 보라색 손가락이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수치는 한결 대중적인 이미지를 얻게 됐다. 미얀마에서 수치를 신격화하는 여론도 많은데, 촌부와 다를 바 없이 손가락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수치의 모습이 친숙함을 더해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아하! 우주] 목성이 ‘다른 거대 행성들’ 쫓아냈다

    [아하! 우주] 목성이 ‘다른 거대 행성들’ 쫓아냈다

    내부 태양계를 대청소한 목성​ 태양계 형성에 관한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리 태양계의 가스형 거대 행성들이 지금 위치보다 태양에 훨씬 가까이 있었으며, 행성 이주 현상으로 인해 지금의 궤도에 정착하게 됐을 거라는 가설이 지난 몇십 년간 과학자들 사이에 널리 논의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보여주는 바에 의하면, 태양계 진화를 설명하는 정설로 자리 잡고 있는 '니스(Nice) 모델'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어쩌면 우리 태양계의 중요한 몇몇 행성들이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그 대신 우리 지구가 태양계 행성 가족에 끼기 전에 다른 행성들은 지금의 궤도에 안착했다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태양계가 한때는 수많은 작은 암석형 행성들로 북적거렸는데, 가스형 거대 행성들의 파괴적인 궤도가 이들을 태양계 밖으로 밀어내 버렸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관련 논문은 천문학자 네이선 카이브와 존 챔버스의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두 사람은 초기 태양계에는 5,6개의 거대 행성들과 지구를 포함한 작은 암석형 행성들이 있었으며, 대격변의 시기를 지나면서 거대 가스 행성 중 한두 개는 태양계 바깥으로 내팽개쳐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니스' 모델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다. 니스 모델은 현재 행성들의 궤도 위치와 태양계의 진화를 설명하는 정설로 자리 잡고 있는 이론이다. 이 모델이 처음으로 태동했던 프랑스 도시 이름에서 따와 니스 모델로 불리는 이 이론은 기존의 다른 세 연구가 비슷한 결론을 도촐함으로써 2005년에 정립된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4개의 거대 가스 행성, 곧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초기 태양계에서는 태양에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가, '행성들의 이주' 기간이 마감된 직후에 현재의 궤도에 안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목성은 내부 태양계를 순행하면서 그곳에서 북적거리고 있던 무수한 소행성을 모조리 외부 태양계로 쓸어내 버렸다. 이 이론은 41억 년에서 38억 년 전까지 수성과 금성, 지구, 화성에 퍼부어졌던 후기 소행성 포격시대를 설명하는 데 유효한 틀로 받아들여졌다. 니스 모델에 따르면, 원시 태양계의 소행성 포격은 소행성대를 가로지른 목성의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본다. 축출된 거대 가스 행성은 목성이나 토성과의 중력 상호작용 때문에 그 같은 운명을 맞은 것으로 보는데, 목성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니스 모델은 2011년에 얼음 행성 하나를 더 추가하는 등, 미세 수정되어 현재까지 태양계 진화를 설명하는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어쨌든 원시 태양계의 소행성 포격이라는 대격변의 시기를 지나면서 거대 가스 행성 중 한두 개는 태양계 바깥으로 내팽개쳐졌다고 주장하는 카이브와 챔버스의 논문은 출판 전 과학 논문을 수집하는 웹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되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9@naver.com
  • [씨줄날줄] 샤보프스키의 역사적 실언/구본영 논설고문

    오는 11월 9일.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1989년 그날 저녁, 뜻밖의 인물이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다. 동독 공산당 신출내기 공보담당 정치국원이었던 귄터 샤보프스키였다. 여행 자유화 조치에 대한 동독 정권의 의중을 잘못 읽은 그가 기자회견장에서 얼떨결에 한 답변이 수많은 동독 주민을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가게 하면서다. 지난 1일 베를린의 한 요양원에서 86세의 일기로 눈을 감은 샤보프스키. 일찍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공인들의 경솔한 언행을 경계했다. 즉 “입을 닫아 바보로 보이는 게 입을 열어 모든 의심을 해소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그런 견지에서 샤보프스키는 그날 엄청난 실수를 했다. 붕괴 직전의 체제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던 동독 정권의 입장에서는…. 그는 여행 자유화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되느냐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더듬거리며 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음, 지금 당장.” 호네커 정권은 헝가리 국경을 통한 동독 주민들의 탈주극을 보면서 마지못해 여행법 개정안을 만든 뒤 시간을 끌 요량이었으나, 샤보프스키가 사고를 친 것이다. 그의 실언은 장벽 붕괴의 도화선이 됐고 이듬해 10월 3일 독일은 통일됐다. 물론 통독의 주역이 한두 명일 순 없다. 이른바 ‘서방정책’으로 경제력과 삶의 질 등 모든 부문에서 동독과의 격차를 벌린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그 주춧돌을 놓았다. 동서독 간 교류 확대로 서독 체제의 우월성을 알게 한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도 통독의 밑거름이었다. 그 기반 위에서 헬무트 콜 총리는 옛소련 등 2차대전 승전국을 설득해 “통일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면 올라타야 한다”는 지론을 실현할 수 있었다. 기승전결의 논리로 보면 베를린 장벽을 부수고 투표로 서독과의 흡수통합을 결의한 이름 없는 동독 주민들이 최종 주역일지도 모르겠다. 통독을 앞당기는 데 샤보프스키도 ‘의도와 달리’ 큰 구실은 했다. 그가 나중에 동독 공산당에서 축출되고, 통독 후에는 서독으로 탈출하는 시민들을 사살하도록 명령한 죄목으로 옥살이까지 한 것을 보면. 하지만 영국 사학자 버터필드는 “역사적 사건에는 역사의 진로를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돌리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그의 잠언에 비춰 보면 샤보프스키는 통독의 빛나는 조연이었음은 분명하다. 독일인들에게 각인된, 20세기 최고의 ‘아름다운 실언’과 함께 말이다. 올해로 독일 통일 25주년을 맞았지만, 한반도의 통일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주민들의 배를 곯리면서 핵무장에 여념이 없는 북한이나 이에 둔감한 우리 내부를 보면 통일의 길은 아득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둠이 깊으면 새벽 또한 멀지 않다고 했다. 샤보프스키가 본의 아니게 예고한 역사의 격변이 한반도에 들이닥치기 전에 우리의 내실을 다질 때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바람난 남편에 이혼 허용” 첫 사례 나왔다

    “바람난 남편에 이혼 허용” 첫 사례 나왔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이를 적용한 첫 이혼 사례가 나왔다. 혼인 관계를 이어 갈 이유를 상실한 채 법적인 관계만 억지로 유지해 온 부부의 이혼 청구가 늘어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 민유숙)는 남편 A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파기하고 이들의 이혼을 허용했다고 1일 밝혔다. 두 사람은 45년 전 결혼했지만 A씨가 TV를 던지는 모습이 자녀 기억에 각인될 정도로 다툼이 잦았다. 이들은 1980년 협의 이혼했다가 3년 뒤 다시 혼인 신고를 했으나 A씨는 바로 다른 여성과 동거에 들어갔다. 동거를 청산한 A씨는 다시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해 혼외자를 낳았다. 동거녀의 출산 직후 A씨는 이혼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그때부터 25년간 사실상 중혼(重婚·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의 이중 혼인) 상태로 산 A씨는 장남 결혼식 때 부인과 한 차례 만났을 뿐 이후 만남도 연락도 없었다. 2013년 A씨는 다시 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고 1심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A씨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2심은 ‘혼인 생활 파탄의 책임이 이혼 청구를 기각할 정도로 남지 않았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부부로서의 혼인 생활이 이미 파탄에 이른 만큼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사라졌고, 남편의 혼인 파탄 책임도 이젠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희미해졌다”고 봤다. “남편이 그간 자녀들에게 수억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 왔으며 부인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혼을 허용해도 축출 이혼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재판부는 “부인이 이혼을 원치 않고 있지만 이는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며 “혼인 생활을 계속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 중 7명의 찬성으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현재의 유책주의를 유지했다. 그러나 혼인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만큼 상대방과 자녀에게 보호, 배려를 한 경우와 세월이 흘러 파탄 책임을 엄밀히 따지는 게 무의미한 경우는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 의사가 없어 일방적 혹은 축출 이혼 우려가 없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한 1987년 이후 28년 만의 변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미얀마 첫 민주화 총선… 수치, 과반 의석 챙기나

    최초의 민주 선거로 기록될 미얀마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의석 과반을 차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얀마 선거위원회는 다음달 8일 총선에서 공정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수민족 분쟁 지역 등 7개 선거구의 선거를 취소한다고 28일 밝혔다. 선거위원회가 날짜를 연기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 신뢰성을 잃어 선거가 무탈하게 치러질지는 알 수 없다. 샨족, 로힝야족 등의 소수민족과 중앙정부군 간 충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가 불교도인 미얀마는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으로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AFP는 선거위원회가 특별 경찰을 각 투표소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군부가 장악한 정부의 특성상 선거가 투명하게 치러질지도 의문이다. 정국도 불안하다. 집권 여당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대표인 슈웨 만이 지난 8월 당에서 축출됐다. 테인 세인 대통령과의 권력투쟁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데이비드 매시슨 양곤 주재 선임연구원은 “공정한 총선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위태롭다”고 전했다. 1962년 쿠데타 이후 군부 독재에 시달리던 미얀마는 1990년 총선을 치렀지만 돌연 군부가 무효를 선언했고 수치 여사는 가택 연금됐다. 이후 2010년 총선에서는 주요 당원들이 출마할 수 없게 되자 NLD가 참여하지 않았다. 수치 여사는 201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의회에 입성했다. 상·하원 의원 498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91개 정당이 난립하고 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USDP와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공정한 여론조사가 미얀마에 없지만 이전 선거에서 NLD가 모두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만큼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NLD는 1990년 52.5%, 2012년 66%를 얻었다. 2008년 제정 헌법으로 군부는 자동으로 25% 의석을 얻게 된다. NLD는 최소 67%를 얻어야만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 대선은 상원, 하원, 군부에서 각각 후보를 내서 의회가 투표한다. 단, 영국인 남편을 뒀던 수치 여사는 대선 후보로 나올 수 없는 만큼 개헌을 시도하거나 다른 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토니 블레어, “이라크전 참전은 잘못이었다”…처음으로 시인

    토니 블레어(62) 전 영국 총리가 “거짓된 정보에 근거한 이라크전 참전은 잘못이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영국이 미국을 도와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당시 총리였던 블레어는 전쟁 발발 1년 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참전을 약속한 사실이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편지를 통해 최근 공개되면서 곤경에 처해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CNN유럽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은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됐고 이를 통해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세력을 확장시키는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한다. 전쟁을 계획하고 또 수행하는 데 있어 명백히 실수가 있었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제거 이후 어떤 일이 전개될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블레어 전 총리는 “이라크전이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블레어 전 총리의 발언은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결정이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송 직후 블레어 전 총리의 대변인은 “블레어는 이라크전 수행이 잘못된 정보 획득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대해 늘 유감을 표명해 왔다”면서 “이를 단지 (공개적인) 방송에서 반복했을 따름”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아울러 “그렇다고 블레어 전 총리가 후세인 축출까지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전 총리 측은 IS의 발호 시점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축출된 2003년이 아니라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카에다가 급격히 위축된 2008년 이후라는 사실을 들어 IS 세력 확장에 영국이 직접적 책임이 있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2011년 중동지역을 휩쓴 ‘아람의 봄’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에 블레어 전 총리가 영국의 참전을 확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2년 미국과 영국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라크전 참전 관련 합의는 없었다는 블레어 전 총리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라 논란을 키웠다. 데일리메일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힌 편지는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쓴 것이다. 편지는 파월 국무장관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다. 파월 전 장관은 편지에서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이 필요하다면 블레어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어 “(이라크의) 위협이 실제로 있고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는 것은 중동지역에서 더 큰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두 가지 사항을 블레어 총리가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축출됐고 2006년 처형된 뒤 티크리트 인근 고향마을 오우자에 묻혔다. 영국은 2003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이어진 이라크전 초기 6년간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179명의 전사자를 냈다. 영국 정부는 6년 전 ‘영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독립수사를 벌이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신동주, 광윤사 전격 장악… 롯데 “그룹 경영권에 영향 없어”

    신동주, 광윤사 전격 장악… 롯데 “그룹 경영권에 영향 없어”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점입가경이다. 한·일 양국 롯데의 모든 이사직에서 축출됐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주주인 광윤사의 이사직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내쫓았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롯데그룹은 광윤사가 그룹의 경영권과 무관한 가족회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신동주 세력이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를 기반으로 우호 세력을 늘릴 경우 지금의 ‘신동빈 원톱’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전 부회장이 이달 초 한국에 설립한 회사인 SDJ코퍼레이션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도쿄에서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는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이사에는 이소베 데쓰가 선임됐다. 이소베 신임 이사는 신 총괄회장을 20년간 보필한 비서로 알려졌다. 주주총회 직후 열린 광윤사 이사회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매도하는 광윤사 주식 1주에 대한 매매 계약도 승인됐다. SDJ코퍼레이션은 신 전 부회장이 기존에 보유한 광윤사 지분 50%에 1주를 더 가진 과반 주주로서 광윤사가 소유한 롯데홀딩스 지분 28.1%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28.1%) 외에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투자회사 롯데 스트래티지 인베스트먼트(LSI 10.7%), 가족(7.1%), 임원지주회(6.0%), 롯데재단(0.2%)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광윤사 28.1%와 신 전 부회장 주식 1.63%를 합쳐 29.73%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이사직 해임은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 “광윤사가 롯데홀딩스의 지주회사가 아니라 지분 일부만 가진 가족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 8월 17일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광윤사를 뺀 나머지 다수 주주들이 경영 능력이 뛰어난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측이 앞으로 소송과 주주 설득을 통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를 ‘공략’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분쟁이 재연되면서 롯데가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더뎌질 전망이다. 내년 2월 추진하기로 한 호텔롯데 상장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에 앞서 심사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안정성을 따져 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롯데 형제의 난이 다음달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특허권 재입찰 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신동주, 광윤사 전격 장악… 롯데 ‘신동빈 원톱체제’ 흔들리나

    신동주, 광윤사 전격 장악… 롯데 ‘신동빈 원톱체제’ 흔들리나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점입가경이다. 한·일 양국 롯데의 모든 이사직에서 축출됐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주주인 광윤사의 이사직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내쫓았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롯데그룹은 광윤사가 그룹의 경영권과 무관한 가족회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신동주 세력이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를 기반으로 우호 세력을 늘릴 경우 지금의 ‘신동빈 원톱’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전 부회장이 이달 초 한국에 설립한 회사인 SDJ코퍼레이션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도쿄에서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는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이사에는 이소베 데쓰가 선임됐다. 이소베 신임 이사는 신 총괄회장을 20년간 보필한 비서로 알려졌다. 주주총회 직후 열린 광윤사 이사회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매도하는 광윤사 주식 1주에 대한 매매 계약도 승인됐다. SDJ코퍼레이션은 신 전 부회장이 기존에 보유한 광윤사 지분 50%에 1주를 더 가진 과반 주주로서 광윤사가 소유한 롯데홀딩스 지분 28.1%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28.1%) 외에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투자회사 롯데 스트래티지 인베스트먼트(LSI 10.7%), 가족(7.1%), 임원지주회(6.0%), 롯데재단(0.2%)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광윤사 28.1%와 신 전 부회장 주식 1.63%를 합쳐 29.73%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이사직 해임은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 “광윤사가 롯데홀딩스의 지주회사가 아니라 지분 일부만 가진 가족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 8월 17일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광윤사를 뺀 나머지 다수 주주들이 경영 능력이 뛰어난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측이 앞으로 소송과 주주 설득을 통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를 ‘공략’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분쟁이 재연되면서 롯데가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더뎌질 전망이다. 내년 2월 추진하기로 한 호텔롯데 상장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에 앞서 심사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안정성을 따져 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롯데 형제의 난이 다음달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특허권 재입찰 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씨줄날줄] 바람과 이혼/김성수 논설위원

    “우리는 대단한 일을 했기 때문에 웃고 있다. 결혼을 끝냈다. 해피 디보스(Happy Divorce)!” “모든 게 끝나서 웃는 게 아니다.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혼 서류에 사인한 젊은 부부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들이다. ‘이혼셀카’다. 캐나다를 비롯한 외국 얘기다. 이혼한 부부가 해맑게 웃으면서 이혼 서류를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법원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은 낯설다. 이혼 후 원수가 되기 십상인 우리로서는 문화 차이를 느끼게 된다. 부부가 갈라서려면 서로 합의해 협의이혼을 하거나 재판을 해야 한다. 재판까지 가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민법 840조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등 5가지 이혼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제약은 또 있다.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 파탄의 원인 제공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有責)주의다. 1965년 ‘첩을 얻은 잘못이 있는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첫 판결을 한 뒤 50년간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해 오고 있다. 바람을 피운 남편이 적반하장 격으로 부인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축출이혼’을 막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가부장적 사회였기 때문에 최근 현대적 가족 개념에 맞춰 결혼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을 따지지 말고 누구나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파탄(破綻)주의’다. 이미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운 부부에게 고통만 더 줄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62년 만에 사라지면서 “간통을 했더라도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파탄주의로 바꿔 유책주의 이혼제도를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유일하다. 미국은 1969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1985년 모든 주에서 파탄주의 이혼을 도입했다. 영국도 1969년에, 일본도 30년 전부터 파탄주의로 바꿨다. 하지만 부정행위로 결혼을 깨 놓고 배우자의 뜻에 반해 해방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건 권리남용이라는 반론도 여전하다. 서울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파탄주의 채택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85.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법원도 어제 바람을 피운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심리에 참여한 13명의 대법관 중 유책주의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7명,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명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잘못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아무 잘못도 없이 이혼을 강요당하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여성이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대책 등 입법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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