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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단개혁”vs“교권수호”… 화쟁 잊은 조계종

    “종단개혁”vs“교권수호”… 화쟁 잊은 조계종

    승려대회 “자승스님 멸빈” 파문 확산 중앙종회 “해종행위, 강력 대응” 맞불 새 총무원장 선출 과정서도 충돌 예고조계종의 개혁·수구 세력이 26일 서울 조계사와 맞은편 우정국로에서 각각 종단 개혁과 안정·화합을 기치로 내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과 전국선원수좌회는 서울 조계사 인근 우정국로에서 전국승려결의대회(승려대회)를 열었다. 지난 23일 조계사에서 개최하려다 태풍으로 인해 이날로 미뤄 열게 됐다. 조계사 앞마당에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주류·집행부 측의 행사 저지에 따라 우정국로로 행사장을 바꿨다. 예상됐던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총무원장 직선제와 사부대중의 종단 운영 참여가 필요하다며 원로회의에 대해 중앙종회및 총무원 집행부의 즉각 해산과 비상종단개혁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재가불자 연대기구인 불교개혁행동도 보신각에서 사전집회를 연 뒤 승려대회에 가세했다. 불교개혁행동은 “조계종단의 적폐세력 축출과 종단 개혁을 위해 강력한 적폐청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자승 전 총무원장과 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들의 사퇴 ▲원로회의의 중앙종회 해산을 촉구했다. 특히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멸빈(승적 박탈) 조치를 결의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은 승려대회를 해종 행위로 규정, 강력 대응에 나섰다. 특히 중앙종회는 위법 행위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다음달 6일 임시회를 열어 해종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결의해 놓고 있다.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조계사, 봉은사, 직할교구, 중앙신도회 소속 승려·신도들은 이와 관련해 이날 낮 12시부터 조계사에서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열었다. 승려대회가 미뤄지자 결의대회를 이날로 옮겨 승려대회 예정 장소에서 맞불 집회로 치른 셈이다. 양측은 향후 새 총무원장 선출과 집행부 구성 과정에서 더욱 첨예하게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불교개혁행동과 승려대회 추진위 측은 현 체제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기득권 세력이 종단을 계속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류하는 ‘한국불교 맏형’ 조계호가 어디로 향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우디 내정간섭 이유로 “캐나다 대사 축출하고 자국 대사 소환”

    사우디 내정간섭 이유로 “캐나다 대사 축출하고 자국 대사 소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내정 간섭을 일삼는다며 캐나다와의 모든 새로운 무역과 투자 거래를 동결하는 동시에 사우디 주재 캐나다 대사를 축출하고 캐나다 주재 사우디 대사를 소환 조치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5일(이하 현지시간) 일련의 트위터 발표를 통해 지난주 사우디계 미국인 여권운동가 사마르 바다위 등 여러 명의 인권운동가들을 체포한 데 대해 “심히 우려된다”고 입장 표명을 해 온 캐나다 정부가 내정 간섭을 일삼아 이같은 외교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캐나다가 왕실을 공격하고 있다며 사우디 주재 캐나다 대사를 24시간 안에 출국시킬 것을 명했다. 바다위는 여러 차례 사우디의 남성 후견인 제도를 종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우디 정부가 이들 인권운동가들을 연이어 체포한 것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제 주도로 여러 개혁 조치를 실행하는 것과 모순되는 것처럼 비친다고 영국 BBC는 지적했다. 왕세제는 지난 6월 24일부터 시행된 여성 운전 허용과 같은 개혁 조치를 선언해 안팎에서 많은 찬사를 들었다. 당시 많은 지지를 표명했던 많은 여권운동가들도 엄격한 복장 규정이라든가 여행이나 취업,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면 아버지나 남편, 남자형제가 동반하거나 동의해야 하는 등의 남성 후견인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직 캐나다 정부는 이런 사우디의 보복 조치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독재자 몰아낸 짐바브웨… 민주주의 향한 뜨거운 첫 대선

    독재자 몰아낸 짐바브웨… 민주주의 향한 뜨거운 첫 대선

    투표 전부터 인파 몰리고 사고없이 끝나 “자녀들에게 더 나은 나라 보여주고 싶어”‘독재자’ 없이 치른 최초의 짐바브웨 대통령 선거가 폭력 사태 없이 끝났다. 짐바브웨 초대 대통령으로 지난 37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로버트 무가베가 축출된 후 첫 대선의 투표율은 최대 8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짐바브웨 국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이 뜨거운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끝난 짐바브웨 대선 투표율이 75~85%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통신은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이번 선거 투표율은 무가베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열린 2013년 대선보다 높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오는 4일 공식 결과를 발표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오전 7시 투표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차례대로 투표했다. 투표권을 행사한 티나쉬 무소우(20)는 “너무나 낙관적인 아침이다. 이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완다 페트루(28)는 “투표를 하러 왔다. 내 자녀들에게 더 나은 짐바브웨를 보여 주고 싶다. 그동안 충분히 힘들었다”고 AFP통신과 인터뷰를 했다. 야당 후보인 넬슨 차미사 민주변화동맹(MDC) 대표는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도시에서 투표를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7시 투표가 끝날 때까지 큰 물리적 충돌이나 사건·사고는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인은 “무가베 정권은 유권자들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하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협박했다. 이번 선거는 달랐다. 폭력은 없었다. 좋은 징표”라고 BBC에 말했다. 대선에는 총 23명의 후보가 나섰다. 하지만 에머슨 음낭가과 현 대통령과 차미사 MDC 대표의 2파전으로 압축돼 있다. 현지 조사기관 아프로바로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음낭가과 대통령 지지율은 40%, 차미사 대표 지지율은 37%로 초박빙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9월 8일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하루만에 134조원 날린 페이스북, 도대체 무슨 일이…

    하루만에 134조원 날린 페이스북, 도대체 무슨 일이…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페이스북이 26일(현지시간) 시가총액 1200억 달러(약 134조원) 가까이를 날려버렸다. 미국 뉴욕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19%나 곤두박질친 176.26달러에 장을 마쳤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2년 5월 18일 상장한 이후 일간 하락폭으로는 최대치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전날 6300억 달러에서 1192억 달러나 급감한 5089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단 하루 만에 시총의 20%를 허공에 날아간 셈이다. FT는 이날 페이스북의 시총 증발 규모가 아르헨티나 증시 전체 규모와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 거래를 마감한 이후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밑도는 부진을 보인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페이스북의 2분기 매출액은 132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133억 6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6월 세계 DAU(일일 접속 이용자)가 14억 7000만명으로 시장전망치(14만 8000만명)보다 적은 것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여기에다 실적 발표 후 이뤄진 컨퍼런스콜도 불안감을 키웠다. 페이스북은 유럽에서 광고수입 증가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이는 유럽연합(EU)이 5월부터 시행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체 매출 증가 둔화는 2분기뿐 아니라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안 대책 강화에 대한 투자로 몇 년 내에 영업이익률이 현재의 44%에서 30%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월가의 투자은행과 애널리스트들도 정보유출 스캔들이 페이스북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며 페이스북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페이스북 경영진은 신중한 전망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05달러로 낮췄다.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BMO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는 “매출 성장 둔화가 예상을 넘었다”먀 “매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히고 목표주가를 210달러에서 19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USB는 페이스북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212달러에서 180달러로 내렸다. JP모건도 목표 주가를 242달러에서 20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228달러에서 183달러로 각각 낮췄다.  이런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로부터 이사회 의장직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2분기 실적 악화로 주가가 폭락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페이스북 투자자들이 저커버그의 의장직 사퇴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다.  페이스북 주식 1100만 달러를 관리하는 트릴리엄 자산운용은 27일 제안서를 통해 “이사회 의장 역할까지 하는 CEO는 이사회와 이사회 의제에 지나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을 약화시킨다”며 “의장과 CEO 직책을 분리하면 이런 갈등 요소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주주인 저커버그를 의장에서 축출하고 독립적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트릴리엄은 이어 “최근의 스캔들(가짜뉴스 파동 및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변화를 필요로 한다”며 “다른 주주들이 이 제안을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커버그를 의장직에서 내쫒기 위한 시도는 사실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제안이 제출됐고 51%의 독립 투자자들이 찬성했지만 최종적으로 기각됐다. 페이스북의 이중 주식 구조 탓이다. 페이스북의 클래스 B 주주는 클래스 A 주주보다 10배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저커버그는 클래스 B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그가 페이스북 의결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인 만큼 투자자 제안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강경파 줄사퇴·등돌린 민심… 메이 ‘브렉시트’ 위기

    강경파 줄사퇴·등돌린 민심… 메이 ‘브렉시트’ 위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EU 단일시장·관세동맹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로 영국이 대혼돈에 빠졌다.EU와 완전히 결별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일부 장관들이 사퇴했고, 보수당 일각에서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총리 교체설도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영국인 64%가 “메이 총리를 믿을 수 없다”고 불신임 의사를 드러낸 게 메이 총리의 정치적 위기를 증폭시키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사임했다. 존슨 전 장관은 하드 브렉시트파의 대표적 인사다. 그는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대해 사직서를 던졌다. 존슨 전 장관은 “우리는 식민지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의 동반 사퇴에 이은 내각 내 반발이다. FT는 “개각을 제외하고 장관 2명이 24시간 이내에 잇따라 사퇴한 것은 1982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메이 총리가 정치적 난국을 돌파해 자신이 발표한 브렉시트 계획안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각료 사퇴가 이어질 경우 총리 사퇴론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이 총리 불신임안을 발의하려면 보수당 하원 의석인 316석의 15%인 48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메이 총리는 “영국의 국익을 위해 일할 수 없다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존슨 전 장관의 사직서를 수리하고 제러미 헌트 보건부 장관을 신임 외무장관으로 임명했다. 헌트 장관은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를 지지한 인사다. 소프트 브렉시트파로 분류된다. 그는 “총리를 지지할 때”라며 메이 총리에 힘을 실어 줬다. 메이 총리는 또 후임 브렉시트부 장관에 반(反)EU 성향의 도미닉 라브 주택부 차관을 앉혔다. 당내 반발을 무마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파와 싸울 뜻을 밝혔다”면서 “그는 이번 사태로 보수당이 분열하면 이후 조기 선거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당내 갈등을 무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이날 발표한 1502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4%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메이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3월 설문조사 때보다 31% 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언론들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 양상에 영국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이구동성으로 내놓았다. BBC는 “이번 사건으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보수당은 메이 총리를 내친 후의 후폭풍이 두려워 그를 축출하지 않은 채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정은 “날 제거하고 싶나?”…폼페이오 ”여전히 그렇다“

    김정은 “날 제거하고 싶나?”…폼페이오 ”여전히 그렇다“

    “날 제거하고 싶지 않아?” “여전히 그러고 싶지.” 긴장감 넘치는 스파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대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첫 대면에서 튀어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을 처음 마주하는 자리에서 이런 ‘살벌한 농담’을 툭 던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CIA 국장 시절 ‘김 위원장의 제거’를 언급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움츠러들지 않고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 한다”고 응수했고, 두 사람은 파안대소했다. 미국 잡지 배너티페어가 18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이런 일화를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시에 단행한 인사로 행정부에 입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자신과 엇박자를 냈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경질하고, 후임으로 당시 CIA 국장이었던 폼페이오 장관을 내정했다. 이 시기에 대북관계에 있어서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볼턴 보좌관도 백악관 참모진에 이름을 올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매파 중의 매파로, 대북관계의 진용을 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7월 아스펜안보포럼에서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시작한 것을 두고 “북한의 핵능력과 김 위원장을 분리해야 한다”고 하거나 “북한 주민들은 그가 축출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김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려왔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뼈있는 농담은, 김 위원장이 그를 두고 “나하고 이렇게 배짱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4월 23일자)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흑인 여자가 FIFA 이끌면 안된다고요?” 사모라 총장의 자신감

    “흑인 여자가 FIFA 이끌면 안된다고요?” 사모라 총장의 자신감

    “몇몇 사람은 흑인 여자가 국제축구연맹(FIFA)을 이끌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세네갈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FIFA 사무총장인 파트마 사모라(55)는 12년 동안 국제 축구계를 이끌면서 비리를 저질러 축출됐던 제롬 발케의 뒤를 이어 2016년 5월 취임하며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선언했다. 그 전에 12년 동안 유엔 개발계획(UNDP)에서 근무하다 자리를 옮긴 그녀는 “난 남성들이 지배하는 조직에 합류했다. 지금은 그들이 내게 익숙해져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영국 BBC가 매년 이맘 때 선정하는 영향력 넘치는 100대 여성 인터뷰를 통해 사모라는 26일 “그와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은 우리가 그라운드에서 매일 싸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난 주위에 어떤 인종주의적인 사람도 없길 바란다”며 “누구도 남성이 직책을 차지하면 그것이 적합한 일자리인지 묻지 않는다. 그저 잘해내겠지 생각한다. 여성이 열심히 해 정상에 오르면 그 자리에 최고로 적합한 인물이란 것을 날마다 보여줘야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지난달 그녀는 모로코의 2026년 월드컵 유치 도전에 친척이 편의를 봐주지 않았느냐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사모라는 어떤 비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런 의심이 “웃기는 일”이며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FIFA 기구의 개혁과 더불어 그녀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 동원되는 이주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을 향상시키는 것을 과업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사모라는 “과거 6개월 넘게 우리는 카타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 부정적인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축구가 문화적 행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훨씬 더한 보수 사회에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종족 청소’로 세워진 이스라엘…전 세계가 함께 조장한 참사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종족 청소’로 세워진 이스라엘…전 세계가 함께 조장한 참사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직후인 지난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유혈이 낭자했다. 대사관 이전을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이스라엘군은 총을 난사했다. 60여명이 숨졌는데, 숨진 이들 가운데 16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도 여럿이었다.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어린이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무력시위 때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시위 전면에 내세운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로 인정한다’는 정치·종교적 의미 외에 복잡다단한 함의가 숨어 있다. 가자지구 시위 정치·종교·경제 요인을 포함한 다양한 층위들이 작용한 결과다.영국 엑서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이스라엘의 비윤리적 건국 과정을 고발해 온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비극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 균형감 높은 책이다. 파페는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이스라엘로 건너온 부모를 둔 유대인이며, 그 자신은 18살에 이스라엘 방위군에 징집되어 욤 키푸르 전쟁에 참전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을 옹호하고도 남을 만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파페는 “이스라엘에 의해 계획적으로 추방당한 팔레스타인 난민 수십만명의 무조건적인 귀환”을 주장하며 모국 이스라엘 탄생의 법적·도덕적 부당성을 알리는 일을 학자의 양심으로 삼고 있다. 이 일로 20년 넘게 교수로 일한 이스라엘 하이파대에서 축출되었고 테러 위협에도 시달렸다.그는 이스라엘 건국 과정이 ‘종족 청소’ 과정이라고 일갈한다. 이스라엘의 건국을 주도한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주로 ‘아랍인’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추방했다는 것이다. 아랍인들을 청소하기 위한 계획인 ‘플랜 달렛’을 기반으로 “주택, 재산, 물건 등을 방화”했고 “쫓겨난 주민들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잔해에 지뢰를 설치”했다. 종족 청소와 함께 왜곡도 시작했다. “비어 있는 땅에 정착해서 사막에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한 것처럼 이스라엘 건국을 전 세계에 홍보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을 떠난 이유는 땅을 되찾기 위해 침략하는 아랍군에게 길을 내주기 위한 자발적 이주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강제 추방은 없었으며 오히려 “아랍의 침략에 맞선 이스라엘의 독립전쟁”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죽였고, 시체를 훼손했고, 여성들을 강간했다. 선민(選民)이라 자처하지만 그들은 악한 본성을 타고난 카인의 후예들이었다.파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거를 “전 세계가 조장한 참사”로 규정한다. 당시 영국의 위임 통치령이었던, 전투 조직이나 지도부조차 없었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영국은 통치를 끝내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묵인했고, 미국은 유대인 로비 집단에 회유돼 이스라엘 중심의 분쟁 해결책을 따랐다. 문제는 비극이 끝나리라는 희망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강제 이주에 얽힌 숱한 분쟁이 결국 가자지구에서 다시 터진 것은 그 명백한 증거다. 1948년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에 대한 역사적 조명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만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파페는 강조한다.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둘 다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고자 한다면, 과거로 떠나는 이런 고통스러운 여정이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새 시대를 열어 가야 할 남과 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타산지석 삼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트럼프, 북·미 회담 성공 의지… “비핵화 실패 땐 초토화” 압박

    트럼프, 북·미 회담 성공 의지… “비핵화 실패 땐 초토화”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 한국식 경제발전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리비아식 패망으로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작정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내보였다.트럼프 대통령은 “카다피 모델은 완전한 초토화였다”면서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본다면 산업적 측면에서 정말로 ‘한국 모델’이 될 것이며 그들은 근면하고 놀라운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토화하다’(decimate) 또는 ‘초토화’(decimation)라는 표현을 7번 사용했다. “(존 볼턴 보좌관에 의해) 언급된 리비아 모델은 (북한과는) 매우 다른 모델”이라고 한 것은 리비아 모델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을 달래려 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트럼프 모델’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 모델이 2011년 카다피 축출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정권 교체를 포함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적이 없다. 볼턴 보좌관은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이란 비핵화 방법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안전보장 차원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킹스턴 라이프 미 군축협회(ACA) 군축정책부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에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고 강경파들에게 핵무기 감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연이은 엄포와 더불어 운전석을 차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은 분명히 운전석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초대하고 미국이 수용해서 성사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회담 준비는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한·미의 ‘맥스선더’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훈련으로, 현시점에서 훈련을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극우 권위주의 정부 압박…조국 떠나는 소로스재단

    나치 독일에 점령됐던 조국 헝가리에서 힘겹게 살아남아 세계적인 부를 쌓아온 국제금융계의 거성 조지 소로스(87)가 이번에는 확산되고 있는 극우 권위주의 물결 속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동유럽에 불고 있는 권위주의 및 극우 민족주의, 반이민주의 바람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지원해 온 소로스의 열린사회재단(OSF)과 소로스에 대한 헝가리 집권 여당과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압박과 견제가 심해진 탓이다. 부다페스트에 본부를 둔 소로스의 열린사회재단이 헝가리를 떠나기로 했고, 소로스가 부다페스트에 세운 중앙유럽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도 폐쇄 또는 이전 위기를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더 애틀랜틱 등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시민단체지원과 난민 구호,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확산을 지원해 온 진보적 색채의 OSF가 집권 여당과 사법부의 적대적인 움직임, 오르반 총리의 압박 속에서 본부를 독일 베를린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소로스 축출’에 앞장서 온 오르반 총리는 OSF 본부 폐쇄와 관련, “소로스가 헝가리에서 나가더라도 그의 자유주의 이념과 싸우는 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치의 박해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유대인 소로스는 헤지펀드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뒤 OSF를 통해 헝가리 시민단체를 후원하며 모국에서 민주주의 이념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소로스가 난민을 헝가리로 끌어들여 헝가리 사회를 전복시키려 한다며 비난했고 외국 기관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는 인터넷과 출판물에 지원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소로스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입법 등을 확대해 왔다. 헝가리도 폴란드처럼 민주주의 후퇴와 일당 독재 경향 강화 및 시민단체 탄압 등이 강화되자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EU는 헝가리에 대해서도 원조 중단 및 삭감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올드보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귀환... 93세로 세계 최고령 지도자

    ‘올드보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귀환... 93세로 세계 최고령 지도자

    말레이시아 야권연합이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독립 후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야권연합의 승리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올드보이’ 마하티르(93) 전 총리가 15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마하티르는 이르면 10일 취임선서를 하고 15년만에 다시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그는 세계 최고령 국가정상이 된다. 현재 현직인 국가정상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은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92) 대통령으로 알려졌다.10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를 완료한 결과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가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PH와 협력 관계인 보르네오 섬 사바 지역정당 와리산도 8석을 확보했다. 반면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기존 131석보다 52석이나 적은 79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로써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BN은 집권 61년 만에 야권으로 전락하게 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성격이 강한 최근의 선거구 개정 때문에 야권이 득표에서 앞서고도 여당에 패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PH는 집권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농촌 지역에서도 BN을 웃도는 득표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의 라샤드 알리 연구원은 “많은 이들이 마하티르를 말레이시아를 구하기 위해 과거에서 돌아온 구원자적 인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나집 라작 현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 스캔들과 민생악화 등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나집 총리는 지난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돈세탁과 관련해 미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등은 아직도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6%의 재화용역세(GST)를 도입하고 석유 보조금 등을 폐지해 서민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인기 하락에 한몫했다.‘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와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를 받는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으나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가 BN에서 축출됐다. 이에 반발한 그는 야당 지도자로 변신했고, 지난해 말 PH의 총리 후보로 추대돼 야권의 선거운동을 지휘해 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새벽 국왕 측으로부터 야권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날 중 총리 취임 선서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며, 법을 어긴 자는 법정에 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선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집 총리를 비롯한 1MDB 스캔들 관계자들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25년 영국 식민 치하의 말레이 반도에서 태어나 의사가 된 그는 195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69년 툰쿠 압둘 라만 당시 총리가 중국계의 경제적 지배에 짓눌린 말레이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다가 한때 정계에서 축출됐으나, 1972년 툰쿠 총리의 사임으로 복귀한 뒤로는 각부 장관과 부총리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결국 1981년 후세인 온 당시 총리가 건강 악화로 사임하자 총리직을 승계했고, 이후 2003년까지 무려 22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갔다. 이 기간 그는 경제성장을 먼저 이뤄낸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과, 말레이시아를 202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겠다는 ‘와와산 2020’ 등을 주창하며 강력한 국가주도 경제발전 정책을 펼쳤다. 한편 마하티르는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올해 6월 석방되면 복권을 거쳐 적당한 시점에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을 놓고 마하티르 당시 총리와 갈등을 빚어 실각한 뒤 부패·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잦은 옥고를 치러왔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두 사람은 이후 20년 가까이 숙적으로 지내왔으나 정권교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극적인 화해를 이뤄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란 강경파 “핵 활동 착수”… 美·유럽 분열에 미소 짓는 中·러

    이란 강경파 “핵 활동 착수”… 美·유럽 분열에 미소 짓는 中·러

    친서방파 로하니 리더십 큰 상처 “유럽, 절대 보증해야 핵합의 유지” 이란 하메네이, 수정안도 거부 의사 英·佛 “핵합의 수호에 전념할 것” 러, 시리아·리비아 등 영향력 확대 中, CNCP 가스전 개발 반사이익이란의 핵무장부터 미국과 유럽의 동맹 균열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로 국제 정세에 격랑이 일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핵합의 파기가 이스라엘,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 위협을 높이고 중동에서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이란에서 강경파가 힘을 얻어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이슬람 종파 간 분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합의 성사에 따른 경제 개방을 최대 업적으로 삼았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로하니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이란의 친(親)서방·개방·개혁 세력의 약화도 불가피하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집권한 뒤 핵합의 및 개방 정책으로 전임 보수 정권에서 심각해진 경제난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9일 “핵합의에 참석한 유럽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을 믿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이 핵합의 유지와 이행을 절대적으로 보증하지 않는다면 계속 우리가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진정 의문”이라고 밝혔다. 유럽 3개국은 그간 핵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에 재협상을 요구한 만큼 어떠한 핵합의 수정도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이란의 군부 및 종교계 등 강경·보수 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커졌다. 2015년 당시 핵합의에 깊이 관여했던 알리 코람 전 유엔 주재 이란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계략에 넘어가 국제 협정을 어겼다”며 “이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강경파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경고했다.강경파가 로하니 대통령을 축출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날 “사악한 미국인들이 핵합의에서 발을 뺀 것을 환영한다. 애초에 믿을 수 없는 합의였고 미국의 파기 전에도 유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란 의회의 보수 정파 의원들도 핵합의 파기 소식이 알려지자 단상에서 성조기를 불태우고 미국에 항의했다. 이란 강경파는 우라늄 농축을 곧바로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아볼파즐 하산 베이지 의원은 “이란은 무능력했다. 이제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을 재개할 것”이라면서 “이슬람 공화국 이란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핵 활동에 나서겠다. 미국과 동맹국에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는 수일 내에 핵활동에 착수하겠다는 이란 강경파의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핵합의를 파기한대도 당장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또 핵합의를 지지하는 유럽과의 무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유럽의 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잇따라 미국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면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유럽에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의 엇박자는 비단 이번 이란 핵합의뿐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유보 등 유럽과 함께 추진한 다자 협정들에 제동을 걸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란 핵합의를 지키기 위해 전념할 것이며 다른 당사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이란 국영 TV 연설에서 “이란은 미국 없이 핵합의에 남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어떠한 제약도 없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핵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미소를 띠는 건 러시아다. 러시아는 자국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였던 ‘미국과 유럽의 분열’을 큰 노력 없이 얻어 냈다.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러시아가 미국의 핵합의 파기를 이용해 ‘미국은 언제든 국제 합의를 깰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국가이며 시리아, 리비아가 의지할 만한 국가는 러시아뿐’이라는 식의 선전전을 벌일 수도 있다. 중국에도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CP)는 이란 사우스파르스 해상 가스전 개발에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만약 토탈, 지멘스 등 유럽 기업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우려해 사업에서 손을 떼면 경쟁자가 사라져 CNCP에 유리해진다.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재앙적인 이란 핵합의를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버락 오바마’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결정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총리 축출 요구하는 시위대와 접촉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총리 축출 요구하는 시위대와 접촉

    현직 대통령이 축출된 뒤에도 총리로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는 전직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 대열 속에 걸어 들어가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아르멘 사르그시얀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예레반에서 아흐레째 이어진 세르즈 사르그시얀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대를 이끄는 야당 지도자들과 악수하고 가볍게 얘기를 나눈 뒤 공식 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은 넥타이를 풀어 공식 행사가 아님을 드러내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 지도자 니콜 파시냔과 10분 대화를 나눴다. 이어 근처 호텔로 옮겨 공식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파시냔은 이를 거절하고 시위대를 해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대통령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시 승용차에 올라 퍼블릭 광장을 떠났는데 군중들은 “한발 내딛자, 축출 세르즈” 구호를 연호했다. 카푸카스 산맥에 은거한 310만명 인구의 이 작은 나라는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바뀌어 실질적인 권한은 총리가 더 많이 쥐고 있는데 세르즈 사르그시얀은 대통령에서 물러나 총리에 취임해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은 이 나라가 진정으로 변하길 바라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그대로여서 자신들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는 많이 회복됐지만 계절 노동자 수출이 주 수입원이어서 유럽연합(EU) 다음의 무역 파트너인 러시아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파시냔은 22일 아침 호텔에서 대통령을 면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회담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는 이번 시위를 ‘벨벳 혁명’이라고 부르자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1989년 공산 정권을 무너뜨린 체코슬로바키아의 평화 시위를 일컫는다. 2008년에도 사르그시얀에 반대하는 무력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수감됐다. 군중 연설을 통해 “권력이 인민에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켜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세르즈는 5년의 두 번째 임기를 마칠 즈음 총리가 될 생각이 없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지난 10일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됐다. 2008년 처음 대통령에 선출됐을 때도 부정 선거 시비가 일어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바람에 8명이 희생됐다. 그의 지지자들은 아제르바이잔과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영웅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고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터키 등과의 긴장이 지속돼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그의 재임 기간 가난이 만연돼 있고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4.19 혁명 도화선된 고교생 김주열의 주검

    4.19 혁명 도화선된 고교생 김주열의 주검

    올해로 58주년을 맞은 4.19 혁명은 한반도에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최초의 민주주의 시민혁명이었다. 까까머리 중고생들의 시위가 대대적인 전국 시위로 확산된 데에는 한 고등학생의 죽음이 큰 역할을 했다.4.19 혁명의 시작은 1960년 치러진 3.15 부정선거였다. 19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자유당정권은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이기붕 국회의장의 당선을 위해 치밀한 부정선거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4할 사전투표, 3인조 또는 5인조 공개투표, 완장부대 활용, 야당참관인 축출 등 갖은 방법을 쓴 끝에 이승만 대통령 후보가 85%, 이기붕 부통령 후보가 7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부정선거가 자행된 선거일 밤 경남 마산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 8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이를 제1차 마산의거로 부른다.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 부정선거 반대시위를 공산당의 사주한 것 간주하고 강경 진압의 구실로 삼았다.마산 의거 당일 실종됐던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의 시신이 한달여 만인 4월 11일 마산부두에 떠올랐다. 왼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였다. 형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김주열은 최루탄에 맞아 숨졌고, 경찰이 바다에 시신을 버린 것이다. 시신의 참혹한 모습을 본 마산 시민들은 분노했고 시청과 파출소를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마침내 4월 19일 서울시내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시내에서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발포로 이날 21명이 숨지고 17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이 선포됐다.이승만은 4.19 시위에 따른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자 했으나 미국은 국무부 성명을 통해 4.19 시위를 부정선거에 대한 군중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발표해 이승만 정권을 압박했다. 학생들에 이어 교수들도 거리로 나섰다. 258명의 대학교수들은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4월 25일 14개 항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3.15 부정선거와 4.19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했다. 시위에는 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린이들도 참여했다.이승만은 다음날 시위대가 경무대로 다시 집결하자 하야 성명을 발표한다. 비슷한 시각 시위대는 파고다 공원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의 목에 철사줄을 걸어 끌어내렸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권이자 독재 정권의 붕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시리아 공습 후폭풍] 시리아 공습 효과 논란… 정부군, 하루 만에 반군 점령지 장악

    시리아군 “러 미사일로 美 맞서” 러시아 군경도 동구타 두마 입성 지난 주말 서방이 시리아를 공습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단 반군에 대한 효력이나 시리아 내전 판세에는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리아 정부군은 건재를 과시하듯 공습 하루 만에 반군 지역에 맹폭을 가하는 등 반군 축출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공습 하루 만인 이날 다마스쿠스에서 러시아 의회 대표단을 만나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성능을 치켜세웠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회담에서 “어제 우리는 1970년대 제작된 소련제 미사일로 미국에 맞섰다. 90년대 미국 영화들은 러시아 무기가 퇴보한 것처럼 묘사해 왔지만, 우리는 누가 정말로 뒤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면서 러시아제 방공미사일의 성능을 칭찬하는 동시에 연합국의 군사 능력을 평가절하했다. 이번 공습 효과에 대해 러시아와 시리아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발사한 미사일 중 대부분은 시리아 방공망에 격추됐으며 피해 현황도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공습을 ‘성공적인 임무 완수’로 자평한 미군은 화학무기 핵심 시설 3곳의 심장부를 모두 명중했고 시리아의 방공망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공습의 실효성과 효과 면에서는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공습은 8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의 판세에 어떠한 영향을 줬느냐에 대한 중대한 의심을 낳았다”며 “이번 공습이 값비싼 보여주기식 불꽃놀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리아 평화를 위한 어떠한 장기적 계획, 일관된 지정학적 전략도 없이 단행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을 겨냥해 홈스와 하마 외곽에서 최소 28차례 폭격을 가했으며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도 포격이 이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전날 정부군은 시리아 반군의 동(東)구타 내 마지막 점령지이자 화학무기 공격을 단행한 두마를 완전히 장악했으며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군경도 두마에 입성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욕설 음성’도 나왔다… 조현민 처벌 국민청원 밀물

    ‘욕설 음성’도 나왔다… 조현민 처벌 국민청원 밀물

    ‘물벼락 갑질’ 뒤 잇단 추가 폭로 경찰 “컵 던졌으면 특수 폭행 물만 뿌렸으면 폭행” 내사 중 조, 급거 입국 “물은 안 뿌렸다 법적 책임·사회적 비난 받을 것”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광고대행사 물벼락’에 이어 본사 직원에게 욕설과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내사 중이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엔 ‘처벌 촉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1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전무는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464편을 타고 이날 오전 5시 26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애초 이번 주 중 귀국 예정이었지만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물이 든 컵을 던져 갑질 파문이 확산하자 서둘러 짐을 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어리석었다”고 했지만 “얼굴에는 (물을) 안 뿌렸다. 밀치기만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더 불붙고 있다. 전날 조 전무로 보이는 인물이 직원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다. 경찰은 앞서 물컵을 던진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 중이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논란이 된 광고 회의 참석자를 참고인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내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 전무에게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지, 폭행 혐의를 적용할지 정할 방침이다. 현장에 있던 물컵은 유리컵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가 유리컵을 던져서 맞혔거나,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유리컵을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조 전무가 컵을 던지지는 않고 물만 뿌렸다면 폭행 혐의가 적용된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조 전무의 평소 폭언과 만행을 폭로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사이트에 ‘대한항공 직원입니다. 사주 일가의 축출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작성자는 “대한항공 본사 6층 B동 조 전무 사무실 근처에서 일을 하는데 거의 매일 (폭언을) 듣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빠 나이 정도 되는 팀장들도 모두 언어 폭언을 당하고, 어떤 분은 병가도 냈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한 인터넷 언론사에 ‘조 전무의 음성파일’을 건넨 제보자는 “조 전무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회사 입장에 자신의 사원증과 명함 일부를 이날 다시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담당 직원들이 조 전무의 목소리를 모를 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조 전무님이 해야 할 건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무는 이날 오후 9시쯤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회사에 따르면 “조현민입니다”로 시작한 이메일에서 그는 “이번에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으시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제가 업무에 대한 열정에 집중하다 보니 경솔한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앞으로 더욱 반성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경찰 수사 및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자 잘못”이라며 “앞으로 법적인 책임을 다할 것이며 어떠한 사회적인 비난도 달게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조현민, 사과에도 여론 ‘싸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조현민, 사과에도 여론 ‘싸늘’

    광고대행사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인 조현민(35)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15일 오전 귀국했다.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전무는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464편을 타고 이날 오전 5시 26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조 전무는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제가 어리석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얼굴에는 (물을) 안 뿌렸다”고 해명했다. 지난 12일 연차휴가를 내고 다낭으로 출국했던 조 전무는 다음주 초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물벼락 갑질’ 논란이 확산하자 급히 귀국했다. 조 전무는 출국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내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나를 찾지마’, ‘#휴가갑니다’, ‘#클민핸행복여행중’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가 비판이 커지자 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날 조 전무가 예상보다 빨리 귀국하자 그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케이스처럼 조 전무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당분간 자숙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전날 조 전무로 보이는 인물이 직원을 심하게 질책하며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조 전무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할 능력이 되느냐는 의문까지 제기되며 파문이 커지고 있어 서둘러 수습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땅콩 회항’ 학습효과가 있는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일가가 시간을 끌고 부담을 키우기 보다 서둘러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런 관측에 대해 “현재 수습책을 다각적으로 논의하며 향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광고 관련 회의를 하면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물컵을 바닥에 던진 것이 최근 확인돼 ‘갑질’ 논란을 야기했다. 이 논란을 계기로 조 전무가 대한항공 직원은 물론 광고대행을 맡긴 광고회사 직원들에게까지 막말과 지나친 질책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 등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오너 일가의 축출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대한항공 본사 6층 B동 조 전무 사무실 근처에서 일한다”고 소개하고 “거의 매일 (폭언을) 듣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버지 나이 정도 되는 팀장들이 보고 들어가면 일상적인 폭언을 당하고 나오고, 어떤 분은 병가도 냈다. 직원들도 피해자다”라는 등의 고발성 글을 올렸다. 경찰도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 정식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가 “노동자를 모독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일상이 된 기업인들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조 전무를 서울중앙지검에 특수폭행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전날 오마이뉴스는 ‘조현민, 대한항공 직원에게 욕설 음성파일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의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 여성은 “에이XX, 찍어준 건 뭐야 그러면? 누가 몰라 여기 사람 없는 거? 어우 열받아 진짜. 누가 모르냐고 사람 없는 거?”, “너 뭐야. 미리 나한테 보고를 했어야지. 그런데 뭐! 뭐! 어우 짜증나 진짜 정말”라고 말하며 일방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쏘아붙인다. 다음은 오마이TV가 제공한 조현민 전무의 음성 파일.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력 대선후보마저… 끝없는 미투에 누굴 믿나” 충격

    “유력 대선후보마저… 끝없는 미투에 누굴 믿나” 충격

    청와대 安청원글 하루새 100건 “안희정의 철학 믿었는데 뒤통수” SNS 지지자 모임도 해체 선언 女단체연합 “권력형 성범죄 처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시민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는 말로 충격을 표현했다. 안 전 지사가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데다 방송에서도 늘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그 여파도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이날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 페이지에는 안 전 지사와 관련된 청원 글이 하루 사이에 100여건 올라왔다.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 수사와 처벌 등을 주장하는 청원과 함께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보호해 달라는 청원이 주를 이뤘다. 특히 김씨가 전날 인터뷰에서 “국민이 저를 좀 지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많은 시민이 공감의 뜻을 표했다. 다만 “안희정 사퇴 반대”, “안희정은 그래도 순진하다” 등 안 전 지사를 옹호하는 글도 일부 있었다. 안 지사를 지지했던 시민들의 지지 철회 선언도 잇따랐다. 안 전 지사 트위터 지지자 모임인 ‘팀스틸버드’(@teamsteelbird) 측은 이날 트위터에 성명서 내고 “가해자의 정치철학은 더이상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면서 “그간의 지지 활동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기고 고립감을 느끼게 한 것은 아닐까 두렵다”고 발표했다. 팀스틸버드 측은 성명서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하고 일주일 뒤 계정을 삭제할 예정이다. 자신을 ‘안희정 골수 지지자’라고 소개한 직장인 김모(45)씨는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꿈꾸는 것 같았고 결국 참담함을 느꼈다. 안희정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내세운 가치, 문제 해결의 화법 등을 보고 지지한 것이지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진 않았기 때문에 (지지할) 새 인물이 나타난다면 희망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연합은 6일 성명을 발표하고 “안 전 지사의 범죄는 명백한 위계와 성별 관계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면서 “성폭력 범죄자로 철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정치활동 중단 등 도의적 책임 수준으로 면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출당·제명 조치와 관련해서는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을 한 개인의 축출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성차별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지사직 사퇴로 꼬리를 자를 순 없다”면서 “사법 당국은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증거 인멸 개연성이 있는 만큼 주저하지 말고 구속 수사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오스카 품은 여인, 모든 여성을 일으켜 세우다

    오스카 품은 여인, 모든 여성을 일으켜 세우다

    맥도먼드, 21년 만에 두 번째 여우주연상 ‘쓰리…’서 세상과 싸우는 엄마로 열연 ‘셰이프…’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 “유리천장 사라져”… 미투 영향 강조도 ‘외모로는 오랜 기간 할리우드에서 ‘결격’ 취급을 받아 온 배우가 올해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됐다.’미국 영화계의 최대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인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두고 현지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4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프랜시스 맥도먼드(61)에게 생애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연기 경력 34년차의 맥도먼드는 영화, 연극, TV드라마 등 장르를 자유로이 가로지르며 비중에 상관없이 작품마다 돋보이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왔다.올해 예순을 넘긴 그는 특히 나이에 대한 차별에 대항하는 당당한 태도와 탁월한 연기력, 전통적인 여성상을 전복하는 맹렬한 여성 캐릭터로 다시 한번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1997년 만삭의 경찰서장이라는 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역할을 열연한 ‘파고’(1996)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지 21년 만이다.이날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자 숏커트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무대에 오른 맥도먼드는 “클로이 킴이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를 뛰고 나서 아마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라며 벅찬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모든 분야 여성 후보자들은 나와 함께 일어나 달라”며 동료 배우, 제작자, 촬영 스태프, 작곡가, 디자이너 등 영화계에 몸담은 여성들을 한꺼번에 일으켜 세웠다. 그는 “우리 모두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포용은 옳은 길”이라는 등의 열정적인 언사로 객석에 큰 울림을 전하며 올해 아카데미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여성’임을 다시 확인시켰다.맥도먼드가 처음 연기에 발을 들여놓던 1980년대만 해도 그는 폭력적인 남성 사회에 액세서리로 낀 여배우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많은 여배우들이 제 역할을 못 맡으며 사라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인간의 복합적이고 내밀한 감정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단단한 연기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찬사를 받아 왔다. 특히 그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쓰리 빌보드’에선 강간·살해당한 딸을 잃고 범인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엄마 밀드레드 역으로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노와 슬픔, 절망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범인을 찾겠다는 투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신랄한 웃음까지 주는 압도적인 연기로 그는 일찌감치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예상됐다. ‘쓰리 빌보드’의 감독인 마틴 맥도나도 ‘맥도먼드 없이 영화가 가능했겠느냐’는 질문에 이런 말로 그의 독보적인 입지를 강조한 바 있다. “밀드레드 역으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누가 있겠나. 아무도 없다. 인위적이거나 할리우드 스타다운 외모의 배우는 바라지 않았다. 노동자 계급을 감성적이지 않으면서도 가르치려 들지 않게 연기해 줄 사람이어야 했다.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름’을 만들어낸 것은 현실에 깊이 발붙인 그의 연기관이 한몫한다. 사람들이 사인을 요청하면 거절한다는 그의 이유가 대표적이다. “팬들에게 사인 요청을 받으면 ‘나는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 은퇴했다’며 ‘노’라고 말해요. 전 그저 연기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대신 전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고 그들과 함께 눈을 맞추고 포옹을 하죠. 전 사진이 찍히길 바라는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교류에 한 부분이 되고 싶어 하는 배우이기 때문입니다.”코엔 형제 감독 가운데 형인 조엘 코엔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그는 198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했다. 자신도 1살 반 때 입양된 그는 조엘 감독과의 사이에 파라과이에서 입양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2011년 ‘굿 피플’에서 싱글맘 역할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14년 HBO 미니시리즈 공동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올리브 키터리지’로 에미상과 배우조합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오스카와 에미상,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쓴 12번째 여배우이기도 하다. 올해 아카데미는 여전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강력한 자장 안에 있음을 보여 줬다. 2년 연속 사회를 맞은 지미 키멜과 시상자 및 수상자들은 여성·외국인 등 소수자들의 권리, 다양성의 가치와 포용의 정신을 일깨우며 영화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여성·비(非)백인 차별, 트럼프 정권의 편협하고 폭력적인 행보를 날카롭고 위트 있게 꼬집었다. 키멜은 “우리는 하비 와인스타인을 축출했다”는 직설적인 언급으로 지난해 영화계에서 촉발돼 세계로 번진 미투 운동의 영향을 강조하며 “용감한 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서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특히 여성 감독과 여성 촬영 감독이 후보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이제 더이상 영화계에 유리천장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성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상을 골고루 가져간 것도 이런 흐름을 증명한다. 여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선 조디 포스터와 제니퍼 로런스는 “여성들은 영화 속 캐릭터로도, 스크린 밖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내며 힘을 보여 줬다. 할리우드에 새로운 날이 밝았고 우리 앞엔 새로운 도전이 있다”는 말로 이를 강조했다.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케이시 애플렉이 시상자로 나와야 했지만 그는 성추문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편 13개로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상을 가져갔다. 델 토로 감독의 수상으로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멕시코 출신 감독 3인방이 모두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게 됐다. 2014년에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 2015년·2016년에는 ‘버드맨’,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2년 연속 감독상을 차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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