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의 딜레마 노동시장 개방(특파원코너)
◎87년 이후 노동력 부족 심각한 상태/불법취업 쇄도… 범죄등 사회문제화/현행 금지법 놓고 「완화」·「고수」 논란 계속
일본은 외국인 근로자 문제로 딜레머에 빠져 있다. 일본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불법취업 및 대규모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우려,노동시장 개방을 주저하고 있다.
일본의 노동력 부족은 지난 87년 이후 계속 악화되어 왔다. 일본 노동성은 2000년에는 1백만명 이상의 노동력 부족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은 지난 70년대 석유파동이후 경영 감량화에 성공했으나 서비스산업 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가 증대되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등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로 노동력 부족현상은 만성화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같은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자문위원회는 최근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총리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점차악화되고 있는 인력난을 완화하고 국제적 책무수행을 위해 현행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더욱이 현재 10만명이 넘고 있는 불법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 단순 노동자의 불법 취업은 현재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상반기에 1만2천2백65명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추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32%가 증가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추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불법노동자의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관광비자를 가지고 일본에 들어온 뒤 불법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취업 외국인들은 주로 필리핀,파키스탄,방글라데시,태국,중국,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이란 등 중동국가들이다. 일본의 이민관리당국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기록적인 1만6천6백명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외국인 불법 취업자 문제는 외국인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본 경시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첫 9개월 동안 3천2백27명의 외국인에 의해 4백8백여건의 범죄가 저질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80%가 아시아인 들이었으며 중국인들이 가장 많았다.
외국인에 의한 범죄는 일본 전체적으로 볼때 아직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경찰과 노동,건설,법무부 등은 이같은 불법취업자와 외국인 범죄 증가를 이유로 단순 외국인 노동자들의 취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의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외국인 불법 취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제성장으로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일본인들의 「더러운 단순작업」 기피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단순 노동자의 축출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본은 노동시장의 부분 개방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그러나 외국인 단순노동자의 취업을 부분적으로 개방하더라도 일본 체류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기술연수를 조건으로 취업의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인력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외국인 단순 노동자문제에 매우 신중한 대응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