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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릉지 빌라·평지 역세권 고밀도 강북지역 개발 세분화

    서울 강북지역이 구릉지와 평지,역세권 등으로 구분돼 개발된다. 배경동 서울시 주택국장은 17일 “구릉지가 많아 지형적 특성이 다른 강북개발에 일방적 용적률 상향과 획일적 아파트 위주의 강남식 개발을 접목하지는 않겠다.”며 “구릉지는 빌라형,평지와 역세권은 고밀 개발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강북 기존 시가지에 맞는 주택·건축적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강북개발은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도로,공공·편의시설의 확보 및 확충 등 지원을 최대화하는 한편 입지와 지형에 따라 주택 및 건축물 개발형태를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구릉지는 테라스 하우스 형태로,역세권은 민간주도의 고층·고밀개발로 유도하고 평지는 중간형태인 7층 이하의 고급아파트촌 형태가 될 전망이다. 빌라는 기존 다세대·다가구 형태와 달리 일종의 고급 연립주택 형식을 띠게 된다.경사지에 들어서는 테라스하우스는 계단식으로 자기집 마당과 아랫집 지붕이 잇닿는 형식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도시의 위계구조를 고려해 입지와 지형별로 개발을 용납할 수 있는 인프라 범위내에서 적절한 개발 형태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거지역 종세분화 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재개발을 제외한 구릉지는 대부분 용적률 150%이하가 적용되는 1종으로 분류돼 4층이하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 이같은 모델이 성공적으로 발굴돼 정착될 경우 기존 금호동이나 봉천동,미아동,은평구 백년산 주변 등의 경우처럼 산을 통째로 깎는 개발 방식이 지양되고 산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두고 자연스러운 도시 경관을 살릴 수 있게된다. 박현갑기자
  • [인터넷 스코프] 서비스 유료화로 가는 길

    수많은 네티즌들이 즐겨 찾던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가 얼마전에 전격적으로 서비스 유료화를 선언했다.앞으로 대략 한 달 뒤부터는 커뮤니티의 이용자가 월 3000원씩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그동안 무료로 잘 썼던 사이트에서 느닷없이 돈을 내라고 하니 네티즌들이야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그래서 이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유료화 조치를 성토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매일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3000원 때문에 불평을 늘어 놓는 것이 자칫 옹졸해 보일 수도 있겠다.그래도 싫다는 이용자들이야 다른 무료 커뮤니티 사이트로 옮기면 그만이다.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흔한 말로 ‘땅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또 자선사업을 하겠다고 회사차린 것도 아닐 테니 돈 벌겠다고 유료화를 선언하는 것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유료화 조치는 그 과정이나 방법면에서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을 노정했다. 우선 유료화의 선언 자체가 너무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기업과 회원은 단순한 주인과 고객의 관계를 넘어 상호 공생 관계이다.그런데 사전에 회원들과 아무런 의사소통 과정이 없었고,최소한의 양해조차 구하지 않은 채 어느날 느닷없이 유료화를 선언해버렸기 때문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라는 것이 지금 대다수 이용자들이 느끼는 심정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곳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그동안 꾸준히 축적해 놓은 수많은 데이터들이 유료화의 볼모로 이용되었다는 점이다.단순히 생각하면 유료화가 싫은 사람들이야 다른 무료 사이트로 옮겨가 버리면 그만이겠지만,현실적으로 이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게시판에 쌓인 수많은 글과 각종 파일들,어렵사리 모아놓은 회원들,그리고 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온갖 사연과 추억들을 아무런 미련없이 다 팽개치고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그게 싫으면 요금을 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비록 유료화가 대세라고 해도 그 과정에서 적어도 몇 가지 기본 원칙만은 확실하게 지켜져야겠다.첫째,이번처럼 일방적인 유료화 선언이 아니라 이용자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유료화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무료 서비스로 회원들을 모아놓은 뒤 이들이 쌓아놓은 데이터를 볼모 삼아 전격적으로 유료화를 감행하는 식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면 네티즌들의 불만과 잡음은 계속 끊이지 않을 것이다. 둘째,기존 무료 서비스와는 질적으로 확실히 다른 업그레이드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메일용량을 좀 더 늘려주고 무료 게시판에 붙은 배너광고를 없애주는 수준의 이상을 의미한다.즉 네티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도 이용할 마음이 들 수 있을 정도의 고급 정보,질 높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유료화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료화를 원치 않아서 더이상 서비스를 받지 않겠다는 이용자들에게는 확실한 사후 보장 조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유료화를 거부하는 회원들에게 갈 테면 가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 아니라,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애프터서비스를 기업이 제공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여기에 덧붙여 이들에 대한 개인정보 자료를 고객 데이터베이스에서 완전히 삭제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
  • [열린세상] 열병같은 외제 ‘명품’ 열풍

    몇달 전 최규선씨가 검찰에 출두해 심문을 받을 때 고가의 외제 양복을 입고 기자들 앞에 등장하여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 일이 있었다.검찰에 출두했던 다른 유명인사들도 겨울이면 너나할 것 없이 영국에서 생산하는 특정 상표의 목도리를 두르고 포토라인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문제는 그렇게 부정부패와 정치 스캔들로 검찰에 출두하는 사람들의 경우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외국제 고가 사치품에 대한 선호가 열병처럼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그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의 국민은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많으면서도 별로 쓰지 않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이 오히려 더 선호하고 있는 탓으로,애써 수출하여 벌어들인 외화를 까먹어 경상수지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0년간의 경제 발전과 정치 변혁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여 ‘성공한’사람들은 익명의 대도시에서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싶어서 외제 사치품을 구입하기 시작하였고,중산층도 카드 빚에 허덕이면서 분수에 넘치는 고가 제품을 사며 상류층을 좇아 가고있다.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개인이 소비하는 데 쓰는 돈 100원 가운데 9원 꼴이 금융기관에서 꾼 것이고,20원어치를 수입품을 사는 데 사용하며,사치성 수입품 소비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IMF 직전과 닮아 가고 있다. 왜 중산층까지 분수에 넘치게 외제 사치품을 사는가.이는 남달리 강한 우리나라 사람의 신분 상승 욕구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개발 독재시대에 정부는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 노래를 통해 신분 상승 욕구를 불러 일으켰고,그 욕구는 사회를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만들어 경제,사회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고 재벌 총수가 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었고 꿈을 이루기도 했다.하지만 고도성장기가 지나고 저성장의 시대,경제 불안의 시대를 맞으면서 신분 상승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부자의 아들이 부자가 되고,가난한 영재의 산실이었던 서울대마저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통로로서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또한 각종 고시를 통해 자동으로 신분 상승이 이루어지던 때는 지난 것 같고 벤처기업의 성공도 한때의 물거품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스로 성공하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어서 우리는 성공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성공한 척하려고 하며,외제 사치품은 이를 위한 소품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돈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쓸 법한 차를 사고 옷을 입고 장신구로 치장하며,특히 상품명을 도배하듯 발라놓은 외제 사치품을 착용함으로써 상층의 일원임을 과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외제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포장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일부 언론의 영향도 크다.요즘 IMF 직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텔레비전 드라마에 온갖 외제차가 등장하고 상류층의 주인공들이 걸치고 나오는 장신구,옷을 통한 간접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사용하는 외제 사치품을 사용함으로써 그 주인공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려 한다.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상류의 이미지를 자기에게 덧씌움으로써 자기 정체성의 착각을 통해 스스로 만족을 얻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으려한다.고가 외제 사치품의 선호는 우리들의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 상실의 표현이다. 오랫동안 국민들의 신분상승 욕구를 자극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역동성이 우리 사회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이제는 지나친 신분상승 욕구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우리들을 빚더미에 앉히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성공과 부가 사람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는 획일화에서 탈피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해도,또 돈이 많지 않아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소중함을 스스로 느낄 수는 없을까.외제 사치품을 입어서 가치를 높이 평가받으려고 하기보다 어떤 제품이든 자신이 이를 사용함으로써 그 격을 올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존심을 우리 모두 갖게 될 수는 없을까.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 여성학
  • 편집자에게/ 계층화 강화와 사회의식 약화

    -‘서울대생 절반 지역할당 반대’기사(10월15일자 31면)를 읽고 서울대학교의 사회적 역할과 지역 계층간의 통합성을 강조한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지역할당제에 대해 서울대생들은 반대 입장(47.1%)이 찬성 입장(24.6%)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소수자 권리 보장에 대한 의식에서도 보수적 경향을 보였다.또 외국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겠다는 학생들이 기존조사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학교 생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운동이 약화되면서 대학생의 정치의식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현상이기도 하지만 서울대생 중 중·상류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나타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의식조사에서 자신을 하류층으로 답변한 학생은 4.1%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서울대 출신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회 발전을 위한 역할에 둔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또 그동안 축적된 상징적인 권력을 벗어던지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IMF 이후 우리 사회가 계층간 소득격차의 심화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이 때에 서울대생들의 보수화 경향은 지극히 우려되는 일이다. 서울대가 올바른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뇌했던 ‘낡은 선배 세대’들에게 이번 결과는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대학은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고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서울대가 ‘학문과 연구의 공공성’과‘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터전’으로 거듭나는 데 재학생과 동문들의 뼈아픈 각성이 필요한 때다. 한만중/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
  • 한·미 안보동맹 50주년 학술회의/ “북한상황 절박 체면 살려줘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한·미 안보동맹 50주년을 맞아 대북포용과 한·미안보협력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지난 11일 양국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렸다.미국측 토론자인 조엘 위트 CSIS 연구위원,한국문제 전문가 돈 오버도프 교수,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위트 CSIS 연구원-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이 별 성과없이 끝남으로써 북한이 미국의 대북 핵심 현안에 대해 성의를 보일 준비가 안돼 있다고 주장해온 미국 행정부내 강경론자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북·미간 위기상황 재발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현재 북한의 상황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에 북한측의 많은 양보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최소한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다시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따라서 2003년 위기설은 여전히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다. ○오버도프 교수-한국에서 김대중 대통령만큼 확고한 신념과 정확한 정세분석을 바탕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견지해 나갈 대통령 후보는 없다.이회창 후보는 관리자형 지도자로 남북관계의 극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무현 후보는 햇볕정책의 승계를 천명했으나 포용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김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신세대가 북한과 미국에 대해 갖는 태도가 정치적으로 많은 함축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조사 결과,한국의 신세대는 한·미간 전통적인 신뢰관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주한미군 역할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착수한 경제개혁 조치들의 성공 여부를 현재로서 예상하기 어렵다.북한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니면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줄 수도 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어떤 대북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미간 심각한 갈등이 생기거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이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과 속도조절에 달려있다.○빅터 차 교수-한국의 차기 정부 앞에 놓여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주한미군의 장래 문제다.북한의 재래식 전투력은 약화됐으며,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을 능가했고 대북 억지력도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한미군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전후 세대의 반미감정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이런 변화들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언젠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mip@
  • [기고] 노벨상 회사원과 전문가 정신

    무명의 회사원이 노벨상을 받는다.비범한 천재들이 각고의 노력을 들여서도 받기 어려운 노벨상을,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이 받게 되었다.우리나라의 일은 아니지만,놀랍고도 신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명성과 평판의 두꺼운 벽이 깨어진 것이 놀랍고,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한 ‘프로’의 땀이 정당한 인정을 받은 것이 신나지 않을 수 없다.지금 국내에서 뜻하지 않게 로비 파문으로 명성이 얼룩지고 있는 노벨상 위원회가 던져준 신선한 충격이기에 더더욱 뜻깊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프로페셔널리즘이 부족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전문가적 직업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말이다.프로페셔널리즘이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영역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의 경지에 올라 성실하게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어떤 분야에서건 이른바 ‘프로’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뼈를 깎는 노력과 소명의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그런데 프로가되고 안 되고의 문제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전문가적 소양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를 길러낼 수 있는 토양은 페어플레이의 규범이 확립될 때 형성된다.특정 이해관계를 초월한 공정한 규칙이 마련되고 그 규칙이 편파적이지 않게 엄격하게 적용되어,주어진 게임의 규칙 하에서 능력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사회가 이루어질 때 프로들이 생겨난다. 프로가 대접받지 못하고,실력 이외의 다른 변수가 취업,승진,성공 등에 작용을 한다면,실력 배양을 통한 프로가 되려는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페어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그래서 실력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다면,누군들 인고의 과정을 거쳐 프로가 되기 위한 좁은 문에 들어서려고 하겠는가?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 프로가 포진하여 실력을 발휘할 때,그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반면 프로가 소외당하는 사회의 발전 가능성은 그만큼 낮을 것이다.페어플레이는 그래서 정의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요령의 프로가 아닌 실력의 프로가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설 때,무한경쟁 시대의 생존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정치의 시절이다.대선을 앞두고 소용돌이치고 있는 정국을 바라보며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정치가 페어플레이의 중요성에 좀 더 크게 눈을 떠주었으면 하는 것이다.얼마 전 학생들에게 정치라는 단어와 연상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각종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학생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뇌물,싸움,부정,돈,줄서기 등등.우리 나라에서 정치에 대한 이러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비단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정치판에서는 페어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인 것이다.실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의 조정과 국민을 위한 공공재의 공급과관련되는 고도의 의사결정 행위가 바로 정치의 역할이요,정치인의 책무일진대,공정한 경쟁의식과 프로정신의 역할은 실종된 채 술수만이 난무하는 정치판이 제대로 정치의 기능을 수행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 결과를 보며 다시 한번 우리의 정치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 대선후보 재벌정책 공방/ 완전포괄주의 정부입장 “위헌소지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8일 재벌의 편법상속을 막기 위해 상속·증여세에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정부는 “위헌소지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노 후보의 정부 재벌정책 비판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노 후보는 이날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해 재벌의 상속·증여가 어떤 형태로 일어나든 광범위하게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법 체계를 바꾸겠다는 주장을 폈다. ‘완전 포괄주의’는 과세대상을 하나하나 법에 명시,여기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열거주의’의 반대 개념이다. 법에는 소득·재산 등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만 남김으로써 과세여부에 대한 판단을 국세청 등 당국에 맡기는 방식이다.세금을 신축적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과세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열거주의와 포괄주의의 중간 형태인 ‘유형별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과세대상을 나열한 뒤 ‘이와 유사한 경우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식으로 뭉뚱그린 방식이다. 노 후보의 주장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권 침해를 막기위해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며 완전포괄주의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후보는 또 “재벌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정부 개혁의지가 정권말기를 맞아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재벌개혁 등 기업 구조조정이었다.”면서 “자율성은 강화하되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높인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노 후보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으로 돼 있는 상호출자·상호지급보증 제한대상도 일반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한 대목에 대해 정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열린세상] 재해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가을을 재촉이나 하듯이 주말을 끼고 한 이틀 비가 내렸다.얼마 전 온 나라가 진저리를 쳤던 비 피해가 떠올라 빗방울이 조금만 굵어져도 불안했다. 추수를 앞둔 시기라 더욱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도 별 문제는 없었다.내린 비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안도는 하였지만 여전히 재해로부터의 안전망이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압축적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성장의 과실을 다급하게 얻으려는 조바심이 앞서,기본에 충실하기를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다. 재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대충적당주의는 정부정책과 일상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려 좀처럼 치유하기 어려운 도덕적 해이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번 기록적인 수재 피해를 당하고도 그 대책은 여전히 국면 회피적이고 국민정서에 호소하는 것이 전부였다.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특별재해지역을 선포하고,피해가구당 몇백만원의 보조금을 주고,망가진 도로와 다리를 복구하는 일이 전부였다.당장 급한 불을 끄는 대책들이라 이것을 나무랄 까닭은 없다.그러나 재해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이 남발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비슷한 재해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그 어디에도 재발 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에 관한 정책적 움직임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엄청난 인명과 천문학적인 재산 재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된 정책 공청회나 세미나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월드컵 이후 한국사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여기저기서 너나 할 것 없이 호들갑을 떨며 개최하던 세미나를 생각해 보면 매우 대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재해가 날 때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만 안전사회를 향한 청사진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그동안 우리는 재해가 터지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문제해결적인 접근보다 국면회피를 위해 애국심을 볼모로 국민 정서에 호소해 왔다.국민의 동참정도를 재해 대책의 성패 기준으로 삼으면서 말이다.언제까지 이런 방식이 통용될지 의문스럽다. 물론 수재의연금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문제는 국민의 성금이 문제해결의 관건인 양 위기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는 데 있다.프로골프 선수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누구는 얼마 냈고,누구는 얼마 냈고 하는 기사화는 수재의연금의 액수가 마치 애국심의 표시인 양 몰아가는 천박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정서에만 의존하는 대책으로는 재해공화국의 오명을 벗기는 어려우며 반복되는 재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더더욱 어렵다.정부의 임시 방편적인 재해정책이나 수재의연금에 의한 국민정서적 접근 모두 일회성,이벤트성,전시행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언제 닥쳐올지 모를 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까지 자연을 원망하며,몇십년에 한번 온 폭우니 태풍이니 하며 운수타령식의 얘기만 계속할 것인가 말이다.몇십년만의 한번이라는 무책임한 확률이 피해 당사자에게는 모든 것을 빼앗는 일이다. 재해로부터의 안전이 삶의 질의 중요 항목임을 명심하여야 한다.이제부터라도 졸속적인 근대화의 멘털리티와 관행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아시안 게임이 한창이다.경기장마다 대한민국의 함성이 우렁차다.‘새로운 비전,새로운 아시아’가 월드컵의 자부심과 어우러져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아닌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세계적인 축제를 주최하면서 안전사회를 향한 우리의 준비는 어느 정도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선진사회와 후진사회의 차이가 무엇인가.언제 올지 모를 어려운 때를 위해 무언가 조금씩 준비하고 모아두는 사회와 그러하지 않는 사회와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추수가 한창인 풍요의 계절이다.혹독했던 지난 계절을 기억하며 안전사회를 위한 시스템 차원에서의 디자인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길성 고려대 교수 사회학
  • 국내 법체계 옛 공산권 수출

    국내 법률문화가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 옛 공산권 국가에 수출된다.또 통일 이후 북한의 체제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검사들이 이들 국가에 파견돼 자본주의로 체제가 변화한 과정을 연구하게 된다. 법무부는 29일 이같은 내용의 ‘법률문화 수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수용 중인 옛 공산권 국가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법무부는 입법 작업을 포함해 이들 국가를 법률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지원 대상은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옛 독립국가연합과 베트남,미얀마,몽골,라오스 등 아시아국가 등 10여개 국가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지난 2월과 7월 국제법무과 검사를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보내 법률교류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다른 국가와도 조만간 법률문화 교류 등에 대한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이들 국가가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데 자문 역할을 하고,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각종 사례를 제공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현재 이들 국가의 법률가들을 불러 법무부의 역할과 위상 등을 교육하고 있고,교정·보호·출입국 업무 등도 연수시키고 있다.한국국제협력단이 마련한 2∼3주 코스의 법무연수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또 이들 국가에 대한 국내 기업의 진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기업진출에 유리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국가에 최소 검사 1명씩을 파견,국내 진출기업에 대한법률자문은 물론 범죄인 인도나 내국인 보호 등의 업무도 병행키로 했다. 법무부가 법률문화 수출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OECD 회원국으로서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더불어 국가 위상을 높이자는 게 기본 취지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도 통일 이후 체제정비에 필요한 사전 경험을 축적하는 이득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작지만 강한 기업] 홍성호.박영민 인디펜던스 공동대표

    “국내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도 이제 세계를 공략해야 합니다.”광고제작 프로덕션 인디펜던스 홍성호(洪性昊·36)·박영민(朴永敏·35) 공동대표는 3차원 애니메이션 ‘에그콜라’로 세계시장을 넘보는 젊은이다. 에그콜라는 콜라맛 제품의 제작 비밀을 둘러싼 소동을 그린 작품.2004년 12월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지난 7월 미국 LA에서 열린 산안토니오 CG 박람회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이 박람회에서는 전세계 5000여 출품작 가운데 50개 작품만이 최종 선정됐다.심사위원들은 에그콜라의 부드러운 그림을 보며 “정말 한국에서 만든 것이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90년부터 제작한 3차원 TV광고만 500편이 넘을 정도로 국내 TV광고계를 이끌어온 베테랑 CG 기술감독.이들이 광고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96년 인디펜던스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삼성 ‘애니콜’,신한은행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LG세탁기 ‘대포물살’ 등의 히트광고가 이들의 손을 거쳐갔다.사원 62명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만 해도 30억원에 이른다. 두 사람은 지난해 광고계 명성을 ‘훌훌’ 털고 척박한 3차원 애니메이션세계로 뛰어들었다. 현재까지 에그콜라 제작비로 5억원을 쏟아부었다.일각에서는 이들의 ‘무모한 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국내 CG 애니메이션이 한번도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작하는 에그콜라는 최근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선정한 ‘스타 프로젝트’ 지원대상 작품으로 뽑혀 2억∼5억정도를 지원받는다.홍대표는 “순수제작비 1000만달러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정부가 CG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대 영상만화과 교수이기도 한 박대표는 “겉으로 드러나는 광고는 화려하지만,광고기술이나 내용이 축적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내에서 CG전공자들이 매년 2000∼3000명씩 쏟아지고 있으나 ‘끼’를 발휘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고 정부의 애니메이션 활성화 정책을 아쉬워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美 언론출판재벌 월터 애넌버그 사망

    미국의 전직 출판재벌이자 자선사업가인 월터 애넌버그가 2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커뮤니케이션 학과의 캐슬린 홀 제이미슨 학장은 이날 “애넌버그가 폐렴 합병증으로 필라델피아 윈우드 교외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출판업자인 아버지로부터 출판사 2개 등을 상속받은 애넌버그는 트라이앵글 출판사를 설립,‘TV 가이드’와 ‘세븐틴’ 등을 창간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애넌버그는 생전에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자선사업과 대학 언론학과에 기부했으며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10억 달러 상당의 예술품도 박물관에 기증했다.특히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이래 미 대통령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1969년에는 외교 경력이 일천하다는 논란 속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의해 영국 주재 미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AP연합
  • [인터넷 스코프] G2B 구축 의미와 과제

    지난 9월30일 우리나라 공공조달은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전자정부 11대 과제의 하나로 구축된 ‘국가종합 전자조달(G2B)’ 시스템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이것은 전자조달뿐만 아니라 전자정부 사업이 마침내 그 모습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로운 G2B 시스템이 갖는 차이점은 지금까지 기관별로 구축해온 전자조달시스템을 범정부적으로 통합하였다는 데 있다.바로 여기에 ‘전자정부’사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이 뿌리내려 있는 것이다. 전자정부특별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서 이 사업의 추진과정을 살펴보면서,부처를 초월한 정보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조달청은 물론 재정경제부,행정자치부,기획예산처,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해 특정부처의 이해를 초월하는 밑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G2B 시스템이 우리의 공공조달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있다. 첫째,공공기관간 발주방식과 절차가 인터넷에 공개돼 전체 공공조달의 투명성이 높아지게 되었다.G2B를 통한 입찰공고가 의무화됨에 따라 각기관의 발주내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정부와 기업간의 거래가 전자화됨으로써 부패소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민간기업의 절차와 부담이 현저히 간소화돼 조달과정 전반이 효율화되는 것이다.먼저 9만 6000여개에 달하는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정보를 한번의 클릭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입찰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류작성의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예를 들면 한 건의 계약서를 위해 총 1700개의 직인이 필요했던 것이 한번의 전자인증으로 처리된다.뿐만 아니라 조달업체가 직접 제출해야 했던 각종 증명서도 정부 내에서 처리된다. 셋째,전자조달의 확대는 민간부문의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어떤 조달업체이건 G2B 시스템에 한 번만 등록하면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정부물품에 대한 분류체계의 표준화도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G2B 시스템의 개통으로 우리나라는 전자조달을 본격화하기 위한 물리적,인적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그러나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와 이용자의 요구사항 수렴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할 분야이다.우리의 성과를 해외에 알리고,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국내 IT산업의 해외진출에 활용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G2B를 위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물리적 시스템의 구축이 곧바로 효율성과 투명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의 신뢰관계에 내재한 자본을 일컫는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수준은 세계 133개국 중 15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효율성은 49개국 중 25위,투명성은 102개국 중 40위에 불과하다. 사회적 자본은 거래비용을 줄이고 정보의 획득을 용이하게 하며,시스템에 필수적인 규범을 형성시킨다. 공공기관과 기업,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와 네트워킹을 통해 신뢰’를 쌓아갈 때 비로소 G2B,나아가 뒤이어 개통될 다른 전자정부 사업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윤창번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 北 비밀지원설/ 가열되는 정치공방

    ■한나라 강공 - 國調 강수… 병풍 견제구 한나라당이 현 정권의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 의혹과 관련,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민주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태세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29일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와의 30일 회담에서 이 사안과 관련된 국정조사 실시를 강력 요청하고,민주당이 거부하면 이번 주 초에 우리 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단독 국정조사 불사 방침을 세운 배경에는 일단 이번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 규명에 들어간다 해도 밀릴 게 없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이 사건 진상규명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에서 “4000억원이 수표로 인출된 곳은 산업은행 본점 영업부와 구로지점,여의도지점 등 3곳”이라고 산업은행 최초 인출계좌를 전격 거명한 뒤 “정부의 대응에 따라 단계적으로 밝혀나가겠다.”며 추가 폭로 의사를 시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실제로 당 주변에서는 정부의 대북 지원과 관련해 많은 제보가 축적돼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또 이번 사안의 영향력이 ‘병풍’ 등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공세를 압도하는 등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 하다. 실제로 이 사건 폭로 이후 ‘병풍’ 등 민주당의 공세가 크게 약화됐을 뿐아니라,최근 신당 창당을 앞두고 급부상하고 있는 정몽준(鄭夢準) 의원에 대한 견제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각 정당의 합의가 필요한 국정조사의 특성상 실질적인 조사활동이 이뤄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선 전까지 의혹 제기를 통한 ‘이슈 끌고가기’만으로도 선거전에서 충분한 성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한나라당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검찰 등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기보다,확인되는 사례마다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도 이런 효과를 노린 조치로 보인다. 조승진기자 redtrain@ ■민주·국정원 맞불 - 색깔론 비화 차단막 치기 민주당은 ‘대북 비밀지원설’에 대해 한나라당이 단독 국정조사 방침을 세우자 “국정조사를 하려면 이회창 후보 관련 병역비리 의혹도 함께 조사하자.”고 맞공세를 펴는 한편 북풍의혹이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내부에선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가 ‘병풍공세를 피하며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색깔론 공세로 연결하려는 도입부’라고 판단하고 있다.따라서 의혹의 조기진화를 위해 ▲한나라당 주장의 논리적 모순 지적,허구성 입증 ▲4억달러 지원설과 정부의 기타 대북지원사업의 분리 강조 ▲정부 등에 적극적인 해명 요청 등의 세부 대응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29일 현대상선이 2000년 6월7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당좌대월 4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같은 해 6월에,나머지 3000억원은 7,8월에 만기도래 어음 상환에 사용했다고 밝힌 것 등을 근거로 한나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2000년 6월 현대상선이 4900억원을 지원받아 북에 송금했다고 주장하나,이 회사사장이 7월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동성에 문제 없다.’고 밝혀 당좌대월 4000억원은 7월 초까지도 현금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주장의 모순을 지적했다.그는 또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 5억 5000만달러가 움직였다면 환율이 크게 출렁거렸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거짓 주장을 금융시장의 전문가들이 비웃고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2000년 봄에 그 정도의 외화가 빠져나갔다면 외환보유고에 변화가 나타났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한나라당의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국정원은 “(한나라당은)막연히 국정원측에 넘겨줬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언제,어떤 방법으로 넘겨주었는지 밝혀야 하고,세탁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정원은 대북정책 관련 개별기업의 금융이나 자금거래 등 경제행위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민·형사상 대응방침을 밝혔다. 김경운기자 kkwoon@
  • 포스코 민영화 2년 세계 최고 기업 ‘우뚝’

    30일 민영화 2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포스코는 1998년 정부의 민영화 계획 발표 이후 4년간 5조 14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회사 설립 뒤 지난 97년까지 올린 순이익보다 1조 800억원 많은 금액이다. 이는 특히 지난 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수익성 위주의 경영 혁신과 체질 개선,품질 향상,생산성 제고 등 민간기업에 걸맞은 전사적 노력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영화 발표 후 매년 순이익 1조원 이상 달성-포스코는 98년 이후 연평균1조 285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재무구조도 크게 향상됐다.97년 6조 8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5조 2000억원으로 줄었다.지난 8월 말에는 4조 6900억원으로 감소했다.이 덕분에 부채비율은 97년 141%에서 지난 8월 말 현재 53.4%로 떨어졌다.50%를 밑돌던 자기자본비율도 65.2%로 치솟았다. ●민영화 이후 주가 2배 급등-민영화 이후 포스코 주가는 2배가량 뛰었다.주당 가격이 97년 연평균 5만 1705원에서 99년 11만 4296원으로 치솟았다.현재는 1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인 데 힘입었다.지난 88년 6월 기업공개 당시 포스코의 지분비율은 정부 20%,산업은행 15%,금융권 25.3%,기타 39.7% 등이었다.민영화로 외국인 주식 보유가 허용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외국인 지분은 지난 98년 말 38.1%에서 지난 6월 말에 60.4%까지 높아졌다. 특히 98년 12월 정부 지분 3.14%와 산업은행 지분 2.73%를 미국 뉴욕증시를 통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원가 대비 25.6%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포스코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는 철저한 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비롯됐다.포스코는 그동안 크고 작은 경영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IR(기업설명회)를 펴왔다. ●경영혁신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포스코의 성공적인 민영화는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경영혁신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많다.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98년 취임 직후 철강업과 관련없는 신세기통신·포스코휼스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한편 과잉설비를 과감하게 줄였다.경영패러다임도 ‘최대 생산,최대 공급’에서 ‘적정 생산,최대 이익’으로 전면 수정,수익성이 떨어지거나 경쟁력이 없는 제품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였다. 특히 프로세스 혁신(PI)을 통해 일상 업무를 고객중심으로 바꾸고,세계 철강업계 최초로 디지털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업무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PI의 성공적 추진으로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 모두 38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 민영화의 이상적인 모델-포스코는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다른 공기업들과 달리 지난 68년 정부가 대주주인 주식회사로 설립된 이래 30여년간 해외 유수 철강업체들과 경쟁을 통해 독자 생존의 발판을 갖춰 왔다. 98년 7월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민영화 대상기업을 발표할 당시 포스코를 최우선 민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한 것도 이같은이유에서였다.포스코라면 국제사회의 무한경쟁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특히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게 다량의 주식을 매각한 게 아니라 국민주 방식의 기업지배구조를 갖추도록 한 것도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정치권 외압 해소 등 과제-민영화는 성공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포스코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철강 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실제로 포스코는 국책 기업으로 설립돼 30여년간 공기업으로 운영돼 많은 외압을 물리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민영화 이후에도 정·관계의 압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타이거풀스 주식 매입도 그같은 맥락이다. 전광삼기자 ■포스코 비전과 다각화-2006년 기업가치 현재의 2배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로 성장한 포스코는 오는 2006년 기업가치를 현재의 2배 수준인 35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철강사업 및 비철강부문 신사업의 투자를 확대하고 프로세스 혁신(PI)을 비롯한 다각도의 기업혁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 철강사업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설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스테인리스·자동차용 강판 등 고부가가치제품의 생산능력을 더욱 확충할 예정이다.원가와 환경면에서 기존 제조방식과 비교할 수 없는 첨단 파이넥스(FINEX)공법을 오는 2005년까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해외 철강사업분야는 철강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컬러강판·전기강판·스테인리스 등 고급 제품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신사업부문도 강화하고 있다.철강산업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오는 2005년까지 전남 광양에 10만㎘ 규모의 LNG(천연액화가스)저장탱그 2기를 갖춘 LNG터미널을 준공할 계획이다.바이오 분야에서는 미국에 바이오벤처투자회사를 설립,2006년까지 우량 바이오 벤처 20개를 선정,5000만달러를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축적한 수익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2년까지 국내에서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일본·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등 본격적인 바이오산업에 진출키로 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옌촹은 누구/ 양빈 ‘오른팔’… 어우야그룹 자금총책

    ‘양빈 장관의 오른팔 옌촹을 주목하라.’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된 어우야(歐亞)그룹 양빈(楊斌·39) 회장의 중국내 기업활동을 보좌한 인물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은 그룹 부회장 옌촹(閻闖)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우야 그룹 ‘재무총감’(자금담당 최고책임자·CFO)을 겸하고 있는 옌촹은 양 회장이 대(對) 중국 투자 이후 사업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본을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그를 중국 제2의 갑부로 공인받게 했다. 지린(吉林)재정무역대학을 졸업한 공인회계사 겸 공인증권회계사로서 한 회계사 사무소에 근무하던 옌촹은 1998년 이 회계사사무소 고객이었던 양빈을 알게됐다.당시 양빈이 중국 각지에서 벌인 화훼사업으로 재원을 축적하기는 했으나 기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결정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양빈의 승승장구를 도왔다. 이처럼 양 회장이 기업활동을 하는 동안 내내 보좌역을 맡았던 그가 신의주특구에서도 양빈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지가 관심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美 “기업 부정축재 몰수”

    (뉴욕 연합) 미국 정부는 앞으로 기업이나 기업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전부 몰수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앞으로 검사들이 마약사범의 재산을 몰수하듯 기업인들이 부정행위를 통해 축적한 재산은 모두 몰수해 이를 투자자들을 포함해 부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되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법무부는 26∼27일 전국 관련 검사회의를 갖고 화이트칼라 범죄행위 처리 요령을 시달할 계획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애슈크로포트 법무장관이 이 자리에서 기업의 부정행위에 대한 강경한 처리 방침을 강조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엔론사태 이후 회계부정 등 기업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왔었다. 부정행위로 얻어진 기업이나 기업인의 재산을 몰수한다는 원칙을 공식으로 밝히기에 앞서 연방검찰은 최근 횡령 등 혐의로 체포한 아델피아의 창업주 가족으로부터 25억달러의 재산을 몰수할 계획이다.
  • [대~한민국 24시] 백화점 가을세일

    ‘감각이 앞선 당신을 초대합니다.’(좀 있으면 또 세일을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신상품을 사는 게 좋을 걸.) 1년의 대부분을 ‘사바사바(사은행사-바겐세일-사은대잔치-바겐세일)'한다는 백화점들이 ‘추석 맞이 대잔치’를 끝내자마자 24일부터 ‘브랜드 세일’을 시작했다.브랜드 세일은 정기 바겐세일 직전 전체 입점 브랜드의 50∼60% 정도가 참여하는 일종의 ‘맛보기 세일’이다.그래서 백화점이 뿌린 광고 전단의 카피가 ‘감각이 앞선 당신’ 운운하는 것이다. ◆줄 선 사람들-24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뭘 사러 나오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100여명의 쇼핑객들이 굳게 닫힌 유리문을 바라본다.아니,절반 정도는 백화점 쪽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마치 시내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도로를 쳐다보고 있다. 딸과 함께 나온 중년 부인부터 친구의 팔짱을 낀 20대 여성,사이좋게 담배를 나눠피우는 일본인 남녀 관광객까지.이유야 어찌됐든 이들은 찍어둔 물건을 한시간이라도 빨리 사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포도넝쿨을 돋을새김한 웅장한 현관 유리문 너머에서는 산뜻하게 유니폼을 차려 입은 매장 직원들이 ‘볼룸댄스’를 추며 하루일과를 준비한다.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모습에 하이힐을 신고 오후 7시30분까지 서 있으려면 마디마디 관절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전투 준비인 셈이다. 춤을 추면서도 이들의 얼굴은 표정이 전혀 없다.하지만 잠시 후 문을 열면 ‘스마일 컨설턴트’들이 가르쳐 준대로 한없이 맑은 미소를 띤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변검(變瞼·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중국의 전통 가면술)’이 따로 없다. 10시20분쯤 왕궁의 수문장같이 근엄한 표정으로 문을 지키던 검정양복 직원이 무슨 이유인지 잠깐 문을 열었다.팻말에 분명히 ‘Open 10:30 AM’이라고 써놨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버스를 기다리는 체’ 하던 사람들까지 입구로 몰린다.물론 이들은 검정양복 직원의 가벼운 제지에 막혀 다시 담배를 피우거나,버스를 기다리거나 하며 딴전을 피워야 했다. ◆활짝 열린 ‘왕궁’문-10시30분 드디어 ‘왕궁’의 문이 열렸고 사람들은 출근길 지하철을 타듯 그렇게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는 세상이지만 백화점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그 휘황찬란한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방향감각을 상실한다.처음에 들어설 때야 5층 신사복,6층 골프·스포츠 의류 코너 등으로 목표를 잡았겠지만 1층에서부터 눈을 뺏기고 만다.샤넬,프라다,버버리,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그이름만으로도 황홀한 ‘명품’들이 손만 뻗으면 잡힐 듯하다.그러나 주머니에 넣기는 쉽지 않다.174만 8000원의 가격표가 붙은 부츠나 74만 8000원짜리 하이힐을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브랜드 세일과 별도로 지난 20일부터 진행돼온 9층 ‘숙녀 캐주얼 가을 패션 대전’은 이른 시간부터 붐비기 시작했다.진열장 대신 시장처럼 ‘난전’을 펼쳐 놓아 심리적인 거리감도 없는 데다 철지난 옷이라 하여 평소의 절반값이면 마음에 드는 옷을 부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한 장에 만원짜리 티셔츠는 얼핏 고급 백화점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백화점에서 만원짜리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1만∼3만원에 불과한 가격표를 본 사람들은 마음 놓고 물건들을 유린하기 시작했고 제품이 헝클어질 때마다 직원들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이를 원상태로 돌려 놓았다.마치 군대에서 땅을 팠다가 다시 메우는 작업같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그때 그때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이내 쑥대밭이 되고 말 터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5층 남성정장 코너의 온갖 브랜드들도 할인 간판을 내세웠지만 8층에도 ‘신사 가을정장 특집전’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브랜드들이 널려 있다.역시 오전 시간대라 실 수요층인 남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입사 시험 면접을 앞두고 애인과 함께 찾아온 취업지망생,아들의 옷을 눈대중으로 맞춰보려는 노부인이 눈에 띌 뿐이다. P브랜드 코너의 한 직원은 “8층에 전시된 옷은 20만원 후반대 정장으로 품질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값은 싸다.”며 유혹했다.이 매장에서도 30%세일을 하지만 가을 정장은 최소 30만원 후반대를 줘야 살 수 있다.그는 “다음주면 정기바겐 세일을 할텐데 브랜드 세일을 왜 하는가?”라는 우문(愚問)에 “정기 세일 때는 사람도 너무 많고 때로는 물량이 달려 원하는 사이즈를 사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미리 싸게 파는 것”이라는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추석 연휴 직전에는 하루 1200만원 어치를 팔았다는 이 매장은 지난 몇달동안 세일 아닌 기간이 불과 보름 남짓 했지만 이 기간에도 하루 평균 300만∼400만원(주말 700만원)어치는 꾸준히 팔았다고 한다.1주일 정도만 기다리면 최소 1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는데도 제 값 주고 사는 손님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1주일씩이나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숙녀 정장이 넘쳐나는 4층 디자이너 코너에서는 중년 부인들이 그들의 몸에 맞게 설계된 디자이너의 옷을 걸쳐 본다.품이 넉넉한 정장들은 빨강,파랑 원색에 금빛,은빛 테를 둘러 오히려 눈에 낯설다.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하늘한 흰색 재킷이 터질 듯 위태위태하게 부인의 몸에 끼워 맞춰진다.거울 앞에선 그녀의 얼굴에는 만족한 웃음이 번지지만 옷깃을 바로잡아 주는 직원의 얼굴에는 조바심이 묻어난다. 친구들과 함께 백화점을 찾은 박모(53·여·노원구 상계동)씨는 “주방용품을 사러 들렀지만 이왕 온 김에 한 장에 30만∼40만원짜리 블라우스도 입어보고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7층에서는 ‘가전 특별 한정 서비스’가 한창이다.할인가로 대당 400만원이 넘는 49인치 프로젝션 TV는 20대가 한정이고 145만원짜리 세탁기도 20대만 그 가격에 판단다.550만원짜리 진동의자에 느긋하게 누워 안마를 즐기는 아저씨는 허리를 굽힌 직원이 혀에 쥐가 나도록 제품을 설명하지만 한귀로 흘려 듣는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하루중 가장 붐빈다는 오후 6시를 넘기자 쇼핑객들의 발걸음이 조금 바빠진다.7시30분 폐점 전에 맘에 드는 물건을 골라야 하지만 저마다 10∼30% 할인 팻말을 내걸거나 무슨 특집전,기획전 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아 선택이 쉽지 않다. 7시30분이 되자 폐점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사람들은 여전히쇼핑에 열중이지만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저마다 이 백화점의 상징인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다 빠져나오는 데 정확히 30분이 걸렸다.물론 아무 것도 사지 않은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백화점 정문 앞에는 떡볶이,어묵,꼬치,삶은 고구마 등을 파는 노점이 성황이다.양손에 든 쇼핑백만으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는지 500원짜리 어묵꼬치를 베어물고서야 어린 아가씨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알듯 모를 듯 묘한 표정의 여자 모델 얼굴로 뒤덮인 쇼핑백을 안고 먹는 오뎅맛.‘늬들이 이 맛을 알아?’ 쇼핑객들이나,오뎅가게 아줌마나,10만원짜리 상품권을 9만 5000원에 판다는 구둣방 아저씨나 백화점 세일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다. 류길상기자 ukelvin@ ■백화점 쇼핑심리 자극장치 백화점 건물은 고객이 물건을 사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하루 종일 조명을 밝혀 닭이 매일 알을 낳게 만드는 양계장처럼 쇼핑객들이 지갑을 열도록 온갖 장치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최근 개장한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의백화점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다.햇빛이 비치면 시간이 흐르는 걸 몸으로 느끼고 시계를 보다 보면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하고 조바심을 내기 때문이다.대신 실내가 워낙 넓고 거울이 많은 데다 조명이 대낮처럼 환하고 벽에 조명을 비춰 ‘창문효과’를 내놨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즐긴다. 만약 일반 사무실에 창문이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갖 고통을 호소하며 큰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것이다.욕구를 발산하는 공간과 이를 억제해야 하는 공간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제품을 직접 비추는 국부조명은 1200∼1500룩스이지만,일반 매장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하는 수준인 500∼600룩스의 조도를 유지한다.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음악 선정도 철저히 쇼핑 심리에 맞춰져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우선 개점시간부터 낮 12시까지는 클래식 음악을,12시∼오후 3시는 경쾌하고 빠른 팝송을,3∼5시는 가요를,5시∼폐점까지는 추억의 올드 팝송을 튼다.시간대별로 주로 찾는 고객층의 선호도와 인간의 생체리듬을 고려한 선곡이다. 또 개점,12시,3시,6시,폐점 시간 때는 백화점측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테마송’이 직원들에게 ‘알람’ 역할을 해주고 있다.이 매뉴얼은 지난 20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백화점측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다. 1층에 화장실이 없는 것도 불문율이다.만일 1층에 화장실이 있다면 지나가다 ‘볼일’만 보러 오는 사람 때문에 매장이 혼잡해지는 반면 화장실이 위층에 있으면 한번이라도 더 매장을 둘러보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류길상기자
  •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 9급 검찰사무직서 큰 성과

    1996년부터 시행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는 9급 검찰사무직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부와 한국행정학회가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에 관한 정책 세미나’에서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는 9급 검찰사무직,5급 일반행정직,5급 재경직 등의 순으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을 맡은 배득종 연세대 교수는 “채용목표율과 여성합격자 비율간에 비례관계가 나타났으므로 이 제도를 폐지하면 일부 직급의 여성합격률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면서 “제도의 보완책으로 시험별로 신축적인 목표치를 설정,여성합격률이 3차례 이상 30%를 넘으면 그 시험을 채용목표제에서 제외시키는 ‘삼진 아웃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황수정기자 sjh@
  • [밀레니엄] ‘장기불황’ 일본의 교훈

    최근 일본경제불안설이 고개를 들면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10여년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원인과 교훈에 대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자는 것이다. 일본은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툭하면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우리의 부동산 투기과열 현상에 잘못 대응하면 우리도 일본식 장기불황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대한매일은 일본경제전문가인 고용수(高瑢秀) 한국은행 아주팀장과 KDI의 일본 관련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우천식(禹天植) 장기비전팀장의 대담을 갖고 일본의 장기불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교훈 등을 짚어봤다. ◆고용수 팀장-일본 경제가 위기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한국은행 도쿄사무소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일본사람들은 엄살이 심하다는 것입니다.자그마한 어려움도 마치 위기처럼 말하곤 합니다.일부에서는 일본이 위기불감증에 걸렸다는 지적도 하지만,일본에는 위기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우천식 팀장-최근 장기침체라고 하는 것은 1980년대 후반에 일본경제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죠.10년 장기불황에 비하면 최근에는 새로운 균형기에 접어들었습니다.KDI는 ‘일본경제의 10년 불황에서 배워야할 교훈’보고서에서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첫째는 성공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것이고,둘째는 10년동안의 점진적인 체질개선 노력으로 최소한의 안정을 되찾는다는 것입니다.마지막 시나리오는 구조적인 침체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것입니다.저는 일본이 어느 정도의 조정기를 거쳐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고 팀장-일본의 구조조정은 10년동안 진행돼 왔지만,한국식 관점으로는 성과가 없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습니다.하지만 일본의 구조조정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영·미식과 다릅니다.일본은 이해관계자 모두를 중시합니다.따라서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앞으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일본이 공적자금을 투입할줄 몰라서안하는 게 아닙니다.우리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일본사람들은 은행 책임을 정부로 떠넘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 팀장-일본이 불황을 겪게 된 원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일본의 침체는 우리의 외환위기 전개과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비정상적인 거품이 생겼고 과감히 금리를 올렸어야 했는데 방치하지 않았습니까?그런 경험은 최근 우리의 거시정책 운용기조에도 함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고 팀장-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은 버블(거품) 붕괴와 정책 타이밍의 실기에서 촉발됐습니다.85년 플라자합의 이후 87년까지 엔화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진작 정책을 폈고 13개월동안 재할인율을 무려 2.5% 포인트나 내렸습니다.이것이 부동산 버블을 가속화시켰어요.경기과열 조짐을 느낀 일본은 89년까지 5차례에 걸쳐 금리를 3.5%포인트 인상해 긴축정책을 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뒤였습니다.버블이 고조됐을 때 긴축정책을 폄으로써 붕괴를 가속화시킨 셈입니다.우리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중동정세불안 등 대외경제불안 요소가 있어 금리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일본의 실패 교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우 팀장-일본의 금리정책은 미온적,사후적이었고 미국은 과감한 선제적인 정책을 취해 안정적인 기조를 마련했습니다.일본의 경험은 금리인상의 폭과 점진적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금리인상의 충격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일본은 자산 디플레와 주가하락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우리는 주가는 보합·안정화돼 있고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양상입니다.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어 버블이 꺼지는 데 민감하지만 우리는 개인이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거시정책적인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 팀장-금리를 올려야 한다기보다는,금리 인상의 폭을 생각하면서 점진적인 인상을 생각해야 합니다.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실물시장이 주식시장을 주도했지만 금융시장이발달한 요즘에는 금융의 영향이 더 큽니다.일본의 상황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정책의 타이밍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우 팀장-일본 경쟁력의 한계에 대해 논의는 많지만 아직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경쟁력의 한계는 80년대부터 나타났습니다.일본은 경제주체간 긴밀한 거래를 하면서 자체 조달하는 구조입니다.경쟁·비경쟁이 결합된 이중구조이기도 하지요.하지만 이런 자급자족·폐쇄형 경제는 세계화에 직면하면서 한계를 보여줬습니다.재정과 금융정책을 통한 거시적인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시스템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고 팀장-거기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경쟁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제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회계부정 등으로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일본식 자본주의 모델이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이 자신들의 모델을 바꿔서 경쟁력을 확보할 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은 미국식 스타일에 접근해 가고 있지만,일본의 장점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일본의 장점은 경영자·노동자의 장기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데 있습니다.경쟁과 협조 가운데 협조에 무게를 뒀던 일본식 경영방법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우리는 미국식 장점과 일본식 장점을 지혜롭게 조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우 팀장-맞습니다.미국의 최대장점은 개방성과 유동성에 있습니다.일본의 폭넓은 관계지향성은 그동안 폐쇄적인 범위내에서 이뤄져 왔지만 앞으로는 개방적인 관계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의 모든 것을 폄하하기보다는 단점을 생각하면서 학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지난 5년동안 우리가 받아들이려고 했던 글로벌 스탠더드를 다시 평가하는 게 우리의 새로운 과제입니다. ◆고 팀장-장기불황 속에서도 일본 대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해 연구개발에 투자합니다.이런 노력들은 설비투자 지표에 반영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생산능력 자체를 축소해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일본 기업들의 이런 노력을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일본은 정부의공공적인 측면을 중시합니다.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40%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공재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 ◆우 팀장-대기업 중심인 우리의 경제구조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일본에 비견할 실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요.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특히 취약합니다.성장동력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이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정부가 새로운 역할을 하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팀장-일부에서 일본이 디플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를 부양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만,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일본은 연금·고용 등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가 늘지 않고 저축률이 상승했습니다.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으면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습니다.일본이 엔화약세 정책을 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과잉고용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본은 해고보다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감축 등의 방법을 택했고 우리는 해고를 택했습니다. ◆우 팀장-외환위기를 겪은뒤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시스템이 모범답안처럼 돼버렸습니다.미국식 인력구조의 문제점은 인적 자원 투자가 약하다는 것입니다.실험적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작용도 많습니다.일본 시스템의 장점은 사람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지요.일본식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식 인센티브 성과주의에 의존하다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고 팀장-일본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사람들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고이즈미 내각의 목표는 ‘국민 모두가 개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경제사회 구축’을 내걸 정도로 사람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우 팀장-우리는 5년동안 심층적인 구조조정을 했고 최저생계비 등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했습니다.하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정서는 ‘능력이 없어 구조조정을 당한다.’는 것이지요.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사람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사회적인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재교육과 재배치 등에 대해 국가는 고민해야 합니다.범국민적인 동의가 없다면 시스템의 위기가 올 수있습니다.구조조정 과정의 피해를 국가가 최소한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박정현 김유영기자 jhpark@ ◇고용수 한국은행 조사국 해외조사실 아주팀장 ▲47세 ▲연세대 경제학과 ▲81년 한은 입행,조사국·기획국 등 근무 ▲도쿄사무소(94년 10월∼99년 6월) 근무 ◇우천식 KDI 장기비전팀장 ▲42세 ▲서울대 경제학과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석·박사 ▲클렘슨대 경제학과 교수 ▲저서 ‘위기극복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지식기반경제발전 종합전략’ 등 다수
  • [사설] 화교 장관 기용한 ‘신의주 실험’

    북한은 신의주를 특별행정구(특구)로 지정한데 이어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인 양빈(楊斌) 어우야그룹 회장을 초대 행정장관에 기용했다.어제 평양에서 취임식을 가진 양 장관은 특구 안에서 달러화를 공용 화폐로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업무를 시작했다.그는 앞서 어우야그룹 회장 자격으로 북한 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특구 운영·관리에 관한 기본 합의서를 체결함으로써 북한 당국으로부터 특구 건설 추진에 따른 전권을 이양받았다.중국의 2대 부호로 외국자본 유치에 최적격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양빈 장관의 구상과 향후 북한의 인프라 구축 계획에 대해 국제사회가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없다는 점은 성공의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39세의 젊은 나이로 화훼·유통업·부동산업에 뛰어들어 1조원이 넘는 부를 축적한 그에 대해 벌써부터 탈세와 주가조작,특혜시비 등 많은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특히 미국과 일본 언론들이 그의 전력을 놓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물론 그의 기용을 통해 북한의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제변혁과 개방 의지를 읽을 수 있다.하지만 1984년 합영법제정과 90년대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가 외국 자본에 외면당한 것도 인프라 구축에 대한 취약한 신뢰성 때문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신의주 특구 실험은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없는 장기사업이다.북한은 먼저 국제사회에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서는 필수적 요소인 전력·항만·철도·도로 등 인프라 구축 구상도 밝혀야 한다.나아가 외국 자본과 인력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선진 금융 및 경영시스템,그리고 송금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신의주 특구에서 생산된 제품의 판로 확보를 위해서는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 등 국제관계의 안정 장치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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