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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문위원 칼럼]독자가 만족하는 신문돼야

    신문은 매일 독자의 평가를 받는 상품이다.내부 조직원이나 외부필진은 자기 만족이 아니라 독자의 만족을 위해 신문을 제작한다.언론의 최우선 목표는 내부 언론인과 외부필진이 아니라 최종 고객인 독자의 만족에 있다. 신문사는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신문의 얼굴’인 1면에 총력을 다한다.신문마다 최고의 기사,최고의 인력을 1면,특히 톱기사에 투입한다.1면톱기사가 독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다른 기자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의 주목도나 광고료도 1면이 가장 높은 편이다.이같은 중요성을 감안할 때 최근 대한매일의 1면 제목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지난달 29일자 ‘외치는 후보,춤추는 표심,또 고향타령’이란 기사는 부적절한 용어 선택을 보여주는 사례다.‘고향타령’과 ‘지역감정’이란 용어의 쓰임새는 전혀 다르다.‘고향’이란 용어는 향수를 자아내는 속뜻을 갖고 있지만 ‘지역감정’이란 부정적인 속뜻을 갖고 있다. 기사를 보면 쉬운데 제목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사례는 ‘반창 반노 세력 재편 급 물살’이란 27일자 “대선 ‘눈 터지는 계가(計家)’예고”라는 26일자 1면 톱기사를 들 수 있다.신문 제목이란 기사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기사에서 표현하기 힘든 함축적 의미를 제시해,제목만 봐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한국 언론 모두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도청의혹’ 폭로기사도 마찬가지이다.우리나라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집단인 정치인의 폭로,결론 없이 흐지부지할 수밖에 없는 검찰조사,그리고 면책특권 때문에 아무런 피해도 없이 또다른 폭로를 준비하는 정치권에 확성기를 빌려주는 이러한 폭로저널리즘은언론의 신뢰도를 해칠 뿐이다. 지면을 더욱 분석해 보면 기사 작성의 기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기사가 간혹 보인다.30일자 메트로 면의 ‘휴대전화 이용한 주차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기사는 기사 작성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서울 구청에 제안서를 내좋은 반응을 내고 있다’는 홍보성 기사는 브랜드를 깎아 내릴 위험소지가있다.또 같은 면의 ‘서울사는 외국인들 관심사는 무엇일까’ ‘돌고래 이름 지어주세요’라는 기사는 일정 예고형 기사이다.또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시스템 불가리아에도 수출’은 기사를 읽어보면 제목과 다르다. 대한매일이 외부필진을 이용해 벌이고 있는 지식나눔운동도 취지는 좋다.하지만 외부필진의 활용에 대해서 이제는 그 고과를 평가할 때라는 진단이다.신문의 칼럼을 포함한 지면 하나하나는 독자를 위한 것이지,필진이나 기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필진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양성을 대가로 칼럼의 품질을 희생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신문 칼럼의 가치는 통찰력,문장력,전문성의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통찰력이다.문장력이 모자라도 통찰력과 전문성만 있으면 독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외부 필진을 활용하는 이유는 외부 전문가의 전문적이고 통찰력있는 분석을 독자에 제공하자는 것이지 그들의 명함을신문에 소개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측면에서 외부필진의 글 가운데는 전문성이 실종된 칼럼이 적지 않다. 미디어 혁명으로 독자는 신문뿐만 아니라,방송과 인터넷 등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변덕스러운 독자의 만족도를 높이는것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 같은 환경에서 언론은 매일 독자를 만족시키고 있는지를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허행량 세종대 교수 매체경제학
  • 오피니언 중계석/평생교육정책 발전 토론회 - 국가차원 평생학습 인프라 다져야

    평생교육에 대한 40여년간의 이론적 연구와 실천 노력에 힘입어 지난달 30일 평생교육 단체들의 공동체인 ‘한국평생교육연합회’가 발족했다.출범에맞춰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한국평생교육정책 발전 대토론회’의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행사는 대한매일을 비롯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등이 후원했다. ◆이희수(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 운영실장) 지식이 가치창출의 원천이 되는 지식경제에서 평생학습은 ‘돈 잡아 먹는하마’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재인식돼야 한다.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주 5일 근무제 및 주 5일 수업제 도입으로 학습사회의 필요조건인 ‘여가사회’는 도래했으나 ‘학습사회’의 충분 조건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평생교육법 제정으로 시발점은 마련됐으나 평생학습에 대한 국민 체감도 및 인식도는 낮다.평생학습이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향상의 디딤돌이 되려면 우선 국가 차원의 평생학습 인프라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생교육 관련법을 정비하고,명목상의 평생교육 전담 지원기구를 실질적인 기구로 강화해야 한다.또 교육부 예산 1%를 평생학습정책 예산으로 확대하고,‘민(民)’의 학습 에너지를 촉발시킬 국민기초학력 업그레이드 운동과 학습동호회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전도근(경기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화수고 교사) 평생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생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적자원이 중요하다.이러한 인적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법에 의한 평생교육사 제도다.그런데 문제는 평생교육법에 언급돼 있는평생교육사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2000년 3월 현재 약 2만 6000명의 사회교육전문요원(평생교육사로 변환 가능)이 배출됐다.그러나 평생교육기관에 취업한 수는 극히 적은 숫자에 불과하며,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전문인력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먼저 평생교육법을 개정해 이들을평생교육 기관에 의무 배치하고,평생교육 기관들을 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평생교육사의 전문성과 현장감각을살려주는 연수기회를 확충하고,평생교육사를 고용한 기관에 대해서는 행·재정적 지원을할 것을 제안한다. ◆양병찬(공주대 교수) 지역 사회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 및 자원을 통합적으로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주민을위한 많은 사회교육 기관들이 서로 유기적인 연계 체제를 구축해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사회교육에 대한 만족도의향상은 물론 기관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역민들의 다양한 학습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내 시설들의 사업 역할분담,프로그램의 다양화,시설의 공동 활용 등을 통한 지역의 평생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이는 지역사회의 발전에 직결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생교육’이라는 하나의 개념은 지역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 다양한 측면에서 역동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정부가 말하는 평생교육 체제화,사회교육시설간의 네트워킹,학교 시설의 개방 등은 이와 같은 지역사회의 학습공동체를 통해서 가능하게된다. ◆한숭희(서울대 교수) 국가가 지금까지 학교를 건설하는 데 GDP의 4∼5%를 줄기차게 투입해 왔다면,앞으로 모든 국민을 위한 평생학습기반 조성과 의식변화를 위해 그만큼혹은 그 이상의 예산을 써야 한다. 국가가 보유한 지식은 국민의 것이다.국가는 축적한 지식과 학습의 기회를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지식은 나누는 만큼 배가된다.국가평생학습 시스템을 통해 국민이 지식에 접속하고 학습하는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국가 전체의 지식 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정리 이순녀기자 coral@
  • 국정원 도청실 논란/한 ‘盧風잡기’ 첫 카드

    한나라당은 29일 ‘국가정보원의 도청자료’를 폭로한 게 대통령선거 초반의 기선을 제압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대통령선거의 이슈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나라당이 국정원의 도청자료를 자세히 공개한 것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선거초반 싸움이 박빙인 상황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민주당측에서 기양건설,친일 의혹 등을제기하려는 첩보를 입수하고 선수를 쳤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노무현 후보와 이인제(李仁濟) 의원간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려는 측면도 깔려 있다고 한다.일부에서는 이인제 의원에게 민주당 탈당 명분을 주려는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회창 후보와 서청원(徐淸源) 대표를 비롯한 주요당직자들이 나서 국정원의 도청의혹을 대선의 주요쟁점으로 부각시키려고 했다.이회창 후보는 예산에서 시작한 유세를 비롯해 가는 곳마다 국정원의 도청문제를 꺼냈다. 서 대표 주재로 당사에서 열린 선거전략회의에서 주요 당직자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신건(辛建)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융단폭격을 퍼부었지만 결국은 노무현 후보를 흠집내는 게 최종 목표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서 대표는 “미국 닉슨 대통령은 30년 전 중앙정보국(CIA)의 도청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면서 “김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공격했다.그는 “노 후보는 김 대통령,민주당,박 비서실장,신 국정원장에 의해 만들어진 꼭두각시”라며 “공작으로 후보가 된 것이므로 사퇴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국민경선은 특정지역을 이용한 청와대와 민주당 권력실세들에 의한 대(對) 국민 사기극이었던 게 드러났다.”며 “이인제 의원은 국민경선이 사기극인지도 모르고 호남표를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이규택(李揆澤) 총무도 “도청을 자행한 민주당 정권이 하는 게 낡은정치가 아니면 어떤 게 낡은 정치냐.”면서 “민주당 정권은 정치개혁을 논할 자격도 없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 개인에 대한 파일도 상당량 축적해놓았다고 한다.이 후보의 한 측근은 “민주당에서 네거티브로 나올 경우에 언제든지 맞대응할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 후보의 핵심 측근중에는 국정원의 도청자료보다는 노 후보에 초점을 둔 자료를 먼저 폭로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곽태헌기자 tiger@
  • 대선후보 사이버비방 극성

    본격 대선 레이스를 맞아 ‘사이버 논객(論客)’과 대학생 알바가 극성을부리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고용’된 ‘사이버 알바’들이 상대 후보의 비방과 인신공격에 열을 올리자 경찰은 24시간 감시조를 운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태와 유형 ‘사이버 논객’의 일당은 최소한 7만∼10만원.축적된 ‘내공’에 따라 대우는 달라진다. 모 정당 관계자는 27일 “상대 후보의 아픈 곳을 찌르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한다.”면서 “비록 불법이지만 인터넷 특성상 최단 시간에 최대의 선전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일부 유력 후보에게 이목이 쏠리는 대선의 특성상 ‘사이버 선거운동’이 지자체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 때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고수(高手)’로 손꼽히는 논객은 전국에서 200여명선.이들은 독도논쟁이한창일 때 일본 네티즌과 한바탕 ‘대전(大戰)’을 치른 인물들로 최근 대부분이 2∼3개 정당의 ‘사이버 알바’로 흡수됐다. 일부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한 논객 100∼200명도 이들과 함께 각종 사이트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유형도 다양하다. 경찰의 사이버 단속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붙박이형’대신 PC방을 옮겨다니며 ‘작업’을 하는 ‘메뚜기형’이 많다. 2000년 총선 때부터 활동한 회사원 K씨는 ‘올빼미형’이다.야간에 PC방이나 사무실 등에서 글을 올린다.상대 후보의 이력과 약점을 꿰뚫고 있으며,정치 현안을 주제로 타고난 글솜씨를 발휘한다.그는 “한달 부수입이 200만원정도”라고 귀띔했다.이들은 일사불란한 점조직으로 운영되며,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ID를 사용한다.상대 진영의 논객이 글을 올리면 20∼30명이 일제히 리플(답변)을 달아 인터넷 게시판의 화면을 다음 창으로 넘겨 버리는 ‘밀어내기 전법’을 사용한다. ◆대학가도 알바 열풍 ‘사이버 알바’의 수입이 쏠쏠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글실력을 갖춘 일부 대학생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전문 논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학가의 파급효과를 노려 일부정당과 후보 조직이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 최근 I대 정치외교학과 전공수업에서는 수강인원 32명 가운데 20명이 무더기로 결석했다.상당수가 ‘사이버 알바’에 나섰기 때문이다.이들은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서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서울 S대 게시판에는 ‘×× 박멸하자.’‘내사랑 ××’‘××당 알바 파이팅’ 등의 글이 하루에도수백건씩 오르고 있다.대학생 박인용(24)씨는 “대선 후보와 관련된 글은 모두 비방으로 얼룩져 있다.”면서 “사이버 알바에 뛰어드는 친구들은 학업도 뒷전”이라고 꼬집었다. ◆비상걸린 경찰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적발된 선거사범 535명 가운데 사이버 선거사범이 394명으로 73.6%나 됐다.중앙선관위도 올들어 7457건의 비방글을 삭제했다. 경찰은 이번 대선에서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이 유례없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고 661명의 사이버 선거사범 전반담을 편성,후보자와 정당·정부기관·언론사 등 1050개 사이트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이창구 유영규 박지연기자 window2@
  • [사설]경상수지 흑자시대 끝나나

    경상수지 흑자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한국은행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경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한다.한은은 경상수지 적자구조가 짧아도 3년 이상,길면 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자본축적이 빈약한 자본소국이다.경상수지가 장기간 적자를 보인다는 것은 자본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어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자력으로 조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즉 자본의 해외의존도를 높여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약 900억달러 이상의 누적 흑자를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 덕분에 외환보유고가 1100억달러를 넘어 외환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그러나 한은의 전망대로 내년부터 최장 10년간 연평균 60억달러씩 적자가 누적되면 외환보유고의 절반 이상을 까먹게 된다.한은은 이 경우에도 잔여 외환보유고가 500억달러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는이같은 낙관이 화를 자초할 수 있다고 본다.지금까지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얻어 쓴 나라 가운데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4월의 월간 경상수지가 올들어 처음으로 적자를 냈을 때 이미경상수지의 구조적 적자 반전의 위험을 지적한 바 있다.그것은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이었다.이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지금이라도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획기적인 투자유인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 연극 ‘두 여자’ 로 돌아온 서갑숙 “다시 무대에 설수 있어 기뻐요”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이번 작품을 시작으로본격적인 연기인생을 살 생각입니다.” 서갑숙(41)이 연극 ‘두 여자’로 8년만에 무대에 돌아왔다.‘두 여 자’는 대종상영화제에서 6개 부문상을 받은 이정국 감독의 영화 ‘두 여자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서갑숙은 애를 못 낳는 영순(김지숙)대신 애를 낳으러 후처로 들어와 끝내 버림받는,한 많은 여인 경자를 연기한다. “경자는 철은 없지만,사랑을 갈구하고 삶에 열정을 지닌 인물입니다.제가생각하는 어머니를 표현하다 보니 경자가 영순처럼 되더라고요.경자를 육화(肉化)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네요.” 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5학년의 두 아이를 둔 ‘억척 엄마’로 3년의 시간을 보낸 그녀.요즘 하루 8시간의 연습으로 몸은 고되지만,아이들이 공연 때 꽃다발을 사가지고 온다는 말에 부쩍 힘이 난다는 그녀는 천상 평범한 어머니다. 3년전 책 ‘나는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로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연기자로서 잃은 것도 많지 않았을까.“100만명 정도가그 책을 읽었어요.나쁜 평이든 좋은 평이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던 건 사실이에요.하지만 좌절하거나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죠.” 당시 화제의 중심이던 무렵 성인 인터넷방송이나 에로영화 등의 출연 섭외가 많이 들어왔단다.“그걸 하면 섹슈얼한 이미지로 굳어질 것 같았죠.그런 관심은 금방 식게 마련인데,2∼3년만 반짝하고 말 짓을 제가 뭣하러 하겠어요?” 대신 “3년동안 힘을 축적했다.”고 말했다.음식점을 내서 생활인으로 기반을 닦고,동네 아줌마들과 목욕탕에서 수다도 떨면서 ‘지금’선 자리에서 “온 몸으로 살았다.”는 그녀.“애도 키워놓고 돈도 적당히 벌었으니 이제는 하고 싶은 연기만 할 수 있어 오히려 잘된 일 같아요.” 연기는 영화·연극·TV드라마 등 어떤 장르든 상관없단다.“중요한 것은 역할입니다.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연구할 게 많은 역이 좋아요.좋은작품이 있으면 저 좀 캐스팅해 주세요.(웃음)” 그래도 연극무대는 고향같다고 했다.“드라마나 영화는 컷을 잘라 이을 수 있지만 연극은 서로 호흡을주고받으면서 연기해야 하죠.실시간으로 한 편을 쭉 연기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지요.” 그녀는 연기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많아서”관심사가 다양하다.본능적으로 상대방을 느끼게 하는 냄새의 정체가 궁금해,유럽을 돌아다니며 향기를 공부하기도 했다.이번 공연을 마치면 사랑을 소재로 한 희곡을 써 볼 계획이다.“욕심만 안 내면 돼요.기본적인 생활만 가능하다면 더 근사한 삶을 꿈꾸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야죠.” 불혹의 나이를 넘겼지만 하고 싶은 일은 해내고야 마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김소연기자 purple@
  • “30개국과 자금세탁 감시 공조”FIU출범 1주년 김규복 원장 인터뷰

    “자금세탁 등 불법금융거래가 원천적으로 발붙이지 못하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오는 28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김규복(金圭復·사진) 원장의 감회는 남다르다.초대 신동규 원장(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지난 8월 제2대 원장으로 취임했지만,FIU 출범에 산파역을 한 핵심인물이다. “지난 1년은 FIU가 각종 불법금융거래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해였다면,앞으로의 1년은 국내외의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완벽한 감시체제를 갖추는 기간이 될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28일 출범 이후 금융기관들로부터 202건의 자금세탁혐의 거래보고를 접수했으며,122건에 대한 심사를 완료한 뒤 이 가운데 62건에대해 검찰,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관련정보를 제공했다.”며 “특히 지난9월26일 검찰에 넘긴 정보가 지난 22일 악덕 기업주의 구속으로 이어진 것은 FIU의 첫 개가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완료되는 심사분석업무지원용 FIU정보시스템 구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유관기관이 보내는 혐의거래보고,외환거래자료,신용정보 등을 자체 데이터베이스(DB)로 축적해 심층분석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FIU의 단말기를 통해 관계기관 보유의 DB에 접근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특히 “국제적인 불법금융거래자를 추적하기 위해 미국,일본,싱가포르,유럽 등 우리나라와 금융거래가 많은 30여개 국가와자금세탁 정보교환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세회피지역 등 불법금융거래 추적에 비협조적인 국가에 대해서는 국제기구 등에서 협조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청원으로 국회에 계류중인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FIU의 국내금융거래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 등 자금세탁방지관련 법률 개정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기고] ‘전자무역’ 교역시스템 혁명

    “전통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전자상거래(e-Commerce) 때문에 몰락하게 될 것이다.” 다소 과격하게 보이는 이런 주장은 세계적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제기했다.인터넷이 가져온 디지털혁명으로 세계경제의 패턴이 변화하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 등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확산은 기업의 상품개발,생산시스템,경영방식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이로 인해 유수의 기업들이 다국적기업에서 초(超)국적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글로벌 최적 생산체계를 구축하고,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등 디지털혁명은 18세기의 산업혁명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경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은 무역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무역은 국가간 거래의 특성상 국내 거래보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으로 상당한 거래비용이 수반된다.그런데 기업들은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이런 시공의 제약을 허물어뜨리고,별다른 거래비용 없이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기존의 복잡한 무역거래방식과 관행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전자무역(e-트레이드)이라는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전자무역은 최신의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 무역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인터넷으로 처리·진행한다.무역 부대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기존의 무역 진행과정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게 한다.미국 영국등 주요 국가들은 e-비즈 전략의 일환으로 전자무역을 이미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일본도 아시아 국가들에 자국의 무역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제안하는 등 전자무역 선점을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방형 신통상(新通商) 국가를 지향하면서 홍콩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동북아시아의 경제허브(Hub·중심축)로 도약코자 하는 우리나라에 전자무역으로의 무역구조 전환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정부는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모든 기업이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무역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전자무역 2010년 중장기 발전비전’이라는 청사진을 마련,세부 전략과제를 추진중이다. 먼저 인터넷에서 수출입 승인,통관,결제,물류 등의 모든 무역절차가 일괄처리되는 전자무역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현재 부분적으로 제공되는 인터넷 방식의 무역자동화 서비스를 모든 무역절차로 확산하고,수출입 유관기관의 전자민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무역대금의 온라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전자무역 결제시스템도 구축중이다.수출입 물류 프로세스가 종합적으로 연계되는 통합물류 플랫폼을 만들고,전자문서 유통에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제도와 관행에 대해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다.이런 일련의 시스템들이 완성되면 무역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출입 관련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전자무역에 익숙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손쉽게 전자무역을 활용할 수 있게 e-무역상사를 육성하고 무역자동화 이용료 경감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특히 e-무역상사는 전자무역 제반기술을 활용하여 거래알선,상담,계약,수출대행 등을 지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무역상사다.인터넷 무역에 취약한 수출 유망 중소기업들이 이를 적극 이용하도록 지원도 할 계획이다. 셋째,이미 1차 시범사업이 완료된 일본과의 서류없는 무역기반구축사업과 우리나라 중국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전자무역협의체(PAA)를 관계국과 협의하여 본격화하고,여기서 축적된 경험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APEC ASEM 등 국제기구에서 글로벌 전자무역 네트워크 구축 논의를 주도할 것이다. 전자무역을 제대로 활용하면 아무리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컴퓨터 하나로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다.이를 실현하고 실효를 거두려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전자무역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 책/ 서울 에세이 - 파편화된 서울, 일그러진 근대화

    미국의 비판적 도시학자 존 로건과 하비 몰로치는 현대도시를 움직이는 힘을 돈과 권력의 연합체인 ‘성장기계(growth machine)’라고 지적했다.시청광장과 신세계광장을 잇는 서울의 소공로야말로 그 성장기계의 산물로 어정쩡한 도로가 된 대표적인 예다.20m의 좁은 길이면서도 강북과 강남을 잇는 대동맥의 길목이 됐고,그런 길목이면서도 을지로나 남대문로, 심지어 북창길에 건물의 얼굴을 빼앗기고 있다.이처럼 소공로가 엉거주춤하고 불편한 거리가 된 것은 격자형으로 짜여진 서울 도심의 다른 길들과는 달리 블록의 모서리와 모서리를 대각선으로 잇는 방사형으로 이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겪어온 근대화의 과정은 어떠한 형태로 서울의 곳곳에 자취를 남겼을까.우리가 극복해야 할 시대의 덫은 무엇이고 지켜야 할 유산은 무엇인가.‘서울 에세이’(강홍빈 지음,주명덕 사진,열화당 펴냄)는 서울의 ‘신주작대로(新朱雀大路)’라 할 만한 길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그 해답을 찾는다. 저자(서울시립대 교수,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는 문화적·인문적·환경적시각을 도시관리에 접목시키는 데 진력해온 도시설계 전문가.그는 서울의 길을 종단하며 구간마다 펼쳐지는 도시풍경을 음미하고,그러한 풍경을 유지 또는 변화시키는 ‘구조화의 힘’과 그에 저항하는 ‘관성의 힘’을 살핀다.프랑스의 아날학파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는 “현재는 저지된 과거이고 미래는 실현되지 않은 현재이다.”라고 했다.그렇다면 어떠한 과거가 저지되고 어떠한 과거가 용인되었는가를 아는 것은 곧 현재를 아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도시공간을 시대적 연원을 달리하는 여러지층들이 뒤섞여 만들어낸 혼합체로 간주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울의 거리에는 역사적 연원을 달리하는 세 지층이 존재한다.근대 이전 조선조가 남긴 지층과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 속에서 형성된 지층,그리고 광복 뒤 산업근대화 과정에서 이룩된 지층이다.세종로에는 이 세 지층이 다 겹쳐 있지만 태평로나 소공로는 그보다 덜하고,남산 이남의 반포로는 최근 지층만이 두드러져 보인다.오늘의 서울 거리는 먼저 있던 지층에 새 지층이 겹쳐지면서 이전 것을 선별적으로 지우고 대체하는 가운데 만들어졌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광복과 함께 일제에 의해 왜곡된 서울의 공간구조는 그대로 대물림됐다.식민통치의 거점은 군정과 한국정부가 물려받았고,소공동·명동·남대문에는 군정때 적산불하로 등장하기 시작한 대기업들이 자리잡았다.일본인 거주지는 월남민과 피난민의 주거지로 변했다.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 드라이브가 펼쳐지는 가운데 세종로는 산업근대화를 부추기는 ‘민족중흥’의 동원장으로 재단장됐다.특히 서울 600년,근대사 100년 동안 나라의 중심이었던 세종로의 변천사는 거듭된 과거부정의 역사였다.교보빌딩 자리가 조선시대 육조와 한성부,사헌부,장예원의 옛터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의 눈에 비친 근대화된 서울의 도시풍경은 파편화된 모자이크다.우리의 ‘압축적이고 외생적인’ 근대화가 이전 시대의 지층을 이어받아 진화시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것을 변증법적으로 청산,극복하지도 못한 채 여러시대의 지층들이 뒤섞여 있는 난맥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풍경이 처음부터 혼란스러웠던 것만은 아니다.그 한 예가 회현동(會賢洞)이다.조선시대 회현동은 이름 그대로 선비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다.경복궁까지 글읽는 소리가 들려 임금이 가끔 잠행을 하기도 했다는 동네다.도성 반대쪽의 북촌 가회동처럼 현직 세도가들이 아니라,‘원님 하나내지 못하지만 뗄 힘은 있는’ 재야 선비들이 많았던 곳이다.‘북촌에는 떡,남촌에는 술’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지금도 동네 어귀에 남아 있는 유서깊은 보호수와,아파트 단지 뒤 바위에 새겨진 정자의 이름 등에서 ‘남산골 샌님’들의 거주지 남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저자는 회현동을,미래를위한 도심속 휴경지(休耕地)로 규정한다. 저자는 서울기행을 통해 우리의 일그러진 근대화 궤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일깨워준다.그것은 시민사회의 성숙화,상호소통적인 합리성의 회복,공공영역의 확장,생활세계의 존중,절차적 정의의 실현 등으로 요약된다.도시는 시민이 만든다.그래서 도시는 시민을닮는다.급조된 거대도시,‘초신성의 단계’에 이른 서울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형 도시로 일궈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北외무성 담화 의미/ ‘美에 의한 합의파기’ 명분쌓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1일 발표한 담화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국제사회 여론 조성 및 명분 축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는 지난 16일 특별성명을 통해 불가침조약 체결을 사실상 거부한 부시미국 대통령에 대한 감정 섞인 비난도 없고,“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후과를 각오하라.”는 등의 긴장을 조성하는 격한 표현도 담기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후속조치에 대한 언급도 없어 지난달 25일 북 핵개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진 상황에서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미국에 대한 거친 비난과 함께 ‘불가침 조약 체결’을 제안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다만 제네바 합의 4개 조항중 유일하게 이행돼 왔던 대북 중유공급의 중단 결정이 내려진 이상 “제네바 합의 위반의 책임 한계를 명백히 그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그대신 제네바 합의가 위기상황에 있음을 강조하며 그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에 의해 제네바 합의가 파기됐다고 인식하면서도 한·미·일은 물론 유럽연합과 러시아·중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하는 모습이며 또한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북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내용과 논리를 널리 알리겠다는 여론 선전전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아가 “미국의 위협이 초래한 문제들을,그 위협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것으로 핵문제 해결에 유일하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를 거듭 강조하는 한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정부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제네바 기본합의문 파기 선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담화는 중유 공급 중단 책임 문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면서 “북한이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지 않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그는 또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후속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 북한이 상황의 장기화를 준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北-유엔사 분계선 월경절차 간소화 합의 다시 탄력받는 ‘지뢰제거’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작업과 관련,북한과 유엔사간에 첨예하게 맞섰던 갈등 양상이 약 보름만에 봉합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봉합 배경 및 전망 한·미 양국은 19일 국방부 차영구(車榮九) 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 이태식(李泰植) 차관보,에번스 리비어 주한 유엔사령부 참모장,찰스 C 캠벨 주한 미국 부대사 등 ‘4자’가 참여한 가운데 실무협의를 갖고,지뢰제거 검증을 위한 군사분계선(MDL) 월경 절차 ‘간소화’에 전격 합의했다. 그동안 북측이 남측에는 지뢰검증단 명단을 제출하고도 유엔사측에는 제출을 거부해온 점을 감안하면,월경 절차 간소화는 남측이 북측으로부터 받은상호 검증단의 명단을 유엔사측에 대신 제출해주는 것을 의미해 사실상 북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측은 이르면 20일 이같은 입장을 북한 당국에 전달할 것으로 보여 지뢰 제거공사 및 검증작업은 금명간 제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전협정을 거론하며 북측에 검증단 명단 제출을 줄곧 요구하던 종전의 입장을 감안하면 유엔사로서는 큰 변화다.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안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유엔사측으로서도 간접적이긴 하지만 북측의 검증단 명단을 제출받음으로써 정전협정 유지 명분도 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같은 봉합 양상이 자칫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기도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유엔사와 북측의 종전 입장 유엔사는 기본적으로 DMZ를 통과해야 하는 남북 상호 검증단 파견문제는 ‘규정’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물론 여기서의 ‘규정’은 유엔사와 북한군간에 체결된 ‘정전협정’을 말한다.정전협정 제1조 7항은 “정전위의 특별한 허가 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도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반면,북한은 핵개발 파문 속에서 남북 관계의 진전이 달갑지 않은 미국이 유엔사의 뒤편에서 방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9월18일 공식발효된 남북 군사보장합의서 제1조 2항은 ‘남북 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 실무적 문제들은 남과 북이 협의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북측은 남측이 상호간에 지뢰 검증을 요청하고 검증단 명단을 요구하자 이를 남측에만 통보한 상태다. 북측은 검증단 파견 문제의 경우 군사보장합의서에 의한 ‘남북 협의처리’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유엔사에 대한 명단 제출은 강력히 거부해왔다. ◆지뢰 제거작업 차질없나 DMZ 지뢰제거작업은 남북한 사이에 군사보장합의서가 타결된 지난 9월19일 착수됐다.남북 양측은 각각 경의선은 200m,동해선은 100m 가량의 폭으로된 통로를 만들며 작업을 전개해왔다.작업지역은 우리측이 다소 넓어 거리로만 볼 때 경의선은 남측 1.8㎞,북측 0.5㎞이고 동해선은 남측 1.2㎞,북측 0.3㎞ 정도. 양측은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이달 초까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100m 지점까지 근접,쌍방간 거리가 200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지뢰 제거작업이 중단되면서 현재 남북 양측의 군 병력은 이미 제거를 마친 지역에서 뒷정리와 노반 다지기 등의 작업을 해왔다.국방부는 지금이라도 지뢰 제거작업이 재개만 된다면 당초 이달 말로 돼 있는 공기(工期)를 맞추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조승진 박록삼 기자 redtrain@ ■통일연구원 전현준씨 “검증단 추후 파견해도 된다” “비무장지내 내 지뢰제거 작업이 재개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全賢俊) 선임연구위원은 “협상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했다면 갈등이 장기화돼 결국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공사가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며 “유엔사측의 입장 변화가 다소 뜻밖이긴 하지만,철도도로 연결 관련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줄곧 정부의 유연하고 신축적인 대응을 주문해 왔다.경의선 연결등과 관련해 상호 검증 문제가 본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을 위한 지뢰 제거작업에 일단 힘을 쏟고 상호 검증단 파견은 북·미관계 등을 봐가며 추후 진행시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북측의 주장이 우리와 유엔사에 의해 사실상 전면 수용된 만큼 ‘정전협정’이 훼손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문제는 북한과 유엔사 양 당사자가 DMZ에 대한 관리권과 관할권 등의 용어를 동원해 가며 논란을 벌일 만큼 이미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정치적인 문제로 변해 버렸다.”면서“북·미 관계가 정상적이었다면 과연 이런 문제가 발생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조승진기자
  • 위기의 강력범수사/ “열심히 해봐야…” 주저앉은 檢

    “어쩌면 이제부터 수사관들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말을 잊어버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서울지검 수사관계자의 푸념이다.피의자 구타 사망사건 이후 검찰의 자조적인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피의자 사망사건 이후 통계상으로도 검찰의 수사는 매우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지난 9월과 10월중 서울지검의 구속영장 청구건수는 하루 평균 34건 가량이었지만 사망사건 이후 하루 평균 26건 가량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파주 S파의 살인 혐의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 형사3부는 용의자 3명을 석방했다.증거도 불충분한 마당에 ‘정상적인’ 수사 방법으로는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피의자 사망 사건 이후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고 실제 수사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서울지검 강력부의 한 수사관계자는 요즘조사를 받는 범죄자를 ‘피의자님’이라고 호칭한다.거친 표현을 써가며 윽박지르기도 하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다.사망 사건 이후 피의자의 인권 존중에 몹시 신경을 쓴다. 조사 방식이 변화한 것처럼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진술 태도도 예전과 다르다.특히 경찰에서 자백한 부분도 번복하기 일쑤다.물증을 들이대도 끝까지 부인한다고 한다.부인으로 일관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예전 같으면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시인 진술을 받아냈지만 지금은 부인 진술을 그대로 붙여 기소한다.수사관계자는 “솔직히 과거에는 뒤통수를 한 대 때릴 때도 있었다.”면서 “이제는 존칭을 써가며 ‘대우’하니까 피의자들이 오히려 안하무인격으로 설친다.”고 하소연했다. “과거에는 참고인을 불러도 잘 협조를 해줬다.그러나 이제는 ‘내가 왜 나가느냐.’며 나오지 않는다.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결국 확실한 정황 증거와 물증을 확보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강력부의 또다른 수사관계자의 말이다. 검찰 인지 사건이 아니라 경찰 송치사건이나 고소·고발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부 검사들까지도 피고소·고발인으로부터 ‘똑바로 수사하라.’는 역공을 당하기도 한다.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진행 상황이 다소 더딜때 검사와 수사관들을 독려하고 싶어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이러다 ‘복지부동’ 검사들만 남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또 다른 부장검사는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공권력이 부정되어서는 안 되지만 이런 현실에서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답답해 했다. 일선 검사들이 가장 힘들고 아쉬워하는 부분은 강력수사의 특수성과 미흡한 과학수사 기반에 대한 관심 부족이다.강력수사는 물증 못지않게 자백과 진술이 중요하다.탈세범이나 주가조작사범 등 이른바 화이트 칼라 범죄는 비교적 물증을 확보하기 쉽고 피의자들을 설득하기도 크게 어렵지 않다.그러나 강력수사의 경우 직접적인 물증을 초기부터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물증을 들이대며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사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강력 검사들의 과제다. 조태성기자 cho1904@ ■강력·마약부 쇄신론 ‘수면위로' 피의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검찰 강력부와 마약부에 대한 쇄신론이 제기되고있다.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강력·마약수사를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이제는 검찰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강력·마약 등 1차 수사는 경찰에 넘겨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일부 업무가 중복되다 보니 경찰과 검찰간 실적경쟁으로 비쳐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또 경찰대생의 대량 배출로 경찰 수사인력의 질이 높아져 이제는 강력·마약수사를 경찰로 이관해도 문제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다만 강력·마약수사가 창설 당시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강력부는 90년 5월 서울지검에 처음 창설됐다.80년대 후반부터 전국화하는 조직폭력배 단속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그러나 당시 경찰만으로는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조폭은 조폭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수사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일부 사건에는 경찰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기도 했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3대 패밀리’인 OB파·서방파·양은이파를 단숨에 와해시켰다.김태촌·조양은 등 두목은 물론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도 줄줄이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강력부 폐지 문제와 관련,“90년 이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조폭은 사라지지 않았느냐”면서 “강력부나 마약부가 왜 생겼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그러나 “강력부가 최근에 와서 1차 수사기관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는 만큼 하루빨리 지휘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구 전 법무장관은 “미국도 조직폭력이나 마약수사는 경찰이 아닌 법무부 소속의 FBI(연방수사국)에서 담당한다.”면서 “검찰은 거물급 조폭이나 국제연계 범죄조직을 전담하고,그 외 사건은 경찰을 지휘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전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과학수사 ‘산넘어 산' 피의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강압 수사를 지양하면서도 수사 성과를 올리는 방법은 신속한 초동수사와 철저한 증거 수집 외에는 방법이 없다.검찰이 파주 S파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혹행위를 한 것도 발생 초기에 현장 보존과 초동수사가 미흡했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이를위해서는 수사의 기동성과 수사 인력의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수사의 과학화다.과학수사는 수사방식 개선책이 논의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지금의 과학수사 기술과 장비로는 지능적인 범죄수법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인력과 예산의 지원없는 과학수사 강조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과학수사 장비는 음성분석시스템과 거짓말탐지기 등 390점에 이르지만 일선에서는 정작 필요한 장비나 시설은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대표적인 예로 용의자 추적에 기본적인 장비인 위성항법장치(GPS)는 한 대에 4000만원 정도하는 비용이 문제다.내년에 배정된 6억 2000여만원의 과학수사 장비 예산으로는 13개 지검에 배치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서울 시내에서 용의자를 3분 이상 미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푸념한다.보통 차량 3대와 인력 10여명을 동원해 용의자 차량을 미행하지만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로 숨어버리면 더 이상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감청은 합법화 논란과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도입되지 못하는 예다.한 마약수사 담당 검사는 “감청은 조직범죄를 수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데 요즘 유선전화로 중요한 대화를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휴대전화 감청에 따른 부작용은 법원에서 감청영장을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또 사람마다 유전자 정보가 다른 점을 이용,주요 강력범죄 전과자들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해 지문처럼 활용하는 ‘유전자 정보은행’설립 문제는 관할기관을 정하지 못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감정·감식 분야에서는 인력의 부족을 호소한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한영 법의학과장은 “법의학의 경우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법의학자가 35∼36명 정도인데 업무량을 볼 때 최소한 150명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방법의 개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선진국에서는 심리적 기법을 통해 진술을 유도하는 조사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법무연수원 김종률 부장검사는 “피조사자의 말투와 표정 등까지 하나하나 분석,‘설득’하는 방법을 찾으면 자백을 받을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과학수사에 의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증거로 채택하는 방향으로 재판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장택동 홍지민기자 taecks@ ■‘과학수사' 외국사례 국가마다 과학수사의 기법에는 큰 차이가 없고 국내 수준도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최근 범인 식별법으로 각광을 받는 유전자 분석 기법도 국내수준과 세계수준이 큰 차이가 없다.다만 이런 기술들을 어떻게 수사상에 활용하느냐의 문제다.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고 장비도 지원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과학수사기법을 수사에 충분히 응용한다.과학수사 분야가 세분화,정밀화 돼있고 하나의 학문으로 확립돼 수사의 기법과 수단으로 활용된다. 미국의 과학수사는 크게 조사와 법의(法醫) 등 2개 분야로 나누어진다.조사 분야는 ‘범죄현장조사관’이 대표적이다.현장 증거채취,분석,법정 증거제출 등의 업무를 전담한다.이들은 대학의 법과학부나 대학원을 이수한 뒤 경찰 실습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게 된다. 법의 분야는 일반적인 사망 진단서를 작성하는 ‘검시관’,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법의관’,사망 수사의 절차와 기법을 정하고 지휘하는 ‘법병리학자’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특히 감정·감식 분야는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미국 연방수사국(FBI)의 경우 감정·감식 분야를 40개로 세분화해 연간 100만건 이상을 처리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영국은 모든 경찰서에 과학수사전담반이 운용되고 있다.또 경찰서별로 ‘경찰의(警察醫)’를 두고 있으며 생존한 범죄 피해자나 증인을 검진하는 ‘법의학전문의’와 사체만 조사하는 ‘부검전문의’로 구분해 운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1830년에 도입된 경찰의는 현재 8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경찰의는 의사자격 취득 후 법의학 훈련을 이수해야만 가능하다.또 전국에6곳의 대규모 과학수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경찰청은 자체 연구소를 설치하는 등 과학수사 인력과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범죄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대한포럼] 말이 앞서는 반부패

    “부패방지는 무엇보다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신념이 기초를 이뤄야 성공할 수 있다.” 추아 싱가포르 부패조사청 청장의 말이었다. “호주의 부정부패는 갈수록 영리해지고 있다.유·무선 전화통화를 이용하다가 발각되니까,최근 공식 문서의 형식을 갖춰 메시지를 주고받는 수법이 등장했다.” 폴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부패방지청 교육국장이 전한 자기나라 고위공직자의 부정 실태였다. “부패방지기구가 조사권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그러나 홍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국민의 지지와 성원,그리고 정치인들의 책임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윙 홍콩 염정공사 집행처 부처장이 ‘한국의 부패방지위가 조사권을 가질 수 있는 묘책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우리보다 먼저 부패방지기구(ICAC)를 운영해온 국가들의 고위관계자가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을 털어놓은 내용들이다.공교롭게도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부패방지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붕떠버린 다음날인 지난 15일,부패방지위원회가 주최한 제1차 국제 부패방지기구 포럼에서 논의된 얘기였다.멀게는 1973년,가깝게는 1980년 반부패기구를 창설한 반부패선진국과 이제 갓 돌을 지난 우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지 모르겠다. 대선이 겹친 올해는 반부패시스템 구축에 대한 기대가 여느 때와 달리 매우 높았던 게 사실이다.특히 대통령의 두 아들들이 구속되는 등 임기말 권력형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부패방지프로그램을 앞다퉈 발표한 때문이다.‘대통령 친인척 비리 전담 감찰기구’ 설치를 약속하는가 하면,후보 수락연설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 신설을 확약한 이도 있었다.반부패에 대한 국민감정을 지지표로 연결시키려는 ‘속이 뻔히 드러나보이는’ 공약들이었으나,그래도 뭔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역시 말이 앞섰다.‘반부패 제도화를 우리 당이 주도했다.’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려는,명분싸움으로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마치 반부패의 현주소를 보는것 같아 씁슬하다.누가 뭐래도 음성적인 정치자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이 부패의 중심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몇달전 일이다.분당 백궁·정자지구의 특혜 분양의혹이 연일 신문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을 때였다.틀림없이 엄청난 정치자금이 조성됐을 것이라는 한 친구의 물음에 “이젠 모든 부패가 대통령의 통치자금과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액수가 엄청날 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한 적이 있다.굳이 사족(蛇足)을 붙이자면 한국형 부패도 이제 과거와 달리 ‘구멍가게처럼 영세해지고,수법만 다양해질 뿐’이라는 설명을 해주고 싶었다.사실 통치권 차원에서 접근했던 5·6공때와 달리 문민정부·국민의 정부는 대통령 친인척과 그들의 측근,그리고 이들과 친분있는 정치브로커들이 ‘호가호위(狐假狐威)한 부패’들이다. 이처럼 한국형 부정부패도 정체되어 있지 않고서 호주처럼 변하고 지능화되어 간다.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정치인들의 반부패에 대한 의지만은 매양 제자리에서 한결같다.인간의 탐욕이 없어지지 않는 한 지구상에서 부패는 사라질 수 없다고 한다.‘언젠가는 발각되어 처벌을 받는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줘야만 유혹의 언저리에서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게 된다는 것이다.제도는 그래 필요한 것이고,부패방지법개정안은 그 기나긴 장정의 겨우 첫발걸음일 뿐이다.첫걸음을 옮기자.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 [열린세상] ‘정치꾼 본색’ 시대

    바야흐로 ‘본색’ 시대이다.그렇다고 ‘의리의 사나이’ 주윤발을 떠올리지는 마시라.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영웅본색’ 시대가 아니라 치졸한 ‘정치꾼 본색’ 시대이기 때문이다.이야말로 참으로 어이없는 ‘본색’시대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기도 했지만,정치꾼들을 ‘철새’에 비유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왜냐하면 철새는 배신의 상징이 아니라 신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철새는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킨다.철이 바뀔 때마다 철새는 그 작은 몸으로 수만리 머나먼 길을 오가며,그렇게 오가는 중에 수많은 철새들이 더러는 잡아먹히고 더러는 힘이 빠져서 죽고 만다.이렇게 목숨을 던져가며 약속을 지키는 철새를 제멋대로 이리저리 오가는 정치꾼에 빗대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여러모로 교육적인 행사이기도 하다.그것은 단순히 최고권력자를 선출하는 정치적 과정이 아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가 정치꾼들의 ‘본색’을 낱낱이 드러내는 시험대와 같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평소 정치를 한답시고 ‘정책’이며 ‘신의’를 주워섬기던 자들이 돌연 ‘적군’의 품에 안겨서 ‘아군’을 무참히 짓밟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이런 행태를 보면서 정치인과 정치꾼을 구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구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정책’이며 ‘신의’는 정치꾼들의 ‘본색’을 감추는 위장막이고 가면일 뿐이다.그들에게는 오직 개인의 영달과 야욕이 있을 뿐이다.대통령 선거는 이런 정치꾼들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교육적이다. 이런 정치꾼들의 행태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정치 자체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되고 급기야 무관심해지고 만다.이런 식으로 정치꾼들은 정치를 한낱 자신들의 야바위 놀음으로 여기는 태도를 사회적으로 널리 조장한다.이런 점에서 정치꾼들은 분명히 ‘공공의 적’이다.정치꾼들을 그대로 두고 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며,사회의 발전을 논하는 것은 더욱 더 그렇다.우리의 대표는 얄궂은 정치꾼들이 아니라 진정한 정치인들이어야 한다.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위법’으로 법을 제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잘못을 ‘관행’이라고 해명하는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국회에 정치꾼들이 득시글거리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사회자본이 넉넉해야 한다.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러한 ‘신뢰’라는 사회자본이 모자라는 사회라고 한다.왜 그렇게 됐을까? 무엇보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는 무수히 다양한 이해관계의 차이를 조절해서 사회를 운영하는 집합적 활동이다.이런 점에서 정치는 ‘신뢰’라는 사회자본을 생산하고 축적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오랜 세월에 걸친 독재는 정치를 힘에 의한 일방적인 ‘통치’로 변질시켜 버렸다.정치꾼들은 이런 독재의 버팀목이었다.그러므로 정치꾼들이 여전히 국회에 득시글거린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독재의 수렁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신뢰’라는사회자본이 넉넉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분명히 중요한 문제이다.그러나 정치가 제대로 선다면 그것은 지금처럼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는 민주적인 정치과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해야 할 터이고,따라서 그가 ‘제왕’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적절히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에 ‘본색’을 드러낸 정치꾼들의 면면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예컨대 ‘본색 사이트’를 만들어 그들의 행적을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 기록하면 어떨까? 아마도 이런 사이트는 정치꾼들에게 ‘심판의 약속’과 같은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이 약속을 꼭 지키기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철새’가 꼭 약속을 지키는 것처럼. 홍성태 상지대 교수 사회학
  • ‘디플레이션 우려’ 전문가 긴급인터뷰/ 함정호 금융경제연구원장 “”금리인하 여력 남겨둬야””

    세계적으로 디플레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디플레를 경고하고 나섰다.관련 전문가들을 긴급 인터뷰했다.한국은행은 14일 내놓은 ‘세계경제 디플레의 가능성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디플레 가능성에 대비해 가계·기업의 과다부채 억제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건전재정 유지가 중요하다.”며 “일본이나 미국·독일 등 주요국이 디플레에 빠질 경우 우리만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한은 함정호(咸貞鎬·사진)금융경제연구원장을 만났다. ◆세계적으로 디플레 우려가 있는데. 세계적으로 40여년만에 저금리 추세다.물가가 안정돼 금리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지 못해 외상거래도 늘어나고 돈도 많이 풀렸다.돈이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자산가격이 올랐다.일본은 연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해 이미 디플레에 접어들었다.독일의 물가목표도 1%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책정한 물가목표인 2%를 밑돌아 디플레로 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디플레 가능성이 있는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주택가격 급등 등으로 인플레 가능성이 디플레 가능성보다 높다.하지만 예상 외의 경기침체나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 가계·기업의 높은 부채 수준과 맞물려 디플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또 신흥시장의 특성상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디플레가 확산된다면 우리만 예외라는 보장은 없다. ◆디플레는 모두 부정적 측면만 있는가. 생산성이 높아져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경기가 괜찮으면서도 물가만 낮아지는 ‘좋은 디플레’(benign deflation)도 있긴하다.하지만 지금 우려하고 있는 것은 ‘나쁜 디플레’ 즉,부채 디플레(debt deflation)다.이는 명목금리가 낮은 현상이 계속돼 돈이 많이 풀려 거품이 생긴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인플레보다 디플레 위험이 더 큰가. 그렇다.인플레의 경우 부채가 경감되기 때문에 힘없는 서민을 빼고는 대개 좋아한다.정부는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고 금융자산을 소유한 사람도 이자소득이 높아진다.반면 디플레가 닥치면 경제 주체 모두 어렵게된다.소비자들은 물가하락을 예상해 물건사는 것을 미루거나 사지 않는다.기업들이 생산을 하고도 수요가 없어 재고가 많이 쌓여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국가는 국채로 인한 재정적자 부담을 떠안게 된다. 특히 정책대응이 어려워지는것도 큰 문제다.명목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 물가하락으로 실질금리가 높아지더라도 이를 낮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디플레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근접하면 디플레 위험이 커지므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가계 및 기업의 과다부채를 억제해야 한다.또 부실채권 급증에 의한 금융기관 부실화로 금융 중개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으므로 금융기관은 건전성을 확보해야한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기고] 對北정책, 각국 조율과정 중요

    싱가포르에서 미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한 중유를 선적한 유조선이 공해상을 지나 남포항을 향하고 있다.같은 시간에 한국의 두산과 일본 미쓰비시,미국 웨스팅하우스사는 신포지구에 반입할 목적으로 경수로 원자로의 핵심부품을 제작하고 있고,지난 여름 타설식을 끝낸 신포 공사현장에는 동절기가 완전 도래하기 전에 공사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는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내외에서 진행되어온 일들은 10월16일 이전까지는,1990년대 한반도 핵위기를 구출한 평화의 담보물로 인식돼 왔다. 이 소중한 진행의 가장 중요한 디딤돌은 북한의 핵개발 포기라는 약속의 이행이었다.조심스럽게 진행되어온 이러한 행보들이 계속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곧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지난 9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 이어 3국은 14일 뉴욕에서 개최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집행이사국회의에서 대북중유 공급 여부를 최종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핵포기 약속을 북한이 어기고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 상황에서 경수로건설협정에 근거한 중유지원 지속 여부가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남포항으로 향하는 배에 선적한 중유를 어느 시점에,어디에 하역시킬 것인가에 대한 선주의 결정은 북한 핵문제 해결방향을 단기적으로 전망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제임스 켈리 미 특사의 방북 이후 미국은 대북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한국,미국,일본이 단일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지금까지 3국은 대북 정책과 관련,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주기적으로,때로는 중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정책을 조율하여 왔다.지금까지 북한 핵문제에 관한 입장 또한 크게 다를 바 없다.하지만 미국이 ‘대북정책의 단일한 목소리’에 정책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한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침으로써 단일화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를 바란다. 첫째,각국이 갖고 있는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여야 한다.필자의 이러한 당부에 대하여 회담참석자들이 회담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짐작하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여기면 그만이다.그러나 북한핵포기 시인을 전후한 정보의 획득 속도,대처수순을 역산해보면 중요한 정보의 공유정도,시기에 편차가 있다.정보의 속성과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완전한 수준의 정보공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그러나 정보유통구조를 고려할 때 정부간,회담참석자간 사전 신뢰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정책결정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어차피 북한핵에 대한 정책은한·미·일 3국뿐만 아니라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들과 인접국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효과적으로 정책을 달성할 수 있다.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은 이들 국제기구나 인접국들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많은 전문가들은 북한핵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중국은 건설적 역할을 시작하기 이전에 중요정보의 공유를 당연히 요구할 것이고,부탁을 하는 측에서는 관련 정보를 공유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셋째,아무리 정책목적이 같더라도 사안별로 정책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며,이러한 정책차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소중하다.예를 들어,지금 당장 북한에 중유제공을 중단하자는 측은 중유를 지금 당장 공급하지 않을 때의 정책적 효과와 부작용을 치밀하게 제시하여 다른 의견을 가진 국가를 설득해야 한다.역으로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면서 북한의 약속이행을 기대하자고 주장하는 측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주장하여야 한다.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미국,일본이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토대가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러한 단일한 목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모두를 만족시켜야 특정한 국가의 목소리라는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우리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보다 확고한 입장과 전략을 갖고 국제사회의 단일한 목소리를 만드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M&A 성공하려면 집착 버려라”삼성경제硏 7대수칙 제시

    국내 기업들은 인수·합병(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M&A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내놓은 ‘전략적 M&A의 배경과 성공방안’ 보고서에서 “M&A는 구조조정,사업전개,신기술 획득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도구”라면서 성공적인 M&A를 위한 7대 수칙을 제시했다. ◆충분한 사전지식 보유 M&A 이후 신속하고 강력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대상기업에 대한 사전지식을 축적해야 한다.치밀한 실행계획이나 인수 이후의 비즈니지 모델 없이 M&A를 추진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M&A에 대한 집착 배제 M&A가 여의치 않을 때는 과감히 다른 수단을 찾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최고경영진의 무리수나 정부의 독려가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과다차입을 통한 M&A 지양 위험도가 높은 사업은 자기자본을,위험도 낮은 사업은 타인자본을 조달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전자의 경우 가격변동이 심한 반도체 산업에서 대상기업의 부채까지 승계,결국 원금상환과 이자지불에 힘을 다 소진했다. ◆빈틈없는실사 인수협상 중에는 온정주의를 배제하고 철저한 실리에 입각해 인수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일관된 인수룰 적용 사안별로 예외를 인정하지 말고 객관적 투자결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좋다.유리한 합병조건,일시적 시장기회 등에 현혹돼서는 안된다. ◆돌발사태에 대한 대응방안 보유 철저한 계획을 통해 만약의 사태까지 대비해야 한다.하이닉스,대우자동차의 경우처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에도 돌발변수가 발생한다. ◆인수 후 통합에 전력투구 인수 후 통합은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므로 일관된 지휘체계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은주기자 ejung@
  • [씨줄날줄] 턱

    한국인의 얼굴이 길어졌다고 한다.얼굴 좌우 너비와 상하 길이의 비율이 1970∼80년대의 0.82에서 0.92 정도로 달라졌다.젊은 사람일수록 얼굴이 좁고 길다는 말이다.치과대학 교수가 400여명의 의대생 제자 얼굴을 대상으로 한조사 결과인데,사십줄 이상의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이에 비해 키가 작아서인지 모르지만,아무튼 짧고 넓은 ‘넙데데한’ 얼굴 형인 것만은 분명하다.얼굴지수 변화는 키가 커진 바람에 덩달아 얼굴이 커졌다는 단순 형태가 아니라,얼굴 인상의 선험적 자료인 상하좌우 비율이 상하 편향의 서구형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키나 체격이 하드웨어라면 얼굴지수는 얼굴이란 외형과 관련됐지만 소프트웨어의 2차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변화지만 가장 1차적인 키의 변화가 넉넉하게 축적된 다음에야 얼굴지수에 변화의 스프링이 감기기 시작할 것이다.음식과 생활의 서구화 덕분에 우리 젊은이들의 키가 커진 셈인데,그들의 얼굴이 부모에 비해 좁고 길어진 것은 ‘모유수유가 감소하고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기피함에 따라 턱 근육이 덜 발달한’ 결과라고 설명되고 있다.한마디로 부모보다 턱을 덜 썼다는 말이다.턱의 퇴화적 경향은 문화사보다 훨씬 장구한 인류학적 측면에서 보면정방향인 것처럼 여겨진다. 턱의 발생은 동물이 척추동물화하는 중요 변곡점의 하나이다.그러나 600만년 전 같은 영장류인 침팬지에서 불가해하게 갈라져 나온 인류는 이후 턱의 순화,평이화와 함께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침팬지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에렉투스,그리고 네안데르탈인 등 화석인류의 툭 튀어나온 하악골,강력한 아래턱을,지금 아랫입술 밑으로 얌전하게 숨어버린 우리 현생인류의 다소곳한 턱과 대비시키면 이 점 수긍된다. 20만년 전 언어 유전자의 신비한 틈입과 함께 현생인류가 나타나기까지 500만∼600만년 간 인류의 아래턱은 쉴새없이 진화의 정에 쪼이고,쇳메에 난타당한 끝에 지금처럼 쑥 들어갔다. 우리 얼굴의 위아래 부분이 편평해진 것이다. 옛 화석인류들의 아래턱이 동물적으로 발달했던 것은 무엇이든 입에 넣고 씹어야 했던 먹이 상황과 관련이 깊다.문명화된 뒤에도 인간의 육식은계속되었지만 1만년 전 선사 인간이 야생 고기를 뜯을 때와 서양 귀족들이 스테이크를 씹을 때와는 턱의 힘과 중요도에 차이가 있다.한 세대만의 우리 얼굴, 턱의 변화에서 그 차이를 본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 SBS 특별드라마 ‘대망’연출 김종학 PD

    “기존 사극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그런데 결국 ‘중간치기’가 된 것 같네요.” SBS 특별기획 24부작 드라마 ‘대망’의 연출자인 김종학 PD가 ‘대망’에 대한 중간평가를 스스로 내렸다.이 드라마는 김종학·송지나 작가의 ‘황금콤비’와 20억원이 넘는 세트제작비,박상원 장혁 손예진 이요원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연기진 등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 작품.김종학 PD를 지난 5일 충북 제천시 ‘대망’세트장에서 만났다. “기존 사극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철저히 고증할 부분,과감히 생략할 부분들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좀 어긋난 것 같아요.” 김 PD는 와이어 액션,록 음악,화려한 색깔의 복색,현대식 말투 등 파격적인 요소들을 사극에 도입해 ‘퓨전 사극’이라는 새 장르를 만들어낸 공로를 이렇게 깎아내렸다.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시청률(지난주 TNS기준 17위)에 의기소침해진 탓일까. “시청자들이 복잡하게 생각하는 드라마를 싫어하게 된거나 아닌지 모르겠어요.특히 나이든 사람들은 기존 사극과는 많이달라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젊은 친구들은 좋아하던데…” 시청자들에 대한 야속함을 잠시 내비친 김 PD는 이내 냉정하게 ‘자아비판’을 했다. “등장인물들의 얼개를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었어요.이야기가 전개되는 호흡도 길고.작가 특유의 함축적이고 난해한 대사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 한 것도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까. “이런 식으로 계속 ‘어렵게’ 나갈 겁니다.시청률을 높이려고 쉽게 쉽게 만들자면 나도 쉬워요. 그러나 모든 드라마가 그런 식이면,결국 차별화 없는 똑같은 드라마들 때문에 시청자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대망’은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사극으로는 드물게 젊은 층을 TV 앞에 끌어들였잖아요?” 그러나 김 PD도 무작정 어렵고 복잡하게 ‘대망’을 만들 생각은 아니다.어렵긴 하지만 꽉 짜인 빠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너무 벌여놓기만 했죠? 9회부터는이야기 전개가 빨라집니다.연애도 가속화해 본격적인 4각관계가 드러날 겁니다.‘퓨전 사극’이라는 낯선 상황 때문에 몰입하지 못한다면,좀더 주역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극의 집중도를 올리겠습니다.” 세간에 떠돌던 ‘김종학 PD 방송계 은퇴설’을 묻자 김 PD는 진지하게 되물었다.“은퇴해야 되나요? 그렇지만 않다면 계속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천 채수범기자 lokavid@
  • [씨줄날줄] 딩크족

    “제 인생의 1순위는 제가 하는 일입니다.아이는 갖지 않을 거예요.사랑해서 결혼했지 아이를 목적으로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전 애를 갖더라도 아주 늦게 가질 거예요.제 생활을 뺏기고 싶지 않거든요.” 우연히 엿본 어느 ‘딩크족’ 동호인 사이트에 올라온 신세대 직장여성들의 대화 내용이다.그들에게 일은 필수고 아이는 선택이다.일(직장)이 없이는 못 살지만 아이는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이들을 딩크(DINK)족이라 부른다.‘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이다. 딩크족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Double Income,No Kids’란 말에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다.부부가 모두 직장에 다녀 소득은 갑절이지만 자녀를 갖지 않는다.일하는 삶에서 보람을 찾고 자녀에게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에서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생활양식과 가치관이다.그들은 넓고 깊은 사회적 관심과 국제감각을 지니고 상대방의 자유와 자립을 존중한다.‘여피족’의 4촌쯤으로 보면 된다. 초고속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도딩크족들이 상륙했다.중국어식 발음으로 ‘딩커쭈’(丁克族)라 불리는 이들은 의사,변호사 등 젊은 전문직 종사자 부부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수도 베이징에서는 신세대 부부 10쌍중 한 쌍이 딩크족으로 조사됐으며,경제도시인 상하이에서는 이런 부부들이 높은 소비성향으로 유행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딩크족이 확산된 것은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로 추정된다.당시 신세대 여성의 82%와 남성의 70%가 딩크족이 되기를 희망했다는 통계조사도 있다.세계적인 저출산국인 프랑스를 앞지른 최근의 우리나라 출산율 급락은 딩크족의 급격한 확산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딩크족들은 ‘왜 아이를 갖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첫째는 부부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으며,둘째는 자신들의 커리어를 추구하는 데 더욱 몰두하고 싶기 때문이다.자녀를 바라보는 딩크족의 싸늘한 시각을 한눈에 감지할 수 있다. 부부관계를 부모·자녀간의 관계보다 앞세우는 서구적 가치관이 짙게 배어있다.앞으로 태어날 세대들이 자녀를 보는 시각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염주영 논설위원 yeom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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