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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정상회담] 첫 화제로 ‘작통권·비자’ 다뤄 조율된 의제 2시간동안 논의

    |워싱턴 박홍기특파원|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14일 2시간 가량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미리 조율된 의제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무리없이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송민순 안보실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간의 ‘2+2’ 회동에서 회담 의제가 충실하게 조율된 데 따른 결과이다. 두 정상이 사전에 참모들로부터 회담 의제를 보고받아 숙지했기 때문에, 회담에서는 토의 의제별로 순차적으로 의견교환이 이뤄지면서 압축적으로 회담이 전개됐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 들어가자 곧바로 첫번째 사안으로 전시 작통권 환수와 한국의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 문제를 화제로 본격적인 얘기를 먼저 시작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언론회동’에서 “작통권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거듭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도 양국간에 환수 시기 등에 대해 이견이 있지만 이 사안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실무적 문제로서 향후 합리적 조율을 통해 합의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송민순 실장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작통권 전환이 서로 필요와 조건을 잘 충족시키면서 정치적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전문적 실무 차원의 합리적 논의를 거쳐 전환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작통권 환수 문제가 한국 국내적으로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미국으로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정상회담 주변의 분석이다. 작통권 문제가 자칫 반미 문제와도 연결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고, 양국이 합의한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군사적·실무적 판단에 따라서 진행돼야 한다는 미국측 입장을 이번 회담을 통해 피력했다는 것이다. 한국측이 제기하고 있는 비자 면제 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이 화제를 먼저 꺼내 미국의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부시 대통령은 전작권 문제와 비자 문제 논의가 정리되자 “오전 세션에 빨리 북핵 문제를 마무리하자.”며 회담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북핵 문제의 경우 노 대통령이 양측 고위 실무선에서 조율되고 있는 6자 회담 재개 및 진전을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거론하자 부시 대통령은 “동의한다.”며 흔쾌히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hkpark@seoul.co.kr
  • 與 오픈프라이머리 간담회 ‘싸늘’

    열린우리당이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 준비 중인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제)가 첫 시동부터 현장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우리당은 12일 여론 수렴을 위한 전국 순회간담회의 시발점으로 2002년 국민참여 경선의 기폭제가 됐던 광주·전남을 찾았다. 열악한 지지율을 띄우는 반전을 마련하고 흥행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광주 서구의 한 당원은 지도부의 인사말을 경청한 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지기반이 강하다고 하는 광주도 무참한 패배를 경험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다음 선거에서도 연패가 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론은 떠났는데 강의를 듣는 기분”이라면서 “비전과 방책을 확실히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남 영광의 노인위원장은 “지역에서 당원 대접을 못 받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을 사방에서 욕하지만 아들의 부정이 있나, 부를 위해 축적을 했나.”라며 우리당의 전략과 홍보 부재를 탓했다. 지도부는 “개혁세력이 세번째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힘을 달라.”(김근태 당의장),“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통해 대선 승리를 일구어야 한다.”(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며 대선 구도에 방점을 찍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좀처럼 뜨지 않았다.광주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카드사들 ‘뿌리찾기’ 마케팅

    카드사들이 ‘뿌리 찾기’에 나섰다. 회사 설립의 근원이 된 초창기 고객을 발굴, 최고의 VIP 고객으로 모시겠다는 전략이다. 카드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이 고객들은 장기간 사용하면서도 좀처럼 연체를 하지 않아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장 고마운 고객들이다. 현대카드는 오는 25일 경기 여주 캐슬파인골프장에서 다이너스카드 회원 120명을 초청, 무료로 골프대회를 연다. 참가자는 현대다이너스카드를 꾸준히 쓰는 고객 중에서 선발한다. 우승자 등 3명은 스페인에서 열리는 ‘다이너스 2006 프로암 클래식’에도 무료로 참가한다. 이달 말까지는 다이너스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연회비 100만원짜리 ‘블랙카드’와 30만원짜리 ‘퍼플카드’ 등 VIP시장을 주도해온 현대카드가 돌연 다이너스 회원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이유는 다이너스카드가 현대카드의 모태이기 때문이다. 역사로 치자면 외환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외환은행은 197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자카드의 정식 멤버가 돼 외환비자카드를 내놓았다. 당시 한국은 가맹점을 찾아볼 수 없는 카드시장의 불모지였다.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에 상류층들은 외환비자카드를 발급받은 뒤 해외에 나가서 ‘폼나게’ 카드를 긁었다. 이처럼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한 외환카드는 30년 가까이 축적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VIP 고객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외환카드의 VIP고객은 다이아몬드1,2, 골드, 실버, 블루로 나뉘는데 최고급 VIP는 연체이자 면제, 무이자 할부, 연회비 면제 등 24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얼마나 오랫동안 연체없이 카드를 많이 사용했느냐가 VIP 선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라면서 “50만명에 이르는 VIP 회원의 대부분은 초창기부터 꾸준히 카드를 써온 고객들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 12월 동양-아멕스카드를 인수해 출범한 롯데카드도 아멕스 회원들을 특별 관리한다. 비록 지금은 롯데백화점카드에서 흡수한 고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입이 유난히 까다로웠던 아멕스카드 고객들이 VIP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최근 다른 카드사들도 미국 아멕스사와 제휴한 카드를 내놓고 있지만 애초 독점계약을 맺었던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면서 “아멕스 회원의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스페이스 코리아’/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우주인’이 되기 위한 열망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신체검사의 긴 줄을 서고, 주요 일간지 1면에는 ‘아리랑위성 2호’가 보내온 외국 도시들과 백두산 천지 등의 실시간 선명한 사진이 실리고 있다. 먼 선진국의 일로만 여겼던 우주가 어느덧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는 느낌이다. 지난 7월28일 발사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는 비록 러시아 추진체의 도움으로 쏘아올렸지만,IT기술 1·2위, 로봇기술 3·4위 등의 비교우위에 있는 우리 기술로 대덕에서 제작한 위성이었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화염과 함께 소련 플레세츠크 하늘을 솟아오르는 장면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발사를 보았을 때와는 감회가 사뭇 달랐다. 아리랑 2호는 99년 말 1호가 발사된 이후 7년여의 긴 준비를 거쳐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가 공동 개발한 위성으로 이에는 1m급 고해상도를 갖는 다중대역카메라(multi-spectral camera)가 탑재되어 지리, 해양 등의 영상자료를 지상으로 보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시작한 우리의 우주개발계획이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다. 이를 위하여 묵묵히 애써주신 관련 과학기술자들께 깊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우리의 국가 우주개발은 선진국 대비 40여년 늦게 출발하였다. 그렇지만 향후 중장기 개발 계획은 야심차다고 볼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로드맵에 의하면 과학위성인 ‘우리별’ 시리즈, 통신위성인 ‘무궁화’ 시리즈 및 지구관측위성인 ‘아리랑’ 시리즈 등 3가지 타입의 위성 13기와 KSR III 액체 추진로켓 개발 등에 2010년까지 2조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하여 효율과 실용을 중시하는 일부 진정성 강한 사람들은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우주개발 계획에 불만을 토로한다. 전시행정,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며 빈곤이 존재하는 우리사회에서의 투자 우선순위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에서의 ‘국가 우주 개발 프로젝트’의 문제는 ‘투자 대비 효율’의 잣대로만 따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국가의 품위를 높이고, 기술은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너무 직설적이고 함축적이어서 당기는 말은 아니지만, 국가의 품위와 과학의 관계를 연결 짓는 의미는 곱씹고 싶다. 국가도 그 수준에 맞는 기품이나 위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서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몸짓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선저우(神舟) 프로젝트, 인도의 80년대 인공위성 개발들은 타산지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랜만에 만난 국민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우리의 미래 절대기술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바 크다. 사실 이 우주기술은 실제적으로 재료 및 유전자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스페이스 코리아’ 프로젝트에 한두 가지 제언하고 싶다.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적 프로젝트로 진행시켰으면 한다.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초등학생부터 국회의원, 행정가는 물론 시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아줌마들에게까지 투명하게 성과를 알렸으면 한다. 즉,‘국민 토털 프로젝트’로 운영하여야 한다. 국민이 직접 가서 참관하고 즐길 수 있는 많은 시설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관심을 내고 성원하는 사업은 실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주기술 개발은 정부가 주도는 하되 민간인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개발된 기술의 많은 부분을 민간과 함께 공유하여야 한다. 선진국과 다른 우리의 우주개발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는 실용 중심의 상업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한 우주산업관련 민·학·산의 유기체적 시스템의 구축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성과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하였다. 한국 우주인의 출현,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 등 우리의 우주를 향한 여정은 이제 본격 시작되었다. 멋진 항해를 기대해 본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주말탐방] 국세청 기술연구소 짝퉁양주 분석팀

    [주말탐방] 국세청 기술연구소 짝퉁양주 분석팀

    “친구들이 근무시간에도 술을 마시냐고 물어보는데 실험 대상 술에는 일절 입도 안대요.” 국세청 기술연구소 ‘가짜양주 전담 분석팀’에 근무하는 이창수(46) 김용준(42) 문선희(31·여) 설관수(29) 세무연구관은 가짜 양주를 판독하는 ‘판관 포청천’들이다. ●가짜양주 발본색원, 우리 손에 지난 2000년부터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가짜양주를 제조해 유통시키거나 유흥주점에서 취객을 상대로 가짜양주를 판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세청 기술연구소는 2004년부터 전담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세무연구관은 국내·외 양주 분석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물론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가짜양주를 판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 8월말까지 가짜양주로 의심되는 270여건의 신고건수 중 27건을 가짜양주로 판별해 냈다. 가짜 술을 귀신같이 가려내는 이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당(酒黨)’일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실제 술 실력은 평균 소주 1병 정도.‘홍일점’인 문 연구관은 소주 3잔 정도 마시면 인사불성이 될 정도라고 한다. 술 연구가 직업이다 보니 술에 얽힌 일화들도 많다. 이 연구관은 “친구나 친척들이 연구소에서 술에 관한 연구를 한다면 무척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면서 “외부 사람들이 연구소를 방문할 때마다 술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낮에는 양주, 밤에는 소주 가짜 양주 판별에 베테랑인 김 연구관은 연구소 문을 나서면 소주 애호가로 변신한다. 그는 “양주가 워낙 비싸서 내 돈내고 마시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낮에는 양주와 씨름하지만 저녁에는 소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며 웃는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연구소에 지원했다는 문 연구관은 “처음에는 하루종일 술을 다룬다는게 낯설었지만 이제는 술을 담담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소개했다. 연구원들은 잘못 알고 있는 술 지식도 바로 잡았다. 설 연구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음한 이튿날 머리가 띵하고 아프면 가짜 양주를 마신 것으로 의심한다.”면서 “실제로 가짜양주는 현재 유통량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가짜 술을 마셨다기보다는 그날의 몸 컨디션에 따라 심한 두통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알코올이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생각도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의 원인은 과식과 운동 부족”이라면서 “알코올 자체로는 체내에 축적성이 없지만 음주를 하면서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알코올과 음식물로부터 신체에 필요 이상으로 칼로리를 공급하기 때문에 살이 찌는데 간접 원인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2004년부터 가짜양주 신고제가 시행된 뒤 신고에 얽힌 웃지 못할 해프닝도 종종 생긴다. 올해초 한 50대 남성이 외국에서 마시던 로열 살루트와 밸런타인 30년산의 맛과 국내 한 업소에서 판매되던 똑같은 브랜드의 양주 맛이 다르다며 가짜 양주라고 신고해 왔다. 연구원들은 분석 결과 국내 업소에서 판매한 양주도 진품임을 확인해 주자 연구원들이 제시한 분석데이터를 못 믿겠다며 항의하는 소동도 있었다. ●32명의 연구원, 술의 안전관리와 세원관리 맡아 기술연구소는 가짜 술 판독은 물론 술의 품질관리를 비롯해 안전관리, 세원관리를 맡고 있다. 총 32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며 전국 1300여곳에 있는 술 제조 공장의 품질관리와 영세 취약업체에 대한 제조 기술도 지도한다. 한국전쟁 이후 제조된 3000여점의 각종 술을 보관하고 있고 주류 관련 특허만 해도 32건을 보유중이다. 이에 따라 연구소에는 주량에 상관없이 술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 75년부터 31년째 재직중인 조성오 총무과장은 연구소의 산 증인. 그는 주류 전문잡지에 술 관련 글을 연재할 정도로 이 분야에는 정통하다. 김 과장은 “최근에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창고에서 정교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가짜양주를 제조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지능화되는 추세”라면서 “고객이 직접 캡실을 제거하고 캡을 열어 냄새를 맡아 정품과 비교해 보는 것이 위조주를 식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가짜양주 신고포상금은 가짜양주 제조사에 대한 신고는 1000만원, 가짜양주 중간 유통업자에 대한 신고는 500만원, 가짜양주 판매 유흥업소에 대한 신고는 100만원이다. 신고 접수처는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의 소비자감시고발센터나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 신고 코너에서 접수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만난다] 영화 ‘뚝방전설’ 배우 3인의 코디 제안

    [만난다] 영화 ‘뚝방전설’ 배우 3인의 코디 제안

    지난달 29일 서울 메가박스에서 영화 ‘뚝방전설’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영화의 주인공 박건형, 이천희,MC몽 세 사람은 올가을 유행인 검정 정장 차림으로 자신의 개성을 십분 발휘했다. 세 사람의 모습으로 본 검정 정장 차림, 국내 브랜드 디자인실장들의 눈을 통해 코디법을 살펴보자. 올해 가을 남성정장 트렌드는? 검정의 세련미와 몸매의 날렵함을 내세운 ‘블랙 슬림룩’으로 올 가을 남성 정장이 완성된다. 검정의 유행은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져왔다. 겉옷과 셔츠 같은 속옷을 모두 검정으로 코디하는 스타일이 강세다. 드라큘라의 검은 망토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음침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고스(goth) 스타일에 벨벳이나 새틴 등의 광택이 있는 소재를 섞어 신비로움과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실루엣을 강조하는 경향도 한층 강하다. 재킷의 허리 라인 위치를 약간 올리고, 더욱 날씬하게 표현해 전체적으로 하체가 길어보이는 느낌을 준다. 활동할 때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해 몸에 붙는 옷을 입을 때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줄였다. 겉옷이 슬림하면 안에 입는 셔츠도 몸에 붙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셔츠 앞쪽에 프릴(주름장식)이나 레이스를 달거나 옷깃에 큐빅 버튼이 있는 셔츠를 입으면 전체적으로 로맨틱한 느낌을 준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뷰티 Up 스타일 Up] S라인 만드는 ‘보디 리모델링’ 올 가을 패션은 블랙 앤드 화이트, 상의가 붙고 하의는 헐렁한 바지와 스커트가 트렌드라고 한다. 이런 패션일수록 가슴 볼륨과 허리 라인이 강조되고, 팔, 다리는 슬림해야 의상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가을이라고 몸매를 감추지 말고, 여름 못지않게 몸매 만들기에 신경을 써야 될 것 같다. 아름다운 몸매는 운동과 다이어트 그리고 기타 다양한 체형관리에 대한 부단한 관심과 노력으로 어렵게 성취될 수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살을 뺐다고 모든 여성이 아름다운 S자 체형의 매력적인 몸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몸은 가슴, 허리, 히프, 허벅지, 종아리로 이어지는 적절한 비율과 입체감의 실루엣이 잘 표현돼야 비로소 건강하고 매력적인 몸매가 된다. 키와 체중을 고려해서 얼굴형과 가슴의 크기와 볼륨, 허리 라인의 굴곡, 히프의 위치 및 볼륨, 다리 길이와 종아리 모양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맞춰져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몸매가 가능하다. 보디 리모델링은 바로 이러한 신체의 비율과 조화 그리고 볼륨감을 강조해서 체형교정을 함으로써 매력적인 몸매를 갖게 하는 데 포인트가 있다. 요즘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간에 가장 아름다운 실루엣과 볼륨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보디 리모델링은 우선 크고 뚱뚱한 체형을 어느 정도 교정하고, 이에 맞게 볼륨감과 실루엣을 조정하게 되므로 지방흡입이 중요한 과정이 된다. 참고로 지방 세포는 1000∼1만배까지도 커질 수 있고,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에 비해 지방이 축적될 공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방흡입에 의한 보디 리모델링을 시행하게 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보디 리모델링은 각 개인에게 본인의 신체에 가장 잘 어울리고 최대한 몸매의 실루엣이 예쁘게 표현되도록 여러 가지 시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한다. 만약 비수술적 요법이 더 효과적이라면 그 방법을 사용해서 체형을 교정할 수도 있다. 시술방법으로는 실루엣 유방 확대술, 입체 슈퍼 파워지방흡입술, 탄력 히프 업 수술, 중주파 종아리 축소술, 삼차원 미세지방이식,HPL 지방분해 요법 등이 적용된다. 특히 입체 슈퍼 파워지방흡입술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대량의 지방흡입이 이뤄지게 된다. 이 방법들이 모두 적용될 수도 있지만 각 개인의 특성에 맞게 효과적으로 조합해 더욱 완벽하고 매력적인 체형을 만들게 된다. 특히 보디 리모델링에 기본인 입체 슈퍼 파워지방흡입술은 각 개인의 체형을 분석한 후, 실루엣 디자인에 맞춰 볼륨의 가감을 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체계적인 전후 시스템 관리로 더욱 만족스러운 체형 교정의 경과를 얻을 수 있다. 김성민 원장(아이미 미용성형그룹 www.imi.co.kr) [패션단신] 샤넬은 남산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패션쇼를 열고,2006년 가을·겨울 스타일을 선보였다. 전형적인 샤넬의 요소들 위에 ‘비례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컨셉트를 조화시켜, 중간 길이는 배제하고, 길거나 짧은 다양한 아이템들과 다리에 포커스를 둔 의상들을 소개했다. 올가을 유행 색상인 검정과 하얀색을 바탕으로 장밋빛과 베이지로 악센트를 주었다. ●비오템, 아쿠아수르스 슈퍼세럼 출시 비오템은 히말라야 크리스털 미네랄 성분이 피부에 집중적인 수분을 공급해주는 에센스 ‘아쿠아수르스 슈퍼세럼’을 선보인다. 바이오 폴리머 성분이 수분증발을 차단해 피부 속 최적의 보습상태를 유지시킨다.30㎖,6만 5000원.(02)3497-9705.
  • 히말라야 과일 ‘고지’ 인기 폭발

    할리우드의 ‘늘씬녀’들은 무얼 먹나. 히말라야가 원산지인 과일 ‘고지’가 탁월한 건강식품으로 소문나 서구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지는 베리의 일종(일명 울프베리)으로 붉은 건포도처럼 생겼다. 건강식품 ‘전도사’들에 따르면 고지는 비타민C가 오렌지보다 더 풍부하고 심장병 예방에 좋은 베타카로틴은 당근보다 많으며 철분은 스테이크 고기보다 많다. 또 18가지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고 비타민B, 항산화제도 풍부하다. 더욱이 껍질을 벗길 필요가 없고 가벼워 매일 10∼30g만 먹으면 된다. 특히 마돈나와 여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미샤 바튼 등 유명인들이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는 입소문이 돌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통업체 테스코는 기적의 슈퍼 음식이라며 판촉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력에 좋다는 ‘과일 비아그라’,‘셀룰라이트(여성의 둔부 등 피하에 쌓인 지방 축적물) 분쇄기’라는 과장된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영국 카디프 대학병원 자크 로든 박사는 “완전히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일 쪼가리 하나로는 결코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너선 포맨(40)은 “리비도(성욕)를 자극한다고 해서 먹었는데 전혀 못 느꼈다.”고 툴툴거렸다. 고지는 중국과 몽골, 티베트에서 주로 재배된다. 수천㎞를 배편으로 운송되는데 영양소가 그대로 보전될지도 의문이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인류의 문명은 기술과 기능의 토대 위에 서 있다. 칸트가 그의 논문 ‘추측해 본 인류사의 기원’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은 구약 창세기의 사건이 인류에게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출발점과 같다고 찬양했다. 즉 기술과 기능은 원죄의 토대 위에서 탄생됐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불교적 입장에서 봐도 무시 이래로 홀연히 인간에게 분별심이 생김으로써 인간에게 취사선택의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마명(馬鳴)스님이 ‘대승기신론’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 분별심은 인간 무의식의 가장 깊은 아뢰야식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불각(根本不覺)으로서 부처가 되기 전에는 소멸되지 않는 근본무명과 같다.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인간지성이 원죄나 근본불각의 소치라는 종교의 가르침은 기술과 기능을 사유하는 철학에 하나의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기술과 기능은 소유적 무의식의 소산과 같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인간 무의식의 욕망에는 본능적 욕망과 본성적 욕망이 함께 이웃하고 있다고 이미 ‘철학산책’의 시작(1·2·3회 글)에서 언급되었다. 전자는 소유론적 욕망이고, 후자는 존재론적 욕망에 해당한다. 전자는 자아중심으로 모든 것을 취득하려는 욕망이고, 후자는 자아중심이 없이 일체가 일체에 대하여 존재하도록 도와주려는 자비의 원력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본능에 의한 생물학적 소유욕이 지능에 의한 사회학적 소유욕으로 환유법적인 자리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지적되었다.(11·12·18·31회 글) 기술과 기능은 지능에 의한 인간의 사회학적 무의식의 소유욕과 직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첫째로 인간의 무의식에서 소유적인 본능과 존재론적 본성의 차이가 너무 가까이 근접되어 있어서 인류는 그 차이를 뚜렷이 구분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능과 본성은 다 마음의 자발적 기호(嗜好)와 같아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려는 욕망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언어학자 뱅베니스트가 그의 저서 ‘일반언어학의 제문제(I)’에서 기술했듯이, 인류는 동서를 막론하고 소유와 존재를 거의 혼동해서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어에 ‘가지고 있다’로 소유와 존재가 통용되어 쓰이듯이, 이런 현상은 범 지구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는 것처럼 여긴다. 이것이 프롤레타리아 의식이다.‘가지다’라는 소유동사가 타동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동사처럼 수동형으로 쓰이지 않는 범 지구적 현상은 소유동사를 존재동사처럼 상태동사로 봤던 인류의 무의식이라고 뱅베니스트가 통찰했다. 둘째로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능(지성=이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지능은 본능의 소유욕을 환유법적으로 장소 이동한 것이다. 지능이 사회적인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두 가지의 경향이 일어났다. 그 하나는 지능의 꾀로써 사회생활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물질적 경제적 이익을 낳으려는 경제기술주의의 욕망과, 또 다른 하나는 이기적 생존추구를 불의로 미워하면서 공동체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사회도덕주의적 욕망이 생겼다. 동양의 순자철학은 전자의 성향을 대변하고, 맹자철학은 후자의 것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기술적 이성이라 불리는 형이하학과 도덕적 이성이라는 형이상학이 구분된 것도 같은 지능(지성=이성)의 두 가지 철학적 표현이라 하겠다. 상기의 두 가지 관점을 우리가 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본디 무의식적으로 소유와 존재가 아주 이웃해 있는데, 지성(지능=이성)의 철학이 경제기술적이든 사회도덕적이든 사회생활의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존재를 존재로 사유하지 못하고, 존재를 다만 소유의 정신화(은유화)로써 여기게 하는 장본인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성이 이끄는 사회도덕의 형이상학도 기실 경제기술과 같은 소유의 영역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철학자가 하이데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이데거는 기술론이든 정신론(도덕론)이든 다 존재자(존재를 실체화한 것)의 철학이고, 그 존재자의 철학은 지성이 파악한 개념적 소유철학에 다름 아니라고 통찰했다. 명사적 개념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철학사가 존재를 소유의 정신화(은유화)인 양 착각하게 했다. 좌우간 재래의 자본주의적 기술론은 성공했으나, 사회주의적 정신론은 실패했다. 이제 21세기 철학적 사유의 과제는 자본주의적 기술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관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기술론의 본질은 인간생활을 편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만드는 데 있다.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하게 하는 것을 우리는 기능이라 부른다. 기술론은 기능적 사고로 이어진다. 기능적 사고는 효능과 생산고로 집약된다. 효능과 생산고는 계산 가능한 이익의 목록을 만들게 하는 기준이고, 그 목록에 빠져 있는 것은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르셀이 잘 지적했듯이, 기술적 가치만을 숭상하는 기능주의는 늙음과 병약함을 비기능적 몰가치로써 푸대접한다. 말하자면 비기능적 몰가치는 기능적 효율과 생산고의 증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과 같다. 늙음과 병약함은 노후 기계처럼 폐품처리 대상 리스트에 올라간다. 기능사회에 접어들면, 이미 노인과 병약한 환자들은 남들의 평가이전에 스스로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절망의 쓸쓸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노인들은 스스로 안 늙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치지만, 그런 행태는 노인들의 절망을 재촉할 뿐이다. 그 경우에 죽음은 낡은 기계의 멈춤과 같다. 죽음은 소유활동의 끝일 뿐이다. 죽음은 모든 소유의 무상함을 넘어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해주는 신비로 이해되지 않는다. 죽음은 기계의 생명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다른 차원의 존재방식의 시작임을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전혀 이해 못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어떤 사형수들의 얼굴이 왜 성자처럼 해맑아지는지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이해 못한다. 편리함과 풍요함을 주는 기술과 기능은 다른 한편으로 인생에서 존재론을 폐지시키는 절망을 부채질한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이 기술론의 의미를 잘 분석해 놓았다. 그의 ‘강연과 논문집’에서 하이데거는 근대기술의 본질을 ‘도발로서의 탈은폐’(disconcealment as provocation)라고 정의하였다. 기술이란 낱말인 ‘테크닉’(technique)은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에서 파생되어 나왔는데, 테크네는 ‘현성으로서의 탈은적’(disconcealment as bearing-fruit)의 의미를 뜻한다. 같은 단어인 ‘disconcealment(Entbergen)’가 근대기술에서는 도발적인 ‘탈은폐’로, 고대 테크네에서는 현성(現成=저절로 피어남)으로서의 ‘탈은적’으로 하이데거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이 ‘disconcealment’를 그냥 다 ‘탈은폐’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은폐와 은적의 한국어 뉘앙스가 다르다. 전자는 범인이 비밀스러운 것을 감추는 행위를 말하고, 후자는 스스로 사라지는 은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 구별은 하이데거의 기술론을 이해하는 핵심이 되기에, 재래의 번역처럼 일률적으로 옮기면 그를 오독하는 결과를 낳는다.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는 자연이 스스로 현시하는 탈은적의 행위(꽃피기/열매맺기)를 인간이 도와주는 정도의 잔기술을 말하고, 근대의 테크닉은 자연이 스스로 자신을 현시하기 전에 인간이 강제로 자연의 속살을 드러내고 토해내도록 강요하는 거대기술을 말한다. 탈은폐는 자연이 인간의 소유와 이익에 필요한 것을 빨리 대량적으로 토해낼 것을 심문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근대기술은 자연이 은폐시켜 놓은 것을 인간이 강제적으로 탈은폐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근대기술의 탈은폐화 방식을 하이데거는 독특한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이라 불렀다. 본디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은 ‘발판 사각대’나 ‘받침대’처럼 테크네 정도에 맞는 잔일하는 소도구를 뜻하였으나, 이것이 근대 테크닉으로 이전하면서 하이데거가 그것을 ‘Ge-stell’이라고 띄어 썼다. 이 말은 피의자를 심문하고 때로는 주리를 틀면서 고문까지도 하는 심문대의 의미로 변한다. 더구나 ‘Ge-’는 ‘집단적’이란 의미의 뉘앙스를 풍기는 전철이므로 Ge-stell은 단독으로 하는 심문대가 아니라,‘집단 신문대’의 의미를 띤다. 인간이 자본의 축적과 집단적 이익과 편리를 추구하고자 자연에 대하여 주문사항들을 재빨리 토해내라고 집단 도발하는 그런 의미가 하이데거가 본 근대기술의 본질이다. 하이데거가 같은 단어를 고대 그리스적인 의미와 근대 기술론적 의미로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함의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는 여러 단어들을 그렇게 사용했다. 그가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같은 단어들을 이중적 의미로 썼다는 것은 내가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능의 소유와 본성의 존재가 인간의 무의식에서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이웃하고 있다는 인류사의 무의식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 같다. 근대기술의 ‘집단심문대’(Ge-stell)의 방식은 단지 자연에 관한 인간의 도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도발적 심문의 사고방식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다 잉태시켰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이 바로 인간 자유의 도발적 힘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했고, 사회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으로 인간사회의 평등을 이룩한다는 명분아래 인위적으로 사회성원들을 심문하고 주리를 틀었다. 하이데거는 기술자체가 위험하기보다 오히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이 더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인간 마음의 위험성은 인간자아의 무한 의지와 그 소유욕의 위험성을 말한다. 마음의 무한 소유욕으로 인간이 존재를 완전히 망각하고, 죽음의 신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 두뇌의 사이버네틱스가 철학적 사유와 시를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그는 우려했다. 지구의 사막화 이전에 인간마음이 온전히 황폐화될 것임을 그는 예견했다. 그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기 전에,‘무엇을 사유해야 하는가.’하고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대사상은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는 사유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만성 골반통’ 치료 선구자 허주엽 박사

    ‘만성 골반통’ 치료 선구자 허주엽 박사

    골반통, 특히 만성 골반통은 애를 낳아 키워야 하는 여성에게 ‘삶의 족쇄’같은 질환이다. 이 질환이 ‘족쇄’인 이유는 많다. 우선, 골반통 환자가 찾아오면 산부인과든 비뇨기과든 의사들이 난감하다. 발병 원인과 경로가 다양하고, 증상이 복합적이며, 아직 이렇다 할 표준치료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엉뚱하게 항생제를 처방해 병을 키우는가 하면 병과는 전혀 상관없는 원인을 붙잡고 치료한다고 대드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만성 골반통이 의학교과서에 처음 등재된 게 1997년이니 그 전에 의학공부를 한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 질병에 대한 구체적 진단이나 치료지침이 없어 미국에서는 만성골반통, 유럽에서는 골반울혈증후군이나 테일러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막막한’ 질환인 만성 골반통을 벌써 11년째 붙잡고 씨름 중인 허주엽(경희대의대 부속병원장·산부인과학교실) 박사는 이런 만성 골반통을 ‘산부인과 영역의 난제이자 주요 현안’이라고 말한다.“지난해 7월 국내 첫 연구회를 발족시켜 상당한 성과를 축적하고 있지만 학회에 보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기존 의학상식을 뒤집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만성 골반통을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규정한다.“여성들에게 주는 고통이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부부 갈등과 이혼 등 가정해체의 원인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관련 분야 의사들이 골반통의 원인과 진단, 치료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요.” 허 박사가 말하는 만성 골반통은 틀림없는 난치질환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제가 11년째 이 질환을 연구해 오면서 터득한 가장 값진 소득은 환자와 오래, 그리고 많이 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는 이게 가장 어려운 주문이기도 한데 내면을 터놓는 교감 없이는 상당 부분 치료가 어렵다는 게 제가 얻은 결론입니다.” 흔히 요통과 헷갈리는 만성 골반통은 신체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일반적인 치료가 먹히지 않은 통증이 행동 혹은 정서적인 변화와 연관돼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이른다.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3분의 1이 골반통 환자들일 만큼 발병 빈도도 높다.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대부분의 경우 3∼12개월 사이에 재발하는 것도 문제다.“통증의 유형도 무척 다양합니다. 생리통과 흡사한 하복부 통증은 물론 자궁과 난소 부위의 통증, 요통, 월경통, 성교통,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과 만성피로, 과민성 대장증후군, 배뇨통 등 일률성을 부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골반통의 경우 배란기에 시작돼 생리 기간 중 계속되기도 합니다.” 그나마 신체적으로 원인이 잡힌다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신적 원인을 가진 경우에는 진단에서부터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환자 중에 정신과적인 문제로 불안·우울증 등 정서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런 경우 철저한 병력 파악과 인성검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더러는 유년기의 신체 및 성적 학대가 원인인 경우도 많아 환자의 일상적 생활을 알아야만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신적 원인 말고도 크게 봐 부인과적 원인, 위장관 계통의 원인, 비뇨기 계통의 원인, 신경 및 근골격계 원인 등이 작용합니다. 특히 부인과적 원인인 골반 울혈증후군은 테일러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질환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원인질환이기도 합니다.” 만성 골반통의 문제 중 하나는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요통으로 오진하는가 하면 잘못된 진단을 근거로 처방해 환자들에게 ‘불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진단을 위해서는 문진 등 일반적인 검사 외에 심리적 원인을 캐내기 위한 병력 청취가 중요합니다. 통증과 관련된 안팎의 상황을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 등 통증과 관련있는 요인을 세세히 파악해야 하고, 이를 근거로 내과적이거나 수술 등 상세한 치료법이 결정되게 됩니다.”허 박사는 이 질환을 가진 환자 중에 다른 치료없이 병력을 청취하고 환자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허 박사의 노력으로 진단을 위한 검사법이 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국내 학계에서도 그를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는다.“안타까운 것은 국내 의료계의 실정으로 볼 때 외국과 달리 상담료도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와 마주 앉아 몇 시간씩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병인을 추적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오진이 많고, 엉뚱한 처방도 많을 수밖에 없지요. 환자들은 이곳저곳 다니는 동안 삶이 피폐해지고, 나중에는 이 질환을 숙명으로 알고 살게 되는 거지요. 결국 우리나라의 진료 환경이 정확한 진단의 최대 장애가 되는 셈입니다.” 만성 골반통은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갈수록 여성들의 신체적 조건이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스트레스다. 허 박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결코 간단하게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실체가 없다고 스트레스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삶을 가볍게 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특히 골반통과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인과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 이런 시각에서 병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한 40대 직장 여성이 골반통을 앓고 있었습니다. 신체적 원인이 드러나지 않아 정밀 상담을 시도했는데, 문제는 이 여성이 가진 ‘이제 직장 그만두고 가정에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상충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병증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 여성, 지금 건강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중국 동북공정 문제 학술·외교 병행대응”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6일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거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여타 사안과 연계시키지 않고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대처해 왔으며 중국과의 역사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에 참석,“새로 출범하게 될 ‘동북아역사재단’ 등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에 관한 학술적 성과를 축적해나가는 노력을 병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면서 “신화사 홈페이지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왜곡사례로 보이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정조치했다.”고 설명했다.이 차관은 동북공정을 주도하는 중국 사회과학원(변강사지 연구센터)에 대해 “성격은 국책 연구기관이며 일반 사립 단체와 다르고 국가 공무원으로서 보통 학자와는 다른 신분이라고 생각된다.”면서 “다만 그 결과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발표했을 때 그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현실적으로 말하는 게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시중銀 ‘알토란 계좌’ 쟁탈전

    시중銀 ‘알토란 계좌’ 쟁탈전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인수·합병(M&A)과 대출 자산 확대를 통해 몸집 불리기 경쟁을 해왔던 시중은행들이 제2의 ‘은행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싸움은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고객의 정보와 계좌를 뺏고 빼앗기는 ‘실속 게임’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국민은행은 더 이상의 외형 확장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2580만명에 이르는 고객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LG카드를 인수하는 신한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도 1000만명에 이르는 LG카드 고객의 정보와 계좌를 흡수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자체성장 전략에 따라 자산을 급격하게 늘려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교차판매(크로스셀링)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계좌 싸움’ 불 붙는다 계좌는 모든 금융거래의 기초로, 얼마나 많은 고객의 계좌를 확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이 좌우된다. 향후 계좌 쟁탈전의 백미는 단연 LG카드의 1000만 계좌가 어디로 가느냐이다. 카드사는 자체 계좌가 없기 때문에 LG카드 고객들은 저마다 거래 은행에 결제 계좌를 두고 있다. LG카드에 따르면 신한은행 계좌를 통해 결제를 하는 고객은 전체의 10%가량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이 50%, 우리은행이 10%, 기타 은행들이 1∼4%를 각각 차지한다. 만일 신한은행이 LG카드 고객의 계좌를 대거 유치한다면 막대한 고객정보와 엄청난 저원가성예금(핵심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반대로 LG카드 고객들이 기존 계좌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인수 시너지 효과는 그만큼 반감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LG카드 인수가 완전히 끝나면 신한은행은 맨 먼저 계좌 흡수 작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기업금융에서도 계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각 은행에 흩어져 있는 계좌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업 종합자금관리서비스(CMS)를 은행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어 기존의 주거래은행 개념까지 흔들리고 있다. 기업은 통상 주거래은행을 정해 놓고 그 은행을 통해 금융거래를 처리해 왔지만, 기업의 모든 자금관리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CMS가 등장하면서 CMS를 제공하는 은행이 사실상 주거래은행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금을 한 곳으로 모으는 모(母) 계좌는 CMS를 제공한 은행으로만 설정할 수 있어 CMS 제휴가 된 은행으로 모든 자금이 모이게 된다. 은행들은 기업의 해외지사 자금관리까지 총괄해주는 글로벌 CMS도 내놓고 있다. ●고객정보 활용이 승부 가른다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한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도 은행간 경쟁의 주요 승부처로 꼽힌다. 교차판매의 핵심 수단인 CRM은 고객의 수요에 맞는 금융상품을 즉석에서 소개해 주는 서비스로 방대한 거래 정보와 고객 개개인의 성향이 데이터로 축적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특히 국민은행이 지난해부터 CRM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어 경쟁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부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CRM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 고객의 자산·부채·금융거래 실적 등 모든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나고, 이 고객에게 어떤 금융상품을 소개해야 하는지도 자동으로 뜬다. 국민은행은 교육, 결혼, 주택, 노후, 목돈 마련 등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1대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자동화기기에도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신한·하나 등 지주사 형태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은 은행·증권 등 각 계열사 고객의 정보를 모두 활용하는 CRM 마케팅으로 국민은행에 대항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CRM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수신만기 재예치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면서 “몹집 불리기가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고객을 얼마나 지키고 빼앗아 오느냐에 따라 은행의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전북 영상메카 레디~고!

    전북 영상메카 레디~고!

    요즘 전북 임실군청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즐겁다. 장규성 감독의 휴먼드라마 ‘이장과 군수’ 영화촬영장이 된 군청사에서 인기 탤런트 차승원·유해진씨를 종종 볼수 있기 때문이다. 배경마을이 된 임실군 덕치면 가곡리 주민들 역시 시골에서는 실물을 보기 힘든 이들 인기배우를 쉽게 만날 수 있어 마냥 즐겁다. 배우 외에도 영화 촬영 장면은 물론 각종 장비 등 평생 보지 못한 구경거리가 많아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주민들로 붐빈다. 임실읍과 섬진강변에서는 이영아·김시후 주연 ‘귀신이야기’도 촬영 중이어서 조그만 산골지역 임실군은 올 여름 영화 이야기로 화제 만발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이 같은 영화·드라마 촬영장면을 종종 볼수 있다. 전주에서는 성심여중, 전주천 등에서 김혜수·천호진 주연의 ‘좋지 아니한가’ 촬영이 한창이다. 올들어 도내에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만 43편에 이르고 현재 6편이 촬영 중이다. 지난 2001년 4편에 지나지 않았던 도내 영화·드라마 촬영건수는 2002년 23건,2003년 26건,2004년 35건,2005년 50건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같이 영화·드라마 제작진이 전북을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림’이 될 수 있는 도시, 농촌, 바다, 산 등 배경장면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주시가 영상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의 적극 유치에 나선 것도 주요인이다. 전주영상위원회는 제작진 유치를 위해 배경이 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축적해 홍보하고 안내·지원하며 자치단체의 협조를 얻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도 등 자치단체에서 이들에게 각종 지원과 편의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것도 제작진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특히 숙박비가 싸고 먹을거리가 풍부하며 음식맛이 좋아 장기간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연예인과 스태프들이 좋아한다. 도내에서 촬영된 영화·드라마 가운데 대박이 난 작품도 많다. 엄청난 관객 동원에 성공한 ‘왕의 남자’는 대부분 부안군 영상테마파크에서 제작됐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말죽거리잔혹사, 한반도, 비열한 거리, 소문난 칠공주, 스승의 은혜 등 전북의 자연을 배경으로 제작한 작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유치해 자치단체들이 얻는 수익도 짭짤하다. 전주영상위원회는 지난해 50편의 영화·드라마 촬영을 유치해 얻은 직·간접 효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제작진들이 숙식비, 장소와 장비 대여비, 인건비 등으로 직접 지출한 금액만 70억원에 이르고 지역광고 등 경제승수효과를 감안할 때 그 이익은 100억원을 넘어선다. 전주영상위원회 이세리 로케이션팀장은 “올 연말까지 6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유치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직접소득은 100억원, 경제승수효과는 1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36) 竹林七賢(죽림칠현)

    儒林 (662)에는 ‘竹林七賢’(대 죽/수풀 림/일곱 칠/어질 현)이 나온다.竹林七賢은 ‘중국 진(晉)나라 初期(초기)에 노·장의 無爲思想(무위사상)을 숭상하여 竹林(죽림)에 모여 淸談(청담)으로 세월을 보낸 산도, 왕융, 유령, 완적, 완함, 혜강, 향수를 말한다. 이들은 주로 대나무 숲에서 모여 기분내키는 대로 술을 마시며 어울린 데서 ‘竹林七賢’이라는 말이 由來(유래)했다. ‘竹’자는 두 줄기의 대나무 가지를 그린 象形字(상형자)이다.用例(용례)에는 ‘竹簡(죽간:종이 발명 이전에 글자를 기록하던 대나무 조각. 대나무 조각을 엮어서 만든 책),竹馬故友(죽마고우: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벗),破竹之勢(파죽지세:적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氣勢(기세)를 이름)’ 등이 있다. ‘林’은 ‘숲’을 나타내기 위해서 ‘木’(목)을 두 개 겹쳐 놓았다.‘많다’‘모이다’‘들’과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森林(삼림: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숲),書林(서림:책이 많은 곳, 즉 서점),酒池肉林(주지육림:호사스러운 술잔치를 이름)’등에 쓰인다. ‘七’은 본래 ‘切’(끊을 절)의 本字(본자)로 ‘十’(열 십자) 모양이었다. 본 뜻보다 숫자 ‘七’로 널리 쓰이면서 ‘끊다’라는 뜻을 보존하기 위해 ‘切’자를 새로 만들었다.用例에는 ‘七步才(칠보재: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에 시를 지을 만한 재주라는 뜻으로, 아주 뛰어난 글재주를 이름),七縱七擒(칠종칠금:제갈량이 맹획(孟獲)을 일곱 번이나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주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마음대로 잡았다 놓아주었다 함을 이름)’ 등이 있다. ‘賢’은 ‘손(又)에 재물(貝)을 쥐고 잘 관찰(臣)한다.’는 뜻을 가진 會意字(회의자).‘어질다’‘어진 사람’의 뜻이 派生(파생)됐다.用例로는 ‘聖賢(성현:성인과 현인을 아울러 이르는 말),尊賢使能(존현사능:훌륭한 사람을 존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씀),賢母良妻(현모양처:어진 어머니이면서 착한 아내)’등이 있다. 竹林七賢은 老莊思想(노장사상)을 신봉하여 支配(지배)權力(권력)이 강요하는 儒家的(유가적) 秩序(질서)나 形式的(형식적) 禮敎(예교)를 嘲笑(조소)하고, 유가의 僞善(위선)을 폭로하기 위하여 常識(상식)에 벗어난 언동을 敢行(감행)하기도 하였다. 유령은 항상 술독에 빠져 奇行(기행)을 일삼았다. 외출할 때는 항상 술에 취해 수레를 타고 종에게 가래를 들고 뒤따르게 하며,‘내가 죽는 즉시 묻어라.’라고 했다. 자신의 방에서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裸體(나체)로 지내는 습관이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이 非難(비난)하자,‘나는 하늘과 땅을 나의 집으로 삼고, 방을 나의 옷으로 삼는다. 그대들은 왜 나의 옷 속으로 들어왔는가.’라고 應酬(응수)하여 상대방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완적은 白眼視(백안시:남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흘겨봄. 반갑지 않은 손님은 白眼으로 대하고, 반가운 손님은 靑眼으로 대한 데서 유래함)라는 故事(고사)를 남겼다. 竹林七賢은 술만 마시고 淸談만 일삼은 게 아니다. 혜강은 관구검의 陣營(진영)에 가담했고, 왕융은 財物(재물) 蓄積(축적)에 沒頭(몰두)하였으며, 산도는 政權(정권)에 阿諂(아첨)하여 벼슬을 구하고, 완적은 사마씨(司馬氏) 정권의 庇護(비호)를 받았다.世俗(세속)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으나 결코 세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셈이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커리어 우먼] 박수경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장

    [커리어 우먼] 박수경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장

    “하루 종일 온갖 종류의 화장품을 발라 보고, 여성 심리를 연구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일하는 걸 보니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학교가 전부인 줄 알고 있던 저에게 새 세상이 열린 거죠.”아모레퍼시픽의 최연소이자 유일한 여성 임원급인 박수경(41) 소비자미용연구소장이 7년 전 입사할 때를 떠올리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새로운 일은 호기심을 촉발시켰고, 일에 대한 재미는 능률과 직결됐다. 화장품 회사여서 여직원 비율은 55%로 높았지만 의외로 팀장 이상 간부사원 비율은 5%도 안 됐다. ●“뷰티 소프트로 승부한다” 박 소장은 지난 1월부터 뷰티트랜드·고객상담·미용교육팀으로 구성된 소비자미용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직원이 100명 정도로 대(大) 부대이지만 남자 직원은 7명뿐이다. 연구소는 시시각각 변하는 화장품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요구 사항, 유행을 연구하고 이를 신상품 개발에 반영한다. 출시전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 사용감 평가를 전담해 결과를 기술연구소에 피드백해 주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단 한차례에 평가를 통과하는 예는 없다. 평균 10∼11차례 ‘퇴짜’를 맞는데 어떤 제품은 100차례 넘게 품평을 한 경우도 있다. 박 소장은 제품 못지 않게 고객들에 대한 미용 서비스, 이른바 ‘뷰티 소프트’를 중시한다.“고객 상담의 80%가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등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20%가 상품에 대한 불만”이라면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사용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100%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강사에서 민간기업 과장으로 박 소장은 대학원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한 박사로 10년 가까이 강의와 연구만 한 이른바 ‘먹물’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 2000년 지도교수가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평소 미용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 소장이 이 곳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공을 살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것. 연령과 소득으로만 구분하던 기존의 방법에서 탈피, 소득·활동성 등에 따라 ‘산동네 아줌마형’‘강남 미즈형’ 등 6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일부에서는 ‘연구를 위한 연구’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제품의 정체성을 점검하고 판매 전략에 적극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 일에 한참 재미를 갖고 일하던 박 소장에게 의외로 슬럼프는 일찍 찾아 왔다. 입사 2년차 때였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놓고 주위의 평가가 엇갈리자 마음이 흔들렸다. 입사 동기마저 없어 소외감은 더욱 컸다. “1년 만에 견디지 못해 그만둔다는 건 자존심의 문제였다.”는 그는 “사내에 지인을 만들려고 또래의 남자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동기 모임에 넣어달라고 했다. 의아해하던 남자 동료들의 진심어린 충고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 소장은 네트워크를 잘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고 본다.“친하게 지내는 것과 네트워킹은 다르다.”면서 “네트워킹은 내게 뭔가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성스러움은 지키면서 남성적인 장점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통합형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용행태 문화마다 달라요” 박 소장은 소비자들의 미용행태는 나라마다 국민성과 역사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문서에 외모에 관한 기록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미(美)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미에 대한 추구는 부지런한 것과 직결되고, 최근의 한류와도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킨·로션·에센스 기능이 함께 든 멀티 제품이 성공하지 못한단다. 단계별로 하나씩 발라 효과를 극대화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품 가짓수가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저녁에 바르는 화장품이 중국은 3가지, 프랑스는 5가지인데 한국은 6∼7가지, 심지어 11가지나 된다. 이처럼 깐깐한 소비자들 덕에 한국 화장품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박 소장은 앞으로 오프라인에 축적된 미용 정보를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가상의 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또 “색조화장품에서도 아모레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욕심의 한 자락을 드러냈다. ■ 박수경 소장은 ▲1965년생 ▲1988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소비자학 석·박사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 등 강사 역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 ▲2000년 1월 아모레퍼시픽 이미지메이킹(IM)팀 입사(과장) ▲2003년 IM팀장 ▲2005년 뷰티 트랜드(BT)팀장 ▲2006년 1월∼ 소비자미용연구소장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자타라 파리바르타나아사나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자타라 파리바르타나아사나

    자타라(Jathara)는 위, 복부, 파리바르타나(Parivartana)는 전환된, 방향을 바꾼, 회전됨을 의미한다. 다리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재빨리 휙 내릴 때 복부 내부가 마사지된다. 1. 마루에 등을 대고 평평하게 눕는다. 어깨와 일직선으로 양 팔을 옆으로 뻗고 손바닥을 위로 하여 눕는다. 숨을 내쉬며 다리를 90도까지 들어 올린다. 이때, 다리를 막대와 같이 단단하게 해서 무릎이 굽혀지지 않도록 한다(사진1). 2. 숨을 내쉬며 다리를 천천히 내린다(사진2). 3. 오른쪽 어깨를 아래로 누르고 오른팔을 오른쪽으로 뻗는 동시에 복부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두 다리를 왼손을 향해 대각선으로 5cm 정도 떨어질 때까지 내린다. 두 다리는 같이 아래로 내려가야 하고, 무릎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펴야 한다. 다리를 줄곧 단단하게 편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상 호흡을 하며,5∼20초간 이 자세를 유지한다(사진3). *고급단계로 나아가기: 몸을 오그리지 않는다. 어깨와 겨드랑이는 아래로 내리고 몸통과 엉덩이는 일렬로 유지한다. 왼쪽 다리 윗부분을 오른쪽 엉덩이 쪽으로 말아 넣는다. 4. 숨을 들이마시며 쭉 뻗은 다리를 서서히 수직으로 들어 올린다. 5. 위의 1∼4번을 오른쪽에서도 되풀이한다. 6. 초보자일 경우:위의 2번 자세에서 무릎을 복부 위로 굽힌 다음 무릎을 왼쪽으로 내린다(사진4). 효과:이 아사나는 비만을 감소시키고 간장, 비장, 췌장을 좋게 해서 이들의 무기력증을 근치시킨다. 위염을 치료해 주고, 장을 강화시킨다. 이 자세의 규칙적인 수행을 통해서, 모든 복부 기관의 움직임을 고르게 한다. 허리와 엉덩이 부분의 결림을 완화시켜 준다. 요가교실:요가의 8단계 중 제1단계에 해당하는 윤리적인 계율들 즉, 야마(Yama) 가운데 네 번째 덕목인 브라마차리아(Brahmacharya)는 절제, 금욕을 의미한다. 정액의 소모는 죽음에 이르고 그것의 보존은 삶에 이른다고 한다. 브라마차리아를 이루게 되면 점차로 활동력, 힘, 용기, 강한 지성을 축적하게 되어 어떤 불의와도 당당히 대적할 수 있다. 육체적인 힘은 ‘절대 신성’을 위하는 일을 위해, 정신적인 힘은 문화를 전파하는 데, 지적인 힘은 영적인 삶을 꽃피우는 데 활용할 것이다. 브라마차리아는 지혜의 횃불을 당기는 불씨와 같다. *요가 보조 기구(큰 베개, 벨트 등)는 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자료제공: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 (053)753-1737 www.iyengar.co.kr 아사나:김교영
  • [씨줄날줄] 레임덕 다섯고개/이목희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이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었다. 취임초 90%의 국정지지도가 막판에 10%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청와대를 취재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교수, 공무원, 기자들과 여러차례 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여러 분석 중 ‘2A 딜레마’가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전능(Almighty)’과 ‘무오류(All-right)’를 둘러싼 고민을 항상 한다.1987년 5년 단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의 권력이 이전보다 약화되긴 했다. 그래도 현존하는 최고 권력은 대통령이다. 국민들은 경제가 나빠져도, 외교안보가 불안해도, 심지어 홍수가 나도 대통령 탓을 한다.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권한은 그에 못 미치는데 부담은 왜 이리 많은가.”라는 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과 언론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여긴다면 한탄의 강도는 높아진다. 더 나아가면 국민들을 원망하기 시작한다.“열심히 하는 것을 몰라준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임기 초반에는 ‘전능’과 ‘무오류’의 갈등이 그래도 적은 편이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대통령은 정보를 축적하고, 업무에 익숙해진다. 국민·야당·언론이 도와주면 큰 업적을 남길 텐데…. 힘도 키우고 싶어진다. 이런 심리적 딜레마 상태에서 측근·친인척 비리가 터지면 속수무책이다. 레임덕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이전 대통령들이 장악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썼던 방법은 다양했다. 정치자금과 비리 정보는 기본이었다. 대권 후계자를 저울질하면서 막판까지 여당을 통제하려 했다. 개헌을 비롯해 퇴임 뒤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넘어야 할 다섯고개를 들었다. 여소야대, 지역감정, 언론비판, 여당 내부이반, 게이트 공세 등이다.‘2A 딜레마’가 느껴지는 언급이다. 노 대통령의 주변 여건은 전임자들보다 열악하다. 전임자와 유사한 해법을 쓰면 결과는 뻔하다.‘무오류’의 고집을 털고, 무리하게 ‘전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정이 많다. 대통령이 권력 약화를 물 흐르듯 타면서 합의와 절차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일 때 오히려 레임덕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인문사회 지원 ‘학진’의 정책 현황과 과제

    인문사회 지원 ‘학진’의 정책 현황과 과제

    인문 사회분야에 대한 지원방안은 쉽게 논란에 휩싸인다. 평가가 어려워서다. 그러다 보니 지원하는 쪽은 ‘성과’ 타령이고, 지원받는 쪽은 ‘근시안’이라 비판한다. 이 둘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은 어딜까. 김병준 교육부총리 낙마사태를 계기로 지난 18일 학술단체협의회와 교수노조가 공동 주최한 ‘학문윤리와 학문정책’ 토론회에서는 인문사회 분야 지원을 위한 학술진흥재단(학진)의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대학 연구기능 외면…사학법 개정 필수 발제에 나선 오창은 중앙대 교수는 “주변에 물어 보니 그래도 유일한 희망은 ‘학진’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래도 학진의 평가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2년부터 시작된 학진의 학술지 평가 기준이 ‘연간 학술지 발간 횟수’·‘논문 게재율’·‘편집위원 연구실적’ 등 양에 치우쳐 있다 보니 표절과 중복게재, 논문 쪼개기 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 분야 연구자들 외에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전문적인 학술지들만 난무하게 됐다. 오 교수는 “인문사회계열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활동과 무관할 수 없는데 소수의 관련 전문가 외에는 뜻을 가늠하기 힘든 학술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사학법 개정이 필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대학이 연구기능을 외면하니까 연구자들이 학진의 지원에만 목을 매고, 그러니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학법인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 평가에 치우쳤다는 비판에 대해 조성택 학진 인문학단장(고려대 교수)은 “최소한의 기준이자 표준화에 불과하다.”면서 “학진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는 만큼 질적인 평가는 관련 학회가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학술지가 지나치게 전문적이라는 지적에는 공감했다. 조 단장은 “논문으로 인정해 주지 않다 보니 대중과 소통하려는 좋은 계간지들이 필자를 섭외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지나치게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9월쯤 계간지 편집장들과 만나 대안을 마련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구자에게 용돈주기’를 뛰어넘어야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금처럼 1년 단위로 지원하는 것은 어떤 주제가 잘 팔릴까에만 골몰하게 만든다.”면서 “연구자 개인에게 단기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연구소 단위의 장기연구계획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십, 몇백명의 연구원을 동원해 20∼30년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자료축적의 문제도 있다. 연구자에겐 자료가 가장 소중한데, 장기연구여야 자료가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될 수 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도 “지금 학진의 지원은 ‘석·박사에게 용돈주기’ 수준”이라면서 ‘국가교수제’ 도입을 제안했다. 석·박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최소한 5∼6년을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대신 이들이 국내에서 자리잡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더 의미있다는 얘기다. 대신 몇년마다 연구성과·실적을 평가해 국가교수직을 갱신하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CEO칼럼] 광복 61돌과 IT 서비스 수출/성낙양 야후코리아 사장

    [CEO칼럼] 광복 61돌과 IT 서비스 수출/성낙양 야후코리아 사장

    얼마 전 우리는 광복 61돌을 맞이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참으로 많은 것을 이뤄냈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63달러에서 1만 6291달러로 무려 243배나 증가했다. 전체 국가 경제 규모 면에서도 명실상부하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우리는 수많은 개발도상국가들 중 가장 빠르게 민주화를 달성했음은 물론 영화산업,TV드라마, 음악에 이르기까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뜨거운 한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발전 중 가장 뛰어난 성장세를 기록하는 산업은 아마도 정보기술(IT) 분야가 아닌가 싶다. 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1990년대 후반부터 IT분야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1998년 세계 22위였던 국가정보화 지수는 2004년에 세계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와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세계 1위이며, 인터넷 이용자 수는 3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의 동력이 어디 정부와 기업, 학교들만의 노력뿐만이었을까? 실제로 ‘네티즌의 힘’이라고 대변될 수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빠른 ‘하이-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력과 창의력, 그리고 응집력은 우리나라가 가진 기본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선진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IT 분야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국가 성장동력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은 무늬만 IT 선진국이라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처럼 국내 IT의 하드웨어 산업 및 핵심분야의 기술과 서비스 등은 대부분 외국계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고, 국내 시장은 그들의 신제품 실험장으로 쓰이고 있거나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등 ‘부가가치’ 시장에 집중되는 냉엄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선두 IT기업을 배출하지 못한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수십년 동안 엄청난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해왔고, 노하우를 축적해온 글로벌 기업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통신회사 스프린트에 와이브로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한 사례다. 세계 최대 통신 시장인 미국에 50% 이상 국내 기술로 특허를 획득한 통신 시스템을 수출하면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다. 또 이제 시작이라 성과를 아직 알 수 없지만 포털 업체들의 해외 진출 역시 활발하다.NHN은 중국 및 일본 진출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대표적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 역시 독자적인 게임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야후! 코리아의 서비스들 가운데 미니 사전, 지식검색, 지역검색 등은 야후! 글로벌을 통해서 미국·영국·독일·일본·타이완·홍콩 등에 역(逆) 수출되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포털 산업의 특징이 반영된 독창적인 서비스들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덧붙여 현지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춘다면 IT 서비스 분야에서도 조만간 제2, 제3의 와이브로 수출 쾌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성낙양 야후코리아 사장
  • [커리어 우먼] 조현숙 삼성증권 마스터PB

    [커리어 우먼] 조현숙 삼성증권 마스터PB

    15년간 개인고객 관리업무에 종사해온 조현숙(38) 삼성증권 과장은 7명의 마스터PB(고액자산관리자) 중 한 명이다. 마스터PB는 관리하는 자산이 1000억원 이상,1억원 이상 맡긴 고객이 60명 이상, 영업경력 5년 이상인 PB에게만 주어진다.‘PB의 꽃’이다. 조 과장의 관리자산은 4500억원으로 마스터PB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고객이 85명이니까 한 사람당 53억원 가량의 자산을 관리하는 셈이다. ●“고객 관리 첫번째 신조는 정보” 조 과장이 고객을 관리하는 첫번째 신조는 “조 과장에게서 정보가 가장 먼저 나온다.”는 고객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고객이 관심을 보였거나 관심을 보일 만한 부분에 대해 가장 먼저, 다양하고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본사 연구인력이나 여러 금융기관에 쌓아놓은 인맥들을 동원해 얻은 정보에 자신이 따로 조사해 얻은 정보까지 모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 덕분에 조 과장에게는 15년 이상 거래하는 단골고객, 부모·자식 2대(代) 등 가족고객이 많다. 고액자산가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점도 적지 않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은 몇백원, 몇십원도 소중히 여기며 확실한 투자대상이라 생각되면 과감하게 투자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자를 받아 다시 저축할 때 일반인들은 만원이나 천원 단위까지만 하지만 그들은 십원단위까지 한다. 사무용품 등 주변 물건도 검소한 것만을 골라 쓴다. 하지만 자신이 가치를 둔 해외여행이나 골프 등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면서 자산을 ‘고인 물’이 아니라 현금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흐르는 샘물’로 만드는 데 남모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들을 보면 부럽지 않으냐고 물어보자 “부러운 생각은 없고 어떤 과정을 겪었기에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 곳을 투자대상으로 찾아내는지, 어떻게 남들보다 일찍 자산축적 방법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는지 등 그들만의 혜안(慧眼)을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 조 과장은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경제학 관련 학위과정을 다닌 적도 없다. 대신 고객을 상대하는 데 미흡하다 여겨지면 증권업협회나 증권연수원 등 유관기관이 제공하는 강의나 회사에서 마련한 연수에 적극적이었다.“대학원 과정은 공부도 하고 인맥을 쌓는다는 점에서 좋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생각에서다. 고객들에게 상품을 권유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도 공부를 많이 했다. 조 과장은 선물거래상담사, 자산운용전문인력, 투자상담사, 생명보험설계사등록자격, 변액보험판매자격 등 5개 자격증이 있다. 조 과장에게는 모든 금융인이 그랬듯이 외환위기가 도전의 시기였다. 첫 직장이었던 삼삼종합금융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문을 닫았다.“금융기관도 문을 닫는구나.”라는 충격과 함께 회사가 정리되기 전 현대투자신탁증권(현 푸르덴셜투자증권)으로 옮겼다. 종금사에서 확정금리 상품만 팔다가 실적배당상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조 과장은 “현대투자신탁증권으로 옮긴 뒤 대우사태가 터졌고 원금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몰려와 사무실은 아수라장이었다.”며 난감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조 과장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에게는 중간중간 원금손실 가능성을 다시 알려주는 지혜도 얻게 됐다. 본인의 자산은 어떻게 관리할까. 부동산이나 예·적금은 하지만 주식에 직접 투자는 절대 안 한단다. 현대투자신탁증권으로 옮긴 뒤 주식시장을 배워볼 요량으로 돈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고객의 주식은 시장상황에 맞춰 팔 시기를 잘 찾아내는데 내 주식에는 ‘오를 거 같다.’는 감정이 개입되면서 판단이 흐려지기 쉽고, 결국 고객의 주식거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도 그는 고객의 주식소유 현황을 열심히 분석하고 있다. 글 전경하 사진 김명국기자 lark3@seoul.co.kr ■ 조현숙 과장은 ▲1968년 출생 ▲1991년 11월 삼삼종합금융 입사 ▲1992년 2월 상명대 영어교육과 졸업 ▲1998년 12월 현대투자신탁증권(현재 푸르덴셜투자신탁증권) ▲2002년 11월 삼성증권 테헤란점 입사
  • [명문대 교육혁명] (18)뉴욕대(NYU)

    [명문대 교육혁명] (18)뉴욕대(NYU)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대는 최근 3년간 미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꿈의 대학(Dream School)’으로 가장 많이 지목한 대학이다. 미국의 대학입시 전문기관 프린스턴리뷰는 학생들이 ‘세계의 중심지’ 뉴욕이 주는 학문·문화·경제·정치적인 기회와 도전, 다양성에 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대는 실제로 학교의 발전에 메트로폴리탄 뉴욕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뉴욕대는 학생수가 4만명이 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이다. 학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 1만 2000명을 포함하면 뉴욕대의 학생 수는 어지간한 지방도시의 규모를 넘어선다. 학생 숫자도 많지만 능력있는 교수 충원도 쉬지 않고 이뤄진다.2005년 현재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은 13대1. 수업 당 평균 학생수는 30명 미만이다. 뉴욕대는 규모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명성을 높이 쌓아가고 있다. 무려 14개에 이르는 단과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 지금까지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뉴욕대 출신의 퓰리처 수상자도 12명이며, 졸업생 9명은 미국 과학자상을 받았다. 특히 예술 분야가 강한 뉴욕대는 19명의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키워냈다. 아카데미상은 물론 에미상과 토니상 수상자도 세계 어느 대학보다 많이 배출했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는 뉴욕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스턴스쿨(경영대학원)은 월스트리트와, 티시스쿨(예술대학)은 브로드웨이와 끊임없이 교류한다. 건축학도들에게는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고고학 전공자들에게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양키스를 포함한 10여개의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뉴욕타임스와 NBC 같은 유력 언론사들이 생생한 배움의 현장을 제공한다. 뉴욕대는 학생들을 뉴욕에 자리잡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재단 등과 인턴십,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연결시켜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했다. 뉴욕대의 취업상담실인 커리어센터에는 매년 4만 7000개의 일자리가 몰려온다. 또 해마다 100개 기업이 참가하는 비공식 취업 박람회를 6차례 주선한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대기업과 정부, 사회단체 600여곳의 인사담당자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인터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뉴욕대는 국제화 시대를 또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뉴욕대는 그동안 축적해온 ‘문화적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노하우를 해외의 분교를 설치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dawn@seoul.co.kr ■ 시라지 예술대 부학장 인터뷰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대 예술대학인 티시 스쿨은 영화와 연기 분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이다. 우디 앨런과 마틴 스코시즈, 올리버 스톤, 리안, 스파이크 리 등 세계적인 감독과 안젤리나 졸리, 빌리 크리스털, 애덤 샌들러, 우피 골드버그 등 스타배우들이 티시 스쿨 출신이다. 티시 스쿨의 파리 시라지 부학장으로부터 이 학교 경쟁력의 원천과 향후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시라지 부학장은 한국과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티시 스쿨이 다른 예술대학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선 똑똑한 학생들이 온다.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에 합격하고도 우리 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 우리는 다른 예술대와 달리 학문적 측면을 강조한다. 티시 스쿨 졸업생들은 법대나 경영대학원(MBA)에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학문적 기반이 튼튼하다. 또 오랜 역사를 통해 다져온 커리큘럼이 탄탄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최고의 교수진을 꼽을 수 있다. 우리 교수들은 최고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의 운영이 학생 중심적이어서 필요한 장비의 구입이나 정비, 학사 문제 해결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다른 전공에 비해 비교적 수명이 짧은 무용학과의 경우 학생들이 조기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같은 경쟁력을 통해 구체적으로 얻은 성과는. -티시 스쿨은 새로운 예술학 분야를 창시해 왔다. 공연학(Performance Studies)을 탄생시켰고, 최근에는 동영상보존학, 뮤지컬극작 등 새로운 학과를 신설했다. ▶수업에서는 실기와 이론의 비율을 어떻게 분배하나. -기본적으로는 50대50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재능인가, 노력인가. 어느 쪽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나. -그것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던 화두이고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가지가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입학생을 모집하는 데 남다른 기준이 있나. -이미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아는 학생들이 많이 들어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영화, 연기, 사진 등을 전공하려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수업은 강도가 높고, 거기서 두각을 나타나는 학생들은 미리 뽑는다.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높은가. -무용과 영화, 뮤지컬극작 등 다양한 학과에서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똑똑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앞으로 티시 스쿨에 오려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 학생들의 재능은 매우 우수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편이다. 언어 문제가 크고 문화적 차이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수업이 팀을 짜서 작품을 만드는데, 팀원들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다. 영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기 바란다. ▶뉴욕의 중심에 학교가 있어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대단한 특권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브로드웨이가 가깝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주 관람하고 예술가들과 직접 만날 기회도 많다. 현장 학습에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라 생각한다. 단지 단점이 있다면 협소한 캠퍼스이다. ▶앞으로 티시 스쿨은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인가. -특별히 중점을 두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모든 학과가 중요하다. 기존의 학과를 배제하는 대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창조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또 학문적으로 실력을 갖춘 지적인 예술가를 키워 내는 작업도 계속할 것이다. ▶훌륭한 졸업생이 많은 것이 학교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일단 학생들이 그들에게 끌려 우리 학교로 온다(웃음). 스타 졸업생들은 기부금도 많이 내지만 직접 모교를 찾아 강의를 해주기도 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영화를 촬영할 때 꼭 우리 학교 학생들을 몇명씩 불러서 참여시킨다. ▶한국에 티스 스쿨과 같은 예술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면. -무엇보다 훌륭한 교수진과 훌륭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의 우수한 예술 학교들을 잘 살펴 보고, 그것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dawn@seoul.co.kr ■ 영화수업 직접 들어보니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가(街) 721번지. 이곳에 뉴욕대의 예술대학인 티시 스쿨(Tisch School)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5일 화요일 오후 2시30분. 여름학기 영화학 수업이 열리는 108호 강의실로 모여드는 학생들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다양한 인종, 연령, 옷차림, 말투….30명 정도 되는 영화학 수강생들은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조합한 집단같았다. 108호 강의실의 공식명칭은 ‘레오 제피 극장’. 컬럼비아영화사의 전 사장 이름을 따온 곳으로 100석 규모의 영화 상영관을 생각하면 된다. 앞쪽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뒤쪽에 영사실이 마련돼 있다. 스크린 옆에는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들과 TV모니터가 놓여 있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아널드 배스킨 교수는 ‘소프트웨어’라는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던 감독 겸 극작가, 촬영작가이다. 수업의 시작은 ‘봉숭아 학당’ 분위기. 배스킨 교수가 들어와 인사를 건네도 눈길을 주는 학생이 별로 없다. 배스킨 교수는 강의 자료를 책상 위에 정리한 뒤 뉴욕에 연고지를 둔 메이저리그 야구팀 메츠의 전날 밤 경기 얘기부터 꺼냈다.“뉴욕에 있는 동안 양키스나 메츠팀의 야간 경기를 꼭 보라.”고 권유했다. 거대한 조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2시40분. 강의실인 극장의 불이 꺼졌다. 조시라는 학생이 수업의 과제로 만든 영화가 스크린에서 상영되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달러화를 꺼내 태우는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집중해서 스크린을 응시했다.5분짜리 흑백이었던 조시의 영화가 끝나자 극장의 불이 다시 들어오고, 조시가 스크린 옆에 놓인 연단으로 나왔다. 먼저 배스킨 교수가 주인공이 누구냐, 얼마 동안, 어디서 촬영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독일식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촌평했다. 조시는 “카메라의 속도를 통해 배우의 심리를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평가와 질문이 이어졌다. 첫 장면의 앵글을 어디서 잡았느냐, 조명은 몇 개를 사용했느냐, 담배는 몇 갑이 소요됐느냐, 짐 자무시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이냐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조시에 이어 두번째로 머리를 길게 기른 마케라는 학생의 영화가 상영됐다. 코카콜라와 말보로를 소재로 미국 대중문화의 속성을 이미지화한 작품이었다. 영화 내용은 매우 풍자적이어서 상영되는 동안 학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한시간이 훌쩍 지났고 15분간 쉬는 시간이 됐다. 배스킨 교수는 기자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배스킨 교수는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에게 말보로 담배 한 개비를 얻어 입에 문 뒤 수업의 방식을 설명해 줬다. 학생 1명이 이번 수업을 듣는 동안 5번 영화를 만든다. 또 4명의 학생이 짝을 이뤄 공동으로 작업도 한다. 공동작업을 할 때는 학생들이 연출과 촬영, 조명, 기타 스태프 등의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맡는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생들은 모두 25편의 영화를 만들어 보게 된다고 한다.“학생들이 연기는 하지 않느냐.”고 묻자 배스킨 교수는 “그것은 전문 배우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배스킨 교수는 “대부분의 학생은 크레익스리스트(craigslist.com·무료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배우를 구한다.”면서 “다만 조시 학생의 경우는 소규모 극장의 매니저로 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론 수업은 전혀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배스킨 교수는 “나의 학생들은 이미 이론적 무장이 끝난 사람들”이라면서 “이론도 가끔 다루지만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수업의 중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이 재개되고 다시 네편의 영화가 더 상영됐다. 학생들의 영화가 모두 끝나자 배스킨 교수는 마야 다론이라는 감독의 전위적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프랑스의 실험영화에 대해 간단히 강의했다.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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