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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필수아미노산의 보고 ‘명태’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필수아미노산의 보고 ‘명태’

    명태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바닷고기다.‘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다. 명태가 문헌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 중종 때(1530년)이지만 그 전부터 먹었으리라고 생각된다. 명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정문기의 ‘어류박물지’에는 무려 열 아홉 개의 별칭이 나온다. 신선한 명태를 선태라 하고, 말린 명태를 건태 혹은 북어라 하며 얼린 것은 동태, 새끼는 노가리라 한다. 잡는 시기에 따라 일태, 이태, 산태, 사태, 오태, 섣달 바지, 춘태라 하며 크기에 따라 대태, 중태, 소태, 왜태, 애기태 등으로 나뉜다.12월 중순부터 4개월 정도 덕장에서 혹한에 얼었다 녹았다 하여 마른 명태는 황태가 된다. 황태는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풀어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우리나라 동해 연안에서 잡은 토종 명태를 ‘지방태’라고 하는데 몸집은 작지만 짭짤하고 양념도 잘 흡수하며 맛이 좋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고 조업권이 위축된 탓에 동해안에서 잡히는 명태는 극히 드물고, 요즘 소비되는 명태의 대부분이 원양어선에서 잡는 것이다. 명태는 어느 한 군데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살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으로는 창란젓을, 대가리는 귀세미젓을, 알은 명란젓을 담가 먹는다. 싱싱한 생태나 동태로는 매운탕을 많이 끓이고, 이외에도 전유어, 찜, 양념구이를 한다. 또 회냉면에 얹어먹기도 하고, 김치소에 넣기도 한다. 예전에 유난히 추운 함경도에서는 동태의 내장을 입으로 빼내고 그 자리에 두부나 고기, 채소를 섞은 소를 채워 넣어 한 데에 널어 꽁꽁 얼려 두고 겨우내 쪄서 먹는 동태순대를 즐겼다. 명태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간질환자나 당뇨병 환자의 식이 요법에 유용하다. 명태살에는 지방 함량이 적지만 명태간에는 많은 지방이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명태간유는 약용으로 이름이 나 있다. 명태 간유 1g 중에는 비타민A가 3000∼3만IU가 들어 있다. 명태에는 간유 말고도 신체 각부의 세포를 발육시키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 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북어에는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는 메티오닌, 타우린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숙취 해소에 좋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안성또순이집’은 20여년 이상 미식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큼직하게 썬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두부, 대파, 마늘, 모시조개, 새우 등을 넣은 육수에 싱싱한 생태와 미나리를 올려 즉석에서 끓이는데, 곤이와 내장을 듬뿍 넣어준다.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푼 고춧가루가 싱싱한 생태살과 내장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의 육수와 어우러져 많이 맵지 않으면서 시원한 맛을 낸다. 싱싱한 재료를 쓰는 까닭에 비린내가 전혀 없고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 탓에 명태 고유의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고, 개운한 뒷맛이 나는 점이 필자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딸려 나오는 시래기나물이나 무나물, 무김치 등도 기본재료로만 담백하게 맛을 낸 것이 맘에 들고, 밴댕이젓도 짜지 않고 맛있다.(02)733-5830. 생태찌개 3만 5000원, 제육보쌈 3만원, 북어찜 1만 5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여성전문병원 ‘한송이 W클리닉´ 원장
  • 청춘의 얼룩 여·드·름 빛으로 쏴라!

    청춘의 얼룩 여·드·름 빛으로 쏴라!

    봄과 함께 여드름 고민이 시작된다. 여드름의 원인 조직인 피지선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얼굴은 물론 등이나 목덜미 곳곳에서 화농 돌기가 돋아나기 때문이다. 여드름 환자는 최근들어 더 늘어나고 있다. 기름진 음식과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약을 먹거나 바르지 않고 피지선을 없애거나 원인균을 사멸시키는 광감작(PDT)요법이 화농성 및 성인여드름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국내 의료계에서 속속 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소한 듯하면서도 치료가 어려운 여드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 새로운 치료법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의 여드름치료센터 류지호·손호찬 박사팀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동안 103명의 화농성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L-1광원을 이용해 치료한 결과 뚜렷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S&U피부과 황은주 원장팀도 이같은 임상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류·손 박사팀의 경우 시술 전 우측 안면부에 평균 23.6개이던 화농성 여드름이 12주 치료 후 평균 4개로 87.9%나 감소했으며, 면포성 여드름도 시술 전 평균 16.4개이던 것이 역시 12주 치료 후 8.7개로 47.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농성 여드름의 경우 시술 4주 후 39.2%,8주 후 67.4%,12주 후 83.2%의 감소 추세를 보여 시술 후 일정 기간 치료효과가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21명은 시술 6개월 후 78%에서 재발 없는 치료 경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이와 함께 치료 후 76%의 환자에서 피부가 붉어지는 홍조현상이 감소했으며,22명의 환자에서는 잡티도 함께 없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임상 결과를 14일 열리는 대한여드름학회와 4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미국레이저의학수술학회(ASLMS)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S&U피부과 황 원장팀도 지난해 대한 피부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113명의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PDT를 시행한 결과 전체의 78%에서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시술 횟수에 따른 치료 성과는 1회 치료한 환자의 경우 75%,2회 이상 치료한 환자는 80%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임상 결과는 지난해 유럽피부과학회(EADV)와 올해 미국피부과학회(AAD) 등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광감작 치료법이란 여드름 유발균이 합성하는 포피린이라는 물질과 피지선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광감작 물질인 ALA를 도포한 뒤 특정 파장의 ‘L-1광원’을 쪼여 여기에서 생긴 화학반응과 열로 피지선과 여드름 유발균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이전에는 주로 피부암 치료에 사용하다가 최근 여드름균의 광학적 특성이 밝혀지면서 여드름 등 염증성 피부질환 치료에도 적용해 뛰어난 치료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 여드름이란? 여드름은 모낭 피지선에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사춘기에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으로 피지선이 발달하면서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여드름이 사춘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40∼50대에도 피지선이 발달한 부위 어디에서든 발생한다. 주로 300만개 이상의 피지선이 밀집된 얼굴에 생기지만 등이나 가슴에도 생긴다. 이런 여드름은 피지의 과잉 분비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피지가 모공을 통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으면 박테리아에 의해 염증이 생긴다. ■ 도움말:류지호·손호찬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황은주 S&U피부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여드름에 관한 오해와 진실 1. 세안을 자주 해야 한다? 지나치게 잦은 세안은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 세안은 하루 3회를 넘지 않도록 한다. 2. 알코올 성분으로 피부를 살균해야 한다? 알코올 소독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수준의 적정 농도를 맞추기가 어려울 뿐더러, 닦아낼 때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 3. 햇빛을 쪼여야 여드름이 소독된다? 여드름 환부가 햇빛에 노출되면 자외선에 의해 색소침착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드름 환자는 로션이나 자외선 차단제 사용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습관이 피부 손상을 가져오기 쉽다. 4. 여드름은 지성피부에만 생긴다? 피지 분비는 피부 타입과 상관없는 정상적인 생체 활동으로 피지 분비의 양과 별 상관이 없다. 5. 여드름은 짜지 않으면 점이 된다? 면포성 여드름을 그대로 두면 점이 된다고 알고 있으나 이는 오해다. 피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피부 덩어리의 일부가 산화된 경우인 흑색면포를 점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6.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여드름이 많이 생긴다? 과거에는 고지방, 고탄수화물, 요오드가 많은 해산물 등이 여드름을 악화시킨다고 추정했으나 그렇지 않다.
  • [북·미 뉴욕회담 결과] ‘적대→우호’ ‘불신→신뢰’ 물꼬 텄다

    [북·미 뉴욕회담 결과] ‘적대→우호’ ‘불신→신뢰’ 물꼬 텄다

    |뉴욕 이도운특파원|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끝난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두 나라의 관계를 ‘적대’에서 ‘우호’로,‘불신’에서 ‘신뢰’로 변화시키는 중대한 분수령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궁극적으로 수교를 이루기 위한 양국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점검했다.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 프로그램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초기 이행조치 평가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13합의에 따라 미국측이 약속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경제제재 해제를 우선적으로 요청했다. 북측은 “오는 4월에 발표될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부터 빼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테러지원국 삭제 등에 필요한 법적·정치적 절차를 설명하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납치문제 해결이 없으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빼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을 미국은 물론 북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외교소식통은 설명했다. 미국측은 북한의 초기 이행조치, 즉 영변 핵 시설의 폐쇄 및 불능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복귀 등에 대해 일단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영변의 5㎿ 원자로 등 5개 핵 시설뿐 아니라 북한이 건설 중이던 50㎿와 200㎿ 원자로도 모두 폐기하고, 이미 생산된 50㎏가량의 플루토늄을 이른 시일 내에 국제 감시하에 두고,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합의 60일 이후 이뤄질 2단계 조치에까지 북·미 양국의 논의가 이뤄져 회담의 낙관적 전망을 가져 왔다. 그러나 2단계 조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북측의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가 6자회담 및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힐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HEU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북측이 먼저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또 힐 차관보는 양국의 전문가들이 기술적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혀 HEU 문제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문제에서 ‘기술적’ 문제로 변모시키고 있음을 엿보였다. 특히 김 부상이 이번 회의 직전에 열린 전미외교정책협의(NCAFP) 간담회에서 HEU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해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문제의 실마리가 풀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대로 북한은 우라늄 핵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에너지를 얻기 위한 초기단계의 실험이었다는 식으로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도 그같은 북한의 해명을 검증하기 위한 사찰을 추진하는 선에서 양해할 가능성이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 힐 차관보는 이틀간의 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락사무소 설치가 미·중간 수교과정에 성공적 케이스로 작용했지만 북한이 이런 중간단계를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혀 가능성이 적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연락사무소 설치 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양국 공관 설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고위인사의 방북 당초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의 두 번째 회의 장소는 베이징으로 정해졌다. 따라서 힐 차관보의 방북도 추후로 미뤄지게 됐다. 힐 차관보는 김계관 부상이 일반적인 수준에서 자신의 방북을 거론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의 북·미 관계 진전 속도로 보면 힐 차관보뿐만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dawn@seoul.co.kr ■ 힐 차관보 일문일답 |뉴욕 이도운특파원|미국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6일(현지시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이틀간의 실무회담을 마친 뒤 “매우 유익하고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2·13 베이징 합의에 따라 60일 이내에 이행하기로 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갖게 됐다.”고 말해 상당한 논의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힐 차관보와의 주요 일문일답. ▶회담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는 강한 공감을 갖고 있고,2·13합의가 올바른 접근법이라는 것에 북한도 강한 공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60일 이행기간 이후 및 다음 단계 이후엔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단지 초기 60일뿐 아니라 핵시설 불능화라는 더욱 어려운 단계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의지를 보여줘 고무됐다. ▶북한이 핵무기 해체라는 전략적 결정을 할 것이란 확신를 갖게 됐는가. -우리는 다음 단계로 갈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단계는 좋아 보인다.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도 제기했는가. -HEU가 존재하는 한 비핵화된 북한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이 문제에서 완벽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 점을 매우 강조했다. ▶양국간 외교관계 회복에 관한 논의는 진전되고 있나. -외교관계 회복의 정치적이고 법적인 측면도 논의했다. 우리는 외교관계 회복을 추진하기로 했고 북한에 이 점을 재차 확인해 줬다.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측이 이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교관계 수립 전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 있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중국과 했던 모델이며 미·중 관계에서 볼 때 매우 훌륭한 모델이었다. 북한과는 그런 점이 공유되지 않았다. 북한은 외교관계로 가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비핵화 문제와 연계돼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일부가 해제되는 것인가. -재무부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해 내가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 다만 이 문제를 30일 이내에 해결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앞으론 마카오 금융당국의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논의는 얼마나 해야 하나. -가능한 한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싶다. 조속히 진행될수록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에서 마지막 핵물질이 정확히 언제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다. ▶6자회담이 이란 문제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나. -불행하게도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그 일을 나에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 북한은 여전히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핵무기는 북한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란도 이 점을 중시하기 바란다. dawn@seoul.co.kr ■ 한반도에 봄은 오는가 6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북·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단추를 꿰면서 과연 지구촌의 마지막 남은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봄이 도래할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뉴욕 북·미 회담과 ‘유럽연합(EU) 트로이카’의 평양 방문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지각 변동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정치적 논란속에 이해찬 전 총리도 7일 방북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5∼6일 뉴욕에서 미측으로부터 깍듯한 대접을 받았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한 조명록 차수가 미측의 환대를 받고,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후 북한측의 망설임과 강경 부시 행정부 등장으로 사라진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꿈은 7년 뒤 다시 가능성을 보여주며 찾아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전면 압박·제재라는 두 가지 상황은 미국과 북한에 쓰라린 경험으로 자리할 것”이라며 상황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2002년 10월 2차 핵위기 이후 중단됐던 EU와 북한의 대화도 물살을 타고 있다. 안드레아스 미하엘리스 독일 외무부 아태담당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EU 트로이카 대표단이 평양과의 관계 정상화 논의 및 인권 문제 토론 등을 위해 6일 평양에 도착했다. 이들은 북한 인사들과 만나 ‘2·13합의’의 성실한 이행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 이어 호주도 조만간 북한에 외교부 대표단을 파견, 해제와 복원을 거듭했던 외교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계획이다. 일련의 외교 이벤트 가운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실무적이고도 강한 상징성을 갖는 것은 오는 13일 이틀간 일정으로 잡혀 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북이다. 북한이 2002년 12월 영변에 주재하던 IAEA 사찰관을 추방한 이후,4년 만에 다시 국제사회의 사찰을 받아들이고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6일 북측과의 회담을 마친 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봄이 쉽게, 곧바로 찾아올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복병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BDA 北 계좌 해제 안팎 2005년 북핵 9·19 공동성명 채택을 무위로 돌려놓은 뒤, 한반도 정세를 핵실험 정국으로 꽁꽁 묶어놓았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문제가 마침내 종착역을 찾았다. 미국은 그동안 “BDA 문제는 법집행상의 문제로 6자회담과 별개”라는 완고한 원칙을 고수하다, 지난해 말 불법·합법 여부를 조사해 동결된 2400만달러 가운데 일부 계좌만 풀어주는 쪽으로 살짝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지난 5,6일 열린 뉴욕 북·미 관계정상화 회담을 계기로 북한측의 입장을 전폭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핵논의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BDA계좌의 전면 동결해제를 요구해 왔다. 미국은 BDA 계좌를 불법·합법이 아닌 ‘위험한(Risky)’ 또는 ‘덜 위험한(Less risky)’ 계좌로 분류하고 BDA측에 재량권을 넘겼다. 불법·합법 분류는 미 정부 정책의 신축적인 전환에 족쇄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또 50여개,2400만달러 상당의 북한 계좌를 사실 동결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BDA은행이기 때문에 “은행이 알아서 한다.”는 점도 형식논리상 하자가 없다.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7일 “미국의 BDA 문제 해결은 그야말로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문제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으며,BDA문제도 부시 대통령-라이스 국무장관-힐 차관보로 이어지는 외교라인의 정무적 판단이 재무부 입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북한의 불법 활동을 근절을 촉구하고 핵 문제 해결시 국제금융 체제에도 편입시켜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지난 2일 미 하원 외교위 북핵청문회에 출석,“재무부가 북한당국과 지난 해 12월과 1월 금융실무회의를 열었을 때 북한은 BDA계좌 소유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북한측의 협력과 성의있는 자세를 미 의원들에게 소개했다. 이어 “국제금융기구들에 가입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을 조언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입 권고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2005년 9월 베이징 회담 직후 BDA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 발표했고 고객들의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자 BDA측은 북한측 계좌를 동결했다. 이에 북한은 강력 반발,11월 열린 6자회담에서부터 BDA문제 해결없이는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다며 반발해 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김계관 시종 밝은 표정 |뉴욕 이도운특파원|그는 시종 밝은 표정을 지었다. 뉴욕 실무회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6일(현지시간) “이번 회담에서 의견을 나눈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건설적이며 진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숙소인 맨해튼 밀레니엄플라자 호텔에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만나 조·미 현안을 논의하면서 조·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이러저러한 문제들도 의견을 나눴다.”면서 “앞으로 결과에 대해선 두고 보라. 지금 다 말하면 재미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 보이지 않던 그의 모습과 비교하면 이번 회담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 부상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2시간여에 걸쳐 맨해튼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이틀째 실무회담을 가진 데 이어 자신의 숙소인 밀레니엄플라자호텔 인근 중국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미국측과 협상을 계속했다. 김 부상은 카운터 파트너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뿐 아니라 미 외교정책의 대부격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도 따로 만났다. 미 외교가의 반응이 뜨겁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dawn@seoul.co.kr ■ 북·미 공조 취재진 완벽히 따돌려 |뉴욕 이도운특파원|제1차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은 숨바꼭질의 연속이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미 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데다 취재진을 따돌리는 데도 매우 능숙했다. 김 부상은 회담 마지막날인 6일(현지시간)에는 아예 미국측 협상단과 긴밀한 공조체제까지 선보이며 취재진을 물먹이는 솜씨를 발휘했다. 김 부상은 이날 뉴욕 맨해튼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오전 회담을 마친 뒤 추격하던 취재진을 능숙하게 따돌렸다. 숙소 인근 중국식당에서 미국측과 오찬회동을 가졌지만 취재진은 회동 자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식당에 도착한 취재진은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을 보고서야 회담을 알아챘다. 그때까지도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행방은 묘연했다. 식당에서 나온 김 부상은 불과 10m도 안 되는 거리를 차로 이동한 뒤 차에서 내려 호텔로 방향을 잡았다. 이 사이 힐 차관보는 식당을 나와 다른 미 협상단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가 공조해 완벽하게 취재진을 따돌린 것이다. 김 부상의 경호를 맡은 국무부 외교경호실(DSS) 요원들은 신호등까지 무시하며 맨해튼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dawn@seoul.co.kr
  • [시론] 관료출신 사외이사가 로비스트인가/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시론] 관료출신 사외이사가 로비스트인가/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사외이사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지배구조 개선조치의 핵심 중 하나이다. 성과도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로 현대중공업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하이닉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을 들 수 있다. 지난 1997년 하이닉스의 외화차입 과정에서 ‘막도장을 찍어’ 지급보증을 선 결과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비록 이 소송은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가 배경이 되었으나, 사외이사가 없었다면 구(舊) 계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원칙을 지킨 사외이사 한명이 수천억원의 회사 손해를 회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사외이사제도의 잠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이 퇴직 고위관료를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지난해 3월 말 현재 52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206개 상장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616명의 사외이사 중 전직 관료가 18.8%를 차지한다. 판·검사 출신을 관료에 포함할 경우 그 비율은 28.4%에 달하며, 사외이사의 직업 분포 중 1위에 해당한다. 물론 퇴직 관료도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고, 이들의 전문적 경험을 사기업체에서 활용하는 것은 경제발전을 위해 매우 긴요하다. 하지만 퇴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많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의 역할이 기업의 전략적 경영판단에 전문적 조언을 하는 데 있기보다는, 정책·감독당국에 대한 로비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퇴직 관료에 대한 금전적 보상의 성격도 부인할 수 없다. 관료가 체득한 전문지식이나 인적 네트워크는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한 공익적 자산이다. 이를 사기업체의 영리추구 수단, 특히 정부정책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로비스트로 활용하는 것은 공익과 사익 사이의 심각한 충돌을 야기하므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한 취지가 이것이다. 그러나 퇴직 관료가 사기업체의 사외이사는 물론 상근 임직원으로 취업하는 데에도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사실상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관료사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사외이사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퇴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는 상식적 표현 자체가 사외이사가 지배주주 및 경영진에 의해 사실상 선임되어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외’이사가 아니라 ‘독립’이사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결격 사유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소액주주도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이들에 대한 평가 및 보상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소송제도를 개선해서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엄격한 책임추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선임·보상·제재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사외이사가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아닌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지위, 연봉, 책임을 결정하는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외이사도 예외는 아니다.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 사외이사제도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 [해외파병 6년 명암] ‘맹목적 군사주의’ 대안 없나 (하)

    [해외파병 6년 명암] ‘맹목적 군사주의’ 대안 없나 (하)

    지난 2004년 국방부는 국회에 이라크 파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연합작전과 원거리 해외파병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강군 육성과 군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한·미동맹 공고화’와 ‘국가 위상 제고’라는 정치·외교적 명분 외에 군의 특수한 조직논리가 해외파병의 주요 동기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軍 “파병 아니면 획득 못할 노하우 많아” 실제 2003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던 당시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외교라인의 ‘동맹파’와 김희상 청와대 안보보좌관 등 군 인사들이 파병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파병결정 과정을 지켜본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 전쟁에 대한 과도한 위기의식과 해외진출에 몸이 단 군의 공세적 압박이 청와대가 지지층 이반을 감수하면서까지 파병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해외파병의 ‘군사적 효과’로 한국군의 우수성을 해외에 전파하고, 연합작전 경험과 원정시 작전·전투근무지원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는다. 해외가 아니면 습득하기 힘든 ‘노하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파병 논의 당시 일부 군 인사들은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전투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파병부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내부 경쟁이 치열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라크에 특전사를 보내는 쪽으로 입장이 기울자 해병대가 ‘광주 진압’이라는 특전사의 ‘원죄’까지 거론하며 정치권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파병, 군축압력 회피용? 하지만 군이 파병에 적극적인 데는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예산과 병력 등 조직의 ‘특수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조직이 ‘자기보존’을 추구하는 것은 군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구의 보편적 속성이라는 얘기다. 이기호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냉전 해체 뒤 유럽에서도 군부는 군축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파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경험하며 조직과 영향력을 키운 한국군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조직의 진급관리를 위해서라도 해외파병은 꾸준히 추진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돈다. 파병근무 경험이 있는 현역 영관장교는 “무관 등으로 제한됐던 해외근무 기회가 파병으로 확대되면서 ‘안 나가면 물 먹는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귀띔했다. ●“파병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윤장호 하사의 사망을 계기로 학계와 시민사회 안팎에선 파병정책의 엄밀한 손익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추상적인 ‘국익’이 됐든 군의 ‘특수이익’이 됐든 얻은 것이 있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군의 특수이익이 보편적인 국익을 압도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에서는 1990년대 후반 자위대의 평화유지활동(PKO) 참여 논쟁 당시 일본정부와 시민단체가 합의한 ‘PKO 가이드라인’ 같은 파병지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해외파병 6년 명암] 중동 파병 뭘 얻었나

    [해외파병 6년 명암] 중동 파병 뭘 얻었나

    아프가니스탄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장례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정부의 해외파병 정책을 냉정하게 되짚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직접적 계기가 무엇이든, 윤 하사의 죽음은 파병이라는 거시적 국가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 파병정책과 우리 군의 해외활동의 빛과 그림자를 2회에 걸쳐 진단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아프간 주둔 다산·동의부대의 파견기간을 1년 연장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과론적 가정이지만 정부가 당초 예정대로 아프간 주둔군의 철군을 결행했더라면 윤 하사의 애꿎은 죽음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될 파병연장을 추진하면서 그에 걸맞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계평화와 안정 기여 ▲한·미 동맹관계 개선 ▲파병효과 제고 등을 내세웠지만 파병에 반대하는 논리를 압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파병연장동의안, 국회도 국민도 속았다? 파병부대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의 오해를 유도·방치했다는 의혹도 ‘정부 책임론’을 부추기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말 보도자료를 통해 다산부대의 파병연장이 필요한 이유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프간 국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구호 및 재건 임무가 내년도까지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군과 다국적군을 위한 시설 개·보수가 주임무인 다산부대가 마치 전후복구와 재건을 위한 부대인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 제출된 동의안 원문도 다산부대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적 차원의 재건을 지원하고 있는 국군건설공병부대”라고 명시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회 회의록을 보면 의원들조차 아프간 파병의 목적이 재건지원활동인 것으로 오해한 기색이 역력하다.”면서 “이 때문에 상임위와 본회의에서도 아프간 파병연장은 찬반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병으로 한국 이미지 악화” 정부도 인정 이 같은 점은 군이 해외재건·지원활동의 전범으로 홍보하고 있는 이라크 자이툰부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명색이 ‘재건지원부대’인 자이툰부대의 지난해 재건지원예산은 99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주둔을 위한 주둔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이라크 추가파병이 중동국가들과의 우호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도 빗나가고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입수한 외교통상부의 지난해 11월29일자 대외비 문서에서 정부는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의 이점 가운데 하나로 “이라크 파병 등으로 아랍권에서 친미성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의 대외관계를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라크 파병이 중동지역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유일한 과실은 軍 해외경험 축적” 참여정부 초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파병논의에 참여했던 외교·안보 소식통은 이를 두고 ‘아마추어적 안보 실용주의’라고 꼬집었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파병하고, 이라크 파병의 문제점을 시정한다며 레바논에 파병하는 식의 ‘아랫돌 빼 윗돌 쌓기’라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 약속했던 ‘경제적 특수’에 대한 약속도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실제 정부의 약속을 믿고 많은 기업들이 아르빌 등 한국군 파병지역의 재건사업 진출을 타진했지만 치안악화를 우려한 정부의 만류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정훈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사실상 파병으로 이익을 챙긴 곳은 해외 작전경험을 축적하고 대규모 파병으로 국제적 위상을 제고한 군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새달 5일 광안리 바다 ‘빛의 화폭’ 된다

    새달 5일 광안리 바다 ‘빛의 화폭’ 된다

    부산시는 5일 야경이 뛰어난 광안대교 등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1.5㎞ 구간을 ‘빛과 영상’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마크로 조성하는 ‘광안리 야간경관조명’사업이 최근 마무리 돼 다음달 5일 준공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광안리 야간경관조명 사업은 2005년 11월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인 고 백남준 씨등 세계 거장 6명의 작품이 선정됐으며,4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설치작업을 진행 해 왔었다. ‘바다·빛 미술관(Busan New Media Mseum)’을 주제로 한 이들 설치 작품은 ▲심문섭(한국)‘섬으로 가는길’▲백남준(한국)의 유작인‘디지테이션’ ▲제니홀쳐(미국) ‘디지털 빛의 메시지’▲쟝피에르 레노(프랑스)의 ‘생명의 원천’▲샤를드모(프랑스)의 ‘영상 인터렉티브’▲얀 카슬레(프랑스)의 ‘은하수 바다’등 6개이다. 해수욕장 일대에 세계적인 작품이 대규모로 설치돼 미술공간으로 꾸며지기는광안리 해수욕장이 국내 처음이다. 낮에는 자연의 빛으로 세계의 유명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밤에는 빛과 영상이 조화를 이룬 뉴 테크놀로지의 종합적인 연출로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하게된다. 특히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씨를 비롯해 세계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돼 더욱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이들 작품은 영구적으로 설치되며 백사장, 수면공간, 광안대교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3차원 공간의 영상프로그램이아름다운 자연과 빛이 함께 어우러진 빛의 향연을 연출하게 된다. 백씨의 ‘디지테이션’은 광안리 해변 호메르스 호텔앞에 세워지며 청자촛대위에 모니터 5대를 세워 등대와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뉴미디어와 예술, 자연의 만남을 상징한다. ‘디지털 빛의 메시지(제니홀터 작 )’는 수영구 문화센터 옥상에서 빔 프로젝트를 백사장쪽으로 쏘며, 삶과 사회에 관한 함축적인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게 된다.‘생명의 원천(장피에르 레노)’은 붉은 동백꽃을 연상시키는 화분 모양의 작품으로, 전세계 유명도시에 놓여 있는 화분을 광안리에 놓음으로써 광안리를 세계적 장소와 동격화 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인터렉티브(샤를 드모)’는 민락동 광안해변공원 왼쪽에 세워지며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야외에 세워진 LED대형 화면을 통해 꾸밈없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은하수 바다(얀 카슬레)’는 광안리 해변 테마거리 화단에 1600개의 조명을 설치, 은하수의 빛 처럼 광안리를 비추고 녹지공간과 백색파도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밖에 ‘섬으로 가는 길(심문섭)’은 광안리해수욕장 중앙 해수면에 고사분수 시설을 설치,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인간의 여정을 이미지로 표현하게 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야간 경관 조명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가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파크로 탈바꿈돼 관광명소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중국發 ‘나비효과’ 위력

    중국發 ‘나비효과’ 위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켰다. 지난 27일 세계 증시를 강타한 중국발(發) 주가 급락 쇼크는 실제로 ‘나비효과’를 입증시킨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28일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고 입을 모았다.2004년 차이나 쇼크를 비롯해 위안화 평가절상 결정, 금리인상 및 각종 경제긴축정책 등 유사한 일이 있었으나 이번 정도의 파장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들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서 비롯하지 않고, 루머와 심리적인 불안감에서 야기돼 세계 시장에 이만큼의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나비효과의 위력을 절감케 했다. 홍콩 DBS 비커스의 애널리스트 헬렌 왕은 “중국 정부가 증시를 냉각시키고 유동성을 제한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사태가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HSBC의 투자전략가 스티븐 선은 “주식투자 수익에 20% 과세할 것이라는 루머도 주가 폭락에 한 몫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날 중국 언론들은 중국 재정부와 국세총국 고위 소식통을 인용, 주식투자수익에 과세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 자본시장의 흐름이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며, 중국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어우러져 심리적 동요를 유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베이징사무소의 이성호 소장은 “빙산의 일각으로 떠 있는 중국 증시의 유통주를 기준삼아 수면 아래 중국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판단하려다 보니 과민반응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요즘 들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예전처럼 큰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축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지만수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 쇼크의 파급이 크다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시장은 미국의 이자율 인상이 미칠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지를 알고 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각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인 기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면서 “세계 시장이 중국에 대한 데이터와 경험 축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덧붙였다.“중국에 대한 경험이 축적될수록 과민반응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중국의 증시 거품 논란과 관련, 중국의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는 완만한 상승을 희망할 뿐이지 결코 시장의 하락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증시와 정치와의 상관 관계를 언급하면서 “2007년 중국 증시는 연중 조정기 이후 연말쯤 회복 상승세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4세대 지도부의 향후 5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올 가을 당 대회이므로 정책적으로 과열을 억제해 안정된 상태를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때문에 정책이 아닌 고위 당국자의 ‘말’과 루머로 그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jj@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in] 귀하신 스타 초상권, 팬 안전 위에 있나

    1000원을 들고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을 찾는 일도 마음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5만원을 상회하는 티켓을 들고 청소년이 특정공연장을 찾을 때는 이미 몇달 전부터 온 집안이 시끄러웠을 터. 팬의 마음이 그렇다. 그 마음을 읽지 못했으니 생각지도 못한 큰 사고를 쳤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동방신기의 공연장은 아시아투어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기 전에, 가요계가 공연장을 찾는 팬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치부 그 자체이다. 스타의 초상권과 공연저작권 보호라는 이유로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신체와 소지품 검사까지 하면서 휴대전화마저 수거했다. 결국 공연이 끝난 후 이를 돌려받으려는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어린 학생들이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많은 청소년들은 지하철 대신 택시로 귀가를 해야 했다. 연락이 두절된 부모들은 부랴부랴 공연장으로 달려와 자식과 상봉하는 진풍경이 밤새도록 연출되었다. 매니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연예인과 팬은 우열을 나눌 수 없는 공존의 관계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러한 논리가 적용되었다면 아마도 관객의 불편을 초래하는 휴대전화 수거사건을 대책없이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번 사건의 중심이 SM엔터테인먼트였다는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아이들 스타 그룹을 양산하고 전형적인 스타시스템을 구축한 대형기획사의 첨예한 기술축적도, 결국 성숙하고 진정성이 농축된 팬 관리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공연을 통해 유감없이 드러난 셈이다. 공연준비를 공연기획사에 맡긴 뒤 진행과정을 챙기지 못했다는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궁색한 변명도 대형기획사에 걸맞지 않은 수준이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시 실패했다. 행여 동방신기를 추종하는 팬들의 탄탄한 결속력과 충성도만을 믿은 채 이 총체적 문제를 쉽게 풀어낼 생각이었다면, 그것은 ‘팬과 음악 중심’이라는 음악적 진정성에 심대한 생채기를 남긴 것이다. 동방신기의 한 팬이 언론사로 보내온 장문의 편지는 이를 대변한다. “정말 불쾌했습니다. 티켓값을 내고 정당하게 들어왔는데,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요? 저희들은 단순히 돈버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요? 저희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즐겁게 공연을 관람할 권리가 있습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웹2.0’이 기업문화 바꾼다

    ‘개방과 참여’로 대표되는 ‘웹2.0’의 열풍이 국내 기업의 경영 문화를 소통형으로 바꾸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기업들은 저마다 웹2.0 경영으로 변신해 성공한 해외 ‘닷컴기업’의 사례를 분석해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돈을 버는 ‘블루웹(Blue Web)’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기업포털(enterprise portal)’을 대폭 개편했다. 사내 직원간에 메신저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웬만한 서류 결재도 온라인으로 한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블로그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삼성그룹 정보망인 ‘싱글’안에 공유형 정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종전에는 정보가 회사의 센터(중앙)로만 집중됐고,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분산되는 하달형이었다.IBM은 온라인에서 아바타를 통해 실제 생활과 같은 가상 체험을 하는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에 회의실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개인 아바타를 만들어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있다. 웹2.0은 마케팅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맡은 최고고객경영자(CCO)도 웹2.0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프로슈머(Prosumer)’들이 나타난 것도 웹2.0 시대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마다 프로슈머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디자인, 기능 등에 대해 동호회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각종 사내 행사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SDS는 올해 처음으로 사내 다짐대회인 ‘마르쉐(행진) 2007’을 임직원들이 개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웹 2.0형’으로 변경했다. 참가자들은 최소 65㎞ 구간을 언제 어디서나 걷기와 달리기, 사이클, 수영, 인라인 등으로 나눠 선택할 수 있다. 올해 4회째인 이 행사는 김인 사장을 비롯, 임직원·가족 등이 참여해 1박2일간 야간 행군을 한다.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연구원은 “웹2.0의 개념이 기업 문화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최근엔 ‘엔터프라이즈 2.0’이라는 개념도 만들어져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의사결정 과정보다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생산과 축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이천 ‘방사능 상수도’ 6년간 마신 40대주민 “몸속 우라늄 기준치의 300배”

    경기 이천시 대월면 장평1리 상수도에서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이 미국 기준치의 54배가 검출됐다고 보도된 가운데 2001년부터 이 물을 마셔온 마을 주민 한 명의 몸에 우라늄이 과다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을 주민 장모(40)씨는 “지난해 9월 분당제생병원을 통해 미국 검사기관에 미네랄 및 중금속 체내 축적에 대한 모발 검사를 의뢰한 결과 우라늄 축적치가 기준치(0.017이하)의 302배인 5.141로 나왔다.”고 23일 밝혔다. 장씨는 “무기력증, 두통, 구토, 설사 등으로 수년간 고통을 겪다가 의사의 권유로 중금속 체내 축적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생병원 백현욱 의사는 “모발 검사만으로 중금속 체내 축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과학 2題] 이산화탄소로 암·노화 억제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를 이용해 암과 노화를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심상준 성균관대학 교수 연구팀과 치료제 의약품 생산업체인 휴온스는 15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성장하는 광합성 미생물종인 ‘해마토코쿠스(Haematococcus)’를 활용, 생리활성물질인 ‘아스타잔틴(Astaxanthin)’을 생산하는 ‘생물학적 전환기술’ 공정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스타잔틴은 노화나 암 발생 등을 유발하는 활성산소 등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첨단 의약품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같은 기능의 ‘베타카로틴’에 비해 그 효과가 수십 배 이상 높다. 연구팀은 독자 개발한 균주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고농도 균주를 생산한 뒤 유도, 분리정제까지 이르는 전천후 실용화 공정을 완성했다. 순수 이산화탄소를 영양분으로 아스타잔틴을 축적할 수 있는 자가영양광유도 공정으로 기존의 생물학적 이산화탄소 고정화 효율을 높였다. 연구팀은 “아스타잔틴은 노화질환 치료제, 고가 사료첨가제 등과 항암작용과 항 치매작용, 면역 증강 작용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아스타잔틴을 생산할 경우 기존 유기산이나 당을 이용할 때보다 가격을 8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이용원 칼럼] 백제를 꿈꾸며

    [이용원 칼럼] 백제를 꿈꾸며

    7세기 초 유적지인 전북 익산시 왕궁리에서 정화시설을 갖춘 공중화장실 3기가 발굴됐다고 엊그제 언론이 보도했다. 아울러 토양을 분석해 보았더니 백제인들은 육식을 거의 하지 않고 채식을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왕궁리는,‘서동요’를 지어내 신라 선화공주를 유혹했다는 백제 무왕과 인연 깊은 땅이다. 일본의 ‘관세음응험기’ 등에는 무왕이 한때 수도를 익산으로 옮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짧은 보도를 접하고는, 당시로는 첨단이었을 정화조 화장실을 갖춘 왕궁의 위용, 독실한 불교신자로 육식을 멀리했을 무왕 부부와 그 백성 등 백제인의 삶의 모습이 잇따라 떠올랐다. 그러면서 백제는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라고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유혹이었다. 백제의 역사는 3국(실제로는 가야를 포함한 4국)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홀대를 받아왔다.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꿰차고 앉아 중국과 자웅을 겨룬 고구려,3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에 이리저리 채이기만 한 것이 ‘약소국’ 백제가 주는 이미지였다. 그러다 1971년 충남 공주에서 무녕왕릉이 발굴된 것을 계기로 백제는 화려하게 부활한다.1993년에는 충남 부여에서 ‘금동용봉봉래산향로’가 출토돼 백제인의 찬란한 예술성을 만천하에 과시했고, 이어 한성백제의 왕도인 서울 풍납토성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백제는 건국 초기부터 동북아시아의 강국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문헌사학계의 연구 축적에 힘입어 백제는 한반도 남쪽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소국이라는 위상에서 벗어났다. 백제가 일본 열도에 분국(分國·식민지)을 세웠다는 학설(북한의 김석형 등)은 진즉에 나왔고, 이를 뛰어넘어 일본 열도와 중국은 물론 동남아 일대까지 진출한 해양대국이었다는 학설(이도학 전통문화학교 교수)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심지어 현재 전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가 사실은 중국에 진출했던 백제 유민의 후손이라는 주장(김성호의 ‘중국 진출 백제인의 해상활동 천오백년’)까지 나와 있다. 백제가 해양대국이었다면 그 바탕에는 교역물품이 있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역사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유물이 2005년 10월에도 공개됐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죽 직물이 그것이다. 창을 감싸는 데 사용했으리라 추측되는 이 직물은 일본 사가현 소재 유키노야마(雪野山) 고분의 출토품과 똑같다고 한다. 발굴단 교수가 “육안으로 봐도 같은 메이커 제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생활용품은 남겨진 게 드물지만, 왕실과 불교 관련 물품 중에는 쌍둥이라 해도 좋을 만큼 똑같은 유물이 한·일 양국에 전해진 예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는 선진국의 ‘메이드 인 백제’ 제품이 일본으로 수출된 예가 아닐까. ‘일본 제품이 백제에 수출되었다.’고 거꾸로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측 기록으로 검증하면 된다. 우리의 ‘삼국사기’에 비견되는 ‘일본서기’에는 34대 일왕 서명(舒明)이 639년 궁궐과 절을 짓도록 지시한 결과 백제천(川) 가에 백제궁(宮)과 백제사(寺)를 지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명은 타계 후 백제대빈(大殯)에 안치됐다. 살아서는 백제궁에 거주하다 죽은 뒤 백제대빈으로 간 일본 왕은 백제인일까, 일본인일까. 요즘 고구려·발해가 새 문화 코드로 뜨고 있다. 대륙을 호령한 선조들이 있다면 바다를 누빈 선조, 백제인도 있다. 백제가 진정 되살아나는 날을 꿈꾼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제2의 애니콜 신화 만들겠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정기홍특파원|“1년만 지켜봐 달라.‘제 2의 애니콜 신화’를 만들겠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세계 정보통신 전시회인 ‘3GSM 세계회의 2007’개막에 앞서 1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축적된 프리미엄급 단말기 기술력에다 가전에서의 ‘보르도 TV 신화’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제 2의 애니콜 신화를 창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삼성전자의 저가폰 시장 출시는 (당분간)고려하지 않고 프리미엄급 제품을 유지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전략을 공식화했다. 최 사장의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는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뒤 첫 언론과의 공식 만남이다. 최 사장은 “한국산 제품으론 불모지나 다름없던 프리미엄 브랜드를 처음 만든 것이 애니콜”이라면서 “그동안의 노하우가 있어 애니콜이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선분야의 지난 1월 공급 물량은 20%대 성장을 했고,1분기(1∼3월)에도 20%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전략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세계 3위 휴대전화 업체인 삼성전자는 한때 2위 미국의 모토로라를 바짝 추격했으나 지난해에는 4위 일본 소니에릭슨에 쫓겨 전략 수정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최 사장은 “소비자 수요 중심으로 시장을 세분화할 것”이라며 “특화기능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용한 히트모델을 지속적으로 창출, 프리미엄 이미지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리미엄 유지 핵심 전략으로 기술력과 디자인력을 꼽았다.1만명이 넘는 기술개발 인력과 삼성전자 전체의 디자인 인력 6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휴대전화 관련 디자인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이와 관련,“신흥시장 공략을 확대하되 삼성 고유의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유지해 온 기술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좀 더 시장 및 고객 지향적인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삼성전자)가 1등이 되는 품목을 거들거나 지켜봤기 때문에 정보통신총괄을 맡게 된 것이 큰 도전이자 색다른 경험이라는 의미부여도 했다. 최 사장은 최근 시장점유율 및 영업이익률 하락에 대해 조급증을 가지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1년간 참고 기다리면 제품이나 마케팅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하반기에 고객의 탄성을 자아낼 만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hong@seoul.co.kr
  • “2020년 잠재성장률 2%대 추락”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고령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2020년에는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연금과 공적의료 등 복지지출의 증가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재정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 43%까지 높아져 미국이나 일본보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또한 만 60세 이상 노인가구 가운데 4분의1은 월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는 ‘절대빈곤층’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집을 팔려는 노인가구에는 양도소득세의 일정 부분을 감면, 주택거래가 원활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급효과와 대응과제’라는 종합보고서에서 “고령화의 진전으로 노동력은 줄고, 저축 등 자본축적은 더뎌지면서 잠재성장률은 현재 5%에서 2020년부터는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도별 잠재성장률은 ▲2003∼2010년 4.56% ▲2010∼2020년 4.21% ▲2020∼2030년 2.94% ▲2030∼2040년 1.60% ▲2040∼2050년 0.74% 등으로 추정됐다.KDI는 “성장률 저하를 막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끌어올리고 고령자에 대한 교육과 직업훈련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고령자의 조기은퇴를 유도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 교실’ 지상중계] (5) 주제별강의 및 첨삭 Ⅱ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 교실’ 지상중계] (5) 주제별강의 및 첨삭 Ⅱ

    ●문항 2: 30%,500∼600자 제시문 (가)는 이산화황의 배출 허용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제시문 (나)에서 설명한 가격 기구(price system)의 기능에 근거하여 설명하라. (가)미국에서 1970년에 입법된 청정 대기 법안(The Clean Air Act)은 촉매 변환 장치 설치와 하수(下水) 처리의 의무화와 같은, 기업과 개인들이 공해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노력들에 대한 상세한 지침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시행 이후 미국의 인구는 30% 정도 증가하고 경제 규모 역시 두 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미국 전체의 대기 오염은 같은 기간 동안 3분의1 이상 감소하였다. 미국 정부는 1990년 이 법안을 수정하면서 시장원리에 근거한 해결 방법들을 도입하였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소가 배출하는, 산성비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황의 배출을 감소시키는 프로그램이다. ☞ 서울시교육청 논술강의 녹취록&논술교재(5회) 바로가기 수정 전의 제도 하에서는 모든 발전소들이 이산화황의 배출을 줄이는 집진기(集塵機)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집진기의 설치 비용은 상당 부분 전력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어 전력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프로그램은 각 발전소가 이전에 사용한 석탄의 양을 기준으로 각 발전소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황의 배출량을 결정한 후, 특정 기간 동안 각 발전소에 주어진 허용량만큼의 이산화황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모든 발전소는 주어진 허용량을 초과하는 이산화황을 배출할 수 없지만 각 발전소는 자신의 허용량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즉, 허용량보다 적은 이산화황을 배출하는 발전소는 사용하지 않는 허용량을 팔 수 있고, 더 많은 양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여분의 허용량을 구입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1994년도에 시행된 이후로 허용량의 가격은 큰 폭으로 변해왔으며 이산화황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는 2004년에 260달러에 거래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이 이전 규제에 의한 방법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허용량을 파는 발전소들이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크루그만·웰스,‘경제학’ (나) 시장이란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 재화와 용역을 거래하는 ‘장소’를 말한다. 계획 경제 하에서도 모든 거래는 시장에서 이루어지지만 자본주의 경제 체제, 혹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말하는 가격 기구(price system)의 분배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누가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누가 무엇을 얼마나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가격 기구를 통해 시장에서 결정된다. 시장에서 자발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면, 상품의 가치를 시장가격보다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소비하고,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자들이 그 상품을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거래 참여자들은 제품의 사적(私的) 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에 해당하는 편익(便益)을 추가로 얻을 수 있으며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산자는 자발적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려는 유인(誘因)이 생기게 된다. 한편 시장가격은 거래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제품의 사적 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주어진 가격에서 물건을 판 사람들의 경우 그 물건의 사적 가치가 시장 가격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반대로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이 평가하는 제품의 사적 가치는 시장 가격보다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장 가격은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생각하는 그 제품의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오늘은 서강대 문제를 풀어보자. 문항을 볼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문제를 읽고 지문내용을 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문항 2번을 보자. 요구하는 질문이 몇 개인가? 우선 ‘∼도입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하나다. 즉, 답을 쓸 때 기대하는 효과를 반드시 서술해야 한다. 그럼 두번째 문제는 뭘까? ‘기능’이 두번째 질문이다. 문제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제약조건, 혹은 답에 있어서 제한 조건이 있다. 여기서는 효과와 가격 기능을 이용해서 쓰라는 얘기다. 제시문이 ‘가’와 ‘나’가 있다. 읽어봐라. 자, 보자.‘가’의 내용은 뭔가?(학생:청정대기법안에 대한 얘기요.) 법안의 핵심은 뭔가?(이산화황의 배출량을 정해놓은 거요.) 정해놓는 다음에는 어떻게 하나?(허용량을 사고 판다.) 그렇다. 그럼 제시문 ‘나’의 내용은 뭘까? 시장에 대한 것이다. 뭔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을 시장이라고 한다. 어떤 원리로 사고파나.(시장가격·수요와 공급) 그건 너무 일반적이고, 자기가 생각하는 가격과 맞으면 사고 파는 거다. 그게 바로 시장이다. 이제 ‘가’‘나’를 어떻게 연결할지 생각해보자. 마켓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오가는 곳, 시장이다. 수요는 내가 물건을 사려는 것, 멋진 말로 구매의향을 수요라고 한다. 공급은 물건을 파는 것이다. 만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럼 원리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캐럴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10만원이라도 산다. 반면 캐럴 인형을 싫어하는 사람은 100원에 팔아도 살까말까다. 그럼 수요는 누구 맘 속에 있나. 수요의 힘은 사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싼 걸 산다. 최소비용이면 가장 좋다. 그럼 내가 캐럴 인형을 판다면 비싸게 팔고 싶겠지? 공급의 원칙은 최대 이윤이다. 수요와 공급이 왜 어렵냐면 한 사람은 싸게 사려고 하고, 한 사람은 비싸게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서로 만나는 점이 있겠죠? 그러나 만나는 과정이 힘들다. 그러다 보니 싸우기도 하고 갈등도 생긴다. 그걸 설명한 게 제시문 ‘나’다. 그래프로 그리면 가격은 P, 양은 Q,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세지는 건 가격, 옆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건 양이다(그림 참고). 이제 우리가 수요자가 되자. 우리가 좋아하는 과자가 있다. 이게 1억원이다. 이거 먹으려면 전세 팔아야 한다. 그런데 과자 가격이 5000만원이다. 못 먹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전에 비해 두 개 먹을 수 있다.10만원이면 어떤가. 월급 타면 먹을 수 있다.1000원이면 더 많이, 공짜면 밥 대신 먹는다. 연결하면 대략 이렇게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이 나온다. 반면에 공급곡선을 보자. 내가 과자공장 사장인데 내가 만든 과자 외에 세상 모든 과자가 사라졌다고 치자. 내가 1억원에 만들면 많이 팔고 싶겠지.1억원이면 무한대로 팔고 싶다.5000만원에 팔라고 하면 안 팔고 싶다.1000원이면 대충 팔고, 공짜로 팔라고 하면 안 판다. 그러면 이런 곡선이 나온다. 그럼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가격과 양이 결정된다. 여기까지는 잘 안다. 이걸 더 활용해 보자. 이 때 이윤이 어떻게 될까. 이윤은 파이라고 한다. 이윤은 가격×양이다. 이 때 수요 곡선이 평행이동하면서 불건전한 상황이 벌어졌다. 수요가 언제 증가하느냐. 사람들이 돈이 많아질 때, 기호가 변할 때, 인구변동이 생길 경우 등에 수요가 늘어난다. 이렇게 수요가 변동하면 가격이 당연히 올라간다. 그럼 수요증가로 인해 기업이윤은 당연히 증가하겠지? P´×Q´로 계산하면 면적이 늘어난다. 이윤이 P´×Q´로 증가했다면 이거 자체가 GDP가 성장한 걸까. 아닐까? 성장한 거다. 빗금친 부분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이윤이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 다른 얘기로 하면 환경에 대한 복지가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 면적을 통해 여러분이 찾아내야 한다. 이게 진정한 통합형, 수리형에서 말하는 경제적인 논술문제다. 그냥 감각적으로 ‘늘어서 좋아요. 줄어서 좋아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머릿속에는 이 그래프와 메커니즘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말로 풀어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그림을 보면서 여러분들은 소비는 미덕인가, 아닌가, 수요는 증가하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를 대답할 수 있고,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왜 어려웠나. 수요가 줄어 GDP(국내총생산)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이라고 한다. 경기를 좋게 만들려면 소비를 증가시키는 수밖에 없다. 소비 증가에 대한 여러분의 논리, 소비를 줄여 경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때 이 그래프가 다시 사용될 수 있다. 이번에 현대차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났다. 어떻게 생각하나.(안타깝다) 너무 추상적이다. 잘했나, 못했나.(못했다) 왜 못했나? 다 이걸로 설명할 수 있다. 노사분규 일으킨 이유가 뭔가. 월급 때문이다. 노조측은 월급을 올려주면 GDP가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거다. 한편 거꾸로 생각할 수 있다. 노조원의 월급을 올려주면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직원 월급은 줄어들죠? 그럼 GDP가 감소될 수도 있다. ●학생1 ‘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만약 어떤 발전소가 이산화황의 배출을 줄이면 1t당 260달러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이산화황 배출을 줄일 것이고, 그러면 전체적인 이산화황 배출이 감소돼 환경공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2 이산화황 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덜 쓰니까 이산화황 배출이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이걸 대기업에 팔면 이익을 볼 수 있다. 대기업에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더 높게 책정돼 이윤이 더 발생하고, 결국 GDP가 느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이산화황 배출 허용치를 팔아서 자금을 축적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기업이 주로 자금을 많이 가져가고 있는 양극화 현상도 해소할 수 있고, 중소기업의 고용도 높여서 경제가 궁극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핵심을 고민해 보자.2번째 질문의 핵심은 무엇인가. 경제적 이익이 먼저냐, 환경 이익이 먼저냐. 그걸 한 번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는 뉘앙스가 있다.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면 ‘가’는 목적 자체가 이산화황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환경이냐, 개발이냐로 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산화황을 줄일 수 있고 이 방법이 정당하냐, 정당하지 않냐는 것을 물어볼 수 있죠. 환경문제도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 가능하다. 이런 관점으로 쓸 수 있는 게 통합논술이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아니라 두세 가지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게 통합논술적인 접근법이다. 이걸 사회문화적으로도 쓸 수도 있다. 환경문화, 즉 탈산업화를 통해, 정보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사회문화를 활용한 것이다.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여러분이 이 얘기, 저 얘기 섞어가며 직접 써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희 서울 용화여고 사회교사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이번 강의에서는 이화여대 2007학년도 수시1학기 모집 일반우수자 전형 논술고사(인문계열)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지면관계상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올렸으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주에는 ‘논리적 판단 및 창의적 발상’ 강의가 이어집니다.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9) 골화석증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9) 골화석증

    뼈가 석화(石化)해 백묵처럼 뚝뚝 부러지는 병이 있다. 잘 부러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혈소판 감소증 등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이런 경우 흔히 골다공증을 연상하기 쉬우나 골다공증과는 전혀 다른 기전의 골화석증(骨化石症·osteopetrosis)이라는 병이다.1940년 알베르 숀베르그에 의해 처음 보고된 희귀한 골격계 질환이다. 골의 흡수가 안되기 때문에 어릴 때의 뼈가 그대로 있으며,X-레이 상으로는 뼈가 매우 단단해 보이나 실제로는 약해서 약간만 외력이 가해져도 쉽게 부러지고 만다. 이 병을 가진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H(47·여)씨의 경우 지난 83년 이후 오른쪽 대퇴골 13회, 왼쪽 대퇴골 6회의 골절상을 입어 그 때마다 수술을 받아야 했다.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는 턱뼈(하악골)에 만성 골수염이 있고, 양쪽 시신경 마비로 시각장애가 있으며, 골수 기능부전으로 심각한 만성 빈혈을 앓고 있다. 골절 우려 때문에 거의 걷지도 못한다. 인간의 뼈는 단단해 보인다. 이 때문에 한번 틀이 잡히면 잘 변하지 않는다고 믿지만 뼈는 신체의 어느 장기보다도 활발하게 생성과 흡수가 진행되는 유기적 조직이다. 성장, 골절 치유, 운동에 대한 적응 등에 관여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더 강하거나 더 많이 생성되기도 한다. 골화석증은 이런 변화와 적응을 어렵게 하는 병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 교수는 골화석증을 이렇게 설명한다.“해부학적으로 보면 가운데 부분이 빈 원통모양으로 생겨 강한 충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간의 뼈는 뼈를 만드는 골모세포와 노후한 골세포를 제거하는 파골세포로 구성됩니다. 골화석증은 이런 뼈의 구성체 중에서 파골세포가 기능을 못해 생기는 병이지요.” 박 교수는 설명을 이어갔다.“골모세포는 원래 기능인 뼈를 정상적으로 만들지만, 파골세포가 역할을 못해 골 흡수, 즉 노후한 골세포를 빼내지 못해 문제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골모세포에서 만들어진 뼈가 다른 조직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뼈의 가운데 원통형으로 비어있는 골수강에 과다하게 축적되어 결국 골수강이 단단한 뼈로 채워지게 되는데, 이 상황에 이르면 골수강의 원래 기능인 조혈모세포 생성이 안돼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요.” 골수강에서는 조혈기능을 하는 골수세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파골세포가 기능을 못하면 골수강에 단단한 뼈가 들어차 작은 충격에도 유리 막대처럼 쉽게 부러지는 것은 물론 조혈기능 이상으로 혈소판 감소증이 오면 결국 생명까지 잃게 된다는 것이다. 골화석증은 유전질환으로, 이 가운데 유아기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선천성은 상염색체 열성유전, 증상 발현이 이보다 늦은 지연형은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한다.“이런 증상 발현의 특성을 근거로 해 이 병을 ‘유아기 선천성형’과 ‘상염색체 우성형’으로 구별합니다. 열성유전형은 보통 10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수년 내에 사망하게 됩니다.” 상염색체란 성별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를 제외한 일반 염색체를 말한다. 특히 우성유전은 발병 빈도가 낮은 열성유전에 비해 유전에 의한 병의 ‘대물림’ 가능성이 훨씬 크지만 환자 대부분이 조기 사망하거나 생존해도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어려워 2세 대물림은 거의 없는 편이다.“상염색체 우성형은 ‘대리석 골질환’,‘전신적 취약성 골경화증’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상적인 파골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특정 효소인 ‘카보닉 안하이드라제(Carbonic Anhydrase)’의 결핍이나 면역질환의 일종이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유병률은 물론 발병 추이도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50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발병률의 준거로 삼을 뿐이다. 증상도 주로 뼈의 이상으로 나타난다.“선천성형은 벌써 유아기에 재형성이 불량한 딱딱하고 골수강이 좁은 뼈를 갖습니다. 당연히 발육이 더디고, 골수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간비장 비대, 림프선 병증, 비정상 출혈, 다발성 골절 등의 소견을 보이지요.” 이뿐이 아니다. 두개골의 형성에도 이상을 보여 비정상적인 골형성 때문에 두개골의 신경공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 시신경이나 동안(動眼)신경 마비를 초래, 시력을 잃게 되거나 안면신경 마비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이 중에서도 특징적인 증상은 뼈의 양끝 골단이 커지는 것인데, 특히 성장이 왕성한 대퇴골 하단에서 심하지요. 이런 뼈는 X-레이상으로는 단단해 보이나, 실제로는 매우 약해 백묵처럼 쉽게 부러지며, 간혹 뇌수종을 초래해 두개골의 봉합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일단 병증이 나타나면 치료받지 않은 선천성형 환자의 경우 20년 이상 생존했다는 보고가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골수강에서 조혈모세포가 생성되지 않음으로써 면역력이 크게 감소해 심각한 감염이나 출혈로 인해 결국 사망에 이른다. 뚜렷한 대책이 없어 치료 또한 쉽지 않다.“골절 상태에서는 치유 기간이 훨씬 길어지는데 특히 다발성 골절은 치료 중에 장관골(팔다리의 긴 뼈) 변형 등이 올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교정 차원에서 뼈를 잘라내는 절골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부러진 뼈가 서로 어긋나는 병적 골절이 발생한 경우에는 골수강이 없으므로 금속판 내고정술을 적용해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치료 과정을 거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혈액 공급량이 크게 부족해 이에 따른 면역반응으로 골수염이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환자를 집중 관찰해야 합니다. 소아의 경우에는 칼슘이나 비타민D를 이용해 치료하지만 선천성형은 생후 2세를 넘기기 어려우며, 사춘기 이후에 발생하는 지연형의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생존하나 병적인 골절이 잦아 특별히 조심하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지요.” 이처럼 일단 발병하면 사실상 완치 기대를 접어야 하지만 아직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발병 빈도가 낮아 골화석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환자들의 고통을 감안한다면 이런 점에서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훗날 문화재 될만한 이 시대의 건축물 남겨야”

    “한국 사회는 호화주택이나 별장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올바른 건축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번 사람이 무엇을 만들어 놓으면 세월이 지난 뒤 미술관 같은 문화공간이 돼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7일 “100년이나 200년 뒤 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것이 지금 이 시대 어디에서 창출되고 있느냐.”면서 “후손들이 이 시대를 산 선조들을 원망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청장을 그만두면 시대에 걸맞은 문화유산을 남기는 사회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돈 있는 사람이 최고의 인력과 기술을 들여 문화재가 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권장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올해 문화재청 주요업무계획 설명회 말미에 “그동안 고민만 해왔지 해결하지 못한 대목이 있다.”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유 청장은 “오해도 살 수 있는 얘기”라고 전제하고는 “훗날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을 만한 대저택이 지어지고 있는 사례를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면서 “어떤 재벌은 국민정서에 부정적으로 지목되는 것이 귀찮아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별장을 짓고 있는데 결국은 국가적 손해”라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청와대를 지칭하는 듯 “대통령 관저가 100년 후 존속한다고 했을 때 역사적 가치는 몰라도 건축적 가치는 어떻게 평가받겠느냐.”면서 “정부청사도 100년 후에 살아남을 수 있는 건물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중국어는 표현뒤에 숨은 뜻 잡아내는 게 중요”

    “원고없이도 세세한 수치까지 완벽하게 기억해내는 칼날 같고 불같은 성격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부드러운 미소 속에서 불쑥 고시(古詩)와 고사성어를 던지며 은유적으로 뜻을 전해 통역과 상대방을 긴장시키는 리펑(李鵬) 전 총리, 포용력과 설득력이 뛰어난 호남형의 자칭린(賈慶林) 정협주석, 한·중수교에서 북핵문제까지 깊숙하게 관여해 온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 18년 동안 중국 최고지도층과 각종 장관급회담, 민간 회의 등의 동시 통역을 담당해 온 김혜림 한국방송통신대학 교수가 700여차례의 공식 통역 경험에 바탕을 둔 중국어 통역·번역 사전을 이화여대 출판부에서 펴냈다. 각종 통역 과정에서 많이 쓰이는 중국어의 핵심 단어들을 주제별로 묶어 분야별로 찾아볼 수 있도록 엮었다. 예문도 통역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표현을 그대로 살려내 담았다.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한·중(韓中) 통·번역 사전이다. “도대체 이런 표현을 중국어로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인 셈이다.18년 동안의 동시 통역 경험을 집대성한 것이기도 하다. 통역 자리에 설 때마다 18년간의 변화를 실감한다는 김 교수는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데 걱정스러울 때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장관급 인사를 지방정부 국장급 정도가 홀대하는 경우나 회의 석상에서 격에 맞지 않게 목소리를 높이는 중국인사들을 실제로 부딪치게 되는 탓일까.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고위층 인사였는데 ‘한국이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큰 실수하는 겁니다.’라며 한국측 참석자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더군요. 말이 끝나자마자 이분은 바쁘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군요.” 2005년 한 비공식회의 때 일이지만 지금도 얼굴 화끈거리는 경험이었다고 기억해냈다. 중국어가 함축적이고 모호한 데다 중국인들이 직설적인 표현을 잘 쓰지 않고 완곡하게 의사를 표시하는 까닭에 형식적인 표현과 태도 속에 숨어 있는 본 뜻을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한번은 회담이 끝나고 회의록을 정리하는데 중국측이 다가와 글자 하나만 바꿔달라고 하더군요. 우리말로는 둘 다 ‘실행한다.’는 뜻으로 자주 번역되는 단어였어요. 중국어로는 큰 차이가 있지요. 중국측은 ‘바로 집행한다.(施行)’는 단어를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간다.(推行)’는 것으로 바꿔달라는 거였어요.” 글자 하나가 바뀌면 회담 결과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게 이런 예다. 김 교수는 “중국어는 구어체와 문어체의 차이가 큰 데다 문법적 체계가 서구 언어처럼 잡혀 있지 않아 전체적인 문맥 속에서 습득하는 체험을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오는 6월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중국언어학회’에서 ‘한국어·일본어의 언어적 특성과 동시통역전략’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등 한국어에 맞는 통역전략을 연구 중이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한국 전문인력 보강 절실”

    “한국 전문인력 보강 절실”

    |파리 이종수특파원| “이제 5차 보고서 평가보고서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동안 한국의 참가 비중이 너무 적어 아쉬웠거든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4차 보고서 작성과정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권원태(52) 기상청 기후연구실장. 4년 동안 매달렸던 작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을 지켜본 그녀의 일성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했다. 권 실장은 “이 분야는 개인적 역량만이 아니라 국제적 네트워크도 중요하다.”며 “한국이 빨리 전문인력을 보강해 관련 논문이나 연구모델, 자료 등을 많이 제출해 국제사회에 공헌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발표에 대한 소감을 묻자 담담하게 “시원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나흘 동안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에도 피로한 기색이 없이 “역사적 현장을 보고 싶다.”며 많은 대표단이 떠난 기자회견장을 지켜 봤다. 작업에 참가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제가 능력이 있었다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해 누군가 해야 할 일인 데다 기상연구실의 의무라는 생각도 겹쳐서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실험과 연구 과정에 연구실 동료들의 노고가 컸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가 ‘올해 태어난 아이가 평균 수명을 살 때쯤 지구 온도는 몇 도가 될까?’라고 말했는데 이보다 더 압축적이고 감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대책과 관련,“모두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감축만 얘기하는데 이는 당연하지만 산업 발전 흐름상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보고서의 전망에 기초해 각국 정부가 해안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할 때 재앙에 대비한 안전망을 구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ANM대학에서 ‘기후 역학’을 주제로 기후학 박사학위를 딴 그는 1991년부터 기상청에서 일해 왔다.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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