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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젤車, 가솔린車보다 경제성 없다

    디젤車, 가솔린車보다 경제성 없다

    가솔린(휘발유)차를 사느냐, 디젤(경유)차를 사느냐는 차를 구입할 때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다. 대체로 세단형은 가솔린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디젤이 일반적이지만 예외인 차종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가솔린차가 거의 나오지 않는 SUV와 달리 세단형 승용차는 디젤차가 비교적 많은 편이어서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내 소형과 중형 승용차 최고의 베스트셀러카인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에도 각각 1600㏄,2000㏄급 디젤 모델이 있다. 두 차종은 가솔린·디젤 합해서 올 1∼4월 각각 3만 8594대와 3만 593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3만대 이상 팔린 차종은 둘 뿐이다.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 승차감과 정숙성, 가속성능 등은 뒤지지만 상대적으로 싼 연료비와 높은 연비가 돋보인다. 엔진의 힘도 가솔린차보다 좋다. 하지만 차량 본체가격과 세금 등 부대비용은 가솔린차보다 꽤 높다. 아반떼 S16과 쏘나타 N20럭셔리의 디젤과 가솔린 모델을 대상으로 실제 경제성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 봤다. 하루 운행량은 국내 자가용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 44.3㎞(2005년·교통안전공단)를 기준으로 했다.▲운전특성과 주행도로 사정 ▲금액차이가 크지 않은 자동차세와 보험료 ▲차량가격 차이에 따른 이자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젤차를 살 경우 국내 평균수준으로 운행시 4∼5년은 타야 기름값으로 초기 고비용의 ‘본전’을 뽑을 수 있다. ●평균수준 주행시 디젤-가솔린 손익분기 4∼5년 걸려 아반떼의 연비는 디젤이 ℓ당 16.5㎞, 가솔린이 13.8㎞. 하루 평균 44.3㎞를 달리려면 각각 2.68ℓ와 3.21ℓ의 연료가 소모된다.5월 둘째주 평균유가(경유 1236원, 휘발유 1533원)를 여기에 대입하면 하루 기름값으로 각각 3318.5원과 4921.2원을 지출하게 된다. 하루에 1600원 이상 디젤차 쪽이 절약되는 셈이다. 하지만 신차 구입비용은 디젤쪽이 300만원 가까이 더 든다. 차량가격만 디젤 1755만원, 가솔린 1495만원으로 260만원이 차이 나고 등록비용(등록세, 공채할인, 증지대)과 취득세 등 부대비용도 각각 142만 130원과 121만 550원으로 디젤 쪽이 비싸다. 차량가격과 부대비용을 합한 신차 구입 총비용은 디젤 1897만 130원, 가솔린 1616만 550원으로 280만 9580원의 격차가 난다. 때문에 절약되는 하루 기름값 1602.7원으로 이만큼을 상쇄하려면 무려 4년10개월가량(1754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평균 차량 보유기간이 6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기름값을 통해 초기 차값의 본전을 뽑은 뒤 추가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쏘나타도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면 하루 기름값은 디젤 4086.2원, 가솔린 6530.0원으로 디젤 쪽이 2443.8원 싸지만 차량 총구입비(디젤 2570만 9430원, 가솔린 2240만 6650원)의 격차 330만 2780원을 만회하려면 3년9개월(1352일)이 소요된다. ●7월 에너지세제 개편되면 더욱 큰 차이 에너지세제 개편의 마지막 단계로 오는 7월부터 경유값이 휘발유값의 85% 수준으로 지금보다 5%포인트 뛰면 디젤차의 경제성은 더욱 떨어진다. 같은 산식을 적용할 경우 손익분기점이 아반떼는 5년5개월로, 쏘나타는 4년2개월로 각각 늘어난다. 물론 하루 운행거리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이 기간은 신축적이다. 서울시청↔일산 왕복거리에 해당하는 하루 60㎞를 달린다면 손익분기점이 아반떼는 3년6개월, 쏘나타는 2년8개월쯤으로 줄지만 하루에 10㎞ 정도만 달린다면 아반떼는 21년, 쏘나타는 16년 이상이 걸려 어지간해서는 초기비용을 만회하기 어렵게 된다. ●주행량 많아야 디젤이 유리 하루 주행량이 많지 않다면 디젤차의 경제성에만 초점을 맞춰 덜컥 계약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해 휘발유 대비 경유값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데다 자동차업계가 디젤차의 가격을 내릴 계획도 거의 없어 경제성의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는 “연료혼합 기체에 불꽃을 튀겨 점화시키는 가솔린엔진과 달리 디젤엔진은 고온·고압을 통해 자기발화를 시키기 때문에 엔진의 강도를 높여야 하는 등의 이유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터보차저, 인터쿨러, 커먼레일 등 가솔린엔진에 없는 고가의 부품이 필요하고 복잡한 매연 여과장치 등 가솔린엔진에 없는 후처리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협회 관계자는 “가솔린차는 오랫동안 개발과 생산을 해왔기 때문에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대규모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도 실현됐지만 디젤차는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해 업계 입장에서 가격을 낮추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따라 경유값이 뛰면서 디젤차의 매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성능 자체만 놓고 봐도 가솔린차 못지 않은 장점이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동급 배기량의 가솔린엔진보다 힘이 좋아 언덕을 오르거나 에어컨을 켰을 때, 많은 사람이 탔을 때 뛰어난 능력을 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 쎄라토 1600㏄ 디젤의 경우 순간가속, 등판능력 등 엔진의 힘을 나타내는 토크가 26.5㎏·m/2000rpm으로 동급 가솔린차 14.8㎏·m/4500rpm보다 훨씬 높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CEO칼럼] 1등의 비결은 꿈과 비전/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CEO칼럼] 1등의 비결은 꿈과 비전/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우리회사의 공식 인사말은 ‘1등 합시다´이다. 아시아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를 지향하려면 직원 개개인도 1등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이제 정착됐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1등이 될 수 있는가. 가끔 지혜와 감동이 느껴지는 책을 접하면 직원들과 공유하고 교감하면서 조직의 정체성과 문화를 함께 만들어간다. 언젠가 직원들에게 ‘민들레 영토 희망스토리’라는 책을 선물했다. 주인공인 가난한 젊은이 지승룡은 차 한잔만 시켜놓고 오래 앉아 있는다는 이유로 커피숍에서 쫓겨나온 후 ‘돈 없는 사람도 편히 안식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꿈을 갖고, 떡장사를 해서 모은 돈 2000만원을 들고 신촌에서 카페 자리를 찾아나섰다. 비싼 임대료 등 현실의 벽에 부딪칠 때마다 발상을 전환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상대방을 설득한 끝에 결국 철길옆 작은 무허가 건물에 ‘민들레 영토’라는 찻집형태의 문화공간을 열었다.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린 그는, 고객에 대한 마음도 ‘어머니의 사랑’과 같이 따뜻하고 지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가 아닌 기브 앤드 기브(Give & Give) 즉, 어머니처럼 끝없이 주기만 하는 ‘마더(mother) 마케팅’을 펼쳐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미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민들레 영토’라 할 만큼 이제 다국적 커피 체인점에 맞서 시내 곳곳에 당당히 자리잡게 됐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1등이 되는 비결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취업난 속에서 대학생들 사이에는 ‘취업 5종 세트’가 유행이다. 이는 어학연수, 교환학생, 인턴십, 자격증, 봉사활동 등 입사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이력사항을 뜻한다. 이처럼 요즘 대학생들은 지식 이외에도 인성과 경험에 있어서도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자기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 한계와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꿈을 실현하겠다는 모험과 도전정신까지 갖춘다면 회사가 가장 원하는 1등 인재가 될 것이다. ‘민들레 영토’가 보여주듯이 꿈을 향한 도전과 패기가 바로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1등 정신’이다.1등은 뭔가 남달라야 한다.1등 기업 또는 1등 학교에 몸담았다고 해서 저절로 1등이 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기꺼이 찾아서 하는 사람이 1등 자격이 있다. 직원들과 ‘난타’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칼로 도마를 내리치며 뚝딱거리는 소리는 소음으로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거기에 음악적 요소를 가미하여 조화를 갖추니 새로운 예술이 탄생해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훌륭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평범함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1등에 걸맞는 경쟁력이다. 기존 양식을 탈피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창조적으로 새 세계를 꿈꾸는 것은 비단 예술가뿐 아니라 모든 청년들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축적된 정보의 양이 중요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에서 천문학적인 정보가 공유되고, 손톱만 한 반도체 램 하나에도 과거 백년의 기록이 저장된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과거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메리카 개척시절에 뒷사람을 위해 험난한 삼림을 헤치며 앞장서던 개척자처럼 미지의 세계에 길을 내며 미래로 나아가는 청년이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 [녹색공간] 5월은 푸르구나/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우리들 세상’ 초록으로 눈부신 5월을 보내며 자연에 깃든 생명이 건강하게 성장하여 푸르고 아름다우니 참 감사하다. 그리고 자연의 푸른 나무처럼 잘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새삼 더욱 소중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도로 옆을 지나다 매연을 뿜는 자동차를 만나면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 모든 자동차마다 낮게 달린 배기통에서 뿜어 나오는 매캐한 매연은 키가 작은 아이의 코를 먼저 공략한다. 자동차 배기통을 조금 높이 달아 위로 확산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구를 데우고 더럽히는 대기오염 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오염에 취약하며 낮게 보행하는 아이나 동물이 조금이나마 직접 피해 받는 것을 회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이다. 아이들은 미래를 향해 자란다. 그래서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어른보다 체중 당 밥도 많이 먹고, 호흡도 많이 한다. 그러하기에 환경이 오염되어 있으면 오염물질에 훨씬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유해한 오염물질 해독이나 배출이 잘 안되고 몸에 축적이 된다. 바로 아이들이 환경오염의 최대 피해자가 되는 까닭이다. 최근 여성환경연대가 한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전문 의료진단 결과 전교생의 35.5%가 아토피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아이들 4명 중 1명이 천식이나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보다 높은 수치여서 무척 충격스럽다. 특히 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아토피 증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급식, 교실 공기 등 학교생활이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교육방송에서 방영한 ’아이들은 숨쉬고 싶다‘에서도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차량이 많은 도로변에 있는 학교들, 공장에 둘러싸여 있는 학교들, 재개발 공사현장에 둘러 싸여 있는 학교들, 아파트와 빌딩 숲에 포위된 학교들은 소음과 먼지, 공기오염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을 만큼 교육환경이 열악할 뿐 아니라 어린이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반면 나무를 많이 심어 푸른 교정을 가꾼 학교는 이산화질소와 같은 공기오염물질 농도가 낮았다. 학교에 나무를 정성껏 심어 숲을 가꾸고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 학교의 아이들은 정자나무 그늘 아래서 행복한 동심과 맑은 공기를 맘껏 누리고 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지식과 마음공부를 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몸을 만드는 중요한 장인 것이다. 방송에서는 독한 냄새가 나는 왁스 대신 구수한 들기름으로 아이들과 함께 교실 마루바닥을 닦는 학교를 소개했다. 이런 지혜와 사랑이 모든 학교에 넘치기를 바란다. 우리 땅에서 나는 환경농산물로 학교밥상을 차리고 학교 교실과 마당을 자연과 나무로 가득한 녹색학교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모든 학교행정의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 환경부가 환경보건법을 입법예고하면서 환경오염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는 정책을 처음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어린이 건강보호를 위해 어린이 활동 공간의 위해성 평가 등을 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진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하는 정책전환과 실천이 있기를 바란다. 환경부만의 구호성 정책이 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 눈높이에서 환경기준을 정하고 시행한다면 여성, 노인, 장애인과 같은 사회약자 그리고 야생동물 같은 생물약자를 돌보는 따뜻한 사회로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환경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엄마 손이 약손이고 밥이 보약인 시대의 지혜와 사랑이 살아나 아토피나 천식과 같은 환경오염 질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과 웃음을 되찾아 주자. 늘 5월의 푸르름으로 자라도록 하자. 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 또 하나의 ‘무간도’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제목인 ‘상성-상처받은 도시’가 영화의 내용을 상징적이면서도 압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약자에게는 지나치리만치 잔인한 사회현실과 부패한 경찰, 그리고 세대를 넘어 대물림되는 복수심 등 영화가 보여주는 홍콩의 상처들은 결코 그들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공감이 우리를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 속 “술은 입에서 느끼는 쓴 맛 때문에 마시는 것”이라는 대사는 어찌보면 우리 인생을 잘 집약한 은유이기도 하다. 중년의 연륜이 느껴지는 양조위의 악역 연기와 조각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금성무의 힘있는 연기 또한 영화 전편을 무리없이 잘 이끌어 간다. 여기에 유위강·맥조휘 감독의 전작 ‘무간도’ 시리즈처럼 이 영화도 미국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선·후배 형사로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유정희(양조위)와 아방(금성무). 하지만 아방은 여자친구가 자살한 충격에 경찰을 그만두고 입에 대지도 않던 술에 절에 살아간다. 이후 유정희는 마카오 출신 재벌가의 딸과 결혼하지만 3년 뒤 유정희의 장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곧바로 용의자 두명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건은 단순살인사건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유정희의 아내 숙진(서정뢰)은 경찰수사를 믿지 못하고 남편의 친구이자 사설탐정이 된 아방에게 재수사를 의뢰한다. 아방은 조사를 시작하면서 뜻밖에 유정희가 이번 사건에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당연히 둘의 관계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유정희를 둘러싼 갖가지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며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간다. 홍콩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위강·맥조휘 감독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무간도’보다는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올 대선 최대이슈는 경제”

    “올 대선 최대이슈는 경제”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은 올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동산 등 경제문제를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국민이 염원하는 시대정신은 국민통합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서울신문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구성한 대선 정책평가단 소속 전문가 12명의 진단이다. 서울신문은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올 대선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정책평가단은 정치, 경제, 외교안보, 교육, 사회, 문화, 여성분과 교수와 변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이뤄졌다. ●경제문제와 양극화 해소가 관건 조사 결과, 올 대선의 최대 이슈로는 경제문제와 양극화 해소가 꼽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경제문제가 핵심사항으로 등장할 것”이라면서 “경제문제가 거론되면 자연스럽게 사회 양극화 문제도 거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기 변호사는 조세저항의 문제점이 있는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지적했다. 차영구 박사와 이철기 동국대 교수 등은 이와 관련,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지닌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합의 시대정신 갈구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바라는 시대정신으로는 사회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많았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은 사회통합 및 국민통합이라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 개발과 환경의 갈등, 사회적 양극화 확대 등에 따라 국가적으로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통합의 리더십 확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여성정책전략센터 소장은 “후보자들간에 경쟁과 대립이 아닌 화합과 공존의 이념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공약을 세운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자 철저한 검증 필요 국정수행 능력, 재산형성 과정, 인간적 면모, 도덕성 등이 꼽혔다. 권영준 교수는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도덕성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도 “국가최고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가운데서도 재산축적과정에 대한 검증 등 도덕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정호 성대 교수는 “비전제시, 지도력이 강조될 것이나 단순한 인신공격성 음해수준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47, 경부운하 검증대상 공약 주된 검증대상 공약으로는 ‘747공약, 경부운하,3불정책’ 공약이 꼽혔다. 고승덕 변호사는 “경부운하 공약은 노동집약적 사업인데 선진한국에 맞는지, 운하가 한국 지형에 적합한지 등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는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에 있어 정부 역할 등에 대한 검증필요성을 제기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최근 발굴한 백제유적/최병식 지음

    전남 광양시 광양읍에 있는 마로산성(馬老山城)은 3차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2004년 실체를 드러냈다. 백제가 6∼7세기에 처음 쌓아 사용하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가 성을 보수하여 경영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마로현(馬老縣)의 기록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또 마로관(馬老官)이라는 명문을 돋을새김한 기와가 발견되었다. 마로산성이 백제시대 마로현의 중심 성곽이었음을 보여준다. 마로현을 다스리던 치소(治所)이자, 현성(縣城)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백제는 패망한 나라여서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나도 적다. 따라서 백제사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고대사를 복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사료가 빈곤하다는 현실의 돌파구로 한가닥 기대를 갖는 분야가 고고학이다. 역사학자인 최병식 주류성 대표가 펴낸 ‘최근 발굴한 백제유적’에는 백제사의 빈틈을 메워줄 고고학 발굴의 성과가 집약되어 있다. 과거 백제의 영향이 미치던 지역 61곳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이루어진 문화유적 발굴성과를 한데 모았다. 지은이는 백제역사 전문출판사인 주류성을 이끌며 그동안 30여권의 백제 관련 연구서를 집중적으로 펴냈다. 척박한 토양에서 전문 계간지 ‘한국의 고고학’을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지은이는 “전국적인 개발 붐에 따른 고고학 발굴의 증가는 백제의 문화발전 단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고고학 자료의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고고학이 백제사의 진실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길을 조금씩 더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성 펴냄. 백제문화개발연구원 역사문고 별책 3. 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시론] ‘남북통합의 열차’ 계속해서 달려야/박광기 대전대 교수ㆍ한독정치학회장

    [시론] ‘남북통합의 열차’ 계속해서 달려야/박광기 대전대 교수ㆍ한독정치학회장

    17일 경의·동해선 열차가 마침내 역사적인 시험운행을 실시했다. 그동안 남북이 열차시험 운행시기를 놓고 합의문은 물론이고 공동보도문을 내고도 다섯 차례나 지키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시험운행 일자를 못박고도 북측의 막판 거부로 열차는 달리지 못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경의선과 동해선이 동시에 남북을 오갔다. 남북간의 열차운행은 1950년 동해선 철도가 끊긴 지 57년만의 일이며, 철도가 지닌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철도가 끊어진 당시에는 철도가 국내 수송의 대표적 의미를 지녔지만, 지금에는 철도 이외에 도로와 항공 등의 운송 및 교통수단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철도가 갖는 의미는 과거와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북간 철도운송의 재개는 남북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짐은 물론 대규모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열차 시험운행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은 물론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 온 남북관계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지속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분명한 사실은 남북관계가 대화와 단절의 과정을 수십 년에 걸쳐 되풀이해 오면서도 조금씩 진전되고 있음을 이번 열차 시험운행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이 바로 남북관계가 작은 진전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런 과정이 지속될 때 남북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조금씩 해소되고 남북이 통합으로 가는 초석이 다져질 것이다. 이미 우리는 김대중 정부부터 남북한의 갑작스러운 정치적 통일보다는 교류와 협력에 기초한 남북통합의 준비를 해왔다. 인위적인 통일보다는 남북교류를 통해 북한을 개방하고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제 하나씩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남북관계는 남과 북 각자의 내부 변수에 따라 적절히 활용되어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어렵게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이 빛을 잃게 된 것도 그렇고,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도 그렇다. 남북관계가 분단된 한반도의 주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에서 논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채 다른 문제의 부차적인 것으로 활용되어온 측면이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이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초석이 되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부침을 거듭해 왔다.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늘 새롭게 시작하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해 온 것이다. 때문에 이번 열차 시험운행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과거의 경험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도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열차 시험운행이 항간에서 일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나 그에 대한 부정적 의미와 연결된다면, 그나마 쌓아놓은 남북관계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또다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남측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북한도 역시 핵실험 이후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열차 시험운행이 가져올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남과 북은 이제부터라도 남북통합의 열차가 계속 달릴 수 있도록 진정성이 담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광기 대전대 교수ㆍ한독정치학회장
  • [북리뷰] 조선 ‘단성 호적’ 추적… 생활상 생생히 복원

    한국 사회에서 주민을 통제하는 장치는 매우 정교하면서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주민 등록과 지문 채취는 기본이고 부계 혈연에 따라 호적을 별도로 작성한다. 이제는 폐지될 운명에 놓였지만 호주제도 오랫동안 잔존하였다. 일반인들에게 호적은 자신의 혈연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있거나 언론에서 호주제가 논란이 될 때를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거의 망각되는 존재다. 필자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전통으로 간주한 부계 중심의 가족 질서와 호주제로부터 이 책을 풀어나가는 것도 그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호구 조사 기록인 신라촌락문서를 위시하여 우리 사회 주민 등록의 역사는 비교적 오래되었다. 조선시대에는 3년마다 군현 단위로 호구를 조사하여 호적을 만들었다. 이 책의 소재가 된 단성 호적은 1606년 기록부터 남아있는데, 조선시대에는 약 20만명이, 일제 강점기를 포함하면 30만명 정도가 기재되어 있다. 상상을 해보라.300이 넘는 지역에서 3년마다 호적을 작성하였으니,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정보가 기재되었을까. 중세 교회의 기록을 통해 높은 수준의 역사 인구학 성과를 축적시켜 온 유럽의 학자들이 우리의 호적을 보고 놀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지역의 호적들이 사라져버렸고 일부는 일본으로 유출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아 있는 전통시대 호적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하고 일부는 전산 처리되어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최근의 호적 연구와 전산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그 몇 년 간의 성과를 이 책을 통해 녹여냈다. 따라서 본서는 독자의 흥미만을 자극하는 가벼운 대중 역사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들이 접근하기 힘든 무겁고 어려운 전문 역사서도 결코 아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의 식견이 대중의 눈높이와 결합된, 우리사회에서 흔하지 않은 수준 높은 교양 역사서인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호적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필자의 메시지를 접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역을 주민들에게 배분하거나 혹은 관리하기 위해 어떻게 호구를 편제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때 호적은 국역 수취(國役收取)와 주민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묻어나 있다. 중앙관료로부터 사노비에 이르기까지 한 지역 주민의 개인 정보가 호적처럼 방대하고 장기간에 걸쳐 기록된 자료는 없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파편화된 호구 정보를 통해 개인과 집단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렵사리 복원해 내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은 가부장적 가족이 근대가 형성되는 시기 혹은 그 이후에 강화되고 있음을 누차 지적함으로써 현실의 모순을 전통의 부정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각을 경계한다. 새로운 가족 관계의 형성은 오히려 근대의 극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불어 필자는 가족과 인구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계량적인 접근법을 적극 활용하였다. 일반 독자들의 내용 이해를 도와주는 이러한 장치들은 한편으로 역사 인구학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전문 학자들에게 덤으로 제공하고 있다. 권 내 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 권욱현 서울대 교수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 권욱현 서울대 교수

    올해 과학의날 기념식에는 변대규 휴맥스 사장을 비롯한 벤처기업인들이 다수 얼굴을 드러냈다. 은사인 권욱현(64) 서울공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학자라면 제자들이 주로 대학 교수지만, 권 교수는 좀 다르다. 석·박사 제자들 중 벤처기업 창업자가 12명이나 된다. 그만큼 이론에 더하여 실용을 강조한 교육과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국제학회와 대학 등에 거액을 기부하여 화제가 되기도 해온 권 교수를 서울대 관악캠퍼스 자동화연구소에서 만났다. ●과학기술인상으로 받은 상금 사회환원 ▶정년을 1년 앞둔 연세에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았는데, 너무 늦은 게 아닌지요. “상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10년 전 대한민국 학술원상을 받은 것도 선배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죠. 또 공학은 자연과학과 달리 응용분야입니다. 특정한 연구보다는 축적된 기술 속에서 업적이 나오니까 내 나이 때쯤 받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상식에서 상금 3억원을 부인께 수여하던데 바로 부인께 갔습니까. “그건 증서고 상금은 다음날 온라인으로 오던데요. 사실 아내는 별 감흥이 없었을 겁니다. 모든 상금은 전액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이 돼 있거든요.” 지방 출신인 권 교수는 대학입학 이후 집에서 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 입학금부터 어느 독지가가 신문사에 내놓은 장학금으로 해결했고, 그후 미국 유학을 마칠 때까지 각종 장학금 덕을 보았다. 기부는 이때 사회에 진 빚을 갚기 위한 것이다. 사재도 털어넣는데 명예와 함께 덤으로 받는 상금은 당연히 전액 기부다. 젊었을 때 최초로 받은 상금 300만원부터 기부했으니 돈이 많아 기부를 시작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상금도 서울대에 전액 기부할 작정이다. ▶상금이 엄청난 과학상이 많이 생겼지만 과학기술자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사회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저는 공학이 뭔지도 모르고 선택했어요. 당시 분위기가 최고 인재는 공대를 가는 것으로 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IMF 이후 평생직업으로서 매력을 잃으면서 달라졌죠. 지금도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말은 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그렇다면 우수인력이 많이 올 수 있어야지요. 그런데 지방 의대까지 다 채우고 난 뒤 나머지 인재가 이공계에 온다니, 이 모순을 극복 않곤 안 돼요.” 권 교수는 과학기술자들의 대우와 직업안정성 개선, 과학기술자들의 공직진출 확대, 학생선발제도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공과대는 개인 연구보다는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지요. “공학은 기초과학을 응용하여 인류에 유익한 것을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이것을 수행하는 것은 산업입니다. 따라서 공과대는 산업연관 기초교육을 해야지요. 그런데 공과대 학생들 90%가 장래 희망이 대학교수예요. 교수들도 산업계 경험자가 적고, 산업계 기여를 무시합니다. 사실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괴롭고 귀찮은 일이죠. 그러나 공학에서 공부는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에요. 저는 학생들이 절반 정도는 공부가 아니라 벤처사업가나, 연구원이 되도록 마인드를 바꾸는 데 주력했어요.” ●제자들 벤처기업 12곳… 年매출 1조원 권 교수는 특히 연구팀장의 역할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팀워크 훈련을 많이 시켰다. 제자들이 만든 벤처기업 12개는 대부분 석·박사과정 연구팀장이 사장이 되고, 팀원이 합류한 형태다. 이들 회사의 연간매출 총액 합계가 1조원쯤 된다. ▶서울 공대가 미국 대학 10위권 수준이라는 자체평가가 있었는데 과연 그렇습니까. “평가기준이 중요하지요. 기업은 돈을 얼마나 벌었냐로 분명하게 평가가 나오지만, 대학은 논문수, 입학성적, 연구비 등 잣대가 다양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 수가 10위권인가, 우수한 외국 학생 유학이 10위권인가, 세계적인 특허가 10위권인가 하면 아니거든요. 솔직히 저는 못믿어요. 또한 국내 1위면 다른 곳 1위와 비교해야지 평균적으로 10위권 수준이라는 것도 의미가 없고요.” ●인재키울 교육혁신 정부역할 막중 ▶그렇다면 실질적인 경쟁력 향상 방안은 무엇이겠습니까. “원칙은 기업과 같습니다. 철저한 평가와 인센티브제 확대, 국제적인 활동을 통한 발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잘하는 사람은 격려해 주고 실적이 나쁘면 탈락시킬 수 있어야지요. 요즘 교수 평가가 까다로워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탈락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문제는 대학 지배구조입니다. 총장직선제로는 과감한 경영을 할 수가 없죠. 하루빨리 이를 폐지해야 합니다.” 한 곳에서 탈락하면 다른 곳에서 채용이 안 되는 사회구조도 문제다. 미국은 가령 MIT에서 탈락하더라도 우수한 교수는 다른 대학에서 채용이 된다. 권 교수는 “서울대와 KAIST가 시범적으로 30명의 교수를 탈락시켜 다른 곳으로 보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사석에서 있었다.”고 소개했다. ▶요즘 과학기술계는 10년후 뭘로 먹고 살아야 할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게 고민입니다. 로봇 등 자동화분야 전문가로서 아이디어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그건 우리나라 최고기업 CEO도 모르겠다더군요. 그럼 현재 먹고사는 기술을 10년 전에 알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고 해요. 그럼 길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력을 키우는 거라는 거지요. 우수인재는 적응을 잘하며, 적어도 5년은 내다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교육혁신 등 정부역할이 막중합니다. 그리고 연구지원은 무조건 신규 분야만 찾기보다는 기존 분야 중에서 발전 아이디어 찾기를 병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부 주도보다는 기업 수요가 중요하고요.” ▶정운찬 총장시절 교수평의원회 의장으로서 통합논술고사 문제로 정부와 맞서기도 했지요. “사회를 리드하는 것은 평균적인 인재가 아니라 최고 우수한 인재입니다. 정 전 총장과 내 생각이 같은데, 수능시험은 과외로 점수 올릴 수 있지만 과학올림피아드는 과외받는다고 아무나 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본고사 도입하면 사교육 극심해지리라는 논리는 수긍이 안 되고, 또 그렇다 하더라도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권 교수는 내년 2월이면 은퇴하지만 지금까지 주력해 온 공학연구와 국제활동 등 계획이 많다. 특히 15년 전부터 개발해 온 과학기술소프트웨어 ‘셈툴’을 완성하여, 비 영어권국가 범용 소프트웨어는 국제무대서 성공할 수 없다는 통념을 바꾸겠다고 했다. 천진한 표정이 영낙없는 청년이었다. ■ 그는 누구 1943년 경북 포항 출생. 경기고 서울공대 대학원을 거쳐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1977년 서울공대 교수로 부임, 이듬해 계측제어과를 창설했다. 로봇 기술 등에 쓰이는 자동제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2005년부터 국제자동제어연맹(IFAC) 회장 직을 맡고 있다. 최적화 문제에서 ‘이동구간제어’ 개념을 최초로 창안하여 특성을 규명하였고, 이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영문교과서도 갖고 있다. 실용적인 공학교육을 강조하여 벤처기업인들을 많이 육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기업 수가 12개나 된다. 개도국 공학자 학술활동지원비로 IFAC에 5억원, 서울대 발전기금 3억원 등 활발한 기부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을 거쳐 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직도 맡고 있다. 제42회 대한민국 학술원상, 제1회 매경 신지식인상, 미국 브라운대학 최우수 동문상 등을 수상했다. ysh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불청객 황사’를 블루오션으로

    봄의 불청객 ‘황사’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황사의 습격(?)을 받으면 희뿌연 연기에 휩싸인 침침함이 영화에 나오는 폐허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각 학교는 휴교에 들어가고 외출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경고가 나온다. 황사가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황사의 후유증은 심각하지만 대책 마련은 쉽지 않다. 몽골과 중국의 발원지에 나무를 심어 차단한다는 계획도 사실상 요원하다. 정부 차원의 황사 연구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그동안 부분적인 연구는 있었지만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는 집중 연구는 처음이다. 황사 연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중국, 몽골 등 일부에 한정된 연구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처하면 과학분야의 ‘블루오션’으로 키울 수도 있다. ●황사의 정체를 밝혀라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있는 자연재해 저감기술개발사업단. 황사 피해를 평가하고 대응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산·학·연이 손을 잡았다.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출발했다. 기존 연구물은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우선 연구 과제를 황사의 정체 규명과 위해성 분석으로 정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 규명이 우선한다는 공식에 따른 것이다. 이평구 사업단장은 “현재 국내에는 황사에 대한 물리·화학·광물학적 데이터가 절대 부족하다.”면서 “황사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중국에서 날아온 ‘중금속이 함유된 모래바람’ 정도의 사실로 대책 마련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발원 국가에 대해 책임을 따지고 대책을 추궁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사의 위험성 과장돼” 황사 연구는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지질연은 발원지 토양 및 국내 퇴적 황사 분석에 착수했다. 두 곳의 성분 조사와 함께 황사의 입자분석도 거치게 된다.5월 말이면 1차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장은 “문제가 되는 황사의 중금속은 우리나라 공기 중에도 함유돼 있다.”면서 “중국에서 날아온 것과 우리 것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황사의 위해성 연구가 한창이다. 황사는 호흡기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만성 호흡기 질환자 300명에 대한 임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동물에 황사를 흡입시켜 만성 기도질환의 경과를 실험하고 치료약제를 개발하는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황사 등으로 인한 대기 부유물질로 제품의 결함률이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클린룸’을 제작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이 단장은 “예방이 필요하나 황사의 위해성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심리적 손실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황사 입자가 둥글면 호흡을 통해 들어가도 배출이 가능하나 뾰족하면 폐속에 박혀 배출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입자의 모양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필터링 시스템 등 경쟁력 강화 기회 선진국에서조차 황사 연구는 미약하다. 그동안 별다른 피해가 없었기에 사실상 필요 없는 연구분야인 탓도 있다. 현재의 연구가 마무리되면 우리나라는 저비용의 황사 오염 관리 기술은 물론 관련 산업 등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황사에 대비한 필터링 시스템 기술 기반을 구축하고 산업에 활용도를 높이면 그만큼 경쟁력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막화가 심화되면서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부유 물질이 많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맑고 깨끗한 지표 환경을 보전하고 건강한 국민의 삶과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미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납치 다발’ 니제르 델타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한국 근로자 피랍은 지난 1월 이후 올해만 2차례나 된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는 20여건의 납치 사건이 발생했고, 미국·영국, 중국·필리핀 등 외국인 근로자 80여명이 피랍됐다. 니제르 델타는 나이지리아에서도 납치사건이 가장 빈번한 곳이다. 니제르강 하구의 거대한 삼각주로 유전 시설이 밀집돼 있다. 이곳을 근거지로 한 무장단체만 수십여개에 달한다. 나이지리아에서 무장 단체가 많아진 건 석유자본으로 나오는 개발 수익이 적절히 배분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큰 배경이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자 세계 8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나이지리아 국내총생산(GDP) 773억달러 중 20%가 석유로 얻는 수익이다. 그 중 니제르 델타 지역에는 로열 더치 셸, 엑손 모빌 등 다국적 석유 회사의 시설이 집결돼 있다. 반면 토착 주민인 ‘이자우(Ijaw)족’의 삶은 열악하기만 하다. 지역 사회에서 불만이 축적되면서 등장한 무장단체는 석유이권 배분을 요구하며 납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각 부족 등 정치세력간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무장단체의 정치적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무장단체는 몸값만 받으면 인질을 석방하는 행태를 보인다. 몸값은 무기 구매 등 조직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니제르 델타에 밀집돼 있다. 현재 대우건설과 현대중공업 등의 근로자 800∼900명이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등 플랜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화성표면 절반은 얼음”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화성 표면의 절반이 얼음으로 덮여있을 것이란 점이 밝혀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3일 보도했다.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5개의 무인탐사선 등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붉은 행성인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마스 오딧세이’ 탐사선이 보내온 자료를 통해 화성의 물 퇴적물들을 찾고 있다.그렇지만 현재 대부분의 탐사선의 경우 수백㎞ 정도의 단위까지만 화성표면을 분석할 수 있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자슈아 밴드필드 박사가 얼음을 탐지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탐사선에 의해 검출된 열적외선의 유형을 계절적 변동에 따라 비교해 화성 표면을 수백m의 정밀도로 분석한 것이다.과학자들은 화성 표면의 광범위한 얼음 존재 가능성에 따라 화성착륙선 피닉스 마스를 오는 8월 발사해 2008년 화성 표면의 얼음 찾아내기 작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예정이다. 조사를 통해 얼음이 화성 표면 아래 어느 정도 깊이까지 존재하는지 등의 새로운 자료들을 축적할 예정이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사설] 친일파 재산환수 이제 시작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어제 이완용 등 친일파 9명의 소유토지 154필지,25만 4906㎡에 대해 국가 귀속결정을 내렸다.2005년 말 공포·시행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해 7월 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내린 첫 환수결정이다. 귀속 결정된 토지는 위원회가 추정한 전체 환수대상 토지(3994만 6266㎡)의 0.64%에 불과하지만 상징성은 매우 크다. 이번 결정은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와해된 지 58년만에 보는 친일청산의 첫 가시적인 성과다. 나라를 되찾은 지 62년만에 일제 잔재의 청산이 시작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실천함으로써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위원회는 이번에 친일행위로 얻은 것이 확실한 재산만 첫 환수대상으로 삼았다. 친일 청산이라는 대의를 알리고, 후손들의 행정소송 제기 등 논란의 소지를 의식한 결과다. 그러나 위원회의 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민족 행위로 축적한 부가 후손에 대물림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452명의 재산을 추적해 국가로 귀속되도록 할 계획이다. 친일행위자들이 당시 소유했던 재산은 긴 세월이 흐른 지금엔 그들의 손을 떠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자료도 불충분하고 조사인원도 부족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왕에 시작한 환수작업이 제대로 마무리되도록 정부는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촉구한다.
  • [국악인] 평양사람들을 감동시킨 서울출신 서도 명창 김광숙

    [국악인] 평양사람들을 감동시킨 서울출신 서도 명창 김광숙

    글 최종민 철학박사, 국립극장예술진흥회 회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1990년 10월, 평양에서는 남한에서 올라간 국악공연단이 여러 가지 종목을 멋지게 공연했다. 판소리도 하고 사물놀이도 하고 산조도 하고 서도소리도 하고 했다. 그런데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오복녀와 김광숙이 부른 서도소리였다. 수심가, 엮음수심가,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 개타령 등을 불렀는데 개타령을 할 때에는 그 근엄하던 청중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리듯 웃어 제켰다. 평안도나 황해도에서 발달한 그네들의 민요를 오랜만에 남한의 명창들을 통해 들어보았기 때문이리라. 수십 년 잊고 지냈던 자기 고장의 민요를 오랜만에 들었으니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더구나 나이 많고 과거 그런 서도소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오랜만에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을 것이다. 그래서 박수가 한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지금 북한에는 수심가나 난봉가를 옛날식으로 부르는 그런 노래가 없다. 공산당의 이념에 맞는 노래를 새로 만들어 새로운 창법으로 부르도록 했기 때문에 옛날식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서도 현지에는 서도소리가 없어져 버린 멸종의 단계가 되었는데 다행히 이남에서 보호정책을 폈기 때문에 서도소리가 어느 정도 남아 있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서도소리는 평안도나 황해도에서 발달한 민속노래이고 그곳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자란 사람이어야 잘할 수 있는 노래들이다. 예로부터 “대동강 물을 먹고 자라야 수심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바로 그런 사정을 말하는 것이다. 서도소리의 목은 평안도 사투리의 목과 같은 그런 굵고 깊은 목이어야 하는데 그런 목은 단순한 발성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사 발음과 관련한 표현의 묘미 역시 평안도 사투리의 표현방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어서 그 지역의 사투리를 모르면 그 지역의 민요를 부를 수 없다는 말을 해도 지나친 말이 안 될 정도이다. 더구나 평양은 예로부터 풍류가 낭자하던 곳이고 황해도 역시 탈춤과 함께 민속노래가 풍성하게 발달한 지역이다. 이 평안도와 황해도의 민속노래가 서도소리인데 그 서도소리를 지금은 이남에서 전승하고 있다는 말이다. 수심가를 비롯한 서도민요는 김정연과 오복녀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하여 전승토록 했는데 두 분이 꽤 여러 명의 제자를 양성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모두 생업을 찾아 다른 길로 가버리고 김정연의 제자로는 이춘목이 인간문화재가 되었고 오복녀의 제자로는 김광숙이 인간문화재가 되었다. 이외에도 김정연의 제자 한명순·이문주 등과 오복녀의 제자 유지숙 등이 활동하고 있다. 김광숙은 스승인 오복녀와 함께 평양에 가서 공연을 했고 그 공연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공연 때문에 북한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서도소리를 완전히 폐기처분한 것처럼 했기 때문에 일제 때 음반까지 출반한 김진명 같은 명창도 시골에서 할일없이 지냈다는데 남한의 서도 명창들이 북한에 온다하니까 그 김진명 씨를 평양으로 불러 올렸었고 다음번 서울공연에 출연시키기도 했었다. 김광숙은 그 김진명 씨에게 떠는 목에 대해 충고를 받기도 했다고 하니 김광숙 씨야말로 평양행에서의 소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김광숙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황해도 출신이어서 월남한 가정이긴 했지만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으니 서울 출신이라 할 수 있다. 김광숙이 국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고등학교를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의 전신인 국악예술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1971년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국악예술학교에 성금련, 지영희, 박초월, 김소희, 한영숙, 신쾌동, 김윤덕, 임광식, 박헌봉 교장 등 기라성 같은 국악인들이 교사로 있어서 여러 가지를 열심히 가르쳤기 때문에 많은 것을 잘 배울 수 있었다. 김광숙은 고1 때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의 전수장학생이 되었고 1977년에는 이수자가 되었다. 그 후 1982년부터 전수조교로 있다가 2001년 11월에 예능보유자인 인간문화재가 되었다. 서도소리의 역정으로는 그렇지만 그 동안 많은 공부를 했고 많은 활동을 했다. 1974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때는 한국의 집(코리아 하우스) 공연무대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남도소리의 안행년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민속악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다. 1982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연주단원이 되어 서도민요와 함께 경기민요도 공연하게 되니까 경기민요에 대한 필요를 느껴 김옥심 명창에게 개인지도를 한 3년 받았다. 당대 최고 명창이면서 인간문화재가 되지 못해 한이 많았던 김옥심은 김광숙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열심히 가르쳤다. 그래서 경기소리도 잘 배울 수 있었다. 김광숙은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국립국악원은 좋은 직장이었는데도 1986년 공부를 더 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직장을 사직하고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로 진학을 하게 된다. 4년 간 열심히 공부하고 그리고 다시 1990년 국립국악원에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학원도 마치고 지금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김광숙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가사의 인간문화재 이양교를 사사하여 가사와 시조를 이수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본인이 배울 수 있는 온갖 노래를 가능한 한 열심히 배워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다 본인이 전공하는 서도소리를 더 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확실히 느끼고 있다. 실제 그런 여러 갈래의 성악을 공부한 것이 서도소리 정립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서도소리는 평안도나 황해도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인기 있는 소리였다. 과거 평양에 있는 기성권번 출신들이 서울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서울 사람들이 서도소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리 집에서 공연이 성행하던 일제 때만 해도 처음 경기소리를 한참 들은 다음 뒤에는 서도소리를 듣는 것이 통례여서 서도소리의 수요가 많았었다. 그런 서도소리가 지금은 그 소리를 발달하게 한 서도라는 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북사람들이 옛날처럼 그런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남에서 서도소리를 제대로 가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선 목이 잘 되지 않는다. 소리란 목으로 하는 것이고 성음이 제대로 돼야 소리가 되는 것이다. 소리목의 바탕인 사투리목이 없는 서울에서 서도소리를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에 늘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광숙만 해도 그 동안 많은 서도 출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쪽 사투리를 들어왔었다. 그러나 지금 자라는 세대들은 그런 경험마저 거의 없다. 이들에게 서도소리를 가르치며 본인이 공부한 것을 종합하며 생각하면 세월과 함께 깨달음이 조금씩 축적되는 것을 느낀다. 그 깨달음의 분량이 어쩌면 서도소리를 서도소리답게 하는 관건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광숙은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며 그 깨달음의 도를 많게 하려 애쓰고 있다. 지금은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수원대학교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등에 나가 가르치고 또 본인의 전수소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매일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제자들을 가르친 다음에는 함께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또 서도소리로 극을 만들어 공연하기도 한다. 그 동안 서도창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배따라기>나 <황주골 심청>을 공연했는데 상당히 좋은 평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황진이>를 공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광숙의 이런 노력은 멸종 위기에 있는 서도소리를 적극적으로 전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평안도와 황해도에 이 서도소리를 다시 옮겨 심어야 한다. 김광숙이 서도소리의 ‘불씨’를 잘 간직하고 있다가 서도에 다시 옮겨 붙였을 때 서도소리의 불길이 서도 전역에 활활 타오르며 퍼져가게 해야 한다. 그렇게 중요한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이기에 그가 잘하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더욱 잘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서길수 교수 “고구려 아닌 ‘고구리’로 읽어야”

    서길수 교수 “고구려 아닌 ‘고구리’로 읽어야”

    고구려(高句麗)는 ‘고구리’, 고려(高麗)는 ‘고리’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경대 서길수 교수는 3일부터 이틀간 ‘고구려의 시원과 족원에 관한 제문제’를 주제로 경성대에서 열리는 고구려연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高句麗를 고구려라고 읽기 시작한 것은 겨우 100년밖에 안 됐다.”며 “高句麗의 표기를 원래의 발음인 고구리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 서 교수는 30일 미리 배포한 논문‘高句麗,句麗,高麗 국호의 소릿값에 관한 연구’에서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세가지를 제시했다. ●자치통감 등서 麗를 ‘리´로 읽어 우선 자치통감, 신당서 등 중국 고대사서에서 ‘麗’에 주석을 붙여 바로읽기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치통감에는 고구려, 구려, 고려에 쓰이는 ‘麗’의 소릿값에 대한 주석이 모두 69개나 등장하고, 신당서에도 7개, 책부원귀에는 1개가 있다. 자치통감 등에는 ‘麗’의 소릿값과 관련, 려(呂)·력(力)·린()자의 첫자음(ㄹ)과 지(支·知·之)자의 끝 모음(ㅣ)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주석이 붙어 있다. 즉 고구려, 구려, 고려에 쓰이는 ‘麗’자를 ‘리’로 읽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 자전 등서 ‘고구리´ 강조 두번째 근거는 한·중·일 자전과 옥편의 기록이다. 청나라 시대의 ‘강희자전’, 우리나라 옥편의 시조격인 정조때의 ‘전운옥편’, 최남선의 ‘신자전’ 등에 ‘고려’를 ‘고리’로 읽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광복 후 한글학회가 편찬한 ‘큰사전’에는 ‘고구리’라는 단어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과 타이완에서 출판된 자전에도 ‘麗’자를 ‘려’와 ‘리’로 읽을 수 있으나 ‘리’로 읽는 사례로 ‘고구려’와 ‘고려’를 들고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조선후기 김정호의 대동지지 등에도 ‘高句麗’를 ‘고구리’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주를 달고 있는 기록이 있다는 점이다. 신채호, 이병도 등은 ‘高麗’의 소릿값을 ‘카우리’ 등으로 읽었는데 이때도 ‘麗’자는 ‘리’로 읽었다. ●서교수 “교과서 먼저 고쳐야” 서 교수는 “중국에서도 高句麗를 현대 중국어식으로 읽지 않고 고대 사서의 기록대로 읽고 있는데, 우리 역사에 나오는 중요한 나라 이름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학계의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교과서를 고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한 고구려가 고려로 국호를 변경한 시기가 서기 423년쯤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고구려의 국호 변경시기와 관련, 서기 398년(양보융)∼581년(이병도) 등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와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서 교수는 장수왕11년(423년)부터는 공식적으로 高麗를 국호로 썼고, 그 뒤 한번도 高句麗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423년쯤을 고구려의 국호변경 시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구려가 국호를 바꾼 이유는 수도를 평양으로 옮긴 것(427년)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무예는 기본… 남녀귀천 구분않고 가무 즐겨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벽화 등을 통해 어렴풋하게 알려진 고구려의 이미지는 ‘무(武)’를 중시하는 사회라는 것이었다. 고구려는 과연 ‘무예’만 중시한 사회였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이 최근 출간한 두권의 책 속에 그 해답이 실려 있다. 고구려 문화사를 다룬 국내 최초의 단행본인 ‘고구려의 문화와 사상’은 고구려인의 문화·사상적 특성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어 주목된다.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강현숙 교수 등 10명의 연구진이 집필한 이 책은 1990년대 이래 고구려 고분벽화, 산성 등 고구려 유적 및 유물에 대한 접근이 부분적으로 이뤄지면서 촉발된 고구려 문화사 연구의 축적물이다. 연구진들은 고구려인의 문화적 특징을 ‘기백’ ‘웅장’ ‘낙천’ 등 세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우선 무예 못잖게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고구려인들은 생활전반에서 활력과 기백이 넘쳤다고 한다. 걷는 것을 뛰는 것처럼 했기 때문에 반드시 허리띠를 매는 등 활동적인 옷차림을 선호했고, 격투기 연마나 사냥을 즐겼다는 것이다. 높이가 6.39m인 광개토대왕릉의 규모는 같은 시대의 비석 가운데 가장 높다. 왕릉급 적석총과 왕궁인 안학궁의 규모 또한 같은 시대 일본, 중국의 왕릉과 궁궐을 능가한다. 이처럼 고구려의 문화는 웅장하다고 연구진들은 주장하고 있다. 낙천적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남녀, 귀천을 구분하지 않고 노래와 춤을 즐겼고, 장례 때도 북을 치고 춤을 추는 등 낙천적인 인생관을 지녔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구려의 정치와 사회’에서는 중국과의 교류 속에서도 독자적인 체제를 마련한 고구려의 자주적 면모가 부각돼 있다. 정치의 자주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전통적인 관습법을 시대상황에 맞게 변화시킨 율령의 반포 ▲역사서 ‘유기(留記)’ 100권 편찬 ▲독자적인 연호(‘영락’ 등)의 사용 등이 제시됐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벌써 5월이라는 생각에 문득 피천득 선생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새달 29일이면 백수(百壽)라는 만 99세를 채우는데도 아직 듣고 말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하신다.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인형과 함께 눈을 지그시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신다. 어두워 잠자리에 들 때면 늘 그러했듯 팔베개를 해주며 꿈속을 함께 걸으신다. 또 밝은 낮에는 집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감상하며 어린 아이처럼 히죽거리다가 감흥에 젖어 시구도 절로 읊으신다. 이래저래 5월은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기념할 날도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새삼 가족과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가정의 달’이라고 했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가정의 달´ 맞아 되돌아본 효 ‘효행’이 새삼스레 생각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의 덕목 중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만한 스승 없고,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담에 얼마나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까. 지난주 홍일식(72) 전 고려대 총장을 만났다. 그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세계효문화본부’ 총재를 맡아 ‘21세기의 효’는 어떠해야 하며, 또 ‘한국인에게는 무엇이 있는가.’에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성북동 사무실에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맞이한다. 젊어 보인다고 하자 “손님을 만나려면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어 자리에 앉더니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일찍이 역사의 신은 준비 없는 사람에게 미래의 영광을 준 적이 없다. 미래는 세계화이고 따라서 다음 세대는 세계 시민권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과거 농경사회 때는 어떠했습니까. 헐벗고 굶주려, 배고파서 못살겠다고 했지요. 그 다음에는 산업사회가 왔습니다. 배고픔은 없었지만 대신 힘들다고 했습니다. 노동시간의 단축을 요구했지요. 정보화시대인 지금은 바빠서 못살겠다고들 난리입니다. 다들 몸은 하나인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허덕입니다. 각종 스트레스 속에,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떠밀려 가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다가올 전문지식사회의 문제는 ‘고독´ 그러면서 다가올 미래는 ‘고도의 전문지식사회’이며 이때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외로움, 바로 ‘대중 속의 고독’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 한 가족끼리도 벽을 쌓은 채 가식화된 인사를 나누며 지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치닫는 현대사회가 사람을 고독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으며, 때문에 미래 인간의 최대 과제는 ‘고독 탈출’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이 고독으로부터 해방·탈출할 수 있는 사상과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캄캄한 밤에 지팡이도 없이 표류하는 인간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과 길잡이로서의 철학사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야 말로 ‘21세기 리더’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능력은 지금이 최상이며, 더 떨어지지 않게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단국가인 데다 지하자원도 없이 세계 10대 교역국이 된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 부의 축적에 욕심 부려선 안 됩니다. 미래의 국가는 민족주의도 사라지고, 세금 받는 영역에 불과합니다.” ●미래 문화시대 대비할 우리 유산 효 결국 미래는 문화의 시대, 즉 문화영토의 사회일 수밖에 없다고 예견한다.“천만 다행히도 우리는 지금 이 미래를 준비할 능력과 함께 사상·문화의 유산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서 효문화·효사상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인들의 경우 스스로 고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이미 동양의 철학·사상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 가족학(Family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다름 아닌 동양의 혈연·가정학의 변형이요, 우리의 효문화·효사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스웨덴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 노인들의 고독 탈출을 위한 데모가 잦다고 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생겨난 버지니아텍 사건만 하더라도 현대문명이 빚어낸 ‘고독의 늪’에 그 원인이 있다면서 누구나 다 정도의 차이일 뿐 ‘조승희적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사상이 인류의 구원인 까닭도 여기에 있단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50년대에 TV가 나와 1980년대까지 한 지붕 가족관계를 토막냈습니다. 그 이후에는 컴퓨터가 나와 인간관계를 100배나 더 미세하게 단절시켰지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부모·자식 간의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자기희생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인 효사상을 정립해야지요. 예컨대 과거 집안의 효자라고 했을 때, 그 집 아들은 부모에 대한 효성은 지극한 반면, 자신의 갈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해 사실상 인생의 낙오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럴 수는 없지요. 현대의 효는 부모를 즐겁게 해주는, 즉 자식이 출세하고 올바르게 잘 살아가면 그게 바로 진정한 효 아니겠습니까.” ●효사상도 혁명적으로 변해야 옛날에는 부모만 한 스승이 없다면서 무조건 따라오게 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자식한테 배워야 하는 문명시대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지금의 부모 세대는 도덕적으로 힘든 일을 했을 때 비로소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서 “어른들이 담배꽁초도 줍는, 그런 천지개벽하는 대변혁의 가치관이 필요한 때”라고 거듭 주문했다. “효사상은 오늘날 인류문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자 미래를 이끌어갈 유일한 철학이지요. 우리는 그 사상과 문화영토 개척의 향도로서 앞장서 나가야 합니다.” 고려대를 나와 이 학교 여자교우회장까지 지낸 홍 총재의 부인 역시 평소의 덕행을 인정받아 1996년 ‘신사임당’에 추대됐다.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다. 딸은 한서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성북보건소 의학과장이다. 장남은 국민대 교수, 차남은 사업가이며 삼남은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 총재는 가끔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다. 최근에는 중국 ‘열하일기’의 무대를 다녀왔다. 여기에서 홍 총재는 “당시 70만 여진족이 1억이 넘는 한족을 무너뜨려 270년간 꼼짝 못하게 한 비결이 글로벌 리더십”이라고 얘기했더니 자식들이 다 감동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테마여행이 올해도 몇 차례 예정돼 있어 부푼 기대감이 어렸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서울 출생 ▲55년 양정고 졸업 ▲59년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양정고 교사 ▲64년 동대학원 석사 ▲77∼2001년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80년 동대학원 문학박사 ▲90∼91년 베이징대 교수 ▲92∼94년 성곡학술문화재단 운영위원장 ▲94~98년 고려대총장 ▲97년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99년 세계효문화본부 총재 ▲2001년 한국향토사전국협의회 회장 ▲2002∼2004년 학교법인 동원육영회(한국외국어대) 이사장 #주요 저서 육당연구, 한국개화사상사, 문화영토시대의 민족문화, 중한대사전, 한국인에 무엇이 있는가,21세기와 한국문화 외 다수. ■ 세계효문화본부는 현대적 의미의 효개념 재정립과 효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9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국가 청소년위원회 인가). 주요 사업으로는 효정신 함양을 위한 출판(계간지 ‘헬로 효’ 발행), 효문화 가치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한 홍보 및 세미나 개최, 세계 각국과 효문화 사업 교류협력, 효박물관·효문화센터 건립 및 운영 추진 등이다. 그동안 ▲2000년 5월 ‘효의 세계화’ 세미나 개최 ▲2003년 9월 세계효문화축제 개최 ▲2004년 11월 한·중·일 국제청소년 효문화 포럼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8)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8)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한·미 FTA협상이 타결돼 벌써 미국산 쇠고기가 터진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광우병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심각한 보건위생상의 문제가 됐다. 이 광우병과 가장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 질환이 바로‘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Creutzfeldt-Jakob Disease)이다. 변형된 ‘프리온 단백’이 체내 중추신경계에 축적되어 퇴행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발병 사례가 없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이제부터는 이 병이 현실적인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우병과의 상관성 때문입니다.1986년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확인된 이후 1996년에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후 발병한 변종 CJD가 보고됐었지요. 세계적으로는 1980년 1건,1990∼2003년 사이에 모두 78례가 확인됐는데, 이 추세에서 보듯 광우병 확산과 이 질환의 발병률이 비례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CJD를 유발하는 프리온 단백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핵산이 없는 무세포성 단백 병원체로, 동물의 세포질막에 존재하는데, 이 프리온 단백이 변형을 일으키면 문제가 된다. 변형 프리온 단백은 전염성이 강해 일반 세균과 달리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정도의 여과막을 통과하는 특성이 있으며, 매몰된 사체 조직 속에서도 1년 이상 생존할 만큼 생존력도 강하다. 또 열이나 자외선, 일반 소독제에도 내성을 보인다. “발병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통계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인구 100만명당 0.5∼1명 정도지요. 전염 경로나 임상 소견에 따라 산발성, 가족성, 의인성, 변종CJD로 나뉘는데, 이 중에 주로 55∼75세의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산발성의 점유율이 가장 높습니다. 문제는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변종 CJD입니다.” 이 변종이 바로 2005년 일본에서 아시아권 최초의 사망자를 낸 ‘인간 광우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나 뼈, 내장 등을 먹으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전북 진안에서 당시 40세의 변종 의증 환자가 발생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의 경우 CJD 환자는 20여명가량 있었지만 아직 변종 CJD 환자는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존재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이 병의 확실한 전파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그렇지만 뇌경막 이식, 사체에서 얻은 뇌하수체 호르몬의 투여, 각막 이식 등 의인성 원인에 의해 전파된 사례는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 변종 CJD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와 관련이 있는 만큼 광우병 취약지역인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지요.” 증상은 주로 신경학적 이상으로 나타난다.CJD는 수십년의 잠복기를 거쳐 더디게 진행되는 혼돈 상태나 진행성 치매, 다양한 운동실조 현상이 나타나다가 이 단계를 지나면 근경련 등 신경학적인 징후들을 보인다.“모든 연령층이 감염될 수 있지만 잠복기가 길어 대부분의 환자는 35세를 넘긴 상대적 고령층입니다. 지금까지의 임상사례를 보면 질병의 경과가 매우 빨라 증상이 나타난 뒤 3개월에서 길어야 1년 안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입니다.” 임상적 특성으로는 동일한 형태의 뇌파가 반복되는 ‘주기성 뇌파’와 20번 염색체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들 수 있다. 또 환자의 5∼10%에서는 가족력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정형화된 특성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변종 CJD의 경우 CJD보다 젊은 20∼30대에서 주로 발생하고, 주기성 뇌파소견을 보이지 않으며, 발병 초기부터 우울증, 불안감, 초조감, 공격적 성향, 무감동증 등의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어 기억장애나 감각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뒤따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중 가장 흔한 증상은 팔, 다리의 감각 이상과 여기에서 발전한 운동실조증이며, 이어 인지장애와 운동불능, 무언증(無言症) 등 치매와 흡사한 말기 증세를 보이다가 첫 증상 후 14개월쯤 지나 사망에 이르지요.” 가장 중요한 임상적 진단 기준은 운동실조와 치매 등 중추신경계 증상이다. 특히 변종CJD는 진행성 신경정신 질환과 함께 대뇌·소뇌에서 프리온 단백의 축적이 확인된다. 꽃 모양의 이 흔적을 ‘개화성반’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아직 CJD나 변종CJD의 예방 및 치료법은 없다.“정상 상태에서는 뇌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리온 단백이지만 일단 비정상적인 구조로 바뀌면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CJD나 광우병, 전염성 뇌질환과 알츠하이머 등을 일으키는데, 아직까지 이 프리온의 생성 경로를 알지도 못하며, 제거 방법도 없습니다. 결국 인간이 아직은 ‘인간 광우병’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이런 의학적 한계를 정책적 대안으로 상쇄하려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유럽연합(EU)에서는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가 광우병에 걸림에 따라 권역 내에서 영구적으로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실제로 이후 광우병 발병 추세가 크게 수그러들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는 합니다. 한 예가 바로 퀴나크린을 이용한 치료인데, 우리에게 말라리아 치료제로 잘 알려진 퀴나크린을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병증의 진행 속도를 약간 늦추기는 했지만 완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환자가 발생하면 초보적 보존적 치료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지요.” 우 교수는 끝으로 이런 사실을 귀띔했다.“변종 CJD가 우리에게 새롭고도 가공할 위험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와 영국에서만 이 병으로 벌써 수백명이 숨졌으니까요. 그때 프랑스 정부는 놀라운 예측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10년간 변종 CJD로 인한 자국의 인명피해가 3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도 이제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할 때입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아시아를 흙으로 빚다

    아시아를 흙으로 빚다

    ‘세계적인 도자기 작품도 보고 흙놀이 체험도 즐기고….’ 경기도 이천·광주시와 여주군은 우리나라 도자 문화의 보고이다. 350여개의 가마가 모여 도예촌을 이루고 있는 이천은 전통 예술도자의 흐름을 주도하는 한국도예의 중심지이다. 광주는 조선왕실의 관요인 사옹원 분원이 500년 동안 운영됐던 곳으로 세계 최고의 명품 백자를 만들어 왔다. 백토 산출지로 유명한 여주에서는 국내 생활도자기의 60%를 생산한다. ●아시아 14개국 26명 도예가 작품공개 이렇듯 나름의 독특한 도자문화를 지닌 3곳에서 28일부터 5월27일까지 한 달 동안 도자의 향연인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펼쳐진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아시아의 도자예술이다. 이천에서 선보이는 ‘아시아의 피부’라는 제목의 아시아 테마 현대도자전은 이번 비엔날레의 메인 기획전이다. 중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호주 등 14개국 26명의 현대 도예가들이 찻잔, 생활용기, 제기, 건축물장식, 도자기조각, 설치작품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공개한다. 한국-터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동서 도자유물의 보고전’(광주)에서는 톱카프궁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일본 도자기를 비롯한 국보급 유물 80여점이 선보인다. ●세계적인 작품 감상 기회 여주에서 열리는 ‘세라믹하우스Ⅲ’는 호텔 로비, 레스토랑, 갤러리 등 상업공간에서 도자의 활용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후각과 청각으로도 감상할 수 있는 체험공간을 제공한다. 세계 66개국 2444점이 응모한 국제공모전은 대상작 보딜 만츠(덴마크)의 ‘건축적 부피’를 비롯해 입상작 188점이 여주(생활부문)와 이천(조형부문)에서 분리, 전시된다.463점이 응모한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광주)에서는 전통 도자의 아름다움과 다양함을 감상할 수 있다. 교육·체험 프로그램인 ‘두(do) 세라믹, 고(go) 세라믹’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단위 참여 프로그램을 늘렸다. ●체험 행사도 풍성 이천에서 마련된 키즈워크숍은 개인·가족·단체별로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감상하고 토론하면서 직접 흙으로 작품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토야놀이방(이천)과 흙놀이공원(이천), 흙놀이방과 토야도예공방(여주) 등에서도 흙을 만지고 도자를 만들어 보는 표현활동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흙 매개 이벤트인 ‘클레이 올림픽’과 장인들이 참여하는 ‘도자경진대회’, 관람객들의 추억을 담은 ‘천년도자 기록’, 야외에서 도자를 굽는 ‘노천소성’ 등이 열린다. 이천행사장 공방대가마 옆에는 계곡바람을 이용해 만든 나무모양의 도자풍경(사진 왼쪽·성동훈작)이 설치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높이 12m, 너비 9m, 둘레 4m의 소리나무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줄기와 구름모양의 가지에 매달린 2007개의 도자 풍경(風磬)이 설봉산 계곡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물고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가는 길 ▶이천행사장 중부고속도로-서이천IC-이천세계도자센터 또는 영동고속도로-이천IC-이천세계도자센터 ▶광주행사장 중부고속도로-곤지암IC-광주조선관요박물관 ▶여주행사장 영동고속도로-여주IC-여주생활도자관 ▶문의(재)세계도자기엑스포 홍보마케팅 (031)645-0602.
  • “샌드위치속 한국 경제 사업 다각화 나서라”

    “샌드위치속 한국 경제 사업 다각화 나서라”

    한국 경제가 ‘4대 샌드위치’에 직면했다는 주장이 일본 연구소에서 나왔다. 일본 경제의 부활은 한국 기업에 위협이 아닌 기회라는 주장도 나왔다. 오노 히사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지점장이 20일 제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샌드위치 한국경제 진단과 해법’ 세미나 자리에서다. 오노 지점장은 “노무라연구소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로 아시아기업에 상담(컨설팅)을 해왔다.”며 “일본인 컨설턴트의 눈에 한국경제가 어떻게 비치고 어떻게 극복했으면 좋겠는지 말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가 ▲상위 기업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하위 기업의 가격경쟁력에 추격당하는 ‘기술장벽 샌드위치’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가격 하락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이익장벽 샌드위치’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시장지배 샌드위치’ ▲축적된 지적 자산과 브랜드 파워 부족으로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첨단산업 샌드위치’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각각의 ‘샌드위치 신세’ 대표업종으로는 자동차·부품소재, 조선·평판디스플레이(FPD), 철강·제약, 정보기술(IT)·서비스를 꼽았다. 오노 지점장은 “기업마다, 또 기업내 사업 라인마다 처한 샌드위치 상황이 다른 만큼 해법도 각각의 특성에 맞게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친환경 기술에 눈돌려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한 것이나 캐논사가 로봇의 눈과 손을 활용한 의료 관련 특화기술 사업 등에 나선 것은 기술장벽 샌드위치의 좋은 탈출 사례라고 소개했다. 오노 지점장은 “과거 미쓰비시중공업이 대형 여객선으로 수익원을 이전하면서 한국의 추격을 피했다.”며 “한국 조선업과 FPD 사업도 수익원 이전과 단일품목 사업구조 탈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인도 사이에 낀 한국 조선업과 제약업체에는 다국적 철강회사 미탈 스틸이 세계 2위 철강회사 아르셀로를 인수한 것을 본보기 사례로 제시했다.‘합종연횡’을 통해 글로벌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충고다. 오노 지점장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에서 자살하는 사람들로 전철이 자주 멈춰서야 했을 정도”라면서 “장기간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거품을 타고 호황을 누렸던 디스코클럽 사장이 하루아침에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가 노인요양사업(개호 비즈니스)으로 업종을 전환, 재기에 성공한 사례도 소개했다. 오노 지점장은 “일본경제의 부활이 한국에 위협이겠는가, 아니면 기회이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국과 일본은 각자 잘하는 사업과 시장이 다른 만큼 양국이 협력관계를 모색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액정패널 공동사업과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의 전략적 제휴를 그 대표 사례로 들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체지방 분해 효과 건강기능 식품 ‘CLA’ 출시 붐

    요즘엔 음료에도 ‘체지방 감소’란 문구가 붙어야 광고가 되듯 업계에선 단연 ‘살과의 전쟁’이 화두다. 특히 ‘S’라인 몸매,‘Y’라인 뒤태 등 ‘몸짱’ 신드롬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출의 계절까지 다가오면서 ‘마른 몸’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살을 빼주는 것으로 광고되는 건강기능 식품인 씨엘에이(CLA·Conjugated Linoleic Acid)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최근 공액 리놀레산인 CLA가 100% 함유된 ‘디팻 다이어트 씨·엘·에이’를 출시했다. 하루에 두 캅셀씩 복용하면 된다.112캅셀(4주분)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7만 5000원.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동원F&B가 ‘GNC 토탈린 다이어트 CLA’(120캅셀·8만 8000원)를, 일동제약의 자회사 일동생활건강이 ‘일동씨엘에이골드’(360캅셀 15만 8000원)를 각각 출시했다. CLA란 홍화씨유 100% 추출물로 만든 공액리놀레산이라는 불포화지방산이다. 지방분해와 저장에 관여하는 효소인 리포단백리파제(LPL)의 활동을 저해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도 체중조절 식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최근에는 체지방 감소뿐만 아니라 면역활성, 항암성, 항당뇨, 콜레스테롤 축적 억제 등의 기능에 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동원F&B의 송주영 건강식품사업팀장은 ”2월 제품 출시 이후 3월 한 달간 920개가 나갔다.”면서 “CLA는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다.’는 표현을 홍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게 잘 팔리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다이어트용 제품은 4∼7월에 호황을 누리는 만큼 판매량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CLA가 연 5000억원의 다이어트 보조 식품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쎄엘에이CLA), 건국유업·건국햄(건국 다이어트 CLA), 한국화장품(뷰트리 CLA) 등은 이미 지난해 관련 제품을 내놓았다. 홈쇼핑 등에서 인기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CLA는 약이 아니고 건강보조식품이어서 식사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함께 복용했을 때에만 의도했던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CLA를 ‘S라인’ 몸매와 건강을 얻을 수 있는 다이어트의 만병통치약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정상 체중인 사람이 복용했을 때에는 살이 빠지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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