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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녹색성장 비전] 2. 아이슬란드의 지열 활용법

    [2009 녹색성장 비전] 2. 아이슬란드의 지열 활용법

    │레이캬네스(아이슬란드) 이도운특파원│“지구의 99%는 온도가 섭씨 1000도를 넘습니다. 이런 에너지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낭비하는 것입니다.” 아이슬란드의 전력회사 히타베이타 수드르네스야(HS)의 지질전문가인 구드먼드 오마르 프리드라이프슨 박사는 서울에서 온 기자에게 지열 에너지 이용의 당위성부터 강조했다. ●발전하고 남은 물을 온천수로 지난달 20일 레이캬비크 시내의 국가에너지기구(NEA)에서 만난 프리드라이프슨 박사는 기자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태우고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바다를 끼고 45분쯤 달리자 검은 화산암으로 뒤덮인 레이캬네스 반도가 나왔다. 이곳에 아이슬란드의 지열 산업을 상징하는 스바르트셍기 발전소와 관련 업체들이 몰려 있다. HS 소유인 스바르트셍기 발전소는 1976년 아이슬란드에서는 처음으로 지열을 전력 생산과 난방에 모두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건설됐다. 발전 용량은 45㎿이며 곧 30㎿가 추가될 예정이다. 또 지역 난방을 위해 초당 240ℓ의 뜨거운 물을 생산한다. 프리드라이프슨 박사는 “지질, 혹은 기술 때문에 지열을 전력 생산에 이용할 수 없는 나라도 있다.”면서 “그러나 지열은 발전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바르트셍기 발전소 바로 옆에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블루 라군’ 스파가 자리잡고 있다. 우윳빛 청색(Milky Blue)을 띤 스파의 풀장에는 스바르트셍기 발전소에서 이용되고 남은 지하 온천수가 흘러 들어온다. 발전소 내부를 시찰하면서 맡았던 것처럼 유황 냄새가 났다. 이 물이 아토피 등 피부 질환 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슬란드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고 있다. 블루 라군은 스파뿐만 아니라 이 물을 이용해 화장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블루 라군 옆에는 해조류를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해조류 배양에 필요한 물의 온도 등을 조절하는 데 지열이 이용된다고 한다. 또 발전소에서 나오는 지하온수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도 분석 대상이다. ●지열파이프 묻어 토지농사도 스바르트셍기 발전소에서 차를 타고 북쪽의 해안도로를 달리면 낮에도 환하게 불이 켜진 그린하우스를 여러 개 발견할 수 있다. 겨울이 긴 아이슬란드는 주로 그린 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한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채소뿐만 아니라 밀과 보리 등 곡식까지 재배한다. 북극권에 가까운 아이슬란드가 유럽에서 바나나 생산 1위 국이다. 이날 바이오 업체 ORF가 보리를 재배하는 그린 하우스를 방문해 봤다. 얼핏 보기에는 여느 보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였지만,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약품과 화장품에 쓰인다고 관리인은 설명했다. 이 그린 하우스 역시 스바르트셍기 발전소에서 제공하는 전기와 난방으로 가동된다. 그린 하우스를 짓는 대신 지열 파이프를 땅 속에 묻어 토지 농사에 이용하는 농민도 있다고 프리드라이프슨 박사는 전했다. ●겨울철 수영장도 지열 이용 아이슬란드의 해안에서 그린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양어장이다. 1㎝ 이하의 치어를 배양해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수출한다. 또 지열을 이용해 말린 생선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등지로 팔려나간다. 인구 20만명이 사는 레이캬비크 시에는 올림픽 수영장 규모의 커다란 수영장이 5곳이나 된다. 실내 수영장도 있지만 대부분 실외 수영장이다. 한겨울에도 문을 여는 수영장들은 모두 지열발전에 이용되고 남은 온수를 이용한다. 또 아이슬란드에 체류하는 동안 방문한 발전소와 공공건물의 주차장, 주요 도로는 아무리 눈이 내려도 늘 말끔했다. 주차장과 도로 아래 온수 파이프가 묻혀 있기 때문이다.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유명한 레스토랑 ‘펄’도 은백색 눈으로 덮인 세상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시커먼 아스팔트 주차장을 자랑하고 있었다. dawn@seoul.co.kr ■ 기술·노하우 전파 실태 3개 지열 교육기관서 40여개국 전문가 양성 │레이캬비크 이도운특파원│아이슬란드는 지난 30여년간 축적한 지열 개발 기술과 노하우를 전파하고 교육하는 데도 매우 적극적이다. 아이슬란드는 1975년 케냐에 처음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독일,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헝가리, 지부티 등 10여개 국가에서 지열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지열 테크놀로지는 아이슬란드의 주요 수출 산업이다. 아이슬란드에는 3개의 대표적인 지열 교육기관이 있다. 유엔대학 지열 훈련 프로그램(UNU-GTP)과 RES(School of Renewable Energy Science), REYST이다. 지난달 16일 아침 방문한 UNU-GTP는 아이슬란드 국가에너지기구(NEA) 청사의 1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프로그램 소장인 잉그바르 프리드라이프슨 박사는 “개발도상국 가운데 지열 자원과 개발 경험이 있는 국가의 전문가를 초빙하고 있다.”면서 “자국의 지열 데이터를 이곳으로 가져와 화학적,지질학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도 주요 업무”라고 설명했다. 1975년 설립된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지열 전문가는 43개국에서 402명이다. 중국인이 70명으로 가장 많고, 케냐 42명, 필리핀 31명, 엘살바도르 27명,에티오피아 26명 등의 순서다. 프리드라이프슨 소장은 올해 북한의 지열 전문가도 이 프로그램에 초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주재 아이슬란드 대사가 이미 두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 지열 자원을 탐색하고 전문가들과도 면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UNU-GTP의 성공에 자극받아 탄생한 것이 RES이다. 아이슬란드 북부 아쿠레이리에 자리잡은 이 학교는 UNU-GTP에 들어갈 수 없는 선진국 학생들이 입학하는 대학원 과정이다. 미국과 핀란드 등 유럽 출신 학생들이 많다. 이 학교의 안뵤른 올라프슨 국제담당관은 “지난해 서울대 학생 몇 명이 단기 연수를 하고 갔다.”면서 “이들이 매우 우수해 한국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화산활동이 계속돼 지열 자원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아쿠레이리 지역에 자리잡은 것이 큰 이점 가운데 하나라고 올라프슨 담당관은 말했다.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인 레이캬비크 에너지도 아이슬란드대학, 레이캬비크 대학과 연계한 석사학위 프로그램 REYST를 지난해 만들었다. dawn@seoul.co.kr ■ 지열 활용 시스템은 국가에너지기구가 중심 조직 지하5000m 개발도 진행중 │레이캬비크 이도운특파원│아이슬란드는 21세기형 에너지 ‘대국’이다.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81%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비율이 높다. 아이슬란드의 주요 에너지원은 지열로 66%를 차지한다. 난방의 88%, 전기 생산의 30%를 지열이 담당한다. 나머지 난방과 전기는 대부분 수력발전에서 나온다. 아이슬란드의 산업·에너지·환경·외교 부처와 국가에너지기구(NEA), 레이캬비크에너지, 아이슬란드대학 등 주요 기관은 지열 개발 및 수출을 위해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NEA가 아이슬란드의 지열 자원 평가, 개발 및 대외협력 등을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중심 조직이다. NEA의 지열 전문가인 요나스 케틸슨 박사는 아이슬란드의 지열 자원이 기본적으로는 지질 환경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는 유라시아대륙의 판(板)과 아메리카 대륙의 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따라서 지각이 불안정하고, 화산활동이 활발해 지열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발달된 지열 기술은 단순히 자연적인 조건 때문이 아니라 부단한 연구, 개발에서 나온 것이라고 케틸슨 박사는 강조했다. 케틸슨 박사는 그런 사례로 현재 레이캬네스 지역에서 진행중인 심저개발 프로젝트 (IDDP·Iceland Deep Drilling Project)를 꼽았다. 이 프로젝트는 마그마와 가까운 지하 5000m까지 파고 들어가 섭씨 400~600도에 이르는 초임계수(Supercritical Stream)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온, 고압의 초임계수는 에너지 효율성이 커서 기존 지열발전소의 10배에 이르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케틸슨 박사는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아이슬란드는 ‘유럽의 쿠웨이트’가 될 수도 있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풍부한 에너지는 낭비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방문한 아이슬란드는 한겨울이었고, 금융위기 때문에 경제사정이 어려운 시기였다. 그러나 레이캬비크 주택가에서는 창문을 활짝 열어둔 집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120~160㎡ 주택의 한달 난방비는 약 3000크로나 정도다. 레이캬비크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맥주 한병을 시키면 3000크로나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아이슬란드 정부는 잉여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도 적극적이다. 알코아를 비롯해 전력 사용이 많은 알루미늄 회사들이 아이슬란드에서 공장을 가동중이다. dawn@seoul.co.kr
  • [막오른 자통법 시대] ① 금융업종 규제완화

    [막오른 자통법 시대] ① 금융업종 규제완화

    금융시장을 뒤흔들 자본시장통합법이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자통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증권업을 은행업에 맞먹을 정도로 키워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록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금융시장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통법시대 무엇이 달라지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장벽 파괴다. 증권·자산운용·선물업으로 나눠졌던 업종내는 물론, 은행만 취급하던 지급결제 업무를 증권사에도 허용하는 등 업종별 칸막이도 없어진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지급결제 업무 허용이다. 2004년부터 펀드가 대중화되면서 웬만한 가정에서는 증권사 계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투자 외에는 널리 쓰이지 못했다. 지급결제 업무를 취급하지 않아서다. 투자는 증권사에서 하더라도 공과금 납부나 카드결제, 소액자금 대출 등은 은행에서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지급결제 업무까지 붙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수시입출금 통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도 처리할 수 있는 데다 증시가 좋으면 은행권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펀드 등 각종 투자 정보도 제공받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인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CMA 판매에 열을 올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CMA를 통해 증권쪽에 돈이 몰릴 경우 은행과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업종내 칸막이 파괴는 금융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포지티브방식으로 엄격하게 묶여 있던 상품개발이 팔아서는 안되는 상품만 지정해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뀐다. 그간 쌓았던 증권·선물·자산운용업의 노하우를 모아 창의적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른바 ‘집합투자업’을 통해 3개 업종이 하나의 회사로 뭉칠 수도 있다. 이런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실제로 일어날지 여부는 미지수다. 법 도입이 논의될 때만 해도 ‘한국형 IB(투자은행)’나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뚝딱 만들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업계에선 올해는 극심한 눈치 작전만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자통법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건도 충분치 않다. 실제 IB업무를 접해본 사람은 국내에 30~40명에 불과하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금융인력·기법·노하우가 부족한 데다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해 준다면 레버리지는 어느 수준으로 놓을 것인지, 보험사에는 지급결제를 허용할지 등 각론에 대한 얘기가 없다.”면서 “당분간은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투자자보호 때문에 자통법은 되레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가 완화된 상품개발이나 업종 대형화 등에서는 당장 할 일이 없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투자상품 판매 규제는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조사를 해보면 우리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안정추구형으로 나온다.”면서 “그럴 경우 투자자들에게 권유할 상품은 MMF나 채권형상품밖에 남지 않는데, 더 좋은 금융상품 개발을 통한 금융시장 활성화라는 목표 달성은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들며 이 기회에 어깨에 힘을 빼고 내실을 다지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거래소의 한 임원은 “금융시장은 어차피 굴릴 수 있는 돈의 크기 싸움이기 때문에 충분한 돈이 축적될 때까지는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다.”면서 “투자자보호라는 기초부터 확실히 다지고 올라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도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이유로 DJ정권 때 IT, 노무현 정권 때 BT를 일으키려 했지만 남은 것은 벤처거품과 황우석 사태였다.”면서 “금융산업을 일시적 흥행거리로 삼기보다 10~20년 정도 중장기 플랜으로 봐야 한다. ”고 강조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세계 IB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그 업무 영역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자통법이라는 제도적 인프라가 마련된 만큼 시장에서 뛰는 플레이어들과 정부의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일자리 37만개·소득 5.6% 감소 올 재정지출 56兆 더 늘려야

    일자리 37만개·소득 5.6% 감소 올 재정지출 56兆 더 늘려야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4%로 내놓으면서 외환위기 때 이상의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거의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과 재회한데다 당시와 달리 나라 밖 사정도 유례 없이 쪼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한해 동안 일자리가 37만개 사라지고 소득은 5% 넘게 줄어들면서 서민생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빠르고 대폭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하락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대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게 미래의 재도약을 위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실업자수 108만명으로 늘어 성장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출 급감과 내수 위축. 그러나 이 둘은 실상 하나의 단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구조상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는 내수시장 불황과 투자 감소, 그리고 이에 따른 취업시장 붕괴로 이어진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IMF 전망대로 성장률이 -4%에 이르면 순고용은 37만명 줄고, 실업자 수는 108만명으로 확대된다. 지난해 12월 신규취업자 숫자가 1만 2000명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현 고용대란이 ‘일자리 재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노동시장연구본부장은 “경제 사정이 더 어려워질수록 회사에서 내년에 내보낼 인력을 미리 해고하면서 실제 고용환경은 전망치보다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득 역시 감소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할 때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은 평균 1.4% 줄어든다. 지난해 3·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99만 4300원, 연봉은 4793만 1600원이다. 경제성장률 -4%를 적용했을 때 소득은 5.6%가 줄고 월 평균 소득과 연봉도 각각 377만 619원, 4524만 7430원으로 감소한다. 270만원 가까운 연봉이 사라지는 셈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소득 자체가 감소하면서 서민들의 생계 압박이 심해지는 데다 높은 부채비율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지출 늦으면 회복 불가능 전문가들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신속하고 파격적인 재정지출 확대라고 입을 모은다. 2000년 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G DP는 818조원이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했을 때 -4% 성장을 0으로 맞추려면 37조 6000억원 정도가 투입돼야 한다.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지연 시간과 단계를 거치며 감소하는 부분 등을 감안하면 150% 정도, 곧 56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실장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만큼 추경 등을 포함해 일시적으로 미국 재정적자(GDP 대비 7.3%) 수준보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정확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그만큼의 효과를 낼 수 없어 헛돈을 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무리하게 적자재정을 바탕으로 예산을 투입, 강제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기보다는 실업자 등 한계상황에 놓인 서민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IMF는 이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G20 국가 권고를 통해 “제로(0) 금리까지 내려간 통화 정책의 한계로 인해 재정정책이 각국의 내수를 부양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은 정책적 시차는 크지만 경기 부양의 효과가 가장 큰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중기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재정정책은 일시적이어야 하며, 경기가 호전됐을 때 신축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재규 통일산책] 통일교육은 균형있는 시각으로

    [박재규 통일산책] 통일교육은 균형있는 시각으로

    최근 정부는 남북 상호이해 증진과 평화교육에 중점을 두었던 통일교육을 통일·안보역사 교육 중심으로 개선해 실시하기로 하였다. 통일교육의 내용 변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통일교육 또한 변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과거 냉전시대의 통일교육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하는 반공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다. 1980년대 탈냉전을 맞아 반공교육이 쇠퇴하고 통일 방안에 대한 내용이 보강된 통일·안보 교육으로 전환하였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지난 10년은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통일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현 정부는 통일교육에 안보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10년간의 통일교육은 통일교육의 양대축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교육과 안보교육이 균형을 잃고 안보교육을 지나치게 소홀히 함으로써 현존하는 안보 위협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였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의 통일교육에 문제가 있고 미진했던 부분이 있다면 이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보다 내실있고 균형감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정부로서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다른 분야의 교육과 마찬가지로 통일교육도 지나치게 현실 정치와 연관하여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0년의 통일교육이 비판을 받는 것도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통일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내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더라도 장기적 전망 하에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조망하면서 균형있는 시각을 가지고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통일교육은 다른 교과목과 달리 정치적 환경변화에 좌우되기 쉽다는 점이다. 즉 남북관계의 변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 북한체제의 내부변화와 같은 요인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통일교육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당장 군사적으로 대치하여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남북의 분단구조적 여건 속에서 통일교육이 생각만큼 현실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통일교육을 정치적 현안 다루듯이 할 수는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은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 못지않게 공통점과 연속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특정정권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들의 정책을 바탕으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온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통일교육도 마치 김대중 정부 때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부터 이미 변화하고 또 축적되어 온 것이었다. 지난 10년의 통일교육이 지나치게 평화교육에 편향되어 현실의 안보위협을 무시하였다면 이를 수정하여 보완하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과거 안보교육이 무시되었던 것처럼 평화교육을 무시한다면 이 또한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평화는 민주와 더불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이번 통일·안보역사 교육 개편은 지난 정부의 통일교육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한 차원 더 성숙된 변증법적인 발전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서독 통일에 보이지 않는 밑거름이 된 서독의 통일교육은 오히려 통일을 지향하기보다는 상호공존을 교육하되 공산주의에 대한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교육하여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도 정권적 차원을 넘어 장기적 전망 하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일관성 있는 교육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 본지 단독 회견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 본지 단독 회견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이도운특파원│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아이슬란드의 에너지 자원과 한국 기업들의 테크놀로지를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아이슬란드 투자를 적극 희망했다. 그림손 대통령은 지난 23일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서울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특히 에너지 및 클린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매우 크며, 청정수 개발이나 관광 분야에서도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림손 대통령은 “아이슬란드는 지열과 수력 등 무공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이를 개발하는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인력도 갖추고 있다.”면서 “여기에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접근능력이 결합하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림손 대통령은 지난해 아이슬란드의 지열 개발기술과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발전기 생산 능력을 결합해 제3국으로 진출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성사됐다고 소개하면서 그것이 한국과 아이슬란드간의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손 대통령은 또 “한국의 경제적 성취, 정치적 발전, 국제사회에서의 기여 등 눈부신 발전상을 늘 주의깊게 지켜봐 왔다.”면서 “아이슬란드에서 한국 기업들의 제품은 매우 좋은 평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림손 대통령은 최근 아이슬란드의 금융·경제 위기에 대해 “아이슬란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문제”라면서 “에너지 등 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의 위기 극복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5080] 당신이 갑자기 죽는다면… 생각해보셨나요?

    [5080] 당신이 갑자기 죽는다면… 생각해보셨나요?

    인간에게 ‘죽음’보다 두려운 것이 있을까? 세상 삶에 난관이 많다지만,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에게 죽음보다 넘기 힘든 고비는 없을 법하다. 특히 노인 앞에서는 죽음에 대한 말을 꺼내는 것조차 ‘터부’시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안락사 논쟁을 계기로 죽음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김수영(가명·75)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미리 준비하라고 알리고 다닌다. 자칭타칭 ‘죽음 전도사’다. 그는 노인대학에 다니면서 생경하기만 했던 ‘리빙윌(living will)’을 우연히 알게 됐다. 리빙윌이란 살아있을 때 존엄한 죽음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명기해두는 ‘생전유서’다. 김씨는 “리빙윌을 미리 써두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김씨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거나 ‘저승사자’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웰빙(well-being)이 있다면 웰다잉(well-dying)도 있다. 국립암센터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전국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6%가 호스피스 치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조사 때의 57.4%보다 무려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사람답게 죽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강의 듣고 생각 바꿔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진영(가명·71·여)씨는 상조회사 전문가에게 의뢰해 장례 의전 절차를 미리 알아보고 있다. 한씨는 최근 ‘죽음을 준비하는 학교’라는 강의를 듣고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죽음을 이제는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불교 신자인 그는 신앙심이 깊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경험이 많았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가족이라고는 미국에 가 있는 아들 내외가 전부였기에 어느 날 혼자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러다 죽음을 준비하는 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노망 들었느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그는 “미국에서는 50세만 넘으면 죽음을 준비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얘기만 꺼내도 손사래를 친다.”면서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만 하면 삶에 대한 의지도 생기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국내에 죽음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교육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는 염을 끝낸 시신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였지만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된 뒤 죽음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죽음은 온통 부정적인 의미뿐이기 때문에 죽음은 두려운 존재라는 점만 확대생산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량참사를 보면서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무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뿐이다. 자신의 죽음이 TV에서 비춰지는 비참한 죽음이 아닌 편안한 죽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노인이 많다. 웰다잉 전문가 교육기관인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홍양희 회장은 “요즘 리빙윌 교육을 해보면 노인 100명 중 80명이 스스럼없이 생전 유서를 작성한다.”면서 “죽음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어 하지만 인터넷을 모르는 노인세대가 찾아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려야 한다.”면서 “잘 죽는 법을 생각해둬야 잘 사는 법을 생각하게 되고 건강하게 살다가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잘 죽는 법 알아야 잘 사는 법도 알게 돼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죽음은 절망스럽고 두렵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 상태는 일반적으로 절망과 두려움, 부정, 분노, 슬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아무런 준비 없이도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희망을 표현하거나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이는 드물다. 노인 전문가인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소장은 “90세가 넘어가면 죽음을 대체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60, 70대는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의 K대병원에 입원한 김성환(가명·67)씨는 대장암 말기 환자다. 이미 폐와 간에 암세포가 퍼져 6개월을 생존하기도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더 이상 손쓸 길이 없어 퇴원해야 하지만 그에게 죽음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그는 “막상 죽는다고 생각하니 밥을 훔쳐 먹으면서 궁핍하게 지낸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힘들게 살아왔는데 70까지도 살아보지 못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하곤 눈물을 훔쳤다. 많은 말기암 환자들이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막상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오면 삶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충주에서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서울로 모시고 온 이영호(가명·37)씨는 “아버지에게 말기암 판정을 받으셨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워 차일피일 미뤘는데 어떻게 본인이 알아보시곤 통곡을 하셨다.”면서 “암 때문에 죽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말씀하셔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은 모조리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학 가르치는 학교 단 한곳도 없어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노인들과 옥신각신하는 의사들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곧이곧대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말기암 판정을 내리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는 “노인에게 직접 말기암이어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가 주먹을 맞은 적이 있다.”면서 “‘어떻게 당신이 나에게 이럴 수 있냐.’며 노인의 친척들까지 지팡이를 휘둘러 혼난 경험이 생생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젊을 때부터 죽음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을 부정하거나 죽음에 대해 분노한다고 말한다. 죽음 준비는 노인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죽음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죽음 준비는 삶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명령과 같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 준비 교육은 자살예방 교육과 일맥상통한다. 죽음학 전문가인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오진탁 소장은 “최근 노인과 젊은 층의 자살이 많은 것은 죽음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사람들은 죽음이 다른 삶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삶과 죽음 모두 불행으로 치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강의차 전국의 의과대학을 두루 다녀봤지만 죽음학을 가르쳐주는 곳은 단 1곳도 없었다.”면서 “죽음학 전문가를 양성하고 우리 사회에 웰다잉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의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 유명인사들 유언장 공개 인터넷상에 유언장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사이트들이 있다. ‘my will’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이곳에서는 유명인사들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너희 네 형제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힘 안 빌리고 스스로 잘 성장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고맙다.(중략) 화장해서 재를 엄마가 아끼는 정원의 주목 밑에 뿌려라.(중략) 나의 기일에는 재래식 제사는 지내지 말아라. 너희가 편한 곳에서 각기 내 사진을 내 놓고 회상하든가, 아니면 그 기회에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든가 해라.(소설가 한말숙) -부탁컨대 의식이 없으면 살릴 생각 말고 죽을 때나마 품위 있게 죽을 수 있게 도와주게. 장례식은 따로 없고 합동으로 하게 될 것 같다. 장기 기증이 끝나면 가까운 의대 해부 실습용으로 가야 하기 때문일세. 그러니 누구에게도 알릴 것 없다. 모두들 바쁜데 불편 끼치지 않도록 해주게.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나무(딸), 바다(아들)에게 아무런 유산을 남기지 않느냐고? 아마도 빚 갚으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니 이 점 아무 걱정없고 다만 네(필자 자신) 그림 몇 점씩을 기념으로 줄까 생각해 보았는데 이 또한 부질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두기로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식들에게는 무엇인가 미련이 있는 모양인데 네가 평소에 한 말 ‘인생은 축적이니만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면 된다.’는 그들도 모두 가슴에 담고 있으니 염려말라.(화가 임옥상) 정현용 박건형 류지영기자 junghy77@seoul.co.kr
  • ㈜KMS한국의료서비스,중국에서 미용 의료정보 세미나 개최

    ㈜KMS한국의료서비스,중국에서 미용 의료정보 세미나 개최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가 연간 600억 달러를 넘었으며, 오는 2012년에는 약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과중한 의료비 부담으로 일반인이나 보험사를 통한 의료관광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이미 전 세계의 의료관광 시장으로 성장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의료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노력이 국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제안한 의료법 개정안이 몇 년간의 계류 기간을 거친 뒤 통과돼 오는 4월부터 국내에서 해외 외국인 환자를 유인 및 알선하는 등의 유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관광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법 개정안의 통과에 따라 국내의 병원, 특히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은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며, 발 빠른 몇몇 병원도 이미 변화되는 시장의 조짐에 맞춰 준비 중이다.   그 중에서도 신생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관광의 능력을 인정받아 국내 유수의 병원과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 중인 ㈜KMS한국의료서비스(회장 노석, 대표이사 이세주·이하 KMS)가 주목을 받고 있다.   KMS는 국내 최초의 인바운드 의료관광 전문기업으로서,적극적인 해외환자 유치, 최고급 의료서비스 등을 모토로 의료분야 마케팅 전문기업 ㈜미디어플러스케이투엘과 대규모 치과 네트워크인 석플란트치과병원이 함께 투자해 2008년 9월 설립된 법인이다.   KMS는 의료법 개정으로 더욱 탄력을 받아 국내 의료관광 분야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10일, 중국 베이징의 현지 지사를 통해 베이징 게이트웨이 국제 비즈니스 클럽에서 ‘당신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최고의 동반자’를 슬로건으로 미용 의료정보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중국의 미용 성형 수요자들에게 한국의 최신 미용 의료 기술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의 최신 의료기술과 중국 미용 산업과의 협력 방안에 관해 함께 토론했다.   60명 정도가 참여해 성대하게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내 유수의 치과, 성형외과, 안과 전문가가 강의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의료관광의 효과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중국부녀회 회장 唐偉, 중앙TV총감독 田華, World Beauty Congress 집행위원 馬咏梅, CIEN(China Industrial Economy News, 중국산경신문) 鄭宇 기자가 참석해 중국 현지에서의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도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 KMS의 베이징 세미나는 국내 의료관광을 선도한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직접 시장을 개척하고, 현지와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한국 의료관광 서비스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한국이 국제 의료관광의 허브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의료법 개정 등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의료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미네르바 박모씨 “K씨는 잡지사 자신이 아닌가”

     “월간지 신동아에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는 ‘터무니 없는 스토리’다.잡지사 자신이 아닌가 싶다.”  22일 구속기소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모(31)씨가 자신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23일 중앙일보는 박씨의 이같은 주장을 골자로 한 서면 인터뷰를 보도했다.박씨는 “신동아 12월호에 게재된 글은 당신의 글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질문에 대해 ““비슷한 것이 부분적으로 있다. 나의 글을 카피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또 “글을 올려놓고 거의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닉네임을 미네르바로 쓰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된 자신의 글 쓰는 방식에 대해선 “전혀 어려운 글이 아니다,지난 10년 동안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해서 쓴 글일 뿐”이라며 “온라인 상에서 참고하라고 올린 것인데 세상이 시끄러워져 당황스럽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도 잊지 않았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말로 오스카 와일드의 ‘애국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란 점을 밝혀 알듯 모를 듯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중앙일보가 보도한 서면 인터뷰 전문.    -당신의 글이 왜 사회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호응을 얻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인터넷 토론방이라는 폐쇄 공간 안에 자기 의견을 게재하고, 참고에 불과한 글들만 올렸다. 오프라인에서의 반응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런 결과가 온 것에 대해 충격을 받고 있다.”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당신이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걸 지켜보며 심정이 어땠나. 실제로 금융 전문가들이 미네르바로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두렵지는 않았나.  “다음 아고라 토론방 내에서, 온라인상에서 참고를 하라고 글을 쓴 것뿐이다. 구속 후에 세상이 시끄러워져 당황스럽다.”    -미네르바로 글을 쓰면서, 미네르바의 필명으로 올라온 다른 글을 본 적이 있나. 세간에서는 미네르바가 여러 명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우고, 깨우치고, 정보를 취합해 정리한 것이다. 주관적 평가를 글로 표현했다. 글을 올려놓고 거의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닉네임을 미네르바로 쓰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월간지 신동아에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가 누군지 혹시 짐작이 가나.  “K씨를 내세워 만든 터무니없는 스토리다. 잡지사 자신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신동아 12월호에 게재된 글은 당신의 글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비슷한 것이 부분적으로 있다. 나의 글을 카피했다고 본다.”    -당신이 1000만원 대출받아 주택경매 펀드에 투자했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어떤 계기로 투자하게 됐나.  “기업은행에서 학자금으로 대출받아 생활금으로 쓰고 말았다. 펀드에는 투자한 적이 없다.”    -수사 검사나 영장 발부한 판사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나.  “서운한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판 과정에서 나의 억울함이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글이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이 쓰기엔 어려운 글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전혀 어려운 글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해 쓴 글일 뿐이다. 높이 평가해줘 오히려 당황스럽다.”    -검찰에서는 미네르바 글이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면이 있다. 내가 얻은 정보(사설·기고문·통계자료)를 인용하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난한 자를 위해 글을 썼다”는 당신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당신을 로빈후드라고 말하는 네티즌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당신은 영웅이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나치게 높이 평가한 것 같아 당황스럽다. 나는 평소에 ‘나라가 있고, 나와 내 가정이 있다’가 아니고 ‘나와 내 가정이 있고 나라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런 심경에서 글을 썼다.”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뒤 다른 네티즌과 인터넷 쪽지 등으로 의견 교환을 한 적이 있나.  “일절 없다. e-메일은 열어 보지 않았고 편지도 받은 적이 없다.”    -글에서 극사실주의자라고 자주 밝혔는데 무슨 뜻인가. 왜 자신을 ‘고구마 파는 늙은이’라고 했나. ‘노란 토끼’는 어떻게 만든 조어인가.  “사실에 바탕을 두고 현실적으로 본다는 입장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다. ‘고구마 파는 늙은이’는 친근감의 표시로 썼다. ‘노란 토끼’는 일본 자본을 말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좋아한다고 글에서 봤다. 어떤 말을 좋아하나.  “‘애국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고달픈 인턴세대-㉻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

    노동 관련 전문가들은 ‘인턴세대’에게 취업의 돌파구를 열어주려면 정부와 기업체가 인턴 교육을 내실있게 준비해야 하고, 사회적 기업과 복지 등의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양대 경영학과 홍성태 교수는 독일처럼 정부와 기업이 교육기간 1년 이상인 인턴제도를 마련해야 구직자들이 제대로 된 직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5주~3개월 동안 인턴을 하다 보니 대부분 정규직 사원의 잔심부름만 하고 끝난다.”고 지적했다. 주덕한 백수연대 대표는 “정부는 행정인턴의 데이터와 보고서를 남겨 향후 인턴프로그램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면서 “소외되는 고졸과 30대 이상의 구직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김준성 직업평론가는 1999년에 시행됐던 ‘정부 지원 기업인턴제’의 부활을 제안했다. 그는 “당시 이 제도를 통해 30%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면서 “노하우가 이미 축적된 제도이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현재의 행정인턴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센터 김성희 소장은 “인턴은 ‘초단기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으로 고용시장의 건전성만 악화시킨다.”면서 “무분별한 인턴 확충보다는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는 그동안 내실있는 인턴제도를 실시해온 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행정인턴 및 기업인턴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K그룹은 6주에 불과한 단기 인턴을 운영하지만 훌륭한 인재를 ‘입도선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의 인턴들은 1주는 보고서 작성·커뮤니케이션 기술·팀워크 등 직무역량프로그램을 교육받고, 나머지 5주는 각 계열사에 배치돼 실무교육을 받는다. SK 관계자는 “인턴 1인당 직무역량교육비로 2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계열사에 배치되면 기존 사원으로 구성된 멘토가 1대1로 붙어 인턴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인턴 6주간의 월 급여는 200만원이며, 직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5주간 수행하고 회사로부터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외국계 기업인 존슨앤존슨은 공채 없이 인턴으로만 정규직을 채용한다. 해마다 엄선된 인턴들은 6개월간 실무교육을 받는다. 거래처를 직접 방문하고 사내 인트라넷도 공유한다. 실무과정이 끝나면 업무평가를 받고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다. ‘인턴세대’ 구출을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노인복지·보육·교육훈련 등은 많은 신규인력이 필요한 분야다. 전북대 사회교육학과 정태석 교수는 “인턴정책으로 실업률 수치를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미봉책”이라면서 “여성직장인을 위한 보육·육아서비스를 사회적으로 제공할 경우 정규직을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정욱 간사도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IT뉴딜’ 정책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대 경제학과 김형기 교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인한 노무직 창출보다는 미국이 IT뉴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청년실업자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승협 교수는 “고학력 실업자가 증가하지만 일자리는 단순노무직만 늘어난다.”면서 “우선 전문대학을 4년제로 바꾸고 일하는 대학과 공부하는 대학을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주 이재연기자 kdlrudw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비생산적인 미네르바 진위 논쟁/문소영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비생산적인 미네르바 진위 논쟁/문소영 문화부 차장

    ‘호모 서치쿠스(Homo Searchcu s)’. 인터넷 검색엔진을 활용해 미국 CIA나 백악관, 의회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하며 필요한 고급 정보를 찾아내 탐독, 가상공간에서 준전문가로서 활약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2000년대 초반 이같은 ‘신인류’를 명명하기 위해 나온 라틴어 버전이다. 수면 아래로 한동안 가라앉았던 이 용어는 세계경제의 위기를 진단해 주목받은 ‘미네르바’ 덕분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네르바는 인터넷 포털의 필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바닥없이 폭락하는 주가 및 환율 전망을 내놓아 ‘경제대통령’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이 미네르바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잡아들였다. 미네르바가 사실 세상사람들이 믿는 경제대통령이 아니라 ‘전문대 출신의 백수’라고 시원스럽게 신원도 밝혔다.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거봐라. 사람들이 인터넷에 ‘낚인’ 것이다.”였다. “읽어보면 사실 글이 조잡했다.”고도 했다. 반면 “전문대 나오고 백수면서 경제학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 경제 문제를 전문가보다 더 잘 진단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주변에서 첫번째 반응을 보인 부류는 대체로 한국 경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직업군들, 즉 경제관료, 경제부 기자, 민관의 경제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업무내용과 위치상 미네르바의 환율·주가·경제전망을 믿고 싶어하지 않았다. 세속적인 잣대로는 형편없는 미네르바의 신원에도 담담하게 반응했던 두번째 부류는 대체로 경제와 큰 관련이 없는 지식인층이었다. 이들은 4년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한국 경제에 대해 상당히 전문적인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대체적인 샐러리맨들이 그렇듯 아마도 그들은 대학 전공과는 무관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또는 현재의 직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세상에 대해 나름대로 정통한 한 인사는 “호모 서치쿠스는 한 분야에 몰두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으로 끝장을 보는 일본의 오타쿠에 상응하는 한국판 오타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네르바는 최근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검찰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박모씨를 잡아들였지만, 한 시사 월간지가 ‘미네르바는 7인의 경제전문가’ 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진위 문제가 핵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진위 여부로 논쟁이 지속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다. 호모 서치쿠스가 탄생한 21세기에 걸맞게 이렇게 논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 과연 미네르바가 지난해 하반기에 쓴 글들이 그를 구속에 이르게 할 만큼 중대한 잘못이냐는 것이다. 미국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나,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수년 전부터 미국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왜 그들을 구속하지 않았을까. 경제학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 정황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떤가. 지난 12일 페터 카첸슈타인 미국 코넬대 교수는 스위스 생갈렌 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다우존스지수가 3000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일 현재 다우존스지수는 8281.22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재에서 3분의1 토막이 나야 한다. 카첸슈타인 교수의 전공은 경제학이 아니라 국제학이다. 이 대목에서 정말 미네르바가 구속될 만큼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정부는 고민해 봐야 한다. 미네르바가 한국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과연 ‘강만수 경제 대통령’이 미친 악영향보다 더 컸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 말이다. 문소영 문화부 차장 symun@seoul.co.kr
  • [사설] 부부 강간 첫 성립 판결 전향적이지만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부산지법의 첫 판결은 여성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한 전향적 판단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부간 성폭력이 크게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인정에 소극적이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구미 국가 대부분은 진작부터 판례나 법률을 통해 성적 결정권과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와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우리나라에 부부 강간죄의 법제화를 권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부부 강간죄를 법제화하려면 먼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번 피고인은 동정의 여지가 없었다. 42세의 한국 남편이 25세의 필리핀 부인을 사랑으로 보살피지 않고 온갖 고초를 겪게 하면서 흉기로 위협해 성관계를 가졌다면 누구라도 강간한 것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드물다. 폭력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어디까지를 폭력으로 보아야 하느냐가 쟁점이자 문제가 될 것이다. 민법상의 동거 의무에 부부가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내포돼 있다는 점도 부부 강간죄의 법제화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이혼절차를 무시하고 부부 문제를 공권력을 개입시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부간 강간죄 법제화 이전에 외국의 판례와 입법례를 검토하고 국내 판례도 축적하는 등 사회 통념과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 밴드 메이트, ‘원스’ 스웰시즌 내한공연 무대 올라

    밴드 메이트, ‘원스’ 스웰시즌 내한공연 무대 올라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스웰시즌(The Swell Season)의 내한공연에 신예밴드 메이트(Mate)가 무대에 함께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당초 신예밴드 메이트는 지난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 열린 스웰시즌의 본 공연에 앞서 트리뷰트 형식으로 영화 ‘원스’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공연을 로비에서 선보이기로 되어 있었다. 정준일(보컬·키보드), 임헌일(보컬·기타), 이현재(드럼)로 구성된 메이트 멤버들이 기획한 사전 공연은 본 공연을 기다리느라 지루해하는 관객들은 물론 미처 공연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도 영화 ‘원스’의 감동을 추억하며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 세종문화회관의 로비에 메이트의 노래가 울려 포지자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고 그들의 음악에 매료된 스웰시즌의 글렌한사드는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 글렌한사드는 메이트가 부른 영화 원스의 OST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를 듣고 그들의 실력에 감탄사를 금치 않으며 “내 무대에 스웰시즌의 곡이 아닌, 메이트의 자작곡을 불러주길 바란다.”고 요청해 왔다. 공연 말미 스웰시즌의 글렌한사드는 메이트를 직접 소개하며 그들을 무대 위로 불러냈다. 메이트는 글렌한사드의 부탁대로 자신들의 자작곡인 ‘그리워’를 열창해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무대에서 내려온 메이트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임헌일은 “갑작스런 섭외에 리허설도 없이 서게 된 큰 무대였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글렌한사드는 공연 후 “메이트의 음악이 마음에 들어 즉석 제안을 했다.”며 “나 역시 처음에는 작은 무대에서 메이트처럼 시작했다. 상당히 실력있는 친구들이다. 음악적 교류를 하며 지내고 싶다.”며 메이트를 격려 했다. 한편 메이트(Mate)는 오는 3월 데뷔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신예밴드다. 메이트의 멤버들은 유희열, 조규찬 등 걸출한 뮤지션을 배출한,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수상자들로 이루어졌다. 소속사 측은 “멤버 임헌일은 2004년 15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 정준일은 16회 은상을 수상을 했으며 또 다른 멤버 이현재는 수려한 외모로 모델 활동과 재즈 드러머로 활동해왔다.”며 “본격적인 데뷔에 앞서 뜻깊은 무대를 갖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기고] 새 농어촌 혁신 모델, 강원도에서 찾자/김진선 강원도지사

    [기고] 새 농어촌 혁신 모델, 강원도에서 찾자/김진선 강원도지사

    전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국내 모든 산업이 어렵지만 시장개방이라는 또 다른 악재에 휩싸인 농어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각에선 극단적으로 ‘농어촌의 붕괴’를 걱정한다. 과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제도권 내에서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과 역할을 해왔는지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농어촌의 곤경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래 개방의 결정타를 맞은 우리 농어업은 이미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사각의 링에 끌려올라간 신세다. 정부는 1992년부터 10년간 농어촌 구조개선 대책을 통해 총 57조원을 쏟아부은 결과 생산성 향상과 규모화 등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내세우지만 작금의 농어촌 현실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우리 농어촌이 살아날 수 있을까 숱한 밤을 하얗게 새우며 고민한 끝에 1998년 내놓은 강원도식 대책이 바로 ‘새 농어촌 건설운동’이다. 이 운동의 3대 근본 이념은 ‘실사구시’ ‘자력갱생’ ‘자율경쟁’이고, 3대 목표는 ‘정신개혁’ ‘소득증대’ ‘환경개선’이다. 즉 농어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민 스스로 계획을 수립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농어촌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장기적 발전의 기초를 다져 나가자는 것이다. 이 운동을 추진해 오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성과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자신감 회복이다. “이제 농어촌에 희망은 없다.”는 패배의식이나 언제나 정부에 기대려는 의존성에서 벗어나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불굴의 투지가 되살아나면서 농어촌에 새로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생생한 경험이 축적돼 경쟁력 강화의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 10년간 강원도는 이 운동에 참여한 마을 가운데 205개 우수 마을을 엄선해 마을당 5억원씩 1025억원의 혁신역량사업비를 지원했다. 마을에서는 이 돈을 소득사업, 정보화, 환경개선 등 마을발전을 위한 소중한 종잣돈으로 집행했다. 물론 이 돈은 종래의 보조사업처럼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용처를 정해 주거나 추후 확인해 정산하는 식이 아니라 마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책임을 지고 쓰도록 했다. 새 농어촌 건설운동은 외국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3월 중국 당국이 이를 벤치마킹해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11개국 4700여명의 연수단이 성공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강원도를 찾았다. 필자가 중국측 초청으로 공산당중앙당교와 산둥(山東)대학 등에서 다섯 차례 직접 특강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운동에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농어촌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마을 지도자 부족 문제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의 숙제다. 강원도는 그 대책으로 마을혁신시스템(VIS)을 도입했다. 이는 마을 지도자와 주민들이 스스로 혁신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핵심 리더를 양성하는 과정을 체계화한 것이다. 새 농어촌 건설운동은 강원도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추진하는 농어촌 자율실천운동이다. 지금까지의 하향식 운동에서 벗어나 상향식을 채택한 첫 모델인 것이다. 때문에 무한경쟁시대에 농어촌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새 농어촌 건설운동이 전국적 공감대를 얻어 과거 경제발전의 동력이었던 ‘새마을운동’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21세기형 농어촌 자율혁신운동’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김진선 강원도지사
  • 가해자 중심으로 본 유대인 학살의 진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공습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나치 독일이 저지른 1930~1940년대 대학살의 피해자였던 유대인이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하는 가해자로 지탄받는 현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홀로코스트 연구의 대가인 라울 힐베르크의 역작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전 2권,김학이 옮김,개마고원 펴냄)가 초판 발간 50년이 다 된 시점에 국내에 번역출간된 건 그래서 한층 의미심장하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유대인인 힐베르크는 50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학살하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으로 분석했다. 이를 실증하기 위해 나치 대학살의 시작과 끝을 120여개의 도표와 각종 자료를 포함,17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으로 집대성했다. 힐베르크는 나치 대학살의 구조에 ‘파괴기계’와 ‘파괴과정’의 개념이 내재돼 있다고 주장한다. 독일에는 유대인 문제를 전담하는 단일한 나치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유대인의 삶과 직간접으로 관계하고 있던 모든 독일인이 ‘파괴기계’의 부품이 돼 파괴 과정에 연루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즉, 학살이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계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집단이 축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유대인도 포함된다. 유대인의 자치기구인 유대인평의회와 학살수용소의 유대인 노동대, 그리고 가스실로 걸어 들어간 유대인조차 파괴기계로 파악했다. 이로 인해 힐베르크는 미국과 이스라엘 시온주의 역사가들로부터 배척당하기도 했다. 번역자인 김동이 동아대 교수는 힐베르크가 이 책에서 제시한 명제를 ‘악의 일상성’으로 정리한다. “공적·사적 영역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실천들이 단 하나의 계기, 즉 우리와 상극인 타자가 제시되자 자동으로 발동되어 가속화되고 과격화하는 자가동력 학살기계로 돌변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악을 저지른 당사자뿐만 아니라 방관자 노릇을 한 지식인 그룹도 학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힐베르크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명성을 떨쳤던 피카소와 사르트르에 대해서 “피카소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고, 사르트르는 극본을 썼다.”고 지적했다. 1961년 초판이 나온 뒤 1985년, 2003년 개정판이 나왔는데, 한국어판은 힐베르크가 2007년 8월 타계하기 전 번역자에게 보낸 수정본이 추가됐다. 1권 4만 2000원, 2권 3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본질 꿰뚫는 시어… 그림속엔 삶의 철학

    본질 꿰뚫는 시어… 그림속엔 삶의 철학

    고은(76) 읽기는 참 쉽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한 언어로 일견 복잡다단해 보이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낸다. 명쾌한 표현으로 이뤄낸 핵심의 접근은 차가운 겨울 새벽, 우물물 받아 놓은 세숫대야에 손 담근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하지만 고은은 대단히 어렵다. 울근불근 치솟는 원시의 생명력으로 지금, 여기를 꺼이꺼이 부르짖다가도 또 한편에서는 마치 현학의 극치를 자랑하듯 동서의 고전과 역사, 철학 등 인류 지성의 축적물을 무시로 넘나들기 일쑤다. 반도의 삶에 바탕하여 대륙을 내달리고, 전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그를 평가하기는커녕 제대로 읽기조차 어려운 까닭이다. 150여권의 저서를 가진 다작의 시인이자, 10여개국 언어로 번역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은 지난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맞춰 많은 이들이 고은 읽기와 고은 평가에 도전했다. 하지만 고은이 쉼없이 진화하듯 그에 대한 평가와 도전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은의 대표적인 시를 정리한 시선집 ‘오십년의 사춘기’(김형수 엮음, 문학동네 펴냄)와 그가 직접 그린 그림 35점이 담긴 아포리즘 에세이 ‘개념의 숲’(신원문화사 펴냄)이 잇따라 나왔다. ‘개념의 숲’에는 ‘쉬운 고은’과 ‘난해한 고은’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고은은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괴롭히거나, 있는 듯 없는 듯 벗하고 있는 숱한 언어들의 개념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그는 ‘개념’을 두고 ‘개념은 발전한다. 개념은 본질을 포착한다. 개념은 비본질도 포착한다. 개념은 모든 현상 속에서 모호해진다, 확실한 낙조가 흐리멍덩한 어둠으로 변하는 것처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거친 바다를 헤치는 배를 직접 타본 이와, 책으로만 바다를 알고 있는 이가 갖고 있는 ‘바다에 대한 개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객관성을 지향하면서도 주관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개념’의 한계를 고은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예술에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에 반드시 불필요하다.’고 개념 정리한 단어는 바로 ‘광기’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공산주의’는 ‘인류의 꿈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의 한 재앙이다. 25세기 그 시대에는 단계적으로 실현되리라.’고 규정했다. 구현에 실패한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절망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인류사적 지향점임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 1950년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화가를 꿈꿨다는 그가 붓으로 풀어낸 세계도 시 못지않게 진한 사유가 배어 있다. 그림 또한 쉬우면서도 어렵다. 시인 김형수가 엮은 ‘오십년의 사춘기’는 고은의 시를 시기별로 3부로 나눠서 각각 15~16편씩 담았다. ‘고은 시험’이 있다면 수험서 역할을 할 만하다. 실제 고은의 삶과 사유의 진화 흐름을 독자들이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4부 ‘많은 사람들’에는 ‘만인보’ 에서 20편을 골랐다. 김형수는 서문에서 “고은의 시를 고르는 일은 흐르는 강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오는 격”이라면서도 “시집 한 권으로 고은 미학을 개괄하고자 하는 욕심, 그의 문학적 유골로 추정될 몇 토막을 지금 시점에서 추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부 ‘집을 버리다’의 ‘폐결핵’, ‘사치’ 등 시편에서 고은이 보여 주는 인간적인 흔들림과 고뇌는 2부 ‘외치다’에서 좌충우돌 세상과 불화를 자청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3부 ‘다시 길을 가다’에서는 비판은 원숙함 속에서 더욱 통렬해졌고, 사유의 깊이는 종횡무진이다. 지난해 쓰여진 ‘개밥을 주면서’는 풍자시의 전형을 보여 준다. 고은의 진화를 얼핏 맛보기라도 하는 데에는 대표시 모음이 제격일 게다. 하지만 그의 철학적 사유와 사상의 흐름을 접하기에는 직접 쓰고 그린 책이 딱 맞춤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귀막고 “법대로”… 대화·타협 실종

    귀막고 “법대로”… 대화·타협 실종

    여야가 ‘법대로’를 외치며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입법 전쟁에서 불거진 폭력사태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자기 당에 유리한 규제법안 만들기와 고소·고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기싸움”이라면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현실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2월 임시국회 앞두고 기싸움” 국회법 제·개정에는 한나라당이 먼저 뛰어들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국회폭력방지특별법이 제정되면 야당의 물리력 저지는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은 국회 안에서 폭력을 행사하면 의원직을 박탈하고, 형량을 가중해 처벌하도록 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도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폭력 의원은 반드시 징계해야 한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윤리특위를 열어 이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와 별도로 의정활동과 관련 없는 당직자들의 회의장 출입을 제한하고 폴리스라인을 본떠 회의장 등 주요 시설에 질서유지라인을 설정하는 질서유지법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소수당의 권익도 보장하는 제도 마련을 함께 논의할 때 훨씬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며 여당의 일방적인 법률 제·개정 작업을 꼬집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강화, 경호권과 질서유지권 남용 방지, 안건의 상임위 상정요건 강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특별법이 명분축적용이며,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법 대(對) 법’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당내 국회유린·야당탄압 저지 대책위 위원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시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특별법은 ‘MB악법’을 위한 날치기 보장법이자 제2의 유신헌법”이라면서 “폭정이 심하게 되면 법률 만능주의에 빠지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로, 최고의 ‘MB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정치논리 매몰… 신뢰회복 우선” 고소·고발전도 격화돼 한나라당은 점거농성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사태를 이유로 민주당 문학진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이정희 의원 등을 고발했다. 한나라당은 앞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을 지난해 12월 행정안전위 폭력사태를 이유로 고발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단독 상정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에 이어 당시 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진 등 10여명을 맞고발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는 “여야가 너무 정치논리에 매몰돼 있다.”면서 “법의 형식을 강조하는 합법성(여당)과 내용과 본질을 강조하는 정당성(야당)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좀 더 성숙한 대화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호창 사무처장은 “법은 최소 범위에서만 집행하고 만들어져야 한다. 법이 과잉되면 사람들의 자율을 훨씬 더 제약하고 사회는 경직된다.”면서 “해법은 여야간의 신뢰회복”이라고 조언했다. 오상도 김지훈기자 sdoh@seoul.co.kr
  • 재산 신고 누락 1억까지 징계 면제 추진

    정부가 공직자 재산 신고시 1억원 미만까지는 재산을 누락해도 징계를 면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나친 ‘봐주기’라는 지적과 함께 공직자 재산 불성실 신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9일 올해부터 공직자 재산심사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신고내역 조사시 누락금액별 처분 기준을 현행 6000만원 미만에서 1억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직자 재산심사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현재 공직자들이 재산을 신고하면서 6000만원 미만을 누락하면 징계 없이 보완명령만 내리고, 6000만원 초과 누락자에겐 경고 등 징계 또는 시정조치, 1000만원 미만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누락 금액이 1억원 이상이어야 징계나 처벌이 가능하다. 행안부는 이번 주 각급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3월부터 개정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 완화는 공직자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재산공개제도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다. 편법적인 재산증식과 직위 등을 이용한 불투명한 재산 축적을 예방하기 위해선 오히려 누락금액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재산공개제의 본래 취지에 정반대되는 정책이며 사실상 신고액을 축소·은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미디어법 논란]“뉴미디어 일자리 창출” “자본·보수 나팔수”

    ■ 한나라당 입장 “정부 방송장악 음모론은 MBC 기득권 사수 전략” 한나라당은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방송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의 MBC 장악 음모’라는 일부 주장과 관련, ‘MBC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 정병국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신문사의 방송 시장 진출과 대기업의 방송 시장 진입 완화는 쇠퇴하는 신문 시장에 활로를 열고 일정한 자본 유입을 통해 방송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MBC가 ‘대기업이나 일부 신문사에 지상파방송을 넘겨주려는 수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신규 방송사업자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법 개정으로 대기업이나 신문사 진출을 통한 MBC 민영화의 길이 열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길을 열려고 하면 방송문화진흥법을 바꿔야 된다.”면서 “그것도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되고, 현재의 법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MBC를 민영화한다고 해도 자산 가치를 10조원대로 볼 경우 20% 지분이면 2조원인데, 2조원을 투입해 적자덩어리인 MBC에 누가 들어오겠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MBC의 민영화를 압박한다는 논란을 일으킨 공영방송법 제정 추진과 관련, “앞으로 인터넷TV(IPTV) 시대가 본격화하면 채널 수가 수백 개로 늘어난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KBS, MBC 등 공영방송이 무한 경쟁을 벌이면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방송법을 만들어 KBS 등 공영방송은 수신료를 통해 공공성이 높은 방송을 하도록 하고, 대신 지금까지 KBS가 받는 상업광고를 광고시장에 내줘 상업방송사들이 질높고 다양한 콘텐츠 생산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다.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디어 산업 발전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미디어 산업으로 유입되고 축적돼야 한다.”면서 “방송법 개정안은 신문의 방송시장 진출과 대기업의 방송 진입 완화를 위해 규제 칸막이를 거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가 대기업과 일부 족벌 신문사들이 지상파를 소유할 경우 특정 색깔의 목소리만 확대·재생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나 의원은 “자본의 유입으로 방송사가 다양화되면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가 생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언론노조 시각 “대기업·보수신문 합세땐 YTN 의결권 확보 가능”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한껏 고무됐다. 미디어 관련 7대 법안을 저지하고자 11년 만에 벌인 언론노조의 총파업이, 전날 한나라당이 1월 임시국회 강행처리를 포기함에 따라 ‘한시적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달 26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 MBC노조 등은 파업을 일시 중단하고 8일 0시부터 방송 제작 현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언론노조와 4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 등의 긴장감은 여전하다.언론노조는 “2월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언론악법을 다시 처리하려 한다면 즉각 총파업 투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디어 관련 법안 중 가장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방송법과 신문법이다. 방송법 개정안의 골자는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지분 소유 허용을 20%까지, 보도·종합편성 채널은 3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과 보수 신문이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는 것이다. 또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면 대기업과 보수 신문이 합쳐서 YTN의 60% 지분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MBC는 공영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어 방송법이 통과될 경우 민영화의 법적 장벽이 없어지게 된다. 어느 누구보다 MBC 구성원들이 발끈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탓에 ‘MBC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보수세력의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신문법 개정안은 방송법 개정안과 쌍둥이 형제처럼 맞물린다. 개정안은 현행 ‘신문 방송 겸영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조선·중앙·동아 3개 신문사의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발표한 ‘방송 진출 비전’은 신문법, 방송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게다가 신문법 개정안은 발행부수, 구독 수입, 광고 수입 등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마저 삭제하여 보수 신문의 투명 경영 부담감마저 홀가분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도심 역세권에 초미니 뉴타운

    도심 역세권에 최소 10만㎡(3만 3000평) 규모의 ‘초미니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가 조성된다. 이곳에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소형 주택 12만가구가 들어선다. 국토해양부는 도심 역세권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고밀복합형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상반기 중에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국토부는 고밀복합형 뉴타운의 최소 면적을 10만㎡ 이상으로 대폭 완화해 역세권 개발을 쉽게 했다. 고밀복합형 뉴타운을 지정할 수 있는 지역은 지하철 2개 노선이 겹치는 지역 등 대중교통 결집지의 이면도로에 인접한 저밀도 주거지로, 중심지를 기준으로 반경 500m 이내다. 국토부가 역세권 고밀개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구로구 가리봉역세권과 노원구 월계동 성북역 일대 등 10여곳이 꼽힌다. 고밀복합형 뉴타운은 주민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동시에 거치도록 하고, 의회 의견 청취도 60일로 앞당기는 등 계획수립 절차를 간소화했다. 필요하면 뉴타운 일부를 우선사업구역으로 설정해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길도 터놓았다. 용적률은 준주거지역의 경우 국토계획법상 최고 한도인 500%까지 허용하고 상업지역은 신축적으로 적용할 계획이어서 500%를 웃도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만큼 직장인·신혼부부 등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을 짓게 할 방침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오늘의 눈] ‘신뢰 바이러스’가 필요한 한국/장상옥 편집부 차장

    [오늘의 눈] ‘신뢰 바이러스’가 필요한 한국/장상옥 편집부 차장

    신년맞이 이색 경험은 참 신선했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한밤 교회에서 기축년을 뜬눈으로 맞았다. ‘약속, 그리고 도전’이란 주제의 목사 설교가 시작됐다. 말에는 권세가 있다. 부정적인 말을 내뱉으면 스스로를 옭아 매어 실패하기 쉽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말로 다독이면 고난을 극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 해를 반성하고 새 다짐을 했다. 정신이 세척되는 듯했다. “삼, 이, 일.” 다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자 또 1년이 열렸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말을 건네며 옆자리 낯선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격려의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순간이다. 다시 일터로 돌아오면 소리 없는 삶의 전쟁이 시작된다. 사업장마다 경제 한파로 몸살을 앓는다. 감원이나 예산절감으로 이 위기를 넘어야 하기에 인심이 빡빡해진다. 조직구성원들의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 덕담은 잠시, 고성과 짜증이 잦아지게 된다. 하례식에서 만난 한 직장 후배는 정도 넘은 반말에 증오가 싹트고 단절감이 든다고 고백한다. 상사가 불쑥 내뱉은 말을 주워 담느라 부하 사원들은 새해 벽두 백지 같은 마음이 먹칠 당하는 느낌을 받는단다. 정치판을 들여다보자. 여야 대화가 단절돼 막말과 폭력이 난무했다. 국회 점거 사태 끝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민의의 전당에서 유혈극이 빚어졌다. 국민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진통 끝에 쟁점법안을 협의 처리키로 했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른 뒤였다. 신뢰를 상실하면 사회조직의 건강성이 깨진다. 유대감과 협동적 행위가 방해받기 때문이다. 신뢰는 이른바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키워드다. 물적 자본과 달리 쓸수록 확산되고 복제된다. 신뢰가 축적된 사회는 소통이 활발해져 개인적 행복감이 증가되지만, 사회적 비용도 줄이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신뢰에 기반한 리더십이나 협상태도가 정치든, 산업 현장이든 위기 탈출의 근본이 아닐까 싶다. 장상옥 편집부 차장 okgog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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