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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봐, 해 봤어?”…도전·창조·결단의 정신 압축

    “이봐, 해 봤어?”…도전·창조·결단의 정신 압축

    “우리가 좌절할 필요가 없어요. 더 잘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은 우리가 다 극복할 수 있다 난 이렇게 생각합니다.”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현대중공업 CF 속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은 대한민국 경제사의 한 획을 그은 ‘정주영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좌절과 포기를 용납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모험을 즐겼던 그의 리더십은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험난한 파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정주영 리더십의 핵심은 그의 어록에서 잘 드러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명언은 무일푼으로 상경해 쌀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숱한 고생 끝에 국내 최초로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하고, 자동차 산업을 일군 뚝심의 리더십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정 회장이 생전에 즐겨 썼던 “이봐, 해 봤어?”란 말도 마찬가지. 부하 직원들이 힘든 일을 앞두고 지레 포기하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 말을 던지며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해 보기도 전에 손을 놓는 것은 정 회장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위기 상황을 매번 결정적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켰던 도전정신과 창조적 발상, 그리고 결단력은 정주영 리더십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조선사업 초기에 석유파동으로 석유 물동량이 줄어들자 선주들이 주문한 배들을 인도해 가지 않았다. 이때 정 회장은 이들 유조선을 가지고 현대상선을 창업했다. 또 자동차 공업 초창기 포드자동차 조립생산사업의 뼈아픈 실패와 좌절을 딛고 과감하게 독자개발에 나서 성공했다. 서산 간척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 낡은 유조선을 바닷속에 가라앉혀 물길을 막았던 유조선 공법이나 수백 마리의 소를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소떼 방북’으로 남북 경협 물꼬를 튼 것 역시 창조적 발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책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는 “정주영의 경영철학과 경영방식은 일종의 ‘학문’으로 정립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이었으며 일관성이 있었다. ”면서 “투철한 보국이념을 바탕으로 나라에 보탬이 될 만한 사업 위주로 확장을 시도했으며, 내수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목표를 초지일관 추구했던 기업가”라고 정의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덩신밍, 교민들 고혈짜내 ‘떵떵’

    덩신밍, 교민들 고혈짜내 ‘떵떵’

    ‘상하이 스캔들’의 장본인 덩신밍(鄧新明·33)이 상하이 교민들의 고혈을 짜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중·대기업은 상하이 정부에 미치는 덩의 영향력을 이용해 사업 편의를 도모하고자 덩을 고문으로 올리는 등 로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영사관은 민원 등을 통해 이런 심각성을 알고서도 눈감아 줘 교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4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단독 문건과 이를 토대로 상하이 현지 교민 등을 확인 취재한 결과 덩은 4~5년 전부터 교민들을 협박해 금품 갈취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불렸다. 덩은 협박 수단으로 상하이 공안이나 위생국 등 정부 관료들을 활용했다. 한 교민은 “식당의 경우 돈을 주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위생국 관리들을 동원해 검사하게 한 뒤 문을 닫게 했다.”면서 “덩은 중국 고위직을 들먹이며 교민들을 협박해 ‘뒷돈’을 뜯었다.”고 털어놨다. 교민을 상대로 한 덩의 패악은 ▲교민 운영 식당, 반찬가게, 옷가게 등에서의 ‘공짜’ 대접 강요 ▲교민 업주들에게 매월 수백~수천 위안씩 상납 ▲가게 분점 낼 때 수속 절차 간소화 명분 수만~수십만 위안 수수료 착복 ▲아파트 등 투자 종용 뒤 되팔아 시세 차익 반분 요구 등이다. 덩은 이렇게 부정 축재한 돈으로 BMW3(회색 차량)를 몰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와 빌라에 사는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 카르티에, 구치 등 명품 옷·가방·귀금속 등으로 치장하며 재력가로 행세했다. 복수의 교민들은 “덩은 상하이 교민들의 피를 빨아 재산을 모았다.”고 토로했다. 상하이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한반도 방사능 오염 가능성 낮다”

    “한반도 방사능 오염 가능성 낮다”

    대지진으로 원전 비상이 걸렸다.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른 경로를 통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됐을 때의 대비책을 사전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주현(왼쪽) 동국대 원자력 및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현재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최후의 보루인 강철 격납용기는 온전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단 방사성 물질이 일부 노출돼도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증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는 방사성 물질로 인한 피해 예방법도 제시했다. 문 교수는 “방사성 물질 노출이 우려될 경우 미역, 다시마와 같은 일반 요오드 성분의 음식을 섭취해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요오드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요오드를 갑상선에 축적해 두면 방사성 요오드가 흡입돼도 머물러 있을 공간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은철(가운데)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 직접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해도 한반도가 원전으로부터 1000㎞ 이상 떨어져 있어서 아무리 극단적으로 생각해도 인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방사성 물질 가운데 세슘의 경우 누출량은 적지만 한번 누출되면 30년간 잔존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면서 “누출된 세슘이 향후 수입 농산물이나 어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들어올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도 일단은 일본의 원전사고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김승범(오른쪽) 기상청 황사연구관은 “현재 한반도에는 편서풍이 불고 있어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이 한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의 시뮬레이션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상청의 대기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일본 동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비가 내릴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넘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동현·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올 대기업 주총 화두는 ‘차세대 신규 사업’

    올 대기업 주총 화두는 ‘차세대 신규 사업’

    ‘차세대 먹을거리 사업, 돛을 올려라.’ 주요 대기업들의 신성장 사업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마다 정관에 의·제약 등 헬스케어, 해외 자원확보, 친환경 에너지 등 신규 사업 진출을 명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주총을 통해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떠오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 사업을 주주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정보기술(IT)과 삼성의료원의 축적된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융·복합 의료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달 바이오제약 서비스업체인 미국 퀸타일스와 합작사를 설립해 바이오제약 산업에 진출 시동을 걸었다. 현대중공업은 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해 글로벌 의료로봇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일 주총에서 의료 로봇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2015년 이후 글로벌 인공관절 수술로봇 시장의 60%를 점유한다는 목표이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도 같은 날 열린 주총에서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을 분할해 의료·헬스케어를 담당하는 SK바이오팜㈜을 설립키로 했다. SK는 그룹의 핵심 신성장동력으로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주력사인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건설, 현대제철이 모두 해외 자원개발 및 판매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현대차는 11일 주총에서 해외 자원 개발 진출을 선언했다. 완성차 메이커인 현대차의 자원 개발 진출은 전기차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확보를 위한 것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제철도 자원 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정관에 포함했다. 지난해에 이어 각 대기업의 친환경 사업 진출이 올해도 잇따르고 있다. 18일 주총을 여는 LG전자는 에너지 컨설팅과 환경오염 방지시설업을 사업에 추가한다. LG전자를 필두로 LG그룹의 주력업종인 전기·가전사업, 태양전지, LED 조명과 맞물려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18일 주총에서 담수 및 폐수처리 설비 등 ‘수(水)처리’를 사업목적에 신설한다. 25일 주총이 예정된 GS건설도 하·폐수처리수 재활용 사업에 본격 참여할 예정이다. 이 밖에 신세계는 18일 주총에서 전자금융업과 골프장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같은 날 열릴 주총에서 유산균음료 제조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해 요구르트 시장 진출을 선언한다. 안동환기자·산업부 종합 ipsofacto@seoul.co.kr
  • [사설] 이참에 해외공관 비자비리 싹 도려내라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의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정체불명의 중국여성 덩신밍을 둘러싼 전 영사들의 단순한 치정문제인가 싶더니 이젠 기밀유출 의혹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바로 해외공관의 ‘비자 장사’ 문제다. 이번 사건을 보면 영사관의 고질적 병폐인 비자 비리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비자가 외교관들의 단순한 이권 개입 차원을 넘어 미인계에 홀딱 넘어가 허술하게 발급되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는 점에서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상하이 교민들에 따르면 비자 발급은 덩의 손에서 놀아났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덩을 통하면 보통 5일 정도 걸리는 비자가 1~2일로 단축되고, 받기 어려운 비자들도 쉽게 나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500만~1000만원의 뒷돈이 오갔다고 한다. 덩은 12개 상하이 시내 여행사가 가졌던 한국비자 신청 대리권 가운데 하나를 쥐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럴 경우 신청 수수료만 챙겨도 연간 10억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손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비자 장사인 것이다. 이것은 덩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덩이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법무부 출신의 H 전 영사 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유혹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최근에만 2차례 부적정한 비자심사·발급 업무처리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엉터리 서류를 내밀었는데도 무사통과됐다는 것인데 서류의 위·변조 여부 등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외교관들은 엄격히 집행해야 할 비자 발급을 덩의 치마폭에 싸여 소홀히 함으로써 불법적인 비자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방조한 셈이다. 사실 우리 영사관의 비자 장사는 잊을 만하면 터진다. 브로커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위조된 비자서류를 눈감아 주고, 비자 한건당 수백만원씩 받고 팔아 넘긴 일 모두 외교관들이 저지른 일들이다. 외교관들의 기강이 이리 해이할진대 외교통상부는 왜 해외공관 관리·감독에 뒷짐만 지고 있는가. 덩의 비자 발급 알선부분에 대해 총리실의 조사가 끝나면 검찰은 전 영사 등 관련자들을 불러 철저히 수사하라. 이번 기회에 해외공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자 비리’의 싹을 도려내야 한다.
  •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9·끝) 산업 분야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9·끝) 산업 분야

    이번에 소개하는 달인은 산업분야 4명이다. 인천시의 꽃게·대하 달인 구자근 해양수산연구사를 비롯해 하동군 녹차의 달인 이종국 농촌지도관, 순창군 고추장 박사 정도연 보건연구사, 장흥군의 한우 브랜드 달인 유영철 회진면장 등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1월 10일 행정분야 달인 4명을 시작으로 9차례에 걸쳐 달인 29명의 활동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달 말쯤 이들 달인의 사례발표를 듣고 최종심사를 벌여 달인 별 등급을 정하고 우수자 10명을 시상할 계획이다. 또 선발된 달인들을 각종 교육기관의 교수요원으로 활용하고 해외전문기관의 연수 등을 통해 달인 컨설팅단을 구성, 활용할 방침이다. >>수산종묘 1인자 구자근 인천시 해양수산연구사 꽃게·대하종묘 대량 생산 年1000억대 소득 인천권 서해바다에서 꽃게와 대하는 그야말로 대표어종이다. 5~6월이면 꽃게잡이 배들이 앞다퉈 출어에 나서고 10월이면 대하구이를 맛보러 외지에서 달려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 지역 어민들은 “수산종묘의 달인인 구자근 해양수산연구사(41·인천시청 수산종묘배양연구소)가 10년 가까이 흘린 땀 덕분에 가능해진 풍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 연구사는 “원래 인천이 전국 꽃게 생산량의 50% 안팎을 차지했지만 기후변동, 남획으로 2004년쯤부터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여기에 서해교전, 중국과 꽃게잡이 분쟁도 어민들 속을 태웠다.”고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꽃게 종묘 대량생산과 방류만이 살 길이었다. 하지만 꽃게는 서로 잡아먹는 특유한 습성 때문에 종묘생산이 어려웠다. 구씨는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종묘 키우기에 매달렸다. “4개월 넘게 꼬박 밤을 새워 가며 시간맞춰 먹이를 주고 수온을 관리했습니다. 당시에 등을 대고 제대로 누워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런 사투 끝에 2008년 세계 최초로 공식(서로 잡아먹는 것)방지망, 난부화기를 개발해 꽃게 종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특허도 출원했다. 지난해 9월까지 방류된 꽃게는 1577만 마리에 이른다. 2004년과 비교해 지난해 꽃게 생산량은 10배, 생산금액은 955억원이 늘었다. 서해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던 꽃게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인천 영흥도가 자연산 대하 자생지로 부상하게 된 데도 구씨 노력이 숨어 있다. 가을철 별미인 대하는 kg당 2만~3만원 하는 고부가가치 수산물. 그는 지난해 9월까지 3698만 마리의 대하를 종묘생산 후 방류해 인천지역에는 없었던 자연산 대하가 자생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영흥지역은 연간 200t가량의 자연산 대하를 어획해 12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유전자 마커’를 이용한 자원관리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어족자원 원산지·어획량 추적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생물마다 독특한 DNA 형질을 분석하는 유전자 마커를 이용하면 꽃게가 옹진군 연평도산인지, 충남 태안산인지 추적할 수 있어 효과적인 종묘 배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산·학·관 협력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인천대·민간업체를 끼고 함께 개발한 버섯·인삼을 넣은 꽃게액젓,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기능성간장게장은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 이 밖에 2003년엔 황해 고유종이자 세계적 희귀종인 범게의 인공종묘생산에 성공해 SCI급 수산학술지인 ‘애그리걸처 리서치’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어처럼 꽃게도 서민밥상의 단골메뉴로 만드는 게 꿈”이라면서 “연평도에 꽃게 산업단지를 만들어서 인천권 어민들 소득향상에 더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지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일 뿐”이라는 그에게선 서해 어장의 미래가 엿보였다. 구 연구사는 “한해 5억여원에 불과한 순수연구비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하동녹차 특화산업 육성 이종국 하동군 통상교류과장 야생차 품종 개량… 지역경제 활성화 주도 경남 하동군은 우리나라 야생녹차의 시배지다. 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씨를 가져와 하동 지리산 자락에 심은 것이 국내 야생차의 효시로 전해진다. 천년 넘게 차향을 이어 온 하동녹차는 최고 품질의 야생차로 국내외 건강음료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하동녹차는 주로 차인들 사이에서만 애용돼 왔던 ‘숨은 명품’이었다. 명성과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탓이다. 이종국 하동군 통상교류과장(농촌지도관)은 지리산 자락에 천년 동안 숨어 있던 하동의 보물을 높은 경쟁력을 갖춘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한 ‘녹차 달인’이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 8년 넘게 녹차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1977년 진주고등전문학교 축산과를 졸업한 뒤 축산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축산직 공무원이던 그가 녹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하동군이 녹차를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3년 녹차팀을 신설하면서다. 녹차팀장을 맡을 당시만 해도 이 과장은 녹차에 문외한이었다. 녹차재배지역 면사무소에 잠시 근무했던 경험이 전부였다. 이 과장은 “백지상태에서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며 녹차산업 중장기 계획과 기획 등 로드맵을 짰다.”고 말했다. 하동녹차를 특화작목으로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하동 야생녹차의 가치와 품질을 널리 알리는 것이 시급했다. 이를 위해 하동녹차 지리적 표시제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서둘러 2003년 5월 ‘하동녹차’로 지리적 표시 등록을 한 뒤 하동녹차 브랜드 산업화를 위한 작업에 본격 나섰다. 이 과장을 중심으로 한 녹차팀은 국내외 녹차정보를 수집하고 하동지역 차 산업 여건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 2010년까지 540억원을 투입해 하동 야생차산업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는 내용이다. 이 발전계획은 하동녹차 산업이 현재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 특화산업으로 발전하는 바탕이 됐다. 이 과장은 국비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 도전했다. 2004년 정부 지자체연구소 육성사업 공모에 하동녹차연구소 건립 사업이 선정돼 16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연구소를 지어 2008년 문을 열었다.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공모에 녹차를 활용한 농촌체험관광 사업이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아 하동녹차체험관도 건립했다. 이 과장은 차 문화 체험 관광도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지난해 1500여개 단체에서 2만 3000여명의 관광객이 하동야생녹차단지 체험방문을 하는 등 녹차문화 현장체험은 인기가 높다. 현재 하동녹차는 여러 음료 제품으로도 개발돼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미국·캐나다 등 해외 수출이 늘면서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이 됐다. 이 과장은 “하동녹차가 세계적인 건강 음료로 자리를 굳히도록 차별·명품화 정책을 개발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고추장 박사’ 정도연 순창군 지방보건연구사 발효 미생물 활용, 지역 ‘100년 먹거리’ 개척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북 순창군은 전통장류산업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그러나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순창 장류산업은 가내수공업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류밸리-장류산업특구-장류연구소-발효미생물종합활용센터로 연계되는 지역특화산업으로 눈부신 발돋움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이 순창 장류산업이 반석 위에 오르기까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한 순창군청 장류식품사업소 정도연(40·지방보건연구사)씨의 노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정씨는 1997년 4월 순창군청 제품검사실 품질검사담당으로 장류산업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 순창고추장민속마을에 입주한 26개 업체는 대부분 연매출 1억원 미만의 소규모 가족기업 형태였다.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정씨는 3년에 걸쳐 모든 장류업체를 방문해 기업체별로 표준배합비 등을 정리하고 과학적인 자료를 축적해 책으로 엮어냈다. 이것이 오늘날 순창전통고추장 표준 매뉴얼의 기반이 됐다. 그는 이어 장류산업을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눈을 돌렸다. 우선 군청의 관련 인원을 충원하고 장비를 확충해 2008년 8월 식약청에서 인증하는 자가품질검사기관으로 승인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장류산업 육성에 필요한 석·박사급 고급 두뇌 등 36명의 연구·행정조직을 구성해 장류연구소를 건립했다. 2005년 1월에는 전국 1호로 ‘장류산업특구’ 지정을 받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특히 산자부의 대표적 산학협력연계시스템 공모사업에 선정돼 순창장류산업에 필요한 네트워킹, 기술개발, 인력양성, 기업지원, 마케팅, 홍보까지 전 단계를 아우르는 사업을 수행했다. 이로 인해 순창군의 장류산업 매출도 150억원에서 240억원 규모로 끌어올렸다. 2007년에는 장류밸리를 기반으로 317억원 규모의 발효미생물종합활용센터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고추장, 된장, 청국장을 이용한 신제품도 개발해 30여건을 특허 출원하거나 등록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절임류세계화지원센터, 전통발효식품 전용공장을 기획해 건립 중에 있다. 이같이 눈코 뜰 새 없이 업무를 추진하면서도 자기계발에 게을리하지 않아 2008년에는 ‘고추장 유해미생물 관리 분야’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고추장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순창군이 앞으로 100년간 먹고살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발효미생물을 활용해 의약, 식품, 식품소재 등에 활용하는 발효미생물 종가 프로젝트입니다.” 정씨는 “모든 맡은 업무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꿈 너머의 꿈을 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다.”며 순창 장류산업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펼쳐 보였다. 순창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장흥 한우 브랜드화 앞장 유영철 장흥군 회진면장 30년 축산행정… 사료용 논 옥수수 첫 재배 장흥 한우를 전국적으로 브랜드화한 유영철(54) 회진면장은 한우산업 육성 1인자로 불린다. 1980년 장흥군 최초의 축산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30년이란 세월 속에서도 한결같은 자리와 똑같은 장소에서 축산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보니 군민들 사이에서는 ‘축산행정의 산증인’, ‘축산행정의 백과사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 면장은 축산 농가들이 잘살기 위해서는 우선 경영마인드를 제고하고 축산 경영을 현대화, 차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축산관련 단체를 결성토록 유도해 축산업 발전을 도모했다. 혹 압력단체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단체의 한목소리가 오히려 행정과의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상사에게 거듭 건의한 끝에 한우, 젖소, 돼지, 닭, 오리 사육농가와 수정사, 수의사 등으로 협회를 결성했다. 유 면장은 특히 사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풀 사료작물의 재배를 확대했다. 그는 겨울철 휴경논을 활용해 풀 사료를 생산해서 농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면 축산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2003년부터 풀 사료 생산사업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재배면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해 지금은 전국에서 3번째 많은 양을 생산하는 주산단지로 변신했으며, 장흥군에서 생산된 양질의 풀 사료를 타시도에서도 선호하고 있다. 유 면장은 전국 최초로 논을 활용한 옥수수 사료단지를 조성해 정부가 이를 시책에 반영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자체 시책사업으로 쌀 과잉생산을 억제하면서 양질의 풀 사료를 축산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으로 논에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우수사례로 뽑혀 정부에서는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시책사업으로 2010년 논에 타 작물 재배사업을 전국으로 확대시키기도 했다. 주5일 근무제 등 생활문화 패턴변화에 발맞춰 전국 최초로 주말 토요시장을 개장하는 등 한우직거래 타운 조성사업은 그의 작품이었다. 장흥축협을 설득해 운영한 결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자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앞다퉈 직판장을 개설함으로써 한우 직거래 타운이 조성돼 지금은 장흥 토요시장의 한우가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처음 시작한 2006년 12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9년에는 324억원을 기록했다. 한우직거래 장터는 중소기업청 등에서 성공사례로 발표돼 타 자치단체에서 성공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유 면장은 앞으로 중국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현재는 돼지고기를 선호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이들의 식탁에 장흥군의 명품 한우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지막 공직생활의 목표”라고 밝혔다. 유 면장은 일과 후 수년 전부터 중국어 회화 공부를 하고 있다. 장흥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봄철 패류 조심하세요” 수산과학원, 주의 당부

    국립수산과학원은 4일 마비성 패류독소가 매년 봄 남해안에서 발생, 인명 피해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마비성 패류독소는 굴, 홍합, 피조개, 가리비 같은 패류가 독을 품은 플랑크톤을 섭취하면서 패류 내에 축적된 독소를 말한다. 보통 600㎍ 이상의 패류독소가 체내에 들어오면 혀가 굳어지면서 말을 하기 어려워지고 전신이 마비되며, 심하면 언어장애나 팔다리 마비, 호흡곤란에 이어 사망할 수도 있다. 또 패류에 있는 독은 익혀 먹거나 가열해도 그대로 남아 있고, 냉동·냉장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봄이 돼 강수량이 많아지면 육지의 영양염류가 바다로 흘러들어 유독성 플랑크톤이 늘어나게 된다. 이를 패류가 먹으면 안에 독성이 쌓이게 되고 이 패류를 사람이 섭취하면 마비성 패류독소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수산과학원이 최근 7년간 남해안의 마비성 패류독소 발생을 분석한 결과 수온이 섭씨 9도 안팎일 때 처음 발생, 3∼4월 수온이 10도 정도가 되면 허용기준치(80㎍/100g)를 넘어서 남해안 전역으로 확산됐다. 수온이 18도 정도 되는 5월쯤 소멸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사설] “지금이 새로운 한반도 미래 열어갈 적기”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3·1절 기념사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적기”라면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전향적인 의지를 보였다.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대북 유연성도 함께 비쳤다. 이 대통령의 남북관계 인식은 우리의 입장과 합치된다. 지금 전세계는 질서 재편기를 맞고 있다. 리비아 사태로 상징되는 중동권 전체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미국 일극 중심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전세계가 치열한 국익 외교전을 전개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과 북만 대치하며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92년 전 우리 선조들이 간절히 원했던 민족의 독립과 자존을 완성하는 길은 평화통일이다. 평화통일을 위한 대장정에 남북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북한은 연일 임진각 조준격파, 서울 불바다, 핵참화 운운하며 대치 수위를 높였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만 문명사적 변화 물결에서 뒤처지면 되겠는가. 전세계적 격변기에 이 대통령이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 발언을 북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남북대화는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전보다 좀 더 진일보한 자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북측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의 전향적 발언을 최근의 남북 비공식 대화채널 가동설과 연관짓는 해석이 나오는 것에도 주목한다. 이 대통령의 집권 3년 동안 북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에 맞서 왔다. 내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어 올해가 남북정상회담의 최적기라 할 수 있다. 북측은 이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지구촌 곳곳 주민들의 삶이 고통스럽다. 북한 주민들 역시 식량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남북대화를 재개, 남측의 원조를 받는 것이 식량난 해결의 지름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북 간 대치로 힘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만 보이면 남북대화를 재개할 의지를 잇달아 밝혔다.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뒷받침해 준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대신 대화와 협력으로 나와야 한다.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을 택해야 한다. 이제 멈칫거릴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하나된 한민족, 통일된 한반도는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평화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92년 전 일제 폭정에 맨몸으로 맞서 자주독립을 외쳤던 선조들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한편, 통일에 대비한 우리의 역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역량 축적은 남과 북이 힘을 모을 때 보다 효과적이다. 북이 화답할 때다.
  • 北 전면전 공언… 한반도 또 긴장고조

    北 전면전 공언… 한반도 또 긴장고조

    28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앞두고 북한이 ‘전면전’을 공언하는 등 남북이 대치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북한이 3월 키 리졸브 전후로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예견됐지만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에 핵·미사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 수위를 높임에 따라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27일 한반도 국지전과 전면전 상황에 대비한 키 리졸브 연습이 28일부터 11일간 남한 전역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도 4월 30일까지 실시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남북장성급실무회담 단장 통지문 및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성명을 잇달아 내고, 키 리졸브 연습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위협했다.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는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의 핵공갈에는 우리 식의 핵억제력으로, 미사일 위협에는 우리 식의 미사일 타격전으로 맞서 나갈 것”이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역적패당의 반민족적인 통치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성명은 이어 “침략자들이 ‘국지전’을 떠들며 도발해 온다면 전면전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상상할 수 없는 전략과 전술로 대결책동을 산산이 짓부숴버리는 서울 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또 남북장성급실무회담 단장 명의로 ‘미제와 역적패당이 우리를 반대하는 침략적인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감행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더욱 집요하게 매달리는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와 관련한 입장’ 통지문을 통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자위권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것을 통고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미 예상된 키 리졸브 연습에 앞서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해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키 리졸브 연습 기간 군사적 도발을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보이지만 한·미가 공동으로 연습을 하는 만큼 이 기간 중 도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군 당국자는 “현재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측이 불법적인 도발을 가해 오면 즉각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키 리졸브 기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감시태세 상향 등 대응을 강화했다. 통일부는 키 리졸브 연습을 앞두고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303명의 우리 국민에 대한 신변안전을 당부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키 리졸브 기간 중에 개성공단 출입 제한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과 심리전에 전면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대남 심리적 협박으로 극한 상황에 달할 경우 충분히 사전에 경고조치했다는 명분 확보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판문점대표부 성명은 대외용이라기보다 남쪽을 향한 메시지”라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새 소식 유입을 어떻게든 차단하기 위해 협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김 교수는 “북한의 불바다 발언은 선언적 측면 이상”이라며 “키 리졸브 연습이 끝날 때쯤 임진각이나 김포 반도 등에서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교수는 “중국이 평화를 원하고 있고,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 중인 상황”이라며 “키리졸브 연습이 예년보다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미경·윤설영기자 chaplin7@seoul.co.kr
  • SK, 中 시스템반도체시장 진출

    SK, 中 시스템반도체시장 진출

    SK그룹이 국내 중소기업과 손잡고 70조원 규모의 중국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진출한다. 모바일TV용 통합 수신칩 등 핵심 시스템반도체를 기획해 온 SK텔레콤이 주도하고 SK차이나가 보유한 중국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안이다. SK그룹은 25일 SK차이나와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술기업인 엠텍비전이 공동 출자해 SK엠텍을 중국 선전(深)에 설립, 3월부터 사업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합작 법인은 자본금 190억원으로 양사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과 경영 인프라를 공동 출자했고 지분율은 SK차이나 60%, 엠텍비전 40%이다. 초대 대표는 SK차이나의 함희혁 중국 플랫폼사업본부장이 맡았다. 시스템반도체(SoC)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의 애플리케이션 구동, 이동통신서비스, 게임 등의 기능을 초소형 반도체칩에 구현한 제품이다. SK엠텍은 우선 모바일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집중한 후 2013년부터 자동차·가전 등 기존 수요 산업으로 확대하고, U헬스와 스마트그리드 등 비통신용 융합 산업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엠텍의 설립으로 SK그룹은 기존 정보통신 사업 영역을 시스템반도체 등 모바일용 핵심 솔루션으로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다는 중국 업체보다 1~2년 앞선 국내 반도체 설계 능력과 SK의 기획·마케팅력을 결합해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기획 및 설계는 SK엠텍이, 시스템반도체 생산은 중국 업체가 맡게 된다. 올해 중국의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70조원. 중국은 200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기의 65%를 생산하고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35%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수요국가이다. 그러나 자국 내 시스템반도체 생산 규모는 3조 1000억원에 불과하다. 함희혁 SK엠텍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축적한 통신서비스, 플랫폼 사업 등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반도체칩과 스마트폰 솔루션으로 제품화하는 방안”이라며 “2016년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5.5일에 한번꼴로 ‘존속 살인’

    5.5일에 한번꼴로 ‘존속 살인’

    천륜을 끊는 ‘존속(尊屬)살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엔 평균 5.5일에 한번꼴로 발생했다.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한 갈등’도 살인으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정신분열증과 잘못된 가정교육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살인은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2년 사이에 50.0% 늘었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꺾이지 않고 있다. 이는 2009년 기준 미국 2%, 프랑스 2.8%, 영국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범죄전문가들은 “형법상 규정돼 있지 않는 비속살인까지 포함하면 패륜범죄는 2~3일에 한번꼴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가족살인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꺾이지 않고 지속 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너무 쉽게’ 가족을 해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연애·혼수·이사·취업 문제로 생긴 갈등만으로도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지난해 12월 충북 보은에서 대학생 임모(19)군은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부모를 수십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같은 해 9월 경기 성남에서는 술을 먹지 말라고 꾸짖는다는 이유로 아버지 김모(70)씨를 흉기로 살해한 아들(36)도 있었다. 이와 관련, 정성국 강원지방경찰청 검시관은 ‘정신분열증’이 존속살해와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검시관은 최근 ‘살인사건 중 존속살해와 정신분열의 연관성 분석’ 논문에서 2008년도 존속살해 피의자 분석결과 과거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경우가 전체의 55.0%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존속살해 건에서 정신분열이 존재할 가능성은 일반 살해 집단보다 약 40배 많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분열 범죄자를 분석해 보면 어린시절부터 가정폭력·아동학대 등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학생의 가정사를 개인적인 부분으로 치부해 접근을 쉬쉬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족이 담당했던 인성교육의 역할이 점점 약화되다 보니 가족 간의 오랜 기간 부대끼면서 축적된 갈등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터져나오는 것”이라며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존속살인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다카기 마사카쓰 “내 작업은 순간들을 표현”

    다카기 마사카쓰 “내 작업은 순간들을 표현”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작품을 선보여 온 일본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다카기 마사카쓰(32)가 한국에 온다. 다카기는 세계 각국에서 촬영한 영상을 독특한 기법으로 편집해 선보이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2008년 한 차례 한국전을 가졌던 그는 이번엔 ‘콘서트가 있는 전시’를 시도한다. 새달 4~5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콘서트(전석 6만 6000원)를, 이어 7일부터 20일까지 삼청동 aA 디자인 뮤지엄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에 앞서 6일에는 간단한 강연도 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영상 작업과 피아노 연주를 종종 섞곤 했던 그는 단순히 첨단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는 게 아니라 첨단과 감성을 서로 만나게 했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두 번째 방한은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메네 투어’의 일환이다. 이메네는 일본말로 ‘꿈의 근원’이라는 뜻. 서정적인 작품 경향을 함축적으로 말해 준다. 다음은 그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일문일답. →피아니스트에서 어떻게 영상으로 보폭을 넓혔나. -거꾸로다. 어릴 적 클래식 피아노를 배운 건 맞다. 그런데 예술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영상 때문이었다. 19살 이후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비디오 카메라를 만지게 됐고, 그 뒤 영상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니 출발은 어디까지나 영상이다. 그 뒤에 피아노를 덧붙여 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거다. →미디어 아트는 최첨단 미디어를 활용하는 까닭에 아무래도 차갑고 이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당신의 작품은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특별히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열려 있는 순간이 좋다. 가령, 얌전하게 있던 아이가 갑자기 소리 높여 웃고 떠드는 순간은 마치 꽃이 활짝 피는 듯한 느낌이다. 그 순간들을 표현해 내고 싶었다. →유화물감의 느낌을 영상에서 그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데 구체적 작업방식이 궁금하다. -일단 작품에 쓸 자료를 모두 컴퓨터에 입력한다. 그런 다음 최대한 확대하면 모자이크 같은 사각형 픽셀들이 나오는데, 이 픽셀들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색을 입히고 효과를 줘가면서 작업한다. →고통스럽지 않나. -무척 힘들고 어려운 건 사실이다. 어떤 때는 얼굴 하나 만지는 데 3주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쓰면 편하긴 해도 섬세한 질감을 살릴 수 없다. →새달 한국 콘서트 때는 가수 이상은도 무대에 서는데. -(이상은씨는) 일본에서도 동양적인 작업을 한 분이라 통하는 대목이 있다. 목소리나 창법, 곡의 전체적인 느낌이 서로 잘 어울려 무척 기대가 크다. →세계 각국의 풍경을 담아 왔는데 한국을 등장시킬 생각은 없나. -이번엔 일정상 어렵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도시 말고 시골 같은 곳에서 한번 작업해 보고 싶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11 우수기업 우수상품]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전화

    [2011 우수기업 우수상품]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전화

    브랜드 가치를 5조원 넘게 평가받는 애니콜은 지난 15년간 축적해온 휴대전화 기술과 소비자 니즈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 한해 펼쳐진 스마트폰 전쟁은 애니콜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애니콜 ‘갤럭시’ 라인은 업계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판매 310만대를 돌파했으며 그중 ‘갤럭시S’는 270만대의 판매량을 올리는 등 또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인 ‘갤럭시탭’ 판매에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제품 출시 단계부터 꾸준히 이어온 고객밀착형 마케팅의 결과다.
  • 부산 국산경전철 새달 30일 개통

    부산 국산경전철 새달 30일 개통

    부산에 국내 최초의 ‘경전철 시대’가 열린다. 부산교통공사는 22일 경전철로 운행되는 부산도시철도 4호선(동래구 미남로터리~기장군 철마면 안평리)을 오는 3월 30일 개통한다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7일 전문가위원회를 열어 시험 운전 현황과 마무리 공정 등을 최종 점검한 후 개통일을 이같이 결정했다. 부산~김해 경전철과 용인 경전철이 개통을 앞두고 있지만, 이는 외국의 경전철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국산 경전철은 부산도시철도가 전국 처음이다. 부산도시철도 4호선은 국토해양부가 국산화에 성공한 고무바퀴 경전철인 K-AGT를 상용화하고 무인으로 운행된다. 개통에 앞서 지난 1월 3일부터 시험 운행에 들어간 경전철은 새달 8일까지 분야별 매뉴얼을 완성하고 무인 운용에 따른 노하우를 축적할 방침이다. 교통공사는 다음 달 15~25일 11일간 도시철도 4호선을 시민에게 무료 개방한다. 부산도시철도 4호선은 2003년 12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총연장 12.7㎞에 14개역과 차량기지 1곳으로 이뤄졌다. 동래역과 미남역에서 각각 도시철도 1호선과 3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하루 300회 이상 운행될 예정이다. 안준태 교통공사 이사장은 “4호선 개통으로 동래구와 금정구, 해운대 지역 주민들이 더욱 편리하게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北 수개월내 추가도발할 수도”

    “北 수개월내 추가도발할 수도”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수개월 이내에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로버트 윌러드 미국 태평양 주둔 사령관이 1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윌러드 사령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연 ‘아·태 지역 안보 유지와 안정’이라는 주제의 간담회와 외신기자클럽 회견에 참석,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주요한 우려사항”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이 단시일 내에 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에 제2 미사일 기지를 완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도발적 행동들과 북한 권력승계 과정의 복잡한 성격을 종합해 볼 때 북한 미사일은 점증하는 글로벌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윌러드 사령관은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 기지의 구체적인 장소와 능력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윌러드 사령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문제를 둘러싼 평양의 정치상황을 언급하며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김정일에서 아들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와 지도자 수업이 압축적인 일정으로 강제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 뒤 “수년이 아닌 수개월 안에 또 다른 도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윌러드 사령관은 지난해 3월 천안함 공격과 11월 연평도 포격이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 차원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추가 도발을 하면 중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대통령 암살 시도와 청와대 습격 시도, 여객기 격추, 재래식 공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했기 때문에 향후 어떤 형태로 도발할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밝히고, “북한의 다음 도발에 대한 한국의 인내심은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윌러드 사령관은 또 오는 28일 시작되는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연습은 양국 군대의 전투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방어위주의 연례 훈련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귀엽고 결이 고운 日 공업디자인의 비결

    귀엽고 결이 고운 日 공업디자인의 비결

    일본 산업디자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기금, 주한일본대사관이 ‘화(和)-일본 현대 디자인과 조화의 정신’을 주제로 디자인전을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순화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연다. 21세기 최첨단 기술과 전통의 맛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161점의 전시품을 통해 보여주는 자리다. 일본식 ‘화’ 스타일의 배후에는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있다. 흔히 쓰는 일상적인 공예품에서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 뒤 이를 ‘민예’(民藝)라 부른 뒤 1930년대에 민예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 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첨단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전통에 기반한 수공업적인 느낌이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전통 조화시킨 멋 이런 민예 사상은 그의 장남이자 일본 공업디자인 1세대로 꼽히는 야나기 소리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의 1956년작이자 지금도 생산되어 널리 쓰이고 있는 ‘나비 의자’는 흔히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요란스러움이 전혀 없는, 간결하고도 편안한 맛이 풍겨져 나온다. ●전통도시락서 전기밥솥 디자인 빌려와 일본 디자인 사이트 부관장이자 이번 전시 큐레이터를 맡은 가와카미 노리코는 “지금까지 축적된 대기업이나 소기업의 제조기술을 미래에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라는 게 요즘 일본 디자인계의 화두”라면서 “그런 만큼 전시 제품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 아래 50년 이상 꾸준히 만들어지고 실생활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 덕에 핀 같은 일상의 작은 소품에서부터 닛산 미쓰비시 같은 자동차 디자인은 물론, 신칸센 고속열차(물론 모형이나 화면) 같은 덩치 큰 물건들까지 골고루 배치됐다. 전통을 어떻게 되살리는가는 간단한 생활용품류에서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가령 전기밥솥은 얇게 자른 삼나무로 만들었던 일본 전통 도시락에서 디자인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청주의 나라답게 전통 청주잔과 병을 세련된 도기나 주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161개 작품은 귀여운, 공예적인, 결이 고운, 감촉이 있는, 미니멀한, 사려 깊은 등 일본을 상징하는 6가지 형용사를 기준으로 분류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가장 중요한 결정은 중년에게 맡겨라”

    그들은 오나가나 퇴물 취급받기 일쑤다. 직장에서는 단물 빨린 껌 신세로 해고 위협에 노출되고, 집에 돌아오면 다 커버린 자식놈들이 말 안 통한다며 문 걸고 입 다문다. 게다가 기억력은 점점 깜빡깜빡해진다. 자동차 열쇠 손에 쥐고서 열쇠 찾는다며 여기저기를 뒤지곤 하니 가끔 스스로도 불안할 때가 있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다. 중년의 뇌는 쇠퇴하며 그 인지 기능은 20대보다 못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 의학전문기자 바버라 스트로치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으며 선언하듯 외친다. “가장 중요한 결정은 중년에게 맡겨라. 패턴 인지, 어휘, 귀납적 추리, 공간 감각에서 최고 수행력을 보인 사람들은 중년이다. 그들의 뇌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김미선 옮김, 해나무 펴냄)는 중년 예찬론, 더욱 구체적으로는 ‘중년의 튼튼한 뇌 예찬론’이다. 스트로치 역시 책을 쓰던 당시 56세였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경험의 축적-흔히 지혜로 표현되는-과 같이 실체 모호한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 조사 결과물로 뒷받침한다. 펜실베이니아주 연구팀은 1956년부터 40년 넘게 ‘시애틀 종단연구’를 진행했다. 20~90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어휘 ▲언어 기억 ▲지각 속도 ▲계산 능력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 등 6개 범주에 걸쳐 똑같은 조사를 7년 간격으로 벌였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다른 어떤 나이대보다도 40~60대, 이른바 중년에 최고의 수행력을 보여줬다. 흔히 가장 좋을 것으로 여겨지는 20대 성적표보다 훨씬 좋다. 특히 어휘,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 등 네 범주에서는 월등한 수행력을 보였다. 심리학자인 셰리 윌리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지능에 관한 순진한 이론들과 달리, 고차적인 인지능력 발달 면에서 청년기는 절정기가 아니며, 중년 사람들은 본인의 25살 때보다 더 뛰어난 수행력을 보여줬다.”고 발표했다. 책은 자원 봉사, 이웃과 친교 등 사회적 활동이 중요하고, 외국어 또는 악기 연주를 배우는 등 끝없이 새롭게 ‘인지의 달걀’을 일깨워 주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결론짓는다. 중년의 그들을 옷 벗겨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그들의 에너지와 지혜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앞서 뛰어난 뇌를 가진 중년, 그들의 자각과 자신감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생명의 窓] “복 많이 받으세요”/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생명의 窓] “복 많이 받으세요”/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지난주 설을 보내며 서로 주고받는 덕담 중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복 많이 받으세요.”일 것이다. 요즘은 더욱 구체적으로 “돈 많이 버세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홍콩 사람들의 경우 설 인사가 “쿵하이팟초이”(恭賀發財)다. 새해에 재산이 불 일듯 일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복 받는 일’이 결국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짐을 뜻하는 말로 쓰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런데 ‘복’이라는 것이 이런 경제적 풍요로움만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너희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누가복음 6:20)고 했다. 부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경계하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 부에 대한 집착을 끊고 자유스러워진 삶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에서 사는 복된 삶이라는 뜻이 아닐까? 유교에서도 소인배가 탐하는 이(利)가 아니라 군자가 추구하는 의(義)를 이상으로 삼기 때문에 외적 빈부에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의롭게 살다가 어쩔 수 없이 가난해진다 해도, 이런 청빈(淸貧)이야말로 참된 청복(淸福)의 근원이라 가르친다. 종교사를 통해서 볼 때 여러 종교에서 재물을 탐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있는 재물이라도 이를 뒤로하고 이른바 ‘자발적 가난’으로 살아가는 것을 종교적 삶의 이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이나 성 프란체스코의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의 경우 본래 목수 일을 하며 번 재산이 있었는데 스스로 가난해졌는지 모르지만, 재산이 많은 어느 부자 젊은이에게 “가서 네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주라.”고 충고한 것을 보면 자발적 가난을 선호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요즘 우리 주위에서는 ‘잘살아 보자’를 종교적 목표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잘 믿으면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므로 남보란 듯 살려면 잘 믿으라는 것이다. 이런 자세를 가진 종교인들의 기준으로 보면, 어쩌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한 예수님이나 욕심·성냄·어리석음을 삼독(三毒)이라 가르친 부처님은 실수한 분들이다. 지금은 성경이든 불경이든 현실에 맞게 개정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종교를 이런 기복(祈福) 일변도로 받아들일 때 우리도 모르게 빠져들 수 있는 몇 가지 위험이 있다. 첫째, 우리가 가진 신앙은 나의 경제적 부를 축적하기 위한 한갓 수단으로 전락되고 만다.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결국은 우리가 두들기기만 하면 무엇이나 내놓는 복방망이나, 카드 넣고 단추 몇개만 누르면 곧바로 현금을 내주는 현금인출기로 둔갑하게 된다. 둘째, 가난은 잘 믿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어떻게 살든 결과적으로 가난하면 불편함뿐 아니라 이제 죄책감까지 감내해야만 한다. 셋째, 더욱 문제되는 것은 부함이 잘 믿은 덕이므로, 일단 부하게 되면 부를 모으면서 있었던 여러가지 부정한 수단까지 정당화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뇌물을 주어도 그것이 위에서 축복해 주시는 특별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무서운 일 아닌가.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주는 것 같은 ‘경제 활동’이라면 그것이 최우선의 과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빈익빈 부익부’, 철저히 천박한 자본주의적 재테크에 따라 땅 투기나 기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오로지 돈을 모으겠다는 일념으로 살고, 그것을 신이 내린 축복이라 여기는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종교인이라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냥 금송아지를 섬기는 사람일 뿐이다. 진정한 믿음의 사람이라면 금송아지에 목을 매고 사는 대신,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또는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라.”(마태복음 6:25)고 한 예수님이나,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빌립보서 4:11~12)라고 한 바울, 모든 욕심을 버리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참된 복이 오는 것 아닐까?
  • ‘아이들’ 주연 박용우 집중탐구

    ‘아이들’ 주연 박용우 집중탐구

    1991년 3월 뒷산에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던 대구의 초등학교 어린이 5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11년이 흐른 뒤인 2002년 9월, 아이들은 차가운 유골로 돌아왔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1986~91년),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1991년)과 더불어 3대 미제로 꼽히는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이 17일 개봉한다. 화성과 이형호군 사건을 각각 다룬 ‘살인의 추억’(2003년·525만명)과 ‘그놈 목소리’(2007년·314만명)가 흥행은 물론, 공소시효 논란을 부각시키는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기에 이 영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조작한 사실이 탄로 나 대구로 좌천된 야심만만한 젊은 PD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특종을 낚아 서울로 복귀할 꿈을 꾸는 강지승 PD(박용우)가 ‘한 아이의 부모가 유괴를 가장해 아이들을 죽인 뒤 집에 암매장했다’는 황우혁(류승룡) 교수의 주장에 솔깃해 하면서 영화의 심박수는 빨라진다. 시사회 이후 평은 엇갈리지만 박용우(40)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특종에 눈이 먼 PD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용의자와 육탄전을 벌이는 가장까지 폭넓은 감정의 진폭을 소화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용우’를 집중 탐구해 봤다. 연기파 배우 박용우 →영화 전반부의 출세에 눈이 먼 강 PD와 후반부의 강 PD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어떻게 이해했나. -이중적인 느낌이라 더 좋았다. 개인적인 욕심을 드러내는 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의 얘기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딸의 납치를 겪으면서 자신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같은 일을)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걸 느꼈을 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게 흥미로웠다. →성지루, 성동일, 류승룡, 김여진 등 연기파들이 나온다. 주연의 부담은 덜했나. -장단점이 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안 해도 되는 건 좋다. 에너지를 축적시키고 있다가 터뜨릴 때에만 터뜨리면 된다. 하지만 신경 쓸 일도 많다. (상대 배우들의) 감정들을 다 받아주고 전체적인 내용을 분석해서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영화를 15편쯤 했다. 가장 몰입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10초쯤 생각한 뒤) ‘혈의 누’(2005) 캐릭터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2002년 ‘스턴트맨’이라는 영화를 85%쯤 찍다가 엎어진 뒤로 섭외가 끊겼다. 그러다가 낯설고 개인적으로도 싫어했던 TV 사극 ‘무인시대’(2003)를 찍었다. 아이러니하게 이걸 계기로 영화를 다시 찍게 됐고, 상도 받았다. →신인도 아닌데 ‘혈의 누’가 왜 힘들었나. -캐스팅되면서 각오가 남달랐다. 그때만 해도 배우는 연기로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감독과 대화를 안 했다. 촬영 전날 밤 잔뜩 준비해 감독님을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을 했다.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자 감독님이 화를 내더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며 호통을 치셨다. 기술시사에서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혼자 튀려고 했던 거다. 4번 타자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헛손질만 한 격이었다. →많은 변화가 있었겠다. -‘혈의 누’ 이후 감독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내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작품을 위해 배우가 존재한다는 걸 비로소 느꼈다. 톱클래스와 주연급 사이 →실제 성격과 가까운 캐릭터는. -과거 시점으로 보면 ‘핸드폰’(미소를 잃지 않는 대형 할인매장 모범 사원이지만 쉽게 상처 입고 돌변하는 이중적인 캐릭터)의 역할과 가깝다.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많았다. 상대의 작은 몸짓에 며칠씩 고민했다. 지금은 ‘혈의 누’ 캐릭터에 가깝다. 살인마란 얘기는 아니다.(웃음) 차분하게 팩트를 갖고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 해매는 부분이 비슷하다. →1997년 데뷔작 ‘올가미’부터 주연급이었는데 톱클래스란 느낌은 안 든다. -죄송하다.(웃음) 폭발적인 흥행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톱클래스 아니라고 해서 마음에 담아두는 건 아닌가. -솔직히 그 질문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다 인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안다. 요즘 톱클래스는 원빈, 강동원처럼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 아닌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 거다. 마음속 톱클래스는 따로 있는 거고…. →마음속 톱클래스는 누구인가. -너무 어두운 영화를 고집하는 걸 빼면 량차오웨이(양조위)다. 누구나 그를 톱클래스로 생각할 거다. 깊이 있는 연기자이면서 스타다. 그의 눈빛은 정말 너무 닮고 싶다. →목표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하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나. -‘배설’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안으로 삭이는 것 말고 많이 행동하고 터뜨렸으면 좋겠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열린세상] 지역사업 충돌 중앙정치권이 결단해야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지역사업 충돌 중앙정치권이 결단해야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지역 간 경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느 지역이나 자기이익을 추구하므로 서로 경쟁하기 마련이다. 이왕이면 우리 지역에 행정수도나 과학벨트나 신공항을 유치하고, 반대로 쓰레기소각장이나 화장장이나 폐기물처리장은 다른 지역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지역 간 경쟁을 중앙정치 차원에서 조정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앙의 권위적 조정이 없다면 지역이기주의의 각종 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거버넌스를 엉망으로 만들 것이다. 난제는 지역끼리 경쟁하는 사안에 중앙정치가 무조건 개입하기보다는 원만히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조정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지역적 경쟁 현안은 승자가 혜택을 독식하게 돼 윈-윈 협력이 어렵다. 중앙정치권이 무턱대고 덤벼들 경우 조정은커녕 중앙정치권도 심한 갈등에 휘말려 전국적 교착에 빠지기 십상이다. 중앙정치권 전체가 나서 집단대결을 하기보다는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인들만 개인수준에서 관여할 때 좀 더 원만한 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작년에는 세종시 건이 지역 간 갈등을 전국 규모의 대결로 확대시키고 한동안 국정을 마비시켰다. 올해 들어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려는 각 시·도 간의 충돌이 또다시 전국을 회오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대통령, 각 정당, 각 시·도마다 제각각 다른 입장으로 대치하고 있어 실마리가 안 보인다. 과학벨트만큼은 아닐지라도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다투는 부산 대 나머지 영남권의 제로섬 경쟁도 전국적 파괴력을 지닌 정치적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특정 지역에 배타적 혜택을 주는 국책사업이 그 밖에도 한둘이 아닐 텐데 이러다가는 앞으로 매번 정치권 전체를 격랑과 수렁에 빠뜨릴 것 같다. 지역 간 경쟁이 전국적 충돌로 커지는 이면에는 한국정치의 고질병 두 가지가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정파적 집단주의다. 현안마다 정당들은 집단주의적 대립구도를 형성하기 때문에 개별 정치인은 자율성을 신축적으로 발휘하지 못한다. 집단끼리 ‘모 아니면 도’ 식의 전면전을 벌이는 가운데 정치권 전체가 갈등에 빠지게 되어 융통성 있는 조정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고질병은 지역 간 경쟁 사안에도 어김없이 전국적 교착을 가져온다. 정파적 집단주의에 지역주의라는 두 번째 고질병이 합해지면 상황은 최악이 된다. ‘3김 시대’가 끝난 오늘날에도 한국정치는 지역주의에 지배받고 있다. 유권자도, 정치인도 정책현안을 지역주의 관점으로 보는 탓에 사회 전체를 위한 합리적 결정은 곧잘 희생된다. 과학벨트나 신공항 관련 결정이 곧 지역주의 구도의 판세를 좌우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 지형을 결정짓는 것으로 인식되니 모든 집단이 일방적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한다. 정책 안건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원만하게 조정돼 정책결정으로 이어지는 곳도 있고, 전국적 대결과 교착으로 흘러가는 곳도 있다. 미국의 경우, 지역이기주의가 여느 나라처럼 팽배하지만 관련 정치인들, 해당 지역들 간의 거래와 합의로 무난히 조정되는 편이다. 담합의 위험성은 있지만 지역경쟁이 전국대결과 국정마비를 초래할 여지는 별로 없다. 정파적 집단주의와 지역주의가 그리 심하지 않은 덕이다. 과학벨트나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을 해결하려면 중앙정치 차원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종시나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보여주듯이 소위 객관적이라는 전문가들도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최적의 입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나 공식이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전문가도 정파적·지역주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중앙정치권의 결단에 달렸다. 그러나 전국 수준의 집단주의적 대결로 결정이 나선 곤란하고 사안에 큰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인들의 차분한 계산, 협상, 토의를 통해 결론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방식도 자칫 부분적 담합으로 가 전체 공익을 깰 우려도 있지만, 지역사업마다 전국적 충돌이 발생해 국정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유념해야 할 지향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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