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축적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입장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첫 수출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결성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ai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893
  • “방사능 풍문 따른 휴교, 무지의 소치”

    “방사능 풍문 따른 휴교, 무지의 소치”

    “교육감님에게 전화라도 걸까 싶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추적추적 ‘방사능비’가 내린 7일 오전, 서울 한양대 공과대학에 있는 서울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만난 이재기(61)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방사능 피폭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불안 심리가 가시지 않아 문제”라며 이날 경기도교육청이 재량휴교 공문을 돌린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12명 밖에 없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유일한 한국인 위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회 있을 때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재량휴교령까지 내렸다. 과학자로서 답답하지 않은지. -유의할 만한 위험이 있으면 재량권에 따라 학생 보호를 위해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기회있을 때마다 후쿠시마 원전과 1000~1100㎞ 떨어져 있고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비행기로 10시간만 이동해도 우주방사선 때문에 0.2mSv 피폭량이 는다. 그런데 이번 일본 원전사태로 국민들이 피폭될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선량이 연간 0.1mSv다. 그런 미미한 수준인데 국민들은 점점 더 위험한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과민반응이다. 풍문만 갖고 휴교하는 건 학생들로 하여금 ‘정말 위험하구나.’ 인식하게 한다. →방사성물질이 몸에 묻어도 샴푸나 비누로 깨끗이 씻긴다고 했는데. -오늘 비에는 방사능뿐만 아니라 황사 성분도 들어가니 당연히 샤워해야 한다. 옷이 비에 젖거나 피부에 닿았더라도 방사능 피폭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워낙 의미 없는 농도이기 때문에 샤워하면 방사성물질은 전부 제거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수습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근거로. -원자로가 정지되고 나면 핵분열은 나지 않는다. 이제 방사능 에너지가 잔류열인데, 잔류열이 원자로가 바로 서고 난 뒤에는 정상 출력의 6.6%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은 200만㎾짜리인데 6.6%면 13만㎾ 정도 된다. 이 정도면 꽤 많은 열이다. 라면 끓이는 전기 히터가 보통 2㎾이니 그런 게 6만개가 들어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식혀줘야 하는데 그걸 못해 핵연료가 녹는 건데, 이번처럼 발전소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진행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사실은 며칠 안 가서, 얼마 못 가서 원전이 ‘붕괴’되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천천히 진행됐다. 거진 한달이 다 돼가는데 그 열이 점점 준다. 하루 지나면 그 열이 10분의 1로 준다. 원래 6.6%였던 게 0.8% 줄고, 그 다음에는 더 천천히 준다. 현재 원자로에 남아있는 열이 5000㎾ 정도 될 것이다. 초기에 비해 엄청 준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로 바닥이 녹고, 압력 용기가 녹아 밑으로 뚫고 들어가는 그런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려면 벌써 일어났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일이 초기에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그리고 이미 원자로 내에 물이 들어갔다. 들어갔으니까 더이상은…. 물론 경계하는 것은 물이 없을 때는 괜찮았는데 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수소폭발처럼 다시 수소가 발생하고 또 어떤 2차 폭발이 있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데. 일단은 원자로 속에 물이 들어가 있고. 물론 핵연료가 녹아있고 부서져 있겠지만 일단 그런 것들을 덮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또 수소를 발생시키려면 1200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 같고. 특별하게 더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환경에서 나오는 방사능도 줄어든 형태이고,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식품 방사선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샘물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산물이 오염됐을 때 어느 정도까지 소비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비상시에 적용하는 기준이 있다. 일본은 다행히 국토 일부만 오염됐지만 재수가 없었으면 국토 전체가 오염될 수 있었다. 방사능 농도가 조금 높더라도 위험을 조금 더 감수하고라도 식품을 소비해야 하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비상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영향을 받지만 비상시라고 보지는 않으므로 여전히 평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식품 기준은 식품의약청 기준이 있고 국제 협약으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이 있다. CODEX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만들었는데 유럽 국가들이 방사능 날아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지고, 상대적으로 더 오염된 나라에서 자란 농산물을 다른 나라들이 수입 안하려는 것이었다. 실제 영향은 미미한데도 방사능 조금만 검출되면 수입 안하겠다, 이렇게 되니까 무역 분쟁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국제적으로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보다 낮으면 무역 거부를 할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아직까지는 권고로만 돼 있다.국제 협약이라는게 국가마다 이해하는 것이 다르니까, 체르노빌 영향 때문에 토지가 더 오염된 나라는 기준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고 할 것이고, 오염이 덜 된 나라는 더 낮추려 할 것이고…. 서로 합의가 잘 안 돼 강제 규정이라기보다 그냥 권고 수준으로 돼 있는, 그런 의미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일본 사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CODEX 기준에 맟추고 하는, 그런 기준은 전혀 안되니까 문제는 없다. 다만 이제 일본에서 수입되는 농·수산물이 오염된 것이 들어올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다. 당연히 일본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이미 오염이 심한 지역의 농·수산물은 반출을 금지시켰다. 마찬가지로 원자로 자체가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나면 전국의 토지 오염도를 다 조사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느 수준 이상이 되는 지역에서는 무조건 경작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방법들이 있다. 세슘은 토양에다 칼슘 같은 것, 석회석을 많이 뿌려주면 칼슘하고 세슘은 화학적으로 성질이 비슷하니까 토양 속에 칼슘이 많아지고, 어차피 식물은 칼슘이나 세슘 모두 필요한데 많이 빨아들이면 세슘의 농도가 약해진다. 희석 효과가 있다. 그렇게 되면 세슘에 토양이 오염되더라도 농산물의 방사능은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갈 수 있고. 그런 것은 일본이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세울 것이다. 어류들이 동해로, 남해로 들어오고 오염된 수산물이 잡힐 수도 있지 않나 이런 건 수산하시는 분들이 어류 이동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바다로 나간 방사능이 꽤 되긴 하지만 넓은 범위까지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라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좁은 해역은 어차피 어업이 제한될 것이고 그밖에 영역의 어류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식약청 기준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비상시 기준이다. 비상시 기준이라 조금 높고 CODEX 기준과 비슷하다. 하나가 먹는샘물이라고 돼있지 않고 염지하수라고 돼있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만든 배경을 살펴보니 제주도에서 식수가 모자라니까 관정을 해서 지하수를 퍼서 쓰는데 바닷물이 들어와서 염분이 많이 있는데 그 물에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하더라. 제주도 지하수에만 해당되고 육지 지하수에는 특별한 기준이 아직 없는 셈이다. 제주도 지하수에만 적용하는 기준이라 해도 너무 턱없이 낮다. 왜 그렇게 낮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왕 말이 나왔을때 유관 부처들이 다시 검토를 해서 정립을 하는 것이, 그러니까 평시 기준과 비상시 기준을 맞춰서 정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한 것이다. →어제(6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국내 방사선 영향’) 토론회에서 일본과 2005년 방사선 비상 진료 합의회의에서 약속한 바를 일본이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종순 인제대 의대 핵의학과 교수가 지적했는데 민간기관끼리의 양해각서(MOU)니까 지바현에 있는 기관 NIRS와 한국 방사선보건연구원의 문제이고 그걸 왜 안했느냐고 하는 것은 글쎄, 의무는 아니라고 본다. 심각한 사고가 나면 IAEA 협약에 따라 즉각 해당 국가에 통보를 강제할 수 있게 돼 있다. 두 기관이 앞으로 관계를 끌고 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적어도 정부간 채널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나. -관점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의 상황이 비상이 아니다. 매뉴얼대로 하면 되고 정부가 별로 할 일이 없다.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까 측정 주기도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하고 일주일에 한 번 하던 공기필터 교체는 매일 하는 등 감시 활동을 증가시키고 바로바로 알리는 활동 정도는 해야 한다. 더이상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할 일은 없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업무를 떠넘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모든 걸 KINS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식으로 불똥 튈까봐 너무 염려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정부는 비상상황이 아니고 원래 국가방사선방재계획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다. →청와대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한 것도 ‘헛소동’이라고 보는 건가. -과민반응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적절하게 사태에 맞춰 대응해야지. 실태는 요만큼인데 이렇게 키워서 대응하면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 일이 나중에 돌아보면 일어나지 않는가. 체르노빌 사고때 독일이 원래 반핵 기질이 강하지 않은가. 방사능이 날아온다고 하니까 정말 난리가 났다. 국토도 일부 오염됐지만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1986년 한해에 독일인들이 평균적으로 더 피폭된 방사선량이 0.2msv로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워낙 시끄럽고 하니까 옛서독의 임신중절 건수가 전년보다 4000건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사실 단 한 명도 방사선 때문에 죽지 않았는데 풍문만 믿고 공포심에 소중한 아이들 4000명이 희생된 것이다. 후쿠시마와 우리가 1000~1100㎞ 떨어져 있고 옛서독과 체르노빌 거리가 비슷하고, 그런 과거의 경험이 가장 좋은 실험이 된 셈이며,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는데 너무 펄쩍펄쩍 뛸 이유가 없다. →일본이 이번에 축적한 원전사고 대응의 노하우를 우리가 어떻게 전달받고 공유해야 하는지 중요한 과제가 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노하우라고 특별하게 숨길 정보라고 보지 않는다. 일본은 기록문화가 뛰어난 국가니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주 좋은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정말 배워야 할 교훈,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교훈을 우리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워낙 우리 원자로 노형과 다르기 때문에 고쳐야 할 점이 많이 없었는데 스리마일 사고 때는 우리 발전소에 굉장히 많이 소급적용을 해서 문제점을 바로잡았다. 일본 발전소가 우리와 유형은 많이 다르지만 많은 공통점도 있으니까 많은 액션 플랜이 나올 것이니 우리 발전소에 필요한 것을 선별해서 조치할 것이다. →일본 정부나 일본인들이 자존심 때문에 (정보 공유를) 주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원자력 안전에 관해선 정보를 공유한다는 게 소위 패러다임이고 만약에 안하면 IAEA에서 압력을 가할 것이다. 더욱이 IAEA 사무총장이 일본인이니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글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인터뷰 동영상은 8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의 ‘TV 쏙 서울신문’ 방영.
  • “올해·내년 한국성장률 4.6%”

    아시아개발은행(ADB)은 6일 발표한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4.6%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5.0%)보다는 낮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4.3%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ADB는 올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집중돼 물가가 3.5% 상승한 뒤 내년에는 통화긴축과 유가·곡물가의 상승폭 둔화 효과로 인해 다소 완화된 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ADB는 “유가 및 곡물가 상승과 같은 공급 측 요인은 물론 총수요 측 요인도 물가를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여기에다 실질성장률이 작년 1분기부터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고 있어 통화정책도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상 최악의 동일본 대지진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거리엔 다시 제멋대로 현수막·간판… ‘디자인 서울’ 뒷걸음”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거리엔 다시 제멋대로 현수막·간판… ‘디자인 서울’ 뒷걸음”

    지금껏 진행한 인터뷰 중에서 “안타깝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들은 적이 있었나 싶다. 서울시 출입 기자로 처음 만났던 4년 전부터 줄곧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 줬던 권영걸(60·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2시간 동안 이 말을 십수번 반복했다. 2007년 초대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장으로 2년간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자신이 떠난 뒤 정체된 데 대한 아쉬움과 울분, 심지어 불쾌함을 갖고 있는 듯 느껴진다. 권 교수는 최근 무려 저서 5권을 한꺼번에 냈다. 사실 그를 만나 왕성한 집필력에 대해 들어볼 참이었다. 아직 공직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일까. 대부분의 시간을 책 홍보보다는 2년간 서울시에서 보낸 공직생활, 공공 디자인의 앞날을 풀어놓는 데 할애했다. ●40년 만에 맞은 디자인시대 “대학 다닐 때 많은 교수님들이 그랬어요.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하면 디자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사실 올 것 같지도 않았고, 오지도 않았죠. 40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야 그런 시대가 왔고, 그 중심에 제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권 교수는 ‘디자인 서울 사업’의 핵심이 된 당시를 이렇게 소회했다. “서울시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지고, 역사의 켜가 쌓인 이야기가 있는 도시입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시민이 많은, 지식 총량이 아주 큰 도시이고요. 이런 기반이 있으니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고, 적용하면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죠.” 그런 확신을 정책에 녹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본부장 취임 전 서울시 관계자 3명에게 조언을 듣고, 오세훈 시장의 취임사부터 온갖 신문, 방송 인터뷰를 섭렵했다. 임기 2년을 압축적으로 활용하려면 시장의 의중을 꿰뚫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취임 후 첫 한 달은 직원들에게 인사를 다니는 대신 방 안에 틀어박혀 ‘정책의 길’을 찾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 다음 3개월은 간부회의에서 각 국실이 보고하는 내용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충고하면서 실력을 보여 주고, 이후 6개월은 도덕성으로 신뢰를 얻었다. 서울시는 어떤 사업이든 주변에 많은 업체들이 있고, 그 업체들과의 관계에서 추호의 잡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소위 ‘1-3-6 전략’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실력과 신뢰를 쌓았다. “오 시장도 많은 역할을 해주었죠. 총괄본부장을 부시장급으로 두면서 힘을 실어주고, 모든 사업을 디자인의 렌즈와 언어로 보라고 강조하면서 서울시 행정에 디자인을 접목할 바탕을 탄탄히 잡아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다시 원점이 된 듯한 느낌이라는 게 그 한숨의 근간이다. ●“디자인 서울 어디 갔나… 한숨만” 디자인 도시의 허브가 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나 시민의 쉼터가 되는 광화문광장 등 수백억원이 들어간 큰 사업을 많이 했지만 그가 무엇보다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는 것은 ‘디자인 거리 사업’이다. 서울시 안에 디자인 거리 50곳을 결정하고, 이 거리를 정비하는 기간으로 3년을 투자했다. “거리는 중요한 곳입니다. 시민이라면 단 하루도 피할 수 없는 공간이 거리거든요. 이 거리를 걷고 싶게 만들고, 머물고 싶게 하면 문화가 소통되고, 사람들이 몰리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는 것이죠.” 디자인 서울 사업에 열중하는 한편 ‘되돌아가지 않는 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매진했다. 공공건축, 공공공간, 공공시각매체 등 5개 분야에서 규제와 권장을 엄밀하게 규정했고, 2008년부터 적용했다. 많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울시는 도시 디자인 측면에서 변화를 이루어 냈다. 2007년 10월에는 세계 디자인단체 총연합회가 지정한 ‘2010 세계 디자인수도’로 선정됐고, 서울역 첨단미디어 버스 정류장은 ‘2010 IDEA 디자인어워드’와 ‘iF 디자인어워드’, ‘레드 닷(Red dot)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다.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휩쓴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서울의 거리를 보면 ‘울분’을 느낀다고 했다. “현수막은 다시 걸리기 시작했고,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은 간판도 나타나고 있어요. 길에 놓인 시설물들은 관리되지 않고, 길 안내 사인 표준색상도 완전히 무시되고 있지요.” 그는 “선진도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3년, 5년, 10년, 그 이상의 흔들림 없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실종된 듯한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오히려 지방에서는 공공디자인 붐이 이는데, 서울에서는 식었다. 먼저 시의 의지가 질책받아야 하고, 디자인 가치에 대해 덜 생각하는 시의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끊임없는 저술… 방점은 ‘사제동행’ “차라리 서울시에 계속 남아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잘라 말한다. “2년 동안 서울시에서 야전생활을 하면서 내가 ´형질변경´이 될까봐 걱정했어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죠. 이제는 외곽에서 공간 디자인이라는 언어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그 큰 발자국은 ‘공간 디자인의 언어’로 세상에 나왔다. 2001년에 낸 ‘공간 디자인 16강’의 후속편인데, 그동안 배출한 직계제자 중 대학 전임교수 40명과 함께 썼다. “맹자는 군자삼락 중 세 번째 즐거움은 ‘득천하영재이교육(得天下英材而敎育)’이라고 했습니다. 천하 영재를 얻어 가르치고 배출하는 게 즐거움인데, 이런 복을 누리고 있으니 이젠 나눠야죠. 제가 틀을 만들고 각자의 연구 영역을 미시적·입체적으로 썼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한 덩어리가 돼서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 학문의 으뜸이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제동행’이고 그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이 책과 함께 ‘공공디자인행정론’, ‘컬러 프랙티쿰’, ‘쉬운 색채학’, ‘리더는 디자인을 말한다’도 냈다. 이 중 ‘리더는’은 유일한 실용서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디자인은 낭비이고, 겉치레이며 전시행정이라는 등 오해와 편견이 난무한 모습을 보며 집필을 결심했다. 세계적인 리더들이 디자인에 대해 어떤 사고를 했고, 국가·도시·기업 운영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보여 주는 책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설득력을 담고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명사 100여명이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했는지 연도까지 밝혔다 원점으로 돌아가자. 그는 대체 왜 이렇게 활발하게 저술활동을 하는 것일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를 떠올린다. 당시 교수들 사이에는 ‘책을 낼 것이냐, 짐을 쌀 것인가’라는, 교수에게는 협박과 같은 말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이 잠재의식에 박혀 교수 생활을 한다는 것은 늘 책을 쓰고, 논문을 낸다는 것이 옳다고 돼있다고 했다. 그렇게 1986년에 첫 책을 썼고, 25년 만에 서른 번째 책을 출간했다. 여기서 끝일까. 그는 3권을 더 준비 중이라고 했다. 어떤 책인지 궁금증이 일어 재차 묻자 “제목이나 내용은 비밀이지만 1권은 국민 디자인 도서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마도 그의 서른한 번째 책은 서울시가 아닌, 대한민국을 겨냥한 거대 담론이 아닐까.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권영걸 교수는 ●195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공업디자인 학사·미 UCLA 대학원 디자인 석사·고려대 대학원 건축공학박사 ●1979년부터 동덕여대·이화여대 교수를 거쳐 현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서울대 미술대학 14~15대 학장 ●2007~2009년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역임 ●황조근정훈장 수훈 ●현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인터뷰 동영상은 8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의 ´TV 쏙 서울신문´ 방영.
  • [열린세상] 맞춤치료 맞춤예방/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맞춤치료 맞춤예방/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같은 용량의 약물을 복용해도 약물 반응 정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인종에 따라 남녀 간에도 차이가 많이 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시판되는 약물의 반 정도가 약효를 보이지 못하는데,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차이가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한다. 맞춤의료는 높은 의료 비용과 낮은 치료 효율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질병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정보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의료 분야다. 2008년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회의는 맞춤의료를 ‘환자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라고 정의했다. 이미 2007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에 ‘유전체와 맞춤의료법’을 발의한 바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 쿠퍼스에 따르면 2009년 2320억 달러 규모였던 개인 맞춤의료 시장은 2015년까지 약 452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방암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이나 소세포 폐암의 이레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현재 미국 식약청이 승인한 약물 중에서 사전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약제가 6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맞춤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맞춤예방이다. 맞춤예방은 개인별 질병 발생의 원인을 찾아내고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한 사람은 더욱 건강하게 하고, 그리고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그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찾아내 예방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지난달 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아시아코호트연합체(ACC)에 참여하는 아시아 7개국에서 수집된 114만명의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만과 사망률의 관계에 대한 연구다. 비만지표로 가장 손쉽게 사용되고 있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체지방지수가 세계보건기구의 과체중 기준인 25를 넘기는 경우에도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아 비만도와 사망 사이에 인종 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적정 체중의 권고 기준을 인종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유방암 발병에 음주가 관여한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여성이 그러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이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음주를 하는 모든 여성에게서 위험도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서만 위험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 음주에 따른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모든 여성에게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알코올 반응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천차만별이다. 또 다른 예로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된 제14차 ACC 회의에서 유전체학의 세계적 대가인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 하나시 박사는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의 폐암과 매일 두갑 이상을 흡연한 폐암환자의 혈액을 비교했다. 세포신호 전달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의 폐암에서만 변이가 높게 발생한다고 보고, 개개인의 유전자 차이와 흡연 간의 상호관계를 발표했다. 맞춤예방 분야에서 현재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가 개인별로 질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방암은 초경이 빠를수록, 폐경이 늦을수록, 첫아이를 늦게 가질수록 발생이 증가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특성들을 조합해 개인별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까지를 포함해 환경 요인과 유전자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위험도 예측 모델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전장 분석 결과에 대한 임상적인 근거가 부족해 정상인에게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향후 많은 결과가 축적돼야 한다. 이에 대한 국가 단위의 연구 개발 투자도 증가해야 한다. 필요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건강백세를 앞에 두고 있는 미래 의학은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의 시대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 [Weekly Health Issue] (56) 방사성물질

    [Weekly Health Issue] (56) 방사성물질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국민 생활에도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대량 누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물질 때문이다. 벌써 국내에서도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이 전방위적으로 검출돼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방사성물질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어느새 막연하고 근거 없는 단계를 지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 없다.’는 정부의 호소도 먹혀들지 않는다. 방사성물질과 인체 건강의 문제를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한국동위원소협회) 교수로부터 듣는다. ●방사성물질이란 무엇인가.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뜻한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대표적으로, 우라늄·플루토늄·방사성 요오드 등이 있다. ●방사성물질은 몇 가지나 되며, 어떻게 분류하나. 방사성 동위원소는 모든 원소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방출하는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알파선·베타선·감마선 방출 핵종으로 나눌 수 있다. 예컨대 요오드는 안정동위원소인 요오드129, 베타선과 고에너지 감마선을 동시에 방출하는 요오드131, 저에너지 감마선을 방출하는 요오드125와 요오드123, 양전자와 베타선을 동시에 방출하는 요오드124 등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로 나뉜다. ●각 방사성물질이 생성되는 경로와 각각의 특성을 짚어 달라. 방사성물질은 원자로에서 핵 분열 또는 중성자가 원자에 들어가 만들어진다. 이런 방사성물질은 알파·베타·감마선을 방출하며, 이를 산업용이나 의료용으로 활용한다. 병원에서는 사이클로트론으로 양성자를 가속시켜 원자에 양성자를 넣는 방식으로 의료용 방사성물질을 만드는데, 의료용은 주로 짧은 반감기의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한다. ●이런 방사성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종류별로 설명해 달라.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드물며, 담배에 극미량이 들어 있다. 이런 알파선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종이 한장도 투과할 수 없으나 많은 양이 체내에 들어오면 주변 세포를 죽일 수는 있다. 베타선은 알루미늄 포일을 뚫지 못하나 체내에서는 주변 세포를 대량으로 죽일 수 있어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다. 감마선은 두꺼운 콘크리트 정도라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투과력을 가지고 있어 인체 영상진단용으로 사용한다. ●방사성물질의 기준치란 무엇이며, 이 기준이 안전에 대한 준거가 될 수 있는가. 세계보건기구(WHO) 규제치는 음료수 1㎏당 방사성 요오드 10Bq(베크렐)이지만 일본의 경우와 같은 원전 사고시에는 규제치를 300Bq, 비상시에는 3000Bq까지 허용한다.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암 치료용으로도 사용되는데, 이 경우 보통 10억∼70억Bq을 투여한다. 체르노빌 사고 때 반경 100㎞ 이내에서 방사성 요오드에 오염된 우유의 경우 성인에게는 영향이 없었으나 5세 미만의 영·유아는 1만명 중 1명에게서 갑상선암이 발생했다. 이때 섭취한 용량이 5만Bq 정도일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평소에는 환경기준을 엄격히 유지하되 비상시에는 인체에 영향이 없는 한계까지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모든 방사성물질은 반감기가 지나면 자연히 소멸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요오드131의 경우 반감기가 8일이어서 두달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소멸된다. ●이런 방사성물질이 기준치 이상 인체에 흡입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기준치 이상이라도 저용량에서는 전혀 증상이 없다. 연간 방사선 허용량 1mSv(밀리시버트)의 1000배가 넘을 경우 구역·구토가 있을 수는 있다. 이 정도의 용량은 사고가 난 원전 내부에서나 흡입할 수 있는 양이다. ●방사성물질에 노출됐을 경우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방사성물질은 몸에 축적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저용량이라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다. 고용량의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에 축적될 수 있는데, 이 경우라도 안정화 요오드를 미리 섭취하면 90%까지 축적을 막을 수 있다. 방사성 세슘도 마찬가지다. 예전 브라질에서 고용량의 세슘을 복용한 환자에게 치료용 ‘프러시안 블루’를 투여해 서둘러 배출시킨 사례가 있다. 저용량의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해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방사성물질로부터 안전하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정책적으로는 방사선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결과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현재 전국 100여곳에서 모니터링을 해 결과를 웹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잘 씻을 것을 권한다. 방사성물질은 잘 씻겨 나가므로 기준치 이상 오염된 물건이나 음식은 물론 피부나 의복도 오염이 의심되면 잘 씻어야 한다. 물론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있어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므로 오염된 의복이나 물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끝으로, 현재의 방사성물질 확산세가 이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방사성 제논의 경우 불활성 기체로, 빨리 확산되지만 사람이 흡입해도 흡수되지 않고 바로 배출돼 인체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방사성 요오드는 반경 100㎞ 밖으로는 퍼지기 어렵다. 모든 방사성물질은 자연 상태에서 희석되어 사라진다. 따라서 체르노빌에서처럼 일시에,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경우가 아니라 현재의 수준 정도라면 결코 위기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묻지마’ 요오드 과잉섭취는 오히려 독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요오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중요한 미네랄이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원전에서 누출된 물질 중에 요오드가 포함돼 사람들이 의아해합니다. 물론 미네랄 요오드와 방사성 물질로서의 요오드131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방사능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있습니다. 이 요오드가 필요하다고 중국에서는 소금이 동났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요오드는 일단 섭취하면 갑상선에 축적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방사성 요오드를 흡입해도 더 이상 갑상선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문제의 요오드는 대사 경로를 따라 배설되지요. 그러나 체내 요오드가 부족한 상태에서 방사성 요오드에 노출되면 갑상선이 이를 축적해 문제를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요오드를 식품으로 섭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1일 권장 섭취량을 성인은 150㎍, 임산·수유부는 240∼330㎍로 정해 놨습니다. 단, 요오드라는 게 과잉 섭취하면 갑상선 비대증이나 갑상선암 등 독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1일 섭취 상한선도 3000㎍으로 못박아 놨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다시마·김·미역 등 해조류와 어패류에 요오드가 많지만, 이를 아무리 먹는다 한들 방사성 요오드를 차단할 만큼의 요오드를 섭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미네랄 보충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시판되는 특정 영양제에는 요오드 성분을 강화한 제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방사성 요오드를 차단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런 전문의들의 조언을 소개합니다.“방사성 요오드가 걱정되면 요오드화 칼륨(Kl)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올 것 같지는 않으므로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jeshim@seoul.co.kr
  • [CEO 칼럼] 융합산업의 르네상스를 위하여/기옥 금호건설 대표이사

    [CEO 칼럼] 융합산업의 르네상스를 위하여/기옥 금호건설 대표이사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는 것이 있다. 15~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은 은행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후 여러 분야의 예술가, 철학자, 학자들의 공동작업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피렌체 공화국을 중심으로 전 유럽에 문화와 예술의 부흥기,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 이처럼 ‘메디치 효과’는 서로 관련이 없는 것들이 결합해 뛰어난 작품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것을 말한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르네상스 시대의 성공을 이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다양한 분야 간의 결합, 즉 ‘융합’(融合)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수세기 전 르네상스 시대의 태동을 이끌었던 ‘융합’이라는 개념이 21세기 경제·산업 분야의 새 화두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1세기 세계경제는 ‘융합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융합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융합기술을 국가적 최우선 사항으로 규정하고, 정부 주도하에 청정에너지기술과 최첨단 자동차 원천기술, 의료 정보기술 개발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역시 의료,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몇년 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미래는 융합기술에 달려 있다.”고 했으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한국의 미래 경제는 융합만이 살 길이며, 융합시대에 정부와 민간 모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우리의 융합산업도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 아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주도하에 발의된 ‘산업융합촉진법’이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공포돼 하반기 시행에 들어간다. 한국산업융합협회와 같은 민간 연구기관의 설립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도 긍정적이다. 건설업은 인간이 영위하는 모든 삶과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므로 융합산업 시대의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본다. 건설업이 창조한 융합산업의 대표적인 생산물이 ‘u-시티’(ubiquitous-city)다. u-시티는 건설, 가전, 문화 간의 융합(컨버전스)을 실현하는 21세기 한국형 신도시다. 최근 건설되고 있는 u-시티에는 첨단 정보기술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태양광 발전, 친환경 자재 등 자동차,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기술이 실현되고 있다. 우리의 삶과 공간을 창출하는 건설업에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융합기술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증거이다. ‘녹아서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를 가진 융합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이종(異種) 간의 융합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각 종(種)이 배타적인 속성을 버리고 하나로 결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존에 칸막이식으로 구분된 산업의 틀과 각 산업이 갖고 있는 배타적인 속성으로 인해 세계경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현재의 상황에서, 융합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결국 융합산업의 미래는 우리들 개개인의 의식 전환으로부터 시작되며, 열린 마음으로 서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한다면 우리는 21세기 융합산업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지진과 원전의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에 너 나 할 것 없이 아낌없는 온정을 보내 준 우리나라 국민들을 보며, 우리 마음속의 ‘융합’은 이미 큰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으며,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21세기 융합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 방사성물질 위험도·특성

    방사성물질 중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비파괴검사에 사용되는 방사성 코발트와 방사성 세슘이며, 병원에서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방사성 요오드와 테크네슘·방사성 플로리드 등도 마찬가지다. 느끼지는 못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리는 태양과 토양, 콘크리트 등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접촉하며 생활한다. 그 양이 연평균 2.4mSv 정도다. 일반인이 흔히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는 의료용 피폭을 들 수 있다. X레이와 핵의학검사·방사선치료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적게는 검진용으로 0.1mSv, 많게는 암치료용으로 8만mSv 정도를 받는다. 방사선과 관련한 인체의 피해는 100mSv 이상의 고용량에서는 백혈병·갑상선암 등의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원폭 피해자를 추적 분석한 자료를 보면 100mSv 이하에서는 백혈병·대장암·유방암·간암이 정상인에 비해 오히려 적은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저선량에서는 방사선이 세포의 돌연변이를 수정하는 기전을 강화해 항암작용을 한다는 이론도 제시됐으나 입증되지는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서 기른 시금치는 기준치인 ㎏당 2000Bq을 20배나 초과했다. 이 정도면 저선량에 해당하며, 5세 미만의 소아가 1㎏ 이상을 섭취하면 장기적으로 갑상선암 발생 확률이 증가할 수 있으나 청소년 및 어른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동해안에서 측정된 방사성 제논은 최대 농도가 ㎥당 0.878Bq로, 환경방사선의 1만분의1에 불과할뿐더러 불활성 기체로 체내에 흡수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방사성 물질은 원소의 종류에 따라 각기 고유의 반감기가 있어 자연에서 저절로 없어진다. 강건욱 교수는 “요오드131이 체내에 들어올 경우 갑상선을 제외하고는 축적되지 않고 빠져나가는데, 하루에 총량의 3분의2가량이 줄어든다.”면서 “방사성물질은 물과 중성세제에 잘 씻기므로 오염이 걱정되면 식재료 등을 잘 씻어서 섭취하면 문제가 없으며, 지금의 방사선 상태는 일상과 거의 같으므로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유아용 백신에도 수은 들어 있대요

    중금속 오염 낙지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때가 엊그제다. 어류, 특히 참치와 같은 대형 어류들의 중금속 오염 문제는 사실상 일상의 영역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확산으로 생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부분의 일본산 식품도 각 국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다. 이제 자신이 텃밭에서 손수 가꾼 농산물 외에 믿고 먹을 먹거리가 없는 세상이 됐다. 우리 주변에는 소리 없이 몸속에 쌓여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중금속들이 있다. 수은·납·카드뮴·비소 등이 대표적이다. ‘중금속 오염의 진실’(오모리 다카시 지음, 서승철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은 이런 중금속들이 어떤 성질을 갖고 있고, 어떤 질병을 유발하며, 어떻게 하면 체내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이미 체내에 쌓인 중금속들을 어떻게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중금속은 석면처럼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물을 통해 쌓인다. 누구라도 아주 쉽게 중금속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수은은 거의 모든 인류의 몸에서 검출된다고 할 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수은이 뇌신경을 침범할 경우 시각과 청각, 언어 등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몇몇 증상이 겹칠 때도 있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중국과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수은의 양이 전 세계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25쪽)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연간 약 600t의 수은 가스가 편서풍을 타고 일본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는 것. 대기 중으로 배출된 수은 중 일부는 땅에 내려앉아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일부는 비를 만나 바다와 강을 오염시킨다. 또 일부는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직접 인체로 흡수되기도 한다. 우리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낙진 피해를 우려하기 훨씬 이전부터 일본인들은 우리와 중국에서 날아온 중금속의 피해를 걱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유아용 백신에도 수은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백신을 만드는 대부분의 제약사가 잡균 증식을 막기 위해 티메로살이란 방부제를 사용하는데, 이게 바로 에틸수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틸수은 성분의 절반은 수은이고 나머지는 유기물로 구성돼 있다. 뇌신경 조직에 커다란 장애를 일으키는 게 메틸수은인데, 에틸수은은 이것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정작 독성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27쪽) 저자는 또 납과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의 인체 오염 실태와 폐해도 낱낱이 파헤친다. 아울러 책 말미에는 각종 채소류와 보조제 등을 이용해 몸속에 축적된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디톡스 요법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1만 1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5) 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5) 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오래된 과거의 축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게 곧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언술이리라. 대학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 우리의 살림살이에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사람 사는 곳 어디라 해도 옛사람들의 자취는 남아있고, 그 품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선인의 향기를 오래 간직하고자 애쓰기 마련이다. 옛사람이 손수 심고 키운 나무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도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짚어 보는 역사적 상징임에 틀림없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자발적으로 의병을 모아 이순신 장군을 찾아간 우리 조상이 있었어요. 오득린이라는 장군이죠. 지략이 뛰어나서, 이순신 장군이 매우 아끼며 참모로 기용한 명장이에요. 그 할아버지가 왜군의 총탄을 맞고 할 수 없이 물러나서 이곳에 들어와 마을을 일으켰어요.” ●마을을 일으킨 오득린 장군이 심어 나주 오씨 집성촌인 전남 나주 공산면 상방리 상구마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오영선(54)씨의 이야기다. 오득린(吳得隣, 1564~1637)은 충무공의 참모로 활약하며, 노량해전에서 충무공이 전사한 뒤에도 끝까지 전투를 이끈 명장이다. 조근조근 들려주는 오씨의 이야기에는 마을 선조에 대한 자부심이 한가득 담겼다. “마을 서쪽으로는 숲이 울창한데, 반대쪽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서 조금 휑하게 보여요. 풍수를 보는 사람들은 좌청룡 우백호의 좌청룡이 빠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을 일구며 오득린 할아버지는 마을의 동쪽 입구에 마을 숲이라 해도 될 만큼 많은 나무를 심으셨어요.” 원래 마을 동쪽 입구는 조릿대와 같은 낮은키 나무들이 덤불을 이루었다고 한다. 서쪽의 울창한 숲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장군은 이곳에 느티나무, 팽나무 등 크고 오래 자라는 나무를 골라서 심었다. 장군은 마을이 평화롭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 숲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오씨는 덧붙였다. 그때 심은 나무 가운데 10여 그루가 아직 살아 있다. “마을 입구의 나무에서는 해마다 정월 그믐에 당산제를 지내요. 당산제 때는 당산나무 앞인 마을회관 마당에 100명 정도 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제사를 올리고, 음식을 나눠먹곤 합니다. 먹고 남은 음식은 저 나무 앞에 땅을 파고 잘 묻지요.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잖아요. 나무에도 좋은 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천연기념물 지정된 유일한 호랑가시나무 오영선씨가 가리킨 나무는 최근 천연기념물 제516호로 지정된 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다. 잎 가장자리에 난 날카롭고 억센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호랑가시나무라고 이름 붙인 나무다. 딱딱한 잎과 억센 가시가 특징인 상록성 나무로, 호랑이가 등을 긁을 때 쓸 만하다 해서, 호랑이등긁개나무라고도 부른다.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자생하는 나무로, 전북의 변산반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군락지도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가까운 곳에서 자란 나무인데, 홀로 서 있는 독립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상방리 호랑가시나무가 처음이자 현재로서는 유일한 나무다. 키가 5.5m나 되는 이 나무는 호랑가시나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다. 어른 허리 높이쯤에서 줄기가 둘로 나눠지면서 동그랗게 자란 나무는 사나운 이름과 달리 부드럽고 착한 생김새를 갖췄다. 나무 바로 앞에는 오득린 장군의 기념비를 세워 나무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새겨볼 수 있게 했다. “겨울이 되면 빨갛게 맺히는 열매가 예뻐요. 꽃은 언제 피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는데, 열매는 정말 좋아요. 열매를 맺으면 새들이 달려들어서 금세 먹어치우지요. 먹을 게 없는 겨울이라 그런지, 새들이 저 열매를 특히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연한 황록색의 호랑가시나무 꽃은 모내기로 농부들이 가장 바쁜 5월쯤 피어난다. 또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7㎜ 밖에 안 되는 크기로 작게 피어나기 때문에 한창 모내기로 분주한 농부들의 눈에는 잘 뜨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사일이 줄어들어 한가해지는 겨울에는 상록성의 초록 잎 사이에 맺히는 빨간 열매가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굳이 농부가 아니라 해도 호랑가시나무는 열매가 인상적인 나무로, 흔히 성탄절 장식이나 카드의 그림으로 많이 쓰인다. 호랑가시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어서 암나무에만 열매가 맺힌다. 상방리 호랑가시나무는 농한기에 농부들의 눈길을 빼앗는 암나무다. “열매 맺는 나무가 따로 있군요. 아, 그래서 마을회관 뒤에 있는 몇 그루의 호랑가시나무에서는 열매가 달리지 않는 거였군요.” 오영선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택시 운전을 하는 이 마을의 오생교(58)씨가 점심 식사를 하러 들어오다가 다가왔다. 영선씨와 사촌 간이라는 생교씨는 식사를 뒤로 미룬 채, 나무 이야기를 보태려고 영선씨 곁으로 바투 다가섰다. ●상여도 못 나가게 하며 지켜와 “지금도 적은 건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 입구엔 나무가 많았어요. 어르신들이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말도 못 해요. 가지를 꺾으면 몸에 큰 병이 든다고 했죠. 또 초상집에서 나가는 상여도 그랬고, 혼례를 치른 신랑 신부도 이 나무들 사이로는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니까요.” 400여년 전에 마을을 일으킨 선조가 심은 호랑가시나무 앞에서 이루어진 봄날 한낮의 나무 이야기는 그러고도 계속 이어졌다. 나무 이야기라고는 했지만, 나무의 생육 정보보다는 나무를 대하는 옛사람들의 마음으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다르지 않았다. 나무를 통해 이어간 사람살이의 작은 역사, E H 카의 이야기처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였다. 글 사진 나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열린세상] ‘위험사회’ 대책이 필요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위험사회’ 대책이 필요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카이스트에서 또 한명의 학생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2개월 전 실업계고교 출신 학생이 입학 1년 만에 성적 문제 등을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년이 생때같은 목숨을 버릴 때 겪었을 고통과 불안, 좌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대책이다.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주위의 6명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보고가 있다. 카이스트는 실업계교 학생의 자살 이후 ‘자살사고 방지 대책위원회’와 ‘새내기 지원단’ 운영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으나 연이어 또 다른 자살이 발생, 매우 당혹스러워한다고 한다. 군대 내 자살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국방부 ‘군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2009년 군내 사고로 사망한 군인은 113명으로 2008년에 비해 21명이 줄어들었지만 자살로 사망한 군인은 75명에서 81명으로 6명이 늘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방부가 2009년 1월부터 81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자살예방 종합시스템’을 정립해 시행하고 있으나 군 자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자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난 26일은 천안함 침몰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 대부분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사건 기억을 통해 계속적인 재경험을 하게 돼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심신을 소비하는 질환이다. 신체적 부상보다 후유증이 더 무서운 정신적 상처(Trauma)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이들이 국가 유공자로 등록된다고 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의 심리질환은 보훈병원에서 지원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방보훈병원은 정신, 심리질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 병실이나 전문인력, 상담 클리닉조차 없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대규모의 국가적 재난과 지진, 해일, 홍수와 같이 공포스러운 천재지변은 이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곁에 상존하는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위험사회’의 저자인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도처에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위험, 그 위험에 대한 불안”이 현대와 다른 시대를 구별 짓는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임을 지적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북한의 위협, 그리고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통한 무한경쟁의 사회,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대형사고와 사건 등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반복적인 위험이 우리 사회를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로 몰아가고 있음은 사실인 듯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위험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거야.’, ‘난 괜찮겠지.’와 같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의 팽배는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대책과 예방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일시적 미봉책은 이제 만성화된 생존위협에 대한 공포 치료엔 역부족인 듯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대형 참사 피해자들을 상대로 심리치료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2001년 뉴욕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때는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상담팀이 꾸려져 생존자와 유가족을 도왔다. 9·11 테러 때도 정신과 의사 수백명이 자원봉사팀을 꾸려 생존자와 목격자에 대한 치료에 나섰다. 자살률을 줄이는 데 성공한 국가들은 모두 자살 예방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자살 예방과 생명 사랑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위험에 대한 시민 교육이 생애 초기부터 활성화되어야 한다. 재난의 생존자뿐 아니라 만성화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에 대해 의료진의 체계적인 조율과 조정이 이루어지는 지역사회 내 공공의료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4개월이 흘러가고 있다. 일본 지진에 대한 인도주의 물결속에 연평도 주민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구멍 뚫린 공항·항만 방사능 검사

    구멍 뚫린 공항·항만 방사능 검사

    일본 방사성물질이 한반도 전역으로 유입된 가운데 우리나라 국제공항과 항구에서 방사능 피폭 승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능 측정 검사가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입국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춘천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지난 28일 일본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승객 가운데 방사능 검사를 받은 사람은 6%가량인 583명에 불과했다. 다른 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포·김해·제주공항과 부산·동해·광양·제주항 등 7곳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승객 가운데 방사능 검사를 받은 사람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하루 평균 5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방사능 측정 승객의 비율이 낮은 것은 원하는 사람만 검사를 받기 때문이다. 즉 방사능 피폭자가 입국해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검사 대상에서 빠져 무사통과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방사선안전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하는 것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아 실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전수조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성용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은 “피폭된 양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면서 “피폭량이 많아 몸에 축적돼 있으면 방사선 동위원소가 몸 안에서도 붕괴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간접흡연과 비슷하게 피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 “100일 뒤 반드시 ‘평창’ 울려 퍼질 것”

    “100일 뒤 반드시 ‘평창’ 울려 퍼질 것”

    그는 시종 조심스러워했다. “지금은 기뻐할 때도 낙담할 때도 아니다.”라는 종전의 미적지근한 말을 되풀이할 뿐. 그러면서도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승산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묻어났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7월 6일)에서 결판난다. 꼭 100일 남았다. 평창유치위원회 하도봉(57) 사무총장을 27일 만났다. 그가 만지작거리는 막판 ‘카드’가 궁금했다. 하 총장은 우선 그간의 유치 활동에 대해 얘기했다. 2018평창유치위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행사로 IOC 평가단의 현지 실사를 꼽았다. 평가단이 평창은 물론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등 후보 도시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자리여서다. 그는 “지난 두 차례의 실사를 거울삼아 최선을 다해 치른 행사였다. 구닐라 린드베리 평가단장도 평창의 준비된 모습을 직접 확인했고 정부 지원과 도민의 열정을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준비하고 기대한 대로 나온 평가”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평가단 실사는 유치 과정의 단계일 뿐이다.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앞선 두번의 낙마 과정을 보면 결과에 너무 연연해할 일이 아니다. 원점으로 돌아가 남은 기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추슬렀다. 후보 도시 간 판세로 대화가 이어졌다. 곤혹스러운 모습도 살짝 비쳤다. 그는 “더반 총회 때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하는 위원들이 많을 것이다. 경쟁도시 모두 박빙의 라이벌이지만 전체 흐름상 평창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새달 3~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츠박람회인 ‘스포트 어코드’가 첫 번째 시험무대라고 했다. “50~60명의 IOC 위원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안다. 따라서 7일 예정된 프레젠테이션(PT)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업그레이드된 영상물과 내용, 창의성 있는 PT로 더욱 알차게 꾸릴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5월 18~19일 스위스 로잔에서 있을 IOC 위원을 상대로 한 브리핑은 보다 중요하다. 110명의 위원 대부분이 참석한다. 표심을 가를 수 있는 분수령인 만큼 혼신을 다해 평창 개최의 당위성을 역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결전의 땅 남아공 더반에서의 PT가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며 이들 승부처에서 진정성을 갖고 모든 역량을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하 총장은 이 시점에서 최강의 지원군이 바로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라고 했다. 그의 유치전 등장 자체가 평창에 엄청난 힘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IOC 위원들이 그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에 매료된 위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가 비장의 카드이자 희망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김연아의 역할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는 것. 하 총장은 “김연아가 PT 등에서 설득력을 더할 수 있도록 현재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연아는 무산됐던 세계피겨선수권이 새달 24일 러시아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스포트 어코드에는 불참한다. 하 총장은 2018동계올림픽 유치 당위성에 있어서는 평창이 확연히 앞선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단 2차례만 열렸을 뿐이다. 이번에도 평창 유치가 실패로 끝난다면 나가노대회 이후 20년 동안 아시아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지 못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의 동계 종목 발전은 올림픽 이념과도 같다. 명분론에서 평창이 다른 후보 도시와 확연히 구분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분에서 밀린 탓인지 최근 뮌헨은 ‘본고장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년에는 본고장 알프스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지금 뮌헨과 안시가 평창을 가장 두려운 경쟁 상대로 여기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하 총장은 “사실 유치 전략에는 정답이 없다. 그동안 두 차례의 실패를 겪으면서 축적한 각 위원의 인맥, 성향, 국가관, 이해 및 친소 관계 등을 면밀히 분석해 결국 1대1로 홍보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맞춤형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하 총장은 평창과 함께 나도 ‘삼수생’이라고 했다. 2010년 유치전 때는 정부 지원을 위해 총리실에서 파견됐고 2014년 유치전 때는 정부 지원단장으로 뛰었다. 이번 2018년 때는 사무총장으로서 전방에 나섰다는 것.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1981년 대통령 비서실 근무를 시작으로 국무총리실 교육문화심의관과 총무비서관 등을 지냈다. 하순봉 전 국회의원의 동생. 그는 “2014년 대회 개최지를 결정짓는 과테말라 총회 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외칠 줄 알았다. 예상과 결과가 뒤바뀌어 많이 울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평창’이 울려 퍼질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문화마당] 책장을 정리했다/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책장을 정리했다/신동호 시인

    쓰나미가 있은 후 책장을 정리했다. 봄비가 차갑게 내리고 있었다. 가볍게 쓸려가는 흙더미에도 자꾸 해일이 보인다. 마음 어딘가가 쓰리긴 한데 구체적으로 딱 잡히지는 않는다. 손끝의 상처라면 약이라도 바르겠지만 수만명의 죽음은 마치 드라마 같아서 안타깝기만 했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도대체 난 뭔가? 불감증에 빠져 버린 것일까. 쓰레기 더미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찾던 딸의 절망스러운 얼굴이 떠오르는데 연기자와 겹친다. 분명 내 정신은 몹쓸 병에 걸린 게다. 빛바랜 표지, ‘안네의 일기’를 뽑아들었다.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친 안네 프랑크는 긴 시공간을 뛰어넘어 나치 치하의 삶을 지금, 또 보여준다. 반복해서 나는 독재의 광기와 비인간성을 만나고 저항을 훈련한다. 다시 꽂아두기로 했다.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를 버리지 않았구나…. 몇 군데가 함부로 접힌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때 나는 서구식 개발에 대해 반성이나 했던 것일까. 평화와 생태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을 했던 것일까.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에는 어머니의 고통이 담겼다. 암 수술을 마친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며 이 책을 읽었다. 이스터섬과 그린란드가 재앙 앞에 무너져 가는 과정에서 나는 어머니와 더불어 그 땅들이 회복돼 가기를 빌었다. 그러나 제레드는 이미 일본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불행을 경고하고 있었다. 실제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기 전에 이를 예측하는 데 실패하면 재앙과도 같은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문제 인식의 실패나 합리적이지만 잘못된 행위도 문명의 붕괴를 낳는다. 어느 한 집단(기업이나 국가 등)에게는 이롭지만 다수에게 해로운 행위는 늘 빈번하다. 심지어 그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가치관을 재앙적 가치관이라 규정하고 그런 가치관을 어떻게 수정하느냐에 따라 자멸의 여부가 엇갈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율을 느끼며 가방에 넣었다. 가끔 궁색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구입한 책들이 있다. 주식 투자의 요령 등을 설명한 실용서들을 뽑아들어 베란다로 옮겨 두었다. 자본주의가 축적한 이 지식의 보고들이 무능력해 보였다. 강대국가의 이념을 성공으로 결정내리거나 거대기업의 성공사례를 미화한 것들도 있다. 아이들이 볼까 덜컥 겁이 나, 아예 분리수거 통에 집어넣었다. ‘갈등과 낭비’를 우려하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을 주장한 현대 철학은 무너진 핵발전소 앞에 무릎 꿇어야 옳았다. 인간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을 쫓아가지 못한다. 그렇게 설계되었다. 자연 변화의 파노라마는 결코 감격스러운 장면이 아니며 그 변화의 시간을 느끼지 못하는 동안만 인간의 존재는 보장되는지 모른다. 미디어가 이뤄놓은 전 지구적 공감대도 아직 이웃의 아픔만 못 하다. 발전된 기술이 가져올 재앙의 크기는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당연히 상상할 수도 없다. 단지 그것이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닥치고 나서야 반성하게 될 것이다. 재앙을 경고했던 이들을 두고 ‘환경근본주의’라 폄하했던 것을. 물론 때는 늦었겠지만…. 그 즈음 사무실로 배달된 조간에는 작정이라도 한 듯, 천성산의 도롱뇽을 특집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KTX 개통 5개월 후에도 여전히 도롱뇽 알이 천지로 널려 있단다. 지율 스님의 단식으로(기사에 따르면 ‘고집’으로) 시공업체가 본 손실이 145억원이란다. 몇년 뒤까지 지켜보자고 고집부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 식으로, 지율 스님은 시공업체가 손실할 1450억원의 돈을 145억원으로 줄여준 것이라 얘기하고 싶다. 후쿠시마의 가동 중단된 핵발전소가 반면교사다. 지율 스님의 행동은 ‘안네의 일기’처럼 반복해서 저항을 훈련시킨다. ‘합리와 경제’로 포장된 개발지상주의를 경고하고 무뎌진 감각에 감성을 불어넣는다. 작은 것을 지킴으로써 큰 재앙을 상상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치관을 수정할 수 있을 터이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전화를 들었다. 병 치료를 위해 조간 구독을 간곡히 정지시켰다.
  • ‘안전증명’ 日식품만 수입 검토

    ‘안전증명’ 日식품만 수입 검토

    일본에서 방사성물질 오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도가 심각할 경우 자국의 ‘안전 증명서’를 획득한 식품만을 선별적으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수입식품의 방사능 오염 우려와 관련, “추가적인 조치나 통제가 필요할 경우 특정지역(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이나 일본산 농·임산물에 대한 수입을 잠정 보류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열고, 일본 원전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식품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정부는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질 경우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 수입을 잠정 중단하고, 일본 정부가 발급한 안전증명서 등을 제출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입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유통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탈리아도 최근 일본산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 조치했다. 미국은 지난 22일 일본산 유제품과 농산물 수입을 금지키로 결정했고, 홍콩도 후쿠시마 등 5개현에서 생산된 유제품과 채소의 수입 금지조치를 내리는 등 일본산 농산물을 금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타이완은 일본산 식품을 수입할 때는 반드시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 누출 및 전파상황과 일본 식품의 방사능 오염 현황 등을 주시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방사능 검사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4일부터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해 수입할 때마다 요오드와 세슘의 기준치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방사능 검사 제외 대상이었던 농·축·임산물과 가공식품의 경우 현재 전 품목을 대상으로 검사하고 있으며, 6개월마다 검사하던 수산물 역시 사고지역 산품은 전 품목을, 그 외 지역 산품은 매주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일본 도쿄도는 이날 “도내 가사이구 가나마치 정수장의 수돗물에서 1㎏당 210Bq(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면서 “검출량이 유아 기준(100Bq)을 초과한 만큼 아이들이 마시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방사성 요오드가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호르몬 생성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방사능 오염식품에 대한 공포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자국민들에게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서 생산된 잎채소 섭취는 물론 후쿠시마에 인접한 이바라키현에도 원유(原乳)와 파슬리 선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유지혜 정현용기자 jrlee@seoul.co.kr
  • “한반도 규모 6.5이상 대지진 가능성”

    한반도에서도 규모 6.5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월성과 고리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박사는 23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지진과 원자력 안전’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한반도의 역사적 지진 기록이나 지체 구조 등으로 미뤄볼 때 규모 6.5 이상의 지진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 박사는 그러나 한반도에서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봤다. 한반도는 지진이 많은 중국 탄루 단층대와 일본 열도의 지각 사이에 놓여 있지만 이들 두 곳에서 지진 등으로 인해 에너지가 분출되기 때문에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지진 에너지가 축적될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 박사는 한반도에서의 강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려·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고려사에는 ‘불국사와 석가탑이 지진으로 무너져 다시 지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의 승정원 일기에는 1643년 7월 24~25일 ‘울산 동쪽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땅에 구멍이 나고 물이 솟아 높이 모래가 쌓였다.’고 기록돼 있다. 지 박사는 “이는 진도 8~10, 규모 7 정도의 강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는 추가령·옥천·양산단층 부근이 꼽혔다. 지 박사는 원전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월성이 가장 위험하고, 다음은 고리이며, 영광과 울진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특히 월성 원전이 위치한 경주 지역에는 많은 활성단층이 존재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본 혼슈·홋카이도 서북연안에 대규모 역단층 있어 규모 7.0 이상 지진이 수년~수십년에 한번씩 발생한다.”면서 “이곳에서 강진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해안에는 지진해일의 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원전 설계 시 예상되는 지진해일의 높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양희(인천대 교수) 한국지진공학회장은 “후쿠시마 원전 설계 시 고려한 강도가 지반가속도 0.4g이었지만 실제로 받은 힘은 5배가 넘고, 실제 지진해일의 높이도 설계 높이 5.5m의 2배가 넘는 14m에 달했다.”면서 “우리 원전도 설계기준 사고만 가정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 말고, 이번 일본 지진을 계기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4대강사업은 물관리 종합대책”

    “4대강사업은 물관리 종합대책”

    “사람이 살아가는 데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은혜와 존재가치를 일일이 무게를 재어 봐야 알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23일 ‘물’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물은 우리 삶의 으뜸가는 보물이자 평생 길동무로, 겨레와 후손을 위해 이제 모두 그 가치를 되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해 온 그는 요즘 물 관리 전문기관이요,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의 수장으로서 경인아라뱃길과 4대강 살리기 등 다양한 국책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수자원종합계획에 따르면 5년 뒤인 2016년 우리나라가 물 부족 현상을 겪는다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간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물 이용량도 6.6배나 증가했다. 그런데 물 부족은 이용량 증가보다는 가뭄시 가용 수자원 부족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가용 수자원량은 평년 779억㎥이나 가뭄이 극대화되면 416억㎥까지 줄어든다. 물 수요량인 358억㎥를 조금 웃돈다. 이런 가용 수자원량도 57%가량이 홍수기에 집중돼 상당량이 바로 바다로 유실된다. 다목적댐 등 저류시설이 중요한 이유다. →시민단체 등 환경론자들은 “정부의 물 부족 전망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동안의 가뭄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가 정부의 물 부족 전망이 호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지난해 강원 태백지역의 물부족 사태와 같은 극심한 가뭄피해가 과거 13~14년 주기에서 최근 7년으로 단축됐다.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물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부터 권역별 급수체계를 조정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종합적인 물관리 대책으로 시급한 것이다. →4대강 사업 중 보 건설의 근거를 제시한다면. -2006년 수립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선 낙동강에서 2016년 기준 1억 4000만t의 물 부족이 발생한다고 전망한다. 전체적으로 10억t의 물부족이 예상되는데 물그릇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보설치로 8억t, 댐 건설과 기존 댐 연결로 2억 5000만t 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건설된 보는 댐과 함께 정보기술(IT)을 적용한 통합시스템에 따라 실시간 수위와 유량이 측정·관리된다. →화학업체 다우의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리버리스는 물을 ‘21세기의 석유’로 묘사했다. 수자원공사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수력발전소 30곳 등에서 1018㎿ 규모의 청정에너지를 생산, 공급 중이다. 2008년 안동, 장흥 및 성남 소수력 발전을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을 국내 최초로 네덜란드 ABN암로 은행과 거래해 1억 800 0만원가량의 수익도 거뒀다. 지난해에도 소수력 발전시설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전문업체에 판매, 2억원의 수익을 냈다. →해외 수자원사업에서도 성과를 냈는데. -40여년간 축적한 물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1994년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수자원, 수력, 상·하수도 등 물 산업 전반에 걸쳐 18개국 27개 사업을 마무리했다. 현재 7개국 10개 사업을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투자사업 진출로 다변화하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日 정부 각료 1명도 현장 가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어”

    “日 정부 각료 1명도 현장 가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어”

    “지금 일본 정부의 대응은 솔직히 이해할 수 없어요. 총리 등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모습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됩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직후 재해 현장에 들어가 이재민과 8개월간 고락을 함께 한 오자토 사다토시 당시 재해대책담당상은 각료 한명 현장에 보내지 않는 간 나오토 정부의 대응에 불신을 드러냈다. 22일 오자토 전 재해대책담당상을 중의원 회관에서 만났다. →지난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간 나오토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보나. -대재앙이 발생했는데 간 총리 내각의 대신 가운데 1명도 아직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다. 총리 관저가 땀을 흘리지만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대로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총리는 전체 상황을 가능한 한 자기가 집약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본래의 총리, 즉 지휘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한다. →정부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총리, 즉 사령탑 아래에 각 분야를 통괄하는 책임자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 문제가 중요하니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맡고, 긴급 지원 물자 수송도 중요하니 그건 다른 대신이 맡아야 한다. →서둘러야 할 대책은. -긴급 의료 대책이 중요하다. 또 물자 수송도 정말 중요하다. 고베 때와 비교해서 재해 지역이 5배다. 게다가 복잡한 피해가 났다. 각 재해 지역, 피난소의 인원과 피해 규모를 파악해서 거기에 어떤 방법으로 긴급 물자를 나를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바다로 나를 것인지, 육로로 나를 것인지, 어떤 방법이든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배송 계획을 세우고 경찰에든, 자위대에든, 소방에든 부탁하는 것이다. 보다 빨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물과 가솔린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 사령탑이 종합 조정을 하고 수요가 있는 부서는 계획을 세워서 일제히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 그저께 미군 군함으로 물자를 날라 와서 소방서의 창고에 넣은 뒤 다시 배송하던데 이렇게 하면 2~3일 늦어진다. 중요한 것은 물자를 빨리 재해 지역과 피난민에게 보내는 것이다. →총리의 현지 시찰이 무산된 것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총리는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 도쿄전력에 간다든가, 극히 일부 지역에 간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비중이 낮은 임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재해 담당 대신은 현지에 가지 않고 있는데. -이 시대는 휴대전화가 있어 그 자리에서 지시하고 보고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현지에 가야 한다). →오자토 대신은 고베 대지진 사흘 후 담당상에 기용됐다. 그 경위는. -1995년 1월 17일 지진이 발생하고 이틀 동안 국토청 장관이 지진 대책 업무를 겸무하고 있었는데 사흘째 되는 날 무라야마 총리로부터 맡아 달라는 특명이 내려왔다. 남자로서 ‘해 보겠다.’고 결심했다. →언제 현장에 갔나? -총리는 지진 발생 이틀 후 현장을 다녀왔다. 난 그 다음 날 명을 받고 당일 저녁 현지에 들어갔다. 눈으로 보고 직접 겪고, 기민하고 대담하게 손을 써야 하는 게 재해 대책이다. →현장의 재해대책본부는 어떻게 꾸려졌나. -효고현 지사, 고베시장, 현지 국회의원 등 10명 정도와 함께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주문하고, 각급 자치단체에 정부 지침을 전달하는 한편 그들의 요청을 청취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사람,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한 각 부처의 우수하고 행동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내 아래에 모아 줬다. 이런 관료들이 열심히, 그리고 필사적으로 협력했다. 그 인원이 대략 100명이고 여타 부서에서도 지원을 나와 한마음이 돼 일했다. →며칠 정도 현장에 있었나. -그해 9월까지 18회 고베를 왔다 갔다 했다. →어떤 현장 활동을 했나. -행정과 절충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관, 소방관, 자위대원 등을 격려하고 상담했다. 이른바 구조·복구 작업의 기획 및 감독 역할이었다. →지금은 방위성이 됐지만 당시 방위청 조직에서 자위대를 움직이는 게 힘들었을 텐데. -자위대와 거리를 두던 시대였다. 그렇지만 현지에 가 보니 재해 출동 요청이 없었는데도 자위대가 솔선해서 사전 조사라는 명목으로 현지에서 열심히 활동을 펴고 있었다. →주일 미군은 어떤 지원을 했나. -내가 총리에게 명령을 받기 전 미국 측으로부터 “뭐든지 협력하겠다. 항공모함도 지원하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일본 정부 관료가 (미군 지원과 관련된) 장벽과 절차를 고려해 거절했다. 그렇지만 난 “(우리를)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겠다는 세계인 모두를 환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이틀 전에 미국 제안을 거절한 터라 항공모함은 일본을 떠난 상태였다. 현장에 가 보니 여진에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이재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오키나와 미군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 그들은 (난민이 생활할) 200인 규모의 텐트 등을 지원해 줬다.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직접 와 줬다. →현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선배들이 나에게 조언한 것은 (고베 등이) 종교가 많은 곳인 데다 여러 민족이 혼재해 있는 곳이란 점을 유의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당시 효고현 지사와 고베시장이 별로 사이가 안 좋다는 점도 주의하라고 했다.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던데. -그렇다. “지휘관이 사소한 걸 얘기하면 부하들이 정신적으로 지친다. 지휘관은 말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고베 대지진 당시 각 부처 간 알력은 없었나. -정치와 관료가 일체감을 갖는 게 소중하다. 정치인이 “내가 책임을 진다.”고 하면 관료들도 혼란을 느끼지 않고 따라온다. →간 총리가 대연립 구상의 하나로 자민당 총재의 입각을 제의했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다. 정당과 정당이 제휴하게 되면 정계 재편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지진과 관련해 한국이 얻을 교훈은 뭐라고 생각하나. -상대적으로 한국에선 지진이 적다. 이웃 나라 한국은 어떤 의미에서 일의대수(一衣帶水)이니 서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도쿄에서도 지진이 올 가능성에 대해 어떤 대비가 있어야 할까. -수도를 옮기는 천도론이란 말을 쓰는데, 내가 그 연구회를 국회의원 재직 중에 만들었다. 식료, 모포 등을 축적하는 것도 상당히 위력을 발휘한다. 글 사진 도쿄 황성기기자 @seoul.co.kr ●오자토 사다토시는 누구… 1930년 가고시마현 출생으로, 중의원 9선을 지낸 노() 정치인이다. 1995년 무라야마 내각 당시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재해대책담당상에 전격 기용돼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작업복 차림에 작업모를 쓰고 재해 현장을 누비던 그의 모습은 일본인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줬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 이후 어느 장관도 현장에 가지 않은 것과 비교해 오자토 당시 재해담당상의 모습이 부각됐다. 집권 자민당 시절 총무처 장관, 홋카이도개발청 장관, 오키나와 개발청장관, 노동대신 등을 지냈다. 당에서는 총무회장, 국회대책위원장 등의 중역을 맡았다. 2002년 자민당의 실력자 가토 고이치가 의원직을 사퇴한 뒤로 파벌을 물려받아 오자토파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오토바이 마니아.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는 모습이 고향인 규슈에서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일화도 있다. 1997년 하시모토 총리가 록히드 사건으로 사임한 총무처 장관 후임자로 오자토 의원을 지명하면서 오자토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오자토 의원은 오토바이를 타고 교외를 달리는 중이었다. 결국 한참 뒤에나 전화를 받았고, 곧바로 청바지 차림 그대로 총리 관저로 직행했다. 2005년 정계를 은퇴하고는 지역구를 장남 오자토 야스히로에게 물려줬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정몽구 862억 배상 확정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에게 862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법원의 1심 판결이 원고와 피고 양측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다. 22일 서울중앙지법과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정 회장과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현대차에 862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에 대해 현대차와 회사 소액주주들이 항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 7일 판결문을 송달받고 민사소송법상 항소 기간인 2주를 넘겨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재판부가 회사 기회유용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최근 이와 관련한 상법 개정이 이뤄졌고,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모범 사례를 축적하는 데 의미를 부여해 소송을 종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글로비스에 부당하게 물량을 몰아주고 글로비스 설립 당시 출자지분을 현대차 대신 정 회장 부자가 취득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2008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후쿠시마 인근 바닷물서도 방사능…日 먹을거리 ‘재앙’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의 수돗물과 바닷물, 채소에서 잇따라 방사능이 대거 검출되면서 일본 먹을거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의 1차 재앙에 이어 2차 재앙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쿄전력은 22일 발전소 주변 100m 지점 바다에서 국가 기준을 초과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방사성 요오드131은 법률로 정한 기준치를 126.7배 상회했고, 세슘137은 16.5배, 세슘134는 24.8배의 농도로 검출됐다. 다카키 요시아키 문부과학상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현 앞바다 30㎞ 해역 8개 지역에서 해수를 채취해 방사성물질 포함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성물질이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호르몬 생성과 신진대사 조절을 담당하는 갑상선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바닷물의 방사능 오염 우려가 일자 농산물에 이어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해산물에 이르기까지 먹을거리 전반에 대해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돗물도 비상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1일 후쿠시마현 이타테 마을 수돗물에서 일본 식품위생법상 잠정 기준치인 ㎏당 300Bq(베크렐)의 3배가 넘는 ㎏당 965Bq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 측은 “일시적으로 마셔도 금방 건강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만일을 생각해 마시지 않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문부과학성도 21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채취한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이바라키현과 도치기현 등 10개 지자체의 수돗물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타테 마을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에게 수돗물이나 우물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대신 페트병에 담긴 물을 나눠줬다. 이타테 마을의 중심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북서쪽 40㎞에 있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이타테 마을의 서쪽에 있는 후쿠시마현 가와마타의 수돗물에서도 방사성 요오드가 308Bq 검출됐다. 먹을거리의 방사능 오염이 잇따르면서 일본인들의 식생활 전반과 유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시금치 등 농축산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출하 중단 결정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농축산물 유통시장에서는 공급 마비 현상이 벌어졌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검출 농산물 항목을 대폭 늘리고 출하 중단 품목도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먹을거리 파동이 전체 농축산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