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축적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일식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서초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세척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석등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585
  • 봄바람 분다 돛이 오른다 줄을 서시오

    봄바람 분다 돛이 오른다 줄을 서시오

    하늘로 물을 뿜으며 헤엄치는 고래, 해안 절경, 섬, 등대 등 해양 관광명소를 돌아보는 ‘연안 크루즈’(유람선)가 봄바람에 본격적으로 돛을 올렸다. 겨울철 잠시 움츠렸던 크루즈는 최근 동해, 남해, 서해의 푸른 물살을 가르며 연안의 봄소식을 전국에 전하고 있다. 이달부터 기지개를 켠 연안 크루즈 관광은 4~5월쯤 절정을 이룬다. 올해부터는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본격적인 해양관광 시즌을 앞두고 해양경찰도 선박과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낭만과 사랑을 싣고 주말마다 부산 앞바다를 누비는 ‘팬스타드림호’(2만 1688t)는 동해의 푸른 바다 위에서 즐기는 일몰과 일출이 일품이다. 팬스타드림호는 매주 토요일 545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부산항~태종대~몰운대(일몰 감상)~오륙도~해운대~광안대교(불꽃놀이)~해운대(일출 감상)~1부두를 1박 2일 동안 돌아온다. 사우나, 라운지, 카페, 갑판 포장마차, 룸 가라오케,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선상불꽃놀이와 함께 이국적인 댄스와 현악 협주, 색소폰 연주, 마술, 전자현악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석양과 눈부신 일출을 선상에서 즐기는 감동이 있다. ●울산 고래탐사선, 고래 발견율 대폭 향상 연안 디너크루즈 ‘티파니21’(300t·정원 300명)은 호텔급 음식을 먹으며 화려한 해운대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티파니21’ 전용 선착장을 출발해 동백섬, 해운대, 광안대교, 이기대, 오륙도를 돌며 추억을 쌓는다. 주간 세 차례, 야간 두 차례 운항한다. 티파니21은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2005년 10월 돛을 올렸다. 1층은 전용 라이브홀, 2층은 첨단 영상장비를 갖춘 콘퍼런스룸, 3층은 전망대와 이벤트 공간을 곁들인 오픈 데크다. 워크숍이나 회의, 결혼식, 각종 파티, 기념식을 선상에서 할 수 있다. 국내 선상 디너 크루즈의 모델이다.국내 유일의 고래탐사선인 울산 장생포 ‘고래바다여행선’(550t·정원 365명)은 다음달 1일부터 운항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초 닻을 내린 뒤 겨울철 4개월 동안 운항을 중단했다. 고래바다여행선은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울산 앞바다를 누비는 고래를 구경할 수 있다. 매년 유람선에 올라 동해의 푸른 물살을 가르는 고래 떼를 보는 재미가 탁월하다. 올해도 11월 말까지 고래 탐사(주 8회)와 디너 크루즈(주 1회)를 운항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운항하는 디너 크루즈는 울산 해안과 공단지역의 화려한 불빛을 보면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고래바다 여행선은 뷔페식당, 카페, 공연장, 회의실, 휴게실, 수유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수학여행, 캠프, 기업체 연수 등 단체모임도 가능하다. 지난해 3만 5000여명이 탑승해 6억 6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전체 승선객 가운데 42%가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으로 조사됐다. 올해부터는 연안에서 조업하는 어선 220척의 도움을 받아 고래 발견율을 높일 예정이다. 어선에서 고래 발견 지점을 무선으로 알려주면, 여행선이 그 지점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또 지난 8년간 축적된 고래 발견 지점을 분석해 새로운 탐사 항로도 만들 예정이다.●포항 영일만크루즈, 프러포즈 장소로 각광 다도해 관광의 중심인 거제도 연안 유람선도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해금강, 외도, 지심도, 칠천량 해전지, 저도, 서이말 등대, 거가대교 등 거제도 크루즈 여행은 볼거리가 많다. 특히 배를 타고 보는 해금강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할 만큼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거제도에는 7개 선사가 34척의 연안 유람선을 띄워 관광객을 맞고 있다. 외도와 해금강 등 인기 코스를 중심으로 1회 2시간 30분에서 3시간가량 유람선을 운항한다. 성수기인 4·5월과 휴가철인 7·8월에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박종우 지세포관광유람선 대표는 “해마다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 250만~300만명 중 절반가량이 유람선을 이용한다”면서 “유람선 이용객은 1인당 최소 2만~3만원을 사용하는 유료 관광객이라 거제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 앞바다를 운항하는 영일만크루즈(747t·정원 606명)도 인기다. 1층은 대공연장, 2층은 라이브홀, 여객실, 매점, 식당, 3층은 야외행사장과 전망대 등으로 꾸며졌다. 영일만크루즈는 국내 400여척의 연안 유람선 가운데 3번째로 크다. 이 배는 포항 동빈내항을 출발해 송도해수욕장, 포항제철, 환호해맞이공원, 영일대해수욕장, 포스코 북방파제, 동빈내항을 돌아오는 1시간 30분 코스다. 현재는 오후 2시 1회 출항한다. 성수기는 하루 4회 운항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한 차례 운항하는 ‘야경·불꽃 출항’도 인기다. 선상에서 쏘아 올리는 수백 발의 불꽃이 포항 앞바다를 수놓는다. 선상 디너 크루즈도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출항한다. 이용객은 미리 탑승해 저녁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선상 프러포즈 장소로 뜨면서 젊은이들의 이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남 여수 유람선은 가수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밤바다’ 노랫말처럼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2015년 7월부터 운항한 이사부크루즈(754t)는 성수기 정원 800명을 모두 채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돌산대교~장군도~거북선대교~오동도~세계박람회장~해양공원~돌산공원을 도는 코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2015년에 14만 8000명, 지난해에는 17만명이나 이용했다. 관광객 대부분이 다른 지역 사람들이다. 관광객들이 여수의 밤바다를 보려고 몰리면서 주말에는 숙박시설이 부족할 정도다. 선상 프로그램은 외국인 댄스와 행위공연, 불꽃놀이 등이 펼쳐진다. 15분 동안 3000발의 화려한 불꽃이 선상 위에서 찬란한 빛을 뽐낸다. ●해경, 이달 말까지 유람선·선착장 안전 점검 이와 관련, 해경은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유람선과 선착장 시설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 지자체,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점검반이 국가안전대진단에 투입됐다. 선박과 시설물의 구조적 안전점검은 물론 사업자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 비구조 분야도 진단해 앞으로 제도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도 지난달부터 선박과 소방·구명 설비, 선착장 설비 등에 대한 관리·운영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특히 소방 장비와 구명조끼 등을 정상적으로 확보하는지를 중점 점검하고 있다. 또 승객이 이용하는 선착장 내의 승하선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도 세밀히 이뤄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유람선과 여객선의 해양 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해 현장 중심의 점검을 벌이고 있다”며 “민간전문가까지 대거 참여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적폐 청산 못하면 ‘촛불혁명’ 무의미”…브라질이 주는 교훈

    “적폐 청산 못하면 ‘촛불혁명’ 무의미”…브라질이 주는 교훈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해외 주요 언론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탄핵으로 시작된 ‘개혁의 바람’이 박근혜 및 측근 몇몇에 대한 개인적 징벌로 멈춘다면 한국 사회의 누적된 폐단을 타파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따끔한 경고도 잇따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탄핵 결정에 대해 “옳은 일이었다”며 “박근혜의 무능과 권위주의가 탄핵의 원인”고 촌평했다. 가디언은 이어 소수 엘리트들이 서로를 비호하는 동안 성장둔화, 불평등 증대, 비정규직 확대, 경쟁심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야 했던 일반국민들의 분노가 탄핵의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이러한 부조리 해소를 위해선 이번 탄핵사태를 대통령 및 측근들만의 문제가 아닌 비대화된 한국 기득권 전반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대통령의 과대한 권한을 억제하는 것은 첫 단계에 속한다”면서 “그러나 독재자 박정희 아래에서 국가 경제 발전을 원조했던 한국의 재벌들 또한 지나친 권력을 축적해 지금은 국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또한 재편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탄핵 선고 이후 불기소특권을 상실한 박근혜는 직권남용, 뇌물수여, 직무상 부당취득 등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박근혜와 최순실에만 책임을 묻는다면 이번 스캔들의 원인인 부정부패와 불공평한 사회제도를 근절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보다는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공고히 하는 쪽이 도움이 될 것”라며 “(이를 위해)이미 최순실과 그 측근들, 삼성 부회장 등이 탄핵 관련 혐의로 구속된 상태”고 전했다.탄핵의 근본적 원인을 뿌리 뽑지 않으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말 뿐이라는 외신들의 주장은, 지난해부터 두 차례에 걸쳐 탄핵정국을 겪고 있는 브라질의 모습에서도 그 타당성이 확인된다. 2010년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14년 재선을 앞두고 분식회계를 통해 정부 재정적자를 은폐한 혐의가 드러나 2015년 12월 연방회계법원의 연방 재정회계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더불어 브라질 석유공사 비리 사건에도 간접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이전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가 석유공사에 대한 불법 취득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관련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우바를 연방정부 장관직에 임명한 사실까지 밝혀져 결국 지난해 2016년 8월 탄핵됐다. 하지만 호세프 탄핵은 당파 간 싸움의 결과물일 뿐 브라질 사회의 고질적 부패문제 청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적인 예로 호세프 탄핵 당시 탄핵안 소추를 주도했던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 본인도 석유공사 비리에 연루됐으며, 이외에도 브라질 의원 대부분이 부패 혐의로 입건·조사받고 있는 상태다. 또한 호세프 탄핵 당시 부통령으로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한 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현 브라질 대통령 미셰우 테메르 또한 석유공사 비리에 얽혀있는 것은 물론, 테메르가 임명한 각료들 및 소속정당 당원들 대부분도 부패 스캔들과 직권남용 의혹 등으로 잇달아 사퇴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테메르 정부는 하원이 지난해 6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법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물의를 빚고 있다. 연방검찰 주도로 마련된 반부패법 시안은 공공재산 사용 엄격제한, 편법 축재에 대한 조사 및 처벌 대폭 강화, 뇌물 신속 몰수, 불법 선거자금 조성 정당에 대한 강력 처벌 및 등록 취소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특위를 구성한 30명 위원들 중 절반 이상이 불법선거자금 사용, 직권남용, 공금횡령, 등 각종 부패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라 있어 반부패법 제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 선거 비자금 조성은 처벌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오자 테메르 대통령도 찬성의사를 밝힌 것.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브라질에선 테메르 대통령 탄핵, 반부패법 축소 반대, 정부 각료들에 대한 부패수사 지지에 더불어 공공 서비스 개선, 복지·교육 투자 확대, 연금·노동 개혁 철회 등 다양한 요구를 외치는 범국민적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록 경제 실적 측면에서는 테메르 정부가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이룩했지만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정치행태는 개선돼야 한다며 시민들은 거리 투쟁을 계속할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리 국민들 또한 이른바 ‘촛불 혁명’의 장기적 실효를 위해 부패 척결과 사회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매체는 “이제 한국 국민들은 촛불혁명의 연료가 됐던 열의를 더욱 폭넓은 의미의 개혁에 쏟아 부어 한국의 정치·경제 무대를 보다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AI 전쟁의 새 키워드, 한국어

    AI 전쟁의 새 키워드, 한국어

    # Microsoft Translator is now powering all speech translation through state-of-the-art neural networks. →마이크로소프트 통역은 지금 최신식 신경 통신망을 통해 모든 음성 번역을 강화하고 있다. # 차기 대선일이 5월 9일로 확정된 가운데 각 정당의 후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The next presidential election day on May 9th among each party’s nominee is confirmed are bunjuhi moving.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신경망 번역 웹사이트(http://translate.ai)에서 영·한 번역과 한·영 번역을 해 봤다. 첫 번째 문장은 ‘neural networks’를 ‘신경 통신망’이라고 직역한 정도만 제외하면 매끄러운 결과물이다. 그러나 두 번째 문장에서는 ‘가운데’의 문맥 속 의미가 반영되지 않았고 ‘분주히’는 영어로 옮기지 못했다. 구글과 IBM, 네이버,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어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인공신경망(NMT) 번역 서비스에 영어, 독일어, 중국어 등 10개 언어에 이어 한국어를 새롭게 추가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신경망 번역 기술은 번역 애플리케이션 ‘MS 트랜스레이터’와 인터넷전화 ‘스카이프’의 실시간 통역 등에 적용된다. 인공신경망 번역은 문장 전체의 순서와 맥락을 파악해 번역하는 기술로, 기존의 통계 기반 번역(SMT)이 단편적인 번역물을 내놓았던 것과 달리 각 단어의 문맥 속 의미까지 고려한 매끄러운 번역물을 내놓는다. 지난해 구글에 이어 네이버의 ‘파파고’, 한글과컴퓨터의 ‘지니톡’ 등이 인공신경망 번역 기술을 도입한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가세하면서 한국어 인공신경망 번역은 4파전 양상으로 펼쳐지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자연어 처리 서비스 ‘루이스’(LUIS)에서 한국어를 지원하면서 한국어 기반의 음성인식 AI 비서와 챗봇 등 생태계 확장에도 나섰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정보기술(IT)과 제조, 교통, 물류, 쇼핑,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루이스에 기반한 챗봇과 앱 등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스마트 스피커, 자동응답시스템(ARS) 부가 서비스, 상품 예약 등 다양한 한국어 앱이 개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글로벌 시장의 방대한 이용자와 클라우드에 축적된 빅데이터가 강점이다. 이들 기업은 영어 이외의 외국어 서비스를 늘려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맞불’을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출시할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음성인식 AI 비서 ‘빅스비’를 탑재한다. 한국어와 영어 등 총 7~8개 언어를 지원하고 삼성전자의 TV, 가전 등과 연동해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넓힌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손잡고 한국어와 일본어 기반의 자연어 처리 기술과 인공신경망 번역, 검색엔진 등을 아우르는 AI 플랫폼 ‘클로바’를 개발하며 아시아 시장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최초로 한국어 AI 스피커를 내놓은 SK텔레콤을 비롯해 카카오, KT, LG유플러스 등도 한국어 기반 AI 서비스를 내놓았거나 올해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국내 업계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정교한 AI 알고리즘을 구축했더라도 한국어 특유의 뉘앙스나 신조어, 시사용어 등에 관한 데이터는 국내 기업들이 앞서 있다는 것이다. 가령 ‘세월호’를 영어로 옮길 때 네이버의 ‘파파고’는 ‘Ferry Sewol’로 번역하는 반면 구글 번역기와 마이크로소프트 번역기는 각각 ‘Time lake’, ‘The three issue’로 번역하는 식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AI 플랫폼이 사전에 담긴 정제된 한국어는 학습할 수 있어도 최신 용어와 한국어 어조 등은 습득하기 어렵다”면서 “한국어 빅데이터만큼은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어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조각 같은 외면…걸작 품은 내면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조각 같은 외면…걸작 품은 내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5번 애비뉴와 88번가의 교차지점에 위치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최고 수준의 20세기 현대미술 소장품과 아름답고 독특한 건축물로 예술 애호가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현대미술의 든든한 후원자인 솔로몬 R 구겐하임(1861~1949)이 만든 구겐하임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미국 근대건축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가 설계했다. 미술사 및 건축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하고 있고, 사진으로 숱하게 본 까닭에 이미 머릿속에서 익숙해진 미술관을 실제로 방문했을 때의 감동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넓은 판을 나선형으로 꼬아 올린 듯 거대한 달팽이 모양의 흰색 콘크리트 건물은 그 자체가 기하학적 조각품처럼 아름다웠다. 겨울 뉴욕의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미술관 건물은 순간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달팽이 닮은 조각품… 시공간 잊게 만드는 외관 건축적 감동은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더욱 커졌다. 입구홀로 들어서자 천창에서 부드럽게 쏟아지는 빛으로 가득한 거대한 중앙 공간이 숨을 멎게 만들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그리고 벽을 따라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처럼 이어지는 그 유명한 나선형 전시 회랑이 풍경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 벽을 따라 한번은 안으로, 한번은 바깥으로 ‘S’자를 그리며 공간에 리듬을 주고 있었다. 긴장감을 주면서도 어디 한 곳 걸리는 것이 없었다. 관람객은 많았지만 방해되지 않았고, 마치 예술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360도로 열린 공간은 산 정상에서 등고선을 바라보는 듯 더욱 장관이었다. 20세기 건축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구겐하임 가문은 유대인인 마이어 구겐하임이 1847년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이민하면서 시작됐다. 광산업으로 큰돈을 번 마이어는 일곱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넷째인 솔로몬이 특별히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철강계의 거물이자 자선사업가로 이름을 알린 솔로몬 구겐하임은 1890년대부터 예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주로 프랑스의 바르비종파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던 그는 1927년 독일에서 건너온 힐러 리베이 폰 에렌비젠(1890~1967) 남작부인을 만나면서 비구상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화가였던 힐러 리베이는 솔로몬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그에게 비구상 예술을 알리고 로베르 들로네, 바실리 칸딘스키, 알베르 글레즈 등 새로운 회화를 실험하던 예술가들을 소개했다. 솔로몬은 이들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구겐하임의 소장품 리스트는 점점 길어졌다. 그의 응접실에는 칸딘스키 외에 마르크 샤갈, 파울 클레, 라슬로 모호이너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페르낭 레제 등의 작품이 가득했다. 힐러 리베이의 연인이었던 루돌프 바우어의 작품도 있었다.#철강 거물 구겐하임, 전설적 건축가와 손 잡다 자신이 수집한 예술작품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솔로몬은 1937년 구겐하임재단을 설립하고 힐러 리베이를 관장으로 ‘비구상 회화 미술관’을 열었다. 힐러 리베이는 1943년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뉴욕으로 초대해 미술관의 설계를 의뢰했다. 구겐하임과 힐러 리베이의 주문은 예술을 위한 ‘신전 미술관’(Museum Temple)이었고 이는 라이트의 생각과 일치했다. 미술관이 단지 예술 전문가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예술을 즐기며 예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라이트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계단식 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외형에 자연의 빛을 그대로 품고, 방들로 나눠진 기존 미술관과 달리 움직임의 단절이 없이 예술에 둘러싸일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을 구상했다. 프레젠테이션을 받은 구겐하임은 말했다. “당신이 해 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훌륭하게 해 낼 줄은 몰랐소.” 달팽이 모양의 외관에 430m의 나선형 회랑이 벽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가운데를 거대한 공간으로 남긴 미술관은 당시 뉴요커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주변 고급 주택가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망치며 소방법에도 위배된다는 등의 논쟁이 일었다. 아무리 전설적인 건축가의 작품이라지만 뉴욕 시 당국도 이 건축물을 쉽게 용납할 수 없었다. 1943년 설계를 시작한 미술관은 전쟁으로 인한 물자 부족과 솔로몬의 죽음, 뉴욕시와의 실랑이 등으로 16년을 보냈다. 1959년 센트럴파크 맞은편에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했다. 엄청난 비판과 반대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버텼던 라이트는 안타깝게도 개관 6개월 전 세상을 떠났다. 주인공은 개관을 보지 못했지만 미술관은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개관과 동시에 뉴욕의 명소가 됐다.#나선형 로비 끝에서 올라가며 감상하는 게 안정적 비난을 한 사람들은 주로 미술관 큐레이터들이었다. 대개의 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감상하도록 작품을 설치하지만 라이트는 작품과 감상자의 거리를 좁히고, 예술작품으로 둘러싸이는 새로운 공간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구상했다. 큐레이터들은 빙빙 돌며 올라가는 경사진 회랑이 감상자의 균형감각을 잃게 하고 작품과의 거리가 좁아서 오히려 감상을 망친다고 비판했다. 큰 작품은 걸 수도 없었다. 하지만 건축가들은,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건축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찬반 논란은 아직도 끊이지 않지만 논쟁 속에서도 수많은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안기고 있다. 사실 나선형 원을 돌 때의 불안정함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기에 완벽한 공간은 아닐 수 있다. 현관으로 들어가 좌측 모퉁이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까지 올라가서 나선형 슬로프를 따라 내려오며 감상하는 것이 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로비의 오른쪽 끝에서 시작하는 나선형 긴 회랑을 따라 올라가며 감상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소장품은 현대미술 장려와 진흥을 표방한 창립자의 의도대로 20세기 비구상, 추상 표현주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초기에 확보한 150여점의 칸딘스키 컬렉션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국내 진출 워밍업 끝…질주 앞둔 넷플릭스

    [송혜민의 월드why] 국내 진출 워밍업 끝…질주 앞둔 넷플릭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워밍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질주 채비를 마쳤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작가가 잇따라 넷플릭스와 협업을 선언했고, 그 결과물이 공개될 디데이가 잡힌 것이다. 넷플릭스가 약 582억 원을 투자해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오는 6월 넷플릭스 및 영화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드라마 ‘시그널’로 신드롬을 일으킨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 ‘킹덤’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또한 본격적인 ‘오티티(OTT)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토종 OTT인 옥수수(SK브로드밴드), 티빙(CJ E&M), 푹(지상파 콘텐츠연합플랫폼) 등이 앞 다퉈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넷플릭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점입가경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현지화 콘텐츠도 부족한데다 국내 소비자들의 유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이유 등을 들어 파급력이 예상 이하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1년 간의 워밍업을 끝낸 넷플릭스의 패도 나쁘지 않다. 세계시장을 사로잡고 한국 시장까지 눈독들이는 넷플릭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무시할 수 없는 9300만 명의 ‘배급망’ 넷플릭스는 2010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뒤 약 7년 만에 전 세계 가입자 9300만 명(유료 가입자 8900만 명), 190여 개 국가 진출, 북미 인터넷 트래픽의 3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국내시장 성적은 아직 저조하다. 토종 OTT인 옥수수는 950만 명, 티빙은 60만 명, 푹은 52만 명 정도의 가입자를 거느리는 반면,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5만~1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체면을 구겼다고 평가하지만, 성급히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9300만 명의 ‘배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됐을 때, 대대적인 프로모션 없이도 190여 개 국의 9300만 명에게 간편하게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내수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국내 제작사들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콘텐츠 제작자가 많이 몰릴수록 콘텐츠의 다양성이 높아지는 것은 필연이다. 입맛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맛보기’ 위해 글로벌 OTT로 몰린다. 봉준호 감독과 김은희 작가 등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이 넷플릭스와 손잡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도 주요 저력으로 꼽힌다. 국내 업체의 자체 콘텐츠 제작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넷플릭스는 이미 상당한 콘텐츠와 노하우를 축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불리는 자체 제작 콘텐츠는 226편(3월 15일 기준)이다. 이는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콘텐츠 기준이며, 전 세계에서 제작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영화까지 합치면 오리지널 콘텐츠 수는 더욱 증가한다. 이에 반해 토종 OTT 중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 드라마 ‘마녀를 부탁해’ 등 독점 콘텐츠 10편을 선보였고, 올해에는 자체 제작 규모를 20여 편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넷플릭스의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콘텐츠 규모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목숨 거는 이유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TV 등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정 채널을 선호하는 채널 중심의 소비가 콘텐츠 위주의 소비로 전환됐고, 똑같은 콘텐츠를 여러 채널에서 재방‧삼방하는 ‘콘텐츠 돌려막기’는 식상해졌다. 넷플릭스가 ‘넷플릭스에 접속해야만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제작에 나선 것이 바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2013)였고, 혜성처럼 등장한 이 콘텐츠는 2013년 219억 달러(약 25조 1718억원)이던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을 2016년 524억 달러(약 60조 2285억원)로 끌어 올렸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를 불과 4년 만에 2.5배로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킬러 콘텐츠였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은 타사의 동향을 봐도 알 수 있다. 세계 IT업계를 이끌고 있는 애플은 이달 초 할리우드 영화사인 파라마운트 픽쳐스 및 소니 픽쳐스의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부분 담당자와 나란히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현지 업계는 애플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 판매율이 저조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이 새로운 매출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걸로 보고 있다. 현재 애플의 롤모델이자 미래의 경쟁업체 리스트에 넷플릭스가 빠질 리 없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국내 OTT 시장 규모를 약 3178억 원으로 집계했고, 올해에는 53.7% 증가한 4884억 원으로 전망했다. 넷플릭스가 얼마만큼의 파이를 차지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증가하는 시장규모 만큼 OTT 업체 간 경쟁도 뜨거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數’ 공간의 미학

    ‘數’ 공간의 미학

    작가 유현미(53)는 공간과 사물 혹은 인물을 회화로 재현하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환시켜 현실과 가상의 세계, 사진과 그림, 평면과 입체를 오가며 인식의 혼돈을 유도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가 이번에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내부를 거대한 도화지로 바꾸고 수학적 공간을 만들었다.수년 전부터 숫자를 입체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작가는 ‘수(數)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사진 및 영상,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숫자는 전 세계의 유일한 만국 공통 언어”라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언어 중 가장 물질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숫자의 세계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미술관 1층 공간을 온통 하얗게 칠하고 검은 테이프를 이용해 거대한 공간 드로잉을 시도했다. 높이 6m의 육면체 공간에는 검은 테이프로 숫자와 사다리 모양, 선, 점선 등이 그려져 있다. 관람객들은 그림이 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거닐면서 공간과 시간, 입체와 평면, 물질과 비물질이 혼재된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수학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공간을 상상하고 재해석한 것”이라며 “수학자에게는 사물과 공간과 사람조차도 그만의 수식으로 볼 것이라는 상상에서 만들어진 건축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작품에 ‘수학자의 시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작가는 433, 1984와 같이 의미나 상징이 연상되는 숫자를 작품에서 보여 준다. 맞은편의 설치작품은 빅브러더에 의해 지배당하는 미래세계에 대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연상하게 한다. 작가는 “세상 모든 것이 수로 이뤄져 있고, 우리는 사실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숫자로 정보를 나르는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24시간 감시당하는 현 시대의 상황을 공간에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숫자로 표현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비디오 작품 ‘433을 위한 드로잉’은 존 케이지가 작곡한 무음곡 ‘4분 33초’를 환기시킨 것이다. 지하 1층에서는 공간 드로잉 과정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아 상영하고 있다. 학교 복도, 욕실, 강의실, 화장실 등 일상의 곳곳에서 진행된 다양한 드로잉 퍼포먼스를 촬영한 사진 위에 검정 펜으로 드로잉한 작품 12점은 실제로는 작가가 빈 공간에 검정 테이프를 하나씩 붙이고 촬영하기를 수백 번씩 반복해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2층에는 숫자의 입체적인 형태와 철학적 개념에 초점을 맞춰 2, 5 등 정수를 오브제로 만들고 생경한 풍경을 만든 다음 색을 칠하고 사진으로 완성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7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암 발병’ 의왕署 옆 아스콘 공장 조사

    경기 의왕경찰서에서 집단 암환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울신문 2016년 11월 17일자 11면> 환경부와 경기도가 14일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오는 17일까지 4일간 실시되는 조사는 경찰서 옆에서 가동한 H 아스콘 공장 입구와 사무실, 인근 기업, 군포 금정동주민센터 등 4곳에서 한다. 조사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연구과에서 담당한다. 측정 항목은 대기 중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류 13종과 벤조피린 등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7종 등이다. 문제의 아스콘 공장은 악취 민원으로 수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으나 아스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조피렌’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의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한 종류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환경부와 경기도는 “아스콘 제조시설은 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황화수소 등 4개 대기 유해물질의 배출허용기준이 설정돼 있다”면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벤조피렌 등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등에 대해서도 배출 허용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왕경찰서에서는 2010년 10월부터 최근까지 3명이 대장암과 부신암·간암 등으로, 1명은 원인 모를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2명이 구강암과 침샘암으로 투병 중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일본 빅데이터도 지적재산권 인정

    일본 정부가 자동차 주행 기록이나 휴대전화 위치정보 등 빅데이터를 지식재산권으로 인정해 보호할 방침이다. 기업이 축적한 자료를 등록·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이같이 전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본부장을 겸하는 정부 지적재산전략본부 내 전문가위원회가 13일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에 국회 의결을 거쳐 적용할 계획이다. 보호 대상 빅데이터는 수집 및 축적, 보관에 일정한 투자가 필요하고 사업화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기업에 대해서는 빅데이터 도용 위험을 차단해 이를 축적하고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 창출을 이끌어 내겠다는 목적도 있다. 자동차 주행기록을 분석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거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택시 배차나 기업의 점포 진출 장소 선정에 활용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지식재산권 지위를 부여한 빅데이터는 등록자의 승인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무단 이용하면 제소 대상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빅데이터는 지식재산권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개인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도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한 것은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최순실 은닉 재산 추적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최순실 은닉 재산 추적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최순실(61·구속기소)씨(이하 최씨)의 재산이 23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가 속한 ‘최태민(최순실씨의 아버지) 일가’의 재산만 27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검팀은 ‘특검법’(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순실과 그 일가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은닉했다는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수사 활동이 종료되면서 시간 부족의 한계로 최씨를 포함한 ‘최태민 일가’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는지 여부는 규명하지 못했다. 또 최씨가 독일 등 해외에 수조원대 차명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금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의혹 역시 밝혀내지는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한 규명은 이제 검찰의 몫이 됐다. 이렇게 베일에 싸여 있는 최순실씨의 ‘은닉 재산’을 둘러싼 진실을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추적해 11일 밤에 방송한다. 제작진은 “국내와 독일 현지 취재를 통해 최씨가 감추고 있는 은닉 재산과, 재산을 증식할 수 있었던 그만의 비밀에 대하여 추적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은 밤 11시 5분에 전파를 탄다. 제작진은 독일에서 최씨의 지시를 수행해온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함께 독일 현지 취재를 다녔다. “(최씨가)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시기에만도 수십 개가 넘는 부동산을 보고 다녔다”면서“독일 교민사회에서 최씨가 꽤 오래 전부터 독일을 드나들었으며,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갑자기 부유한 생활을 하게 되는 등 의심스런 일들이 많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제작진은 또 최씨의 독일 지인들을 취재하던 중 ‘한 통의 편지’를 제보받았다. 한국의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글쓴이가 독일의 지인에게 보낸 이 편지에는 최씨와 관련된 놀라운 내용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숨은 조력자’인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이하 윤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파독 광부의 아들인 윤씨는 최소 지난 10년 이상 ‘최순실씨의 모든 것’을 알고 함께해 온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윤씨는 2012~2013년 사기 혐의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었다가 2013년 2월 출소했다. 앞서 <시사IN>은 윤씨가 독일어로 쓴 편지들을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그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씨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들이 등장한다(관련기사 ‘최순실 집사’ 데이비드 윤, 박근혜 당선되자 “돈 많이 벌자”).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돈 40만원에 청부살인 가능한 나라

    단돈 40만원에 청부살인 가능한 나라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치안불안을 틈타 청부살인이 급증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특히 청부살인이 부쩍 늘고 있는 곳은 베네수엘라 북서부 술리아주의 주도 마라카이보. 마라카이보에선 2월 마지막 주에만 최소한 7건의 청부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에선 앞서 1월에도 청부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 20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이는 무려 600% 증가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에선 아들이 아버지의 살인을 의뢰했다. 살해된 아버지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로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에 성공,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그런 아버지를 아들이 죽이기로 한 건 유산 때문이다. 이혼한 아버지는 새 인연을 만나 재혼을 앞두고 있었다. 아버지가 재혼하면 상속재산이 줄어들 게 확실해지자 아들은 청부살인을 결심했다. 아들은 각각 17살과 18살인 청부살인업자에게 250달러(약 40만원)을 주고 아버지를 죽여달라고 의뢰했다. 청부업자들에게 아버지의 권총과 승용차 키를 넘긴 것도 아들이었다. 청부살인업자들은 출근하는 아버지를 총으로 쏴 살해하고 달아났지만 신속한 경찰의 수사 끝에 모두 체포됐다. 아들의 혐의는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청부살인이 늘어나고 있는 건 치안불안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국가가 사실상의 무정부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범죄통계를 내고 있는 민간단체 옵세르바토리오의 관계자는 "상속 갈등이나 노조 간 대립 등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이유도 다양하다"며 "상대를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사회(국가)가 비정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에선 살인사건 28만 건이 발생했다. 웬만한 도시 주민 전체가 몰살을 당한 것과 맞먹는 셈이다. 총기를 가진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에 따르면 민간이 갖고 있는 총기는 최고 1500만 정으로 추정된다. 국민 2명 중 1명은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열린세상] 정부 조직을 도구로 삼는 욕심을 버려야/이성엽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부소장·교수

    [열린세상] 정부 조직을 도구로 삼는 욕심을 버려야/이성엽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부소장·교수

    최근 세미나에서 만난 한 공직자는 1990년대 초 체신부에 입사한 후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에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신은 한 번도 부처를 옮긴 적이 없는데 부처 조직이 계속 변했을 뿐이라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20여년간 정보통신기술(ICT) 조직은 세 번의 큰 변화를 거듭했는데 새 정부의 구성을 앞두고 다시 ICT 거버넌스 개편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가히 이렇게 변화무쌍한 조직이 또 있을까 싶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통치, 지배를 의미하는 거번먼트(government)와 달리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통치 방식을 말하며, 참여·협력을 중시해 ‘협치’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오늘날 행정에서는 상명하복, 분업원리, 대국민에 대한 고권적 권한 행사와 같은 전통적 통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 부문과의 유기적 협조를 통한 의사 결정 및 집행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거버넌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능정보사회에서 정부 조직을 변경하는 하드웨어적 접근은 더이상 타당한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그동안의 정부 조직 성과나 문제점에 대한 분석 없이 막연히 이런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가자는 식의 논의는 더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정부 조직을 변경한다고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무엇인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정부 역할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은 찾기 어렵다. 대신 지난 정부의 흔적을 지운다거나 어떤 부처는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만 가득해 보인다. 지능정보사회는 모든 사물과 인간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초연결 기반과 수집·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간과 사물의 사고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사회다. 간단히 말해 기존의 정보통신에 인공지능(AI)이 결합되는 사회이고 그 기저에 데이터가 있는 사회다. 종전의 기술혁명과는 다른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신기술, 신산업 및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량의 데이터 수집, 이용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AI로 인한 정보 격차의 심화, 일자리의 감소, 빈부격차 심화의 문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문제를 시정하는 데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 일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행태다. 지능정보사회에는 더이상 전통적인 정부의 지시 통제 방식이 유용하지 않다. 대부분의 진입, 영업 규제는 소비자 피해와 기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시행되지만, 최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이용자 간의 자율적인 평가 시스템 등이 규제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예컨대 우버 서비스 등의 이용 후기 제도는 소비자에 의해 기업의 진입 퇴출이 결정되는 등 ‘두 번째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이해관계자나 막연한 소비자 피해의 가능성을 고려한 성급한 지시 통제 방식이 아닌 참여적, 개방적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전문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들이 들러리가 아니라 정책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 부처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고 영역이 겹치는 분야에서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부처가 수용하는 형태로, 상급 기관의 업무 조정 방식이 유연화, 수평화돼야 한다. 각 부처는 국가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입장에서 할거주의를 지양하고 국가 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끝으로 정치권은 정치적 필요를 위해 정부 조직을 도구로 삼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권의 전리품은 소수의 고위 공직자 자리이지 정부 조직 자체가 아니다. 자꾸 조직을 흔드니 공직이 하나의 이익집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10세기 후반 고려 성종 시대 이래 조선시대 내내 이호예병형공이라는 6조가 변경된 적이 없고 미국도 2002년 신설된 국토안보부를 제외하면 1776년 건국 이래 아직 부처가 바뀐 적이 없다. 결국 조직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 [특검 수사발표] 최태민 일가 재산 2730억원…최순실은 230억원

    [특검 수사발표] 최태민 일가 재산 2730억원…최순실은 230억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재산이 23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씨 아버지인 최태민 일가 재산만도 2730억원에 달했다. 박 특검은 6일 ‘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망자 6명을 포함한 최태민 일가 70명의 재산을 석 달간 추적한 끝에 이같이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세청 신고가 기준 2230억원에 달하는 토지·건물 178개를 보유하고 예금 등 금융자산도 약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일가 중에서는 최순실씨 언니인 최순천씨의 재산이 1600억원대로 가장 많았다. 최순실씨가 직접 소유한 토지와 건물 36개는 거래 신고가 기준 228억원으로 조사됐다. 다만 특검은 시간 부족의 한계로 최태민 일가가 이 같은 막대한 자산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축적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최태민 일가는 1970년대부터 새마음봉사단, 육영재단, 영남학원 자산을 빼돌려 은닉했으며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의 묵인이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각에선 최순실씨가 독일 등 해외에 수조 원대 차명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금이 대통령 정치자금과 연관이 있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특검 해체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이 조사기록을 넘겨받아 남은 의혹들을 파헤칠 예정이다. 특검은 최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확정판결 전에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빼돌리지 못하도록 미승빌딩 등 약 77억 9000만원을 추징보전 청구했다. 최씨가 삼성 측으로부터 받거나 받을 예정이었던 뇌물 액수가 430억원대에 이르는 만큼, 뇌물죄가 인정될 경우 최씨가 빈털터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특검, 수사결과 발표…“박 대통령 뇌물·블랙리스트 혐의 확인”

    특검, 수사결과 발표…“박 대통령 뇌물·블랙리스트 혐의 확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원활하게 지원되도록 전폭 지원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은 그 대가로 최씨 일가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430억원대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특검은 전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최씨 소개로 여러 명의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등 불법 의료업자들로부터 시술을 받고 공식 자문의가 아닌 김영재(불구속기소)씨로부터 ‘비선진료’를 받는 등 국가원수의 건강을 관리하는 청와대 의료 시스템이 붕괴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재산이 최씨 본인의 228억원을 포함해 총 2700억원대인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최씨의 차명재산 및 고 최태민씨로부터 최씨 일가로 이어진 상속 과정에서 ‘부정축재’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통령과 최순실에 대한 뇌물공여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했다”며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이재용의 승계 작업 등 현안 해결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와 최씨 딸 정유라(21)씨가 주주로 있는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로 개명)에 지급하기로 한 213억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및 영재센터에 출연·기부한 220억 2800원을 모두 뇌물로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2015년 6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진수 고용복지수석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을 비롯해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물산 의무처분 주식 수 감축,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메르스 사태 이후 삼성서울병원 제재 경감 등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의 각종 특혜성 결정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의혹에서도 박 대통령의 주요 혐의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노태강(전 문체부 체육국장) 사직 강요 등,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문체부 1급 실장들에 대한 사직 강요 등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관련 혐의를 포착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박 대통령이 최씨의 부탁을 받아들여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된 최씨의 공범으로 입건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재직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기소가 불가능해 자체 인지한 사건과 각종 고소·고발 등 12건을 검찰에 넘겨 수사하도록 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 대통령 행적을 둘러싼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명백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성형외과 김영재 원장, ‘주사 아줌마’ 등 청와대 공식 의료시스템 밖의 인물들이 최씨의 소개로 청와대를 출입하며 박 대통령을 진료한 사실은 밝혀냈다. 특검은 세간의 의혹과 달리 김영재씨나 자문의 김상만씨 등 ‘비선 의사’들은 사고 당일 청와대에 가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이 모두 기존 주장대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피부과 자문의인 정기양 연세대 교수도 학술대회 참석차 광주에서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특검은 세월호 사건 전날인 2015년 4월 15일 저녁부터 16일 오전 10시까지의 박 대통령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검은 “대통령이 15일 저녁부터 16일 오전 10시경까지 무엇을 했는지, 불법 미용시술을 받았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왼쪽 턱밑에 2014년 4월 15일 국무회의 사진에 없던 주사 자국이 2014년 4월 17일과 21일 사진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실을 삽입하는 수술(리프팅) 후 17일 드레싱을 하고, 화장을 가린 상태에서 사진을 촬영하였고, 21일에는 드레싱을 제거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며 “시술을 했다면 15일 이후 17일 이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특검은 거의 매일 아침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 머리 손질을 하던 미용사 자매가 평일인 16일에는 대통령 측 요청으로 청와대에 가지 않은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들은 16일 오후 2시 넘어 갑자기 연락을 받고 대통령 머리를 손질하러 청와대에 갔다. 특검은 ‘세월호 7시간’과 관계없이 청와대에 각종 ‘비선 의료인’들이 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의사 김영재씨, 김상만씨 외에 ‘주사 아줌마’ 2명, ‘기 치료 아줌마’, ‘운동치료 왕십리 원장’ 등이 광범위한 기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진료했다. 특검은 “대통령 대면조사, 청와대 압수수색이 되지 않아 세월호 7시간에 관한 구체적 행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특정인만 아는 비공식 의료인이 대통령을 진료하고 그 대가로 특혜를 누렸다면 이는 중차대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차병원에서 불법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최씨 일가가 많게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재산을 부정하게 축적했다는 의혹도 강도 높게 들여다봤으나 조사 기간 부족 등의 한계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특별수사관 7명을 전담팀으로 두고 최씨 일가 70명(생존 64,사망 6)의 재산을 광범위하게 추적한 결과, 최씨 일가의 재산은 총 2730억원, 최씨 본인의 재산은 신사동 미승빌딩, 강원도 토지, 콘도미니엄 회원권 등 228억원가량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대부분 발생 시점이 장기간 지나 자료가 소실됐거나 소재기관 파악조차 어려운 자료도 있었다”며 “최순실 일가의 불법 재산 형성과 은닉 의혹 조사는 완료하지 못해 검찰로 이첩해 향후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직접 받은 뇌물로 본 77억 9735만원과 관련해선 법원에 추징 보전을 신청했다. 향후 최씨가 법원에서 뇌물 유죄를 선고받으면 국가는 부동산 등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게 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특검 90일 못다 쓴 기록

    “이재용, 재벌이지만 상당히 점잖아… 朴대통령 관련 구체적 진술도” “장시호, 인사 잘해 직원으로 착각… 진술 많았지만 먼저 오픈 안해”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특검 수사 과정에선 알려지지 않았던 뒷얘기들이 최근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 등 특검 수뇌부는 지난 3일 기자단 오찬 자리에서 주요 수사 내용 외에도 다양한 일화들을 소개했다. ‘특검 도우미’로 불렸던 최씨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와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이용복(56·18기) 특검보는 “장씨가 붙임성이 좋아 놀랐다”며 “장씨가 인사도 잘해 처음에는 우리 직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양재식(52·21기) 특검보도 “장씨가 실제로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사진을 찍듯이 기억하고 기억력이 상당히 좋다”고 밝혔다. 다만 박 특검은 “(장씨가) 우리에게 심증을 굳혀 줄 수 있는 진술을 많이 했지만 범죄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것은 많지 않았다”며 “무언가를 스스로 오픈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팀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 수사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한마디로 ‘예의 바른 재벌’이었다는 것이다. 박충근(61·17기) 특검보는 “이 부회장이 젊어서 그런지 밤샘 조사를 받으면서도 체력적으로 잘 버텼다”면서 “식사로 시켜 준 짜장면도 잘 먹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양 특검보는 “이 부회장이 재벌이지만 상당히 점잖았다”며 “실무진 조사가 끝난 뒤 잠깐 봤는데 잘 배운 사람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부회장이) 세세한 지원 경위는 전부 다 보고받지 않아서 모른다. 그게 삼성 전통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이렇게 말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수사의 숨은 공신 디지털포렌식 이들은 수사의 ‘숨은 공신’으로 수사 지원단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서 범죄 증거 등을 찾고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 시스템 등을 꼽았다. 박 특검은 어방용 전 수원지검 사무국장이 이끌었던 수사 지원단에 대해 “지원단이 없었다면 수사 대상이 하도 많아 하다못해 영장 청구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단은 첩보 등을 수집해 수사팀에 전달하고 구속영장 청구 등 실무를 담당했다. 어 단장은 방대한 수사 체계를 잡는 데 든든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랙리스트는 문체부 공무원 도움 커 대검찰청에서 파견된 디지털 포렌식팀도 주요 인물의 스마트폰 분석으로 수사의 중요 고리를 만드는 공을 세웠다. 박 특검은 “특수수사의 출발점은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포렌식 기술로 알고리즘 분석을 한 결과 박 대통령과 최씨의 차명 휴대전화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규철(53·22기) 특검보는 “블랙리스트 수사는 관련 자료들을 많이 축적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조달청, 6일부터 공공 IT사업 ‘e-발주시스템’ 진화

    조달청이 나라장터에서 운용 중인 공공 IT사업 발주시스템인 ‘e-발주시스템’의 기능을 강화해 6일부터 서비스한다. e-발주시스템은 제안요청서 작성과 제안서 제출, 제안서 온라인평가 등 IT 사업의 협상계약 전 과정을 전자화한 포털로 연간 3조원 규모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진화된 시스템은 온라인 평가 내실화 및 업체의 서류제출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화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해 제안서 발표뿐 아니라 평가위원과 업체 간 질의응답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특히 중소기업 공공구매종합정보망 등 관련 시스템과 연계해 입찰시 필요한 중소기업확인서·직접생산증명서·신용평가등급정보·사업자등록증·법인등기부등본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조달청은 시스템을 공공 IT사업뿐 아니라 건축설계 공모, 상용소프트웨어 선정 등의 평가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공정보화 사업집행의 투명성 향상 및 발주기관의 사업추진역량 확대가 기대된다. 정보화사업의 통합관리 및 데이터 축적·분석으로 예산 산정·집행·사후관리 등 업무 효율화 및 제도개선 등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조달청은 새로운 시스템의 이용 확대를 위해 발주기관 및 조달업체를 대상으로 순회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특검 “최순실 확인된 재산만 200억원대…일가 재산은 2200억원대”

    특검 “최순실 확인된 재산만 200억원대…일가 재산은 2200억원대”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개인 재산만 20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 일가와 주변 인물이 갖고 있는 재산은 2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4일 특검 등에 따르면 최씨 일가 등의 재산 추적을 통해 최씨는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과 강원도 평창 땅, 그 외 건물 및 토지, 예금을 합해 총 228억원(거래신고가 기준) 상당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최순실씨가 이같은 거액의 재산을 일군 것은 놀랍다. 이 가운데 예금만 17억원에 이른다. 최씨 일가와 주변 인물 약 40명을 상대로 한 재산 추적에서는 총 2200억원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최씨의 언니인 최순천씨의 재산이 1600억원대로 가장 많았다. 최순천씨 부부는 외식업체와 아동복업체 등을 운영하는 자산가로 알려졌다. 특검은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최씨 일가 재산 의혹과 관련해 친인척 등 관련자를 대상으로 재산 내역을 추적했다. 특검은 최순실씨 과거 차명재산 등을 일부 밝혀내고 최씨 일가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정황을 포착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지만, 자료 부족과 시간 경과 등의 한계로 불법 재산축적 여부에 관해선 눈에 띌만한 결과는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야권에서는 1970년대 새마음봉사단 등을 운영한 최태민씨가 불법으로 재산을 빼돌려 은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재산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검은 6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씨 일가와 주변 인물들의 재산 추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광장] 공정사회의 적, 세습 자본주의/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정사회의 적, 세습 자본주의/오일만 논설위원

    불로소득으로 빈부 대물림되는 천민자본주의가 판치는 슬픈 세태 소득 불평등은 성장에도 치명적 세습 자본주의 고리 끊고 공정사회 이루기를 국민은 원해언제부턴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회자됐다. 풍자성 짙은 조크로 여겼지만 최근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장래 희망 1, 2위로 건물주가 꼽혔다. 건물주가 장래 희망이 돼 버린 우리 사회는 어찌 보면 19세기 서구에서 판쳤던 천민자본주의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당시 사회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봤던 소설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이나 ‘고리오 영감’(발자크)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세습의 부로 살아가는 부자나 귀족과의 결혼을 수단으로 선택했다. 암울한 현실을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반장난 삼아 건물주를 우상으로 삼는다고 해도 그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본능적으로 예민한 감각으로 인지한 것뿐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삶의 목표 대신 불로소득으로 살아가는 건물주를 꿈꾸게 하는 세태가 그래서 슬픈 것이다. 우리의 상황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그의 처가를 보면 확연해진다. 우병우 장모가 대표이사인 삼남개발은 내로라하는 부동산 재벌이다. ‘진경준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강남역 인근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398억원의 불법 이익을 취득했다는 의혹이 있다. 우병우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정강은 어떤가. 부동산 임대업으로 등록한 법인인데 2015년 순이익 1억 5039만원을 신고했고 법인세로 969만원을 납부했다. 유효 세율은 6.45%로 적어도 3~5배 이상 세금을 적게 냈다고 한다. 급여를 받는 직원이 없음에도 차량 유지비와 통신비조차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부동산 보유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2008년 545조원에서 2014년 966조원으로 폭증했고 개인의 경우 상위 1%의 부동산 보유 금액이 2008년 473조원에서 2014년 519조원으로 증가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2014년 기준으로 건물주들이 부동산을 통해 1년간 벌어들인 매매 차익과 임대료를 합쳐 422조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국가 예산(400조 5000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상황이 이럴진대 2014년 부동산 보유세로 걷은 돈은 12조 5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담뱃세는 12조 2000억원이다. 서민 증세라는 담뱃세와 부유층들의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 보유세가 비슷하다는 것 자체가 공정경제와 거리와 멀다. 우리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집값의 0.16~0.33%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많게는 5배나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이유로 과세를 하면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여기서 나온 불로소득을 일정 부분 환수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부합된다. 그럼에도 부유층에 절대 유리한 관련법이 고쳐지지 않는 것은 이른바 입법부 카르텔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뜯어 보면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이거나 지방의 토호 세력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 이들이 자신들에 불리한 법 개정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 소득 불평등은 경제 성장에도 치명적이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불평등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제1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본주의 첨병이라고 비판받던 스탠더드푸어스 역시 최근 미국의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소득 불평등을 꼽았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 소득 상위 1%가 국민 전체 소득의 14.2%를 가져갔고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48.5%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빈부 격차가 크다. 대선 주자들이 여야를 떠나 공정사회 구현을 부르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케티의 역작 ‘21세기 자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부익부 빈익빈’이다. 돈이 돈을 낳고 부가 대물림되는 세습 자본주의를 경고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청소년들이 꿈꾸는 건물주는 미안하지만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적어도 정유라처럼 할아버지(최태민)가 부를 축적하고 잘난 어머니(최순실)가 비상한 재주로 재산을 늘려야 가능하다. 세습 자본주의가 도래하는 우리 사회, 그 불공정의 고리를 누가 끊을 것인가. oilman@seoul.co.kr
  •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니요 침묵·방관에서 깨어나야 변해요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니요 침묵·방관에서 깨어나야 변해요

    그냥 좋게 받아들이세요/글·그림 마리아 스토리안/강희진 옮김/북레시피/104쪽/1만 4000원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인 ‘그냥 좋게 받아들이세요.’ 억울한 피해자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말이지만 성폭력 문제에서 피해자가 약자가 되는 부당한 현실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스코틀랜드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성폭력을 경험한 익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그래픽 노블이다. 저자는 직접 인터뷰한 그들의 경험과 기억을 묶어 20가지 짧은 이야기와 삽화를 담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남녀가 겪는 성희롱, 폭행, 성적 학대의 현장을 강렬하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일종의 성폭력 예방 프로젝트로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 가야 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2016 SICBA(스코틀랜드 인디펜던트 코믹북 어워즈) 베스트 그래픽 노블상을 비롯해 2016 올해의 책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내가 열다섯 살 때였다’라는 제목의 첫 번째 이야기는 만원 지하철 안에서 자행되는 눈에 띄지 않는 공격을 폭로한다. 지하철에서 어린 소녀의 치마 속을 더듬는 녹색과 주황색 손들은 흑백의 선 위로 서로 얽히고 겹치며 스멀거리는 느낌을 전한다. 책 속의 손자국은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피해자 마음속의 상처를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낯선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변덕에 따라 사적 혹은 공공장소에서 학대와 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한 여성은 첫 연애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경험을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고 위로받았지만, 반년 뒤 바로 그 친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 여성은 “배신감, 죄책감, 자기 혐오, 그때의 감정들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연인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데이트 폭력의 현장도 고발한다. 툭하면 손찌검을 하고 성관계를 거부하는 여자친구를 강제로 성폭행한 남성은 울며 싫다고 저항하는 여성에게 ‘울지 말고 즐기라’는 말로 언어 폭력을 가한다. 이뿐만 아니라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남녀 친구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성폭력,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서 부지불식간에 자행되는 성폭력은 물론 공공장소에서 노골적인 성적 농담을 던지거나 아무렇지 않게 신체적 접촉을 행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여성만이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집요하게 스토킹을 하는 여성, 툭하면 자살 협박으로 남자친구를 위협하고 헤어진 남자친구 집에 몰래 들어와 성폭행을 시도한 여성도 가해자다. 저자는 우리(가해자)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고민 없이 저지르는 행동이 우리(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전해지는지를 알려 준다. 동시에 폭력이나 학대의 희생자들에게는 결코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서정적이지만 독특하면서 함축적인 그림체와 다양한 색채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책 말미에 ‘일러두기’를 통해 성희롱과 폭력의 희생자가 됐을 때 할 수 있는 일과 생존자를 돕고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문제의 근원이 여성의 존엄성 부족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피해자가 무시당하지 않고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면서 “피해의 생존자들, 방관자들이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기를 열망한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남을 인정할 때 고립의 그늘서 벗어난다

    남을 인정할 때 고립의 그늘서 벗어난다

    타자의 추방/한병철 지음/이재영 옮김/문학과지성사/133쪽/1만 2000원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 창구로 활용된 지 오래다.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닌 이들을 발견하며 공감대를 확인한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획일화된 정보를 경쟁적으로 재생산한다. 저자에 따르면 ‘좋아요’의 공동체는 지옥일 뿐이다. ‘좋아요’의 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낯선 타자와 마주할 기회를 잃고 같은 것의 폭력에 휘둘린다. 자신에게만 익숙하게 길들여진, 같은 것이 창궐하는 나르시시즘적 사회는 인간을 자기 착취로 이끈다. 침묵과 고독의 자유 공간을 억압받는 우리는 결국 세상 곳곳을 다니면서도 제대로 된 경험을 전혀 하지 못하고,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쌓으면서 어떤 지식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같은 것의 테러 속 구원의 손길은 타자에게 있다. 저자는 낯선 존재, 불편한 존재로만 인식해 온 타자야말로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가능하게 해 주고 고립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우선 타자를 환영하고 타자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긍정하라고 조언한다. 타자의 말을 경청하고 타자에게 대답하는 책임의 언어를 다시 배울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담론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작 ‘피로사회’, ‘투명사회’ 등에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지배하는 우리 시대를 예리하게 고찰한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의 신작으로, 경구처럼 짧고 함축적이면서 핵심을 찌르는 문장이 문제의 근원을 파고든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산은,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 작년 3조 적자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3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가치 하락과 구조조정 기업 충당금 적립 등이 원인이다. 산은은 3일 지난해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3조~3조 6000억원(잠정치)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때 4조 9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 규모 적자다.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비용만 3조 5000억원에 이른다. 한진해운 9000억원, STX계열 기업 1조 2000억원 등의 구조조정 비용까지 합치면 5조 6000억원이다. 산은 측은 “큰 폭의 적자가 났지만 그동안 축적한 이익이 있어 정부 재정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한 3개 연도(2013년, 2015년, 2016년)를 제외할 경우 2001년부터 누적 순이익 규모가 12조 7000억원이라고 덧붙였다. 3개 연도를 포함해도 누적 순이익은 6조 4000억원이다. 산은 측은 “회계법인 감사가 진행 중이라 정확한 적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최종 실적은 이사회를 거쳐 이달 말 주주총회 때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