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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세대] 새로 정의돼야 할 공정한 경쟁/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새로 정의돼야 할 공정한 경쟁/김영준 작가

    한 개인의 성취는 그 개인이 가진 자원의 총량에 의해 결정된다. 읽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이 말을 긍정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 사례를 떠올리며 반박하고 싶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 그리고 운에 따라서 개인이 가진 자원보다 못한 결과를 내는 사람도 있고 자원 이상의 결과를 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개인이 가진 자원만큼의 결과치를 내게 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윗세대의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아랫세대에게 호통을 치는 사람들이 꼭 등장한다. 저분들은 별다른 자원 없이도 성과를 냈는데 아랫세대는 나태하고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자원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전쟁 이후 자본시설은 파괴되었고 우리 사회는 사실상 초기화됐다. 모두가 가난하고 모두가 없었던 시절이니 이 시기엔 개인의 특질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분명 개개인이 가진 자원은 결과에 영향을 줬던 것이 사실이었다. 산업화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공부시킬 자식과 빨리 취업해서 돈 벌게 할 자식을 구분 짓던 것이 비교적 일반적인 이야기 아니었는가? 지금은 전후을 기준으로 해도 3세대를 훌쩍 넘었다. 그리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부, 인적 네트워크, 정보 등과 같은 자원의 축적량은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할수록 개인이 가진 특질의 차이보단 가진 자원의 총량 차이가 더욱 커졌기에 개인의 특질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자원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면 이것은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있을까? 사회 한쪽에서는 바로 이런 물음을 가지고 의문을 제기하며 과거처럼 100% 노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사회가 와야 한다 주장한다. ‘1만 시간의 법칙’과 ‘그릿’(Grit)이 이들의 성경이다. 그러나 100% 노력으로 경쟁하는 것이 공정하다 말하긴 어렵다. 카일리 림펠드 외 3인의 ‘진정한 노력과 유전’(True Grit and Genetics) 연구에 의하면 노력(Grit)의 형성 요인을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구분했을 때 유전적 요인이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부유하고 자녀에게 물려줄 자원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노력이나 기질을 물려받는 것도 운이 필요한 일이다.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도 운이고 부모로부터 좋은 기질을 물려받는 것도 운의 영향력이 크다면 대체 공정한 경쟁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공정한 경쟁의 정의는 대체 무엇일까? 어느 영역까지를 공정한 경쟁의 범위에 포함할 수 있는 것일까? 현재 사회적으로 합의된 공정한 경쟁의 기준은 없다. 각자 유리한 것을 공정하다고 주장할 뿐이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바로 공정한 경쟁의 새로운 합의다. 과거의 경험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과거의 것은 과거니까 그렇게 돌아간 것뿐이다.
  • LG전자 ‘먼지 논란’ 의류건조기 145만대 전량 무상수리

    “소비자원 시정 권고 충실히 이행할 것” 한국소비자원은 29일 최근 논란이 된 LG전자의 콘덴서 자동세척 의류건조기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렸다. LG전자 측은 2016년 4월부터 최근까지 판매된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145만대 전량에 대해 무상수리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해당 건조기의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악취가 난다는 사례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다수 접수되자 현장 검검을 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가구 50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23일부터 18일 동안 점검한 결과 11대(22%)가 콘덴서 전면 면적의 10% 이상에 먼지가 끼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9대(78%)는 전면 면적의 10% 미만에 먼지가 쌓였다. 건조기 용량이 클수록 쌓인 먼지의 양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소형(8·9㎏) 건조기는 점검 대상 30대 중 28대(93.3%)가 10% 미만으로 먼지가 끼어 있었다. 반면 대형(14·16㎏) 건조기는 20대 중 9대(45%)에 10% 이상 먼지가 쌓여 있었다. 또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에서 먼지가 더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완동물이 있는 5개 가정의 대형 건조기의 경우 먼지 축적 면적이 모두 10% 이상이었다.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원인은 사용 조건에 따라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형 건조기의 경우 필터가 아닌 다른 경로로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장치가 없었다. 현장점검 결과 소형·대형 건조기 모두 약 300~700㎖ 정도의 물이 내부 바닥에 남아 있었다. 이 물은 세척 과정에서 쓰인 응축수로 먼지 등과 섞여 미생물 번식·악취 발생의 가능성 있다고 소비자원은 판단했다. 이로 인해 건조기 내부가 항상 습한 상태로 유지될 경우 금속재질의 구리관과 엔드플레이트(철 재질의 강판)의 부식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LG전자는 소비자원에 제출한 시정계획을 통해 건조기 성능을 개선하고 이미 판매된 모든 제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일정량의 응축수가 모여야 작동했던 자동세척 기능을 건조 기능 사용 대마다 매번 작동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제품 안에 남아 있는 응축수를 줄이기 위해 내부바닥(베이스 판)과 배수펌프의 구조도 개선한다. 콘덴서 부품에 녹이 발생해 건조 성능이 떨어지면 관련 부품을 10년간 무상으로 수리해 주기로 했다. 무상 수리조치를 받으려면 LG전자 서비스센터에 요청하면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보다 편리하게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검증을 마쳤고 소비자원이 발표한 시정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예술이 된 폐공장 벽 파산은행 명단… 밝은 미래 약속한 거짓된 권력

    예술이 된 폐공장 벽 파산은행 명단… 밝은 미래 약속한 거짓된 권력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은 거짓 이력으로 부잣집 과외선생으로 취업하려는 아들 기우(최우식 분)에게 한 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그럼에도 자본 권력은 빨아먹을 피조차 굳어가는 사람들에게도 밝고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며 그들을 유혹한다. ‘복지 천국’에서 나고 자란 3명의 예술가는 이런 현실을 두고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 국제갤러리가 지난해 8월 부산 수영구 망미동 폐공장 터에 문을 연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전시회를 둘러보던 중 ‘기생충’의 대사가 불쑥 떠올랐다. 덴마크 작가 그룹 슈퍼플렉스(SUPERFLEX) 개인전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는 설치와 회화 작품을 통해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인류 당면 과제를 다룬다. 옛 고려제강 공장 뼈대를 그대로 살린 갤러리에 들어서면 두 벽면에 걸쳐 글과 숫자가 빼곡하게 적힌 검은 패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두 금융위기 때 ‘망한’ 은행의 이름과 날짜다. 토마토저축은행, 대전상호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의 파산 기록도 담겼다. 맞은편 벽면에는 파산한 은행의 로고를 변형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 세계 금융 권력의 소멸 과정을 추적한 설치미술 작품 ‘파산한 은행들’(Bankrupt Banks)이다. 전시회장을 찾은 작가 야콥 펭거는 “파산한 은행들, 그리고 그들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 영향력을 키우는 은행들의 성공과 소멸을 보면서 거대한 세계 경제구조가 돌아가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면서 “파산한 은행들은 ‘선샤인 뱅크’처럼 주로 밝고 긍정적인 미래를 약속하는 이름의 은행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검은 패널과 은행 로고 회화 사이 넓은 바닥은 파란색 조형물이 가로지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꺾은선 그래프 혹은 주가변동 그래프가 떠오르는 형상이다. 작가들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18개월간 가치 변동을 추적해 시각화한 작품 ‘나와의 연결’(Connect with me)이다. 작가는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를 ‘자유경제시장의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이 또한 실패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걸 표현했다”면서 “작품 ‘파산한 은행들’은 금융기관이 거대 경제구조를 책임졌던 구시대 경제를 의미하고, ‘나와의 연결’은 개인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처럼 개인이 경제구조를 책임지는 새 시대의 경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갤러리 입구 벽면에는 바닥에서 약 1m 높이에 파란 유리조각 3개가 붙어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의미하는 작품이다. 작가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서에서 예측한 100년 뒤 상승한 해수면을 표현했다”면서 “현재 인류가 처한 한계와 또 미래에 다가올 재앙을 가시화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 의미를 설명했다.이 밖에 캔맥주에 ‘공유경제’ 개념을 담은 작품 ‘프리비어’(FREE BEER)는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작가들은 덴마크 양조 전문가가 만든 맥주 제조 방법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공개했다. 저작물 이용 표시(CCL)를 하고 같은 맥주를 만들거나 이를 변형한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또 이윤 창출을 위한 상업적 활용도 허용한다. 갤러리 인근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 이를 변형해 개발한 ‘프리비어’ 7.0 버전을 판매한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부산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전쟁의 상처 안고 살아가는 60년대 ‘인간 군상’을 엿보다

    전쟁의 상처 안고 살아가는 60년대 ‘인간 군상’을 엿보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8회 서울의 영화3(이만희 감독의 귀로)’ 편이 지난 24일 중구 정동과 서소문동 그리고 서울역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혹서기 야간투어 프로그램의 마지막 다섯 번째 순서였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평소보다 한 시간 빠른 오후 5시 집결지인 시청역 2번 출구에서 출발했다. 먼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정동 전망대에 올라 영화의 주요 무대 중 한 곳인 정동과 덕수궁 일대를 조망했다. 이어 정동제일교회~배재학당역사박물관~고려삼계탕~시위병영 터~호암아트홀을 차례로 둘러봤다. 가톨릭 성지로 거듭난 서소문역사공원은 칠패시장과 만초천, 처형장의 옛 흔적을 품은 곳이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영화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역의 황혼을 지켜본 뒤 서울역 광장에서 답사를 마무리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무형유산인 영화 귀로와 유형유산인 고려삼계탕,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역 광장 등 모두 4곳이었다. 해설을 맡은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영화의 주요 현장에서 영화보다 더 재미난 영화 이야기를 들려줬다. 참석자들은 흥미진진한 60년대 미스터리 멜로드라마에 숨을 죽였다.한국영화사의 거장 이만희(1931~1975) 감독의 정신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쟁이었다. ‘인간 이만희’의 삶은 온통 전쟁이 지배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에 참전, 통신병으로 5년간 복무한 그는 “내가 가진 기억은 군대와 영화밖에 없다”,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으면 직업군인으로 살았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연출작 51편 중 11편이 전쟁영화였으며 멜로물에도 전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켰다. 소설가 김승옥은 이만희 감독이 세상을 떠나자 “당신은 포탄 속을 묵묵히 전진하는 병사들 편이었고,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들 편이었고 그리고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의 편이었다”는 압축적인 헌사를 묘비명으로 바쳤다. 전쟁영화 감독 역이 가장 앞에 놓인 것처럼 그의 영화에 담긴 휴머니즘, 시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에 대한 이해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는 모두 전쟁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 대표작으로 ‘마의 계단’(1964), ‘만추’(1966), ‘귀로’(1967), ‘휴일’(1968) 등을 꼽지만 그의 진정한 대표작은 1963년 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다. 이 전쟁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그는 충무로의 스타 감독이 됐다. 이만희 감독은 한국영화의 전성기인 1960년대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시킨 인물이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가 개발한 기존 장르를 활용하면서도 재해석했고, 대사로 설명하기보다는 영상과 분위기로 영화를 느끼게 했다. 전쟁영화도, 멜로드라마도, 액션스릴러도, 시대극도 자신의 스타일로 창조한 스타일리스트였다.이만희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1960년대 한국영화를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대중 지향의 장르영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미학과 예술성을 개척했다. 영화 ‘귀로’는 한국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눕게 된 남편(김진규 분)을 돌보던 아내 지연(문정숙 분)의 망설임과 선택에 관한 영화다. ‘가부장제 현실과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실존적 고투를 벌이는 여성 캐릭터’라고 평가할 만하다. 영화는 우연히 알게 된 젊은 남자와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심리와 도시의 풍경이 맞물린 감각적인 멜로드라마다. 이상과 현실, 권태와 욕망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한 여인의 몸부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육교, 가로등, 거리의 시계, 서울역 광장을 통해 여주인공의 결핍과 욕망을 대사 없이 상징적으로 화면에 담았다. 영화에는 남편이 있는 이층 방으로 연결되는 계단, 연인과 함께 밤을 보내는 여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언덕 위에 있는 성당까지 이어진 돌계단 등 세 종류의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들은 욕망과 죽음 혹은 구원과 파멸을 은유한다. 또한 이 계단들은 삶과 죽음, 허상과 실상을 구획하는 경계이기도 하다. 허상의 삶 너머에는 아득한 심연이 자리하고 있다. 계단 숏들의 미세한 변주는 지연의 심리 변화와 이 부부의 관계 변화를 암시한다. 그리고 이 계단 전후에 반복되는 사건들이 배치된다. 반복과 차이의 구조는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기차역에서 신문사로 가는 길에 나오는 건널목에서는 기차가 지나가고, 육교를 걸을 때 대형 시계가 보인다. 또 핸드백은 이별을 예감하게 한다.1960년대 후반 서울의 모습이 영화를 통해 인상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고가와 육교 그리고 지하도는 1960년대 후반 서울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적 건조물들이다. 이 시기 도로와 교량 건설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서울은 차량을 위한 도시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아현고가도로는 준공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도심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은 외곽으로 쫓겨났다.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 타고 싶지만 막상 타고 보면 답답하다”고 여주인공은 말한다. ‘귀로’에서 여주인공은 남편의 심부름으로 ‘잔설’이라는 제목의 신문 연재소설 원고를 신문사에 전달하기 위해 경인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다. 서울역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이동하기 위해 스쳐 가는 곳이다. 남편의 소설 원고를 신문사에 전달하기 위한 주기적인 외출이 그녀를 숨 쉬게 한다. 그녀는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기차를 타고 신문사로 간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외출은 그녀에게 ‘짧은 여행’이다. 기차는 한 장소와 다른 장소를 연결한다. 인천과 서울을 왕복하는 지연의 동선은 세 번에 걸쳐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기본적으로 그녀의 동선은 기차~서울역~육교~신문사로 이어지고 돌아오는 길은 그 역순이다. 이 동선에 남산 야외음악당과 서울역 근처의 성당을 산책하는 것이 가끔 낄 뿐이다. 그녀는 서울의 거리를 걷는 여성 산책자다. 그녀의 집은 정주의 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 속에 사로잡힌 폐쇄의 공간일 뿐이다. 서울 나들이는 실존의 이유를 찾는 여정이다. 그녀는 존재는 도시의 군중 속에 있다. 서울 도심의 유일한 철도건널목인 서소문건널목은 하루 평균 560회가량 열차가 지나다니는 전국 통행량 1위 건널목이다. 서소문 밖 네거리는 전통적인 처형장이었지만 천주교 역사에서는 순교성지다.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를 거치며 수많은 순교자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한국 교회의 단일 순교지로는 가장 많은 성인을 배출한 곳이다.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를 배출한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인 성지다.남대문과 서대문 사이 서소문은 도성과 마포, 용산을 잇는 관문이자 조선시대 1번 국도인 의주를 잇는 중요한 문이었다. 서소문과 그 서쪽 약현 사이 저지대를 가르며 안산과 인왕산에서 발원한 만초천이 한강으로 흘렀는데 그 유역을 따라 시가지가 발달했다. 군자창, 만리창 등 관영창고가 위치했고, 칠패시장과 소의문 밖 시장이 서로 이어졌다. 종로시전, 이현시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을 형성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우리나라 왕성 5부 안의 애오개는 서강으로 가는 길이고, 약고개는 용산으로 가는 길로서 곡물이 폭주하고 수레가 부딪치고 사람이 어깨를 부딪는 곳”이라며 번잡한 시가지로 묘사했다. ‘귀로’의 여주인공이 서울역에서 세종로 신문사로 가는 길에 건넜던 그 서소문건널목에는 아직도 사람과 열차가 분주하게 지나다닌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19차 망우리 ■일시 및 집결장소: 8월 31일(토) 오전10시, 망우역 1번 출구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원유 정제 때 나오는 황폐기물로 신소재 개발

    원유 정제 때 나오는 황폐기물로 신소재 개발

    국내 연구진이 원유를 정제해 다양한 석유화학 물질을 추출할 때 나오는 다량의 황 폐기물을 가지고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 연구팀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황 폐기물을 이용해 웨어러블 전자소재 같은 다기능성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고분자 분야 국제학술지 ‘ACS 매크로 래터스’ 8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황 생산량 6800만t 중 5%에 해당하는 340만t 정도가 폐기물로 축적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황 폐기물을 수출하고 있지만 중국의 정유산업 고도화로 인해 수출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황 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황을 기반으로 한 신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소재에 신축성이 없어 쉽게 부서지고 재사용이 어려운 점 등 물성이 떨어져 상용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황에 파라디아이오도벤젠이라는 물질을 고온에서 녹여 결합시키고 실리콘 오일을 소량 첨가하는 방법으로 다기능성 황 기반 고분자 소재를 만들었다.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는 신축성을 150~300%까지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외선을 쬐어주면 스스로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자가 치유 특성을 갖는다. 특히 적외선을 투과시킬 수 있어 웨어러블 전자소자나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필름 형태로 만든 신소재 양끝을 잡고 당기면 길이가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이 300%에 달하고 신소재에 흠집을 낸 뒤 자외선을 조사하고 5분이 지나면 자가 치유됐다. 또 한 번 사용한 소재를 잘게 부서뜨린 뒤 고온에서 강한 압력으로 찍어내면 원래 상태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김용석 화학연구원 센터장은 “중국 정유산업 고도화로 황 수입이 급감하면 국내에 대량의 황 폐기물이 축적될 수 있는 만큼 황 폐기물을 활용한 다양한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이 개발돼야 할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황 폐기물로 만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 응용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현대차, 상하이에 ‘수소 월드’ 오픈…넥쏘 공기정화·수소사회 체험존 마련

    현대차, 상하이에 ‘수소 월드’ 오픈…넥쏘 공기정화·수소사회 체험존 마련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상하이에 수소차 기술과 미래 수소 사회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을 개관한다고 26일 밝혔다. ‘현대 하이드로겐(수소) 월드’라고 이름 붙여진 전시관은 상하이 푸둥의 랜드마크인 쓰지광장에 들어선다. 운영은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2주간이다. 406㎡(약 123평형) 규모로 조성된 전시관은 수소차 넥쏘 공기정화 시연존, 수소 미래 사회 체험존, 수소차 절개차 전시존, 미래 모빌리티 체험존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수소차 기술과 친환경 수소 에너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 주는 공간”이라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 경제 산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이병호 사장과 티나 마리아 유엔개발계획(UNDP) 중국 부대표, 장퉁 중국 퉁지대 연료전지자동차 기술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사장은 인사말에서 “현대차그룹은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개발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전시관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축적해 온 기술력과 미래 수소 사회에 대한 비전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KT, 5G 오픈랩 중심 중소·벤처 협업 강화

    KT, 5G 오픈랩 중심 중소·벤처 협업 강화

    KT가 세계 최고 수준의 5G(세대 이동통신)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해 매진하고있다. 5G 오픈랩을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과 5G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혁신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인력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KT는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 2019에서 AI 로봇카페와 AI 호텔로봇을 선보였다. AI 기반 로봇이 음료 주문을 받고 원하는 물품을 배달해 주는 솔루션이다. MWC 2019 기조연설에서 KT 황창규 회장은 현대중공업(700만㎡) 생산현장을 5G 네트워크로 제어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 줘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스마트공장 자동화 산업전에서 KT는 스마트팩토리 기능을 선보였다. 360도 영상을 고해상도로 촬영해 5G 네트워크로 딥러닝 기반 영상분석 서버에 실시간 전달하고 분석함으로써 현장 출동요원과 공유하는 솔루션이다. KT는 효율적인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초저지연이 가능한 제어 및 사용자 분리(CUPS), AI로 장애 원인을 찾아내 복구하는 닥터로렌 솔루션 등을 축적해 가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효성, 최첨단 소재 개발 역점…고부가 ‘신성장 발전소’

    효성, 최첨단 소재 개발 역점…고부가 ‘신성장 발전소’

    첨단소재 제조 기업인 효성이 미래 고부가가치 신성장 사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효성은 2020년까지 연 2000t 생산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증설한다. 2011년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를 개발한 효성은 2013년부터 전북 전주공장에서 연 2000t 규모로 생산해 오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을 대체할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효성중공업은 50년간 축적된 송·배전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송전 사업 강화에 나선다. 먼저 한국전력, 전기연구원 등과 함께 2021년까지 전압형 초고압 직류송전 설비의 주요 부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와 강동구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효성티앤씨는 인도에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인구 13억명’ 내수시장 공략에 나선다. 인도의 스판덱스 시장은 히잡 등 ‘무슬림 웨어’와 데님, 란제리, 스포츠웨어, 기저귀 등의 수요 상승으로 2012년 이후 연평균 16%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자동차 수요가 급증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타이어코드’로 파고들 계획이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 타이어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 보장재다. 효성의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은 2016년 22%에서 지난해 40%로 늘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송도호 서울시의원, 봉천천 복원·한강대교 북단 램프 설치 촉구

    송도호 서울시의원, 봉천천 복원·한강대교 북단 램프 설치 촉구

    서울시가 서남권 균형발전을 위해 관악구 대표 복개생활하천인 봉천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고, 지역 교통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강대교 북단에 램프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도호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1)은 26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289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박원순 시장에게 서남권 지역발전 일환으로 관악구 봉천천 복원과 한강대교 램프 설치를 촉구했다. 송 의원은 봉천천 복원과 관련해 해당 토지이용, 교통, 물환경, 생태계, 재해예방 기여효과에 대해 열거하며 봉천천 복개하천의 복원 필요성을 주장했고, 이를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서울시의 조속한 검토를 촉구했다. 또한, 지역 교통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한강대교 북단에 강변북로로 직결할 수 있는 램프를 설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관악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봉천천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의 경우 ‘균형발전 기여’, ‘지역경제 파급효과’, ‘삶의 질 향상’, 사회적자본 축적’ 등과 관련된 평가항목이나 지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어 7기 시정가치와 시대적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며,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송 의원은 서남분뇨처리시설이 대기시간이 많아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의 시정을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먼저 간 아기 듀공 ‘마리암’ 따라…생후 3개월 듀공마저 숨져

    먼저 간 아기 듀공 ‘마리암’ 따라…생후 3개월 듀공마저 숨져

    지난 17일(현지시간) 아기 듀공 ‘마리암’이 숨을 거둔지 일주일 만에 또다른 아기 듀공 ‘자밀’마저 세상을 떠났다. 태국 해양해안자원부는 22일 밤 9시 43분 생후 3개월 된 아기 듀공 ‘자밀’이 푸켓 해양생물센터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로써 태국은 마리암과 자밀을 포함해 최근 일주일 새 4마리의 듀공을 잃게 됐다. 올 들어 태국에서 죽은 듀공은 모두 17마리다. 자밀은 마리암과 함께 태국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기 듀공이다. 지난 4월 29일 태국 남부 관광지 끄라비 해변에서 암컷 아기 듀공 마리암이 발견된 데 이어 7월 1일 같은 지역에서 구조된 수컷 아기 듀공 자밀은 그간 푸켓 해양생물센터에서 보살핌을 받았다.자밀은 태국 공주 시리완나와리 나리랏이 직접 붙여준 이름으로, ‘바다의 미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마리암은 ‘바다의 미녀’라는 뜻이다. 세 달 간격으로 구조된 이 바다의 미남 미녀는 함께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 등장해 애교 넘치는 모습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마리암이 세상을 떠나고 이틀이 지나고부터 자밀의 건강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복부에 찬 해초 탓에 먹이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던 자밀은 22일 오후 병원으로 옮겨져 해초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지만 퇴원 5시간 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해양해안자원부는 “복부에 찬 해초가 소화기관을 막으면서 가스가 축적됐고, 이 때문에 혈관 파열과 감염 증세가 나타났다”면서 “유관기관과 협조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자밀을 살리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 “마리암을 떠나보낸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자밀까지 숨을 거뒀다. 두 아기 듀공의 죽음이 해양생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듀공은 현존하는 해양 포유류 중 유일한 초식성 동물이다. 평균 70년까지 살지만 수천년간 진행된 밀렵과 남획으로 개체수가 줄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특히 최근 심각해진 바다쓰레기 때문에 듀공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자밀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아기 듀공 마리암의 위장에서 최대 20cm에 달하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된 점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해수면 온도로 토네이도 발생 예측

    매년 4, 5월에 집중 발생하는 북미지역 토네이도 생성 과정이 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부산대 석학교수) 단장 연구팀은 4월에 발생하는 북미 지역 토네이도 발생 횟수가 해수면 온도와 대규모 기압 패턴에 의해 조절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토네이도 발생 여부를 인근 해수면 온도 패턴으로 수개월 전 예측할 수 있게 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네이도는 최소 시속 100㎞로 빠르게 회전하는 바람으로 전 세계 토네이도의 75%인 평균 1000여개가 북미지역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해마다 발생 횟수는 크게 달라 2011년에 평년의 2배 가까운 1898개가 발생해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연구진은 이를 고려해 토네이도 횟수와 기후 환경의 상관관계를 월별로 분석했다. 지난 62년간 축적된 북미 지역 토네이도 관측 자료와 모형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4월에 한정해 해수면 온도가 특정 패턴을 가질 경우 북미 토네이도 발생 횟수가 증가함을 규명했다. 제1저자인 추정은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기후변화가 북미 지역 토네이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빗물펌프장 위 청년주택… 주거문화 혁신 ‘콤팩트 시티’ 세운다

    빗물펌프장 위 청년주택… 주거문화 혁신 ‘콤팩트 시티’ 세운다

    서울 서대문구 경의선 숲길 끝 연희동 일대 교통섬 유휴부지와 은평구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에 ‘청년주택·빗물펌프장·생활사회간접자본(SOC)’을 갖춘 복합단지가 조성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도로 위 공공주택에 이어 또다시 선보이는 도심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콤팩트 시티’ 구축 모델로, 도심 주거 문화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올 혁신적인 실험으로 평가받는다.김세용 SH공사 사장은 2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연희·증산 혁신거점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설계안을 공개하고, “연희동 유휴부지와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에 최고의 건축가를 선정, 청년주택 조성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두 곳 모두 빗물펌프장 위에 청년주택을 짓는 것으로,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당선작 설계안에 따르면 500명 입주 규모의 1인·공유주택 같은 가변적 청년주택, 공유워크센터·청년창업공간·청년식당 같은 청년지원시설, 공공피트니스·도서관 같은 생활SOC, 빗물펌프장 같은 기반시설이 입체적·압축적으로 조성된다. SH공사는 “청년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기존 가구수 개념 주택에서 벗어난 새로운 청년주택 모델”이라며 “이용도가 낮은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재창조할 것”이라고 했다. 두 대상지는 도로로 둘러싸인 교통섬과 빗물펌프장으로 주변과 단절돼 있고, 시민들 발길도 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SH공사는 역세권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 홍제천·불광천과 인접한 수변 공간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이전에 없던 주거 모델을 만들어 냈다. SH공사는 “역세권에 위치해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직주근접 콤팩트 시티를 실현할 수 있고, 수변 공간의 자연경관을 살려 자전거도로를 신설하거나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자연과 어우러진 주거 문화도 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연희동 유휴부지(4689㎡)는 청년 유동 인구가 많은 경의선 숲길과 가좌역(경의중앙선), 홍제천을 연결하는 보행 거점 특성을 살려 청년활동시설과 생활SOC가 결합된 청년주택이 건립된다. 연면적 9264㎡, 지상 7층 규모의 200인 안팎 청년주택과 청년창업지원센터, 도서관, 청년식당, 마켓, 옥상텃밭, 운동시설 등이 입체적으로 들어선다. 빗물펌프장도 신설되고, 빗물펌프장을 인공지반으로 활용해 주거와 어우러지면서도 홍제천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배치된다. 홍제천변에 조성된 기존 자전거길을 연장해 건물 주변을 잇는 자전거길을 만들고, 1층에 카페와 식당 등을 배치, ‘자전거 허브’도 조성된다. 증산 빗물펌프장 부지(6912㎡)는 3개 철도 노선(6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이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인접해 있고, 서울 서북권과 일산·파주·운정 등 수도권 신도시를 연결하는 관문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 수도권 통근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청년주택으로 지어진다. 기존 빗물펌프장 위에 데크(인공대지)를 설치해 새로운 지층을 만들어 연면적 1만 349㎡, 지상 13층 규모의 복합시설을 건립한다. 1인 주택(100가구)과 공유주택(65가구)이 결합해 300여명이 입주할 수 있는 청년주택과 공유오피스·코인빨래방·공유키친·공공피트니스·농수산물마켓 같은 생활SOC를 조성한다. 주거 공간은 바로 앞 불광천 방향과 남향으로 면하도록 해 채광과 조망권을 극대화하고, 테라스식 주택을 계단형으로 배치해 테라스를 텃밭 등 공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빗물펌프장 위 주택이라는 점에서 제기돼 온 소음·진동·악취 문제 해결에도 주력한다. 소음·진동 문제는 펌프 진동·소음을 최소화하는 ‘펌프실 공명형 타공판’과 펌프 방음박스, 배관용 방진스프링 등을 설치해 해소한다. 펌프장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상부엔 편의시설을 배치한다. 펌프에 물을 유입시키는 펌프장 흡수정은 악취가 새어 나오지 않는 밀폐형 구조로 만들고, 주기적인 청소를 통해 악취를 예방한다. 필요하면 탈취 시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SH공사는 “설계공모 전 관련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충분히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고, 실시설계단계에서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SH공사는 올해 안에 지구계획 수립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의견 수렴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공공주택 통합심의를 거쳐 2월 사업 계획을 확정한다. 이후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하반기 착공, 2022년 하반기 준공·입주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공주택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하고 한창 경제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겐 생활안전망이 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이 사업을 통해 단절된 도시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디자인 혁신을 통한 새로운 청년주택 모델로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도심 속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콤팩트 시티의 하나로 저이용 도시공간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기반·공공시설과 주택·생활SOC 복합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용어 클릭] ■ 콤팩트 시티 고밀도 개발을 통해 도시 주요 기능을 한곳에 밀집시키는 도심 개발 형태로, 도심 재생의 핵심이다. 입체복합개발을 통해 주거·사무·상업·문화 등 각종 시설을 집약시켜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한곳에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생활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게 특징이다.
  • [사설] 수출도 기업 이익도 감소, 혁신경제 규제 풀어라

    줄줄이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불안한 수준이다. 이달 들어 그제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수출 감소가 예정됐다. 코스피 상장사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37%, 43% 줄었다. 특히 2분기 순이익이 1분기보다 21% 감소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일정 부분 현실화하는 가운데 어제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는 2010년 10월 이후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1년 전보다 0.3% 떨어졌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한 달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물가가 7개월째 0%대인데 경기침체에 물가마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어제 내년에 혁신성장 확산을 위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등 혁신 인프라에 1조 7000억원,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3대 신산업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가 반갑지만, 이번 투자가 성과로 연결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해당 산업이 각종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AI 등이 발전하려면 개인정보의 축적과 활용이 필수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는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가공된 개인정보(비식별정보)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익명 처리해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식별 가능성이 있으면 쓸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에서 시작된 원격의료는 참여 의료기관이 의원 한 곳뿐이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거라는 동네 병원의 우려를 풀지 못한 탓이지만, 이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전자 치료 기초연구도 막혀 있어 답답하다. 제조업과 수출기업이 어려운 중에 혁신성장이라도 됐더라면 경기침체의 속도가 이리 가파르지 않았을 것이다. 혁신경제 관련 규제를 풀고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 혁신경제 부분은 정부도 혁신적으로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
  • [과학계는 지금] 해수면 온도 분석해 북미 토네이도 예측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부산대 석학교수) 단장팀은 그동안 예측이 불가능했던 북미지역 토네이도 발생을 인근 해수면 온도 패턴을 분석해 수개월 전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22일자에 실렸다. 토네이도는 시속 100㎞ 이상으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소용돌이치는 바람으로 국내에서는 ‘용오름’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전 세계 토네이도 75%가 북미지역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4, 5월에 집중된다. 토네이도는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달리 반경 수백m의 작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예측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지난 62년간 축적된 북미 지역 토네이도 관측자료와 모형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중앙 태평양과 멕시코만 지역이 따뜻하고 미국 서해안이 차가울 때 4월 토네이도가 급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동북4구 시의원 연구모임 ‘사구뭉치’ 제3회 워크숍 개최

    동북4구 시의원 연구모임 ‘사구뭉치’ 제3회 워크숍 개최

    서울특별시의회 동북4구 시의원 연구단체인 ‘사구뭉치’가 지난 19일 노원구청 소회의실에서 동북4구 보건복지 현안 논의를 위한 ‘사구뭉치 제3회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사구뭉치’ 출범 후 세 번째로 개최된 정책 간담회로서 모자보건센터 설립, 서울시 저소득시민 부가급여 인상 등 주민 삶에 직결된 보건복지 현안을 논의하고 아이휴센터 등 노원형 초등돌봄 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사례학습을 통해 동북4구의 보다 나은 육아환경 조성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워크샵에 참석한 김생환 부의장(환경수자원위원회·노원4)은 “노원구는 서울시에서 저소득 계층, 어르신, 영유아 등 복지혜택이 필요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자치구”라며, “아이들이 도보 10분 거리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노원형 초등돌봄은 그간 축적된 노원구의 정책경험과 여러 관계 공무원의 노고와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선 의원(교육위원회·강북3)은 “물리적 공간조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센터 아동에 대한 낙인효과 등 문제점도 함께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촘촘한 돌봄환경 조성과 함께 문제점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상훈 의원은(도시계획관리위원회·강북2) “한 쪽에서는 출산율이 줄어 학교에 빈 교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다른 한 쪽에서는 아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할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순된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체계적인 교육시설 공간관리를 통해 변화하는 육아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워크샵을 주관한 봉양순 의원(보건복지위원회·노원3)은 “보건복지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노원구에서 관련 논의를 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늘 논의된 내용을 기초로 시의원-집행부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여 동북4구 주민의 실질적인 행복증진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구뭉치’는 동북4구(성북·강북·도봉·노원) 시의원간 공동연구를 통해 해당 자치구별 현안과 숙원사업을 함께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의 상생과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의원연구단체로, 지난 2월 동북4구 시의원 18명이 뜻을 모아 출범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AI로 동대문 패션상품 검색…와이즈패션 ‘MD렌즈’ 출시

    AI로 동대문 패션상품 검색…와이즈패션 ‘MD렌즈’ 출시

    빅데이터 전문업체 ‘와이즈패션’은 21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매 패션업체가 원하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찾아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MD렌즈’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MD렌즈는 소매 패션업체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의류 상품 사진을 찍으면 AI 이미지 인식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재 동대문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품 중에서 가장 유사한 상품을 즉시 찾아주는 서비스이다. MD렌즈는 와이즈패션이 도매, 소매, 사입 대행 간 업무를 지원하는 자동주문 서비스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이즈패션은 5분 만에 주문이 이뤄지는 자동주문 서비스를 2017년부터 2년간 매일 무료로 서비스해왔다. 이를 통한 데이터 축적 규모는 연간 1조원에 이른다. MD렌즈 앱 서비스는 와이즈패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스토어 등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노창현 와이즈패션 대표는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전국 패션 도소매업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종전 2~3시간 소요되던 주문을 5분으로 단축하는 주문 자동화 서비스를 운영해 패션 빅데이터를 구축했다”며 “동대문 도매 상품을 스마트폰으로 1분 이내에 정확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MD렌즈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일 경제전쟁 600년 만의 역전/김상연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한일 경제전쟁 600년 만의 역전/김상연 정치부장

    이순신 장군의 눈부신 승리와 명(明)의 참전이 없었다면 임진왜란 때 이미 이 땅을 일본에 내줬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당시 일본과의 국력 격차는 컸다. 물론 1592년에 갑자기 차이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진왜란은 오랜 세월 축적된 경제력의 우열이 침략 전쟁으로 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최소한 왜란 발발 172년 전에 일본이 경제적으로 우월했음을 짐작할 만한 기록이 있다. 1420년 일본에 다녀온 사절단의 대표 송희경이 쓴 ‘노송당일본행록’에 따르면 당시 일본은 ‘수력 자동 양수차’ 등 첨단 수리관계시설을 기반으로 3모작을 하고 있었고, 인구가 흥성했다. 일본 역사에서도 이때부터 농업 생산력이 높아지면서 시장경제가 현저히 발달했다고 평가한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역시 오래 누적된 하부구조(경제)의 격차가 상부구조(정치)를 뒤흔든 결과다. 도쿠가와 막부가 지배한 1600년에서 1800년대 중반까지 250여년간 일본은 전쟁 없는 평화기를 구가하면서 경제가 약진했다. 광해군 때인 1613년에 일본은 막부 조선소에서 만든 서양식 범선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해 멕시코에 다녀왔을 만큼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이런 국력 차는 일본인이 우리보다 유능해서가 아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이론을 적용한다면 지리적 차이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일본 열도는 가장 가까운 지점을 기준으로 한반도에서 160㎞, 중국 해안으로부터 800㎞ 떨어져 있는데, 평화로운 교역은 가능하지만 대륙 세력이 침공하기는 힘든 거리다. 대륙으로부터 좋은 것(문명)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전쟁)은 피할 수 있는 혜택을 타고난 셈이다. 일본의 지정학적인 장점은 1950년대까지 이어졌다. 패전국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 특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600년 넘게 뒤져 있던 우리가 최근 우리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일본을 바짝 따라붙었다. 아직 여러 부문에서 우리는 일본에 미달하지만 1인당 수출액 등 일부 지표에서는 벌써 일본을 추월했다. 특히 남북 분단이라는 핸디캡을 감안하고 보면 우리의 저력이 얼마나 섬뜩한지 알 수 있다. 쇼비니즘적인 시각을 경계하며 전망하더라도 우리는 언젠가 일본을 실질적으로(특히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앞설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거의 유일한 강점인 지리적 특성이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무의미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경제보복’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600여년간 앞섰던 경제력이 한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하자 판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없었더라도, 아베 신조 총리가 전범의 후손이 아니었어도 어차피 싸움은 벌어지게 돼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이 보수 정권이었어도 일본은 어떤 꼬투리라도 잡아서 전쟁을 걸었을 것이다. 1985년에 일본이 반미 정권이어서 미국이 플라자 합의로 일본을 때려눕혔던 게 아니다. 이번 전쟁의 본질이 이렇다면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은 더 큰 화를 자초한다”며 우물쭈물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미 일본은 칼을 뽑아 휘두르며 동래부사를 베고 한양으로 북상하고 있는데 “칼집의 칼은 빼지 않을 때가 더 무서운 법”이라며 반격을 주저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비겁하거나 불순하게 들린다.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든, 독도방어훈련이든, 후쿠시마 방사능이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중에 반드시 우리의 비격진천뢰가 있을 것이다. carlos@seoul.co.kr
  •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폭염과 식중독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폭염과 식중독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 뜨겁고 길어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더운 날씨는 각종 음식물의 부패를 촉진하므로 여름철은 각별히 식중독을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다. 식중독이란 식품 또는 물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미생물이 만들어 낸 독소로 생기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날것을 즐겨 먹는 식문화 때문에 여름철 식중독에 더 취약하다.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식재료와 음식 보관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균이 가장 빨리 번식하는 온도는 섭씨 35~36도 전후로 냉방이 미치지 않는 장소의 여름철 온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식품을 방치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식중독균과 독소로 범벅이 된다. 폭염은 지상의 기온뿐만 아니라 바닷물의 수온도 상승시킨다. 3년 전 우리나라에는 후진국 병의 대표격인 콜레라가 15년 만에 발생했다. 당시 필리핀과 예멘 등 해외에서 콜레라의 발생과 국내 유입 보고는 있었지만 국내에서 자체 발생한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었다. 당시 거제도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다행히 소규모에 그치고 소멸됐지만 두 가지 요인이 대두됐다. 폭염에 의한 해수온도의 상승이 콜레라균의 번식을 촉진시킨 것과 당시 중국 양쯔강에 대홍수가 발생한 것이었다. 중국의 홍수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콜레라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했을까? 비브리오 콜레라균은 바다에 살지만 흥미롭게도 짠 바닷물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을 더 좋아한다. 양쯔강의 홍수로 중국 상하이를 빠져나온 강물이 남해안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뜨거운 바닷물에 염도마저 낮춘 것이 콜레라균이 창궐하게 한 요인이 된 것이다. 이같이 환경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예기치 않은 병을 발생시킨다. 해수온도가 18~20도 이상 상승할 때 잘 자라는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로 장염 비브리오균이 있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구토, 설사와 같은 일반적인 식중독에 그치지만,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라는 균은 혈액을 파고들어 패혈증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30~50%로 매우 심각하다. 이 균은 어패류를 먹어서 오는 것뿐만 아니라 피부에 상처 난 부위를 통해서도 침범하며 만성간질환이나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분들이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해수의 비브리오균 농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식중독 예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행히 치료제가 있으니 바다에 다녀와서 발열과 하체에 물집이 생기면 즉시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음식의 조리, 보관 과정에서 균이 자라거나 독소가 축적될 여지를 없애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끓이거나, 굽는 등 가열을 하여 섭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중독균은 섭씨 4도에서 60도 사이 온도에서 증식한다. 따라서 음식물을 보관할 때는 뜨거운 음식은 60도 이상, 찬 음식은 4도 이하로 유지하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된다.
  • 내년 역대급 510조 슈퍼예산… 文정부 예산증가율, 前정권의 2배

    내년 역대급 510조 슈퍼예산… 文정부 예산증가율, 前정권의 2배

    당정이 내년에 510조원 이상의 ‘슈퍼 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가중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과도한 예산 편성은 나라 곳간에 과중한 부담을 주고, 복지 수요의 급증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른 편에서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과 과감한 재정정책을 조합해 위기를 탈출하는 게 장기적으로 재정을 튼튼히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달 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다음달 3일 국회에 제출하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예산과 재정 등을 둘러싼 쟁점들을 짚어 본다.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맞다” 1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예상한 내년도 예산은 504조 6000억원이었다. 올해 본예산(469조 6000억원) 대비 7.3%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여당을 중심으로 올해 증가율(9.5%) 수준은 돼야 경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에는 13% 증가한 530조원의 ‘초슈퍼 예산’ 목소리도 제기됐다. 다만 재정건전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전년 수준의 증가율에서 내년 나라살림이 편성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처럼 9%대 증가율로 편성되면 512조~516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증가율 면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10.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 예산은 2007년(237조원)에 200조원을 돌파한 뒤 4년 뒤인 2011년(309조 1000억원)에 3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400조원을 돌파한 건 6년 뒤인 2017년(400조 5000억원)이었다. 500조원을 넘기는 데에는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정부별로 보면 그 차이는 도드라진다. 이명박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한 2009~2013년의 증가율은 5.9%였다가 박근혜 정부가 짠 2014~2017년 증가율은 4.0%로 떨어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8% 중반대로 대폭 올라간다. 그러나 집안 살림이 커지는 만큼 씀씀이가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벌이가 괜찮으면 지출을 많이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지난해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국가채무비율이 제자리걸음을 한 건 현 정부 들어 나타난 세수 호황 덕분에 그해 세금이 전년 대비 8.1% 더 걷힌 덕분이다. 되려 복지 등 쓸 돈을 안 쓴 결과로 재정이 탄탄해지면 그만큼 민간 부담이 커진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5년 -2000억원 ▲2016년 16조 9000억원 ▲2017년 24조원 ▲2018년 31조 2000억원으로 크게 불었다. 이 수치만큼 정부는 부유해졌지만 민간은 가난해졌다는 뜻이다. 황성현(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복지나 교육, 국방 등의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문제 있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해당 연도 재정수입 연평균 증가율은 5.2%에 그친다. 증가율 역시 2019년 7.6%에서 2022년 4.3%로 뚝 떨어진다. 더구나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56조 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줄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나라 수입의 4분의1가량을 담당하는 법인세는 예상보다 더 크게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D1)은 올해 36% 초반대에 올라선 뒤 내년에는 37%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넉넉한 나라 곳간은 무역수지 흑자와 더불어 우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조기에 극복하는 디딤돌이었다. 더구나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복지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향후 통일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매우 양호하다. 국가채무비율(D1)에 국민연금 등 비영리 공공기관까지 합친 일반정부부채(D2)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4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0.9%의 3분의1 수준이다. 독일(64.5%)과 영국(91.8%), 프랑스(110.6%), 미국(135.7%), 일본(233.9%)에 견줘 매우 양호하다. 최근 각국의 재정정책 역시 건전성보다 경기 변화에 따라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통화정책이 발휘할 여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OECD 중앙정부 전체 채무 역시 2007년 22조 5000억 달러에서 2019년 47조 300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거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줄었을 시점을 기준으로 한 부채비율은 미국이나 영국, 일본보다는 낮지만 독일, 프랑스보다는 높은 편이다. ●채무비율 40%는 최후의 보루? “아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국가채무비율은 지난 5월 이슈화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하자 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뭐냐”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도 ‘40%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채무비율 40%의 학문적인 근거는 없다. 2015년 기재부가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을 장기적으로 40% 아래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무비율은 개별 국가가 처한 경제·사회적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경제 안정과 분배, 성장을 개선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라면 40% 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관리재정수지 GDP 대비 -3.0%’도 건전재정의 기준으로 곧잘 활용된다. 유럽연합(EU)은 1992년 가입 조건을 규정한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국가채무비율 60%, 관리재정수지 3%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관리재정수지의 유지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경기에 맞춰 탄력 운영하고 재정준칙 마련을” 다만 내년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리더라도 경제가 회복된 뒤에는 예산 증가율을 당초 중기계획상의 7%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기가 악화될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경기가 개선되면 수축적 재정정책을 실시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9.5%는 재정건전성을 감안한 최대치”라면서 “내년 예산을 늘리더라도 중기적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준칙 마련과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의 재정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대응을 위해 일시적으로 지출을 늘리더라도 재정준칙이 마련돼야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하다”면서 “지속적인 지출이 필요한 복지 지출의 경우 증세가 수반돼야 재정건전성 훼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최태원 회장, 인재 키울 ‘SK 유니버시티’ 만든다

    최태원 회장, 인재 키울 ‘SK 유니버시티’ 만든다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인 ‘딥체인지’(근원적 변화) 역량을 키워 나갈 교육·연구 통합 플랫폼 ‘SK 유니버시티’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SK그룹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와 기업문화 교육기관인 SK아카데미 등의 역량 개발 조직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내년 1월 출범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급속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인적 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구성원들이 SK 유니버시티를 통해 미래 역량을 기르고 축적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곧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행복을 위한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개별 운영하던 연수원과 연구소, 사별 교육프로그램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인재 육성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확산됨에 따라 기업의 전통적 업무가 사라지거나 형태가 바뀌는 것은 물론 일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K 유니버시티는 SK 임직원을 교육하는 기능 외에 미래산업에 필요한 역량을 연구해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연구 기능도 수행할 예정이다. SK 구성원 모두가 학생이 돼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력과 역량에 맞는 교육을 자발적으로 선택해 수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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