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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공포] 학교·외국인·예식장까지 덮친 ‘메르스 포비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메르스 포비아(phobia·공포증)’도 광범위한 형태로 만성화되고 있다. 평소 인파로 붐비던 서울 시내의 거리마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연출됐다. 휴업 중이지만 맞벌이 학부모들을 위해 정상 운영 중인 초등학교의 ‘방과후 돌봄교실’마저도 참여학생들이 적어 텅 빈 교실이 적지 않았다. 8일 오후 서울 명동. 평소 같으면 국산 화장품 브랜드의 마스크팩을 가방에 쓸어 담듯 쇼핑하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은 자취를 감췄다. 화장품 판매대 앞에 서서 호객행위를 하던 20대 여성 직원은 “얼마나 중국인 관광객이 적게 다니는지 이제는 오가는 중국인들 얼굴을 다 기억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5~6월이면 단체 입장객이 넘쳐나던 서울 어린이대공원도 한적했다. 대공원 정문 한구석에 마련된 유모차 대여소에도 빈 유모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맥줏집에는 메르스 탓에 새로운 풍경이 생겼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장부터 서빙을 하는 직원까지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 맥줏집을 운영하는 최모(30)씨는 “메르스 여파로 매상에 타격을 받고 있지만, 정작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마스크를 쓰거나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길에 지나는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조차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인의 ‘메르스 포비아’와 관련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불안감을 토로했다. 수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영국인 대니얼 아처(29)는 “근무하는 학원도 지난주부터 휴업을 했다”면서 “영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도 한국의 메르스 상황을 물으며 걱정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가감 없이 정확히 공개하고 노약자들에 대한 실질적 조치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여파는 결혼식장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안모(35)씨는 “예식을 하는 서울 강남구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많이 나왔다는 말에 어린 자녀를 둔 친구들은 불참을 통보하고 축의금 봉투만 주고 있다”며 “예식장 측에도 애초 계획했던 하객 수보다 많이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해달라고 읍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는 예식장 입구마다 손 세정제가 비치돼 하객들은 손 닦기에 여념이 없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첫날밤 신방에서 “사람 살려”…쫓아가 보니

    첫날밤 신방에서 “사람 살려”…쫓아가 보니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62. 첫날밤에 감쪽같이 사라진 신부…정신병 신랑은 “내가 죽였다”지만 (선데이서울 1973년 2월 25일) 신혼 초야의 신방에서 신부가 증발해 버렸다. 정신착란증의 신랑이 “내가 죽였다”고 자백하고 있으나 방증이 하나도 없다. 그가 시체를 묻었다는 한라산 중턱을 아무리 뒤져도 번번이 허탕. 신부는 어디로 갔을까? 1973년 1월 25일 오전 11시 파도가 밀려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제주도 서귀포 천지연 예식장에서 해괴한 결혼식이 진행됐다. 신랑 강신익(27)군과 신부 김연자(26)양의 결혼식이었다. “신랑 입장.” 건장한 체격의 미남 신랑이 식장으로 걸어 들어올 때부터 100여 명의 하객들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두 팔을 휘두르듯 내저으며 멋대로 걸어 들어오는 신랑의 태도가 제정신인 것 같지가 않았다. 신부와 나란히 서서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신랑의 거동은 수상했다. 히죽히죽 웃는가 하면 짜증을 내기도 했다. 주례가 여러 차례 주의를 시키기까지 했는데도 아랑곳없다는 태도였다. 신랑 가족들은 속으로 “아이쿠! 하필이면 지금 또 발작하는구나…”하고 가슴을 태웠으나 멋모르는 하객들은 “별놈의 해괴망측한 신랑도 다 보겠구나”하며 소곤댔다. 영문을 모르는 신부 측 가족들의 불쾌함이야 당장 파혼이라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식이 끝나자 신랑은 무엇이 급했던지 기념사진조차 찍지 않고 신부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다음 날인 26일 새벽 2시쯤 신방이 꾸며진 서귀포읍 동홍리 감귤농장에서 한라산 쪽으로 500m쯤 떨어진 토평리 부락 사람들은 잠결에 “사람 살려!”하는 여자의 비명을 들었다. “또 깡패들이 못된 장난을 하는구나”하고 사람들은 그대로 잠을 재촉했다. 이 비명이 신부의 목소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보다 3시간쯤 전인 25일 밤 11시쯤 신랑 강군이 서귀포 읍내의 형집으로 어머니를 찾아왔다. 축의금 받은 것을 내어 놓으라고 했다. “밤중에 무슨 돈을 달라느냐”니까 난폭하게 달려들어 1만 4000원을 뺏어갔다. ●식장에서도 수상했던 신랑 밤중에 가족 찾아가 행패 어머니와 형수가 뒤쫓자 품속에서 식도 같은 걸 꺼내어 따라오지 못하게 한 뒤 멀리서 기다리는 여자(신부 같았다고 함)에게로 가 둘이 함께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집으로 되돌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형이 걱정이 되어 26일 새벽 4시쯤 감귤농장으로 찾아가 보았더니 신방이 비어있었다. 신부는 간데없고 동생만 창고에 숨어 있다가 낫을 들고 뛰어나와 한라산 쪽으로 도망갔다. (신랑 가족들의 진술) 신랑 강군이 신부 김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5월 김양의 4촌 오빠 김모씨의 중매에 의한 것이었다. 체격이 좋고 미남이며 800여평의 감귤농장을 갖고 있어 그런대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4촌 누이를 소개했다는 것이었다. 신랑과는 한마을에 살고 있었으나 정신병자라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김씨의 중매가 순조롭게 결실을 맺어 둘은 지난해 10월 약혼식을 올리고는 그대로 감귤농장에서 동거생활에 들어갔다. 신랑 강군은 3남매 중 둘째로 65년 제주 C대학 1년을 중퇴.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 학년에서 5등 내외를 하던 머리 좋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포악성을 드러내기 시작. 군 복무 시절에는 기합 주는 상사를 카빈 대검으로 찌르기도 했으며 제대 후에도 주먹을 휘둘러 전과 2범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증발한 신부 김양은 4남매 중 셋째 딸.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는 식모살이로 전전하다 철이 들어서는 양재기술을 배워 약혼 직전까지 착실한 돈벌이를 했었다. 둘이 동거생활에 들어가자 신랑의 정신이상이 완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해망상까지 겹쳐 어머니나 형수가 지어 주는 밥은 쥐약이 들어 있다며 먹으려 하지 않고 김양이 지어주는 밥만 먹었다. 밤에는 문밖이나 담너머에 “나를 죽이러 온 사람이 숨어 있다”며 살펴보기가 일쑤였다. ●심증은 가도 방증이 없어 어디엔가 숨어 있을지도 경찰은 사건 직후 한라산 쪽으로 달아난 강씨를 27일 낮 12시쯤 길거리에서 잡아 수월하게 ”내가 죽였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20일이 지난 17일 현재 아무 방증을 얻지 못해 고민 중. 경찰은 그동안 경찰병력 300명과 주민 1200명을 동원, 10여 차례 한라산 일대를 뒤졌으나 신부의 시체는 고사하고 그가 범행에 사용했다는 칼조차 찾아내지 못 했다. 단지 강씨의 호주머니에서 “당신은 먼저 천국으로 가오. 나도 뒤따라 가겠소”라고 적힌 쪽지를 찾아냈을 뿐이다. 경찰은 당초 그의 자백과 가족들의 진술로 미루어 그가 신부를 죽였을 것이라고 심증을 굳혔으나 시일이 갈수록 신부가 반드시 죽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일부 수사관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첫째, 쪽지와 자백은 정신 이상자의 소행으로 믿을 수 없고 둘째, 가족들의 진술로 어머니와 형수를 위협했다는 것이지 신부를 죽이겠다고 한 것은 아니며 셋째, 10여 차례나 죽였다는 장소 등을 뒤져도 아무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신부가 미친 신랑을 피해 도망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추측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14일 신랑 강씨를 폭력행위 처벌법위반으로 구속했다. 살인혐의는 방증이 없어 적용을 못하고…. 정리=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註>
  • “천사같이 착한 딸” …‘딸 바보’ 황교안의 눈물

    “천사같이 착한 딸” …‘딸 바보’ 황교안의 눈물

    황교안(58)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토요일 외동딸을 출가시키며 눈물을 보였다.  황 후보자의 딸 성희(29)씨는 23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은 조종민(32·수원지검) 검사로, 부친의 성균관대 법대 25년 후배다.  황 후보자는 조용히 혼사를 치르겠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고, 은행원인 성희씨도 회사에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300석 규모의 예식장이 가득 차는 등 500명 이상의 하객이 몰렸다. 황 후보자는 결혼식 안내판의 ‘혼주’ 이름을 공란으로 두었으며 축의금·방명록 등도 생략했다. 식권도 가족·친지에게만 미리 나눠 줬고 따로 여분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검찰총장의 화환을 식장 안에 놓고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화환을 로비에 남겨 놓고 나머지는 돌려보냈다. 주례는 황 후보자의 대학 동문인 강영호 특허법원장이 맡았다.  결혼식 시작 30분 전쯤 나타난 황 후보자는 하객들에게 “미안해요.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요”라며 혼주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하객들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는 잘 돼 가냐”는 취재진의 질문은 “네, 결혼 준비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농담으로 받았다.  평소 성희씨를 ‘천사같이 착한 딸’이라고 말해온 황 후보자는 결혼식 중 딸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아빠의 마음’, ‘너에게 꼭 잘해 주고 싶었는데’ 등의 대목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종교시설 예식장 무료 개방, 종교지도자 무료 주례

    종교시설 예식장 무료 개방, 종교지도자 무료 주례

     종교단체 소유 시설이 예식장으로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되고, 종교지도자가 ‘작은 결혼식’을 희망하는 신랑·신부에게 무료로 주례를 지원하는 등 종교단체들이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에 앞장선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과 여성가족부는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작은 결혼·가족 행복 만들기’에 서로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지원 포교원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을 비롯한 종교계 지도자와 김희정 여가부 장관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여가부와 4대 종단은 건전한 혼례문화 확산을 위해 ‘작은 결혼 릴레이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4대 종단의 TV·라디오·홈페이지를 활용해 작은 결혼의 필요성을 홍보하기로 했다. 종단이 운영하는 각종 행사에 ‘작은 결혼과 가족 가치 확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연계, 예비부부와 부모가 교육받을 수 있도록 ‘작은 결혼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가족 사랑의 날 확산, 공동육아 나눔 참여, 일하는 부모 지원 등 가족 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과 청소년 역량 개발 등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고비용 혼례문화는 젊은 층이 결혼을 기피하고 미루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면서 “호화 결혼식장이나 부담스러운 축의금, 값비싼 혼수와 예단 등 ‘고비용 혼례문화’가 ‘작지만 알찬 결혼문화’로 바뀌도록 4대 종단과 힘을 합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가진 사람들이 작은결혼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때”라며 적극 협력을 다짐했다. 남궁성 교정원장은 “작은결혼 모범 사례를 널리 알려 본받도록 하자”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新 평판 사회] 공공기관 이벤트홀 대관 5만~10만원 인기

    [新 평판 사회] 공공기관 이벤트홀 대관 5만~10만원 인기

    일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에 과시적 허례를 빼고 합리적이고 의미 있게 준비하는 젊은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신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이벤트홀을 이용하고 절약한 비용을 어려운 이웃 돕기나 지구 살리기에 보태기도 한다. 하지만 특급호텔이나 화려한 웨딩홀의 식장과 음식, 사진 등 수억원짜리 패키지로 준비하는 것보다 신경 쓰고 챙길 일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착한 결혼식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웨딩플래너 ‘김씨스토리’ 정지윤 이사는 “가수 이효리와 KBS 전 아나운서 김경란씨가 아프리카 어린이와 유기견 돕기를 결혼식에 더하면서 착한, 혹은 작은 결혼식이 젊은 부부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작은 부분까지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일생의 한 번인 결혼식을 망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예식장’이다. 서울시신청사 시민청이나 구민회관 등 예식장 대관비용이 5~10만원 하는 공공청사 예식장은 인기가 많다. 정 이사는 “공공청사 예식장은 대관 비용이 낮아 최소 3~4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면서 “결혼식 날을 잡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공공청사 예식장을 잡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작은결혼정보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국 공공청사 결혼식장 150여곳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공청사 결혼식장은 서울시신청사 지하 1층 시민청과 서울시 인재개발원, 국립중앙도서관 등이다. 서울시시민청은 서울시청이라는 상징성과 접근성 등이 뛰어나고 6만 6000원의 저렴한 대관 비용으로 인기다. 또 국립중앙도서관도 서초역, 고속터미널역과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쉬울 뿐 아니라 고속도로, 올림픽대로와도 접근이 편리한 교통의 요지다. 또 결혼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혼수품은 발품, 손품을 팔면 알뜰하게 준비할 수 있다. 새것만을 고집하기보다 자취하면서 쓰던 물건을 가져다 쓰거나 친구와 지인들에게 축의금 대신 신혼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선물 받는 ‘웨딩 레지스트리(선물 받을 물품을 미리 알려주는 것)’로 청소기, 다리미 등 소형 가전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이사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새 출발하는 부부만의, 가족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아낀 비용을 ‘기부’한다면 결혼식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新 평판 사회] 달라지는 결혼 풍속도

    [新 평판 사회] 달라지는 결혼 풍속도

    #1 “결혼이 늦어선지 남의 눈이 그렇게 신경쓰이지는 않더라고요. 그보다 우리의 결혼식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우리 결혼식을 직접 만들어 가자는 결론을 내렸죠.” 직장인 손모(45)씨는 지난 1월 말 결혼식을 올렸다. 노총각이 장가를 가면 남의 눈을 의식해 호텔 등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하는 것이 보통. 하지만 손씨와 그의 아내는 순간의 반짝임 대신 ‘나눔’을 선택했다. 손씨는 먼저 결혼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최소화했다. 예단과 예물을 간소화하고, 예식장은 서울시신청사의 시민청으로 선택했다. 결혼식 비용이 줄어들어 비교적 가볍게 살림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들 부부는 매달 5만원씩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다. 손씨는 “결혼식 때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 아내가 먼저 평생 기부를 하자고 했다”면서 “덕분에 결혼식 의미가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씨의 직장 동료 임모(31)씨는 “결혼식을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의미 있는 나눔을 했다니 사람이 달리 보인다”면서 “나도 다시 결혼식을 한다면 꼭 ‘나눔’을 접목하겠다”며 웃었다. #2 2013년 12월 결혼한 직장인 문준기(35)·이혜영(35) 부부는 친환경·나눔을 주제로 예식을 진행했다. 신부의 부케를 생화 대신 브로콜리와 버섯, 피망, 뿌리 식물로 만들고, 청첩장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찍었다. 신부가 입장하는 길은 생화 대신 화분으로 장식했다. 생화는 재활용이 어려워 쓰레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식사는 채식 위주의 유기농 뷔페로 하고, 음식이 남을 경우를 대비해 포장해 갈 수 있도록 봉투를 따로 마련했다. 이들 부부는 “주변에서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냐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우리의 마음에 집중해 더 만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길게 늘어선 화환과 화려하게 꾸며진 결혼식장, 호텔 식사 등으로 꾸며진 결혼식 대신 손씨처럼 뜻깊은 결혼식을 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보여주기 예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뜻깊은 결혼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이달 13일까지 서울시신청사 내 시민청에서 치러진 결혼식은 75회에 이른다. 일요일만 결혼식용으로 대관되는 탓에 횟수는 많지 않지만,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3년 1분기 28건이던 신청 건수가 올해는 37건으로 늘어났다. 시 관계자는 “평균 2대 1이었던 경쟁률이 최근 3대 1 정도로 치열해졌다”고 귀띔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례허식과 과도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결혼식을 통한 나눔 활동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도 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신혼여행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사는 광주 한사랑마을을 찾는 부부도 있고, 자신들의 웨딩사진 옆에 빈곤층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부스를 설치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최근에는 남수단 등 분쟁지역의 아이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신혼부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시민청에서 결혼하는 이들의 절반 정도가 축의금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다 분화된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청년실업 등으로 경제적 가치 추구가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체험한 이들이 결혼문화 등에서 다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젊은층이 대안을 찾는 것”이라면서 “비록 젊은층의 경제력이 약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주위의 시선보다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홍종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층이 이런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최근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결혼이나 직업선택, 배우자, 정치성향에도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청년층의 경제적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나의 문화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김영란이 말하는 김영란법] “직무관련 100만원 이하 금품 땐 형법으로도 처벌 가능”

    다음은 10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법안 통과 과정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여러 가지 확대한 것에 대해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니다. 결국 국민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 게 아닌가 싶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데. -저는 ‘부패방지법’ 등 법 내용이 드러나는 명칭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과된 법이 원안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사실 입안을 하면서도 이게 가능할까 생각했던 것을 언론과 여론의 지지로 지금까지 왔다. →개정, 수정 논의가 나오는데. -아쉬운 점이 많지만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개정, 수정 얘기를 꺼내는 건 너무 성급하다. 형사법적인 처벌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시행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이 순리다. →원안보다 후퇴한 부분을 지적하면서도 개정은 법 시행 이후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건 모순 아닌가. -(원안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고, 당장 원래 제안했던 대로 고쳐 달라는 게 아니다. 법은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패가 만연한 문화가 바뀌면 이 법은 없는 법처럼 돼도 상관없다. 언뜻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순은 아니다. →사회상규에 대해 범위가 좁다는 지적도 있다. -판례가 축적되면 그것이 사회상규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축의금도 수천만원이 되면 뇌물죄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축의금이 5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사회상규에 대한 문제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뇌물죄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100만원 이하 직무 관련성 있는 금품을 받았다면. -100만원 이하 직무 관련성 있는 금품을 받았을 땐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뇌물죄가 명백하면 검사는 뇌물죄로 기소할 것이다. 법원에서 직무 관련성 입증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면 (이 법에 따라) 과태료는 가능할 것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지방공기업 과도한 복리후생 싹 없앴다

    지방공기업 과도한 복리후생 싹 없앴다

    지하철 1~4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메트로는 5세 이하 자녀에게 월 7만원씩 영유아보육비를 지급해왔다. 정년퇴직자에겐 금 1냥(4일 현재 시세 172만원)을 선물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직원 자녀 결혼에 이틀씩 휴가를 내줬다. 배우자 사망 땐 부의금 100만원을 보탰다. 경기도시공사는 사내 복지기금을 주택자금, 생활안정자금으로 무상 지원해왔다. 또 경남도시개발공사는 직원 자녀 대학입학 축하금이라는 명목으로 50만원을 거들어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이제 이런 혜택은 모두 사라졌다. 행정자치부는 이처럼 과다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지방공사·공단 복리후생 정상화 8대 주요과제’를 지난달 말 모두 마무리했다고 4일 밝혔다. 전국 140개에 이르는 기관들에 공무원 규정을 따르도록 유도한 결과다. 경조사비의 경우 공무원 사회에선 상조회를 통해 적립한 돈을 규정에 따라 지급하지만, 공기업들은 예산으로 충당해 지적을 받았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업무상 재해 발생 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장해보상금의 60%를 추가로 지급하고, 유족보상금과 장례비도 평균임금의 1200일분과 120일분을 따로 지원하다가 거둬들였다. 대구도시공사 또한 지나친 직원 복리후생으로 퇴짜(?)를 맞았다. 본인·배우자·자녀 사망 때 부의금 500만원을 100만원으로, 본인·배우자의 부모 사망 때 부의금 100만원을 20만원으로, 본인 결혼 축의금 50만원을 30만원으로 낮췄다. 부모 회갑(20만원), 출산(50만원), 배우자 생일(10만원) 축하금은 없앴다. 대전도시공사는 미취학자녀 대상 영유아 보육비(월 8만 8500원) 등 6건에 대해 개선조치를 마쳤다. 이런 조치로 만만찮은 적자구조 속에서도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비난을 받던 공기업들이 국민 눈높이에 걸맞게 근본적인 혁신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행자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석연찮거나 너무 포괄적으로 규제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도 나왔다. 전북개발공사는 구조조정 때 노동조합과 ‘합의’를 의무화한 규정을 개정했다. 오히려 보장해야 할 직원 복리후생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산도시공사는 4급 이상 특채 때 노사 ‘합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던 규정을 ‘협의’만 하도록 바꿨다. 간부 특채에 객관성을 떨어뜨릴 우려도 따른다. 행자부 관계자는 “각 기관으로부터 내부에서 자체 판단한 개선 필요 분야를 접수해 작업을 매듭지었다”고 설명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아파트, 외제차, 상가 결혼이 선물… 개천의 용은 결사반대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아파트, 외제차, 상가 결혼이 선물… 개천의 용은 결사반대

    부산에 사는 주부 A(33)씨는 결혼 2년여 만에 시아버지로부터 ‘열쇠’를 총 3개 받았다. 첫 열쇠는 ‘속도위반’으로 아이가 생겨 결혼하면서 받은 40평대 아파트 키였다. 전망이 해변 쪽으로 탁 트인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인데 매매가가 6억원 가까이 했다. 시아버지는 경상남도 지역 곳곳의 목 좋은 터에 건물·아파트 20여채를 가진 수백억원대 자산가여서 며느리 이름으로 아파트 한 채 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아버지의 재력 덕에 부산 시내 특급 호텔에서 1000명 가까운 하객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결혼식도 올렸다. A씨가 만삭이 되자 시아버지는 두 번째 키를 건넸다. 독일제인 7000만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선물한 것이다. 안전을 걱정해 운전기사까지 붙여 줬다. A씨는 2013년 초 건강한 딸을 낳았고 지난해에는 둘째인 아들도 순산했다. 2년 사이 손주를 둘이나 본 시아버지는 기특한 며느리에게 세 번째 열쇠를 안겼다. 부산의 100평대 상가 점포의 열쇠였다. 사실 남편이 아버지를 도와 건물 임대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 A씨 가정이었다. 하지만 상가 임대 수익으로 매달 수백만원의 ‘용돈’을 벌 수 있게 된 A씨는 안정감이 더 커졌다. 그녀는 “시댁의 경제력이 워낙 세니 가족 계획, 육아 등에서 바라시는 걸 맞춰 드려야 할 일이 많다”면서도 “시아버지가 워낙 잘 챙겨 주셔서 불만은 없다”고 했다. 신혼집을 구하고 결혼식장을 알아보고 혼수와 예물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라면 집안 형편에 따라 각자 다른 출발선상에 서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결혼을 규정한다는 얘기다. 요즘엔 젊은 층 사이에서 직업적 성취 등을 위해 결혼을 미루는 ‘만혼 현상’이 뚜렷하다 보니 보다 못한 부유층 부모들이 며느리나 사윗감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서울 강남에서 꽤 큰 규모의 내과 의원을 운영 중인 B(65)씨는 온갖 모임에 나갈 때마다 종이 한 장을 챙긴다. 큰딸(36)의 프로필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딸은 “커리어우먼(전문적 능력을 갖춘 직장 여성)으로 성공하고 싶다”며 연애조차 마다하고 있어 아버지 B씨가 직접 나선 것이다. 동료 의사 모임이나 지역 상공인 모임, 대학 동기 모임 등에 나갈 때면 지인들에게 딸의 프로필을 건넨 뒤 원하는 사위상(像)을 간단히 설명한다. 이미 결혼 정보업체 5~6곳에도 가입해 뒀다. B씨는 “딸이 똑똑하고 직장이 있는 데다 외모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결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내 주변에 우리 집과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이 많으니까 사윗감을 직접 찾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부유층 자녀 중에는 ‘골드미스’(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미혼 여성)가 많은데 어머니보다는 사회 생활을 해 지인이 많은 아버지가 사윗감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부유층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도 ‘상위 1%’ 부모들 사이에서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속담처럼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는 건 PB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거절하기 어렵다. 부유층 고객의 자녀는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부탁을 받으면 PB들이 모인 사내 온라인 대화방에 공지해 짝을 찾는다. 고객들로부터 중매 요청이 밀려들다 보니 일부 시중은행은 아예 부유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중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김희경 신한은행 WM사업부 커플매니징 팀장은 “일선 프라이빗뱅킹 센터에서 ‘고객이 사위·며느리를 구하고 있으니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오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소개해 준다”면서 “짝 찾아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쯤 됐는데 매년 네 쌍의 커플 정도가 우리 소개로 결혼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이 만난 일선 PB 10여명은 “부유층 부모들이 자녀의 배우자감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 공통 유형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스타일이 ‘개천에서 난 용’인 남성과 오랫동안 해외 유학하며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일하는 한 여성 PB는 “부유층 부모들은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열심히 노력해 판·검사, 의사가 된 남성을 사위 후보로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대기업 샐러리맨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크게 차이 나면 딸이 시댁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다. 며느리감으로는 ‘가방끈’이 너무 길거나 직장에서의 성공에 집중하는 유형에는 부담을 느끼며 교사나 공무원, 금융권이나 대기업 직장인 등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여성을 선호한다. 결혼 후에는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 키우는 데 집중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1000억원대 재력가 C씨는 PB의 소개로 2년 전 며느리를 얻었다.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을 30대 중반의 아들은 당시 중산층 집안의 여성과 연애 중이었는데 “집안 수준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잘 살 수 있다”며 억지로 헤어지게 했다. C씨가 PB에게 “며느리감을 구해 달라”고 하면서 내건 요구 조건은 단 하나였다. 집 자산 수준이 수백억원대는 돼야 한다는 것. PB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조건에 맞는 여성을 여럿 소개해 줬지만 정작 아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며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C씨는 고심 끝에 조건을 낮췄다. 집안의 순자산이 우리나라 상위 ‘1%’ 수준인 40억~50억원 정도만 돼도 괜찮다고 한 것이다. 이후 중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PB는 40억원대 자산가의 딸로 중소기업에 다니는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다. C씨의 아들은 싹싹하고 미모까지 갖춘 이 여성이 마음에 들었고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자감으로 판·검사 등 ‘사’(士) 자 들어가는 직업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결혼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직군이다. 30대 중반의 판사 D씨는 매달 장인으로부터 ‘용돈’을 받는다. 영남 지역의 땅부자인 장인은 판사 사위가 돈 때문에 주눅들까봐 매달 딸 부부를 만날 때마다 수백만원씩 건넨다. D씨는 10년 전 결혼 때도 장인으로부터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선물받았다. 한 전직 법조인(70)은 “현직 대기업 임원 등을 만나면 ‘내 딸이 20대 후반인데 서울에 살 집과 혼수 등은 다 마련해 뒀으니 젊은 검사를 소개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면서 “판·검사 사위가 결혼 때 장인으로부터 아파트 한 채 받는 건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알맞는 ‘짝’을 찾은 뒤에는 결혼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당장 예물만 해도 서민들은 상상 못할 가격의 고급 보석 등이 교환되기도 한다. 서울신문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예물 판매점을 직접 돌아보니 수억원대 예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C명품 보석 브랜드 판매점에서 “중견기업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비서인데 회장님 장남의 예물을 보러 왔다”고 말하자 점원은 고가의 보석을 여러 개 꺼내 놨다. “다이아몬드 세트로 하려면 최소 3억원은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2.45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의 가격은 3억 7850만원이었고 조금 작은 2.15캐럿 반지는 3억 1000만원이었다. 상담원은 “6000만원 정도야 큰 금액 차이가 아니니 예물이라면 2.45캐럿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그는 “유색 보석 중에는 루비가 가장 좋은데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이걸 껴 보라”며 반지를 슬쩍 건넸다. 가격을 물으니 “18억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금액에 놀라 “실제 사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팔리니까 매장에 가져다 놓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혼식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결혼정보업체 직원은 “서울의 특1급호텔 고급 홀에서 예식하면 하객 1인당 식대가 10만~20만원대인데 최대 1000명까지 온다고 보면 결혼 때 2억원은 드는 셈”이라고 했다. 결혼식 비용은 축의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유층은 축의금을 받지 않기도 해 수억원대 예식 비용을 직접 치르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특1급 호텔에서 결혼한 대기업 직장인 E(34)씨는 “젊은 사람들이 꿈꾸듯 나도 정말 가까운 사람만 불러 소박하게 치르는 ‘프라이빗 웨딩’을 희망했다”면서 “하지만 아버지가 ‘결혼식은 너만의 행사가 아닌 가족의 행사이니 특급 호텔에서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다”고 했다. 부유층 자녀들은 신혼집도 서울 강남·서초구 등 부촌을 선호한다. 따라서 20평형대 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5억~10억원이 든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정준하 축의금 논란, 결혼식에 2만원 낸 연예인은? ‘해명 봤더니..’

    정준하 축의금 논란, 결혼식에 2만원 낸 연예인은? ‘해명 봤더니..’

    ‘정준하 축의금 논란’  개그맨 정준하는 15일 “그분은 SM 소속 연예인이 아니다”라며 “규현씨도 있고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이다. 괜한 오해 살 일을 저질러서 죄송하다. 경솔했다”며 축의금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해당 방송은 3주 전에 녹화를 한 것이고, 방송 중 제가 인맥이 넓다면서 축의금으로 집 한 채를 샀다. 축의금을 누가 많이 냈느냐는 식으로 MC들이 얘기해서 분위기를 다른 얘기로 돌리기 위해서 그 얘기를 했던 것”이라며 “2만원 축의금은 결혼식에 오신 분도 아니었고, SM 소속 분도 아니었다. 결혼식에 참석하신 분을 통해 축의금을 전하신 분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이어 “결혼을 축하해주신 분들이면 다 감사한 일인데 제가 어떻게 축의금 운운할 수 있겠느냐”며 “그런데 부담스럽게 축의금 얘기가 나오고, 축의금으로 집 한 채를 샀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니 정말 부담스러웠다. 분위기 전환 목적에서 재밌자고 한 얘기가 오해를 불러 정말 죄송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준하는 지난 1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자신의 결혼식 축의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도중 “SM 소속 정말 톱스타 여자 분인데 2만원을 냈더라. 그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못 물어봤다”며 “친한 사람이다. 축의금을 걷은 사람이 친척인데 친척을 의심할 수도 없다. 볼 때마다 생각난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정준하 축의금 논란에 네티즌은 “정준하 축의금 논란, 경솔한 발언이긴 했네”, “정준하 축의금 논란,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지 말자”, “정준하 축의금 논란, 실명 거론된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정준하 축의금 논란..안타깝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방송 캡처 (정준하 축의금 논란)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부케 던질 때도 ‘흔들림 없는 미모’ 축의금은 남수단 기부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부케 던질 때도 ‘흔들림 없는 미모’ 축의금은 남수단 기부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방송인 김경란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사진이 공개됐다. 김경란 김상민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더라빌에서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주례는 극동방송 회장이자 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인 김장환 목사가 맡았다. 김경란 김상민은 결혼식장 로비의 한가운데 남수단 아이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 부스를 만들어 하객들에게 나눔 활동의 취지를 알렸다. 김상민 의원은 결혼식에 앞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란 씨는 2012년부터 3년 동안 세 차례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하며 교육지원과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경란 씨의 오랜 꿈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남수단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는 일”이라면서 “저도 경란 씨의 꿈을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상민 의원은 “이번 결혼식에 참석해주시는 하객들의 이름으로 내전으로 고통받는 남수단 아이들을 돕는 시작을 하려 한다.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분들의 사랑과 축복을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건립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란은 2011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선정된 후 남수단에 매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결혼식장에도 남수단 아이들을 돕기 위한 하객 대상 캠페인 부스를 설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민 김경란은 2월 중 어린이재단과 함께 남수단을 방문해 지원금을 전달하고, 학교 설립을 진행할 계획이다. 네티즌들은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훈훈하네”,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아름다운 가정 이루길”,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나눔 결혼식 대박”,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아이웨딩(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축의금은 모두 기부” 제2의 션-정혜영 부부 탄생?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축의금은 모두 기부” 제2의 션-정혜영 부부 탄생?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잇몸미소 “축의금은 기부” 제2의 션-정혜영 부부 탄생?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42·비례대표)와 방송인 김경란(38)이 6일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김상민 김경란 예비부부는 지난 6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더라빌에서 ‘나눔 결혼식’을 올렸다. 극동방송 회장이자 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인 김장환 목사가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린 건물의 로비에는 보통의 결혼식과 달리 남수단 아이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 부스가 설치돼 결혼식에 초대된 하객들과 나눔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김경란과 결혼한 김상민 의원은 대학생 자원봉사단 ‘V원정대’ 설립과 활동을 위해 전 재산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상민 의원은 지난 4일 SNS에 결혼 소식을 밝히며 “남수단의 아이들을 돕고 학교를 세우는 것은 경란 씨의 꿈”이라며 “그 꿈을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결혼식에 참석해주시는 하객들의 이름으로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남수단 아이들을 도우려 한다”며 김상민-김경란 ‘나눔 결혼식’에 대한 의미를 전달했다. 한편 김상민 의원 측은 “2월 중 어린이재단과 함께 남수단을 방문해 학교 설립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어린이재단을 통한 프로모션과 캠페인 등, 남수단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져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아이웨딩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축의금은 남수단 학교 건립에..

    김경란 김상민 결혼식, 축의금은 남수단 학교 건립에..

    방송인 김경란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더라빌에서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김경란 김상민은 결혼식장 로비의 한가운데 남수단 아이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 부스를 만들어 하객들에게 나눔 활동의 취지를 알렸다. 김상민 의원은 결혼식에 앞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결혼식에 참석해주시는 하객들의 이름으로 내전으로 고통받는 남수단 아이들을 돕는 시작을 하려 한다.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분들의 사랑과 축복을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건립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상민 김경란, 6일 비공개 결혼식.. 축의금은 기부

    김상민 김경란, 6일 비공개 결혼식.. 축의금은 기부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이 오는 6일 결혼식을 올린다. 김상민 김경란은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 이름으로 남수단 아이들을 돕기로 결정해 훈훈함을 주고 있다. 김상민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란 씨는 2012년부터 3년 동안 세 차례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하며 교육지원과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경란 씨의 오랜 꿈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남수단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는 일”이라면서 “저도 경란 씨의 꿈을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상민 의원은 “이번 결혼식에 참석해주시는 하객들의 이름으로 내전으로 고통받는 남수단 아이들을 돕는 시작을 하려 한다.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분들의 사랑과 축복을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건립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상민 의원, 김경란 모레 결혼식 “축의금 남수단에 기부” 왜?

    김상민 의원, 김경란 모레 결혼식 “축의금 남수단에 기부” 왜?

    김상민 의원 김경란 김상민 의원, 김경란 모레 결혼식 “축의금 남수단에 기부” 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 씨가 오는 6일 오후 비공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며,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 이름으로 남수단 아이들을 돕기로 했다. 김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란씨는 2012년부터 3년 동안 세 차례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하며 교육지원과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경란씨의 오랜 꿈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남수단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는 일”이라면서 “저도 경란씨의 꿈을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결혼식에 참석해주시는 하객들의 이름으로 내전으로 고통받는 남수단 아이들을 돕는 시작을 하려 한다”며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분들의 사랑과 축복을 (어린이재단을 통해)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건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비신부 김 씨는 2011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선정된 후 남수단에 매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해 왔으며, 결혼식장에도 남수단 아이들을 돕기 위한 하객 대상 캠페인 부스를 설치키로 했다. 이들은 2월 중 어린이재단과 함께 남수단을 방문해 지원금을 전달하고, 학교 설립을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뒷말 낳는 금감원 부원장 큰딸의 결혼식

    관혼상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금씩 가고는 있는 것 같지만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아직도 낡은 관혼상제의 관행을 수용하는 듯한 처신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15일 치른 장녀 결혼식에서 은행·증권사 등 피검 기관 소속으로 보이는 하객들이 축의금 접수대에 두 줄로 20m나 늘어서는 등 장사진을 이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결혼식 식장과 로비에 600여명의 하객이 몰렸다고 한다. 하객 상당수는 양복 상의에 금융기관 배지를 달았고, 또 금융기관의 이름이 인쇄된 축하금 봉투 여러 개를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피검 기관인 KB금융·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핵심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금감원은 민간으로 구성된 특수조직으로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검사·감독하는 업무의 특성상 공무원처럼 취급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조직이다. 따라서 금감원 원장, 부원장, 부원장보나 국장 등 고위직은 공무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청렴 의무가 부여된다. 공무원 행동강령 17조에는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될 뿐 아니라 5만원을 초과하는 경조금품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금감원을 사실상 지휘하는 금융위원회 설치법 제35조에도 피검 기관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지 말도록 돼 있다. 사법부의 판단도 비슷하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5만~10만원과 같은 상식적인 수준의 축의금조차도 공무원이 관련 업체 관계자에게 청첩장을 보내 받으면 뇌물수수라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지난 1월 2심에서 세무공무원이 부의금을 수수한 것을 이유로 해임된 것은 타당하다고 했다. ‘축의금 장사진’ 논란과 관련해 조 부원장은 “일부 임원과 몇몇 전 동료에게 알렸고, 돌린 청첩장은 40~50장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불거지자 “피검 기관의 축의금을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돌린 청첩장은 40~50장에 불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다 알려지게 돼 있다. 애초 피검 기관과는 관계없이 치를 생각이었다면 피검 기관 하객들이 몰리는 현장에서 ‘축의금 사절’ 등으로 적극 대처했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동여매서는 안 된다. 특히 고위 공직자는 오해를 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하객 문전성시’가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원천 봉쇄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국회가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 [열린세상] 은행잎이 꽃잎처럼 날리는 교정에서의 결혼식/문흥술 서울여대 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은행잎이 꽃잎처럼 날리는 교정에서의 결혼식/문흥술 서울여대 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후 며칠 동안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결혼식을 보고 식사하는데 내가 낸 축의금보다 두 배는 비싸 보이는 음식을 먹노라니 속이 더부룩하고 체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신랑 신부를 보면서 진심으로 축하를 하고 친구와 함께 식장을 나왔다. 포장마차에 앉자 친구는 결혼을 앞둔 딸이 한사코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떼를 쓴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친구니 충분한 능력이 있겠다 싶어 뭐가 걱정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한숨을 푹푹 쉬면서 말했다. 자신이 회사 있을 때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게 해 주겠지만, 지금은 빚을 내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했다. 딸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자 딸에게 한심한 아버지로 비칠까봐 그것만은 죽어도 못 하겠다고 했다. 가끔씩 혼자 동해 바닷가를 찾는데, 그때마다 들르는 허름한 민박집이 있다. 그 집을 매번 찾는 이유는 집 주인인 팔순 노부부 때문이다. 노부부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남들과 달라 보였다. 언젠가 노부부는 자식들이 선물한 휴대전화를 자랑하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주름이 지고 검버섯이 피어 까칠한 얼굴로 집 마당 평상에 앉은 노부부의 모습에는 자식 세 명을 길러 낸 신산한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묻어 있었다. 손을 꽉 맞잡은 부부의 손가락에는 오래된 결혼반지가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 빛나는 반지에서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를 다독다독 두드려 주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또 할아버지의 숟가락에 잘 익은 고등어 살점을 정성껏 발라 올려 주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노부부는 어디에서 결혼식을 올렸을까. 호텔에서 했을까. 결혼식장에서 했을까. 아니면 동네에서 소박하게 전통 혼례를 치렀을까. 결혼식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부부로 평생 함께 살 것을 약속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그 의식이 반드시 고급스러워야만 하는 것인가. 비싼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서 이후의 결혼 생활이 그렇게 화려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검소하고 단출한 결혼식을 올리면 결혼 생활 또한 볼품없게 되는 것인가. 중요한 것은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우리네 결혼식은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도구로 변질해 버린 듯하다. 또 결혼식을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특출한 존재인가를 뽐내기 위한 장치로 여기는 신랑 신부도 많은 듯하다. 단풍이 교정을 화려하게 수놓은 이 가을에 졸업한 제자가 결혼을 한다면서 인사를 왔다. 나는 제자 결혼식 주례를 절대 맡지 않는다. 말주변이 없는 것은 둘째 문제다. 평소에 나는 제자들에게 대학 4년 동안 죽어라고 공부한 후 사회에 나가서 번듯한 지식인으로 열심히 생활하라고 말한다. 시집 잘 가려고 대학 다니는 놈은 학교 당장 때려치우라고 윽박지른다. 그런 말을 하는 내가 어찌 주례를 보고, 제자 결혼식에 참석하겠는가. 그런데 제자는 주례 없이 결혼식을 올린다면서 공손하게 청첩장을 건넸는데, 결혼식장이 신랑의 학교 숲속 쉼터로 되어 있었다. 제자의 생각이 너무 가상스러워 결국 내 철칙을 깨고 제자 결혼식에 참석했다. 노란 은행잎이 꽃잎처럼 날리는 교정에서의 결혼식은 그 어느 결혼식보다 아름다웠다. 신부와 신랑은 부모님께 감사의 글을 읽으면서 울먹이기도 했지만 시종 환하게 미소 지었다. 신랑 신부 측 모두 집에서 마련해 온 음식으로 하객을 대접했다. 호텔 정식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국수가 맛있어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아마도 이 젊은 부부는 민박집의 노부부처럼 그렇게 금슬 좋게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식장을 나오면서 딸 결혼식장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을 잘 설득해서 교정에서 식을 올리라고, 안 되면 나라도 설득해 보겠다고. 그러면서 휴대전화로 찍은 제자 결혼식 사진 몇 장을 친구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며칠 후 친구가 전화를 했다. 내년 봄에 딸이 자신의 모교 노천극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면서 내게 주례를 봐 달라고 했다. 아차, 싶었다. 이번에는 주례를 거절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식사값 n분의1 지불… 동호회비 간단하게 톡~

    식사값 n분의1 지불… 동호회비 간단하게 톡~

    직장인 나서울(32)씨는 점심 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스파게티를 사 먹었다. 식사값을 대표로 계산하는 동료에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스파게티값 1만 2000원을 바로 송금해 줬다. 계산대 앞에 서서 지갑을 꺼내 각자 먹은 음식값을 지불하는 번거로움은 이제 ‘안녕’이다. 돌아오는 주말 결혼을 앞둔 직장 후배 축의금과 등산 동호회 회비도 뱅크월렛카카오로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OTP 카드) 없이 간단하게 송금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과 국내 은행이 11일 다음카카오와 공동으로 뱅크월렛카카오(뱅카) 서비스를 선보인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편하게 소액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지갑 서비스다. 특히 뱅카가 3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카톡)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모바일지갑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은행과 카드사가 주도했던 금융결제 시장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뱅카와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 봤다. ●뱅카 서비스란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톡에 기반한 모바일지갑 서비스다. 뱅카 전용 스마트폰 앱을 설치한 뒤 거래 은행 계좌를 연계하면 된다. 농협·신한·우리·SC·하나·기업·국민·외환·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6곳 시중은행 거래 고객이라면 뱅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입 대상엔 제약이 없지만 만 19세 미만은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송금은 어떻게 하나 우선 뱅카 앱에서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되는데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만 가능하다. 처음 계좌를 등록할 때는 공인인증서 및 보안카드를 입력해야 한다. 본인 인증과 계좌 등록이 끝나면 돈을 보낼 때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즉 인터넷뱅킹 송금과 달리 보낼 때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카톡에 등록된 친구끼리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보낼 수 있다. 뱅크머니로 최대 5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다. 송금 수수료는 서비스 출시 3~4개월간 무료다. 이후 은행이 자율로 수수료를 책정할 방침이다. 잘못 송금했다면 상대방이 ‘수신’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송금을 취소할 수 있다. 송금한 뒤 3일 동안 상대방이 받지 않으면 4일차에 보낸 사람 계좌로 돈이 다시 입금된다. ●어디서 이용할 수 있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자동화기기(ATM)에서도 출금된다. 다만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와 출금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리더기가 설치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현재까진 뱅카 가맹점이 많지 않다. 오프라인에서는 편의점인 CU와 세븐일레븐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결제 역시 카톡 앱에서 아이템 구매에만 쓸 수 있다. 뱅카는 각종 모바일금융 서비스 및 상품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안상 문제점은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손쉽게 돈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지만, 그만큼 피싱이나 스미싱과 같은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도 크다. 송금하기 전 수신인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 한다. 범죄 피해 발생 시 카카오와 은행, 금융결제원의 책임 소재와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부분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 ●은행 없는 은행도 나오나 뱅카 서비스 출시로 ‘은행 없는 은행’인 온라인뱅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다만 온라인뱅크 허용을 위해서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에 대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지방공기업 ‘그들만의 복지 특권’ 대폭 줄인다

    지방공기업 ‘그들만의 복지 특권’ 대폭 줄인다

    ‘업무상 순직, 공상으로 인해 퇴직하면 퇴직자의 배우자나 자녀를 특별채용한다. 임직원 및 10년 이상 장기근속 퇴직자에게 금 반 냥을 지급한다. 주택자금 대부이자는 1.5%로 운영한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축하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지급한다. 본인 및 배우자의 부모 고희연에는 축하금 20만원을 지급한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지방공기업 직원들이 받는 복지후생 혜택들이다. 하지만 앞으로 지방공기업의 방만 경영 사례로 지적됐던 이 같은 과도한 복리후생제도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안전행정부는 28일 지방공기업 복지후생 정상화를 추진한 결과 유가족 특채, 휴직 급여, 퇴직금, 의료비, 경조사비 등 모두 12개 분야에서 104건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고 밝혔다. 우선 SH공사, 대전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경북개발공사 등 8개 지방공기업은 그동안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유가족 특별채용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전남개발공사는 그간 질병으로 휴직한 직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던 휴직 급여제도를 개선해 공무원과 동일하게 70% 또는 50%로 감액하는 기준을 도입했다. 일부 지방공기업에서 시행하던 특별공로금제도도 폐지됐다. 이들은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순직 및 공상으로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의 50% 내에서 지급하거나, 임직원 및 10년 이상 장기근속 이후 퇴직한 직원에게 금 반 냥 등을 지급해 왔다. 자녀교육비나 경조사비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지급되던 축하금제도도 폐지됐다. 경남개발공사는 자녀가 대학교 입학 시 지급하던 축하금(50만원)을 폐지하고, 부산도시공사는 고등학교 수업료를 전액 지원해 오던 관행을 공무원과 동일하게 정부고시 상한액을 준수하도록 개선했다. 대전도시공사의 직원 가족들에 대한 건강검진 무상 지원, 화성도시공사의 본인 및 배우자 부모의 고희 기념 축하금(20만원), 하남도시공사의 직원 형제자매 조의금 및 축의금 지급 등 의료비·경조비 관련 27건의 비정상적인 복지제도가 폐지·축소됐다. 안행부는 다음달부터 제도 개선이 미진한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고, 지방공기업별 이행 실적은 내년 경영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포토]수백만원 든 현금 봉투, 하늘에서 내려와

    [포토]수백만원 든 현금 봉투, 하늘에서 내려와

    중국의 한 건설사가 주최한 설명회에서 현금 다발이 우수수 떨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신화망 등 현지 언론의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후난성의 한 신축 건물 분양 설명회에는 수 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관심을 입증했다. 이날의 이벤트는 다름 아닌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봉투 잡기’였다. 신축 건물에 투자한 남성 2명이 건물 베란다로 올라서더니, 공중에서 시민들에게 붉은색 봉투를 뿌리기 시작한 것. 중국에서는 세뱃돈이나 축의금 등을 붉은색 봉투에 담아 전달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들 남성들은 전통에서 본따 사람들에게 진짜 현금이 담긴 봉투를 마구 뿌렸다. 이날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무려 5만 위안, 우리 돈으로 863만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을 시작하는 건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떨어지는 돈 봉투를 잡기 위해 몸싸움도 불사했다. 다행히 부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한편 중국에서 현금을 ‘무기’로 시민들의 관심을 사려는 장사꾼들의 이벤트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한 부동산 업체가 빌딩 분양을 앞두고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우리 돈으로 1700만원이 넘는 돈을 뿌린 바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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