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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복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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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뮤지컬 ‘7인의 천사’

    고난도 때론 축복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극단 모시는사람들이 만든 창작뮤지컬 ‘7인의 천사’(김정숙 작,권호성 연출)는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명제의 해답을 찾기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천사7’이 인간의 몸으로 지상에 태어나는 날,천상의 동료 천사들은 묻는다.“너 왜 태어나니?”“난 고난이 축복이 되는 걸 보고 싶어.”.동료들은 ‘천사7’이 일생동안 겪을 고난들,이를테면 일곱살때 차 사고로 다리가 부러지고,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배신당하는 상황들을 가상으로 체험하게 한다.천사7은 이런 고난을 뻔히 알면서도 과연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 이 극단의 대표작인 ‘블루사이공’처럼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배어있는 작품이다.김정숙 대표는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는 후배에게 고난 가운데 축복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7명의 남성들이 만들어내는 재즈 아카펠라와 그레고리안 성가풍의 라이브 음악이 매력을 더한다.10∼3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507-0888. 이순녀기자 coral@˝
  • 40대 커리어 우먼 3人 ‘패션토크’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날로 중년여성들의 옷차림이 젊어지고 있다.40대 여성들이 20대를 겨냥하고 있는 브랜드를 드나드는 것이 더이상 흉이 아닌 시대다.더욱이 최근 스포츠룩의 유행과 더불어 젊은 스타일의 옷입기는 보편화 추세다.얼마전까지 중년여성들이 ‘나이에 맞는 품위’를 잊었다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적잖았지만,요즘엔 그런 흉을 봤다가는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될 판이다.이는 우리만의 특별한 현상도 아니라고 한다.미국에서는 어머니가 10대의 젊은 옷을 입고,아이들이 정장을 좋아해 “옷장이 뒤바뀌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옷차림을 통해 이 시대 중년여성들의 생각과 삶의 변화를 읽어본다. 지난달 말,국무회의에 옅은 분홍빛 수트에 진달래빛 인도풍 숄을 걸치고 나타난 강금실 법무장관의 옷차림이 화제가 됐다.이를 두고 “TPO(때와 장소,목적)에 맞는 옷차림이냐?”는 비난의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이는 개인적인 대담한 취향이라기보다는 달라진 40대 직장여성들 옷 입기의 한 단면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옷 잘 입는 전문직 여성’들로 꼽히는 세 사람이 바람이 몹시 불었던 지난 2일 서울신문사를 방문했다.그들의 개성적인 옷차림부터 훑어봤다. ●‘나이에 맞는 옷입기’ 고정관념 거부 ‘헤드헌터’란 직업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킨 유순신(48·헤드헌터·유앤파트너즈 대표)씨.그는 검정색에 베이지색 굵은 스트라이프가 단정한 수트를 골랐다.연둣빛 면 셔츠,꽃분홍빛 행커치프와 분홍빛 핸드백으로 포인트를 줘 그의 만만치 않은 미적 안목을 보여줬다.40대에 박사학위를 시작,‘나이는 장벽이 아니다.’는 사실을 보여준 동화작가 이윤희(47·재능대 교수)씨,집시풍의 스커트,장식이 화려한 두꺼운 벨트에 검은 부츠차림이었다. 살짝 이마를 덮은 자연스러운 웨이브의 패션 컨설턴트 김해련(43·아이에프 네트워크 대표)씨는 분홍빛 트렌치코트에 분홍 머플러를 둘렀고,시폰 블라우스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액세서리·머플러로 포인트 ‘젊게 더 젊게’ -평상시 어떤 옷을 입으세요? 유순신:주로 정장차림이지만,정장이 너무 지루할 때는 이렇게 화려한 셔츠로 변화를 줍니다.반면 저녁 모임에는 화려한 스카프나 큼직한 진주로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지요.다만,공식적인 자리에서 여성으로 보이는 것은 금기시합니다.공식적인 자리에서 “아름답습니다.”는 등의 말을 듣는 것은 곤란하니까요.옷입는 것도 리더십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강한(strong)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이윤희:강의를 할 때나 공식적인 자리에선 단정하게 옷을 입지만,그외는 자유롭게 나 자신을 표현하는 편입니다.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제게 맞는 옷,입어서 기분 좋은 옷을 선택합니다. 김해련:나이 때문에 옷을 못 입겠다든가,뭘 못하겠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어요.취향을 나이 때문에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오늘은 올해의 유행에 맞춰 분홍색으로 옷을 입었는데,구태여 유행을 따른 게 아니라 유행색깔이 그해 가장 돋보이는 패션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지요. -옷입기에 나이는 어떤 장애가 되지 않나요. 이:저뿐 아니라 주위의 여성들이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아요.어떤 부부가 옷가게에 갔더니 아내가 고른 옷을 남편이 “그건 아줌마 옷이잖아.”라고 말리는 경우도 많대요. 유:그런데 제 경우는 아들이 말려요.제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니 삭스(knee socks)를 신고 일요일 가족외출에 나서니 고등학생인 아들이 외출을 거부했어요.하지만 아직도 등 뒤에서 부르는 ‘아줌마!’란 소리는 당연히 저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죠. 이:전 20살난 학생들로부터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요.제 자유로운 의상이 학생들과 저사이의 거리감을 없애주고,또한 저자신도 자유롭게 해요.감청색이나 검정 수트로 몸을 감싸고는 답답하지 않나요? 옷이란 남에게 보이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기쁨을 위해서도 입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때와 장소에 따른 옷차림이 필요하다고들 말하지 않나요. 유:흔히 면접에는 정장을 입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옷차림이 딱딱한 정장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면접에서는 8초내에 그 사람의 느낌을 체크하거든요.자신과 잘 맞는 옷차림이 중요해요.스스로도 편안하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옷을 입고가서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으니까요.얼마전 모로코 출장을 갔는데 낮엔 포멀한 의상을 입던 사람들이 저녁모임에서는 턱시도는 물론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 등을 입을 정도로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갖춰 입더군요. ●“야유회때 하이힐신으면 꼴불견이지요” 이:맞아요.야유회에 하이힐을 신고오는 중년여성들,그런 사람들이 꼭 있어요.그것이야말로 멋을 제대로 낸 게 아니죠. 김:전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때로는 파격적인 옷을 입기도 하고,틀에 너무 매여 있다가 옷을 통해 자유를 느끼기도 하지요.그러니 나이의 틀에 꽉 매여 그런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옷은 주로 언제,어디서 구입하시죠. 이:전 뭔가 작은 성취라도 이뤘을 때 저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로 옷을 잘 사요.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뭔가 성취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비싼 옷을 구태여 찾는 편은 아니에요. 유:해외출장을 나갈 때 면세점을 이용하기도 하고,업계의 동향이나 트렌드를 읽기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백화점을 둘러보는데 그때 옷을 사지요.그 브랜드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광고전단의 옷 한 벌을 그대로 구입하는 편이에요. 김:전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데,홈쇼핑과 달리 시간의 제약이 없기때문에 인터넷에선 반품률이 7%에 지나지않을 만큼 옷 사기에 좋아요.거기선 젊은 옷차림을 한 눈에 알 수 있기도 하고요.요즘엔 옷도 퓨전시대인데,다양한 시도들로 재창조하는 것이 재미 있어요. 사회·정리 허남주기자 hhj@seoul.co.kr ˝
  • [씨줄날줄] 악어의 눈물/오풍연 논설위원

    정치인의 눈물은 곧잘 ‘악어의 눈물’에 비유된다.측은지심(惻隱之心)을 위한 것으로 진실성이 없다는 얘기다.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도 희곡에서 이 말을 썼다.이는 위선적인 거짓 눈물을 가리킨다.처음엔 악어의 눈물을 참회(懺悔)의 눈물로 보았다.로마의 사학자 플리니우스가 저서 ‘박물지’에서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곡(哭)을 잘하는 것도 정치인의 큰 장기라고 한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상가에서 많은 지역 유권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의 문상은 필수 코스다.생판 처음 보는 영정 앞에서 눈물을 훔치기라도 하면 표심이 움직인다는 것이다.어느 정치인이 이를 마다하겠는가.지역구 의원이 하루 저녁에 3∼4곳을 방문하는 것은 보통이다.정 싫으면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탄핵사태 이후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모두가 이미지와 이벤트에 기대는 양상이다.이성정치는 실종되고 감성정치에만 매달리고 있다.호화 당사의 폐공판장 이전,천막 당사 설치,삼보일배 역시 마찬가지다.이처럼 각 당 총재,의장,대표,선대위원장이 나서 읍소(泣訴) 작전을 펴고 있지만 왠지 어색해 보인다.잘 나갈 때는 나 몰라라 하던 정치지도자들이 처연하리만큼 납작 엎드리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에다 자민련 김종필(JP) 총재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유권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이들 모두 자신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셋은 차기 대권주자로 경쟁관계에 있고,JP는 ‘10선’을 노리고 있다.악어의 눈물이라도 좋으니,많이만 흘릴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에게는 때가 있는 법이다.어떠한 눈물로도 거스를 수 없는 게 민심이고,역사의 흐름이다.그런 만큼 스스로도 결단할 줄 알아야 한다.“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이형기 시인이 쓴 ‘낙화’의 한 대목을 들려주고 싶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김주일(30)·조현희(26)씨

    2001년 7월 한참 더울 때였습니다.취업이 어렵다는 말에 경쟁력 강화한다고 FP자격증 공부를 했었죠.첫 수업 때 뭐가 뭔지 몰라 꾸벅꾸벅 졸다 보니 꽤 진도가 나갔더군요.본전 생각에 옆에 있던 귀여운 아가씨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졸아서 그런데요.노트 좀 보여주세요.” 이것이 우리의 첫 만남 이었습니다.노트 빌려 준 것이 고마워서 자판기 음료수 하나 뽑아 건네주고,또 노트 빌리고 고맙다고 밥 사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았습니다.우연을 가장하여 지하철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강의시간에 맞추어 지하철역에서 기다렸죠.나중에 그녀에게 고백했습니다.우연을 가장한 고의적 만남이었다고. 결국 자격증은 취득하지 못했습니다.자격증 시험날이 면접날과 겹쳐서 말이죠.자격증은 못 땄어도 저는 원하던 현대캐피탈이라는 금융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답니다.그런데 그날부터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갔습니다.친구를 위한다며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쏟기도 하고,여자친구에게 점차 소홀해졌습니다.여자친구의 맘도 자연히 제게서 멀어졌죠. 이대로 끝인가라고 스스로 책망하던 시절,친한 친구 녀석의 도움으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한 번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어렵다지만,다시 만나면 헤어지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저와 그녀는 지금 같이 있고,평생을 같이하겠다고 주례선생님과 여러 하객 앞에서 언약을 했습니다.저의 꿈은 아주 소박합니다.제 아내에게 그 동안 못해준 것 하나씩 해주며 정말 행복한 가정이 무엇인지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사는 거랍니다.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우리 사이 많이 축복해 주세요.˝
  • [우리 결혼해요]이철희(32)·박가영(25)씨

    “여동생 셋 중 왜 하필 막내냐.부모님 설득할 자신 없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될 줄 알았던 친구의 한마디는 다가올 시련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사실 저도 친구의 막내 동생과 연인 사이가 될 줄 몰랐습니다.친구 집을 오가며 봤던 친구의 막내 여동생 박가영(25·유치원 교사)씨.그녀는 당시 고등학생이었지만 저는 이미 그녀를 여자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귀어 보지 않을래.오빠 친구와 동생이 아니라 남자대 여자로 말이야.”“오빠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그녀는 오빠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원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우리의 비밀 데이트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저는 그녀를 보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친구 집을 방문했습니다.친구 부모님은 저의 속마음도 모른 채 보기 드문 젊은 청년이라며 아들 같이 대해주었습니다.저 또한 열과 성을 다해 공경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가영씨의 오빠이자 제 친구인 그가 우리의 만남을 눈치챈 거죠.친구는 “부모님 아시기 전에 헤어지라.”며 냉정히 말했습니다.그러나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니 동생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있다.니가 좀 밀어주라.”며 거듭된 부탁과 온갖 협박(?)을 가했습니다.결국 저는 친구를 아군으로 만들며 결혼을 향한 1차 관문을 어렵게 통과했습니다.특히 친구는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마다 적절한 도움을 주며 지원을 하곤 했습니다.저 역시 동생을 곱게(?) 모시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켰습니다.이렇게 우리의 사랑은 점차 커져갔습니다.그러나 두번째 위기가 곧 찾아왔습니다.친구의 부모님이 아신 거죠.아버님은 “니가 그런 꿍꿍이속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다.”며 다시는 발걸음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저의 예비 신부 가영씨는 부모님 뜻에 따라 그만 헤어지자는 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저는 친구 부모님에게 “부모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도리이겠지만 이것만은 도저히 인력으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막무가내로 매달렸습니다.친구도 옆에서 많이 도왔죠.결국 부모님도 승낙하시더군요. 저는 최근 가영씨에게 서울 63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프러포즈를 했습니다.“가영아,너에게 한가지만 약속할게.네 곁에서 평생 사랑한다고.”주변에서는 한쌍의 부부 탄생을 축복하는 박수 소리로 요란했습니다.그리고 저는 봤습니다.감동하는 신부의 눈에서 한방울의 눈물을…. 저희는 다음달 24일 결혼합니다.힘든 연애 과정을 거친 만큼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 훌쩍 떠나볼까-섬진강

    구례는 관광자원에 관한 한 축복받은 땅이다.웅혼함이 절로 느껴지는 지리산,어머니 저고리고름마냥 선이 고운 섬진강,그리고 화엄사·천은사 등 천년고찰과 볼거리, 먹거리에 사철 사람들이 몰려든다.그러나 이들의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귀하고 아름다운 구례의 또 다른 모습을 놓치기 쉽다. 구례의 들판 한 귀퉁이에 솟은 오산 꼭대기에 앉아있는 암자 사성암,판소리 동편제의 웅혼함을 체험할 수 있는 판소리전수관,국내 최장수마을로 알려진 상사마을은 구례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꼭 가보아야 할 곳들이다. 외지인들의 경우 구례 하면 지리산,섬진강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마련.하지만 지리산과 섬진강의 큰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오산(鰲山)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해발 531m의 오산은 꼭 거대한 지리산에서 떨어져 나온 꼬마섬 같다.자라 모양을 하고 있어 오산이란 이름이 붙었는데,정상까지는 걸어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높지도 험하지도 않지만 비경이 많아 인근에선 가족 등반이나 단체 소풍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즈음 사성암(四聖庵)에 도착했다.582년 연기조사가 세운 이래 원효,의상,도선,진각 등 4대 성인이 수도를 했다고 해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붙여 지은 약사전이 마치 중국의 3대 석굴중 하나인 둔황의 모가오쿠를 하나 떼어다 붙여놓은 것 같다.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전각에 오르니 법당의 안쪽 암벽에 약사여래불을 새긴 암각화가 보인다.원효대사가 수행중 손톱으로 긁어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마애불이다. 사성암 선각스님은 “마애불이 수십미터 벼랑 꼭대기에 새겨져 있고,이끼 등에 덮여 보이지 않아 신도들이 볼 수 있도록 전각을 벼랑에 붙여 지었다.”고 설명했다. 약사전에서 내려다보니 곡성에서 구례구역을 지나 동쪽으로 확 꺾어져 흐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대웅전,산신각쪽으로 돌아가니 지리산 노고단과 왕시루봉,차일봉이 병풍을 두른듯 둘러싸고 있고,그 아래 너른 벌판 한 가운데 구례읍내가 손바닥만하게 자리잡고 있다. 선각 스님은 “지리산과 섬진강,구례의 모습을 이렇게 한군데서 손바닥 보듯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며 “특히 토요일엔 암자 아래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더들이 섬진강변으로 날아 내려앉는 진풍경도 구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성암은 약사전 중창불사를 하면서 콘크리트길이 뚫려 차를 타고도 올라갈 수 있다.도로 입구에서 암자까지 셔틀 봉고차도 운영된다.(061)781-4544. 사성암에서 내려오니 해가 뉘엿뉘엿 진다.해질녘 섬진강 풍광은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간전교 인근 강변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펼쳤다.멀리 산자락 너머 지는 햇살을 받아 잔잔히 흐르는 섬진강 물비늘이 황금빛을 띤다.마치 나비가 번데기옷을 벗고 화려한 날개를 펴듯,섬진강은 하루에 한번씩 다시 태어난다. 동편제 전수관은 구례읍 백련리에 있다.전수관 건물과 함께 이곳 출신의 국창(國唱) 송만갑 선생의 생가,명창들의 추모비 등이 세워져 있다. 한국국악협회 구례군 지회장인 마인화(72)씨는 “판소리,특히 동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가 심각하다.”고 걱정한다. “보통 섬진강을 기준으로 동편제,서편제로 나뉩니다.동편제는 섬진강 동쪽의 구례,남원,운봉 등에서 성했어요.반면 서편제는 광주,보성,나주 등에서 주로 불렸지요.동편제는 웅장하고 씩씩합니다.서편제는 부드러우면서 한이 서린듯 애절하지요.아마 동편제는 웅장한 산악지형의 영향을,서편제는 너른 들판지세의 영향을 받았겠지요.” 그는 “똑같은 판소리를 동편제,서편제로 각각 들어보면 누구든 그 차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며 직접 춘향가 한 대목을 동편제,서편제로 각각 불러 그 차이를 설명했다. 흥보가 이수자이기도 한 그는 “영화 ‘서편제’에 나오는 판소리는 동편제적 요소가 더 강한데,영화 제목 때문에 일반인들은 동편제를 서편제로 잘못 알고 있다.”고 했다. 전수관에선 판소리 전수자들에 대한 교육과 함께 동편제 판소리 발표회,송만갑 선생 추모 판소리경연대회 등을 매년 열고 있다.또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동편제 판소리를 선보이는 상설 공연도 열고 있다.(061)782-1288. 마산면 상사마을로 향했다.장수촌으로 손꼽히는 구례에서도 장수노인들이 가장 많다는 마을이다.80년대 중반 수집가구밖에 안 되는 마을에서 90세 이상의 노인이 10여명에 달해 전국 최장수 마을로 선정됐던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장수의 비결로 당몰샘을 꼽는다.지리산의 모든 약초 뿌리가 녹아들고,일제 강점기 시절 창궐하던 콜레라를 물리쳤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샘이다.샘은 돌과 콘크리트로 아담하게 단장돼 있다.지금도 주말이면 명성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고.샘물은 깊숙한 바닥에 깔린 자갈의 무늬까지 보일 정도로 티없이 맑다.특이하게도 다른 유명 약수처럼 톡 쏘는 맛은 전혀 없다. 샘물의 기운이 담벼락 옆의 산수유에까지 미쳤나 보다.3월 말에나 꽃을 볼 수 있는 산수유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샛노란 가루를 한가득 머금고 있다. 글 구례 임창용기자 sdragon@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17번 전주∼남원 산업도로를 탄다.남원 춘향터널을 빠져나오자 마자 오른쪽 고가도로로 진입하면 구례로 가는 19번 국도에 들어서게 된다.서울서 구례까지 4시간 소요.호남고속도로에서 차량이 붐빌 경우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된다.함양IC에서 빠져 88고속도로를 갈아타면 남원까지 갈 수 있다. 서울역에서 구례구역까지 새마을호 및 무궁화호 등 전라선 열차가 하루 15회 다닌다.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선 하루 4차례 구례행 버스가 출발한다. ■구례 제대로 즐기기 ●황토염색 체험장 구례읍 계산리 섬진강 옆 한 마을에 가면 ‘황기모아’란 황토염색 작업장이 나온다.지난 2000년 황토염색가 류숙(53)씨가 폐교를 이용해 황토염색 공간을 꾸민 곳이다. 황기모아에선 황토염색 과정을 둘러보고 체험학습 코너에도 참여할 수 있다.침구에서부터 속옷,겉옷,커튼,소품 등 수십가지의 황토염색 제품을 보고,구입도 가능하다. 2003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류씨는 동약철학과 수지침,풍수지리에도 능하다.황토는 물론,관상,건강 등에 대한 걸쭉한 입담이 염색체험보다 재미 있다.(061-783-5515). ●여기서 하룻밤 구례읍내나 화엄사 인근 숙소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사성암,당몰샘,동편제 전수관 모두 읍내에서 10여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화엄사에서 읍내쪽으로 내려오면서 한화콘도(061-781-2171),지리산프라자관광호텔(782-2171),지리산 워커힐호텔(782-1500),황토방여관(783-0997) 등 콘도와 호텔,여관이 많다. 온천욕을 하고 싶으면 산동면 지리산 온천지구에서 묵는 게 좋다.지리산온천관광호텔(783-1414),송원리조트(780-8000),신라모텔(783-6644) 등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 꼭 맛보세요 지리산의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산채가 가장 유명하다.화암사,연곡사 등 지리산으로 진입하는 길엔 산채 전문음식점이 즐비한데 그중 화엄사 가는 길목의 ‘청냇골가든’ 음식이 깔끔하면서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 집의 주 메뉴는 산채정식.취,고사리,더덕 등 전통적인 산채나물에다 우엉,박나물,피마자 잎,쑥부쟁이,죽순,웅설버섯 등 이색 나물,참꼬막 무침,조기 구이 등 해산물에 쑥국과 토란탕까지.40여가지의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깔끔하다. 특히 이중 웅설버섯과 쑥부쟁이는 진한 향과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웅설버섯에선 마치 능이버섯을 연상케 하는 진한 향이 난다.검은 색깔,쫄깃한 맛도 능이와 비슷하다. 쑥부쟁이는 식물도감이나 야생화 전시장에서 보던 것이었는데,이렇게 나물로 먹기는 처음이다.쌉쌀하면서 새콤한 맛이 자꾸 젓가락을 가게 한다.고소한 맛이 나는 흑두부 조림,담백함이 느껴지는 토란탕도 맛이 돋보인다.다만 전체적으로 양념 맛이 강한 듯한 게 옥의 티.마늘,생강 등 양념이 많이 들어가 산채 특유의 향과 맛이 약간 줄어든 느낌이 든다.1인분 1만원.(061)781-2222. 육류맛을 보고 싶으면 산동면 탑정리의 ‘지리산멧돼지관광농원’에 가보자.지리산 온천지구에서 가깝다. 주인 박종선씨는 “멧돼지 고기는 예부터 잡냄새가 없고 건강식으로 알려져 조상들이 즐겨 먹었다.”고 말했다. 멧돼지 숯불 바비큐와 구이,멧돼지 사골탕이 이집의 주메뉴다.숯불 바비큐는 한 입에 먹을 만한 크기로 저민 고기를 쇠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돌려가며 굽는 요리.기름이 밑으로 떨어지면서 노릇하게 익은 것을 상추에 싸먹는다.고소하지만 느끼하지 않고,부드러우면서 쫄깃하다.구이는 일반 삼겹살을 굽듯 불판에 굽고,사골탕은 멧돼지 사골을 푹 고아 국물을 우려낸다.멧돼지바비큐 1인분 2만원,구이 1만 3000원,사골탕 7000원.(061)783-1973. 글 구례 임창용기자˝
  • [우리 결혼해요] 손기복(31)·임현숙(28)씨

    엄마! 엄마의 자랑스러운 장남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잘 지내셨죠? 10년 전 엄마가 마지막으로 보셨던 빡빡머리 군인이었던 아들이 올해 벌써 서른한살이 되었어요.그리고 올 봄에 결혼도 하고요.엄마도 멀리서 많이많이 축하해 주세요. 아참! 엄마 며느리 소개시켜 드릴께요.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셋째딸이고요,국악을 전공한 올해 스물여덟의 참한 아가씨랍니다.제가 공부할 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형의 소개로 만났는데요,우린 첫 만남부터 남들과 좀 달랐습니다.처음 만나는 날부터 계란 반쪽 때문에 다퉜거든요. 모르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면 되게 어색하잖아요.나름대로 분위기 재미있게 한다고 점심 먹으러 가서 이 친구 냉면속에 있던 계란을 살짝 집어 먹었거든요.그런데 갑자기 이 친구가 버럭 화를 내지 않겠어요?자기도 계란을 무지무지 좋아해서 아껴 먹고 있는데,왜 남의 것 먹느냐고 그러면서요.순간 얼마나 당황스럽고 민망하던지….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재미있게 시작되었습니다. 엄마,사랑의 힘이 대단하긴 대단한가봐요.거문고 줄이 몇 줄인지,아쟁과 해금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도 몰랐던 제가 이 친구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국악마니아로 불리게 되었으니까요.이 친구가 제게 약속한 게 한가지 있거든요.결혼하면 우리 집에서 저 혼자만을 위해 거문고 연주랑 캐논 변주곡 피아노 연주를 해주기로 했는데요,그것 때문이라도 얼른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흔히들 연애 너무 길게 하면 안 된다고 그러잖아요.우리도 만난 지 3년 정도 지나니까 위기가 찾아오더라고요.서로에게 너무 편해져서인지 언제부턴가 상대에 대한 배려도 줄어들고,자기를 먼저 생각하다 보니 자꾸 말다툼이 늘어나고,그러다가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그래도 1년 넘게 이 친구랑 헤어져 있으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친구의 자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자꾸자꾸 생각나더라고요.그런데 우리의 연은 보통이 아니었나봐요. 엄마 아들이 작년 11월에 밤늦게 집에 가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응급실에서 눈 떠보니까 이 친구가 와 있는 거예요.병상에 누워 이 친구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며 생각했죠.내가 너무 많이 돌아 왔다는 것을.그리고,지금 이 친구를 놓쳐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엄마!그래서 저 결혼하기로 했습니다.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우리 결혼 많이많이 축복해 주세요!˝
  • [월드이슈-흔들리는 전통결혼문화] 프랑스 ‘死者와의 결혼’ 허용

    서른 네살의 사랑스러운 프랑스 여인 크리스텔.그녀는 지난 10일 ‘죽은 사람’과 결혼했다. 결혼식장인 니스 시청에 나타난 그녀는 하얀 웨딩드레스 대신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짧게 진행된 결혼식에는 40명의 친지가 참석,담담하게 그녀의 앞날을 축복했다. 결혼식장의 신랑 자리는 비어있었다.식장에 나타날 수 없었던 그녀의 신랑은 에릭 드미첼.오랜 연인 크리스텔에게 결혼을 약속했던 그는 지난 2002년 술취한 운전자가 모는 오토바이에 치어 사망했다.결혼식이 열린 날은 에릭의 30번째 생일날이었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지만,사자(死者)와의 결혼이 프랑스에서는 합법적이다.사연은 195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그해 프랑스 남부에 큰 비가 내렸고 말파세 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댐 아래 자리잡은 프레주 마을이 삽시간에 수몰되면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드골 대통령이 조문을 위해 방문했을 때 이렌느 조다르라는 처녀가 울면서 호소했다.그녀는 “사랑을 맹세한 약혼자 앙드레 카프라가 숨졌다.”며 “그가 떠났지만 결혼 약속은 꼭 지키고 싶다.”고 간청했다. 드골 대통령은 “아가씨,꼭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뒤 파리로 돌아가 입법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달 말에 프랑스 의회는 이렌느가 그의 죽은 약혼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을 입안했다.그후로 지금까지 수백명의 남녀가 망자(亡者)와의 결혼을 간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원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죽은 자와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대통령에게 청원을 해야하며,청원은 법무부장관을 통해 청원자가 사는 지역의 검찰로 넘겨진다. 검찰에서는 청원자가 실제로 망자와 결혼을 계획했는가를 확인해본 뒤 망자의 부모에게 결혼식 동의여부를 묻는다.검찰이 조사결과를 보고하면 대통령은 결혼 허용 문서에 최종 서명하게 된다. 크리스텔은 결혼식이 끝난 뒤 “그는 떠났지만 그와의 결혼은 남게 됐다.”면서 “결국 우리의 사랑은 죽음을 초월하게 됐다.”고 말했다.크리스텔은 앞으로 남편의 성 드미첼을 따르게 되며,공식문서에 ‘미망인’으로 기록된다. 크리스텔의 변호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20명 정도가 죽은 자와 결혼을 하지만 대부분 비밀에 부쳐진다.크리스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니스의 경찰인 그녀는 일상생활로 돌아갔다.그녀의 아파트에는 남편 에릭 대신 에릭의 유해를 담은 납골이 보관돼 있다. 이도운기자˝
  • [우리 결혼해요]김기룡(31)·고영실(30)씨

    현재 직장인 하이마트에 입사한 지 만 2년째 되는 해였다.생각해 보니 일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시간은 쏜살같이 잘도 지나갔지만 왠지 모르게 외로움이 항상 나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아마도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싶었고,또한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그래서 주말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2002년 가을이었다. 그곳에서 까만 머릿결에 큰 눈의 그녀를 보았다.아주 잠깐.하지만 한눈에 들어왔던 그녀는 잠시 보였을 뿐 그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이후로 나도 모임에 잘 나가지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이었다.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내게 전화가 왔다.좋은 사람이 있으니 소개해 주겠단다.마지못해 연락처를 받고 망설이다 전화기를 들었다.야근하다 통화를 하는데 느낌이 너무 좋았다.계속 알고 지내던 사람과 통화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2003년 1월22일 홍대 부근.퇴근후 맥주 바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너무 놀랐다.그녀였다.까만 머릿결에 큰 눈의 그녀였다.나는 그날 취하고 말았다.처음이었다.처음 만난 이성 앞에서 그렇게 취하기는….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플라워맨(flowerman)’이 되었다.그전에는 가장 늦게 퇴근한다고 해서 ‘하이마트 지킴이’였다.거의 매일 꽃을 사들고 그녀를 보러 갔다.다른 어떤 것보다 꽃이 좋았다.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생겼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정작 가장 좋아한 사람은 회사 지하 꽃집 아주머니였지만…. 나는 그녀를 매일 봤다.야근이 있으면 12시라도 택시 타고 가서 얼굴보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일을 했다.회식이 있는 날엔 취했어도,늦게라도 그녀를 보고 갔다.하루라도 그녀를 보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그런 그녀와 얼마후 결혼한다.빙장께서 건강이 좋지 않긴 하셨지만 작년에 갑작스레 돌아가셨다.장례식장에서 나는 사위가 되었다.‘막내 사위 김기룡’으로. 아버님 계신 대전 현충원에 갈 때도 회사 지하에서 꽃을 샀다.처음엔 국화를 드렸고,다음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극락조화를 함께 준비했다.그날 나는 늦었지만 말씀드렸다.“아버님,우리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하늘에서 많이 축복해 주세요.귀연  막내 사위 올림.”˝
  • [열린세상] 고구려 연구기금의 함정/김진호 당대비평 주간·목사

    고대 이스라엘사 연구는 한갓 역사적 발명품에 불과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휘틀럼의 ‘고대 이스라엘의 발견’은 결코 센세이셔널리즘의 산물이 아니다.이 분야에서 가장 명성 있는 연구자의 한 사람인 저자는 고대 이스라엘의 형성에 관한 현대의 가장 대표적인 가설들이 동시대의 정치학과 어떻게 연루되었는지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의 국민국가 이스라엘의 시오니즘과 유럽 중심주의적 가치가 성서의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려는 역사가들의 심성 속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그는 세심하게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심성이 반영된 연구는 결국 팔레스타인 사람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과 연결되어 있으며,이스라엘과 유럽의 정치·경제적 권력이 미개한 아랍인에게 진보의 축복을 가져다 주리라는,서구인과 유태인의 제국주의적 인식을 역사적으로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고대 이스라엘사에 대한 연구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그러나 그렇지 않다.휘틀럼 같은 특출한 연구자가 아니었다면 여간해서 알아낼 수 없을 만큼,연구는 정교했다.그런 견해를 연구한 자신들도 알아차리지 못해왔던 것이니 말이다. 이와 같은 연구자의 자기 현혹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가 연구기금을 둘러싼 학문 제도다.연구자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연구기금이 많이 조성되는 분야다.성서 역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기금이 투여되는 곳 중의 하나는 고대 이스라엘의 출현과 관련된 분야다.역량 있는 많은 연구자들이 풍부한 연구비를 받아 연구하니 그 성과는 대단하다.한데 바로 그 성과가 함정임을 누가 알았으랴.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오직 고대 이스라엘의 출현에 얽힌 영역만 과도하게 연구되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동시대를 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제거된 역사가 만들어진 것이다.게다가 이스라엘이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보다 몇 세기 후대에야 비교적 잘 구성된 종족적 결속체로 등장했다. 즉 이스라엘과 비(非) 이스라엘의 구별이 출현기에는 그리 명료하지 않았을 것이니,출현기의 이스라엘 거주 지역이라는 것 자체가 허구적인 산물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다.그럼에도 시간과 공간을 편의에 따라 나누고 연결하면서 엮인 역사적 구상물인 ‘상상의 과거’는 현대 이스라엘의 그 지역에 대한 영역 주장의 근거가 되었고,유럽인과 그리스도 교회의 대(對) 아랍,나아가 대 비 서구사회에 대한 제국주의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자원이 된 것이다. 최근 이른바 ‘동북공정’이라 하는 중국의 고구려 연구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도 상당한 연구 기금을 조성해서 고구려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한국의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들도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각종 해석을 제기하면서 ‘제2의 나당전쟁’ 운운하며,이 연구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입장에 따라 격론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열 손가락이면 충분히 헤아릴 만한 고구려 전문 연구자의 숫자는 이제 꽤 늘어날 것 같다.물론 양만이 아니라 연구의 질도 한층 깊어지리라고 믿는다.그런데 나는 이 대목에서 걱정이 앞선다.내게 익숙한 분야인 고대 이스라엘사가 밟았던 전철을 고구려사 연구가 답습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역사의 과제가 국가 혹은 여타 권력적 체계의 과제와 맞물릴 때 시간을 통한 성찰의 학문으로서 역사학은 위기를 맞는다. 국가 등은 경계의 안과 밖을 나눔으로써 존재가 실현된다.민족주의는 많은 적극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계의 안·밖 이분체계를 강화하는 논리로서 작동하는 장치였다.그런 점에서 역사학은 민족주의를 필요로 할 때조차도 그것과 상대적인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왜냐하면 역사 전쟁이 벌어질 때 민족주의적인 경계의 논리가 예민하게 작동되기 때문이다.혹 역사 전쟁이라는 의식이 우리의 숨겨진 배타성을 자극하는 은밀한 촉진제가 될까 걱정된다. 김진호 당대비평 주간·목사˝
  • 경찰 포위속 백년가약 윤기진 한총련前의장 다시 도피

    수배 중인 전 한총련 의장이 결혼식을 올린 뒤 다시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지난 99년 한총련 7기 의장을 지낸 윤기진(30)씨와 조국통일 범민족청년학생연합 대변인 황선(32·여)씨는 15일 오후 서울 덕성여대 학생회관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경찰은 학교 주변에 전의경 300여명을 배치,윤씨가 결혼식을 마친 뒤 자진 출두할 것을 요구했으나 체포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날 결혼식에서 윤씨는 ‘다짐글’을 낭독하다 “부모님의 관심과 지난날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며 1분 남짓 말을 잇지 못했다. 주례는 통일연대 한상렬 상임대표가 맡았고,학생·종교단체 인사 600여명이 참석해 이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 ③캄보디아 전통결혼식

    캄보디아 씨엠립 외곽 마을에서 열리는 결혼식을 운좋게 구경하게 됐다.이곳 결혼식은 특이하게도 해가 뜨기 전 이른 아침에 시작돼 다음날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예식장은 따로 없고,마을회관이나 그에 준하는 장소가 하객들 집합장소가 된다.신랑측 친구,가족,친지,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하객들은 신부집으로 가져갈 작은 선물들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신랑과 들러리가 도착하면 기념사진을 찍고 다같이 긴 행렬로 줄지어 신부의 집으로 향한다.전통의상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앞장서고 그 뒤로 신랑과 들러리,그리고 하객들이 뒤따르는데 이들은 모두 성의껏 마련한 선물들을 쟁반에 받쳐 들고간다. 그런데 선물들이 뜻밖이다.과일이나 양파 같은 야채부터,연유 통조림,털 뽑아 잡은 통닭 한마리,꽃,돼지머리 등으로 소박하면서도 우리가 보기에는 귀여운 것들이다.하객행렬이 신부집까지 이어지면 신부가족이 하객들을 맞이하고,선물을 전달하면 그 날의 행사는 끝난다.신랑,신부는 신부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12시쯤 결혼행렬에 참석했던 하객들이 다시 신부집으로 모이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잔치가 시작된다.함께 먹고 노래하고 춤추고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잔치가 끝나면 돈을 봉투에 담아 잔치비용을 나누어 부담한다. 결혼식에 참석한 한 젊은 여성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한국의 결혼풍습에 대해 궁금해했다.예식장에서 한두시간만에 치른다고 하니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그래도 결혼식이 끝난 후 대부분 신혼여행을 간다는 말에는 무척 부러워한다.캄보디아에서는 신혼여행을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간혹 부자들은 결혼식 잔치가 끝나고 프놈펜(캄보디아의 수도)으로 며칠간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서민들한테는 꿈같은 일이라고.우리가 해외로 갔던 신혼여행이 이곳 사람들에겐 굉장히 큰 일이구나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는 결혼할 때 혼수나 집을 마련하는 대신 신랑이 신부의 부모에게 지참금을 주고 신부네 집에서 살게 된다.가정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미화 2000달러 정도의 지참금을 결혼자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할 경우는 3000달러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캄보디아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남자는 결혼을 하기위해 허리가 휘어지도록 돈을 벌지만,일단 남녀가 결혼을 하면 그때부터는 가정의 생계를 많은 부분 여자들이 책임진다고 한다.이 부분에서 박군이 몹시 부러워한다.한국 남자들이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고달프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또 조금은 고소하기도 하다.지금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기존 한국 남자들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캄보디아에는 아직 많은 부분 전근대적인 생활 모습이 남아있지만 결혼만큼은 중매결혼이나 정략결혼이 거의 없고 대부분 연애결혼을 한다.남녀가 데이트를 하고 서로 마음에 들면 여자를 남자네 집에 데려가 부모에게 인사시키고,남자쪽 부모가 결혼하려는 여자의 부모를 찾아가 청혼을 하게 된다.여자쪽 부모가 결혼승낙을 하면 양가 부모가 좋은 날로 결혼 날짜를 잡고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캄보디아건 한국이건 결혼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선택이고 순간인 것 같다.야채나 통조림을 정성껏 예쁜 접시에 담아 둘의 행복을 축복해주고,밤새 축제를 열며 다함께 즐거워하는 이곳 사람들의 결혼식은 내가 지금껏 본 결혼식중 가장 예쁜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신세대운전사 추온 레잇 추온 레잇(23)은 ‘툭툭 택시’를 모는 운전기사다.툭툭은 일반 자가용 택시와 달리 오토바이에 마차를 연결해 손님을 태우는 캄보디아의 대표적 운송수단.흙먼지가 뽀얗게 일어나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서도 마스크는 절대 안하는,한창 패션에 민감한 캄보디아 신세대 젊은이 레잇을 만났다. 캄보디아의 결혼 적령기는. -가정형편에 따라 모두 달라요.돈이 없으면 결혼도 자연히 늦어지죠.저도 결혼 지참금 마련을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어요.따로 저축은 안하고 버는 대로 엄마에게 갖다주죠.살림에 조금씩 보태고,나머지는 지참금을 위해 모으세요. 일과후나 휴일에는 주로 어떤일을 하는지. -친구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요.함께 맥주를 마실 때도 있고 그냥 휴대전화로 얘기할 때도 있고요.전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얘기하는 걸 아주 좋아해요.그리고 가끔은 시내에 있는 나이트클럽에 가요.춤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 구경하는 게 재미있거든요.씨엠립에는 극장도 하나 있는데 전 잘 안 가요.가끔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가긴 하지만 주로 울고 짜는 캄보디아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아요. 캄보디아에서 운전하는 게 쉬워 보이지 않던데. -사실 좀 위험하죠.자가용은 90% 이상이 일본 중고차라서 핸들이 오른쪽에 있고,또 버스는 90% 이상이 한국에서 온 차들이라 핸들이 왼쪽에 있어요.앞 차를 추월할 때 조금 불편하긴 해도 우리는 그게 익숙한데 외국인들은 다들 이상한가봐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나요. -툭툭을 몰기 전에는 집안 농사를 도왔는데 지금 하는 일이 돈도 더 많이 벌리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재미있어요.빨리 돈을 벌어서 자가용을 사는 것이 제 꿈이자 모든 툭툭 운전사들의 희망이지요.˝
  • [발렌타인 데이에 우리 결혼해요] 노준영(35)·최윤경(29)씨

    “老총각 노준영,이제 NO총각을 선언합니다!” 2년 전 어느 날 가장 존경하는 대학 지도 교수님이 학교가 아닌 한 카페로 불러내셨다.한걸음에 달려나갔더니 교수님 앞에 웬 아리따운 아가씨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알고 봤더니 교수님이 두 청춘남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소개팅’을 주선하신 것이었다.혼기가 꽉 찬 나이에도 허구한 날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사는 제자가 안타까우셨나…. 그녀의 첫인상.시원한 강바람 같고,탁 트인 푸른 들판 같은 느낌이었다.쾌활한 목소리,예쁜 미소,귀여운 행동 모두가 뇌리에 각인됐다.‘아,이사람!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제 인연이라는 확신도.하지만 그녀는 어찌나 도도한지 도통 애프터를 받아주지 않았다.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그 후부터 ‘노준영의 사랑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틈새 파고 들기’,또는 ‘돌쇠의 마님 마음 열기’ 작전이었다.퇴근시간에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잠깐 얼굴 비추기,그녀의 저녁 약속 장소까지 동행해 주기,늘 웃는 모습 보여주기,표정 파악하며 이야기 들어주기,시시때때로 휴대전화 문자 보내기 등등.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그녀도 제 쪽을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갖은 핍박에도 꿋꿋한 척했지만 사실 속은 숯검정처럼 타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는데,결국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지금 나의 예비신부는 우리의 스위트홈을 위해 인테리어를 구상 중이고,인터넷 요리사이트를 서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조리법을 익히고 있다.내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위로해 주고,몸이 피로할 때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웃게 해준다. 14일 밸런타인데이에 노준영과 최윤경의 초콜릿처럼 달콤한 사랑의 이중주가 시작된다.저희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길…. 더불어,평생 짝꿍을 만나게 해주신 교수님께,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 [조영증의 킥오프] 인천FC 돌풍(?)

    프로축구 팀들의 전지훈련이 한창이다.올시즌 과연 어느 팀이 K-리그 정상에 오를까.축구 관계자와 팬들은 물론 각 팀 감독들조차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다.그러나 올해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우승의 향방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전·후기로 나누어 최종 우승팀을 가리기 때문에 초반전의 승패가 마지막 성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짝수인 12개 팀에서 한 팀이 늘어나 홀수인 13개팀으로 리그가 운영되기 때문에 한 경기 휴식을 취하게 되는 팀이 경기 감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도 관건이다.또 앞으로 아테네올림픽과 월드컵 지역예선 등 굵직한 대회가 많아 불가피한 대표팀 차출이 예상되는 등 많은 변수가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들이 유난히 이동을 많이 했다.이런 상황에서 새로 창단된 ‘인천 유나이티드 FC’야말로 돌풍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있다. 안상수 시장을 중심으로 전 인천 시민들의 축복과 애정으로 창단돼 기반이 탄탄하며 시민구단의 애로사항인 운영자금 역시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한 ‘한계좌 갖기 운동’과 인천의 대표기업 GM대우와 대덕건설 등의 스폰서를 통해 넉넉해졌고 이는 과감한 투자로 이어졌다. 특히 인천의 베르너 로란트 감독은 지난 1984년부터 독일에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으며,감독을 보좌할 장외룡 코치 역시 일본에서 선수를 거쳐 J리그 삿포로 곤사도래 감독까지 지낸 경력을 지녀 외국 문화에 대한 감독·코치 상호간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창단 팀의 약점인 선수 수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올림픽대표팀의 최태욱을 확보해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그외 팀 전력 향상을 위해 98프랑스월드컵에서 머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해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이상헌을 영입함으로써 안정적인 수비망을 구축했다.자그마한 키에 ‘코엘류호’에 잠깐 승선한 바 있는 전재호 역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더구나 신생팀의 여러가지 공백을 메워줄 고문으로 과거 청룡시절 이회택씨와 함께 한 시대의 획을 그었던 박이천씨가 내정돼 구단내 신·구 조화는 물론 다양한 목소리를 구단 운영에 접목할 수 있게 됐다. 인천이 2004 K-리그에서 일으킬 신선한 돌풍을 기대해 본다. 국제축구연맹(FIFA)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주5일제 행복하십니까?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주말은 분명 직장인에게는 축복이다.잠든 아빠의 모습밖에 보지 못했던 아이들과 집안일을 혼자 떠맡으며 직장에 남편을 빼앗겼다고 말했던 아내에게 가장이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더할 수 없는 기쁨이다. 그러나 주5일제 근무시대에 오히려 가정불화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더욱이 선진외국의 경우,길어진 주말이 가정화목보다는 오히려 이혼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통계가 있어 더욱 염려스럽다. 주말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도 주말문화가 낯설다는 사람이 적지않다.긴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가정의 건강과 행복이 결정된다는데…. ●주말이 우울하다? 주부들 중 주5일제 근무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주말을 쉬게 됐다고 좋아하는 남편 앞에서 차마 말로 풀어놓지는 못하지만,“주말이 무섭다.”고 말하는 여성들도 있다. 김선진(45·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주5일제 근무에 ‘적극반대’라고 말문을 열었다.“일요일 하루도 벅찬데 이틀 씩이라니….솔직하게 말해서 하루 세 끼,이틀을 꼬박 식탁을 차리고 나면 정말 기운이 쭉 빠져요.게다가 주말에는 특별식이라도 원하는 것이 남자들의 마음 아닌가요?” 일요일마다 소파에서 잠들고 깨는 남편과 결혼 17년간 부단히 싸웠다는 김씨는 이틀씩이나 ‘리모컨 운전수’인 남편을 지켜보는 게 고역이라 했다.일요일 하루도 힘들었는데,이틀간 소파에 ‘늘어져 누운’ 남편을 보는 것은 ‘고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주5일제 근무를 무척 반긴다고 말하는 정혜숙(38·경기 군포시 산본동)씨는 남편과 주말을 함께하면서 늘어난 가계부의 주름 때문에 괴롭다.“늘 쉬지 못해 얼굴이 꺼칠해 보였던 남편이 좀 쉴 수 있다는데 싫기야 하겠어요? 하지만 문제는 외식이다,외출이다 지출은 느는데 수입은 그대로라는 겁니다.‘외식하자.’고 남편이 선심을 써도 월급을 몽땅 제가 받는 현실에서는 제가 계산할 수밖에 없잖아요.주5일 근무,매력없어요.” 윤정미(35·서울 광진구 자양동)씨는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편에게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오빠 친구인 남편과는 어릴 때부터 친근했기 때문에 별 고민없이 결혼에 이르렀지만,사실 우리 부부는 안 맞는 부분이 많아요.제가 문학적이고 내성적인 반면 남편은 공대 출신답게 제 마음의 움직임이나 작은 행복에는 무심한 편이에요.그래도 남편이 무던해 별 문제없이 살아왔는데 요즘 부쩍 남편의 단점들이 불거져 보이기 시작했어요.이야기할 시간이 늘면서 서로 이해의 폭이 커지긴커녕 ‘이렇게 안 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목요일만 되면 주말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주말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과 함께 등산을 하거나,가정교육에 신경을 쓰는 아버지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신풍속도다.그러나 오랜만에 눈돌린 가정교육이 생각만큼 녹록치 않고,아이들과의 거리감 때문에 오히려 괴롭다는 아버지도 많다. ●독일선 주4일제 도입후 이혼 증가 자신을 ‘회사형 인간’이라 말하는 `성공한 직장인’ 김영두(51)씨는 주5일 근무제로 인해 가족들간의 관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늘 아침 일찍 출근해 회사부근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했고,밤늦어서야 돌아오느라 아이들은 모두 아내에게 맡겨져 성장했습니다.술문화가 많이 달라지면서 내가 빨리 귀가해도 정작 아이들이 학원을 들러 집에 오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죠.주말을 쉬게 되면서 아이들과 처음으로 시간을 같이하게 되었는데,아주 못마땅한 것만 눈에 띕니다.일요일이라도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간신히 식탁까지는 온 아이들은 아예 입도 열지 않아요.게다가 아내까지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들에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내와 큰소리를 내기도 했어요.그동안 내가 잘못 산 것인가,가족이 저를 가장으로 생각해 주지 않는 것인가 요즘 생각이 많습니다.” 김씨의 부인 박경숙(46·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고2,고1 남매는 아빠와 함께 밥 먹기 싫다고 노골적으로 불평하고,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 버릇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고 제게 야단입니다.요즘 아이들 버릇이 다 그렇지 않아요? 혼자 아이들 키우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와서 제게 잘못했다니 속상합니다.” 은행원 김수용(37)씨도 늘어난 주말이 “오히려 피곤하다.”고 말했다.“나는 집안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일요일마다 아내와 집안 청소나 쇼핑을 함께 해왔죠.그런데 주5일 근무 실시 이후,아내와 아이는 외출도 바라고 집안일도 더 많이 도와주기를 바라고….이젠 저도 주말을 저를 위해 사용하고 싶은데 말이죠.이 시대 남편들,정말 살기 힘들어요.요즘엔 일요일마다 낮잠 주무시면서도 권위가 섰던 우리 아버지 세대가 부러울 뿐입니다.” ●일상의 재발견,원만한 가족관계의 비결 아이를 키우랴 직장생활을 하랴,바쁜 직장인 최은영(39)씨도 주5일이 피곤하긴 마찬가지.“남편은 놀러 가자고 주말마다 말하지만,나는 할 일도 많고 그동안 제대로 못봐줬던 아이들의 공부도 돌봐주고 싶다.도대체 아이들이 학원에서 뭘 배우고 오는지,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그러나 남편은 주말마다 여행갈 생각에 빠져 신문의 레저면만 들추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공무원의 토요 휴무제가 확대되고,주5일 수업을 하는 학교도 늘어난다.7월부터 공기업과 금융·보험업,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다. 대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가족간의 유대가 깊어질 것이라고 낙관한다.그러나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제가 궁극적으로 가족관계에 도움을 주리라고 전망하면서도 도입 초기엔 오히려 갈등이 부각되는 가족도 늘 것이라 예상한다. 실제 독일 폴크스바겐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자들의 이혼 건수가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더욱이 가족중심의 문화가 뿌리내렸다는 핵가족 시대에도 여전히 중년부부 중 절반 정도만이 “여가를 같이 보낸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상황은,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바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중년 이후 부부들 가운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부와 가족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례가 많다.”며 “서로의 노력으로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서서히 늘려갈 것”을 권했다. 다른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갔거나,텔레비전에서 어디로 여행하라고 부추기는 것을 보면서 여행을 못 가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일상의 소중함에 눈떠야 한다는 충고도 나오고 있다.명지대 대학원 여가정보학과 김정운 교수는 “인간의 본성은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행복이란 생활 속의 재미이기도 하다.큰돈 들이지 않고도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과 사회적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주민투표 D - 3 막판 기싸움

    주민투표를 나흘 앞둔 10일 전북 부안읍에서는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하지만 경찰의 제지로 당초 우려됐던 충돌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불법 주민투표 용납 못해” 범부안군 국책사업유치 추진연맹 등 핵폐기장 유치 ‘찬성파’는 전북도청 공무원 450여명과 위도주민 100여명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부터 부안군 예술회관 광장에서 첫 야외집회를 가졌다.예술회관 주변에는 임실·남원 등지의 참가자들이 타고온 관광버스 30여대가 즐비하게 늘어섰다.반대를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은 퇴장당하기도 했다.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격려사를 통해 “법령이 시행되는 7월 이전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못박았다.집회에 참석한 부안 토박이 박모(50·주부)씨는 “부안 발전을 저해하는,반대측이 주도하는 투표는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로 유치불가 확실히 보여줄 것” 같은 날 오후 4시 ‘찬성파’ 집회 장소에서 2㎞ 정도 떨어진 수협 앞 광장에서는 핵폐기장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투표 승리를 위한 부안군민 결의대회’가 열렸다.군민대책위가 주관한 집회에는 일본에서 최초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반핵운동에 성공한 니가타(新潟)현 마키(卷)정의 주민들이 격려차 방문,눈길을 끌었다. 문규현 신부는 연설자로 나서 “하나님,주님,법신불 사은님,풀뿌리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부안군민의 행진을 축복해 주십시오.”라는 기도문을 낭독,박수를 받았다.두 자녀를 데리고 나온 한숙희(36·여)씨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이번 투표에서 반드시 이겨 핵폐기장이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회를 마친 ‘찬성파’주민들이 유치반대 집회가 열린 수협 앞 광장 근처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나,충돌을 우려한 경찰의 제지로 근처 군청 앞 대로에서 해산했다.경찰은 평소보다 14개 중대,1500여명을 늘려 32개 중대 3300여명을 집회 장소와 공공기관 주변에 배치했다. 부안 유지혜기자 wisepen@˝
  • 비즈니스 탈무드/래리 카해너 지음

    유대인의 ‘인생교본’ 탈무드는 ‘비즈니스 교본’이기도 하다.실제로 탈무드는 인간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지만 무엇보다 비즈니스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탈무드의 근간이 된 ‘모세 5경’에만 613개의 계명이 있는데,이 중 100개 이상이 비즈니스 혹은 경제와 관련 있는 것들이다.탈무드는 왜 그토록 비즈니스를 강조할까.사람들은 이 때문에 유대인들이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란 편견을 갖기도 한다.하지만 유대교나 탈무드 랍비들이 전하고자 한 본질은 그런 게 아니다.‘비즈니스 탈무드’(래리 카해너 지음,김명철 옮김,예문 펴냄)는 수천년 동안 유대인 사이에 전승돼온 탈무드의 지혜 중에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것들만 골라 소개한다.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0.2% 유대인의 상술과 비즈니스 철학엔 탈무드의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탈무드 랍비들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축복을 받을 것이며,자신의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두 배로 축복받을 것”이라고 말한다.그들은 이처럼 노동의 가치와 실업(實業)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는 실사구시 철학을 중시한다. 탈무드의 비즈니스 교훈을 읽다 보면 윤리적인 주제들과 마주치게 된다.자연은 기업의 완벽한 모델임을 강조하면서 인간이 자신의 재산뿐 아니라 환경까지 지켜야 하는 청지기임을 일깨워 주는가 하면,자선은 신의 명령이라며 기업의 자선행위를 역설하기도 한다.5000년을 이어온 유대인의 비즈니스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인간의 본성과 사람 사는 이치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 주말매거진We/스타의 알콩달콩 사랑- 테니스 선수 이형택(29)·이수안(28)씨

    “10년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첫사랑과 결혼합니다.” ♡신랑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건국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당시 저는 테니스 라켓 하나 달랑 들고 강원도에서 막 상경한 ‘촌놈’이었죠.겨울방학이 가까워 올 무렵 아는 후배를 통해 그녀를 소개받았어요.그녀는 수능시험을 막 치고 개인 무용레슨을 받기 위해 학교에 왔었고요. 첫인상은 무척이나 귀여웠어요.활달한 성격이 시원시원해 보기 좋았죠.하지만 제가 원래 숫기가 없는 성격이다 보니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어요.본격적으로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 것은 그 후로 1년이 흐른 뒤였답니다. ♥신부 오빠의 첫인상은 ‘순수’그 자체였어요.커다란 체구에 얼굴은 시커멓게 그을렸지만,체크무늬 남방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더라고요.단번에 호감을 가지게 됐죠.처음 1년 동안은 자주 만나지 못했어요.당시 오빠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매일 테니스 코트에서 살았고,저도 한국무용 공연 등으로 바빴거든요.2학년 때 본격적으로 오빠와 사귀기 시작했지만,더욱 만나기 힘들더라고요.오빠는 원하던 국가대표가 됐고,삼성물산과 계약해 프로선수가 됐어요.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투어에 참가해야 했기에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었죠. ♡신랑 사귀면서 한달에 국제 전화비로만 100만원 이상을 썼을 거예요.제가 해외에서 경기를 할때는 신경을 집중하느라 집에도 전화를 하지 않는 성격인데….얼마나 길게 통화했는지 상상이 가시죠? 아이는 적어도 네 명 이상은 낳을 겁니다.객지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명절날 집에 사람이 북적대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더라고요.또 제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거든요.10년 동안 저만 바라보고 따라와 준 그녀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어요.그래서 지난해 말 제가 먼저 프러포즈했죠. ♥신부 사귀면서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어요.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를 수십번도 더 되풀이했죠.하지만 첫사랑인 오빠와 결혼한다는 사실에 지금은 너무나 행복해요.오빠가 그동안 제 응석 다 받아주느라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이젠 오빠가 평소 바라는 세계 랭킹 50위안에 곧 들 수 있도록 내가 내조를 잘 해 줄 거예요. 결혼식날인 다음달28일은 오빠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것 같아요.많이 축복해 주세요.
  • “미셸위, 우즈수입 능가할것”마케팅 전문가, 피부·외모등 ‘대박’요건 겸비

    미국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한국계 ‘골프천재’ 미셸 위(사진·15)가 장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즈가 지금까지 골프대회 상금으로 번 돈은 약 4000만달러에 이르고 35세가 되면 1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셸 위가 프로에 입문하면 마케팅만으로도 이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피부색과 외모 등 미셸 위가 지닌 다양성에서 찾는다.일면 우즈와 같은 이유다.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부를 둔 스포츠미디어챌린지의 캐슬린 허섯 대표는 “미셸 위가 가진 다양성과 외모,그리고 카리스마를 볼 때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즈를 능가할 수 있는 진정한 이유는 미셸 위가 한국계라는 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골프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급부상한 한국과 일본,그리고 새로운 골프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셸 위를 앞세운 스포츠 마케팅은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캘리포니아주서던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드 카터 교수(스포츠 비즈니스)는 “미셸 위가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즈에게서처럼 핸디캡이 아니라 축복”이라면서 “미셸 위는 세계 골프팬들에게 오랜 기간 친근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스포츠 마케팅 관련 업체들은 미셸 위의 상업적 가치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이는 그가 당분간 아마추어 자격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 때문.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44·하와이대 교수)씨조차 “미셸은 아직 아마추어”라며 “프로가 될 때까지는 돈 문제를 꺼내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할 정도. 미셸 위가 사용하는 골프클럽 제조업체인 타이틀리스트도 조심스럽다.타이틀리스트의 조 고메스 홍보이사는 “미셸 위를 활용한 홍보는 생각조차 않는다.”며 “지금은 미셸 위의 아마추어 자격에 조금이라도 흠이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덜 답답한 세상을 위하여

    기나긴 명절기간이 지나갔다.어려서는 명절기간이 길수록 좋았다.농촌에서 설과 추석은 농사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먹을 것이 귀하고 기후가 혹독하던 시절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추석은 명절 중의 명절,하늘이 내린 축복이었다.설 명절 또한 추수한 곡식이 아직은 충분히 남아있고 소와 돼지는 살찌고 해는 길어질 때다.날로 도타워지는 햇살이 언 땅에 깊이 파고든다는 건 곧 농사꾼들에게 잔인한 계절이 올지니 그 전에 실컷 먹고 충분히 놀아둬야 한다는 신호 같은 거였다. 며느리는 친정나들이를 보내고 시집간 딸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설 동안이었다.짧게는 보름 길게는 정월 한달이 때때옷 입고 먹고 마시고 놀고 나들이 다니는 명절기간이었다.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을 아무리 넉넉하게 장만해 둬도 쉬거나 썩을 걱정이 없다는 것도 하늘이 주는 혜택이요 편리였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군량미가 다급해진 일제는 식민지의 이런 느긋하고 풍요한 세시풍속조차 묵과하지 못했다.농사지은 양식을 거의 다 공출 당해 그렇게 오랫동안 즐길 수도 없었지만 음력 설 자체를 말살하려들었다.양력으로 1월1일이 진짜 새해이기 때문에 음력으로 설을 쇤다는 건 비과학적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점점 더 강제성을 띠다가 말기로 접어들면서는 도시에서는 떡방앗간의 영업을 못하게 했고 농촌에서는 떡 치는 소리만 들려도 고발의 대상이 됐다.설 명절이 새 해의 뜻보다는 오랫동안 우리의 정서에 뿌리내린 민속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걸 인정하려들지 않았다.그러자 편의상 양력으로 차례를 지내던 집까지 양력 정초는 일본설이라고 배척하고 음력을 조선설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하듯이 비장한 용기로 음력설을 쇠게 되었다. 우리 고향은 아주 보수적인 산골 마을이고 그런 마을에서도 드물게 할아버지는 상투를 틀고 계실 만큼 고루한 어른이셨는데도 설은 양력으로 쇠도록 하셨다.이유는 간단했다.대처에 나가 학교 다니는 손자들이 방학해서 내려와 있는 동안 차례도 지내고 음식장만도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었다.그때나 이때나 음력설이 겨울 방학 안에 드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우리 집안의 상투 튼 진보 덕분으로 손자들은 귀향의 기쁨과 설에만 맛볼 수 있는 지방색 짙은 음식과 놀이문화에 대한 풍부한 추억을 갖게 되었다.또 하나 그 어른에게 고마운 것은 차례나 제사 지낼 때 여자들도 참예토록 한 것이다.오빠하고 똑같이 차례나 제사 참예를 했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훗날 내가 여자로 사는 데 있어서 주눅 들거나 허세 부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광복이 되니까 사람들이 마음 놓고 구정을 쇠게 되었지만 공휴일을 지금처럼 구정에 더 많이 주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그런 변화에 상관없이 나는 어렸을 때 버릇으로 신정이 명절 같다.내 자식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 할아버지와 똑같은 이유로 신정을 지냈고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도 늙어가면서 음식장만하고 손님 치르는 일이 힘들어지니까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미리 지내고 나서 신정보다 훨씬 심해지는 교통체증,물가고,품귀현상,혹한 따위 구정풍경을 남의 일 보듯이 느긋하게 구경하는 맛도 그럴듯하다.좀 얄미운 심보인지는 몰라도.그밖에도 나처럼 딸만 여럿 있는 집은 설이 두 번이나 된다는 게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여럿이다 보니 자연히 사돈끼리 지내는 설날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 자식이 몸과 신경을 쪼개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점점 외아들 외딸이 늘어가는 추세인데 만일 양가가 전통적으로 지내 온 설이 같고 서로 그걸 고집한다면 어쩔 것인가.그럴 때는 남자 쪽 부모가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뭐니뭐니 해도 아직은 권력을 쥔 쪽이 아들 가진 쪽이니까.하나밖에 없는 자식도 나눠가진 사이가 둘 있는 명절을 하나씩 나눠 갖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우리의 사소한 배려가 우리 자식 우리 손자가 살아나갈 앞으로의 세상을 지금보다 덜 답답한 세상으로 만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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