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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주례사 인터뷰’는 이제 그만/김동률 KDI 연구위원

    무하마드 알리의 얼굴에다 녹음기를 집어 던진 여자가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한 인터뷰전문 기자인 오리아나 팔라치가 그 주인공이다. 평생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닌 그녀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암투병 중. 최근 이슬람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 때문에 종교모독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호메이니, 덩샤오핑, 헨리 키신저, 바웬사, 알리 등 세계의 거물들은 팔라치의 호전적이고 거친 질문에 흥분했고, 결국은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모두 뱉어낸 뒤 잘못된 만남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인터뷰는 신문기사의 전부다. 사랑도 그렇듯이 수많은 기사는 사람 사이의 말을 통해서 나온다. 심지어 발표자료나 보도자료도 보충이나 확인목적의 인터뷰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자직을 ‘질문하는 직업 (a questioning profession)’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컴퓨터가 주도하는 정보화시대라고는 하지만 인터뷰보다 더 효과적이고 정확한 취재방법은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수많은 언론의 인터뷰기사가 ‘주례사 인터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주례사 인터뷰’란 결혼식의 주례사처럼 좋은 말만 쏟아내는 한국언론의 인터뷰기사를 일컬어 필자가 만들어 본 말이다. 주례사는 새롭게 출발하는 한 가정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찬사로 일관하게 마련이다. 한국언론이 쏟아내는 수많은 인터뷰 또한 거칠게 보면 주례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 대상을 사납게 몰아붙이거나 까발리기보다는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주례사를 하듯 인터뷰 대상자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더 나아가서는 홍보성으로까지 흐르고 있다. 특히 언론시장 환경이 날로 황량해져 가는 현실에 행여 자본의 영향력에 지면이 포섭되어가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된다. 서울신문 역시, 지난주만 하더라도 지훈상 연세대 의료원장, 박남훈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개그맨 김형곤, 액션스타 조춘, 이영무 축구감독 등 지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인터뷰를 비롯, 짤막한 인터뷰까지 수십여 건의 인터뷰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많은 한국 언론이 그렇듯이, 서울신문 인터뷰기사 또한 주례사 수준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독자들은 인터뷰기사에서 인터뷰 대상이 깊숙이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얘기들을 콕 끄집어내 까발려 주기를 기대한다. 팔라치에 말려들어 온갖 비밀얘기를 누설한 뒤 팔라치와의 만남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땅을 친 키신저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팔라치는 자신의 성공이 다른 기자가 감히 묻지 못한 질문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많은 기자들은 자신의 타자기 앞에서만 용감했을 뿐 절대 권력자 앞에서 “각하, 각하는 독재자이기 때문에 부패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부패했습니까?”란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독자들은 이제 한국언론에도 팔라치 같이 노련하고 용감한 인터뷰 전문기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면, 공자나 부처나 예수가 인류에게 훌륭한 말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제자들을 두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철갑상어알처럼 귀했던 정보가 이제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감자처럼 흔해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저널리스트는 수준 높은 인터뷰를 통해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감자더미에서 고귀한 철갑상어알를 찾아 독자에게 맛보게 해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보화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독자들은 과잉수사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넘치는, 말랑말랑한 인터뷰기사보다는 보다 사납고 거친 인터뷰기사를 원할지도 모른다. 인터뷰는 무슨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쟁과 같다. 그러나 상대방을 발가벗겨야 한다는 점에서는 섹스와 같다는 점을 이 땅의 저널리스트는 명심해야겠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 yule21@empal.com
  • [Love & Wedding] 임광욱·시정인

    [Love & Wedding] 임광욱·시정인

    광욱이를 처음 본 것은 1998년 5월, 훈련소를 마치고 갓 부대 배치를 받아 군기가 잔뜩 들어있는 신병의 모습이었다. 여대생이 웬 부대인가 하겠지만, 당시 학교를 휴학하고 미군부대에서 일(교회 피아노 반주)을 하던 나는 수많은 카투사들의 입대와 제대를 지켜보았고, 광욱이도 처음에는 ‘군복이 꽤 잘 어울리는 조금 잘 생긴’ 신병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광욱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 영어 실력으로 국적과 나이, 성별을 막론하고 사무실의 모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버리는 긍정적인 태도와 성실함에 끌리게 되었고, 나중에는 안 보면 자꾸 생각나고,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 해 10월 말, 광욱이의 생일을 앞두고 짝사랑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감하게도!) 생일 카드에 감정을 고백했지만, 이런 고백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그는 몹시 당황스러워했고 이후 둘 사이는 오히려 서먹해지고 말았다.(그날 나는 오랫동안 내가 왜 그렇게 무모했을까 땅을 치며 후회했다!) 비록 둘의 관계는 서먹해졌지만 어찌됐건 얼굴을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했고, 속으로도 끊임없이 친구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몇 개월을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던 어느 날, 전화 통화 중 ‘친구처럼 지내니 너를 다시 보게 된다.’라는 광욱이의 말에 몇 달 동안 꾹꾹 눌러서 거의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은 예전보다 더 굳어졌고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광욱이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난 7년간의 시간은 감사할 일들로 가득 차 있다. 한동대에서 함께 공부하며 미래의 꿈을 다듬어 갔던 소중한 추억을 주었고, 무엇보다 서로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 결과 지금 광욱이는 기자로, 나는 홍보인으로 서로가 꿈꿔오던 자리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다. 결혼을 2주 앞둔 지금, 바쁜 회사 일 때문에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마음만 급해 짜증도 많이 내고, 화도 곧잘 내지만 늘 너그럽게 받아주는 광욱이에게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그리고 그동안 정말 멋진 남자친구가 되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도 멋진(?) 아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싶다.
  • “부동산 투기 회개합시다”

    “부동산투기, 기독교인부터 반성하자.” 이달 말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기독교인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끈다. 토지정의를 위해 17개 단체가 연대한 ‘토지정의시민연대’의 간사단체인 기독교인 모임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은 24일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토지정의를 위한 기독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하나님은 8·15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근거로 우리 민족, 특히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기독교인과 교회가 토지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 토지를 회복시켜 줘 모든 사람이 진정한 자유와 광복의 기쁨을 누리는 희년을 기대하셨다.”면서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 기독교인과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토지회복을 반대하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많은 중대형 교회들이 예배당과 수련관, 기도원, 교인묘지 건축을 빙자해 부동산투기를 하면서 교회를 성장시켜 왔다는 교회 안팎의 지적을 들었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부동산투기를 자행하면서 번 돈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간주하고 그 일부를 십일조와 감사헌금으로 드렸고, 목회자는 그것을 축복해 왔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교회가 부동산투기에 관련해 강단에서 토지정의를 설교하지 못하고, 투기를 하지 말라는 권면도 못하고 있다.”면서 한쪽에서는 가난한 성도의 비탄이 사무치고, 반대쪽에서는 투기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은 부유한 성도의 감사기도와, 목회자의 축복이 흘러넘치는 비참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관련해 부동산투기를 자행한 교회와 기독인의 죄를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회개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부동산투기를 한 교회와 기독인들이 참회하는 마음으로 토지불로소득을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면서 “기독인들이 앞장서서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더 내겠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통일을 준비하는 큰 틀에서 토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언문은 “성경에서 말하는 토지정의를 구현하고, 통일시대의 토지제도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는 헌법에 ‘토지불로소득 환수’조항을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하늘아래 1번지 대관령 스키국민학교

    하늘아래 1번지 대관령 스키국민학교

      북구(北歐)의 눈나라를 연상케 하는 겨울의 비경(秘境) 대관령(大關嶺). 거기 눈덮인 산허리의 비탈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꼬마「스키어」들이 경쾌하게 미끄러지고 있다. 고무신·장화·농구화에 자작 스키를 얽어매고 털모자와 털장갑을 낀 아이들도 있고 군데군데 기운 헌 옷에 고무신, 파랗게 언 맨손의 아이들도 있다. 책가방은 어깨와 등에 잡아 매여있고 두 손에는 긴 대나무 꼬챙이가 들려 있다. 그 대나무를 열심히 눈 속에 틀어박으며 매운 한기(寒氣) 속을 미끄러진다. 이 꼬마「스키어」들이 강원도 평창군 도암(道岩)국민학교 학생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학교를 꼽으라면 이 도암국민학교. 대관령 중턱 해발 780m의 눈 속에 전설처럼 묻혀있다. 재학생 수는 688명. 재학생 수의 반수가 되는 330명의 어린이가「스키」1조씩을 가지고 있고 3학년 때부터「스키」를 배우기 시작, 5·6학년이 되면「스키」를 들고 등교했다가「스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만큼 능숙해진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이 지역에서는 흔히 걸어 다니기가 어렵거나 전혀 불가능할 만큼 많은 눈이 내려 쌓이기가 일쑤여서 이곳 어린이들에게「스키」는 유쾌한 교통수단이다. 걸어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만에 실어다 주는 편리한 도구이자「스포츠」인 것이「스키」. 문명의 외곽지대에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매년 10월 하순쯤에 내리는 함박눈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감격이고 기쁨이고「만나」이상의 선물이자 축복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초가을부터 멀지 않아 올 겨울을 가슴 죄며 기다린다. 가을이 오면 벌써 성급하게도「스키」를 꺼내 손질해 놓고『날씨가 빨리 추워져서 눈이 내렸으면…』하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과 눈과「스키」는 이곳 아이들의 꿈의 전부이자 가장 즐거운 놀이가 되어준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꿈속에서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환성을 지르고「스키」를 지친다. 국교선 하나뿐인 스키반, 한국대표선수들의 요람(搖籃) 겨울이 오면 마침내 그들의 꿈은 실현되고 눈 덮인 대관령 산비탈은 그냥 그들의 꿈나라로 변한다. 국민학교 대표급 선수만도 34명이 재학중인 이 도암국민학교는 일반부 국가대표선수를 16명이나 길러낸「스키」의 요람.「노르딕」형 장거리 국가대표 선수이자 올해「프랑스」의「그레노블」대회에 참가한 윤종임(尹鐘任)선수를 비롯, 고태복(高泰福), 김명규(金明圭), 강헌수(姜憲洙)(이상「알파인」형)선수 등을 포함한 13명의 쟁쟁한「스키어」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지난 58년에는 국민학교로서는 유일한「스키」반이 발족,「스키」를 가진 330명의 학생 중에서 엄선된 60명의 반원들이 맹연습 중이다.「스키」반의 지도교사는「노르딕」형의 우리나라 일반부 선수권 및 신기록 보유자인 최종학(崔鐘學)(30)씨. 「스키」선수가 되려는 꿈을 그 작은 가슴 깊이 지니고 있는 60명의「스키」반원들은 최교사의 지도 아래 매일 3시간씩 맹훈련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 반장인 민영준(6학년), 이일균군 등은 이미 100m를 4·5초 내지 5초에 달릴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애들이에요』라고 최교사는 대견스러운 듯 자랑한다. 특히 100m를 8초에 달리는 김진봉(6학년)양 등 20여명의 여학생들은 이 학교 사내 아이들의 활력을 더해주는 귀여운 소녀들. 가난한 아이들의 소원은 근사한 스키 가져봤으면 「스키」반 학생용「스키」60조를 도내 각 기관으로부터 기증 받았다. 전국「스키」대회 국민학교부에서 연9회를 계속 우승, 교장실엔 9개의「트로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단국대학과 자매결연을 했고 대한「스키」협회와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라고. 그러나 학생들이 대부분 화전민이어서 옹색한 살림을 하고 있는 형편. 아이들의「스키」를 밀어주기에 그들의 경제력은 충분치 못하다. 『정상적인 영양관리와 좋은 장비만 갖춰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담당 최교사의 푸념이다. 이들의「스키」는 대부분 태백산의 특산인 고로쇠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아버지나 형, 또는 자신들이 깎아 만든 수제품이어서 대가 구불구불하고 밑부분도 고르게 다듬어지지가 않아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 「스키」1조의 값은 국산품 소인용이 4천 5백원 내외, 외국제의 경우는 1만 5천원 정도라지만 이들에겐 감불생심(敢不生心),「근사한 스키」를 꼭 하나만 가져보았으면 하는 것이 이곳 어린이들의 조그만 꿈이다. <홍윤기(洪允基)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신년호 제2권 제1호 통권15호 ]
  • 전향/쓰루미 스케 지음

    전향/쓰루미 스케 지음

    요즘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일본 우경화’다. 그런데 일본 우경화의 원인은 뭘까, 어떤 역사적 계기가 있었던 것일까와 관련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름아닌 이념의 족쇄 때문이다. 대개 학자들은 계기를 3가지로 본다. 하나는 메이지 유신 뒤 민권파를 물리친 천황파의 승리, 두번째는 1930년대 중·일전쟁이 발발한 뒤 좌익 지식인들의 대대적인 전향, 마지막으로는 1960∼70년대 일본 열도를 휩쓸었던 전학련·전공투·적군파의 패배다. 이들은 일본 우익의 구심점이랄 수 있는 ‘만세일계 천황제’를 유일하게 반대해온 흐름이다. 올해 초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번역해 낸 ‘삼취인경륜문답’(소화 펴냄)이 민권파 사상가 나카에 초민을 다뤘다면 ‘전향’(최영호 옮김, 논형 펴냄)은 두번째,1930년대 일본 좌파들의 전향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지은이 쓰루미 스케는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해온 일본의 대표적 학자다.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서양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이다 보니 말을 쉽게 풀어 써 이해하기도 좋다. ‘전향(轉向)’은 사실 일본제국주의와 한국의 군부독재정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단어다. 물론 지식인의 사상을 바꾸기 위해 압력넣고 회유하는 것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있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전향’은 집단적인 회유와 압력, 집단적인 방향 전환을 뜻한다. 그래서 쓰루미는 묻는다. 왜 열성 좌파 지식인이 결국 ‘텐노 헤이카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를 외칠 수밖에 없었는가.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닌 수많은 열혈 좌파들이, 다른 때도 아닌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0년대에. 당시 상황을 보자면, 최고 이론가이자 일본 공산당의 핵심인사 사노 마사부 위원장과 나베야마 사다치카 중앙위 위원이 공동성명을 내고 전향을 선언하면서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일국사회주의 건설론을 내걸 정도였다. 이 성명 뒤 많은 공산주의자들의 전향에 동참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쓰루미는 원인을 ‘쇄국성’(Self-Containment)에서 찾았다. 쇄국성은 섬나라로서 자기 완결적인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뜻한다. 그래서 백인 제국주의에 맞서 황인의 이익을 지키자는,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만주-중국과 인도차이나반도가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논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논리에 대해 쇄국성의 문화를 가지고 있던 일본 민중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좌익들은 이런 민중들의 ‘배신’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 책이 주목을 끄는 것은 일본 좌익의 전향은 한국 지식인들의 변절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동아공영권의 구호에 허무하게 넘어가기 시작하는 이광수 등 지식인들의 변절 등, 그래서 1930∼40년대 조선 지식인 연구자들은 쓰루미 스케의 연구를 많이 참조한다. 이 쯤이면 눈치챈 사람도 생길 것이다. 반공, 우익, 친일, 반민족이라는 벽돌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차곡 차곡 쌓였는지, 또 ‘일제의 식민지 지배는 축복’이라는 한승조 파문이 결코 한 개인의 해프닝만은 아니라는 점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발언대]‘장수시대’ 경제로 대비하자/김병연 수필가

    유엔이 최근 발간한 ‘주요 국가 평균수명 추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평균수명은 77.9세로 나타났다. 아시아와 유럽의 대표적 장수국인 일본(82.1세)이나 이탈리아(79세)에는 뒤지지만 미국(77.5세)에는 근소하게 앞서는 것이다. 선진국은 평균 76.2세, 개발도상국은 63.9세로 개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14년이나 됐다.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81세로, 일본 84.7세보다는 낮으나 이탈리아 80.4세를 추월하고, 미국 78.9세와는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전망됐다. 또 2030년에는 81.9세,2050년에는 83.3세로 평균수명이 연장돼 이탈리아를 제치면서 일본에 이은 세계 제2위의 장수국 위치를 확고히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1900년 36세에 불과하던 인간의 평균수명은 2050년이면 150살로 늘어날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선진국보다도 낮은 출산율과 조기퇴직, 그리고 평균수명의 증가는 노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연방정부 예산의 20%를 노인의 사회보장에 쓰고 있어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경제대국 일본의 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국력을 바탕으로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힘이 곧 정의인 국제사회는 냉담하기만 하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할 말을 했던 시대는 기술이 앞선 근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우리가 지구촌에서 인간답게 대접받고 장수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세계가 선망하는 첨단기술의 나라를 만들면 장수는 고려장과 같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것이다. 우리 경제의 해법은 유능한 과학자의 연봉이 의사보다 5배나 높은 이스라엘에서 찾을 수 있다. 김병연 수필가
  • [Love & Wedding] 김환오·이소정

    [Love & Wedding] 김환오·이소정

    우리 만난지 벌써 8년이 지났네. 사람들은 8년 연애하고 결혼했다고 하면 “지겹지 않냐?”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난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나’ 하는 생각 뿐이야. 남들이 들으면 닭살이라고 하겠지만 우리에게 지난 연애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아. 결혼하고 나니 오히려 숨어있던 연애시절 생각이 많이 나. 삐삐,PC통신, 채팅….1990년대 20대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겐 하나씩 추억이 있을거야. 우리 부부(아직은 부부란 표현이 몹시 어색하다. )도 PC통신을 통해 만났지. 그 당시만 해도 PC통신 사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던 시기였던 것 같아. 채팅이란 걸 알게 되고 처음 접속하던 날 너 또한 그 공간에 있었고, 전화선을 통해서 전해졌던 따뜻한 사랑의 전류가 무언가 큰 예감처럼 다가왔었어. 최근 채팅을 나쁜 쪽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미지가 안 좋지만 그땐 채팅도 참 건전했었어. 그 당시 우리처럼 만나서 결혼한 사람들도 많았고 말이야. 그래서인지 채팅으로 만났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별로 신경 안써. 어차피 채팅이라는 건 매개체일 뿐이고, 그 덕분에 널 알게 되었고, 지금 내 곁에 니가 있으니까.  우리 사귀기 시작한지 몇 달 만에 내가 군대 간다고 해서, 네가 많이 놀라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건강하게 잘 갔다오라.”고,“기다리겠다고.”, 눈물 서린 웃음지으며 말하던 너의 모습이 떠올라. 그 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 말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넌 모를 걸? 우리 자기 덕분에 군생활도 재밌게 했던 것 같아. 군제대 하고, 대학졸업 하고, 회사 입사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그 동안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나를 믿고 끝까지 따라와줘서 정말 고마워. 항상 내 옆엔 소정이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 탈없이 모든 일이 잘 풀렸던 것 같아. 넌 내 눈처럼 항상 소중한 존재야. 모든 가족, 친지들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 결혼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네. 정말 정신없이 지났다. 이제야 결혼한 게 실감이 나는 것 같아.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항상 우리 소정이가 옆에 있잖아. 아침에 보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당신은 나를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게끔 만들어요.”라는 대사가 나오지. 정말 딱 내 마음이야. 앞으로 함께 살아갈 수많은 날들 동안 너에게 좋은 남자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할게. 소정아! 아니 여보! 이제 우린 둘이 아닌 하나니까, 항상 처음 마음 그대로, 서로 때로는 이끌어 주면서 때로는 의지하면서, 사랑하며 살자. 소정아∼사랑해∼.
  • 런던국회앞 1인 반전시위 계속된다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4년째 24시간 반전시위를 해온 영국인 브라이언 호가 1인 반전시위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가디언,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최근 “8월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새 법은 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호의 시위 중단을 겨냥해 올해 초 의회가 통과시킨 ‘중대조직범죄와 경찰법’에 대해 호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 호는 지난달 25일 “새 법이 4년 전 시작한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고등법원에 사법심사를 요청했고, 법원은 그의 체포가 임박했다는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나흘만에 판사 3명 가운데 2명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법조문의 허점 때문. 이 법은 “국회의사당 반경 800m 안에서 시위를 하고자 하는 자는 ‘시위를 시작할 때’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호의 변호인들은 “호는 4년 전에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에 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집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호에 대한 체포와 강제퇴거는 불가능하게 됐다. 가디언 등 유력 언론들은 “의회의 반전시위자 쫓아내기 시도에 대한 호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호는 지난 2001년 6월2일 영국과 미국의 대 이라크 경제 제재에 항의하며 시위를 시작해 4년간 반전시위를 계속해왔고, 이에 부담을 느낀 의회는 현행법으로 그의 시위를 막을 수 없자 올해 초 새 법을 제정했다. 이를 두고 영국에서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호는 “판사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길 바란다.”면서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녹색공간] 아브라함의 잘못/이현주 목사

    아브라함은 유대인들이 조상으로 모시는 인물이다. 누가 만일 아브라함을 비판한다면 유대인들은 자기네가 비판당한 것처럼 저항할 것이다. 그런 아브라함의 실수라 할까, 과오라 할까 아무튼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행실이 유대인들의 성경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닐는지 모르나 사실이다. 물론,“이렇게 해서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언급은 아무데도 없지만. 아브라함은 조카 롯과 함께 고향을 떠나 낯선 곳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닌 끝에 ‘가축과 은과 금을 많이 가진 부자’가 되어 가나안 땅 어디쯤에 정착한다. 그런데 그곳은 두 사람에게 살 만한 곳이 못되었다. 땅이 척박하거나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이 지닌 재산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함께 살 수가 없었다.”고 성서는 기록한다. 무슨 말일까. 땅에서 나는 물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것을 마시고 살아야 하는 가축들의 수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자연 두 집안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아브라함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롯에게 말한다.“너와 나는 한 골육이 아니냐? 네 목자들과 내 목자들이 서로 다투어서야 되겠느냐. 네 앞에 얼마든지 땅이 있으니 따로 나가서 살림을 차려라. 네가 왼쪽을 차지하면 나는 오른쪽을 가지겠고 네가 오른쪽을 원하면 나는 왼쪽을 택하겠다.”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겠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겠다! 참 근사하게 들리는 말이다. 조카에게 우선권을 주어 그가 차지하고서 남은 땅을 자기가 가지겠다는 얘기 아닌가? 결국 롯은 좀더 기름져 보이는 요르단 분지를 차지하기로 하여 그리로 옮겨갔고 아브라함은 가나안에 남는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두 집안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결과가 그렇지 못했다. 롯은 기름진 땅의 여러 도시를 두루 거쳐 마침내 소돔에 정착했고 소돔이 고모라와 함께 멸망할 때 가까스로 몸만 빠져나와 아내는 죽고 살아남은 두 딸과 어느 이름 모를 동굴에서 구차스레 목숨을 이어가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만다. 무엇이 그를 그런 지경으로 몰아갔던가. 혹시, 기름져 보이는 땅을 숙부에게 양보하고 자기가 나머지 땅을 가졌더라면 결과가 어찌 되었을는지 모를 일이나, 그러면 롯 대신 아브라함이 소돔에서 패가망신할 가능성을 피할 길이 없다. 더구나,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겠다는 말이 언뜻 보면 양보의 미덕을 두루 갖춘 꽤 그럴 듯한 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다. 네가 어느 쪽을 택하든지 그로써 야기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너에게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브라함은 어떻게 했어야 했던가. 성서는 직답을 피하고, 그 대신 이런 방식의 해결책은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말없이 말한다. 이제 우리는 그 말없는 말에 귀 기울일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나마 아브라함이 살던 때에는 말 그대로 눈앞에 “얼마든지 땅이 있어서” 그 땅을 나눠가지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였겠지만, 오늘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나눠가질 공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옛날 아브라함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성서의 절박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브라함은 한정된 수량(水量)으로도 사이좋게 살 수 있도록 가축 수를 줄일 생각을 못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가난하게 살면 조카를 사지(死地)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실을 몰랐던 것이다. 비만과 전쟁하는 시절이 되었다고들 한다. 반가운 일이다. 체중을 조금만 줄여도 얼마나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비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바야흐로 인류는 풍요가 축복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임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런 뜻에서, 이제까지 말해온 공생공영(共生共榮)은 처음부터 무리였고, 길은 오직 공생공빈(共生共貧)에 있을 따름이라는 쓰지다 다카시 교수의 말에는 인류에게 무거운 짐을 보태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짐을 함께 덜어보자는 진정어린 권면이 담겨있다 하겠다. 이현주 목사
  •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논술이 술술]시사 키워드 / 줄기세포와 생명윤리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줄기세포연구가 논쟁거리가 됐다. 알츠하이머로 숨진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부시를 공격한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난치병을 고쳐줄 것으로 기대되는 줄기세포 연구는 반면에 배아 파괴와 인간복제를 둘러싸고 인간의 존엄성 훼손 논란을 부른다. 종교계에서는 배아를 폐기하는 것은 생명을 앗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난치병 환자들의 인권도 중요하기 때문에 인간배아 복제는 허용돼야 한다고 맞선다. 수정 14일 이전의 배아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 삼아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논의의 시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질병 치료를 위한 것이다. 심장병·알츠하이머병·암·파킨슨씨병 등 난치병이 발생한 조직을 재생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얻으려면 배아 또는 난자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없다. 살아 있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태어날 생명을 죽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런 점을 놓고 과학자들과 종교계, 윤리학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의 개발은 천문학적인 상업적 이익을 수반한다.‘사이언스’에 따르면 전세계 줄기세포 치료 규모는 연간 3000억달러를 웃돈다고 한다. 생명을 파괴하는 대가로 거금을 버는 상업주의가 윤리적으로 정당할까. ●생명공학과 윤리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시험관 아기와 복제 동물을 거쳐 마침내 인간도 복제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런 성과들은 의학적 가치를 갖고 있겠지만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해악을 부를 수도 있다. 인간배아를 마음대로 파괴하고 조작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다. 유전자 조작은 지구의 생태계 질서를 뒤흔들 수도 있다. 인간이 복제된다면 전통적인 가족관계는 파괴되고 정체성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의료적 가치가 아무리 크더라도 인간생명이나 인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이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거나 위협해서도 안되고 소수 특정인들을 위해 힘없는 다수가 희생되어서는 곤란하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데 엄청난 돈이 든다면 일부 부유층만 수혜자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생명실험을 비윤리적으로 몰아세울 수도 없다. 유전자를 조작해 유전자 이상의 불치병 환자를 살리는 일,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악이 아니라 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손실(costs)과 이득(benifits)을 견주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배아복제 반대론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수정란을 파괴하는, 즉 생명을 파괴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다. 수정후 14일 이전의, 착상이 안된 미성숙 수정란은 생명이 없다는 것은 잘못이다. 수정 직후부터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 배아복제 연구는 인간 복제로 연결될 수 있다. 복제인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수한 배아 파괴행위가 있게 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시되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진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의 생명으로 돈을 버는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체세포 복제나 배아 복제는, 인간의 생명은 성관계를 통해 창조되어야 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것이다. 인위적인 생명창조는 가족관계를 붕괴시키는 반인륜적인 행위다. 생명복제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돌연변이나 유전학적인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종교적 관점 가톨릭적 관점에서는 생명복제를 하느님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역을 인간이 침범하는 것이다. 생명은 하나님이 준 것이고 임의로 만들거나 거두어들일 수 없다. 인간 복제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본 인권을 위배하고 인간을 도구화하는 것이다. 생명 복제 실험은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생명 파괴의 행위다. 인간은 진정한 부모를 가질 권리가 있다. 실험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과학적 유용성도 치료 목적이 아닌 한 정당화될 수 없다. ●배아복제 찬성론 찬성론은 다음과 같다. 생명발생의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킨다. 인간복제 기술은 인간을 영원히 젊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성형, 재생의 길을 열어 난치병자나 사고의 희생자들을 회생시킬 수 있다. 다운증후군, 시력을 잃게 되는 데이섹스병을 치료하고 간과 신장을 교체할 수 있다. 백혈병이나 암을 정복하고 폐에 치명적인 낭포성 섬유증도 고칠 수 있다. 모자르트,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류사에서 특출한 사람들을 복제해 인류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윤리적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대안이 성체줄기세포다. 장기이식을 거부반응 없이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뇨병, 화상, 대머리 등도 치료할 수 있다. ●생명윤리법의 내용, 각국의 입법례 생명윤리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각국은 법률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아 복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 등 60여개국과, 연구치료 목적으로는 허용하자는 한국과 영국 등이 맞서 있다. 영국은 2000년 8월 의료 연구 목적에 한정된 인간배아 복제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연방정부의 기금으로 치료용 배아복제연구를 지원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선 인간복제를 목적으로 체세포 복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는 행위, 매매 목적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하지만 보존 기간이 경과된 잔여 배아를, 불임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나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어떻게 볼 것인가 생명공학의 미래는 감히 예상하기 힘들다. 인간복제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언젠가는 모든 난치병과 노화를 정복해서 인간의 수명은 몇백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로만 본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장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만들어지고 수명을 연장해 주는 전문의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미 생명공학의 가치 창출 규모는 2010년 9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인간들이 즐비한 세상. 그것은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최대의 축복, 곧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중심적인, 완벽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시도는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예측하지 못한 재앙들이 닥쳐 인류를 위협할지 알 수 없다. 병들지 않고 장수하는 인간을 위해 다른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면서 끊임없이 앞으로만 전진해 가는 과학의 오만이 인류의 파멸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생명연구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고통받는 난치병 환자들을 치유하고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국가적 이익과도 연관이 있다. 그러나 윤리적 규범과 자연의 원리를 벗어난 과학탐구는 제어되어야 한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며 자연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생명공학의 발전과 동시에 윤리적 규제도 강조돼야 할 것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이광주 지음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숨막힐 듯 빠르게 돌아가는 우리네 일상 속에서 ‘내 인생의 참 스승’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닐터. 목소리만 큰 정치인, 돈만 밝히는 기업인 등 저마다 잘난 개성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굳이 본 받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기나 한 것일까. 하지만 겉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없어도 정신적으로는 피폐하다. 나침반을 잃어버린 여행자의 꼴이다. 과연 우리네 인생의 좌표를 마련해 줄 참 스승은 어디에 있을까.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이광주 지음, 한길사)은 유럽 지성사를 연구해 온 서양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학문적 편력을 추적·소개한 글이다. 젊은 시절 독서를 통해 인연을 맺은 각별한 ‘거장’(마에스트로) 12명의 삶과 사상을 풀어낸다. 유럽 문화사 전방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함께 풍부한 고전 인용을 덧붙였다. 저자가 만난 첫 마에스트로는 괴테. 해방 직후 ‘국립서울대학교 설립계획’(기존 경성대와 9개 관립전문학교를 모아 국립종합대학으로 재편하는 계획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질 즈음, 저자가 캠퍼스를 벗어나 우연히 들른 고서점에서 만난 최초의 스승이었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좌파와 우파’의 대립적 정치 담론이 팽배할 때였지만, 혼란스러웠던 저자는 ‘문명과 야만’사이의 간극을 고민했던 괴테로부터 안식처를 인도받는다. 이후 저자의 ‘지적 편력’은 가속도가 붙었다. 유럽 최고의 지성인 아벨라르(‘서간집’외),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우신예찬’), 프랑스 사상가이자 정신분석학의 시조 몽테뉴(‘수상록’), 스위스의 역사가 부르크하르트(‘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외), 최고의 문화사가로 꼽히는 네덜란드 역사학자 호이징가(‘중세의 가을’외) 등이다. 이밖에 모리스, 츠바이크(‘예레미아’외)클림트, 스펜서(‘세계속의 세계’), 발레리(‘정신에 관해서’외), 베토벤 등 저자의 ‘스승 찾기’는 계속 이어졌다. 어떠한 명분속에서도 비정치적인 ‘단독자’로 머물며 자신의 길로 매진한 진정한 지성이자 휴머니스트, 교양인인 이들과의 만남은 저자에게 학문적 진로를 밝혀주는 등대가 됐다. 광복과 전쟁, 좌·우의 대립, 군사 쿠데타로 점철된 격동기의 한국 현대사를 겪은 저자 자신도 이들과 비슷한 ‘반 정치적, 반 이데올로기적’인 길을 걷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말한다.“에라스무스·몽테뉴·괴테는 유럽 최고의 교양인이며, 부르크하르트·호이징가·모리스·츠바이크·스펜서·발레리 또한 그들의 어엿한 후예들이다. 나는 나이 20·30대에 들어서면서 그들을 만나는 축복을 누렸다. 그로부터 그 글들은 나의 고전이 되고 나는 그들을 나의 마에스트로, 즉 스승이며 때로는 벗으로서 우러러 섬겨왔다. 이 책은 내 젊은 날의 지적 편력, 아니 내 삶의 도정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마에스트로들에 대한 뒤늦은 헌사다.”2 만원.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본지 윤설영기자 이달의 편집상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박정철)는 제45회 이달의 편집상 레이아웃 부문 수상작에 서울신문 윤설영 기자의 ‘보리야 온몸이 웰빙으로 축복받았구나’와 경향신문 박미정 기자의 ‘우포늪을 말하지 말라’, 세계일보 정현정 기자의 ‘여름, 손톱 끝에서 먼저 만나다’ 등 모두 3편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7시30분 프레스센터.
  • [열린세상] 불륜을 꿈꾸는 ‘아주 특별한’ 이유/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한사기꾼이 있었다. 그는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전화를 공무원들에게 무작위로 걸었다. 전화를 받은 공무원들은 열 명 중 한 명꼴로 범인이 불러준 계좌로 송금을 해주었다. 공무원들이 하수인지 아니면 범인이 고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구태의연한 코미디였음은 분명했다. 이 소식과 접하면서 여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노희경 작가의 ‘유행가가 되리’라는 드라마에서 남편이 바람피웠다고 몇 년 동안 파르르 떠는 친구 윤여정을 보면서 박원숙은 그까짓 남편 좀 빌려주면 어때서라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다. 불륜의 공화국에서 여자들이 가족을 유지, 보수, 수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방어기제의 하나가 남편을 대여하면서도 제때에 반납되기만 하면 모른 척 무시하는 것이었다. 사회 현상으로서 불륜은 금기를 위반하고픈 유혹이다. 유혹이 없었더라면 에덴동산은 영원했겠지만 인류 역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영원히 멈춘 권태로운 천국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얼마나 지겨웠을까. 그런데 이브가 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됨으로써 사태는 한순간에 뒤집혔다. 남자는 힘들여 땅을 갈고, 여자는 목숨걸고 아이를 낳았다. 남자의 몸은 땀방울로 반짝거렸고, 여자의 눈은 생기로 떨렸다. 아이의 눈동자 속에 자신들의 기억을 남겨 둔 채 그들은 죽을 수 있었다. 이브의 유혹으로 비로소 신성가족이 형성되었다. 이처럼 금기의 위반은 사태를 발생시키는 동인이 된다. 불륜의 유혹을 금하는 제도와 법은 개인의 삶에 질서와 안정을 가져다 주지만 바로 그 때문에 권태와 삶의 화석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는 안정과 조화와 질서에 대한 욕구만큼이나 반복과 권태와 예측 가능한 삶을 견딜 수 없어하는 모순적인 충동이 공존한다. 도처에 편재한 사랑은 엄청난 축복으로 간주되지만, 일단 결혼하고 나면 배우자와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사랑만이 허용된다. 사랑의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배우자라는 한 사람에게만 영원히 유지되는 감정도 아니다. 사랑의 감정이 축복이라지만 결혼제도로 묶이면 혼외의 사랑은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태이며 저주가 된다. 문제는 금기가 없는 사랑은 갈망도 소멸시킨다는 데 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결혼제도 안에서 진정한 사랑의 도전이 불륜이라고까지 말한다. 더 이상 그 날이 그 날이 아닌, 새로운 나날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데 불륜의 유혹만큼 자극적인 것이 있을까. 정신분석학적인 설명에 따르면 불륜은 불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면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을 감추기 위한 핑계이다. 그 ‘어떤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생의 끝에서 마주치게 될 죽음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 욕망이 불륜을 꿈꾸도록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된다. 이 경우 불륜은 죽음과 허무를 지연시키는 아름다운 유혹으로 포장된다. 삶의 공허와 무의 심연을 가려줄 베일과 환상의 역할을 불륜이 대행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불륜이 이처럼 삶의 실존적 우울과 적나라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아주 특별한’ 시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수 남성들에게 불륜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것이다. 일례로, 열 명에 한 명꼴의 남성들에게 불륜은 자신의 능력과 권력과 재력과 정력을 확인하고 즐기는 방식이 된다. 처벌을 피하고 체면만 유지될 수 있다면, 불륜은 기존 가족제도를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불륜은 제도적인 일부일처제가 포용할 수 없는 잉여를 해결해주는 위선적인 방식과 다르지 않다. 남자는 불륜을 행하고 여자는 불륜을 무시함으로써, 세속적인 신성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남녀 모두 불륜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실을 앞장서서 보여준 것이 저출산 시대를 걱정하는 참여정부의 공무원들이지 않았을까.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 [나눔세상] 살아서 줄수있는 장기, 신장·간·골수 기증 최정식 목사

    [나눔세상] 살아서 줄수있는 장기, 신장·간·골수 기증 최정식 목사

    ‘0.00002%만의 행복’그 행복을 축복이라 말하는 최정식(45·서울 강북구 수유동) 목사가 23일 오전 9시30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수술대에 올랐다. 백혈병을 앓는 30대 남성에게 골수를 이식해주기 위해서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백혈병과 같이 불치병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골수 이식만이 희망이다. 형제 자매간에는 4명 중 1명꼴로 생판 모르는 남끼리는 5만명당 1명꼴로, 골수 이식이 가능하다. 타인에게 자기의 골수를 줄 수 있는 확률은 0.00002% 정도다. 신장과 간에 이어 골수까지 기증한 최 목사는 살아서 타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장기를 제공했다. 최 목사는 두 시간 동안 전신 마취 상태로 엉덩이 뼈에서 자신의 골수 5%를 빼내는 대수술을 기쁜 마음으로 견뎌냈다.1993년 장기기증에 관한 기사를 읽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가 장기기증을 서약한 최 목사는 그해 30대 신부전증 여성 환자에게 한쪽 신장을 이식해주었다.2003년에는 간경화를 앓던 50대 주부에게 간의 일부도 떼어주었다. 중학생부터 시작한 헌혈은 지금까지 158차례에 이른다. 살아서 타인과 나눌 수 있는 마지막 축복은 골수기증이라고 여긴 최 목사는 지난달 초 한국조혈모세포은행에서 자기의 골수를 받을 수 있는 백혈병 환자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뛸 듯이 기뻤다. 그는 “기증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골수인데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행복하다.”면서 “장기기증이 의미 있는 행동인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사후에도 나머지 한쪽 신장과 간, 췌장, 각막 등을 포함해 9가지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최 목사를 최다 장기기증 인물로 세계 기네스협회에 연락해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사람과 자연 그 담백한 만남

    변발에 전통 중국 복장을 한 남녀가 홍등을 들고 있고, 나무와 새들은 그들의 사랑을 축복이라도 하듯 곁을 지킨다. 중국 화단의 ‘상하이방(幇)’으로 불리는 왕샹밍(49)의 ‘중국 홍등시리즈’. 그의 독특한 화풍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중국 여배우 궁리가 출연한 영화 ‘홍등’의 잔상 때문인지 이 그림은 사랑의 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그래픽과 같은 간결 담백하면서도 우화적인 분위기를 연출, 그의 그림에서 개성 있는 중국 회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화면 구성과 색채감각 등에서는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됐다. 평범하면서도 소박한 중국 소재를 통해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돋보인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현재 상하이 사범대학 미술대학 교수인 그는 이미 1980년대 ‘평화를 염원하며’라는 작품을 통해 중국 화단에서 실력있는 작가로 자리잡은 인물. 그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벌이며 일본, 미국 등 전 세계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홍등’시리즈 외에 ‘새’시리즈로 유명하다. 중국 현대회화에서 새 그림은 흔하게 다루어지는 소재이지만 그는 중국 전통 화조화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면서도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접근을 하고 있다. 그만의 ‘새’는 마치 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에 실린 새와 같은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그의 새에서 풍자가 숨어 있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중국 평론가인 이잉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교수가 “그의 새는 자연을 상징하며 새의 멸종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유리되고 있으며 나아가 자연이 인간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릴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현대문명 속에서 희생되는 자연의 상징으로 새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그의 작품들은 중국 특유의 미의식과 예술성으로 현대 동시대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인간애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29일까지 (02)734-0458.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민간인 최초 해사 결혼식

    해군사관학교 개교 이후 최초로 민간인이 해사 교정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주인공은 한국인 최초로 요트를 타고 태평양 및 세계일주 횡단에 성공했고 최근 박영석 북극 탐험대 요원으로 참가했던 요트맨 강동석(36)씨. 강씨는 19일 오후 해군사관학교 명예의 광장에서 학교장 권영준 중장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다. 신부는 부산 출신으로 부경대와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등산복 전문업체인 노스페이스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남희(31)씨. 이번 결혼식은 강씨가 지난 1991년 요트를 타고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후 당시 탔던 요트(길이 8m, 무게 4t)를 해사에 기증하고 해군이 그의 바다 사랑과 도전정신을 높이 사 ‘명예해군 1호’로 선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결혼식 당일에는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해사생도 등이 대거 참여해 ‘바다 사나이’의 새 출발을 축복할 예정이다. 신랑신부는 해사에서 준비한 크루저 요트를 타고 등장하고 해사 앞 바다인 옥포만에는 강씨가 탔던 요트를 포함,3척의 크루저 요트와 이를 호위하는 2척의 제트스키 등 총 5척이 퍼레이드를 펼치게 된다. 강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80년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 입학한 후부터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선구자 1호’ 요트를 타고 7개월간 단신으로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고 1994년부터 1997년까지 3년 5개월 동안 선구자 2호를 타고 미국 LA항을 출발, 부산항까지 지구 한바퀴 반이 넘는 7만여㎞를 단신으로 항해하는 데 성공했다. 요트 항해 등으로 대학을 13년 만인 2001년도에 졸업했으며 졸업과 함께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 회계법인에서 근무해오다 지난해 11월 산악인 박영석씨가 북극 탐험 지원을 요청하자 과감히 사표를 내고 귀국, 탐험대 행정대원으로 참가했다. 진해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鄭대주교·黃교수 ‘생명’ 대화 50분

    鄭대주교·黃교수 ‘생명’ 대화 50분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15일 오후 명동성당 주교관 대주교 집무실에서 만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약 5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이 끝난 뒤 정 대주교는 “황 교수가 불치병 치료를 위해 바친 평생의 헌신에 대해 감사 드리며, 좋은 성과를 거두어 국위를 선양한 데 대해 경축과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도 “꾸지람을 받으러 왔는데 큰 축복과 가르침만 받았다.”며 “인간 본성과 생명의 귀중함에 대해 깊은 숙고를 바라는 대주교님의 가르침을 성심성의껏 받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주교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양측은 여전히 시각 차이가 뚜렷함을 보여주었다. 회동이 끝난 후 배포된 발표문에 따르면 정 대주교는 “교회는 수정을 인간 생명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배아 파괴를 인간 파괴로 여기고 있으며, 이번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역시 인간배아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난치 환자로부터 직접 얻은 피부세포를 체세포 핵이식이라는 기술로 유도한 서울대 연구팀의 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라는 수정의 과정을 일절 거치지 않았으며, 또한 착상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생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배아줄기세포 대신 윤리적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 세포 연구가 필요하다는 정 대주교의 의견에 대해 황 교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상호 보완관계에 있으며, 만일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 규명되면 언제든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회동에 동석했던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와 서울대의대 안규리 교수는 “배아줄기 세포 연구의 윤리문제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는 달라진 게 없다.”며 “이번 회동은 연구의 윤리성에 대한 어떤 합의 도출이 아니라 양측의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다음 번엔 독도 경비 서보고 싶다”

    “전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여러분은 축복받은 것입니다. 국방의 의무는 곧 축복입니다.” 지난 2002년 4월 창군 이래 처음으로 장애인으로서 정식 군번을 달고 군에 입대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박세호(36)씨가 15일 육군 제22보병사단에서 안보강연회를 개최, 장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오전 아내 이상미(41)씨와 함께 강연회장에 도착한 박씨는 부대 교회에서 1시간여에 걸쳐 지난 2002년 장애인으로서 군에 입대하게 된 동기 등에 대해 설명하고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장병들에게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박씨는 “여러분이 군에 입대하게 된 것은 빽이 없어서도, 돈이 없어서도, 미국 시민권이 없어서도 아니며 오직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온것 아니냐.”며 “얼굴 표정도 제대로 지을 수 없고 팔다리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나같은 장애인들은 갈래야 갈 수 없는 군대를 온, 여러분들은 축복받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갖가지 일들을 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 지난 2002년 단 하루만이라도 군에 입대하고 싶다는 편지를 국방부장관과 병무청장에게 보냈으며 이같은 희망이 받아들여져 군에 입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편지에서는 단 하루만이라도 군 생활을 하고 싶다는 표현을 했지만 실제로는 체력이 다할 때까지 군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정말로 1박2일 훈련으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전역하게 돼 무척 안타까웠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군대에 가고 싶고 특히 독도 경비를 한번 서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아울러 최근 발효된 국적법과 관련해 잇따랐던 국적포기 신청이 병역회피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한마디로 화가 나 미칠 지경”이라고 가슴을 쳤다. 한편 지난 2002년 4월30일 서부전선 전진부대에 입대했던 박씨는 1박2일 간의 신병훈련과 철책경계,GOP견학 등을 마친 5월1일 02-명예00001번이라는 명예군번을 부여받고 이등병 제대를 했으며 이후 군부대 등지에서 30여 차례에 걸친 안보강연회를 개최했다.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

    ■오늘 이 아름다운 자리로 매듭짓기까지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이 하나로 출발하는 날, 모두 오셔서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손주형(30·KTF) ●김혜진(27·특허청) ●일시 6월19일 오후1시 ●장소 대전 화이트하우스 웨딩홀 6층 사파이어홀 ■오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저희 둘의 만남을 열매로 맺습니다. 사랑을 하늘삼아 믿음을 땅삼아 딛고 온종일 햇빛 받는 풀잎처럼 그렇게 건강하고 밝게 살겠습니다. 오셔서 축복의 한말씀 전해 주십시오. ●김환수(32·윤직물산) ●한윤정(30·페라가모 코리아) ●장소:삼성동 섬유센터 ●예식일: 2005년 6월 25일 오후 1시 ■새로운 마음과 새 의미를 간직하며 저희 두사람이 새 출발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좋은 꿈 바른 뜻으로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축복과 격려 주시면 더없는 기쁨으로 간직 하겠습니다. ●도용석(33·톰앤제리 스튜디오) ●김은희(30·인테리어 프리랜서) ●장소 : 용산 국방회관 태극홀 ●일시 : 6월 25일 3시
  • [옴부즈맨칼럼] 노인문제 근본적인 접근을/염희진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인구의 고령화는 막연한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각종 보도와 통계자료들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오는 2050년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7.3%로 높아져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며(2050년에 세계 최고 고령국-서울신문 5월23일자) 평균 수명은 망구(望九:81세)를 넘보게 된다고 한다. 실버파워가 세상을 이끄는 중심이 될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걸맞지 않게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담론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노인이란 단어는 힘없고 소외된 사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나이가 많은 재벌총수나 정치인들을 노인으로 부르지 않는 것은, 그들이 현실적으로 힘을 갖고 있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노인’이라는 명칭은 항상 돈 없고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이들의 몫이었다. 우리에게 노인은 부담스러운 존재이거나 시혜를 베풀어야 할 대상으로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또 늙어간다는 자체가 긍정보다는 외면의 대상이 되고 있다.‘웰빙’과 ‘몸짱 신드롬’ 속에서 건강과 젊음으로 대표되는 청춘은 예찬되고, 늙음은 부정된다.‘잘 먹고 잘 살기’라는 미명 아래 나이를 의심케 하는 ‘젊은 노인’들만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늙음과 죽음이라는 현상은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자연 현상이 아닌, 거스르고 거부해야 할 자연적 재앙이 된다. 분명 고령화는 경제활동인구인 청장년층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축복’이 아닌 ‘불행’이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잠재성장률이 3%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급증하는 노인부양비와 국민부담 때문이다. 따라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줄 연금개혁과 복지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노인을 바라보는 고정되고 왜곡된 시선을 바꾸는 것은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사회를 비추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신문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화와 관련하여 여러 기사와 기획을 보도했다.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큐! 아름다운 노년’ 시리즈이다.8번에 걸쳐 연재한 이 기획을 통해 일하는 실버, 영원한 젊음(4월4일자), 금기의 벽은 없다-노인의 성(4월11일자), 황혼의 쉼터 아쉽다(4월18일자),‘사각지대’ 학대받는 노인(4월25일자), 존엄하게 오래 사는 법(5월4일자), 치매의 덫을 피하라(5월10일자) 등 다양한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러한 기획은 고령화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알맞는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특히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해외사례(지구촌 노인들은-5월20일자)를 소개하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과 국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점과 구체적 대안까지 마련한 것(전문가에게 듣는다-5월30일자)은 심층기획의 성격에 적절하게 부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노인담론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늙음과 죽음 자체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존엄하고 오래 사는 법’만큼 ‘늙음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법’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6월3일 보도된 칼럼(열린세상 ‘불멸에 대한 욕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글이었다. 무병장수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병들고 늙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현실을 제대로 꼬집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생명연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치료용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라는 성과로 이어질 날도 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생명 연장은 젊음의 연장이 아닌, 단지 노년기의 연장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고령화로 부담을 떠안게 될 청장년 세대만큼 노인들의 주름 또한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늙기에 결국 그 주름은 나중에 노년이 될 젊은 세대의 몫이 된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의 정책부재를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노인과 늙음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고찰을 하는데 서울신문이 앞장서기를 바란다. 염희진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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