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축가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검찰청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태국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실적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시간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84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바이마르공화국이 남긴 유산과 숙제/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바이마르공화국이 남긴 유산과 숙제/미술평론가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는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한 바이마르공화국이 들어섰다. 공화국은 1933년 권력을 장악한 히틀러가 바이마르 헌법을 무효화할 때까지 단 14년간 존속했다. 14년 내내 정치는 혼란 그 자체였다. 우파에게는 공화국 정부가 완전 빨갱이였고, 노동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온건한 부르주아 정권이었다. 양쪽은 피 터지게 싸우고 서로 비방했으며, 다 같이 정부를 공격하고 불만을 품었다. 경제도 엉망이었다. 패전으로 독일은 해외 식민지를 전부 잃었고,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짊어졌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회복을 꾀했으나 대공황의 여파로 지원이 끊기면서 경제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실망한 대중은 히틀러에게 표를 던졌다. 그러나 바이마르공화국 시대에는 이전에 없었던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있었고 덕분에 찬란한 문화가 피어났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사상과 철학, 이론물리학의 발전, 바우하우스가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던진 혁신적 개념. 20세기 인류 문명은 이 틀 위에 건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우하우스는 바이마르공화국과 운명을 같이했다. 1919년 문을 열었고, 1933년 폐교됐다.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예술가와 공예가 사이의 ‘오만한 계급 격차’를 없애고, ‘대성당이 아니라 삶을 위한 기계’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헌신했으나 뜻을 펼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1925년 바이마르에 우파 정부가 들어서자 바우하우스는 쫓겨나서 데사우로 이사했다. 1932년 데사우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다음해 나치가 정권을 잡으면서 ‘빨갱이와 유대인, 외국인 교수가 우글거리는’ 바우하우스는 폐교됐다. 이 학교 교수였던 오스카 슐레머가 그린 ‘바우하우스의 계단’은 데사우 바우하우스에 안녕을 고하는 작품이다. 학생들이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모던한 교사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단순하게 추상화된 인물들은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등을 돌리고 우리에게서 급히 멀어지고 있다. 한 명만 이쪽을 향해 서 있다. 희망은 이다지도 가녀린 것일까?
  • [서울인싸] 저층주거지 新정비방식 ‘모아타운’/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서울인싸] 저층주거지 新정비방식 ‘모아타운’/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서울시내 주거지역은 크게 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고층주거지와 다가구ㆍ다세대주택 위주의 저층주거지로 구성돼 있다. 저층주거지 비중은 전체 주거지역의 약 42%이며 이 중 약 87%는 좁은 도로, 부족한 주차장 등 노후한 기반시설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그럼에도 신ㆍ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노후도가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방치돼 왔다. 서울시는 그간 노후 저층주거지에 대한 대표적인 주거환경 개선 방안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 개선과 녹지공간 확보 등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었기에 보다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모아주택’은 이런 고민 끝에 도입한 저층주거지의 새로운 정비모델이다. ‘모아주택’은 다가구ㆍ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적정 필지 규모(1500㎡) 이상의 중층 아파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이기에 요건과 절차가 간소화돼 재개발에 비해 신속한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주민 간 공동개발을 통해 지하주차장 건설로 저층주거지에서 심각한 주차 문제가 해결됨은 물론 저층부 커뮤니티 시설까지 들어설 수 있다. 더욱 좋은 것은 지상녹지까지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서울시는 ‘모아주택’에서 보다 확장된 ‘모아타운’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으로 추진되는 ‘모아주택’들이 모여 더 큰 단지를 이루게 될 ‘모아타운’을 통해 무분별한 개별 사업 추진으로 인한 나홀로 아파트 양산을 방지하면서, 대단지 아파트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모아타운’ 지정과 원활한 모아주택사업 추진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역시 준비하고 있다. 사업 간 결합을 통해 지하주차장 통합 설치 허용, 용적률 및 층수를 완화한다. 또한 지역 내 필요한 도로, 주차장, 공원 등의 조성을 위해 국ㆍ시비를 지원하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를 통해 품격 있는 건축 디자인 설계도 지원한다. 서울시는 ‘모아주택’을 통해 2026년까지 총 3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 2곳을 ‘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올해부터 자치구 공모와 주민 제안을 통해 매년 20곳씩 5년간 총 100곳의 ‘모아타운’을 지정할 예정이다. ‘모아타운’을 통해 노후 저층주거지를 대단지 아파트 부럽지 않은 동네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서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집값 급등에 따른 시름을 덜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가슴 시린 ‘파베리아’라더니… 책 향기 품은 겨울 풍경화인 듯

    가슴 시린 ‘파베리아’라더니… 책 향기 품은 겨울 풍경화인 듯

    디지털 세상이다. 넓고 빠른 세상. 하지만 공간이 워낙 방대해 길을 잃기도 쉽다. 디지털에 밀려 곤욕을 치르는 아날로그 분야가 여럿인데, 그중 하나가 출판계다. 한데 아이러니하다. 출판 분야에 사람의 온기는 옅어지는데 경기 파주출판도시를 찾는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니 말이다. 아마 디자인이 빼어난 건물들이 잔뜩인 데다, 책 향기 맡으며 쉴 만한 북카페 등도 많기 때문이지 싶다. 여기에 방학 중인 아이들을 하루 종일 풀어놓을 만한 공간도 부지기수다. ‘무관심에 대한 미안함’은 슬며시 내려놓고 여유 있게 쉴 수 있다. 굽이굽이 도시 중심을 흐르는 갈대 샛강, 겨울 철새들의 낙원 문발습지, 감성 넘치는 건물들 그리고 그 너머 한강. 도시 전체가 공원이다. 겨울 끝자락에 파주출판도시를 찾을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파주의 겨울을 상징하는 단어들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군사도시, ‘파베리아’(파주+시베리아)라고 불리는 압도적 추위, 출판도시 특유의 차갑고 무덤덤한 단색조 건물들. 얼핏 살풍경한 듯하지만, 안에서 밖을 보면 시린 겨울조차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그게 예술이 가진 여러 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파주출판도시는 출판인들이 모여 조성한 출판산업 단지다. 여기에 독특한 문화를 입힌 건축물들이 더해지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출판도시 조성에 참여했다. 대형 출판기업들만 몰려 있는 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연예기획사, 아틀리에를 마련하려는 미술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잦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종국에 어떤 문화예술콘텐츠의 도시로 변모할지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출판도시가 깃들인 곳의 지명은 문발리다. 한자는 ‘文發’이다. ‘글월 문’(文)에 ‘필 발’(發) 자다. ‘문자가 피어나는 곳’이라니, 공교롭지 않은가. 과장 좀 보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출판도시의 랜드마크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책장에 꽂힌 크고 작은 책을 보듯, 극도로 단순화된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이른바 ‘서가 유형’의 건물이다. 너무 단순해 오히려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서가 유형’은 출판도시 조성 당시에 구역별 기준이 됐던 여러 유형 가운데 하나다. 미니멀리즘이 구현된 ‘서가 유형’의 건물들은 출판도시를 도는 동안 매우 빈번하게 마주친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엔 웅장한 서가를 자랑하는 ‘지혜의 숲’, 북스테이 ‘지지향’, 활판인쇄박물관 등 다양한 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건물 바깥 구경에 내부 콘텐츠까지 즐기려면 반나절 정도는 금방 지난다.바로 옆엔 한옥 한 채가 덩그러니 앉아 있다. 2000년 전북 정읍에서 옮겨 온 김명관 가옥 별채다. 거대한 현대 건축물 사이에서 실낱같은 숨을 내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주변 건축물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해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글쎄, 어느 쪽인지는 오롯이 보는 이의 몫이겠다.고택 맞은편엔 ‘이게 뭐지?’ 싶은 건물이 있다. ‘도서출판 동녘’ 사옥이다. 소개 자료 대부분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 부부의 설계작”이라 적혀 있다. 정확히는 조성룡 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와 이 부부가 협업한 건물이다. 동녘 사옥은 매우 독특하다.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넣고 건물 한 채를 찍어낸 것처럼 보인다. 건물을 보면 단박에 알게 되는 ‘몇 층짜리’란 개념이 이 건물 앞에선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몇 개 있지도 않은 창문이 그마저 불규칙하게 배치됐기 때문이다. 지상의 출입문은 북쪽 귀퉁이에 옹색하게 마련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뭔가 묵직한 메시지가 있을 텐데, 장삼이사의 시선으로는 그저 퉁명스럽고 완고한 건물로 보여 안타깝다.‘들녘’ 사옥은 영국 출신의 작가 마크 어빙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의 하나로 꼽은 건축물이다. 정면에서 볼 때 건물 왼쪽은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오른쪽은 따스한 느낌을 주는 목재로 마감했다. 그는 이를 자신이 쓴 동명의 책을 통해 “대화가 통하는 설계”라고 표현했다.파주출판도시를 관통하는 갈대 샛강 건너에도 근사한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대표적인 인증샷 명소다. 역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출신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과감한 곡선이다. 건물 전체를 휘감아 흐르는 우아한 선을 보며 ‘시적인 건축’을 추구한다는 그의 명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건물 내부엔 작품을 비추는 조명이 없다.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자연광이 조명 구실을 한다. 당연히 날씨와 빛의 변화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뒤따른다.한길사 건물도 놓쳐선 안 된다. 예의 ‘서가 유형’으로 지은 건물이다. 네 권의 거대한 책을 책꽂이에 꽂아 놓은 듯한 모습이다. 건물 외부는 녹이 잔뜩 슨 듯한 코르텐 강판으로 마감했다. 거칠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이 일품이다. 아울러 책의 품위를 느낄 수 있는 열화당 책박물관, 웅장한 계단과 굽은 벽체의 나남출판사, 피노키오 박물관 피노지움, 마분지를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생능출판사, 보림책방 등도 꼭 찾아보길 권한다.헌책방도 있다. 저마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헌책에서 나는 세월의 향기를 좋아라 하는 이들도 있다. ‘문발리헌책방골목블루박스’는 낡은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을 만한 공간이다. 헌책방 ‘문발리헌책방골목’에 카페 ‘블루박스’가 합쳐져 이름이 길어졌다. 내비게이션엔 ‘블루박스’를 입력해야 찾기 쉽다. ‘이가고서점’은 전형적인 헌책방이다. 실내가 방대한 양의 헌책으로 꽉 차 있다. ‘지혜의 숲’ 2층의 ‘보물섬’에서도 헌책을 판다.북카페 역시 다양하다. 출판사 건물 대부분에 북카페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눈’(NOON)은 출판단지에 처음 생긴 북카페다. 북유럽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는 효형출판 건물 안에 있다. 출판사 돌베개에서 운영하는 ‘행간과 여백’도 널리 알려진 곳 중 하나다. 실내에만 있어 갑갑한 느낌이 들면 문발습지를 찾으면 된다. 여기는 철새들의 도시다. 규모는 작아도 늘 겨울 철새들로 붐빈다. 기러기는 흔하고 개리(천연기념물) 같은 귀한 철새들도 종종 볼 수 있다. 파주출판도시를 관통하는 갈대 샛강을 산책하는 느낌도 좋다. 중간중간 ‘김소월 시의 다리’, ‘러브리지’ 등 예사롭지 않은 이름의 다리도 만난다. 다만 현재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니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에 다시 찾기로 한다.출판도시에서 한 블록 너머에 있는 명필름아트센터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다. ‘건축학개론’, ‘접속’ 등의 영화를 매개로 책, 건축 등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지하 1층엔 주말에만 문을 여는 영화관도 있다. 촌구석의 작은 영화관쯤으로 깔봐선 곤란하다. 디지털 4K 영사시스템에 돌비 애트모스 3D 사운드 시스템까지 갖췄다.
  • “우리 동네에도 이런 건축물이”… 서울 자치구 눈에 띄는 공간

    “우리 동네에도 이런 건축물이”… 서울 자치구 눈에 띄는 공간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동네’에도 특별한 공간이 많다. 아무도 쓰지 않던 곳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곳, 숲속에 있는 휴식 공간 등 평범했던 동네 풍경에 새로움을 더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공공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대외적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공간을 꼽아봤다. 서울 성북구 종암사거리 내부순환로 교각 아래 눈에 띄는 건축물이 하나 있다. 종암 박스파크다. 그늘지고 삭막했던 고가도로 아래 공간은 차량 소음으로 시끄러웠을 뿐만 아니라 도로가 맞물려 교통섬 같은 곳이었다. 성북구는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지역 주민,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인 박스파크가 지난해 들어섰다. 지상 1층 연면적 692㎡ 규모로, 다양한 종목의 체육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소규모 공연장, 주민 휴식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박스파크는 지난해 지역의 우수하고 가치 있는 문화 공간 건축물을 선정하는 ‘한국문화공간상’의 작은문화공간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특별한 공간이 생기자 지역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찾아와 교류하기 시작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생활 체육 공간으로, 축제의 장으로, 휴식과 치유의 장소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과거 군초소를 활용해 만든 시민 휴식 공간인 종로구 ‘인왕산 숲속쉼터’도 눈에 띈다. 인왕산 중턱에 있는 옛 군초소 건물을 국방부와 공동 사용 협약을 체결한 뒤 만든 친환경 목구조 건물이다. 기존 상부 판넬 구조는 철거하고, 하부 콘크리트 구조는 살려 그 위에 목재 기둥을 세우고 지붕판을 끼워 만들었다. 산을 오가는 시민들을 위한 쉼터와 전시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숲속쉼터는 지난해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대한민국 건축가협회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군초소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재생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양천구가 양천공원에 세운 책쉼터는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국토교통부 주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책쉼터와 공원, 놀이터를 연계한 설계로 독서와 이야기, 쉼과 치유를 아우르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책쉼터에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어린이 도서가 구비돼 있고, 구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지난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노원구 불암산 전망대는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기존의 노후한 전망대를 새로 지으며, 승강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노약자, 장애인 등 보행 약자도 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관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10m 높이의 전망대는 15인승 엘리베이터와 함께 엘리베이터 양쪽의 완만한 곡선형 계단까지 세 방향에서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꼭대기 전망층은 ‘숲 속 문화예술 놀이터’를 주제로 날갯짓하는 나비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모은다. 널찍하고 여유로운 공간과 유려한 곡선 형태의 디자인이 주변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젖은 국수/건축가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젖은 국수/건축가

    ‘젖은 국수’라는 표현이 있다. 국수는 말랐을 때는 딱딱하지만 젖으면 물렁물렁해진다. 그래서 게으르거나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 사람, 혹은 활력이 결여된 조직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 표현은 경영학이나 군사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육군의 저명한 지휘관이었던 조지 패턴 장군은 “젖은 국수는 당겨야지 밀면 안 된다”는 비유를 사용한 적이 있다. 정작 패턴 자신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그런 그마저도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과장하자면 온 세상이 ‘젖은 국수’다. 계획의 구상에서 실천에 이르는 수많은 단계에서 사람이나 조직은 쉽게 움직여 주지 않는다. 누를 때마다 오작동이 나는 리모컨을 다루는 것 같은 무력감을 누구나 느껴 봤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어떤 사람들은 젖은 국수를 말려서 어떻게든 다시 딱딱하게 만들려고 한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이 즉시 전달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규칙을 만들고 처벌을 명시하고, 강경하고 과격한 언어도 구사한다. 그러다가 심지어 협박하거나 물리적으로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대부분 효과보다는 후폭풍이 훨씬 더 크고 전혀 지속 가능성이 없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일단 국수가 젖어서 물렁물렁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패턴의 비유를 인용하자면 밀지 말고 당겨야 한다. 즉 ‘젖은 국수’의 유연하고 찰진 성질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경험으로 보면 명령이나 지시보다는 설명이, 강요보다는 자발적 동기 부여가, 규칙보다는 대화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조직이 크건 작건, 어떤 분야에서건 마찬가지다. 그 작은 차이가 때로 움직일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건축가의 삶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있는 구상이 바로 건물이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스케치를 하고, 모형을 만들고, 컴퓨터로 가상공간을 구현하고, 도면과 시방서를 작성한다. 회사 안팎의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와 협의를 주고받은 결과물이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건물을 완성하는 사람들, 즉 콘크리트를 붓고, 벽돌을 쌓고, 페인트를 바르고, 문 손잡이를 다는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빠져 있다. 심지어 대부분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래서 앞으로는 도면에 설명을 많이 쓰기로 했다. 비유하자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이 부분을 왜 이렇게 했는지, 주의하거나 유념할 부분은 무엇인지, 현장에서 재량을 발휘해도 좋은 내용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적는 것이다. 즉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전에 미국에서 일할 때 유난히 도면에 그림뿐 아니라 글이 많은 것을 보고 의아해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 이유, 그리고 그런 방식을 낳은 문화를 이해한다. 건조하고 딱딱한 것보다 촉촉하고 유연한 것이 오히려 더 좋다. 젖어야 국수 아닌가.
  • 반가사유상의 미소 ‘1도 경사’의 비밀 [클로저]

    반가사유상의 미소 ‘1도 경사’의 비밀 [클로저]

    “천정 보고 뒷모습 보라”반가사유상 관람법공간 구성 신경 써MZ세대에게 유물 접근 벽 낮춰부처의 얼굴과 1도.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좌우로 1도씩 오가면서 부처의 미소가 달라지는 것을 보겠다고 느꼈다고요. 틀린 접근은 아닙니다만 사유의 방에서만큼은 다소 아쉬운 대답입니다. 미디어 아트 작품을 지나 사유의 상을 만나러 가는 길까지는 약 24m. 그 거리에서 빛나는 천정만 보셨나요. 당신이 놓친 게 있습니다. 직접 걸어본다면 느끼기는 어렵지만, 바닥에는 숨겨진 1도가 있습니다. 숨겨진 1도. 이건 과연 우리가 유의미하게 느낄 수 있는 경사일까요. 박물관측은 전시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바닥에 1도를 숨겨 넣어 건축가가 의도한 ‘투시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 1도의 정점에, 반가사유상이 있습니다. 이 곳이 바로 건축가가 의도한 투시점 지점인데요. 이곳에 서서 사유의 방을 바라보면 높이 1m의 반가사유상을 1.2m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즉, 앞을 내려다 보는 싯다르타 혹은 미륵보살의 얼굴을 올려다 보다, 뒤를 돌아 0.2m 높은 지점에서 그의 굽은 등을 보라는 의도죠.건축가의 의도는 또 있습니다. 이 곳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남색 천정, 검은색 알루미늄봉, 토공이 손으로 칠했다는 적토벽이 들어옵니다. 이 곳에 서서 은은한 조명 속에서 반가사유상이 방을 품는 듯한 의미를 느끼라는 의도예요. 이것이 바로 경사 1도의 비밀입니다. 부처와 경사 1도. 옆으로 돌아보며 얼굴을 보라는 게 아니라요. 부처의 변함없는 그 은은한 미소와 뒤의 굽은 등을 당신의 시선에서 좀 더 가까이 내려다 보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우리의 절들은 발길이 닿기 어려운 산등성이에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기도 했지만, 산 넘고 물 건너가야 하는 공간이기도 했죠. 거기에는 부처의 위엄을 느끼라는 의도도, 그를 올려다보며 삶의 덧없음과 그를 통한 고통 해방을 느끼라는 의도도 존재했습니다.1000여 년이 흘러 반가사유상은 서울 용산구 한복판에서 경사 1도라는, 과거보다 한참 낮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내려다 봅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 우리 조상과 달리, 경사 1도를 통해 조금 높은 곳에서 어쩌면 부처와 한 걸음 가까워진 건 아닐까요. 7세기 전반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이돌’ 반가사유상 두 점은 해외에 알려진 유명세에 비해 국내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했습니다. 해외에선 한국 명품 유물 등으로 비교적 알려졌지만 국내 전시관 3층 불교 전시실에 있던 작품들은 다소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외부와 1·2층 볼거리에 다소 밀려 역사 마니아만 찾는 공간이 됐던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반가사유상 두 점이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 우주 콘셉트 반가사유상등에서 바라보면 ‘최종 1도 경사’ 투시점이 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사유의 방 공간 천정을 바라보면 별이 내리는 듯한 밝은 조명에 천정을 지지하는 봉의 마감까지 색을 신경쓴 은은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이를 위해 건축과와의 내부 회의에서 상당 부분 시간의 영속성 콘셉트와 이를 반영한 디자인을 협의해야 했어요. 중점은 투시점이었습니다. 반가사유상 뒤에 서 0.2m 높은 위치에서 사유의 방을 한 눈에 바라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 겁니다. 이현숙 국립중앙박물관 경력관은 “건축가가 사유의 방 구조를 보더니 투시점이 있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관람객들도 미세한 차이에 예민하다면 분명 공간 끝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고개 들어 천정 보면별빛 내리는 전시 구성 투시점에만 신경쓴 건 아닙니다. 천정 구성도 달리 했죠. 1400년 전의 유물이 오늘날의 관객을 만났다는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시간의 영속성을 상징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이를 위해 돔 형태의 천정은 우주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만 조명 46개를 은은하게 설치했죠.천정을 지지하는 데 동원된 건 알루미늄봉입니다. 2만 1000개의 이 봉은 천정을 아름답게 지지합니다. 봉의 옆면은 푸른색입니다. 또 반짝거려 빛이 반사돼 반가사유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검은색 밑면은 오돌토돌하게 가공했습니다. 빛을 단순히 머금으라는 의도죠. 벽은 페인트를 쓰지 않고 토공을 불러 적토를 발랐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투박하게 바른 벽에서도 따스함을 느끼라는 기획입니다. 반가사유상 위에는 간접 조명을 내려 눈이 부시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현숙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디자인 전문경력관은 “지금 사유의 방 조명은 보기 좋은 최적화의 상태”라면서 “일반 유물 전시 조명보다 조금 밝게 해 반가사유상이 잘 보이게 했다”고 설명했죠. ● 원한다면 설명 보라당신의 느낌이 우선 현재 사유의 방에 있는 반가사유상 두 점은 각각 6세기 중후반(78호)과 7세기 전반(83호)에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각각 높이 83.2㎝, 93.5㎝의 이 두 금동반가사유상은 자연스러운 옷 주름, 균형잡힌 신체가 엿보입니다.미술계는 이들을 학술·포괄적으로 지칭해 7세기 전반 제작 추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기 때문이죠. 기록을 남긴 게 아니니까요. 83호는 그로부터 약 50년 전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78호에 비해 제작 측면에서 튼튼해졌습니다. 주물 방식과 뼈대 등에서죠. 주조 기법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이전의 반가사유상이 약했던 부분을 83호는 보완했어요. 덕분에 이전 반가사유상의 등이 너무 얇아 생긴 문제는 83호에서 발견되지 않습니다. 몸체를 두텁게 한 덕분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반가사유상들은 경상북도 지역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가사유상 등장은 한국 조각사의 시발점으로 꼽힙니다. 혹자는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을 일컬어 석굴암과 함께 불교 조각사의 정수라고 극찬하죠. 신소연 연구사는 ”반가사유상이 미륵보살인지 싯다르타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둘은 깨달음 전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점이 힘든 시기를 겪는 MZ세대에게 동질감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2023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에 조병수 건축가 위촉

    2023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에 조병수 건축가 위촉

    서울시는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조병수 건축가를 위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행사 총감독으로 국내 건축가가 단독 위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7년 제1회는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와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2019년 제2회는 임재용 OCA 대표와 프란시스코 사닌, 2021년 제3회는 도미니크 페로가 각각 총감독을 맡았다. 조병수 총감독은 광주비엔날레 건축 부분 책임 큐레이터(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커미셔너 선정위원장(2016년) 등을 역임하고 미국 하버드대, 하와이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현재 BCHO 파트너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천안 현대자동차 글로벌 러닝센터, 남해 사우스케이프 호텔, 거제 지평집 등이 있다. 조 총감독은 “친환경 고밀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함께 그려 보는 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관찰, 실험, 상상…마법 같은 혁신적 회화 만드는 ‘21세기 피카소’

    관찰, 실험, 상상…마법 같은 혁신적 회화 만드는 ‘21세기 피카소’

    미술 작품은 세 번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유통되는 미술시장에서, 그리고 컬렉터와 미술관에서. 세 번째는 아주 행운일 경우이다. 그림 한 장도, 조각 하나도 나름의 역사가 있지만 널리 알려진 내용은 제한적이고 어렵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미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생기고 있다. 어떤 작품이 왜 유명하고 중요하며 그리 비싼지 물을 곳은 많지 않다.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197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크니는 당시 잘나가던 디자이너 친구 오시 클라크 부부를 앉혀 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전 10시. 그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로 한 호크니는 보통 작가들이 하듯 모델을 앉혀 놓고 드로잉을 하는 대신 그들을 찍기 시작했다. 특히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매료돼 있던 호크니는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광채와 같은 시간에 방문한다. 수백장의 사진을 모았고, 그 사진들을 연결해 페인팅을 위한 대형 사진 콜라주 작업을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엄청난 사진광이었던 그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이다. 작가는 대상에 어떤 특정한 시점을 가지고 그리는 회화에, 수백장의 카메라 셔터를 이용해 많은 시점으로 그 대상을 뒤엎는다. 결과로 흔하지 않은 실물 크기와 거의 같은 대형회화인 ‘클라크 부부와 퍼시’ 작품은 그렇게 완성됐다. 작품은 놀랄 정도의 디테일이 살아 있고, 클라크 부부의 눈빛과 마치 호크니를 향해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소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 페인팅을 더 잘 ‘들여다보면’ (호크니는 매우 자주, ‘잘 보라’는 말을 했다. 우리가 얼마나 작품을 스치며 보는지), 호크니는 페인팅을 사진처럼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멀티로 연동된 수십개 사진기의 눈으로 뷰포인트가 만들어지는 시점을 넣으려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림에 드리워진 디자이너 부부의 그림자 구도와 형태는 그가 사진을 찍었던 오전 10시 햇살의 현장적 시간을 작품 안에 넣는 시도를 했다.데이비드 호크니, 아마도 21세기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화가를 말하라 한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를 칭할 것 같다. 이 시대의 피카소라고나 할까. 물론 어떻게 예술가들을 칭하며 작품의 단순한 우열을 따질 수 있겠냐만은, 2018년 크리스티 가을 경매에서 9030만 달러(경매 프리미엄 포함, 약 1300억원)에 낙찰된 작품으로, 17세기부터 미술시장이 만들어진 이래 살아 있는 작가 중 가장 고가의 가격을 기록한 작가이다. ●‘본다는 것’ 근본적 질문 파고들어 영국 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한 인정받는 유망한 작가였지만, 동성애자이고 게이라는 것이 불법인 영국에서, 과감히 성 정체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세간을 들썩였던 그는 1964년 미국 LA로 이주했다. 이후 물을 만난 듯 1970년대 LA와 할리우드에서 30대부터 유명 가도를 달렸다. 때로는 ‘유명한’ 작가가 ‘중요한’ 작가는 아닐 수 있지만, 호크니는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회화’ 라는 장르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시도를 하면서, 2000년의 미술사에서 21세기를 미리 장식하는 아주 중요한 작가가 됐다. 사실 한번도 페인팅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의 놀라운 색채감, 특히 직접 눈으로 보면 놀랄 만한 몇 겹의 색채가 만들어 내는 색의 마법에 놀랄 것이다. 캔버스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이 만드는 뷰포인트가 아닌, 다양한 시각이 만들어 내는 캔버스 전면적 시각은 보통 우리가 눈으로 보는 일정한 시각 이상의 것들을 발견하게 한다. 이미 100여년 있었던 사진이라는 기술을 회화에 적용하는 실험을 통해 ‘본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혁신적’ 회화를 만들었다. 이런 ‘사진과 회화’에 대한 관찰과 실험은 1998년 그의 ‘더 큰 그랜드캐니언’ 작업(1998~2000)을 통해서 보여졌다. 이제는 아예 120㎝】50㎝로 이루어진 60개 캔버스를 이어 붙인 폭 7.4m의 작품을 가능케 했다. 이 작품에는 그랜드캐니언의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시간대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예전에 모네가 런던을 방문해 빅벤을 바라보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대 템스강을 그리며 연구했던 수많은 회화들을 마치 한 폭의 그림에 연결한 셈이다. 한편으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영화 ‘덩케르크’를 만들면서,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등 일련의 옴니버스적 영상을 다양한 구성으로 섞어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결과는 그 큰 광활함을 당할 수 없는 새로운 한 폭의 멋진 상상 대형화이다. 이 지점이 바로 작가가 연금술사가 되는 순간이다. 어찌 보면 마치 수십개의 작은 스크린으로 만들어진 백남준 선생님의 초기 미디어 회화 작품과도 같이 느껴진다.호크니의 회화에 대한 실험은 지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미국 대륙에 매료된 이러한 대형 풍경화들을 그리던 그는 2012년 고향인 영국 요크셔를 찾았다. 현재 ‘더 큰 그림’이라 알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또 매우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매일 캔버스가 채워지지 않은 프레임을 가지고 들판으로 나간다. 그 프레임을 가지고 자연의 공간에 가져다 대면서 드로잉을 그리기 시작한다. 나무로 만들어 들고 있는 프레임은 즉시 미장센을 만들어 내고, 그 프레임을 통해 보는 수십 가지의 미장센은 아주 평범한 영국 요크셔의 풍경을 놀라운 상상 풍경화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가 말하는 ‘회화’는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중세 시대 섬세한 프레스코 벽화나 제단화, 고딕양식의 최고 작가나 건축가 이름을 들은 적이 있나. ‘비례, 균형, 조화’의 미학을 추구하는 르네상스 인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작가나 건축가의 이름이 드디어 나왔다. 작가들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고, 그들의 스타일이 보여지기 시작한 것은 50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르네상스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의 소실점으로 바라보는 뷰포인트를 다루는 원근법과 그러한 방법을 찾아가며 실험한 카메라오브스쿠라(camera obscura. 어두운 방.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만든 상자로 사진기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이다. ●일기처럼 그리는 ‘아이패드 페인팅 ’ 늘 현실의 다양한 재현과 연관된 회화의 역사는 19세기 사진의 출현으로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더이상 작가들의 역할이 그들 작품 대상을 잘 ‘재현’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탐구하고 연구할 사명이 생겼다. 그렇기에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회화사는 최고로 흥미 있고 세기의 천재들이 모두 나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상파도 어찌 보면 짤주머니 물감을 가지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서 풍성한 햇살을 머금는 자연의 진짜 모습을 그리는 작가들의 열전이었다. 회화에 작가의 심리적, 상징적 맥락을 넣는 고흐나 고갱 같은 작가들도 나왔다. 20세기 초 추상작가들의 출현도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 호크니는 그러한 특별한 회화열전을 만들었던 20세기와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기로점에 있는 21세기를 살아내면서 혁신적 회화를 만들었다.그의 실험은 쉬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쉽게 할 수 있어 좋다며 10년 전부터 아이패드 페인팅을 시작했다. 그는 매일매일 일기와도 같게 오늘을 그리고 있다. 아마도 미래에 이 시간을 뒤돌아본다면 지금의 호크니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할지. 여전히 작품 가격 1300억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장의 논리는 한 작가나 한 작품의 중요성과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렇게 초급속으로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하루가 만들어지는 오늘이 있기에 호크니는 지금 이상의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혁신이 일상의 작은 것에서 시작해 세상을 바꾸듯 미술 안에서도 큰 꿈틀거림이 시작되었다. 숨 프로젝트 대표
  • 안동별궁의 풍경, 풍문여고의 추억…시공간 엮은 소통의 박물관

    안동별궁의 풍경, 풍문여고의 추억…시공간 엮은 소통의 박물관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시간이 멈춘 듯하지만 도시의 모습은 계절이 바뀌듯이 끝없이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거리 풍경이 바뀐 곳을 꼽자면 안국역 부근이 될 것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을 나와 윤보선길로 접어들면 답답했던 속이 확 트이는 것 같다. 속을 알 수 없게 만들었던 높은 담장은 사라지고 대신 널따란 마당이 딸려 있는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반갑게 손짓하는 이곳은 지난해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이다. 높은 담에 가로막혔던 골목이 숨을 쉬고, 탁 트인 도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서울공예박물관 터는 원래 안국동별궁(安國洞別宮·안동별궁)이 있던 자리다. 명당으로 유명했던 안동별궁은 궁 동쪽의 종친부와 더불어 조선 시대 왕실 사람들의 안가였다. 왕실 소유의 별궁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광산으로 큰돈을 번 최창학에게 헐값에 팔렸으나 1937년 휘문의숙 설립자 민영휘의 아내 안유풍이 30만환에 부지 4000여평과 부속건물을 사들여 경성휘문소학교를 세웠다. 7년 뒤인 1944년 증손자 민덕기가 폐교된 여학교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증조모의 이름 ‘풍’자와 휘문의 ‘문’자를 따 풍문여고로 개편했다. 1945년 1학년 2학급을 모집해 4월 10일 입학식을 거행하며 개교한 풍문여고는 2017년까지 그 자리에 있다가 강남구 자곡로로 이전했다. 서울시가 이 부지를 매입해 한국 최초의 공예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현상설계에서 당선한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송하엽(중앙대 교수)·천장환(경희대 교수)팀이 2016년 말부터 꼬박 1년을 들여 설계했고 2018년 5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마무리됐다.●‘ㄱ자’ 터·기하학적 창호 느낌 살려 안내동을 사이에 두고 ‘ㄱ’자로 배치된 전시1동(본관)과 전시3동(직물관), 그 뒤로 야트막한 동산 위에 든든하게 서 있는 400년 된 은행나무를 에워싼 듯 관리동과 전시2동(상설전시실·공예 아카이브실), 교육동이 들어서 있다. 6개의 건물동이 어깨를 같이한 서울공예박물관의 구성과 외관은 예전 풍문여고의 모습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다.서울공예박물관을 디자인한 천 교수는 “학교를 박물관으로 바꾸면서 오래된 건축물을 남기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남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살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살려서 풍문여고 졸업생들이 이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 너무 낯설지 않고, 새로 보는 사람들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느낌을 갖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유서 깊은 왕궁 터에 지어진 학교를 박물관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은 간단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학교 건물이 처음 들어선 1940년대부터 1960년대, 80년대, 그리고 2003년까지 증축 과정에서 시기별로 공법이 달랐다. 일제 시대 땅 위에 그대로 지어진 본관 건물의 경우 1층은 벽돌, 2층은 슬래브, 3층은 목조로 증축된 탓에 단열도 전혀 없고, 구조나 보강재가 취약해 박물관 하중에 턱없이 부족했다.천 교수는 “오래된 건축물은 구조를 보강하는 경우건 새로운 프로그램에 맞게 내부 공간을 바꾸는 경우건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존의 기억과 함께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도록 기존 5개 건물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각각 다른 구축 방식을 최대한 존중하며 새로움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본관은 헐고 박물관 용도에 맞게 새로 설계해 전시1동을 지었다. 하지만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 하다. “본관 전면부는 인사동에서 안국동으로 넘어올 때 가장 눈에 띄는 풍문여고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기존 입면이 가지고 있는 기하학적 질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반복된 창호의 크기와 배치 간격은 예전 학교 건물과 같은 비율을 적용하고 기존의 페인트 색깔과 비슷한 석재(룩소르 베이지)로 마감해 옛 모습을 간직하도록 했습니다.”서울공예박물관이 기증받은 허동화·박영숙 컬렉션을 상설전시하고 직물보존 연구실이 있는 전시3동은 1960년대 중반 건축가 김정수의 설계로 지어진 과학관을 리모델링했다. 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프리캐스트 공법으로 지어진 첫 건물이고, 반복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이 만드는 질서와 생동감이 좋아서 외관을 거의 그대로 살렸고 내부는 용도에 맞게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천 교수가 특별히 신경 쓴 것은 공간의 소통이었다. 전시3동은 3층에서 안내동을 거쳐 전시1동으로, 전시 1동 상설전시실 2층에서 전시 2동과 교육동 3층 어린이 박물관으로 연결 통로를 만들었다. 연결 통로에 서면 유리로 된 안내동을 넘어 윤보선길, 뒤로 돌면 시원한 운동장과 감고당길이 다 보인다. 전시1동 측면과 후면은 기존의 벽돌과 함께 새로운 벽돌을 섞어서 쌓은 것이 특이하다. 천 교수는 “근대화에 의해 단절된 시간과 공간을 서울공예박물관이 다시 이어 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옛것과 새것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전시1동 뒤로 돌아가면 보이는 전시2동은 콘크리트 프레임 사이에 전벽돌을 새로운 방식으로 쌓아서 입면을 구성했다. 2·3층에 어린이 박물관을, 4층에 교육실을 둔 교육동은 가장 나중에 지어진 정보관을 리모델링했다. 천 교수는 “알루미늄 패널이 보기 거슬렸지만 둥근 형태의 존재감이 강해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면서 “기존 정보관의 형태에 3가지 색깔, 3가지 형태의 테라코타 루버로 외관을 입혀서 역동적이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교육동 옥상, 인왕산 절경 한눈에 교육동은 옥상공간이 압권이다. 옥상 전망대에서는 둥근 건물의 모양대로 둘러 가며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인왕산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곳이다. 서측으로는 이건희기증관(가칭)이 들어서게 되는 송현동 부지가 보인다. 이건희 컬렉션의 백미가 인왕제색도인데 실제 풍경과 겸재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천 교수는 “송현동 부지에 들어서는 이건희기증관과 서울공예박물관의 보행 공간이 연결되면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가방을 든 풍문여고 학생이 걸었던 동선을 따라 다시 걸어 본다. 남쪽 인사동에서 오는 길은 담장이 없어져 길과 마당이 만나니 한결 좋다. 돌담길과 별궁 터는 높이 1.5m의 단차가 있어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인사동 길로부터 시작하는 보행길의 흐름은 운동장을 지나 길게 늘어선 본관 건물(전시1동)에서 멈춘다. 본관 앞의 커다란 광장은 길이자 박물관의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마당이 된다. 마당에는 안동별궁의 석등 기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정독도서관에서 내려오는 길의 돌담을 끼고 돌아 들어오면 은밀한 후정의 공간을 만난다.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 온 은행나무 동산은 완만하게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학교 교실에서 수없이 바라봤을 은행나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 왠지 마음이 놓인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은행나무입니다. 전시1동, 전시2동, 교육동에 커다란 창을 낸 것도 어디서든 은행나무가 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시 관람 중간중간 은행나무를 바라보면서 이 땅에 새겨진 역사와 흔적을 다시 생각해보도록요.” ●출퇴근길·나들이길…일상의 가치 공유 천 교수는 “공예박물관은 어떤 의도된 하나의 새로운 구축 질서라기보다는 땅에 축적된 역사의 시간을 엮음으로써 도시의 시간 연결체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언제나 열려 있는 박물관 앞 마당을 통해 출퇴근길로 오가거나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잠시 거닐며 많은 사람들이 공예의 가치를 공유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작가와 함께 다채롭고 창의적인 공예작품을 제작해 박물관 내외부 공간에 설치해 놓고 있다. 안내동 로비에는 이헌정 작가의 도자 작품 ‘섬’이, 천장에는 김헌철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 ‘시간의 흐름’이 설치돼 있다. 기획전시 및 상설전시가 열리는 전시 1동의 긴 로비에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최병훈 작가의 ‘태초의 잔상’, 한창균 작가의 대나무 작품 ‘리메인즈 앤드 하이브’를 감상할 수 있다. 교육동은 로비에 박원민 작가의 ‘희미한 연작’, 옥상에 김익영의 도자 작품 ‘오각의 합주’를 놓았다. 마당에는 이강효의 도자 작품 ‘휴식, 사유, 소통의 분청의자 세트’를 놓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나무 주변에는 이재순 작가의 ‘화합’이 놓여 있다. 함혜리 칼럼니스트
  • [문화마당] 런던 날씨는 정말로 우울한가/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런던 날씨는 정말로 우울한가/최나욱 건축가·작가

    런던의 구름 많은 날씨는 부정적으로 묘사되기 일쑤다. 농담 삼아 사진 찍기 최악의 도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육안으로는 예쁠지언정 많은 빛을 요구하는 사진으로 담기에는 하찮은 탓이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몇 차례 사진집도 펴낸 영국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존 파우슨은 적절한 예시다. 그는 런던을 거점으로 작업하지만 막상 머물며 참조하는 풍경은 교외인 코츠월드다. 강한 빛, 그리고 그에 따른 빛여울과 그림자의 대조가 감성을 자극한다. 반대로 지난해 영국왕립건축가협회 건축상을 받은 데이비드 아자예는 런던 날씨 자체를 미학으로 삼는다. 그는 많은 구름이 햇빛의 디퓨저로 기능하는 런던은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빛을 다룰 수 있는 도시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스레 밝은 대낮에도 발아래에 그림자가 없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게 된다. 이 관점을 통해 우울하기 짝이 없던 런던 하늘은 빛의 장애물이 아니라 빛을 다르게 즐길 수 있는 장치로 변모한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날씨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어차피 주어진 날씨라면 이를 하나의 감정으로 단정짓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고안해 볼 일이다. 도시 풍경을 두고 비슷한 논의가 1980년대 일본에서 존재했다. 버블 경제기 도쿄 모든 거리에 낀 자욱한 스모그와 곳곳에서 번쩍이는 네온사인, 그 사이로 담배 연기와 강한 향수를 내뿜는 매춘 남녀들의 모습을 두고 벌인 안도 다다오와 이토 도요의 논쟁이다. 안도는 무분별한 도시를 바꾸기 위해선 빛과 그림자를 강하게 대조시키는 건축만이 해결법이라고 주장했고, 이토는 이것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도시 풍경이라고 논박했다. 후자의 논점은 추후에 내외부 경계의 모호함과 투명함을 건축 주제로 삼은 세지마 가즈요, 이시가미 준야의 작업 근간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유흥이 아닌 공존과 공유의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다양성이다. 때로는 햇빛 아래서도 우울하고 비가 내려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환락이 도덕률에서 문제일 수는 있겠으나 다른 어느 범주에서는 발전을 만들고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기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기존 통념을 다른 각도에서 다루고 도전함으로써 이뤄져 왔다. 이를테면 오늘날 고급 문화로 향유되는 클래식도 당대에는 사교를 위한 소품이었으며 따스한 감성으로 유행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차가운 환경에 대응하다 자연스레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막상 들여다보면 절대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의 건축은 어떠한가. 또 다른 이토 도요가 오늘날의 환락을 문화라고 주장해 볼 수 있는 환경인가. 또 다른 데이비드 아자예가 주어진 환경을 완전 다르게 상상해 볼 수 있는 환경인가. 다양성을 의식한다며 제시된 주장들이 결국 동일한 주제와 권력을 반복하지는 않는가. 통념을 다시 말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통념의 종류 자체를 선별하고 있지는 않은가. 문화의 다양성이 중요하단 건 누구나 알지만, 통념의 위험성이란 그것을 의식조차 못 하고 당연 조건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이겠다. 이토 도요가 201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고 한 인터뷰가 기억난다. 일본에 ‘졌다’는 생각으로 ‘한국 건축의 문제’를 묻는 기자에게 답하길 개개 건축을 말하기에 앞서 “새로운 걸 용인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문제”인 것 같다고. 아마 여기에서 새로운 것이란 독창적인 무언가라기보다 주장하기에 앞서 지레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을 가리킬 테다. 런던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주변의 사회 문화를 떠올린다.
  • 부산시, “부산 롯데광복점 등 승인 연장 검토 안해”

    부산시, “부산 롯데광복점 등 승인 연장 검토 안해”

    부산시가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영업 중인 부산롯데백화점 광복점 등에 대해 기간 연장을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는 오는 5월 31일로 끝나는 부산 롯데타워의 백화점 동과 아쿠아몰동,엔터테인먼트동 등의 임시사용승인 기간 연장을 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김필한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 롯데 측과 수차례에 걸쳐 칠 실무협의회를 가졌으나 롯데 경영수뇌부의 진정성 있는 사업추진 의지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 백화점동 등에 대한 임시사용승인 연장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시사용승인이 연장되지 않으면 백화점동 등에 입점한 800여 개 점포가 문을 닫아야 한다. 또 28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부산 중구 옛 부산시청부지에 107층(428m)짜리 랜드마크 빌딩(타워동)과 백화점동 등을 짓기로 하고 2000년 1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문제가 된 타워동을 제외한 백화점 동과, 엔터테인먼트 동 등을 우선 완공해 2009년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타워동은 2019년 공중수목원과 전망대 등을 갖춘 높이 약 300m, 56층 규모로 축소, 변경해 2023년까지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하지만 2020년 부산시 경관위원회 재심의 결정 후 사업이 진행이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롯데 측과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롯데 측은 지난해 12월 타워동 사업추진 계획을 시에 제출했다. 롯데 측은 지난 연말부터 부산시 실무부서와 5차례 협의를 거쳐 오는 3월 중 공사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2020년 9월 경관심의 주요 의견인 디자인 개선을 위해 해외 유명 건축가와 협업해 콘셉트를 변경하고 있으며 4∼5월 중 경관심의에 반영하고 후속 인허가 절차를 밟아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창도서관 완공되면 ‘인스타 성지’ 될 것”

    “고창도서관 완공되면 ‘인스타 성지’ 될 것”

    “고창도서관은 인생 최고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인스타의 성지’가 될 겁니다.” 100m에 가까운 기다란 박공지붕을 얹은 고창도서관이 오는 3월 착공돼 2년 뒤 완공되면 사람을 불러모으는 건축의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 건축가인 유현준(53) 홍익대 교수는 큰 나무 아래서 책을 읽는 느낌을 내고자 도서관을 목구조로 설계하고, 단일 건물로는 가장 긴 지붕에 태양광 전지를 얹었다. 고창도서관은 2층 건물이지만 비대칭적인 지붕이 내는 착시효과로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살렸다.유 교수는 “건물 하나로 지방이 확 바뀌려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돼야 한다”면서 “멋있는 건물을 짓는 것보다 어떤 프로그램의 건물을 짓겠다는 기획이 성공적이어야 지방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 공공건축은 생각을 많이 하고, 기획과정에 공을 들여 삶의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창도서관에는 인문학으로 지역을 일으키겠다는 유기상 고창군수의 비전이 담겼다. 지방 공공건축의 문제로 유 교수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건축가가 공사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하는 감리에 참여할 수 없고, 건축 설계 선정 과정도 공정하지 않으며, 좋은 설계가 나오더라도 시공사가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완성도 있는 건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설계를 선정할 때 공정하지 않으니 훌륭한 건축가는 아예 출품을 잘 안 하려 들고, 천우신조로 좋은 설계가 뽑혀도 설계사가 감리를 못 해 의도했던 수준대로 건물이 지어지지 않는 경우가 99%”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건축가가 지방 건축 설계에 당선됐지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다독다독… 경계의 삶 위로한 ‘그림 같은 집’

    다독다독… 경계의 삶 위로한 ‘그림 같은 집’

    기시감이 들었다. 충남 홍성. 서해안고속도로를 오갈 때 홍성나들목이란 이름을 자주 봐서 그랬을까. 여러 차례 돌아본 곳 같았다. 혹은 홍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많아 그랬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기억은 착각이었다. 큰 눈이 예보된 날, 홍성으로 발걸음을 이끈 건 ‘이응노의 집’이었다. ‘한국 출신의 프랑스 화가’ 고암 이응노(1904~1989)를 기리는 공간이다. 시대와 불화했던 한 화가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공간들을 둘러보자니 여태 모르고 있던 홍성의 진짜 모습들이 딸려 나왔다. ‘이응노의 집’은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건축 기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선 이미 많이 회자됐다. ‘건축학 개론’은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스스럼없이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들이 많았다. 고암은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근현대 공간에서 ‘빨갱이’로 몰려 타지를 전전하다 숨을 거둔 화가다. ‘문자추상’이란 장르를 정립하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국내에서 2년여 실형을 산 데 이어, 1977년 ‘백건우·윤정희 부부 납치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후 국적을 프랑스로 바꿨다.●돌다리·개울… 소박한 쌍바위골 풍경 ‘이응노의 집’은 고암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홍성 북쪽의 홍북읍에 세워졌다. 생가를 재현한 초가집과 북카페 등 부속건물로 이뤄져 있다. 쌍바위골이라 불렸던 이 일대의 옛 모습 자료에, 설계를 맡은 조성룡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의 상상이 더해져 조성됐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설계작이 단순히 그림을 수집해 보여 주는 미술관이 아니라, 한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드러내 주는 공간으로 인식되길 바랐던 듯하다. 그래서 이름도 미술관이나 기념관이 아닌, ‘집’이 됐을 것이다. ‘이응노의 집’은 야트막한 산들이 감싼, 평이한 풍경의 구릉 위에 없는 듯 서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면서도 노련하게 스스로의 존재를 주변 풍경과 합치시키는 느낌이다. 마을 밖에서 ‘이응노의 집’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주차장에서 얕은 개울 위의 돌다리를 건너면 ‘이응노의 집’으로 곧장 갈 수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 녹이 잔뜩 슨 것 같은 코르텐강의 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고향 마을을 돌아보듯, 생가를 거쳐 우회하는 방법이다. 아마 오래전 쌍바위골 사람들이 제집을 오가던 모양새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사라진 시간들의 되새김질 ‘이응노의 집’은 정육면체에 가까운 큐브 모양의 건물 4동과 직사각형의 건물 한 동이 어우러진 형태다. 긴 섞박지 하나에 깍두기 네 개가 매달린 모습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건물 외벽은 황토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섞박지’와 ‘깍두기’ 사이엔 매개공간을 뒀다. 이 공간에 외부의 빛과 풍경을 건물 안으로 이끄는 창을 여럿 뒀다. 차가운 느낌의 건물 안에서도 따스한 겨울 볕과 온화한 시골 풍경에 안도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 사이엔 야트막한 단차도 뒀다. 이 땅의 생김새와 호응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내부에선 ‘먼 먼 산-헤치고 흐르고’전이 열리고 있다. 화가 이진경의 개인전으로, 고암의 작품 세계를 기리고, 그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굿의 의미를 담은 전시다. 고암의 아카이브전도 열리고 있다. ‘군상’을 테마로 한 그의 작품들과 동백림 사건 등의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두 전시 모두 4월 2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전시실 아래는 고암의 생가다. 생전 고암의 기억 등을 토대로 지었다. 생가 앞엔 작은 텃밭과 연밭 등도 조성했다. 조 전 교수는 완공 당시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건물만이 아니라 산과 들판, 길 등이 모두 어우러진 풍경 전체가 기념관”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관람객들이 건물의 앉음새와 땅의 생김새, 한 인간의 삶 등을 고루 살펴 이 공간에서 사라진 시간들을 복원해 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이응노의 집’ 북동쪽엔 용봉산, 남서쪽엔 백월산이 있다. 둘 다 ‘이응노의 집’ 설계 당시 모티브가 됐던 곳이다. 용봉산은 홍성의 진산이다. 우람한 암릉이 인상적이다. 들머리인 용봉사에 신라시대 조성된 마애불 등 볼거리가 있다. 백월산은 정상 언저리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정상에서 보는 일대 풍경이 장쾌하다. 다만 오르는 길이 좁고 가팔라 눈이 쌓인 날엔 찾지 않는 게 좋겠다.●예산 수덕여관, 일엽·나혜석 머물기도 고암의 여정을 짚으려면 예산 수덕여관까지는 가야 한다. 수덕사 일주문 옆에 있는 옛 여관이다. 현재는 수덕사 소유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거리도 멀지 않다. 지역만 다를 뿐 ‘이응노의 집’에서 홍성 읍내로 나가는 거리나 예산 수덕사로 가는 거리나 엇비슷하다. 수덕여관에는 몇몇 인물들의 인생이 얽히고설켰다. 이를 보는 시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저마다의 관점으로 당대를 봤기 때문이다. 수덕여관은 원래 비구니 스님들의 거처였다고 한다. 탈속하려는 여성들이 머물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일엽’으로 알려진 일엽스님(속명 김원주, 1896~1971)과 나혜석(1896~1948)이다. 둘 다 개화기의 깨어 있는 여성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먼저 발을 들인 이는 일엽이다. 이화학당을 나와 일본 유학에 이어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1933년 수덕사를 찾아 불교에 귀의했다. 동년배인 나혜석이 수덕사를 찾은 건 4년 뒤인 1937년이다. 비구니로서의 삶에 안착한 일엽과 달리 나혜석은 이듬해인 1938년에 경남 합천 해인사로 건너갔다가 다시 수덕여관으로 돌아오는 등 좀처럼 불교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지금도 나혜석이 비구니가 되지 못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와중에 고암과도 인연이 닿았다. 당시 30대 초반의 미술가였던 고암은 나혜석과의 교류를 통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넓힌 것으로 전해진다. 고암이 수덕여관을 인수한 건 1944년이다. 한데 실제 여관을 운영한 이는 전처 박귀희(1909~2001)였다. ●고암 전처, 기약 없는 기다림 켜켜이 그리고 1958년. 22세 연하의 여제자와 사랑에 빠진 고암은 프랑스로 날아간다. 하루아침에 ‘신여성’에게 남편을 뺏긴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까. 수덕여관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1969년이다.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고암은 수덕여관으로 내려와 몸을 추스렸다. 여관 뒤뜰 바위에 남은 추상문자 암각화 2점은 이때 새긴 것이다. 앞서 고암의 옥바라지를 했던 박귀희는 고암이 몸을 추슬러 프랑스로 떠나기까지 옛 남편을 보살폈다. 그리고 수덕여관을 운영하며 평생을 홀로 지냈다. 언젠가 고암이 돌아오리라 믿으며. 이후 박귀희에겐 ‘조강지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된다. 남자에겐 더없이 애틋하지만 여자에겐 멍에이자 족쇄였을 그 말. 그에게 그 수식어는 화관이었을까, 가시관이었을까.
  • 유현준 교수 “고창도서관 인생샷 건지는 ‘인스타 성지’ 될 것”

    유현준 교수 “고창도서관 인생샷 건지는 ‘인스타 성지’ 될 것”

    스타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말하는 지방 공공건축의 문제 세 가지“고창도서관은 인생 최고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인스타의 성지’가 될 겁니다.” 100m에 가까운 기다란 박공지붕을 얹은 고창도서관이 오는 3월 착공돼 2년 뒤 완공되면 사람을 불러모으는 건축의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 건축가인 유현준(53) 홍익대 교수는 큰 나무 아래서 책을 읽는 느낌을 내고자 도서관을 목구조로 설계하고, 단일 건물로는 가장 긴 지붕에 태양광 전지를 얹었다. 고창도서관은 2층 건물이지만 비대칭적인 지붕이 내는 착시효과로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살렸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마을복지관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하늘을 천장으로 두고 중정의 징검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인생샷’을 건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신안복지관에 이어 고창도서관도 유 교수가 설계한 지방 공공건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유 교수는 “건물 하나로 지방이 확 바뀌려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돼야 한다”면서 “멋있는 건물을 짓는 것보다 어떤 프로그램의 건물을 짓겠다는 기획이 성공적이어야 지방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방 공공건축은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나눠 주면 무작정 나눠 먹기 식으로 짓는 경우가 많아 생각 없는 건물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그는 “지방 공공건축은 생각을 많이 하고, 기획과정에 공을 들여 삶의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반드시 그곳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지방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고창도서관에는 인문학으로 지역을 일으키겠다는 유기상 고창군수의 비전이 담겼다. 지방 공공건축의 문제로 유 교수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건축가가 공사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하는 감리에 참여할 수 없고, 건축 설계 선정 과정도 공정하지 않으며, 좋은 설계가 나오더라도 시공사가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완성도 있는 건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설계를 선정할 때 공정하지 않으니 훌륭한 건축가는 아예 출품을 잘 안 하려 들고, 천우신조로 좋은 설계가 뽑혀도 설계사가 감리를 못 해 의도했던 수준대로 건물이 지어지지 않는 경우가 99%”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건축가가 지방 건축 설계에 당선됐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유 교수가 설계했던 신안복지관도 공사 막판에 보완할 일이 많은데 감리를 직접 못하니 시공사에서 공사비를 아끼고 편하게 작업하려 설계에 없던 기둥을 세웠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방 공공건축의 설계 선정, 감리, 시공 시스템을 고치면 좋은 건축이 10년 내로 몇백 개가 나올 텐데 지금은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文대통령 양산 사저 ‘50년 지기’ 승효상 설계

    文대통령 양산 사저 ‘50년 지기’ 승효상 설계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게 될 경남 양산시 사저를 ‘50년 지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꼽히는 승효상(70) ‘이로재’ 대표가 설계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1952년 부산 피난민촌에서 태어난 승 대표는 같은 실향민 2세인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로 연을 맺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거장 김수근(1931~1986)의 문하에 몸담았고, 1989년 건축사무소 ‘이로재’를 설립했다. 특히 2010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을 설계·건축해 주목을 받았다. 승 대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제5기 위원장을 맡았고, ‘광화문시대준비위원회’와 함께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을 검토했다. 승 대표가 설계한 문 대통령 사저는 오는 3월 말∼4월 초에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 호텔에서 싹튼 14색 러브스토리… 연말 ‘로맨스 종합선물세트’

    호텔에서 싹튼 14색 러브스토리… 연말 ‘로맨스 종합선물세트’

    코로나19 시대 휴가를 보내는 방식으로 ‘호캉스’가 각광받듯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장소로 호텔만 한 곳이 없다. 하지만 연인 없이 홀로 투숙하며 한 해를 떠나보내야 한다면 그 아쉬움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클래식’ 곽재용 감독의 로맨스 영화 29일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한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호텔을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 명작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로맨스물이라 개봉 전부터 한국 영화 예매율 1위로 관심이 쏠렸다. 호텔 ‘엠로스’의 호텔리어 소진(한지민)은 15년 동안 밴드 활동을 같이한 승효(김영광)를 짝사랑해 왔지만 고백도 하지 못했다. 승효는 소진의 속도 모르고 영주(고성희)와 엠로스에서 결혼하겠다며 소진에게 축가를 부탁한다. 소진의 10대 남동생 세직(조준영)도 같은 학교 아영(원지안)을 짝사랑하지만 속마음을 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호텔 엠로스 배경의 동화 같은 사랑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숫자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엠로스 대표 용진(이동욱)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과 우연히 만나 서서히 호감을 쌓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공무원시험에 떨어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러 호텔에 투숙한 재용(강하늘)은 자신의 모닝콜을 맡게 된 호텔리어 수연(임윤아) 덕에 점차 웃음을 되찾는다. 이 밖에 40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 캐서린(이혜영)과 도어맨 상규(정진영), 가수 이강(서강준)과 매니저 상훈(이광수), 매주 호텔에서 맞선을 보고 퇴짜를 맞는 진호(이진욱) 등 주연 14명이 보여 주는 삶과 사랑 이야기가 예쁜 동화처럼 펼쳐진다.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은 사랑하는 사람 주인공들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14인 14색 로맨스가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지는 영화는 삶의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힘은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라는 평범한 메시지를 전한다. 언뜻 보면 따스한 사랑 이야기를 엮어 ‘러브 액츄얼리’(2003)를 연상케 한다. 불륜이나 악역 없이 평범한 캐릭터를 대체로 안전하게 연기하는데 중년 로맨스를 선보인 정진영과 이혜영의 무게감이 돋보이며,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한지민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준다. ●극적 전개 없는 단순한 서사 아쉬워 하지만 다채로운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연상되듯 ‘해피엔딩’이 될 것을 예감하는 관객 입장에선 극적 전개가 없는 단순한 서사가 진부할 수도 있다. 다양한 로맨스를 138분이란 한정된 상영시간에 넣으려다 보니 깊이도 다소 아쉽다. 곽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로맨스 영화는 식상한 면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사람들이 항상 보고 싶어 한다는 점도 있다”며 “영화로나마 코로나 이전 연말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말의 울적함을 달래기엔 충분한 작품이다. 12세 관람가.
  • 호텔에서 찾게되는 14色 로맨스…‘해피 뉴 이어’

    호텔에서 찾게되는 14色 로맨스…‘해피 뉴 이어’

    코로나19 시대 휴가를 보내는 방식으로 ‘호캉스’가 각광받듯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장소로 호텔만 한 곳이 없다. 하지만 연인 없이 홀로 투숙하며 한 해를 떠나보내야 한다면 그 아쉬움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29일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한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호텔을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 명작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로맨스물이라 개봉 전부터 한국 영화 예매율 1위로 관심이 쏠렸다.호텔 ‘엠로스’의 호텔리어 소진(한지민)은 15년 동안 밴드 활동을 같이한 승효(김영광)를 짝사랑해 왔지만 고백도 하지 못했다. 승효는 소진의 속도 모르고 영주(고성희)와 엠로스에서 결혼하겠다며 소진에게 축가를 부탁한다. 소진의 10대 남동생 세직(조준영)도 같은 학교 아영(원지안)을 짝사랑하지만 속마음을 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숫자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엠로스 대표 용진(이동욱)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과 우연히 만나 서서히 호감을 쌓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공무원시험에 떨어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러 호텔에 투숙한 재용(강하늘)은 자신의 모닝콜을 맡게 된 호텔리어 수연(임윤아) 덕에 점차 웃음을 되찾는다. 이 밖에 40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 캐서린(이혜영)과 도어맨 상규(정진영), 가수 이강(서강준)과 매니저 상훈(이광수), 매주 호텔에서 맞선을 보고 퇴짜를 맞는 진호(이진욱) 등 주연 14명이 보여 주는 삶과 사랑 이야기가 예쁜 동화처럼 펼쳐진다.주인공들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14인 14색 로맨스가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지는 영화는 삶의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힘은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라는 평범한 메시지를 전한다. 언뜻 보면 따스한 사랑 이야기를 엮어 ‘러브 액츄얼리’(2003)를 연상케 한다. 불륜이나 악역 없이 평범한 캐릭터를 대체로 안전하게 연기하는데 중년 로맨스를 선보인 정진영과 이혜영의 무게감이 돋보이며,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한지민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준다. 하지만 다채로운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연상되듯 ‘해피엔딩’이 될 것을 예감하는 관객 입장에선 극적 전개가 없는 단순한 서사가 진부할 수도 있다. 다양한 로맨스를 138분이란 한정된 상영시간에 넣으려다 보니 깊이도 다소 아쉽다. 곽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로맨스 영화는 식상한 면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사람들이 항상 보고 싶어 한다는 점도 있다”며 “영화로나마 코로나 이전 연말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말의 울적함을 달래기엔 충분한 작품이다. 12세 관람가.
  • [기고] 새로운 주거 유형을 위한 공공의 노력/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기고] 새로운 주거 유형을 위한 공공의 노력/김석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최근 우리사회는 1인가구의 증가와 핵가족화로 인해 단위가구 내 구성원의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거주자의 유형은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대표적 가족유형으로 부부와 자녀 2인을 포함한 ‘4인 핵가족’을 꼽았다면, 요즈음에는 가족 구성원의 수, 연령대, 자녀 유무, 가구원의 직업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세분화하고 이들의 요구에 맞는 주거공간과 단지 환경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공동주택이 다수를 위한 주거유형이기는 하나, 그 안의 거주자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요구를 수용한 주호와 단지 계획을 추구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공공주택단지’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질적인 측면보다는 주로 양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사와 논문이 검색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 공급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파악되나, 디자인과 관련된 검색결과는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보다 공공임대주택의 개념이 먼저 도입된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양적공급에 치중하였으나, 점차 단위주택 디자인과 단지계획에 다양하게 시도했다. 그중 미국 주택도시부(HUD)의 ‘HOPE VI’ 프로그램은 획일적인 공공임대주택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저층의 타운홈 형태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혼합, 주거지내 보행성(walkability) 확보 및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공용공간의 계획 등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이다. ‘Housing Opportunity for People Everywhere’(HOPE)라는 의미로 HUD가 지역의 건축가와 주택개발업자들과 협업을 하여 기존의 공공주택의 이미지를 탈피한 주호 및 주거지(neighborhood) 디자인을 많이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주자의 다양한 주생활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주호의 유형을 개발하고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단지계획기법을 도입한 공공아파트단지 사례가 많이 있다. 1980년대에 테라스 주택이 도입된 부산의 망미주공아파트, 주동에 공중정원이 도입된 상계주공아파트, 조부모, 부모, 자녀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3세대 동거형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현재까지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다. 테라스 주택의 도입은 2000년대 초반 용인 상갈 그린빌로 이어졌고, 다양한 테마를 부여하여 단지 내 어린이들이 흥미로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어린이 놀이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계획되었다. 또한 공공아파트 단지 내 공용공간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해당 단지의 거주자의 특성을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공용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 왔다. 새로운 주거유형과 단지계획 기법에 대한 노력은 수도권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 지방의 많은 LH아파트 단지에서도 적용되어 왔다. 가령 안동 지역에 2010년경 완공된 휴먼시아 단지에서도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을 연상하게 하는 테마를 부여한 단지 내 놀이터, 지역의 문화적 유산을 연상하게 하는 단지 내 수변공간 계획 등이 좋은 사례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미국의 HOPE VI가 2011년 이후에는 주정부의 예산에서 삭감되어 현재는 새로운 주거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비교된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청년주택, 에이징 플레이스(aging-in-place)를 지원하기 위한 노인주택, 출산과 육아를 위한 양육지원적 주택 등 다양한 요구에 대응한 주택계획이 필요한 가운데, 과거 새로운 주택과 주거단지 계획을 시도했던 LH에서 보다 다양한 공공주택의 유형 개발과 설계기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
  • [열린세상] 공인과 갈비뼈/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공인과 갈비뼈/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금 한 덩어리를 배상하라.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을 때도 한 덩어리 금으로 배상하게 하라. 다른 사람의 이빨을 깨뜨렸다면 금 덩어리 3분의1을 배상해야 한다.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법전의 규정 일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법칙의 상징이 함무라비법전이다. 폭행이나 폭행치사를 경제적 배상으로 갈음했으니 우리가 알던 함무라비법과 다른 듯하다. 다르지 않다. 함무라비왕이 신전 돌기둥에 새겨 둔 법률 규정이 맞다.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의 눈도 멀게 하라. 다른 사람의 뼈를 망가지게 했다면 그의 뼈도 부러뜨려라. 다른 사람의 이빨을 못 쓰게 만들었다면 그의 이빨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어떤 여성을 폭행해 유산을 시키고 그녀를 죽게 만들었다면 때린 자의 딸을 사형시키라. 자식이 부모를 폭행한다면 그의 손을 자르라. 입양된 자가 양부모를 부인하면 그의 혀를 뽑고, 입양된 자가 양부모를 유기한다면 그의 눈을 뽑아라. 노예가 주인더러 주인이 아니라고 말하면 주인은 노예의 귀를 자르라. 함무라비법의 일부다. 그야말로 탈리오의 법으로 가득하다. 함무라비법전은 뼈와 이빨과 눈을 상하게 한 죄의 값을 다르게 규정했다. 누구는 손해배상의 경제형으로 다루고 누구는 동해보복으로 응벌했다. 4000년 전 그때의 정의 실현 장치였다. ‘눈은 눈으로, 갈비뼈는 갈비뼈’로 응징하도록 제한했다. 무력과 무한보복이 반복되는 비극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또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응벌이 달랐다. 신분에 따라 금은으로 배상하거나 자신의 이빨을 내놓아야 했다. 동해보복은 신분의 차이를 반영했다. 함무라비법은 지위와 직업에 따른 법적 책임도 추궁했다. 의사가 수술을 잘못했을 때 그의 손이 잘렸다. 건축가의 실수로 주인이 죽었다면 그는 사형당했다. 주인의 아들이 죽었을 때 건축가의 아들을 죽였다. 사령관이 전쟁을 피하려고 꼼수를 쓰거나 소집 명령을 받은 자가 대리 복무자를 구하는 등 수작을 부렸을 때 사형에 처했다. 여사제가 술집에 가면 화형을 시켰다. 재판이 끝난 뒤에 판결문을 변경한 판사는 영구히 판사직을 잃었다. 이런 응징은 현대 형벌 체계에 수용되지 않았다. 다만 사회적 지위에 따라 특별한 책임을 요구받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인은 누구인가. 공인에게 특별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가. 공인이 누구인지 정한 법령은 없다. 공수처법의 적용 대상과 공직자윤리법의 등록 의무자가 얼추 비슷하나 ‘공인’ 규정은 아니다. 청탁금지법 역시 공인을 규정한 것은 아니고 적용 대상도 차이가 있다. 다만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12조에 공인이 규정돼 있다.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교육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 고등법원 부장판사급과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판검사,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과 지방 국세청장 이상의 국세청 공무원, 정당 대표나 최고위원급 이상의 정치인,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대표 등이다. 판례에서 인정된 공인보다 그 범위가 훨씬 좁다. 언론 소송에서 축적된 판례가 공인의 범주를 형성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언론 소송에서 공인은 일반 시민과 다르게 취급된다. 사적인 것과 공적 활동도 구분된다. 공인의 공적 활동은 특별하게 취급되는데, 공인은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견뎌야 한다. 공인의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공적 영역에 진입한 자들이다. 혹은 고위 공직에 임명됨으로써 누리게 되는 명예와 권한을 뿌리치지 않고 그에 따른 언론의 감시와 견제의 위험을 수용한 자들이다. 공직선거는 수많은 공인을 만들어 낸다. 공인은 주권자 시민을 대리하는 자다. 표현자유의 소중한 통로인 시민의 눈과 귀와 입을 훼손한 공인은 자신의 것을 내놓아야 한다. 함무라비법의 취지를 따르자면 시민의 등뼈가 되는 주권을 침해하거나 지켜 내지 못한 공인은 최소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비판을 감당해야 한다. 사회적 목숨도 걸어야 한다. 공적인 활동으로 인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인에게 요구되는 응벌의 최소한이다. 스스로 견고하게 다짐이 되지 않거든 공직 주위를 배회하지 말지어다.
  • 佛 퐁피두센터 설계 ‘하이테크 건축’ 거장 리처드 로저스 별세

    佛 퐁피두센터 설계 ‘하이테크 건축’ 거장 리처드 로저스 별세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88세로 타계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로저스가 영국 런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리처드 로저스는 파리 퐁피두센터와 함께 스트라스부르의 유럽 인권재판소 본부, 영국 런던의 명물인 그리니치 밀레니엄 돔, 웨일스 의회의사당 등 유럽 각지의 랜드마크 건물을 설계해 명성을 떨쳤다. 우리나라의 여의도 복합단지 파크원도 그의 작품이다. 로저스는 건축물의 구조를 과감하게 그대로 드러내는 ‘하이테크 건축’ 사조의 선도자로, 현대 건축의 미적 관점을 바꾼 인물로 평가된다. 193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 1938년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1951년 군 복무를 마친 후 유명 건축가였던 사촌 어네스토 로저스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건축을 접했다. 이후 영국 AA스쿨, 미국 예일대 건축대학원 등을 거치고 1968년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와 만나 자신만의 하이테크 건축 사조를 키워 나갔다. 로저스는 1991년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07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