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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는 필수 코스예요”… 폐교, 아이들 삶의 전진 기지가 되다[건축 오디세이]

    “휠체어는 필수 코스예요”… 폐교, 아이들 삶의 전진 기지가 되다[건축 오디세이]

    시간은 흔적을 남긴다. 사람이 만든 흔적은 역사로 기록된다. 그것을 이어 가는 것 역시 사람이다.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좋은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그런 소임을 받은 건축가의 몫이다. 건축가 우대성(건축사사무소 오퍼스 대표)이 작업한 ‘알로이시오 기지 1968’을 보면 이런 선순환의 연결 고리가 이 사회를 지탱해 주는 힘이고, 건축이 그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부산 서구 암남동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알로이시오 기지 1968’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조금은 특이한 명칭을 뜯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6·25전쟁 후인 1957년 부산 송도본당 신부로 부임한 이후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평생 봉사하다 떠난 소 알로이시오(1930~1992) 신부가 기적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가톨릭 교회가 2015년 가경자(성인 후보자)로 선포했을 정도로 겸손과 사랑, 봉사의 열정으로 평생을 살았던 분이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1964년 마리아 수녀회를 창립했다. 수녀들과 함께 부모 없는 아이들을 거두고, 그들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도록 1968년 학교를 세웠다. 부산 소년의집에서 출발해 보살핌이 필요한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학교는 순차적으로 폐교됐다. 알로이시오중학교가 2016년 2월,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등학교가 2018년 2월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왜 ‘기지’(基地)일까? ‘알로이시오 기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우대성 대표는 “망망대해에서 피난처의 역할을 하는 전진 기지처럼 빠른 세상의 변화에도 늘 버팀목 같은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지(베이스캠프)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바뀌면 행동도 그걸 담는 프로그램도 변하게 마련입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사회에서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기지는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기본기를 배우고, 잃어버린 몸의 감각을 일깨워 자신을 알아 가는 곳이지요.” 지금은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공간의 쓰임과 방향을 찾기 위해 우 대표는 마리아 수녀회와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댔다. 생각에서 완성까지 자그마치 8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다. 그중 6년은 방향성을 잡고 협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었다. “학교를 닫고 나면 이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왜 하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할 것인가? 알로이시오 정신을 계승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녀회의 미션에 맞으며 이 시대에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건물 디자인에 들어간 시간은 전체 기간의 10% 정도밖에 안 됩니다.”20여년 전 소년의집 학생의 첫 영성체 때 대부 역할을 맡으면서 마리아 수녀회와 인연을 맺은 우 대표는 아이들의 거처인 수국마을(2012~13)을 비롯해 알로이시오 가족센터(2013~14), 소년의집 생활실(2015), 체육관(2016~17) 등의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그에게 ‘사회적 건축가’란 타이틀이 자연스레 붙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컸을 것이다. 2013년부터 시작해 2021년 마무리된 알로이시오 기지는 사람들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 가운데 국가나 다른 곳이 못 하는 것, 달리 말하면 ‘스스로의 생각을 키우고, 삶의 기본기를 익히고, 잃어버린 감각을 열고,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기점’이 되는 곳으로 문을 열었다. 부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방과후교실과 자율학기제 수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마리아 수녀회의 미션인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교육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기지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안승주 부기지장은 “방과후교실이나 자율학기제라는 정책은 있지만 체험학습할 시설이 부족한 현실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학생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지난해 1만 6000명의 학생이 이곳을 다녀갔고, 3000여명이 건물을 참관했다. 올해 이용을 신청한 학생들도 2만명이 넘는다. 50년간 학교로서의 쓰임을 다한 학교는 어떻게 삶의 기본기를 익히고 감각을 깨우고 자기를 알아 가는 곳으로 바뀌었을까. 우 대표는 “기지는 기존의 종합실습동을 완전히 고친 집(기지#1)과 4층이었던 고등학교 건물 중 1개 층만 남기고 누마루를 올린 집(기지#2), 그리고 그대로 둔 집(기지#3)으로 이루어졌다”며 “예산 때문이기도 했지만,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학교 건물은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고 말했다.기지#1과 기지#2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었다. 기지#1은 전자기계고등학교 종합실습실로 쓰던 건물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복도에 교실이 양쪽으로 붙은 전형적인 학교건축에서 중앙의 복도를 걷어 내고 지그재그 형태의 경사로를 넣었다. 밀링 선반과 공작기계가 가득했고, 지게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넓고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이라 구조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중앙의 경사로는 이 공간의 중심이 되는 동시에 기지의 기본 프로그램을 위한 장소로 활용됩니다. 기지에 도착하면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따라 건물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이곳 프로그램의 필수 코스입니다. ‘더불어, 함께’라는 알로이시오 기지의 미션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도록 했습니다.”‘빵굽는수녀님’들의 향긋한 커피와 빵 냄새가 반기는 기지#1에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들이 층층이 자리잡고 있다. 천장을 뚫어 만든 공연장 ‘알로이시오홀’에는 피아노와 드럼이 놓여 있다. 계단의자는 아이들이 쓰던 실내체육관의 목재 바닥재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기지를 소개하는 영상물을 봤다. 코흘리개 아이들 손을 잡고 활짝 웃는 젊은 알로이시오 신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층 창 쪽으로는 편하게 등을 기대고 쉴 수 있는 캠핑 의자들이 놓였다. 밖으로 풍경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좋겠다.생활 공방, 뷰티활동실, 음악활동실 등을 지나 3층엔 도서실이 있다. 그 옆으로 넓은 방에 낮은 소파들이 놓여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문을 활짝 열어 안과 밖이 통하도록 했다. 고치는 동안 비워 낸 곳의 여러 곳을 여백으로 남겼다. 여백은 그대로 여백으로 남은 덕분에 아이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다가도 한가로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활동과 휴식의 정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침묵의 방’이 있다. 우 대표는 “함께 떠들고 나누는 것만큼 빈둥거리고 침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가능한 한 혼자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침묵의 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지의 모든 공간은 다르게 만들어졌고 서로 연결된다. 개개인이 다르고 세상이 연결된 것처럼 공간도 그랬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4층까지 올라왔다. 특수조명이 설치된 수직농장에서는 싱싱한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수직농장에서 키운 채소와 옥상 텃밭에서 일군 야채로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도 있다. 집에서처럼 씻고 볶고 요리해 ‘모두의 식탁’에서 함께 나눠 먹는다. 장애인을 위한 낮은 요리테이블도 있다. 부엌은 잔디가 깔린 ‘달빛 옥상’으로 연결된다. 바비큐 파티나 간이 캠핑도 가능한 공간이다. 우 대표는 “현대의 도시 주거는 대부분 아파트이기 때문에 집에서 자연을 경험할 기회가 사라졌다”면서 “기지는 아이들의 감각을 깨우고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콘크리트를 걷어 텃밭을, 건물 공간을 비워 발코니를 만들었고 옥상에 흙을 채우고 잔디를 깔아 자연과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기지#2에는 4층 건물의 1층만 목공실로 남기고 나머지를 걷어 낸 자리에 현대식 누마루 ‘풍경마루’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서원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한다. 양쪽의 큰 건물과 뒤편의 옹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만들어진 누마루는 바닥에 온돌을 깔았고, 접이식 통유리 문을 달아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청마루 앞은 주차장으로 쓰이던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텃밭을 만들었다. “만대루는 서원의 강학과 환대의 장소이며 비움과 쉼의 복합 장소였습니다. 기지의 누마루도 무엇으로든 사용할 수 있도록 굳이 쓰임새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쓰임은 이용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풍경마루에 앉아 본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신나게 뛰어놀다 느긋하게 앉아 멀리 바다를 바라볼 아이들을 상상해 본다. 마음이 따뜻해졌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대한민국은 남진 중/건축가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대한민국은 남진 중/건축가

    대한민국은 남진 중이다. 경제와 정치 모두 그렇다. 그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미 1966년 서울시는 소위 ‘무궁화 도시계획’으로도 불리는 ‘새 서울 백지계획’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기본계획으로, 대규모 전시회까지 열었다. 대통령은 사대문 안에 있으나 행정부는 용산, 입법부는 강남, 사법부는 영등포로 가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과대망상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이후 세상의 변화는 오히려 이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한강을 건너자는 아이디어는 곧 대세가 됐고 입법, 사법, 행정의 지리적 분리도 결국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발전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의 비난 중에는 결이 조금 다른 것도 있었다. 통일을 대비해서 서울~인천~개성을 연결하는 삼각지대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도의 계획에는 통일이 중요한 이슈였다.  서울 북악산 자락에서 거의 정남향으로 내리 뻗은 길의 이름은 가회동길이다. 그 길은 삼일대로로 이어지고 한남대교로 한강을 건너 경부고속도로로 연결되면서 대한민국의 척추가 됐다. 이후 그 시발점에 통일부 남북회담 본부가 자리잡은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마침 경복궁, 청와대도 바로 그 인근이었다. 통일 한반도의 중심은 이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공간적으로 명확한 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이 구도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지금의 세종시, 당시 명칭으로는 ‘신행정수도’였다. 그 이름처럼 수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2004년 ‘서울은 관습 헌법적 수도’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도시로 격하돼 오늘에 이른다. 결과적으로는 본격적인 남진이 아닌, 기존의 서울을 유지하는 선에서 일단락된 셈이다. 서울 기득권 세력은 강고했다.  그다음 논의는 서울 안에서의 재구조화다.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그리고 용산으로, 역시 남진이 대세다. 그 함의는 물리적 거리 이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적 중심을 논하고 있는 사이, 이미 현실은 한강, 심지어 강남도 넘어섰다. 서울 남쪽으로는 도시화가 거의 끊어지지 않고 대전까지 이어진다. 반면 한때 인구가 넘쳐 고민이었던 강북 구도심은 조선시대 정도로 상주인구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종로가 정치 1번지라고 생각하며, 국가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대거 이탈한 광화문 일대에서 들어줄 사람 없는 데모를 한다. 청와대라는 존재 때문에 유지돼 온 퇴행적 관습이다.  용산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수백 년 만에 권력이 빠져나간 강북 구도심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최소한의 공공 투자도 중단되고 마치 고려시대의 경주, 조선시대의 개경처럼 퇴락할 것인가, 반대로 상주인구가 늘고 역사와 자연, 문화가 어우러지는 살기 좋은 장소로 탈바꿈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정치의 남진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 끝은 어디일지, 이 과정에서 통일 한국의 비전은 어디쯤에 자리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 세종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건립 ‘잰걸음’...2025년 개관

    세종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건립 ‘잰걸음’...2025년 개관

    오는 2025년 세종에 개관 예정인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건립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국토교통부는 22일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의 체계적인 운영과 도시·건축 자료 수집 및 전시 협력 등을 위해 8개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건축공간연구원과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도시설계학회, 한국조경학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 기관은 성공적인 개관과 박물관 운영을 위해 도시 및 건축 자료 기증 및 대여, 복제품 제작 등 자료 확보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후원·인적교류·시설지원을 비롯한 박물관 운영과 전시 자문 및 연계 프로그램 등 시설 및 특별전 등에도 나선다. 세종 박물관단지에 조성되는 도시건축박물관은 우리나라 도시·건축 자료 보전과 전시, 교육 및 연구의 중요 거점시설로 올해 설계를 마친 후 내년 착공할 예정이다. 대지 1만 1970㎡에 지하 2층, 지상 3층의 연면적 2만 3457㎡로 총 949억원이 투입된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삶을 짓다, 한국 도시건축 1950-2010, 한국전쟁에서 세계의 장으로’라는 주제로 전시기획안을 마련하고 세계적인 도시 건축박물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용기 잃지 않으려고 빵 굽고 산책” 폭격 맞선 키이우의 위대한 일상

    “용기 잃지 않으려고 빵 굽고 산책” 폭격 맞선 키이우의 위대한 일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포딜 지구의 쇼핑센터와 주택가를 포격한 20일(현지시간), 건축가 갈리나 시지코바(48)는 반려견 ‘아브로라’와 함께 시내 중심가인 성 소피아 대성당 앞을 유유히 산책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키이우에 남기로 한 시지코바는 취미인 바느질을 살려 방위군에 자진 입대한 시민들이 입을 방탄조끼를 만들고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일반인인) 내가 (항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NYT와 영 일간 가디언, 프랑스24 등 외신은 멀리서 들려오는 포격 소리를 뒤로한 채 키이우를 지키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이날 조명했다. 키이우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약 200만명이 피란길에 오른 가운데 러시아군에 맞서겠다는 애국심과 저항심이 남아 있는 이들을 단단하게 떠받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상점과 회사들이 문을 닫고 저녁 8시 이후엔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지만, 일상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진 못했다. 키이우의 한 카페에서는 시민 발렌틴 코노네노(22)가 친구인 사장을 도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는 가디언에 “로켓이 내게 떨어질지 걱정하며 앉아 있어야만 한다면 차라리 여기서 당하는 게 낫다”며 웃는 여유를 보였다. 에스프레소 2잔을 테이크아웃하러 카페를 찾은 올레나 오사드차(51)는 “키이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 튤립으로 우크라이나 국장(國章)인 ‘삼지창’을 만드는 운동이 확산되자, 꽃집 상인들은 튤립을 한아름씩 나눠 주고 있다. 시내 또 다른 카페에서는 러시아군 침공 전에 얼려 둔 반죽을 녹여 구운 크루아상을 시민들에게 팔며 격려를 건넨다. 도시에 남은 시민들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러시아군 미사일이 건물을 포격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출동해 잔해들을 덤프트럭에 실어 보낸다. 포격 장소에서 주민들을 구조하거나 각지에서 보내온 구호물품을 분류하고 재포장해 필요한 곳에 보내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키이우의 한 슈퍼마켓 체인점에는 매일 갓 구운 바게트와 고기, 과일, 커피 등 필수 식료품이 거의 정상 공급되고 있다. 대중교통이 끊긴 직원들은 먼 거리를 꼬박 걸어서 출퇴근하고, 부족한 일손은 자원봉사자들이 돕는다. 이 체인은 우크라이나 전역 240개 지점에서 온라인 주문배송 서비스도 재개했다. 프랑스24는 “슈퍼마켓이 손님과 직원, 자원봉사자들이 연대감을 느끼는 곳이 됐다”고 전했다.
  • “용기 잃지 않으려”... 커피 내리고 빵 구우며 일상 이어가는 키이우 시민들

    “용기 잃지 않으려”... 커피 내리고 빵 구우며 일상 이어가는 키이우 시민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포딜 지구의 쇼핑센터와 주택가를 포격한 20일(현지시간), 건축가 갈리나 시지코바(48)는 자신의 반려견 ‘아브로라’와 함께 시내 중심가인 성 소피아 대성당 앞을 유유히 산책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키이우에 남기로 한 시지코바는 취미인 바느질을 살려 방위군에 자진 입대한 시민들이 입을 방탄조끼를 만들고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일반인인) 내가 (항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 프랑스24 등 외신은 멀리서 들려오는 포격 소리를 뒤로 한 채 키이우를 지키는 시민들의 일상을 조명했다. 키이우 인구의 절반인 200만명 가량이 피란길에 오른 가운데 남은 이들은 갈 곳도, 갈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맞서겠다는 애국심 내지는 저항심이 이들을 단단하게 떠받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커피 내리는 바리스타, 크로와상 파는 카페 상점과 회사들이 문을 닫고 저녁 8시 이후에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통금’이 실시되고 있지만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가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키이우의 한 카페에서는 발렌틴 코노네노(22)가 친구인 사장을 도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로켓이 나에게 떨어질지 걱정하며 앉아있어야 한다면 차라리 여기서 하는 게 낫다”며 웃었다. 에스프레소 2잔을 ‘테이크아웃’하러 카페를 찾은 올레나 오사드차(51)는 그가 일하는 회계사무소가 문을 닫았지만 마치 출근을 하듯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그는 “키이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내의 또다른 카페에서는 러시아군의 침공 전 얼려둔 반죽을 녹여 구운 크로와상을 시민들에게 팔고 있었다. 근처의 한 레스토랑 직원은 전쟁의 와중에도 수제 명품 초콜릿이 잘 팔린다고 가디언에 귀띔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튤립으로 우크라이나의 국장(國章)인 ‘삼지창’을 만드는 운동이 확산되자 꽃집 상인들은 시민들에게 튤립을 한아름씩 나눠줬다. 자녀·손주 피란길 보내고 “내 집 지키겠다” 집이 포격을 받아 창문이 깨져도 고집스럽게 집을 지키는 이들도 있다. 빅토르 체르냐테비치(75)는 딸과 손자들을 폴란드로 향하는 피란길에 보낸 뒤 키이우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 이른 아침 미사일이 발코니를 덮쳤지만 복도에 서 있던 그는 기적적으로 화를 면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진 유리를 쓸어내고 캔버스로 창문을 가린 그는 “나는 건설 노동자였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체르냐테비치의 이웃인 프리다 마슬롭스카(71)는 “사람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남편의 설득에 키이우에 남기로 했다. 그는 “난 여기서, 이 못생긴 아파트에서 살 것”이라면서 “그리고 나서 ‘왜 우리는 전쟁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남아있는 시민들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건물을 포격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출동’해 잔해들을 덤프트럭에 실어보낸다. 포격을 당한 장소에서 주민들을 구조하거나 각지에서 보내온 구호물품 상자를 열어 분류하고 다시 포장해 필요한 곳에 보내는 것도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지키는 슈퍼마켓, ‘연대감’ 확인하는 장소로 프랑스24는 “시민들은 새벽에 러시아군의 포격 소리에 눈을 뜨고 불과 몇시간 뒤 슈퍼마켓을 찾아 쇼핑카트를 민다”고 전했다. 키이우의 한 유명 슈퍼마켓 체인점에는 매일 갓 구운 바게트빵과 고기, 과일, 커피 등 식료품들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직원들은 대중교통이 끊기자 먼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그마저도 부족한 일손은 자원봉사자들이 돕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를 지키는 직원들 덕에 이 슈퍼마켓 체인은 우크라이나 전역 240개 지점에서 온라인 주문배송 서비스를 재개했다. 슈퍼마켓에서 일한 지 10년이 됐다는 매니저 이리사 고르시코바는 “많은 고객들은 우리 직원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고 매일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한다”고 자부했다. 프랑스24는 “슈퍼마켓은 단순히 필수품을 사는 곳을 넘어 손님과 직원, 자원봉사자들이 연대감을 느끼는 곳이 됐다”고 전했다.
  • 세계 최초’ 4인승 비행 택시 공개…빠르면 2027년부터

    세계 최초’ 4인승 비행 택시 공개…빠르면 2027년부터

    세계 최초의 4인승 플라잉카가 공개됐다. 슬로바키아 개발업체 에어로모빌은 최근 플라잉카 ‘에이엠 넥스트’(AM NEXT)를 공개하고, 빠르면 2027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엠 넥스트는 올해 출시되는 2인승 고급형 모델 에어로모빌 4.0의 후속 보급형 모델이다. 같은 하이브리드 엔진·모터 등의 기술이 적용됐지만, 탑승 인원이 2명 더 늘어 비행 속도 등의 성능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도로 주행과 비행 모드 간의 변환 시간은 3분 이내로 같다.후속 모델은 항공 택시로 판매될 계획이다. 업체는 신형 에어로모빌이 최소 160㎞에서 최대 800㎞까지 떨어진 주요 도시를 이동하는 사람들의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객들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자기 자리에 앉아 경치를 즐기거나 쉴 수 있고 또 급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패트릭 헤슬 에어로모빌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택시 시장의 가치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만 연간 약 700억 달러(약 85조 원)에 달한다”면서 “우리 기술은 추가적인 인프라가 투자 없이 기존 활주로 옆 안전용 도로(가설 활주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면서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기술보다 훨씬 더 활용 범위도 넓다”고 말했다.후속 모델의 판매 가격이나 운항 요금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고급형 모델인 전작의 판매가격(약 16억~20억 원)보다는 저렴할 전망이다. 에어로모빌은 1990년부터 플라잉카를 연구해온 건축가 슈테판 클라인이 2010년에 설립한 회사로 플라잉카를 통해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보다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아내가 되려고 한다” 3월의 신부된 걸그룹 멤버

    “아내가 되려고 한다” 3월의 신부된 걸그룹 멤버

    헬로비너스 출신 채주화가 결혼 소감을 밝혔다. 채주화는 2012년 그룹 헬로비너스의 멤버 라임으로 데뷔했다. 2019년 활동명을 채주화로 변경하고, 배우로 전향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채주화는 20일 서울 모처에서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 김기방이 사회를 맡고, 가수 솔지가 축가를 불렸다. 채주화는 식을 마친 뒤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겨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반짝이는 비즈가 가득한 웨딩드레스 차림을 공개하며 3월의 신부 모습도 공개했다. 채주화는 “개나리가 봉우리 필 무렵 정말 좋은 날에 저의 결혼식을 무사히 잘 치뤘습니다”라며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도 축복해주시고 먼 발걸음 해주신 모든 분들 너무나도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습니다. 축하해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한분한분 연락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썼다. 이어 사회자 김기방과 축가를 부른 솔지에게도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채주화는 지난 1월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동반자가 생겨 올해 3월 결혼한다”며 SNS를 통해 직접 결혼을 발표했다. 그는 예비 남편에 대해 “늘 언제나 저를 웃게 해주고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은 존경스러운 분”이라며 “그분에게 나무 같은 존재가 되어 언제나 기댈 여유를 주고 지친 날에는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는 그런 아내가 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둔촌주공 길냥이들은 지금도 살아 있을까

    둔촌주공 길냥이들은 지금도 살아 있을까

    1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의 배경은 헐리기 직전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대단지에서 수십 년간 사람과 함께 살아온 이곳 길고양이는 다른 도심의 고양이들과 다르다. 우거진 관목은 몸을 숨기기 딱 좋은 장소가 됐고, 먹이를 주는 사람이 늘며 야생성은 떨어졌다. 하지만 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둔 상황. 고양이를 사랑하는 주민들은 생각했다. 이곳에서 사람이 모두 떠나고 나면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다큐멘터리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도시는 사람을 중심으로 구획된 곳이지만, 그 안의 다양한 객체와 주체에게도 시선을 옮겨 바라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고양이’와 ‘아파트’는 핵심 키워드다.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한 그는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홀’, ‘아파트 생태계’ 등 건축 3부작 다큐멘터리로 도시 주거 공간의 역사와 그 안의 삶을 아카이빙해 주목받았다. 정 감독은 “아파트 자체보다 도시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 공간인 아파트를 빼놓고 도시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고양이는 “아름다운 피사체이자 상상력을 주는 존재”다. 데뷔작에서 고양이는 조연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주연이다. 다큐는 재건축이 결정된 2017년부터 2년 반 동안 이들의 생태를 기록했다. 길고양이의 이주를 고민하는 모임 ‘둔촌냥이’와 함께 포획, 방사 과정을 담았다. “20년 전과 달리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지금은 고양이가 어디서나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번 작품은 오랫동안 주민의 돌봄을 받으며 드넓은 아파트 터에 편안히 자리잡은 고양이를 꼼꼼하게 포착한다. 아파트 곳곳에 흩어져 지내는 고양이는 최소 250마리.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고양이를 볼 수 없으니 무조건 찍었는데, 편집 전 푸티지 영상만 350시간에 달했다고 한다. 영화는 단순히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온정만으로 동물과 인간은 공생할 수 없으며, 결국 인간의 의지와 결정에 이들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정 감독은 “재건축은 인간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때 동물과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돌아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특정 상황을 찍었지만, 그 아파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재건축, 재개발이 일상적인 도시 안에서 동물의 생존과 삶의 방식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보편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폭파돼 폐허가 된 그곳에서 끝까지 떠나지 않던 고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 고양이들은 안전히 살아남을까. 관객은 마지막 장면까지 계속 이어지는 질문을 곱씹게 된다. 88분. 전체관람가.
  • 문준용, 특혜 논란 보란 듯 日 예술제 우수상 “지원 감사”

    문준용, 특혜 논란 보란 듯 日 예술제 우수상 “지원 감사”

    대상 1개 우수상 4개 선정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미디어 아티스트 문준용씨가 일본 문화청 주최 일본 미디어 예술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직접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미디어 예술제는 1997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경쟁 예술제다. 예술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부문, 애니메이션 부문, 만화 부문 4개로 나눠 출품작들을 심사한다. 각 부문별로 대상 1개 작품, 우수상 4개 작품을 뽑는다. 올해는 95개국 3537명이 참여했다. 14일 제25회 일본 미디어 예술제 홈페이지 발표에 따르면 문준용씨는 작품 ‘어그멘티드 쉐도우-인사이드’로 예술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문준용씨는 “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라며 페이스북에 수상소감을 밝혔다. 문준용씨는 2020년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으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당시 지원작 선정 때 문 대통령과 같은 고교인 유명 건축가 승효상씨가 재단 이사였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 조선 독립 위한 불꽃이었나… 죽음으로 완성한 불멸의 넋이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조선 독립 위한 불꽃이었나… 죽음으로 완성한 불멸의 넋이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어떤 사람은 삶이 아니라 죽음으로 기억된다. 죽음으로 삶을 증명하고, 완성한다. “그 사내가 웃었다. 다정하고 습습하게 웃으며 말했다. ㅡ어째 표정이 그러십니까? 저는 영원한 쾌락을 향유하고자 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왜 슬퍼하십니까? 기뻐하셔야 합니다. 장사는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지니, 아무리 영광으로 기꺼울지라도 죽음이 어찌 기쁠 수만 있는가. 돌이킬 수 없는 길, 예정된 영이별에 나도 모르는 사이 안색이 참담하게 굳어졌던가 보다. 탁상에 놓인 것은 조선독립선서문과 태극기 그리고 두 개의 수류탄이었다. 나는 그에게 폭탄의 사용법을 설명했다. 폭탄 주둥이의 나무마개를 빼내고 금속으로 된 기계를 모두 끼워 넣을 것. 안전핀만은 실행 전날에 뺄 것. 폭탄은 머리가 무언가에 닿아야 터지니 될 수 있는 한 높이 던질 것. 하나는 흙바람으로 세상을 뒤덮고 사람을 미혹하는 괴물들을 물리칠 뇌성벽력의 무기였고, 다른 하나는 고독한 전사가 스스로 지옥의 문을 여는 자살용이었다. 고국의 형에게 보낼 독사진을 찍었다. 입아귀를 활찐 벌린 그의 얼굴은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천진무구했다. 선서문을 가슴에 달고 폭탄을 양손에 한 개씩 들었다. 벽에 걸린 태극기를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는 끝까지 활달하고 체체했다. ㅡ제가 지금 떠나가면 큰일 한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즐거운 얼굴로 찍으십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마 우리는 영원히 함께 머무르리라. 은근한 그의 지청구에 나는 가까스로 구겨진 얼굴을 폈다. 착잡하고 침울한 가슴에선 속바람이 들고 피눈물이 흐르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웃었다. 울지 않으려 웃었다.”(졸저 ‘백범’ 중에서)그 사내, 이봉창 의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서울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 반가사유상 두 점을 전시한 ‘사유의 방’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연화대 위에 걸터앉아 얼굴을 오른손으로 괸 채 명상하는 형태의 불상’인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되기 전의 고타마 싯다르타 왕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전 세계에 70여점이 남아 있는데 그중 20여점이 우리나라에 있다. ‘사유의 방’에는 6세기 후반 제작된 국보 78호와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국보 83호를 모셨다. 관광지나 유적지, 박물관을 방문하는 시간으로는 비 오는 화요일 오전이 최고다. 사람의 독력(毒力)이 미치지 않는 한갓진 순간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주말일지나 박물관의 문을 여는 오전 10시에 맞춰 들어가려 서둘렀다. QR코드를 찍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해 2층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두어 칸 앞쯤에 목적지가 같은 듯한 사람이 보인다. 반가사유상과 독대하는 순간을 빼앗길까 봐 잽싸게 그를 앞질러 ‘사유의 방’에 입성했다. 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10시 1분에 온 놈 앞에 10시에 온 놈이 있다. 이미 나보다 더 부지런한 한 분이 반가사유상을 모델로 두고 열심히 촬영 중이시다. 아, 어리석은 나는 부질없는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건축가와 협업한 최초의 유물전시인 ‘사유의 방’은 관람객의 시각·청각·후각까지 고려한 그 자체로 작품이다. 섬세한 조명과 계피향이 은은한 흙벽에 둘러싸인 반가사유상은 사방 어느 편에서 봐도 아름답다. 정면에서 마주 본 얼굴에는 찰나의 환희가 미소로 걸려 있어 거룩하다. 내가 찾아가는 그 사내도 미소가 참 좋았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반가사유상의 그것이라기보다 국립춘천박물관에 상설 전시된 영월 창령사지 오백나한의 그것과 더 닮았다. 나한은 깨달아 해탈했지만 아직 충분한 공덕을 쌓지 못한 존재이기에, 부처보다는 기쁨·슬픔·희망·분노를 모두 품은 인간의 얼굴에 가깝기 때문이다.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 1번 출구에서 500여m 떨어진 효창공원 내에 삼의사 묘역이 있다. 무릇 태어나 살고 죽는 것이 생명의 순리지만 그 사내를 이야기할 때는 죽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과 백범 김구 묘역, 의열사와 임정요인 묘역과 삼의사 묘역과 안중근 가묘는 이미 수차례 찾았던 곳이다. 5세에 홍역으로 죽은 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의 묘역이었던 효창원은 일제강점기에 조선 최초의 골프 코스가 됐다가 해방 후 효창운동장과 효창공원으로 쓰임새가 바뀌었다. 용산이라는 서울의 배꼽 자리가 역사의 펀치를 온몸으로 맞받은 흔적이랄까, 혼란스러운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용산 곳곳에 지금도 선연하다. 역사는 일상과 얼키설키 뒤얽힌 채로 흘러간다. 산책하고 운동하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백범과 삼의사와 임정요인들은 조용히 누워 계신다. “조선 민족 불멸의 독립 혼을 중외에 떨친 것은 이 세 분이 으뜸일 것입니다!”해방된 조국에 돌아온 백범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본에 묻힌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의 유해를 송환해 1946년 7월 6일 국민장을 치르고 효창원에 안장한 것이었다. 아나키스트 백정기를 제외한 두 사람은 백범이 직접 폭탄을 쥐여 준 한인애국단 단원들이다. 졸저 ‘백범’에 테러리즘과 의열투쟁의 차이에 대해 상세하게 언술한 바 있지만 후대의 시시비비와 별개로 백범은 폭탄을 써야 했고 쓸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바닥, 그곳이 바닥의 바닥이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왜 일본 천황을 죽일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젊은 치들이 나누는 객담을 백범이 우연히 듣지 않았다면 이봉창도, 한인애국단도, 어쩌면 임시정부까지도 없었을 것이다. 이름은 거창하게 대한민국임시정부이지만 1920년대 말 통합을 위한 민족유일당운동이 실패하면서 중국 상하이는 무주공산이나 진배없었다. 1930년대 들어 조선과의 연락망이 끊기면서 매월 30원의 집세와 20원의 고용인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잔치가 끝난 임정에 남아 떠맡듯 민단장과 재무부장의 감투를 들쓴 백범은 가족을 국내로 돌려보내고 홀로 정청에서 살며 동포들에게 밥을 얻어먹었다. 발바닥이 닳은 헝겊신을 꿰어 신고 쓰레기통에서 배춧잎을 주워 먹었다. 이봉창을 만나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기 전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그저 빛나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욱 ‘근대 3부작’의 첫 장에는 실제로 그 시절의 ‘주류’는 아니었지만 역사 속에서 끝내 승리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지금은 정치가들을 위시한 많은 사람이 모범으로 삼으며 숭앙하는 듯하지만, 당시의 그들은 다만 처절하도록 외롭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계속하고 있었을 뿐이다.공원 한가운데 그 사내, 이봉창의 동상이 있다. 옛날의 미남 영화배우처럼 선이 굵은 얼굴이나 우람한 몸피가 전혀 이봉창 의사를 닮지 않았다. 손에 잡고 던지는 폭탄의 모양새도 1932년 일왕의 마차를 향해 던진 마미(麻尾) 수류탄과는 달라 보인다. 1960~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립된 소위 애국선열 동상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사진 자료를 무시하고 만들어졌다. 그 연유에 대해 미술평론가들은 당시의 모더니즘적 경향과 군사정권의 선동적·극적 효과에 대한 요구가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무도 닮지 않은 상상 속의 영웅들이 위대하고 완전무결해질수록 실재했던 인간으로서의 그들은 기쁨·슬픔·희망·분노가 시시때때로 교차하는 우리로부터 멀어져 간 것일지도 모른다. (㉻에 계속) 소설가
  • 영등포, 창업 꿈꾸는 청년 건축가 양성

    영등포, 창업 꿈꾸는 청년 건축가 양성

    서울 영등포구가 청년 건축가를 키우기 위해 타일기능사 교육 과정(포스터) 수강생을 9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6일 밝혔다. 이날 구에 따르면 타일기능사 교육은 이달 29일부터 4월 19일까지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에 이뤄진다. 교육 내용은 ▲도면 보기 및 타일공사 시공 계획 ▲시멘트 모르타르 배합, 타일 가공, 붙임, 보양 ▲검수, 하자 보수 등이다. 우수 교육생에게는 향후 현장 맞춤형 교육과 실습 참여 시 가산점 부가 혜택이 주어진다. 교육 참여를 희망하는 서울시 거주 만 18~39세의 미취업 청년은 영등포구청 및 청년건축학교 홈페이지(seoulydp2018.or.kr)를 통해 신청서를 내려받아 담당자 이메일(ydpysa@naver.com)로 제출하면 된다. 총 10명의 교육생을 모집하며, 교육 비용은 전액 무료이나 개인 준비물은 별도 구비해야 한다. 이 밖에도 영등포 청년건축학교는 올해 청년 건축·인테리어 기능인 양성을 위해 다양하고 알찬 구성의 건축 기술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건축 분야 취·창업을 꿈꾸는 지역 내 예비건축인이 자신의 진로와 비전을 찾고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전문 건축기술가로 성장할 수 있게 다양한 기술 교육과 지원 정책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 [나우뉴스] ‘전쟁 반대’ 시위, 세계 확산…가장 격렬한 곳은? 러시아 내부

    [나우뉴스] ‘전쟁 반대’ 시위, 세계 확산…가장 격렬한 곳은? 러시아 내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격렬한 시위는 다름 아닌 러시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전역에서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반전 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된 사람은 이날까지 최소 3093명이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24일 첫날 최소 1967명의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다음 날인 25일에는 최소 634명, 26일까지는 최소 49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러시아 침공을 비난하는 각계의 공개서한도 쏟아졌다. 이날 6000명 이상의 의료계 종사자가 서한에 이름을 올렸고, 건축가와 엔지니어 3400명, 교사 500명도 각각 서한에 서명했다. 언론인과 지방의회 의원, 문화계 인사와 다른 직능 단체도 24일 이후 비슷한 서한을 내놨다. 모스크바에 있는 유명 현대 미술관 ‘개러지’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끝날 때까지 전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전 여론은 온라인에서도 결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온라인 청원에는 현재까지 78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심지어 러시아의 침공에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2개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는데 표를 던졌던 일부 의회의원도 침공을 비난하고 나섰다. 보통 크렘린궁의 입장을 따르는 공산당 의원 2명도 소셜미디어에서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이날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에서도 러시아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에선 워싱턴DC와 뉴욕,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각국의 시위대는 “지금 전 세계가 단합해야 한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참석자는 우크라이나 국기의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된 의상을 입었고, 다른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라”, “전쟁 반대”, “푸틴 멈춰라” 등의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성을 담은 건축 스케치…30년 지켜 온 빈자의 미학

    영성을 담은 건축 스케치…30년 지켜 온 빈자의 미학

    “우리 선조는 일상에서 영성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집안엔 사당이 있고 무덤도 가까이 있었죠. 죽음을 돌아보며 삶이 경건해질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사무실에서 만난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오는 12일까지 강남구 갤러리508에서 열리는 스케치전 ‘솔스케이프’(Soulscape)는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스케치북과 트레이싱페이퍼 등을 통해 그의 건축물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필 수 있다. 스케치북 원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건 아니고 복사 프린트한 뒤 약간의 붓터치로 색을 입혔다. 솔스케이프, 즉 ‘영성의 풍경’은 그가 최근 고민하는 화두다. 선조들과 달리 “마치 영혼이 없는 것처럼 사는” 현대인에게 성소나 묘역을 가지 않더라도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건축가의 의도. 그래서인지 전시된 스케치 공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경북 칠곡 왜관 베네딕토수도원 피정센터,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순교자 기념묘역 등 죽음이나 종교 관련 건축뿐 아니라 단독주택, 커뮤니티센터, 복합문화시설에서도 경건함이 느껴진다. 승 대표는 “건축물은 자신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건축 속에서 개인이 빛나거나,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달으면 힘을 얻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화로운 건축에서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고, 초라한 건축에서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는 ‘빈자의 미학’은 승 대표의 오랜 건축 철학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그는 “나에게는 진리와 같다. 지난 30년간 내 궤적은 ‘빈자의 미학’을 밝히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며 “영성의 풍경도 그 일부”라고 강조했다. 승 대표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에 이어 2018년부터 3년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도시의 건축물을 ‘개인의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완성은 밀실이 아니라 공공의 광장에 자신을 투여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에 꽂혔다”는 그는 짬짜미가 이뤄지던 건축 현상공모 제도를 개선해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했고, 공공건축 발주 과정을 개선한 특별법 제정에도 앞장섰다. 최근엔 경남고 동기이자 50년 지기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를 설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승 대표는 “모든 설계를 나에게 맡겼다”며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걸작을 만드는 건축가 중엔 70대 이상이 많다.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건축가는 타인의 삶의 형태를 조직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만큼 오래 살수록 연륜이 쌓이죠. 내가 잘못 그은 선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거든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수 없는 건축을 해야죠.” 
  • 승효상 “‘빈자의 미학’은 30년 지나도 계속…실수 없는 건축 하고파”

    승효상 “‘빈자의 미학’은 30년 지나도 계속…실수 없는 건축 하고파”

    “우리 선조는 일상에서 영성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집안엔 사당이 있고 무덤도 가까이 있었죠. 죽음을 돌아보며 삶이 경건해질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사무실에서 만난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승효상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중 한명이다. 거장 김수근(1931~1986)의 문하에서 오랫동안 지냈고, 1989년 이로재를 설립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2002년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고,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와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맡기도 했다. 특히 2010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을 설계·건축해 주목받았다. 오는 12일까지 강남구 갤러리508에서 열리는 스케치전 ‘솔스케이프’(Soulscape)는 ‘건축가 승효상’의 정수를 엿볼 기회다. 스케치북과 트레이싱페이퍼 등을 통해 그의 건축 프로젝트 12개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필 수 있다. 스케치북 원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건 아니고 복사 프린트한 뒤 약간의 붓터치로 색을 입혔다.-전시명인 ‘솔스케이프’는 무슨 의미인가. “한국어로 풀어보자면 ‘영성의 풍경’. 영성은 우리 삶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건데도 현대인들은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산다. 과거 선조들은 죽음을 늘 가까이 보고 살았는데,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다. 굳이 성소나 묘역에 가지 않더라도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전시된 스케치 공간은 노 전 대통령 묘역과 경북 칠곡 왜관 베네딕토수도원 피정센터,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순교자 기념묘역, 경기 광주 시안추모공원 시범묘역 등 죽음이나 종교 관련 시설이 많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단독주택, 커뮤니티센터, 복합문화시설까지 포함됐다. 일상의 공간에서도 경건함이 느껴진다. 승 대표는 “건축물은 자신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건축 속에서 개인이 빛나거나,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달으면 힘을 얻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기독교라는 종교가 큰 영향을 미친 건가. “어릴 때부터 종교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건축이 우리 삶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도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먹고 소비하는 일차원적 삶 외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회적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적 공간이 무슨 의미인가. “인간이 살다 보면 누구나 고독해지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성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갈 만한 곳. 고독해지기 위해 꼭 사찰이나 교회만 가야하는 건 아니지 않나. 지친 삶이 위로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거칠어진다. 분을 풀 데도 없고.” -설계를 구상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땅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다. 건축은 다른 작업과 달리 땅을 점거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시설이다. 땅은 과거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오래된 땅일수록 내게 말을 많이 걸어온다. 어떤 공간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두 번째로는 그 공간에 거주할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 현재와 미래에 어떤 삶을 이루고 싶다는 얘기. 그게 땅의 이야기와 결합하면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설계가 된다.”“호화로운 건축에서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고, 초라한 건축에서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는 ‘빈자의 미학’은 승 대표의 오랜 건축 철학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철학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간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나. “처음 얘기할 때만 해도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30년간 내 궤적은 빈자의 미학을 밝히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내게는 진리고, 그 안에서 놀 때 자유스럽다. 영성의 풍경도 결국 거기서 뻗어 나온 가지다.” 승 대표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에 이어 2018년부터 3년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10여년간 공직 생활도 했다. 도시의 건축물을 ‘개인의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소감이 어떤지. “살면서 그렇게 많은 공무원을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나오면서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 (웃음)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의미는 컸다. 건축이 공공성을 유지해야 모든 환경의 풍경이 좋아지지 않겠나. 소나기가 오면 남의 집이라도 들어가서 비를 피할 수 있고, 옆집이 낮으면 자기 집도 적당히 낮게 짓는 게 공공성이라고 생각한다. 거기 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인간의 완성은 밀실이 아니라 공공의 광장에 자신을 투여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에 꽂혔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혼자 작업해선 안되고, 몸을 던지며 부닥치며 이뤄내야 한다는 것. ‘배운 기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이룬 게 더 많다. 짬짜미가 이뤄지던 건축 현상공모 제도를 개선해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했고, 공공건축 발주 과정을 개선한 특별법 제정에도 앞장섰다. 최근엔 경남고 동기이자 50년지기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를 설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문재인 대통령 사저 건축에서 신경 쓴 부분은. “임기 마친 5월이면 입주할 수 있게 진행 중이다. 모든 설계를 나한테 맡겼다.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했다. 궁금하면 나중에 직접 방문해보시라.” 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걸작을 만드는 건축가 중엔 70대 이상이 많다.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있다면. “건축가는 타인의 삶의 형태를 조직하는 사람이다. 젊은 작가도 물론 좋은 건축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만큼 오래 살수록 연륜이 쌓인다. 일한 지 수십년이 됐지만 내가 잘못 그은 선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다.”
  • 400년 팽나무·유리 곡선의 교감…기술이 이어 준 제주의 들숨날숨[건축 오디세이]

    400년 팽나무·유리 곡선의 교감…기술이 이어 준 제주의 들숨날숨[건축 오디세이]

    마을 어귀의 큼직한 정자목은 마을을 지켜 주는 수호목으로 여겨져 보호를 받는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빌어 주는 당산목이라고도 하는 정자목은 대부분 느티나무지만 제주에선 팽나무가 그 구실을 한다. 마을 어귀부터 들판, 해안가까지 곳곳에 제주의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수많은 세월을 보내느라 뒤틀린 몸으로 서 있는 팽나무는 제주의 풍광을 상징한다. 팽나무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팽나무 고목에서 비롯된 특별한 건축물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골프 클럽 나인브릿지는 제주의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명문 골프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명성이 과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 이곳 클럽하우스의 ‘파고라’다. 작지만 아름답고,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집적된 보기 드문 건축물로 꼽힌다. ●건물에 눌린 나무와의 화해 프로젝트 중산간에 위치한 골프장은 겨울철엔 잔디 보호를 위해 문을 닫는다. 한겨울의 골프장에는 손님들을 대신해 찾아온 까마귀 떼가 요란하게 울어 대고 있다. 스산하면 스산한 대로 겨울의 제주는 아름답다. 이 풍경을 지긋이 바라보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400년은 족히 되는 팽나무다. 보호수로 지정돼 있는 이 나무 뒤로 온실처럼 생긴 유리 파빌리온 ‘파고라’가 부드럽게 에워싸고 있다. 햇살을 머금고 서 있는 나무가 참 편안해 보인다. 파고라를 중심으로 한 클럽하우스 공간 재구축 프로젝트는 바로 이 고목에서 출발했다. 이 팽나무는 골프장이 건설되기 훨씬 전부터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클럽하우스의 건축적 배치와 구축 논리를 지배하는 장소성의 상징이었다. “현장을 처음 답사했을 때 보니 무리하게 공간적 효용성만 고려하고 지어진 기존 건축물이 고목의 머리를 누르는 불편한 모양새였어요. 몸살을 앓고 있는 나무를 보자 어떤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갈지 첫눈에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퐁피두 메스 건축한 사무소 등서 실무 이정훈 소장(조호건축사사무소)은 “그 대지의 주인공인 나무가 편안하게 자라도록 공간을 재구축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면서 “불편한 모습으로 위태롭게 공생하던 자연과 건축 공간의 화해라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새로 지은 파고라는 위에서 보면 세 갈래로 퍼진 나뭇잎 모양에 남쪽 면이 조금 더 움푹하게 들어가 있는 유선형이다. 옆에서 보면 유리는 위로 올라갈수록 뒤로 물러나며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그랬던 것처럼 팽나무가 편안하게 그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무의 생장을 고려한 결과다. 이 소장은 “조경 팀과 협조하며 1년에 나무가 얼마나 자라는지, 전지 작업을 했을 때 건물과 어느 정도 간격을 둬야 나뭇가지가 건물에 닿지 않고 편안하게 자랄 수 있을지를 감안해 디자인하고 조경도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유기적인 비정형 디자인의 구조물은 3차원 형상의 부재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공 난이도가 매우 높다. 이 소장은 프랑스 낭시 건축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라빌레트 건축학교에서 유럽건축사 디플롬을 취득한 뒤 메스 퐁피두 센터를 디자인한 시게루 반 사무소와 비정형 하이테크 건축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자하 하디드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10년간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일하면서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엔지니어링 기술로 풀어 나가는 과정을 목도했던 그는 파고라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했다. “건물은 구조가 있고 공조 설비가 지나가는 덕트가 따로 있지만 나무는 줄기가 곧 구조입니다. 나무가 주인공이 되도록 건축물을 디자인하면서 구조적으로도 자연 그 자체의 속성을 지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구조체인 줄기를 통해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며 생장하는 나무처럼 구조와 설비가 일체화된 이중 덕트 시스템을 고안했습니다.” 이 소장은 “파고라는 은유적으로 표현된 나무”라고 강조했다. 나무에서 영감을 받았고, 나무를 위해 디자인된 파고라라는 구조체의 시스템 자체도 자연의 나무를 닮았다. 안에서 보면 파고라는 보와 기둥의 구분이 없이 오브젝트 자체가 구조체를 이루고 있다. 12㎜ 두께의 철판을 용접해 만든 메인 구조체 안으로 공기 순환을 주도하는 덕트 시스템이 이중으로 지나가도록 디자인했다. 메인 구조체는 내부 공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면서 전체적인 하중 및 설비의 흐름을 유도하는 메인 관로의 역할을 한다. 이중 관로 중 내부 덕트는 환기 및 공조를, 외부 덕트는 구조체를 구성하는 덕트로 각각 기능한다. 코로 들숨과 날숨을 하는 것처럼 환기 시스템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순환하고 여름과 겨울철에는 냉난방된 공기로 실온을 유지한다. 자연의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방식과 동일한 구조다. 여섯 가닥의 굵은 메인 구조체(메인 덕트)는 세 방향의 구조적 흐름으로 분할된다. 3개로 분할된 형태는 각각 6개의 보로 나뉘어 각 지점에서 상부의 하중을 전달하도록 돼 있다. 구조체의 크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결정했다. 바람이 거센 제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구조체의 단면에 안전율을 적용했고, 환기 시스템 및 에어컨디셔닝을 위한 공기의 풍량도 고려했다. 에어컨디셔닝을 할 때 발생하는 결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밀도 단열재를 덕트 사이에 채웠다. 또 일교차가 큰 제주에서 냉난방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환기 덕트를 설치해 외기에 맞서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했다.●中서 특수 제작한 유리 고난이도 접목 이 소장은 “기능적 요구와 형태의 아름다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건축 설계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내·외부 공간에서 요구되는 투명성과 공간감, 구조와 설비 기능을 충족하면서 덕트의 관경이 충돌하지 않도록 최적화된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구축 체계에 살아 있는 자연의 속성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파고라의 구조를 완성하는 유리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파고라에는 160여개의 비정형 반강화 복층 유리와 측면을 위한 280여개의 곡면 유리가 사용됐다. 강한 비바람과 때로는 주먹만 한 우박까지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유리와 유리 사이에 필름을 부착해 격자로 접합하는 특수 유리다. 440장의 유리가 가진 곡률값이 140여개나 될 정도로 크기와 디자인이 각기 다르다. 유리에서 철분을 제거해 순백색으로 만들고 곡선이지만 왜곡이 없도록 했다. 이 소장은 “비정형 유리를 실제로 쓰기 위해서는 단열률, 열관류율을 맞춰야 했고 우박이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반강화 접합 유리로 만들어야 했다”면서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로 국내에선 찾지 못해 중국의 특수 유리 생산 공장에서 제작해 한국에서 최종 조립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의 유리 생산 공장은 프랭크 게리의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이나 렘 콜하스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었다. 오차를 1㎜ 이내로 줄이기 위해 철골 검측에 사용한 3D 스캐너를 중국 공장으로 가져가 제작 공정 중 수차례 확인했다. 가장 어려운 관문은 각기 다른 크기와 디자인의 포물선 형태를 갖춘 유리들을 한국으로 가져와 철골 구조체에 정확하게 끼워 맞추는 작업이었다. “비정형 구조체와 유리 개체들이 정확한 데이터값에 의해 제작돼야 했고, 현장에서 재조립했을 때 오차가 10㎜를 넘어서는 안 되는 정교한 작업이 요구됐습니다. 구조체와 유리의 3D 제작값과 현장에서 조립된 공간을 스캔한 값이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수차례 검증하면서 구조체와 유리 조립을 무사히 마쳤습니다.”이 소장은 “파고라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닮고자 시도한 프로젝트”라면서 “규모는 작지만 고목의 안락함을 재구축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진화를 거듭했고, 난이도가 높은 공사를 엔지니어링 기술로 해결해 나가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호수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을 은유적으로 재구축하며, ‘숨 쉬는 파빌리온’이라는 건축적 개념을 실현한 파고라는 테크놀로지가 창의적이고 건축적 완성도가 뛰어난 건축 작품에 주는 ‘김종성건축상’을 2020년 수상했다.
  • ‘전쟁 반대’ 시위, 세계 확산…가장 격렬한 곳은? 러시아 내부

    ‘전쟁 반대’ 시위, 세계 확산…가장 격렬한 곳은? 러시아 내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격렬한 시위는 다름 아닌 러시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전역에서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반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반전 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된 사람은 이날까지 최소 3093명이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24일 첫날 최소 1967명의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그다음 날인 25일에는 최소 634명, 26일까지는 최소 49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러시아 침공을 비난하는 각계의 공개서한도 쏟아졌다. 이날 6000명 이상의 의료계 종사자가 서한에 이름을 올렸고, 건축가와 엔지니어 3400명, 교사 500명도 각각 서한에 서명했다.  언론인과 지방의회 의원, 문화계 인사와 다른 직능 단체도 24일 이후 비슷한 서한을 내놨다. 모스크바에 있는 유명 현대 미술관 ‘개러지’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끝날 때까지 전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전 여론은 온라인에서도 결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온라인 청원에는 현재까지 78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심지어 러시아의 침공에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2개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는데 표를 던졌던 일부 의회의원도 침공을 비난하고 나섰다. 보통 크렘린궁의 입장을 따르는 공산당 의원 2명도 소셜미디어에서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이날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에서도 러시아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에선 워싱턴DC와 뉴욕,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각국의 시위대는 “지금 전 세계가 단합해야 한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참석자는 우크라이나 국기의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된 의상을 입었고, 다른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라”, “전쟁 반대”, “푸틴 멈춰라” 등의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 [문화마당] 고비용 저효율? 오히려 좋아!/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고비용 저효율? 오히려 좋아!/최나욱 건축가·작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자본주의 미덕은 건축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제약을 해결함으로써 이뤄지는 창작은 우리를 여러모로 놀라게 한다. 예산을 뛰어넘는 설계와 한계를 극복한 상상치 못한 디테일이 이로부터 비롯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오롯이 위배하는 건물이 있다. 영국 건축가 애덤 카루소와 피터 세인트 존이 설계한 런던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다. 세계적인 미술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20년 전 작업실을 증개축한 이곳은 자본주의를 조소해 온 작가와 어울리게도 해당 원칙과 다른 길을 걷는다.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부분은 이전 흔적을 간직한 건물 측면의 계단실이다. 기존 조적벽을 남겨 흰색 페인트로 도장하고, 계단 손잡이는 별도 디자인 없이 벽돌을 빼낸 틈으로 만든 형태다. 즉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단순한 설계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비싸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위해 정작 건축가는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건축주인 허스트는 갑절의 예산을 썼다고 한다. 벽돌을 빼내기로 한 부분이 알고 보니 건물 하중 지탱에 중요한 부분이었던 탓이다. 간단할 것 같았던 계획이 가장 고단한 일이 돼 버렸으니, 당연하게도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비용’이라는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설계 변경을 설득했다. 초기 디자인은 투자 대비 효과가 영 좋지 않으니 높은 비용을 들이려면 차라리 더 복잡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게 낫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제 돈을 더 쓰게 된 허스트의 대답은 ‘괜찮다’였다. ‘돈을 그렇게 들이는 게 티가 안 난다고? 오히려 좋아!’ 비용과 결과가 최소한 비례하거나 그것을 더 포장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이를 정반대로 거스르는 디자인이라니. 그 나름대로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계단실은 ‘고비용 저효율’을 따라 원안대로 완공됐고, 이 사실을 알 턱 없는 방문객은 ‘단순한 보존’으로만 보이는 계단을 오르내린다. 이야기를 알아야만 보이는 디테일이 여기 있다. 누군가는 자본주의를 ‘이용’할 줄 아는 작가의 또 다른 마케팅 방식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근래 유행하는 버즈 마케팅의 일종으로 별것 아닌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포장해 소비자를 속이는 게 ‘브랜딩’이라 불리는 오늘날의 자연스런 비판의식이다. 그러나 그 ‘버즈’를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인 건축가의 노고(과정의 미덕이 있다)와 이어지는 전시장의 탁월한 공간감(계단실과 전시장 간 리듬이 일품이다)을 안다면 일련의 이야기를 그저 허울뿐인 포장으로 치부하지 못한다. 본질적으로 브랜딩이 본질을 감추는 속임수가 아니라 본질을 더욱 알려 주는 방법론이었듯 말이다. 기만 어린 포장이 넘쳐나는 세태 속에서 본령에 충실한 얘깃거리는 피로하지 않으며, 오히려 무심코 지나간 것에서까지 아름다움을 들여다보게 한다. 기존 내력벽을 가공한 계단 손잡이의 시사점은 두 가지다. 일차원적 눈요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손쉽게 보이지 않는 미학’도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당연하다 여기는 세간 원칙들도 건축의 여느 조건처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막연히 단정짓는 것들로부터 ‘오히려 좋아’를 외치고, 새로운 좋음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다. 카루소와 존의 이 디테일은 지금 시대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응답인지도 모른다. 눈요기뿐인 것에 질리고, 말만 하는 것에 지쳐 가던 중 그것을 종합하고 넘어서는 작업으로서 말이다. 화려해 보이는 것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단정한 것으로부터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싶다.
  •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메모리 비즈니스/건축가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메모리 비즈니스/건축가

    대한민국은 혁신국가다.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각종 대외적 지표를 보면 부정하기가 더 어렵다. 일례로 2018년 블룸버그의 혁신지수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 2위가 스웨덴, 3위는 싱가포르였다. 2021년 다시 1위 차지를 차지하면서 ‘탈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됐다. 같은 해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선정한 ‘2021년 글로벌 혁신지수’ 5위에 오르는 등 혁신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세계적 지위는 대단하다. 2020년에는 2위였으니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진 결과가 이렇다. 근대사를 봐도 이해가 간다. 왕조국가였다가 식민지가 됐는데, 상당수 왕족들이 살아 있었지만 독립운동의 목표는 왕조국가 재건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수립이었다. 오랜 시간 한자 문화권에 있던 나라가 한글 전용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도 놀랍다(물론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외래 종교를 받아들이면서 전통적 제사 문화에 큰 변화가 온 것, 중고등학교 시험을 철폐한 것, 전통적인 농업 국가가 빠른 속도로 기계와 전자 공업을 습득한 것,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적 수준인 것 등등을 또 다른 예로 삼을 만하다. 혁신을 지향하는 나라인지라 사람들은 새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새것을 향한 열망은 단순히 개인적 선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현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새집, 그중에서 새 아파트에 대해 열광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연대가 엇비슷한 경우가 생긴다. 신축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그러다가 또 다른 새것이 등장하면 결코 오래되지 않은 것들이 새것으로서의 매력을 빠르게 잃어 간다. 새것은 새것인 순간 이미 낡아 있다. 이 대목에서 ‘메모리 비즈니스’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억산업’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담기는 장소나 분위기와 같은 것들을 중요하게 다루는 산업이라고 하겠다. 쉽게 말해서 카페나 식당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혁신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산업이 잘 자리잡기 어렵다. 연애 시절 자주 가던 골목길 안, 비좁은 카페에 자식들을 데리고 가서 ‘여기서 엄마와 아빠가 말이지…’라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그런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은 가게 주인의 사업적 아픔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들 인생의 몇 페이지 또한 찢겨 나간다. 하지만 앞을 보고 달려가는 혁신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이 또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다른 게 또 생기겠지’ 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것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곳에 잠시 정 붙이고 추억과 기억을 담다 보면 어느 날 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푯말이 나붙는다. 한 세대는 마치 영겁처럼 긴 시간이다. 이제 기억을 오래 담을 수 있는 것은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SNS, 그리고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이다. 이 모든 혁신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태권V 집이라면/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태권V 집이라면/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건물이 꽤 크다는 것을 단박에 안다. 단일 박물관 건축물로는 세계적으로도 손가락에 꼽힐 만큼 큰 건물이다. 가로로 길이는 404m이고 건물의 최고 높이는 43.08m이다. 건물 외부로 한 바퀴를 걸으면 1㎞ 정도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에 새로 집을 짓기 위해 국제설계공모를 했고, 공모에는 세계 46개국 341점(건축가 850명 참여)이 참가했다. 그중 국내 회사인 정림건축 설계안이 1등 당선작으로 뽑혔다. 건축물은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건축면적은 4만 9468.97㎡다. 이 커다란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서 박물관은 최신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시설관리시스템(FMS)은 최신 정보통신기술과 주요 장비에 대해 표준화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시설을 유지·관리한다. 박물관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관리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상설전시관의 하나인 ‘역사의 길’은 자연채광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전자제어로 태양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해 반사경을 통해 자연광을 비춘다. 가시광선만 투과해 비춘 자연광으로 건물 안에 있어도 눈이 편안하다. 누수감지시스템(LDS)은 박물관 수장고 등의 누수, 결로, 수해 등을 조기 감지해 박물관의 안전을 지킨다. 이 밖에도 고감도 조기화재감지시스템, 대기오염 감시 시스템, 계측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건물을 관리한다. 이 큰 건물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가 상설전시관의 입구 원형 공간인 ‘으뜸홀’이다. 사람들이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두 팔을 곧게 앞으로 뻗어~” 이 문장을 보며 노래를 저절로 부를 수 있다면 1970~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일 것이다. 1976년 탄생한 ‘로보트 태권V’는 김청기 감독이 만든 만화영화다. 그런데 이 으뜸홀의 천장이 로보트 태권브이가 사는 곳과 너무도 어울릴 것 같은 것이다. 으뜸홀의 천장이 열리고 닫히면 좋겠다고 가끔 생각한다. 어느 날 만화영화 감독님을 박물관에 모셨다. 그분께 기회가 된다면 이 천장을 활용해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로보트 태권브이가 저 천장을 뚫고 나간다면 얼마나 멋지겠어요!”라고 했다. 그분은 고개를 약간 끄덕거린 것 같았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연락은 없다.
  • 송혜교, 반려견과 사랑스런 ‘굿나잇’ 키스

    송혜교, 반려견과 사랑스런 ‘굿나잇’ 키스

    배우 송혜교가 반려견과 함께 화보같은 근황을 전했다. 송혜교가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Good night”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집 안에서 편안하게 누워 반려견과 입을 맞추는 송혜교의 흑백 사진이 담겨있다. 사랑스러운 반려견 만큼이나 눈을 감고 반려견에게 가족으로서 애정을 드러낸 송혜교의 모습도 사랑스럽고 따뜻해보인다. 한편 송혜교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글로리’ 출연을 확정했다. ‘더 글로리’는 건축가를 꿈꾸던 여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 잔인한 학교 폭력으로 자퇴한 후 가해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아이 담임 교사로 부임해 벌이는 철저하고 슬픈 복수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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