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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빌딩 ‘양호’… 호텔은 20도 넘어

    백화점·빌딩 ‘양호’… 호텔은 20도 넘어

    정부의 고강도 에너지 절약책인 ‘난방온도 20도 제한’ 정책은 잘 이행되고 있을까. 서울신문이 시행 첫날인 24일 김경희 에너지시민연대 간사와 함께 지정건물 441곳 중 업무시설, 호텔, 백화점 등 4곳을 직접 둘러봤다. 결과는 대체로 양호했으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사는 에너지시민연대의 자문을 얻어 한 층당 입구, 중간, 끝 등 두세 곳의 온도를 1층과 중간층, 꼭대기층까지 총 4~9회 잰 뒤 평균값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온도는 연대 측의 디지털온도계로 측정했다. 오전 11시. 외국 기업들이 주로 입주해 있는 서울 광화문 인근의 A빌딩을 찾았다. 서울을 뒤덮은 폭설이 실내까지 이어진 느낌이었다. 직원들 열에 아홉은 외투를 껴입고 있었다. 먼저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입구 쪽 온도를 쟀다. 영상 17도. 출입문으로 찬바람이 새어드는 영향 때문인 듯했다. 복도 안쪽에서 다시 재니 온도가 4도나 높았다. 건물 관리인의 제지로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중간층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매니저와 설비과 관계자를 설득해 25층의 온도를 측정했다. 이렇게 잰 건물 총 네곳의 평균 온도는 19도. 건물 관계자는 “처음 1주일 동안은 항의성 민원이 많았다.”면서 “입주 기업에 공문을 보내 양해를 구했으며, 직원들도 외투와 내복을 껴입고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여 뒤 소공동 B호텔을 찾았다. 낮 12시 1층 로비의 온도는 17도, 꼭대기층의 온도는 20.7도였다. 그러나 객실이 위치한 5층으로 올라가니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내온도는 22도. 모두 7곳에서 측정한 평균 온도는 적정선을 넘긴 20.1도였다. 이 호텔 설비과 관계자는 “다른 층은 발광다이오드(LED)등을 사용하는 반면 5층은 발열량이 큰 할로겐 전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면서 “투숙객들이 객실 온도를 스스로 올리기도 하지만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C백화점은 제한온도를 조금 밑돌았다. 평균온도는 19.8도. 추위에 떨 정도는 아니지만 ‘서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정부시책에 따르긴 하지만 현장 사정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내에 조명시설이 즐비한 데다 폐쇄적 건물 구조 탓에 매장 온도가 자연적으로 상승하는데, 정부가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김경희 간사는 “서울시내는 적정온도를 잘 지키고 있는 편이지만 몇몇 사례가 전국의 상황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적극적인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민경·김소라기자 white@seoul.co.kr
  • 폭설·한파… 설설 기는 출근길

    폭설·한파… 설설 기는 출근길

    23일 서울에 내린 눈으로 외곽순환고속도로 송파나들목 등 곳곳이 주차장으로 변하는 등 ‘휴일 폭설사각지대’가 발생했다. 눈은 오후 4시쯤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주요 간선도로의 제설작업이 이뤄졌으나 24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로 예보돼 도로 결빙으로 인한 출근길 어려움도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경기·인천·강원 영서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3~15㎝의 많은 눈이 내렸다. 오후 7시 현재 서울엔 6㎝의 눈이 왔다. 휴일날 눈이 제때 치워지지 않아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 송파나들목 부근은 오후 내내 시속 10㎞ 안팎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어 24일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곳곳에 빙판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안전운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충청과 호남 서해안 지역에는 쌓인 눈으로 비닐하우스가 붕괴될 우려가 높아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24일 아침 최저기온이 서울 영하 11도, 춘천 영하 14도, 대전 영하 8도, 전주 영하 7도, 광주 영하 5도 등 전국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강풍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훨씬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추위는 이달 말까지 계속되다가 다음 달 초쯤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공무원 9247명을 투입해 비상근무에 돌입하는 등 제설작업을 펼쳤다. 제설차 782대를 가동해 소금2057t, 염화칼슘 1572t 등 모두 3629t의 제설제를 도로 곳곳에 뿌렸다. 시는 또 24일 버스 465대를 추가 운행하는 등 대중 교통을 확대했다. 강동삼·김양진기자 kangtong@seoul.co.kr
  • [CEO 칼럼] 삼한사온(三寒死溫)… 삼한사온(三寒四溫)/고광현 애경산업 대표

    [CEO 칼럼] 삼한사온(三寒死溫)… 삼한사온(三寒四溫)/고광현 애경산업 대표

    어릴 적 고향 대전의 겨울을 아련히 떠올리면 추억이 참 많다. 친구들과 해질녘까지 놀다가 집에 오면 손등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마치 가뭄 때 논바닥 같았다. 검붉은 두 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면 고통스러우면서도 묘한 쾌감이 들곤 했다. 그때도 참 매섭게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기억들로 남아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우리 아이들이 춥다고 호들갑을 떨면 나의 어린 시절은 더 추웠노라고, 요즘 추위는 거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해주곤 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요즘 추위도 여간 매서운 게 아니다. 오랜만에 어릴 적 추위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 추위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맞게 춥고 더운 것이라면 모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라 하니 더욱 그렇다. 몇 년 전부터 사계절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봄, 가을이 사라지다시피 해 여름과 겨울이 무척 길어졌다. 지난해 봄에도 한참 동안이나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이 지속되더니, 올겨울은 한반도 겨울의 상징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사라져 한(寒)만 있고 온(溫)은 온데간데없다. ‘삼한사온’(三寒死溫)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인류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오존층이 파괴된 데서 비롯됐다. 혹한(酷寒), 혹서(酷暑), 홍수 등 악순환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의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과 접한 공기층의 온도가 상승하고 이 압력으로 아시아와 유럽 북쪽으로 찬 공기가 밀려와 혹한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워지는 역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50일 이상 한반도 곳곳을 휩쓸며 무려 20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한 끔찍한 구제역 재앙도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혹한과 구제역 사태에서 다시 한번 환경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된다. 과거에 환경문제는 현실이 아니라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교과서에서 우리는 후세를 위해 우리 강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최근의 이상기후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 우리에게 닥친 문제라는 점을 실감한다. 후세가 아니라 나 자신의 편안한 삶을 위해 친환경이 대두된 것이다. ‘친환경 경영’을 올해 기업경영의 화두로 삼고 있는 나 자신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방안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양치질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기만 해도 매번 10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평생으로 따지면 약 55만ℓ라고 하니, 결코 적지 않다. ‘조금 적게’이거나 ‘꼭 필요한 만큼만’ 써도 친환경은 가능하다.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화장지, 복사용지 등 소모품을 조금 적게, 꼭 필요한 만큼만 쓰고 더 나아가서는 친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와이드 슈머’(Wide-sumer·넓다와 소비자의 영단어를 합친 말로 넓은 시야를 갖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신조어)가 돼 보는 것도 괜찮겠다. 많은 기업이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친환경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제품 가격이 좀 더 비싸거나 조금이라도 성능이 떨어지면 이를 결코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같은 조건이라면 친환경 제품을 택하겠다는 의견이 무려 80%에 달하지만, 알뜰한 소비자들은 실제 구매 시에 친환경 제품보다는 값싼 제품을 더 선호한다. 결국 소비자의 자발적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큰 편익을 제공하고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기업에 있는 셈이다. 이런 게 요즘 얘기하는 ‘스마트 그린’이 아닐까. 겨울철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중국이나 일본 출장을 갈 때는 짐을 최대한 줄여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동참해야겠다.
  • 경남서 첫 구제역 의심신고

    주말 사이 경북 상주, 문경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경남 김해 주촌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돼 축산 농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의심신고가 돼지농가에서 나와 현재 36%에 불과한 저조한 돼지 백신 접종률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에 걸쳐 한우에는 백신 예방접종이 완료됐지만 ‘종돈’(種豚)을 제외하고 ‘모돈’(母豚)과 비육돈(일반돼지)에 대한 접종률은 강추위와 폭설 등으로 인해 현저히 낮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해당 농가에 대한 임상 관찰 결과 사육되는 돼지들이 수포가 생기고 일어서지 못하는 증세를 보였으며, 39마리의 새끼 돼지가 집단 폐사했다. 이에 따라 도는 농장주 등 관련자와 가축의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리고 긴급 방역을 하는 한편 이날 밤늦게 반경 500m 이내 농가의 돼지 6500여 마리에 대해 예방 살처분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24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경남도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지난 22일까지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춘절 기차표 내놔”…역장실 속옷난동 포착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설날) 연휴기간 인구 대이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향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남성이 역장실에 뛰어 들어가 나체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 시나닷컴에 따르면 저장성 진화 시에서 일하는 천 웨이웨이(32)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고향 행 기차표가 모두 매진됐다는 소리에 격분해 역장실에서 강하게 항의하다가 공안 당국에 체포될 뻔 했다. 천은 판매 창구가 열기 전날부터 추위 속에서 14시간을 꼬박 기다렸는데도 그의 고향인 허난성 상추시로 가는 춘절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다. 고향을 갈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난 그는 곧장 역장실로 뛰어 들어가서 옷가지를 하나씩 벗어던지고 팬티바람으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천은 “얼마 전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고향에 가지 못해서 아들을 보지 못하게 생겼다. 이렇게 오랫동안 표를 사려고 기다렸는데 사지 못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루 1회 운행하는 귀향길 열차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는 말이었다. 공공장소 음란혐의로 공안에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나서야 천은 옷가지를 챙겨 쓸쓸히 돌아와야만 했다. 문을 나서면서 천은 “기차가 아니라도 어떻게라도 반드시 고향에 가겠다.”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올해 연휴기간 동안 여객량이 지난해에 비해 11.6%가 늘어난 28억 5000만 명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광저우, 상하이, 충칭, 청두 등 주요도시 역에서는 열차표를 사기 위해 몰려든 농민공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마네킹으로 대신 줄을 서는 등 이색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겁나게’ 추운 날씨 설에도 계속될까?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에 묻다

    온도계 보기가 겁나는 겨울입니다. 연일 곳곳에서 한파 특보가 내려지고 있고 최근 부산에서는 96년만의 한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이런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21일 오후 7시30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쏙 서울신문’ 스튜디오로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을 모시고 얘기 들어보았습니다.김 대변인과의 대담은 20일 오후 3시쯤 진행됐습니다.  ▷이호준 앵커- 어떤 이유에서 이런 한파가 오고,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겨울이면 북쪽의 대륙고기압이 확장해 내려오는 계절이기에 원래 춥습니다. 다만 작년과 올 겨울 북극 진동에 의한 북극의 한기가 남하해 올해 더욱 추운 날이 많습니다. 이런 추위는 1월 하순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여경 앵커-다음 주면 설 연휴인데 한파가 계속될까요.  다음 주 초반부터 다시 한파가 극성을 부리다가 설 연휴에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호준 앵커-한파 특보가 발령되는 횟수는 예년보다 잦은 편인가요.  한파주의보의 기준이 올 겨울부터 바뀌어 늘어난 면도 있지만 최근 10년간 연(年) 평균 1.6회 내렸습니다. 올해는 서울에서만 모두 9회 발표됐으니, 예년보다 많은 편이죠.    ▷최여경 앵커- 매년 이런 한파가 계속되는 건가요.  조금 전 말씀드렸듯이 매년 겨울이면 우리나라에 한파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올해와 같은 수준의 강한 한파가 매년 반복되지는 않을 겁니다. 자연에는 변동성이 늘 있습니다.    ▷이호준 앵커 - 지구과학을 배울 때 겨울철 한반도 기후의 특징이 ‘3한 4온’인데, 완전히 깨진 듯합니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 북쪽의 대륙은 더욱 냉각되어 대륙고기압이 발달해 남쪽으로 확장합니다. 그때마다 한반도에는 추위가 찾아옵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 덩어리는 사나흘 지나면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섞여 변질되어 추위가 누그러진다. 이러한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 변화의 특성을 ‘3한 4온’이라 말합니다. 올해도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나흘 기온이 뚝 떨어졌다가 사나흘 다시 오르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으니 3한 4온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최여경 앵커- 기상청에 근무하신 동안 겪은 최악의 한파인가요. 아니면 다른 기억나는 경우가 있는지요.  1981년 1월 5일 양평에서 관측된 영하 32.6도가 남한에서 가장 낮은 기온입니다. 이때 소주병이 깨질 정도로 추웠지요.    ▷이호준 앵커 - 날씨 예보가 자주 틀린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1년 365일을 기준으로 보면 기상예보 적중률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니라면서요? 조금 억울한 느낌도 있으시겠네요.  당연히 기상청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지요. 기상청 예보 정확도는 90% 정도입니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맞고 한 번 정도 틀린다는 의미인데,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날씨예보인 만큼 불확실성을 안고 있습니다. 모든 예측이 다 그렇지만 날씨, 경제, 건강 문제는 이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100%의 예측 정확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최여경 앵커- 특히 얼굴이 잘 알려져 있으니 왜 이렇게 날씨를 틀리느냐는 지적을 몸소 당하기도 할 듯한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면.  예보가 빗나갔을 때 손해를 본 분들이 강하게 항의를 하십니다. 작년 1월 4일 서울에 폭설이 왔을 때 고층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크레인 사업자가 여러 대의 작업을 못하게 돼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거칠게 항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호준 앵커- 요즘같은 혹한기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추웠습니다만 최근 겨울이 그만큼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몸이 과거보다 따뜻해진 최근 겨울에 익숙해졌습니다. 자동차나 난방이 잘 된 건물 안에서의 실내 생활이 많아져 거리로 나설 때 추위를 상대적으로 더 느끼게 됩니다.한파가 닥치면 노약자는 가능한 외출을 삼가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최여경 앵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화마당]다문화를 생각하는 시간/신동호 시인

    [문화마당]다문화를 생각하는 시간/신동호 시인

    추위가 매섭다.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러 가는 짧은 거리, 벌써 이부자리에 남기고 온 온기가 그립다. ‘이런 추위 속으로 옛 인류들은 어떻게 걸어갔던 것일까.’ 어깨 위로 내려앉은 한기에 몸서리치며 지하철역으로 달려간다. 끊임없이, 제도화되고 안정된 삶 속에서도 이동하는 사람들. 그들의 틈에 섞여 몸 안의 세포들이 출렁인다. 참으로 신기하다. 매번 같은 시간의 지하철임에도 모르는 사람들뿐이다. 등과 등이 부딪치며 그래도 우리는 함께 간다. 온풍이 하늘 가득한 초원에서 어느 날 북쪽으로 발길을 옮겼을 인류의 조상 누군가를 생각하는 동안 지하철은 종착역에 멈춰 섰다. 그는 왜 추운 곳으로 갔을까? 인천으로 가는 1호선 환승역에서 동남아인들의 낯선 언어가 들린다. 한국의 겨울바람에 조금은 익숙해진 모양이다. 하얀 입김을 내면서 방향을 잘 잡아 줄을 선다. 이 땅은 과연 저들에게 고향을 떠나올 만큼 평등하게 기회를 주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들은 왜 투명한 바다와 낙천적인 문화의 공간을 떠났을까? 어린 시절 나는 미군 부대가 주둔한 소도시에 살았다. 초등학교 교실 한 반에는 늘 한두명의 혼혈친구가 있었고 그들은 한 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전학을 갔다. 멀리 아버지의 나라로 갔다는 주장이 있었고 다른 도시의 부대로 떠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무튼 남아 있는 꼬마들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주소를 받아뒀거나 집에 놀러 가봤거나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친구가 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너무도 낯선 얼굴이었다. 철들어 생각해보면 아쉽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들도 그저 철부지들에 불과했을 터인데, 얘기를 나눠본 기억조차 없다. 대제국 몽골의 힘은 문화의 평등한 수용이었다고 한다. 칭기즈칸의 궁궐에는 터번을 쓴 총리가 있었고 다른 언어들이 뒤섞여 재주와 능력의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미국 뉴욕이 가진 창조의 힘 또한 다양한 인종들이 가진 문화의 흡수력에 있다. 유대인들의 가게에서 철저하게 정리된 전자제품을 사고 태국인의 가게에서 매운 해산물요리를 먹는 동안 뉴요커들은 배척보다는 수용에 익숙해진다. 뉴욕이 신진 아티스트들의 천국인 이유는 이런 까닭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창조적 문화는 융합 속에서 탄생한다. 대학로에서 만나는 몽골 사람들의 좌판, 배를 채우러 온 인도인들 틈에 혼자 앉아 카레를 먹는 아가씨, 차이나타운과 중국인들의 축제, 필리핀 아내와 베트남 엄마. 조금은 익숙해진 이런 풍경들에 좀 더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갈 일이다. 날씨가 추우니까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가지라고? 아니다. 기회를 찾아 우리에게 온 그들을 평등하게 대하라고?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많아진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은 우리들의 기회를 의미하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문을 꼭꼭 닫아놓고 살던 우리들에게 다양한 문화와의 만남을 주는 것도 그들이요, 그런 문화와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의식을 제공해주는 이들도 그들이다. 평화와 공존이란 이념교육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훈련되는 것이 아닐까. 대륙 사이를 오가는 교통수단과 더불어 세계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사람들이 만나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 그러나 환경에 적응하고 문화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아마도 걷는 속도에 맞춰져 있었을 터, 나와 그들이 ‘우리’가 되는 시간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문득 다가와 있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소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인도 자이나교의 비폭력과 힌두교의 다양성을 배운 소년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이맘때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된 베트남 엄마에게 감격의 심사평을 들려주는 대가들…. 춥다. 1호선이 좀 늦다. 사람이 그리워진다. 가족이 멀리 있고, 친구들조차 곁에 없다면 그가 누구든 나는 그와 함께 온기를 나눠야 살 수 있다. 추운 곳으로 발길을 옮긴 인류의 조상 덕분에 우리들에게 그리움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동남아 청년과 눈인사를 나눴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춥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17) 충남 예산 용궁리 백송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17) 충남 예산 용궁리 백송

    한파 특보를 몰고온 동장군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엄동, 눈을 잔뜩 품은 구름이 거센 바람 따라 휘몰아치는 설한이다. 엄동설한의 한적한 시골길은 정적에 휩싸였다.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도 하릴없이 침묵에 들었다. 숱하게 겪어온 겨울의 기억을 나무는 수백개가 넘는 나이테로 줄기 안쪽에 깊숙이 쌓았다. 다시 하나의 나이테를 쌓으며 나무는 혹한의 계절을 흘려보내는 중이다. 추위로 얼어붙은 겨울 시골 길 위에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나무에는 가느다란 떨림조차 없다. 나무의 속살에, 그리고 나무 앞에 놓인 겨울의 침묵이 견고하다. 나무가 겪어온 세월의 깊이만큼 깊고 먼 침묵이다. ●번식도, 옮겨 심기도 까다로운 나무 나무는 200여년 전인 1809년 추사 김정희 선생이 손수 중국에서 들여와 심고 애지중지 가꾼 백송이다. 백송은 소나무와 사촌 간인 나무이지만, 생김새가 유난스러워 눈에 잘 띈다. 줄기는 흰색 바탕에 밝은 회색의 얼룩이 신비롭게 어우러졌다. 그래서 백송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고향인 백송은 고향을 떠나서 자라는 생육 능력이 미약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나무다. 자람이 더딜 뿐 아니라, 옮겨심기도 무척 까다롭다.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오래 된 백송은 중국을 오가던 사신이나 양반가의 선비들이 한 그루씩 얻어와 심어 키운 나무들이다. 백송도 봄이면 여느 소나무들과 같이 꽃을 피우지만, 그것의 꽃가루를 받아줄 다른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가수정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꽃가루받이를 겨우 이룬다 해도, 튼실한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 토종 생물의 생태계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여느 귀화식물과 달리 백송은 여전히 희귀 식물일 수밖에 없다. 까닭에 여태 살아 있는 백송은 대부분 식물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중국과의 교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실마리를 품은 문화재로서의 의미가 크다. 거개의 오래 된 백송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귀하게 보호하는 이유다. 추사가 자신의 생가 곁에 심은 예산 용궁리 백송 역시 천연기념물 제106호로 지정한 문화재다. ●추사의 삶을 증거하는 대표적 자연물 신비로운 흰빛의 백송은 추사 고택에서 조금 떨어진 추사의 고조부 김흥경의 묘지 앞에 있다. 백송에서부터 과수원 길을 따라 600m쯤 걸어오면 추사 고택이 나온다. 나무 앞의 견고한 침묵과 달리 고택 주위에는 매운 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가는 사람이 다문다문 눈에 띈다. 젊은 연인도 있고, 삼대의 가족을 동반한 관광객도 있다. 그들 사이에 문화재 해설사 김선자(48)씨가 있다. “백송은 흔치 않은 나무인데, 추사 선생은 어릴 때부터 백송을 보면서 자랐어요. 청나라 연경에서 백송을 들여올 만큼 애정이 각별했지요. 키우기 어려운 나무이지만, 고택 안팎에 몇 그루의 백송을 더 심은 것도 선생의 그런 뜻을 기리기 위한 거죠.” 추사 고택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김 해설사는 추사 선생의 행적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연물이 백송임을 강조한다. 고택 주위에 백송을 새로 심은 까닭도 자분자분 풀어놓는다. 고택 뒤란과 솟을삼문 앞에 제가끔 한 그루씩의 백송을 심은 건 28년 전이다. 뒤란의 백송은 젊은 나무의 기세로 잘 자랐으나, 솟을삼문 앞의 백송은 이태 전 여름에 말라죽어 어린 백송을 새로 심었다. 추사 고택에 백송이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추사가 백송을 처음 만난 건 천연기념물 제4호였던 서울 통의동 백송이었다. 1993년 고사해 지금은 볼 수 없는 나무로, 추사의 증조부인 김한신이 영조의 둘째 딸인 화순옹주와 혼사를 치른 뒤, 영조가 마련해 준 월성위궁(月城尉宮·현재의 정부종합청사 부근) 앞에 서 있었다. 월성위궁에 머무르며 박제가에게 가르침을 받던 어린 시절의 추사에게 깊은 인상을 준 나무였다. 이후 24세의 청년이 된 추사가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연경에 간 적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연경에서는 백송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백송을 추사는 자신의 집에 가져다 심고 싶었다. 그때 그가 가져와 심은 나무가 바로 용궁리 백송이다. ●역사로 살아나는 나무의 견고한 침묵 훗날, 사람들은 추사가 백송의 씨앗을 필통에 넣어 들여왔다고도 하고 어린 묘목을 가지고 왔다고도 한다. 씨앗 번식이 쉽지 않은 백송의 생육 특징을 감안하면 묘목으로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지난여름, 태풍 곤파스가 닥쳤을 때에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혹시라도 우리 백송이 다칠까 봐 안절부절못한 거죠. 그때 백송 주위에 서 있는 큰 나무 160그루가 처참하게 쓰러졌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많은 나무들이 무너져 내리던 그날 밤에도 백송은 가지 하나 부러지지 않고 온전히 살아 남았어요.” 김 해설사의 홍조 띤 얼굴에 백송에 대한 극진한 애정이 한가득이다. 세개의 가지 가운데 두개를 잃고 한개의 가지만 남았건만, 나무가 뜸직한 자태로 추사의 삶을 증거할 수 있는 건 김 해설사처럼 나무를 제 몸처럼 여기는 이곳 사람들의 애정이 살아 있는 까닭인 게 분명하다. 다시 나무 앞에 섰다. 여전히 나무 앞에 놓인 침묵은 견고하다. 흐르는 바람 따라 백송 앞으로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은 아주 천천히 역사가 되고 언어가 된다. 침묵이 깊을수록 그 안에서 배어나오는 언어가 더 신비롭다는 걸 겨울 백송이 깨우쳐준다. 글 사진 예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 산73-28. 새로 난 대전·당진 간 고속국도의 고덕나들목을 이용하면 추사 고택까지 편리하게 갈 수 있다. 고덕 톨게이트에서 1.2㎞쯤 가면 대천교라는 작은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건너자마자 좌회전해 500m 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다시 좌회전해 11㎞ 가면 용궁사거리에 이른다. 좌회전하여 1.4㎞ 가면 왼쪽으로 추사 고택과 기념관에 닿는다. 나무는 고택에서 600m 더 들어가면 볼 수 있다.
  •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일시적 빙하기’라지요? 한 달 가까이 혹독한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동장군이 휘두른 날선 칼날은 도시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벨 기세였습니다. 이 엄혹한 도시에서 ‘따뜻한 남쪽나라’가 떠오른 것은 당연했지요. 인공위성에서 본 대한민국이 온통 흰눈과 얼음으로 덧칠돼 있을 때, 동장군의 서슬을 뚫고 초록으로 빛나는 곳은 제주가 유일했습니다. 제주에서라면, 따스한 바람과 도처에서 만나는 초록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얻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겨울 속 초록 풍경을 좇아 제주로 ‘철 없는’ 봄마중을 떠났습니다. ●‘쑥대낭’(쑥쑥 자라는 나무) 늘어선 사려니숲길 겨울 숲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이파리가 무성할 때는 보이지 않던 숲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수없이 겹쳐진 나무 둥치며, 사이사이 빼곡히 들어찬 흰 눈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제주가 자랑하는 숲은 여럿이다. 그 중 겨울 제주 특유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사려니숲길에 한 표를 던지겠다. 사려니숲길은 진초록빛 삼나무와 난대림의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물찻오름 등 오가며 만나는 오름들은 풍경의 덤. 지난해 15만명이 다녀갈 만큼 여행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최근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현빈)이 라임(하지원)을 두고 오스카(윤상현)와 자전거 하이킹 내기를 펼친 곳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들머리는 제주시 봉개동 절물휴양림 인근 1112번 도로다. 예전엔 대부분 그냥 지나쳤지만, 물찻오름 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평일에도 수십대의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려니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물찻오름 쪽을 기준 삼을 경우, 성판악휴게소로 내려가는 코스(9㎞)와 붉은 오름을 돌아 내려가는 코스(10㎞), 그리고 사려니오름 방향으로 가다 월둔삼거리에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14㎞) 등 세개다. 여기에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옆에서 출발해 삼나무 전시림, 사려니오름 등을 돌아 오는 6.5㎞ 순환코스가 더해진다. 이중 대다수 외지인들이 선택하는 길은 원점회귀 코스다. ‘참꽃나무 숲’ ‘치유와 명상의 숲’ 등 볼거리들이 어어져 있다. 원래 사려니숲길은 1112번 도로에서 물찻오름, 월둔삼거리 등을 거쳐 사려니오름에 이르는 15.5㎞ 구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월둔삼거리에서 1.5㎞쯤 지난 곳에서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길이 끊겼다. 보호지역이어서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돌아오거나, 붉은 오름을 거쳐 내려와야 한다. 삼나무가 펼쳐내는 올곧은 수직세상과 만나려면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쪽에서 올라야 한다. 가장 덜 알려진 코스이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들머리 옆이 쓰레기매립장이어서 첫인상은 꺼림칙하지만, 일단 능선을 밟고 서면 색다른 제주의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이 코스의 자랑은 삼나무 전시림이다. 제주 사람들은 삼나무를 쑥쑥 자란다는 뜻에서 ‘쑥대낭’이라 부른다. 널리 알려진 봉개동 숲터널의 수령 30~40년 된 삼나무보다 곱절은 오래된, 나이 80세 이상의 ‘쑥대낭’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총 1850그루. 숲길 가운데 970m의 목재 데크를 깔아 관람 편의를 더했다. 사려니오름(513m) 정상에서 마주하는 제주 풍경도 각별하다. 제주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지역이 한눈에 잡힌다. 들머리에서 삼나무 전시림과 사려니오름을 돌아오는 데 6.5㎞, 3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들머리에 차량 20여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코스는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된다. 입장객은 평일 100명, 주말 200명으로 제한된다. jejuforest.kfri.go.kr, 혹은 ‘제주시험림 탐방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매주 월, 화요일은 쉰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064)732-8222. ●늘푸른 곶자왈 아래 거대한 용암동굴 제주의 이색적인 숲 가운데 하나가 곶자왈이다. 척박한 탓에 농토로 쓰이지 못하고, 가축을 방목해도 효율성이 떨어져 사실상 버려졌던, 불모의 땅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덕에 태곳적 모습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고, 최근엔 ‘제주의 허파’란 상찬 속에 생태적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류(熔岩流)가 분포한 지대에 형성된 숲’이다. 쉽게 말해 굳은 용암 위에 형성된 숲이다. 제주의 여러 곶자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선흘리 곶자왈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이라고도 불린다. 곶자왈에 들면 아늑하다. 간간이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을 뿐, 초록빛 일색이다. 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은 “곶자왈이 포근한 것은 지하에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라며 “노루 등 동물들이 동백동산 내 26개에 달하는 동굴(숨골) 주변에서 겨울을 난다.”고 전했다. 곶자왈 안에 수많은 양치식물과 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반면 여름엔 표층보다 찬바람이 분다. 곶자왈은 요철 형태의 지형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이곳 같다. 뱀과 오소리 등도 많이 서식한다. 산책로 이외의 지역을 들여다보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란 얘기다. 습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돌아보는 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용암 위가 곶자왈이라면, 아래는 거대한 용암동굴군(群)이다. 선흘리 곶자왈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제주가 세계에 자랑하는 용천동굴이 있다. 2005년 구좌읍 월정리 인근 전신주 교체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이듬해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길이는 약 3.6㎞.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의 전용문 지질학 박사는 “용천동굴은 20만~3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용암종유, 용암석순 등 용암에 의해 형성된 생성물은 물론, 동굴진주 등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석회 생성물들도 가득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동굴”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3일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선포식 이후 관계 당국의 협조를 얻어 용천동굴 일부를 둘러봤다. 용암이 흐르며 만든 거대한 동굴 속에 각종 생성물들이 빼곡하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세계다. 숨 한 모금 내뱉기도, 발걸음 한발 내딛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겨우 100m쯤 돌아봤는데도 동굴의 존재감은 방문객을 무겁게 압박했다. 아쉽게 용천동굴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겨우 사람 한명 들어갈 정도의 입구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딛고 선 발 아래 수십만년 전의 기이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다.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어우러진 풍경 초록의 겨울 풍경이라면 차밭도 빼놓을 수 없겠다. 초록빛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서귀포 도순동의 도순다원이다. 규모로는 오설록녹차박물관을 품은 서광다원이 앞서지만, 서정적인 풍경이라면 도순다원에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차밭 사이 고샅길에 서서 팔을 뻗으면 한라산 부악이 한 손에 잡힐 듯하다. 멀리 발 아래로는 물비늘 반짝이는 서귀포 앞바다가 두 눈에 가득 찬다. 초록 계단엔 녹차잎들이 줄지어 섰다. 그 고운 자태에 가슴에서 날 선 긴장이 가뭇없이 사라진다. 입 끝엔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초록이 주는 위안이다. 도순다원은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달 14일 다시 문을 연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 사려니숲길은 1131번 도로 교래입구삼거리에서 절물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전 1112번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중간쯤에 있다. 숲에 편의시설은 없다. 물과 도시락 등은 지참해야 한다. 선흘리 곶자왈은 1136번 도로에서 태왕사신기세트장 쪽에 있다. 제주관광공사 740-6000. 도순다원(739-0419)은 16번 국도를 타고 서귀포시 도순동까지 간 뒤, 도순2교에서 한라산 쪽으로 1.5㎞쯤 오르면 나온다. →맛집 서귀포 색달동의 기원뚝배기(738-7722)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집. 오분자기 뚝배기가 주종목이다. 한림읍사무소 앞 이가네흙도야지가든(796-4705)은 흑돼지 요리 전문집. 모자반으로 만든 향토 몸국도 별미다. →잘 곳 표선면 해비치호텔은 시승차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슈페리어 1박과 조식권(2인)에 실내수영장, 헬스클럽 무료 이용 등을 묶었다. 차종은 K5, K7, 제네시스 등이다. 당일 상황에 맞춰 배차된다. 24시간 쓸 수 있어 제법 알차다. 주중 27만원, 주말 33만원. 780-8000.
  • 구제역 첫 과로사 공무원 故원영수씨 눈물의 영결식

    구제역 첫 과로사 공무원 故원영수씨 눈물의 영결식

    “10년, 아니 20년이 지나도 잊지 않겠습니다.” 밤새도록 구제역 방역에 동원됐다가 과로로 순직한 경기 의정부시 공무원 원영수(49)씨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9시 의정부시청 주차장에서 ‘시청장’으로 엄수됐다. 동료들은 추모사에서 고인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의정부의 아침 기온은 영하 15도, 혹한의 추위는 원씨를 보내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흘리는 눈물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원씨는 지난 13일에 이어 14일에도 밤샘 근무에 나섰다가 이튿날 아침에 출근한 뒤 가슴의 통증을 호소했다. 원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72세의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던 효자였고 중학교 1, 2학년생인 두 아들의 아버지였다. 아내 김모(45)씨에게는 든든한 남편이었다. 모두가 원씨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것이다. 영결식은 18년 동안 사회복지분야 공무원(별정직 5급 추서)으로 자신보다는 가난한 사람, 고단한 삶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던 원씨의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는 자리이기도 했다. ●혹한 속 이별… 눈물마저 ‘꽁꽁’ 장의위원장을 맡은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고인은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나보다 소외받는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걱정을 했다.”면서 “대학 선배가 시장이 됐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흐느껴 울었다. 그때까지 눈물을 꾹 참아내던 원씨의 아내가 소리내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장례를 치르는 5일 동안 두눈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흘리고도 남았던 눈물이다. 아내의 눈물에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배어 있다. 원씨의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까지 해야 하기에, 남편의 마지막길마저 편히 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숨어 있다. 더구나 순직 결정을 받으려면 부검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화장을 하고도 한달 동안 남편을 하늘로 보낼 수 없는 서러운 눈물이다. 영하의 날씨 때문인지, 겉옷도 걸치지 못한 채 얇게 차려입은 상복 때문인지 가볍게 떨리는 아내 김씨의 어깨는 지켜보는 이들을 더욱 애처롭게 했다. 원씨를 기억하는 동료들은 한결같이 “겸손하고 성실한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료들은 “1998년 8월 갑작스러운 폭우로 의정부 시내에 물난리가 났던 때에도 원씨는 한달여간 사무실에서 생활하며 씻지도 못한 채 수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차가 시청을 빠져나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족과 500여명의 동료들이 마지막 배웅을 했다.… ●고령군 女공무원도 과로로 숨져 한편 구제역 방역활동 중 첫 과로사한 원씨에 이어 지난 16일 경북 고령군에서도 보건소 공무원 곽석순(46·여·7급)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곽씨 역시 계속되는 야근과 새벽 근무로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 사진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북반구 얼어붙고 남반구는 잠기고

    북반구 얼어붙고 남반구는 잠기고

    지구촌이 연초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겨울인 북반구가 극심한 한파와 ‘눈 폭탄’의 기습을 당한 사이 여름인 남반구는 최악의 폭우로 ‘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기상 재난은 모습만 다를 뿐 모두 온난화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브라질 폭우·산사태로 670여명 사망 물에 잠긴 남반구 중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곳은 브라질이다. 연초부터 계속된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 주의 폭우와 산사태로 17일(현지시간)까지 모두 6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흙더미에 파묻힌 주민이 많아 사망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북동부 지역을 덮친 홍수로 최소 40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가옥 수천 채가 파손됐다. 또 큰 비 탓에 해바라기와 대두 등 곡물 작황에도 피해가 예상된다. 이웃 모잠비크에서도 폭우로 최소 10명이 숨지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100년 만의 홍수로 물바다가 된 호주 퀸즐랜드 주에서는 재난 사망자가 20명으로 늘었고 12명이 실종됐다. ●온난화로 한·중·일 되레 한파 북반구에서는 한국의 중부 지역 최저기온이 17일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진 것을 비롯해 한·중·일 3국이 모두 혹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중국 동북지방 대싱안링(大興安嶺)의 기온이 영하 48도까지 내려가면서 천년 만의 추위라는 뜻의 ‘천년 극한’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일본도 지난 16일 홋카이도 리크베츠가 영하 28도, 아오모리 현 히라카와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등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었다. 김회철 한국 기상청 통보관은 “남·북반구의 기후 이상은 모두 온난화와 관련 있다.”면서 “북반구 한파는 북극 기온 상승으로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서 추운 공기가 남하해 발생한 것이고, 남반구의 홍수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떨어진 대신 서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는 라니냐 현상 때문에 호주 등에 비구름이 활발히 만들어져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작년보다 더 춥게 느껴지더니… 바람 탓

    작년보다 더 춥게 느껴지더니… 바람 탓

    올겨울의 절대기온은 지난해보다 다소 높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과거 어느 해보다 더 춥다고 느끼고 있다. 유독 올해가 춥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기온이 아니라 체감온도 때문이다. 체감온도는 몸이 빼앗기는 기화열로, 바람·습도·일사 등과 관계가 깊다. 같은 영하의 기온이라도 바람 등 주변 조건에 따라 느끼는 추위의 강도가 달라진다. 18일 기상청은 “올 들어 17일까지 서울의 평균기온(영하 6.92도)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기온(영하 7.34도)보다 높지만 바람이 초속 0.63m가 더 강해 체감온도는 더 낮다.”고 밝혔다. 체감온도는 풍속·습도·일조시간 등 기상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겨울철에는 풍속의 영향이 가장 크다. 기상청 관계자는 “영하 3도에서 습도가 같고 바람이 초속 3m로 더 세게 불면 체감기온은 2배(영하 6도)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풍속에 따라 체감온도가 일정하게 낮아지진 않지만, 추운 겨울일수록 기온에 미치는 풍속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 영상의 기온에서도 바람이 강하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끼는 것도 체감온도 탓이다. 지난해보다 유독 춥게 느껴지는 올겨울, 바람도 더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지역 평균 풍속은 초속 2.81m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초속 2.18m보다 0.63m가 더 강했다. 초속 1m의 바람에서 체감온도가 1~1.5도가량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0.63m의 바람으로 1도가량 더 낮다는 의미다. 특히 한파가 세차게 몰아쳤던 3일간 서울의 평균 기온과 풍속을 살펴보면 체감온도는 북극과 같았다. 지난 15일 영하 12.2도에 초속 4.9m, 16일 영하 14.5도에 초속 3.4m, 17일 영하 9.7도에 초속 2.4m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같은 달 15일 초속 2.4m(영하 5.0도), 16일 초속 1.9m(영하 6.4도), 17일 초속 1.4m(영하 4.0도)보다 바람도 강했고 기온도 낮았다. 1월 이후 바람이 초속 3m 이상 분 날도 올해는 6일이었던 데 반해 지난해는 단 하루에 불과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영하 10도에서 시속 30㎞의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라며 “올해 순간적인 돌풍이 많아 체감온도는 급격히 낮았다.”고 말했다. 폭설로 도로 곳곳에 쌓인 눈이 녹지 않아 습도가 높은 점도 체감온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비교적 높은 습도는 체온을 빼앗아 체감 추위가 더욱 깊어진다. 또 활동시간대인 낮 최고기온도 올해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시민들이 올겨울을 더욱 춥게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기온은 각각 영하 6.9도, 영하 10.7도, 영하 4.8도로, 지난해 같은 날 영하 0.6도, 영하 2.1도, 영상 1.4도보다 훨씬 낮았다. 이 때문에 평균기온에서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높아도, 체감 추위는 올해가 더 혹독한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는 한파가 하루 이틀 몰아치다가 곧 풀렸는데, 올해는 한파의 지속 기간이 다소 길어져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과학기사’에 남은 궁금증 풀어주기를/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과학기사’에 남은 궁금증 풀어주기를/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희망과 새로운 각오로 한해를 여는 연초부터 매서운 추위가 녹록지 않다. 게다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서울신문도 날씨와 ‘가축 전염병’ 기사가 유난히 많은 한 주였다. ‘꽁꽁 언 물레방아’(1월 10일), ‘소낙눈에 발 冬冬’(1월 12일)과 같은 화보가 독자의 시선을 끌었고 ‘전국 오늘도 꽁꽁’(1월 11일), ‘주말 최강 한파’(1월 14일), ‘전국에 한파·강풍…수도관 동파 등 피해 속출’(1월 15일) 기사로 예보와 피해 상황을 전달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추위가 계속되는 것일까? 지구 온난화가 환경 파괴와 관계가 있는지 독자는 여전히 궁금하다. ‘AI 수도권까지 올라왔다’(1월 11일), ‘AI ‘경계’로 한 단계 격상’(1월 12일) 기사에 이어 ‘AI 경기 안성까지 확산…구제역 이어 전국 초토화되나’(1월 13일) 기사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현황을 지도로 나타내고 역대 구제역 발생 특징을 표로 비교한 의미 있는 기사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 환경이나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과학적인 설명은 부족하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기사도 있다.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겨울에도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기사(1월 12일)를 보자. ‘엽채류는 전조(電照)용 LED를 비추어 꽃이 피지 않도록 하고 과채류는 보광(補光)용 LED로 많은 빛을 공급한다.’는 설명은 쉽지 않다. IT나 의료, 환경과 같은 과학 분야 기사는 용어도 생소하고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전문일간지뿐 아니라 종합일간지에서 ‘과학’, ‘사이언스’, ‘뉴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과학 섹션을 따로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신문은 몇몇 일간지에 비해 지면이 많지 않다. 별도의 ‘과학면’도 없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산업계의 새해 변화를 전망한 ‘태양전지·풍력 터빈…신재생에너지가 블루오션’(1월 1일) 기사는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고속전기차 공개행사 사진을 함께 실었다. 기사의 4분의1 크기다. 바이오 연료나 클린에너지에 대한 원리를 그림으로 제시했다면 효과적인 지면활용이 되었을 것이다. 건강이나 국제, 스포츠 섹션에서도 과학 원리를 쉽게 풀어줄 기삿거리가 적지 않다. ‘오래된 인류의 꿈 우주여행 길잡이’(1월 14일)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 기사다. TV 편성란을 통해 우주에 관한 상식을 간결하면서 알기 쉽게 독자에게 전달한 좋은 사례다.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공계 대학생 가운데 학교를 그만두거나 비이공계로 옮긴 학생은 2007년 이후 3년간 5만 6000명이나 된다. 의학·법학 전문대학원이 인기를 얻으면서 서울대 공대 대학원 박사과정은 3년째 미달사태다. 대통령도 ‘기성세대 책임’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미래가 IT, BT와 같은 첨단 과학 육성에 달렸음을 생각하면 심각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지성 자크 아탈리와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의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한국의 미래를 말하다‘(1월 10일)는 의미 있었다. 14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기초과학 육성에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사회가 간과하는 소중한 가치를 주목하게 만드는 데 있다. 과학 기사를 ‘즐겁게 읽는’ 과정에서 사회의 지향점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이야말로 신문의 사명 중 하나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2011’의 화두 중 하나는 ‘스마트’다. 스마트폰이 이미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고 스마트TV도 확산될 모양새다. 2011년이 ‘과학기술’과 독자가 더욱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스마트 신문’의 서막을 여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 [꽁꽁 언 寒半島] 전례없는 혹한 왜?

    한반도가 보기 드문 혹한으로 얼어붙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기온이 떨어져 예년보다 11일이나 이른 이달 2일 한강이 결빙했다. 도대체 한반도 주변 기상체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구온난화가 핵심 원인 전문가들은 한파의 직접적인 원인이 “시베리아의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북극에 있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한반도를 엄습한 추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위도까지 강타한 북극진동의 영향”이라며 “냉장고 문을 열면 차가운 냉기가 아래쪽으로 쏟아져 나오는 현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겨울에는 북서쪽 시베리아에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자리하고, 북동쪽 러시아 캄차카반도에 저기압이 자리하는 ‘서고동저형’의 기압배치 양상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상공에 찬 공기를 머금은 대륙고기압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기온도 하강과 상승이 반복돼 ‘삼한사온’이 나타나는 게 우리나라 겨울철의 전형적인 날씨다. 이번 혹한은 대륙고기압이 확장되는 기간이 북극의 온도 상승 등으로 평년보다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데다 북극진동까지 겹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18일도 계속해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매우 추운 날씨를 보이겠고, 19일부터 강력한 한파는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면서도 “평년보다 낮은 기온은 1월 내내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내일쯤 한파 다소 누그러질듯 한편 폭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온난화 영향으로 많아진 수증기가 겨울이 되면서 대류권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폭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여름에 생겼다면 집중호우로 나타난다. 기상청에 따르면 실제로 해가 갈수록 총 강수량은 많아지지만, 강수 일수는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폭설과 집중호우의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항상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꽁꽁 언 寒半島] 농산물 출하 ‘스톱’·어획량 30%↓

    [꽁꽁 언 寒半島] 농산물 출하 ‘스톱’·어획량 30%↓

    전국이 이상 한파 탓에 농산물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수산물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쳐 난방 및 연료비 부담도 가중되면서 농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즈음 집중 출하되는 배추, 무, 대파 등의 가격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0~250% 폭등했고, 설 수요까지 겹치면서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조사한 가격동향(대형마트 소매가 기준)을 보면 배추가 1㎏짜리 한 포기에 4500~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올랐다. 가격은 한 달 전보다는 1000원가량 비싸졌다. 대파는 지난해 1월 1㎏당 2200원에서 440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무, 토마토, 피망, 감자 등 각종 채소류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전남도 등 겨울 채소 주산지에서는 이상 한파와 잦은 눈으로 땅이 얼어붙으면서 노지에 방치된 배추 등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그나마 출하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남군 문내면은 600㏊의 밭에 월동배추를 재배하고 있으나 이달 들어 출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농민 김문재(45·문내면 용암리)씨는 “이런 날씨가 지속되면 밭에 심은 배추가 냉해를 입으면서 녹아 없어질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가격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광군은 모두 307㏊의 대파를 재배했으나 지난해 말을 끝으로 출하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역시 땅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대파 주산지 가운데 유일하게 얼지 않은 진도군에는 요즘 외지 상인들이 몰려와 현지에서 숙박까지 해가며 대파를 가락동농산물시장으로 출하하고 있으나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난방용 유가 인상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딸기·방울토마토·풋고추 등의 가격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어민들도 울상이다. 전국 수협위판장에서는 한파와 저수온, 높은 파도 때문에 가자미, 오징어, 대구 등의 어획량이 20~30% 감소했다. 방어진위판장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 선원들이 조업하기 어려워 조업시간이 크게 준 데다 강추위로 인한 저수온 현상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어민 고영민(54·울산 북구)씨는 “궂은 날씨로 조업을 못해 어획량이 줄어든 데다 면세유 가격까지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요즘은 조업을 포기하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울산 박정훈·서울 윤샘이나기자 jhp@seoul.co.kr
  • [꽁꽁 언 寒半島] 한파에 무료급식 행렬도 뚝 끊겼다

    [꽁꽁 언 寒半島] 한파에 무료급식 행렬도 뚝 끊겼다

    한반도를 덮친 한파에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 고 있다. 노숙인들은 서울역과 영등포역 대신 만화방을 찾았고, 연탄 보일러를 다시 쓰는 집도 늘었다. 새로운 풍속도다. 지난 16일 밤 10시 서울 영등포역.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추위는 영등포역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오후 10시면 역 대합실을 가득 채우곤 하던, 한뎃잠에 익숙한 ‘그’들도 차가운 바닥의 냉기를 못 견뎌 상당수가 자리를 떠났다. 바닥에서 전해 오는 아린 한기가 신발을 뚫고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땟국에 절은 침낭서 ‘새우잠’ 갈 곳이 없어 영등포역에 남은 몇 명은 땟국에 전 침낭 속에 몸을 말아 넣은 채 움츠리고 있었다. 머리맡엔 빈 소주병이 휑하니 뒹굴고 있었다. 술기운이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혹한, 종이박스 위에는 고추장과 쥐포 부스러기가 널려 있었다. 행여나 그들과 일반 행인들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해서 대합실에 배치된 경찰 2명도 한가롭게 뒷짐을 지고 서성이고 있었다. 역 대합실을 서성이던 노숙인 김창순(59·가명)씨는 “날이 추워서 다 가부렀제.”라며 털어내듯 내뱉었다. 그는 “예전엔 점퍼를 5000원에 팔아 소주 2병을 사 마셨는데 올해는 날씨가 추워서 그냥 껴입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노숙인은 “요즘은 너무 추워서 일요일에 ‘현역’들이 ‘짤짤이’도 제대로 못한다.”며 투덜댔다. ‘짤짤이’란 인근 교회를 돌며 구호금 500원씩을 받는 것을 말하며, ‘현역’이란 하루에 교회 20여곳을 돌아다닐 만큼 체력이 좋은 젊은 노숙인을 지칭한다. 평소 짤짤이로 하루 1만 1000원까지 수입을 올릴 수 있었으나, 요새는 많아 봤자 1000~2000원에 그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또 이날 영등포역 앞 무료밥차를 기다리는 노숙인 행렬도 그리 길지 않았다. 2년 전 겨울의 부산했던 영등포역 모습과 사뭇 달랐다. 한파가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이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에 따르면 2009년 12월 489명이었던 노숙인들은 2010년 12월 442명으로 10%가량 줄었다. 최근엔 더욱 줄었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시설까지 합친 전체 숫자도 2935명에서 2971명으로 약 9% 감소했다. 추위에 쫓긴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 복지사는 “올해 유난스러운 한파로 노숙인들이 PC방·만화방·다방·쉼터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은 “요새는 하루 3000원 하는 만화방이나 피시방 등으로 많이들 간다.”고 말했다. 노숙인의 쉼터 안내와 구호를 위해 영등포역을 둘러보는 박철수 햇살보금자리 팀장은 “평소 100여명이나 되던 노숙인들이 지금은 50~60명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달동네도 더 고달픈 삶 혹한에 서민들의 겨울은 더욱 고달팠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계본동 달동네에도 살을 파고드는 냉기가 가득했다. 골목골목 파고드는 칼바람을 따라 우종운(75) 할머니의 작은 방을 찾았다. 우 할머니는 “연탄에 의지해 겨우 몸을 녹이고 있다.”고 했지만, 방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벽 틈새를 뚫고 들이치는 송곳 같은 칼바람은 속수무책이었다. 우 할머니를 동장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은 양말 두겹·내복·솜바지가 전부였다. 백민경·이영준·윤샘이나기자 apple@seoul.co.kr
  • [2011 더 따뜻한 대한민국으로] 홀몸노인 먹거리 걱정 싹~

    [2011 더 따뜻한 대한민국으로] 홀몸노인 먹거리 걱정 싹~

    #1 정부 지원금으로 혼자 살아가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최모(79) 할아버지는 영하의 추위에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1호선을 타고 신설동역에 내려 동대문구푸드마켓으로 가는 길. 마켓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날씨도 추운데 오시느라 고생 많았다.”며 자원봉사자들과 직원들이 정겹게 할아버지를 맞았다. 정부 지원금 40만원에서 월세 25만원을 내고 병원비, 약값으로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최 할아버지는 푸드마켓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어 더없이 다행이라고 여긴다. 그는 “난 시골에서 어렵게 살아서인지 귀한 쌀밥을 아껴 먹는다.”면서 쌀과 라면, 설탕, 식용유를 골랐다. #2 푸드마켓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정인숙(54·전농동)씨는 박스째로 들어온 후원물품들을 하나하나 낱개로 포장한 뒤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 가정에 배달한다. 그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배달하는 일이어서 뿌듯하단다. 배달을 마친 손을 꼭 잡아주는 노인들과 몇마디 나누다 보면 ‘이게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단다. 동대문구푸드마켓이 홀몸노인들의 먹거리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이용인원 2000여명 증가 17일 구에 따르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 가구 1600명(연인원 1만 1600여명)을 대상으로 1억 8200여만원의 물품을 지원하던 푸드마켓의 수혜대상을 올해부터 만 6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용 인원이 2000여명(연인원 2만여명)으로 늘어나고 연간 지원액도 3억여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서울시의 복지사업 지원이 시의회와의 논란 속에 대폭 축소되고 자치구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도 동대문구는 자체 적으로 저소득 주민의 지원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의미가 있다. 푸드마켓은 옛 신설동 주민센터 청사를 리모델링해 운영되고 있다. ●市 복지지원 축소 속 區 팔걷어 푸드마켓을 이용하는 홀몸노인들은 월 1회 필요한 쌀을 비롯해 라면, 빵, 국수 등 생필품 4개 품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서는 각 동 주민센터에서 물품을 예약받아 매주 목요일 각 동에서 위촉된 28명의 복지위원들이 집까지 직접 물건을 배달해 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홀몸노인들이 찾아오면 말벗도 돼 준다. 물건만 받아들고 쓸쓸히 돌아서는 노인들의 모습이 서글프게 느껴져서라고 한다. 한가족처럼 대하는 분위기 덕분에 등록카드 발급자의 70%가 적극 이용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유덕열 구청장은 “안정적인 물품 확보를 위해 푸드마켓 직원들도 기부업체 발굴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더 많은 구민들이 혜택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돌봄이 필요한 어려웃 이웃들을 위한 나눔운동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지방시대] 구제역 살처분에 몸살 앓는 축산농가/이지훈 지역희망 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방시대] 구제역 살처분에 몸살 앓는 축산농가/이지훈 지역희망 디자인센터 상임이사

    귀촌(歸村)한 지 한달여가 지나간다. 공자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하늘의 명(命)을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필자는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을 비로소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등 모든 것이 새롭다. 마치 새로 인생을 시작하는 것처럼. 지인들 중에는 그 편리한 아파트 생활을 마다하고 왜 굳이 시골로 가느냐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서툰 농기계 일과 괭이질로 손목과 팔꿈치에 알싸한 파스 냄새가 가실 날이 없고 이래저래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즐겁다. 한 약국주인은 “골프를 너무 열심히 치셨나 보다.”며 파스를 건네다 웃고 만 경우도 있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화살 같다’는 표현도 실감한다. 첫 농사를 지으며 새 가족도 생겼다. 태어난 지 4개월을 갓 넘긴 강아지다. 이 개를 소개해 준 이는 “이래봬도 이 녀석의 부모는 족보 있는 개”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영락없는 똥개다. 그래서 오히려 반갑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순수한 혈통의 똥개를 찾기 힘들단다. 도시 생활 중 애완견을 키우다가 버티지 못해 고향집이나 시골에 와서 내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을과 이 녀석이 살고 있는 농장과는 5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영 신경이 쓰여서 가끔 시내에 있는 처가에 머물기 위해 가거나 육지에 나들이를 가더라도 이 녀석 때문에 서둘러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밥은 제대로 먹고 이 추위에 제대로 지내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 그 눈망울이 아른거려서 한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가족과 같은 사이가 돼 버린 것이다. 구제역으로 14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방역의 마지노선인 충남 홍성까지 뚫리게 되면 살처분 마릿수가 300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끔찍한 보도도 나온다.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달밖에 지나지 않은 동물과의 관계에도 이렇게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린데, 그 수많은 세월을 함께 지냈던 가축들과 생이별은 물론 살처분 현장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축산농가의 마음이 어떨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떻게 대명천지에 이런 잔인한 대학살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신이 창조한 것은 인간만이 아니며 그들 또한 지구와 자연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일진대, 그들을 생매장할 권리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좀 더 손쉽게 고기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다. 멧돼지나 고라니 등과 같은 야생동물의 경우, 발굽이 2개인 같은 우제류(偶蹄類)라 해도 아직 감염됐다는 보고가 없는 것을 보면 이건 분명히 ‘밀집형 축산시스템’의 문제다. 이런 ‘원인’도, 생매장 살육이라는 ‘처방’도 인간 중심적일 뿐 동물에 대한 복지는 전혀 고려함이 없다. 오히려 인간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다는 것만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가축들의 비명과 농민들의 애절한 통곡소리가 신묘년 새해 아침 전국의 산하에 메아리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덕담을 주고받아야 할 희망찬 새해 아침, 이런 우울한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농촌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 몽골 설원 누비는 늑대 사냥꾼들

    몽골 설원 누비는 늑대 사냥꾼들

    중앙 아시아 고원지대에 위치한 몽골. 그리고 스스로 강인한 늑대의 후예라 여기는 유목민족 몽골인들. 그들은 늑대를 신성시하면서도 늑대를 향해 총을 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추운 겨울만 되면 굶주린 늑대들이 가축에게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경우 전체 인구의 30%가량이 유목생활을 한다. 그들은 여전히 전통가옥 ‘게르’에서 생활하며 가축을 기른다. 그들이 추운 겨울, 혹한보다 더 걱정하는 게 늑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100년 전 늑대로 인한 가축피해가 심해지자 몽골에서는 조직적으로 늑대 개체 수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매년 10월 15일부터 4개월간 늑대 사냥을 허락하고 사냥꾼 협회를 운영한다. EBS ‘극한직업’은 19~20일 밤 10시 40분, 2회에 걸쳐 몽골의 늑대 사냥꾼을 소개한다. 40년 넘게 늑대 사냥꾼으로 살아온 간바테르. 그는 사냥꾼 협회에서 훈장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사냥실력을 갖췄다. 손녀 손자들 앞에선 인자한 할아버지이지만 늑대사냥에 나서는 순간, 눈빛이 변한다. 그의 눈은 매섭고, 누구보다 빛난다. 발자국만 봐도 늑대가 언제, 어디로 지나갔는지 아는 자타공인 베테랑이다. 사냥 본능은 그의 아버지에게 그대로 물려받았다. 유목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본능이다. 늑대를 신성하게 여기지만, 늑대를 잡는 것이 더 신성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직업에 강한 자부심을 품고 살아가는 몽골의 사냥꾼 부자(父子)다. 어느날, 늑대에게 양을 빼앗긴 한 이웃이 간바테르에게 사냥을 요청한다. 간바테르는 동이 트기도 전, 늑대의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제작진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극한의 늑대 사냥 현장에 간바테르와 동행해 혹한을 뚫고 늑대를 쫓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간바테르는 넓은 설원에서 늑대의 발자국을 찾기 시작한다. 역시 베테랑 답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발자국을 발견한다. 간바테르는 바쁘게 발자국을 쫓는 한편 다른 포수들, 몰이꾼들과 한자리에 모여 작전을 짠다. 늑대는 150m 밖에서 쥐가 기어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최대한 소리를 낮춰, 재빨리 각자 위치로 흩어진다. 과연, 사냥꾼들은 혹한의 추위를 뚫고 늑대를 잡을 수 있을까. 20일에는 눈으로 뒤덮인 설원 위에서 밤새 늑대에게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말 한 마리가 등장한다. 양 떼가 당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뼈까지 물어 뜯긴 말의 시체가 발견되자 사냥꾼들은 늑대 사냥에 더욱 의욕을 보인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꽁꽁 언 寒半島] 온난화로 냉기 밀어낸 ‘북극진동’…중위도까지 한파 강타

    [꽁꽁 언 寒半島] 온난화로 냉기 밀어낸 ‘북극진동’…중위도까지 한파 강타

    동아시아를 비롯해 중위도 지역에 있는 유럽과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지난해 말부터 혹한이 몰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 동안 극지방에서 500년 주기로 반복해 온 소(小)빙하기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같은 ‘이상 한파’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런 맹추위가 앞으로도 지속될까.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의 원인으로 ‘북극진동(AO)’과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기상 이변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30~45도)지방 사이에 기압차가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이 기압 차이에 따라 찬바람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중위도 지역에 추위가 반복되는 것이다. 북극의 기온이 떨어져 극지방의 기압이 올라가면 북극 진동지수는 올라가고,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면 기압이 내려가면서 북극 진동지수가 낮아진다. 북극진동은 보통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년 겨울에도 북극진동에 의한 혹한이 세계를 강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지구 온난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지영 기상청 기후예측과 연구관은 “지난해 말부터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에서 순환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와 한국을 비롯한 중위도 지역에 한파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북극해의 얼음 넓이는 1200만㎢로 1979년 이후 가장 작다. 얼음이 줄어들면서 영하 35도를 기록하던 북극의 온도가 올 들어서는 10도 가까이 올라 영하 25도권에 머물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일정 부분 북극진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하면서도,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 연구관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온도가 오르면 얼음이 녹고, 이어 극 지방 햇볕의 반사도가 낮아지면서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해 온도가 계속 오르게 된다.”면서 “하지만 에너지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지구의 특성상 온난화만으로 한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기상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극지기후연구부장은 “올해 중위도 지역에 불어닥친 한파는 북극진동 영향 외에도 적도와 태평양 및 인도양의 대류 현상에도 일부 원인이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겨울철 북극진동의 세기는 주로 가을철 시베리아 지역의 강설량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상학자들은 현재 과학기술로 예측 가능한 북극진동 지수가 10일 정도라고 얘기한다. 불과 한달 전인 12월 중순에도 기상청은 “올겨울은 지난해 같은 강추위는 없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결국 1980년도와 2000년 초반에 주로 강하게 발생했던 북극진동 분석 자료를 토대로 기상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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