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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시나브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뜨고 지는 해를 보며 불필요한 것들은 비우고, 새것을 채울 때지요. 송구영신의 의식을 치르기 적합한 장소를 골랐습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일몰 명소들은 제외했습니다. 대신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로 채웠습니다. 아울러 주변에 돌아볼 곳이 많은지도 고려했습니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해돋이 명소] ■전남 장흥 소등섬 정남진…소록도·거금도 사이 떠오르는 해 장흥은 흔히 ‘정남진’(正南津)으로 불린다. 서울 광화문 도로원표 기준으로 정확히 남쪽이란 뜻이다. 정남진 바닷가에 소등섬이란 해돋이 명소가 숨겨져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됐던 남포마을 앞 작은 섬이다. 득량만을 붉게 물들인 해가 소등섬 위로 떠오를 때면 더없이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관산읍 삼산리의 정남진 전망대(46m)에서 맞는 해돋이도 좋다. 올해 완공됐다. 소록도, 거금도 등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새해 1월 1일 떡국 무료 제공 등 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맛집 남포마을은 석화구이로 유명한 곳. 해양낚시공원 내 어판장에서 사먹는 세발낙지도 맛있다. 바지락 회무침은 이 계절의 별미. 수문 해변 ‘바다하우스’가 많이 알려졌다. 주변 볼거리 억불산 아래 우드랜드가 첫손 꼽힌다. 편백숲을 거닐 수 있는 ‘말레길’이 최근 조성됐다. 찜질방 ‘소금집’은 추위를 녹이기 좋다. 보림사와 활기찬 토요시장도 둘러볼 만하다. ■경남 남해 금산 남해의 금강…38경 암봉들의 엘도라도 금산(701m)은 남해 금강, 혹은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산이다. 이른 아침이면 너른 남해를 적신 붉은 태양 빛이 보리암 뒤편 금산 38경 암봉들에 부딪치며 엘도라도를 펼쳐낸다. 금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망대. 금산을 둘러싼 만경창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일출은 나라안 절경 중 절경으로 꼽힌다. 맛집 서면 스포츠파크호텔 맞은편의 부산횟집은 회무침처럼 섞어 내는 물회로 유명하다. 주변에 횟집 타운이 형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가천리 다랭이마을은 ‘전국구’ 명소. 설흘산 자락을 타고 논들이 층계를 이루고 있다. 망운산에서 굽어보는 풍경도 시원하다. 물건마을과 미조항을 잇는 물미해안도로는 아홉 고개 아홉 구비를 돌아가며 비경을 속속들이 토해낸다. 서상면에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남면해안도로와 이동면에서 앵강만을 끼고 지족마을 창선교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도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전북 임실 국사봉 물안개 명소…그위에 ‘명품’ 해돋이 임실과 정읍 등에 걸쳐 있는 옥정호는 물안개의 명소다. 옥정호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국사봉 정상에 서면 짙은 물안개 위로 방울토마토를 닮은 빨간 해가 솟는다. 물안개 아래서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위로는 철새 서너 마리가 헤엄치듯 날아가는 몽환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운암리와 쌍암리를 잇는 옥정호 순환도로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경관도로 52선에 포함될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맛집 범어리 들어가는 길의 강나루식당은 붕어찜을 잘한다. 일송정가든은 민물매운탕으로 입소문 난 집. 주변 볼거리 관촌면 덕천리 임실 치즈마을(www.임실치즈마을.com)에서는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관촌면 관촌리 사선대(四仙臺),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용암리석등(보물 267호) 등도 볼 만하다. ■경남 합천 오도산 산들의 바다…수십개 봉우리의 파도 오도산(1134m)은 크기에 견줘 참으로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 덕유와 기백, 북쪽으로 가야, 남쪽은 황매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그야말로 ‘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멋들어지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폭이 좁아 교행에 주의해야 한다. 맛집 해인사 아래 ‘합천명품토종흑돼지’는 토종 흑돼지 삼겹살로 유명한 집. 합천초등학교 맞은편의 ‘어신민물매운탕’은 어탕국수가 일품이고, 합천호 인근 ‘고가식당’은 전통주인 ‘고가송주’로 입소문 났다. 주변 볼거리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느 세트장과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단연 앞선다. 해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명소. 가야산과 합천호도 겨울 풍경이 좋은 여행지다. [해넘이 명소] ■경남 창원 해양관광로 감동 그자체…화려함 넘어 선정적인 풍경 이제는 창원에 통합된, 옛 마산의 구산면 신촌삼거리에서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에 이르는 바닷가에 해양관광로가 조성돼 있다. 이름은 촌스럽지만, 빼어난 풍경을 품은 도로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들이 버섯처럼 바다 위에 솟아 있고, 멀리 하동 등 내륙의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마시라. 해가 진 뒤 10분여 동안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호수 같은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든다.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인 풍경이다. 맛집 옛 마산 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구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들은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주변 볼거리 국화축제가 열리는 돝섬은 옛 마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900여개의 돌탑이 신비한 팔룡산 등도 볼 만하다. ■경남 사천 비토섬 별주부전 무대…바다 열리면 붉은토끼가 사천 끝자락의 비토(飛兎)섬은 ‘별주부전’의 무대로 추정되는 곳이다. 서포면 선전리와 비토교로 연결돼 있다. 비토섬 동쪽 끝에 서면 월등도와 거북섬이 보인다. 그 뒤편에 토끼섬과 목섬이 있다. 비토섬은 썰물 때 찾아야 한다. 비토섬은 아무때나 찾을 수 있지만, 이어진 월등도와 토끼섬 등은 썰물 때라야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토섬 어디나 낙조 감상 포인트다. 굳이 꼽으라면 선전리 선착장을 놓치지 않는 게 좋겠다. 맛집 삼천포어시장, 선진횟집단지 등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쥐포’는 삼천포의 특산물. 비토섬 비토초등학교 앞에 비토 갯벌에서 채취한 굴을 파는 할머니들이 몰려 있다. 주변 볼거리 한용운과 김동리가 머물고 간 다솔사, 비봉내마을 대숲, 낙조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와 남일대 해수욕장의 코끼리바위, 사천 대방과 남해 창선을 연결하는 5개 연륙교는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충남 서산 황금산 적벽도…해거름이 절벽에 그린 그림 황금산은 체구는 작아도 바다와 만나는 가로림만 해안가에 ‘국립공원급’ 절경을 숨겨두고 있다. 황금산의 자랑은 해거름 풍경이다. 바닷가 절벽들이 저물녘 햇살에 활활 타오르며 적벽도(赤壁圖)를 그려낸다. 날물 때 가야 코끼리 바위 등 다양한 갯바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석유 정제 공장들의 야경은 컬트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맛집 서산시청 뒤 ‘진국집’은 토속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삼길포항에 정박된 어선 위에서 맛보는 해산물도 별미다. 주변 볼거리 동틀 무렵 삼길산에 오르면 다도해 같은 서해 너머로 해가 뜨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너른 대호방조제와 어우러지며 기막힌 풍경을 선사한다. 삼길포 바로 뒤에 산정까지 차로 오르는 길이 나있다. ■경기 안산 탄도항 풍력발전기 너머…선홍빛이 된 바다 탄도항은 최근 서정적인 일몰 풍경으로 부쩍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다. 가장 큰 볼거리는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1.1㎞의 물길 가운데에 솟은 거대한 풍력발전기다. 높이 100m짜리 3기가 들어섰다. 이 풍력발전기 너머로 해가 지면서 주변 바다를 온통 선홍빛으로 물들인다. 누에섬까지는 썰물 때 오갈 수 있다. 누에섬엔 17m 높이의 등대와 함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어촌민속박물관(032-886-2912)에서 물때를 알려준다. 맛집 명동회관은 푸짐한 양이 자랑인 횟집. 우리밀칼국수는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로 입소문 났다. 모두 대부북동에 있다. 탄도항 초입에도 횟집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아홉개 봉우리로 이뤄진 구봉도가 독특하다. 대부도가 지척이고, 시화호 갈대습지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 김정은, 운구차 붙잡고 눈물… 운구행렬 평양 40여㎞ 돌아[동영상]

    김정은, 운구차 붙잡고 눈물… 운구행렬 평양 40여㎞ 돌아[동영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8일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영면에 들며 37년간 북한의 절대 통치자로 군림했던 영욕의 세월을 내려놓았다. 냉·온탕을 오가는 대외정책으로 한반도 정세를 쥐고 흔들었던 1인자가 사라진 북한의 앞날을 예고라도 하듯 영결식이 진행된 이날은 온종일 회색빛을 띠었다. 김 위원장 운구 행렬은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수천명의 인민군을 마지막으로 사열하며 영결식 장소인 금수산기념궁전 앞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형 영정이 내걸린 선두 차량 뒤로 검은색 리무진 등이 호위하듯 따랐고, 국화와 붉은기로 장식된 영구차가 중앙에 섰다. 그 뒤로 흰색 리무진 수십여대가 꼬리를 이었다. 영구차는 1994년 7월 19일 김일성 주석의 시신 운구에 사용됐던 것과 같은 포드사의 최고급 리무진 ‘링컨 컨티넨털’이었다. ●김정은 주위 당·군 지도부 ‘호위’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검은 상복 차림으로 영구차의 오른쪽 맨 앞에 서서 영구차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눈길을 걸었다. 표정은 침통했으나 금수산기념궁전에 도열한 조선인민군 군기 종대와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대 의장대를 지날 때는 거수경례로 자세를 바꿔 지도자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구차의 오른쪽에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왼쪽에는 리영호 총참모장 등 군 지도부가 호위하듯 섰다. 김 위원장 ‘옹위세력’이었던 인민군과 당·국가기관 구성원들은 운구 행렬이 광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금수산기념궁전 정문으로 올 때까지 90도로 허리를 굽힌 자세를 유지하며 예를 표시했다. 운구 행렬이 금수산기념궁전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여성들은 발을 동동거리며 울음을 터뜨렸고, 인민군 군관들은 눈물을 훔쳤다. 영결식을 중계하던 조선중앙TV 리춘희 아나운서는 “가장 비통한 마음과 전 세계 뜨거운 추모의 마음이 모여든 금수산궁전에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영결식을 엄숙히 거행하고 우리 장군님을 생전 모습 그대로 정중히 모신 자동차가 영웅거리로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인민군은 인터뷰에서 “하늘도 눈물처럼 눈을 끊임없이 쏟고 있다. 대국상에 하늘인들 울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군관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운구 행렬은 평양 시내를 돌았다. 개선문, 김일성광장, 주체사상탑, 통일거리, 충성탑, 평양체육관, 조국해방전쟁기념탑, 옥류교 등 40여㎞를 돌아오는 거리였다. 운구 행렬이 지나는 도로에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도열해 김 위원장을 떠나보내며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록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김 위원장의 운구차가 지날 때마다 모자를 벗어 예를 갖췄다. 하지만 카메라와 멀리 떨어진 뒷줄의 주민들은 앞줄과 달리 덤덤한 표정을 지어 눈길을 끌었다. 운구 행렬은 군악대, 김정은 부위원장 대형 화환, 군인들이 탑승한 모터사이클, 김 위원장의 대형 영정, 운구차, 장의위원들이 탑승한 차량 순으로 이어졌다. 장의위원과 당 고위 간부들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은 김 위원장이 즐겨 타던 벤츠가 다수를 차지했다. ●평양 시민들 도열해 오열 김 위원장 영결식은 전날 밤부터 내린 눈으로 당초 시작될 예정이었던 오전 10시보다 늦은 오후 2시에 열렸다. 북한은 아침부터 많은 인력을 동원해 제설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운구차가 지나기로 예정된 길은 평양 시민들이 나서 깨끗하게 눈을 치운 상태였다. 북한 매체들은 특보체제를 이어 갔다. 조선중앙TV는 오전 7시부터 김 위원장의 일대기와 사진, 업적 등을 담은 방송을 시작해 사실상 종일 방송을 했다. 방송은 오후 2시 넘어 영결식 중계를 시작하며 ‘실황중계’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거리 행진을 마친 김 위원장의 시신은 오후 4시 40분쯤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돌아와 중앙방 가운데의 투명한 유리 안에 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도·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절대권력’ 아버지 마지막길 배웅 김정은 칼바람 맞고 서있는 인민들 생각했을까

    ‘절대권력’ 아버지 마지막길 배웅 김정은 칼바람 맞고 서있는 인민들 생각했을까

    눈이 펑펑 내리는 평양에서 28일 김정일 영결식이 거행됐다. 금수산기념궁전(생전에 김일성이 집무를 보던 곳으로 그의 1주기를 맞아 9억 달러를 들여 리모델링한 시신 보관소) 광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은 운구차를 후계자 김정은과 당·정·군 최고위 간부들이 호위를 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다섯 차례나 참배한 김정은은 이날 침통한 표정으로 검은색 운구차량에 한 손을 올리고 광장을 걸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7년 전 김일성 사망 당시 시신이 안치될 궁전에서 운구차량을 맞았던 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국화 목란꽃으로 단장된 운구차는 주요 행사 때 그가 즐겨 타던 링컨 컨티넨털이었고 주변은 경호용 모터사이클 수십 대가 배치됐다. 김정일이 생존에 받던 경호 그대로였다. 뒤로는 장의위원들이 탄 100여 대의 벤츠승용차와 수십 대의 소형버스들이 따랐다. 궁전을 출발한 영구차를 수십여 대의 모터사이클과 지프차들이 엄호하며 시작된 장례행렬은 혁신거리, 전승광장, 천리마거리, 평양체육관 광장 등을 지나 충성의 다리와 통일거리를 거쳐 평양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귀환했다. 김정은이 운구차를 호위한 모습과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라는 그림만 빼 놓으면 김일성 영결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필자가 평양에 있을 당시인 1994년 7월 19일 김일성 영결식에 동원되어 노동당에서 지시받은 행사장소인 통일거리 평양면옥(냉면전문점) 앞에 나갔던 상황을 상세히 전하면 이렇다. 19일 새벽 2시까지 본 행사장소로부터 300m 지점의 예비 집합장소에 나갔다. 오전 4시부터 이곳에서 안전원(경찰)들이 참가자의 얼굴과 신분증을 정확히 대조했다. 오전 5시부터 200m 지점을 통과하는데 이곳에서 보위원들이 휴대용 전자감식기로 참가자의 신체와 소지품을 깐깐히 검사했다. 오전 6시부터 100m 지점에서 전신용 보안검색대를 세워 놓고 양쪽에 호위총국(대통령경호실) 요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3시간 동안 초긴장 상태에서 보안검색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전 7시부터 대기했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스피커에서는 각종 추모방송이 나왔다. 외국의 정상들과 국제기구, 단체들에서 보내 온 조전, 남조선의 양심 있는 지식인, 문화인, 종교인들이 보내 왔다는(실지는 모두 대남기관에서 조작하여 만든 것) 애도편지, 공화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인민들의 충성편지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전 10시부터 행사요원의 안내에 따라 30분 간격으로 연습이 진행됐다. “모두 집중하십시오. 연습하겠습니다. 위대한 수령님을 모신 영구차가 들어섭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북한에서 애국가보다 더 많이 불리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 가 울려 퍼졌다. 그러면 참가자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어버이 수령님!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에게는 김정일 장군님이 계십니다.” 등 온갖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이었다. 이어서 ‘김정일 동지의 노래’를 열창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아버지 김일성을 잃은 슬픔을 아들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으로 바꿔 변함없는 자식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인민들의 충성의 맹세이다. 낮 12시쯤, 필자의 20m 앞으로 운구행렬이 지나간 시간은 단 5분도 안 되었다. 그 순간을 위해 꼬박 10시간을 긴장했으니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 의아한 것은 왜 진행요원이 “진짜로 행사 시작입니다.”라는 말을 안 했을까인데 그것은 김정일 경호수칙으로 절대 비밀이다. 북한에서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라고 불리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환영하는 어떤 행사도 대부분 연습 중에 거행되었다. 평생을 인민의 축복 속에 세상의 부귀영화를 모두 누려온 김정일이 갔다. 절대 권력자였지만 그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신이 부르면 주저 없이 가는 존재였다. 그의 아들 김정은이 아버지의 운구차에 손을 얹고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으나 사나 그 제도를 끝까지 핵으로 지켜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을까? 아니면 눈이 펑펑 오는 날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뛰쳐 나와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한 고맙고 순진한 인민들에게 조금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그 불쌍한 인민들의 굶주림과 가난을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멋진 생각을 했으면 좋으련만. ‘소설 김정일’ 저자
  • “시장 기능 잃었다” 연말 특수 실종… 신월·영등포시장 가보니

    “시장 기능 잃었다” 연말 특수 실종… 신월·영등포시장 가보니

    “정부나 정치권에 이제 바라는 것 없어요. 도움도 안 되는 정책으로 쇼나 하지 말라고 해요.”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장에서 생선과 야채를 파는 홍모(50·여)씨는 정부가 항상 정책만 발표하지 실상 달라진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얼마나 형편이 어려운지 어떤 할머니는 콩나물 100원어치만 달라고 한다.”면서 “정부 정책보다 그냥 경기나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일·채소 등 가격 폭등에 이윤은커녕 기온이 영하 7.3도, 체감온도가 영하 12.8도를 기록한 오전 11시 신월시장에서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설을 불과 1개월 앞둔 연말 대목이라지만 20여개 점포 중 10개가 추위 때문에 장사가 힘들 것으로 보고 문을 열지 않았다. 고물가는 장사가 안 되는 큰 이유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지난해는 감귤 10㎏을 3500원에 팔았는데 올해는 1만원은 받아야 한다.”면서 “사과도 지난해 2만 5000원에서 지금은 7만원을 받아야 하니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잘 팔릴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가을 배값이 비싸지자 고객들이 사과만 사는 바람에 갑자기 사과 가격이 박스당 2만원이나 올랐다.”면서 “한 가지 물품의 가격이 오르면 다른 것도 덩달아 오르니 이윤이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닭집을 하는 박모(60)씨는 “정부나 정치권이야 말만 하면 되지만 요즘 보면 손님들도 우리만큼 힘들어 보일 때가 많다.”면서 “이곳은 시장 기능을 잃어 이제 시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가스비 오르는데 상품권 제 역할 못해 신월시장에서는 신용카드나 재래시장 상품권도 환영받지 못한다. 하루 장사해서 하루 물건을 떼 오는 영세상인 입장에서 한달 후에나 정산이 되는 신용카드를 받으면 부도를 면치 못한다. 건어물점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재래시장 상품권이 가끔 들어오는데 사실 은행에 바꾸러 갈 시간이나 인력이 없어서 순번을 정해 한집이 모아서 바꾼다.”면서 “그거 바꾸는 시간이 신용카드보다 더 걸린다.”고 푸념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와 함께 구세군에 사회공헌기금을 기부하면, 구세군이 재래시장 상품권을 구입하여 이를 신월시장을 포함한 전국 10개 지정 재래시장에서 급식재료를 구입해 인근 복지시설에 지원하는 대책을 지난 20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어차피 재래시장에서 구입할 바에야 현금 사용이 낫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재래시장인 서울 영등포재래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전 11시 손님은 거의 없었다. 주위 백화점에 고객들이 모여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야채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깻잎은 평소 5묶음에 1000원 하던 것이 3묶음에 1000원으로 올랐다. 상추가격은 1근(400g)에 1500~2000원에서 3000원까지 상승했다. 야채상인 최모(46)씨는 “지금 야채는 하우스 재배인데 한파로 난방비가 더 드니 방법이 없다.”면서 “날마다 다르지만 지난해보다 20~30%는 매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모(63)씨는 가스비가 크게 올라 고민이다. 18평 상점에 지난달 가스비가 150만원(부가세 포함)이나 나왔다. 김씨는 “가게 월세와 가스비만 250만원이니 빚을 갚기는커녕 하루하루 벌어먹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희진·박지환·이성원·조희선·홍인기기자 mhj46@seoul.co.kr
  • “나는 산타다”…크리스마스 감동 이벤트

     “산타할아버지에게 받은 선물 엄마 드릴거에요. 지난 엄마 생일 때 아무것도 못 해드렸거든요.”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있는 한 교회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지용운(9·서울 미동초등학교 3학년)군은 품에 선물을 안고 웃으며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3일, 이 교회에는 산타 옷을 입은 고등학생 24명이 찾아왔다. 산타의 등장에 아이들은 소리치며 반겼다. 아이들은 신기 한 듯 이리저리 쳐다보다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에 이내 좋아했다. 참석한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준비해온 율동과 마술 등으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금 서툰 진행이었지만 아이들 표정에는 흥겨움이 가득하다. 여기에 이들은 각자 조금씩 모은 돈으로 아이들에게 선물도 했다. 이채영(7·서울 미동초등학교 1학년)양은 “재밌는 공연도 보고, 선물도 받아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자칭 국가인증산타라고 말하는 이들. 과연 이들에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같은 날 오후 5시. 영하의 찬 온도에 칼바람이 매섭게 불던 지난 23일 서울역사박물관 앞마당 에서는 고등학생부터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나눔의 뜻을 모은 35개팀 1004명의 산타들이 모였다. 산타복장을 한 이들은 평소 준비한 율동을 다 같이 하며 추위를 녹였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은 상황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이다. 이 행사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오늘의 행사가 있기까지 몰래 산타들은 자비를 들여 직접 선물을 구매했다. 또한, 2개월 전부터 서울역 플래시몹을 거쳐 오리엔테이션과 장기자랑 연습을 위한 산타학교에 참석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산타로 참석한 직장인 조광현(27)씨는 “아이들에게 완벽한 산타가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임혜진(25)씨는 “날씨가 조금 추운데 많이 함께해서 기쁘고,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빨리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면서 신나는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한편, 이날 출정식에는 영화배우 박중훈씨와 전직 농구선수 한기범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출정식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도 산타복을 입고 소외계층을 방문해 나눔의 열기를 더했다. 한국청소년재단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에 걸쳐 산타 1004명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1112명이 소외계층 가정 636곳에 나눔 봉사를 했다고 밝혔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야간비상근무너무추워요”

    “야간비상근무너무추워요”

    “한낮에도 추워 내복은 필수이고 두툼한 외투까지 입고 일하고 있는데 야간에는 난방까지 차단돼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정부가 겨울철 에너지 절약 대책으로 모든 공공기관의 실내 평균 온도를 18도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비상근무 제4호가 발령되면서 공무원들이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발표된 지난 19일 갑작스레 야근을 하게 된 행정안전부의 한 주무관은 “예정에 없던 야근을 하게 돼 추위에 대비할 틈조차 없었다.”면서 “몸은 외투를 껴입어 어느 정도 지낼 만했지만, 발이 너무 시려워 방석으로 발을 덮고 힘겹게 긴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부 중앙청사·과천·대전 청사 등 정부 시설을 관리하는 청사관리소는 겨울철 업무 시간에는 평균온도 18도를 유지하고, 오후 6시 이후부터는 난방 시설을 가동하지 않는다. 특히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6시에도 난방을 중단하고 있다. 여기에 비상근무 발령으로 각 부처 실·국별로 필수 인력이 24시간 근무하게 되면서 공무원들이 저마다 ‘중무장’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는가 하면, 야근을 위한 손난로까지 준비하는 공무원도 있다. 이에 대해 감종훈 정부청사관리소장은 “올겨울에도 에너지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직사회가 선도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소수의 야근자를 위해 난방 시스템을 가동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과별로 야근자를 위한 개별 전열기를 사전에 등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데스크 시각] 北 김정은 체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박정현 경제부장

    미국의 쇠락을 예견한 대표적인 이는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다. 그는 저서 ‘미래의 물결’에서 2025년쯤에 세계 11대 강대국 명단에서 미국이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가의 채무 증가, 달러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들었다. 아탈리가 책을 펴낸 2006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나 기미조차 없었다. 국제사회의 유일한 슈퍼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이 11대 강국에서 밀려난다는 예측은 당시엔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았다. 그의 경고가 나온 지 5년이 지난 올여름, 실제로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강등의 이유는 아탈리가 제시한 것과 같다. 미국의 지위 하락을 예견한 그는 프랑스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라고 자랑할 만하다. 아탈리는 새로운 일레븐 국가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중국·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호주·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멕시코 등을 제시했다. 한국은 일레븐 국가 중에서도 강국의 반열에 들 것이라고 했다. 변수는 북한이라고 덧붙였다. 아탈리는 북한과 무력 충돌이 벌어지거나 북한 정권이 갑작스레 붕괴하는 일이 모두 한국에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제 등장은 우리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김정일 체제는 멀리는 아웅산 테러와 대한항공 858기 폭파에 이어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대화보다는 주로 긴장으로 남북관계를 설정해 왔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의 이런 스타일을 이어받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는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동북아 평화와 질서의 판을 짜기에 좋은 환경일 수 있다. 대립과 갈등이라는 냉전의 유물을 떨칠 수 있는, 60여년 만에 맞는 기회다. 북한의 안정은 남북한과 미·일·중·러 6자회담 당사자 모두의 희망이다. 김정은 체제의 동요는 동북아 정세 불안을 가져오고, 이는 당사국 이해관계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당사국들은 김정은 체제 인정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문상을 하는 조문외교로 중국은 김정은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김정은 체제를 현실로 인정했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어둠이 걷히면서 북한 내부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주변국의 희망에 부응이라도 하듯, 아주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김정일 사망 발표 직전에 훈련 중지 및 소속 부대 복귀를 지시한 김정은의 ‘대장 명령 1호’는 완전한 군권 장악을 바탕으로 한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급서라는 엄중한 사태를 두 차례 겪은 남북한은 모두 예상했으면서도 급작스러운 김정일의 사망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외형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위태위태한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고 김일성 주석 출생 100년을 맞는 내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해다.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로부터 권력과 동시에 가난을 물려받았다. ‘고난의 행군’ 강요만으로는 보릿고개를 넘기에 겨워 보인다. 이런저런 불만세력이 창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부에서 흔드는 일은 없겠지만 북한 내부에서 변화 욕구가 분출된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날이면 통제불가능한 사태로 확산될지 모른다. 20대 후반의 청년 김정은의 손에는 핵무기가 쥐어져 있다.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최고의 유산이다. 남북관계를 긴장보다는 대화로, 갈등보다는 협력관계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장래와 운명을 가를 중대한 시점에 있다.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에서 보여준, 허둥대고 어리숙한 위기대응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없다. 위기를 더 키울 뿐이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개념계획 5029’ 등 우리의 대응 전략과 행동계획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기관리능력은 내년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될 또 하나의 코드이기도 하다. jhpark@seoul.co.kr
  • 주말까지 강추위 하루종일 冬冬冬

    ‘동지’(冬至)인 22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닥칠 전망이다. 게다가 강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를 밑돌겠다. 이번 추위는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2일 전국이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맑고 추운 날씨가 될 것이라고 21일 예보했다. 22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5도~영상 4도다. 서해안과 제주에는 1~3㎝가량의 눈이 내리는 곳도 있겠다. 23일에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1도, 낮 최고기온이 영하 4도로 남해안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하루 종일 영하권에 들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추위는 강한 바람을 동반해 체감 온도는 이보다 3~5도 정도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의 체감기온은 22일 영하 13도, 23일은 영하 15도에 이르겠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서울에서 눈을 보기가 힘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23일 밤부터 24일 새벽에 대전, 충남, 호남을 중심으로 눈발이 날리겠지만, 서울·경기 지역은 눈이 내릴 확률이 30% 정도라고 내다봤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박겸수 강북구청장, 학교 순회 간담회

    박겸수 강북구청장, 학교 순회 간담회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예산을 함부로 쓸 수 없잖아요. 학부모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피부로 느껴야겠죠.”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지난 20일 번3동 오현초등 학부모 및 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학교 교육엔 교육청과 교육위원회가 앞장서야 하지만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구민이라는 생각에 구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며 “구가 교육발전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강추위에도 아랑곳않고 초등학교 순회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오전 10시 번1동 수송초교를 시작으로 번3동 번동초, 오현초를 차례로 찾았다. 지금까지 13개 초교 중 10곳을 돌아 막바지에 이르렀다. 간담회는 내년 교육지원사업 추진계획 설명으로 시작됐다. ●내년 교육예산 41억원 책정 교육 1번지 도약을 모토로 내건 구는 책읽는 강북구 만들기를 위한 독서 생활화 추진, 청결강북 캠페인 및 대청소의 날, 나비 한살이 생태체험 학습지원, 다산아카데미 강좌 운영 등 알찬 교육지원사업을 펼쳤다. 내년 예산으로 41억원을 책정했다. 오현초 이재관 학교운영위원장은 “학교 인근 놀이터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도록 하면 좋겠다.”며 “경찰서 앞 CCTV가 무의미하듯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뒷골목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CCTV 확대 등 민원 경청 학부모들은 특히 친환경 무상급식 배식 도우미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3월부터 10월까지 어르신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도우미 할머니들을 지원했지만 11월부터는 자원봉사를 받아 때우는 형편이다. 장인숙 녹색어머니회장은 “U도서관을 평소 많이 이용하는데 실상 도서관에 가보면 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도서를 구비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오현초 성금자 교장도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싶어도 악기 구입비가 없어 뛰어들지 못한다.”며 “예체능 동아리활동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시간 남짓 소통을 마친 박 구청장은 “소질 있는 학생을 발굴하기 위해 꿈나무키움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는데 자발적인 기부가 부족해 안타깝다.”며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사업이니만큼 한마음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현장에 오면 집무실에선 느낄 수 없는 최우선 과제를 알게 된다. 그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며 웃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최회장 형제 동시 사법처리 될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검찰에 전격 출두함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최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에 쏠릴 수밖에 없다. 통상 대기업 총수의 출석은 검찰 조사가 끝난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최 회장의 소환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 글로웍스에 주가조작 의혹사건으로 시작된 수사는 지난달 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수사 한 달 만에 자금 횡령의 핵심 인물인 김준홍 베넥스 대표가 구속된 뒤 최재원(48) SK수석부회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결정적 물증과 핵심 관계자의 진술을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 마무리 차원에서 최 회장을 불렀다는 해석을 낳는 이유다. 지난 주말 검찰 수뇌부도 사건의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에 대해 방침을 정하는 등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최 회장의) 해명이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보겠다.”면서 “연말 안에는 가급적 모든 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주 김 대표에 대한 공소 사실에서 최 부회장의 횡령 개입 혐의는 담은 반면 최 회장의 직접 개입 여부는 빼놓으면서 처벌이 힘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최 회장의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별도로 파악, 이날 집중적으로 추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최 회장의 기소를 위한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내 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조사를 끝내는 대로 최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문제와 최 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도 금명간 결정하기로 햇다. SK총수 일가가 동시에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분위기다. 한편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총수가 지난 2003년 SK글로벌의 1조 5000억원대 분식회계 사건 이후 8년 만에 검찰에 또다시 출석하자 언론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SK 측의 사전 특별 경호도 만만찮았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마당은 영하 6도의 추위에도 불구, 최 회장의 출석예정 한 시간 전부터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앞서 최 부회장의 출석 때와는 달리 경호원 십수명이 일찍부터 검찰 청사 안팎과 최 회장의 주요 이동 경로 곳곳에 포진했다. 특히 최 회장이 가장 먼저 모습을 나타낸 검찰 청사 차량 진입로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여성 경호원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예정보다 5분 이른 9시 25분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서 내린 최 회장은 SK그룹 임원진 7~8명과 함께 포토라인에 섰다. 카메라 앞에 선 최 회장은 “개인 사업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의혹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며 사전에 준비해온 말을 꺼냈다. ‘동생과 공모한 사실이 있느냐.’, ‘8년 만에 다시 검찰에 나온 소감이 어떠냐.’ 등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지만, 시종일관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고 질문 중간에는 미소도 지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사설] 불량택시 잡겠다는 서울시 정책 주목한다

    서울시가 올 연말부터 승차거부·바가지요금 등을 일삼는 불량택시 퇴출에 나선다. 벌점제를 도입해 3000점이 넘는 택시의 사업면허를 취소하는 방식이다. 개인·법인택시 모두 해당된다. 승차거부·부당요금·합승금지위반은 과태료 10만원당 5점, 전액관리제를 안 하면 10만원당 2점, 복장위반·장기주차 등 일반 과태료는 10만원당 1점이다. 벌점이 적어 3000점을 초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벌점은 가산돼 무겁다. 개인택시가 1회 승차거부를 하면 1년에 360점이 쌓이는 만큼 9차례 적발되면 더 이상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사납금 징수를 금지하는 전액관리제 위반 벌금은 1차 500만원, 2·3차 각 1000만원, 4차 감차명령이 내려지는 만큼 법인택시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벌점에 의한 불량택시 퇴출제는 택시업계의 자업자득이다. 심야시간대 택시잡기는 거의 전쟁수준이어서 한겨울에 1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기 일쑤다. 택시기사들이 운행 수입을 노려 입맛에 맞는 승객을 골라 태우기 때문이다. 콜택시가 있어도 황금시간대는 불통이다.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가 하면 불러도 백년하청이다. 이러니 승객이 태워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합승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멀거나 돌아올 때 승객이 없는 곳은 아예 가지 않거나 웃돈을 요구한다. 서비스가 실종됐으니 퇴출제가 도입되는 것도 당연하다. 경찰은 연말까지 택시 승차거부 집중단속 및 계도활동에 나선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의 심야시간은 대중교통이 끊긴 교통사각시간인 만큼 택시 횡포에 대한 단속 및 계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불량택시 퇴출제가 효과를 거두려면 시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동안 시민들은 택시에 대한 불만 및 불편사항은 감내하고 지내 왔지만 이제부터는 신고·고발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승차거부 등 위법행위를 적발하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기를 들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승차거부는 지난해 4082건에서 4254건, 부당요금은 382건에서 463건으로 증가추세에 있지만 빙산의 일각이다. 더 이상 불량택시로부터 시달리지 않으려면 다산콜센터(120번)나 서울시 교통지도과(6361-3658)로 부지런히 신고해야 한다. 차제에 택시업계도 친절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 “코리안 드림요? 오늘도 잘곳 없어 막막합니다”

    “코리안 드림요? 오늘도 잘곳 없어 막막합니다”

    지난 2009년 어업취업비자로 제주도의 양식장에 취업한 네팔인 다이아 딤(29). 3년간 열심히 일해 목돈을 모아 귀국, 개인 사업을 차리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일한 양식장과의 계약이 끝나 최근 기숙사를 나왔다. 재취업까지 머물 곳이 마땅찮았다. 따로 방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겨울 추위를 몸으로 맞다 수소문 끝에 전남 여수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가까스로 한뎃잠을 면할 수 있었다. 딤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으면 집도 동시에 잃는 경우가 많아 직장을 구하는 동안 갈 곳이 없다.”면서 “다른 친구들의 공장 기숙사에 숨어들어 잠만 자고 나오거나 모아둔 돈을 쪼개 값싼 모텔방을 전전한다.”고 말했다. 박용환 쉼터 소장은 “최근 쉼터에 부산, 목포 등에서 생활하다 잠잘 곳을 찾아 여수까지 온 네팔, 말레이시아, 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노숙자 신세로 떠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지인의 집에 머물거나 간혹 노숙인 시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교회, 시민단체 등에서 쉼터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국 20~30곳에 불과하다. 노숙인상담보호센터인 영등포햇살보금자리 관계자는 “중국동포와 외국인들이 가끔 와서 잠시 머물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에 등장한 ‘다문화 홈리스’다. 중국동포 박동춘(49·가명)씨는 전국을 떠돌며 공장일을 하다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8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다 교회 쉼터와 친구집 등에 신세를 졌지만 마음이 무겁다. 노숙인 쉼터의 문도 두드렸지만 ‘외국인이라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에 자리 잡은 박씨는 “여기에서도 나가야 한다면 난 그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는 “이따금 경찰이나 공무원 등이 갈 곳 없는 중국동포를 데려오기도 하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에서 이곳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홈리스로 전락하는 것은 저임금과 고용불안,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이재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처장은 “이직을 3회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체류자격을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양산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를 당하면 보험혜택도 받지 못해 고용주로부터 외면받는 실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는 노사가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지자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에 재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노숙인 쉼터 등 노숙인 지원시설도 외국인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 때문에 산업재해를 당해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거나 돈이 없어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교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쉼터뿐이다. 김해성 목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노동력’을 수입했을 뿐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갈 곳 없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윤샘이나·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오돌오돌 떨지마 따뜻하게 지켜줄게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오돌오돌 떨지마 따뜻하게 지켜줄게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원이라고 추위가 비켜 갈 리 없는 법. 예전 같으면 대부분의 동물이 실내에 갇혀서 지내는 사실상의 휴장(休場)을 맞았겠지만 이제는 한겨울이라도 야외에서 낮잠도 자고 신나게 뛰어놀기도 한다. 동물 가족들의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 사육사와 수의사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총동원한다. 저마다의 독특한 방법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겨울 동물원 식구들을 만났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스타인 암컷 오랑우탄 제니는 겨울 외투에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어린이 관람객을 맞는다. 사육사 이재만(38)씨의 품에 안긴 제니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롱을 피운다. 아이들은 제니와 악수를 하고 머리도 쓰다듬으며 즐거워한다. 이 사육사는 “열대 동물이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특히 감기에 걸리지 않게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김이 피어오르는 물가에 일본원숭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동물원이 2007년부터 마련해 준 인공 온천이다. 고향 생각이 나는지 아예 물속에 몸을 담그고 할아버지처럼 눈을 감은 채 온천욕을 즐기는 녀석들도 있다. 과천 서울동물원 야외 사육장에선 밀림의 왕 사자가 바위 위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다. 사자가 추위를 이겨내는 비결은 몇 해 전 들여 놓은 ‘온돌 침대’다. 25~30도가 유지되는 열선(熱線)이 바위에 깔려 있어 사자들은 따뜻한 온돌에 배를 깔고 겨울 햇볕을 맘껏 쬘 수 있게 됐다. 사자들의 ‘겨울 별장’인 셈이다. 겨울이 낯선 사막 동물들은 난방기구가 설치된 방 안에서 불을 쬐기 바쁘다.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이 고향인 미어캣은 뜨거운 태양을 생각하며, 굴 안에 설치된 열등(熱燈) 아래서 꼼짝도 안 한다. 사막여우들은 서로의 체온을 이용해 몸을 덥힌다. 2~5마리씩 옹기종기 모여 웅크리고 자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추위와 겨울이 더없이 반가운 동물들도 있다. 영하의 날씨에 신이 난 바다사자는 마치 겨울 북태평양에 오기라도 한듯 수영장을 헤집고 다닌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얼어붙은 폭포수 아래서 자기들끼리 눈을 뿌리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북극곰은 활동력이 풍부해져 물에서 수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요 며칠 새 활동량이 부쩍 늘어 생닭을 하루에 두 마리씩이나 더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의 사육사 박정욱(35)씨는 “보온 못지않게 겨울나기에 필요한 게 영양 보충”이라고 말했다. 맹수들은 인삼이나 대추를 넣고 끓인 삼계탕을, 사막여우는 단백질이 풍부한 귀뚜라미, 갓 깨어난 새끼 앵무새는 비타민을 탄 더운 물이 겨울 특식.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나름대로 월동 준비를 하는 야생동물과 달리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동물은 사람이 겨울나기를 도와줘야 한다. 원치 않은 타향살이에 동물원 식구들이 유난히 더 추위를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정성으로 보살피는 사육사들이 있기에 동물과 관람객 모두 올겨울이 따뜻하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은행 피크시간대 난방 ‘OFF’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전력난이 우려되자 금융기관들이 난방을 제한하거나 조명을 어둡게 하는 등 절전모드에 들어갔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일부 은행들은 15일부터 전력 사용이 가장 많이 몰리는 피크(절정) 시간대인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7시에 난방기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공고에 따른 조치다. 지경부는 내년 2월 말까지 전력 규모가 1000㎾ 이상인 6700개 초대형건물은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량을 지난해보다 10% 줄이라고 지침을 내렸다.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력 규모가 100㎾ 이상 1000㎾ 미만인 4만 7000개 중대형 건물(5층 규모 은행 지점, 관공서 등)은 난방 온도를 20도 이하로 낮춰야 한다. 오후 5~7시에는 일반 간판보다 전력 소비가 8배 많은 네온사인 조명을 켤 수 없고, 오후 7시 이후에도 1개만 점등이 허용된다. 한국은행은 하루 두 차례 서울 중구 소공동 본관과 별관의 난방 가동을 피크시간대에 멈추기로 했다. 그래도 전력사용이 허용치를 초과하면 조명의 3분의1을 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부터 피크시간대 난방을 끄고 복도 조명도 3분의2를 켜지 않기로 했다. 필요하면 사무실 조명도 부분적으로 끌 예정이다. KB금융지주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서울 중구 명동 본점과 여의도의 국민은행 본점, 서여의도 전산센터 등 지주 내 모든 건물의 난방기 가동을 중단하고 공기조절기를 절전모드로 바꿨다. 하나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전국은행연합회도 오전·오후 피크시간대에 난방기 가동을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피크시간대 공조기와 난방기를 평소의 50~60% 정도로 감축 운영하기로 했다. 신한·국민·기업은행 등은 개인 전열기구 사용 금지, 내복과 카디건 입기 생활화, 업무 종료 후 영업장 조명 다 끄기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실천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오달란·임주형기자 dallan@seoul.co.kr
  • 영하 날씨 속 ‘프리허그’ 박춘희 송파구청장 ‘소통의 스킨십’

    영하 날씨 속 ‘프리허그’ 박춘희 송파구청장 ‘소통의 스킨십’

    14일 오전 송파구 청사 1층 민원실. 주민들이 추위에 손을 비비며 문을 밀고 들어섰다. 박춘희 구청장은 잔뜩 반기는 얼굴로 마중을 나왔다. 박 구청장은 직원들과 함께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방문인들을 일일이 꼭 껴안았다. 그러자 어색한 표정을 짓던 주민들은 금세 웃음을 머금고는 함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하며 밝게 웃었다. 송파구가 이날 ‘허그 데이’(Hug Day)를 맞아 진행한 ‘프리 허그’ 행사는 영하의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원실 등서 주민 50여명과 온기 나눠 추운 겨울날을 맞아 연인끼리 서로 따뜻이 안아준다는 게 허그 데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체온에 담아 나누고 각박한 공동체의 정신적 문제를 치유하자는 의도가 있어 해외에서는 캠페인 형태로 벌어지기도 한다. 박 구청장은 “빼빼로데이다, 로즈데이다 뭐니하는 ‘데이’가 많은데 대부분 상업성 짙은 것들”이라며 “허그 데이가 있다는 걸 알고 구민들과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청 업무가 시작되는 9시부터 민원실과 보건소를 오가며 주민 50여명과 온기를 나눴다. 물론 민망함에 손사래를 치며 어색하게 피하는 주민도 종종 나타났다. 박 구청장은 “처음에는 나부터 민망해 여자 분들만 대상으로 하자고 했는데, 한명씩 사람들을 안으니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손자를 청사 어린이집에 맡기러 온 박경숙(60·여·방이동)씨는 “매일 구청에 오는데 뜻밖의 행사로 당황했다.”면서도 “이런 날이 있는 줄 몰랐는데 재미있더라. 포옹 한번에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숙인·환경미화원 찾아 선물도 건네 이어 박 구청장은 인근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도 방문했다. 역사 한쪽에 앉은 노숙인 박모 할머니를 만나 몸상태와 식사 여부 등을 묻고는 준비한 점퍼를 직접 입혔다. ‘직원 월급 끝전 모으기’로 마련한 내복과 양말 등도 건넸다. 낙엽 처리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을 만나 선물을 전하고 다문화가정도 찾았다. 행사는 ‘따뜻한 겨울나기 운동’의 하나로 마련됐다. 박 구청장은 프리허그를 신년까지 이어가고, 홀몸 노인을 위한 푸드박스 전달, 취약지역 방문 등 ‘스킨십 구정’을 계속할 작정이다. 한편 송파구는 매년 6월 1일을 ‘준 데이’(June Day)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 시니어와 주니어가 만나 사연을 담은 선물과 노하우를 나누는 세대 소통의 자리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17일까지 강추위

    15일부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17일에는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찬 대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면서 15일부터 낮에도 영하권에 들 것이라고 14일 예보했다. 충청과 전북 서해안 지방 일부에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15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도, 낮 최고기온은 3도로 평년보다 기온이 3~5도 정도 낮아지겠다. 추위는 17일까지 이어지다 18일 낮부터 평년 기온을 회복하겠다. 특히 17일의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7도, 강원 영서 영하 10도, 수원 영하 9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울 것 같다. 기상청은 17일 기온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16일은 바람이 세게 불고, 17일은 기온이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돼 건강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생후 2개월 때, 백혈병 발병 이후 떠나 버린 엄마와 아빠. 희숙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엄마, 아빠라 부르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 채소 노점에서 장사를 해 왔다.웃음을 잃지 않았던 희숙이에게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는 할머니의 곁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인데…. ●특집 신동쇼(KBS2 밤 8시 55분) 악어부터 오랑우탄까지. 다양한 반려 동물들이 스튜디오에 총출동하는 동물 버라이어티 ‘신동쇼’가 특집 방송된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 입양한 반려견 덕구와 동반 출연한 아빠 김국진이 단독 MC를 맡았다. 최고의 실력과 재주를 겸비한 다양한 동물들의 출연, 과연 이들 중 최고의 신동은 누가 될까. ●고향을 부탁해(MBC 오후 6시 50분) 섬 거제도는 통영과 부산에 각각 큰 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곳이다. 그리고 남쪽의 따뜻한 날씨와 풍성한 바다의 산물로 넉넉한 희망을 선물하는 땅이다. 한국전쟁 때 포로가 된 사람, 부자의 꿈을 안고 조선소로 오는 외지인들까지 찾아오는 이들에게 제2의 고향이 되어 ‘크게 구하고 품어주는 거제도’의 품으로 들어가 본다. ●아침연속극 태양의 신부(SBS 아침 8시 30분)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효원과 학규는 이사회장으로 끌려 나온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숙은 자신이 큰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고, 인숙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한편 강로(한진희)는 크게 분노하며 이사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제지당하고 모두의 긴장 속에 투표가 진행된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튀니지는 전설적인 명장 한니발의 고향이자, 지중해 패권을 놓고 로마제국과 대결했던 고대 카르타고의 땅이다. 한니발 명장을 탄생시켰던 카르타고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 그리고 유럽문화가 남아 있는 여러 마을을 통해 지난 3000여년간 튀니지에 차곡차곡 쌓인 다양한 문화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검색녀(OBS 밤 11시 10분) 20~30대 여성의 심리를 알아보는 쌍방향 토크쇼 ‘검색녀’. 이번 주는 개그맨 오지헌이 출연하여 심각한 건망증에 대해 털어놓는다. 차 위에 휴대전화를 두고 운전한 일, 겨울철 겉옷을 벗어둔 사실을 잊어버려 추위에 떨면서 집에 돌아간 일 등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한편 MC 문희준은 그룹 H.O.T 재결합설에 대해 밝힐 예정인데….
  • 몽골 지도 바꾼 ‘동해 알리미’… 소를 사랑한 여고생 입학사정관제로 당당히 대학 합격

    고교 시절부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했던 여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올해 당당히 대학에 합격했다. 주인공은 몽골 박물관에 있는 세계 지도의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바로잡아 ‘동해 알리미’로 유명해진 황예슬(왼쪽·18·고양 무원고교 3)양과 지난겨울 구제역이 창궐할 때 학교도 걸러 가며 송아지들을 돌봐 온 이현주(오른쪽·18·강원 홍천여고 3)양이다. 이들은 2012학년도 건국대 수시모집에서 각각 정치대학과 수의학과에 합격했다. 국제 문제 전문가를 꿈꾸는 황양은 지난해 7월 말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했던 몽골에서 ‘돈드고비 박물관’을 찾았다가 이곳에 전시된 세계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표기를 고쳐야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황양은 친구와 함께 3주 동안 동해에 관련된 문헌과 자료를 찾고 몽골 의원들, 몽골문화재단·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동해로 표기해야 하는 이유를 쓴 영문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유럽의 ‘북해’는 유럽 대륙의 북쪽에 있는 바다로, 노르웨이의 남쪽에 있지만 ‘노르웨이 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에 있는 바다는 ‘동해’로 표기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황양과 친구의 주장에 몽골 박물관 지도에는 결국 ‘동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황양은 “당시 ‘네가 그런다고 바뀌겠느냐’면서 내년에 고 3이니 공부나 하라는 반응들이 많았다.”면서 “실패했더라도 의미 있는 활동이었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산골 소녀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소에 대한 사랑을 키워 어릴 적부터 수의사를 꿈꿨다. 지난겨울 구제역이 창궐했을 때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소 90여 마리를 지키기 위해 방역 작업을 벌였다. 그는 “구제역의 공포를 몸소 느끼면서 진심으로 동물을 애정으로 보살피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수의사나 전문 검역관이 돼 동물 전염병 백신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양은 내신 2등급 성적만으로는 수의학과에 입학하기 힘든 조건이었지만, 전공에 맞는 이력과 자신의 열정을 강조해 합격할 수 있었다. 이양은 면접에서 “강추위로 온몸이 언 송아지를 거실로 데려와 난방기구를 틀어 주는 등 정성을 들였지만 결국 숨을 거둬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 입학사정관실은 “이양은 꾸며진 포트폴리오가 아닌 자신의 순수한 내면이 드러나는 순박함과 동물을 사랑하는 진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에스토니아에 일주일간 여행을 간다고요? 하루면 다 보는 곳 아닌가요?”라고 에스토니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이 말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 3국 중 하나’라는 사실만 알아도 실은 에스토니아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당신의 다음 유럽 여행지로 꼽아두어도 에스토니아가 전혀 손색이 없는 이유를 소개한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에스토니아관광청 www.visitestonia.com 핀에어 02-730-0067 www.finnair.co.kr @Tallinn탈린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에스토니아 “너희들은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니?” “글쎄…. 우린 작은 나라니까.” 25살, 앳된 얼굴의 가이드 카티Kati의 짧은 대답에는 많은 뜻이 함축돼 있었다. 15세기 이후, 50년 이상 독립국가로 존재해 본 적 없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덴마크,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열강들에게 종속당해 온 시절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에스토니아 곳곳에는 혼재된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행을 하면서 ‘대체 무엇이 에스토니아의 고유한 문화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운명적으로 고유의 것을 창조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재생성하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지정학적으로 교역의 거점이었고, 강대국들의 텃밭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사용하는 자신들만의 언어, 에스토니아어를 유지해 온 나라. 그 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다. ‘왕년을 회상하는’ 방식의 자존심이 아니라 지금을 소중히 여김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문화적으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많이 다르며, 언어와 민족은 북녘의 핀란드와 유사하다. 젊은이들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것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다른 점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가파르게 경제 성장을 구가해 온 에스토니아는 MSN 메신저와 스카이프Skype를 개발한 IT 강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탈린은 물론 지방 소도시의 식당에서도 대부분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다. 발트 3국 중 유일한 유로 사용국가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의 혼재된 문화는 재래시장에서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발틱역Baltic Station 맞은편에는 러시아식 재래시장이 매일 열린다. 앤티크 제품부터 채소, 과일, 생필품까지 50여 개 상점이 문을 여는데 탈린 시내와는 전혀 다른 구소련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차가운 사람들의 표정마저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린 것만 같다. 발틱역에서 트램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자리한 옛 공장터 ‘키르부투르크Kirbuturg’에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 누가 사 입을까 싶은 낡은 옷가지부터, 고장난 라디오까지 어딘가 익숙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철이면 구시가지의 시청광장에서는 민족 장터도 수시로 열린다. 탈린이 고대부터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하듯 광장에는 주변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다채로운 전통 시장을 체험하려면 반드시 주말을 끼고 탈린을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언덕에 올라 부엌을 들여다보아라” 탈, 린. 입에 감기는 발음마저 고혹적인 도시다. 어떤 합리적 연관성도 없지만 그 이름에선 묘한 여성성이 느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Old Town의 풍경 또한 그러하다. 덴마크인들이 11세기에 이주해 오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춘 탈린은 13세기에 한자동맹의 중심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거친 장사꾼들이 드나들며 만들어진 도시가 지금 이처럼 매혹적인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중세시대에 탈린은 상인과 일반인들이 거주하던 저지대와 영주나 귀족들이 거주하는 고지대로 나뉘었다. 저지대에는 과거 길드 상인들의 건물들이 식당, 카페, 기념품 상점들로 용도가 바뀌어 보존되고 있으며, 고지대에는 교회와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부유층의 집들이 있으니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탈린은 도시 전체가 평평한 지형으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톰페아 언덕Tompeaa Hill이 해발 40m밖에 되지 않아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구시가지는 어느 입구로 들어서든 풍부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지만 비루 성문Viru gate에서 도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성문을 통과해 100m 즈음 들어가면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구시청사와 시청광장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광장 주변 노천카페에서 음식과 차를 즐기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청광장 부근에는 1422년에 문을 열고, 10대째 내려오는 약국이 있고, 카타리나Katariina 골목은 중세 분위기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엌을 들여다보아라Kiek in de Koik’라는 엉뚱한 이름의 포수대에는 탈린 성곽의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탈린 시내를 조망하기 좋은 톰페아 언덕에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역사를 반영하는 알렉산데르 네프스키 교회가 화려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돔 성당도 있다. 성당 내부에는 교회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식품들이 가득해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데 현재는 중세시대의 유물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인들은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까닭에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구시가지를 하루에 세 번, 둘러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가한 이른 아침, 이슬 낀 자갈길을 걸어 보고, 한낮에는 박물관, 교회 등을 들러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 야경을 감상하고, 라이브 카페와 클럽에서 젊은 탈린을 만나 봐야 한다. 구시가지에는 살 만한 기념품도 많다. 먼저 발트 지역의 명물인 호박Amber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구시가지에는 인력거에서 중세 복장을 한 아리따운 여인들이 아몬드에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해 그 자리에서 직접 볶아서 판매하는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선물용으로 훌륭하다. 1 탈린 구시가지 시청광장은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13세기 한자 무역시대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 구시가지 곳곳에는 젊은 여인들이 중세 복장을 입고 에스토니아 전통 간식인 볶은 아몬드를 판매하고 있다 3 구시가지는 도보 여행에 좋다. 비루 게이트 입구에서 세그웨이Segway를 빌려 탈 수도 있다 4 탈린 구시가지에는 재치 넘치는 디자인의 간판들이 가득하다 5 구시가지는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자갈길을 걸으면 중세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Festival 전국민이 합창을 하는 나라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들은 많지만 노래를 통해 혁명을 이룬 역사를 가진 민족은 드물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88년, 혁명 기간 중 약 30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소련의 통치에 반대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불렀다. 당시 소련은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를 진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1991년 결국 독립을 이뤄내기까지 에스토니아는 반폭력 독립운동으로 일관했으며, 소련을 해체시키는 기반을 이뤘다. 비폭력 저항운동의 역사는 발트 3국이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1989년 3국 국민들은 탈린에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까지 인간 띠를 만들어 소련 체제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렸고 자유를 외쳤다. 25만명이 만든 인간 띠는 ‘발트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사건은 유네스코에도 유산으로 등재됐다. 에스토니아인들의 노래 사랑은 역사가 꽤 깊다. 탈린에서는 1869년부터 5년에 한번씩 송페스티벌Estonian Song Festival이 개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에스토니아인들은 합창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탈린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당신도 음악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물론이죠. 송페스티벌에 나간 적도 있답니다’라고 답했다.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3만명이 합창을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대에 한번쯤 서 보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 소련 시절,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가 이제는 탈린관광안내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티나Tiina씨는 “1988년,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노래로 세계에 보여주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노래의 힘을 신봉하는 듯 느껴졌다. 올해의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9월 말, 우리보다 앞서 단풍으로 물든 탈린에서는 디자인 축제와 재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에스토니아 재즈 밴드의 공연이 펼쳐진 한 클럽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맥주 잔을 들고 조용히 음악을 즐기던 중년의 남성에게 별 뜻 없이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재즈를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독일에서 온 교사입니다. 탈린에만 3일째인데 재즈 축제 때문에 왔죠. 에스토니아의 수준 높은 음악문화에 매료됐답니다.” 리듬에 맞춰 잔뜩 흥에 취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 2011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모두 노래부르길 좋아한다 2 재즈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구시가지의 유명한 극장 본 크롤Von Krahl에서 기타 트리오의 연주가 펼쳐졌다 3 1869년부터 시작된 에스토니아 송페스티벌은 3만명이 합창을 펼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에스토니아는 구소련에 대항해 노래를 부르며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4, 5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에 선정된 현대미술관 쿠무KUMU는 중세 미술작품부터 최근의 미술 조류를 반영하는 작품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6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를 위해 선물한 여름 궁전, 카드리오르그 공원의 미술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Museum 표트르 대제가 아내에게 선사한 궁전 문화 수도 탈린에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미술관도 있다.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인 캐서린 1세를 위해 헌사했다는 카드리오르그 공원Kadriorg Park에는 화려한 궁전과 미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드타운에서 약 2km 떨어져 있는 공원 일대는 오크 나무와 라일락 나무로 울창한 숲과 호수가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안락한 쉼터로도 이용되고 있다. 목조로 된 바로크 양식의 궁전은 공원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궁전 내부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의 16~19세기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대형 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작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공원 뒤켠에는 화려한 꽃들로 수놓여진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웨딩 촬영과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얕은 언덕을 따라 오르면 석회석으로 지어진 뾰족한 외관이 인상적인 현대 미술관 쿠무KUMU를 만날 수 있다. 2006년에 문을 연 에스토니아 최대의 미술관으로,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변의 자연 지형과 어우러진 디자인과 독특한 내부 설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하다. 7개 층에 전시된 작품은 종류도 시대도 매우 다채롭게 구성된 것이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을 연상시킨다. 상설 전시관에는 18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에스토니아 화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에스토니아 화풍의 변화와 함께 민중들의 삶의 궤적까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차 독립(소련 붕괴) 때까지의 작품들도 별도로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관의 작품에는 소련 체제 하에 접어들면서 공산주의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가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60년대부터 모더니즘, 팝아트, 극사실주의 등 당시 유행하던 화풍이 에스토니아라는 특수한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매우 실험적인 장르의 미술, 조각, 설치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한나절을 박물관에서 보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다. 1 시청광장에서 아몬드를 볶고 있는 에스토니아 소녀의 모습 2 탈린 구시가지의 교회나 성벽의 첨탑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뽐내고 있다 3 톰페아 언덕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의 모습. 멀리 발틱해, 핀란드만으로 나아가기 위한 항구도 보인다 4 중세 분위기의 레스토랑 올데한자Olde Hansa는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다 @Lahemaa National Park 라헤마 국립공원 숲, 바다, 늪, 대저택 그리고 완벽한 자연 많은 이들이 에스토니아를 하루 혹은 이틀만 여행하는 것은 ‘탈린 너머의 에스토니아’를 발견하지 못한 까닭이다. 탈린에서 출발해 러시아 방향으로 향하는 1번 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전혀 다른 세상에 다다를 수 있다. 때묻지 않은 늪지대와 울창한 삼림, 중세시대 영주들의 호화로운 저택들이 어우러져 있는 라헤마 국립공원은 1971년 구소련이 지정한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화려하던 소련이, 그것도 전성기인 70년대에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왠지 그럴싸하지 않은가.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늪지대에서 이색 하이킹을 즐겨 보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중세 영주의 집에서 스파를 즐기며 근사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Viru Bog Trekking 늪지대를 엉금엉금 걷는 재미 에스토니아의 6개 국립공원 중 라헤마 국립공원은 탈린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중세 영주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탈린과 함께 여행하면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라헤마 국립공원은 대체로 평지에 가까워 가벼운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 바다에서의 카약이나 카누 등을 즐기기에 좋다. 하이킹의 경우,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어 지도만 있으면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해변에서부터 늪지대까지 다채로운 산책로가 있으며, 에스토니아에 서식하는 비버Beaver를 구경할 수도 있는 산책로도 있다. 국립공원에는 50여 종의 포유류가 있다고 하지만 산책 중 이들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양한 산책로 중에서도 늪지대(혹은 습지) 산책로를 선택했다. 습지 하이킹으로 유명한 곳은 비루Viru Raba 지역이다. 공원에 이르자 침엽수림이 내뿜는 공기가 신선하면서도 묵직하게 폐 속으로 침투했다. 숲 속으로 몇 걸음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전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소의 밀도가 높았다. 그러나 비루 습지 산책로의 주인공은 침엽수림이 아니었다.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몇백 미터를 들어가자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고 일견 잔디처럼 보이는 평원이 훤하게 펼쳐졌다. 맨땅에 뿌리를 내린 침엽수가 20m는 족히 넘는 키를 자랑하는 데 반해 늪지대에 나 있는 나무들은 큰 것이 3m 수준이었다. 무릎 높이의 나무 한 그루도 실은 수십년을 자란 것이라고 하니, 흙과는 전혀 다른 습지의 생태가 신기하기만하다. 이곳에서는 습지 위로 걷다가 발이 잠기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식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통나무를 깔아놓은 3.5km 산책로를 걸어야만 한다. 산책길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작은 연못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아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국립공원에는 840종에 달하는 식물군을 볼 수도 있으며, 찰스 다윈이 가장 좋아한 식물이었다는 식충식물도 곳곳에 있어 살아있는 과학교실로 활용되고 있다. Manor House 중세 독일 영주처럼 쉬어 볼까 라헤마 국립공원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재미는 중세 영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매너하우스Manor House를 구경하는 것. 개인적으로 지난 3월, 영국 코츠월드 지방의 매너하우스를 개조한 호텔에서 머문 경험이 있는 터라 매너하우스에 꽤나 매료가 된 상태였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지방의 매너하우스에서 머물러 봐야 한다는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높은 기대치를 갖고 찾아본 에스토니아의 매너하우스. 영국의 그것에 비해 절대 뒤쳐지지 않는 화려한 정원과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특히 라헤마 국립공원의 3대 매너하우스로 불리는 팔름세Palmse, 사가디Sagadi, 비훌라Vihula는 전혀 다른 개성을 간직하고 있다. 팔름세 매너하우스는 노랑, 주황으로 채색된 바로크풍 건물이 9월의 낙엽과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팔름세는 화려한 정원이 뒤뜰에 펼쳐져 있고, 박물관, 공방, 와인 판매점, 카페, 식당 등이 한 데 모여 있다. 특히 메인 건물에는 18세기 에스토니아 영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초상화, 낡은 피아노, 벽난로,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살롱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1749년 독일 영주가 살던 사가디 매너하우스는 야생동물, 희귀식물 등 국립공원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전시관Forest center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매너하우스는 비훌라. 16세기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함에도 골프코스를 갖추고 있고, 스파, 워터파크 등의 시설은 물론 인접한 해변에서 카야킹, 말타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스포츠가 가능하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누구나 로맨틱한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결혼식을 마친 후, 남편이 참나무 한 그루를 매너하우스에 기증하며 아내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뿌리와 함께 묻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참나무가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1 습지의 생태는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이끼류의 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2 라헤마 국립공원은 살아있는 과학교실이다.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을 좇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3 국립공원은 바다를 면하고 있다. 북극 빙하를 타고 온 퇴적물과 암석들로 해변 지역의 생태 또한 독특하다 4 라헤마 국립공원에는 군데군데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5, 6 비훌라 매너하우스Vihula Manor house는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중세 영주의 대저택이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 및 예식을 올리는 것을 동경한다고 전해진다 @Parnu패르누 여름 수도에서 잘 먹고 잘 쉬기 에스토니아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그저 춥기만한 나라’라는 것.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바로 아래 있고, 유라시아 대륙의 서북쪽 끄트머리에 있으니 그런 오해가 있을 법하다. 겨울철에는 영하 20~30도는 예사이고, 오후 3시면 어두워지는 혹독한 겨울나라의 면모를 보이지만 6~8월은 영상 30도 가량의 온화한 날씨에 밤 11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나라로 변모한다. 고로 에스토니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철은 여름이며, 남쪽의 해변도시 패르누Parnu는 여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탈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패르누에 도착했다. 거리상 129km밖에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탈린에 비해 공기가 훨씬 온화한 느낌이다.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수식어처럼 널따란 백사장이 있는 해변을 끼고 있다. 9월 말, 해변에는 산책을 나온 몇몇 사람들만 눈에 띄었을 뿐 백사장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패르누의 여행 시즌이 마감된 것은 아니었다. 패르누에는 19세기부터 스파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해 자국민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와 동유럽 지역에서도 스파를 즐기기 위한 여행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스파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리조트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스파와 마사지,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으니 에스토니아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패르누에서는 건강을 위한 웰니스 스파Wellness Spa와 치료 목적의 메디컬 스파Medical Spa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스트랜드 호텔Strand Hotel & Conference에서 진흙팩 트리트먼트를 받았다. 75분 동안 사해 머드를 온 몸에 바르고 나니 피부가 수분을 단단히 머금었고, 노폐물과 몸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듯했다. 유럽에서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고 39유로(약 6만2,000원)만 지불하면 된다는 사실도 새삼 놀랍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오일 마사지 등도 30유로 선에서 받아 볼 수 있다. 스파 에스토니아Spa Estonia와 같은 메디컬 스파 호텔에서는 각종 질병 진단을 10유로 수준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중국식 마사지, 태국식 마사지부터 벌꿀 마사지까지 취향대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그로테스크한 호텔을 가득 채운 선율 패르누는 완벽한 휴양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도 단순히 먹고 배부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우리 몸에 유익한 오거닉 푸드가 어울린다. 형형색색의 목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올드시티에는 문을 연 지 2년 만에 에스토니아 50대 식당으로 선정된 오가닉 카페 ‘마헤딕Mahedik’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어 찾아보았다. 탈린에서 수십년간 호텔에 종사했던 에비 큐식Evi Kuusik씨는 오가닉 푸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향인 패르누로 돌아와 가게를 열었다. 직접 농부들로부터 채소와 육류를 구매하고, 어부들로부터 생선을 공급받아 신선한 재료와 빼어난 맛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연어 샐러드와 엘크 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맛보았다. 과일주스부터 디저트로 먹은 파이까지 몸에도 좋은 것이 맛까지 훌륭했다. 큐식씨는 “사실 오가닉 푸드라는 게 대단할 게 없어요. 패르누에서 어릴 적부터 먹어 왔던 것을 되살리는 일을 한 것뿐이죠”라고 맛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 식당의 사장은 큐식씨의 딸 에벌린Evelin Kuusik이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한국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빼어난 미모의 모녀가 운영하는 마헤딕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피아노, 클라리넷 등의 소박한 공연도 열린다. 흥미롭게도 이 낯선 땅, 그것도 조그만 마을에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을 또 한 명 만났다는 사실을 그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패르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럭셔리 호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에서 묵는 밤. 운이 좋게도 영국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제이슨 카터Jason Carter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는 평양에서 공연을 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음악으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관객들과 공유했는데, 공연이 끝나고는 ‘남한’에서 온 나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이메일을 보내 왔다.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더 소상하게 얘기해 주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결국 제이슨 카터 덕분에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을 뿐 아니라 패르누에서의 추억도 더욱 애틋하게 간직하게 됐다. 유명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것도 큰 행운이었지만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대저택, 그러니까 무대 뒤편에는 뿔 달린 사슴 박제가 걸려 있고,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이방의 공간에서 멜랑꼴리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란 참 기묘했다. 공연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다. 널찍한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자작나무 향이 짙게 풍기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피곤을 풀었다. 에스토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포근하고 로맨틱하게 저물었다. 1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먹고, 잘 쉬기 위한 모든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최근에는 오가닉 푸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스파를 체험할 수 있는 스트랜드 호텔 & 스파 3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안락한 분위기의 카페 4 여름철이면 패르누는 전국에서 모여든 휴가객과 북유럽 여행객들로 붐빈다. 고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는 여느 휴양지에 비해 상업적인 냄새가 덜 느껴진다 5 패르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아멘데 빌라. 1905년 독일인 부호가 딸의 결혼식을 위해 지었으며, 이제는 사우나 달린 객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지는 럭셔리 호텔로 변모했다 6 도심 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공원에는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밀도 높은 산소를 내뿜고 있다 7 소박한 분위기의 카페 풍경 Travel to Estonia ▶에스토니아 여행팁 탈린 카드Tallinn Card 탈린 여행의 필수품이다. 6시간(12유로), 24시간(24유로), 48시간(32유로), 72시간용(40유로)이 있으며, 카드 한 장이면 대중교통, 박물관, 스파·사우나 입장은 물론 가이드 투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탈린 호텔과 라헤마 국립공원 투어 등은 할인이 가능하다. 탈린관광청 웹사이트(www.tourism.tallinn.ee/fpage/tallinncard)에서 사전 구매도 가능하며, 주요 호텔 및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압 우리나라와 같은 220V를 사용한다. 화폐 1유로는 약 1,601원(10월 기준). 크룬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기후 6~8월에는 최고기온 30도 정도로 따뜻하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영하로 매우 추운 편이다. 여행을 하기에는 5~9월 사이가 좋다. 무선인터넷 에스토니아는 EU 국가 중에서도 IT가 가장 발전된 나라다. 대부분의 호텔과 식당에서 WIFI를 무료로 제공한다. ▶Food 영부인이 재유행시킨 검은 빵 에스토니아는 열강들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긴 만큼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통령 영부인이 흑빵을 굽는 모습이 TV에 노출되면서, 이 전통 빵이 큰 유행을 타고 있다. 어느 식당을 가든 흑빵을 먹어 볼 수 있다. 탈린 시청광장에 자리한 올데 한자Olde Hansa는 15세기 한자 시대의 분위기로 에스토니아 전통식을 제공하는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각종 곡물과 육류,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연어의 맛도 훌륭하지만 인테리어부터 음악, 점원들의 복장까지 완전히 중세풍으로 연출해 이색 체험 차원에서도 추천할 만하다. www.oldehansa.ee 라헤마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어부들의 마을 ‘알트야Altja’에 있는 에스토니아 전통식당 알트야 코르츠Altja Korts는 앞바다에서 잡힌 청어요리가 주를 이루며, 막걸리 맛과 흡사한 러시아식 전통음료인 크바스Kvass의 맛이 훌륭하다. www.altja.ee ▶Hotel 이왕이면 핀란드식 사우나 달린 호텔 탈린에서는 올드타운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호텔을 잡는 게 편리하다. 수영장, 사우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호텔이 많으니 예약 전 확인하는 게 좋다. 올드타운 비루 게이트 앞에 위치한 노르딕 호텔 포럼Nordic Hotel Forum이 가격, 접근성, 서비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www.nordichotes.eu 패르누에서도 사우나, 스파 시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으며, 도시의 역사를 대변하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는 아르누보풍의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www.ammende.ce FINNAIR 에스토니아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우리나라에서 에스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지만 항공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핀에어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인 핀에어는 서울과 헬싱키를 9시간 만에 연결하며, 헬싱키에서 탈린까지는 35분만에 연결된다(헬싱키에서 페리를 이용할 경우, 탈린까지 2~3시간이 소요된다). 핀에어는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안전 사고를 일으킨 적 없어 매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선정되고 있으며, 각종 매체로부터 ‘북유럽 최고 항공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항공사 TOP 5’에 꼽히기도 했다.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개인 노트북 연결 콘센트 및 USB 연결장치를 탑재하고 있고, 비즈니스석에는 180도 젖혀지는 침대형 좌석을 도입했다. 특히 한국 승무원 탑승,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 기내식 제공, 한국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한국 승객들을 배려한 기내 서비스는 한국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헬싱키 반타 공항 역시 유럽 공항에서는 최초로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해 환승 및 공항 이용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www.finnair.co.kr 02-730-0067
  • 16세 英여고생, 스키로 남극 도달…세계 최연소

    16세 英여고생, 스키로 남극 도달…세계 최연소

    16세밖에 안된 영국 소녀가 스키를 타고 남극점에 도달하는 데 성공해 최연소 기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일(현지시각) 영국 BBC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고등학생 아멜리아 헴플먼-애덤스가 부친 데이비드와 함께 최저 영하 50℃까지 내려가는 추위 속에 17일 밤을 야영하며 156km를 스키로 주파했다. 이들 부녀는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지난 1909년 1월 더 이상의 탐험을 포기하고 돌아선 지점인 FPS(The Farthest Point South: 남위 88도 23분)에서 출발, 남은 거리를 완주했다. 아멜리아는 섀클턴 경의 사진과 그의 손녀가 준 기념주화를 갖고 남극 여행을 하며 블로그에 하루하루 진행 상황을 올렸다고 한다. 그녀는 남극점 도달 뒤 “기막힌 경험이었다. 기분이 최고”라고 기쁨을 표시하고 “가장 좋았던 것은 아빠가 탐험 때 하는 일을 그대로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멜리아는 숙제거리도 많이 갖고 왔지만 할 시간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아버지가 짐을 줄이려고 책을 다 빼놔서 할 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남극 탐험에서 “가장 힘든 것은 몸이 얼어붙는 추위와 건조식, 썰매 안에서 언 똥 누기, 아빠의 코골이였다”고 말했다. 부친 데이비드는 “나 혼자 탐험하는 것과 10대 딸을 돌보며 탐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면서 “막내딸이 손·발가락을 온전히 갖고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사진=멀티비츠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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