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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듯 다른 4인4색의 ‘제스처’… 무한 상상을 만나다

    같은 듯 다른 4인4색의 ‘제스처’… 무한 상상을 만나다

    71세 미국인, 46세 영국인, 41세 한국인, 31세 캐나다인. 국적과 연령대가 전혀 다른 작가 4명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층 호반문화재단의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열리는 기획전 ‘더 제스처’(The Gestures)에선 추상화, 추상적 구상회화로 구분되는 이들 네 작가의 작품이 올오버 페인팅, 그래피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올오버 페인팅은 중심 구도 없이 캔버스 전체를 같은 방법과 강도로 칠해 테두리까지 가득 채우는 방식으로 미국의 잭슨 폴록이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래피즘은 직선과 곡선을 사용해 그리는 기법이다. 미국 후기 추상의 거장인 게리 코마린(71)은 일상적 경험에서 받은 감흥을 산업용 페인트나 방수포 같은 비전통적 재료를 이용해 색채의 명암 대조가 강하고 선의 요소가 강한 추상으로 제스처(몸짓)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스계 영국 작가 코스타스(46)는 ‘일필휘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커다란 물결 무늬 붓질로 모노톤의 추상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캔버스를 바닥에 놓은 뒤 본능에 따라 붓을 휘두르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원시적인 춤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허보리(41) 작가는 길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꽃과 풀을 초록과 붉은색으로 평면에 추상화시키고 있다. 속도감 있는 필치로 화면 가득 균질하게 표현된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 중 가장 어린 알리 매킨타이어(31)는 야생동물과 형광색 선과 색으로 그라피티 같은 느낌이 드는 추상적 구상화를 선보이고 있다. 고향인 캐나다 대초원에서 만난 동물과 그 배경을 낙서하는 것처럼 붓질한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트스페이스 호화 관계자는 “전시에 참여한 4명의 작가는 각자의 몸짓으로 이미지를 표현하고 확장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은 추상미술 속 붓의 궤적이라는 몸짓을 통해 이미지 너머까지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 30대부터 70대까지 4인4색 추상작품이 한자리에...

    30대부터 70대까지 4인4색 추상작품이 한자리에...

    71세 미국인, 46세 영국인, 41세 한국인, 31세 캐나다인. 국적과 연령대가 전혀 다른 작가 4명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층 호반문화재단의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열리는 기획전 ‘더 제스쳐’(The Gestures)에선 추상화, 추상적 구상회화로 구분되는 이들 네 작가의 작품이 올오버 페인팅, 그래피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올오버 페인팅은 중심 구도 없이 캔버스 전체를 같은 방법과 강도로 칠해 테두리까지 가득 채우는 방식으로 미국의 잭슨 폴록이 이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래피즘은 직선과 곡선을 사용해 그리는 기법이다. 미국 후기 추상의 거장인 게리 코마린(71)은 일상적 경험에서 받은 감흥을 산업용 페인트나 방수포 같은 비전통적 재료를 이용해 색채의 명암 대조가 강하고 선의 요소가 강한 추상으로 제스쳐(몸짓)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스계 영국 작가 코스타스(46)는 ‘일필휘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커다란 물결 무늬 붓질로 모노톤의 추상회화를 보이고 있다. 캔버스를 바닥에 놓은 뒤 본능에 따라 붓을 휘두르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원시적인 춤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허보리(41) 작가는 길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꽃과 풀을 초록과 붉은 색으로 평면에 추상화시키고 있다. 속도감 있는 필치로 화면 가득 균질하게 표현된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 속으로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 중 가장 어린 알리 맥킨타이어(31)는 야생 동물과 형광색 선과 색으로 그래피티 같은 느낌을 드는 추상적 구상화를 선보이고 있다. 고향인 캐나다 대초원에서 만난 동물과 그 배경을 낙서하는 것처럼 붓질한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아트스페이스 호화 관계자는 “전시에 참여한 4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몸짓으로 이미지를 표현하고 확장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추상미술 속 붓의 궤적이라는 몸짓을 통해 이미지 너머까지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27일까지.
  • 노원, 경춘선숲길 ‘현대미술거장전’ 연다

    서울 노원구가 경춘선숲길 갤러리에서 ‘현대미술거장전’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내일이 기대되는 문화 도시’를 민선 8기 구정 목표로 삼은 구는 일상에서 숨 쉬듯이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로 옆 갤러리에서 현대 미술 거장 5인의 주요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는 오는 12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열린다. 총 25점의 현대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먼저 물방울이라는 한 가지 소재로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 온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 시리즈와 ‘회귀’ 시리즈 총 6점을 선보인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 4점도 전시된다. 박서보·유영국·이우환 작가 등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컨테이너 4량을 개조해 만든 경춘선숲길 갤러리는 문화 예술 거점 공간의 역할을 담당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오리지널 작품을 산책로에서 만나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구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선보여 품격 있는 문화 도시 노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산과 사랑에 빠졌던 작가… 마법 같은 색채에 빠지다

    산과 사랑에 빠졌던 작가… 마법 같은 색채에 빠지다

    “색채란 써보면 참 재미있는 거요. 옆에 어떤 색을 가져와야 이 색도 살고, 또 이 색도 살고. 나는 색채는 균형과 하모니를 이루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 유영국(1916~2002)의 작품에선 긴장과 평화가 동시에 느껴진다. 산과 바다를 닮은 기하학적 구도 아래 수많은 색이 변주하며 조화를 이룬다. 비슷한 초록과 파랑이어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연둣빛 옅은 초록과 짙은 초록, 청록과 새파란색, 짙푸른색이 모두 들어 있다. ‘어떤 색을 가져와야 이 색도 산다’는 생전 작가의 말처럼 그는 다채로운 조합을 통해 조형 실험을 완성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영국의 20주기 기념전은 그의 작품을 통해 작가적 집념을 따라갈 수 있는 전시다. 공공 미술관이 아닌 상업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인데도 대표 회화 70점과 드로잉 22점, 사진 작품, 작가 활동 아카이브 등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갤러리 전관(K1·K2·K3)에 전시된 그의 작품과 자료 등은 시기별로 구분됐다. K1에선 대표작과 초기작을 소개하고 K2에선 한창 전업작가로 활동하던 1970년대와 1990년대 작품을 걸었다. K3에선 기하학적 추상과 조형 실험이 절정에 달했던 1960년대 중반과 1970년대 초기작들을 볼 수 있다. 유영국은 이건희 컬렉션 전시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의 인증샷 등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화가로서 그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서 처음 추상미술을 접했고, 귀국 후 양조장 운영 등을 하며 일상생활을 이어 갔다. 그동안에도 단체전을 열었지만,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 건 마흔여덟 살이 되던 1964년이다. 그 이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 일컬은 작가는 그때부터 개인 작업에 몰두하며 산과 자연을 모티브로 한 추상회화를 처음 선보였는데, 이후 철저히 계산된 기하학적 구도와 강렬한 원색 등 현재의 유영국표 작품이 탄생했다.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말처럼 창발적인 색채와 예민한 선, 그림자에선 추상이 아닌 풍경화가 엿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유영국이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집요하게 천착한 점, 선, 면, 형, 색이라는 기본적인 조형 요소가 어떻게 무르익는지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초빙 큐레이터로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홍콩중문대 교수는 “유영국은 사진을 공부하며 새로운 시도를 탐구하는 한편 색채를 두껍게 쌓아 올리는 등 표현의 다변성을 고심하던 작가”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갈고 다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8월 21일까지.
  •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3월 두 번째 주말 전시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3월 두 번째 주말 전시

    김세은 작가의 개인전 ‘핏 스탑’이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에서 열린다. 도시 속에 남겨진 땅, 토지 구조상 소외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강렬한 선과 색으로 표현하는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대형 회화 3범을 포함한 10여 점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작가가 공간과 구조를 인식하는 방식과 더불어 작품이 지닌 선과 색, 겹치고 엇갈리는 면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디자인에 참여한 사다리와 벤치가 놓인다. 평균보다 낮게 만들어진 벤치와 올라설 수 있는 계단을 통해 정해진 시선에서 이탈해 화면 안팎으로 펼쳐진 작품을 다각적으로 느끼도록 장치했다.노정란 작가의 개인전 ‘색놀이-캘리포니아(Colors Play - California)’가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열린다. 노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1990년 대 후반부터 색놀이를 주제로 연작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이상 이어오고 있는 ‘색놀이-쓸기(Colors Play-Sweeping)’ 연작의 최근작(2020, 2021년 작)과 2010년대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최근작들은 특히 따뜻하고 햇빛 밝은 캘리포니아에 머물 때 작업한 작품들로, 밝고 따스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캔버스 위에 붓으로 ‘그려낸’ 것이 아닌 빗자루로 색을 ‘쓸어’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한 층 한 층 수십번 덧칠해 쓸어내린 색의 결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겹겹이 쌓여 풍부한 색감을 만들어내고 웅장한 여운을 남긴다.전시 ‘리조이스 : 추상의 표정’이 다음 달 24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5층 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롯데 백화점 롯데갤러리에서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기획됐다. 전시는 오랫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추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여성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조명하는 자리다. 고유의 존재감을 구축해 온 여성 추상미술 작가 박정혜, 안정숙, 윤종주, 제여란, 홍승혜를 소개하며, 한국 추상미술을 이끄는 다섯 작가의 전시를 통해 ‘리조이스’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리조이스 : 추상의 표정’전은 본점, 잠실점, 동탄점, 인천터미널점, 광주점에서 갤러리와 아트월을 포함해 총 8개의 연계 테마 전시로 진행된다. 각각의 전시는 여성의 꿈, 지성, 감성, 감각, 즐거움, 도전, 인내, 행복 등 ‘리조이스’에 대한 8개의 해석을 보여준다. 더 많은 전시 소식과 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관 혹은 예약제로 전시장 운영 상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방문 전, 전시장 운영정보를 확인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 ‘영원한 현역’ 106세 김병기 화백 ‘천상의 캔버스’ 수놓다

    ‘영원한 현역’ 106세 김병기 화백 ‘천상의 캔버스’ 수놓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이자 ‘최고령 현역 화가’로 불리던 김병기 화백이 지난 1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106세.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산증인이자 100세 넘어서도 붓을 든 ‘영원한 현역’ 작가였다. 고인은 한국 서양미술의 선구자였던 아버지 김찬영(1889~1960)의 뒤를 이어 도쿄 아방가르드양화연구소에서 김환기 등과 수학했다. 이후 귀국해 북한에서 북조선문화예술총연맹 산하 미술동맹 서기장을 지냈으나 1947년 월남했고 한국문화연구소 선전국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맡았다. 서울대 강사, 서울예고 미술과장 등으로도 일하며 남북 미술단체 대표를 모두 역임했다.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석한 이후 미국으로 떠난 그는 1980년대 중반 국내 화단에 복귀했다. 당시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 영감을 얻은 ‘인왕제색’, 분단된 조국을 떠올리며 그린 ‘산하재’ 연작, ‘분단 풍경’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김병기: 감각의 분할’전 이후 영구 귀국해 가나아트센터의 지원을 받으며 작업해 왔다. 2019년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에도 신작을 발표했다. 고국의 자연 등에서 형상성을 찾아 선과 면으로 재구성하는 작품을 선보인 고인은 생전 “작업실 인근 북한산, 건물, 사람과의 관계 등이 작품에 녹아 있다”며 “완전한 추상도, 형상도 없다”고 말했다. 2019년 개인전 당시에는 “나는 백 살 넘어서도 작업을 하는 장거리 선수인 셈”이라며 “인생처럼 작품에는 완성이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2017년 101세에 대한민국예술원 최고령 회원으로 선출됐고 지난해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정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별세 소식에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라며 “별세 직전까지 붓을 들고 작품을 그린 열정,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세계에서 유일한 106세 현역 화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바탕”이라고 말했다.
  • 아득한 태고의 풍경… 추상화의 화려한 변주

    아득한 태고의 풍경… 추상화의 화려한 변주

    캔버스에 펼쳐진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방들. 주머니 같기도, 열매의 절단면 같기도, 인간의 세포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퍼지는 빛깔과 모형 앞에서 관람객은 떠올린다. 인간이라는 구체적인 종(種)으로 분화하기 전 아득한 태고의 풍경이 이럴까 하고. 이봉상(1916~1970)의 작품 ‘미분화시대 이후 2’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은 추상회화에 한국적인 정신세계를 담아낸 작가들을 재조명한다. ‘에이도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본질을 뜻하는 말이다. 전시에서는 이봉상을 포함해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 등 1920~1930년대 출생 작가 7명의 작품 57점을 선보인다. ‘해방 1세대’ 작가인 이들은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보여 줬다는 평을 받는다.이들은 김환기, 유영국, 남관 등 한국 추상회화 선구자의 뒤를 잇는데, 단색화 작가군과는 또 다른 경향을 갖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반추상’ 방식으로 자연을 표현하고(이봉상), 기하학적 무늬와 굵은 붓자국으로 추상을 구현하고(이상욱), 초현실주의 조형 양식을 실천한다(천병근). 한국 전통 미술과 불교적 세계관을 드러내거나(하인두),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생명과 우주의 질서를 담아내기도 한다(이남규). 호남 추상미술을 개척하며 야수파적 색채를 선보인 작품(강용운)과 서정적 느낌을 주는 작품(류경채)까지, 전시는 추상회화의 세계도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큰 관심 대상”이라며 “앞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단색화 이외에 어떤 것을 선보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우리 추상회화의 근원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선 작가들의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했다. 생전 기록과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 한국 추상화의 기원을 찾아…7인이 펼치는 세계

    한국 추상화의 기원을 찾아…7인이 펼치는 세계

    캔버스에 펼쳐진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방들. 주머니 같기도, 열매의 절단면 같기도, 인간의 세포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퍼지는 빛깔과 모형 앞에서 관람객은 떠올린다. 인간이라는 구체적인 종(種)으로 분화하기 전 아득한 태고의 풍경이 이럴까 하고. 이봉상(1916~1970)의 작품 ‘미분화시대 이후 2’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은 추상회화에 한국적인 정신세계를 담아낸 작가들을 재조명한다. ‘에이도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본질을 뜻하는 말이다.전시에서는 이봉상을 포함해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 등 1920~1930년대 출생 작가 7명의 작품 57점을 선보인다. ‘해방 1세대’ 작가인 이들은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보여 줬다는 평을 받는다. 이들은 김환기, 유영국, 남관 등 한국 추상회화 선구자의 뒤를 잇는데, 단색화 작가군과는 또 다른 경향을 갖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봉상은 나무, 수풀, 새, 달 등의 소재에 한국 토착 설화의 서사를 녹여낸다. 여러 대상을 화면에 중첩시키는 ‘반추상’ 방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류경채는 1960년대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동양적 착상에서 비롯해 서정적 추상의 세계로 나아간다. 풍부한 색채, 생명력 넘치는 붓과 나이프 자국은 화면을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를 보여준다. 1980년대에는 기하학적 추상회화로도 이어졌는데, 원과 사각형, 마름모꼴 등의 구성에도 자연의 정감이 살아있다.강용운은 호남 추상미술의 개척자다. 일본 유학 시절부터 야수파적 표현주의를 선보였는데, 1960년대 장판지를 동원해 물감을 흩뿌리고 불을 지키는 등 다양한 실험을 펼쳤다. 1970년대에는 전통 수묵처럼 묽은 물감으로 담백하게 구성한 화면에 향토의 온화한 정감을 녹여냈다.이상욱의 1960년대부터 두가지 유형의 추상 양식을 발표했다. 커다란 원형 또는 사각형에 단순화된 띠나 점으로 구성한 기하학적 형태가 첫번째, 토막난 굵은 붓자욱으로 구성한 게 두번째다. 그의 필선은 화면에 경쾌한 속도와 리듬, 호흡을 불어넣는다.천병근은 일본 유학 시기에 배운 초현실주의의 조형 양식을 실천한 화가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세계에선 십자가, 만(卍), 해, 초승달, 눈, 별 등 이미지의 파편이 시적 언어로 떠돈다.하인두는 한국 전통 미술과 불교적 세계관을 추상회화로 구현했따. 강렬하고 쨍한 색채는 불화나 단청, 민화, 무속화 등에서 비롯했다.이남규 역시 구도의 길을 걸은 종교화가다. 창작 활동을 통해 본연의 인간을 모습을 찾는 것을 도(道)라고 여겼다.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서 생명과 우주의 질서를 담아낸다. 이처럼 전시는 추상회화의 세계도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큰 관심 대상”이라며 “앞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단색화 이외에 어떤 것을 선보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우리 추상회화의 근원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하 1층에선 작가들의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했다. 생전 기록과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2월 6일까지.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실패의 역설/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실패의 역설/미술평론가

    세잔은 실패한 삶을 살았다. 매년 살롱전에 작품을 냈으나 마흔 넘어 딱 한 번 입선했을 뿐 번번이 낙선했다. 인상주의에 가담했으나 집단을 이루어 활동하는 게 기질적으로 맞지 않았고, 인상주의 예술관에 찬동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전시회에 두 번 참여하고는 발을 끊었다. 제3회 전시회에 출품한 ‘빅토르 쇼케의 초상’은 인상주의 지지자들까지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큐비즘과 추상미술을 경험한 현대인의 눈에는 세잔의 모던함이 들어오지만, 인상주의조차 생소했던 당대 사람들이 세잔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다. 오십 줄에 들어서자 동년배인 모네와 르누아르는 세상이 알아 주는 화가가 됐고, 다른 동료들도 자리를 잡아 갔다. 성공한 친구들과는 서먹해졌고, 고향에 은둔하면서 파리 화단과의 관계도 끊어졌다. 사생활도 실패였다. 세잔은 서른 살에 자신의 모델 오르탕스 피케와 같이 살기 시작했으나 완고한 아버지가 생활비를 끊을까 두려워 결혼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죽기 몇 달 전 마음을 돌려 며느리를 받아들였다. 세잔과 오르탕스의 아들은 열네 살이 돼 있었고, 부부 사이에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유산을 상속받자 오르탕스는 아들 공부를 핑계 삼아 파리로 가 버렸다. 사십대 후반이 된 세잔은 고향 엑상프로방스의 생트빅투아르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1901년에는 아예 산기슭으로 스튜디오를 옮기고 매일 2㎞ 정도 걸어 올라가 그림을 그렸다. 세잔은 햇빛이 만드는 찰나의 이미지에 집중하는 인상주의를 포기했다. 자연에는 영속하는 부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고 화가는 그것을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은 모사의 대상이 아니라 색채와 조형적인 균형을 통해 해석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그림에서 전통적인 원근법은 사라지고 색의 조각들이 겹치고 엇갈리면서 공간을 재편한다. 생트빅투아르산은 저 멀리 있는가? 바로 눈앞에 있는가? 세잔은 인상주의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사물의 재현이라는 미술의 관습 자체를 뒤흔들었다. 당뇨병과 고독, 이대로 영영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며 세잔은 현대미술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혔다. 실패가 그를 만든 것이다.
  • 담담함, 의연함… 이것이 박수근

    담담함, 의연함… 이것이 박수근

    ‘이건희 컬렉션’ 33점 등 174점 역대 최대독특한 질감 속 서민 향한 따스한 시선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지난 11일 개막한 박수근(1914~1965) 회고전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국민화가로 알려진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총 174점의 유화, 수채화 등 작품뿐 아니라 박수근이 직접 잡지나 그림을 모아서 만든 스크랩북, 스케치, 엽서 등 자료 100여점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자료를 전시한다. 흔히 박수근의 그림이 투박하고 서민적이라고 하지만, 생애를 따라 모두 4부로 구성된 전시를 보면 그가 그림의 구도 하나하나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했는지 알 수 있다. 10대 시절 밀레 같은 훌륭한 화가를 꿈꾸며 그리던 수채화부터 1950년대 초기 유화, 해방과 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1960년대 한국 풍경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전시는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불우한 화가였다는 그간의 고정관념과 달리 박수근이 얼마나 ‘성실한’ 화가였는지에 주목한다. 그의 그림은 흙벽을 연상시키는 거칠한 질감, 어둡고 흐린 색감과 토속적 이미지로 유명한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아래 여러 색이 겹겹이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한 작가’, ‘순응적 작가’로 불리지만,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수하며 독특한 재질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했다는 흔적이다. 말년에 그린 ‘모란’ 같은 작품은 색을 최대 22겹까지 쌓았다. 당시는 서구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돼 국내 화단을 풍미하던 시대였지만, 그는 서구 모더니즘 경향을 소화하면서도 서민들의 일상 생활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보통 인물 중심으로 표현하는 당대 화풍과 달리,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캔버스 전체를 차지하다시피 하는 ‘고목과 여인’에선 대담한 구도를 엿볼 수 있다. 아기 업은 소녀, 절구질하는 여인, 시장 사람들 등을 그린 작품은 전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웃을 보는 따스한 시선을 느끼게 한다. 너무나 단순하고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이를 포착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승화한 것이다.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고단한 삶의 모습이지만 너무 비참하거나 슬프지 않고, 담담함과 의연함이 엿보인다”며 “가난하고 부정적인 이미지 대신 ‘생활인’으로서의 박수근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체 전시 작품 중 유화 7점과 삽화 원화 12점 등 19점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도 33점 포함됐다. 전시에선 박수근의 작품과 함께 당대를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가 박완서의 글귀와 사진작가 한영수의 사진도 볼 수 있다. 내년 3월 1일까지.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섬들처럼 떠 있는 산들/최욱경 · 헤어진 날/학명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섬들처럼 떠 있는 산들/최욱경 · 헤어진 날/학명란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여성화가. 내년 2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헤어진 날/학명란 눈 내리고 얼어붙은 강가엔 예닐곱 척의 배가 있는데 가까이 있는 배들을 차례로 겅중겅중 건너 마지막 뱃전에 기어코 올라서는 거야 네가 말이야 돌아보니, 이상하게 내가 구경꾼처럼 나를 돌아보니 기를 쓰며 너를 쫓고 있네 한순간 네가 배를 버리고 차가운 강으로 뛰어드네 추울 텐데 꿈에서도 네가 추울 텐데 하면서 나도 물속으로 가 너는 달아나고 나는 따라가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간혹 네가 돌아볼 때 그 눈, 깊게 젖어 날 아프게 하던 눈을 보면서 찬 강물 속에서 숨도 잘 쉬면서 눈도 잘 뜨고 수영도 잘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 꿈이잖아 괜찮아 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아세요? 1년에 365번 이별하는 사람이지요. 매일 만나 손잡고, 웃고, 된장찌개 먹고, 골목 책방 심다에 가서 시집 한 권씩 사 서로의 가슴에 안겨 주고, 헤어지는 거지요. 하루에 한 번 헤어지기를 365번 하면 1년이 지나가지요. 3650번 하면 10년이 지나가요. 3만 6500번 하기 위해선 하늘나라에 가서도 부지런 떨어야겠죠. 은하수 사이에 서로의 종이배를 띄우고, 가끔은 꽃송이도 띄워 보내고. 그러니 이 이별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지요. 50번이나 100번 만나고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 일이에요. 얼어붙은 겨울날 한 사람은 얼음물에 뛰어들고 한 사람은 뒤쫓아 가고 꿈인 듯 두 사람 다시 만나 뜨거운 눈물 흘렸으면 해요. 곽재구 시인
  • [거리 미술관]20.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1

    [거리 미술관]20.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1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의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입구. 높이 8m의 조각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각을 인도에서 캠퍼스 방향으로 쳐다보면 엉덩이가 보이며 얼굴은 캠퍼스를 향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캠퍼스 입구에서 도로 쪽으로 쳐다보면 오히려 시선이 도로 쪽을 향하고 있다. 바라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 조각상은 앞뒤 구분이 되지않고 시시각각 변한다. 종로에서 대학로 방면으로 가는 버스에 탄 승객 눈에는 버스가 움직이면서 조각상의 절반이 갑자기 사라진다. 대리석 받침대에 서 있는 조각의 위치도 이채롭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면이 아닌 모퉁이나 한쪽 가장자리에 자리잡는 등 제각각이다. ‘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1’이라는 김영원(74) 조각가의 2011년 작품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좌대에 ‘인간의 몸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면서도 수직단절의 추상을 통해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는 소개글이 적혀 있다.재질은 브론즈이며 흰색으로 도장처리를 했다. 그림자 조각은 인체 뒷모습을 부조로 만들어 수직으로 절단한 뒤, 평면과 입체면이 동시에 보이도록 90도 각도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붙여서 세웠다. 부조는 2차원 평면 위에 원하는 형상을 도드라지게 새기는 조각기법이다. 평면상에서 인체형상을 부조로 만든 뒤 떼어내어 공간에 세우면 3차원의 입체형식이 된다. 부조기법은 인체의 앞쪽이 아닌 뒷태에 적용했다. 작가는 이에대해 “성별에 관계없이 인간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원래 홍대 본교 캠퍼스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김 작가는 2012년 8월 정년퇴임 기념전시회를 학교에서 가졌는데 당시 학교측에서 본교 정문 앞에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조각은 1년 뒤, 본교 캠퍼스가 아닌 대학로 캠퍼스 앞에 설치됐다. 김 작가는 “본교 캠퍼스 앞이 아니라 대학로 캠퍼스로 와 아쉬웠는데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 더 뜨겁다”고 말한다.그는 2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작품을 흔쾌히 학교에 기증했다. 이 대학 조각과에 입학에 미대학장을 지낸 그의 모교와 후배사랑의 증표다. 그는 또다른 그림자의 그림자 조각상을 서울 동대문 DDP에도 2017년에 기증했다. 김 조각가는 추상미술이 국내 미술계를 장악하던 1970~80년대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인체조각을 통한 인간실존 탐구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력, 무중력’시리즈로 자신만의 사실주의 조각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80년대 후반들어서는 인체를 파편화시켰다가 재조립하는 해체, 그리고 90년대에는 몸과 마음을 성찰하는 선(禪)을 조형화하는 작품활동을 한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관객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부조형식을 빌어 선의 세계를 구현하는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로 작품활동 중이다. 그는 2009년 세종대왕 동상 공모에 당선돼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설치했고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도 만들었다. 이 동상들은 청남대에서 볼 수 있다. 2013년에는 이태리 파도바(Padova)시 초청으로 베니스비엔날레에 두차례 참여했던 세계적 조각가인 노벨로 피노티(Novello Finotti)와 현지에서 2인전을 열기도 했다.그림자 시리즈에는 노자 철학의 ‘유무상생(有無相生)’ 개념이 들어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유무상생, 즉 유와 무가 서로 살게 해준다는 내용이 있다. 부조에서 인체의 형상이 제거된 단면을 무로 본다면, 인체 이미지를 가진 다른 면은 유가 된다. 대립되는 성질의 두 면이 별개의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존재와 비존재로서 상호작용하며 공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장은 후배 조각가들에게 애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는 “우리만의 창의적인 작품활동을 해야 하는데 다들 서양의 조각풍토만 따르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미국 등 유학파가 국내 미술계를 장악하고 있으나 독창성이 중요하다. 영국의 데미언 허스트를 따라가다간 아류가 될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작품감상에 있어 작가의 의도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볼 것을 당부한다. 그는 “내 작품은 앞뒤가 없다. 동서남북 어디서보더라도 앞이자 뒤”라며 자유로운 감상을 권고한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작품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그에게 예술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사람들이 “이게 뭐지?”하며 끊임없이 되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며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창작활동을 지향한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림자의 그림자는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작품명을 내건 것은 인간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화두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 인체 형상을 한 도드라진 조각 면과 수직으로 처리된 밋밋한 면에서 작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을 게다. 그림자 조각은 사랑하는 연인관계이든 일로 맺어진 인간관계이든 상대와의 관계에서 서로의 존재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 ‘추정가 40억’ 김환기 붉은 전면점화 누가 품을까

    ‘추정가 40억’ 김환기 붉은 전면점화 누가 품을까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1913~1974)가 말년에 그린 붉은색 전면점화와 1930년대 일본 유학 시절에 그린 희귀작이 국내 양대 경매에 나란히 나왔다. 서울옥션은 오는 24일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제162회 경매에 김환기가 1971년 제작한 전면점화 ‘1-Ⅶ-71 #207’이 출품된다고 17일 밝혔다. 두 개의 큰 반원이 회전하듯 화면을 구성한 작품으로 추정가는 40억원이다. 김환기는 푸른색 계통의 전면점화를 주로 그려 붉은색 전면점화는 희소가치가 높다. 붉은색 전면점화는 2018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972년 작품이 85억원에, 2019년 홍콩세일에서 1971년 작품이 72억원에 팔렸다. 케이옥션이 오는 25일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진행하는 8월 경매에는 김환기의 일본 유학 시절 작품 ‘무제’(1936)가 출품됐다. 1999년 ‘김환기 25주기 추모전’ 이후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추정가는 2억~3억원이다. 국내 경매에 작가의 1930년대 작품이 출품되는 건 처음이다.
  • 예술 목마른 지자체 ‘미술관 모시기’ 전쟁

    예술 목마른 지자체 ‘미술관 모시기’ 전쟁

    대구 등 이건희 미술관 유치 사활 용산도 문체부에 정식 건립 요청 포항시·예천군 자체 미술관 추진성북구도 서세옥미술관 건립 박차전국에 미술관 열풍이 불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만 3000여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서울 용산구와 대구, 경북 경주 등 전국 지자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 운동에 나서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자체 미술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와 경북 경주 등 전국 20여개 자치단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서울 용산구는 24일 문체부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건립 장소로 용산가족공원 내 문체부 소유 부지(용산동6가 168-6)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해당 부지는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녹지축 한 가운데 위치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 등 가깝고 앞으로 들어설 용산국가공원과 시너지도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이 회장 출생지이자 삼성그룹 모태라는 점 등 삼성과 뿌리 깊은 인연을 내세워 미술관 유치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남 의령군은 삼성전자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생가에서 이 회장이 할머니 손에서 자란 인연을 앞세우고 있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초등학교에 다녔던 경남 진주시도 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경기 용인·수원·평택·오산시, 부산시, 세종시, 경북 경주시, 경남 창원시 등도 유치전에 가세했다. ‘미술관 열풍’을 타고 지자체들이 자체 미술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2024년까지 241억 7100만원을 들여 북구 환호동 환호공원 내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을 만들기로 했다. 예천군은 예천군립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화단의 거목이자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인 박서보 화백이 고향 예천에 작품 120여점 이상 기증을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울 성북구는 ‘서세옥미술관’ 건립에 나섰고, 강원 원주시와 충북 제천시, 전북 군산시도 시립미술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동 김상화·서울 조희선 기자 shkim@seoul.co.kr
  • 전국은 미술관 열풍....이건희 미술관 유치부터 새 미술관 건립까지

    전국은 미술관 열풍....이건희 미술관 유치부터 새 미술관 건립까지

    전국에 미술관 유치(건립) 열풍이 불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만 3000여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 운동이 전개되는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시립미술관 등의 건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26일 문화체육부 등에 따르면 경북 경주 등 전국 20여개 자치단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이 회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있으며, 미술관이 유치될 경우 지역 문화 및 관광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내부 회의에서 “(유족들이)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언급한 것이 불을 댕겼다. 대구시는 대구가 이 회장 출생지이자 삼성그룹 모태라는 점 등 대구와 삼성의 뿌리 깊은 인연을 내세워 미술관 유치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남 의령군은 삼성전자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생가에서 이 회장이 할머니 손에서 자란 인연을 앞세우고 있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초등학교를 다녔던 경남 진주시도 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이 회장이 생전에 ‘하트’ 모양의 섬을 구입해 화제가 됐던 전남 여수에서는 지난 10일 이건희 미술관 유치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유치전에 들어갔다. 특히 경기도는 도 단위로는 처음으로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 경기북부에 건립’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고 나서면서 유치전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밖에 경기 용인·수원·평택·오산시, 부산시, 세종시, 경북 경주시, 경남 창원시 등도 유치전에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자체 미술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2024년까지 241억 7100만원을 들여 북구 환호동 환호공원 내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을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 시립미술관이 정기휴관과 전시준비 등으로 휴관일이 많고 공간이 부족해 운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예천군은 예천군립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화단의 거목이자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인 박 화백이 고향 예천에 작품 120여점 이상 기증을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울 성북구도 ‘서세옥미술관’ 건립에 나선다. 한국 수묵추상의 거장 산정(山丁) 서세옥 화백(1929~2020)이 남긴 작품 2300여점과 컬렉션 990여점을 최근 유족 측으로 무상 기증받은데 따른 것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서세옥미술관’을 건립해 서 화백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누구나 해당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원 원주시는 2023년 4월 개관 목표로 태장동 옛 미군기지 캠프롱 내 9000여㎡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 150억원을 들여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충북 제천시와 전북 군산시도 시립박물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한 미술관 신설 방침을 결정해 내달 황희 문체부 장관이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이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여 점을 기증받은 뒤 미술관 신설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물방울 외길 인생 50여년… 하늘로 떠난 김창열 화백

    물방울 외길 인생 50여년… 하늘로 떠난 김창열 화백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한국 추상미술 거장 김창열 화백이 5일 별세했다. 92세.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6세에 월남해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검정고시로 1948년 서울대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나 6·25전쟁 발발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1957년 작가들과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해 창립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앵포르멜 미술 운동을 이끌었다. 김창열은 일찍 국제무대로 눈을 돌렸다.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에, 1965년 제8회 상파울로비엔날레에 출품했고, 1966년부터 4년간 미국 뉴욕에 머물며 록펠러재단 장학금으로 판화를 전공했다. 1969년 백남준의 도움으로 파리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것을 계기로 뉴욕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고, 평생의 반려자가 된 부인 마르틴 질롱을 만났다. 고인을 대표하는 작업인 ‘물방울 회화’는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 ‘살롱 드 메’에서 처음 선보였다. 동양의 철학과 정신을 담은 물방울 그림은 예술성과 대중성 면에서 극찬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들게 했다. 1976년 갤러리현대에서 국내 처음으로 물방울 그림을 공개할 당시 개막 전에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2009년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온 이후에도 물방울 그림에 매진했다. 고인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1996),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13),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2017)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일본 사마모토젠조미술관, 중국국가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60여회 개인전을 개최했고, 프랑스 퐁피두센터,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등에 고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고인이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제주도 한경면에 김창열미술관이 2016년 개관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마르틴,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김오안 사진작가, 며느리 김지인·캐서린씨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301호실, 발인은 7일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별세…시대 아픔 담아낸 거장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별세…시대 아픔 담아낸 거장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 화백이 5일 별세했다. 92세. 김창열 화백은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기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실제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물방울에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인간이 겪는 상처의 고통과 아픔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현대미술에 큰 자취를 남겼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열여섯 나이에 월남해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검정고시로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6.25 전쟁이 벌어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전쟁 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고인은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1957년 박서보, 하인두, 정창섭 등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한국의 급진적인 앵포르멜 미술운동을 이끌었다. 1960년대 들어서는 세계무대로 눈을 돌렸다. 1961년 파리 비엔날레,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대학 은사였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주선으로 1965년부터 4년간 뉴욕에 머물며 록펠러재단 장학금으로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백남준의 도움으로 1969년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이를 계기로 파리에 정착했다. 1970년 파리 근교의 마구간을 작업실 겸 숙소로 쓰던 고인은 평생의 반려자가 된 현 부인 마르틴 질롱 씨를 만났다. 고인을 대표하는 작업인 ‘물방울 회화’는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에서 처음 선보였다. 본격적으로 유럽 화단에 데뷔하면서 출품한 ‘밤의 행사’(Event of Night)를 시작으로 물방울 소재 작품 활동을 50년 가까이 이어왔다. 동양의 철학과 정신을 함축한 물방울 회화로 고인은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뒤 대학 시절에 발발한 6.25전쟁은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총을 맞아 구멍 뚫린 형상을 표현한 ‘상흔’, 사람이 찢긴 듯한 이미지를 담아낸 ‘제사’라는 초기 작품뿐만 아니라 물방울 작품에도 전쟁의 아픔을 담아냈다.고인은 물방울의 의미에 대해 “시대의 상처를 내포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총 맞은 육체를 연상시키는 전쟁 직후 작업에 대해 “그 상흔 자국 하나하나가 물방울이 됐다”고 했다. 그는 “물방울은 가장 가볍고 아무것도 아니고 무(無)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 상흔 때문에 나온 눈물이다. 그것보다 진한 액체는 없다”고도 했다. 고인은 국립현대미술관, 드라기낭미술관, 사마모토젠조미술관, 쥬드폼므미술관, 중국국가박물관, 국립대만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60여 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각종 아트페어나 경매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2016년 3월 K옥션 홍콩경매에서 ‘물방울’(195×123cm, 1973년작)은 5억 1282만원에 낙찰됐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미국 보스턴현대미술관, 독일 보훔미술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고인의 작품이 있다. 김창열 화백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문화교류 저변 확대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199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2013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 2016년 제주도 한경면에 김창열미술관이 개관했다. 제주도는 고인이 한국전쟁 당시 1년 6개월 정도 머물렀던 인연으로 ‘제2의 고향’으로 여긴 곳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마르틴 질롱 씨와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김오안 사진작가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301호실에 마련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코로나 블루’ 씻는 ‘환기 블루’

    ‘코로나 블루’ 씻는 ‘환기 블루’

    무수히 많은 푸른 빛의 점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모였다가 저 멀리 심연으로 흩어진다. 끝 모를 광활한 기개와 태초로부터 이어져 왔을 신비로운 기운이 어우러진 장엄한 광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푸른 색 전면점화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생동감 넘치는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했다. 롯데백화점은 환기재단·환기미술관과 협력해 잠실 애비뉴엘 6층 아트홀과 롯데월드타워 동쪽 야외 마당에 ‘우주’를 입체영상으로 구현한 미디어 아카이브 전시를 마련했다.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는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인 132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1971년 미국 뉴욕에서 그린 작품으로, 크기 254×127㎝의 그림 두 점이 합쳐진 추상 점화다. 두 개의 공간이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도록 구성해 조형적으로 완벽한 질서와 균형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기 블루’로 일컬어지는 김환기 특유의 심오하고 매혹적인 푸른 색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고은 롯데백화점 큐레이터는 “코로나 블루로 지친 이들이 김환기의 블루에서 희망을 찾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앞에 설치된 미디어 큐브는 가로, 세로, 높이 각 6m의 정육면체 화면에 김환기의 ‘우주’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내 작품은 공간의 세계란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 가지 생각하며 찍어 가는 점. 어쩌면 내 맘 속을 잘 말해 주는 것일까. 그렇다. 내 점의 세계…. 나는 새로운 창을 하나 열어 주었는데 거기 새로운 세계는 안 보이는가 보다. 오호라…”(1970년 1월 8일)라고 했던 김환기의 ‘새로운 세계’와 조금이나마 교감할 수 있는 기회다. 아트홀에서 진행되는 실내 전시는 ‘우주’를 미디어 영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션 매핑 공간과 김환기의 판화 작품,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다룬 자료들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전시로 꾸며졌다. 미디어 영상에선 무한히 펼쳐진 우주가 점으로 흩어지고 다시 모여 김환기의 ‘우주’로 완성되는 과정이 5분간 펼쳐진다. 전시장 입구에 5개의 TV 화면에 담아 가로 5m로 길게 배치한 ‘우주’는 경매에 내놓기 전까지 작품을 소장했던 김마태 박사의 거실에 걸려 있던 형태를 재현한 것이다. 유희열, 루시드폴, 페퍼톤스, 권진아 등 안테나 소속 음악인들이 오디오 작품 해설에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2월 1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제5회 극재포럼 ‘더 나은 미래’를 주제로 개최

    제5회 극재포럼 ‘더 나은 미래’를 주제로 개최

    제5회 극재포럼이 ‘더 나은 미래‘를 주제로 열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디자인 교육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한국 추상미술계의 선구자이자 거목으로 계명대 미술대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극재 정점식 교수(1917~2009)의 탁월한 예술가적, 교육자적 정신을 기리고자 마련된 극재포럼은 2012년 처음 개최되어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다. 2일부터 13일까지 계명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포럼은 현 상황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기도 하지만,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고 청중의 폭을 확장하여 개방형 지식 공유와 소통의 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의 포럼이다”라며, “이번 포럼이 많은 이들에게 통섭적인 영감의 기회를 제공하고, 위기는 피하거나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는 현답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은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이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인 김난도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2020 트렌드 코리아’를 주제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돌발 사태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보다는 강해지는 트렌드는 강하게, 약해지는 트렌드는 더욱 약하게 만든다.”며, “바뀌는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 이후에는 참석자의 토론이 이어졌다. 한 찰스 창호(계명대 영상애니메이션과 교수), 레돈도 보넷 루카스(계명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루쓰 알렉산더(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사카베 히토미(계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레빈 제이콥 마이클 벤자민(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은 가상현실의 기술이‘소통’을 위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과 디자인의 관계, 혁신적인 디자인 및 패션 트렌드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상세히 논의했다. 미술, 디자인, 패션 분야 등의 교육, 문화정책, 마케팅, 테크놀로지, 심리 영역 등을 다학문적 측면에서 본 주제에 접근하며,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미래 시대의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 어떠한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또한, 미술계열 9개 학과에서 추천한 학생들의 우수한 작품도 전시되며 학생과 시민의 소통의 장도 마련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예술의 섬’ 꿈꾸는 신안에 김환기가 빠진다면/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예술의 섬’ 꿈꾸는 신안에 김환기가 빠진다면/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에 속한 기점·소악도는 하나이면서 다섯이다.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크고 작은 섬 5개가 노두길(징검다리)로 이어져 밀물 때는 흩어졌다가 썰물이 되면 하나가 된다. 오래전 갯벌에 돌을 던져 만들었던 노두길은 시멘트 도로로 바뀌었지만 하루에 두 차례 길이 끊기는 일은 여전하다. 군청이 있는 압해도에서 뱃길로 70분 떨어진 이곳이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주민 110여명이 사는 한적한 섬마을에 지난해 11월 ‘12사도 순례자의 길’이 문을 열면서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지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17일 방문했을 때도 중년의 단체 여행객과 청춘 남녀로 북적였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힌 데 따른 반사이익의 영향이 없지 않으나 순례길 곳곳에 공공 건축미술 작품을 설치한 점도 한몫을 했다. 국내외 작가 10명이 1년간 작업한 12개 건축미술 작품들은 한두 명이 들어가 기도나 묵상, 명상을 할 수 있는 작은 예배당이다. 저마다 특색 있게 지어져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행복의 집, 건강의 집 등 별칭이 있어 종교인이 아니어도 거부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예수의 12사도 이름을 딴 작품 전부를 보려면 12㎞를 걸어야 하는 이 길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빗대 ‘섬티아고’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 국토 서남 끝 신안이 예술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025개 섬을 품고 있어 상징적으로 ‘천사(1004)의 섬’을 브랜드로 내건 신안군은 천혜의 자연경관에 문화예술 콘텐츠를 더하는 ‘1도(島) 1뮤지엄’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존 건축물이나 폐교를 리모델링하거나 신축을 통해 박물관·미술관 18개, 전시관 2개, 공원 4개 등 총 24개의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이 목표다. 저녁노을미술관(압해도), 에로스서각박물관(암태도) 등 11개는 완료됐고, 군도형미술관(안좌도)과 인피니또뮤지엄(자은도) 등 11개는 추진 과정에 있다. 자수박물관 등 2개는 계획 단계다. 낙후된 섬에 문화예술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해 재기에 성공한 최상의 본보기는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의 나오시마다. 구리 제련소의 산업폐기물로 뒤덮였던 이곳에 안도 다다오, 구사마 야요이, 이우환 등 당대 최고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현대미술의 성지로 탈바꿈했다. 나오시마는 섬을 관할로 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러워하는 롤모델이다. 신안 역시 ‘한국의 나오시마’를 꿈꾸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신안이 배출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 프로젝트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최고가(132억원)를 기록한 작가의 고택이 안좌도에 남아 있지만 환기재단과의 갈등으로 미술관 건립 등 어떤 기념사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작품 활동을 했던 집 앞에는 표지석만 달랑 놓여 있을 뿐 저작권 문제로 복사본 그림 한 점조차 걸려 있지 않다. 신안군은 2007년 김화영 당시 환기재단 이사장과 협약을 맺어 의욕적으로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으나 이듬해 환기재단 내분으로 김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 그로 인한 후유증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작가가 즐겨 사용한 특유의 푸른 색인 ‘환기블루’가 고향 안좌도의 바다와 하늘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나오시마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세계적인 스타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다. 신안의 예술섬 프로젝트에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로 발돋움하는 김환기가 빠진다면 그야말로 맥 빠지는 노릇이다. 신안군과 환기재단이 대승적 차원에서 하루속히 상생의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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