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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고토가 그랬던 것처럼/김민희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고토가 그랬던 것처럼/김민희 도쿄특파원

    “눈을 감고, 꾹 참는다. 화가 나면 고함지르는 것으로 끝. 그것은 기도에 가깝다. 증오는 사람의 일이 아니며, 심판은 신의 영역. 그렇게 가르쳐 준 것은 아랍의 형제들이다.”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살해된 일본의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가 5년 전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지난 1일 그의 살해 동영상이 공개된 전후로 이 글은 계속 리트윗되며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참수당한 유카와 하루나보다 고토에 대한 일본인들의 안타까움이 조금 더 큰 것은 그가 중동 분쟁 지역의 참상을 전하려고 애써 왔기 때문일 터다. 현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부대끼며 중동을 이해하려 했던 그의 노력을 높이 산 것이다. 지난달부터 IS의 일본인 인질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내 참담한 마음이었다. IS는 테러 조직임이 분명하지만, 그들을 ‘절대악’으로 치부하고 고개를 돌릴 것만은 아니다. IS 탄생의 이면에는 11~13세기 십자군전쟁 이후로 이어져 온 서방과 이슬람 간 반목의 역사가 있다. 현실을 직면하기 위해서는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졌던 언론인, 고토의 죽음이 더욱 아쉬운 것은 그래서다. 이해심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오르자 한·일 관계까지 생각이 미쳤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임에도 한·일 관계가 지지부진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얼마 전 한 일본 정부 당국자와 얘기를 나누며 이것을 실감했다. 그는 고노 담화나 아시아여성기금 등 그간 일본의 노력이 한국에서 전혀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끝났다는 보증이 없이 수뇌부에 뭔가를 제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3년 발언,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뒤에도 2011년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문제 방치 위헌’ 결정처럼 계속 바뀌는 한국이 못 미덥다는 것이다. 이것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일본인의 합리적인 인식일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가. 일본은 “몇 번이고 사죄하지 않았냐”고 하지만,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노라면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이 도저히 없다. 아베 신조 총리만 봐도 그렇다. ‘아베 담화’를 놓고서 당초 “역대 담화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에는 “지금까지 (역대 담화에 담긴) 문언을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아베 정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관점에서 (담화를) 내겠다”면서 기존 담화의 핵심 문구를 답습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일본의 당국자가 이해하지 못한 한국의 입장이다. 이런 인식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토가 그랬던 것처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고노 담화는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아시아여성기금은 ‘속죄금이냐 위로금이냐’라는 논란으로 잊혀지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래지향적인 결단이 빛이 바랜 채 일본에 대한 날 선 감정적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은 같은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기에 두 나라는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haru@seoul.co.kr
  •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한국 이끌어 갈 여배우 였는데..‘어떤 추모행사 열리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한국 이끌어 갈 여배우 였는데..‘어떤 추모행사 열리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특별 상영회’ 개최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오는 23일 故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CGV아트하우스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이은주 특별전’(이하 ‘故 이은주 특별전’)을 열어, 생전 고인을 아꼈던 팬, 지인,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추모의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2005년 2월22일 2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은주는 깊이 있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배우로, 당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각광받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해는 고인이 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매년 비공개 추모행사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故 이은주 특별전’은 은주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주를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팬 여러분께 은주를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CGV아트하우스는 한국영화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한국영화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기리고, 새롭게 발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 또한 고인이 남긴 영화세계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故 이은주 특별전’에서는 일반 관객들을 초대해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와 ‘안녕! 유에프오’를 무료 상영하며, ‘연애소설’은 영화계 지인과 팬클럽 회원을 중심으로 초청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관객은 나무엑터스 및 CGV아트하우스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응모할 수 있다. 한편 행사 당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시네 라운지’에서는 故 이은주의 출연작 포스터와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며, 팬클럽, 영화계 지인들과 함께 하는 추모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소식에 네티즌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벌써 10년이나 됐다니..”,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그립다”,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정말 좋은 배우였는데”,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사진 보면 눈물이 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참여해야겠다”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나무엑터스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연예팀 chkim@seoul.co.kr
  •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어떤 추모행사하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어떤 추모행사하나?:

    오는 23일 故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CGV아트하우스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이은주 특별전’(이하 ‘故 이은주 특별전’)을 열어, 생전 고인을 아꼈던 팬, 지인,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추모의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2005년 2월22일 2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은주는 깊이 있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배우로, 당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각광받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해는 고인이 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매년 비공개 추모행사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故 이은주 특별전’은 은주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주를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팬 여러분께 은주를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CGV아트하우스는 한국영화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한국영화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기리고, 새롭게 발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 또한 고인이 남긴 영화세계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팀 chkim@seoul.co.kr
  •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생전 사진보니..뭉클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생전 사진보니..뭉클

    오는 23일 故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CGV아트하우스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이은주 특별전’(이하 ‘故 이은주 특별전’)을 열어, 생전 고인을 아꼈던 팬, 지인,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추모의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2005년 2월22일 2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은주는 깊이 있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배우로, 당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각광받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해는 고인이 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매년 비공개 추모행사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故 이은주 특별전’은 은주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주를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팬 여러분께 은주를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CGV아트하우스는 한국영화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한국영화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기리고, 새롭게 발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 또한 고인이 남긴 영화세계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팀 chkim@seoul.co.kr
  • 윤동주 시인 서거 70주기 日후쿠오카서 추모행사 열려

    윤동주 시인의 서거 70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8일 그가 숨을 거둔 후쿠오카형무소 인근 공원에서 열렸다. 주일 후쿠오카영사관과 일본의 시민모임 ‘윤동주의 시를 계속 읽다 2015 실행위원회’는 이날 오전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고 헌화를 하는 추도식을 가졌다. 오후에는 윤동주 시인의 조카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가 ‘백부 윤동주, 그리고 그를 사랑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여는 한편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의 지원으로 한국에서 들여온 윤동주 시인의 유고 및 유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윤동주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형무소에서 27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조태열 외교2차관 ‘나눔의 집’ 방문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설 명절을 앞둔 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을 찾았다. 조 차관은 이날 경기 광주시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거주 시설인 ‘나눔의 집’을 찾아 이곳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할머니 5명을 만났다. 조 차관은 이곳에 설치된 위안부 추모비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 명의의 꽃바구니를 올리고 묵념했으며, 할머니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나눔의 집’에서 생활 중인 유희남(86) 할머니는 “일본의 아베(총리)는 아주 눈도 끔쩍하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힘을 쓰게끔 해서 저희들 죽기 전에 이 분하고 억울한 것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경청한 조 차관은 “할머님들의 자존심이 우리나라의 자존심이고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국장급 협의와 관련해 “지금까지 큰 진전은 없었지만, 올해가 아주 중요한 해니 양국이 새로운 마음을 갖고 문제를 잘 풀어보도록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며 “모든 가용한 채널을 동원해 이 문제가 단순한 한·일 간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 인권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계속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앵글 속에 잡힌 우리 이웃 ‘삶의 터전’] 담겨 있다, 용산의 옛모습

    [앵글 속에 잡힌 우리 이웃 ‘삶의 터전’] 담겨 있다, 용산의 옛모습

    용산구가 125년의 역사를 담은 스토리텔링 사진집 ‘용산을 그리다’를 5일 발간했다. 구한말인 1890년부터 2014년까지 용산의 모습과 선조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로 용산의 역사를 풀어낸 사진집이다. 용산을 만나다, 용산이 앞서다, 용산에서 어울리다 등 3장으로 구성했으며 용산의 역사와 문화적 특수성을 재조명했다. 구는 지난해 6월부터 국가기록원, 서울시 역사편찬위원회, 학교, 종교시설, 구민 등에게서 1000여점의 사진을 수집했고 이 중 230여점을 담았다. 사진집은 동주민센터나 유관기관 등에 배부할 예정이고 홈페이지에도 게재한다. 구는 용산의 역사를 정리·보존하기 위해 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을 조성했으며 용산기지에 역사적 정체성을 부여한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를 발간한 바 있다. 또 올해는 이태원 일대 공동묘지에 유관순 열사의 시신이 안장되었던 사료에 근거해 유관순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은 “우리는 미래세대의 역사이며 후손을 위해 역사를 제대로 알고 기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구민들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이고 용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대통령 경호작전 순직 특전사 추모식

    대통령 경호작전 순직 특전사 추모식

    육군 특수전사령부는 5일 한라산 산악박물관 부근에 있는 특전사 충혼비에서 1982년 대통령 경호(봉황새 작전) 임무를 받은 장병을 태워 제주도로 향하던 수송기(C123 4번기)가 한라산에 추락해 순직한 육군·공군 장병 53명을 기리는 33주기 추모식을 거행했다. 추모식은 순직 장병의 유족과 특전사령부, 제주시 특전동지회 및 전우회, 제주방어사령부, 특전사 흑표부대 장병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국영령에 대한 경례, 헌화·분향,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아들 대신 끌어안은 졸업장… “가슴 찢어져”

    아들 대신 끌어안은 졸업장… “가슴 찢어져”

    “아들이 받아야 할 졸업장을 대신 받으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4일 오후 2시부터 충남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명예졸업식. 2013년 7월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 바닷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이 학교 학생의 유가족들은 아들의 명예졸업장을 받고 또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졸업식에는 고 김동환, 이병학, 이준형, 장태인, 진우석군의 다섯 가족 중 세 가족만 참석했다. 학교 측은 2일간 열리는 졸업식 전통에 따라 첫날 명예졸업식을 마련했다. 사고만 없었다면 숨진 학생들도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졸업을 한다. 추모 묵념에 이어 유가족들이 아들의 명예졸업장을 받으려고 단상에 올랐다. 졸업장을 수여하는 교장의 손도, 졸업장을 받는 아버지들의 손도 가늘게 떨렸다. 이어 친구들이 만든 추모 동영상에 생전의 아들 모습이 나오자 유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 고개를 떨군 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여기저기에서 친구들이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동환군의 아버지 김영철씨는 인사말에서 “다섯 친구를 기억해 준 여러분에게 고맙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는 어른으로 커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유가족도 “너희들을 아들처럼 사랑한다. 이제는 미안해하지 마라”고 말했고, 학생들은 가족들을 포옹했다. 유가족들은 명예졸업장과 함께 친구들이 아들에게 쓴 편지 묶음을 들고 40분 만에 쓸쓸히 교정을 떠났다. 한편 이날 명예졸업식에 불참한 우석군의 어머니는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엄마는 너의 졸업식에 갈 수가 없다. 항의 차원이고 유감의 표현”이라며 “교육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게 없는데, 명예졸업장이 뭔가 싶어서”라고 적었다. 준형군의 아버지 이상민씨도 “교육부와 학교에서 숨진 5명의 아이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마저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단체장 발언대] 채인석 경기 화성시장

    [단체장 발언대] 채인석 경기 화성시장

    우리는 약한 인간이라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이며 어리석은 편견임을 알면서도 선뜻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경기 화성시 매송면 숙곡1리 주민들이 그 숭고하고도 희생적인 일을 해냈다. 소각장과 함께 대표적인 기피시설이었던 화장시설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화성시 지역 5개 읍면동과의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화장시설은 자치단체의 최고 골칫거리였다. 상장례문화는 급격하게 화장으로 기우는데 화장장은 부족하고 새로 만들자는 말은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웠다. 2013년 기준으로 10명 중 8명이 화장을 한다. 그런데 1300만명이 사는 경기도에 화장장은 3곳에 불과하다. 수많은 지자체에서 화장시설 건립을 시도했으나 주민 설득 실패로 무산됐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화성시와 부천시, 안산시, 시흥시, 광명시가 머리를 맞댔다. 후보지 선정에서부터 공개 모집을 했고 선정 권한 또한 시민들에게 위임했다. 이렇게 서로 힘을 합친 결과 해외 언론에서도 우수 정책 사례로 보도할 정도로 화성시 공동형 장사시설은 시작부터 파격이었고 감동이었다. 그런데 요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2㎞ 떨어진 수원 호매실 지역 주민과 수원 일부 정치인의 반대다. 화장시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으로 주민 건강이 나빠지고 기피시설이 들어서 집값이 하락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객관적인 수치만 보자. 실험에 따르면 디젤차가 한번 시동을 걸 때 일산화탄소가 200 배출된다. 화장시설은 일산화탄소 기준치가 80이고 평균 20~50 수준으로 배출된다. 다이옥신도 허용 기준이 5ng-TEQ/S㎥로 현재 화장시설들은 0.008에서 0.503을 배출한다. 수도권 내 수원연화장, 서울추모공원 등은 택지지구와 1㎞도 떨어져 있지 않고, 수원연화장은 15년간 운영하면서 건강 피해, 지가 하락이 없었다. 오히려 택지 개발이 한창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가족 건강과 집값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숙곡1리 주민들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뿐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냉정하게 들여다봤고, 삶의 공간으로 다가온 죽음의 공간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극복한 것이다. 한번만 용기를 내서 ‘기피시설’이라서 ‘기피한다’는 편견의 강을 건너길 바란다. 이웃 도시의 노력과 주민들의 간곡한 마음에 귀 기울여 줄 것으로 믿는다.
  • ‘백남준 다시보기’

    ‘백남준 다시보기’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9주기를 맞아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문화행사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백남준의 실험성과 선구자적인 통찰력을 볼 수 있는 ‘TV는 TV다’전과 그의 예술정신을 잇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 주는 ‘랜덤 액세스(임의 접속)’전이 백남준의 기일인 지난달 29일 추모식과 함께 막을 올렸다. ●실험정신과 선구자적 통찰력 재조명 오는 6월 21일까지 계속될 ‘TV는 TV다’전은 미디어 자체를 예술로 한 단계 끌어올린 백남준이 텔레비전과 영상을 활용해 표현하려 한 실험정신을 보여 준다. 전시 제목은 미디어이론가인 마셜 맥루한의 유명한 명제인 ‘미디어는 메시지다’를 패러디해 ‘미디어는 미디어다’라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 착안해 지었다. 미술관 측은 텔레비전을 주요 매체로 삼은 그의 예술정신을 재조명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작품은 백남준이 표현한 TV의 속성에 따라 실험, 라이브와 재생, 신체, 방송 등 4개로 나눠 보여 준다. 전시작 중 ‘TV 첼로’는 크고 작은 모니터를 세로로 조합해 첼로처럼 줄로 이은 작품인데, 백남준아트센터에선 처음으로 일반에 전시된다. 백남준 평생의 예술적 협업자였던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을 염두에 두고 만든 대표작이다. 12대의 모니터로 만든 ‘달은 가장 오래된 TV’, 불상이 TV를 보고 있는 ‘TV 부처’, 옛 진공관 라디오들로 표현한 ‘슈베르트’, 흑백 모니터와 장식용 전구·전기선을 천장에 늘어지게 매단 ‘비디오 샹들리에 1번’도 전시작에 포함된다. ●박승원 등 신진 작가들의 실험작품 기획전 이번 9주기 기념행사로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잇는 신진 작가들의 기획전 ‘랜덤 액세스’가 5월 31일까지 함께 열려 의미를 더한다. 기획전 제목은 백남준이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발표한 작품 제목으로, 디지털 사회의 정보접속 방식이자 즉흥성, 비결정성, 상호작용, 참여 등 백남준 예술의 핵심을 담고 있다. 당시 백남준은 오디오 카세트의 테이프를 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금속 헤드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 내게 했다.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 5명이 공동기획한 전시에는 김시원+윤지원+이수성, 김웅용, 다페르트튜토 스튜디오, 박승원, 서영란, 양정욱, 오민, 이세옥, 차미혜, 최은진 등이 참여한다. 박승원은 색색의 긴 나무 막대기를 소주 박스 사이에 꽂은 ‘멜랑콜리아 1악장과 2악장 협주곡’을 선보였다. 관람객은 자유롭게 막대기를 작품에서 빼 가랑이 사이에 끼고 그 광경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차미혜는 오래전에 문을 닫은 청계천 주변 극장의 스산한 풍경을 담은 비디오 작품으로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나타냈다. 양정욱은 나무, 실, 모터,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든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 먹고 있는 사람’ 등의 작품으로 노인들의 질병과 노년의 외로운 삶에 대한 작가의 느낌을 표현했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의 예술정신이 오래 사는 이 공간에서 그의 실험정신과 신진 작가들의 창작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피살 고토 부인 “남편이 자랑스럽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살해된 일본인 프리랜서 기자 고토 겐지(47)의 부인이 “남편이 자랑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토의 부인은 전날 영국의 언론인 지원단체를 통해 “남편의 사망 소식에 매우 큰 상실감을 느끼는 한편 분쟁 지역에서 주민들의 고통을 전해 온 남편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고토의 부인은 “남편은 특히 어린이들의 눈을 통해 보통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명해 전쟁의 비극을 우리에게 전하는 데 정열을 바쳐 왔다”고 남편의 활동에 존경심을 표했다. 이어 “그는 제가 사랑하는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였고 부모와 형제가 있으며 전 세계에 많은 친구가 있었다”면서 “저희 가족들에게 지금은 매우 고통스러운 때다. 저희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시길 부탁한다”고 끝을 맺었다. 일본에서는 분쟁 지역 취재에 헌신했다가 목숨을 잃은 고토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고토의 생전 취재 영상 등을 반복해 틀며 추모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도 국경을 뛰어넘어 용감한 언론인으로서의 고토의 죽음을 기리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300명의 생존자와 후손, 70년 후 ‘아우슈비츠’를 걷다

    300명의 생존자와 후손, 70년 후 ‘아우슈비츠’를 걷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약 300여 명의 사람들이 폴란드 오시비엥침에 모여 을씨년스럽게 흐르는 조명 아래, 눈 덮힌 길을 마치 순례하듯 걸었다. 정확히 70년 전인 지난 1945년 1월 27일 '이곳'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 300여 명은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와 그들의 후손들이다. 무려 70년의 세월이 흘러 생존자 대다수가 90세가 넘는 고령이 됐지만 이들의 기억 속에 홀로코스트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듯 생생하다. 생존자 로만 켄트(85)는 "우리의 '과거'가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면서 "세계인 모두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잔악한 행위와 자유를 위한 전쟁을 기억해달라" 며 눈물을 흘렸다. 아우슈비츠에서 부모와 4명의 오빠와 동생을 잃은 로즈 쉰들러(85) 역시 눈물을 흘리며 "과거 아우슈비츠에 오자마자 가족들과 헤어져 이별의 시간도 갖지 못했다" 면서 "가족들의 무덤조차 없어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 유일한 추모 방법" 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독일 후손들의 뼈저린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대통령 요아힘 가우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것은 모든 독일인의 도덕적 의무" 라고 강조했으며 전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나치의 만행을 잊지않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 이라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한편 기념행사가 열린 폴란드 남부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이자 집단 학살수용소로 악명을 떨쳤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럽 전역에서 희생된 유대인 600만 명 중 100만 명 이상이 이곳에서 학살됐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하늘로 간 ‘서울역 노숙인들의 아버지’

    하늘로 간 ‘서울역 노숙인들의 아버지’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온 ‘참좋은친구들’ 전 대표 김범곤 목사가 29일 오전 별세했다. 64세. 김 목사는 지난해 12월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아 왔다. 김 목사는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 활동을 하던 중 1989년 서울역 지하도와 남산 등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 배식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한 뒤 술에 절어 살던 중 아내의 인도로 부흥집회에 참석한 뒤 기독교에 귀의한 일화가 유명하다. 김 목사는 1991년 예수사랑선교회를 설립한 뒤 25년간 노숙인과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먹는 문제와 직업 알선, 사회복귀에 힘써 ‘노숙인들의 아버지’로 통한다. 사역을 통해 거듭난 노숙인들과 함께 재난 현장에 달려가 봉사했으며 2005년 지진이 발생한 파키스탄과 2013년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본 필리핀 등에서 구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평동 서울적십자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1일 오전 10시.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에덴추모공원. (02)2002-8477.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박완서의 동심 세계를 엿보다

    박완서의 동심 세계를 엿보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4주기를 맞아 추모 산문·소설집에 이어 어린이 책들도 새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됐다. 박완서가 글을 쓴 그림동화 ‘7년 동안의 잠’과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못난이’다. 어린이작가정신에서 펴냈다. ‘7년 동안의 잠’은 여름 한철을 보내기 위해 7년여 동안 땅속에서 잠들어 있는 매미 애벌레를 발견한 개미들의 이야기다. 수년째 흉년이 이어져 먹을 게 부족한 개미 마을. 어느 날 한 개미가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크고 싱싱한 먹이를 발견한다. 순식간에 모든 개미들이 먹이에 달려든다. 그때 지혜로운 늙은 개미가 이 먹이는 매미가 되기 위해 7년이 넘도록 땅속에서 지낸 매미 애벌레라며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곧 허물을 벗고 날아오를 애벌레를 먹이로 해선 안 된다고 제지한다. 애벌레를 먹어야 할지 매미가 되도록 놔둬야 할지 고민하는 개미들을 통해 삶에서 진정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애벌레서 어른 매미가 되기까지 매미가 감수해야 하는 인내와 끈기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도 표현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못난이’는 떼만 쓰면 원하는 걸 모두 얻는 떼쟁이 ‘빛나’가 동갑내기 사촌 ‘고운’이의 못난이 인형을 탐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빛나는 떼쟁이가 됐다. 갖고 싶은 인형은 울고불고 길바닥에 뒹굴어서라도 꼭 손에 넣고야 만다. 하지만 잠깐 관심만 보일 뿐이다. 떼를 써서 샀다가 잠깐 갖고 놀다 방치한 인형들이 커다란 장식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느 날 빛나는 고운이네 집에 놀러 갔다 고운이 품에서 밝게 웃는 못난이 인형을 보고 빼앗으려고 또 떼를 쓴다. 오래도록 사랑의 손길을 주어 정감과 온기가 깃든 고운이의 못난이 인형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을 주고 사랑을 쏟았을 때 얻어지는 결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준다. 물건 하나를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깨우쳐 준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보는 세 가지 관점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보는 세 가지 관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5월 모스크바 회동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회의적인 여론이 있는 것 같다. 김 제1위원장이 가지 않을 거라는 관측부터 박 대통령이 갈 수 없는 여건이라는 추측, 두 사람이 만나도 아무런 소득이 없을 거라는 비판들이 나온다.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려면 백 가지 넘는 이유를 갖다 붙일 수 있다. #.미국이 반대한다고? 먼저 미국이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원치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대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북한 붕괴론을 거론할 정도로 미국의 대북 제재 분위기가 완강하다는 것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이런 시각은 우리나라의 외교 역량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2013년 2월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미 국무부에서 대북 정책을 다루는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전임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갖고 나오더라도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이렇다 할 대북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오바마 정부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 모두 ‘전략적 인내’나 ‘통일 대박’이라는 수사(修辭)를 앞세운 채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만 타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소극적인 무작위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안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 미국 측에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도 않았지만, 대놓고 반대하지도 않았다. #.꼭 한반도에서 만나야 한다고? 2009년 1월 23일 오후 아이슬란드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호텔을 나섰다. 레이캬비크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리던 운전사가 하얀 저택을 가리키며 “대통령 관저보다 유명한 호프디 하우스”라고 알려줬다. 1986년 10월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역사적인 전략무기 감축 협상을 벌인 장소다. 냉전의 종식은 워싱턴이나 모스크바가 아니라 북극권의 이 작은 도시에서 시작됐다. 공식적인 회담에 나서는 남북 대표들의 가장 큰 부담은 청와대와 주석궁에서 실시간으로 회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유연한 협상보다는 강경한 공격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서울이나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보는 눈이 너무 많고 부담도 크다. 차라리 제3의 장소에서 만나 보는 것도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다만 그 만남이 꼭 푸틴 대통령이 주선하는 자리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북 정상은 서울이나 평양, 아니면 판문점에서만 만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남북 문제를 남북 간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우물 안 개구리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만나 봤자 무슨 이득이겠냐고? 지난해 10월 22일 워싱턴에서 ‘통일대박과 한·미 관계’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가 열리기 전 데니스 해스터드 전 하원의장, 도널드 만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등 미측 관계자들과의 오찬이 있었다. 김정은과 처음 만나는 외국 정상이 누가 될 것인가가 화제에 올랐는데, “나이 서른의 잔인한 세습 독재자와 웃으며 악수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과연 그럴까?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12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추모식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웃으며 악수했다. 전례 없던 일이다. 그로부터 꼭 1년 뒤 미국과 쿠바는 국교를 정상화했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살짝 웃으며 악수만 해도 충분하다. 박 대통령은 직관적으로 느낄 것이다. 김정은이 과연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그 순간부터 좀 더 명확하게 전개될 것이다.
  • 300명의 ‘아우슈비츠 생존자’ 70년 후 ‘지옥’을 걷다

    300명의 ‘아우슈비츠 생존자’ 70년 후 ‘지옥’을 걷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약 300여 명의 사람들이 폴란드 오시비엥침에 모여 을씨년스럽게 흐르는 조명 아래, 눈 덮힌 길을 마치 순례하듯 걸었다. 정확히 70년 전인 지난 1945년 1월 27일 '이곳'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 300여 명은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와 그들의 후손들이다. 무려 70년의 세월이 흘러 생존자 대다수가 90세가 넘는 고령이 됐지만 이들의 기억 속에 홀로코스트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듯 생생하다. 생존자 로만 켄트(85)는 "우리의 '과거'가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면서 "세계인 모두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잔악한 행위와 자유를 위한 전쟁을 기억해달라" 며 눈물을 흘렸다. 아우슈비츠에서 부모와 4명의 오빠와 동생을 잃은 로즈 쉰들러(85) 역시 눈물을 흘리며 "과거 아우슈비츠에 오자마자 가족들과 헤어져 이별의 시간도 갖지 못했다" 면서 "가족들의 무덤조차 없어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 유일한 추모 방법" 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독일 후손들의 뼈저린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대통령 요아힘 가우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것은 모든 독일인의 도덕적 의무" 라고 강조했으며 전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나치의 만행을 잊지않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 이라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한편 기념행사가 열린 폴란드 남부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이자 집단 학살수용소로 악명을 떨쳤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럽 전역에서 희생된 유대인 600만 명 중 100만 명 이상이 이곳에서 학살됐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3·1운동부터 4·19까지… 북한산, 역사를 입다

    3·1운동부터 4·19까지… 북한산, 역사를 입다

    “근현대사기념관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과 애국정신을 되새기세요.”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2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근현대사기념관(조감도)을 이달 안에 수유동 4·19길 북한산국립공원관리공단 수유분소 뒤편(수유동 산73-23) 일대에 착공한다고 밝혔다. 부지면적은 2049㎡, 연면적은 951.33㎡로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다.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짓기 때문에 층수를 높이기보다 자연친화적인 건물을 짓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전시실, 시청각실, 도서관 및 열람실, 세미나실, 강의실 등이 들어서며 총사업비는 44억 1800만원이다. 환경부와 구의 토지교환 방식으로 부지를 마련해 별도의 토지 보상비는 들지 않았다. 개관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박 구청장은 “구는 3·1운동의 거점 봉황각, 애국·순국선열묘역, 국립 4·19민주묘지 등 동학운동과 독립운동, 4·19로 이어지는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역사·문화 유산들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최근 일본의 우경화 정책,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동북공정 등으로 인해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곳이 근현대사를 정확히 알릴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현대사기념관과 주변의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해 외국인에게 제안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외국인 관광객이 보고 먹고 즐기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밝혔다. 또 연간 30만명이 이용하는 북한산 둘레길 옆에 있어 많은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지자체 박물관이 실패해 지자체의 재정부담으로 돌아오는 사례들도 있다”면서 “근현대사박물관의 경우 연계 관광을 강화할 수 있고 모든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이 아니라 근현대사를 특정하는 기념관이라는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념관을 유물전시용 기념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교육장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기념관 앞에는 추모공원이 들어서고 지하 1층에는 전시실과 시청각실을 마련한다. 강의실, 세미나실도 상황에 따라 기획전시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 구청장은 “근현대사기념관을 청자가마터 및 도자기 체험공간, 예술인촌, 우이동 가족캠핑장, 우이동 시민의 광장, 작곡가 윤극영 가옥 기념관 등과 연계해 ‘북한산역사문화관광벨트’로 조성할 것”이라면서 “우이~신설 간 경전철이 내년에 완공되면 이곳을 찾는 이들의 교통혼잡 문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경찰 총탄에 죽은 인권 운동가… 이집트 ‘제2의 봄’ 도화선 되나

    경찰 총탄에 죽은 인권 운동가… 이집트 ‘제2의 봄’ 도화선 되나

    하늘색 니트와 검은색 목도리 차림의 30대 여성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빵과 자유, 정의를 달라”고 외쳤다(왼쪽). 커다란 화환을 마련해 4년 전 이집트 혁명이 처음 시작된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 여성은 불과 몇 분 뒤 힘없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머리와 가슴에는 피가 맺혔고 주변에선 오열이 터져 나왔다.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도망치던 여성은 거리에서 동료의 애도 속에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오른쪽). 지난 24일(현지시간) 인권운동가이자 다섯 살 된 아들의 엄마인 샤이마 알사바그(32)는 타흐리르 광장 인근에서 열린 평화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사냥용 산탄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25일 공개되자 이집트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은 시위 현장에 있던 시민과 취재진이 촬영한 것이다. 알사바그가 숨진 때는 군부 출신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방송에서 혁명 4주년 기념연설을 시작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동영상 속 집회 모습이 무척 평화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알사바그와 사회주의대중연합당(SPAP) 소속의 동료 정치인, 법률가들이 “군사정권 퇴진”이란 구호를 외치자 복면 차림의 중무장 경찰이 투입됐고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동영상에는 산탄총으로 무장한 경찰과 “쏘라”고 외치는 지휘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알사바그를 추모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이집트 혁명 4주년인 25일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알사바그의 장례식에는 수백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날 카이로와 전국 주요 도시에선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 지난해 6월 시시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많은 시위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두 아들인 알리와 가말이 풀려나 혁명 4주년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이집트 언론은 이들이 카이로 남부 토라 교도소를 걸어서 나갔다고 전했다. 이번 석방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무바라크와 두 아들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으며, 무바라크 전 대통령도 조만간 자유의 몸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2세 그녀의 삶은 고통이었다

    의정부 화재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던 고아 출신의 20대 미혼모가 다섯 살 아들을 남겨둔 채 끝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5일 경기 의정부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의정부 신천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당시 다섯 살배기 아들과 함께 구조됐던 나모(22)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나씨의 친구 4명이 상주 역할을 하고 어린이재단 초록우산에서 지원했다. 나씨의 하나뿐인 혈육인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장례식을 지켜본 후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 돌아갔다. 나씨의 시신은 벽제화장장에서 화장해 의정부 ‘하늘의 문’ 납골당에 안치됐다. 나씨의 사망 소식과 함께 홀로 남은 아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추모의 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어린 모자의 사연을 알게 된 시민들의 후원 문의도 잇따랐다. 아이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6개월간 보호한다. 나씨는 지난 10일 아침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당시 불길 속에서 다섯 살배기 아들을 안고 구조됐다. 구조 당시 나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었지만 품속의 아들은 별 부상이 없었다. 나씨는 곧바로 서울의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그동안 치료를 받아 왔지만 지난 23일 오후 늦게 끝내 숨졌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지 13일 만이다. 그동안 아이는 돌봐 줄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다. 고아였던 나씨는 어릴 적 입양 보내졌다가 파양(罷養)되는 등 하늘 아래 혈혈단신이었다. 그러다가 미혼모가 돼 아들을 홀로 키워 왔는데 이번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아동을 최대한 보호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앞으로 보호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 오전 9시 16분쯤 의정부동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 주차돼 있던 오토바이에서 불이 나 주변 건물로 화재가 번지면서 나씨를 포함해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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